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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154 불교 등지인연경(燈指因緣經)

by Kay/케이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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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등지인연경(燈指因緣經)

 

등지인연경(燈指因緣經)


후진(後秦)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漢譯)
김성구 번역


만일 조그마한 선근(善根)을 수승한 복전(福田)에 심으면, 사람과 하늘에서[人天]에서 즐거움을 받을 것이며, 후에는 열반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부지런한 마음으로 선한 업을 닦아서 모아야 한다. 복전이란 것은 곧 부처님이시니, 부처님의 몸매는 광명이 나서 밝은 금덩이 같으시며, 공덕과 지혜로써 스스로를 장엄하여, 원만하고 만족한 눈을 얻어서 능히 중생들의 모든 근기를 관찰하시되, 세간이 어두우면 등불이 되시고, 중생이 어리석으면 친한 벗이 되시니, 모든 선업을 갖추어 훌륭한 명성이 널리 들렸다. 모니(牟尼)세존께서는 대중의 귀의할 바이니, 그러므로 사람과 하늘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복을 닦으면 누구나 좋은 과보를 받으리라.
옛날에 왕사성은 다섯 개의 산에 둘러싸여, 다섯 개의 마가타(摩伽陀)에서 가장 안쪽에 있었다. 이 왕사성 마을들은 뜰과 동산이 널찍널찍하여 대(臺)와 누각[觀]이 장엄하고 화려하며, 당(堂)과 방들이 깨끗하고 미묘하며, 고헌(高軒)1)은 넓고 환하며 난순(欄楯:欄干)2)으로 둘러쳐졌다. 아름다운 숲과 못이 있어 매우 좋고 즐거웠으며, 그 물은 청정하여 차고 더운 것이 적당하게 조절되었으며, 서로 통하는 개울이 감돌아 흘러서 서로서로 어울려 흘러들었다.
숲 속의 나무들은 크고 빽빽하여 가지와 잔가지가 울창하하였고, 꽃과 열매가 번창하고 무성하여서 햇빛과 달빛을 가리게 되었다. 꽃 숲에 바람이 불면 미묘한 향기를 내었으니, 그 향기가 대단히 향기로워 꽃다운 향기가 사방에 가득하였다. 왕사성에 두루한 모든 슬기로운 이들은 모두 이곳의 장엄이 수승하고 특별하다 하여, 마음에 기쁘고 즐거운 생각을 내어, 먼 곳으로부터 구름같이 모여 들었다.
그때 이 성의 주인 아사세왕(阿闍世王)은 불도의 감화의 빛을 멀고 가까운 곳에 입히고 돌아왔으니,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선행을 닦는 이가 많았고, 나라는 착실하며 백성은 번성하여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때 성 안에 한 장자가 있었으니, 그 집은 큰 부자여서 곳집이 차고 넘쳐 비사문(毘沙門)과 같았다. 그러나 대를 이를 자식이 없어서 자식을 구하고자 모든 신[神祇]들에게 기도하였더니, 그 부인이 오래지 않아 태기가 있음을 알았다. 열 달이 차서 남자 아이 한 명을 낳았는데, 그 아이는 전생부터 복된 인을 심은 까닭에, 처음 낳는 날 그 손의 한 손가락에서 큰 광명이 나와 밝게 10리를 비추었다.
부모가 기뻐하여 친족들과 관상 보는 이를 불러 모으고 큰 모임을 베풀어 아이의 이름을 짓게 하니, 그의 손가락의 광명을 인하여 등지[燈指]라 하였다. 여러 사람들도 그 이상한 모양을 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그때 모임 가운데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이 바수(婆修)였다. 그는 4위타(圍陀:베다)를 암송하며, 많이 듣고 널리 알아서 통달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는데, 아이의 모습이 기이하고 비상한 것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혹시 나라연천(那羅延天)이나 석제환인(釋帝桓因)이거나 일천자(日天子)이니, 모든 덕이 큰 하늘이 와서 태어난 것입니다.”
