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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변정론(辯正論) 1권
변정론서(辯正論序)
진자량(陳子良) 지음
대개 들었다. 선니(宣尼)1)가 꿈에 들자 10익(翼)의 이치가 더욱 밝아졌고 백양(伯陽)2)이 함곡관을 나가자 두 편의 뜻이 나타나서, 혹은 깊은 이치[深]를 계사와 상[繫象]에서 낚아 올리고 혹은 심오한 진리[賾]를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곳[希夷]에서 찾았도다. 이름과 말로 펴지도 못하고 음과 양으로 헤아리지도 못하여 하늘과 땅을 두루 다스리고 귀(鬼)와 신(神)을 포괄할 수는 있지만 도는 대천세계(大千世界)에 흡족함이 없고 말은 역내(域內)를 초월하지 못하였다. 하물며 법신(法身)이 원만하고 고요하여 미묘함이 유(有)와 무(無)를 벗어나고, 지극한 이치가 응현(凝玄)하여 자취가 진(眞)과 속(俗)을 없앴으며, 체가 3상(相)을 끊었고 누(累)가 일곱 생[七生]을 다함이리오.
무심(無心)이 곧 심(心)이요, 비색(非色)이 곧 색이다. 무심이 곧 심(心)이기에 이러한 마음을 마음으로 하였고, 비색이 색이기에 이러한 색을 색으로 한다. 등(藤)과 사(蛇)가 이에 아울러 공(空)3)하고 형(形)과 명(名)이 그 때문에 함께 고요하여서 통발과 올가미의 밖이니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서백(西伯)4)은 유리 감옥에 갇혔어도 정미(精微)함을 나타내었고, 자장(子長)5)은 궁형을 당했어도 마침내 먼저의 뜻을 이루었기 때문에 역(易)에서 “옛적에 역을 지은 자는 아마도 근심이 있었을 것이다” 하였으니, 『변정론(辯正論)』이 일어남이 참으로 까닭이 있다 하겠다.
법사의 세속 성은 진씨(陳氏)니 한나라 태구장(太丘長)인 중궁(仲弓)6)의 후손이다. 먼 조상대에 벼슬로 인해 강좌(江左)에 옮겨 살았고, 근자에는 떠돌다가 또 양주(襄州)에 살았으며, 수나라 때에는 관중(關中) 땅에 들어가서 스승을 좇아 업을 청하였으니, 옥이 형산(荊山)에서 나옴에 희고 맑은 성품이 더욱 드러나고 계수나무가 그윽한 숲에 옮김에 꽃답고 향기로운 바람이 더 멀리 가는 것과 같다.
법사는 진인(眞人)의 상서에 응하고 황상(黃裳)의 길함7)을 받아서 안으로는 삼장(三藏)을 꾸렸고 밖으로는 9류(流)를 종합하였다.
이미 정(情)을 반연함을 잘하였으며 더욱이 사물을 체달함을 공부하여서 편장(篇章)이 곱고 화려하며 이치가 깊고 빛나는 것이 욱욱(郁郁)하게 비단을 요로 하는 글을 섞었으며 표표(飄飄)하게 구름을 능멸하는 기상이 솟았으니 반고(班固)와 가규(賈逵)의 금옥(金玉)8)으로도 같은 해에 말할 수 없고 반악(潘岳)과 육기(陸機)의 강해(江海)9)로도 어찌 바야흐로 멍에함을 견디겠는가?
장생(莊生)10)과 묵생(墨生)11)의 학과 황자(黃子)12)와 노자(老子)의 글과 3청(淸)과 3통(洞)13)의 글과 9부(府)와 9선(仙)의 부록(符籙)과 『등진은결(登眞隱決)』의 비결14)과 『영보도명(靈寶度命)』의 의식15)을 가슴 가운데 삼키고 손바닥 가리키듯이 말하였다.
더구나 옛적에 『중관(中觀)』을 익혔으며 젊어서 『법화(法華)』를 온습(蘊習)하였기에 이미 듣고 가짐이 있었으며, 근자에는 저술을 오로지하여서 운사(運思)하는 외에 남의 학문을 빨아들이기에 피로함이 없었다.
그래서 『중관』을 말하게 되면 용수(龍樹)보살이 다시 온 듯하고, 자연을 말하게 되면 노자와 장자에 멀지 않았다. 이에 사방에서 잡답(雜畓)하게 오는 것이 마치 장자(長者)의 동산[園]에 돌아오는 것과 같고, 7귀(貴)16)가 분륜(紛綸)하는 것이 화음(華陰)의 저자17)에 나가는 것과 같았다.
이는 학문이 도안(道安)과 혜원(慧遠)에 짝하며, 재주와 승조(僧肇)와 도생(道生)에 지나니 실지로 보살 가운데의 기둥과 서까래요, 법성(法城)의 담과 해자라 하겠다.
이때에 도사 이중경(李仲卿)18)과 유진희(劉進喜)19) 등이 모두 용렬한 글을 지어서 불교의 바른 법을 비방하고 헐뜯으니 속세(俗世)에 있는 인사들이 혹은 삿된 믿음을 내었다. 이에 법사가 그들의 눈멀고 귀먹었음을 불쌍히 여겨 그들이 지옥에 들어갈까 두려워서 이에 큰 자비를 내어서 드디어 이 논을 지었으니, 이를 일러 이 법의 바다를 고동하고 저 말의 봉우리를 떨치며 푸른 닭의 날카로움이 다투어 달리고, 누런 준마가 다투어 달리는 듯해서 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꺾이고 구름이 녹고 안개가 걷히듯 하지 아니함이 없어서 큰 화로가 조그마한 깃달린 것을 불태움을 형상하겠고, 뜨거운 햇볕이 가벼운 얼음 녹이는 것과 같다고 할 만하니 지고 이기는 무리들을 이에 보겠다.
법사가 잠시 자비한 정(定)에 돌아와서 이미 마군(魔軍)을 깨쳤으며 지혜의 칼을 휘둘러서 어리석은 적(賊)을 항복시키니 부처의 해가 여기에서 다시 빛나고 법의 구름이 이로 말미암아 널리 덮였다.
그런데 법사가 지은 시(詩)와 부(賦)와 계(啓)와 송(頌)과 비(碑)와 뢰(誄)와 장(章)과 표(表) 등의 대승 교법과 『파사론(破邪論)』 등의 30여 권은 세상에 오래 전해지지만 『변정론』 8권(卷) 12편 2백여 장은 불교와 도교의 교의 근원을 다하고, 품조(品藻)의 이름과 이치를 다하였으면서도 지은 지 여러 해이나 유포(流布)되지 못하였다.
옛날 진(秦)나라 효공(孝公)은 제왕(帝王)의 도리를 말하는 것을 들으며 잠들고 패왕(覇王)의 도리를 말하는 것을 들으며 일어났다 하니, 그 격으로 『변정론』이 간행되지 못함은 마치 양춘(陽春)의 온화한 경치를 모름과 같아서 깊이 비탄(悲歎)하겠다.
다만 법사가 지은 것이 안과 밖을 겸하여 해통(該通)하였지만 일을 좋아하는 후생들이 깨우치지 못함이 있을까 두려워서 제자 영천(穎川) 진자량(陳子良)이 가까이서 정례(頂禮)를 펴고 좇아서 나루터 가는 길을 물으니 난연(爛然)하게 눈에 넘치는 것이 마치 밝은 달이 가슴에 들어오는 것과 같고, 고요하게 기틀에 응하는 것이 보배 구슬이 물건을 대하는 것과 같아서 이미 사구(四衢)의 환(幻)을 깨달았기에 문득 백 성(城)에서 노님을 쉰다. 이에 듣지 못했던 것을 계(啓)하여 주해(注解)를 하니 장래에 함께 좋아하게 된다면 다행히 그 취지를 자세히 했다 하겠다.
변정론(辯正論) 제1권
법림(法琳) 지음
이영무 번역
1. 삼교치도편(三敎治道篇) ①
어떤 상상공자(上庠公子)가 우학통인(右學通人)에게 물었다.
“듣자 하니 기상(氣象)의 변통(變通)은 음(陰)과 양(陽)을 벗어나지 않고, 진흙을 이기고 파도가 덮는 것은 천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합니다.
찾아보건대 5운(運)이 나타나기 전에는 본래 사람과 물건이 없었는데역(易)의 위서(緯書)인 『구명결(鉤命決)』에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기 전에 태역(太易)이 있었고 태초(太初)가 있었으며 태시(太始)가 있었고 태소(太素)가 있었으며 태극(太極)이 있었으니, 5운(運)이다. 기상(氣象)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를 태역이라 하고, 원기(元氣)가 처음 싹트는 것을 태초라 하며, 기운과 형체의 시초를 태시라 하고, 형체가 변하되 그 바탕이 남아 있는 것을 태소라 하며, 바탕과 형체가 이미 갖춰진 것을 태극이라 한다. 이 다섯 가지 기운이 전변(轉變)하기에 5운이라고 이른다. 그 기운과 형체와 바탕이 갖추어져서 서로 떠나지 않는 것을 말한 것으로서 다 태역이나 차례로 이름이 다섯 가지가 있는 것이다. 그 때는 비고 비어서 사람과 물건이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던 것이 3재(才)가 세워지자 이에 존비의 질서가 정해졌고『건착도(乾鑿度)』에 ‘태극과 태소와 태일(太一)은 명칭은 다르나 그 이치는 하나이다’라고 하였다. 『역위(易緯)』의 통괘(通卦)에는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았으니, 말하자면 기운이 맑고 가벼운 것은 올라가서 하늘이 되었고, 탁하고 무거운 것은 내려와서 땅이 되었으며, 사람이 거기에 참예하였으니 3재(才)라 이른다’ 하였고, 『역』의 서괘(序卦)에 ‘하늘과 땅과 만물이 있은 뒤에 임금과 신하를 세웠고 아버지와 아들을 정하였으며, 어른과 아이, 남편과 아내의 예의와 존비와 위와 아래의 구별을 정하였다’고 했다. 자연의 교화(敎化)가 일어나자 무위(無爲)의 풍화(風化)가 널리 미쳤습니다.『하도괄지상(河圖括地象)』에 ‘하늘과 땅이 처음 세워질 때 천황씨(天皇氏)가 있어 담박(澹泊)하고 자연스럽게 태극과 더불어 도를 같이하였으며 몸에 아홉 개의 날개를 차고 목덕(木德)으로 임금이 되었는데 베풀어 하는 것이 없고 자연으로 교화하였다’ 하였으며, 『개산도(開山圖)』에서는 ‘지황씨(地皇氏)가 웅이 용문(熊耳龍門)의 산에서 일어나서 화덕(火德)으로 임금 노릇을 하였다’ 한다. 『명력서(命歷序)』에는 ‘인황씨(人皇氏)는 여섯 날개를 멍에로 하고 구름 수레를 탔으며 곡구(谷口)에서 나와 9주(州)를 나누어 천하(天下)의 어른이 되었다. 형과 아우가 아홉 사람이므로 산과 하천과 땅의 형세를 의지하여 아홉 구역으로 나누어 각기 한 주씩을 맡아 다스렸다’ 한다.
『제계보(帝系譜)』에는 ‘천황씨는 각기 1만 8천 년이고, 지황씨는 무릇 1백50세(世) 동안 천하를 다스렸으니, 합하여 5만 4천 년이다. 다음은 다섯 용씨(龍氏)로서 황백(皇伯)과 황중(皇仲)과 황숙(皇叔)과 황계(皇季)와 황소(皇少)이다. 형과 아우 다섯 사람이 모두 용을 타고 오르내리며 무릇 1백80세(世) 동안 천하를 다스렸으니, 합하여 9백27만 3천6백 년이다. 곧 영(靈)과 위(威)와 앙(仰) 등의 다섯 신(神)이 그것이다.
다음은 신농씨(神農氏)가 여섯 용(龍)을 타고 사해(四海)를 제도하여 추위와 더위를 고르게 하여 인민들에게 펴고 바람과 비를 통하며 무릇 10세(世)로서 각기 9백 년을 다스렸으며, 다음에는 4성(姓)이 있었고, 다음에는 세(世)를 마치지 못한 이가 있었으며, 다음에는 72성(姓)이 있었고, 다음에는 3성(姓)이 있어서 혹은 나는 염소를 타고 나는 사슴을 타며 비로소 백성들에게 혈거(穴居)와 새와 짐승의 고기를 먹고 가죽과 털 옷 입는 것을 가르쳤다.
다음에 유소씨(有巢氏)가 있었으니, 용과 기린을 타고 봉황과 범을 탔으며 나무를 얽어매어 집을 지어 백성들에게 그곳에 살면서 새와 짐승의 해를 피하게 가르쳤으며, 다음에 수인씨(燧人氏)는 백성들에게 찬수(鑽燧)를 가르쳐 불을 내서 날 것을 익혀 먹어서 노린내 나는 날고기를 먹는 폐단을 피하게 하였으며, 쇠로 칼을 만들어 백성들을 크게 기쁘게 하였다. 이는 모두 6기(紀)로써 93대에 1천2백89세(世)로서 합하여 1천10만 1천8백40년이다. 하늘에서 아래를 교화하였으니, 총 3황(皇)이라고 칭한다’ 한다.
