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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969 불교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 4권

by Kay/케이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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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 4

 

 

대장일람집 제4권


[제4문 선악문 추록] ③

26) 방편품方便品[원願ㆍ역力ㆍ지智 바라밀과 수희隨喜ㆍ회향을 덧붙임]
27) 조상품造像品[욕불浴佛과 조탑造塔을 덧붙임]
28) 사친품事親品 29) 잡연품雜緣品
30) 십악품十惡品


26) 방편품方便品[24칙]

여래의 방편은 노파심이니
버들잎을 잠시 멈추자 아기가 우는구나.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어린아이를 위해 행한다고 하는가? 가령 저 어린아이가 울 때 부모는 즉시 버드나무의 누런 잎을 가지고 말한다.
‘울지 말거라, 울지 말거라. 내가 너에게 황금을 주마.’
어린아이가 보고는 진짜 황금이라고 생각하면서 문득 울음을 그친다. 그러나 이 버들잎은 진짜 황금은 아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온갖 악을 지으려고 하면, 여래께서는 그를 위해 삼십삼천三十三天은 항상하고 즐겁고 참나[眞我]이며 청정해서[常樂我淨] 오욕락五慾樂을 받는다고 설하신다. 중생은 이 즐거움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마음에 즐거움에 대한 탐착貪着이 생겨 더 이상 악한 행위를 하지 않고 부지런히 삼십삼천의 선업善業을 짓는다. 그러나 실제로 생사는 항상하지 않고 즐거움도 없고 참나도 없고 청정함도 없는데, 방편으로 항상하고 즐겁고 참 나이고 청정하다고 설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중생이 생사를 싫어한다면, 그 때 여래께서는 그를 위해 2승乘을 설하시지만, 본래 2승의 실제는 없다. 2승이 있기 때문에 생사의 허물을 알고 열반의 즐거움을 보는 것이니, 이러한 견해 때문에 끊음과 끊지 않음이 있고, 참됨과 참되지 않음이 있고, 수행과 수행하지 않음이 있고, 얻음과 얻지 않음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아직 연꽃과 같은 혀로 허망한 말씀을 하시는 걸 듣지 못했다.
다만 기연機緣에 상응해서 설하시는 것이다.

또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비록 이렇게 설하셨어도 끝내 허망함이 없으시다. 왜냐하면 허망한 말은 바로 죄의 허물이기 때문이다. 여래께서는 일체 죄의 허물을 다 끊으셨는데, 어째서 허망한 말이 있다고 하는가? 여래께서는 비록 허망한 말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가령 중생이 허망한 설명으로 법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는 적절한 방편에 따라서 그를 위해 설하시는 것이다.”[일자함一字函 제10권]


비록 욕망 속에 있더라도 욕망에 물들지 않으며
은밀히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악취惡趣에 태어난다.

『반야경般若經』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6바라밀과 여타의 훌륭한 법을 수행할 때, 저 세계의 선남자와 선여인은 환희하면서 생각한다.
‘우리는 마땅히 이와 같은 보살을 위해서 부모, 형제, 처자, 권속, 지인[知識],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 때 저 모든 천天들은 기뻐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한다.
‘우리는 마땅히 갖가지 방편을 시설하여 이 보살로 하여금 음욕淫欲의 법을 여의게 하고 초발심初發心에서부터 보리를 증득하기까지 항상 범행梵行을 닦아서 순결법順結法에 대해 탐욕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왜 그런가? 행이 범행이 아니면 범천에 태어나는 것도 오히려 장애가 되거늘, 하물며 보리를 증득함이랴? 이런 까닭에 보살로서 욕망을 끊고 출가를 해서 범행을 수행해야 능히 보리를 얻을 수 있다.”
사리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보살은 요컨대 반드시 부모와 처자가 있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보살은 처자와 권속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보살행을 닦고, 어떤 보살은 처자가 없이 초발심에서부터 나아가 성불成佛에 이르기까지 항상 범행을 닦으면서 동진童眞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어떤 보살은 방편의 선교善巧로 먼저 다섯 가지 미묘한 욕망의 경계를 받아 누리는 것을 보여준 뒤에야 바야흐로 싫어해서 버리고 범행을 부지런히 닦음으로써 비로소 보리를 얻는다.
사리자야, 가령 마술사가 갖가지 다섯 욕망을 화작化作하여 그 가운데서 즐거움을 받는다면 그 뜻이 어떠한가? 저 환영[幻]으로 지은 것에 실다움이 있겠는가?’
사리자가 말했다.
‘실다움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도 그와 같으니라. 방편선교方便善巧로 모든 유정有情을 성숙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다섯 가지 욕망을 받음을 보이면서도 실제로 물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보살은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서 깊이 싫증내고 근심을 일으켜서 과오에 물드는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자함崗字函 제10권]

“다시 선현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정성正性의 정취定聚에 머무는 보살은 악취惡趣에 떨어집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은 결정코 모든 악취 속에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예류預流ㆍ일래一來ㆍ불환不還ㆍ아라한과 독각獨覺이 악취에 떨어지는가?’
선현이 대답했다.
‘떨어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초발심에서부터 모든 불법佛法을 닦아서 온갖 악법을 끊으니, 이런 인연을 말미암아서 온갖 악취에 떨어지거나 난지難地에 태어나거나 삿된 견해를 가진 집안에 태어난다는 것은 옳지 않으니라. 말하자면 저 좋은 법이 현전하지 못하면 나쁜 견해가 많이 일어나서 오묘한 행을 무시하여 악행이 과보[果]에 미친다.’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보살이 초발심에서부터 선근善根을 성취해서 나쁜 곳에 태어나지 않는다면, 어째서 여래께서는 매번 중생을 위해 스스로 본생사本生事를 설하시고 또한 악취에 태어남을 설하십니까? 이 때에 선근은 어디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들은 더러운 업을 말미암지 않고서 악취의 몸을 받는 것이니, 단지 모든 갖가지 유정들을 요익饒益케 하기 위해서 저 악취의 몸을 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런 어려움을 겪는다고 끌어대어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보살의 방편 선교는 유정을 요익케 하는 것이라서 비록 갖가지 방생(傍生:축생)의 몸을 받더라도 방생의 과실에 물들지는 않는 것이다. 비록 방생의 몸을 지을 때라도 실다운 방생이 아니라서 저 고통을 받지 않느니라.’ ”[강자함崗字函 제7권]


자비로 욕망을 행해서 다겁多劫을 초월했고
방편으로 사람을 죽여서 만생萬生을 넘어섰다.

『보적경寶積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겁에 어떤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수제樹提라고 하였다. 42억 년의 세월 동안 빈 숲 속에 있으면서 항상 범행을 행하였다. 그가 극락성極樂城에 들어가는데, 어떤 여인이 이 범지의 위의와 용모가 단정한 걸 보고는 곧 욕심이 일어나서 범지의 발을 잡고 즉시 땅에 엎드렸다. 범지가 말했다.
‘누이는 무엇을 구하려는 것이오?’
여인이 말했다.
‘저는 범지를 구하려는 것입니다.’
범지가 말했다.
‘누이여, 나는 욕망을 행하지 않습니다.’
여인이 말했다.
‘만약 나를 받아 주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당장 죽겠습니다.’
이 때 범지는 이렇게 사유했다.
‘이것은 나의 법이 아니다. 나는 42겁의 세월 동안 청정하게 범행을 닦았는데, 어찌 지금에 와서 훼손해야 한단 말인가?’
그 때 범지는 강하게 자신을 다잡고 떠났다. 일곱 걸음을 떼어 놓자 연민하는 마음이 생겼다.
‘내가 비록 계율을 범해서 악도惡道에 떨어지더라도, 나는 지옥의 고통을 능히 감내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이 여인이 이런 고뇌를 받고서 나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걸 차마 보지 못하겠구나.’
범지는 다시 돌아가서 여인을 불러 말했다.
‘일어나시오. 당신이 바라는 대로 하리다.’
그리하여 12년 동안 함께 집안에서 생활한 뒤 다시 출가해서 4무량심無量心을 갖추었으며,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梵天에 태어났다.
선남자여, 그대들은 의심하지 말라. 이 때의 범지가 바로 나 자신이고, 저 여인이 바로 지금의 구이瞿夷이다. 나는 그 때 그녀의 욕망을 위해 잠시 연민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십백천十百千 겁 동안의 생사의 고통을 초월했다.
선남자여, 그대들은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가령 다른 중생들이 애욕을 말미암아서 지옥에 떨어진다면, 방편을 행하는 보살은 그로 말미암아 범천에 태어나니, 이를 보살이 방편을 행한다고 하느니라.’ ”[문자함文字函 제6권]

