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54권
법원주림 제54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60.사위편(詐僞篇)[여기에는 6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사친부(詐親部) 사독부(詐毒部)
사귀부(詐貴部) 사포부(詐怖部) 사축부(詐畜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지극한 성인은 간격이 없으므로 진실한 말을 귀하다 한다. 그러므로 그 말이 선하면 천리 밖에서도 응해 주고 그 말이 악하면 지척에서도 귀머거리가 된다. 다만 그 가르침이 말세에 흘러오자 사람과 법이 거짓 되고 바뀌어, 혹은 진실을 빙자해 거짓을 꾸미고 혹은 거짓을 꾸며 진실이라 속인다. 이것은 실로 사람이 사정(邪正)을 품기 때문에 법이 진속(眞俗)에 통하는 것이다. 이름과 이익이 이미 침노했으니 나(我)와 남이 더욱 성하여, 현재의 친한 이에게도 의지할 데가 없거늘 하물며 본래부터 소원함이겠는가? 그러므로 벗이란 사귀기 어려운 것이니, 그러므로 경전에서 말하였다.
“곧은 마음이 바로 도량(道場)이니 거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사친부(詐親部)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일체의 간사와 교활과 아첨과 거짓ㆍ속임ㆍ미혹 등은 외양은 곧은 듯하지만 속에는 거짓을 품은 것이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그 참과 거짓임을 잘 살펴야 하느니라.
옛날 어떤 바라문은 늙은 나이에 젊은 아내를 맞이했다. 이 젊은 아내는 늙은 남편을 싫어해 여러 사내를 쉬지 않고 보면서, 그 남편에게 권해 잔치를 베풀고 젊은 바라문들을 초청하라 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를 의심해
그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느 때 전처의 아들이 불 속에 빠졌다. 그러나 아내는 그것을 보고도 건지지 않았다. 남편이 말했다.
‘아이가 지금 불에 떨어지는데도 왜 붙잡지 않느냐?’
그러자 아내는 말했다.
‘나는 젊을 때부터 내 남편만 가까이 하고 다른 남자는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남자를 붙잡을 수 있습니까?’
남편은 이 말을 듣고 그러리라 생각하고는 곧 잔치를 베풀고 바라문들을 보았다.
그 때 그 아내는 곧 다른 남자와 정을 통했다. 남편은 이것을 보자 하도 통분하여 가만히 집의 보물들을 챙겨 가지고 아내를 버리고 집을 떠났다. 길에서 어떤 바라문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날이 저물어 같이 자고 이튿날 아침에 거기서 떠나 가다가 그 바라문이 늙은 바라문에게 말했다.
‘어젯밤 자던 곳에서 풀잎 하나가 내 옷에 붙어 왔소. 나는 어릴 때부터 남의 물건을 침범한 일이 없소. 나는 이 물건을 그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겠소. 당신은 우선 여기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시오.’
그리하여 이 늙은 바라문은 그의 말을 깊이 믿고 그를 더욱 사랑하고 공경하여, 거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는 거짓으로 풀잎을 가지고 어느 도랑에 가서 한참 동안 누워 있다고 돌아와, 그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고 했다. 이 늙은 바라문은 대변을 보기 위해 그 보물을 그에게 잠깐 동안 맡기고 갔다. 그 동안에 그는 그 보물을 가지고 달아나 버렸다. 이 늙은 사람은 이런 사기를 당하고 그를 원망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조금 더 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황새 한 마리가 입에 풀을 물고 여러 새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다 서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면서 한 곳에 모여 같이 살자.’
다른 새들은 다 이 말을 믿고 모여 왔다. 이때 다른 새들이 다 먹이를 찾아 날아간 뒤에, 이 황새는 다른 새들의 둥우리에 들어가 그들의 알을 다 쪼아먹다가, 다른 새들이 돌아올 때가 되어서는 다시 풀을 입에 물고 있었다. 다른 새들은 그에게 속은 줄을 알고는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나 버렸다.
이 바라문이 나무 밑에서 조금 더 있자, 어떤 출가한 외도 한 사람이
누더기를 입고 침착하게 천천히 걸어오면서 입으로 자꾸 ‘가거라, 가거라’ 했다. 이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물었다.
‘왜 길을 같이 가면서 입으로 자꾸 ≺가거라, 가거라≻ 하느냐?’
그 외도가 답했다.
‘나는 출가한 사람으로서 일체를 다 가엾이 여깁니다. 그래서 혹 개미나 다른 벌레들이 내 발에 밟힐까 해서 이렇게 외치는 것입니다.’
이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는 그를 독실히 믿고, 날이 저물어 그의 집으로 가서 자게 되었다.
밤에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가 들려 오므로 가만히 나가서 그 외도가 있는 방을 엿보았다. 어떤 땅 구덩이에 한 여자가 나와 그와 함께 거문고를 타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고 있었다. 이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천하에 아무 것도 믿을 것이 없구나.’
그리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남의 남자라 붙잡지 않고
풀잎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며
황새는 거짓으로 풀잎을 물고
외도는 곤충이 다칠까 염려하여
입으로 자꾸 가라가라 외치네.
이런 것은 모두 다 거짓으로서
하나도 믿을 것 없나니
닥치는 그 고통 감당하기 어려우리.”
그러므로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의 강에는
반드시 구비가 있고
일체의 숲에는
반드시 나무가 있다.
일체의 여자에게는
반드시 거짓이 있고
일체의 자재에는
반드시 안락이 있다.’”
(3) 사독부(詐毒部)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그 때 제바달다는 갖가지 인연을 만들어 부처를 죽이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때 남천축국에서 어떤 바라문이 왔다. 그는 주술(呪術)로 독약을 만들 줄을 잘 알았으므로 제바달다는 곧 그에게 부탁하여 독약을 만들어 부처님께 뿌렸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 이 약은 도리어 제 머리 위에 떨어져 그는 곧 땅에 쓰러져 거의 죽게 되었으나 의사도 고칠 수 없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독약을 맞고 거의 죽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 진실한 말씀을 증명하시기 위해 말씀하셨다.
‘내가 보살 때부터 부처가 되어서까지 제바달다에 대해 항상 자비심을 가졌고 악심을 품은 일이 없었다면 이 독기는 곧 저절로 소멸되어라.’
이렇게 말씀하시자 독기는 곧 소멸되었다.
비구들은 물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항상 악심으로 여래를 대하는데 여래께서는 왜 그를 살려 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 악심으로 내게 대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했느니라.’
비구들은 다시 여쭈었다.
‘악심으로 부처님을 대한 그 사실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에 바라나성이 있고 거기 두 대신이 있었으니, 첫째는 이름이 사나(斯那)요, 둘째는 이름이 악의(惡意)였다. 사나는 항상 법을 따라 행했으나 악의는 늘 악을 행하면서 남을 모함하기 좋아하여 그 왕에게 말하였다.
≺사나가 반역하려 합니다.≻
왕은 곧 사나를 잡아 가두었다. 그 때 천신(天神)이 허공에서 말하였다.
≺그 현인은 아무 죄가 없는데 왜 구금하느냐?≻
악의는 또 왕의 창고의 물건을 훔치고 그것을 사나가 했다고 덮어 씌웠다. 그러나 왕은 이 말을 믿지 않고 곧 악의를 붙들어 사나에게 맡기면서 마음대로 처단하라 했다. 사나는 악의로 하여금 왕에게 참회하게 했다. 악의는 제 허물을 알고 곧 비제혜왕에게로 달아나, 하나의 보배 상자에 두 마리 독사를 넣어 그 독기가 완전한 것을 본 뒤에, 비제혜왕으로 하여금 그것을 저쪽 왕과 사나에게 보내어 두 사람만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게 했다. 왕은 그 보배 상자가 극히 장엄한 장식을 한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곧 사나를 불러 같이 열어 보자고 했다. 그러나 사나는 말렸다.
