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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970 불교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 5권

by Kay/케이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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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 5

 

대장일람집 제5권


[제4문 선악문善惡門] ④

31) 참회품懺悔品 32) 임종품臨終品
33) 보응품報應品


31) 참회품懺悔品[13칙]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범한 업장은
오직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의지해야 참회된다.

『보적경寶積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탐욕으로 인해 범한 자는 과오가 미세하여 버리고 여의기 어렵고, 성냄으로 인해 범한 자는 과오가 굵직하고 무거워서 버리고 여의기 쉬우며, 어리석음으로 인해 범한 자는 과오가 깊고 무거워서 다시 버리고 여의기 어렵다.
왜냐하면 탐욕의 결박은 능히 제유諸有의 종자가 되어 생사를 넝쿨처럼 뻗어나가 끊이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니, 이런 뜻 때문에 미세해서 끊기 어려운 것이다. 성냄으로 인해 범한 자는 악취惡趣에 떨어져도 조속히 없앨 수 있으며, 어리석음으로 인해 범한 자는 반드시 여덟 가지 대지옥 가운데 떨어져서 해탈하기가 어렵다.
또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보살이 바라이죄波羅夷罪를 범했으면 마땅히 청정한 비구 열 명 앞에서 꾸밈없는 솔직한 마음으로 정중하게 참회해야 하며, 승잔僧殘을 범한 자는 청정한 승려 다섯 명 앞에서 정중하게 참회해야 하며, 만약 여인에 대한 오염된 마음으로 접촉하고 나아가 서로 돌아보면서 애착을 일으킨다면, 마땅히 한두 명의 청정한 승려 앞에서 참회해야 한다. 만약 5무간죄無間罪와 바라이죄를 범하거나 승잔僧殘의 계율을 범하거나 탑을 범하거나 승려를 범하거나 나아가 나머지 죄를 범한다면, 마땅히 서른다섯 분의 부처님 앞에서 밤낮으로 홀로 있으면서 정중하게 참회해야 하되, 마땅히 스스로 이렇게 칭해야 한다.
‘나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합니다.
석가모니불께 귀의합니다. 금강불괴불金剛不壞佛께 귀의합니다.
보광불寶光佛께 귀의합니다. 용존왕불龍尊王佛께 귀의합니다.
정진군불精進軍佛께 귀의합니다. 정진희불精進喜佛께 귀의합니다.
보화불寶火佛께 귀의합니다. 보월광불寶月光佛께 귀의합니다.
현무우불現無愚佛께 귀의합니다. 보월불寶月佛께 귀의합니다.
무구불無垢佛께 귀의합니다. 이구불離垢佛께 귀의합니다.
용시불勇施佛께 귀의합니다. 청정불淸淨佛께 귀의합니다.
청정시불淸淨施佛께 귀의합니다. 사류나불娑留那佛께 귀의합니다.
수천불水天佛께 귀의합니다. 견덕불堅德佛께 귀의합니다.
전단공덕불旃檀功德佛께 귀의합니다. 무량국광불無量掬光佛께 귀의합니다.
광덕불光德佛께 귀의합니다. 무우덕불無憂德佛께 귀의합니다.
나라연불那羅延佛께 귀의합니다. 공덕화불功德華佛께 귀의합니다.
연화광유희신통불蓮華光遊戱神通佛께 귀의합니다.
재공덕불財功德佛께 귀의합니다. 덕념불德念佛께 귀의합니다.
선명칭공덕불善名稱功德佛께 귀의합니다. 홍염당왕불紅焰幢王佛께 귀의합니다.
선유보공덕불善遊步功德佛께 귀의합니다. 투전승불鬪戰勝佛께 귀의합니다.
선유보불善遊步佛께 귀의합니다. 주잡장엄공덕불周匝莊嚴功德佛께 귀의합니다.
보화유보불寶華遊步佛께 귀의합니다. 보련엽선주사라수왕불寶蓮葉善住娑羅樹王佛께 귀의합니다.
이와 같이 일체 세계의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는 항상 세간에 머무시며, 이 모든 세존께서는 마땅히 자비로 나를 생각하십니다. 가령 나의 금생에서든 나의 전생에서든 무시이래로 생사를 거치면서 지은 온갖 죄로서, 스스로 지었든 혹은 남에게 시켜 그 지은 걸 보고 기뻐하였든, 혹은 탑이나 승려나 사방四方 승가의 물건을 스스로 취했든, 혹은 남에게 취하게 하고 그 취한 걸 보고 기뻐하였든, 오무간죄를 스스로 지었든 혹은 남에게 짓도록 하고 지은 걸 보고 기뻐하였든, 열 가지 착하지 못한 도[十不善道]를 스스로 지었든 혹은 남에게 짓도록 하고 지은 걸 보고 기뻐하든, 지은 바 죄의 장애를 덮어 감추었든 덮어 감추지 않았든, 마땅히 지옥ㆍ아귀ㆍ축생과 나머지 모든 악취惡趣와 변두리 지역과 하천下賤한 신분이나 미려차彌戾車 등과 같은 처소에 떨어져야 할 죄를 지은 장애를 이제 모두 참회하오니, 모든 불세존께서는 반드시 나를 증지證知하소서.’
다시 이렇게 말한다
‘가령 나의 금생에서든 다른 생에서든 일찍이 보시를 행하거나 혹은 청정한 계율을 지키거나 나아가 축생에게 한 그릇의 음식을 주거나 혹은 청정한 행을 닦아 지닌 선근善根이나 중생을 성취시켜 지닌 선근이나 보리菩提를 수행하여 지닌 선근이나 아울러 무상지無上智로 지닌 선근 등 일체를 모아서 그 양을 다 헤아려 모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회향합니다. 마치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지은 바를 회향하듯이 나 역시 이렇게 회향합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설한다.

온갖 죄를 모두 참회하고
모든 복을 다 기뻐합니다.
나아가 부처님의 공덕에 청하옵나니
부디 무상無上의 지혜를 이루게 하소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부처님께서는
중생 중에서 가장 뛰어나시니
그 한량없는 공덕의 바다에
제가 이제 귀명歸命하여 예배드립니다.”[시자함始字函 제10권]

장경 연長慶然 선사 참회문은 이러하다.
“시방세계十方世界 조어사調御師와 설하신 청정 미묘한 법法과 1승乘ㆍ4과果ㆍ해탈승解脫僧께 귀의하옵니다.
원컨대 자비를 내리시사 거두어 주소서.
아무개는 스스로 본래의 참된 성품을 등지고서 부질없이 미혹의 흐름에 들어 생사를 따라 뜨고 가라앉으며 몸[色身]을 좇아 탐착하고 물들었습니다. 열 가지 얽매는 번뇌[十纏]와 열 가지 마음 부리는 번뇌[十使]는 쌓여 유루有漏의 원인을 이루며 여섯 가지 감관[六根]과 여섯 가지 대상[六塵]은 망령되이 끝없는 죄업을 지었습니다.
고통의 바다에 더욱 빠져들고 삿된 길에 깊이 빠져 나[我]에 집착하고 남[人]에 탐착하며 곧은 것을 버리고 굽은 것에 매달렸습니다. 여러 생生의 업장業障과 일체 허물을, 3보寶의 자비에 우러르며 낱낱이 일심一心으로 참회하오니, 바라옵건대 부처님[能仁]께서 도우시고 착한 벗이 이끌어 번뇌의 깊은 근원에서 벗어나 보리의 저 언덕[彼岸]에 이르게 하여 주십시오. 이 세상의 복의 기틀과 명위命位는 각기 번창함을 이루고, 내세에는 지혜 종자의 영묘한 싹이 한가지로 아름답게 자라기를 기원하옵니다.
부처님의 땅[中國]에 태어나 길이 어진 스승을 만나고 바른 믿음으로 출가出家하되 어린이의 천진한 마음[童眞]으로 도道에 들게 하여 주십시오. 여섯 감관이 명석하고 세 가지 업이 순박 온화하며 세속의 인연에 물들지 않고 항상 범행梵行을 닦으며 금계禁戒를 지켜 번뇌의 업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오며, 위의를 엄숙하게 보호하여 날아다니는 벌레도 다치지 않게 하고, 8난難을 만나지도 않고 4연緣이 모자라지도 않게 하여 주십시오. 반야의 지혜가 눈앞에 나타나고 보리심이 물러나지 않게 하시며, 정법正法을 닦아 대승大乘을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6도(度:波羅蜜)의 실천문을 열고 3아승기겁의 바다를 건너 곳곳에 법法의 깃발을 세우고 얽히고 설킨 의심의 그물을 걷어내게 하여 주십시오.
마군을 항복받고 3보와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모셔도 피로함이 없게 하고 일체 법문을 닦고 배움에 모두 통달하여 널리 복과 지혜를 짓도록 하여 주시며 두루 수많은 중생을 이롭게 하여 주십시오. 여섯 종류의 신통을 얻고 한 생生에 불과佛果를 원만히 성취한 후에 법계法界를 버리지 않고 널리 번뇌의 세간에 들어가며 관음보살과 똑같은 자비심을 갖게 하시고 보현보살의 큰 원력 바다를 자유로이 다니게 하여 주십시오. 이 세상이나 다른 세계에서 종류와 모습에 따라 그 몸을 나타내어 묘법妙法을 선양하게 하여 주시며 지옥과 아귀의 고통 받는 곳에서는 대광명을 비추며 때로는 여러 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내 모습을 보거나 이름을 듣는 자는 모두 보리심을 일으켜 윤회의 악도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불가마로 펄펄 끓는 곳이나 얼음덩이 강의 땅은 향기 나는 숲으로 변하여 지고 구리물 마시고 쇳물 먹는 지옥의 무리는 정토淨土에 화생化生하게 하여 주십시오. 털 나고 뿔 달린 축생과 빚을 원망으로 갚는 무리들도 쓰디쓴 고통을 모두 소멸하게 하시고 즐거움의 감로수에 젖게 하여 주십시오. 질병이 있는 세상에는 약초로 나타나서 깊은 병을 고쳐 주게 하며 기근이 들 때에는 벼와 기장이 되어 모든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구제하게 하여 주십시오. 다만 중생에게 이익 되는 일이라면 일으켜 이루지 아니함이 없게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바라건대, 여러 생 동안 원수진 이나 친한 이나 지금의 권속들이 4생生의 구덩이에서 벗어나 만 겁의 애착의 사슬에서 풀려나 이들 모두가 일체 중생[含生]과 더불어 불도佛道를 이루어지이다.”


사事의 참회는 우리 부처님의 능력에 의지하는 것이며
이理의 참회는 내 자신의 마음에 과오가 없는 것이다.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 말하였다.
“처음 배우는 보살은 비록 신심信心을 수행하더라도 전생부터 지은 중죄와 악업의 장애가 많기 때문에 혹은 삿된 마구니[邪魔]의 괴롭힘을 당하고, 혹은 세간의 일에 얽매이게 되고, 혹은 갖가지 질병의 인연에 핍박을 받으니, 어려움을 받는 것이 하나가 아니라서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선품善品을 닦는 걸 그만두게 한다. 따라서 마땅히 밤낮으로 여섯 때[時]에 용맹하게 정진하고,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면서 공양하고 찬탄하며, 참회하고 권청勸請하고 수희隨喜해서 보리에 회향하고, 항상 대원大願을 발해서 악한 장애를 소멸시키고 선근善根을 증장해야 한다.”[명자함命字函 제2권]

『법원法苑』에서 말하였다.
“참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미혹된 마음이 사事에 의거해서 참회하는 것이니, 이른바 불상 앞에서 도를 행하고 예경함으로써 악한 일이 끊어져 없어지기를 발원하여 기약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혜로운 마음이 이理에 의거해서 참회하는 것이니, 이른바 몸과 마음을 관해서 번뇌[結使]를 끊어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지은 업에는 가벼운 것이 있고 무거운 것이 있다. 만약 가벼운 업이라면 사事의 참회로도 소멸하고, 만약 무거운 업이라면 바꿀 수 있어서 무거운 것을 가볍게 바꾸는 것이니, 이른바 3도塗의 업을 인간세계에서 가볍게 받기 때문이다.”[부자함府字函 제6권]


만약 죄를 짓지 않았다면 어찌 참회가 필요하겠는가?
이미 지은 죄를 참회한다면 즉시 없어지리라.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의사 기바耆婆가 아사세왕阿闍世王에게 말했다.
‘신이 듣건대, 부처님께서는 두 가지 지혜가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첫째는 온갖 악을 짓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악을 이미 지었다면 참회해서 다시는 감히 짓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흐린 물에다가 밝은 구슬을 놓아두면 구슬의 위력으로 물이 곧 맑아지는 것과 같으며, 마치 안개와 구름이 없어지면 달이 청명淸明해지는 것과 같으니, 악을 지었어도 능히 참회할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왕께서 만약 참회하신다면, 죄는 즉시 제거되어 없어지고 본래대로 청정해집니다.’ ”[일자함一字函 제9권]


사냥을 하고나서 향을 피운다면 어찌 복이 있을까?
찬물을 섞어 끓는 물 속의 금덩이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네.

『잡비유경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국왕은 나가면 술을 마시고 사냥을 했다가도, 돌아오면 등불을 켜고 향을 피워서 꽂아 놓은 뒤 예배를 했다. 곁에서 모시던 시자侍者가 말했다.
‘왕께서는 술을 마시고 사냥을 하다가도 돌아와서는 다시 향을 사르시는데, 마땅히 무슨 복이 있습니까?’
왕이 이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서 큰 솥에다 물을 끓이도록 했다. 그리고는 끓는 물에다 한 덩이의 금을 넣고는 시자를 불러서 그 금을 찾아내라고 했다. 시자가 말했다.
‘물이 뜨거워서 손을 넣을 수가 없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대는 방편을 써서 금을 가지도록 하라.’
시자가 말했다.
‘어떤 방편을 씁니까?’
왕이 말했다.
‘그대는 솥 밑의 불을 끈 뒤 찬물을 끓는 물에 섞어라.’
시자는 즉시 왕이 말한 대로 해서 금을 찾아냈다.
왕이 말했다.
‘내가 술을 마시고 사냥을 할 때는 마치 스스로 끓는 물과 같은 것이고, 내가 예배를 드릴 때는 마치 스스로 불을 없애고 찬물을 뜨거운 물에 섞는 것인데, 어찌 복을 얻지 못하겠는가?’ ”[사자함舍字函 제9권]


일부러 온갖 허물을 짓고는 다시 참회를 구한다면
어찌 한 번의 잘못인들 감당하겠는가.

『보적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두 사람이 의사의 처방을 잘 이해하고, 주술을 잘 이해하고, 독약을 잘 분별하고, 감로甘露를 잘 아는 것과 같다. 이 때 한 사람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즉시 독약을 취하여 스스로 먹고서는 희유希有한 모습을 나타내었다. 먹은 후에는 고통을 받았는데, 몸이 안온하지 않자 다시 감로와 주술을 구해서 독약의 기운이 없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 때 그 사람은 감로와 주술을 구하질 못해서 독약의 기운이 치성해지자 마침내 목숨을 마쳤다.
그 때 두 번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독약을 먹지 않겠습니다. 독약毒藥을 먹지 않으니 감로가 필요 없습니다. 대중 속에서 희유希有한 모습을 지음으로써 몸을 괴롭히고 싶지 않습니다.≻
미륵이여, 미래 말법 세상의 나중 5백 년에 있는 모든 재가ㆍ출가 보살들도 이와 마찬가지니, 그들은 이렇게 말하리라.
≺내가 설법하면 능히 모든 죄를 없앨 수 있다.≻
이와 같이 말한 후에 더욱 악업을 쌓고는 다시 이렇게 말하리라.
≺나는 참회했다.≻
다시 어떤 보살은 그 마음이 청정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죄를 짓지 않았으니 참회가 필요 없다. 나는 마땅히 과거와 미래의 일체 모든 죄업을 참회했고 현재에는 죄를 짓지 않는다.≻
이는 마치 저 독약을 먹지 않아서 감로가 필요 없는 사람과 같은 것이다. 독약이라고 말한 것은 계율을 범하는 것이니, 독약을 먹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자함始字函 제8권]


아무리 선행을 해도 성취하기 어렵다면
진실로 숙세의 업장 때문이니 마땅히 참회해야 한다.

『원각경圓覺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후대 말세에 근기가 둔한 중생이 마음으로 도를 구하려 해도 성취하질 못한다면, 이는 숙세의 업장業障 때문이니 마땅히 부지런히 참회해야 한다. 항상 도를 증득하겠다는 희망을 일으키면서 먼저 증오ㆍ애착ㆍ질투ㆍ아첨ㆍ왜곡을 끊고서 뛰어난 향상向上의 도심을 구해야 한다.
게송으로 말한다.

근기가 둔해서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한 자는
항상 부지런히 마음으로 참회해야 한다.
만약 온갖 장애가 소멸한다면
부처의 경계가 문득 눈앞에 나타나리라.”[가자함可字函]


몸을 태운다면 더욱 더 기나긴 무명無明을 볼 것이며
성품이 본래 공空함을 깨닫는다면 어찌 허물이 있겠는가?

