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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494 법원주림(法苑珠林) 51권

by Kay/케이 2024.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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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51

 

법원주림 제51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53. 선우편(善友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이치가 마지막 돌아가는 곳은 오직 선과 악이니, 이 두 길을 돌아보면 조목조목 분별하기 쉬운 것이다. 그윽하기로는 죄복(罪福)과 고락(苦樂)이 있고 드러나기로는 현우(賢愚)와 영욕(榮辱)이 있다. 영화를 사랑하고 치욕을 미워하며 즐거움으로 나아가고 괴로움을 등지는 것은 모든 함식(含識)의 공통된 성질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영화를 사랑하면서 현선(賢善)을 사모할 줄 모르고 복을 구하면서 화를 피할 줄 모르는 것은, 마치 논에 피를 심고서 가을에 순수한 벼를 거두려 하며, 절룩거리는 느린 말을 타고서 아주 멀리 날아 오르기를 바라는 것과 같나니, 이 또한 미혹이 아니겠는가? 저 새나 짐승이나 벌레나 뱀 등의 지혜는 그래도 바람을 의지하고 안개를 빌며 빠름에 의탁하고 높음에 붙음으로써 그 일을 이룰 줄 알거늘, 하물며 사람으로서 그 벗에 의탁함이 없이 그 선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의탁하는 바가 선한 벗이면 몸을 보전하고 덕을 이루겠지만, 그 친하는 바가 어리석은 사람이면 몸이 수척해지고 이름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묘한 법칙의 마루는 높은 사범(師範)에서 나오고 갈고 닦는 뜻의 일은 내 벗에 있는 것이다. 또 소의 피를 빠는 등에는 기껏 날아야 1백 보(步)이지만, 그것도 만일 난새[鸞]의 꼬리에 붙으면 한 번 높이 날아 만리를 가나니, 이것이 어찌 그 날개의 묘함이 빠름에 의탁함이 아니겠는가? 또한 범부의 약한 마음과 함께 하면 기껏 나아가야 인간과 천상을 넘지 못하지만, 만일 큰 성인이 위엄에 의지하면
10지(地)까지 높이 오르고 정역(淨域)에 함께 가 날 것이다.

(2) 인증부(引證部)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아난 비구가 말하였다.
‘범행(梵行)을 반만 이루어도 그를 선지식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범행을 원만히 갖추어야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또 말씀하셨다.
‘선지식이란 법대로 말하고 말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법대로 말하고 말대로 실행함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스스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살생하지 않으며 나아가 스스로도 정견(政見)을 실행하고 남을 시켜서도 정견을 실행하게 하는 것이니, 만일 이렇게 할 수 있으면 그를 선지식이라 할 수 있느니라. 또 스스로도 보리를 닦고 남을 시켜서도 보리를 닦아 행하게 하면 이런 뜻으로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또 스스로도 믿음ㆍ 계율ㆍ보시ㆍ많이 들음ㆍ지혜 등을 수행하고 또한 남을 시켜서도 이것들을 수행하게 하면 또 이런 뜻으로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선지식이라 하는 까닭은 선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법이란 이른바 그의 하는 일이 스스로의 즐거움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요 항상 중생들을 위해 즐거움을 구하며, 남의 허물을 보더라도 그의 단점을 나무라지 않으며, 입으로 항상 순수하고 선한 일만 말하나니, 이런 뜻으로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저 하늘의 달이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차츰 불어 가는 것처럼, 선지식도 또한 이와 같이 모든 학인(學人)들로 하여금 점점 악법을 멀리 하고 선법을 늘리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누구나 선지식을 가까이하면 장차 선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 등을 가지게 될 것이요, 아직 원만히 가지지 못한 이는 차츰 그것을 늘리게 될 것이다.’
또 말씀하셨다.
‘선우(善友)는 어떤 사람에게 탐욕ㆍ 분노ㆍ우치ㆍ사각(思覺) 중에서 어느 것이 치우치게 많은 가를 관찰해야 한다. 그리하여 만일 그가 탐욕이 많은 사람이면 그를 위해
부정관법(不淨灌法)을 설명해 주고, 분노가 많은 사람이면 그에게는 자비를 설명하며, 사각이 많은 사람이면 그에게는 수식관(數息觀)을 행하게 하고, 아(我)에 많이 집착하는 사람이면 그에게는 18계(界) 등을 낱낱이 분석해 들려 주라. 그는 이 설명을 듣고는 차례로 수행하되 먼저 4념처(念處)를 얻어 신(身)ㆍ수(受)ㆍ심(心)ㆍ법(法)을 관(觀)할 것이요, 이 관을 얻은 뒤에는 다음으로 또 12인연을 관할 것이며 이 관을 얻은 뒤에는 다시 난법(暖法)을 얻을 것이요, 이 난법을 얻은 뒤에는 차츰 아라한ㆍ벽지불의 과(果)까지 얻을 것이요, 보살의 대승과 불과(佛果) 등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의심이나 막힘이 없어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되 우유에 물을 보태지 않나니, 이것을 참 선지식의 법사의 자리라 한다. 이것을 갖추지 못하면 선지식이 아니니, 물을 보태는 법은 받을 것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불성론(佛性論)』에 경전의 다음 게송을 인용한 것이다.

앎도 없고 좋은 분별[識]도 없는
나쁜 벗은 올바른 행을 해친다.
마치 저 거미가 우유 속에 떨어지면
그 우유가 독약으로 변함과 같다.

그러므로 요체는 참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니, 먼저 자신을 잘 조복(調伏)한 뒤에 남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적게 들은 허물이 없고 행이 타락하는 허물이 없으며 마음이 산란한 허물이 없고 남을 업신여기는 허물이 없으며 착각하는 허물이 없고 탐내서 구하는 허물이 없으며 성내는 허물이 없고 삿된 행의 허물이 없으며 나에 집착하는 허물이 없고 조그만 행의 허물이 없는 등 이런 10법을 갖추면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장엄론(莊嚴論)』에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들음이 많고 4제(諦)의 법을 보고
묘하게 설명하고 또 가엾이 여기며
중도에 타락하지 않는 이가 대장부이니
저 보살은 훌륭한 의지할 곳이다.

