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550 벽지불인연론(辟支佛因緣論) 하권

by Kay/케이 2024. 7. 24.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벽지불인연론(辟支佛因緣論) 하권

 


벽지불인연론 하권


실역 인명
진록(秦錄)에 첨부한다
송성수 번역


왕사성의 대장자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바라내 국왕 월출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구사미 국왕 대제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구사미 국와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바라내 국왕 친군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전륜성왕의 막내 아들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4. 왕사성1)의 대장자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비유하면 빽빽한 숲 속에서는
큰 나무를 끌고 나오려 해도
가지와 줄기가 서로 걸려서
끌고 나올 방법이 없네.

집에서 사는 것은 빽빽한 숲과 같고
여러 사무[務]는 가지와 줄기 같나니
벗어나는 요긴한 법 구하도 싶어도
속박과 집착으로 영원히 인(因)이 없다.

숲이나 들판의 고요한 곳에서
경계를 관하여 그 마음을 닦고
온갖 인연과 사무를 해탈하고
가까이하고 사랑하던 모든 것에서 떠나
홀로 살아가는 행을 닦아라
무소에게 두 개의 뿔이 없는 것처럼.

옛 스승들께서 서로에게 전한
이런 일을 나는 듣게 되었네.

옛날에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과거의 다섯 부처님2) 처소에서 항상 모든 선(善)을 닦았으나 우바새가 되어 집안일을 좋아하고 집착하였기에 비록 여러 부처님을 뵙긴 하였지만 출가를 원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온 마음을 다해 재가의 계(戒)를 지켜 훼손하거나 범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선근(善根)이 점점 더하여 가섭부처님의 처소에서 출가해 도를 배웠고, 즐거이 두타(頭陀)를 닦으며 여섯 가지 물건3)을 두루 갖추었으며, 욕심내기를 싫어하였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천궁(天宮)에 태어나게 되었고, 하늘의 수명이 다하고는 왕사성의 큰 장자(長者) 집에 태어났는데, 이 장자 집은 재물이 한량없어서 창고가 가득 차 넘쳤다. (그는) 점차 성장하여 드디어 성년(盛年)이 되었으며, 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비사문(毘沙門)4)의 아들 나라구복라(那羅究福羅)처럼 뜻대로 쾌락을 누렸다.
자기 집에서 지내며 온갖 인연과 사무를 좋아하였고, 아들과 딸을 각각 서른 명씩 낳아 길렀으며 창고와 일꾼의 수효도 매우 많았다. 그는 아들딸을 혼인시키는 등의 그런 일이 너무도 많아서 눈앞의 일만 경영하느라 닦아야 할 법을 잊어버렸고, 일에 속박되어 집안일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일꾼으로부터 여러 친척들의 많은 죽음과 딸[女] 아무개 집이 상화(喪禍)를 만났고 또 생업을 잃게 되었다는 등의 소식을 들어야 했다. 죽거나 망했다는 이런 소식이 널리 들릴 때면 근심의 독[愁毒]으로 괴로워지는 것이 마치 백 개의 화살이 일시에 심장을 꿰뚫는 것 같았다.
또한 아름답고 좋으며 사랑할 만한 소식을 들기도 하였으니, 집안의 장사꾼이 값진 보물을 많이 얻어 안전하게 돌아왔다거나 그의 아들 아무개가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었으며, 또 자신의 딸이 복스러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에는 다시 기쁜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나쁘고 좋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근심과 기쁨이 교차하는 것이 마치 광대가 돌리는 수레바퀴와 같았다.
어느 날 한 친한 벗과 동산으로 가 이리저리 다니며 유람하고 있었다.
어떤 숲에 이르러 큰 나무를 베는 한 사람을 보았는데, 가지와 줄기며 잎이 너무 무성하여 많은 코끼리로도 끌고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잔가지가 없는 작은 나무를 하나 베었고, 한 사람이 혼자 끌어도 전혀 막히거나 걸리는 일이 없어 곧 숲에서 끌고 나올 수 있었다.
이 일을 보고 나서 곧 스스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야 인연(因緣)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큰 나무를 벤 것을 보았는데
가지와 잎이 너무 무성하고 많아
빽빽한 숲에 여기저기 걸려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네.