『경률이상經律異相』에서 말하였다.
“배선사국裵扇闍國에 제위提韋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의 집안은 바라문 종족으로 거대한 부호였지만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었다. 바라문의 법에는 만약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곧 스스로 몸을 태워서 나라연천那羅延天에 태어나길 바라는 것이 있었다.
당시 나라 안에는 발저바鉢底婆[양나라 말로는 변재辯才]라는 사문이 있었는데, 지혜와 정진으로 천하를 교화해서 그릇됨을 고쳐 올바름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변재가 말했다.
‘앞의 몸의 죄업은 정신을 따라가고 몸과는 합하지 않은 것이니, 한갓 스스로 몸을 태워서 어찌 죄업을 소멸할 수 있겠는가? 재앙[禍]은 마음을 따라서 생긴다. 마음이 좋은 법을 생각하면 받는 과보도 좋고, 마음이 나쁜 법을 생각하면 받는 과보도 나쁘니, 어찌 고뇌 속에서 죄업이 소멸되기를 바라고 좋은 과보를 바란단 말인가? 이치가 통하질 않는 것이다.
가령 병든 사람이 고통에 핍박을 받고 있는데 악한 사람에게 욕설을 들었을 때, 이 병든 사람에게 어찌 착한 마음이 있겠으며 분노하고 고뇌하지 않겠는가?’
제위가 말했다.
‘단지 분노와 고뇌를 일으킬 뿐입니다.’
변재가 말했다.
‘그대가 지금 몸을 태운다면, 신체는 타서 문드러져도 신식神識은 아직 여의질 못하기 때문에 고통의 독毒을 받고 마음은 번뇌로 괴로워진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치고 나서는 곧 지옥에 태어나 고뇌가 더욱 심해진다.
마치 수레를 끄는 소가 수레 끄는 걸 싫어해서 수레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과 같으니, 앞의 수레를 만약 파괴하더라도 나중의 수레를 다시 안게 되어 죄업은 다하지 않는다. 가령 백천만 개의 몸을 태워서 파괴하더라도 죄업의 인연은 이어져서 끊어지질 않으니, 마치 아비阿鼻지옥에서 하루에 8만 번의 죽음을 거치고 8만 번의 태어남을 거쳐야 죄업이 다해서 바야흐로 끝나는 것과 같다. 하물며 그대는 한 번 몸을 태우고 나서 죄업이 소멸하길 바라는가?’
제위가 물었다.
‘부디 죄업을 소멸하는 방법을 듣고 싶습니다.’
변재가 대답했다.
‘앞의 몸이 악을 지은 것은 마치 구름이 달을 가린 것과 같고, 나중의 마음이 선善을 일으킨 것은 마치 횃불로 어둠을 없앤 것과 같다. 죄업을 일으키는 근원은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와 뜻의 업행業行으로 말미암는 것이다. 이제 마땅히 한마음으로 지성스럽게 참회를 해서 그릇됨을 고쳐 올바름으로 나아가야 하고, 악한 몸을 버리고 선한 몸을 받아서 불도佛道를 성취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
한 가지를 변설하자 제위는 즉시 받아들여서 10선善을 기쁘게 봉행하였다.”[방자함傍字函 제7권]

『미증유경』에서 말하였다.
“묘길상妙吉祥보살이 어떤 사람이 슬프게 울면서 이와 같이 말하는 걸 보았다.
‘나는 살생의 업을 지었으니 결단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찌해야 구원을 받을 것인가?’
묘길상보살이 그의 인연이 성숙해서 교화를 받을 수 있음을 관찰하고는 즉시 사람으로 변화해서 역시 울면서 말했다.
‘나는 살생의 업을 지었으니 결단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앞서의 사람이 이 말을 들은 후에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인化人이 그에게 말했다.
‘오직 부처님만이 구제하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부처님을 찾아갔다. 화인化人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살생의 업을 지었는데, 지옥에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 구제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즉시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한 대로 살생의 업을 지었다면, 그대는 어떤 마음으로부터 죄업의 모습을 일으켰는가? 과거인가, 미래인가, 현재인가?
만약 과거의 마음을 일으킨 것이라면 과거는 이미 소멸해서 마음을 얻을 수 없고, 만약 미래의 마음을 일으킨 것이라면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으니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만약 현재의 마음을 일으킨 것이라면 현재는 머물지 않아서 역시 마음을 얻을 수 없다. 3세世를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곧 일으켜 지음[起作]이 없는 것이며, 일으켜 지음이 없는데, 그 죄의 모습을 어느 곳에서 보겠는가?
선남자여, 마음은 머무는 바가 없어서 안과 밖 그리고 그 중간에도 있지 않다. 마음은 색상色相이 없어서 푸르지도 누렇지도 붉지도 희지도 않다. 마음은 조작이 없으니 짓는 자가 없기 때문이며, 마음은 환화幻化가 아니니 본래 진실하기 때문이며, 마음은 가장자리[邊際]가 없으니 제한된 양量이 없기 때문이며, 마음은 취하고 버림이 없으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기 때문이며, 마음은 움직임[動轉]이 없으니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기 때문이며, 마음은 허공과 동등하니 장애가 없기 때문이며, 마음은 오염도 청정도 아니니 모든 수數를 여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모든 지혜로운 사람은 반드시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고, 이와 같이 관찰하는 자는 일체법에 즉卽해서 마음을 구하더라도 얻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마음의 자성自性이 곧 모든 법의 성품이고, 모든 법의 성품이 공함이 바로 진실한 성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뜻을 말미암기 때문에 그대는 지금 마땅히 망령되게 두려움을 내서는 안 된다.’
이 때 화인이 부처님께서 진실한 법을 널리 설하시는 걸 듣고는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법계法界의 자성이 청정함을 잘 펼치셨습니다. 저는 이제 죄업의 성품이 공하다는 걸 깨달아서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제 즐거이 불법佛法 가운데 출가하여 도道를 닦고 범행梵行을 지니려고 합니다. 부디 부처님께서는 거두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이 때 화인은 찰나간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袈裟가 몸에 걸쳐졌다. 그가 즉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열반에 들겠습니다.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받아서 몸이 허공에 솟구치고 불로 화해서 스스로를 태우겠습니다.’
이 때 실제로 업을 지은 사람은 화인이 자기와 똑같은 죄를 지었으면서도 출가하여 법을 듣고서는 먼저 해탈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나도 이젠 마땅히 부처님의 교화와 제도를 구해야겠다’고 하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다.
‘앞서의 인연과 같으니 부디 구제를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그대가 지은 업은 어디에서 마음을 일으켰으며, 죄업의 모습은 다시 어떠한가?’
이 때 이 사람은 선근善根이 성숙하였으므로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후에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커다란 불꽃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황금 빛 손[金手]을 내밀어 그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자, 이 사람은 즉시 몸의 불이 꺼지면서 고뇌를 여의고 커다란 즐거움을 얻었다. 그가 청정한 신심信心을 일으키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아까 부처님께서 청정한 법계의 상相을 여읜 법을 자세히 설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죄업의 성품이 공함을 깨달아서 다시는 두려움의 상념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출가해서 다시 4제諦의 법을 듣고는 번뇌[塵垢]를 멀리 여의고서 아라한阿羅漢을 증득했다.”[엄자함奄字函 제5권]


죄의 성품은 공해서 마음을 따라 생기는 것이니
내 마음이 없다면 죄가 어디 있겠는가?

『법원』에서 말하였다.
“죄의 성품이 공함을 관찰해야 하니, 죄는 마음을 따라서 생긴다. 마음을 만약 얻을 수 있다면 죄는 없을 수 없는 것이며, 내 마음이 스스로 공하다면 공空을 어떻게 있다고 하겠는가? 착한 마음도 역시 마찬가지다. 죄와 복은 주재자가 없으니,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고 또한 중간도 아닌 것이다. 항상 스스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름 자[名字]가 있을 뿐이니, 이를 마음이라 이름한다. 단지 이름 자가 있어서 죄와 복이라고 일컫는 것이니, 이름 자는 그대로 공해서 근본으로 돌아가 필경에는 청정한 것이다. 이것을 죄의 성품이 공함을 관찰해서 무명無明으로 전도된 집착의 마음을 뒤집어 타파한다고 하는 것이다. 가령 무명이 멸하기 때문에 행이 멸하고, 모든 행이 멸하기 때문에 생사가 멸하는 것이다.”[부자함府字函 제6권]

「참죄게懺罪偈」에서 말하였다.

죄는 자성自性이 없어서 마음을 따라 일어나니
마음이 만약 멸한다면 죄 역시 없어진다.
죄가 없어지고 마음이 멸해서 둘 다 공하면
이것을 바로 참된 참회라고 이름한다.


조사를 찾아가서 간절하게 참회를 구했으나
죄를 찾아보아도 모두 없으니 단박에 소멸하다.

『전등록傳燈錄』에서 말하였다.
“2조祖 혜가 대사에게 3조 승찬 대사가 예배드리고서 여쭈었다.
‘제자의 몸은 풍병[風恙]에 걸렸으니, 청컨대 스승님께서 죄를 참회하게 해주십시오.’
혜가 대사가 말했다.
‘죄를 가지고 와라. 그대에게 참회시켜 주리라.’
승찬 대사가 조금 있다가 말했다.
‘죄를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습니다.’
혜가 대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죄를 참회시켜 주었다.’ ”[제3권]


32) 임종품臨終品[29칙]

병들어 누운 자도 부처님의 상호相好를 관할 수 있으니
임종 때 염念하는 곳을 따라서 그 곳에 태어난다.

『무상경無常經』에서 말하였다.
“사람이 장차 목숨을 마칠 때는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우니, 반드시 자비심을 일으켜서 구제하고 요익케 해야 한다. 향기롭고 따뜻한 물에다 목욕을 시키고, 깨끗한 새 옷을 입히고, 편안히 자리잡고 앉게 하고, 올바른 생각으로 사유하게 한다. 만약 병으로 인해 힘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부축해서 앉게 하며, 또 앉을 수 없다면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서 합장을 한 채 지극한 마음으로 얼굴을 서쪽으로 향하게 한다.
반드시 병든 사람은 앞에 청정한 한 곳을 취하되, 오로지 우분향牛糞香과 진흙으로 바닥을 칠하고, 마음으로 적당한 크기라고 여기는 만큼 네모난 단壇을 만들고, 꽃을 바닥에다 뿌리고, 여러 이름난 향을 사르고, 네 모서리에 연등을 켠다.
단壇 안에는 탱화[彩像] 한 폭을 걸어서 그 병든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 마음이 이어지면서 그 상호相好를 관찰하게 하여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는 다시 그를 위해 삼계三界는 지내기 어렵고 3도塗는 고통스러워서 태어날 곳이 아님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오직 부처님의 깨달음만이 참다운 귀의歸依이고, 부처님께 귀의하면 반드시 모든 부처님의 찰토刹土에 태어나서 미묘한 즐거움을 받음을 설명해 준다.
병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지금 어느 불국토에 태어나고 싶은가?’
병자가 대답한다.
‘마음은 아무[某] 부처님 세계에 태어나고 싶습니다.’
이 때 법을 설하는 사람은 반드시 병자가 바라는 바를 따라서 불국토의 인연과 16관觀 등을 널리 설해야 한다. 마치 서방의 무량수국無量壽國에 대해 하나하나 갖추어 설하는 것과 같으니, 병자로 하여금 마음으로 불국토에 태어나고 싶도록 해야 한다.
설법을 마친 후에는 다시 어떤 방향의 국토에 있는 불신佛身의 상호를 자세히 관해야[諦觀] 하는지 가르치고, 상호를 관한 후에는 다시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을 친견할 때 이렇게 말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여래如來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과 모든 보살에게 머리 숙여 절합니다. 부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구제하고 요익케 해주소서. 저는 지금 받들어 청하오니, 온갖 죄가 소멸되어서 장차 제자는 불ㆍ보살님들을 좇아 불국토에 태어나길 바랍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청하도록 가르치고 난 다음에는 다시 병자로 하여금 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게 해서 10념念을 성취하고 삼귀三歸를 받고 아울러 참회를 마친 뒤에는 보살계를 받도록 한다.
만약 병자가 능히 말을 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참회 등을 받도록 한다. 이미 계율을 받았다면 그 병자를 부축해 머리를 북쪽으로 하고 얼굴을 서쪽으로 해서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부처님의 32상相 80종호種好에 대해 자세히 생각하게 한다. 또 그를 위해 4제諦의 인과因果와 12인연의 무명無明, 늙고 죽음, 고苦와 공空 등의 관법을 설명해 준다.
만약 임종할 때라면 병을 간호하는 다른 사람은 단지 부처님 명호만을 불러서 그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하되, 병자의 마음을 따라서 그 명호를 불러야 한다. 병자는 부처님과 보살들이 나투시어 향기로운 꽃으로 맞이하는 걸 보면 문득 환희심이 생기면서, 몸도 고통스럽지 않고 마음도 산란하지 않아서 정견심正見心이 일어남이 마치 선정禪定에 들어간 것과 같다.
이윽고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3도塗의 고통으로 퇴전退轉하지 않고 즉시 부처님 앞에 태어난다. 만약 재가인이 목숨을 마친 후라면 반드시 죽은 자가 쓰던 옷과 물건을 취해서 나눌 수 있는 것은 셋으로 나누어 3보寶에 보시해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죽은 자의 업이 소멸되고 복이 생기는데, 죽은 시체가 입고 있던 옷이나 물건을 가져선 안 된다. 왜냐하면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출가한 사람이라면 갖고 있던 옷이나 물건을 모든 계율의 가르침대로 해야 한다.
만약 망자亡者를 보내 그 빈소에 이르면 바람이 부는 아래쪽[下風]에 안치하고 옆으로 뉘여 오른쪽 옆구리가 바닥에 닿게 하고 얼굴은 햇빛을 향하게 하며, 바람이 부는 윗쪽[上風]에는 마땅히 높은 자리를 펴서 갖가지로 장엄하고 한 명의 필추(苾芻:比丘)를 청해서 『무상경無常經』을 읽어야 한다. 이 때 효성스런 자식은 슬픔을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지극한 마음으로 향을 사르고 꽃을 뿌려서 높은 자리[高座]와 경전에 공양하고 필추에게 뿌린다. 그런 뒤에는 편안히 앉아서 합장한 채 공경하고 한마음으로 경전을 들어야 하는데, 각기 자기 몸이 무상하여 오래지 않아 마멸된다고 관함으로써 세간을 여의고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또 비구에게 청해서 어떤 진언을 따라 외운다. 진언을 한 벌레 없는 물로 망자의 위를 스물한 번 씻어 주고, 다시 진언을 한 황토를 역시 망자의 몸에다 스물한 번 뿌리고, 그런 뒤에는 뜻에 따라서 혹은 탑[窣堵波] 속에 안치하거나 혹은 화장을 하거나 시다림尸陀林에 두거나 매장을 한다.
이 공덕을 통해서 그 망자는 백천만억 구지俱貾 나유타 겁 동안의 10악惡과 4중重과 5무간업無間業을 일시에 소멸시킴으로써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서 마침내는 보리를 증득한다.”[학자함學字函 제7권]

또 『수원왕생경隨願往生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보광普廣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이 임종할 때 불찰佛刹에 태어나길 바란다면, 마땅히 몸을 씻고 고운 자주색 새 옷을 입고서, 향을 사르고 깃발을 걸어놓은 다음 3보寶를 노래로 읊고 존귀한 경전을 독송해야 한다. 자세하게 병자를 위해서 모든 인연의 비유와 언사言辭를 이렇게 설해 준다.
≺괴롭고[苦], 공하고[空], 몸이 아니니[非身] 4대大는 임시로 합한 것이어서 그 형태는 마치 파초와 같아 열매가 없는 것과 같고 또 마치 번갯불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색色은 오래도록 생생하지[鮮] 않기에 해체되어 마땅히 무너지는 것이니, 정성껏 도道를 행하면 득도得度할 수 있다. 만약 마음을 따라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 과보를 얻지 못함이 없다.’ ”[공자함恭字函 제11권]


무엇을 귀신이 괴롭힌다고 하는가.
대체로 돕고 지켜주는 신[神物]이 없는 것이다.

『아함경』에서 말하였다.
“가령 사람이 처음 태어나면 모두 귀신이 쫓아다니면서 옹호하며, 만약 사람이 죽으려 하면 귀신이 정기精氣를 거두어들인다. 10악惡을 행하는 사람은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모두 한 신이 옹호하며, 10선善을 행하는 사람은 마치 국왕을 백천 명이 호위하는 것과 같다.”[벽자함壁字函 제2권]


귀신은 능히 죽이거나 살릴 수는 없지만
사람이 쇠퇴하면 그 틈을 타서 재난을 짓는다.

『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술을 팔았는데, 귀신이 나타나서 술을 마시고는 주인에게 말했다.
‘내일 한 사람이 꽃을 들고 몸에 금은을 갖고 호수 속에서 목욕을 하다가 갑자기 죽어서 나오질 못할 테니, 당신이 가서 금은을 취해도 이후에 근심이 없을 것이다.’
다음날 주인이 동정을 살피니, 과연 한 사람이 물에 들어가서 목욕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언덕에 올라가 옷을 입다가 땅에 넘어져 죽었다. 술을 파는 사람은 앞으로 다가가서 금은을 취했다.
다음날 귀신이 오자 주인이 물었다.
‘나는 이 사람이 옷을 입고 떠나려다가 죽는 걸 보았다. 어째서 물 속에서 그를 죽이지 않았는가?’
귀신이 대답했다.
‘나는 단지 사람의 수명과 죄와 복이 이를 것인지 이르지 않을 것인지만 알 뿐이지, 사람을 살릴 수도 없고 사람을 죽일 수도 없고 사람으로 하여금 부귀하거나 빈천해지도록 할 수도 없다. 다만 사람으로 하여금 악을 짓고 살생을 범하게 하고 싶으면 그 사람이 쇠퇴한 틈을 타서 그를 교란시키며, 재앙과 복을 말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위해 사당의 제사를 마련하도록 할 뿐이다.’ ”[계자함啓字函 제6권]


수량壽量이 다하니 곧 두 종류의 죽음이요,
불평등하기 때문에 아홉 가지 인연이다.

『유가론瑜伽論』에서 말하였다.
“무엇을 죽음이라 하는가? 수량壽量이 다함을 말한다. 여기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이른바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며, 복이 다했기 때문이며, 피하지도 않고 평등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무엇을 피하지도 않고 평등하지도 않기 때문에 죽는다고 하는가? 가령 세존께서 설하신 아홉 가지 인因과 아홉 가지 연緣으로서 아직 수량壽量이 다하지 않았는데도 죽는다.
무엇을 아홉 가지라고 하는가? 이른바 양을 헤아리지 않고 먹는 것, 적당하지 않은 것을 먹는 것, 소화되지 않았는데도 또 먹는 것, 날 것인데도 토하지 않는 것, 익혀서 지니고 있는 것, 의사와 약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 자기에게 손해인지 이익인지 알지 못하는 것, 때에 맞지도 않고 양量도 맞지 않는 것, 범행梵行이 아닌 걸 행하는 것이니, 이것을 때가 아닌데도 죽는다고 하는 것이다.”[습자함習字函 제1권]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횡사橫死는 이른바 죄 없이 죽는 것이다. 혹은 수명이 다하지 않았는데도 잘못된 약을 썼기 때문이며, 혹은 약의 용법을 따르지 않아서, 혹은 병을 간호하는 사람이 없어서, 혹은 굶주림과 갈증과 한기寒氣와 열 등으로 요절하여 죽는 것이니, 이를 횡사라고 한다.”[형자함形字函 제6권]

『보적경』에서 말하였다.
“두 종류의 죽음이 있다. 첫째는 분단分段의 죽음이니 이른바 유정有情을 상속하는 것이다. 둘째는 변역變易의 죽음이니, 이른바 아라한과 벽지불과 대력大力 보살의 의생신意生身과 나아가 구경究竟의 보리이다.”[자자함字字函 제9권]


평생에 악을 많이 지었으니 어찌 죄가 없겠느냐만
임종시의 일념이 크게 공이 되었구나.

『비바사론毘婆沙論』에서 말하였다.
“부정법不定法이라는 것은 모든 법이 생하지 않아서 아직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불분별업경佛分別業經』에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몸[身]ㆍ입[口]ㆍ뜻[意]이 선한데도 목숨을 마친 뒤엔 지옥에 떨어지고, 어떤 사람은 몸ㆍ입ㆍ뜻이 악한데도 목숨을 마친 뒤엔 천상에 태어난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러한 사람은 전생에 지은 죄와 복의 인연은 이미 익었는데, 금생에 지은 죄와 복의 인연이 아직 익지 않았기 때문이며, 혹은 목숨을 마치면서 정견正見과 사견邪見, 선과 악의 마음이 일어나서 임종시의 마음에 그 힘이 크기 때문이다.’ ”[대자함對字函 제3권]

『제경요집』에서 말하였다.
“미란왕彌蘭王이 나선那先 나한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백 년 동안 악을 지었는데도 죽음에 임박해서 부처님을 염念하면 죽은 뒤에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을 나는 진실로 믿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했다.
‘단 한 번 생명을 죽였을 뿐인데도 죽어서 니리(泥犁:地獄)에 들어간다는 것을 나는 역시 믿을 수 없습니다.’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조그만 돌 하나를 주워서 물 위에 놓는다면, 뜨겠습니까 가라앉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그 돌은 가라앉을 것입니다.’
나선이 다시 말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백 개의 커다란 돌을 주워서 배 위에 놓아둔다면, 그 배는 가라앉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나선이 말했다.
‘배 안에 있는 백 개의 커다란 돌은 배 덕분에 가라앉지 않습니다. 사람이 비록 악을 행했더라도 한때 부처님을 염하면, 반야般若의 배를 탄 것이라서 지옥에 들어가지 않고 문득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는데 어찌하여 믿지 않습니까? 조그만 돌이 가라앉는 것은 마치 사람이 악을 짓고도 불경佛經을 알지 못하면 배의 힘이 없어서 문득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믿지 않습니까?’
왕이 말했다.
‘훌륭합니다.’
나선이 다시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이 악을 지으면 얻는 재앙이 크고, 지혜로운 사람이 악을 지으면 얻는 재앙이 적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뜨거운 쇠가 땅에 있을 때 한 사람은 뜨거운 걸 알지만 한 사람은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쇠를 잡았을 때 알지 못하는 자는 그 손이 크게 문드러지고, 아는 사람은 약간의 상처만 입습니다. 악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니, 어리석은 자는 능히 스스로 참회하지 않아서 그 재앙이 크고, 지혜로운 자는 옳지 못함을 알아서 능히 스스로 과오를 참회하기 때문에 그 재앙이 적은 것입니다.’ ”[영자함楹字函 제17권]


살았을 때 선을 행했으니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야 했건만
임종시에 성냄으로 뱀의 몸 속에 떨어지다.