또 『불본행경(佛本行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난타 장로와 함께 향을 파는 어떤 상점에 가시어 그 상점 위에 있는 향 갑을 보시고는 난타 장로에게 말씀하셨다.

‘난타야, 그대는 저 상점 위의 향 갑을 집어 보아라.’
난타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그 상점 위의 향 갑을 집어 들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는 누각(漏刻)이 한 번 옮기는 동안에 그 향 갑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땅에 놓아라.’
난타는 부처님 말씀대로 1각(刻) 동안에 그 향 갑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땅에 놓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또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네 손의 냄새를 맡아보아라.’
난타는 곧 부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제 손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네가 네 손의 냄새를 맡을 때 거기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난타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제 손의 향냄새는 미묘하기 무량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이와 같이 만일 누구나 선지식을 친하면 항상 함께 있으면서 그를 따르고 본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친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는 큰 명성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해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만일 누가 손으로 침수향(沈水香)이나
곽향(藿香)이나 또 사향(麝香) 등을 잡으면
잠깐 사이에 잡은 그 향기 스스로 물드나니
선지식을 친함도 또한 이러하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또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만일 사람이 악지식(惡知識)을 친하면
현세에서 좋은 이름 얻지 못하며
반드시 악지식을 친함으로써
오는 세상에도 아비지옥에 떨어지리.

만일 누구나 선지식(善知識)을 친하여
저들이 짓는 그 업행(業行)을 따르면
비록 현재 이익은 얻지 못하더라도
미래에는 반드시 고통 종자 없애리라.

또 『사분율(四分律)』에서 말하였다.
“친우(親友)란, 반드시 7법을 갖추어야 비로소 친우가 될 수 있다. 첫째는 그를 위해 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하고, 둘째는 그를 위해 주기 어려운 것을 능히 주며, 셋째는 참기 어려움을 능히 참고, 넷째는 비밀한 일을 서로 알려주며, 다섯째는 그 허물을 서로 감추어 주고, 여섯째는
고통을 당해도 버리지 않으며, 일곱째는 빈천해도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7법을 능히 행하는 사람은 참으로 친우이니 그를 가까이 해야 하느니라.”
또 『장엄론』에서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을 읊으셨다.

아무 병 없음이 제일의 이익이요
만족함을 아는 것이 제일의 부자이며
착한 법이 제일의 친한 이요
열반이 제일의 즐거움이다.

또 『가라월육향배경(迦羅越六向拜經)』에서 말하였다.
“선지식에는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겉으로는 원수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그 정이 두터우며, 둘째는 사람들 앞에서는 바로 충고하면서 다른 데서는 그의 선(善)을 말하며, 셋째는 병이 있거나 관청의 송사가 있을 때는 그 근심을 풀어 주고, 넷째는 빈천한 사람을 볼 때는 그를 그대로 버리지 않고 항상 그를 부자로 만들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선지식에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관리에게 붙잡히려 할 때 그를 숨겨 두었다가 뒤에 해결해 주고, 둘째는 병으로 쇠약해진 사람이 있으면 그를 데리고 가서 간호해 주며, 셋째는 친구가 죽었을 때는 그를 관(棺)에 염하고 돌보아 주며, 넷째는 친구가 죽고 나면 다시 그 집을 걱정해 주는 것이다.”
또 『생경(生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헤아릴 수 없는 아주 먼 옛날, 다른 나라의 어떤 네 사람이 매우 친하게 지내면서 한 곳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사냥꾼이 사슴을 잡아 가지고 성내로 들어오려는 것을 보고 그들은 의논했다.
≺우리가 저 사냥꾼에게 가서 무슨 계교를 부리던지 누가 사슴고기를 많이 얻어 오는가 보자.≻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갔다. 먼저 첫째 사람이 거칠고 거만스럽게 말했다.
≺어이, 사내야, 그 고기 좀 다오. 나 그것이 먹고 싶구나.≻
둘째 사람이 말했다.
≺형, 그 고기를 이 아우에게 좀 먹여 주십시오.≻
셋째 사람이 말했다.
≺반가운 어진 이여, 그 고기를 좀 주십시오. 나는 그것이 먹고 싶습니다.≻
넷째 사람이 말했다.
≺아아, 아주 친한 벗님,
그 고기를 조금 떼어 주실 수 없습니까? 나는 그것이 못내 먹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모두 주리고 있었다. 사냥꾼은 이들의 말을 다 생각하고 그 말을 따라 각각 게송으로 말하되 먼저 첫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그대 말씨는 매우 거칠다.
그런데 어떻게 고기를 주겠는가.
그 말은 사람을 찌르는 듯 하나니
그러므로 우선 이 뿔을 주리.

둘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이 사람은 착하다 할 수 있어
나를 일컬어 형이라 부르도다.
그 말은 마치 4지(肢)와 같나니
이 앞발을 그대에게 주리라.

다음으로 셋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반갑다며 공손히 달라 하면서
마음속에 자비를 품고 있어서
그 말은 마치 뱃속과 같나니
그러므로 곧 이 내장을 주리.

다음으로 넷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나를 아주 친한 벗님이라 하여
그 몸은 꼭 같은 연분 만났네.
이 말은 참으로 마음에 드나니
그러므로 이 고기를 모두 다 주리.

이렇게 사냥꾼은 저들의 마음의 표현인 말의 거칠고 고움을 따라 각각 사슴 몸뚱이를 나누어주었다. 이때 하늘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 그 남자들의 그 말씨에서
부드러움은 모두 그 몸으로 돌아갔네.
그러므로 부디 거친 말 말라.
손해와 이익 그 몸을 안 떠나네.’

그 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그 거친 말을 쓴 사람은 저 소흔 석자(所欣釋子)요, 그 둘째 사람은 저 발타화리(★陀和梨)이며, 그 셋째 사람은 저 흑우타(黑優陀)요, 그 넷째 사람은 저 아난(阿難)이며, 게송을 외운 그 하늘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 때에 모두 만났는데 지금도 이렇게 모두 모였느니라.’”