≺멀리서 온 물건은 직접 보지말고 멀리서 온 음식은 곧 먹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저기에 악인이 있으니, 혹 어떤 악이 와서
사람을 해칠까 해서입니다.≻
그러나 왕은 말했다.
≺나는 꼭 보고 싶다.≻
사나는 세 번이나 충고했으나 왕은 끝내 듣지 않았으므로, 사나는 말했다.
≺꼭 그렇게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대왕이나 보십시오. 신은 볼 수 없습니다.≻
왕은 그것을 열어 보다가 곧 두 눈이 멀어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사나는 걱정과 고통으로 왕이 죽을 것 같아, 곧 사방에 사람을 보내어 온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좋은 약을 구하다가 마침내 그런 약을 얻어, 왕의 눈은 전처럼 회복되었다.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라불이요 그 때의 그 사나는 바로 나이며 그 때의 그 악의는 곧 저 제바달다이니라.”
(4) 사귀부(詐貴部)
『승기율』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라는 성(城)이 있고 나라 이름은 가시였다. 그 때 불로혜라는 큰 학자 바라문은 그 나라의 왕사(王師)가 되어 항상 5백 제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 바라문은 그 종 가라가를 시켜 그 여러 아이들의 시중을 들게 했다. 가라가는 근기가 예리하여 설법을 들으면 다 잊지 않고 기억했다. 한 번은 가라가가 아이들과 조그만 원한이 생겨 곧 다른 나라로 달아나서는 거짓으로 ≺나는 불로혜 바라문의 아들인데 이름은 야달다이다≻라고 자칭하여 그 나라 스승에게 말하였다.
≺나는 바라나국의 왕사 불로혜의 아들로서 이름은 야달다이온데,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대사께 바라문의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스승은 좋다 했다. 이 야달다는 총명하여 전에 들었던 것을 지금 다시 듣게 되므로 듣는 것은 모두 기억했다. 그 스승은 크게 기뻐하여 곧 자기가 가르치는 5백 제자를 가르치게 하면서 말했다.
≺너는 내 대신 이들을 가르쳐라. 나는 대왕께 갔다 오리라.≻
그런데 이 스승에게는 아들이 없고 딸 하나만 있었는데, 스승은 야달다에게
말했다.
‘야달다야, 너는 내 말을 들어 너의 나라로 돌아가지 말라. 나는 내 딸을 너의 아내로 주리라.’
야달다는 그 말대로 장가들어 가정 생활이 차츰 풍요해졌다.
야달다는 성질이 못내 까다로워서 아내가 음식을 만들면 항상 설익었느니 너무 익었느니 하면서 짜증을 부려 도저히 그 구미를 맞출 수 없었다. 아내는 항상 생각했다.
≺혹 바라나에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 남편을 공양하리라.≻
그 때 불로혜 바라문은 이 사정을 다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내 종 가라가가 다른 나라로 도망가 있다. 내가 가서 붙들어 오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으리라.≻
불로혜 바라문은 곧 그 나라로 갔다. 그 때 이 종은 그 제자들과 함께 후원에 놀러 나가다가, 길에서 본래 주인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매우 당황하여 가만히 그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돌아가 자습하고 있거라.≻
제자들이 떠난 뒤에 그는 본래 주인 앞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그 발에 예배하고 말했다.
≺나는 이 나라에 와서 대가(大家)님의 아들이라 사칭하면서 이 나라 국사에게 경전을 배우고 또 그 딸을 아내로 삼았습니다. 대가님은 부디 저의 신분을 들어내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종의 신분으로 대가님을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이 바라문은 세상일을 잘 아는 지라, 곧 답하였다.
≺너는 실로 내 아들이다. 다만 일찍 보냈을 뿐이다.≻
종은 이내 주인을 데리고 집에 들어가 아내에게 말하였다.
≺내 본국의 아버지가 오셨다.≻
그 아내는 못내 기뻐하면서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대접하고 식사를 마친 뒤에 조금 조용한 틈을 보아, 가만히 이 바라문의 발에 예배하고 물었다.
≺제가 남편을 섬길 때 음식이 항상 마음에 맞지 않아 불평입니다. 본래 집에 있을 때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가르쳐 주시면 그 법대로 음식을 만들겠습니다.≻
바라문은 곧 화를 내면서 생각했다.
‘그렇다, 남의 여자를 몹시 괴롭혔구나.’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빨리
나를 보내도록 하라. 내가 떠날 때 네게 게송 한 구를 가르쳐 주어, 그것으로 다시는 네 남편이 말이 없도록 하리라.’
여자는 기뻐하면서 하직하고 물러 나와 그 남편에게 말했다.
≺저 귀하신 바라문께서 일부러 멀리 오셨는데 빨리 보내도록 하십시오.≻
남편은 생각했다.
≺아내 말대로 빨리 보내어 여기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하자. 혹 말이 새어 나가면 나는 큰 일이다.≻
그리고 곧 돈을 많이 주어 아내로 하여금 음식을 만들어 공양하게 하고, 남편은 방 주인으로서 벗을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 아내는 음식을 들고 나가 식사를 마친 뒤에, 그 발에 예배하고 먼저 말한 게송을 청구했다. 바라문은 다음 게송을 일러 주었다.
부모도 없는 몸이 타국에 나가
천하 사람들을 다 속이는구나.
거친 음식을 너는 늘 먹었는데
지금 좋은 음식을 왜 꺼리는가?
그리고 바라문은 말했다.
≺지금 이 게송을 네게 준다. 만일 그가 화를 내어 음식이 나쁘다고 짜증을 부리거든, 그 등뒤에서 가만히 이 게송을 외워 그로 하여금 듣게 하여라.≻
그리고 그는 곧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 종은 그 주인을 보낸 뒤에도 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화를 내었다. 그 아내는 그 게송을 시험삼아 외워 보았다. 남편은 이것을 듣고 매우 불쾌하여 가만히 생각했다.
≺아, 이 늙은 물건이 내 신분의 냄새를 맡았구나.≻
그 뒤로는 그는 항상 고운 말을 쓰면서 아내가 성내지 않기를 바랐으나, 그것은 그 아내가 자기 비밀을 남에게 말할까 염려해서였다.’
부처님께서 이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본 주인 불로혜 바라문은 바로 이 나요, 그 때의 그 종 가라가는 지금의 저 난타 비구이다. 저 난타는 그 때도 나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더니 지금도 내 힘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5) 사포부(詐怖部)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모든 법이란 다 허망한 것인데,
중생들이 어리석어 친소(親疎)를 분별하지 못하고 꾸짖고 해치면서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등, 이런 중죄를 짓기 때문에 3악도에 떨어져 무량한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유하며 산중에 어떤 절이 있고 거기 딴 방이 있으며 그 방에는 귀신이 있어 자주 도인들을 괴롭히기 때문에, 모든 도인들이 다 그 방을 버리고 살지 않았다. 어떤 객승(客僧)이 오자 유나(維那)는 그를 거기 있게 하면서 말했다.
‘이 방에는 귀신이 있어서 사람을 괴롭히기 좋아합니다. 여기 계실 수 있거든 계십시오.’
객승은 자신의 계력(戒力)과 다문(多聞)을 믿고 말했다.
‘조그만 귀신 따위가 무엇하겠는가? 내가 항복 받으리라.’
그리고 나서 그 방에 들어가 있었다.
해가 저물어 또 어떤 스님이 그 절에 와서 자기를 청하므로 유나 스님은 또 그 방에 있게 하고 귀신이 괴롭힌다는 말까지 했다. 이 스님도 말했다.
‘조그만 귀신 따위가 무엇하겠는가? 내가 항복 받으리라.’
먼저 든 스님은 문을 닫고 단정히 앉아 귀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 온 스님이 밤이 되어 문을 두드리며 들어가려 했으나, 먼저 스님은 그를 귀신이라 생각하고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뒤에 온 스님은 더욱 힘껏 문을 두드리고 먼저 스님도 더욱 힘껏 버티었으나, 뒤의 스님이 이겨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안의 사람은 이를 치고 밖의 사람도 마주 치며 싸웠다. 아침이 되어 서로 보았을 때 그들은 바로 옛날의 동학(同學)이었다. 이들은 비로소 서로 부끄러워하면서 사과하고 사람들도 모두 모여와 크게 웃었다.