『잡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사문沙門이 풀밭을 지나다가 큰 뱀을 보았다. 뱀이 말했다.
‘화상께서는 아기달왕阿耆達王이라고 들어보았소?’
사문이 대답했다.
‘들어보았습니다.’
뱀이 말했다.
‘내가 바로 그였소.’
사문이 말했다.
‘아기달왕은 불탑과 절을 세워서 그 공덕이 높고 높아서 마땅히 천상에 태어나야 하는데,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된 것입니까?’
뱀이 말했다.
‘내가 임종할 때 주변 사람이 들고 있던 부채를 내 얼굴 위에 떨어뜨렸다오. 이 일로 내가 성을 내었기 때문에 뱀의 몸을 받은 것이오.’
사문은 즉시 그를 위해 경전을 설해 주었다. 뱀은 일심으로 즐겨 들고 7일 동안 먹지 않아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태어났다. 그 후 몇 달 뒤에 꽃을 가지고 부처님께 뿌리니, 뭇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겼다. 그 때 허공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기달왕이오. 사문의 은혜를 입어서 법을 들은 뒤 천상에 태어났기에, 이제 감사를 드리러 온 것이오.’
이와 같이 임종시에 시중드는 사람은 병자의 마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사자함寫字函 제3권]

『경률이상』에서 말하였다.
“어떤 청신사淸信士가 계율을 지키고 정진을 했는데, 병으로 인해 고통이 심했다. 그의 아내는 이를 크게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나는 이제 무엇을 의지하고, 자식은 누굴 믿는단 말인가?’
남편은 이를 듣고 애착하고 연민하다가 죽음[大命]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혼신魂神이 곧 돌아와서 아내의 콧속에 들어가 한 마리의 벌레가 되었다.
아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 때 한 도인이 그의 아내를 살펴보다가 벌레가 콧속에서 나오는 광경을 보았다. 그녀는 곧 발로 벌레를 밟으려고 했다. 도인이 그녀에게 말했다.
‘죽이지 마시오. 그대의 남편이 벌레로 변화한 것이오.’
그녀가 말했다.
‘내 남편은 경전을 받들고 계율을 지켰는데,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된 것입니까?’
도인이 말했다.
‘애착과 연민을 지나치게 일으켰기 때문에 지금 벌레로 태어난 것이오.’
도인이 벌레를 위해서 법을 설했다.
‘그대는 이미 계율을 지켰으므로 그 복으로 마땅히 천상에 태어나야 했소. 다만 은애恩愛에 머물러 있어서 이 벌레 가운데 떨어진 것이오.’
벌레는 이 말을 듣자 곧 이해하고서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태어났다.”[방자함傍字函 제7권]


생명이 끊겨지게 되자 일심으로 나모불那謨佛을 칭하니
이 순수한 선善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왕생하다.

『정법경正法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남에게 팔렸는데, 그의 생명을 끊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묶여 있었기 때문에 재난을 피할 수 없었다. 오직 모든 부처님을 염念하면서 일심으로 나모몰다야那謨沒駄耶를 불렀다. 말을 그치자 목숨을 마쳤는데,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서 60겁 동안 뛰어나고 오묘한 즐거움을 받았다.
약왕군藥王軍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사람은 어떤 인연으로 저곳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임종할 때 순수한 선善이 상응하여 청정한 신심信心을 일으키고 여래에게 귀의하여 일심으로 나모몰다야를 불렀기 때문이니, 이 사람은 즉시 선근을 깊이 심은 것이다. 또다시 80겁 동안 숙명지宿命智를 얻어 태어나는 곳마다 모든 번뇌를 여의어 모든 괴로움이 그칠 것이다.’ ”[요자함了字函 제4권]


최후에 선정의 힘[定力]이 이미 현전했다면
곧바로 중음中陰에서 내생을 바꿀 수 있다.

『대비바사론』에서 말하였다.
“옛날 실라벌국室羅筏國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선을 닦고 일찍이 악을 지은 적이 없었으며, 또 한 사람은 악을 짓고 일찍이 선을 닦은 적이 없었다. 선행을 닦은 자는 임종할 때 나중의 순서에 따라서 악업의 힘을 받았기 때문에 홀연히 지옥의 중유中有가 현전하였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 한 몸으로 항상 선행을 닦고 일찍이 악을 지은 적이 없어서 마땅히 천상[天趣]에 태어나야 하는데, 무슨 인연으로 이 중유中有가 현전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선한 생각을 일으켰다.
‘나는 결정코 나중의 순서에 따라서 악업을 받아야 했으니, 이제 그 업이 성숙하여 이 지옥의 중유로 현전한 것이다.’
즉시 스스로 몸을 받고 지금까지 닦았던 착한 업을 기억해내자 깊은 환희심이 생겼다. 이 수승하고 착한 생각으로 말미암아서 지옥의 중유가 즉시 사라지면서 천상[天趣]의 중유가 홀연히 현전하였다. 그래서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태어났다.
악행을 지은 자는 임종할 때 나중의 순서에 따라서 착한 업의 힘을 받았기 때문에 홀연히 천상[天趣]의 중유가 현전하였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 한 몸으로 항상 악행을 짓고 일찍이 선행을 닦은 적이 없어서 마땅히 지옥에 태어나야 하는데, 무슨 인연으로 이 중유가 현전한 것인가?’
그리하여 마침내 삿된 견해를 일으켜서 선악善惡과 이숙과異熟果가 없다고 배척하였다.
‘만약 선악과 이숙과가 있다면 나는 마땅히 이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인과를 비방한 삿된 견해의 힘 때문에 천상[天趣]의 중유가 즉시 사라지고 지옥의 중유가 홀연히 현전하였다. 그래서 목숨을 마치고는 지옥에 태어났다. 이처럼 중유는 태어날 곳[趣]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다.”[의자함義字函 제9권]


악한 무리는 죽음을 들으면 문득 놀라지만
착한 자라면 죽음을 본들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는가.

『비바사론』에서 말하였다.
“만약 사람이 복과 덕을 닦지 않는다면 죽음을 두려워하니, 스스로 후세에 악도惡道에 떨어질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복과 덕을 많이 쌓은 자는 죽으면 문득 뛰어난 곳에 태어나니, 이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게송으로 말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을 마치 사랑하는 손님맞이하듯 하며
죽어서 떠나는 것을 마치 큰 모임에 가듯 하니
이는 복과 덕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라
목숨을 버릴 때에도 두렵지가 않구나.”[자자함資字函 제1권]


시신이 아래에서 위로 차가워지면 좋은 임종이요,
위에서 아래로 차가워지면 반드시 악취惡趣에 떨어진다.

『제경요집』에서 말하였다.
“선행을 한 사람은 차가운 감촉이 아래에서 배꼽 위로 올라가는데, 따뜻한 기운이 나중에 다하면 곧 사람 가운데 태어나고, 만약 머리와 얼굴에 이르러서 열기가 나중에 다하면 곧 천도天道에 태어난다.
만약 악행을 한 자라면 이와는 반대이다. 위로부터 허리에 이르러서 열기가 나중에 다하면 귀신의 취趣에 태어나고, 허리로부터 무릎에 이르러서 열기가 나중에 다하면 축생畜生에 태어나고, 무릎에서 내려가 발에 이르러 다하면 지옥 가운데 태어난다. 무학無學의 사람으로 열반에 들어간 자는 혹은 심장에 따뜻함이 있고 혹은 정수리에 있다.”[대자함對字函]


임종할 때 심식心識은 후신後身으로 나아가니
동일하다고도 말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말할 수 없다.

『십이인연론十二因緣論』에서 말하였다.
“가령 사람이 임종할 때는 심식心識이 씨앗[因]이 된다. 이런 까닭에 후신後身의 심식으로 태어나게 되니, 그 심식은 동일하다고도 설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설할 수 없으며, 그것[彼]을 여의었다고도 할 수 없고 그것[彼]에 즉卽했다고도 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등불이 등불을 낳는 것과 같고, 알[卵]이 알을 낳는 것과 같고, 거울에 상像이 있는 것과 같고, 소리에 메아리가 있는 것과 같고, 햇빛을 받아서 구슬이 불을 일으키는 것과 같고, 씨앗에서 싹이 나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은 법들은 저[彼]와 다르다고 이름하지 못한다.”[임자함臨字函 제3권]


부처님께서 짧은 수명을 보이신 것은 추모하게 하기 위함이며
사람의 목숨은 무상無常하니 호흡에 달려 있음을 보이신다.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에서 말하였다.
“묘당妙幢보살이 여쭈었다.
‘네 분의 화신불께서는 석가모니釋迦牟尼의 수명의 양이 무한하다고 설하셨는데, 어째서 짧은 수명을 나타내 보이셨습니까?’
이 때 화신불께서 말씀하셨다.
‘석가께서 5탁세濁世에 출현하셨을 때는 중생에게 이익을 주어서 믿음과 이해를 낳도록 하고 싶으셨기 때문이다. 만약 여래께서 반열반般涅槃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면,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설하신 경전도 받아 지니지 않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항상 부처님을 뵙는다면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부모에게 많은 재물이 있는 걸 보면 문득 재물에 대해 희유希有하고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과 같다. 무슨 까닭인가. 부모의 재물에 대해 항상 있다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저 모든 중생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만약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지 않는 걸 본다면, 희유하고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항상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세존께서는 세간에 오래 머물지 않으시고 선교방편善巧方便으로 중생을 성취시키신다.’ ”[양자함揚字函 제1권]

『사십이장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문들에게 물으셨다.
‘사람의 목숨은 얼마 동안 존재하는가?’
사문들이 대답했다.
‘며칠 동안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아직 도道를 모른다.’
다시 한 사문에게 물으셨다.
‘사람의 목숨은 얼마 동안 존재하는가?’
대답했다.
‘밥 먹을 동안 존재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도 아직 도를 모른다.’
다시 한 사문에게 물으셨다.
‘사람의 목숨은 얼마 동안 존재하는가?’
대답했다.
‘호흡하는 동안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그대는 도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자함辭字函 제7권]

『죄업보응경罪業報應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물은 흘러내려도 항상 가득 차지 못하며
불은 치성해도 오래 가지 못하며
태양은 떴다가 금방 저물며
달은 찼다가는 다시 이지러진다.

지위와 영화, 권세와 부귀도
이와 마찬가지니라.
사람의 몸은 잃기 쉬운 것이니
탐내고 애착해서는 안 된다.

『마야경摩耶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전다라旃陀羅가
소를 몰고 도살장에 갈 때
걸음걸음마다 사지死地에 가까워짐과 같으니
사람의 목숨도 이와 마찬가지다.[이상 영자함楹字函 제17권]

고덕古德이 게송을 읊었다.

등불은 외로이 밤의 누각을 비추는데
버선 신발과 이별하고 침상에 오르네.
삼혼칠백三魂七魄의 꿈 속으로 들어가니
그가 올지 안 올지는 날이 밝아야 안다네.


생사가 닥쳐오고 나면 끝내 벗어나기 어려우니
천지가 비록 넓다 해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사불가득경四不可得經』에서 말하였다.
“형제 네 명이 있었는데, 하던 일을 버리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산 속에 거처하면서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 모두 선인仙人이라고 불렸다. 숙명[宿對]이 다가오니 수명이 다하리라는 걸 스스로 알고서는 각각 생각했다.
‘우리들은 신족통으로 날아서 마음껏 다녀도 이르는 곳마다 걸림이 없을 것이다. 이제 마땅히 방편으로 이 어려움을 피해야겠다.’
그래서 한 사람은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스스로 형상을 숨기면서 말했다.
‘무상無常의 적인들 어찌 내 처소를 알겠는가?’
또 한 사람은 시장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있으면서 목숨을 피하며 말했다.
‘무상의 적인들 어느 한 사람을 데려가겠지 어찌 반드시 나를 찾겠는가?’
또 한 사람은 큰 바다 336만 리 밑으로 들어가서 밑바닥에는 이르지 않고 위로 그 중간쯤에 머무르면서 말했다.
‘무상의 적인들 어찌 나를 찾겠는가?’
한 사람은 산을 열고 그 속에 들어가 숨으면서 말했다.
‘무상의 적인들 어찌 내가 있는 곳을 알겠는가?’
그 때 네 사람은 각각 목숨을 피하려고 했으나 벗어나질 못했다. 공중에 숨어 있던 자는 문득 저절로 땅에 떨어졌으니, 마치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산 속에 숨어 있던 자는 거기서 죽어서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바다 속에 숨어 있던 자는 당시 하늘의 명령으로 고기와 자라에게 잡아 먹혔다. 시장에 들어간 자는 대중들 속에서 죽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관찰해서 알고 계셨다.
‘이 네 사람은 어둡고 우매하여 통달하지 못하고 숙명의 적을 제거하려고 하였다. 3독毒을 아직 제거하지 못했는데 어찌 그 우환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공중에 숨고
큰 바다 속에 처하며
설사 모든 산에 들어가서
스스로 형체를 감추면서

불사不死의 땅을 구하려 하더라도
일찍이 안정[定]을 얻은 적이 없었나니
그러므로 정진하고 배워야 하리.
몸이 없어져야 비로소 편안하다네.”[대자함對字函 제3권]

『출요경出曜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대지와 해와 달도
때가 되면 모두 소멸로 돌아간다.
일찍이 어느 한 가지 일도
무상無常에게 삼켜지지 않은 적이 없다.[전자함殿字函 제6권]


무상無常의 살귀殺鬼는 죄없는 사람을 죄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죄와 복을 은밀히 판단하는 자에겐 공평한 저울이 있다.

『법원』에서 말하였다.
“송나라 무당사武當寺 사문 승규僧規가 재가자[白衣]의 청으로 그 집에 갔다가, 아무 병도 없었는데 갑자기 죽었다. 그리고는 이틀 만에 소생했다. 그가 말한 내용이다.
그날 밤 오경五更에 문 밖 골목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다섯 사람이 횃불을 들고 신번信幡을 잡고서 방으로 들어와 승규를 꾸짖었다. 승규는 놀라고 당황하였는데 다섯 사람은 문득 승규를 붉은 줄로 묶어서 데리고 갔다. 어느 산에 이르렀는데 도무지 풀과 나무가 없었으며, 땅의 색깔은 단단하고 검으면서 돌과 쇠 같은 것이 있었다. 잠시 후 한 성에 이르렀는데, 밖에는 길이가 10길[丈]이나 되는 나무가 서 있었고 나무 위에는 무쇠 들보가 걸쳐 있었다. 좌우에는 흙이 든 궤짝이 있었는데, 스스로 품수品數가 있었으니 약 10여 곡斛이면서 형태는 마치 다섯 되[升] 같았다.
계관鷄冠을 쓰고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승규에게 말했다.
‘그대는 세상에 있을 때 무슨 죄와 복을 지었는가?’
승규는 당황하고 두려워서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담당자에게 갔다. 관리가 말했다
‘장부를 펴서 그의 죄와 복을 조사해 보겠습니다.’
잠시 뒤 관리가 와서는 긴 나무 아래에 이르러 궤짝 하나를 당겨, 무쇠 들보에다 걸어 달아보니,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관리가 승규에게 말했다.
‘이것은 죄와 복을 헤아려 보는 저울이다. 그대는 복은 적고 죄는 많으니, 마땅히 먼저 벌을 받아야 한다.’
잠시 있다가 관冠을 쓴 장자長者 한 사람이 승규에게 말했다.
‘그대는 사문이다. 어째서 부처님을 염念하지 않는가? 과오를 뉘우치는 걸 들으면 내가 8난難에서 구제해 줄 수 있다.’
그러자 승규는 일심으로 부처님을 불렀다. 관을 쓴 사람이 관리에게 말했다.
‘다시 이 사람을 저울질 해보게나. 부처님의 제자였으니 다행히 벗어날 수 있을 걸세.’
문지기가 다시 궤짝을 올려 달아보니, 저울이 이내 평평해졌다.
다음에 승규는 감독관 앞에 가서 변론을 했다. 감독관이 붓을 들고 장부를 살펴보다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 때 붉은 옷에 현관玄冠을 쓰고 인수印綏를 걸친 사람이 옥판玉版을 들고 와서 말했다.
‘장부에는 이 사람의 이름이 없습니다.’
감독관이 깜짝 놀라서 좌우에게 기록을 거두라고 명하였다. 잠시 뒤에 보니 도리어 앞서의 다섯 사람을 묶어서 데리고 왔다. 감독관이 말했다.
‘살귀殺鬼야, 어째서 함부로 사람을 데리고 왔느냐?’
그리고는 그들을 채찍으로 때렸다. 잠시 뒤 한 사자가 천제天帝께서 도인(道人:승규)을 부른다고 했다. 승규가 천제 앞에 이르자, 천제가 말했다.
‘그대는 사문이다. 어째서 부지런히 닦지 않아 살귀에게 멋대로 잡혀왔는가? 그대의 목숨은 아직 다하지 않았다. 이제 환생하도록 놓아 줄 테니, 재가자의 집에 자주 놀러가지 말라. 살귀는 사람을 잡아올 때 죄 없는 사람을 잡아오는 경우도 많다.’
승규가 말했다.
‘멋대로 잡혀가는 횡액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겠습니까?’
천제가 말했다.
‘복을 짓고 선행을 하라.’ ”[부자함府字函 제3권]

아이가 죽자 아버지는 염라대왕께 찾아가 돌려 달라고 하며
아버지가 다가가자 아이는 이 노인이 어리석다고 질책하다.