“또 연등불 때에 5백 명의 장사꾼이 있었는데, 바다로 보물을 캐러 들어갔다. 그 가운데 한 명의 악인이 있었는데 병법兵法을 잘 알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도적이 되어서 모든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보물을 빼앗아 염부제閻浮提로 돌아오려 하였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대비大悲라고 하였다. 그는 무리들 속의 도사導師로서 밤에 꿈을 꾸었는데 신령이 알려주었다.
‘이 악인은 좋지 않은 마음을 일으켜서 5백 명의 무리를 죽여 그들의 재물과 보배를 뺏으려고 한다. 이 5백 명은 모두 불퇴전不退轉의 보살이라서 악인인 살해자는 지옥에 떨어진다. 그대는 도사導師이니 방편을 지어 그 악인으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고, 저 5백 명의 보살도 그 신명身命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이 때 대비는 이렇게 생각했다.
‘달리 방편이 없다. 오직 이 한 명의 악인을 없애는 자가 있어야만 비로소 이 5백 명의 신명을 온전히 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설명한다면, 그 때 5백 명의 사람은 반드시 악한 마음을 일으켜서 이 악인을 죽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 사람들은 모두 악도惡道에 떨어지리라.’
대비는 다시 생각했다.
‘내가 이제 마땅히 스스로 그를 죽이리라. 비록 백천 겁 동안 악도惡道 속에 떨어져서 지옥의 고통을 받더라도 나는 능히 참을 수 있다.’
이 때 대비는 연민의 마음을 일으켜 이러한 방편을 지었다.
‘내가 5백 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악인을 죽이겠노라.’
그리고는 즉시 창으로 찔러 죽여서 모든 상인들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선남자여, 도사導師는 바로 나이고, 5백 명의 상인은 바로 현겁賢劫 속의 5백 명의 보살인데, 이 겁 속에서 보리를 증득하게 되었다. 나는 방편을 행했기 때문에 즉시 백천 겁의 생사의 환란을 초월할 수 있었다.”[문자함文字函 제8권]


목숨을 끊는 것이 비록 무겁더라도 능히 악을 없애니
마치 의사가 고통을 가하자 바야흐로 병이 낫는 것과 같다.

『섭대승론석攝大乘論釋』에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반드시 무간無間 등의 악업을 지어야만 했다. 보살은 그 마음을 알았으나 달리 방편이 없었다. 이 악을 여의게 하려면 오직 목숨을 끊는 것만이 훌륭한 방편으로서 이 악을 짓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만약 목숨을 버리지 않고 이 업을 결정코 행한다면, 지극한 난처難處에 떨어져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게 된다. 보살은 생각했다.
‘만약 내가 이 살생의 업을 행한다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겠지만, 부디 내가 그를 위해 이 고통의 과보를 받고, 저 사람은 현재 세상에선 작고 경미한 고통을 받고 미래 세상에선 오랫동안 커다란 즐거움을 받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훌륭한 의사가 병든 자를 치료할 때 먼저 가벼운 고통을 가한 뒤에 무거운 질병을 없애는 것과 같다. 보살이 행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이로 인하여 한량없는 복덕을 생장生長해서 신속하게 보리를 증득한다.”[여자함與字函 제4권]
『비바사毘婆沙』에서 말하였다.
“왕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 능히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 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부처는 어떤 경우는 연민하는 마음 때문에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해서 좋은 연緣을 심도록 한다. 마치 유모가 손가락을 구부려서 어린아이의 입 안에 있는 나쁜 것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으니, 비록 아프더라도 근심은 없어진다.’ ”[자자함資字函 제10권]


화현해서 도청盜聽하는 자의 목숨[命根]을 끊어 버리니
법을 훼손하는 자를 경계해서 스스로 떠나가도록 한 것이다.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중생을 마치 라후라처럼 실제로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예전 보름날에 승려들이 포살布薩할 때 청정을 받아 갖춘 무리들 가운데 한 동자가 있었습니다. 몸ㆍ입ㆍ뜻의 업을 잘 닦아 익히지 않고 가려진 곳에서 계율을 설하는 것을 도청盜聽하니, 밀적密迹 역사力士가 부처님의 신력神力을 받아 금강저金剛杵로 티끌처럼 부숴 버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금강신은 지극히 포악해서 이 동자의 목숨을 능히 끊어 버릴 수 있었으니, 어떻게 여래께서 모든 중생을 자식과 똑같이 본다고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이 동자는 화인化人이라서 참된 실체가 아니다. 계율을 파괴하고 법을 훼손하는 자를 몰아내어 무리에서 내쫓기 위해 금강이 화현한 것일 뿐이다.’ ”[이자함邇字函 제3권]


화현한 단정한 여인이 홀연히 죽어 버리니
탐욕에 집착하는 자로 하여금 염리厭離케 함이로다.

『보운경寶雲經』에서 말하였다.
“어떤 보살이 독진毒塵을 회전回轉시키는 보살인가? 모든 중생들이 깊이 탐욕에 집착하는 걸 보고서 방편으로 여인의 모습으로 화현하니 그 용모가 단정하였다. 중생이 이를 본 후에 탐욕을 일으켜 자나깨나 애착하고 있을 때 홀연히 죽어 버리니, 한 생각 사이에 악취를 풍기게 된다. 이를 보고는 두려워하면서 크게 염리厭離하는 마음을 일으키니, 이와 같은 보살이 독진을 회전시키는 방편을 잘 이해하는 자이다.”[목자함木字函 제2권]


저 외도外道에 들어가 함께 유전하면서
그의 삿된 견해를 교화해 올바름으로 돌아가게 한다.

『보운경』에서 말하였다.
“항복일체장애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보살이 외도外道를 회전回轉시키는 방편을 잘 이해하는 보살입니까?’
‘외도로 화현해 도사가 되고 범지梵志가 되고 니건尼揵이 되어서 나아가 경법을 배우고 용맹스럽게 정진하고 위의威儀를 세심히 함으로써 저 외도를 이기고, 도리어 그의 스승이 되어서 존중받을 수 있게 된다. 외도가 신뢰함을 알고 나선 바야흐로 그들의 도를 폄하하면서 그들의 잘못을 이렇게 지적한다.
‘인자仁者여, 그대들이 배운 도는 청정한 것이 아니고 욕망을 여의는 것도 아니라서 능히 장애를 소멸하지 못한다.’
이처럼 그들의 삿된 도를 따라 회전한 후에 부처님의 바른 법으로 그들을 안립安立시키니, 이와 같은 보살이 외도를 회전시키는 방편을 잘 이해하는 자이다.’ ”[목자함木字函 제2권]


일체 세간의 연緣을 수순隨順하면서
일체 출세간의 법을 행한다.

『화엄경華嚴經』에서 말하였다.
“이 보살은 대방편으로 삼매三昧의 지력智力을 얻었으니, 비록 생사를 보이더라도 항상 열반에 머물고 있으며, 비록 권속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항상 멀리 여읨을 즐기며, 비록 원력願力으로 삼계三界에서 생生을 받더라도 세간의 법에 물들지 않으며, 비록 방편의 힘으로 항상 적멸하더라도 도리어 치성하게 타오르고, 비록 치성하게 타오르더라도 타지는 않으며, 비록 부처님의 지혜에 수순하더라도 성문과 벽지불의 경지에 들어감을 보이며, 비록 부처님 경계의 장藏을 얻더라도 마魔의 경계를 보여서 머물며, 비록 마魔의 도를 초월하더라도 마법魔法을 현행現行하며, 비록 외도의 행실과 동일함을 보이더라도 부처님 법을 버리지 않으며, 비록 세간에 수순하더라도 항상 출세간의 법을 행한다.”[애자함愛字函 제7권]
우리 부처께서 업보 보임을 자세히 관찰하니
굽혀서 자손 위한 방편의 인因을 지었도다.