중생들도 이와 같다. 5음(陰)은 다 공허한 것으로서 거기에는 나도 없고 남도 없는데, 공연히 상(相)에 집착하여 서로 싸우고 해치지만, 한번 껍질을 벗고 땅 속에 들어가면 거기는 해골만이 있을 뿐이요, 나도 없고 남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중생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본래 공 가운데서 서로 싸우지 말라. 사람의 몸을 받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부처를 만남이겠는가?’”
(6) 사축부(詐畜部)
『구잡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여자는 재보가 많았는데, 어떤 남자와 정을 통하고는 그 금과 은과 의복 등을 가지고 남자와 함께 어디로 달아났다. 물결이 급한 어느 강가에 이르러 남자가 말했다.
‘당신은 그 재물을 가지고 여기 있으시오. 내가 먼저 건너보고 다시 돌아와 당신을 데리고 건너가겠소.’
그러나 남자는 물을 건너자 그대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혼자 물가에서 걱정하고 있었으나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때 어떤 여우가 매를 한 마리 잡았다가 다시 강물의 고기를 보고는 매를 버리고 고기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고기는 잡히지 않고 본래 매도 잃어 버렸다. 이 여자는 이것을 보고 여우에게 말했다.
‘너는 참으로 미련하구나. 두 가지를 잡으려다가 하나마저 잃고 말았구나.’
여우가 말했다.
‘내 어리석은 것은 그래도 좋다. 너는 나보다 더 미련한 것을…….’”
또 『승기율』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철이 아닌 장마비가 7일 동안 그치지 않고 내려 소치는 사람들은 7일 동안 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 때 어떤 굶주린 이리가 먹이를 구해 일곱 도시와 농촌으로 돌아다녔으나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자탄하였다.
≺내 팔자는 왜 이리 박한가? 일곱 도시와 농촌을 돌아다녔으나 아무 것도 얻지 못했구나, 차라리 산으로 돌아가 재계(齋戒)함만 못하다.≻
그리고 곧 제 굴 속에 들어가 축원했다.
≺일체 중생이 모두 안온하여지이다.≻
그리고는 몸을 단정히 하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제석이 재일(齋日)이 되어 이라(伊羅) 백룡(白龍)을 타고 세간의 누가 계를 지키고 계를 깨뜨리는가 관찰하다가, 그 굴에 와서 이리[狼]가 눈을 감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음을 보고 생각했다.
≺아하, 이 이리는 참으로 기특하다. 사람도 저렇게 못하는 것을 이 이리는 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 진위(眞僞)를 시험해 보려고 한 마리 양으로 변화하여 그 굴 앞에서 높은 소리로 그 무리를 불렀다.
이리는 이 양을 보고 생각했다.
≺참으로
신기하다. 재계한 복의 감응이 갑자기 나타났구나. 나는 일곱 마을을 다니면서 먹이를 구했으나 얻지 못했는데 이제 잠깐 재를 지켰다 해서 맛난 먹이가 저절로 왔구나. 이미 공양 거리가 왔으니 우선 먹은 뒤에 재를 지키리라.≻
그리고는 곧 굴에서 나와 양에게로 갔다. 양은 이리를 보고 놀라 달아나고 이리는 뒤를 쫓아갔다. 양은 쉬지 않고 멀리까지 가서는, 곧 큰 개로 변화하여 입을 벌리고 귀를 늘어뜨리고 도로 이리를 쫓아오면서 큰 소리로 짖었다. 이리는 개가 오는 것을 보고 놀라 달아났다. 개가 급히 쫓았으나 힘이 모자라 이리는 겨우 그 화를 면했다.
이리는 굴에 돌아와 생각했다.
≺내가 양을 잡아먹으려 했는데 개가 도로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
그 때 제석은 이리 앞에서 절룩거리는 양이 되어 울고 있었다. 이리는 생각했다.
≺아까 그 개가, 주림에 눈이 어지러워 이것이 양으로 보이는 것인가, 혹은 지금 보는 이것이 참으로 양인가?≻
다시 그 귀와 뿔과 꼬리를 자세히 보고는 ≺이것이 정말 양이다≻ 하고, 곧 뛰어 나갔다. 양은 또 놀라 달아났다. 이리가 뒤쫓아가 거의 붙잡게 되었을 때 양은 다시 개로 변해 전처럼 도로 이리를 쫓아 왔다.
이리는 생각했다.
≺내가 양을 잡아먹으려 했는데 개가 도로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
그 때 제석이 이리의 굴 앞에서 곧 염소새끼로 변화하여 무리를 부르고 어미를 찾았다. 이리는 화를 내어 말했다.
‘네가 살덩어리가 되더라도 나는 나가지 않겠거늘 하물며 염소새끼가 되어 나를 속이려느냐?’
곧 다시 재를 지켜 고요한 마음으로 생각에 들었다. 제석은 이리의 마음이 다시 재로 돌아간 것을 알았으나 여전히 염소새끼로서 이리 앞에 있었다. 이리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네가 참으로 양이더라도
그래도 나는 나가지 않겠거늘
하물며 다시 거짓을 꾸며
여전히 나를 두렵게 하려는가?
내가 다시 재(齋)로 돌아간 것을 보고도
너는 다시 와서 시험하려 하는구나.
가령 네가 살덩어리가 되더라도
그래도 나는 믿지 않겠거늘
하물며 다시 염소의 새끼가 되어
거짓으로 매애 하고 울고 있구나.’
이에 세존께서 이어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에 어떤 출가한 사람이
계를 지키는 마음 가벼이 움직이면
그는 그 이양(利養)을 버리지 못해
마치 저 이리가 재를 지킴 같으리.”
또 『오분율』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마납(摩納)은 산의 굴 속에서 찰리서(刹利書)를 외우고 있었다. 어떤 여우가 그 곁에서 일심으로 그것을 듣고 마음에 깨침이 있어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이 글을 알고 또 말할 줄을 아니, 모든 짐승의 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일어나 돌아다니다가 어떤 쇠약한 여우를 만나 그것을 죽이려 했다. 그 여우가 물었다.
≺왜 나를 죽이려 합니까?≻
이 여우는 말했다.
‘나는 모든 짐승의 왕이다. 너는 내게 엎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죽이려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나를 죽이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두 마리는 동행하다가 또 어떤 여우 한 마리를 만나 그것을 죽이려 했다. 그 문답은 위와 같아서 그는 ≺나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고 했다.
이렇게 계속하여 모든 여우를 항복 받고 이들 뭇 여우로 곧 일체의 코끼리를 항복 받고 다시 이들 뭇 코끼리로 곧 일체의 호랑이를 항복 받고 다시 이들 뭇 호랑이로 일체의 사자를 항복 받아, 드디어 여우는 왕이 되게 되었다. 여우는 왕이 되자 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짐승의 왕이 되었으니 짐승의 아내는 맞이할 수 없다.≻
그리하여 곧 흰 코끼리를 타고 셀 수 없는 뭇 짐승을 거느리고 가서 가이성을 수천 겹으로 포위했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 물어 보았다.
≺너희 짐승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느냐?≻
여우는 답하였다.
≺나는 짐승의 왕이니 당신의 딸을 아내로 삼아야 하겠다. 만일 그 딸을 내게 주면 그만이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그 나라를 멸망시키리라.≻
사람이 돌아와 이렇게 전하자 왕은 곧 신하들과 의논했다. 한 신하를 제외하고는 모두 말했다.