다음에는 뱀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성인이 있었고『육예론(六藝論)』에 ‘태호씨(太昊氏)와 포희씨(庖犧氏)는 성이 풍(風)이다. 뱀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하였으며 성스러운 덕이 있었다. 수인씨가 죽고 복희씨가 나왔으니, 그의 세대에 59성씨가 있었다. 복희 황제가 처음으로 제도(制度)를 차례하고 법도를 지었으며, 다 목덕(木德)으로써 임금 노릇을 하였다. 시집가고 장가가는 예도를 지었으며 용의 도표(圖表)를 얻었기에 용으로써 관(官)을 기록하니 용사(龍師)라고 하였다. 임금의 지위에 있기를 합하여 1만 1천12년 동안이었다.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는 성씨가 강(姜)이다.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하였으며 불의 상서로움이 있었기에 화덕(火德)으로 왕 노릇을 하였다. 7세(世) 동안 있었으니, 합하여 5백 년이다’ 하였다, 구슬 저울과 해[日]의 뿔의 임금『육예론』에 ‘황제 헌원씨(軒轅氏)는 성씨가 공손씨(公孫氏)이다. 25개월 만에 탄생하였고 구슬 저울과 해의 뿔의 상호가 있었다. 토덕(土德)으로 천하의 임금 노릇을 하였으며, 인월(寅月)로 세수(歲首)를 삼았고 아들 스물다섯 명을 낳았으며, 열두 가지 성이 있었다. 무릇 13세(世) 동안 있었으니, 합하여 1천72년을 다스렸다. 꿈에 황제의 기록을 얻었으며, 천로(天老)와 더불어 하수(河水)를 순시하여 받았고, 하도(河圖)의 글을 얻었다. 말 먹이는 어린아이를 스승으로 삼았으며, 광성(廣成)의 장인(丈人)을 공동산(崆峒山)에서 임명하였다’고 하였다. 『제왕세기(帝王世紀)』에 ‘3황(皇)의 세대는 합하여 2만 2백97년이다’ 하였다.은 처음으로 8괘(卦)를 그렸고 8순(純)을 중하게 여겼고『하도괄지상』에 ‘복희씨(宓羲氏)가 우러러 하늘의 상(象)을 관찰하고 땅의 법을 구부려 살펴 처음으로 8괘(卦)를 그려서 신명의 덕에 통하였으며, 신농씨가 8괘를 거듭하여 64괘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운관(雲官)을 베풀고 조기(鳥紀)를 베풀었으며『육예론』에 ‘헌원씨가 임금일 때에 경운(景雲)의 상서로움이 있었기에 구름을 써서 관(官)을 기록하였고, 소호씨(少昊氏)가 임금일 때에 봉황의 상서로움이 있었기에 새로써 관을 이름하였다’고 하였다., 사냥하고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서 풍속을 제도하고 쟁기와 보습을 만들어서 백성들을 도왔습니다.『육예론』에 ‘복희씨가 그물과 올가미를 만들어서 사냥하고 고기잡이를 하게 했으며 희생(犧牲)한 재물로 부엌을 채웠다. 그러기에 포희씨(庖犧氏)라고도 한다. 신농씨는 나무를 잘라 보습을 만들고 나무를 휘어 쟁기를 만들어서 비로소 천하에 가르쳐서 오곡(五穀)을 심게 하셨다. 그러기에 신농씨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저자를 세우고신농씨가 세운 것이다. 기물을 만들어내고 소를 길들이고 말을 타며 궁실을 짓고 의상(衣裳)을 드리우며 절굿공이와 절구를 만들고 배와 노를 두며 새의 발자국을 모방하여 문자를 만들고 교화하고자 예와 음악을 제정하였습니다.모두 황제(黃帝) 때 일이다. 『육예론』에 ‘황제를 보좌하는 관리에 일곱 명이 있었으니, 창힐(蒼頡)은 글자를 만들었고, 대요(大撓)는 갑자(甲子)를 만들었으며, 예수(隸首)는 산수(算數)를 만들었고, 용성(容成)은 책력을 만들었으며, 기백(岐伯)은 의술을 만들었고, 귀신구(鬼申區)는 점후(占候)를 만들었으며, 해중(奚仲)은 수레와 음률을 만들었으며 선단(墠壇)의 예(禮)를 일으켰다.
착함을 보익(補翼)하고 성(聖)을 전하는 임금과 어질고 성(盛)하고 성스럽고 밝은 후(后)에 미쳐서는 8원(元)과 8개(凱)의 직책을 두었고순(舜) 임금의 섭정(攝政)으로 고양씨(高陽氏)와 고신씨(高辛氏) 등 재능 있는 자 각 여덟 명을 기용하여 사목(司牧)의 소임을 맡게 하였다. 희화(羲和)와 희중(羲仲)의 관리에게 명하였으며희씨와 화씨는 요(堯) 임금을 위하여 해와 달과 사시(四時)를 맡은 관리이다. 백곡(百穀)을 심어 농사를 부지런히 하고후직(后稷)은 백곡을 파종(播種)하여 심었다., 5교를 펴서 법도로 삼아 윤공(允恭)하고 극양(克讓)하니, 여러 공적[庶績]이 다 밝아져서 온 나라가 화합하고 백성들이 공평하고 밝게 잘 다스려졌습니다. 그래서 4흉(凶)을 4예(裔)에 귀양 보내고 3묘(苗)를 3위(危)에 귀양 보냈으며4흉이라 함은 혼돈(渾沌)과 도올(檮杌)과 궁기(窮奇)와 도철(饕餮)이니, 요(堯) 임금이 이들을 나라의 4외(外)로 귀양 보냈다. 유묘씨(有苗氏)가 배반함에 순(舜) 임금이 이를 3위(危)의 산으로 귀양 보냈다. 음률을 조절하여 8풍(風)을 드러냈으며 선기(璇璣)를 살펴서 7정(政)을 가지런히 하였습니다.
하(夏)나라 우(禹) 임금은 9하(河)를 소통시켰고아버지를 대신하여 물을 다스려서 9주(州)의 이름난 산과 큰 하천을 평정하고 홍범(洪範)의 9주(疇)를 하수의 신에게서 받았으며 지리(地理)를 통부(洞府)에서 얻었다. 또 9주에서 구리를 바치니 9정(鼎)을 부어 만들었으며 8가(家)로써 인(隣)을 삼고 3린(隣)으로 명(明)을 삼았으며 3명으로써 리(里)를 삼았다. 네 가지 탈 것을 타고육지를 다닐 적에는 수레를 타고, 물을 다닐 적에는 배를 타고, 진흙을 다닐 적에는 진흙썰매를 타고, 산을 다닐 적에는 가마를 탔다. 담당했던 지역에 조공을 바치게 하고 산을 소통시키고 하천을 정하였습니다.
은(殷)나라 임금은 죄인을 치고 백성을 위로하였으며누런 물고기와 검은 새가 단(壇)에 모여서 화하여 검은 옥(玉)이 되었기에 이에 걸(桀)을 쳤고, 빛깔은 검고 흰 것을 숭상하였으며, 9정(鼎)을 박(亳)으로 옮기고 1백 호(戶)로써 리(里)를 삼았다. 사나운 것을 평정하고 어지러운 것을 고요하게 하며 그물을 풀어주고 손톱과 발톱을 깎으며 물에 빠진 것을 건지고 불타는 것을 구하였습니다.
혁혁(赫赫)하게 융성한 주(周)나라에 이르러서는 많은 선비와 관저(關雎)와 인지(麟趾)의 덕계력(季歷)의 비(妃) 태임(太妊)은 꿈에 장인(長人)이 자기에게 관계함을 당하고서 문왕(文王)을 낳았으며, 문왕의 비 태사(太姒)는 무왕(武王)인 발(發)을 낳았다. 주나라는 자(子)의 달로써 세수(歲首)를 삼았으며 색(色)은 붉은 것을 숭상하였다. 5가(家)로써 인(隣)을 삼았으니, 기내(畿內)에 비려(比閭)와 족당(族黨)과 주향(州鄕)이 있었다. 주공(周公)은 섭정(攝政)을 하였고 죄인은 잡히게 되었다. 가을에 우레와 바람의 재변이 생겨서 곡식을 쓰러뜨리고 나무를 뽑으니 금등(金縢)의 글을 열어서 드디어 주공을 맞아들여 낙수(洛水)에 궁궐을 짓고 국토를 측량하고 나라를 정하였으며, 예(禮)를 짓고 음악을 만들었다. 풍(酆)에서 죽어 필(畢)에 장사지냈다. 관저는 왕후(王后)의 덕을 칭양한 것이다. 인지(麟趾)는 어진 사람들을 일으키는 것이다.과 주남(周南)과 소남(邵南)의 풍화주공과 소공의 풍화를 말함이니, 북으로부터 남으로 온 것이다.로 오행(五行)과 6정(正)의 예의를 벌렸고오행은 목(木)ㆍ금(金)ㆍ수(水)ㆍ화(火)ㆍ토(土)이다. 6정이라 함은 오는 일을 미리 살피고, 착한 이를 등용하고 어진 이를 천거하며,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타락하지 아니하고, 법률을 밝게 살피며, 녹봉을 사양하고 상사(賞賜)를 사양하며, 임금이 실정(失政)을 하면 충간하는 것이다. 9전(田)과 4정(井)의 법을 폈으며3등(等)이 9전이 되고, 3옥(屋)이 4정이 된다. 5복(服)과 9석(錫)의 예를 펴고5등(等)의 의복을 차례 짓고 9석의 예를 제정한 것이다., 혁거(革車)의 법도를 넓히고열 개가 성(城)이 되고 성에서는 혁거 한 승(乘)을 낸다. 세상의 해범(楷範)이 되고 물건의 전모(典謨)를 짓는 것이 아득하니, 상고ㆍ중고ㆍ하고 시대를 넘어왔고 그 오래되기가 1백 개의 왕조를 거쳤습니다.
성스러운 덕이 깊었고 신기한 교화가 흡족했습니다. 용의 뜰과 봉의 구멍에는 기운이 깊이 쌓이기를 기다렸고 해의 구역과 기린의 물가에는 관색(款塞)을 점쳤고, 샘과 이슬은 그 진기한 맛을 바쳤고 풀과 나무는 그 아름다운 모양을 변화시켰으며 제비의 턱과 물고기의 몸에는 깃달린 무리를 빛나게 드리웠고, 이리의 발자취와 소의 꼬리는 털 있는 무리들을 빛냅니다.
오직 덕이 하늘을 움직이니 아름다운 징험이 모였고 원수(元首)가 밝음의 아름다움을 늘렸고 고굉(股肱)이 좋은 노래를 폅니다.
주나라는 오랜 세월을 점쳤고, 은나라는 여러 대(代) 동안 빛나고 빛납니다. 그의 도(道)란, 사람들은 이를 받아서 이롭게 세우고 만물은 이를 의지하여 생(生)이 있으며 나라는 이를 힘 입어서 다름이 없고 임금과 신하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다스림을 이루는 것입니다.
덕으로 천하를 가르쳐서 교화가 중국과 변국(邊國)에 미쳤습니다. 도덕은 5천(天)에 통하고 은혜는 백성들에게 더하니 공을 세우고 일을 세움이 크고 오래라, 때의 의리가 갖추어졌고 세상의 씀이 풍족합니다.
이씨 노자의 신선되는 방법은 뜻이 우화(羽化)하는 데 있고, 석가의 경전은 스스로 열반을 기약한다. 도교에서는 체를 태청(太淸)의 가운데에 두고, 불교에서는 정신을 상락(常樂)의 경계에 노닐게 하며, 도교에서는 형체를 단련하여 죽지 아니함을 귀하게 여기고, 불교에서는 고요하게 비춤을 무생(無生)에서 구하며, 도교에서는 대붕과 뱁새의 우언(寓言)을 구성하고, 불교에서는 과거와 미래의 없는 말을 폅니다. 그러니 어찌 추연(鄒衍)이 하늘을 말을 한들 마침내 묘망(眇茫)한 데로 돌아갈 것이고 우구(虞丘)가 꿈을 말하는 것이 한갓 화려한 말에 기댄 것과 다르겠는가?
이제 대당국(大唐國)이 다스림을 극진히 하여 성스러운 임금이 옷을 늘어뜨리고 팔장끼고 있음에 이르러서 어진 이를 높이고 나이 많은 이를 높이며 덕을 귀하게 여기고 인(仁)을 귀하게 여기어서 바름으로 돌아오는 교화가 이미 넓고, 순박한 데로 돌아오는 바람이 널리 부채질하니, 이치는 마땅히 번거로움을 버리고 간략한 데로 나아가며 거짓됨을 버리고 참으로 돌아와야 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불교와 도교의 두 흐름은 정치에 있어서 긴급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오래도록 아룀을 듣고자 하시니 청하건대 시험하여 논하겠습니다. 의심나는 것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감히 깨닫지 못한 것을 펴겠습니다.
부자(夫子)께서는 옛 것을 많이 아시고 학(學)의 근원을 깊이 연구하시어 가부(可否)를 헌체(獻替)하셨으니, 그 요점을 자세히 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에 우학통인이 얼굴빛을 거두고 준엄(峻嚴)하게 앉아서 한참 만에 말했다.