이때 아이의 부모들은 이 말을 듣고 더 기뻐하여 큰 단나(檀那:布施)의 모임을 베풀고, 7일 밤낮으로 보시하여 복을 지으니, 이렇듯 차례차례 온 나라가 듣고 알게 되어 모두 말하였다.
“아무 장자는 복스러운 아들을 낳았다더라.”
칭송하는 소리는 위로 임금에게까지 들렸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아이를 곧 데려오라 명령하였다. 장자는 분부를 받고 이내 아기를 안고 왕의 궁성 문 앞으로 갔는데, 때마침 왕이 연회를 베풀어 갖가지 기악(伎樂)을 연주하였기에, 아무도 연통하는 이가 없어서 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손가락 광명만은 대궐을 꿰뚫어 비추었는데, 환하고 매우 밝아서 왕의 몸과 궁전과 누각들과 일체의 잡된 물건을 비추자, 이들은 모두 금빛이 되었고, 그 광명이 왕궁 안에 두루 비치니 마치 큰물이 맑고 가득히 넘치는 듯하였다.
왕은 곧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이 광명은 어디서 와서 나의 궁전을 비추는가? 부처님께서
중생을 교화하시고자 우리 문 앞에 오시려는 것인가? 아니면 큰 덕이 있는 모든 하늘과 석제환인(釋帝桓因)과 일천자(日天子)들이 내려오시려는 것인가?”
왕은 곧 사람을 보내 문 밖에 가서 보게 하니, 심부름 하는 사람이 보고 와서 왕에게 여쭈었다.
“며칠 전에 대왕께서 부르신 어린아이가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이 아이의 손가락이 유모(乳母)의 어깨 위에 있는데, 그 손가락에서 광명이 나와 비친 까닭에 이러한 광명이 있었습니다.”
왕은 사자(使者)에게 분부하였다.
“속히 아이를 데려오너라.”
왕은 이 아이를 보고 아주 이상히 여겨 몸소 아기의 손을 만져 보며 그 상호(相好)도 자세히 살핀 뒤에 말하였다.
“외도(外道)의 6사(師)들은 인과(因果)가 없다고 하나 참으로 거짓되고 속이는 말이구나. 만일 인과가 없다면 어찌하여 이 아이가 날 적부터 용모가 뛰어나고 손가락에서 나는 광명이 환하게 밝은가. 이것으로써 관찰하건대, 모든 외도들은 모든 중생을 악취(惡趣)에 떨어지도록 모함하는 것임을 반드시 알 수 있다.
이 아이는 자재천이 변화로 생기게 한 것이 아니며, 신기(神祇)나 자연에서 생긴 것도 아니다. 반드시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선한 보(報)를 받았을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이 진실하고 참되어서 허망하지 않구나. 부처님께서는 가지가지 업연(業緣)이 세상을 장엄한다 하셨는데, 일체 중생은 눈앞에서 과보를 보면서도 복을 닦지 않으니, 이 얼마나 괴이한 일인가.”
왕은 다시 말하였다.
“아직도 이 손가락의 광명이 행여 햇빛으로 인하여 생긴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반드시 징험하려면 모름지기 밤중이어야 할 것이다.”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어린아이를 코끼리 위에 태워 앞에 가게 하고, 왕과 여러 신하들도 함께 정원으로 들어가니, 어린아이의 손가락의 광명이 비치는 곳마다 어둠은 매우 환해져 정원 안의 새ㆍ짐승ㆍ꽃ㆍ과일들을 보기에 낮과 다름이 없었다.
왕은 이를 보고 찬탄하였다.
“부처님의 말씀은 어쩌면 그렇게도 참되고 묘하신가. 내가 오늘 인과에 대하여 크게 굳은 신심을 내고, 외도들의 매우 어리석고 미혹함을 깊이 업신여기노라.
그리고 부처님께는 배나 더 높이고 우러르는 마음을 내리라.”