≺주어야 합니다. 왜냐 하면 지금 나라가 믿는 것은 코끼리와 말뿐인데, 우리는 코끼리와 말은 있지만 저들은 사자가 있습니다. 코끼리와
말은 사자 소리만 들어도 두려워 땅에 엎드리니 싸워 보아야 반드시 저 짐승에게 질 것입니다. 왜 한 여자를 아껴 한 나라가 망해야 합니까?≻
그 때 한 대신은 총명하고 원대한 계략이 있었다. 그는 왕에게 말했다.
≺신은 생각건대 고금을 통해 사람의 왕의 딸을 하천한 짐승에게 주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신은 비록 우매하오나 반드시 저 여우를 죽여 저 짐승들을 다 각각 흩어져 달아나게 하겠습니다.≻
왕은 곧 물었다.
≺무슨 꾀를 쓰려는가?≻
대신은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먼저 싸울 날을 정하고 저 쪽에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십시오. 즉 저 사자가 먼저 싸우고 뒤에 울게 하라 하십시오. 저들은 우리가 겁을 낸다 생각하고 반드시 사자를 먼저 울리고 뒤에 싸우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왕께서는 영을 내려 그 날은 성 안 사람들에게 모두 귀를 막으라고 하십시오.≻
왕은 이 말대로 사자를 보내 날을 정하고 또 그 조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날이 되어 사자를 보내 다시 확인한 뒤에 군사를 출동시켰다. 싸움이 시작되자 여우는 과연 사자를 먼저 울게 했다. 여우는 이 소리를 듣자 심장이 일곱 조각으로 찢어져 코끼리 등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이에 모든 짐승들도 일시에 흩어져 달아났다.’
부처님께서 이 사실로 인해 다음 게송을 외우셨다.
여우는 그 교만 왕성하여
그 아내를 구하기 위해
저 가이성으로 들어가서는
짐승의 왕이라 자칭하였다.
사람의 교만도 이와 같아서
여러 무리들을 거느리고는
마가다 나라에 있으면서
스스로 법주(法主)라 일컫는다.
그 때의 그 가이국의 왕은 바로 이 나요, 그 총명한 대신은 저 사리불이며, 그 여우의 왕은 저 조달이다. 비구들아, 저 조달은 옛날에도 사기로 권속들을 얻더니 지금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인이 함께 모이기 쉬우면
악인이 함께 모이기 어려우나
악인이 함께 모이기 쉬울 때는
선인은 함께 모이기 어려우니라.”
또 『불본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한다. 옛날 파리야다(波利耶多:피절(彼節)이라는 뜻)라는 강가에 화환 만드는 사람이 있었고, 그의 동산도 그 강가에 있었다.
그 때 거북 한 마리가 물에서 나와 그 동산의 화원으로 가서 먹이를 구해 여기 저기 다니면서 꽃을 마구 짓밟았다. 그 동산지기는 이것을 보고 거북을 붙잡아 상자에 넣어 죽이려 했다. 거북은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화를 면할까. 무슨 방편으로 이 주인을 속일까?≻
그리하여 주인을 향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물에서 나와 내 몸에 진흙이 많다.
너는 우선 그 꽃은 그대로 두고 내 몸을 씻어라.
내 몸에 진흙이 묻어 아주 더럽기 때문에
너의 그 상자와 꽃을 더럽힐까 두렵구나.
동산지기는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이 거북은 참으로 착하다. 좋은 말로 나를 가르쳤다. 나는 지금 그 말대로 우선 그 몸을 씻어 내 꽃과 상자를 더럽히지 말아야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거북을 잡아내어 들고 물가로 나가 그 몸을 씻으려 했다. 그는 우선 거북을 돌 위에 놓고 물을 떠서 씻으려 했을 때 거북은 힘을 다해 갑자기 뛰어 물로 들어갔다. 동산지기는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참으로 기특하다. 이 거북은 이렇게 나를 속이고 달아나는구나. 나는 지금 도로 너를 속여 물에서 나오게 하리라.≻
그리하여 그는 거북을 향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착한 거북아, 자세히 들으라. 나는 마음먹었다.
너는 지금 친구들이 매우 많기는 하지만
나는 좋은 화환을 만들어 네 목에 걸어 주리니
너는 집에 돌아가 다음대로 즐거워하라.
그 때 거북은 생각했다.
≺저 사람은 거짓말로 나를 속인다. 자기 어머니는 병으로 누워 있고 그 누이는 꽃을 꺾어 화환을 만드는데, 이는 그것을 팔아 살아가려는 것이다. 지금 그가 말하는 것은 나를 속이는 것이다. 나를 잡아먹으려고 나를 꾀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거북은 다음 게송으로 화환 만드는 사람(동산지기)에게 말하였다.
너의 집에서는 술을 만들고 친한 사람 모으려고
가지가지 맛난 음식을 두루 만든다.
너는 집에 돌아가거든 부인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거북의 고기는 삶으면 그 기름이 머리를 끈끈하게 한다고.’
그 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그 때의 그 거북이 누군지 알고 싶으냐? 그는 바로 나요, 그 화환 만드는 사람은 바로 저 악마 파순이다. 그 때 그는 나를 속이려 했으나 되지 않았는데 지금 또 나를 속이려 하지만 어찌 될 수 있겠느냐?’
그리고 또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한다. 옛날 큰 바다 가운데 큰 규룡(虯龍)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아내가 임신하여 갑자기 원숭이 심장이 먹고 싶어 이 때문에 몸이 여위면서 황달이 들고 벌벌 떨며 몹시 불안해하였다. 규룡은 이 아내의 몸이 이렇게 여위고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어디가 아프오? 무엇이 먹고 싶소. 나는 아직 당신이 내게 무슨 음식을 청하는 것을 못 보았소. 왜 그렇소?≻
그러나 아내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규룡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왜 아무 말이 없소.≻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만일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신다면 나는 말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규룡은 다시 말했다.
≺그저 말만 하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방편을 써서라도 그 소원을 이루도록 하겠소.≻
그제야 아내는 말했다.
≺나는 지금
원숭이 심장이 먹고 싶소. 당신은 그것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사내(규룡)가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참으로 얻기 어려운 것이오. 왜냐 하면 나는 바다에 살고 원숭이는 산에 사는데 어떻게 그것을 얻을 수 있겠소.≻
아내가 말했다.
≺얻을 수 없다면 할 수 없지요. 그러나 뱃속의 아이가 반드시 떨어질 것이오. 나도 오래지 않아 죽을까 염려될 뿐이오.≻
그 남편은 다시 말했다.
≺착한 사람아, 당신은 우선 용서하고 참으시오. 나는 지금 그것을 구하러 가겠소. 만일 이 일을 이룰 수 있다면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이요, 또 당신에게 준다면 우리 모두에게 경축할 일이오.≻
그리하여 규룡은 바다에서 나와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담바라(優曇婆羅:구원(求願)이라는 뜻)라는 큰 나무가 있고 이 나무 위에서 큰 원숭이 한 마리가 나무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규룡은 이것을 보고 그 나무 밑으로 가서 부드러운 말로 문안하며 물었다.
≺착하고 착합니다. 바사사타여, 이 나무 위에서 무엇하고 계십니까? 심한 고통은 없으며 먹이는 쉬이 얻을 수 있으며 고달프지는 않습니까?≻
원숭이는 답하였다.
≺나는 이 우담바라나무에서 열매를 따먹고 있습니다.≻
규룡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지금 당신을 만나 참으로 기쁩니다. 기쁨이 온몸에 가득 차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좋은 벗이 되어 서로 사랑하고 공경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 말을 들으십시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또 이 나무에는 열매가 적은데 어떻게 여기서 즐겁게 살 수 있습니까? 당신은 빨리 거기서
내려와 나를 따라 가십시다. 나는 당신을 데리고 저 바다를 건너가겠습니다. 저쪽 언덕에는 큰 숲이 있어 갖가지 나무에 꽃과 열매가 풍성합니다.≻
원숭이가 말하였다.
≺내가 어떻게 거기 갈 수 있습니까? 바다가 깊고 넓어 건너기 어려운데 어떻게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때 규룡이 말하였다.