『법구유경法句喩經』에서 말한다.
“옛날에 범지梵志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출가해서 60살에 이르도록 배웠으나 도道를 얻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를 얻어 아들 하나를 낳았다. 총명하고 말솜씨가 좋아서 사랑스러웠는데 일곱 살에 우연히 죽었다. 범지는 너무나 슬퍼서 통곡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차라리 염라대왕을 찾아가서 아이의 목숨을 찾아달라고 구걸하느니만 못하다고 여겼다.
이에 재계齋戒하고 향기로운 꽃을 들고서 집을 떠났다. 길을 따라가면서 앞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물었다.
‘염라대왕이 어디에 있습니까?’
수십 리를 걸어가다가 깊은 산 속에 이르렀을 때 도를 얻은 바라문들을 보았다. 앞에서 한 것처럼 질문을 하자, 바라문들은 그의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면서 말했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곳은 살아 있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오. 그러나 그대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겠소. 서쪽으로 가면 큰 강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성이 있소. 염라대왕은 항상 4월 4일에 순찰[按行]을 하는데, 반드시 이 성을 지나가니 가서 볼 수 있을 거요.’
범지가 가르쳐 주는 대로 나아가니 과연 염라대왕이 보였다. 범지가 말했다.
‘만년에 남자 아이 하나를 얻어서 늙음에 대비하려고 했는데, 일곱 살 때 목숨을 마쳤습니다. 부디 염라대왕께서는 베푸시어 내 아이의 목숨을 돌려주십시오.’
염라대왕이 말했다.
‘그대의 아이는 지금 동쪽 뜰에 있으니, 가서 그대 스스로 데려가라.’
범지가 즉시 가서 아이를 보고는 껴안고 통곡하면서 말했다.
‘밤낮으로 너를 생각했단다. 너는 어째서 나를 생각하지 않았단 말이냐.’
그러자 아이가 범지를 질책하며 말했다.
‘어리석은 노인이 아무 이치도 모르는구려. 잠깐 동안 몸을 의탁한 나를 아들이라 부르는구려. 부질없는 잔소리하지 말고 빨리 떠나십시오. 지금 살고 있는 여기에도 부모가 있습니다.’
잠깐 사이에 저절로 빈손이 되자, 범지는 슬퍼하고 한탄하면서 돌아오다가 생각했다.
‘세존께서 사람의 혼신魂神이 변화하는 도리를 아신다고 들었다.’
범지는 다시 부처님을 찾아가서 아이에 관해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아이는 도리어 나를 질책했습니다. 부자간의 정조차 없었는데, 어째서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진실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죽어서 식신[神]이 떠나가면 문득 다시 형상을 받는다. 따라서 부자의 인연이 합하여 사는 것은 비유하면 마치 손님이 의탁한 것과 같아서 일어나면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그대는 어리석음과 미혹으로 얽히고 집착해서 자기의 소유로 생각한 나머지 생사에 빠져 있구나. 오직 슬기로운 자만이 은애恩愛에 탐착하지 않고, 경전과 계율을 부지런히 닦아, 식상識想을 없애서 생사를 다하게 된다.’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들은 후에 마음이 확 트여 뜻을 이해하고서 나한羅漢의 도를 얻었다.”[서자함書字函 제2권]

망자亡者를 추모한 공덕은 7푼分에서 1을 얻고,
21일 동안은 힘을 다해 복을 닦고 재를 지내주어야 한다.

『관정수원왕생경灌頂隨願往生經』에서 말하였다.
“보광普廣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모와 친족이 목숨을 마치면 혹은 3도塗와 8난難 가운데 떨어져서 온갖 고통을 받습니다. 그들을 위해 복을 닦으면 복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보광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들을 위해 복을 닦는 자는 7푼 중에서 1을 얻는다. 어째서 그러한가? 그들의 전생을 의지할 뿐 도덕道德을 믿지 않기 때문에 7푼의 1을 얻게 하는 것이다.
만약 죽은 자의 몸을 장엄하는 도구와 집과 정원과 목욕탕[浴池]으로써 3보寶에 보시한다면, 이 복이 가장 많으며 공덕의 힘이 강해서 저 지옥의 재앙을 뿌리 뽑고 불국토에 왕생할 수 있다.
다음에 목숨을 마친 사람이 중음中陰 속에 있으면 몸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다. 21일 동안은 죄와 복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반드시 그를 위해 복을 닦고 대신해서 죄를 참회해야 한다. 마치 먼 길을 가는 사람을 대접하는 것과 같다. 비유하면 세간에서 죄를 지은 사람이 친족들에게 자신의 위난을 구해달라고 바라는 것과 같다. 복과 덕의 힘으로 해탈을 반연하는 것이다.’
보광 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3보寶에 귀의하지도 않고 법과 계율을 행하지도 않았다면,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응당 3도塗에 떨어져야 한다면, 그런 사람이 임종할 때 비로소 이 선善을 일으켜도 해탈하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보광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임종할 때 이런 마음을 낼 수 있다면 해탈할 수 있다. 왜 그런가? 마치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 왕에게 의탁한 것과 같기 때문이니, 채권자는 두려워서 재물을 찾으러 오질 못한다. 이 비유처럼 천제天帝도 사면을 하고 염라대왕도 제거해 주며, 아울러 5관官을 담당하는 모든 신神도 도리어 공경하니, 이 복을 의지하기 때문에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액난厄難에서 벗어나서 바라는 대로 왕생한다.’ ”[공자함恭字函 제1권]


무덤과 탑의 정혼精魂은 그곳에 그대로 있습니까?
고통이나 즐거움의 세계로 오르내리니 어찌 그 속에 있겠는가.

『관정경灌頂經』에서 말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사람이 무덤을 만들고 탑을 세운다면, 그 사람의 정기와 영혼은 그 속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아난이 다시 여쭈었다.
‘어떻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혼령이 있는 경우는, 가령 사람이 살아 있었을 때 선근善根을 심지 않고 3보寶도 알지 못했지만 악행도 하지 않았다면, 선으로 받을 복도 없고 악행으로 받을 재앙도 없으며 선지식善知識이 그를 위해 복을 닦아주는 일도 없기 때문에 그의 정혼精魂은 무덤이나 탑 속에 있나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있지 않다고 하는 경우는, 혹 전생의 어떤 세상에 살았을 때 크게 복덕을 닦고 부지런히 도를 행했다면 혹은 천상의 인간으로 태어나 복을 받으며, 참되고 올바른 도를 믿지 않고 살생과 도둑질로 죄를 지었다면 축생이나 아귀 가운데 떨어져 온갖 고통을 받고 지옥을 거치니, 이 때문에 무덤이나 묘 속에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공자함恭字函 제6권]


단지 한 아이가 나고 죽기를 반복하면서
다섯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또 슬프게 하였네.

『오모자경五母子經』에서 말하였다.
“한 사미가 일곱 살 때 출가해서 도道를 얻었다. 스스로 일찍 죽을 운명인 걸 알고서 웃으며 말했다.
‘나의 한 몸으로 인해 다섯 어머니가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첫 번째 어머니 자식이었을 때는 이웃집에서도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나는 단명해서 어머니는 이웃집 아이를 보면서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두 번째 어머니 자식이었을 때는 천명天命으로 일찍 죽었다. 어머니는 다른 이가 아이에게 젖먹이는 것만 보아도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세 번째 어머니 자식이었을 때는 열 살에 죽었다. 어머니는 내 또래의 아이가 먹는 것만 보아도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네 번째 어머니 자식이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 어머니는 같은 연배의 사람이 아내를 가진 것을 보면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다섯 번째 어머니 자식이었을 때는 일곱 살에 출가했다. 내 어머니는 나를 추억하면서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다섯 명의 어머니는 모임에서 각기 자식에 대해 말하면서 더욱더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나는 생사가 윤회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서 도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자함言字函]


자손이 널리 선행을 하니 아귀는 노래 부르고
아들 딸 들이 악을 행하니 호인好人은 통곡을 하다.

『비유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함께 강 주변을 거닐고 계시다가 5백 명의 아귀들이 노래 부르면서 가는 걸 보셨고, 또 수백 명의 호인好人이 곡을 하면서 지나가는 걸 보셨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귀는 어째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며, 호인은 어째서 통곡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아귀 집안의 자손은 그 들을 위해 복행福行을 지어서 해탈을 얻었기 때문에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다. 호인 집안의 자손은 오직 살생만을 하고 보시로써 복을 지어 주지 않다가 나중에 큰 불의 핍박을 받았다. 그래서 통곡하는 것이다.’ ”[대자함對字函]


외아들이 뱀에 물려 그 독으로 죽었는데도
가족 다섯 명은 돌아보지 않고 무상無常을 요달했다.

『오무반복경五無反復經』에서 말하였다.
“어떤 범지梵志가 농부의 아들이 뱀에게 물려 그 독으로 인해 죽는 걸 보았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전혀 돌아보지 않았고, 어머니에게 가서 말했으나 역시 상심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그 누이에게 비유로써 말해 주었으며, 그의 아내에겐 마치 잠든 새 같다는 비유로 말해 주었으며, 그 머슴에게는 송아지 같다는 비유를 했다. 이처럼 다섯 사람은 모두 생사를 요달했다.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니, 역시 생사는 본래 공空하다고 설하셨다.”[심자함甚字函]


신통을 갖췄더라도 어찌 죽음을 면할 손가
만약 놓아버릴 수 있다면 비로소 태어남이 없으리라.

『범지흑지경梵志黑氏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설하셨다.
어떤 범지가 4선정禪定을 얻고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추었으며 법을 능히 훌륭하게 설했다. 염라대왕이 와서 그의 설법을 듣다가 부지불식간에 눈물을 흘렸다.
범지가 말했다.
‘당신은 어찌하여 슬퍼하십니까?’
염라대왕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법을 잘 설하시지만, 이제 7일 뒤에는 목숨을 버리고 나의 세계로 와서 태어나야 합니다.’
범지가 말했다.
‘나는 4선정을 얻었소이다.’
‘그래도 악업惡業은 면하지 못합니다.’
범지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면할 수 있습니까?’
염라대왕이 말했다.
‘부처님께 여쭈십시오.’
범지가 즉시 두 손으로 오동나무 꽃을 가져다가 부처님께 바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려 놓아라[放下着].’
그러자 곧 한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내려놓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려놓아라.’
범지는 다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내려놓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려 놓아라.’
범지가 말했다.
‘저는 두 손의 꽃을 이미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중간中間의 것을 내려놓아라.’
범지는 단박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아서 업을 면하였다.”[심자함甚字函]


33) 보응품報應品[48칙]

선행은 천상과 인간의 쾌락을 누리고
악행은 아귀와 축생에 떨어져서 고통을 당한다.
『정법념처경正法念處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지키면 사왕천四王天에서 태어나고,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면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고,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邪婬하지 않으면 야마천夜摩天에 태어나고,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하지 않고 거짓 말ㆍ꾸미는 말ㆍ험한 말ㆍ이간질을 하지 않으면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고, 세간의 계율을 받고 부처님의 계율을 신봉하고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하지 않고 나아가 이간질하지 않는다면 화락천化樂天과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난다.”[두자함杜字函 제2권]

『삼계차별경三界差別經』에서 말하였다.
“열 가지 선행은 중생으로 하여금 능히 욕계천欲界天의 과보를 얻게 한다. 다시 열 가지 업은 중생으로 하여금 능히 색계천色界天의 과보를 얻게 하니, 유루有漏의 열 가지 선행을 닦은 것이 정定과 상응한다면 이것은 곧 색계 정定의 선업善業이다.
다시 네 가지 업이 중생으로 하여금 능히 무색계천無色界天의 과보를 얻게 한다. 첫째는 이른바 색상色想을 초월해서 공처空處에 들어가는 것이며, 둘째는 이른바 공처의 정定을 초월해서 식처識處의 정定에 들어가는 것이며, 셋째는 이른바 식처의 정定을 초월해서 무소유처無所有處의 정定에 들어가는 것이며, 넷째는 이른바 무소유처의 정定을 초월해서 비비상정非非想定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계界는 어째서 열 가지 선업善業을 말하지 않는 것인가? 이른바 이 계는 무색無色의 과보라서 색色을 여의고서 닦는 것이다.”[위의 권과 같다.]

『중아함경』에서 말하였다.
“도제자都提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인因과 어떤 연緣으로 저 중생이 사람의 몸을 갖추어 받는데도 높고 낮음이 있는 것입니까? 왜냐하면 제가 보기엔 단명하는 사람도 있고 장수하는 사람도 있고, 병이 많은 사람도 있고 병이 적은 사람도 있고, 단정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단정한 사람도 있고, 위덕威德이 없는 사람도 있고 위덕이 있는 사람도 있고, 비천한 종족도 있고 존귀한 종족도 있고, 재물이 없는 자도 있고 재물이 있는 자도 있고, 악한 지혜를 쓰는 자도 있고 선한 지혜를 쓰는 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만약 사람이 살생을 하되 곤충에 이르기까지 살생한다면, 그는 자비심이 없는 것이어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나쁜 곳에 이르러 지옥 가운데 태어나며,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수명이 짧다. 반드시 알아야 하니, 이 업에는 이와 같은 과보가 있는 것이다.
만약 사람이 살생을 끊고서 살생하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한다면, 그는 자비심이 있는 것이라서 곤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롭게 한다. 그리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나며,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수명이 매우 길어진다. 왜냐하면 이른바 살생을 끊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알아야 하니, 이 업에는 이와 같은 과보가 있는 것이다.
만약 사람이 주먹이나 칼과 몽둥이로 중생을 괴롭힌다면, 몸이 무너져 목숨을 마치고는 반드시 나쁜 곳에 이르게 되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질병이 많아진다.
만약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죽어서 좋은 곳에 올라가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질병이 없다.
만약 사람이 성질이 급하고 번뇌가 많아서 사소한 말에도 크게 화내면, 죽어서 나쁜 곳에 이르게 되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생김새가 단정하지 못하게 된다.
만약 성미가 급하지 않고 성내지도 않는다면, 죽어서 좋은 곳에 올라가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생김새가 단정하게 된다.
만약 사람이 남의 물건을 보고 문득 질투한다면, 죽어서 나쁜 곳에 이르게 되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위덕이 없게 된다.
만약 사람이 질투를 품지 않는다면, 죽어서 좋은 곳에 올라가게 되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커다란 위덕이 있게 된다.
만약 사람이 크게 오만해서 존경할 만한 대상을 존경하지 않고, 소중히 여길 만한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귀하게 여길 만한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공양할 만한 대상을 공양하지 않고, 함께 말할 만한 사람과 함께 말하지 않고, 합장하고 예배하면서 여쭐 만한 대상에게 합장하고 예배하면서 여쭙지 않는다면, 죽어서 나쁜 곳에 이르게 되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비천한 종족으로 태어나게 된다.
만약 교만하지 않고 나아가 여쭙는다면, 죽어서 좋은 곳에 올라가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존귀한 종족으로 태어나게 된다.
만약 사람이 보시를 행하지 않고 사문ㆍ범지梵志ㆍ빈궁하고 고독한 사람ㆍ멀리서 구걸하러 오는 자에게 음식ㆍ의복ㆍ꽃다발ㆍ향ㆍ숙소ㆍ침상ㆍ밝은 등불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죽어서 나쁜 곳에 이르게 되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재물이 없게 된다.
만약 보시를 행하고 나아가 공급해준다면, 죽어서 좋은 곳에 올라가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많은 재물이 있게 된다.
만약 사람이 명망과 덕이 있는 사문과 범지梵志를 자주자주 찾아뵙지 않고, 수시로 무엇을 선善하다 하고 무엇을 선하지 않다고 하며, 무엇을 죄라 하고 무엇을 죄가 아니라 하며, 무엇을 미묘하다고 하고 무엇을 미묘하지 않다고 하며, 무엇을 희다고 하고 무엇을 검다고 하며, 희고 검은 것은 어디에서 생기며, 현세現世의 과보란 무슨 의미이고 후세後世의 과보란 무슨 의미인가 등을 질문하고서 행하지 않는다면, 죽어서 나쁜 곳에 이르게 되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악한 지혜가 있게 된다.
만약 사람이 명망 높고 덕이 있는 사문과 범지를 자주자주 찾아뵙고 그런 질문을 한 뒤에 능히 행할 수 있다면, 죽어서 좋은 곳에 올라가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도 착한 지혜가 있게 된다.
반드시 알아야 한다. 단명에 상응하는 업을 지으면 반드시 단명하게 되고, 장수에 상응하는 업을 지으면 반드시 장수하게 되고, 나아가 악한 지혜에 상응하는 업을 지으면 반드시 악한 지혜를 얻게 되고, 착한 지혜에 상응하는 업을 짓게 되면 반드시 착한 지혜를 얻게 된다.’ ”[청자함淸字函 제4권]


다만 현생의 과보를 미루어 전생의 원인을 증험해보고,
다시 현생의 원인으로 후생의 과보를 밝혀보라.

『참법懺法』에서 말하였다.
“귀족과 국왕과 장자長者 같은 사람은 3보寶를 예로써 섬기는 데서 오고, 대부호 같은 사람은 보시로부터 오고, 장수하는 사람은 계율을 지키는 데서 오고, 단정한 사람은 인욕忍辱으로부터 오고,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닦는 사람은 정진精進으로부터 오고, 재주가 명석해서 멀리까지 요달하는 사람은 지혜로부터 오고, 음성이 청정하고 맑은 사람은 3보를 노래하고 읊는 데서 오고, 병 없이 정결한 사람은 자비로부터 오고, 청정하지 못한 사람은 돼지로부터 오고, 관용할 줄 모르고 간탐慳貪하는 사람은 개로부터 오고, 성질이 사납고 거칠면서 제멋대로 하는 것은 양으로부터 오고, 경망스럽고 조급해서 일을 능히 참지 못하는 사람은 원숭이로부터 오고, 신체에서 비린내가 나는 사람은 물고기나 자라로부터 오고, 독을 품은 사람은 뱀으로부터 오고, 자비의 마음이 없는 사람은 호랑이나 이리로부터 온다.
작고 왜소한 사람은 남을 경멸하기 때문이며, 더럽고 추한 사람은 화를 잘 내기 때문이며, 아는 바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배우고 묻질 않았기 때문이며,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남을 공경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벙어리와 귀머거리는 남을 비방하였기 때문이며, 남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은 빚을 갚지 않았기 때문이며, 검고 추악한 사람은 부처님의 광명을 막았기 때문이며, 고라니나 사슴으로 태어나는 것은 남을 놀라게 하거나 두렵게 했기 때문이며, 타락한 용으로 태어나는 것은 희롱하길 좋아했기 때문이며, 몸에 악창惡瘡이 생기는 것은 중생을 채찍으로 때렸기 때문이며, 남이 기뻐하는 것을 보는 사람은 남의 기쁨을 보았기 때문이며, 관리를 만나길 좋아하는 사람은 중생을 속박했기 때문이다.
설법을 듣고도 이에 대해 이간질해서 남이 듣고 받아들이는 것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나중에 축 늘어진 귀를 가진 개 가운데 떨어진다. 설법을 듣고도 마음으로 헤아리지 않는다면, 후생後生에는 긴 귀를 가진 당나귀로 태어난다. 인색하고 탐욕스러워서 혼자만 먹는다면 아귀 가운데 떨어지며, 사람으로 태어나서도 빈궁하고 굶주린다. 나쁜 음식을 사람에게 먹이면, 후생에는 돼지나 쇠똥구리 속에 떨어진다. 남의 물건을 겁탈하면, 후생에는 양 가운데 떨어져서 사람이 껍질을 벗기고 그 고기를 먹는다. 도둑질을 좋아하는 사람은 후생에 소나 말로 태어나서 남에게 부림을 당한다. 망령된 말을 하고 남의 악을 전하길 좋아하는 자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니, 구리를 녹여 입을 지지고 그 혀를 뽑으며 소가 그것을 간다. 술에 취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끓는 똥물 지옥 속에 떨어지고, 죄를 마치고는 성성이로 태어나며, 후생에 사람이 되어도 완고하고 아는 것이 없다. 부귀를 누리면서 남의 윗사람이 된 자가 채찍이나 몽둥이로 아랫사람을 때려도 고소 받지 않으면,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 온갖 고통스런 과보를 받고, 지옥에서 나와서는 물소 속에 떨어져서 코가 꿰인 채 커다란 몽둥이로 맞으면서 배나 수레를 끌며 지난 숙세의 재앙을 갚는다.”[제3권]

『화엄경』에서 말하였다.
“중생이 짓는 열 가지 착하지 않은 업이 바로 지옥ㆍ축생ㆍ아귀로 태어나는 원인이다.
이 가운데 살생의 죄는 중생으로 하여금 능히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단명하는 것이며, 둘째는 병이 많은 것이다.
도둑질한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惡道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빈궁한 것이며, 둘째는 재물을 공유해서 자재롭지 않은 것이다.
사음邪婬의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아내가 정숙하지 않은 것이며, 둘째는 권속을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망령된 말[妄語]을 한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비방을 많이 받는 것이며, 둘째는 남에게 속임을 당하는 것이다.
이간질[兩舌]한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권속이 등지고 떠나며, 둘째는 친족이 매우 나쁘다.
험한 말[惡口]을 한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항상 나쁜 소리를 듣는 것이며, 둘째는 다툼이나 소송이 많은 것이다.
꾸미는 말[綺語]을 한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말을 해도 남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말이 명료하지 못한 것이다.
탐욕의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마음이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며, 둘째는 욕심이 많아서 싫증내지 않는 것이다.
성내는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항상 남이 나의 장단점을 찾게 되는 것이며, 둘째는 항상 남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다.
삿된 견해의 죄도 역시 중생으로 하여금 3악도에 떨어지게 한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두 종류의 과보를 얻으니, 첫째는 삿된 견해를 가진 집안에 태어나는 것이며, 둘째는 그 마음이 왜곡하고 아첨하는 것이다.”[애자함愛字函 제5권]

『비나야毘奈耶』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가령 백 겁劫을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연이 모여서 때를 만나면
과보는 저절로 받게 된다.[당자함棠字函 제6권]

또 게송에서 말하였다.