또 『불본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한다. 먼 옛날 바라내국에 소불다라(蘇弗多羅)[수(隋)나라 말로 선자(善子)이다.]라는 까마귀왕[烏王]이 바라내성에서 8만 4천 까마귀들과 함께 화합하여 살고 있었다. 그 왕후 소불질리(蘇弗窒利)[수나라 말로 선녀(善女)이다.]는 왕과 교합해 임신했다. 그 때 그 왕후가 갑자기 생각하였다. ≺나도 사람의 왕이 먹는 깨끗하고 향기로운 그 음식을 한번 먹어 보고 싶구나. 그러나 그녀는 그 음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리에 누워 고민하여 몸이 수척해지고 또 떨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선자 까마귀왕은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자리에 누워 몸은 수척해지고 또 떨면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가?≻
그녀가 대답하였다.
≺성자(聖子)님, 저는 지금 임신 중이며 사람의 왕이 먹는 것과 같은 깨끗하고 향기로운 음식을 한번 먹어 보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자왕이 말하였다.
≺이상하오 현자(賢者)여, 지금 내 처지로서 어디 가서 그런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얻어 올 수 있겠소. 사람의 왕궁은 깊숙하여 들어갈 수 없소. 들어갔다가는 반드시 그들 손에 내 목숨을 잃을 것이오.≻
선녀가 말하였다.
≺성자님, 만일 그런 음식을 얻지 못하면 나는 틀림없이 죽고 또 뱃속에 있는 아이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선자왕은 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이상하오, 현자여. 당신은 반드시 죽을 날이 닥친 것 같소. 그러기에 그런 얻기 어려운 것을 생각하는 것이오.≻
선자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슬픔과 우울에 잠겨 있다가 다시 생각했다.
≺내 생각으로는 사람의
왕이 먹는 것 같은 그런 향기롭고 깨끗한 음식은 참으로 얻기 어렵다.≻
그 때 까마귀왕이 거느리는 군중 속에 있던 어떤 까마귀가 선자왕이 우수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선자왕에게 말하였다.
≺이상합니다 성자님, 무엇 때문에 그런 근심스러운 사려(思慮)에 잠겨 계십니까?≻
까마귀왕이 전후의 사정을 다 이야기하자 그 까마귀는 선자왕에게 말하였다.
≺성자님, 염려 마십시오. 나는 대왕을 위해, 저 얻기 어려운 사람의 왕이 먹는 것 같은 그런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구해 오겠습니다.≻
이때 까마귀왕은 그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장하다, 좋은 벗이여, 네가 능히 나를 위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그 은혜를 갚으리라.≻
그래서 그 까마귀는 까마귀왕이 있는 곳에서 허공으로 날아 올라 범덕왕의 궁전으로 갔다. 부엌에서 멀지 않은 한 나무 위에 앉아 범덕왕의 찬장 안을 바라보았다. 그 왕의 음식을 요리하는 여자가 왕의 음식을 모두 준비한 뒤에, 때가 가까워 오자 은으로만 만든 그릇에 그 음식을 다 담고 왕에게 바치려고 들고 갔다. 그 때 까마귀는 나무에서 날아 내려 여자의 머리 위에 앉아 그녀의 코를 쪼았다. 그녀는 갑자기 코를 쪼여 그만 음식 그릇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 때 까마귀는 얼른 그 음식을 가지고 와서 까마귀왕에게 바쳤고, 까마귀왕은 다시 그것을 부인에게 주었다. 그녀는 곧 그 음식을 한껏 먹고 몸이 안온하여 아이를 낳았다. 그 뒤로 까마귀는 날마다 거기 가서 음식을 빼앗아 와서 까마귀왕에게 바쳤다. 그래서 범덕왕은 이런 일을 자꾸 당하자 혼자 생각했다.
≺참으로 기이하고 괴상하다. 왜 저 까마귀는 자꾸 와서 내 음식을 더럽히고, 그 부리와
발톱으로 우리 여자를 해치는가?≻
왕은 그 일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곧 그물 사냥꾼을 불러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저 까마귀를 산 채로 잡아오너라.≻
사냥꾼이 말하였다.
≺분부대로 하옵고 감히 명령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사냥꾼들은 곧 가서 그물로 그 까마귀를 잡아 와서 범덕왕에게 바쳤다. 범덕왕은 그 새를 보고 물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자꾸 와서 내 음식을 더럽히고 부리로 내 여자를 쪼느냐?≻
그러자 까마귀는 범덕왕에게 말하였다.
≺예, 대왕이시여, 제 말을 들으십시오. 그렇게 한 일은 대왕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왕은 기뻐하며 생각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어떻게 이 새는 사람 말을 잘하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반드시 나를 기쁘게 하려고 그 이유를 다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하여 까마귀는 범덕왕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이여, 아시오, 이 바라내성에
어떤 까마귀의 왕이 살고 있었네.
8만 4천 까마귀가 늘 호위하고
모두 다 그 왕의 처분대로 하였네.

까마귀왕의 부인이 바라는 것 있어
나는 까마귀왕에게 그 사연을 물었네.
그녀가 바라는 것 좋은 음식으로서
그것은 대왕의 음식 같은 것이네.

그래서 나는 자꾸 여기까지 와
대왕의 맛난 음식 약탈하였네.
그러다가 대왕께 잡혔나니
이것은 다 저 까마귀왕을 위함이었네.

원하옵나니 거룩하신 대왕이시여,
자비로 가엾이 여겨 나를 놓아주시오.
나는 저 까마귀왕의 아내 때문에
자주 와서 대왕 음식 약탈하였네.

나는 생각하나니 지금껏 일생 동안
아직 한 번도 이런 일 한 적 없네.

대왕의 분부를 지금 받자왔거니
이 뒤로는 감히 다시 이런 일 안 하리다.

범덕왕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면서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그것은 참으로 희귀한 일이다. 사람도 너와 같이 그 주인을 위해 그런 애중(愛重)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범덕왕은 다음 게송을 외웠다.