“내가 들은 것과는 다릅니다. 논(論)에 ‘하늘의 모양을 관찰하면 해와 달과 5성(星)의 차도(次度)의 분을 보며, 땅의 모양을 관찰하면 1백 냇물과 4독(瀆)의 돌아가는 곳을 알며, 옛날과 지금의 사적을 보고서 위로는 태극(太極) 혼원(混元)의 앞을 나타내고 문득 장래의 싹트지 아니한 일을 보아서 추호(秋毫)도 의심하지 아니함을 지혜라고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대가 이미 알고서 일부러 묻기에 내가 또한 스승의 도를 이어 받아서 간략히 말하겠습니다. 주공(周公)과 공자(孔子)의 6서(書)의 가르침을 상고하여 보건대 충과 효가 그의 시초를 이루었고, 이씨 노자의 두 편(篇)의 시초는 도덕이 그의 머리를 이루었으며, 구담(瞿曇)의 3장(藏)의 글은 자비(慈悲)가 그의 근본이 되니, 세 성인의 사적은 비록 다르지만 이치는 다르지 아니합니다. 모두 더할나위없이 선하고 훌륭하기에 숭배하고 흠모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여러 미묘한 것을 말하여서 마음을 비우게 하고 착한 방편을 열어서 끌어당기고 인도합니다.
나는 전에 일찍이 원유(遠遊) 선생을 뵈옵고 그의 통방(通方)의 논리를 들었습니다. 그의 논리는 3교(敎)를 모두 펴고 겸하여 9류(流)를 폈습니다. 선생은 동굴에 은둔하였기에 그의 성씨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얼굴과 거동은 한가하고 아담하며 나아가고 물러섬이 볼 만하고 말과 웃음이 따스하고 커서 움직이고 그침이 법도가 있습니다. 비록 말하는 데 좋고 나쁨을 따짐이 있지만 뜻에는 칭찬과 나무람이 없습니다. 소나무와 창출과 백출을 먹어서 그의 나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연기와 노을에 살면서 잠자니, 뉘라서 그의 세대를 알겠습니까?
3고(古)에 이르러서는 근본과 지말이 환하여 거울 가운데를 보듯 하고 온갖 지파와 본파를 밝게 알아 손바닥을 보듯 합니다. 주공과 공자의 빛나는 법전을 궁구(窮究)하고 불교와 도교의 큰 법규를 연구하였습니다. 그의 회포를 살펴보니 소유(逍遊)하면서 사물과 같이하는 데 있고, 그의 숭상하는 것을 보니 평등하여 성품이 공한 데 있습니다.
선생께서 연묵(燕默)한 끝에 나를 돌아보면서 ‘세상 이치를 통달하지 못한 자가 서로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이 많아서 그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 그른 것을 그르다 하며, 그 그른 것을 그르다 하지 아니하고 그 그르지 아니한 것을 그르다 한다. 이는 그가 그르다고 여긴 것을 옳다고 여기고 그가 옳다고 여긴 것을 그르다고 여기는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유교(儒敎)를 논하기를, 뜻은 집에 있어서는 어른과 어린이의 순서를 다스리고, 위에 있어서는 교만하지 아니하고 아래가 되어서는 어지럽히지 아니하며, 신하와 아들이 되어서는 그 충성과 효도를 다하고 종과 첩이 되어서는 그 즐거운 마음을 다하며, 크게는 하늘에 짝하고 황제에게 충성하고 어버이를 높이고 조상을 기려서 하늘과 땅으로 하여금 밝게 살피게 하고 귀신으로 하여금 신령함을 본받게 하여서 재해(災害)가 일어나지 않게 하고 재화와 어지러움을 짓지 않게 하며, 작게는 이로운 데 나가고 때[時]를 타서 몸을 삼가고 쓰임새를 절도있게 하며 정사[政]를 규문(閨門)의 안에 베풀고 은혜를 종과 노예의 아래에까지 베풀어서 그의 일을 다 받들고 각각 마땅함을 얻게 합니다.
도교에 있어서는 만물이 생기는 것과 지극한 공이 이루어지는 것은 반드시 무형(無形)에서 생하고 무명(無名)에서 말미암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무형과 무명은 만물의 근본이어서 도를 펴면 처음이 되고 어머니가 되며, 교(敎)를 말하면 요(徼)가 되고 묘(妙)가 됩니다.
이 때문에 원시(元始)가 금대(金臺)에서 공묵(拱默)하고 태상(太上)이 자전(紫殿)에서 옷을 드리우며 2진(眞)을 보내서 세속을 지도하고 5로(老)를 명하여 그림을 치며 어둠을 밟으면서 밝고, 하나를 안으면서 정숙합니다. 대라(大羅)에 적백(寂魄)하고 태청(太淸)에 언앙(偃仰)합니다.
그러한 뒤에 무위(無爲)의 교화를 베풀고 불언(不言)의 가르침을 행하며, 황정(黃庭)과 자부(紫府)의 글을 펴고 금판(金版)과 은승(銀繩)의 기록을 줍니다. 현상(玄霜)과 강설(絳雪)의 묘함과 옥액(玉液)과 운영(雲英)의 기이함과 9운(雲)과 명경(明鏡)의 꽃과 8련(練)과 신단(神丹)의 채색은 회춘하여 늙음을 물리치기에 충분하며 우가(羽駕)로 장생(長生)하기에 충분합니다. 낭원(閬苑)에 거닐어서 돌아옴을 잊고 함지(咸池)에 목욕하여 돌아가지 아니합니다.
옷을 창합(閶闔)에 잠깐 벗어놓고 혹은 학(鶴)을 봉래에서 탑니다. 고야(姑射)의 언덕에서 참선을 하고 공동(崆峒)의 위에서 생각합니다. 하늘과 땅과 더불어 오래 살고 음과 양과 더불어 어둡고 밝고 합니다.
부처의 가르침은 위대합니다. 화장세계(華藏世界)를 통합해서 9중(重) 원개(圓蓋)의 밖으로 내보내고 운대(雲臺)를 조작(照灼)해서 8유(維)의 방질(方質) 밖까지 삼킵니다. 색(色)이 아니면서 묘한 색이어서 혼원(混元)의 앞에 빛을 흘렸고 몸을 나누면서 몸을 변화하여서 그림자를 태허(太虛)의 처음에 벌립니다. 그러기에 방박(磅薄)하여 음과 양을 지으며 노추(鑪錘)하여 하늘과 땅을 이룹니다.
큰 모양의 모양은 네 가지의 모양을 머금어 기르고 강재(剛材)의 재목은 다섯 가지의 재목을 운반하여 통합니다. 옥형(玉衡)이 전전히 아득하고 아득하여 그 기회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합벽(合璧)에 매달린 것이 망망하니, 뉘라서 그의 변화를 자세히 알겠습니까?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아니하여 오직 작으면서 빛납니다. 여러 성현들의 마음[靈府]을 통솔하였고 여러 중생들의 경사스런 모임[嘉會]에 나갑니다. 이에 화택(火宅)을 나와서 3거(車)를 거느리며 애하(愛河)에 들어가서 여덟 개의 노를 젓습니다.
아주 드문 일을 나타내는 것이 어찌 암라수원(菴羅樹園)뿐이겠습니까? 부사의(不思議)를 설하심이 다만 마가타국(摩伽陀國)만이 아닙니다. 가지가지의 방편과 하나하나의 자비로써 생사의 좁은 경계를 깨뜨리고 열반의 저 언덕으로 건네주십니다.
여의주가 빛나게 치솟고 지혜의 횃불이 모이고 빛나서 온갖 냇물을 받아들여 동쪽 바다가 땅에 있는 것을 파고 온갖 사상을 망라한 것이 북극성이 하늘에 있는 것보다 더합니다. 그러니 어찌 높고 낮음을 서로 기울여서 유가(儒家)니 묵가(墨家)니 하고 서로 다투겠으며, 진실로 진제(眞諦)에 미루고 현원(玄源)에 돌아와야 하겠습니까?
현원(玄源)이라 함은 경계와 지혜를 다 잊음이요, 진제라 함은 방편과 진실을 함께 없애는 것이어서 크게 구경(究竟)의 뜻을 펴고 널리 신통의 힘을 운전하는 것이니, 그의 선교 구화(善巧謳和:선교방편)의 극치를 찾고 도균(陶鈞)1)과 부하(負荷)2)의 공을 찾으면 조화로 방소를 지을 수가 없고 날로 씀에 의의(擬議)할 수가 없어서 족히 4대(大)를 총괄하고 3경(景)을 초연(超然)할 것이니, 그대는 큰 띠에 써서 스스로 거울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공자(公子)가 말했다.
“선생의 말을 들으니 아름답기는 아름답소만 의심스럽고 또한 의심스럽습니다. 무릇 사직(社稷)을 바로 잡는 데는 충성을 품는 것보다 더함이 없고, 어버이를 봉양하는 데는 효도로 받드는 것보다 더함이 없고, 하늘과 땅을 경영하는 데는 글을 닦는 것보다 더함이 없으며, 재앙과 난리를 안정시키는 데는 무(武)를 익히는 것보다 더함이 없고, 위와 아래를 편히 하는 데는 예(禮)를 키우는 것보다 더함이 없으며, 풍속을 바꾸는 데는 음악을 익히는 것보다 더함이 없으니, 이는 진실로 황왕(皇王)의 요훈(要訓)이요 도를 다스리는 큰 방법입니다.
그러니 비록 마갈타국의 자비의 말씀이나 여향(厲鄕)의 도덕의 이론으로는 세상을 건지는 긴급함이 되지 못하여 마치 나무와 기러기의 말과 같으니, 이는 내가 복종할 수 없는 것이니, 또한 당신도 같이 버려야 하겠습니다.”
통인이 말했다.
“말은 어눌하고 행동은 민첩한 것을 군자는 칭찬합니다. 그러니 자기의 보고 들음이 적은 것으로써 경전과 비교하여 말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노후(魯侯)3)의 경계를 듣지 않았습니까? 말이 많음이 없고 일을 많이 함이 없어야 하니, 말을 많이 하면 해로움이 많고 일을 많이 하면 근심이 많다 하였습니다. 만일 어버이를 섬기고 임금에게 순절(殉節)하는 데는 충성과 효도가 처음이 되지만, 해를 멀리하고 몸을 온전히 가지는 데는 도덕이 먼저 있어야 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여 괴로움을 구하는 데는 자비로써 근원을 삼아야 합니다. 효도로 받들고 충성을 품으면 집과 나라를 온전히 할 것이요, 도를 행하고 덕을 세우면 몸과 이름을 드날릴 것이요, 사랑을 일으키고 자비를 움직이면 중생들을 건질 것입니다.
중생들을 건지면 은혜가 6취(趣)에 고르게 되고, 몸과 이름을 드날리면 영화가 한 가문을 입히는 데 끝나고, 집과 나라를 온전히 하면 공은 구합(九合)하는 일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니 충성과 효도는 세속을 가르치는 가르침이 되고 도덕은 몸을 지니는 방법이 되고 자비는 중생을 건지는 행이 되는 것이니, 마치 하늘에 3광(光)이 있고 솥에 발이 셋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각기 그의 덕을 일으키고 아울러 그의 공을 나타내서 준수하여 받들면 아름다운 복을 이룰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전한(前漢)의 『예문지(藝文志)』에 ‘몸을 온전히 하고 나라를 보전하는 데는 무릇 9류(流)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첫째는 유류(儒流)로서 이른바 음과 양을 따르고 교화를 베풀어서 당우(唐虞)의 정치를 말하고 중니(仲尼)의 도를 근본으로 하는 것이요, 둘째는 도류(道流)로서 이른바 약(弱)함을 지키고 스스로 낮추어서 요순(堯舜)의 읍하고 사양하는 덕을 밝히고 임금의 자리에 있어서는 정치하는 기술을 밝히고 역(易)을 받들어 겸양(謙讓)함이요, 셋째는 음양류(陰陽流)로서 이른바 하늘의 역상(歷象)을 따라 공경스럽게 농사의 시기를 가르쳐 주는 것이요, 넷째는 법류(法流)로서 이른바 상벌(賞罰)을 밝히고 법을 존중하여 예제(禮制)를 돕는 것이요, 다섯째는 명류(名流)로서 이른바 이름을 바르게 하고 여러 사람들의 말을 쫓아 일을 이룸이요, 여섯째는 묵류(墨流)로서 이른바 사당을 밝히고 제사를 근본으로 하며 늙은이를 봉양하고 은혜를 베푸는 것이요, 일곱째는 종횡류(縱橫流)로서 이른바 명을 받아서 전대(專對)하는 등의 권사(權事)를 함이요, 여덟째는 잡류(雜流)로서 이른바 유가와 묵가의 도리를 겸하고 명가와 법가의 가르침을 머금어서 나라의 대체를 알아 일에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음이요, 아홉째는 농류(農流)로서 이른바 경상(耕桑)을 권하고 장려하여 음식물과 재화를 갖추는 것이니, 그의 도를 따르면 백성들을 편히 할 것이요, 그의 일을 행하면 국가를 이롭게 하여서 정치가 갖추어지고 백성들이 만족할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의 여러 방면으로 통한 말과 우학(右學)의 지극한 말씀이 풍우(風牛)4)가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통인이 말했다.
“하나를 보면 백 가지를 안다 하였으니, 이것을 보아 저것을 밝힘이 족하겠습니다. 다만 부처의 가르침이 깊고 넓어서 이름과 뜻이 크게 많아 총괄하여 말하면 현록(玄錄)을 모두 갖추었으나 이제 그대를 위하여 대략 대유(大猷)를 들어 말하겠습니다.