≺내가 당신을 업고 저쪽으로 건너가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곧 빨리 내려와 나를 타십시오.≻
원숭이는 마음이 들떠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소하고 우치하여 곧 기뻐하면서 나무에서 내려와 규룡의 등에 업혀 규룡을 따라가려 했다. 규룡은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됐다, 됐다. 내 원이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그가 사는 곳으로 데리고 가려고 원숭이와 함께 물에 빠졌다. 원숭이는 물었다.
≺착한 벗이여, 왜 갑자기 물에 빠집니까?≻
규룡이 말하였다.
≺지금 나의 아내는 임신 중인데 네 심장을 못내 먹고 싶어한다. 그 때문에 나는 너를 데리러 온 것이다.≻
이때 원숭이는 생각했다.
≺아아, 나는 지금 매우 불리하다. 죽음을 자처한 것이다. 무슨 방편으로 빨리 여기서 벗어나 신명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또 생각했다.
≺나는 이 규룡을 속이리라.≻
규룡에게 말했다.
≺착한 벗이여, 내 심장을 저 우담바라나무에 걸어 둔 채 그대로 왔습니다. 당신은 왜 그 때 진작 사실대로 내 심장이 필요하다고 내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알았으면 그 때 가지고 올 것을 잘못 되었습니다. 착한 벗이여, 지금 돌아가도록 나를 놓아주십시오. 나는 심장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규룡은 이 말을 듣고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언덕에 다 왔을 때, 원숭이는 힘껏 뛰어
내려, 저 우담바라나무 위로 바로 달려 올라갔다. 규룡은 나무 밑에서 한동안 기다렸으나 내려오지 않으므로, 원숭이를 쳐다보고 말했다.
≺나의 친하고 착한 벗이여, 빨리 거기서 내려오십시오. 우리 함께 우리 집으로 갑시다.≻
그러나 원숭이는 잠자코 있으면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규룡은 오랫동안 원숭이가 내려오지 않는 것을 보고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의 착한 벗 원숭이님, 이미 마음먹었으면
원컨대 그 나무 위에서 빨리 내려오시오.
나는 당신을 업고 저쪽 숲으로 가리라.
저기는 가지가지의 과일나무가 풍요하나니.
원숭이는 ≺저 규룡은 참으로 미련하다≻고 생각하고,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규룡아, 너의 계략이 아무리 능숙하고 넓어도
그 마음의 지혜와 생각은 참으로 좁고 모자라는구나.
너는 다만 혼자서 자세히 헤아리지만
저 다른 모든 중생인들 누가 마음 없겠는가.
저 숲 속에는 아무리 열매가 풍요하고
또 모든 암라 등 갖가지 맛난 과일이 있더라도
지금의 내 마음은 실로 저기에 있지 않거니
나는 차라리 여기서 이 우담바라 열매를 먹고살리라.’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큰 원숭이는 바로 나요, 그 규룡은 저 악마 파순이다. 파순은 그 때도 나를 속이려 했으나 안 되었는데, 지금 또 세간의 5욕(欲)을 가지고 와서 나를 유혹하지만, 어찌 나를 이 자리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겠는가?’”
또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까마귀와 올빼미가 원수가 되었다. 까마귀는 올빼미가 낮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낮이 되기를 기다려 올빼미들을 밟아 죽여 그 살을 먹었고, 올빼미는 까마귀가 밤에는 눈이 어두움을 알고 밤이 되기를 기다려 까마귀들의 배를 쪼아 갈라 그 내장을 먹었다. 이렇게 낮을 두려워하고 밤을 두려워하여 그 끝이 없었다.
어떤 지혜로운 까마귀가 여러 까마귀들에게 말하였다.
‘이미
원수가 되어 풀 수가 없으면 결국 서로 죽여 양쪽이 다 온전할 수 없으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저 올빼미들을 전멸시키자. 그래야만 우리가 편히 살 수 있을 것이요, 만일 그렇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다 패망할 것이다.’
여러 까마귀들이 물었다.
‘무슨 방편을 쓰면 저 원수를 전멸시킬 수 있을까?’
이 지혜로운 까마귀는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내 털을 다 뽑고 내 머리를 쪼아 부수어라. 그렇게 하면 나는 계책을 부려 꼭 저들을 전멸시키리라.’
그는 그 말대로 형편없는 꼴이 되어 올빼미 굴 앞에 가서 슬피 울었다. 올빼미는 이 소리를 듣고 나와 물었다.
‘지금 너는 왜 온몸이 파상을 당한 채 여기까지 왔느냐?’
까마귀는 말하였다.
‘뭇 까마귀들이 나를 미워해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원수들을 피해 여기 와서 항복하는 것입니다.’
올빼미는 이를 가엾이 여기고 받아들여 항상 먹다 남은 고기를 주었고, 이 까마귀는 날이 갈수록 털이 다시 돋아나 옛날처럼 되었다. 까마귀는 비밀한 계획으로 마른 나뭇가지와 풀을 물고 와서 올빼미 굴 안에 쌓으면서 마치 은혜를 갚는 것 같았다. 올빼미가 물었다.
‘무엇 하러 그렇게 하느냐?’
까마귀가 대답했다.
‘이 굴 안은 차가운 돌 뿐이라, 이것으로 추위를 막으려는 것입니다.’
올빼미는 그러리라 하고 잠자코 있었다. 까마귀는 이에 굴문지기로 자청하여 온갖 시중을 들면서 은혜를 갚는 체했다.
어느 때 폭설과 한풍이 몰아쳐 모든 올빼미들이 단박에 굴속으로 다 모여들었다. 까마귀는 좋은 기회라 기뻐하면서 사람이 쓰는 불을 물고 와서 그것으로 올빼미의 굴을 태웠다. 그래서 올빼미들은 굴 속에서 모두 불에 타 죽었다.
그 때 하늘이 다음 게송을 외웠다.
꺼림칙한 것이면 무엇이나
그 말 그대로 믿지 말라.
까마귀가 거짓으로 추위를 핑계대어
저 올빼미들을 태워 죽임과 같다.”
또 『육도집경(六度集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보살이 공작의 왕이 되어
5백 명의 아내를 데리고 살다가 이 옛 정을 다 버리고 다시 청작(靑雀)을 아내로 삼고자 했다. 그 청작은 오직 감로(甘露)의 맛난 과일만을 먹었으므로 공작은 아내를 위해 날마다 그것을 구하러 다녔다.
그 국왕의 부인이 병이 있어 공작의 꿈을 꾸고 생각했다.
≺저것이면 약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왕에게 이야기했다. 부인은 말했다.
≺만일 그것을 잡아오는 자가 있으면 그에게 내 막내딸을 아내로 주고 또 천근의 금을 주리라.≻
국내의 사냥꾼들은 사방으로 공작왕을 찾아다니다가, 그 공작왕이 한 청작을 데리고 항상 먹이 먹는 곳에 있음을 보고는 곧 밀초(蜜麨)를 여러 군데의 나무마다 발라 두었다. 공작은 아내를 위해 그것을 따가곤 했다. 사냥꾼은 밀초를 제 몸에 바르고 나무에 걸터앉아 공작이 와서 밀초를 딸 때 곧 그것을 잡았다. 공작이 말하였다.
≺당신이 그처럼 수고하시는 것은 반드시 이익을 위한 것일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다함이 없는 보배가 될 수 있는 금산(金山)을 가르쳐 드릴 것이니 나를 살려 주십시오.≻
사냥꾼이 말했다.
‘대왕은 내게 천근의 금과 또 그 막내딸을 아내로 주리라 했다. 어찌 네 말을 믿겠는가? 너를 잡아 왕에게 바치리라.≻
그리고는 곧 잡아다 바쳤다. 공작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의 인자하심은 온 천하를 두루 적시십니다. 저의 미미한 말이나마 들어주시어 물을 조금 갖다 주십시오. 저는 자비의 주술(呪術)로 약을 만들어 대왕의 부인의 병을 곧 낫게 하겠습니다. 만일 효력이 없으면 그 때 벌을 주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따랐다. 부인은 그 약을 먹고 모든 병이 다 나아 얼굴에 화색이 빛나고 온 궁인(宮人) 모두가 다 그러했다. 온 나라 사람들은 다 왕의 큰 자비를 찬탄하고 공작은 그 생명을 보전했으며 한 나라의 수명을 늘리게 되었다. 공작은 말하였다.