그때 기역(耆域)이 왕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수다라(修多羅:經)에 말씀하시되 ‘만일 업을 보지 못하면, 그런 까닭에 간탐(慳貪)이 있고, 업을 본 까닭에 간탐이 영원히 쉬리라’ 하셨습니다. 이제 등지(燈指)에게 이러한 과보가 있는 것을 본 이는 가령 어렵고 궁하며 가난할지라도 반드시 있는 힘을 다하여 선한 업을 닦아야 할 터인데, 하물며 부유한 이가 복을 짓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할 무렵에 하늘엔 이미 새벽 기운이 돌았다. 등지를 데리고 왕궁에 들어가니, 왕이 매우 기뻐하여 진기한 보물을 많이 주고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등지는 점점 자라서 마침내 어른이 되었고, 그 아버지인 장자는 혼처를 구하되, 높은 가문으로서 자기네와 견줄 만한 집을 선택하여 중매로 며느리를 맞아들였다. 장자가 이미 부자인지라 예절과 공경이 빛나고 구비하였으며, 규중 문풍이 화목하였고, 자산은 더욱 번성하였다.
그러나 성하면 쇠퇴함이 있고, 모이면 이별이 있는지라, 장자의 부부가 함께 죽어 없어지니, 비유하자면 해가 지는 곳에 이르면 햇빛이 가려지는 것과 같고, 해가 솟으면 달빛이 나타나는 것 같으며, 불이 재가 되니 성한 불꽃이 영원히 꺼지는 것 같았다. 건강하고 좋던 살색은 병으로 해서 망가지고, 젊고 씩씩하던 나이는 늙음에게 침해되고 사랑하는 목숨은 죽음에게 빼앗긴 것이었다.
부모가 없어지니 생계가 차츰 줄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등지는 풍부하고 편안하게 자랐으므로 가업을 익히지도 않아, 악한 무리와 사귀어 놀며, 주색에 탐혹하여 마음과 뜻대로 방종하니, 돈쓰는 데 법도가 없고, 창고에 쌓인 것은 아무도 간수하는 이가 없어서 달이 차면 차차로 이지러지는 것과 같았다.
그때 그 나라의 법이 해마다 한 차례 반주산(般周山)에 크게 모이는 일이 있었다. 때에 등지는 의복과 장식을 사치스럽게 하고, 데리고 가는 무리와 기악(伎樂)을 모두 아름답게 꾸미게 하되 왕들과 같이 하고는 그 모인 곳에 나아가니, 그 모임의 대중이 그의 이러함을 보고 모두 공경하고 아름답게 여겼다.
그때 여러 사람들이 서로서로 먹고 마시고 뜻에 맞게 즐기니,
종과 북이 다투어 베풀어졌고, 거문고와 노래는 퍼지듯 일어났다. 넓은 마당에서는 즐겁게 춤을 추고, 풀밭 언덕에는 장난치며 희롱하니, 오락하는 소리가 산을 움직이고 골을 뒤덮었다. 그 동안에 여러 도적이 등지가 이 모임에 간 것을 알고 돌아가기 전에 빈틈을 엿보아 그 집에 가서 돈과 재물을 빼앗아 죄다 털어갔다.
등지가 밤늦게 돌아와 자기 집이 도적에게 약탈되어 나무ㆍ돌ㆍ벽돌ㆍ기왓장만 남은 것을 보고는 기절하여 땅에 엎어졌다. 곁에 사람이 물로 씻어주자, 겨우 깨어나서는 근심과 걱정으로 슬피 울며 생각하였다.
‘나의 아버지가 옛날부터 여러 가지 방편을 지어서 가업을 다스리고 수고스럽게 쌓고 모았으니, 창고의 재보들은 아버님이 마련하신 것이다. 내 몸을 낳고 길러주시고 유산까지 맡기었거늘, 어찌하다 나에 이르러 아버지의 유업을 잇지 못하고 들떠서 놀고 게을리 하다가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게 되었는가. 아버지가 남기신 재물을 하루아침에 잃고 창고는 비었으며, 먹이던 짐승은 모두 흩어졌구나. 집안을 돌아보니 내가 입은 영락과 옷과 수레뿐이로구나. 마땅히 먹을 것을 바꾸어 급한 것을 구제하려니와, 그것도 사용하여 다하면 어찌할 것인가.’