상서로운 구름이 허공에 흩어지고 상서로운 연꽃이 바다에 나타남으로부터 반자교(半字敎)와 만자교(滿字敎)의 문이 훤하게 열렸고, 공(空)과 유(有)의 방책이 겸하여 드날렸으며, 비야리의 성에는 정(情)을 돌려 법에 들어오는 계책이 있었고, 영취산(靈鷲山)에는 말(末)을 섭하여 본(本)으로 돌아오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용(用)에 있어서는 물이 1천의 달을 나누는 듯하고, 체(體)에 있어서는 거울이 1만의 형체를 비추듯 합니다.
함식(含識)들의 분별을 없애고 함께 자비의 구름을 덮게 하였으니 진사(塵沙)의 부처님 국토가 다 단 이슬에 젖었었습니다. 그리고 백전(白氈)에서 광명을 거두고 제하(提河)에서 그림자를 갖춤으로부터 이에 5백 명의 아라한들이 상선(象扇)을 흔들면서 듣고 수지하였고 8만의 경전[修多羅]이 용상(龍牀)을 떨치면서 기사(器瀉)하였습니다.
구슬함의 보배 인(印)은 이미 왕궁에 넘쳤고 패다라 잎의 범문(梵文)은 도리어 해장(海藏)에 찼었습니다. 당(堂)에 오른 이가 1만으로 계산하며 다투어 신전(身田)에서 목욕하였고 담을 진 자는 백억 명이지만 다투어서 마음 나무를 열었습니다.
가섭 마등(迦葉摩騰)이 낙양(洛陽)에 들어오고 강승회(康僧會)가 오(吳)나라를 유람함에 이르러서 법고(法鼓) 소리가 멀리 흐르고 함께 지혜 바람의 업을 전하였으니 유(類)로써 서로 모음에 또한 9류(流)가 있어서 그의 아름다운 이름을 나타내어 9록(籙)이라고 합니다. 첫째는 진전(眞詮)이요, 둘째는 권지(權旨)요, 셋째는 계품(戒品)이요, 넷째는 선문(禪門)이요, 다섯째는 주술(呪術)이요, 여섯째는 논부(論部)요, 일곱째는 주해(注解)요, 여덟째는 장소(章疏)요, 아홉째는 전기(傳記)입니다.
진전(眞詮)이라 한 것은 대개 방등(方等)의 중심이요, 모든 부처의 요관(要觀)으로서 일을 거느리지 아니함이 없고 이치를 다하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그 말이 교묘하고 그 뜻이 심원하여서 10선(仙)의 심오한 행을 쌓았고 여덟 장(藏)의 현묘한 글을 거느렸기에 연각(緣覺)들이 건너가며 구하여도 헤매는 것이 바다에 떠 있는 것과 같고, 성문(聲聞)들이 듣고서는 황홀하기가 하늘을 엿보는 듯하였습니다. 이는 화엄(華嚴)의 큰 뜻이어서 견망(見網)을 찢는 큰 종(宗)이요, 삿된 군사를 깨뜨리는 요긴한 기술이요, 구슬이 흐린 물을 맑히고 약이 깊은 숲에 나타남과 같습니다. 혼미한 세상이 이미 나뉘고 하늘을 도는 취함이 갑자기 깨였고, 즐거움의 원인이 극히 찼고 항상한 과가 원만한 것은 이는 열반의 극한 뜻이어서 세 짐승이 자취를 혼동함에 1승(乘)이 고삐를 매어서 옷의 구슬이 이미 나타나고 상투의 보배가 이에 전하여졌으니 열 가지 위 없는 덕의 큰 규모요, 네 가지 안락(安樂)의 묘한 행입니다. 다보(多寶) 부처님께서 하셨던 것을 거울로 삼고 장자(長者)의 근본 마음을 깨닫는 것은 법화(法華)가 회통하여 돌아옴입니다.
이 열 가지의 여(如)를 펴서 이 네 가지의 절묘(絶妙)한 데 명합(冥合)하여서 색(色)에 나아가면서 색이 아니요, 이름을 여의어서 이름이 없습니다. 소소(昭昭)하게 여섯 가지 바라밀의 배를 띄우고 미미(瀰瀰)하게 세 가지의 공한 언덕에 오르는 것을 반야(般若)의 현묘한 칼날이라 이릅니다. 이치를 포괄하여 들면 이 네 가지에 있다 하겠습니다.
권지(權旨)라 함은 부처님[世雄]의 방편의 가르침입니다. 5탁(濁)의 무리들을 유도(誘導)해서 3승의 근기에 머물게 하여서 피곤한 무리들을 인접(引接)하여 화성(化城)을 두었으며 빈궁한 자식을 인도하려고 똥 그릇을 잡으셨습니다.
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 가섭 존자가 경을 편집하였으니, 이른바 네 가지의 아함(阿含)과 8부(部)의 비유와 본생(本生)과 본사(本事)의 뜻과 관화(貫華)와 산화(散華)의 말씀들입니다. 이는 왕종(王宗)이 분판(分判)한 것이요, 안예(安叡)가 편록(編錄)한 것입니다. 산설(散說)을 반연하기 때문에 부질(部)이 더욱 많습니다.
계품(戒品)이라 함은 부처님을 대신하여 스승이 되었고 승려들을 교훈하는 아름다운 법이 된 것입니다. 또한 나가자면 반드시 문으로 말미암아야 하고 건너가려면 꼭 배를 기다려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계품은 온갖 착함의 사다리와 터요, 5승(乘)의 다리와 발입니다.
혹은 때와 장소에 입각해서 일을 따르고 근기를 따라 7취(聚)의 딴 이름과 5편(篇)의 다른 뜻이 있어서 열고 닫는 말이 이미 달랐고 가볍고 무거운 모양이 같지 아니하기에 인도[天竺]의 유행은 이에 5부(部)로 나뉘었고, 중국[中華]의 전습(傳習)은 이제 네 가지가 있습니다.
가섭 존자가 그 강유(綱維)를 시작하였고, 사나굴다(闍那崛多) 존자가 그 조관(條貫)을 나누었습니다. 바른 풍속을 교훈하는 데는 이미 예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악을 멸하여 없애고 착함을 내는 데는 또한 계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계실 적에 교범(憍梵)으로 인하여 이루어졌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의 전수는 실로 우파리(優波離) 존자가 열었으니, 이는 3업(業)의 사신(司辰)이요, 6근(根)의 어사(御史)입니다.
선문(禪門)이라 함은 3학(學)의 마음을 닦는 기원이어서 능히 성인을 얻는 원인이 되고 가장 번뇌[漏]를 다하는 요점이 됩니다. 그러기에 성문이 참선하는 생각에 매달리면 물이 마음의 못을 맑히고, 보살이 훈수(熏修)하면 꽃이 뜻의 나무에 핍니다. 그러기에 참선이 능히 지혜를 내는 것은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입니다.
4등(等)과 6통(通)이 참선하는 숲에 쉬어야 비로소 나아가고 8제(除)와 10입(入)이 선정의 굴[定窟]을 의지하여야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지도론(智度論)』에 ‘선정의 힘으로 지혜의 약을 복용하여서 신통을 얻고는 돌아와 중생을 화도(化導)한다. 하물며 세계를 한 털구멍에 두고 바닷물을 모아서 5미(味)를 만듦이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법을 반연하고 경계를 살피는 데는 오직 고요하여야 비춘다고 함이 아마도 이를 말함이겠지요.
주술(呪術)이라 함은 중생의 죄를 소멸시키는 교훈으로서 독과 해를 없애는 방법입니다. 아만을 꺾고 흉악함을 꺾으며 위태함을 구하고 죽음에서 일어나는 것이요, 선제(禪提)가 귀신을 쫓고 선니(先尼)가 귀신을 경계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여섯 글자가 재앙을 소멸하고 7불(佛)이 목숨을 보호하니 보통을 돌려서 도에 합하고 물건을 인하여 힘씀을 이룹니다. 세상을 건지는 기술이 뉘라서 이와 같으리오.
논부(論部)라 함은 삿된 것을 꺾고 바른 것을 세우며 막힌 것을 풀고 몽롱한 것을 여는 의리의 곳간입니다. 시대는 정법에서 상법(像法)으로 옮겨 갔고, 사람은 순박한 데서 엷은 것으로 변하였기에 곧은 길은 오르기 어렵고 삿된 길은 들어가기 쉽습니다. 설산(雪山)에서 약을 캔다는 것이 독한 풀만 다투어 거두고, 깊은 물에서 구슬을 구한다는 것이 다투어 기와와 조약돌만 가지게 합니다.
그러기에 법을 통달한 성문과 선등(禪燈)을 전한 보살이 저들의 삿된 이론을 꺾고 이 바른 경을 폈으니 이에 수고래와 암고래가 이미 없어짐에 5예(翳)가 그 때문에 없어졌고, 안개가 갬에 3광(光)이 드디어 밝아진 것과 같습니다.
고록(古錄)의 서문에 ‘지극한 성인의 법도[繩墨]를 경이라 이르고, 제자들이 경을 풀이한 것을 논이라 한다. 논이라 함은 좌구명(左丘明)이 전을 지은 것과 같다’ 하였습니다.
가리(呵梨)는 ‘경에 만일 논이 있으면 뜻을 쉽게 이해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가전연(迦旃延)이 실제(實諦)를 깊이 요달함으로써 건도(乾度)의 글을 지었고, 여러 성인들이 이름과 이치를 넉넉히 앎으로써 바사(婆沙)의 설을 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성실론(成實論)』과 『아비담론(阿毘曇論)』은 끝[鋒穎]이 정밀하니,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다 소승(小乘)의 꽃입니다.
두려움이 없는 기[幢]를 세움에 이르러서는 마명(馬鳴)보살이 그 으뜸이라 일컬으니 바른 법의 횃불을 태웠으며, 용수(龍樹)보살이 그의 기원을 거느림에 이르러서는 『백론(百論)』으로는 외도들을 깨뜨려서 삿된 것을 가려냈고, 『중관(中觀)』으로는 안의 치우친 집착을 버렸으며, 열두 가지 현문(玄門)의 정밀함과 마하연(摩訶衍)의 크고 깊음은 아울러 큰 가르침의 재목입니다.
주해(注解)라 함은 글에 나아가 뜻을 나타내어서 진술을 하고 창작하지 않는 유(類)입니다. 아울러 상(像)을 세워서 형상을 취하고 일에 나아가 이치를 내는 것이니, 도생(道生)과 승조(僧肇)가 『정명경(淨名經:維摩經)』을 주석하고 지둔(支遁)과 육일(陸一)이 『반야경(般若經)』을 주석함과 같아서 말을 붙이는 것이 깨끗하고 뜻을 내는 것이 정확합니다.
옛적 공자[仲尼]가 죽고 나서는 은미한 말을 순자(筍子)와 맹자(孟子)에게 의탁하였고, 부처님[大覺]께서 열반하시고서는 법인(法印)을 통한 사람에게 전하여서 높은 산처럼 우러러 그쳐서 실지로 어리석은 자에게 열어 주신 것입니다.
장소(章疏)라 함은 강령(綱領)을 들고 이끌어서 남긴 것을 줍고 빠진 것을 보충하여서 1부(部)의 글과 뜻을 통하게 한 것이니, 또한 빠지고 잊은 것을 갖추기 위한 것입니다.
큰 법이 처음 건너왔을 적에는 해석할 겨를이 없더니 위안(衛安)5)과 백원(帛遠)6)이 현묘한 문장을 처음 열고서는 이로부터 말자루를 다투어 도와 빙부(憑敷)의 『대품경(大品經)』과 애량(愛亮)의 『열반경(涅槃經)』과 집경(集鏡)의 『아비담론(阿毘曇論)』과 정림(靜琳)의 『성실론(成實論)』에 이르기까지 어찌 다만 말이 생략되고 뜻이 깊을 뿐이리오. 진실로 또한 뜻이 두루하고 글이 맞아서 마치 단청(丹靑)으로 모양을 그리고 수경(水鏡)으로 형상을 그린 것과 같다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해와 달을 달아놓은 것과 같아서 술그릇과 도마[罇俎]와 같다고 일컫기에 족합니다.
전기(傳記)라 함은 불교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입니다. 마치 반고(斑固)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하여 짓고, 진수(陳壽)와 범엽(范曄)이 글을 닦으며, 왕은(王隱)이 진의(晋儀)에 서문을 쓰고, 원굉(袁宏)이 한기(漢紀)를 저술함과 같은 것은 것이니, 이는 모두 백성을 다스리는 작은 기술이요, 석학(碩學)을 움직이는 기이한 재주로서 충(忠)과 효(孝)의 작은 착함이요, 사신(史臣)을 흔드는 서찰[芳翰]입니다. 하물며 3달(達)은 숨기 쉽고 8계(戒)는 생각하기 어려움이겠습니까? 탁랑(卓朗)이 그의 아름다운 소리를 오로지 하고 법개(法開)가 그의 맑은 말을 전파함이겠습니까?
백조(帛祖)는 이미 혜강(嵆康)과 완적(阮籍)에 견주겠고, 지둔(支遁)은 또한 왕필(王弼)과 하안(何晏)에게 짝하겠으니, 고일(高逸)하고 은절(隱節)한 글과 둔세(遯世)하고 유방(遊方)한 기록과 10과(科)로써 세상을 제도하는 선비와 5부(部)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는 어진 이들의 아름다운 덕의 형용은 간소(簡素)함이 이에 있다 하겠습니다.