만약 이와 같은 대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응당 중한 녹(祿)을 주어야 하리.
모름지기 이와 같은 용맹스런 까마귀처럼
그 주인을 위해 음식을 구하되 신명 아끼지 말라.

왕은 이 게송을 외우고 이어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착하다. 너 까마귀야, 너는 지금부터 이 뒤로는 언제든지 여기 와서 향기롭고 맛난 내 음식을 가지고 가거라. 만일 누가 너를 제지하면서 음식을 주지 않거든 곧 내게 와서 말하여라. 나는 내 몫을 나누어 너에게 줄 것이니, 그것을 가지고 가거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라. 그 때의 그 까마귀의 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 그 주인을 위해 음식을 훔친 까마귀는 바로 저 우타이(우타이) 비구이며 그 때의 그 범덕왕은 지금의 내 부왕 수두단왕이시다. 그 때 저 우타이 비구는 저 왕을 기쁘게 하고 나를 위해 음식을 가지고 왔더니, 지금도 그러하여 정반왕(수두단왕)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또 나를 위해 음식을 가져 왔느니라.
게송을 읊는다.

목욕의 덕으로 몸이 깨끗하고
단련의 힘으로 마음이 단단하다.
얼음은 봄에 풀리고
난초는 가을에 시든다.

슬기로운 사람은 밝음 이루고
어리석은 사람은 결박 늘린다.
나를 데리고 보배 연못에 올라가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원한다.’”


54.악우편(惡友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생각하면 곧 성인이 교화를 드리워 중생들의 마음을 포섭할 때, 선과 악의 2문(門)으로
그 종극(宗極)을 삼으신다. 선한 무리는 위로 올라가고 악의 저울은 밑으로 처진다. 이것은 실로 업혹(業或)이 아직 다 없어지지 않아 3계(界)에 갇히어 있고 정진(情塵)이 가라앉지 못해 5소(燒)에 가리워 있으며, 8도(倒)의 침륜(沈淪)에 막히어 있고 4생(生)의 밧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특한 스승을 따르고 나쁜 벗을 친하면, 번뇌의 미혹을 거두지 못해 떳떳한 행을 어지럽게 함으로써, 마음의 말은 달리기 쉽고 감정의 원숭이는 제어하기 어려워 어쩌다 복을 닦고 선을 생각하지만, 드문 일이라 스스로 들림이 없으며 죄와 허물만 지어 그것은 날로 늘어만 간다. 이로 말미암아 윤회하는 생사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큰 성인께서 가엾이 여기시는 것이니 어찌 마음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2) 인증부(引證部)
『시가라월육향배경(尸迦羅越六向拜經)』에서 말하였다.
“악지식(惡知識)에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속으로는 원망하는 마음이 있으면서 겉으로는 억지로 친한 벗이 되며, 둘째는 남 앞에서는 좋게 말하면서 뒤로는 남에게 나쁘게 말하며, 셋째는 급한 일이 있을 때 남 앞에서는 걱정하고 괴로워하나 등뒤로는 기뻐하며, 넷째는 겉으로는 아주 친한 체하면서 속으로는 미워하고 모함하는 것이다.
악지식에 또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조금만 제 뜻을 거슬려도 곧 와락 성을 내고, 둘째는 무슨 심부름을 시켜도 들으려 하지 않으며, 셋째는 남의 급한 일을 볼 때는 곧 그것을 피해 달아나고, 넷째는 남이 죽었을 때에도 그것을 버려 두고 보살피지 않는 것이다.”
또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보살마하살은 악상(惡象)과 악지식을 꼭 같이 본다. 왜냐 하면 그것들은 모두 몸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살마하살은 악상 등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지만, 악지식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마음을 낸다. 왜냐 하면 저 악상 등은 오직 내 몸만을 파괴할 뿐이요, 마음은 파괴할 수 없지만 악지식은 몸과 마음을 다 파괴하기 때문이다. 저 악상들은 한 몸만을 파괴하지만 악지식은 무량한 선(善)한 몸과 선한 마음을 파괴한다. 저
악상 등은 더러운 냄새나는 몸만을 파괴하지만 악지식은 깨끗한 몸과 깨끗한 마음을 다 파괴한다. 저 악상 등은 육신을 파괴하지만 악지식은 법신을 파괴한다. 악상에게 죽으면 3악도(惡道)에는 가지 않으나 악지식에게 죽으면 반드시 3악도에 간다. 악상은 다만 몸만의 원수가 되지만 악지식은 선법의 원수가 된다. 그러므로 보살은 항상 악지식을 멀리 해야 하느니라.”
또 『증일아함경』에서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부디 악지식을 가까이하지 말고
우치한 일을 따르지도 말라.
그리고 선지식을 가까이 하라.
그는 사람 중의 제일이니라.

저 악지식을 가까이하는 만큼
더 나쁜 일은 세상에 없다.
뒤에는 반드시 악의 뿌리를 심어
영원히 어둠 속을 헤매리.