그 무렵 손가락의 광명도 없어졌으며, 그의 처는 싫다하고 천히 여겨 버리고 도망갔고, 동복(僮伏)들도 달아났으며, 친하던 이웃과도 단절되고 본래 정의가 극히 친하고 두텁던 이들도 도리어 원수같이 대하였으니, 그가 빈궁한 것을 보자, 구걸하러 올까 두려워서 도리어 진노(瞋怒)를 내었다. 부인도 오히려 버리고 갔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는가.
빈궁(貧窮)은 지옥과 같으니, 빈궁하여 구차하게 사는 것은 죽음과 더불어 다를 것이 없었다. 먼저는 본래부터 부귀하고 즐겁다가 갑자기 궁색하고 빈한함에 걸리니, 의지할 곳을 잃었고 기대고 몸 둘 곳이 없었다. 걱정하는 마음은 불길같이 일었고, 근심하는 독기는 타는 듯하여 화색이 쇠퇴하고, 여윈 모습이 더욱 드러나서 신체가 파리하고 기갈(飢渴)은 뼈를 녹이고 깎는 듯하였다. 눈은 푹 파이고, 뼈마디는 드러났으며, 엷은 가죽은 겉을 싸고 있을 뿐, 힘줄이 드러나고,
머리칼은 엉켰고, 손발은 가늘고 창백하였으며, 온몸은 주름지고 터졌다. 또 옷이 없어서 쓰레기에서 추하고 찢어진 것을 주워 서로 잇고 붙여 꿰매 겨우 아랫도리를 가렸으며, 사지[四體]를 드러내어 쓰레기 더미에 앉으니, 누울 깔개 하나 없었다.
모든 친하던 벗들은 보고도 모른 체하며, 마을을 쏘다니며 걸식을 하니 주린 까마귀와 같았다. 아는 벗에게 가서 걸식을 하려 하니 문지기가 가로막고 들여보내지 않았으며, 짬을 타서 들어가려 하나 다시 밀려나는 욕을 보았다. 집 주인이 나오면 매를 때리려고 하여 몸을 굽실거리며 거듭 절하고 사죄하여도 업신여기며 도무지 돌아보지도 않았다. 설사 집안에 들어갈지라도 업신여기는 까닭에 더불어 말도 하지 않고, 앉게 하지도 않은 채 조그마한 음식을 밥통 안에 던져주니 배부르지 못하였다.
그때 그 나라에는 부인을 취해 아들을 낳거나 머리를 깎으면 으레 모임을 베풀었기에, 모임에 이르러 남은 밥을 구걸하려 하였으나, 업신여기는 까닭에 불러서 앉게 하지 않으니,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것을 더욱 찾아 남은 음식을 조금 얻어 종들과 더불어 함께하면서 문득 생각하였다.
‘괴이하구나. 내가 어쩌다가 빈천하여 영락함[伶俜]이 여기에 이르렀는고.’
그는 또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오늘 이렇게 정신이 혼미하고 마음의 지혜가 기억을 잃었으니, 지금의 이 몸은 본래의 형체인가, 다시 받은 몸인가? 고생하여 받은 고통스러움이 세상에도 짝할 이가 없구나.
비유컨대 수풀에 꽃이 없으면 벌들이 멀어지고, 서리를 맞은 풀은 꽃이 스스로 말라지며, 물이 마른 못가에는 기러기가 놀지 않고, 불이 붙은 숲에는 사슴[麋鹿]이 오지 않으며, 밭에 곡식을 거둔 뒤엔 줍는 이가 없는 것처럼, 오늘날 빈곤하니 지난날의 부귀를 말한들 헛된 말뿐이라 뉘라서 믿겠는가.