전생[前世]의 일을 알고 싶다면
금생今生에 받는 것이 그것이다.
미래생의 인因을 알고 싶다면
금생今生에 짓는 것이 그것이다.


업은 죄와 복과 부동인不動因으로 나누고
보는 현보現報와 생보生報와 후보後報로 받는다.

『정법념처경』에서 말하였다.
“업행業行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이른바 복업행福業行은 인간과 천상의 원인이고, 죄업행罪業行은 지옥 등의 원인이고, 부동행不動行은 색계色界의 원인이다.”[종자함終字函 제5권]

『우바새계경』에서 말하였다.
“중생이 짓는 업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현보現報이고[현재의 몸으로 지극히 선하고 악한 업을 짓고 곧바로 그 몸이 과보를 받는 것을 현보라고 한다], 둘째는 생보生報이고[현재의 몸이 업을 지어 다음 생의 몸이 받는 것을 생보라고 한다], 셋째는 후보後報이고[현재의 몸이 업을 짓되, 다음 생에 받지 않고, 제2ㆍ제3의 생이 지난 뒤에 받는 것을 후보라고 한다], 넷째는 과보가 없는 것[無報]이다.[마치 무기無記 등의 업과 같은 것이니, 가령 『바사론』에서 묻기를 ‘어째서 착함과 착하지 않음의 유루법有漏法은 생보이고, 무루無漏와 무기無記의 법은 생보가 아닌가?’라고 하니, 답하기를 ‘가령 종자가 견실하다면, 때에 맞춰 물을 준 후에는 싹을 틔우고, 가령 종자가 그 성질이 썩어 있으면, 때에 맞춰 물을 주어도 싹을 틔울 수 없다’라고 한 것과 같다.]
다시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시기는 결정되었으나 과보가 결정되지 않은 것이며[3세世는 결정되어서 고치지 못하지만, 업으로 말미암아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과보가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둘째는 과보는 결정되었으나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것이며[업력으로 말미암아서 결정된 과보는 고칠 수 없지만, 그러나 시기는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셋째는 시기와 과보가 모두 결정된 것이며[업으로 말미암아서 결정되었기 때문에 감응되는 시기도 결정된 것이다], 넷째는 시기와 과보가 모두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업으로 말미암아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와 과보도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가령 과보가 정해져서 마땅히 나중에 받더라도, 이 업은 현재에 받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왜냐하면 착한 마음과 지혜와 인연의 힘 때문에 악한 과보로 결정된 것도 가벼운 것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과보가 결정되었다고 이름하는가? 항상 후회 없이 짓고 온 마음[專心]으로 짓고, 서원誓願을 세우고, 지은 후에 기뻐하기 때문에 과보가 정해지게 된 것이니, 나머지는 모두 결정되지 않았다.
중생의 업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있고 멀고 가까움이 있는데, 그 인연에 따라서 먼저 혹은 나중에 받는 것이다. 이른바 몸을 닦고 계율을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와 선정을 닦아서 선과 악을 안다면 마땅히 과보가 있을 것이니, 이런 사람은 무거운 업을 능히 바꾸어 가볍게 할 수 있고, 가벼운 것은 받지 않는다. 만약 복전福田을 만나고 선지식을 만나서 도를 닦고 선을 닦는다면, 이런 사람은 후세의 무거운 죄를 능히 바꾸어서 현세에 가볍게 받을 수 있다. 만약 사람이 욕계欲界의 모든 업을 갖추어서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었다면, 능히 나중의 업을 바꾸어서 현재에 받을 수 있다. 아라한과도 이와 마찬가지다.”[극자함尅字函 제7권]

『현우경』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단니가檀膩伽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매우 가난하여 부부 두 사람이 모직옷 하나를 같이 입었다. 만약 남편이 입고 나가면 부인은 옷을 벗은 채 풀로 만든 자리에 앉아 있었고, 만약 부인이 모직옷을 입고 밖으로 외출하면 남편이 벌거숭이로 앉아 있었다.
한 비구가 문에 이르러서 이 여인을 보고는 교화하자,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는 전생에 보시하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가난하게 되었으니, 후세에는 무엇을 밑천으로 삼겠습니까?’
남편이 대답했다.
‘집안이 빈궁한데 마땅히 무엇으로 보시해야 한단 말이오?’
부인이 말했다.
‘나는 이 모직옷으로 보시하고 싶습니다.’
남편이 말했다.
‘서로 모직옷 한 벌로 드나들면서 구걸로 살아가는데, 이제 보시로 써버린다니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오?’
부인이 말했다.
‘차라리 보시하고 죽으면 후세에 희망이 있지만, 보시하지 않고 죽으면 후생에는 더욱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남편이 기뻐하면서 따르니, 부인이 나가서 비구에게 말했다.
‘지붕 위로 올라가시면 제가 보시할 것입니다.’
비구가 대답했다.
‘그대는 내 앞에서 보시하십시오. 그대를 위해 축원을 해야 합니다.’
여인이 말했다.
‘오직 이 모직옷만을 입었을 뿐 속옷을 입지 않아서 옷을 벗기에 마땅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는 여인은 들어가서 옷을 벗은 뒤 비구에게 주었다. 비구가 축원하고서 옷을 갖고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대중들이 더럽다고 싫어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 회상을 살펴보건대, 청정한 대보시로서 이 모직옷을 능가하는 것이 없다.’
대중들은 송구스러워했고, 왕과 부인은 각기 보배 옷을 벗어서 부부에게 보내준 뒤 회상으로 불러서 법을 듣게 했다.[이것은 현보現報이다.]”[반자함盤字函 제4권]

『경률이상』에서 말하였다.
“바라나국波羅奈國의 일난日難 장자는 대부호였지만, 사람됨이 인색하고 질투가 심해서 항상 문지기에게 거지를 들이지 말라고 명했다. 아들의 이름은 전단旃檀이었는데, 역시 아버지의 성품을 닮았다.
일난 장자가 죽은 뒤에 장님 아낙네의 뱃속에 의탁했는데, 세상에 나오자 역시 두 눈이 장님이었다. 부모가 걸식을 하면서 그 아이를 기르다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아들인 전단의 집에 가서 구걸하게 되었다. 겨우 집안의 뜰로 들어갔는데, 문지기가 때려서 내쫓는 바람에 머리에 상처가 나고 팔이 부러졌다.
문門의 신神이 그에게 말했다.
‘그대가 받은 이 고통은 아직도 작고 작은 것이다. 큰 고통은 나중에 있으니, 전생에 재물이 있는데도 베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과보를 받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교화하러 다니시다가 이곳에 이르러 그 장님 아이를 보시고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지자, 눈이 문득 떠지면서 상처와 부러진 팔도 즉시 치유되었다. 이로 인해 그 아이는 전생의 숙명夙命을 알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전생의 일난 장자인가?’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같은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구나.’[이것은 생보生報이다.]”[방자함傍字函 제6권]

『바사론婆娑論』에서 말하였다.
“한 백정[屠兒]이 일곱 생生 동안 백정이었는데도 항상 3도塗에 떨어지지 않고 인간세상과 천상을 오고가며 태어났다. 이것은 일찍이 일곱 생 이전에 벽지불에게 한 끼의 음식을 보시한 복력 때문에 일곱 생 동안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일곱 생 이래로 지은 백정의 죄업 때문에 일곱 생이 지난 후에는 차례로 과보를 받아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선과 악이 더불어 그러한 것이다.[이것은 후보後報이다.]”[대자함對字函 제3권]


과오를 저질렀다가 그로 인해 하나하나 서원하여
업이 성숙하자 말한 대로 하나하나를 갚아 나갔다.

『현우경』에서 말하였다.
“미묘微妙 비구니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고서는 모든 비구니들에게 지나간 업을 스스로 설했다.
과거에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집안이 큰 부자였으나 자식이 없어서 다시 작은부인[小婦]을 얻었는데, 무척 사랑하고 염려해 주었다. 나중에 남자 아이 하나를 낳자, 부부는 그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러자 큰부인이 질투심을 품고서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이 아이가 자라면 반드시 가업家業을 이을 것이다. 나는 새삼 고통을 당할 것이니, 아이를 죽이는 것만 못하다.’
그리고는 곧 쇠침을 가지고 아이의 머리 위를 찌르니, 아이는 마침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작은부인이 큰부인이 죽인 것이라 의심하자, 큰부인은 맹세를 했다.
‘만약 내가 네 아들을 죽였다면, 나로 인해 세세생생토록 남편이 뱀에게 물릴 것이며, 자식은 물에 떠내려가고 이리에게 먹힐 것이며, 스스로 자식의 살을 먹을 것이며, 몸은 산 채로 묻힐 것이며, 부모와 집안의 식솔들은 불이 나서 죽을 것이다.’
이렇게 맹세하였는데 그 이후에 때가 되어 목숨을 마쳤다. 그녀는 아이를 죽인 인연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았다. 지옥의 과보를 마치고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범지梵志의 아내가 되었다. 먼저 자식 하나를 낳고, 다시 둘째 아이의 산월産月이 가까워지자 부부는 함께 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여인은 전생에 한 맹세를 금생에 다 받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그 때 어떤 독사가 남편을 물어 죽이자,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보고는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눈물을 흘리면서 앞으로 가다가 큰 강 하나를 건너게 되었는데, 곧 큰아이를 이쪽 언덕에 남겨두고, 먼저 작은아이를 안고 저쪽 언덕에 도착했다. 다시 큰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아이는 어머니가 오는 걸 보고는 물에 들어가 어머니에게 가려다가 물에 떠내려갔다. 큰아이를 구하려 해도 어쩔 수가 없어 다시 작은아이에게 갔는데, 이미 이리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어머니는 통곡을 하면서 나아 가다가 사람을 만나자 자기 집의 안부를 물었다. 그 사람이 대답했다.
‘부모님과 집안사람 모두 얼마 전에 불이 나서 한꺼번에 다 죽었다오.’
나중에 다시 사람을 만나서 혼인을 하여 아이를 출산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남편이 취해서 저녁 때 돌아왔는데, 미처 문을 열지 못하자 성을 내면서 때렸다. 그리고는 아이를 죽인 뒤 구워 놓고서는 아내에게 윽박지르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그 후 도망을 쳐서 바라나국에 이르러서 세 번째 남편을 만났는데, 며칠 만에 역시 죽었다. 그 나라의 법은 부부가 함께 살다가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산 채로 매장하게 되어 있었다.
여인은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말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연달아 이런 재앙을 당하는 것인가?’
즉시 부처님 처소에 가서 슬피 울며 출가하고자 했다. 그녀는 과거에 벽지불에게 한 끼의 음식을 보시하고서 원력願力을 일으켰기 때문에 부처님을 만나서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생에 아이를 죽이고 맹세를 한 업으로 인해 하나하나 다 과보로 받게 되었음을 살펴서 알았다.
미묘 비구니가 스스로 말했다.
‘과거의 큰부인이 바로 금생의 나입니다.’ ”[대자함對字函 제9권]


목숨을 죽여 하늘에 제사한들 하늘이 어찌 도울 것이며
업연業緣으로 개로 변화하니 개가 또한 먹다.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목련이 항하恒河 가에 이르렀을 때 귀신 하나를 보았는데, 그 귀신이 이렇게 말했다.
‘항상 큰 개가 와서 내 살을 먹는데, 오직 뼈만 남게 되면 바람이 불어서 다시 살아나고, 또 다시 개가 먹습니다. 이런 고통은 무슨 인연 때문입니까?’
목련이 대답했다.
‘그대는 전생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좨주祭主였는데, 항상 중생들에게 양을 죽여 그 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그대 스스로가 그 고기를 먹었다. 이로 인해 금생에 그대의 살로써 갚는 것이다.’ ”[계자함啓字函 제6권]


관상 보는 자가 허망한 속임수로 재물의 이익을 구했으므로
귀신이 되어서 굶주림과 목마름을 겪게 되었다.

또 말하였다.
“5백 명의 아귀들이 강[水] 있는 데로 몰려오자, 강을 지키는 귀신이 쇠몽둥이로 쫓아내면서 가까이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들은 목련의 처소에 찾아가서 각기 그 원인을 물었다.
목련이 대답했다.
‘그대들은 전생에 관상을 보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길흉을 점치는데 허망함은 많고 진실은 적었으며, 칭찬과 비난으로 사람을 움직였으며, 중생을 미혹하게 하여 재물의 이익을 구했기 때문에 이러한 과보를 받은 것이다.’ ”[위의 권과 같다.]


새를 활로 쏘았던 자가 아이로 태어나 요절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아이를 칭찬한 자는 아버지가 되어 함께 슬픔을 겪다.

『제경요집』에서 말하였다.
“재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한 장자에게 아들 한 명이 있었다. 그 아들이 아내를 맞아들인 지 7일쯤에 부부가 동산으로 놀러갔다. 동산에는 커다란 능금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꽃이 무척 아름다웠다. 아내가 이 꽃을 갖고 싶어 하자, 남편이 나무에 올라갔는데 가지가 부러지면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부모는 통곡을 하면서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셔서 찾아가 말씀하셨다.
‘만법萬法은 무상無常하니, 태어나면 반드시 죽으며 죄와 복이 서로 따르느니라. 이 아이는 세 곳에서 곡읍哭泣을 받았느니라.’
장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도중에 요절한 겁니까?’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에 한 아이가 있었는데 활로 참새를 쏘았다. 주변에 있던 세 사람이 말을 했다.
≺만약 참새를 능히 맞춘다면 세간의 대장부다.≻
아이가 즉시 활을 당겨서 쏘니, 참새는 그 화살을 맞고 죽었다. 세 사람은 웃고 기뻐하면서 떠났다.
그 후 생사를 거치면서 서로 만나 죄를 받았는데, 이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복이 있어서 금생에 천상에 태어났고, 한 사람은 용이 되었고, 한 사람은 지금의 장자였다. 이 아이는 전생에 천인의 자식이었는데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으며, 다음은 용의 자식이었는데 금시조金翅鳥 왕에게 잡아먹혔으며, 오늘 세 번째의 장소에서 소리 내어 울게 된 것이다. 바로 참새를 쏘는 것을 돕고 기뻐했기 때문에 이 같은 고통스런 과보를 받은 것이다.’ ”[영자함楹字函 제9권]
살생을 찬미하고 함께 먹으면서 기뻐한 자는
자식을 낳아도 다 죽는 고통스런 과보를 받는다.

『귀문목련경鬼問目連經』에서 말하였다.
“ ‘나는 아들과 딸을 낳았는데, 모두 단정한데도 죽었습니다.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게 된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그대가 인간이었을 때 사람들이 살생하는 걸 보고는 기뻐하면서 도와주었고 함께 그 고기까지 먹었다. 살생했기 때문에 단명短命한 것이며, 기뻐했기 때문에 지독한 고통을 당한 것이다. 지금은 화보華報의 과果를 받아서 지옥에 있는 것이다.’ ”[언자함言字函 제6권]


술을 남에게 베푼 사람은 어리석음의 과보를 받고
불효하였으니 자식을 낳아도 도리어 먹으러 오는 것이다.

또 말하였다.
“ ‘나는 항상 어리석고 무지無知한 몸을 받았는데,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대가 인간이었을 때 술을 남에게 베풀었기 때문에 지금은 화보과華報果를 받아서 지옥에 있는 것이다.’ ”[위의 권과 같다.]

『정법념처경』에서 말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술을 회상의 승려들에게 주거나, 계율을 지닌 사람에게 주거나, 적정寂靜한 사람이나 적멸심寂滅心을 지닌 사람이나 선정을 즐기는 사람에게 줘서 혼탁하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규환叫喚 지옥에 떨어지리라.”[독자함篤字函 제7권]

『귀문목련경』에서 말하였다.
“ ‘내가 낳은 자식이 모두 도리어 나를 먹는데,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대가 인간이었을 때 효로써 봉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화보과華報果를 받아서 지옥에 있는 것이다.’ ”[언자함言字函 제6권]

근세에 어떤 사람에게 불효하는 자식이 있었는데, 그 자식에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보고 시로써 조롱했다.

네가 한 명의 장부아이를 낳았다고 들었는데,
네가 자식 낳음은 내가 너를 낳은 때와 비슷하구나.
네가 나를 굶주리게 해 한가한 일을 흐려놓으니
네의 아이가 내 아이인 너를 굶주리게 할까 걱정스럽다.


어머니가 속임수로 공양을 마련했다고 말했으니
아이의 도력道力이 아니었다면 어찌 그 재앙을 없앴으리요.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우다라優多羅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에게 출가하겠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그에게 말했다.
‘하필이면 출가를 하겠다는 거냐? 만약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을 청하려고 한다면, 너를 따라서 공양하겠다.’
아이는 이 말을 듣고서 자주자주 공양을 했는데, 어머니는 싫증을 내면서 등 뒤에서는 사문을 욕하였다. 아이가 없을 때는 속임수를 써서 음식을 땅에 버렸는데, 아이는 돌아와서 재齋를 마련했다고 생각해서 기쁨을 누르지 못했다.
어머니는 나중에 목숨을 마치고서 아귀 가운데 떨어졌으며, 아이는 출가해서 나한의 과果를 증득했다. 그가 선정禪定에 들었을 때 어머니라고 칭하는 아귀 한 명을 보았다. 비구는 이상하게 여기면서 말했다.
‘내 어머니는 세상에 계실 때 보시를 했는데, 어떻게 이런 과보를 받았습니까?’
아귀가 대답했다.
‘나는 인색하고 탐욕스러워서 일찍이 사문 등을 공양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아귀에 떨어져서 20년 동안 음식을 얻지 못하였고 물도 마시지 못했습니다. 내가 강으로 향해 가면 강물이 말라 버리고 열매를 따러 가면 열매가 시들어 버렸다오. 부디 부처님과 스님을 초청하여 참회하게 해서 이 몸이 해탈하도록 해주시오.’
그러자 아이였던 비구가 그 말대로 해주자 도리천忉利天에서 태어났다.”[경자함字函 제5권]


동생이 형의 재물을 쓰는 것도 오히려 과보가 있는데
내가 남에게 물건을 속인다면 어찌 갚게 되지 않으리오.