『보적경寶積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사위성에 2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모두 최후변신最後邊身이었으며, 다시 원수가 20명이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마땅히 친구가 돼서 그 집에 가서 그들의 목숨[命根]을 빼앗으리라.’
이 때 여래께서는 이 40명을 조복시키기 위해서 대중 속에 있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땅 속에서 가위라자佉違羅刺가 나와서 내 발을 찌르려고 한다.’
이 가시[刺]는 길이가 1주肘 정도 되었다. 목련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이 가시를 가져다 다른 세계에 던져 버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목련이 즉시 신력神力으로 그것을 뽑자, 대천세계가 모두 크게 진동하면서 가시를 따라 일어났다.
이 때 여래께서 사왕천四王天에 오르시자 그 가시도 또한 부처님을 따라갔고, 다시 삼십삼천三十三天과 나아가 범천梵天에까지 오르자 역시 따라갔다. 여래께서 염부제의 본래 앉아 계시던 곳으로 되돌아오자, 가시 역시 쫓아서 되돌아와서 여래를 향하여 섰다. 여래께서 즉시 이 가시를 잡아 오른발로 밟자 천지가 진동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옛날에 어떤 업을 지으셨길래 이 같은 과보를 얻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과거 세상에 큰 바다로 나아갔을 때 창으로 사람을 찔러서 그 목숨을 끊었던 탓에 지금 이 과보를 초래한 것이다.’
그 때 20명의 원적怨賊으로 20명을 해치려고 한 자가 이렇게 생각했다.
‘여래이신 법왕法王도 오히려 과보를 면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우리들이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향해 잘못을 뉘우쳤다. 그 때 부처님께서 이들을 위해 업을 짓는 인연을 설하시자 즉시 올바른 이해를 얻었다. 이런 까닭에 여래의 금강신은 파괴할 수 없으며, 가위라자를 보인 것은 방편의 힘이라고 한다.
여래께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는데, 빈 발우로 나오셨다.
선남자여, 여래께서는 업의 장애가 없지만, 이 때는 미래의 비구로서 복덕이 없는 자를 불쌍히 여기신 것이다. 그들은 걸식을 하다가 얻지 못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커다란 복덕을 지니신 부처님께서도 발우가 비어서 나오셨거늘, 하물며 우리들처럼 선근이 미약하고 얇은 사람들이랴? 걸식을 하다가 얻지 못해도 근심을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선남자여, 악마들은 여래의 음식을 가로막을 수 없다.
무슨 인연 때문에 전차旃遮 바라문의 여인이 나무 막대기로 배를 두드리며 여래를 비방하면서 이렇게 말했는가?
‘사문 구담瞿曇으로 말미암아서 내가 임신하게 되었으니, 마땅히 나에게 음식을 주어야 한다.’
선남자여, 여래께서는 이 일 속에서 전혀 업의 장애가 없으시다. 만약 업의 장애가 있으시다면, 나는 능히 이 여인을 항하사恒河沙 세계 밖으로 던져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여래의 방편력 때문에 이 업의 장애를 나타낸 것이다. 왜냐하면 미래 세상에서 모든 비구들이 나의 법 안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데, 이 때 어떤 사람은 남에게 비방 받고는 부끄러운 마음을 일으켜서 계율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모든 비구들은 만약 비방을 받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여래께서도 오히려 비방 받으셨거늘 하물며 우리들이랴?’
그리고는 즉시 부끄러운 마음을 없애고 범행을 닦아 익힐 것이다.”[문자함文字函 제8권]

『대승십법경大乘十法經』에서 말하였다.
“정무구묘정보월왕광淨無垢妙淨寶月王光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째서 아난에게 나의 등이 아프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후세의 중생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다.’
이 말은 ‘부처님의 금강신도 오히려 등이 아프거늘 하물며 그 나머지이겠는가?’를 설하신 것이다.
‘어찌하여 목련은 기바耆婆에게 갔습니까?’
의왕醫王이 취한 약도 또한 후세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니, ‘법을 본 자도 오히려 망령되거늘, 하물며 범부이겠는가?’를 설하신 것이다.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모든 외도들과 함께 그 재주를 다투셨습니까? 이것 역시 후세를 위한 것이니, ‘여래께도 오히려 원수가 있거늘 하물며 우리들이랴?’ 하는 것을 설하신 것이다. 그러나 저 어리석은 중생들은 여래께 원수가 있다고 한 것 등을 실제로 설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전륜성왕의 미약한 선근으로도 온갖 원한이 없거늘, 하물며 여래께서 성취하신 온갖 공덕장功德藏이겠는가?
어찌하여 제바달다提婆達多를 취해서 선지식이라 하고, 다시 여래께서 영원토록 친근한 이를 원수라 했는가? 선남자여, 만약 제바달다라는 선지식이 없다면 여래의 온갖 부처 공덕을 드러내지 못한다. 진실로 제바달다가 왕의 교시를 받아서 대중 속에다 코끼리를 풀어놓아 여래를 해치고자 했는데 여래의 능력으로 훌륭히 항복시킨 것이다. 그래서 한량없는 대중이 코끼리가 항복하는 걸 본 후에 희유希有하다는 마음을 일으켜서 즉시 3보에 귀의하리니, 이것을 이름하여 제바달다가 선지식인 모습이라고 한다.”[복자함服字函]


비록 보시하더라도 좋은 곳에 놓아두지 않는다면
방편의 법문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심밀경深密經』에서 말하였다.
“무엇을 방편행이 아니라고 이름하는가? 만약 모든 보살이 바라밀로써 중생을 요익케 할 때 단지 재물의 보시로만 만족시키고 좋지 않은 곳에서 벗어나도록 하지 못한다면, 이와 같은 것을 방편행이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일체의 유위행有爲行은 고통을 섭취해서 중생이 즐거움으로 삼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중생을 제1 상선법上善法 가운데 궁극적인 낙처樂處에 놓아둔다면, 이를 섭수하는 처소가 큰 이익과 함께한다고 한다.”[차자함此字函 제4권]


보현의 원해願海는 사의思議하기가 어렵고
해탈 구하는 서원의 마음을 어찌 측량할 수 있으랴.[원願바라밀]