세상 사람이 매우 많으나 나를 아는 이 없고, 내가 빈궁한 까닭에 갈 곳도 없구나. 넓은 들이 불에 타면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나무가 말라 그늘이 없으면 의지하려는 이가 없고, 우박 맞은 곡식은 버리고 거두지 않으며, 독사의 굴을 사람들은 멀리하며, 잡되고 독기 있는 음식을 먹는 이 없고, 빈 무덤 속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으며, 더러운 뒷간에는 악취와 더러운 것이 모여 들고, 백정질을 하는 이는 사람들이 천히 여기며, 도둑질을 하는 이는 사람들이 싫어하고 의심하는 것[嫌疑]과 같이, 나도 그러하여 향하는 곳마다 움직이면 시비와 혐의가 생기고, 옳은 말을 해도 말의 허물만이 생기는구나.
비록 좋게 말하더라도 그는 그르다 하고, 만일 착한 일을 하면 그는 비루하다 하며, 민첩하고 기민하게 하면 다시 가볍고 방정맞다 미워하고, 만일 늦추고 천천히 하면 또 무겁다고 나무라고, 설사 찬탄을 해도 사람들은 아첨한다 하고, 만일 칭찬을 안 하면 도리어 비방하되, 이 가난뱅이는 언제는 좋은 말을 모른다 한다.
만일 가르쳐 주면 또 늙은 것이 억지로 아는 체한다 하며, 만일 자세히 말하면 사람들은 말이 많다 하고, 만일 잠자코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감정을 숨긴다 하고, 정직하게 말하면 또 거칠고 사납다 하며, 남의 동의(同意)를 구하면 다시 아첨하며 아양을 떤다 하고, 자주 가까이하면 도리어 홀린다 하고, 만일 가까이하지 않으면 거만하다 한다.
만일 남이 말하는 것을 따르면 또 남의 뜻을 취하는 체한다고 하고, 따르지 않으면 도리어 제멋대로 한다 하며, 뜻을 굽혀 받들고 순종하면 비난하고 천한 짓이라 꾸짖고, 뜻을 굽히지 않으면 이 가난뱅이가 아직도 아만을 부린다 말하며, 조금 스스로를 너그럽게 놓으면 저 어리석은 것이 거리낌이 없다 말한다 하며, 스스로 지키고 살피면 저 헛되고 추한 것이 스스로가 단정한 체한다 한다.
즐거워하면 저 벌어진 것이 모양이 미친 사람 같다 하며, 만일 다시 근심하면 저것이 독을 품고 처음부터 즐거운 마음이 없다 하며, 만일 남의 말을 듣다가 다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 그를 위해 판단하고 해석하여, 그에게 나아가도록 명하라 말하면 그는 어리석은 것으로써 지혜에 대신하려 한다며, 부끄러움을 모름이 심하다 말하며,
만일 잠자코 있으면 또 어리석어 도리를 모른다 하며, 만일 약간의 무의미한 말[戱論]이라도 하면 죄와 복을 믿지 않는다 한다.
얻으려 하면 그는 구차하게 얻으면서도 염치를 모른다 하며, 찾지를 않아 지금 억지로 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후에 크게 얻기를 희망한다고 하며, 경전을 이끌어 말하면 또 총명한 체한다 하고, 말하기를 소박하게 하면 도리어 성글고 둔하다 하며, 사실을 공론하면 또 억지소리라 말하고, 사사로이 은밀하게 바른 말을 하면 도리어 거짓말하고 아첨한다 말한다.
만일 새 옷을 입으면 또 거짓으로 치레했다 말하고, 만일 헌 옷을 입으면 도리어 궁상으로 춥게 떤다 말하며, 만일 음식을 많이 먹으면 주려서 탐을 낸다 말하고, 만일 적게 먹으면 다시 말하되 뱃속은 주리면서 청렴한 체한다 말하며, 만일 경론(經論)을 말하면 자기의 알던 바를 드러내고 나의 어두운 것을 나타낸다 말하며, 만일 경론을 말하지 않으면 우치하고 무식하니 소나 먹이게 하라 말하며, 만일 스스로 지난날의 사업을 말하면 자기의 업을 자랑하고 기린다 말하며, 만일 잠자코 있으면 문벌과 자료가 천박하다 말하는구나.