『응험록應驗錄』에서 말하였다.
“장락향인長樂鄕人에게 하녀가 있었는데, 이름은 춘春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죽을 먹지 않고 부엌에 놓아두었는데 돼지가 훔쳐 먹었다. 춘이 부지깽이로 때리자, 돼지는 산으로 숨어 들어가서 밤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주인은 이 일을 알지 못하였는데, 그날 밤에 꿈에서 죽은 동생이 나타나 뒷산 바위 사이에서 호소했다.
‘나는 형에게 돈 5백을 빚진 과보로 돼지가 되어서 형에게 갚는 것입니다. 배가 고파서 춘이의 죽을 먹었는데, 나를 대하는 것이 너무 심하오. 부디 형이 주재해 주세요.’
날이 밝자 주인은 바위 사이를 찾아갔다. 돼지를 데리고 돌아와서 춘이에게 물으니 과연 그러했다. 이틀이 지난 뒤 돼지가 죽어서 돈을 받고 팔았는데 꼭 5백이었다.
평評하여 말한다.
‘비록 임종에 이르러서야 꿈에 감응했지만, 애초부터 탐욕을 경계했던 것만 같겠는가? 동생이 형의 돈을 쓰는 것도 그 빚의 업이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다른 친족이나 다른 성붙이 이겠는가? 재물의 거래는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

1천千을 빚진 게 숙세의 빚이 되어
세 번이나 반복해서 소로 환생하였다.

『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가라월迦羅越은 돈놀이를 하였다. 어떤 두 사람이 돈 1만을 빌렸다가 때가 되자 갚았다. 훗날 두 사람은 다시 서로 상의했다.
‘우리 다시 각각 돈 10만을 빌리고는 갚지 말자.’
그 때 울타리에 매여 있던 소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전생에 주인에게 돈 1천을 빚졌다가 세 번이나 반복해서 소가 되었는데도 아직 다 갚지 못했다. 하물며 그대들이 10만을 취하는 것이겠는가?’
두 사람은 놀랍고 기이해서 소의 말을 주인에게 설명하니, 주인이 무리에 놓아 주고는 다시는 부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즉시 축원을 했다.
‘만약 갚지 못한 나머지 돈이 있다면 모두 보시하게 하시고, 오늘 이후로는 축생畜生의 몸을 받지 않게 하소서.’
소는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가운데 태어났다.”[계자함啓字函 제7권]


처음에 대신 갚아주겠다 해놓고 끝내 약속을 어기자
여러 생 동안 빚이 되어 매번 받으러 왔도다.

『백연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하시다가 바라문 한 명을 만났다. 그는 손가락으로 땅에 금을 그으면서 말했다.
‘내게 금전 5백을 주어야만 지나가도록 허락하겠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나아가지 못하셨다. 위로 이 소문이 들리자, 국왕과 석가족들은 저마다 진기한 보배를 바라문에게 주었으나 모두 받으려 들지 않았다. 그 때 수달須達 장자가 즉시 금전 5백 냥을 주자 곧 부처님께서 지나가시도록 허락했다.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인연 때문에 이렇게 막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세에 선생善生 태자는 친구들을 데리고 유람을 가는 도중에, 어떤 사람이 재상[輔相]의 아들과 어울려 도박을 하여 재상의 아들이 마침내 돈 5백 금을 잃게 되는 것을 보았다. 재상의 아들이 5백 금의 빚을 지자, 태자가 돈을 받을 사람에게 ≺만약 그가 돈을 주지 않을 때엔 내가 대신 갚겠노라>고 말하였다. 그 뒤 재상의 아들은 자기 세력을 믿고 끝내 갚지 않았으므로, 한량없는 겁 동안 빚을 받을 사람은 항상 나에게 빚을 독촉해 왔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태자가 바로 나이며, 보상자는 수달이고, 노름하는 사람은 바라문이었다. 무릇 빚은 갚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성불成佛에 이르렀다 해도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자함字函 제4권]


부처님을 추하다고 비방했기에 도리어 추한 과보를 불렀고
망령되게 성인이 도둑질했다 하다가 도둑이란 비방을 받았다.

『백연경』에서 말하였다.
“바사닉왕波斯匿王과 말리末利 부인이 딸 하나를 낳았는데, 얼굴이 매우 못생겼고 몸은 마치 뱀의 껍질과 같이 거칠었으며, 머리털은 뻣뻣해서 마치 말의 꼬리와 같았다.
왕의 마음은 기쁘지 않아서 문득 내관에게 칙령을 내려서 단단히 지켜 밖으로 내보이지 말라고 했다. 이 여자아이가 점점 성장해서 시집갈 때가 되자, 왕은 근심 걱정하며 궁리를 하다가 문득 한 신하에게 명령을 내려서 호족豪族이지만 지금은 가난한 사람을 찾아오도록 했다. 그를 왕의 처소로 데려 오자 은밀히 그에게 말했다.
‘내 딸은 매우 추한데, 그대에게 아내로 주겠다.’
가난한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마땅히 칙령을 받들겠습니다.’
왕이 말했다.
‘항상 집안에 가두어 놓고 밖으로 내보이지 말라.’
그리고는 사위에게 대신의 지위를 주었다.
호족들은 마을에서 회합을 가졌는데, 달마다 돌아가며 여는 것이었다. 부부가 함께 모임에 오는데, 오직 그 대신만이 아내를 데리고 오질 않았다. 사람들이 의심하고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계책을 꾸며서 그에게 술을 권하여 취하게 했다. 그리고는 문고리를 풀고서 문을 연 뒤 함께 그 대신의 부인을 보려고 했다.
그 때 이 여인은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다.
‘무슨 죄를 지었기에 깊숙이 갇혀서 해와 달도 보지 못하는가? 이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어 중생에게 액운이 있으면 즉시 가셔서 제도해주신다고 하였지.’
여인은 지극한 마음으로 멀리서 예배하면서 오직 불쌍히 여기셔서 자신 앞에 나타나 달라고 빌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뜻을 아시고 땅에서 솟아올라 감색 머리털의 모습을 나타내셨다. 그녀가 부처님의 머리털을 보기만 했는데도 머리털이 자연히 가늘고 부드러워졌으며, 역시 감청색으로 변하였다. 부처님께서 점차 얼굴을 나타내시고 몸을 나타내셔서 금색의 광명으로 빛나자, 이 여인의 추악한 모습도 보는 데 따라서 소멸하고, 몸의 형태가 단아함이 마치 천녀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법을 설하자 그녀는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했다.
이 때 다섯 사람이 문을 열어 여인의 단정한 모습을 보고는 모임에 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그들은 다시 문고리를 걸어서 원래대로 잠가두고는 모임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갔다.
대신은 아내의 단아한 모습을 보고는 기뻐하면서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아내가 남편에게 대답했다.
‘저는 당신의 아내입니다.’
그리고는 그간의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한 뒤 함께 왕을 찾아가서 아뢰었다. 왕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 행차를 준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모두 부처님을 찾아뵙고 여쭈었다.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제 딸이 전생에 어떤 복을 심었길래 왕의 가문에 태어났으며, 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저렇게 추악한 용모를 받았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어떤 장자가 신체가 추악한 벽지불 한 분에게 늘 공양하였는데, 어린 딸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얼굴이 추하고 피부가 거칠다고 경멸하면서 욕하였었소. 그런데 벽지불이 나중에 열반한 뒤 대신변大神變을 나타내자, 그 소녀는 과오를 뉘우쳤던 것이오.
벽지불을 비방했기 때문에 항상 추악한 용모를 받은 것이며, 그에 대해 참회를 했기 때문에 지금 단정하게 되었으며 아울러 부귀한 집안에 태어난 것이오.’ ”[경자함字函 제8권]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계빈국罽賓國에 아라한이 있었는데, 이월離越이라고 하였다. 산 속에서 좌선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소를 잃어버려 뒤를 쫓다가 이월의 처소에까지 이르렀다.
그 때 이월은 옷을 물들이고자 풀을 삶고 있었는데 그 옷이 갑자기 소의 피부로 변했으며, 물들이던 풀은 소의 살로 변했으며, 물들이는 즙은 소의 피로 변했고, 가지고 있던 발우는 소의 머리로 변했다. 소 주인이 보고는 즉시 묶어서 왕에게 데려가니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는 12년 동안 항상 옥지기와 말을 먹이고 똥을 치웠다.
이월의 제자로서 아라한을 얻은 자가 5백 명이나 되었는데, 그들이 스승을 찾아보아도 어디에 있는지 알지를 못했다. 업연業緣이 다하려고 할 때, 제자 한 명이 스승이 계빈국의 감옥에 있는 걸 보고는 즉시 왕을 찾아가서 말했다.
‘제 스승이 감옥에 있으니, 부디 풀어 주십시오.’
왕은 즉시 사신을 보내 조사한 뒤 승려는 다 풀어 주었다. 이월이 이 소식을 듣고 몸을 허공으로 솟구치면서 18변變을 짓자 왕은 즉시 참회하고 예배하면서 여쭈었다.
‘무슨 업으로 감옥에 계시면서 고통을 받았습니까?’
이월이 대답했다.
‘나 역시 일찍이 소를 잃은 적이 있었는데, 무고한 벽지불을 하루 밤낮 동안 비방했었소. 나중에 3도塗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으나, 아직도 재앙이 다하지 않아서 지금 아라한을 얻었음에도 무고하게 비방을 받는 것이오. 모든 중생은 남을 비방하는 것에 신중해야 합니다.’ ”[서자함書字函 제7권]


스승인 화상을 업신여기고 입으로 비방했다가
죄를 마치고 나서 천한 하녀가 되었다.

『삼매해경三昧海經』에서 말하였다.
“수달須達 장자에게 노모老母11 『관불삼매해경』을 보면, 노모老母는 수달 장자의 어머니가 아니라, 비저라毘低羅라고 하는 늙은 하녀이다.
가 있었는데, 그 노모가 부지런하였으므로 그는 살림살이 일체를 그녀에게 위탁했다. 장자는 보시를 행했으나, 노모가 가로막으면서 나쁜 소문을 퍼뜨리니, 말리末利 부인이 말했다.
‘수달은 아름다운 연꽃과 같아서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하는데, 어째서 독사가 그를 지키고 있는가?’
말리 부인은 수달의 노모를 불렀다. 그리고 궁에 들어온 그녀를 질책했다.
이 때 부처님께서도 오셨는데, 노모는 부처님 뵙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부채는 밝은 거울 같아서 보는 데 장애가 되질 못했다. 머리를 돌려서 동쪽을 보면 동방에 부처님이 계셨고, 남방ㆍ서방ㆍ북방ㆍ위ㆍ아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열 손가락이 모두 변하여 부처님이 되었다. 노모가 눈을 감자 심안心眼이 즉시 열리면서 허공 가운데서 모든 화현불을 보았다.
노모가 부처님을 뵙고도 삿된 견해로 믿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능히 80만억의 생사의 죄를 없앨 수 있었는데, 하물며 좋은 뜻으로 공경하고 예배하는 것이겠는가?
말리 부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디 삿된 여인을 교화시켜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죄가 무거워서 부처와는 인연이 없고 라후라와 인연이 있다.’
즉시 라후라는 전륜성왕轉輪聖王으로 화현하여 의식을 갖춰 장자의 집으로 가서 노모에게 말했다.
‘숙세의 복으로 그대를 귀하게 만들려고 한다.’
노모가 기뻐하면서 전륜성왕에게 공경히 예배하니, 전륜성왕이 여의주로 비추자 옥녀玉女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륜성왕이 10선善 행하기를 권유하자, 노모는 과오를 뉘우쳐 이미 조복이 되었다. 라후라가 본래의 몸으로 다시 돌아오자, 3귀歸와 5계戒를 받아서 수다원須陀洹을 증득한 뒤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였다.
말리 부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노모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비천한 몸이 되었고,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부처님을 만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쾌견왕快見王의 아들이 출가하였는데, 화상이 그를 위해 대공大空의 뜻을 설하였지만, 왕자는 비방하며 말했다.
≺우리 대화상은 공허하고 지혜가 없으며, 다만 허무한 공사空事만을 찬탄하니, 부디 나는 후생後生에 그와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아사리阿闍梨는 지혜롭고 변재가 많으니, 바라건대 태어나는 생마다 선지식이 되어 주십시오.≻
비구가 된 왕자는 법을 법이 아니라 설하고 법 아닌 것을 법이라 설해서 죽어서는 아비지옥에 80억 겁 동안 떨어졌다. 죄를 마치고 사람이 되어서는 5백 번 몸을 받으면서 귀먹고 어리석었으며 장님이었고, 천 2백 번의 몸은 노비였다.
이 때의 화상이 바로 지금의 나이고, 아사리는 지금의 라후라이고, 비구가 된 왕자는 바로 지금의 노모이다.’ ”[복자함覆字函 제6권]


의리를 배반하고 곰을 죽이니 두 팔이 끊어졌고
은혜를 망각하고 나무를 베다가 자신이 다쳤다.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은인을 알지 못하는 것은 축생보다 더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서 나무를 베다가 길을 잃었다. 그 때 폭우가 쏟아지고 날은 저물었는데 춥고 배고팠으며, 독충과 짐승들이 다가와서 해치려고 하였다. 이 사람은 어느 석굴 속으로 들어갔는데, 굴 안에는 큰 곰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사람이 곰을 보자 겁에 질려서 나가려고 하자, 곰이 말했다.
‘그대는 두려워하지 마시오. 이 집은 따뜻하니 여기서 묵으시오.’
그 때 7일 동안 계속 비가 내렸는데, 곰은 항상 달콤한 과일과 맛있는 물을 이 사람에게 공급해 주었다. 7일 만에 비가 그치자, 곰은 이 사람을 데리고 나와 길을 가르쳐 주었다.
곰이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죄를 지은 몸이라서 원수가 많소. 만약 묻는 자가 있어도 나를 보았다고 말하지 마시오.’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다.’
이 사람이 길을 가다가 사냥꾼을 만났는데, 사냥꾼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는 중인가? 혹시 짐승을 보지 못했는가?’
대답하였다.
‘나는 곰 한 마리를 보았지만, 내게 은혜를 베풀어서 가르쳐 줄 수가 없소.’
사냥꾼이 말했다.
‘그대는 사람이오. 당연히 사람끼리 서로 친해야 하는데, 어찌해서 곰을 아낀단 말이오. 지금 한 번 기회를 잃어버리면 언제 다시 오겠소? 그대가 나에게 가르쳐 준다면, 그대에게 많은 몫을 주겠소이다.’
이 사람은 마음이 변해서 사냥꾼을 데리고 가서 곰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사냥꾼은 곰을 잡아 즉시 많은 몫을 그에게 주었는데, 이 사람이 손을 펼쳐서 고기를 가지려고 하자, 두 개의 팔꿈치가 모두 떨어져 나갔다.”[입자함立字函 제9권]
『전단수경旃檀樹經』에서 말하였다.
“유야리국維耶離國에 사는 5백 명의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서 보물을 캔 뒤 배를 팔고 걸어서 돌아오게 되었다. 깊은 산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자 노숙을 하였다. 다음날 차비를 차려서 일찍 출발했는데 499명은 모두 일어나 떠나고 한 사람만이 누워 자다가 동료들을 잃었다. 게다가 눈이 내려 길을 잃고는 통곡하면서 하늘에 호소했다.
그 때 커다란 전단향의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의 신이 궁지에 빠진 사람에게 말했다.
‘여기에 머물러도 좋소. 옷과 음식을 줄 테니 봄이 오면 떠나도록 하시오.’
궁지에 빠진 사람은 그 곳에 머물러 있다가 이듬해 3월이 되자 나무의 신을 불러서 말했다.
‘은혜를 입어서 목숨을[身命]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조그마한 보답도 할 수 없습니다. 친족을 생각해서 왔으니 돌아가고 싶습니다.’
나무의 신이 말했다.
‘좋소.’
그리고는 금 한 병餠을 주었다. 궁지에 빠졌던 사람은 떠날 때 나무의 신에게 물었다.
‘부디 나무의 이름이나 알려 주십시오.’
나무신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궁지에 빠졌던 사람이 다시 말했다.
‘3개월 동안 의지하였더니 정이 들어서 차마 돌아가기가 힘듭니다. 만약 본국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나무의 은혜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나무의 신이 말했다.
‘나무의 이름은 전단旃檀이고, 뿌리와 잎은 사람의 백 가지 병을 다스리며, 그 향기는 멀리까지 퍼진다오. 세상에 기이한 것이라서 사람들이 탐내어 구하니, 말해서는 안 됩니다.’
궁지에 빠졌던 사람은 고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왕이 병을 얻었는데, 오직 전단향만이 치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칙령을 내려서 전단향을 구해오는 자에겐 제후로 봉해 주고 왕의 작은 딸을 아내로 주겠다고 선포했다. 궁지에 빠졌던 사람은 상과 봉록이 후하다는 걸 듣고 문득 왕을 찾아가서 말했다.
‘제가 전단향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왕은 측근의 신하를 시켜서 즉시 궁지에 빠졌던 사람을 데리고 가서 나무를 베어 오라고 했다. 사신이 가서 나무를 보니, 크고 곧으며 잎이 무성해서 차마 베지 못하고 있었다. 나무의 신이 공중에서 말했다.
‘그냥 베시오. 베고 난 뒤에 사람의 피를 바르고 간을 위에 덮으면, 나무는 옛날처럼 자라날 것이오.’
사신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사람을 시켜서 베도록 했다. 그 때 나뭇가지가 떨어져서 궁지에 빠졌던 사람을 죽였다. 사람들은 의논을 한 뒤 나무의 신이 말한 대로 했다. 즉, 궁지에 빠졌던 사람의 간과 피를 가지고 제사를 지내니, 나무는 예전처럼 자라났다. 수레에 잘라낸 나무를 싣고 본국으로 돌아와서 왕을 치료하니 일시에 나았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궁지에 빠졌던 사람이 어째서 나무 신의 은혜를 갚지 않고 어겼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유위불維衛佛 때 아버지와 두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5계戒를 받들고, 큰아이는 향을 피워 부처님께 바쳤는데, 어린 동생은 어리석어서 문득 옷으로 향 위를 덮었다.
형이 어째서 이런 일을 했느냐고 하자, 동생은 나쁜 생각을 일으켜 형의 두 발을 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자 형은 당장에 동생을 때려죽이겠다는 생각을 다시 일으켰다.
아버지가 말했다.
≺너희 둘이 다투니 내 머리가 아프구나.≻
큰아이가 되받아서 말했다.
≺부디 제 몸을 부수어서라도 약을 만들어 아버지를 고쳐드리겠습니다.≻
동생은 나쁜 생각을 일으켜서 형의 발을 끊으려고 했기 때문에 후생의 과보로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나무를 자르게 한 것이며, 형은 동생을 때려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나무의 신이 되어서 나무의 몸에 있다가 동생을 때려죽인 것이다. 그리고 두통을 앓은 그 국왕은 바로 그 아버지이니 재齋를 받들고 정진했기 때문에 존귀한 과보를 얻었으며 아울러 두통도 있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와 복의 과보가 감응하는 것은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 ”[학자함學字函 제4권]


축생도 오히려 은혜를 알아서 능히 두텁게 보답하는데
사람이 어찌 은덕을 등져서 깊은 재앙을 받는가.