『화엄행원품華嚴行願品』에서 말하였다.
“보현이 모든 보살과 선재에게 말했다.
‘여래의 공덕은 가령 시방의 모든 부처가 불가설불찰미진수不可說佛刹微塵數의 겁을 거치면서 상속하여 연설하더라도 다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 공덕문功德門을 성취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열 가지 광대한 행원行願을 닦아야 한다.
첫 번째 서원은 항상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을 닦는 것이다. 진법계盡法界 허공계虛空界의 시방 3세에 계신 모든 부처님을 내가 보현의 행원력으로써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기를 눈앞에 계시듯 하고, 모두 청정한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써 불가설의 몸을 나타내고, 하나하나의 몸이 불가설의 부처님께 두루 예배한다.
두 번째 서원은 항상 칭찬하는 것을 닦는 것이다. 진법계 허공계의 시방 3세에 계신 모든 부처님을 내가 뛰어난 이해로써 지견知見을 현전하여 각기 변재辯才 천녀를 능가하는 미묘한 설근舌根을 내며, 하나하나의 설근이 한량없는 음성의 바다를 내며, 하나하나의 음성이 일체 언사言辭의 바다를 내서 모든 부처님의 온갖 공덕의 바다를 칭찬하는 데 미래제가 다하도록 상속하여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서원은 공양을 광대하게 닦는 것이다. 진법계 허공계의 시방 3세에 계신 모든 부처님을 내가 믿음과 이해로써 지견을 현전하여 온갖 향운香雲ㆍ화운華雲ㆍ만운鬘雲ㆍ의운衣雲ㆍ당번운幢幡雲ㆍ음악운音樂雲 등 갖가지 미묘한 온갖 공양의 구름을 일으키는데 하나하나의 양이 마치 수미산왕과 같으며, 갖가지 등불의 기름을 태우는 것이 마치 큰 바다의 물과 같다.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최고이다. 설한 대로 수행하는 공양과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공양과 보살의 업을 버리지 않는 공양과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 공양이 있는데, 앞서와 같은 공양을 법공양에 견주어서 계산하면 어떤 비유로도 능히 미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수행이 진짜 공양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서원은 업장을 참회해서 없애는 것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즉 무시겁無始劫 이래로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말미암아서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발하여 온갖 악업을 지은 것이 한량없고 가없다. 만약 이 악업이 체상體相이 있는 것이라면, 허공계를 다하여도 용납하여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니, 나는 이제 청정한 세 가지 업으로써 법계 극미진찰極微塵刹의 모든 불보살들 앞에 두루두루 진실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이후 다시는 악업을 짓지 않고 항상 청정한 계율에 머물겠노라.
다섯 번째 서원은 공덕을 수희隨喜하는 것이다. 허공을 다하고 법계에 두루하는 3세 모든 부처님께서 초발심에서부터 닦는 복덕과 원만한 보리와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뒤에 분포하는 사리에 이르기까지 소유한 선근과 나아가 일체의 보살, 일체의 2승乘, 유학有學과 무학無學이 소유한 공덕과 시방계의 6취趣 4생生이 소유한 공덕과 나아가 한 티끌이라도 내가 다 수희隨喜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서원은 법륜을 굴리기를 청하는 것이다. 허공을 다하고 법계에 두루하는 시방 3세의 일체 국토[刹] 가운데 부처님께서 정각을 성취하면 내가 간절히 법륜을 굴리길 청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 서원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머무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허공을 다하고 법계에 두루하는 모든 불보살과 대 선지식과 2승의 성인이 장차 열반[入滅]에 들려고 할 때 내가 반열반에 드시지 말도록 권유하고 청하는 것이다.
여덟 번째 서원은 항상 부처님을 따라서 배우는 것이다. 이처럼 사바세계의 비로자나毘盧遮那여래께서 초발심에서부터 갖가지 수행을 하여 보리를 성취하실 때까지, 혹은 보살과 성문에 처하거나, 혹은 천룡팔부天龍八部에 처하는 등 갖가지 회상에서 원만한 음성으로 중생을 성숙시키고 나아가 반열반에 이르기까지를 내가 모두 따라 배우는 것이다. 진법계 허공계의 일체 여래에 대해서도 나는 이와 같이 생각생각마다 따라 배우는 것이다.
아홉 번째 서원은 항상 중생을 수순하는 것이다. 진법계 허공계 시방 찰해刹海의 4생生 6도道를 내가 다 그에 따라 수순하면서 구르는데, 길을 잃은 자에겐 그 올바른 길을 보여 주고, 어둠 속에 있는 자에겐 광명을 지어 주고, 빈궁한 자에겐 복장伏藏을 얻게 함으로써 갖가지로 따르고 받들고 공양함을 마치 부모나 어른을 공경하듯이 한다. 만약 중생이 환희하면 모든 부처님께서도 환희하시는데, 왜냐하면 부처님은 자비심을 체體로 삼아서 중생으로 인해 대비심을 일으키고 대비심으로 인해 보리심을 일으키고 보리심으로 인해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게 속하니, 만약 중생이 없다면 일체 보살도 끝내 도를 성취하지 못한다. 반드시 모든 중생에 대해 이렇게 이해해야 하나니, 마음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열 번째 서원은 모든 것을 널리 회향하는 것이다. 처음에 부처님을 예배하는 것에서부터 수순하는 것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다 진법계 허공계의 일체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안락하고, 악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선근은 성취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가령 악을 쌓은 인연으로 감응된 고통의 과보는 내가 모두 대신 받아서 그로 하여금 해탈해서 구경의 보리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열 가지 서원을 닦는 것이니,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더라도 나의 이 열 가지 서원은 다함없이 생각생각마다 상속해서 끊어지는 일이 없으며, 몸과 입과 뜻의 업도 피로하거나 싫어함이 없다.
만약 모든 보살이 이 열 가지 서원에 수순해서 들어간다면 능히 일체 중생을 성숙시킬 수 있고, 능히 아뇩보리阿耨菩提에 수순할 수 있으며, 능히 보현의 원해願海를 원만히 성취할 수 있다.
다시 이 게송을 지닌 자는 5무간업無間業을 소멸하고, 복을 쌓음이 가없으며, 착한 신이 수호한다. 목숨을 마칠 때에는 친족이나 재산이나 보물의 일체 위세는 그를 다시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오직 이 원왕願王만은 떨어져 나가질 않고 그 앞길을 인도해서 극락으로 왕생케 한다.
이와 같은 공덕은 부처님이신 세존 외에는 아무도 아는 자가 없으니, 의심스런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마땅히 삼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신자함臣字函]

『칠불신주경七佛神呪經』에서 말하였다.
“해탈을 구하는 보살은 네 가지 큰 서원을 일으켜야 하며, 성문이나 벽지불과는 함께하지 않아야 한다.
첫 번째 서원은 내 마음으로 하여금 대지와 같게 하는 것이다. 일체의 초목과 숲들의 씨앗이 대지로 인해 자라나지만 대지는 미워하거나 싫어함이 없다.
두 번째 서원은 내 마음으로 하여금 중생을 건네주면서도 피로하거나 싫어함이 없는 다리나 배와 같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서원은 내 마음으로 하여금 일체의 냇물을 수용해서 온갖 물줄기가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 큰 바다와 같게 하는 것이다.
네 번째 서원은 내 몸으로 하여금 만물을 포용하는 것이 마치 법성法性처럼 허공과 같게 하는 것이다.”[고자함羔字函 제4권]


깊은 믿음의 힘은 견고해서 꺾을 수 없고
진실한 지혜의 밝음은 보지 않음이 없다.[역力바라밀과 지智바라밀]

『화엄경』에서 말하였다.
“깊은 마음의 힘을 갖추는 것은 잡스러움에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깊은 믿음의 힘을 갖추는 것은 꺾어서 굴복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대비大悲의 힘을 갖추는 것은 피로와 싫증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대자大慈의 힘을 갖추는 것은 평등을 행하기 때문이다. 총지總持의 힘을 갖추는 것은 능히 방편으로써 일체의 뜻을 지니기 때문이다. 변재辯才의 힘을 갖추는 것은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하고 만족하게 하기 때문이다. 바라밀의 힘을 갖추는 것은 대승大乘을 장엄하기 때문이다. 대원력大願力을 갖추는 것은 영원히 단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통의 힘을 갖추는 것은 한량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지加持의 힘을 갖추는 것은 믿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다면 능히 역力바라밀을 다한 것이다.
다시 탐욕의 행을 아는 자, 성냄[瞋恚]의 행을 아는 자, 어리석음의 행을 아는 자, 등분等分의 행을 아는 자, 지地의 행을 닦고 배우는 걸 아는 자는 일념 속에서 가없는 중생의 행을 알고 가없는 중생의 마음을 알고 일체법의 진실을 알고 일체 여래의 힘을 알아서 법계의 문을 두루 깨치니, 그렇다면 이는 능히 청정케 하는 지智바라밀이다.”[평자함平字函 제8권]


다시 네 가지 바라밀[四度]의 시설을 논하고
10지地로써 훈수熏修하여 대치한다.

『섭대승론』 하권에서 말하였다.
“10지 가운데 따로 열 가지 바라밀을 닦는다. 앞서의 6지地에서 닦아야 할 여섯 가지는 앞에서 이미 설한 것과 같다. 나중의 4지地 가운데 닦아야 할 것은 네 가지이다. 첫째는 방편바라밀이니, 이른바 이전의 6바라밀로 모은 선근을 모든 유정과 공유하면서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회향해서 구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원願바라밀이니, 이른바 갖가지 큰 서원을 일으켜서 앞으로 올 바라밀의 뛰어난 온갖 연緣을 끌어들여서 섭수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역力바라밀이니, 이른바 사유와 간택을 말미암아 두 가지 힘을 닦아 익힘으로써 이전의 6바라밀로 하여금 간단없이 현행現行토록 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지智바라밀이니, 이른바 이전의 6바라밀을 말미암아 오묘한 지혜를 성립함으로써 법의 즐거움을 받아 쓰고 유정을 성숙케 하기 때문이다.”[엄자함嚴字函]


열 가지 바라밀을 기쁘게 따르면서 차이를 낳지만
단지 일념에서 원만히 성취한다.