모든 빈궁한 이는 가고 오고 움직이고 머무르고 말하고 구부리고 우러름에 모두가 허물이며, 부귀한 사람은 모든 그릇된 법을 지어도 도무지 허물이 되지 않고, 들거나 놓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두 것이 알맞구나.
빈궁한 사람은 시체를 일으키는 귀신과 같아서 일체가 두려워하며, 죽을병을 만난 것 같아서 치료하기 어려우며, 넓은 들판 험한 길에 물과 풀이 전혀 없는 것 같으며, 큰 바다에 떨어져서 함께 흘러가는 것 같으며, 사람이 목구멍을 누른 것과 같아서 기운을 내지 못하며, 눈을 가린 것 같아서 가는 곳을 모르게 하고, 두꺼운 때와 같아서 씻어 버리기 어려우며, 원수진 이가 비록 함께 입고 먹고 하지만 악한 마음을 버리지 못함과 같으며, 몹시 더운 여름날 우물 속에 들어가면 기운이 끊어지는 것과 같으며, 깊은 진흙 구렁에 빠지면 막혀서 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산의 폭포가 급히 흘러 나무들을 부러뜨리고 뜨게 하는 것과 같구나.
빈궁도 그러하여 어려운 일이 많으며, 빈궁은 또
장년의 좋은 살갗을 망가뜨리며, 기력과 명예와 종족과 문벌과 지혜와 지계와 보시와 부끄러움[慚愧]과 인의(仁義)와 신행(信行)과 용무(勇武)와 의지를 모두 망가뜨리며, 또 능히 굶주림과 추위와 원망과 미움과 조바심과 편협과 근심과 슬픔과 혐의와 죄책을 내니, 이러한 여러 가지 괴로움이 모두 빈궁에서 나는구나. 비유하자면, 노다지[伏藏]에는 모두 보물이 많지만 가난의 노다지에는 가지가지 몸과 마음의 고뇌가 많이 있구나.
부귀한 이는 좋은 위덕이 있으며, 얼굴 모양이 엄숙하며, 의사가 넓고 너그러우며, 예의가 다투어 일어나서 능히 지혜와 용기를 내어서 가업을 늘어나게 하며, 권속이 화목하고 양보하여 훌륭한 이름이 멀리까지 들리는구나.’
등지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빈한하고 괴롭기가 세간에서 비길 곳이 없다. 목숨을 버리고자 하나 스스로 죽을 수 없으니, 무슨 방법을 써야 살아갈 수 있으랴.’
또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이 제일 더러워하는 것은 시체를 운반하는 일일 것이다. 이 일이 비록 더러운 일이지만, 엇갈리게도 후세에는 괴로움을 받을 일[業]이 없을 것이다. 만일 다른 일을 하면 혹 살생하는 일도 만나 모든 착하지 못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니, 이것으로써 말하건대 내가 청해서 하리라.’
그때 어떤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곧 시체의 운반을 시켰다. 등지는 삯을 받고 이내 그의 말을 따라 죽은 사람을 짊어지고 무덤까지 이르러서 버리려 할 때, 죽은 사람이 급히 등지를 껴안았다. 마치 어린 아기가 그 부모를 껴안듯이 잡고 놓지 않았다. 힘을 다하여 떨쳐버리려 했으나 버리지 못했고, 죽은 사람은 등에 붙어서 아교로 붙인 것 같아 벗을 수도 없었다.
밀어도 떨어지지 않으니, 몹시 두려워하며 중얼거렸다.
‘내가 오늘 이 죽은 사람을 지고 어느 곳에 가서 살아야 할까?’
그리고는 전다라(旃陀羅)의 마을에 들어가서 말하였다.
“누가 내 등에 있는 시체를 떼어 주겠소. 곱으로 일을 해 드리리다.”