법왕(法王)이 궤칙(軌則)을 드리운 것을 찾아보니 고통의 윤회를 쉬게 함이었습니다. 이미 병(病)이 1만 가지의 다름이 있기에 약이 하나만의 준칙(準則)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이 천부(天府)에 차고 게송이 용궁(龍宮)에 쌓여 있습니다. 향상(香象)의 8억이 초분(初分)을 짊어지고서도 이기지 못하였으며, 5천 명의 아라한(阿羅漢)이 흩어진 꽃을 열람하고도 두루하지 못하였습니다.
하물며 미진수(微塵數) 티끌 같은 보축(寶軸)과 바닷물로 먹을 감아 점을 찍은 현묘한 말은 10지(地) 보살이 보고서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8항(恒)이 보고서도 헤아리지 못하니 어찌 유교와 도교와 명가(名家)와 법가(法家)의 무리들이 성품 바다의 문을 의의(擬議)하겠습니까?”
공자(公子)가 말하였다.
“옛 철인(哲人)은 ‘글이 번거로우면 그의 요점을 잃고, 이치가 적으면 그의 실상(實相)을 잃는다’ 하였는데 이제 그것을 보았습니다. 비록 불가에서의 전지(銓旨)ㆍ선계(禪戒)의 말과 주술ㆍ전기의 경전은 스스로 한 몸의 자기를 격려하는 모범은 될지언정 오상(五常)의 나라를 경영하는 교훈은 되지 못한다 하겠습니다. 그것은 모난 것을 구멍에 맞추고 둥근 것을 모난 데 맞추는 것과 같아서 비록 외형(外形)에는 아름답지만 일에는 맞지 아니합니다.
또 『서경(書經)』에는 오상의 가르침이 있으니, 이른바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신(信)입니다. 상해(傷害)하는 것을 불쌍하게 여기어 죽이지 아니함을 인이라 하고, 해로움을 막아서 음란하지 아니함을 의라 하고, 마음을 가져서 술을 금지하는 것을 예라 하고, 살핌을 맑게 하여 도적질하지 아니함을 지라 하고, 법이 아닌 것은 말하지 아니함을 신이라 합니다. 이 다섯 가지의 덕은 아주 급한 때라도 부서뜨리면 안 되고 잠깐이라도 폐지하면 안 됩니다. 임금된 자가 이를 이행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군자(君子)가 이를 받들어서 몸을 세웁니다. 사용하여 잠시도 폐지할 수 없기에 상(常)이라고 합니다.
무릇 그대가 전번에 불교를 서술한 것은 말이 완착(緩着)되고 뜻이 우원(迂遠)하여서 텅 비어 있으므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섯 가지의 상(常)이라 함은 하늘에 있어서는 5위(緯)가 되고, 땅에 있어서는 5악(嶽)이 되고, 곳에 있어서는 5방(方)이 되고, 사람에 있어서는 5장(臟)이 되며, 사물에 있어서는 5행(行)이 됩니다. 이를 넓혀서 말하면 거느리지 아니함이 없으니 우러러 관찰하고 구부려 살핌에 이보다 더한 것이 있겠습니까?”
이에 통인이 빙긋이 웃으며 한참 동안 있다가 천천히 비유하여 말하였다.
“세상에서 말하기를 일천 금은 기울게 하기 쉽지만 한 마디 말은 내뱉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한갓 손바닥 가리키기를 소비할 뿐입니다. 그대가 밤에 놀다가 말 실수를 할 것이 두렵습니다. 억지로 비교해서 말하면 심씨(沈氏)7)의 『균성론(均聖論)』에 ‘염제씨(炎帝氏)와 태호씨(太昊氏)의 처음에는 순방(純厖)의 시초이어서 사람이 쌀알을 먹지 않았기에 고기와 가죽이 아니고서는 연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비록 성인의 덕이 은근하나 은혜가 그를 구하여 면하게 하는 데 있기에 그 신명을 북돋고자 그러한 삶의 이치를 갑자기 바꾸지 않고 이를 점차 인도하여서 그의 근원을 열어주었다. 그러기에 수인씨(燧人氏)가 불을 발명하여 날 것을 익혀 먹게 하였으니 날 것과 익혀 먹는 것이 변하여짐은 대개 불교의 시초이다’라 하였습니다.”
군자가 말하였다.
“심씨가 학문으로는 도교와 유교를 종합하고 이치로는 유교와 불교를 겸하였으니, 이는 이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찌 이러한 논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까닭은 태호씨는 본래 응성(應聲)보살이고, 공자는 곧 유동(儒童)보살로서 먼저 이 나라에 돌아다니면서 방편으로 점차 교화를 행하여서 다섯 가지 탁(濁)한 것을 불쌍히 여겨 5상(常)을 선포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대가 들은 것을 찾지 않기에 이제 그 근본을 대강 베풀겠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이루시고서 아래의 범부들을 가까이 접하려 해서 이에 소승(小乘)의 가르침을 여셨으니, 시리(尸利)8)로 인하여서는 세 가지의 귀의(歸依)를 말씀하셨고, 말가(末伽)9)로 인하여서는 다섯 가지 계(戒)를 말씀하셨으며, 가왕(迦王)10)을 위하여서는 열 가지의 착함을 말씀하셨고, 장자(長者)를 위하여서는 여섯 가지의 재(齋)를 말씀하셨습니다.
이 네 가지는 무엇입니까? 세 가지의 귀의로 그가 삿됨을 버리도록 권하였고, 다섯 가지의 계로 그가 악을 행함을 막았으며, 열 가지의 착함으로는 귀(貴)를 불러오게 하였고, 여섯 가지의 재로는 즐거움을 얻게 한 것입니다.
『석명(釋名)』에 ‘귀의는 향(向)함이요, 계는 그치게 함이요, 착함은 아름답게 함이요, 재는 엄숙함이다’라 하였습니다. 세 가지의 귀의는 그에게 세 가지의 높은 데 귀향하게 함이요, 다섯 가지의 계는 다섯 가지의 욕심을 막아 그치게 함이요, 열 가지의 착함은 아름답게 줌을 모두 맞음이요, 여섯 가지의 재는 얼굴과 거동을 엄숙히 하여 공경함이니, 그리 되면 명기(冥祇)들이 기쁘게 모여서 징조와 경사가 진실로 흡족할 것입니다.
첫째 죽이지 아니함이요, 둘째 도적질하지 아니함이요, 셋째 사음(邪淫)하지 아니함이요, 넷째 거짓말하지 아니함이요, 다섯째 술을 마시지 아니함이 다섯 가지의 계가 됩니다.
계(戒)라 함은 금지하는 것이요, 굴레를 씌우는 것이니, 몸과 입을 다스리기를 마치 말에게 고삐를 씌우는 것과 같이 하고, 정욕(情慾)을 금지하기를 마치 원숭이에게 자물쇠를 씌우는 것과 같이 하는 것입니다.
『지도론(智度論)』에 ‘큰 악의 병에는 계가 좋은 약이 되고, 큰 무서움에는 계가 지켜주고 보호해 줌이 되며, 죽음의 어두움에는 계가 밝은 등불이 되며, 세 가지 악한 길에는 계가 교량(橋梁)이 되며, 나고 죽음의 바다에는 계가 큰 배가 된다’ 하였습니다.
대저 죽이지 아니한다 함은 하늘을 지고 땅을 밟는 무리들과 둥근 머리와 모난 발의 무리들과 물과 육지와 산과 허공에 사는 태생(胎生)과 난생(卵生)과 습생(濕生)과 화생(化生)들, 그 종류를 말하면 무릇 네 가지의 생(生)이 있고, 하나하나의 생에 다 8만 4천 가지의 형상이 있어서 같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사람과 축생이 이에 다르고 귀하고 천함이 다르지만 엄숙하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급급하게 생을 탐하여 고통을 피하고 그의 몸을 즐기려 하고, 편안함을 구하여 그의 목숨을 기르려 하는 이 정(情)은 한 가지이고, 이 이치는 1만이 고르니, 어찌 그릇 충정(忠貞)을 해하고 함부로 순선(淳善)함을 목베겠습니까? 그 때문에 양사(良士)들은 죽게 되자 머리를 풀어뜨렸고 조동(趙同)은 죽게 되자 크게 노하여 가슴을 쳤고 북망산(北邙山) 언덕에는 원혼(怨魂)의 슬픔이 쌓였고 진(秦)나라 구덩이는 죄 없는 혹독함을 마음대로 하여 배를 타는 노래를 이미 지었고 황조(黃鳥)의 읊음이 슬픕니다.
다음에는 파천(灞川)에서 포위를 벌리고 몽택(夢澤)에 풀어주고 사로잡고 하여서 그물을 폄이 들에 뻗치고 산을 연하였으며, 불은 산고개를 쫓아 높고 낮으며, 연기는 풀을 따라 성글고 빽빽하였으며, 번개같이 달리는 매를 다투어 들고 바람을 따르듯 빠른 말을 다투어 앞서겠습니까?
원숭이는 화살을 보고 헛되이 놀라며 기러기는 활을 보고 멀리 떨어집니다. 그러니 가슴을 찢기고 겨드랑이에 사무치는 아픔과 팔꿈치를 풀고 두뇌(頭腦)를 함몰시키는 아픔이니, 어찌 홀로 자방벌레를 잃고 못을 비우겠습니까? 드디어 원숭이를 망치고 숲을 다하는 격입니다.
더구나 낚싯줄을 굽은 물가에 드리우고 갈고리를 깊은 못에 내려서 붉은 잉어를 하수에서 얻고 자색 물고기를 정곡(井谷)에서 거두어도 이들은 다 다섯 가지의 상(常)을 품수(稟受)하였으며, 함께 네 가지의 기운을 머금었고 한가지로 부처될 성품을 받았으며 한가지로 신명(神明)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차마 고기를 산같이 벌려서 지지고 볶고 하여 비늘 달리고 깃 달린 것들의 생명을 끊고 추환(芻豢)의 무리들을 다 죽일 것이며, 염지(染指)의 자라를 굽고 여주(如朱)의 자라를 지져서 하증(何曾)11)의 훌륭한 반찬에 이바지하고, 누호(婁護)의 진수(珍羞)를 갖추어서 저들의 심장과 간장을 맛있게 장만하여 그의 입과 배를 채우며, 남의 살을 기쁘게 장만하여 연회를 베풀어 나의 아름다운 손님들을 즐겁게 하여 일곱 가지의 덕(德)의 광영(光榮)을 경하하고 아홉 가지 공(功)의 번성한 모임을 즐기더라도 이는 큰 자비의 본뜻을 상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지성(至聖)이 금하신 것입니다. 물고기를 기른 장자는 꿈에 하늘 꽃을 감득하였으며『금광명경(金光明經)』에 나타난다, 개미를 구한 사미(沙彌)는 가만히 촉박한 수명을 늘리었다『현우경(賢愚經)』에 나타난다. 그래서 이에 금강(金剛)의 체를 이루고 마침내 오래 사는 원인이 되었으니부처님 법을 보호한 인연으로 금강의 체를 이루고 살생을 아니한 과보로 수명을 오래 한 인이 되는 것은 『열반경(涅槃經)』과 『금광명경』 등에 보인다, 이는 곧 숙세의 혐오를 길이 끊는 것이니 그의 덕이 첫째입니다.
도적질하지 않음을 말한 것은, 도척(盜跖)의 행동은 온 세상이 용납하지 아니하고 대들보 위의 미련함은 사람들이 다 근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주머니의 행장에 한 푼의 돈이 없고 상자에는 밑천을 끊는 가난함이 있어서 드디어 삼베옷 입음도 충분하지 못하거니 갈포(葛袍)를 어찌 생각하리오.. 장자는 입에 의하는 더러움을 부끄러워하고, 부처님을 따르는 무리들은 도판(屠販)의 수고를 부끄러워합니다. 그러니 어찌 채소를 훔치고 물고기를 도적질하며 오이를 훔치고 대추를 사사로이 하겠으며, 겸하여 승단의 물건을 훔치고 상주(常住)의 재물을 사용하겠습니까?
악하게 구하면 많이 구할 수 있고 이익으로써 이익을 내지마는 일찍이 부끄러워함이 없어서 도무지 생각을 두지 아니합니다. 이는 어찌 더러움을 띄는 것이 앞에 나타날 뿐이겠습니까? 참으로 또한 후세에 재앙이 됩니다『지도론』에서 ‘모든 중생들은 옷과 밥으로써 스스로 살아간다. 그러니 만일 뺏고 겁탈하면 이는 생명을 겁탈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큰 성인이 자비로 불쌍히 여겨서 계율을 제정하여 막으셨으니 그의 덕이 둘째입니다.
사음(邪婬)하지 말라 함은 덕을 패하고 몸을 멸망시키는 데는 사음의 죄가 매우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말비(妹妃)는 하(夏)나라를 멸망시켰고, 달후(妲后)는 은(殷)나라를 멸망시켰으며, 포사(褒姒)는 주(周)나라를 거꾸러트렸고, 여희(麗姬)는 진(晋)나라를 기울게 하였습니다. 신선은 여자를 목태우는 곤욕(困辱)을 만났고, 천묘(天廟)는 몸을 불태우는 재앙을 받았습니다. 그러기에 여러 죄의 근본이요, 재앙을 얽매는 뿌리라고 말합니다. 가까이는 범천(梵天)의 세상에 어긋나고 멀리는 보리를 장애합니다. 그러기에 끊어서 행하지 아니하니 그의 덕이 셋째입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함은 술은 어지러움의 근본이니 또한 미친 약이라고도 일컬어서 두루 세 가지의 독(毒)의 허물을 일으키고 6근(根)의 틈을 모두 짓기 때문입니다. 벌거벗고 언성을 높여 부르짖으며 귀한 이나 천한 이를 다 속이고 친한 이나 멀리하는 이를 다 꾸짖습니다. 어떤 때는 말뚝같이 섰다가 어떤 때는 울기도 하고 노래도 부릅니다.