세간 또한 그와 같나니
아들과 딸이며 모든 권속들
사랑과 미움에 묶인 마음은
삶과 죽음의 빽빽한 숲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잔가지가 없는 작은 나무는
빽빽한 숲에 걸리지 않나니
그것을 보고 나는 깨달았네
친하고 사랑하는 일을 끊으면
삶과 죽음의 빽빽한 숲에서
저절로 해탈을 얻는다는 걸.


그는 곧 그곳에서 벽지불의 도(道)를 얻었다.
이때 그의 친한 벗이 그에게 말하였다.
“날이 벌써 저물어 갑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십시다.”
친한 벗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나는 집으로 갈 인(因)을 이제 이미 끊었습니다.”
친한 벗이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끊었다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내 지난날 애착으로 말미암아 집에 붙어살았으나 이제 나는 이미 이와 같은 애착의 업을 끊었습니다. 사람들이 애착하는 바는 처자(妻子)와 권속이니, 어린 아들과 손자들의 은혜와 사랑을 마음껏 누리는 것입니다. 아버지를 보면 재롱떠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우르르 달려와 부여잡나니, 이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애착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나는 처자와 권속들의 이와 같은 일에 대해 애착하던 마음이 영원히 쉬었습니다. 나는 과거 집에 있을 적에 갖가지 사무를 처리하면서 외출하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였고, ‘그에게 주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것을 취하라’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이와 같은 일을 이미 끊었고, 이미 욕락(欲樂)을 버리고 해탈의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나무의 뿌리를 베어버리고 여러 세계[趣]로 가는 문을 닫았으며 큰 어둠의 장막을 없애버렸습니다.
나는 갓난아이마저도 도리어 원수와 조금도 차이가 없다고 여깁니다. 지금 내가 이와 같은데 어떻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습니까?”
이때 그 친한 벗은 곧 그의 집으로 돌아가 그의 아들딸에게 말하였다. 그가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그를 보러 나섰다.
권속들이 도착했을 땐, 그의 아버지가 이미 사문이 되어 법복을 입고 허공에 날아올라 있는 것만 보였다. 아들과 딸들은 아뢰었다.
“지금 무슨 일 때문에 권속을 싫어하고 미워하시면서 허공에 계십니까?”
그러자 곧 위의 게송으로 아들딸에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게송을 마치자마자 즉시 설산(雪山)으로 날아가 여러 벽지불과 자리를 함께하였고, 그런 뒤에 앞서 도를 얻었던 동산으로 다시 돌아와 몸을 버리고 열반하였다.
그때 그 권속들이 그를 위하여 탑묘(塔廟)를 세우니, 당시 사람들이 그로 인하여 이름을 다자탑(多子塔)이라 하였다.
무릇 선근(善根)이
성숙한 모든 지혜로운 사람[智人]은 조그마한 인연으로도 곧 깨치게 된다.


5. 바라나 국왕 월출(月出)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처자(妻子)와 친우(親友)와 재물은
생사(生死) 중의 허물과 근심이니
숲에서 살며 고요히 해탈하라
무소의 외뿔처럼.

선서(善逝)로부터 들은 것이
전해져 나의 스승에게까지 이르렀으니
나도 또 스승으로부터 들은 것을
이제 마땅히 연설하리라.