『화엄경』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 중생에게 보시하는 것을 단檀바라밀이라 하고, 모든 번뇌를 멸하는 것을 시尸바라밀이라 하고, 자비를 으뜸으로 삼아서 중생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찬제羼提바라밀이라 하고, 뛰어난 선법善法을 구하는 데 싫증내지 않는 것을 비리야毘梨耶바라밀이라 하고, 일체의 지도智道가 항상 현전하면서 산란한 적이 없는 것을 선禪바라밀이라 하고, 능히 모든 법을 감내해서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는 것을 반야바라밀이라 하고, 한량없는 지혜가 능히 나오는 것을 방편方便바라밀이라 하고, 상상上上의 뛰어난 지혜를 능히 구하는 것을 원願바라밀이라 하고, 일체의 이론異論과 모든 마魔들이 능히 파괴하지 못하는 것을 역力바라밀이라 하고, 일체법을 여실하게 요달해 아는 것을 지智바라밀이라 한다.
이 열 가지 바라밀을 보살은 생각생각 속에서 모두 구족함을 얻는다.”[애자함愛字函 제7권]


수희隨喜의 선근은 공덕이 가장 뛰어나고
회향의 보리는 그 과보가 더욱 깊다.[수희와 회향]

『제경요집諸經要集』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만약 어떤 빈궁한 사람이
재물로써 보시할 수 없어도
남이 보시행을 닦는 걸 보면서
수희隨喜하는 마음을 낸다면
수희의 복된 과보는
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대자함對字函 제11권]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보시를 행할 때 보살은 단지 수희하는 마음만으로도 2승乘을 구하는 사람보다도 뛰어난데, 하물며 스스로 행하는 것이겠는가?
【문】 보살은 어째서 수희하는 마음만으로도 2승의 사람이 재물로써 보시하는 것보다도 뛰어납니까?
【답】 2승이 보시를 행할 때 보살이 그 광경을 보면 일심一心으로 수희하면서 ‘훌륭하도다’고 찬탄한다. 이 수희의 복덕을 보리로 회향하는 것으로써 일체 중생을 제도하기 때문에 한량없는 불법佛法을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공덕으로 2승을 구하는 사람이 행하는 보시보다 뛰어난 것이다.
다시 2승은 부지런히 공덕을 짓느라고 피로하지만, 보살은 묵묵히 수희하므로 그 지혜와 복덕의 힘이 2승보다 뛰어난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장인[工匠]이 단지 지혜로운 마음으로 가르쳐 주기만 하고 떠나는 것과 같다. 도끼를 잡은 사람은 종일토록 피곤하게 공법을 헤아리지만, 상을 받음은 장인이 세 배나 된다. 또 마치 정벌을 나가서 싸우는 자는 죽음에 이르더라도 우두머리 장수는 공功을 받는 것과 같다.
【문】 만약 수희하는 마음이 보시와 지계持戒보다 뛰어나다면, 어째서 단지 보살의 수희만이 뛰어나다고 설하는 것입니까?
【답】 보통의 범부는 번뇌가 마음을 덮어서 ‘나는 아직 세간의 즐거움에 대한 집착을 끊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찌 2승보다 뛰어날 수 있겠는가?”[건자함建字函 제8권]

『반야경』에서 말하였다.
“미륵이 선현에게 물었다.
보살이 만약 모든 부처님과 제자들이 소유한 공덕과 인천人天 등이 심은 선근을 염念한다면, 이와 같은 집합集合이 현전해서 수희하는 마음을 일으키니, 나머지 선근과 비교해도 가장 뛰어나다. 다시 이와 같은 수희의 선근을 모든 유정有情과 공유하면서 함께 보리로 회향하니, 이러한 보살은 상념의 전도[想顚倒], 마음의 전도, 소견의 전도에 떨어지지 않는다.’
선현이 대답했다.
‘만약 보살이 부처님과 제자들이 가진 공덕을 염念하면서도 부처님과 제자들의 공덕이라는 상념[想]을 일으키지 않고, 인천人天 등이 심은 선근에 대해서도 인천人天 등이라는 상념을 일으키지 않고, 수희를 발해서 보리로 회향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역시 회향이라는 상념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러한 보살이 일으킨 수희는 상념 등의 전도가 없습니다.
만약 이와 같이 수희하는 마음으로 일체 부처님 등의 공덕을 염念한다면, 이 마음이 다 소멸해서 변천을 여의는 것이 능能의 수희가 아님을 올바로 알 것이며, 저 법의 그 성품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소所의 수희가 아님을 올바로 알 것이다.
또 능能의 회향하는 마음을 올바로 요달하면 법의 성품도 마찬가지라서 능能의 회향이 아니며, 아울러 소所의 회향을 올바로 요달하면 법의 성품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소所의 회향이 아니다.
만약 능히 이 같은 수희 회향에 의거한다면, 이는 올바름[正]이지 삿됨[邪]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법은 자성自性이 모두 공空하고, 공 가운데는 능能과 소所의 수희 회향법이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만약 그 속에서 얻는 바가 있음을 일으킨다면, 상相을 취하여 분별하는 수희 회향이다. 비유하면 마치 맛있는 음식에다 독약을 섞은 것과 같으니, 비록 처음엔 뜻에 맞더라도 나중엔 고통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마치 모든 여래께서 무상지無上智로써 모든 공덕을 요달하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은 체體와 이와 같은 상相과 이와 같은 법으로써 수희할 수 있다. 나 또한 이와 같은 수희 회향으로 온갖 독과 섞이지 않음으로써 끝내는 감로의 보리에 이르리라.”[한자함寒字函 제10권]


가령 내가 한 털끝만큼의 이익이라도 가진다면
친하든 친하지 않든 일체의 사람에게 보급한다.

『화엄경』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6바라밀을 행할 때는 일체 중생을 널리 요익케 해서 모두가 청정하여 구경에 이르러서 영원히 고취苦趣를 여의길 서원한다. 이와 같은 회향은 친하지 않은 벗에 대해서도 친한 벗과 동등히 한다. 왜냐하면 보살은 일체법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설사 어떤 중생이 보살에게 원망하고 해치는 마음을 일으키더라도, 자비로운 눈으로 그를 보면서 끝내 성내지 않는다. 비유하면 마치 큰 바다와 같으니, 온갖 독이 능히 변괴變壞할 수 없다.
보살은 다만 한 명의 중생, 한 분의 부처님, 하나의 법만을 위해서 서원[願]의 회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널리 구제하고, 모든 부처님을 널리 공양하고, 일체의 불법을 널리 이해하고 요달하도록 하기 때문에 대원大願을 일으켜서 온갖 선근을 닦아 보리로 회향하는 것이다.”[장자함章字函 제3장]


비록 선근의 근원은 한 몸[一體]이지만
진실로 회향을 말미암아서 천차만별이 있는 것이다.

『비유왕경譬喩王經』 상권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겁파사루劫波娑縷가 같은 나무에서 생기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정교한 옷을 잘 지어서 그 가치가 백천百千이지만, 한 사람은 머슴들의 거친 옷을 지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옷을 직조하는 장인이 겁파사루의 가치는 백천인데 어째서 거친 옷을 짓느냐고 말해도, 그는 옷을 직조하는 장인의 좋은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단지 머슴의 옷만을 짓는다.
사리불이여, 비록 동일한 선善이라도, 어떤 이는 성문을 반연하고, 어떤 이는 보리로 회향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발자함發字函]


27) 조상품造像品[24칙]

부처님께서 도리천에 올라가 오랫동안 안거安居하시니
왕은 존귀한 얼굴을 흠모하여 처음으로 상像을 조각했다.

『조상공덕경造像功德經』 상권에서 말하였다.
“제석천이 부처님께 도리천忉利天에 올라가 여름 3개월 동안 지내시면서 어머니 마야摩耶 부인을 위해 법을 설해 주시기를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고 떠나셨다.
이 때 우전왕優塡王은 항상 부처님을 우러르는 마음을 품고 있어도 뵙지를 못하자, 그 나라 안에 있는 솜씨 좋은 장인에게 칙령을 내려서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어 예배하고 공양하려 했다.
비수갈마천毘首羯磨天이 장인으로 화현해서 왕에게 아뢰었다.
‘저의 솜씨는 정교해서 세상에서 상급입니다.’
왕은 즉시 향기로운 나무를 선택하여 몸소 어깨에 짊어져 하늘의 장인에게 가져다 주고, 도끼를 잡고서 나무를 쪼갰다. 그 소리가 위로 삼십삼천에 사무쳐서 부처님의 회상에까지 이르렀는데, 부처님의 신력으로 소리가 미치는 곳의 중생 가운데 이 소리를 들은 자는 죄의 더러움과 번뇌가 모두 소멸되었다.
이 때 여래께서는 왕의 공덕을 갖가지로 찬탄하시고는 멀리서 보리의 수기를 주셨다.
제석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인간 세계에 어떤 사람이 지난 생에 부처님의 상像을 조성한 적이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전에 불상佛像을 만든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이미 해탈을 얻어서 하늘의 무리 가운데도 오히려 있지 않거늘, 하물며 나머지 처소이겠는가?’[비자함悲字函]

법화法華에 들어가는 게송에서 말하였다.