은(殷)나라 임금은 소같이 마시다가 조정을 잃었고, 초(楚)나라 공자는 범같이 취하여서 덕(德)을 패하였으며, 성도(成都)에서는 여러 달 취함에 얽히었고, 중산(中山)에서는 1천 날 동안 곤히 잠을 잤습니다.
몸은 진흙과 같고 마음은 어두워 밤과 같습니다. 서른여섯 가지를 잃어서 허물과 근심이 아울러 나며『지도론』 등에 보임, 8만 4천 가지의 진로(塵勞)가 함께 일어나서 현재에 지혜의 업(業)을 막고 장래에 우치(愚癡)의 보(報)를 얻는 데는 이 죄가 가장 깊습니다.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술마심을 허락하지 않으셨으니, 진실로 능히 계를 받들면 복을 얻음이 다함이 없습니다. 그의 덕이 넷째입니다.
거짓말하지 말라 함은 입은 재화의 중매쟁이요, 혀는 싸움의 근본이라 일컫기 때문입니다. 능히 몸을 치는 도끼가 되니, 그를 여러 악의 문이라고 일컫습니다. 칼과 칼날은 목구멍 사이에서 일어나고 자기를 묶는 노와 새끼는 입술과 이 사이에 있습니다.
찬바람을 말하면 푸른 나무로 하여금 잎이 떨어지게 하고, 꽃다운 절개를 말하면 말랐던 나무로 하여금 꽃을 피게 합니다. 칭찬하고 헐뜯음이 그의 말 한마디에 달렸고 살고 죽음이 세 치도 못 되는 혀에 달렸습니다. 벗들 사이가 그로 인하여 물과 불같이 틈이 벌어지고 집안이 이 때문에 틀어지고 떠납니다.
큰 해로는 겨레를 멸망시키고 나라를 기울게 하며, 작은 허물로도 몸을 위태롭게 하고 목숨을 잃게 합니다. 미래의 무거운 과보를 부르고 현재의 깊은 원한을 맺어서 실로 네 가지 허물의 근본이요, 열 가지 악의 숲입니다. 불교의 경전에서는 코와 같은 경계를 기술하였고, 주(周)나라 종묘에는 구리로 된 사람의 명(銘)을 썼으니 복이 이보다 더함이 없습니다. 그의 덕이 다섯째입니다.”
공자(公子)가 기뻐하며 대답하였다.
“내가 들으니 바다에는 짠 맛 이외에는 없고 끓는 물에는 다른 뜨거움이 없다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말한 살생과 도적질하는 등의 계는 또한 선왕(先王)의 인의(仁義)의 가르침과 같습니다. 마침내 안(眼)과 목(目)은 같은 것을 달리 부름이요, 두(頭)는 수(首)를 달리 부르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알겠습니다. 길이 다르면서 한가지로 돌아오고 온갖 생각이 일치한다 함이 이를 이름이니, 다섯 가지의 가르침이 이미 만족한데 어찌하여 다섯 가지의 계를 번거롭게 듭니까?”
통인이 말하였다.
“다섯 가지의 가르침은 현재의 잘못을 방지할 뿐이지만 다섯 가지의 계는 미래의 허물까지 막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의 가르침은 일이 드러나야 죄가 되지만말하자면 살생과 도적질의 일이 드러나야 도적의 죄를 얻은 자를 관(官)에서 비로소 바로잡아 죄를 다스린다, 다섯 가지의 계는 입으로 움직여도 죄를 이루며, 서(書)에서는 다만 한 가지의 형(刑)에 그치지만 경(經)에서는 이에 세 가지의 보를 막습니다현보(現報)와 생보(生報)와 후보(後報)이다. 한 가지 형에 그치는 것은 한때의 나타난 죄를 면하지만 세 가지의 보를 막는 것은 3세(世)에 오는 재앙을 끊는 것이니, 이는 또한 여섯 가지 종(宗)과 일곱 가지 묘(廟)의 뜻과 같으며, 세 가지 옹(饔)과 네 가지 교(郊)의 예와 같으며, 때와 달과 초하루와 보름의 전(奠)과 같고, 길(吉)과 흉(凶)과 경(慶)과 조(弔)의 진수와 같습니다. 『예기(禮記)』의 「왕제(王制)」편에 ‘서인(庶人)들은 부추를 올릴 적에 알을 곁드리고, 보리를 올릴 적에 물고기를 곁드리며, 기장을 올릴 적에 돼지를 곁드리고, 벼를 올릴 적에 기러기를 곁들인다. 제후들은 소를 쓰고, 대부(大夫)들은 염소를 쓰고, 선비들은 개와 돼지를 쓴다. 하늘과 땅에 제사할 적에는 누에고치와 밤을 쓰고, 종묘(宗廟)에 제사할 적에는 각악(角握)을 쓴다’고 하였으니, 다 연고가 있어서 살생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그 가르침을 닦으면서도 그들의 풍속을 바꾸지 아니하며 그의 정치를 정제(整齊)하면서도 그의 마땅함은 바꾸지 아니합니다. 가르침이라 함은 예의(禮義)를 말함이요, 정치라 함은 형금(刑禁)을 말한 것입니다. 비록 예는 그들의 산 것을 보고 그들의 죽음을 차마 하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듣고서 그 고기를 취하지 아니한다 하였으나 그 또한 점차 끊으려는 말이어서 또한 극히 자비한 가르침은 아닙니다.
원래 불교는 착한 것으로써 권하고 어진 것으로써 교화하고 살생하지 아니함으로써 살생을 그치게 하여 그의 살생의 업을 끊는 것입니다. 살생함을 끊기 때문에 백성들이 죄를 두려워합니다.
임금된 자가 정치를 할 적에 옥에 가두어 놓고 형벌로써 정제하고 죽임으로써 죽임을 그치게 하여서는 살생의 업을 끊지 못하는 것이니, 살생을 끊지 않았기에 백성들을 금지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도론』에 ‘살생에는 열 가지의 죄가 있으니, 첫째는 마음에 항상 독함을 품어서 세세생생(世世生生)에 끊어지지 아니하는 것이고, 둘째는 중생들이 증오의 눈으로 기쁘게 보지 아니하는 것이고, 셋째는 항상 악한 생각을 품어서 악한 일을 사유(思惟)하는 것이고, 넷째는 중생들이 미워하기를 독한 뱀을 보듯 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잠잘 때에 마음이 두렵고 깨서도 또한 편치 못한 것이며, 여섯째는 항상 악한 꿈이 있는 것이고, 일곱째는 목숨이 끝날 때에 미치고 두려워서 악하게 죽는 것이고, 여덟째는 목숨이 짧은 업을 심는 것이고, 아홉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지옥 가운데에 있는 것이며, 열째는 비록 지옥에서 나와 사람이 되더라도 항상 가난하고 궁하고 목숨이 짧음을 당하는 것이다’라 하였습니다.
그러니 열 가지의 죄를 장래에 두려워하면 살생이 스스로 그치지만 다섯 가지의 형벌을 현재에 제지하면 허물이 징계(懲戒)되지 아니합니다.서(書)에서는 현재의 것을 막았고, 경에서는 미래의 것을 막았다. 서서 눈 앞의 것을 징험한다 함이 이를 이릅니다.
『법구경(法句經)』에서 ‘살생을 하고서 살기를 구하면 삶으로부터 떨어진 길이 멀다’ 하였으며, 『제위경(提謂經)』에서는 ‘살생하지 아니함이 인(仁)이니, 인은 간(肝)과 목(木)의 위치를 주관한다. 춘양(春陽) 때는 만물이 다 생한다. 정월과 2월이다. 소양(少陽)이 일을 써서 여러 품류(品類)들을 양육하니 생을 좋아하고 죽임을 미워한다. 살생하는 자는 인(仁)이 없는 것이다.
삿되지 아니함을 의(義)라 한다. 의는 폐(肺)와 금(金)의 위치를 주관한다. 7월과 8월이다. 소음(少陰)이 일을 써서 밖으로는 질투하는 몸을 해치는 위태로움을 막으며 안으로는 성명(性命)의 정기를 다하는 근심을 둔다. 사사로움을 금하여 음란하지 아니함이니 음란하면 의가 없다.
술을 마시지 아니함이 예(禮)니, 예는 심장과 화(火)의 위치를 주관한다. 4월과 5월이다. 태양(太陽)이 일을 쓰니 천하가 크게 뜨거워서 만물이 발광(發狂)을 한다. 술을 마셔 취함에 이르면 마음이 또한 발광을 한다.
입으로 거짓말을 하여 도를 어지럽히는 근본이 되어 몸에 위망(危亡)이 이르러 천명(天命)을 다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술을 금하는 것이니 술을 먹으면 예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적질하지 아니함을 지혜라 한다. 지혜는 신장(腎藏)과 수(水)의 위치를 주관한다. 10월과 11월이다. 태음(太陰)이 일을 써서 만물을 거두어 간직한다. 도적질하면 하늘에 순종하지 아니함이다. 물건을 얻어 간직하기에 도적질함을 금한다. 도적질하는 자는 지혜가 없는 것이다.
거짓말하지 아니함을 신(信)이라 한다. 신은 비(脾)와 토(土)의 위치를 주관한다. 3월과 6월과 7월과 12월이다. 중앙에서 일을 써서 네 지역을 제어한다. 악한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재화가 입 가운데 있어서 말을 하면 재앙이 이르고 기가 발하면 형체가 상한다. 그래서 몸을 위태롭게 하고 목숨을 재촉한다. 그러기에 혀를 금하는 것이니 혀를 놀리면 신의가 없다’ 하였습니다.
『비유경(譬喩經)』에서는 ‘조촐한 계의 말을 편히 가져서 교묘하게 잡고 고삐와 굴레를 굳게 하며, 몸에 정진의 투구를 써야 이에 마왕(魔王)의 도적을 벗어난다’ 하였고, 『백구비유경(百句譬喩經)』에서는 ‘5근(根)의 재화는 독한 용보다 더 심하고 술취한 코끼리보다 더하다. 5근으로 받아들임은 바다가 뭇 물을 받아들임과 같고 불이 땔나무를 얻음과 같아서 일찍이 싫어하거나 만족하지 아니하며 5근은 화살과 같고 뜻의 생각은 활과 같으며 사념(思念)은 살과 같다. 그러기에 다섯 가지 계의 지팡이로 6근을 수호하기를 달리는 말을 보듯 한다’ 하였습니다.
『천지본기경(天地本起經)』에서는 ‘겁(劫) 초의 때에 사람들이 지비(地肥)를 먹고 살았는데 어떤 중생이 5일 동안 먹을 것을 한 끼니에 먹어버렸기에 이로 인하여 도적의 계를 제정하여 금지시켰다. 지비를 먹음으로써 탐욕하는 마음을 일으켰기에 그로 인하여 음욕의 계를 제정하였으며, 음욕 때문에 서로 속이고 빼앗기에 그로 인하여 살생의 계를 제정하였다. 욕심 구함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아첨하고 굽히게 하였으니 그로 인하여 거짓말하지 아니하는 계를 제정하였으며, 술을 마시기 때문에 혼란(昏亂)하여 그릇됨을 행하였으니, 그를 인하여 술 마시는 계를 제정하였다. 그러므로 생각하여 보니 다섯 가지 계의 일어남은 그 유래가 오래여서 하늘과 땅의 시초에 싹텄으며 만물보다 먼저 형성되어서 미세하기로는 사이 없는 데 들어갔고, 크기로는 8극(極)에 가득하여서 중생들의 아버지요, 사람이 가야 할 길의 뿌리이다. 3재(才)를 포괄하고 3세(世)를 농락하였으며 여러 유(有)를 포함하여 기르고 음양(陰陽)을 통솔하고 부리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사천왕경(四天王經)』에서는 ‘한 계(戒)마다 다섯 명의 착한 신(神)이 있다. 그러기에 삼보에 귀의하여서 재(齋)를 지키고 계를 가지면 사천왕이 위로 천제(天帝)에게 보고하고 천제는 25명의 신으로 하여금 그의 문호(門戶)를 영위(營衛)하게 하며 그가 목숨을 마치면 하늘 위에 왕생(往生)한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이에 일곱 가지 보배의 미묘한 옷을 끌고 백미(百味)의 좋은 음식을 벌려 놓으며 밝은 구슬이 달과 같고 아름다운 여자가 구름같이 모인다. 꽃이 합하고 꽃이 피는 것이 이미 끝과 처음이 없으며 눈으로 맞이하고 눈으로 보냄에 스스로 주선함이 있다’ 하였습니다.
『마화비구경(魔化比丘經)』에서는 ‘다섯 가지의 계는 사람되는 뿌리요, 열 가지의 착함은 하늘에 나는 씨앗이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 말하자면 다섯 가지의 계를 가지면 마땅히 사람의 몸을 얻고, 열 가지의 착함을 닦아 행하면 반드시 하늘에 나는 보를 얻는다. 열 가지의 착함이라 함은 이른바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와 뜻의 세 가지이어서 합하여 열이 된다’ 하였습니다.
『지도론』에서는 ‘입의 네 가지의 해를 방일하지 말고 몸의 세 가지의 근심을 자행(恣行)하지 말아라’ 하였습니다.