옛날에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가섭불(迦葉佛) 처소에서 1만 2천 년 동안 범행(梵行)을 수행하였고, 항상 인욕(忍辱)을 닦으며 중생들을 자비로 대하면서 사소한 계도 일찍이 훼손하거나 범한 일이 없었다.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태어났고, 그 하늘의 수명이 끝난 뒤에는 내려와 인간세상의 바라나 국왕의 집에 태어났는데, 달이 솟아오를 때에 태어났으므로 이름을 월출(月出)이라 하였다.
그는 점차 성장해 태자(太子)가 되었고, 그의 부왕(父王)이 죽은 뒤에는 왕위를 계승하고 전생의 선한 힘으로 바른 법을 행하는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며, 보상(輔相)의 아들을 파견해 작은 나라를 맡아 다스리게 하고 그의 딸을 아내로 주었다.
이 보상의 아들은 용기와 힘이 남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많은 권속이 있었으므로 스스로 씩씩함과 귀함을 믿고 그릇되고 방일하는 것이 도를 지나쳤다.
그때 국왕의 아들과 보상의 아들은 처남 매부지간이었기에 매우 친했었다. 그로 인하여 사사로이 으슥하고 조용한 곳에서 잔치를 벌이면서 은밀히 참계(讒計)를 꾸미고 왕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숙부와 형제와 권속의 수효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세간 사람은 대부분 아내의 말을 잘 듣습니다. 당신의 부왕께서 하루아침에 돌아가시면 당신의 여러 어머니들은 헐뜯고 아첨하여 자기의 아들을 추대하려 할 것이므로 당신 부왕의 자리는 분명 당신에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왕께서 깨닫기 전에 일찌감치 도모하셔야 합니다. 대저 왕위란 천하에서 제일 높은 것이요, 지극히 즐거운 곳이라 천상과 다름이 없으며, 모든 세간사람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믿고 승복하는 자리입니다. 만일 국왕이 되어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기만 한다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비유하면
맛있는 살코기는 모든 이들이 좋아하듯 왕위 또한 그러하여 탐내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하면 홍수가 닥치기 전에
힘써 교량(橋梁)을 만들어야 하나니
만일 폭류(瀑流)가 갑자기 닥치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왕위 또한 그와 같아서
마땅히 먼저 도모해야 하리니
당신 손아귀에 사로잡아 둔다면
그땐 스스로 안심해도 되리라
형제들이 서로 질투한 뒤에
왕위를 얻으려하면 매우 어려우리다.

왕자는 생각하였네.
이와 같이 친한 벗이라는 자가
장차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하는구나.
마치 재로 훨훨 타는 불을 덮어둔 것처럼
현재에도 이미 즐거움이 없을 것이고
내세에 큰 고통을 얻게 되리라.

그때 왕자는 부왕에게 가서 위의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왕은 왕자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눈을 부릅뜨는 것이 마치 벌건 구리[赤銅]와 같았다.
왕은 당장 사신에게 칙명을 내렸다.
“그 일이 아직 누설되지 않은 것처럼 하고 급히 추격해 그를 데리고 오라.”
그때 왕자는 보상의 아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곧 나가 맞이하였는데, 서로 만나고 나서는 이내 갑작스런 병이 들고 말았다.
사신은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께서 병이 들어 아주 위독합니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 곧 몸소 나가 살펴보았다. 벌써 그 아들은 병이 아주 위독하여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있었고 네 가지의 큰 고통5)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 왕위라는 것은 아주 큰 악이로구나, 저처럼 보상 부자가 몰래 나의 아들을 시켜 패역(悖逆)과 반상(反常)을 저지르게 하는 법답지 못한 짓을 하다니. 그렇다고 나의 왕위를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아들은 지금 병의 고통으로 목숨이 거의 다해가고 있으니, 온갖 세간 사람이 모두 탐내고 시샘하겠구나.’
그리고 말하였다.
“알아야 한다. 왕위야말로 나쁘고 더럽고 볼품없는 자리이다. 무엇 때문에 더럽고 볼품없는 자리라 하는가? 왕위 때문에 그의 선행(善行)을 버리게 되고, 왕위 때문에 아버지 할아버지와 친한 이들을 해치는 큰 허물과 죄악을 짓게 되며, 부끄러움[慙愧]도 모르고 교만하고 방일하게 되며, 조그마한 쾌락 때문에 후세(後世)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방이 훨훨 타는 불길에 몸을 던지듯
나라를 탐내는 눈먼 자들 또한 그렇게 하는구나.

득(得)과 실(失)에 깊이 집착해
무엇은 하고 또 무엇은 하지 않으면서
나라 일이라는 진흙구덩이에 빠져
고요하고 안정된 곳 얻지 못하네.

이렇게 생각했을 때
몸의 행이 지극히 청정해졌고
염오(厭惡)하는 마음을 체득(逮得)하여
곧 벽지불의 도를 얻었네.

다시 어떤 스승이 말하였다.
“이 왕은 아들의 병을 보고 나서 곧 궁중으로 돌아왔는데, 이웃 나라의 친한 왕이 적의 침범을 당하자 곧 사신을 파견해 도움을 청하였다.
이 왕은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그 왕을 도우러 갔다. 그러나 그 나라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싸움이 연이어져 서로를 무참히 살해하고 나아가 부인의 태 안에 있는 어린아이까지 꺼내 죽인 뒤였다.
왕은 이런 일을 보고서 깊이 왕위에 대한 싫증을 내면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라의 조그마한 즐거움을 탐내고
욕심의 진흙구덩이에 빠져
욕심과 분노를 키워서는
전쟁을 벌이며 시비를 일으키고
재물과 이익을 탐내는 까닭에
똑같이 서로를 살해하는구나.