또 『중아함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의 원수 되는 법이 있어서 원수를 만들게 되느니라. 첫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얼굴이 좋지 않게 하려는 것이니, 비록 그가 목욕하고 좋은 향을 몸에 발랐더라도, 그 얼굴이 좋기 때문에 분노가 마음을 덮어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가 그 침대와 베개를 비단으로 덮었기 때문에 질투와 고민을 버리지 못하고 분노가 마음을 덮어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이익을 얻어야 할 때인데도 이익을 얻지 못하고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될 때인데도 이익을 얻으면 이 두 법은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분노가 마음을 덮어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넷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좋은 벗을 두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만일 친한 벗이 그를 버리고 딴 데로 가버리면 분노가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를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좋은 명예를 가지지 못하게 하려고 그의 악한 이름과 추한 소문을
4방에 퍼뜨리면, 그 분노가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여섯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큰 부자가 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그 부자가 혹 재물을 잃으면 그의 분노가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일곱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목숨을 마친 뒤에 좋은 곳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가 3업의 악행을 지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 지옥에 나서 원수를 만드는 것이다.’”
또 『불본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한다. 먼 옛날에 저 설산(雪山) 밑에, 머리는 둘인데 몸이 하나인 새가 살고 있었다. 한 머리의 이름은 가루다(迦樓茶)요 또 한 머리의 이름은 우파가루다(憂波迦樓茶)였다. 그런데 이 새는 한 머리가 자면 한 머리는 깨어 있었다. 어느 때 우파가 자고 있는데, 깨어 있는 가루다 곁 가까이에 마두가(摩頭迦)라는 과일나무 꽃이 떨어져 바람에 날려 가루다에게로 왔다. 그 때 가루다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꽃을 혼자 먹더라도 뱃속에 들어가면 두 머리는 다 같이 고운 빛과 힘을 얻고 기갈을 면할 것이다.≻
그래서 깨어난 가루다는 자는 우파를 깨우지 않고 또 알리지도 않고 혼자서 다 먹어 버렸다. 잠들었던 우파가 깨어났을 때 배가 불러 트림이 나왔다. 그래서 가루다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그런 향기롭고 만난 음식을 얻어먹고 내 몸을 편하고 배부르게 하며 내 음성을 아름답게 하는가?≻
가루다가 답하였다.
≺네가 잘 때 내 머리 가까이에 있는 마두가라는 과일나무에서 마침 그 꽃이
내 머리맡에 떨어졌다. 나는 나 혼자 이 꽃을 먹더라도 뱃속에 들어가면 다 같이 고운 빛과 힘을 얻고 모두 기갈을 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때 너를 깨우지 않고 또 알리지도 않고 혼자 먹었던 것이다.≻
우파는 이 말을 듣고는 화가 나고 원통한 마음이 생겨서 가만히 생각했다.
≺저는 그것을 먹으면서 내게 알리지도 않고 나를 불러 깨우지도 않고 혼자 먹었다. 만일 그렇다면 나도 지금부터 내가 얻는 음식을 먹을 때는 알리지도 않고 깨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두 머리는 어느 때 길을 가다가 한 송이 독화(毒華)를 보고 우파는 곧 생각했다.
≺내가 이 꽃을 먹으면 두 머리가 동시에 다 죽게 되리라.≻
그리하여 가루다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자거라. 나는 깨어 있으리라.≻
가루다는 이 말을 듣고 곧 잠이 들고, 우파는 그 독화를 먹었다. 가루다는 깨어나 트림을 하다가 곧 독기를 깨닫고 우파에게 말했다.
≺너는 아까 깨어 있으면서 어떤 나쁜 것을 먹었기에 내 몸이 편치 못해 곧 죽을 것 같으며, 또 내 말을 껄끄럽게 하여 소리를 내어도 자꾸 막히는가?≻
우파가 말하였다.
≺네가 잘 때 나는 독화를 먹으면서 두 머리가 다 죽기를 원했었다.≻
이리하여 가루다는 우파에게 말하였다.
≺너의 하는 일은 어찌 그리 급하냐, 왜 이런 나쁜 일을 저질렀느냐?≻
그리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했다.

전날 네가 자고 있을 때
나는 맛나고 아름다운 꽃을 먹었다.

그 꽃은 바람에 불려 내게 왔는데
너는 도리어 이에 대해 크게 화를 내었다.

무릇 어리석은 사람은 보지 말기를 원하고
또한 그와 터놓고 함께 있기를 원하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아무 이익이 없어
스스로도 손해보고 남도 손해 보게 한다.’

부처님께서 이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의심하는가? 그 때 그 아름다운 꽃을 먹는 가루다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그는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또 그 때 그 독화를 먹은 우파가루다는 바로 저 제바달다이니라. 나는 그 때 그를 위해 이로운 일을 해 주었는데 그는 도리어 성을 내더니, 지금도 또한 나는 저를 이롭게 하는데 저는 도리어 나를 원수로 삼는 것이다.’”
또 『불본행경』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난타와 함께 가비라바소도성(迦毘羅婆蘇都城)으로 들어가 어떤 생선가게에 이르렀다. 세존께서는 그 가게 안에서 띠풀 위에 쌓아 놓은 수백 마리의 비린 생선을 보시고 난타 장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생선이 얹혀 있는 띠풀 한줌을 뽑아 집어라.’
난타가 말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그 비린내나는 띠풀 한 줌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장로 난타야, 얼마 동안 쥐고 있다가 그것을 도로 땅에 놓아라.’
난타가 말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그 풀을 한참 동안 잡고 있다가 도로 땅에 놓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다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손을 맡아보아라.’
난타는 곧 제 손을 맡아보자,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네 손에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난타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오직 더러운 비린내뿐입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난타 장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와 같이 사람이 악지식을 가까이해 그 벗이 되어 서로 왕래하고 함께 있거나 비록 얼마 아닌 동안이라도 서로 따르면, 뒤에는 악업에 물들기 때문에 그 나쁜 소문이 멀리까지 퍼지게 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 일로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저 생선 밑에 깔려 있는
한 움큼 띠풀을 손으로 잡으면
그 손에 생선 냄새가 나는 것처럼
악지식을 가까이하는 그것도 그와 같다.

게송을 읊는다.

늠름하여라 왕사성(王舍城)이여,
울창하여라 영죽원(靈竹園)이여,
거기 신령스런 교화가 있어
현묘한 이치로 이끌어 들인다.

착한 사람은 복 주기 생각하고
악한 친구는 원수 맺기 즐긴다.
선과 악은 오르고 잠김이 다르고
향풀과 누린내풀[薰蕕]은 그 길을 달리 한다.”

55.택교편(擇交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들으니, 경전에서 말하였다.
“선지식은 잠깐도 떨어져서는 안 되고 악지식은 잠깐이라도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만 범부의 마음은 흰 비단과 같아, 반연을 따라 변하고 빛깔을 받아 달라지는 것이다. 경계가 와서 마음을 물들이면 마음은 그 경계에 응하며 마음과 경계가 서로 어울리면 선악의 업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3보의 도움은 사물에 있음을 귀하다 하는 것이다. 그 덕은 이미 넓었고 그 공도 또한 크나니, 부디 악지식을 버리고 선지식을 가까이 하라. 자신이 바로 가서 이루지 못하면 또한 유현(幽顯)을 마음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다.”