『발보리심경(發菩提心經)』에서는 ‘이 열 가지의 계로써 몸과 입과 뜻을 막는 것이니, 몸의 계를 가지는 자는 모든 살생과 도적질과 사음의 행을 끊어서 중생들의 목숨을 끊지 아니하고 남의 재물을 침범하지 않으며 외형적인 색(色)을 범하지 아니한다. 또한 살생 등의 인연 및 방편을 하지 아니하여 몽둥이와 나무와 기와와 돌로써 중생들을 상해하지 아니하게 된다.
만일 물건이 남에게 소속되어 있으면 남이 자신의 풀 하나 잎 하나라도 주지 아니하면 취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일찍이 미세한 색에 반연하지 말고 네 가지의 위의 가운데 공손하고 삼가며 자세하게 살펴야 하니, 이를 몸의 계라고 이른다.
입의 계를 가진다 함은 모든 거짓말과 이간질하는 말과 악한 말과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로써 화합을 이간하고 비방하여 헐뜯으며 말과 글을 수식하거나 방편을 지어서 사람들을 번뇌스럽게 부딪치는 것을 끊어야 하고, 말은 반드시 지성스럽고 유연하고 충신(忠信)하여야 하며, 항상 요익하고 교화하도록 착함을 닦아야 하니, 이를 입의 계라고 이른다.
마음의 계를 가진다 함은 탐욕과 성냄과 삿된 견해를 제하여 없애고 항상 유연한 마음을 닦아서 허물과 죄를 짓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 죄업은 악한 과보를 얻음을 믿어서 사유하는 힘 때문에 온갖 악한 것을 짓지 아니하고 가벼운 죄에서도 매우 무겁다는 생각을 지으며, 설사 그릇 지었을 때도 두려워하고 뉘우침을 생각하여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아서 마음에 아낌이 없으며 복덕 짓기를 즐겨 하고 항상 남을 교화하며 항상 자비한 마음을 내어 모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니, 이를 마음의 계라고 이른다. 이 열 가지의 계를 가지면 죽어서 하늘 위에 남을 얻어 최상의 미묘한 즐거움을 받는다.
그러므로 몸에 다섯 가지 색의 구름 옷을 입고 3수(銖)의 비단옷을 입으며 질다(質多)의 나무 아래와 묘하고 뛰어난 집에서 하늘 무리를 따라 거닐며 향기의 동산에 거닐고 단정하게 앉은 사이에 1겁이 지나고 순간에 천 년이 된다. 광채는 해와 달의 빛남보다 곱고, 향기는 전단(旃檀)의 기운보다 아름답다’고 하였습니다.
『육왕경(育王經)』에서는 ‘임금이 나라 안의 인민들에게 명령하여 다 열 가지의 착함과 다섯 가지의 계를 가지게 하고 다달이 여섯 가지 재를 지키고 해마다 3장월(長月)의 재를 지키게 하니, 소와 말과 개와 돼지의 모든 것이 다 재를 가졌다’고 하였습니다.
『정토경(淨土經)』에서는 ‘아홉 가지 재를 가져야 하니, 한 해에 세 번과 한 달에 여섯 번이다. 아홉 가지 재는 9(神)에 응하고 9뇌(惱)를 제거하고 9악(惡)을 멸하여 없애고 9병(病)을 치료하는 것이다.
세 가지의 재라 함은 삼계를 벗어나고 3도(道)를 구하고 3류(流)를 제어하고 3고(苦)를 끊고 3독(毒)을 다스리고 3도(途)를 막고 3존(尊)에 응하는 것이다.
여섯 가지 재라 함은 6정(情)을 제어하고 6적(賊)을 금지하고 6쇠(衰)를 그치게 하고 6화(和)를 얻고 6행(行)을 일으키고 6덕(德)을 이루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비유경』에서는 ‘하늘 임금인 제석(帝釋)이 사천왕에게 칙명(勅命)을 내리기를 여섯 가지 재의 날에 천하를 살피며 행하라고 하기에 사천왕이 인간이 지은 것의 착함과 악함을 사찰하여 구하다가 큰 나라의 임금이 열 가지의 착함과 네 가지의 평등함으로써 천하를 다스려 교화함을 보고서 보고하니, 하늘 임금이 환희하여 곧 인간의 임금에게 금륜(金輪) 1천 폭을 주니 문체를 새겼으며, 여러 가지의 보배가 옆을 매워서 광명이 통달하여 해와 달의 빛이 끊어졌고 금과 은과 동(銅)과 철(鐵)의 네 가지 윤보(輪寶)가 공중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그리고 8곡(斛)의 밝은 구슬의 광염(光焰)이 해와 같았으며 능히 뜨거운 기운을 제거하고 왕궁 가운데 있었으며, 다시 여보(女寶)가 있었으니 공중으로부터 내려오는데 순전히 살뿐이고 뼈가 없었으며, 여자의 자태를 갖추었는데 배는 둥글어 나타나지 아니하고 귀는 유연하게 드리웠으며 얼굴과 태도는 한가하고 아름다워서 예순네 가지로 변하며 눈썹은 푸르고 머리털은 윤택하여 어지럽지 아니하며 능히 임금의 마음을 알아서 때에 응하여 받들어 공양한다.
기이한 일곱 가지 보배가 물 가운데서 솟아나며 보배스러운 말이 8만이고 흰 코끼리가 어금니가 여섯 개이다.
사대천왕이 일곱 가지 보배의 병을 잡아서 향탕(香湯)으로 정수리에 붓고 하늘 보배의 관을 가져다가 인간의 왕에게 씌웠으며 왕이 만일 행할 때에는 일곱 가지의 보배가 앞을 인도하고 네 가지의 군사가 뒤를 따른다’ 하였습니다.
또 『육왕경』에서는 ‘육왕의 부인은 보배로 된 영락(瓔珞)이 두 벌이요, 구슬로 된 옷이 1천 벌이어서 비록 왕비(王妃)로 있지만 하늘의 복어(服御)를 받는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이른바 구슬의 광명이 뒤에 벌려 있고 옥녀(玉女)들이 앞에 나열하여 있으며 바람은 안개와 같은 비단 치마에 일고 향기는 구름처럼 비단 소매에 일어나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대론(大論)』에서는 ‘계율을 받들고 재를 가지면 현재에 다섯 가지의 이익을 얻으니 칼이 상해하지 못하고 독이 해하지 못하고 불이 태우지 못하고 물이 침몰시키지 못하여서 모든 진에(瞋恚)와 성냄과 해침과 악한 중생 가운데서도 보는 자들이 환희한다’고 하였습니다.
『비유경』에서는 ‘하루를 재를 가지면 60만 살의 양식이 있으며 다섯 가지 복을 얻으며 병이 적고 몸이 편안하고 음욕이 적고 잠이 적으며 하늘에 난다’고 하였습니다.
『정토경(淨土經)』에서는 ‘여덟 가지 왕이라 함은 여덟 가지 세부 규칙[節目]이다. 말하자면 하늘 임금에게 아뢰는 문서(文書)가 한 해에 여덟 번 나가기 때문에 여덟 가지의 왕이라 이른다. 이 날이 가장 긴급하니, 말하자면 해[歲]를 마칠 때와 일이 끝날 때와 과거시험을 치를 때와 결정(結定)할 때로서 하늘 임금에게 상언(上言)한다. 서른두 명의 신하와 4진(鎭)과 사명(司命)과 사록(司錄)은 염라대왕이 맡는다. 신명(神明)들이 듣고 살펴서 죄와 복을 소기(疏記)하여 높고 낮음을 묻지 아니하고 한 달에 여섯 번 아뢰니 여섯 가지의 재의 날이 그러하고, 한 해에 세 번 반복하니 곧 3장재(長齋)의 달이다.
지금의 사람들은 좌우의 어깨 위에 좌우의 계(契)가 있으니, 왼쪽 신은 남자이고 오른쪽 신은 여자이다. 남자 신은 착한 것을 적고 여자 신은 악한 것을 적어서 이에 하루 먼저 밤중에 하늘에 올라가서 죄와 복을 교정(校定)하여 각기 스스로 공을 구하며 죄와 복을 다투어서 털끝만치도 어긋나지 아니한다. 여래께서 큰 자비로 저들의 괴로움을 덜어주시기 위하여 재와 계를 닦기를 원하시면서 그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게 하셨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이제 분명히 그대에게 말하나니 그대는 마땅히 마음을 돌려서 어긋남이 없게 하고 변변찮은 선비들에게 비웃음을 사지 않게 하십시오.
『송전(宋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제(文帝)가 원가(元嘉) 연중에 하 시중(何侍中)에게 물었다.
≺범태(范泰)와 사영운(謝靈運)의 말에 6경(經)이란 본래 세속을 제도한다고 한다. 만일 성령(性靈)의 참되고 요긴한 것이라면 불경을 지남(指南)으로 삼아야 한다.≻
문제가 또 말하였다.
≺만일 국토의 모든 백성들이 다 순수하게 이 교화를 받으면 내가 앉아서 태평을 이루겠소.≻
하 시중이 대답하였다.
≺신이 들으니 강을 건너온 이래로 왕도(王導)와 주의(周顗)는 보좌하는 이 중에 으뜸이고, 왕몽(王濛)과 사상(謝尙)은 인륜의 본보기이며, 극초(郄超)와 왕밀(王謐) 등은 그 재주가 절륜하며 독보적이라고 일컫습니다. 대략 수십 인은 시대의 준걸 아닌 이가 없어서 맑게 믿는 선비들이 시대에 모자라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여 보니 불교의 교화가 옳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1백 집이 있는 향(鄕)에 열 명이 다섯 가지의 계를 가지면 열 명이 순수하고 삼갈 것이요, 1천 실(室)의 읍에 1백 사람이 열 가지의 착함을 닦으면 1백 사람이 고루고 후할 것입니다. 이 풍훈(風訓)을 전하여 이미 천하에 두루하여서 편성된 집이 천 만이면 인자한 사람이 백 만일 것입니다. 대저 하나의 착함을 행하면 하나의 악함을 버릴 것이며, 하나의 악함을 버리면 하나의 형벌이 없어질 것이며, 하나의 형벌이 집에서 없어지면 1만 형벌이 나라에서 없어질 것이니,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앉아서 태평에 이름이라 하겠습니다.≻무릇 사람이 하루 동안 여덟 가지 계를 받으면 하루를 살생하지 아니하여서 하루를 살생하는 죄가 없을 것이요, 하루를 도적질하지 아니하면 하루를 도적질하는 죄가 없을 것이며, 하루를 삼보를 공경하면 하루를 착한 사람이 되며, 하루를 두 어버이를 섬기면 하루를 효자가 될 것이며, 하루를 거짓말을 하지 아니하면 하루를 믿음을 잃지 아니할 것이요, 하루를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아니하면 하루를 예를 잃지 아니할 것이요, 하루를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아니하면 하루를 형제가 화목할 것이요, 하루를 악하게 꾸짖지 아니하면 하루를 집안이 화목할 것이니, 그래서 한 몸이 하루 동안에 오히려 이 공을 얻을 것이거늘 하물며 한 달 내지 열 달에 이르고 한 해에서 열 해에 이르도록 자신이 짓고 남을 가르쳐서 전전하여 한 사람으로부터 1백 사람에게 이르고, 한 군(郡)으로부터 1백 군에 이르러서 조그마한 착함이면 여염(閭閻)의 선비와 여자에 이르고, 큰 착함이면 경상(卿相)과 왕공(王公)에 이르러서 비교하여 말하면 족히 몸을 세우고 교화를 도우며 나라를 바로잡고 집안을 보전할 것이니, 만일 이로써 몸을 세우면 몸이 서지 아니함이 없고, 이로써 나라를 바로잡으면 나라가 바로잡히지 아니함이 없어서 이에 성인을 얻는 먼 도모요, 참으로 다스림을 돕는 큰 모범이라 하겠다.”
그 공자(公子)가 말하였다.
“주공(周公)과 공자(孔子)가 가르침을 베풀어서 반드시 덕으로써 인도하고 형법(刑法)으로써 정재하였습니다. 그러기에 다섯 가지 형법의 무리와 3천 가지의 죄가 있지만 백성들이 오히려 법도를 따름이 적어서 형법의 그물에 빠지는 이가 많습니다. 만일 부처의 말을 의지하여 계를 보호하고 형법을 버리면 날로 간사하고 도적질하는 이가 많을 것이요, 만일 공(公)을 두고 벌[罰]을 쓰면 또한 큰 자비를 저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나가고 물러섬에 두 기둥이 있을 것이니, 다행하게 그 중간의 도리를 듣고자 합니다.”
통인이 말하였다.
“『조서(趙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석호(石虎)가 일찍이 국사(國師) 불도징(佛圖澄)에게 물었다.
≺부처의 법에는 이미 살생과 벌줌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소. 그런데 내가 이제 천하의 임금이 되어 형법으로 다스리고 있는데 그렇게 살생하지 아니하면 해내(海內)를 숙청할 수가 없소. 이미 부처의 계를 어기고 산 것을 죽였으니 비록 다시 부처님을 섬겨도 어찌 복을 얻겠습니까?≻
불도징이 대답하였다.