수승한 해탈을 구하지 않고
왕위를 쫓다 모조리 사라지는 것이
마치 훨훨 타오르는 불길에
불나방이 몸을 던져 죽는 것 같구나.

괴이하구나, 삶과 죽음 속에서
하는 짓마다 전도되어
힘들고 어려운 일 악착같이 하지만
도리어 쓰라린 재앙을 얻는구나.

마치 저 높은 산꼭대기와
낭떠러지 가에 꿀벌이 있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별 것도 아닌 맛을 탐내
고통에 떨어지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도다.

이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다가
곧 벽지불이 되었다.

그리고는 곧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쁜 사람의 말을 따르지도 않았고 패역(悖逆)의 뜻도 없었다. 네가 만일 나라를 다스린다면 반드시 바른 법으로써 하겠구나. 나는 이제 나라를 너에게 맡기고 떠나려 한다.’
아들과 보상(輔相)과 모든 권속이 왕의 이 말을 듣고 모두가 다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합장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 불찰입니다. 대왕이시여, 어디로 가려 하시나이까?’
그때 부왕은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해 뜨는 산 위에서 위와 같은 게송으로 말하고는, 사문의 옷을 입고 열여덟 가지의 신변[十八種變]6)을 나타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이를 보고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비유하면 잘 조련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아도 곧바로 주인의 뜻을 따르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 또한 그러하여 고통 받는 다른 사람을 보면 마음이 곧 조순(調順)하게 된다.


6. 구사미(拘舍彌)7) 국왕 대제(大帝)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부모와 처자
곡식과 비단과 재보(財寶) 등을
잠깐 스쳐가는 것이 객사(客舍)와 같음을
지혜로운 이는 깊이 관찰하고
애욕(愛慾)을 버리고서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간다네.

나는 옛날 여러 스승들로부터
전해 온 이런 일을 들었다.

일찍이 옛날 가섭불(迦葉佛) 때에 비구가 있었다. 그는 지혜가 총명하고 민첩하며 부드럽고 온화하게 인욕(忍辱)하였으며, 모든 법의 진실한 체성(體性)을 항상 관하였으니, 이른바 ‘음(陰)은 고(苦)요, 공(空)이며, 무상(無常)이고, 무아(無我)다. 마치 파초(芭蕉)와 같고, 더운 날 아지랑이와 같으며, 요술과 같고,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다’고 관찰하였다. 이렇게 잘 관찰하여 스스로 그 마음을 닦았다.
그리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태어났고, 하늘의 수명이 다하고는 내려와 구사미성(拘舍彌城) 국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이름을 대제(大帝)라 하였다.
그의 부왕이 돌아가시자 선업(先業)을 이어받아 왕위를 계승하고서 겁초(劫初)의 모든 왕처럼 계행(戒行)을 잘 닦고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때 성안에 큰 장자가 있었으니 재부(財富)가 한량없었다. 그는 대제왕(大帝王)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라 서로 지극히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장자의 몸이 중병에 걸렸다. 왕은 그가 앓는다는 소식을 듣고 몸소 찾아가 문병하였다. 장자가 병이 들어 모습이 초췌한 것을 보고 왕은 마음이 언짢아져 머리를 숙이고 근심하며 슬퍼하였다.
그러자 그 장자는 칠보8)의 발우[鉢]에 금을 가득 담아 왕에게 바쳤다.
왕은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병환으로 몹시 괴로우시지요?”

장자가 대답하였다.
“원컨대, 왕께서는 잘 살펴보시고 제가 하는 말을 들으십시오.”

저희 집은 매우 큰 부자이니
마치 비사문(毘沙門)과 같습니다.
사랑스런 말씨[愛語]와 재보(財寶)에
친한 벗들도 많이 모이고
처자와 권속들과
동복(僮僕)과 하인도 많습니다.

나는 모두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도
대우도 지극히 후하게 했습니다만
지금 제가 죽을 때에 이르러선
저와 짝할 이가 한나도 없습니다.