(2) 인증부(引證部)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운산(雲山)의 기슭이요 곡산(曲山)의 막힌 가운데 볕바른 곳이 있었다. 거기 온갖 새들이 모여 의논했다.
≺우리 오늘 한 마리 새를 추천해 그를 왕으로 삼아 모두가 그를 두려워해 감히 나쁜 짓을 못하게 하자.≻
그리고 또 ≺누가 왕의 자격이 있을까?≻ 하고 의논할 때 어떤 새가 말했다.
≺고니를 추대하자.≻
그러자 어떤 새가 말했다.
≺그것은 안 된다. 왜냐 하면 다리가 길고 또 목이 길어 혹 누가 죄를 범했을 때는 우리 골수를 마구 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그렇다고 했다. 또 한 마리가 말했다.
≺거위를 추대하자. 그는 빛깔이 아주 희므로 모든 새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러자 다른 새들이 말했다.
≺그것도 안 된다. 얼굴은 하얗지만 목이 길고 굽어 곧지 못한데 어떻게 남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그 때문에 안 된다.≻
또 여럿이 말했다.
≺공작이 좋다. 털옷을 아름답게 꾸며 입어 모두가 보기를 좋아한다. 왕이 될 만하다.≻
또 여럿이 말했다.
≺그것도 안 된다. 왜냐 하면 털옷은 좋다 하더라도 부끄러움을 몰라 춤출 때마다 늘 그 추한 꼴을 드러내 보인다. 그러므로 안 된다.≻
또 어떤 새가 말했다.
≺올빼미가 왕이 될 만하다. 왜냐 하면 낮이면 편히 쉬고 밤이면 부지런히 망을 보아 우리를 보호할 것이니, 넉넉히 왕이 될 수 있다.’≻
그러자 모두 그렇다고 했다. 어떤 앵무새 한 마리가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많은 지혜가 있어 이렇게 생각했다.
≺무릇 새들의 법이란, 밤에는 편히 자고 낮에는 먹이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올빼미의 법은 밤에는 자지 않고 낮에는 많이 잔다. 그렇다면 여러 새들이 그 곁에서 그를 호위하느라고 밤낮으로 서로 잠을 경계하면서 자지 못할 것이니, 그것은 큰 고통이다. 내가 지금 저 앞에서 이런 바른 말을 하면 저는 화를 내어 내 깃과 털을 뽑을 것이요, 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면 여러 새들이 오랫동안 고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내 털이 뽑힐지언정 바른 도리를 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앵무새는 곧 여러 새들 앞에 나가 날개를 들어
공경을 표하고 그들에게 앞의 의견을 다 설명했다. 그 때 여러 새들은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혜로워 이치를 널리 아는 것
그것은 꼭 나이 많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 나이는 비록 아직 젊었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때맞추어 말했네.

앵무새는 이 여럿의 말을 듣고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여러분, 만일 내 뜻을 따르려면
저 올빼미를 왕으로 할 것 아니네.
저는 기뻐할 때도 그 얼굴 보면
언제나 여러 새들 다 두려워하네.
그렇거늘 하물며 성낼 때에야
그 얼굴을 누가 차마 볼 수 있으리.

그 때 여러 새들은 다 이 말이 옳다 하고 모두 모여 의논하되 ≺이 앵무새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우리의 왕으로 삼을 만하다≻ 하고, 모두 그 앞에 나가 절하고 그를 왕으로 삼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올빼미는 지금의 저 천타(闡陀) 비구요, 그 앵무새는 바로 저 아난이니라.’”
또 『승기율』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닭 떼들이 어느 숲 속에 살고 있을 때, 삵이 와서 수탉은 다 잡아 먹고 암탉만 남았다. 뒤에 까마귀가 와서 그 암탉을 덮쳐 거기서 새끼가 났다. 새끼가 소리를 칠 때 까마귀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새끼는 내 소유가 아니다.
들판 아비와 마을 어미가
둘이 합해 한 새끼 낳으니
까마귀도 아니요 닭도 아니다.

아비의 소리를 배우려 하면
닭의 어미가 낳은 것이요
어미 울음을 배우려 하면
그 아비가 까마귀이다.

까마귀를 배우다 닭 울음 같고
닭을 배우다가 까마귀 소리를 낸다.
까마귀와 닭 둘을 한몫에 배우려면
이 둘을 모두 다 이루지 못하리.’”

또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어떻게 보시(布施)가 시(施)바라밀을 냅니까?’

‘보살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즉 중생들은 보시할 줄을 모르므로 후세에 빈궁하며, 빈궁하기 때문에 훔칠 마음이 생기고 강도질, 절도질 때문에 살생이 있다. 또 빈궁하기 때문에 색(色)이 부족하고 색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행(邪行)을 행한다. 또 빈궁하기 때문에 남의 천대를 받고 천대를 받으면서 남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이렇게 빈궁은 10종의 불선(不善)을 행하지만, 만일 보시를 행하면 재물이 있으므로 비법(非法)을 저지르지 않는다. 왜냐 하면 5욕(欲)을 충족시켜 부족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저 제바달다와 같다. 그는 전생에 한 마리 뱀으로서 두꺼비 한 마리와 거북 한 마리와 함께 어떤 못에서 친구로 살고 있었다. 그 뒤에 못의 물이 다 말라서 주림과 목마름이 대단했으나 어디 호소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뱀은 거북을 보내 두꺼비를 오라고 불렀다. 두꺼비는 다음 게송으로 거북에게 말했다.

만일 빈궁하게 되면 그 본심을 잊어버리고
본래의 도리도 생각하지 않고 먹기만을 앞세운다.
너는 이 내 말을 그대로 뱀에게 가서 말하라
두꺼비는 마침내 너의 곁으로 가지 않는다고.