『육도집경六度集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집안을 잘 다스려서 재물이 많은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다. 자비로 중생에게 베푸는데, 하루는 시장에서 자라를 파는 걸 보고는 마음이 애달파서 물었다.
‘값이 얼마인가?’
자라 주인이 말했다.
‘백만 냥입니다.’
보살이 대답했다.
‘아주 좋소.’
보살은 자라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물에다 놓아 주었다. 나중에 밤이 되자, 자라는 그 문을 물어뜯고 들어와서 보살에게 말했다.
‘은혜를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만, 물이 차고 빠지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홍수로 해를 입을 것이니, 부디 조속히 배를 준비해서 때가 되면 홍수를 맞이하십시오.’
보살이 왕에게 아뢰니, 그 말을 믿고서 낮은 곳을 피해서 높은 곳에 거처했다. 자라가 와서 ‘물이 오니 급히 내려오십시오’라고 하자 모두 자라가 가는 곳을 따라갔다.
뱀이 배로 다가오자 보살이 ‘건지라’고 말했다. 자라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우가 오자 또한 건졌으며, 자라도 역시 좋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이 표류하면서 하늘에 살려 달라고 하는 걸 보고는 보살이 ‘건지라’고 하였으나 자라는 ‘건지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보살이 말했다.
‘벌레 같은 미물도 구제하는데, 어찌 사람을 구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사람을 건져 구했다. 나중에 자라가 물러나면서 말했다.
‘은혜를 갚았으니, 물러가겠습니다.’
여우와 뱀도 연이어 떠나갔다. 여우는 무덤[穴居]에 숨겨진 황금 백 근으로 보살의 은혜를 갚았다. 표류하던 사람이 말했다.
‘내게 반을 나눠 주시오.’
보살이 열 근으로 은혜를 베풀자, 표류하던 사람이 말했다.
‘무덤을 파서 얻은 황금인데, 어째서 공평하게 나누지 않는 거요?’
보살이 대답했다.
‘빈곤한 사람이라면 공평하게 보시하겠지만, 그대는 전부 가지려고 하니 또한 편벽된 게 아닌가?’
표류하던 사람이 마침내 관리에게 말하니, 보살은 구속을 당하면서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마침내 뱀이 약을 물고 감옥에 들어와서 보살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제가 앞으로 태자를 물 것입니다. 아무도 그 독을 치유할 수 없을 테니, 그 때 보살께서 왕에게 알려 약을 전해주면 즉시 나을 것입니다.’
뱀은 자신의 말대로 했다. 태자의 목숨이 위기에 처하자, 왕은 칙령을 내렸다.
‘능히 태자를 구할 수 있는 자를 상국相國으로 봉하겠다.’
보살이 소문을 듣고 약을 전해주니 과연 치유되었다. 왕이 기뻐하면서 묻자, 보살은 사건의 본말을 진술하였다. 왕이 스스로를 탓하면서 말했다.
‘내가 너무나 우매했도다.’
그리고는 보살을 상국으로 봉하고, 표류하던 사람은 즉시 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집안을 다스렸던 자는 바로 나이고, 국왕은 미륵彌勒이고, 자라는 아난阿難이고, 여우는 추로자秋露子이고, 뱀은 목련目連이고, 표류하던 사람은 조달調達이다.’ ”[칠자함漆字函 제10권]


지팡이를 불도佛圖에 기대니 천자가 될 귀상이 자취를 감추고
개미를 살려준 은밀한 공덕으로 수명이 늘어나다.
『목련문계율경目連問戒律經』에서 말하였다.
“묻는다.
‘불장佛墻에다 지니고 있던 물건을 기대도 됩니까?’
대답하였다.
‘범해서는 안 된다. 옛날에 한 비구가 절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예배드리려고 했다. 한 바라문이 관상을 잘 보았는데, 이 비구에게 천자가 될 귀상이 있는 걸 보고는 말했다.
≺딸을 그대에게 주겠습니다.≻
비구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오겠습니다.≻
그리하여 절에 들어가다가 문득 지팡이를 불도장佛圖墻에 기대었다. 그리고 나와서는 바라문에게 물었다.
≺딸을 제게 주겠습니까?≻
바라문이 대답했다.
≺전에는 귀한 상相을 보았기 때문에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상이 없기 때문에 주지 못하겠소.≻’
그래서 불장佛墻과 탑묘塔廟의 벽에 물건을 기대서는 안 되니, 그 복덕이 소멸하기 때문이다.”[봉자함奉字函 제10권]

『경률이상』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비구가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한 어린 사미가 있었는데, 스승은 그의 목숨이 7일밖에 남지 않은 걸 알고는 사미에게 집으로 갔다가 8일 뒤 돌아오라고 말했다.
사미는 스승에게 하직하고 길을 떠났는데 도중에 엄청난 소나기를 만났다. 땅에는 개미구멍이 있었는데, 물이 흘러서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미가 생각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첫째는 자비의 마음을 베풀어야 하고, 둘째는 생명을 구해야 한다.’
사미는 물길을 터서 개미구멍의 물이 빠지도록 한 후에 집에 돌아왔는데, 별다른 변화가 없어서 8일이 지나자 돌아왔다. 스승은 멀리서 그가 오는 걸 보고는 그 까닭을 이상하게 여겨서 즉시 삼매三昧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사미가 개미를 구해서 현세의 수명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승이 말했다.
‘너는 일찍이 공덕을 지은 적이 있느냐?’
사미가 말했다.
‘7일 동안 집에만 있었을 뿐 다른 공덕은 없습니다.’
스승이 말했다.
‘네 목숨은 마땅히 다했을 터인데, 개미를 구했기 때문에 수명이 80살이 늘었구나.’
사미는 선행에는 반드시 과보가 있다는 걸 믿고서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수행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함자함含字函 제2권]


음덕陰德을 이미 베풀었기에 공명을 얻을 수 있었고
마음가짐에 둘이 없으면 귀신도 반드시 외경한다.

『응험록應驗錄』에서 말하였다.
“근세에 어떤 사람이 일찍이 부모를 잃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오직 숙부만 의지하고 있었다. 숙부에겐 자식이 일곱 명 있었는데, 하루는 숙부가 조카에게 말했다.
‘나는 반드시 너에게 재산 문서를 나눠 주겠다.’
조카가 말했다.
‘어떻게 그 재산을 처리하시겠습니까?’
숙부가 말했다.
‘둘로 나눠서 주겠다.’
조카가 말했다.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모든 형제들에게 공평하게 한 몫씩 나눠 주시면, 여덟 몫으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숙부가 고집을 부리자, 조카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마침내 여덟 몫으로 나누어서 형제들에게 주었다.
조카가 겨우 열일곱 살이었을 때 미리 천거되어서 수도[京]에 들어갔다. 당시 여관에는 20여 명이 함께 있었는데, 어떤 술사術士가 두루 돌아보고서 말했다.
‘남궁南宮에서 급제할 사람은 오직 이 소년뿐이오.’
모든 공사貢士가 다 술사를 배척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무슨 망발을 하는 것이오? 우리는 모두 대문장가로서 오랫동안 과거 시험을 치러왔소. 어찌 젖비린내 나는 이 아이만 못하다는 말이오?’
술사가 말했다.
‘문장은 내가 알 바가 아니오. 다만 이 소년은 온 얼굴에 음덕의 기운이 있으니, 반드시 선행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오.’
과연 소년만이 공명을 이루었고, 나머지는 모두 시험에서 떨어졌다.”

또 말하였다.
“임술중林述中 박사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어느 고을에 북을 치고 고둥을 부는 누각이 있었는데, 3경更이 되면 어떤 귀신이 북 치는 걸 가로막아서 울리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병사 급級은 자주 시기를 놓쳐서 심하게 벌을 받았다.
그러자 한 선사禪師를 찾아가서 귀신을 물리치는 술법을 구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귀신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빨리 잡게나.’
급이 말했다.
‘잡아도 사로잡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선사가 말했다.
‘오직 기운을 막고, 말하지는 말라.’
급이 선사의 가르침대로 하자, 과연 밤에 귀신을 잡았다. 날이 점차 밝아지려고 하자, 귀신이 슬퍼하며 급에게 말했다.
‘나는 태수나 모든 관료들에 대해선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직 두려워하는 것은 단 두 사람뿐이니, 한 명은 어느 절의 선사이고, 한 명은 어느 곳의 황이숙黃二叔입니다. 당신이 나를 풀어준다면 다시는 오지 않겠습니다.’
어느 절의 선사는 바로 병사 급이 찾아갔던 사람인데, 평소에 도의 명성이 높아 사람들이 모두 그를 흠앙하였다. 황이숙은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다음 날 태수가 이에 대해 듣고 알아보니 바로 한 늙은 농부였다. 그는 나물 파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데, 30년 동안 나물이 시들었든 여리든, 묶음이 크든 작든, 마음가짐에 둘이 없었다. 그리고 늙은 농부는 물건을 조금도 속이지 않았기 때문에 귀신이 이와 같이 외경한 것인데, 하물며 세상의 군자로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겠는가?”


탐욕으로 얼룩지면 하늘이 공후의 장부에서 삭제하고
사람을 몰아쳐 부리면 그 업을 축생이 되어서 갚는다.
또 말하였다.
“법해法海 가佳 선사가 말했다.
한 위사尉士가 순찰을 하다가 절을 지나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정돈되지 않고 어지러웠다. 한 원院에 이르러서 보니, 깨끗이 치워서 청결하였다. 목욕을 하겠다 하니, 말이 떨어지자마자 ‘목욕물을 준비해 놓았습니다’라고 응대하였다. 한 달 뒤 다시 왔는데도 청결하기가 전과 같았으며, 목욕을 하겠다고 하니 역시 말이 떨어지자마자 ‘목욕물을 준비해 놓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위사는 감탄을 하면서 상을 내렸다.
그러다 훗날 다시 와서 보니 어지러웠으며, 목욕물을 찾았으나 한참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위사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전에 왔을 때는 아주 부지런하던데, 지금 와 보니 태만하기가 이와 같구나.’
원주인 승려를 질책하자, 승려가 말했다.
‘예전에 위사께서 오셨을 때는 미리 꿈을 꾸었는데, 흰 옷을 입은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내일 상공相公께서 오시니, 원 안을 청소하고 목욕물을 준비해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위사께서 오시는데도 꿈을 꾸지 않아서 어지러운 것이지 감히 태만해서가 아닙니다.’
위사가 그 신의 옷 입은 걸 살펴보니 바로 본청本廳의 토지신이었다. 승려의 말을 듣고 관아에 돌아가 상소장[章]을 갖추어 상제께 아뢰었다.
‘저에게 과연 상공의 지위[相位]가 있다면 신神은 왜 세 번째에는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저에게 만약 과보가 없다면 신이 맞지 않은 것이니,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인 것입니다.’
상소장[章]을 아직 태우지 않고 자다가 아침 꿈을 꾸었는데, 그 신이 나타나서 말했다.
‘상계上界의 기록 장부를 엿보다가 위사에게 상공相公의 분수가 있음을 알았다. 그러므로 장부[籍]를 살펴보고, 관할지역 내[治下]에 알려 준 것이다. 위사가 근래에 법을 잘못 적용해서 평범한 사람을 죽여 음덕을 훼손했으므로 장부[籍]를 기록하는 이에게 하늘의 명을 받은 후에 상공의 지위[相位]를 삭제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니 마땅히 잘 살펴보고 나에게 죄를 물으면서 상소장 올리기를 일삼지 말라.’
세상 사람은 이미 부귀해진 상황에서 지내게 되면, 문득 분수가 정해져 있다면서 의리義理에 따르지 않고 화와 복이 수시로 변하고 달라짐을 알지 못하는데, 이로써 삼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원』에서 말하였다.
“수나라 양주楊州의 변사유卞士瑜라는 자의 아버지는 진을 평정하여[平陳] 의동儀同 벼슬이 주어졌다. 사람을 고용하여 집을 지었는데 그 대가를 주지 않았다. 일한 사람이 돈을 달라고 하자, 변사유의 아버지는 그를 채찍으로 때렸다.
그는 고소할 곳도 없자, 분노하면서 말했다.
‘당신이 죽으면 반드시 나의 소가 될 것이다.’
나중에 변사유의 아버지가 죽자 과연 그 사람의 소가 송아지 한 마리를 낳았는데, 허리 사이에 검은 무늬가 가로로 둘려 있어서 마치 사람의 허리띠와 같았으며, 오른쪽 사타구니에도 하얀 무늬가 경사진 것이 마치 홀笏과 같았다.
소의 주인이 불러서 말했다.
‘변공께선 나에게 얼마나 빚을 졌소?’
송아지는 즉시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땅에 대었다. 변사유가 10만 금으로 갚아 주려 했으나, 소의 주인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중에 송아지가 죽자, 변사유는 거둬들여서 아버지를 대하듯 예의를 다해 장사를 지냈다.”[서자함書字函 제7권]


한중서韓中書의 녹祿은 예정되어 있었고
공참군孔參軍은 그 죄가 틀림이 없었다.

『종경록宗鏡錄』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한공韓公 황滉이 중서中書라는 벼슬에 있을 때였다. 일찍이 한 관리를 불렀는데, 제때에 오지 않자 화를 내며 벌을 주려 했다.
관리가 말했다.
‘저는 따로 소속되어 있어서 빨리 오질 못했습니다.’
한공이 말했다.
‘재상의 관리는 또 어떤 사람에게 소속되어 있는가?’
관리가 말했다.
‘저는 불행히도 음관陰官에도 겸하여 소속되어 있습니다.’
한공은 성실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며 말했다.
‘이미 음사陰司에 속해 있다면 무엇을 주관하는가?’
‘저는 3품品 이상의 높은 분들께서 드실 것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 무엇을 먹게 되는가?’
관리가 말했다.
‘이것은 매우 세세한 일이라서 드러내어 말할 수 없으니, 종이에 쓰겠습니다. 나중에 비교해 보십시오.’
그래서 그대로 하게 하고 그 관리를 묶어 두었다.
다음날 뜻밖에 천자의 명命이 있었다. 천자와 대면한 후에 한 그릇의 떡이 진상됐는데, 천자[上]는 그 절반을 한공에게 하사했다. 한공이 맛있게 먹자, 또 떡을 하사했다. 다 먹고 물러나니, 배가 더부룩해서 집에 돌아와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살펴보고는 말했다.
‘먹은 음식이 체했으니 마땅히 작은 귤 껍질탕을 복용해야 하고 밤에는 음료를 마셔야 합니다.’
다음날 아침 병이 나았다. 그는 전에 들은 관리의 말이 생각나서 그를 불러서 그가 쓴 글을 살펴보았다.
‘내일 아침에 상공相公은 단지 반 그릇의 떡을 먹고 귤 껍질탕 한 잔을 마시고 음료 한 병을 마십니다.’
모두가 그의 말대로였다. 한공이 다시 물었다.
‘인간의 음식은 모두가 등록되어 있는가?’
관리가 대답했다.
‘3품品 이상은 일급[日支]이고, 5품 이상에서는 권세 있는 자는 순급[旬支]이고 없는 자는 월급[月支]이며, 대체로 6품에서 1명命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계급[季支]이며, 녹祿을 먹지 않는 자는 연급[年支]입니다. 그러므로 마시고 씹어 먹는 것에 분수가 있고 풍요와 검소에 차별이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이른바 맛있는 음식, 비단 옷과 해진 옷, 거친 음식, 누추한 자리와 화려한 집,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 천 대나 표주박 하나는 모두 최초의 일념一念을 원인으로 해서 짓는 것입니다. 마음의 자취가 나타나면 과보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과거의 선악을 인因으로 삼고 현재의 고통과 즐거움을 과果로 삼는 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책자함策字函 제1권]

『법원』에서 말하였다.
“당나라 무덕武德 연간에 수주遂州의 총관부기실참군忽管府記室參軍인 공각孔恪이 갑자기 죽었다가 하루 만에 소생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관소官所에 갔더니 거기서 물었다.
≺어째서 소 두 마리를 죽였는가?≻
공각이 말했다.
≺죽이지 않았습니다.≻
관리가 말했다.
≺동생이 네가 죽였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동생은 죽은 지 몇 해가 지났다. 동생을 불러서 오게 했는데, 형틀에 묶인 동생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동생이 말했다.
≺형이 예전에 봉사奉使였을 때 오랑캐[僚賊]를 초청해서 위로하는데, 저를 시켜 소를 잡아서 연회를 베풀도록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형의 명령을 받들었을 뿐 제 스스로 죽인 것은 아닙니다.≻
공각이 말했다.
≺동생을 시켜서 소를 죽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라의 일인데 제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관리가 말했다.
≺네가 소를 죽여서 오랑캐에게 연회를 베푼 것은 오랑캐를 초청해 위로하는 것으로 공을 삼아서 벼슬과 상을 구한 것이니, 이는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인데 어째서 나라의 일이라고 말하는가?≻
또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오리 두 마리를 죽였는가?≻
공각이 말했다.
≺예전에 현령縣令으로 있을 때 오리를 잡아서 손님인 관리에게 대접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어찌 저의 죄입니까?≻
관리가 말했다.
≺손님인 관리는 스스로 오리가 없다고 여겼는데, 네가 오리를 대접한 것이다. 이는 장차 훌륭한 명예를 구한 것이니, 어찌 너의 죄가 아니겠는가?≻
또 물었다.
≺어째서 계란 여섯 개를 삶아 먹었는가?≻
≺평생토록 계란을 먹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홉 살 소년이었을 때 한식寒食날에 어머니가 계란 여섯 개를 주었는데, 그것을 삶아 먹었습니다.≻
관리가 말했다.
≺그대는 죄를 어머니에게 돌리려고 하는구나.≻
공각이 말했다.
≺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그 사정을 말했을 뿐입니다. 이것은 제가 스스로 죽인 것입니다.≻
관리가 말했다.
≺너는 남의 목숨을 죽였으니, 마땅히 스스로 그 과보를 받아야 한다.≻
말을 마치자, 갑자기 수십 명이 나타나서 공각을 붙잡아서 나가려고 했다. 공각이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관부官府도 크게 잘못하고 있습니다.≻
관소에서 그 말을 듣고 다시 불러 세웠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인가?≻
공각이 말했다.
≺살아 있을 때 지은 죄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살아 있을 때 지은 복의 기록은 볼 수 없으니, 이 어찌 잘못된 것이 아닙니까?≻
관리가 주사主司에게 물었다.
≺공각이 무슨 복을 지었기에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는가?≻
주사가 대답했다.
≺죄와 복의 많고 적음을 헤아린 것입니다. 만약 복이 많고 죄가 적다면 먼저 복을 받게 하고, 만약 죄가 많고 복이 적다면 먼저 죄를 받게 합니다. 그런데 공각은 복은 적고 죄가 많기 때문에 그 복을 논하지 않은 것입니다.≻
관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
≺비록 먼저 죄를 받더라도 어째서 미리 복을 말해 주지 않았는가?≻
그리고는 명령을 내려서 주사에게 1백 대의 채찍질을 하니, 그 피가 흘러서 땅을 적셨다. 그런 뒤에야 공각이 살아있는 동안 닦은 복을 또한 남김없이 외치도록 했다.
관리가 공각에게 말했다.
≺너는 마땅히 죄를 먼저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너를 다시 7일 동안 돌아가서 살도록 할 테니, 부지런히 복을 닦으라.≻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서 내보내자 공각이 비로소 소생했다.’
공각은 비구와 비구니의 대집회를 열고 도를 행하여 참회하고, 자신이 겪었던 일을 말하고 나서 7일 만에 목숨을 마쳤다.”[경자함經字函 제1권]


남의 몫을 삼켜 자기 사업 이루기에만 애착했지
그가 자식으로 태어나 집안을 파괴할 줄 어찌 알았으랴.