왕이 곧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그 말은 매우 진실합니다.
당신의 아들과 모든 친척
재보(財寶)와 많은 창고

그리고 나의 용건(勇健)한 힘과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
비록 이러한 것들이 있다고 해도
구제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우리 모든 친한 벗들은
그대가 병고에 시달림을 보면서도
그저 위로하는 말만 하고
근심하며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또 당신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도
구제할 수 있는 자는 없나니
오직 그 동안에 지었던 선(善)만을
그대 스스로 가지고 갈 뿐입니다.

왕은 그의 병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마음이 선정을 얻은 자와 같아져
중생에게는 온갖 고환(苦患)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깊이 깨쳤네.

온갖 생류(生類)들은
반드시 병이 들게 되어 있으니
병이 늘 사람을 괴롭히건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 없네.

모든 세간 사람들
반드시 죽음의 길에 들게 되건만
전혀 싫증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네, 이들이 나의 처자라고.

저들이 바로 나의 친척이라 하고
이것이 바로 나의 재물(財物)이라 하며
그는 나를 도탑게 대하였다 하고
나는 그의 친한 벗이라고 하네.

어리석음의 병에 걸린 마음으로
멋대로 이와 같은 생각을 지어내
화재 같은 우환(憂患)이 앞에 있는데도
어리석고 눈멀어[愚盲] 보지 못하나니
위에서 말한 친한 이들 어느 누구도
구제할 수 있는 자는 없네.

이것에 대하여 바르게 사유하자
곧 벽지불의 도를 얻게 되었다.

왕의 친척과 내외의 권속은 왕이 도를 얻어 세간의 일을 끊어버리는 것을 보고, 사랑하던 이와의 이별에 불길에 타듯 크게 괴로워하였다. 그때 벽지불이 허공으로 올라가 열여덟 가지의 신변[十八種變]을 나타내고 위와 같은 게송을 말하였다.
다시 어떤 이가 말하였다.
“이 왕이 왕자(王子)로 있을 적에 동산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러 소경들이 서로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왕자가 왔다는 말을 듣고 음식이 있을 것이라 여겨 길옆에 있다가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해 크고 깊은 구덩이에 떨어졌다.
그래서 즉사한 이도 있었고, 머리가 깨진 이도 있었으며, 손발이 부러진 이도 있었고, 몸이 부서진 이도 있었다.
그때 왕자는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근심하면서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이들이 나를 깨치게 하였도다. 이와 같은 소경들 역시 예전엔 부귀(富貴)를 누렸을 터인데 멋대로 방일한 까닭에 지금 이런 고통을 얻는구나. 나는 이제 이런 일을 보았으니, 행(行)을 잘 단속해 방일하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하면 불에 달군 금가발로
머리를 장식하면
금가발이 비록 값지고 아름답긴 하나
뜨거운 불길에 결국 해를 입듯

왕위 또한 그와 같아서
삼가하며 방일하지 말아야 하리니
이 소경들이 나를 깨우치네
스스로 방종해서는 안 된다고.

이 왕위로 인하여
몸으로 큰 교만(憍慢)을 일으키고
위력으로 나라의 인민들을 핍박해
모두를 고뇌하게 한다면
뒤에 스스로 고통을 받을 때
그 고통이 백천 배나 더 심하리라.

고통 받는 다른 사람을 눈으로 보고도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랴
이들이 바로 나의 스승이라
온갖 고환(苦患)을 내게 보여주는구나.

이러한 생각을 했을 때
곧 벽지불의 도를 얻었다.

그때 왕자는 소경들에게 재물과 값진 보물을 크게 하사하고는 사문이 되어 법복을 입고 허공으로 올라가 모든 신변(神變)을 나타내고는 가까웠던 모든 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성냄과 두려움과 근심이 없기에, 그대들을 혐오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나는 사랑하는 이들과 국토와 국민을 버렸고, 원수도 친구도 재물도 보물도 전혀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7. 구사미 국왕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웃고 장난치던 뭇 쾌락의 도구들
침을 뱉어버리듯 버리고
벗어남을 참고 즐기면서
모든 고(苦)를 끊어 없애라.

탐애(貪愛)와 어리석음을 없앨 수 있으면
그 마음 해탈을 얻으리니

해탈을 얻음으로 말미암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일찍이 옛 스승들로부터
이와 같은 일을 듣게 되었다.