만일 보시를 행하여 후생에 복이 많아 아무 모자람이 없으면, 그는 계율을 잘 지켜 이런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보시가 능히 시바라밀을 낸다≻는 것이다. 만일 보시를 잘 행함으로써 인색한 마음을 부수면, 그 다음에는 지계ㆍ인욕 등은 쉽게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문수사리와 같다. 즉 그는 오랜 옛날, 일찍이 비구가 되어 성내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백미(百味)의 환희환(觀喜丸)을 한 발우 가득 얻었다. 성내에서부터 어떤 아이가 뒤를 따라오면서 자꾸 구걸했다. 그러나 사리불은 당장은 주지 않고 절에 이르러서야 환희환 두 알을 들고 협박 비슷하게 아이에게 말했다.
≺만일 네가 이 중에서 한 알은 네가 먹고 한 알은 다른 스님에게 보시한다면, 나는 이것을 네게 주리라.≻
아이는 그러리라 하고 곧 한 알을 스님에게 보시했다. 그래서 사리불은
그 아이에게 계를 주고 아이는 발심하여 부처가 되었으니, 이와 같이 보시는 능히 계를 받고 발심하여 부처가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니라.
게송을 읊는다.

선과 악은 스스로 서로 어긋나고
밝음과 어둠은 함께 있지 못한다.
성인은 헤매는 이를 가엾이 여겨
그 기회를 보아 생사에 들어간다.

덕을 사모하면 분주함 물리치고
마음을 징계하면 진리를 보며
벗을 가려 사귀면 악이 없어져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나리라.’”

감응연(感應緣)[대략 세 가지 증험을 인용한다.]

위(魏)의 사문 석초달(釋超達)
위(魏)의 사문 석승랑(釋僧朗)
제(齊)의 사문 석도풍(釋道豊)

위(魏)의 사문 석초달(釋超達)
위(魏)나라 영양(榮養)의 석초달(釋超達)은 그 씨족(氏族)은 모르며, 원위(元魏) 때에 행업(行業)하는 스님이었다. 그는 지식이 많고 주술(呪術)을 잘했다. 임금이 도참(圖讖) 금하기를 더욱 급박히 했으므로 초달이 있는 곳을 4방으로 찾았다. 어떤 사람이 초달을 속여 그는 붙들려 영양 감옥에 갇혔는데 위(魏)의 박릉공(博陵公)이 고문을 매우 가혹하게 하였으므로 초달은 사실대로 자백했다. 공은 드디어 크게 화를 내어 수레바퀴에 그 목을 매어 두고 엄하게 지키었다. 초달은 다시 살아날 길이 없음을 알고 오로지 관음보살만을 생각했다. 밤 4경(更)이 되자 갑자기 수레바퀴가 보이지 않고 간수만이 매우 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는 가만히 밖으로 나와 멀리 피해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저려 멀리 갈 수 없었다. 새벽이 되어 오랑캐의 기병(騎兵)들이 4방에서 쫓아오므로 초달은 급해 풀 속에 숨어 누워 있었다. 기병들은 풀을 모두 밟고 뒤져 서로 마주 보게 되었다. 그러나 기병들이 모두 가죽으로 눈을 싸맨 것을 보자, 초달은 죽기로 맹세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관음보살만을 생각하며 불렀다. 밤이 깊어 기병들은 다 흩어지고 초달은 거기서 벗어나게 되었다.
또 승명(僧明) 도인은 북대(北臺) 석굴사(石窟寺)의 주지로 있었다.
위왕 천하에서는 늘 사문이 적이라 하여 관청에서 수백 명의 승려들을 가두고 또 5계(繫)로 묶었다. 그 중에서 이 승명을 괴수라 하여 밧줄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더욱 되게 묶고 베어 죽이기로 결정했다. 승명은 크게 두려워하여 일심으로 관세음보살만 생각했다. 밤중이 되자 묶은 밧줄이 조금 헐렁해졌다. 승명은 속으로 기뻐하여 정성이 더욱 간절했다. 새벽이 되어 밧줄은 다 끊어지고 그는 거기서 벗어나 산으로 달아났다.
이튿날 아침에 간수는 왔으나 승명은 보이지 않고 끊긴 밧줄만이 땅에 있는 것을 보고는, 이것은 신(神)의 힘이요 사람의 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리하여 곧 임금께 아뢰어 임금은 승명을 믿게 되고, 오래지 않아 모두를 석방했다.