≺나는 저 큰 호수에 들어가 그 물에 주술을 부려 천하 백성들의 병이 다 낫게 하겠습니다. 만일 내 말이 거짓이라면 매로 내 발을 때리십시오.≻
왕은 허락하고 공작은 말대로 했다. 국민들은 그 물을 마시고 모두 힘을 얻어 귀머거리는 소리를 듣고 장님은 빛을 보며 벙어리는 말을 하고 앉은뱅이는 일어서는 등 모든 병이 다 그러했다. 부인도 병이 낫고
국민들도 다 병이 없으며 또 공작을 해칠 마음이 없게 되었다. 공작은 이것을 다 알고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께 살려 주신 은혜를 받았고 나는 온 나라의 목숨을 건져 줌으로써 그 은혜를 갚았습니다. 이제 다 끝났사오니 돌려보내 주십시오.≻
왕이 허락하므로 공작은 곧 날아 나무에 올라가 거듭 말하였다.
≺천하에 3치(痴)가 있습니다.≻
왕이 물었다.
≺그 3치란 무엇인가?≻
공작이 말하였다.
≺첫째는 제가 어리석고, 둘째는 사냥꾼이 어리석으며, 셋째는 대왕이 어리석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것을 해석해 보라.≻
공작은 말하였다.
≺부처님의 엄중한 계율에 여색(女色)을 불이라 하였습니다. 몸을 태우고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다 여색 때문이라 했습니다. 저를 공양하는 5백 명의 아내를 다섯 번 버리고 청작을 탐하여 그의 음식을 구하노라고 종처럼 일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미치고 속아 얻은 것은 거의 죽을 뻔한 것뿐이니, 이것이 저의 어리석음입니다.
다음에 사냥꾼의 어리석음입니다. 나는 지성스럽게 말했으나 그는 한 산의 금을 버리고 무궁한 보배를 버리면서까지 부인의 거짓말을 믿고 막내딸을 아내로 삼기를 바랐으니 세상 사람들이 미쳐서 날뛰는 어리석음을 보면 다 이런 유입니다. 또 부처님의 진실한 계율을 부수고 귀신의 거짓을 믿으며 술을 즐기고 음탕하면 혹은 파문(破門)의 화를 겪고 혹은 죽어 태산지옥에 들어가 그 고통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다시 사람이 되기를 생각하나 날개 없는 새가 하늘에 오르려는 것과 같거늘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음탕한 여자의 요망스런 유혹은 마치 저 도깨비와 같아 나라를 망치고 몸을 위태롭게 하는 근본이 되지만, 그래도 미련한 사람은 그것을 높입니다. 만 가지 말에 하나의 진실이 없건만 사냥꾼은 그 말을 믿었으니, 이것이 사냥꾼의 어리석음입니다.
또 대왕으로 말하면, 하늘이 주는 의술을 만나 전국의 병을 고치고 온갖 독기를 다 제거하여 안색은 꽃과 같아서 노소들이 모두 기뻐하고 신뢰하므로, 이제 나를 놓아주십니다. 그러나 대왕이 처음에 나를 죽이려 하신 것은 내 고기로 부인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이니, 이것이 대왕의 어리석음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은 그 뒤로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그 신기한 약을 인자한 마음으로 보시하여 중생들의 병을 고쳤느니라. 그리고 그 때의 그 공작왕은 바로 나요
그 국왕은 사리불이며, 그 사냥꾼은 저 조달이요 그 부인은 바로 조달의 부인이다. 보살은 자비와 지혜의 도무극(度無極)으로 이렇게 보시했느니라.’”
또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어느 연못에 많은 물새들이 살고 있었다. 그 때 어떤 황새가 물에서 천천히 걷다가 한 다리를 들고 있었다. 여러 새들이 말했다.
≺이 새는 위의가 있고 천천히 걸어 물의 성질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러자 흰 거위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다리를 들고 천천히 걸으며
그 음성은 극히 유연해
세상을 모두 속이지만
그 아첨과 헐뜯음 누가 모르랴.
황새가 말했다.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느냐? 그러지 말고 여기 와서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자.≻
그러나 거위는 다시 ≺나는 너의 아첨과 헐뜯음을 잘 안다. 그러므로 친할 수 없다≻고 하였느니라.’
그 때의 그 거위는 바로 나요, 그 때의 그 황새는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니라.”
또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설산(雪山) 곁에 산닭[山鷄] 한 마리가 많은 닭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 볏은 새빨갛고 몸은 희었다. 그는 여러 닭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도시나 마을을 멀리 하여 사람들에게 잡아먹히지 말라. 우리에게는 많은 적이 있으니 부디 삼가야 한다.≻
그 때 어느 마을의 고양이 한 마리가 닭이 있다는 말을 듣고 거기 가서 나무 밑에서 천천히 거닐면서 엿보다가 그 닭에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 아내가 될 것이니 당신은 내 남편이 되십시오. 당신은 참으로 얼굴이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머리 위의 볏은 새빨갛고 온몸은 새하얗습니다. 우리는 서로 받들면서 편하고 즐겁게 지냅시다.≻
닭은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고양이야, 노란 눈에 어리석은 이 소물(小物)아,
무엇이든 해칠 마음으로 잡아먹으려 하는구나.
그러나 나는 아직 이런 아내 가진 짐승으로서
수명을 보전하고 편히 사는 것 못 보았다.’
그 때의 그 닭의 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그 고양이는 바로 저 제바달다이니라. 그는 전생에도 나를 속이려 하더니, 지금도 나를 속여 내 제자들을 호리려 하는 것이다.
게송을 읊는다.
간사한 정과 거짓 어리석음으로
남으로 하여금 믿고 의심하지 않게 한다.
거짓으로 의지해 붙음을 나타내고
거짓으로 와서 따름을 가장한다.
겉으로는 친하고 속으로는 해치며
밤이나 낮이나 침범하고 변하나니
오랫동안 그와 함께 있어 보아야
비로소 그의 속임 깨닫게 된다.”
61. 타만편(惰慢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사람이 도를 얻지 못하는 까닭은 심신(心神)이 어둡고 미혹하기 때문이요, 심신이 어둡고 미혹한 까닭은 바깥 물건이 와서 흔들기 때문이다. 그 흔드는 바깥일에는 대략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권력과 이익과 좋은 명예요, 둘째는 요염한 아리따움과 고운 살결이며, 셋째는 맛나고 기름진 음식이다. 좋은 명예는 비록 날마다 쓰더라도 마음에는 구각(晷刻)의 누(累)가 없고 요염한 아리따움과 고운 살결은 그것을 가지자 벌써 깊어지며, 맛나고 살찐 음식은 그 누(累)됨이 가장 심하다. 만사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 이 세 가지의 지엽(枝葉)일 뿐이다.
성인은 이 세 가지를 끊지 못하기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함을 아시고 이것을 물과 불에 비유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옹호하고 가까이하면 그 작용이 더욱 완전해지며 이것을 터뜨리고 흩으면 그 작용이 더욱 약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論)에서 “바탕이 약하면 형세가 강하고 바탕이 강하면 형세가 약하다”고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것을 생각하고 재는 것은 실로 부지런히 힘씀으로써 도를 깨치는 원인이 되며 게으르고 거만한 것은 실로 소리와 빛깔을 탐함으로써 성도(聖道)를 방해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석씨(釋氏)는 법고(法鼓)를 녹원(鹿苑)에서 울렸고 부자(夫子)는 덕음(德音)을 추로(陬魯)에서 드날렸던 것이니, 눈과 귀로도 듣고 보지 못하거늘 어찌 식심(識心)으로 계합(契合)할 수 있겠는가?