어떤 경우엔 7보寶로써 조성하고
놋쇠나 적백赤白의 구리로
백랍과 아연, 주석으로 만들고
무쇠와 나무, 진흙으로 만들고

혹은 아교나 옻으로 장식하기도 하고
채색한 그림으로 불상을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 만들든 사람을 시켜서 만들든
모두가 이미 불도佛道를 성취한 것이다.

나아가 동자가 초목이나
붓으로 장난삼아 만들든
혹은 손가락 끝으로
그려서 불상을 만들든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점점 공덕을 쌓아서
대자비의 마음을 구족하여
모두 다 불도佛道를 성취했다.”[죽자함竹字函 제10권]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도리천 위에 올라가신 지 오래 되었을 때 우전왕優塡王은 부처님에 대한 연모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서 황금을 주조하여 불상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내려오신다는 소식을 듣자, 코끼리에다 불상을 싣고 세존을 우러르기를 마치 살아 있는 부처님을 대하듯 했다. 이내 멀리서 부처님의 발이 허공을 걸으시면서 쌍련화雙蓮華를 딛고 대광명을 놓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불상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대는 내세에 크게 불사佛事를 지으리라. 내가 멸도滅度한 후에 나의 모든 제자들을 그대에게 부촉하노라.
만약 어떤 중생이 형상을 조성해서 건립하고 갖가지로 공양하면, 이 사람은 후세에 반드시 염불청정삼매念佛淸淨三昧를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말을 제자들에게 널리 알려라. 내가 멸도한 후에 부처의 형상을 조성하거나 부처의 자취를 그려서 남들로 하여금 이것들을 보고 환희하는 마음을 내게 한다면, 능히 항하사 겁의 나고 죽는 죄를 없앨 수 있느니라.’ ”[영자함靈字函 제7권]


불상을 조성하고 수리하는 미묘한 이익은
천상이나 부처를 짓는 훌륭한 원인이 된다.

『조상공덕경造像功德經』 상권에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의 법이 아직 멸진하지 않았는데도 능히 불상을 조성한다면 미륵의 첫 회상에서 모두 해탈을 얻을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것이 32상相의 원인이 되어서 능히 성불하게 하는 것이다.”[비자함悲字函]

『우전왕경優塡王經』에서 말하였다.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어떠한 복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세세생생토록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의 사람 가운데서 복을 받아 쾌락을 누리고, 신체는 금색이고 용모는 단정해서 사람들에게 사랑과 공경을 받는다.
만약 사람 가운데 태어나면, 항상 제왕이나 대신이나 장자나 어질고 선한 가문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존경을 받고 부귀를 누린다.
만약 제왕이 되면 왕 중에서도 특히 존귀하고, 만약 천왕이 되면 천天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서 헤아릴 수 없는 겁을 거치면 반드시 성불하게 된다.’ ”[대자함對字函 제8권]

『화엄경』에서 말하였다.
“널리 중생을 구제하는 묘덕妙德의 야신夜神이 인지因地 시절에 묘한 눈[妙眼]의 여인이 되었는데, 보현이 수행을 권했기 때문에 불상을 무너뜨리고서 다시 채색해서 그린 뒤 보배로써 장엄하였다. 보리심을 일으킨 것이 보현 선지식으로부터 말미암았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인왕天人王의 종족 가운데 태어났다. 온갖 상相이 원만해서 항상 모든 부처님을 친견하고 보현을 가까이함으로써 깨달음을 열고 성숙하였다.”[수자함首字函 제10권]

『조상공덕경』 상권에서 말하였다.
“교범파제憍梵波提가 옛날 소의 몸이 되었을 때 수초水草를 찾으러 오른쪽으로 정사精舍를 돌다가 존귀한 용모를 보고는 환희심을 일으켰다. 바로 이 복을 탔기 때문에 지금은 해탈을 얻었다.”[비자함悲字函]


상相이 단엄端嚴하지 않으면 마땅히 죄가 있는 것이며
도둑질을 해도 공양하려는 것이라면 또한 허물이 없다.

『제경요집』에서 말하였다.
“만약 상像을 만드는 사람이 불상을 조성하는 데 상相을 갖추지 못한다면, 5백만 대[世] 동안 모든 감관[根]을 갖추지 못하니, 첫 번째로 마음 쓰는 것이 최상의 묘과妙果가 된다.”[대자함對字函 제8권]

또 말하였다.
“불상을 도둑질한 자가 청정한 마음으로 공양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 이렇게 생각한다.
‘저쪽도 제자라면 나도 제자다.’
이와 같은 사람은 비록 취하여 공양하는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모두 범하지 않는 것이다.”[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시주施主와 뜻이 통하면 범한 것이 아니고 국집하면 중죄를 범한 것이라는 말이다.] [대자함對字函]
장인은 마땅히 거스르지 말고 바름을 취해야 하니
불단佛檀에서 어찌 다른 것을 위할 수 있겠는가?

『불재금관경복경佛在金棺敬福經』에서 말하였다.
“상像의 주인은 도道의 품삯을 논하지 말고, 상像을 지은 장인은 객客이 만들었다고 말하지 말라. 불상을 조성하는 보시로 두 사람이 얻은 복은 헤아릴 수 없으며, 나의 약칙約勅을 받아들였으니 바로 부처님의 참다운 자식이로다.
여쭈었다.
‘장인의 법에서 상像을 지어 물건을 얻는 것은 합당하게 가치를 취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치를 취한 것이 아니다. 마치 부모를 팔아서 재물을 취한 것과 같으니, 거스른 과오가 3천이라서 진실로 천마天魔이다. 급하게 나의 불법을 여의니 내 권속이 아니로다.’
술을 마시고 다섯 가지 매운 음식[五辛]을 먹는 무리들은 성스러운 가르침에 의거하지 않아서 비록 상像을 마치 티끌이나 모래 수처럼 조성하더라도 그 복은 매우 적으니, 겁劫이 탈 때에는 용궁에 들어가지 못하며, 수고로워도 공功은 적고, 공경하지 않은 죄로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간다. 공장工匠을 주관해도 이익이 없고 모든 천天도 돕지 않으니, 조성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직심直心으로 예배해야만 얻는 복도 한량없다.”

또 『죄복결의경罪福決疑經』에서 말하였다.
“승니僧尼와 백의(白衣:재가 불자)가 혹은 스스로 재물을 희사하거나 혹은 권화勸化의 물건으로 부처님을 본떠서 수용受用하여 경영한다. 사람이 장차 이 물건을 가지고 새나 짐승을 만들어서 형상 앞에 안치하고 불반佛槃 위에 안치하여 만滿 5전錢의 손해를 보았다고 계산한다면, 거스르는 죄를 범한 것이라서 궁극적으로 돌아오질 못하고 1겁 동안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진다. 향기로운 기름과 등燈 공양을 바치는 자는 범하는 것이 없어서 부처님께 이익을 구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이익이 소멸하지 않는다.”[대자함對字函 제8권]


일찍이 불상을 조성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성실했으며
입상立像의 과보는 다른 사람이 목격한 것을 통해 얻었다.