위(魏)의 사문 석승랑(釋僧朗)
위(魏)나라 석승랑(釋僧朗)은 양주(凉州)사람이다. 위나라의 오랑캐들이 양주(凉州)를 칠 때, 성 안 백성들이 승려들을 협박하여 모두 성으로 올라가게 했다. 그리하여 그 성이 함락되어 성에 오른 승려 3천여 명이 모두 잡혔다. 왕의 군사는 위주(魏州)에게로 그들을 데리고 가서 말했다.
“도인이라면 마땅히 참선하고 도를 행해야 할 것이거늘 이에 도적이 되어 성에 올라간단 말이냐? 죄는 사형이 마지막이니 내일에는 죽이리라.”
이튿날 그 때가 되자 수십 척의 붉은 기운이 해를 꿰고 바로 지나갔다. 천사(天師) 구겸지(究謙之)는 임금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는 임금에게 아뢰었다.
“하늘에서 이상한 조짐을 내리는 것은 바로 저 도인을 위한 것이옵니다. 그가 성에 오른 것은 실은 본심이 아니옵고 관청에서 억눌러 오르게 한 것이오니, 죽이지 마시기를 원하나이다.”
임금은 승려들을 놓아주었으나, 그래도 혹은 귀양을 보내고 혹은 부역을 시켰다. 오직 승랑 등 몇 스님들만 장하(帳下)에 따로 두었다가 임금이 데리고 동으로 돌아갔다.
위나라 군사가 동으로 돌아가자 승랑과 그 동학(同學)들은 고향을 생각하고 도중에서 반역했으나 수비가 너무 엄해 달아날 곳이 없었다. 동서는 절벽으로 그 심천(深淺)을 헤아릴 수 없는데 절벽 위의 큰 나무가 벼랑에 드리워 있었다. 이에 북과 깃대와 장대와 밧줄을 나무에 매어 밑으로 드리워 두었다. 밤은 깜깜하고 벼랑 밑은 가시밭이라 발 둘 곳이 없었고, 벼랑 위로 올라가고자 하나 군인들에게 발각될까 두려웠다.
될 대로 되라 하고 황급히 줄을 붙들고 매달렸으나 오래 지탱할 수 없어 서로 의논하였다.
“지금 갑자기 이런 곤욕을 당했으니, 오직 관세음보살만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는 돌로 머리를 치면서 일심을 오로지 쏟았다. 조금 있다가 어떤 광명이 해뜨는 곳에서 나와 천지를 두루 비추어, 그들은 가시밭 가운데 내릴 만한 곳을 발견했다. 그래서 빛으로 인해 땅에 내리자, 갑자가 주위가 다시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그들은 비로소 그 광명은 성인의 힘이요 해가 떠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서로 그 감응을 축하하면서 마음이 조금 놓여 이내 잠이 들었다.
한참 뒤에 날이 밝아 비로소 군인들이 출발하는 고둥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첩첩한 산중이라 아무리 돌아다녀도 나갈 길이 없었다.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가 길을 가는데 큰 호랑이가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서로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오랑캐의 난리는 면했으나 호랑이 아가리는 벗어나기 어렵구나.”
승랑은 그에게 말했다.
“스님 말과 같지 않소. 우리는 바로 감응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광명이 나타났던 것이오. 지금 만난 이 호랑이도 어찌 성인이 우리에게 길을 보여 주시려는 것이 아니라 하겠소.”
그래서 그들이 호랑이에게로 다가가자 호랑이는 앞장을 서서 걸었는데 승랑이 조금 더디면 호랑이도 잠깐 멈추었다. 새벽이 되어 산중을 벗어나자 호랑이는 간 곳이 없어졌다. 그들은 길을 따라 7일 동안 걸어 구지(仇池)에 이르렀고, 또 양한(凉漢)에 도착하여 형주(荊州)로 나아갔다. 그는 어디서 죽었는지 모른다.

제(齊)의 사문 석도풍(釋道豊)
제(齊)나라 상주(相州) 고산(鼓山)의 석도풍(釋道豊)은 그 씨족(氏族)은 자세하지 않으나 세상에서는 도를 얻은 사람이라 했다. 그는 그 제자 세 사람과 함께 상주의 고산에 살면서 이양(利養)을 구하지 않았다. 혹은 그는 연단(鍊丹)ㆍ황백(黃白)ㆍ의술(醫術)ㆍ점상(占相) 등 세상의 예술(藝術)치고 모르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제나라 고제(高帝)는 병업(幷鄴)을 왕래할 때, 그곳을 지나다가 그에게 들러 무엇이나 물으면 그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대답하되 일을 따라 곧 대답했다. 고제는 일찍이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술과 포를 준비하여 도풍 앞에 차려 놓고, 그것을 먹으라고 했더니, 도풍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마음대로 한껏 먹었다. 고제는 크게 웃고 그와는 말도 하지 않았다.
임금이 돌아간 뒤에 도풍은 그 제자들에게 말했다.
“그
상을 다 치워라.”
제자들이 상을 치우려 하자, 아까 본 그 술과 포 등이 그대로 가만히 있어, 먹은 표가 전연 없었다.
그 때 석굴사(石窟寺)에 참선하는 어떤 스님이 있었다. 이 선승은 늘 해가 진 뒤에 동쪽 산꼭대기를 바라보면 거기 1장(丈) 8척의 금상(金像)이 나타났다. 이 선승은 가만히 기뻐하면서 신령스런 조짐을 보았다 생각하고 날마다 예배했다. 이렇게 두 달쯤 지낸 뒤에 그는 방에 누워 있다가 베개 머리에서 무슨 소리가 있어 가만히 들어보았다. 그 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천하에 또 어디에 부처가 따로 있는가? 네가 지금 도를 이루면 네가 바로 부처인 것이다. 너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부디 네 자신을 함부로 업신여기지 말라.”
이 스님은 이 말을 듣고 곧 일어나 우쭐하여, 곁의 여러 스님들을 마치 초개(草芥)처럼 보았다. 그리고 손으로 제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님들은 과연 이 참 부처를 알아보는가? 진흙으로 만든 부처나 그림으로 그린 부처는 그 말이 입술에까지 나오지 못한다. 그 지혜가 나와 어떤가? 스님들은 이 참 부처를 보고도 경례할 줄 모르고 전처럼 그대로 나를 보는구나. 스님들은 모두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또 눈알은 붉어져 있고 무상(無常)을 자꾸 부르짖었다. 온 절에서는 모두 그가 경선(驚禪)인 줄을 알고, 그 증세가 발작하기 전에 도풍에게로 데리고 갔다. 도풍은 그를 보고 물었다.
“너는 몇 달 전부터 동산 위에 나타나는 금상(金像)을 보았는가?”
그는 대답했다.
“참으로 보았습니다.”
도풍은 또 물었다.
“너는 베개 머리에서 ‘부처 된다’는 말을 들었는가?”
“참으로 들었습니다.”
도풍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것은 풍(風)이 동(動)해 정신을 잃은 것이다. 만일 일찍이 고치지 않으면 혹 미쳐 달리는 것을 걷잡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곧 쇠침으로 세 군데에 침을 놓았다. 그 뒤로 그의 발작은 다시 일지 않았다. 도풍은 임종 때에 그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이 산에 있을 때 너희들에게는 깊은 골짜기의 물을 길어 오는 노고가 많았다. 나는 지금 떠나는 마당에 남길 것이 아무 것도 없구나. 다만 샘물 하나를 줄 것이니 이제부터는 물을 길어오느라고 오르내리는 수고가 없을 것이다. 부디 힘써 도업을 부지런히 닦으라.”
그리고 나서 곧 부엌 곁의 네모진 돌을 가리켰다. 그러자 곧 그곳에 폭포가 생겨 맑은 물은 넘지도 않고 줄지도 않았다. 그 폭포는 지금도 있다.[이상 세 가지 증험은 『양고승전(粱高僧傳)』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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