≺제왕께서 부처님을 섬기는 데는 마땅히 몸을 공손히 하고 마음을 순하게 가져서 삼보를 현창(顯暢)하고 포악한 일을 하지 아니하며 죄 없는 이를 해치지 아니하면 됩니다. 그러나 흉악하고 어리석어서 무뢰(無賴)한 이로서 교화로는 바꿀 수 없어서 능히 악을 고치지 못하여 죄가 있으면 죽이지 아니할 수가 없고 악이 있으면 형벌에 처하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마땅히 죽일 이를 죽이고 형벌할 이를 형벌할 뿐입니다. 만약 포악하여 자의(恣意)로 죄 없는 이를 죽이고 해친다면 비록 다시 재물을 기울여서 부처를 섬겨도 재앙과 화를 풀지 못할 것입니다. 원하오니 폐하께서 욕심을 덜고 자비를 일으켜서 널리 모든 것에 미치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길이 융성하고 임금의 복록이 바야흐로 원대할 것입니다.≻
석호가 비록 다 행하지는 못하였지만 이익됨이 적지 않았다.’”
『송전(宋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제 때에 외국의 사문 구나발마(求那跋摩)가 이끌고 교화하는 소리가 원근에 퍼졌다. 그가 송나라 원가(元嘉) 8년에 건업(建鄴)에 이르니 문제가 위로하여 묻기를 은근히 하고, 또 인하여 말하였다.
≺제자가 항상 계를 가져 살생을 아니하고자 합니다만 몸이 물건에 따르기에 그 뜻을 얻지 못합니다. 법사(法師)께서 1만 리를 멀다 아니하시고 오셔서 이 나라를 교화하시니 무엇으로써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구나발마가 대답하였다.
≺대저 도는 마음에 있고 일에 있지 아니합니다. 법은 자기를 말미암고 남을 말미암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제왕과 필부는 닦는 것이 각기 다릅니다. 필부는 몸이 미천하고 이름이 하열(下劣)하여 말과 명령이 위엄스럽지 못하니 만일 자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기의 몸을 괴롭게 하면 장차 무엇에 소용이 되겠습니까?
그러나 제왕은 사해(四海)로써 집을 삼고 1만 백성으로써 아들을 삼아서 하나의 아름다운 말을 내면 사녀(士女)들이 기뻐하고, 하나의 착한 정치를 펴면 사람과 신들이 조화되어서 형벌에는 목숨을 해치지 않고 역사[役]에는 힘을 수고로이 함이 없으며, 곧 바람과 비가 때에 맞고 추위와 더위가 절후(節候)에 응하여서 온갖 곡식들이 번성하고 뽕나무와 삼이 울창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재(齋)를 가지면 재가 또한 클 것이요, 이와 같이 살생을 아니하면 덕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반나절의 반찬을 줄이고 새 한 마리의 목숨을 온전히 한 그러한 뒤에야 바야흐로 크게 제도함이 된다 하겠습니까?≻
문제가 크게 기뻐하였다. 일찍이 시험하여 논하여 보니 길이 거울로 삼아 반드시 지치(至治)의 근본에 둘 만하였다. 마땅히 조정에 앉아 도를 묻고 법을 받드는 데는 친함이 없어서 너그럽고 사나움을 서로 의뢰하고 위엄과 은혜를 겸하여 들며 삼보를 크게 유통시키고 4생(生)을 불쌍하게 여기면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사랑하여서 아홉 가지 유(有)가 엄하지 아니하여도 이에 다스려질 것이니, 주나라 관제가 그의 얇은 효험을 베풀지 못할 것이요, 홍범(洪範)이 족히 그의 현묘한 공을 비교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공자(公子)가 물었다.
“부처님을 받드는 것이 이익이 있다면 무슨 까닭에 3방(方)이 구름처럼 어지럽고 사해가 솥처럼 끓게 되어 도를 행하고 경을 펴지마는 복이 없습니까?”
통인이 대답하였다.
“『조서(趙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진(晋)나라 군사가 출영하여 회수(淮水)와 사수(泗水)에 다다라서 사람들의 뜻에 두렵고 겁내어 갈 바를 알지 못하였다. 그 때에 석호가 성을 내며 말하였다.
≺내가 이처럼 부처님을 받들고 스님들께 공양 올렸는데도 다시 외구(外寇)를 만났으니 부처님의 영험이 없구나.≻
불도징이 그 이튿날 아침 일찍 들어가니 석호가 일로써 불도징에게 물으니 불도징이 대답하였다.
≺임금께서는 과거의 세상에 큰 상주(商主)가 되어서 계빈사(罽賓寺)에 이르면 항상 대중에게 공양하였습니다. 그 모임에는 6천 명의 아라한(阿羅漢)이 있었는데 저도 작은 몸이지만 또한 이 모임에 참예하였습니다. 그 때에 도를 얻은 사람이 저에게 이 주인이 목숨이 끝나면 마땅히 다시 닭의 몸을 받을 것이요, 뒤에 진(晋)의 땅에서 패업(覇業)을 이룰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제 임금이 되셨으니, 어찌 복이 아니겠습니까? 강장(疆場)의 군사가 도적질하는 것은 나라에 항상 있는 것이니, 어찌 삼보를 비방하여 밤마다 독한 생각을 일으킵니까?≻
석호는 이에 깨닫고 부끄러워하였다.’
『인왕경(仁王經)』에서는 ‘부처님께서 파사닉왕(波斯匿王)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국토가 안정되어서 1만 백성들이 쾌락(快樂)한 것은 다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로 말미암는다. 그러기에 여러 나라의 임금에게 부촉(付囑)하고 사부대중에게는 부촉하지 아니한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사부대중은 왕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염부제(閻浮提)에는 열여섯의 큰 나라가 있고 5백의 중간 나라가 있으며 10천(千)의 작은 나라가 있다. 그 국토의 가운데는 일곱 가지 난(難)이 있으니, 모든 나라 임금들이 이 난을 위하여 『반야바라밀경』을 강하여 읽는다. 그러면 일곱 가지의 난이 곧 멸해 없어지고 일곱 가지의 복이 곧 생겨서 1만 백성들이 편하고 즐거우며 제왕이 환희한다.
무엇을 일곱 가지 난이라 하는가? 첫째는 해와 달이 도수를 잃고 때와 절후가 거꾸로 되며 혹은 붉은 해가 돋고 검은 해가 돋아서 2일ㆍ3일ㆍ4일ㆍ5일 동안 나오기도 하며, 혹은 일식(日蝕)하여 빛이 없어지며, 혹은 해바퀴가 한 겹ㆍ두 겹ㆍ세 겹ㆍ네 겹ㆍ다섯 겹으로 중륜(重輪)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변괴를 당할 때에 이 경을 읽고 외워야 한다.
둘째는 28수(宿)가 도수를 잃으며 금성(金星)과 혜성(彗星)과 윤성(輪星)과 귀성(鬼星)과 화성(火星)과 수성(水星)과 도성(刀星)과 풍성(風星)과 남두성(南斗星)과 북두성(北斗星)과 5진(鎭)의 큰 별과 모든 국주(國主)의 별과 3공(公)의 별과 백관(百官)의 별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별들이 각각 나타나면 또한 이 경을 읽어야 한다.
셋째는 큰 불이 나라를 태워서 1만 백성이 타서 다 없어질 적이나, 혹은 귀신의 불과 용의 불과 하늘의 불과 산의 불과 사람의 불과 나무의 불과 도적의 불 등 변괴가 있을 때이니, 역시 이 경을 읽어야 한다.
넷째는 큰물에 백성들이 떠내려가 빠지며 시절이 거꾸로 되어서 겨울에 비가 오고 여름에 눈이 오며 겨울철에 우레와 번개와 벼락이 치고 6월에 얼음과 서리와 우박이 내리며 붉은 물과 검은 물과 푸른 물을 비로 내리고 흙과 산의 돌을 떨어뜨리며 자갈과 돌을 떨어뜨리니, 역시 강과 하수가 거슬러 흐르며 산이 떠오르고 돌이 흘러내리는 이와 같은 변괴가 있을 때이니, 역시 이 경을 읽어야 한다.
다섯째는 큰 바람이 1만 백성들을 불어서 국토와 산과 하수와 수목들이 한꺼번에 멸하여 없어지며 때가 아닌 큰 바람과 검은 바람과 붉은 바람과 푸른 바람과 하늘 바람과 땅의 바람과 불의 바람 등 이와 같은 변괴가 있을 때이니, 역시 이 경을 읽어야 한다.
여섯째는 땅과 국토가 가물어서 뜨거운 불이 통연(洞然)하여 1만 풀이 가물고 오곡이 풍년들지 아니하며 토지가 혁연(赫然)하여 1만 성이 다 없어지는 이와 같은 변괴가 있을 때이니, 역시 이 경을 읽어야 한다.
일곱째는 사방에서 도적이 와서 나라의 안과 밖을 침노하며 화적(火賊)과 수적(水賊)과 풍적(風賊)과 귀적(鬼賊)들이 일어나고 백성들이 거칠고 난리를 피우는 도병(刀兵)의 겁(劫)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괴가 일어날 때에 또한 이 경을 읽어야 한다. 이를 일곱 가지 난이라고 한다.
이 일곱 가지 난을 물리치는 방법으로서 마땅히 아홉 가지 색깔의 기[幡]를 지어야 하니, 길이는 9장(丈)이며 아홉 가지 색으로 된 꽃의 높이는 2장이고 천지등(千枝燈)의 높이는 5장이다. 아홉 가지의 옥건(玉巾)을 만들고, 일곱 가지 보배의 책상과 일곱 가지 보배의 높은 좌대(座臺)를 만들어서 반야바라밀의 경을 그 책상 위에 놓는다. 일곱 가지 보배의 장막 가운데 그 나라의 임금들이 향을 피우고 꽃을 흩뿌리며 날마다 공양하기를 아버지와 어머니를 섬기듯 하고 제석천왕을 섬기듯 한다.
만일 미래의 세상에 나라 임금으로서 삼보를 보호하여 가지는 자에게는 내가 다섯 명의 힘이 센 보살을 시켜 그 나라를 보호하게 한다.
첫째는 금강후(金剛吼)보살이니 손에 1천 보배의 상륜(相輪)을 가졌으며, 둘째는 용왕후(龍王吼)보살이니 손에 금륜(金輪)의 등을 가졌으며, 셋째는 무외십력후(無畏十力吼)보살이니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가졌으며, 넷째는 뇌전후(雷電吼)보살이니 손에 1천 보배의 나망(羅網)을 가졌으며, 다섯째는 무량력후(無量力吼)보살이니 손에 5천의 검륜(劍輪)을 가졌다. 이들은 5천 명의 큰 신왕(神王) 등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하여 큰 이익을 짓는다. 그러니 마땅히 그의 형상을 세워서 공양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저 물이 차면 배가 뜨고 바람이 쌓이면 새를 운반한다 하니, 국토를 보호하는 자는 모름지기 다섯 가지의 힘에 기댑니다하늘과 용과 귀(鬼)와 신(神)과 사람이 다섯 가지의 힘이다. 오직 세상의 방책(方策)이 홀로 6군(軍)과 다섯 가지 힘을 믿을 뿐 아니라 반드시 유(幽)와 현(顯)이 마음을 한가지로 하기 때문에 안온함을 얻지만 6군은 밖과 속의 계책(計策)이 다르기에 문득 위망(危亡)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수라(阿修羅)를 항복시키는 데는 멀리 반야(般若)를 인하고, 풍요로움을 불러 연장하는 데는 가까이 보명(寶冥)을 의지합니다. 다만 왕론(王論)과 정론(正論)을 의지하여 백성을 기르고『금광명경』과 『인왕경』 등에 의지함 일장(日藏)과 월장(月藏)을 받들어서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힘써 일곱 가지의 착함을 일으키고 세 가지의 기운을 더 크게 하기에 곧 5천 명의 대장이 각기 검륜(劍輪)을 떨치고 네 명의 큰 야차(夜叉)들이 함께 신중(神衆)들을 거느려서 부처님의 말씀을 공경하여 순종하고 인간의 임금을 지켜 보호합니다.『대집경(大集經)』의 월장(月藏)의 분(分)에 ‘부처님께서 진단국(震旦國)을 비수갈마(毘首羯磨) 천자와 가비라(迦毘羅) 야차의 대장과 수마나(須摩那) 용왕과 쌍목(雙目)의 큰 천녀(天女)들에게 부촉하니, 각기 권속들을 거느리고 신병(神兵)들을 주령(主領)하여 함께 진단국을 보호하였다. 투쟁과 원수로 여김과 성내고 다툼하는 것과 쟁송하는 것과 두 진영(陣營)이 교전(交戰)하는 것과 기근과 질병과 때 아닌 바람과 비와 빙한(氷寒)과 지독한 열(熱) 등이 다 없어졌다. 그것은 나의 법의 눈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했기 때문이고, 삼보의 종자를 이어 끊이지 않게 하였기 때문이며, 세 가지의 정기(精氣)를 더욱 증장하게 하였기 때문이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임금된 자가 마음을 쓰면 열매 맺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다.
별과 별이 광경(光景)을 흘려서 바로 행하고 해와 달이 광명을 거듭하여 도수에 맞으며 음과 양이 조화되어 변함이 없고 비와 물이 맞아서 때에 응합니다. 감응이 있으면 이에 통하여 신령한 데 계합하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업(業)은 과거니 현재니 하고 말하고, 복은 무거우니 가벼우니 하고 말하는 데 이르러서는 다만 결정된 과보가 아니면 다 물리치게 되니 마침내 멍하니 굽혀가면서까지 공덕이라고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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