(2) 인증부(引證部)
『살바다론』에서 말하였다.
“바라제목차의 계율을 5도(道)에 있어서 말한다면, 오직 인도(人道)에서만 계를 얻고 나머지 4도에서는 계를 얻지 못하나니, 이것은 저 천도(天道)에서는 쾌락에 너무 깊이 집착하기 때문에 계를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
옛날 어느 때 목건련이 그 제자의 병 때문에 도리천에 올라가 기바를 만나려 했는데, 마침 그 때는 모든 천인(天人)들이 환희원(歡喜園)에 놀러 간 뒤였다. 목건련은 길가에 서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천인들은 아무도 목건련을 돌아보지 않았는데 기바만은 뒤에 오다가 목건련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한 손만을 한 번 들고는 수레를 몰아 그냥 지나갔다. 목건련은 생각했다.
‘저 사람은 인간에 있을 때는 바로 내 제자였는데 지금 하늘 복을 받고 천상의 쾌락에 집착하여 본심을 아주 잃어버렸구나.’
그리하여 곧 신통의 힘으로 수레를 붙들어 세웠다. 기바는 수레에서 내려 목건련의 발에 예배했다. 목건련은 여러 가지 인연을 들어 그를 나무랐다. 그러자 기바가 말했다.
‘나는 인간에 있을 때 대덕(大德)님의 제자였기 때문에 지금 손을 들어 문안하는 것입니다. 과연 다른 천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그 때 목건련은 석제환인을 경계하여 말했다.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려운데 왜 자주 내려와 정법을 묻지 않는가?’
석제환인은 목건련의 마음을 풀어 주기 위해, 사자를 보내 한 천자를 오라 했다. 이렇게 세 번 불러서야 마지못해 나중에야 천자는 왔다. 제석(석제환인)이 목건련에게 말했다.
‘이 천자는 오직 한 천녀와 한 기악(伎樂)으로 즐길 줄 밖에 모릅니다. 그 욕정에 깊이 빠져, 아무리 엄한 명령이 있어도 그 욕정을 끊지 못하기 때문에 오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천왕은 갖가지 궁전과 무수한
천녀에 저절로 생기는 온갖 맛난 음식과 백천의 기악으로 스스로 향락하면서 동을 보면 서를 잊음이겠습니까? 비록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부처님의 법은 듣기 어려운 줄을 알더라도 쾌락에 묶여 자재하지 못합니다. 또 어떤가 하면, 3도(塗)의 고난으로 계를 얻을 인연이 없습니다. 인간에서도 오직 3천하에서만 계를 얻을 수 있고 북방의 울단월에는 불법이 없어 계를 얻을 수 없으니, 그것은 복의 과보의 장애와 우치 때문에 성인의 법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선견율』에서 말하였다.
“어느 때 6군(群)의 비구들은 밑에 앉아 있고 법을 청하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앉아 설법을 듣고 있었다. 그것은 법을 업신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꾸짖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국의 차파가라는 거사(居士)는 그 아내가 임신하여 암바라 열매를 생각하고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나는 암바라 열매가 먹고 싶습니다. 당신은 나를 위해 그것을 구해 줄 수 있습니까?’
그 남편이 말했다.
‘지금은 그 과일 철이 아닌데 내가 어떻게 구할 수 있겠소?’
그러나 아내는 말했다.
‘만일 당신이 구해 주지 않으면 나는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남편이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했다.
‘제 철이 아닌 과일은 오직 왕의 동산에만 있다. 나는 가서 훔쳐 오리라.’
그리고 그는 밤에 왕의 동산에 들어가 그 과일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날이 이미 밝았으므로 동산을 나오지 못하고 나무 위에 숨어 있었다.
그 때 왕은 어떤 바라문과 함께 암바라 과일을 먹으려고 동산에 들어왔다가, 바라문은 밑에 앉고 왕은 높은 자리에 앉았는데, 바라문은 왕을 위해 설법하였다.
과일을 훔치려던 이 사람은 생각했다.
‘내가 과일을 훔치는 일은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왕으로 인해 바라문의 설법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이제 해탈을 얻었다. 내게는 지금 법왕(法王)도 없고 또한 법도 없으며 바라문도 또한 법이 없다. 왜냐 하면 나는 아내를 위해 과일을 훔치고 왕은 교만하기 때문에 스승을 밑에 앉히고 자기는 높은 자리에 앉아
설법을 들으며 바라문은 이양(利養)을 탐하기 때문에 밑에 앉아 왕을 위해 설법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세 사람은 다 법이 없다. 나는 지금 해탈을 얻은 것이다.’
그는 곧 나무에서 내려와 왕의 앞에 가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두 사람은 법을 알지 못하고
두 사람은 법을 보지 못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법에 의하지 않고
듣는 사람은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은 음식을 위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법이 없다고 하며
한 사람은 명리(名利)를 위하기 때문에
당신의 집의 법을 다 부수었다.
왕은 이 게송을 듣고 과일을 훔치려던 그 사람의 죄를 용서해 주었느니라. 나는 범부로 있을 때도 비법(非法)을 보았거늘, 하물며 지금 부처를 이루어서이랴. 너희 제자들은 하인(下人)을 위해 설법하라. 그 때의 그 과일을 훔치려던 사람은 바로 나이니라.”
또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가섭부처님 때 어떤 두 형제가 출가하여 도를 구하는데, 한 사람은 계를 지키고 경을 외우며 앉아 참선하고, 한 사람은 단월을 널리 구해 온갖 복업을 닦았다. 석가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왔을 때 한 사람은 장자의 집에 태어났고 한 사람은 흰 코끼리가 되어 그 힘은 능히 적을 부수었다. 장자의 아들은 출가하여 도를 배워 6신통의 아라한이 되었지만 박복하기 때문에 걸식하였으나 그것조차 얻기 어려웠다. 어느 날 그는 발우를 들고 성 안에 들어가 두루 다니며 걸식했으나 얻지 못하고 코끼리의 구유에 가서 왕이 갖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코끼리에게 주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코끼리에게 말했다.
‘나와 너는 함께 다 잘못이 있다.’
코끼리는 이 말에 느낀 바 있어 3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므로 코끼리지기가 두려워하면서 이 도인을 찾아가 물었다.
‘당신은 무슨 방술을 부려 이 왕의 흰 코끼리에게 병을 주어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하셨습니까?’
이 도인은 답하였다.
‘그 코끼리는 바로 전생의 내 아우였소. 가섭부처님 때에 우리는 함께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나, 나는 다만 계를 지키고 경을 외우고 좌선만 하면서 보시는 행하지 않았고, 내 아우는 다만 단월을 널리 구해 갖가지 보시만을 행하고 계를 지키고 경을 외우거나 좌선하지 않았소.
그 계를 지키지 않고 경을 외우거나 좌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 코끼리가 된 것이오. 그러나 크게 보시를 행했기 때문에 갖가지 음식이 두루 풍족하며, 나는 다만 도만 수행하고 보시는 닦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도과(道果)는 얻었으나 걸식해도 얻지 못하는 것이오. 이렇게 그 인연이 같지 않기 때문에 지금 부처님 세상을 만났으나 그래도 주리고 목마른 것이오.’”
또 『백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외국에서는 절경일(節慶日)이 되면 모든 여자들은 다 우담발라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장식하였다. 어떤 가난한 사람의 아내가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우담발라꽃을 가지고 와서 내게 주면 나는 그대로 당신의 아내가 되겠지만 만일 그것을 가져오지 못하면 나는 당신을 버리고 가버리겠소.’
그 남편은 이전부터 원앙새 울음소리 흉내를 잘 내었으므로, 곧 왕의 연못에 들어가 원앙새 울음으로 우담발라꽃을 훔치려 했다. 연못지기가 말했다.
‘못에 그 누구냐?’
이 가난한 사람은 그만 실수로 대답했다.