『법원』에서 말하였다.
“위魏나라 천평天平 연간에 정주定州의 손경덕孫敬德은 관음상을 조성해서 항상 예배하고 섬기기를 거듭했다. 나중에 도적의 침입을 받았는데 이기지 못해 약탈을 당하고 말았다. 마침내 망령되이 죄를 받아서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 때 꿈에 한 사문이 나타나 『구생관세음경救生觀世音經』을 외우라고 하면서 천 번을 외우면 풀려날 수 있다고 했다.
유사(有司:담당 관리)에게 묶여서 저자로 향해 걸으면서도 계속 외워 형장에 이르러 천 번을 채웠다. 칼로 내리치니 저절로 부러져 세 조각이 나면서 피부와 살은 다치지 않았다. 모두 세 번을 바꾸면서 내리쳤는데도 칼은 처음처럼 부러졌다.
관리가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 왕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다. 마침내 손경덕은 죽음을 면하고 풀려났다. 돌아와서 불상의 목을 보니, 위쪽에 세 번 칼을 댄 흔적이 있었다. 감응해서 통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고자함藁字函 제7권]
“또 수나라 때에 응관사凝觀寺에 법경法慶이라는 승려가 있었다. 그가 개황開皇 3년에 석가모니의 입상立像을 한 분 조성했는데, 높이가 한 길 여섯 자였다.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법경은 죽고 말았다.
그 날 대지大智라는 승려가 죽은 지 3일 만에 다시 소생해서 말했다.
‘염라대왕 앞에서 법경을 보았습니다. 잠시 있다가 법경이 조성하던 상像이 이르자, 염라대왕이 급히 계단을 내려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불상이 염라대왕에게 말했습니다.
‘법경이 나를 조성하는 일을 아직 끝내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죽게 했는가?’
좌우의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법경의 목숨은 아직 마치기엔 합당하지 않으나 식료食料가 이미 다했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연잎을 공급하도록 하여 그의 복업福業을 끝내도록 하라.’’
잠시 뒤 법경은 다시 살아났다. 염라대왕이 말한 것처럼 그는 항상 연잎을 훌륭한 맛으로 여기면서 먹었으며, 다른 음식은 소화가 되질 않았다. 불상이 조상된 뒤 수년이 지나서 죽었다.”[고자함藁字函 제4권]


몰래 불상의 구슬을 훔치려고 하자 몸이 점점 치솟았고
물러나서 부처님의 연민을 구하자 머리가 다시 숙여졌다.

『서역기西域記』에서 말하였다.
“승가라국僧伽羅國의 정사에 황금 불상이 있었는데, 육계肉髻를 귀한 보석으로 장식하였다. 나중에 어떤 도둑이 보석을 취하려고 하자, 불상이 점점 높이 올라갔다. 도둑은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하자 물러나 탄식하였다.
‘여래께서는 옛날에 보살행을 닦으실 때 광대한 마음을 일으키시고 커다란 서원을 발하셨다. 위로는 자신의 목숨과 아래로는 나라와 성에 이르기까지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서 일체를 두루 공급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어째서 남겨진 불상이 보석을 아까워하며 예전의 행을 밝히지 않는 것일까?’
그러자 불상이 곧 머리를 숙여서 보석을 주었다.
그러나 도둑은 발각되어서 사로잡혔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얻었는가?’
도둑이 말했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제게 주신 것이지, 제가 훔친 것이 아닙니다.’
왕은 그가 진실하지 않다고 여겨서 명령을 내려 조사하도록 했다. 불상은 아직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왕은 생각했다.
‘성스러운 영험이니 이 사람을 벌해서는 안 되겠구나.’
그리고는 다시 보배 구슬로 바꾸어서 불상의 정수리에다 박아 두었다. 머리를 숙인 것은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의자함疑字函 제6권]


진영[眞儀]은 벽화에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황벽黃蘗이 이름을 부르니 그가 문득 알아차렸다.

『전등록傳燈錄』에서 말하였다.
“배상국裵相國의 이름은 휴休이다. 절에 들어가서 향을 피우다가 벽화를 바라보고는 이내 물었다.
‘진의(眞儀:眞影)는 바라볼 수 있는데 고승은 어디에 있는가?’
승려들이 모두 대답하지 못했다.
배휴가 말했다.
‘이곳에 선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한 분의 운사運師[뒷날 황벽에 주석했다.]가 있습니다.’
황벽을 청한 뒤 상견례를 하면서 배휴가 말했다.
‘저에게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부디 한마디 내려 주십시오.’
황벽 선사가 말했다.
‘부디 상공相公께서 질문하십시오.’
배휴가 앞서 있었던 이야기를 거론하자, 선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휴야.’
배휴가 ‘네’ 하고 대답하자, 선사가 말했다.
‘어느 곳에 있느냐?’
배휴가 즉각 지취旨趣를 알았다.”[진자함振字函 제2권]


목불木佛을 태운 일로 인해 질책을 받았으나
이미 사리가 없는데 무엇이 해롭겠는가?

또 말하였다.
“단하丹霞 선사가 혜림사慧林寺에 머물 때였다. 추위가 심하자 선사는 곧 목불木佛을 가져다가 태워 버렸다. 원주院主가 질책하자 선사가 말했다.
‘나는 목불을 태워서 사리를 취하려 하네.’
원주가 말했다.
‘나무 불상에 무엇이 있겠소이까?’
선사가 말했다.
‘이미 사리가 없다면 다시 양존兩尊마저 태워야겠네.’
나중에 원주는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다.”[제4권]


마魔의 무리를 어떻게 식별하여 볼까?
색상色像은 숭상할 만하지 않다고 말하네.

『능엄경楞嚴經』에서 말하였다.
“한 종류의 음마陰魔로서 아만我慢을 일으키는 자가 있어 탑과 사당에도 예배드리지 않고 경전과 불상을 훼손한다. 그러면서 단월檀越에게 말한다.
‘이것은 곧 황금과 구리, 혹은 나무나 흙일 뿐이고, 경전은 나뭇잎이나 혹은 첩화氎花일 뿐이다. 육신은 참되고 항상한 것인데도 스스로 공경하지 않고 도리어 나무나 흙을 숭상하니, 실로 전도顚倒된 것이다.’
그리하여 중생을 의혹하게 하여 그를 따라서 훼손하여 무간지옥에 들어가게 한다.”[염자함染字函 제9권]


있다[有] 없다[無] 갈피 없는 말[活語]이 천기千機로 변하니
죽은 뱀을 잡고서 똑같이 보지 말라.

『통요統要』에서 말하였다.
“지장智藏 선사에게 장졸張拙 수재秀才가 물었다.
‘산하대지는 유有인가, 무無인가? 3세世의 모든 부처님은 유有인가, 무無인가?’
선사가 ‘모두 유有입니다’고 말하자, 장졸은 ‘틀렸다’고 말했다.
선사가 말했다.
‘선배께서는 어느 분을 참례하였습니까?’
장졸이 말했다.
‘일찍이 백장百丈 선사를 참례한 적이 있는데, 그러한 질문이 있자 모두 무無라고 말씀하셨다.’
선사가 말했다.
‘선배께 가까운 혈족이 있습니까?’
‘아내와 두 명의 자식이 있다.’
또 물었다.
‘백장 선사에게 가까운 혈족이 있습니까?’
말하였다.
‘백장은 고불古佛이니 화상을 비방하지 않는 게 좋다.’
선사가 말했다.
‘선배가 백장과 닮게 될 때가 되거든 일체가 다 무無입니다.’
장졸은 머리를 숙이고 말았다.”[제3권]
[단하丹霞 선사가 불상을 태운 일과 음마陰魔가 불상을 배척한 것은 그 일은 비록 같더라도 보는 바는 완전히 다르다. 모름지기 사람마다 단하라야 바야흐로 불상 태운 것을 인정하고, 하나하나가 백장이라야 바야흐로 무無라 말하는 것을 인정하리라. 혹시 그렇지 않다고 하면, 지옥에 들어감이 마치 화살과 같다.]


여래를 목욕시키는 것은 공덕의 모습이니
중생이 청정한 몸을 얻기를 널리 바라노라.
『욕상경浴像經』에서 말하였다.
“여쭈었다.
‘불상을 목욕시키는 것은 어찌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우두전단牛頭旃檀ㆍ자단紫檀ㆍ다마라향多摩羅香ㆍ송궁궁松芎藭ㆍ백단白檀ㆍ울금鬱金ㆍ용뇌龍腦ㆍ침향沈香ㆍ사향麝香ㆍ정향丁香을 얻는 바에 따라 끓는 물로 만들어서 청정한 그릇 안에 담아 둔다.
그리고는 먼저 반듯한 단壇을 만들고 미묘한 자리를 펴서 그 위에 부처님을 안치하고 향수로써 차례차례 목욕시킨다. 목욕이 끝나면 다시 청정한 물로 씻어 준다. 불상을 목욕시키는 자는 각각 불상을 목욕시키는 물을 약간 취해서 자기 머리 위에 두고 향을 피워서 불상에 공양한다.
그리고 처음 물을 내릴 때는 반드시 이러한 게송을 외운다.