옛날에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과거 부처님의 처소에서 모든 선근(善根)을 닦았으며, 맨 나중의 몸[最後身]으로 구사미국에 태어나 구사미국의 왕이 되었다.
그 국토에 큰 가뭄과 지독한 바람과 다섯 별9)이 뒤바뀌고 서로 어긋나는 큰 재앙이 있자, 왕이 태사(太史)와 점상(占相)을 보는 무리10)를 불러 놓고 게송으로 물었다.

무슨 연유로 이런 재변이 있는 것인가?
큰 가뭄이 들어서 비가 오지 않네.
허공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해를 살펴보아도 위광(威光)이 없구나.

고기를 먹는 여러 나쁜 새
까마귀ㆍ수리와 솔개ㆍ올빼미들이
허공에서 빙빙 맴돌고 있으니
보는 이들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구나.

모두들 말하네, 이와 같은 재난은
도대체 누가 저지르는 것이기에
온갖 이상한 일들과 괴변이
이렇게 일어나게 하는 것일까?

그때 태사가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아는 대로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모든 국민에게 반드시 핍박과 괴로운 일이 있을 것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어떤 방법으로 이 재앙과 근심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태사가 아뢰었다.
“왕께서 만일 나라를 편안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저의 말을 따르셔야 합니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께서 만일 왕위에서 물러나
왕의 옷을 벗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섯 달이 다 차도록
남루한 옷으로 걸식을 하신다면
재앙과 환란 저절로 사라지고
왕은 보름달처럼 되실 겁니다.

왕은 그의 말에 따라 곧 왕위를 버리고 남루한 옷을 입고 나라를 돌아다녔으며, 여기저리를 지나가다 걸음이 바시다성(婆翅多城)에 이르렀다.
그 성에 도착한 뒤에 다른 나라의 왕이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고, 바시다의 왕도 나라의 안락을 위해 병사를 일으켜 가서 항거하게 되었다.
두 나라 군사들이 서로 싸우다가 두 나라 왕이 모두 죽게 되자 바시다성의 여러 왕자들이 나라를 차지하려고 서로 다퉈 다시 큰 싸움이 벌어졌다.
비라선왕(毘羅仙王)은 이 일을 보고 나서 부르짖었다.
“괴이하구나.”
그리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위가 비록 높고 호사스럽다 하나
그 즐거움은 너무도 보잘 것 없거늘
어찌 이것을 위하여
온갖 지독한 고통을 감수하는 걸까?

다투는 마음으로 전쟁을 일으켜
좋아하고 집착하며 온갖 악을 좇는 것이
저 파리가 꿀을 탐식하다가
꿀에 달라붙어 모조리 죽는 것 같나니
사람 또한 그와 같아서
조그마한 즐거움을 탐하는 까닭에
전쟁을 벌려 스스로 상해하네.

왕위는 비루하고 천하다 하겠으니
온갖 고뇌(苦惱) 많이도 불러 보아
그 환해(患害)로 멸망에 이르나니
마치 독이 섞인 음료수를 마시면
독이 퍼지면서 몸이 죽게 되는 것과 같다.

자기 한 몸만 위하기 때문에
상해(傷害)하는 바가 많은 것
어리석은 자 왕의 즐거움을 탐내지만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은 너무도 많나니
나는 지금부터 영원히 그만두어
다시는 이런 즐거움을 구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나라의 사무(事務)에는
그 속에 근심과 두려움이 가득하니
영화와 쾌락은 잠시 동안이요
근심과 괴로움은 오래 이어지는 법.

비유하면 아름다운 황금으로 된 집이
불길에 훨훨 타는 것과 같나니
지혜로운 이는 화상이 두려워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했을 때
곧 벽지불의 도를 깨달았으며
신통의 힘 때문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졌네.

곧 사문의 형상이 되어
몸을 솟구쳐 허공으로 올라갔고
이내 허공에서
위와 같은 게송을 말하였다.

그가 곧 날아서 설산의 여러 벽지불 처소에 이르자, 그곳의 벽지불들이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도과(道果)를 깨치게 되셨습니까?”
그는 위의 게송으로 자세히 대답하였다.


8. 바라나 국왕 친군(親軍)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세간에서 웃고 노는 쾌락
그리고 사랑스런 아(我)와 아소(我所)를
모두 다 놓아 버리고
마음과 뜻이 해탈을 얻어
모든 근이 다 적정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는 옛날 스승들로부터
이와 같은 일을 전해 들었다.