‘나는 원앙새입니다.’
못지기는 이 사람을 붙들고 왕에게로 갔다. 도중에 이 사람은 다시 고운 소리로 원앙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었다. 연못지기는 말했다.
‘아까 그런 소리를 내지 않고 이제사 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간의 우치한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일생 동안 잔악하여 온갖 악을 다 지으면서 마음의 행을 잘 다스리지 않다가 임종 때에야 비로소 나는 이제 선을 닦겠다 하지만, 옥졸(獄卒)에게 끌려 염라왕에게 불려 간 뒤에는 아무리 선을 닦고자 해도 미칠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은 저 우치한 사람이 왕에게 가서 원앙새의 울음소리를 내려는 것과 같으니라.”
또 『백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큰 부자 장자가 있었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사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는 그 곁에서 모시는 사람들이 얼른 발로 그 가래침을 밟아 버리기 때문에, 어떤 우치한 사람은 미처 그것을
밟지 못하고 생각했다.
‘땅에 가래침을 뱉을 때 다른 사람들이 먼저 다 밟아 버린다. 이제는 가래침을 뱉으려 할 때 내가 먼저 밟아 버리리라.’
그 때 마침 그 장자가 막 침을 뱉으려 했다. 이때 이 사람은 곧 발을 들고 그 장자의 입을 밟아 그 입술을 찢고 이를 분질렀다. 장자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내 입을 밟았느냐?’
이 사람은 그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말했다.
‘그 때문에 침을 뱉으려 하실 때 발을 들어 그것을 밟아 당신의 마음을 사려고 한 것입니다.’
무릇 사물에는 그 때가 있는 것이니,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을 때 아무리 억지로 공을 들이더라도 도리어 괴로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은 그 때와 때가 아님을 잘 알아야 하느니라.
게송을 읊는다.
학문을 게을리 하면 3교(敎)에 헛갈리어
물어 보면 하나도 알지 못한다.
꽃받침이 오므라들면 씨를 맺지 못하거니
꽃이 핀들 그 열매 어찌 얻으리.
제가 홀로 잘난 체 마음을 내어
남을 업신여기면 그 끝이 안 좋아
저 깊고 어두운 그 길에 떨어져
그 감옥 빗장이 굳게 걸린다.
한 번 들어가면 백천 년 동안
억만의 고통이 핍박해 오며
고통을 당해서야 무지를 후회하되
거만과 게으름이 원인임을 안다.
지인(至人)은 서원을 잘 취하나니
어리석고 지혜로움 밝혀야 한다.
영웅이 이 법을 업신여길 때
어찌 오늘의 이 후회 알았으리.”
감응연(感應緣)[대략 여덟 가지 증험을 인용한다.]
진(晋)의 저세상(抵世常)이 불법을 받든 증험
장자(莊子)의 증험
열녀전(烈女傳)의 증험
문자의 증험
손경자(孫卿子)의 증험
염철론(鹽鐵論)의 증험
진(晋)의 평공(平公)의 증험
논형(論衡)의 증험
진(晋)의 저세상(抵世常)이 불법을 받든 증험
진(晋)나라 저세상(抵世常)은 진나라 평강(平康)에 큰 부자로 살고 있었다. 그 때 진나라에서는 진나라 사람의 치문(治門)을 금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불법을 받들면서 나라의 법을 겁내지 않고, 이 안에 가만히 절을 짓고 사문들을 공양했는데, 우법란(于法蘭)도 그 중에 있었다. 세상은 누구든 비구가 오면 언제나 꺼리지 않았다.
뒤에 어떤 스님이 왔다. 형상은 추루하고 옷은 남루하며 발은 진흙투성이였다. 세상은 그를 맞이해 예배하고 집의 종을 시켜 그의 발을 씻게 했다. 그 스님이 말했다.
“세상 당신이 씻으시오. 왜 종을 시키시오?”
세상은 말했다.
“죽음과 병도 종으로 대신 시킬 것이다.”
스님은 세상이 끝내 듣지 않으므로 가만히 나무라면서 나왔다.
스님은
8척의 몸을 나타내어 얼굴을 번쩍이면서 허공으로 날아갔다. 세상은 가슴을 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집안의 승니(僧尼)들과 5ㆍ60명의 행인들도 공중에 나는 수십 장(丈)의 몸을 분명히 바라보았으며, 이상한 향기가 1개월 동안 그 집에 남아 있었다.
장자(莊子)의 증험
『장자(莊子)』에서는 말하였다.
“사람으로서 배우지 않으면 그를 나타나 있는 살덩이라 하고, 배우고도 행하지 않으면 그것을 속이 찬 주머니라 한다.”
열녀전(烈女傳)의 증험
『열녀전(列女傳)』에서 말하였다.
“하남(河南 )의 낙양자(樂羊子)는 일찍이 길을 가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금을 집어 가지고 돌아와 그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가 말했다.
‘저는 들으니, 지조 있는 선비는 도둑의 우물물을 마시지 않고 청렴한 사람은 업신여겨 주는 음식을 받지 않는다 하옵거늘, 하물며 남이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이익을 구함으로써 그 행을 더럽히겠습니까?’
양자는 부끄러워 그 금을 들어 버리고, 멀리 스승을 찾아 공부하러 떠났다.”
문자의 증험
문자(文子)는 말하였다.
“상학(上學)은 신(神)으로 듣고 중학(中學)은 마음으로 들으며 하학(下學)은 귀로 듣는다.”
손경자(孫卿子)의 증험
손경자(孫卿子)는 말하였다.
“높은 산에 오르지 않으면 하늘의 높음을 알지 못하고 선왕(先王)의 도의 말씀을 듣지 않으면 학문의 큼을 알지 못한다.
또 군자(君子)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마음에 두어지고 4지(支)에 퍼지며 동정(動靜)에 나타난다. 그러나 소인(小人)의 학문은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간다. 귀와 귀의 사이는 4촌(寸)이라, 그 귀가 어찌 7척의 몸을 아름답게 하겠는가?”
염철론(鹽鐵論)의 증험
『염철론(鹽鐵論)』에서 말하였다.
“안에 그 바탕이 없으면서 겉으로 그 문채를 배우려 하면, 아무리 현철한 스승과 선량한 벗이 있더라도 그것은 기름에 그림을 그리고 얼음에 글자를 새기는 것과 같아서 시간만 허비하고 노력만 소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스승도 서시(西施)는 꾸밀 수 없고 택향(澤香)도 매모(媒母)를 예쁘게 할 수 없느니라.”
진(晋)의 평공(平公)의 증험
『설원(說苑)』에서 말하였다.
“진평공(晋平公)이 사광(師曠)에게 물었다.
‘내 나이 70인데 지금 배우고자 하지만 이미 저문 것이 염려되는구나.’
사광이 말하였다.
‘저물었으면 왜 촛불을 밝히지 않습니까? 신(臣)은
듣건대 소년의 배움은 해 뜰 때의 볕과 같고, 장년의 배움은 한낮의 햇빛과 같으며 노년의 배움은 촛불의 밝음과 같다 했습니다. 촛불이 밝은데 누가 어두움과 함께 가겠습니까?’
진평공이 ‘좋다’고 했다.”
논형(論衡)의 증험
『논형(論衡)』에서 말하였다.
“손에 돈이 없이 시장에 나가 물품을 사려면, 물품 주인은 결코 물품을 주지 않을 것이다. 대개 가슴속에 학문이 없는 것도 마치 손에 돈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499 법원주림(法苑珠林) 56권 (6) | 2024.07.14 |
---|---|
[적어보자] #4498 법원주림(法苑珠林) 55권 (2) | 2024.07.14 |
[적어보자] #4496 법원주림(法苑珠林) 53권 (2) | 2024.07.14 |
[적어보자] #4495 법원주림(法苑珠林) 52권 (2) | 2024.07.13 |
[적어보자] #4494 법원주림(法苑珠林) 51권 (0) | 2024.07.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