『응험록』에서 말하였다.
“어떤 승려가 재물을 모았는데 5백 꿰미에 이르렀다. 마을의 친한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재물을 내십시오. 나는 힘을 써서 바다를 메워 농토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농토가 완성되면 균등하게 나눕시다.’
승려는 그의 말을 따랐다. 2년이 지나 농토가 완성되었는데, 마을 친구는 전부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즉시 그 동안 쓰인 돈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당신은 승려이니, 무슨 농토가 필요하겠소?’
승려는 비록 불만스러웠지만, 법에서는 승려가 농토를 경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자, 그 집안에 태어나길 은밀히 축원했다. 무뢰한 자식이 되어서 그 농토를 다 팔아 자신의 뜻을 보상받으려는 의도였다.
얼마 안 가서 승려가 죽었는데, 마을 친구의 아내가 꿈을 꾼 뒤 임신을 하였다. 과연 남자 아이를 낳았는데, 나이 스물도 안 되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 집안의 재산을 송두리째 없애버렸다. 그의 아버지는 탄식하고 원망하다가 죽었다.”


천신天神은 돌아와서 전생의 몸을 공경하고
악귀惡鬼는 도리어 예전의 시체를 채찍질하다.

『육왕비유경育王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행인이 길 옆에서 죽은 시체 한 구를 보았는데, 천신이 내려와서 시체 위에 꽃을 뿌리면서 손으로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행인이 물었다.
‘당신은 천신인 듯한데, 어째서 이 시체를 공경하는 것이오?’
천신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나의 전생 몸이오. 전생에 부모에겐 효도하고 순종했으며, 임금을 충성과 믿음으로 섬겼으며, 3보寶를 받들어 공경했으며,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하늘에 태어난 것이오. 진실로 그 은혜를 말미암았기 때문에 내려와서 갚는 것뿐이오.’
행인은 다시 앞을 가다가 또 죽은 시체를 보았는데, 악귀가 그 시체에 채찍질하는 것이었다. 행인이 물었다.
‘이미 죽었는데, 어째서 채찍질을 하는 것이오?’
귀신이 말했다.
‘이것은 나의 전생 몸이오. 살아 있을 때 충성스럽지도 않고 효도하지도 않았으며 온갖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지금 내가 악한 과보를 받은 것이오. 이런 까닭에 내려와서 채찍질하는 것이오.’ ”[사자함寫字函 제5권]


서로 업이 같아서 마침내 처소를 공유하고
남편과 아내의 닦음이 다르니 어찌 같은 하늘에 나겠는가.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사위국舍衛國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탑과 절을 조성하고 나중에 목숨을 마친 뒤 하늘에 태어났다. 그의 부인은 그를 추모해서 항상 남편이 조성한 탑과 절을 쓸고 닦았다. 남편이 내려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바로 그대의 남편이오. 탑과 절을 지은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났는데, 당신이 나를 추모하는 걸 보고서 내려와 서로 보게 된 것이오. 사람의 몸에서는 냄새가 나고 더러워서 가까이 갈 수 없소. 당신이 다시 나의 아내가 되고 싶다면, 부지런히 부처님과 승려에게 공양하고 탑과 절을 쓸고 닦으면서 내가 있는 천상에 태어나게 해달라고 소원하시오.’
부인은 남편 말대로 했다.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태어나서 다시 부부가 되었다. 함께 부처님을 친견하였는데,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시자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다.”[창자함悵字函 제3권]

『분별공덕론分別功德論』에서 말하였다.
“옛날 사위국의 부부 두 사람이 3보寶를 믿고 공경하였다. 아내가 먼저 죽어서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 천녀天女가 되었는데, 본래의 남편을 살펴보니 이미 출가하였다. 그래서 하계로 내려가 남편 앞에서 말했다.
‘당신은 마땅히 정진하셔야 합니다. 만약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면, 같은 처소에서 다시 나의 남편이 되길 바랍니다.’
그 때 남편은 비구였는데, 쌓은 공덕이 더욱 수승해서 마땅히 제4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야 했다.
천녀가 다시 와서 말했다.
‘당신의 복은 수승하여 마땅히 도솔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나는 이제 다시는 그대를 남편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비구가 듣고 나서는 더욱 정진해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창자함悵字函 제3권]


사람이 보면 더럽고 나쁜 곳도 축생은 깨끗하게 여기니
업력業力의 차이로 보이는 것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섭대승론석攝大乘論釋』에서 말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귀신과 방생(傍生:畜生)과 사람과 천인[天]은
각기 그 감응하는 바에 따른다.
경계[事]는 동등해도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니
이치는 인정되지만 진실은 아니다.

『논석[釋]』에서 말하였다.
“ ‘귀신과 방생傍生과 사람과 천인은 각기 그 감응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은 이른바 방생은 물이 있는 곳으로 보더라도 다른 귀신은 육지와 고원으로 보며, 사람에게는 더럽고 냄새나는 곳으로 보이더라도 돼지 등의 방생은 청정하고 미묘해서 살 만한 집으로 보며, 사람에게는 청정하고 미묘한 음식으로 보이더라도 모든 천인天은 더럽고 냄새나서 청정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것은 중생이 같은 일에 대해서도 마음으로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효자함孝字函 제9권]


어리석은 자는 허물이 적더라도 끝내 커다란 과보를 받고
지혜로운 사람은 업이 무거워도 가볍게 갚는다.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사자후師子吼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현세의 가벼운 과보를 지옥의 무거운 과보로 받고, 지옥의 무거운 과보를 현세의 가벼운 과보로 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들에는 무릇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지혜로운 자이고, 둘째는 어리석은 자이다. 만약 몸의 계율과 마음의 지혜를 능히 닦아 익힐 수 있다면, 이를 지혜로운 자라고 한다. 만약 몸의 계율과 마음의 지혜를 능히 닦아 익힐 수 없다면, 이를 어리석은 자라고 한다.
무엇을 몸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가? 이 몸이 무상無常하고 머묾이 없으며 위태롭고 찰나마다 멸하고 무너지니, 이것이 마魔의 경계라는 걸 능히 깊이 관찰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율을 닦지 않는 것은 시尸바라밀을 능히 구족하지 못하는 것이며, 마음을 닦지 않는 것은 선禪바라밀을 능히 구족하지 못하는 것이며, 지혜를 닦지 못하는 것은 반야般若바라밀을 능히 구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만약 몸의 계율과 마음의 지혜를 닦지 않는 사람이라면, 작은 악업惡業에 대해서도 커다란 과보를 얻는다. 비유하면 마치 파리가 타액에 붙어서 능히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이 사람도 그러해서 작은 죄라도 능히 스스로 벗어나질 못한다. 이는 처음부터 마음에 뉘우침이 없어서 능히 선善을 닦지 못하고 잘못을 숨기기 때문이니, 비록 과거에 지은 선업善業이 있더라도 모두 이 죄에 오염되어 버린다. 또 마치 작은 그릇에 담긴 물에다 소금 한 되를 타면 그 맛이 지독히 짜서 마시기 힘든 것과 같다. 또 마치 가난한 사람이 남에게 돈 한 냥을 빚지더라도 능히 갚질 못하기 때문에 몸이 구속되어서 온갖 고통을 많이 받는 것과 같다. 이 사람의 죄업罪業도 이와 같으니 이 때문에 현세의 가벼운 과보로도 지옥의 무거운 과보로 받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몸의 계율과 마음의 지혜를 닦아 익히면,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음을 능히 관찰할 수 있다. 지혜를 보지도 않고 지혜로운 자도 보지 않으며, 어리석음을 보지도 않고 어리석은 자도 보지 않으며, 닦아 익힘과 아울러 닦아 익히는 자도 보지 않는 것을 지혜로운 자라고 이름하니, 능히 지옥의 과보를 현세의 가벼운 과보로 받게 한다. 이런 사람은 가령 지극히 무거운 악업惡業을 지었더라도 사유와 관찰을 통해서 능히 경미하게 할 수 있다. 마치 항하강 속에 소금 한 되를 넣어도 물에 짠맛이 없어서 마시는 자가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마치 큰 부자가 비록 남에게 천만千萬의 보물을 빚졌더라도 능히 갚을 수 있어 구속되는 고통을 받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런 까닭에 능히 지옥의 무거운 과보를 현세의 가벼운 과보로 받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솔자함率字函 제2권]


비록 5천 명을 구해서 하늘 사이에 숨겨 두었을지라도
그 발우 속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유리왕琉璃王은 사이국舍夷國에 원한이 있어서 군사를 이끌고 정벌에 나섰다. 목련目連이 불쌍히 여겨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네 가지 방편으로 그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이국 사람들을 들어서 허공에 두는 것이고, 둘째는 그들을 들어서 바닷속에 두는 것이며, 셋째는 그들을 들어서 철위산鐵圍國 사이에 두는 것이며, 넷째는 그들을 들어서 타방他方 세계에 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리왕으로 하여금 그들의 처소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에게는 일곱 가지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첫째는 태어남이며, 둘째는 늙음이며, 셋째는 질병이며, 넷째는 죽음이며, 다섯째는 죄이며, 여섯째는 화禍이며, 일곱째는 인연因緣이니, 이는 피하려고 하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그대가 위신력은 얻을 수 있더라도 이 숙세의 대업對業은 여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목련은 사사로이 사이국 사람 4, 5천 명을 뽑아 발우 안에 담아 허공의 별자리 사이에 던져두었다. 유리왕은 사이국 사람 3억 명을 정벌한 후 군사를 이끌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목련은 부처님을 찾아가서 예배드린 뒤에 기고만장해서 말했다.
‘유리왕은 사이국을 정벌했지만, 제자는 4, 5천 명을 구하여 허공에 옮겨 놓아서 모두 다 벗어나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 발우 안의 사람을 살펴보았는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목련이 즉시 도력道力으로 발우를 내려오게 하여 살펴보니, 과연 발우 안의 사람은 다 죽어 있었다. 이로써 그는 숙세의 대업對業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믿게 되었다.”[수자함獸字函 제2권]


부처님께서는 이미 무상각無上覺에 오르셨지만
몸은 오히려 옛날의 허물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에서 말하였다.
“조행造行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과거와 미래는 차치하고 세존의 현재 몸이 업을 행한 과보를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조행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와 미래의 업을 행한 과보도 역시 현재의 지음이며, 현재에 지은 업을 행한 과보도 역시 과거와 미래에 대對의 인연을 받은 것이니, 이제 마땅히 그대에게 이를 설해 주겠다.
옛날에 나는 어떤 때는 청정한 행을 닦기도 했고 어떤 때는 청정한 행을 닦지 않기도 했다. 처음 불도佛道를 구하자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했고 신통변화도 확연히 깨달았다. 삼계三界가 모두 고통이나 오직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 니련강 가에서 6년 동안 고행을 하며 매일 삼씨 한 알과 쌀 한 톨을 먹었다. 이는 옛날에 어떤 연각緣覺에게 입으로 짓는 네 가지 과오를 범하고 한 번의 보시를 끊었기에 현재에 가벼운 과보를 받은 것이다. 내가 이미 성불하고 나서도 5백 명의 마납자摩納子들이 듣기 싫은 소리로 거리에서 ≺부처의 도는 참된 것이 아니다≻라고 비방하고 다녔다. 그 때 모든 나라의 사람은 믿는 이도 있었고, 믿지 않는 이도 있었다. 믿는 이는 신지信地와 법지法地요, 믿지 않는 이는 외도外道와 범부凡夫였다. 지금 비록 성불했더라도 행위는 본래 썩지 않기에 업보는 여의기 어려우니, 부처의 몸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나한과 벽지불이 어찌 행위의 과보를 피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게송으로 설하셨다.

나는 최고의 정각正覺을 성취해서
삼계三界에서 견줄 이가 없었지만
그런데도 아홉 가지 과보의 대가[對]를 받았고
숙세의 행위에 이끌리고 구속되었다.

나에게 있는 삼매三昧의 힘은
금강金剛이라서 파괴되지 않지만
업의 과보는 능히 피할 수 없으니
버려야 대가[對]를 받지 않는다.

나한과 벽지불은
대가[對]를 갚는 것이 나보다 더하니
행업行業의 추격을 받는다면
어느 곳에서 피할 수 있겠는가?
지혜로운 사리불은
항상 부처의 공덕을 행했지만
결국에는 멸도滅道를 취했으니
이것이 바로 명백한 증거로다.

신족통이 있는 목건련도
한 걸음에 수미산을 올랐지만
범지梵志에게 몽둥이로 맞아서
뼈가 겨자처럼 부스러졌으며,

사갈娑竭 아라한은
난타용難陀龍을 항복시켰지만
멸도滅道를 취할 즈음에는
눈동자가 무수히 떨어졌으며,

금화金華 비구니는
신령스러운 덕을 헤아리기가 어렵고
전륜왕轉輪王으로 화현해서
사천하四天下를 통치하였지만
수명을 버리고 무위無爲에 들어갈 때는
사지관절이 도검刀劍에 해체되었다.

광상光相이라는 이름의 벽지불은
불법佛法이 없을 때 세간에 나와서
세간에 따르면서 그 수명을 다했지만
끓는 물에서 멸도滅度를 취했다.
보살마하살은
게으르지 않고 정진함으로써
항상 업보 여의는 걸 급히 할 것이니
저 업보와 더불어 함께 해서는 안 된다.”[난자함難字函 제5권]


업연業緣이 만약 정해졌다면 파괴할 수 없으니
성도聖道는 어떻게 닦아 익혀서 완성되는가?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만약 모든 업이 결정되어서 과果를 얻는 것이라면, 마땅히 성도聖道를 닦아 익힐 필요가 없다. 만약 도를 닦지 않는다면 해탈이 없을 것이니, 모든 성인이 도를 닦는 까닭은 결정된 업을 파괴해서 가벼운 과보를 받기 위함이며, 결정되지 않은 업은 그 과보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만약 사람이 성도聖道를 닦아 익히는 걸 멀리 여의고서 해탈을 얻는다면 이는 옳지 않은 것이며, 해탈을 얻지 않고서 열반을 얻는다는 것도 역시 옳지 않다. 만약 모든 업이 결정되어서 과果를 얻는 것이라면, 한 세상에서 지은 순수한 선업善業은 마땅히 영원하여 항상 안락한 과보를 받아야 하며, 한 세상에서 지은 무거운 악업惡業도 역시 영원하여 커다란 고뇌의 업과業果를 받아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도를 닦고 해탈하고 열반하는 일이 없을 것이니, 사람이 지은 것은 사람이 받고 바라문이 지은 것은 바라문이 받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다면, 마땅히 하급의 성姓과 하인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 사람은 항상 사람이어야 하고 바라문은 항상 바라문이어야 마땅하다. 또 어린 시절에 지은 업은 마땅히 어린 시절에 받아야 하지 중년이나 늙었을 때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며, 늙었을 때 악을 지어서 지옥에 태어났다면, 지옥에서 처음 태어난 몸은 과보를 받아서는 안 되며 마땅히 늙기를 기다린 연후에 비로소 과보를 받아야 한다. 만약 늙었을 때 죽이지 못한다면 장년의 나이를 얻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장년의 나이가 없다면 늙음에 이르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업은 상실됨이 없기 때문이니, 업이 만약 상실되지 않는다면 어째서 도를 닦는 것과 열반이 있는 것인가?
선남자여, 업에는 결정된 업과 결정되지 않은 업 두 종류가 있다. 결정된 업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과보가 정해진 것이고, 둘째는 시기가 정해진 것이다. 혹은 과보는 정해졌으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것이니, 연緣이 합해지면 받는 것이다. 혹은 세 가지 시기[三時]가 정해진 것이니, 이른바 현수現受ㆍ생수生受ㆍ후수後受이다.
선남자여, 만약 정해진 마음으로 선악의 업을 지으면, 지은 후에 믿는 마음의 환희를 깊이 일으킨다. 만약 서원을 일으켜 3보寶를 공양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결정된 업이라 한다.
선남자여, 지혜로운 자의 착한 뿌리[善根]는 깊고 튼튼하니, 이 때문에 무거운 업을 가볍게 할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의 착하지 않음[不善]은 깊고 두터워서 가벼운 업인데도 무거운 과보를 받게 한다. 이런 뜻 때문에 모든 업은 결정되었다고 이름하지 않는다.”[솔자함率字函 제1권]

『조상경造像經』에서 말하였다.
“여래의 발에 난 상처와 등에 난 질병과 우유를 구걸한 것은 모두 방편이니, 중생에게 업보가 상실되지 않음을 보임으로써 외경심을 일으켜 악을 끊고 선을 닦게 하고자 한 것이다. 모든 부처ㆍ여래에게는 허망함이 없으며 대자비와 선교방편善巧方便이 있다.”[비자함悲字函 상권]
업이 연緣을 따라 일어나더라도
무아無我를 요달하면 과보는 저절로 그치리라.

『종경록』에서 말하였다.
“ 【문】 만약 여섯 가지 감관[六根]이 무아無我에 준거한다면, 누가 짓고 누가 받는 것입니까?
【답】 부처님께서 ‘선을 지으면 하늘에 태어나고 악을 지으면 고통을 받는다’고 하신 것은 다만 인연법因緣法일 뿐이지 내[我]가 능히 받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나[我]이지 인연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악을 짓고서는 어째서 천상에 태어나지 않고 바로 지옥에 떨어지는가? 내가 어찌 저 지옥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겠는가? 내가 이미 악을 지었다면 즐거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니, 이 때문에 선악에 감응하는 과보는 오직 인연일 뿐 나가 아닌 것이다.
【문】 만약 업을 지어서 과보를 받는 것이 단지 인연일 뿐 나를 말미암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째서 무아無我를 증득함이 있는가? 비록 악업의 인연을 이미 지었더라도 과보를 감응해 받지 않는 것인가? 이미 무아를 얻었다면 곧 과보를 받지 않는 것이니, 이 때문에 내가 악업을 지어서 과보를 받는 것이지 업의 인연이 아니란 걸 안다.
【답】 무아를 얻음으로 말미암아서 곧 악업의 인연이 끊어지며, 그 인연이 없기 때문에 과보를 받지 않는 것이다.”[경자함輕字函 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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