모든 전다라가 대들어 조심스럽게 힘을 다하여 당겼으나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이가
등지를 보고 나무랐다.
“미친 사람아, 무슨 짓인가. 죽은 시체를 업고 마을에 들어오다니.”
그리고 앞을 다투어 지팡이로 때리고 돌을 던지니, 몸뚱이는 깨어지고, 아픔은 두려움과 함께 이르렀다. 어떤 사람이 불쌍히 여겨 그를 데리고 성안으로 가려고 하여 성문에까지 도착했으나, 문을 지키는 사람이 가로막고 때리며, 문에 가까이하지도 못하게 하며 꾸짖었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죽은 시체를 지고 성문을 들어가려 하는가?”
등지가 자기의 몸을 보니 매를 맞아서 몸뚱이가 모두 허물어져 있었으므로 매우 서러워 소리를 내어 크게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바야흐로 먹고 살기 위하여 이러한 더러운 일을 했는데, 오늘 홀연히 이러한 큰 고통을 만났다. 내가 빈곤한 까닭에 일할 곳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천한 짓을 한 것은 삯을 받아 살아가려던 것인데, 어쩌다 하루아침에 다시 고통스런 재앙을 만났을까? 차라리 다른 이를 하다가 죽을지언정 다시는 시체를 지지 않으리라.”
울다가 말하고 말하다가 우니, 그때 문을 지키던 사람이 매우 불쌍한 생각을 내어 집에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자기의 빈방에 이르니, 먼저 같이 구걸하던 모든 가난한 이들과 같이 살던 이들이 그의 등 위에 죽은 시체가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모두 버리고 달아났고, 집에 이르렀을 때에 시체가 저절로 땅에 떨어졌다. 등지는 그때 더욱 두려워서 까무러쳐 땅에 엎어졌다가 한참 만에 다시 소생하여, 이내 죽은 시체를 보니 손가락이 순수한 황금이었다. 비록 두려웠으나 이렇게 좋은 금을 보았으므로 앞으로 나아가 칼로 베어보니 실제로 진금(眞金)이었다.
금을 얻고 마음에 기쁜 생각을 내어, 다시 머리ㆍ목ㆍ손ㆍ발을 베어 내니, 베어 낸 후에는 이내 다시 돋아나서, 잠깐 사이에 금으로 된 머리와 수족이 사람보다 많이 쌓였다. 비유컨대 왕이 나라를 잃었다가 다시 본래의 지위를 회복한 것 같았으며, 소경이 눈을 얻어 보는 것이 밝은 것과 같았으며, 다른 여자를 오래도록 생각다가 드디어 만나 즐기는 것 같았으며, 선정을 배우는 이가 문득 도를 깨달은 것같이 등지의 즐거움도 그러하였다.

창고의 보물들은 예전보다 배나 수승하였고, 위덕과 명예는 지난날보다 더했다. 친한 마을 친구와 처자와 동복들이 모두 돌아오자, 등지는 탄복하였다.
“오, 괴이하구나. 부귀의 큰 힘이여. 능히 세상 사람이 돌아오게 하기를 빠르게 하는구나. 오, 괴이하구나. 빈천의 큰 힘이여. 능히 친한 이가 나를 버리게 하기를 빠르게 하는구나. 내가 전에 가난할 때에는 본래 친하던 이가 눈을 흘기고, 사귀어 놀던 이가 길이 끊겨서 모두가 한 사람도 나와 더불어 말하는 이가 없더니, 오늘에는 일체가 굽실굽실 섬기며 합장하고 공경하는구나. 비유하자면, 사는 곳은 제석과 같고, 용맹은 라마(羅摩)와 같고, 지견은 천사(天師)와 같구나. 만일 돈과 재물이 없으면 도무지 가치가 없었을 것이다.
부자에게는 어리석고 슬기로움을 묻지 않고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 일컫고, 실제로 아는 것이 없어도 사람들은 지혜롭다 하며, 또한 용맹을 얻으며, 모든 착한 일이 소문나고, 비록 추하고 늙었으나 젊고 씩씩한 부녀(婦女)들이 즐겨 그의 곁에 이른다.”