과거 바라나성에 친군(親軍)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두 부인을 마음으로 너무도 사랑하여 음행을 즐기고 집착하였으며, 늘 방일하게
취한 사람처럼 여색에 빠져 지냈으며, 또한 마치 향산(香山)11)의 제멋대로인 코끼리가 향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마리산(摩梨山)12)으로 들어가 음행을 마음껏 저지르는 것과 같았다.
그때 두 부인은 서로를 질투하여 각자 기회를 엿보다가 한 부인이 곧 독약을 그의 심복에게 주었고 그 심복은 약을 가져다 다른 부인에게 먹였다. 그 부인은 약을 먹고 미칠 듯 답답해하며 누워서 몹시 고통스러워하다가 곧 목숨을 마쳤다.
다른 부인은 그가 목숨을 마친 것을 보고는 거짓으로 몹시 슬퍼하며 괴로운 척하고 스스로 그의 머리를 흩뜨리고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니, 온 궁중이 가엾이 여기면서 슬퍼하였다. 왕도 그의 죽음을 듣고 크게 괴로워하였다.
부인의 좌우에 있던 직인(直人)은 걸치고 있던 영락(瓔珞)과 몸을 치장한 꾸미개들을 모두 떼어버리고 흙을 몸에 발랐으니, 근심의 독이 심장을 꿰뚫는 것이 마치 저 비둘기 떼가 매에게 쫓기는 것과 같고 금시조(金翅鳥)13)가 모든 용녀(龍女)들을 놀라게 하는 것과 같았다. 궁중의 채녀(采女)들도 죽음에 놀라워하는 것이 또한 그와 같았다.
그때 궁중은 묘지와 같았고, 또 검은 먼지가 광명을 가린 것처럼 모든 궁인(宮人)들이 근심에 싸인 것 또한 그와 같았다.
왕은 궁중 사람들이 이와 같이 근심하고 괴로워한다는 것을 듣고 마음속으로 놀라면서 천관(天冠)과 영락과 몸에 걸쳤던 복식(服飾)을 모조리 땅에 버리고 시신(屍身) 곁으로 갔고, 모든 채녀들이 너무도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다. 왕은 이것을 보고 나서는 더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다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하면 한창 더운 날에
아름다운 꽃이 볕에 시들듯
죽음이 찾아오면 사람의 형상이 소멸하여
얼굴빛이 검푸르게 변하는구나.

입술과 이는 먼지와 때에 더럽혀지고
눈은 꺼지고 콧날은 틀어지고
노래하고 춤추던 아름다운 자태
빳빳해져 목석(木石) 같구나.

예전에는 나로 하여금
최고의 즐거움이라며 애착하게 하던 것이
왜 갑자기 오늘은
나를 두렵게 할까?

싫구나, 삶과 죽음의 재앙이여
청정하지 못하고 지극히 더러우며
꿈처럼 허망하여 진실하지 않고
또한 파초의 속과 같아
튼튼하고 충실한 모양 없으며
허깨비ㆍ물거품ㆍ아지랑이와 같고

잠깐 나타나는 것이 물결과 같나니
지혜로운 자라면 싫어할 바로다.

자세히 살필 줄 모르는 이는
좋아하고 집착하는 생각을 멋대로 일으키고
이 부정(不淨)한 것에 대해
몸이라는 생각을 멋대로 일으켜
답답하게도 지키고 집착하는 것이
마치 잠자는 사람과 같구나.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그리 길지 않은 사이에 부인의 시신을 화장하고 장례를 마쳤다.
다른 부인은 자기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좋은 음식을 미리 먹고는 거짓으로 몹시 슬퍼하고 괴로운 척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며 슬퍼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허물이 드러나 발각될 것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수심이 맺혔고, 수심이 맺힌 탓에 음식이 소화되지 않아 곧 큰 병이 되었다.
왕은 그가 병이 난 것을 보고 갑절이나 더 슬퍼하고 괴로워하다가 곧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이와 같은 것이 모두 생사(生死)의 과환(過患)이로구나’ 하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인이 사랑을 일으키게 하는 것처럼
누(累)를 끼치는 것도 지극히 많구나.
사람치고 그렇지 않은 자 없나니
사랑으로 인해 즐거움을 일으키다
도로 다시 큰 미움을 일으키네.