아사세왕이 그가 다시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내 사람을 보내 그 보물을 취해 갔으나, 그들이 취한 것은 모두 죽은 사람이었고, 다시 집안으로 던지면 분명히 진금이었다. 등지는 왕이 이 보물을 얻고자 함을 알고, 금의 머리와 수족을 왕에게 올리니, 왕은 보물을 얻어 가지고 궁으로 돌아갔다. 후에 등지는 생각나는 것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5욕은 극히 가볍고 움직이나니
번개와 독사와 벌레와 같고
영화와 향락은 오래 가지 못하니
근심과 싫은 마음이어라.

이어 진기한 보배로써 여러 사람에게 베풀어 주고,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구하였다. 부지런히 닦아서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며, 비록 도과를 얻었으나 이 시체의 보배는 항상 따라다녔다.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등지 비구는 무슨 까닭으로 나면서부터
이러한 손가락의 광명이 있었으며,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빈곤을 받았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이 시체 보배가 항상 따라다녔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해 그의 과거의 원인[宿因]을 말하리라. 등지 비구는 지난 세상에 바라내국(婆羅㮈國)의 어느 장자의 집에 태어났었다. 어린아이때에 수레를 타고 놀다가 늦게 돌아오니 문들이 이미 닫혀 있었다. 큰 소리로 문을 열라고 외쳤으나, 아무도 와서 열어 주는 는 이가 없었는데, 조금 있다가 어머니가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아이는 어머니를 꾸짖었다.
‘온 집안이 모두 죽은 사람을 지러 갔습니까, 도적이 와서 약탈해 갔습니까? 무슨 까닭으로 문을 열어 주지 않았습니까?’
이 업연으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고 지옥에서 남은 보(報)로 인간에 환생하여 이러한 빈곤을 받은 것이다. 손가락이 빛난 인연과 시체 보배의 인연을 너에게 다시 말하리라.
과거 91겁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비바시(毘婆尸)였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불법이 세상에 머물러 있었다. 등지는 그때 큰 장자가 되어 그 집이 크게 부귀하였다. 탑사(塔寺)에 가서 공경ㆍ예배하노라니 한 불상이 있었는데, 손가락 하나가 부러지고 없었기에 곧 이 손가락을 보수하고 다시 금박으로 도금하여 마치고는 발원을 하였다.
‘내가 향화ㆍ기악으로 공양하고 불상을 보수한 공덕과 인연을 지었습니다. 이 공덕을 가지고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서 항상 존귀하고 부유하며, 설사 잃더라도 곧 되찾으며, 나로 하여금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얻게 하여 주십시오.’
불상을 보수한 까닭에 이러한 손가락의 광명과 시체의 보배 덩이를 얻었고, 욕을 한 까닭에 지옥에서 나와서 빈궁한 과보를 얻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등지인연경』을 말씀하실 때에 모든 하늘의 인민이 하늘의 여러 가지 꽃을 뿌리고 하늘의 음악을 울렸으며,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천궁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인연으로 부처님의 형상에 조금의 복업이라도 심으면
이러한 과보를 받으며 내지 열반을 얻으니, 불상도 그러한데 하물며 여래의 법신이겠는가. 능히 불법의 말과 같이 수행하면 이러한 공덕은 한량이 없을 것이다. 만일 천상ㆍ인간에 태어나서 모든 쾌락을 받고자 하면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들어야 한다. 욕을 한 인연으로는 매우 괴로운 과보를 받을 것이니, 마땅히 여러 가지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욕설과 모든 착하지 않은 업을 멀리 해야 한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일체 세간 사람의 부귀와 영화도 탐낼 것이 못 되고, 모든 천인의 존귀도 기뻐할 것이 아니다. 빈궁은 큰 괴로움의 무더기이니, 빈궁을 끊고자 한다면 먼저 간탐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경 가운데에 빈궁이란 매우 괴롭다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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