사랑은 괴로움의 근본
사랑이 모이는 때를 보면
이것이 무상(無常)한 줄 반드시 알아야 하니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던 이
단정하고 한창인 나이였지만
하루아침에 죽음이 찾아왔지.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어떻게 여기에 즐거움이 있겠는가?
지혜로운 자라면
은혜와 사랑이 합하여 모일 때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킬 자 누가 있을까?
늙고 병들고 죽는 우환이 두려우니
이 때문에 나는 영원히 여의리라.

이런 생각을 했을 때
곧 벽지불의 도를 얻었다.

그는 곧 왕자(王者)의 의복과 영락을 걸치고는 날아서 허공으로 올라가 허공에서 위와 같은 게송을 말하였고, 사문으로 변해 설산(雪山)의 여러 벽지불 처소로 날아갔다.


9.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막내아들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과거 무량겁(無量劫) 때에 한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천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 막내아들은 아버지가 금륜보(金輪寶)를 타고, 칠보(七寶)를
구족하고, 사병(四兵)14)이 호위하면서 따르고, 북[鼓]과 일산[蓋]이며 몸치장이 모두 다 갖추어진 것을 보고서, 그 막내아들이 곧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는 언제 이런 일산 등 갖가지 장식물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머니가 곧 대답하였다.
“너는 뼈가 썩을 때까지도 이런 것을 얻을 수 없다.”
아들이 물었다.
“어째서 얻을 수 없습니까?”
“너에게는 999명의 형들이 있으니, 그들이 의당 그 자리를 계승해야 한다. 그 차례를 세어 보아라. 도무지 너에게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아들은 곧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저와 같은 몸차림을 할 수 없는 것이구나.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어서 몸과 뼈가 썩고 마는 것이구나.’
이렇게 갖가지 생사의 과환(過患)을 생각하다가 바로 깨쳐 벽지불이 되어 몸이 허공으로 올라가서는 열여덟 가지의 신변을 나타냈다.
그러자 어머니가 곧 다시 청원(請願)하였다.
“멀리 떠나지 마시고 정원에 머물면서 나의 공양을 받으시오.”
이때 벽지불은 여러 어머니들의 청을 받아들여 곧 후원(後園)에 머물면서 날마다 공양을 받으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때 벽지불이 몸뚱이가 존재하기는 것이 싫어 곧 버리고 열반에 들자 여러 어머니들은 그를 그리워하면 향나무를 수북이 쌓아 그의 몸을 화장하였고, 그의 사리(舍利)를 거두어 보배 병에 담아 곧 후원에다 그를 위하여 큰 탑을 세웠다.
이때 전륜왕이 사성(四城)을 유람하고 돌아와 후원에 이르러서 큰 탑이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묻자, 정원지기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것은 왕의 막내 아드님 것입니다. 벽지불이 되어 여기서 열반하시자 여러 어머님들이 여기에다 그를 위하여 탑을 세우셨습니다.”
그러자 전륜성왕은 곧 그의 어머니를 불러 물었다.
“나의 아들이 어떻게 죽었기에 이 탑을 세운 것이오?”
그 어머니가 위의 일을 자세히 왕에게 아뢰자 왕은 그의 어머니를 책망하였다.
“나의 아들이 얻고 싶어 하는 것을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소? 지금 비록 열반했지만 왕의 몸치장을 탑 위에 설치하리라.”
이 인연을 말미암아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전륜성왕이 되어
저절로 복을 누리면서 지금까지도 다하지 않고 있다.
만일 생사(生死)에 처했다면 마땅히 2500세상 동안 전륜성왕이 되었을 것이나 성불하셨기 때문에 2500개의 보배 일산[寶蓋]을 받으셨으니, 아사세왕(阿闍世王)15)이 부처님께 500개의 일산을 올렸고, 비사리(毘舍離)의 율차(律車) 자손들16)이 부처님께 500개의 보배 일산을 올렸으며, 바다의 용왕이 부처님께 500개의 보배 일산을 올렸고, 아수라왕(阿修羅王)17) 역시 부처님께 500개의 보배 일산을 올렸으며, 하늘의 제석[天帝釋] 역시 부처님께 500개의 일산을 올렸다.
그때 세존께서는 단 하나의 일산도 받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장래의 제자들이 만일 의복과 음식의 공양이 모자라게 되면 이 복력(福力)으로써 장차 사람과 하늘들로 하여금 저절로 공급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인연 때문에 현성(賢聖)의 복전(福田)은 깊고 넓으면서 한량없는 줄 알아야 한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