나 이제 물을 부어 모든 여래를 목욕시키니
청정한 지혜의 장엄으로 공덕이 모이고
5탁濁의 중생으로 하여금 번뇌[垢]를 여의게 해서
여래의 청정한 법신을 증득하기를 바라나이다.

향을 피울 때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외운다.

계戒ㆍ정定ㆍ혜慧ㆍ해탈解脫ㆍ지견知見의 향기는
시방에 두루해서 찰토刹土가 항상 향기롭습니다.
부디 이 향기의 구름 또한 그와 같아서
한량없고 가없는 불사佛事를 짓기 바랍니다.

또한 부디 3도塗 고통의 윤회를 쉬고
모든 뜨거움을 제거해서 청량함을 얻음으로써
모두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영원히 애욕의 강을 벗어나 피안彼岸에 오르기 바랍니다.’ ”[여자함女字函 제8권]


이것은 마음대로 그렇게 목욕시키지만
저것도 목욕시킬 수 있겠는가?

『통요統要』에서 말하였다.
“준遵 포납布衲이 부처님을 목욕시켰다. 약산藥山이 물었다.
‘그대는 다만 이것을 목욕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저것을 목욕시킬 수 있는가?’
준이 말했다.
‘저것을 가지고 오십시오.’
약산이 그만두었다.”[제7권]


아육왕이 탑을 만드니 그 공이 얕지 않고
중생이 이를 받드니 그 복이 가없도다.

『아육왕경阿育王經』에서 말하였다.
“여덟 나라가 공통으로 사리를 나누었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이 8만 4천 구를 얻었는데, 황금함에 담아서 백세등百歲燈을 만들어 항하 속에 갈무리하였다.
나중에 아육왕阿育王이 그 국토를 얻었는데, 질투로 인해 8만 4천 궁인宮人을 살해하였다. 아육왕은 나중에 성 밖에 지옥을 지어서 모든 죄인을 다스렸다.
이에 소산消散 비구가 왕을 교화했는데, 왕은 즉시 믿고 깨달아서 비구에게 물었다.
‘8만 4천 궁인을 살해한 죄를 속죄할 수 있습니까?’
도인이 말했다.
‘각각의 사람을 위하여 탑 하나씩 세우고 밑에다 사리를 넣어 두시면 반드시 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왕은 즉시 사리를 찾았다. 등불은 아직도 빛나고 있었는데, 사리를 꺼내자 등불도 꺼져 버렸다.
왕이 괴이하게 생각해서 물었다. 연화蓮華 비구가 말했다.
‘아사세왕이 등불의 기름 양을 사리를 꺼내면 곧 꺼지도록 헤아려 놓은 것입니다.’
또 도인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다 탑을 세워야 합니까?’
도인이 말했다.
‘즉각 신력神力을 사용하겠습니다.’
왼손으로 태양빛을 가리고 8만 4천 길을 만들어서 염부제를 두루 비추니, 비추는 곳마다 다 탑을 세울 만했다. 그래서 8만 4천의 금ㆍ은ㆍ유리ㆍ파리頗梨로 만든 함에 부처님의 사리를 담고, 또 8만 4천의 보배 병을 만들어서 다시 이 함을 담고, 또 한량없는 백천百千의 깃발과 일산의 공양 도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모든 귀신들에게 칙령을 내려서 염부제의 성읍과 취락 등 만滿 1억의 집에 탑을 하나씩 세우도록 하려 했다.
그 때 상좌上座가 있었는데 야사耶舍라고 이름하였다. 왕이 그에게 지시를 했다.
‘나는 하루 안에 8만 4천 탑을 세워서 염부제閻浮提에 두루하고 싶다.’
상좌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15일 식시食時를 정해서 일시에 탑을 세우시죠.’ ”

『십이인연경十二因緣經』에서 말하였다.
“여덟 사람에 대해서는 탑을 세워줄 수 있다. 첫째는 여래이고, 둘째는 보살이고, 셋째는 연각緣覺이고, 넷째는 나한羅漢이고, 다섯째는 아나함阿那含이고, 여섯째는 사다함斯陀含이고, 일곱째는 수다원須陀洹이고, 여덟째는 윤왕輪王이다. 만약 윤왕 이하에 대해 탑을 세우되 하나의 노반露盤11 탑의 상륜相輪의 아래 부분에 해당되는 기초 부분을 말한다. 인도탑의 기단基壇 부분에 해당한다.
을 안치하면, 곧 예를 얻지 못하니 성스러운 탑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과初果의 2로 반에서부터 여래의 8로 반 이상은 모두 불탑佛塔이다.
탑을 안치하는 데 세 가지 뜻이 있으니, 첫째는 사람 가운데 뛰어남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며, 둘째는 남으로 하여금 믿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은혜를 갚기 위한 것이다. 만약 범부나 비구 가운데서도 덕망이 있는 이라면 역시 탑을 세워줄 수 있으나, 나머지는 합당하지 않다.”[예자함隷字函 제7권]

『욕상경浴像經』에서 말하였다.
“청정혜淸淨慧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친근하게 공양한 사람과 멸도하신 후에 사리에 공양한 사람이 있다면, 이 두 부류 사람의 공덕이 동등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부처님의 청정한 몸은 능히 향기로운 꽃ㆍ깃발ㆍ일산ㆍ향수욕ㆍ음식ㆍ노래로 공양할 수 있으니, 여래는 이러한 공덕을 일체종지一切種智에 회향함으로써 얻는 공덕이 한량없고 끝없으며 나아가 보리를 성취한다.
멸도한 후에 부처의 형상을 마치 보리알[大麥]만큼 만들고, 탑을 마치 암라수 열매만큼 조성하고, 표찰表刹은 마치 바늘만 하고, 일산은 마치 부평浮萍만 하고, 지닌 부처님의 사리가 겨자 크기만 하더라도, 그 속에 안치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세상에 있는 것과 같아서 차별이 없으니, 열다섯 가지의 공덕을 얻는다.
첫 번째는 청정한 염심念心을 얻는 것이며, 두 번째는 법에 수순하는 마음을 얻는 것이며, 세 번째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얻는 것이며, 네 번째는 여래를 보게 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청정한 신심信心을 일으키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정법正法을 능히 지니는 것이며, 일곱 번째는 설하신 대로 수행하는 것이며, 여덟 번째는 모든 부처님과 친근하게 되는 것이며, 아홉 번째는 모든 불국토에서 수희隨喜하고 수용受用하는 것이며, 열 번째는 위대한 성씨의 가문에 태어나서 존중을 받는 것이며, 열한 번째는 인간 가운데 태어나자마자 불심佛心을 염하는 것이며, 열두 번째는 마[魔]가 교란시킬 수 없는 것이며, 열세 번째는 능히 정법을 수호하는 것이며, 열네 번째는 모든 부처님께서 보호하시는 것이며, 열다섯 번째는 법신法身을 성취하는 것이다.’ ”[여자함女字函 제8권]


탑을 조성하다가 다시 부수니 큰 물고기의 과보를 받고
옛 탑을 다시 수리하니 천자天子의 영예를 받았다.

『비유경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사문이 있었는데, 그 집안이 대부호였다. 탑과 절을 조성하는 데 전단旃檀으로 기둥을 삼고 7보로 찰刹을 삼았다. 아직 다 이루지 못했을 때 5백 명의 사문이 멀리서 오자 나라 안에 있던 현자 5백 명이 저마다 가사와 옷을 제공하였다.
사주寺主 사문이 말했다.
‘나는 공덕을 수미산처럼 쌓는데도 나라 사람들이 돕지 않았는데, 가까운 사람을 천시하고 멀리서 온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구나.’
문득 사찰과 탑을 불태워 버리니, 나중에 지옥과 축생에 떨어져 각각에서 90겁을 지냈다. 다시 커다란 물고기가 되었는데, 길이는 40만 리이고 눈동자는 마치 해와 달과 같았으며, 어금니는 길이가 2만 리나 되었는데 설산처럼 하얀색이었으며, 혀는 너비가 4만 리로서 화산처럼 붉었고, 눈은 너비가 5만 리였다.
당시 5백 명의 사람이 바다로 들어가서 보배를 캤는데, 바로 전생에 5백 명의 사문에게 옷을 제공한 자들이었다. 숙세의 인연으로 대면하자, 그 물고기는 입을 벌려 물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배가 물결 따라 매우 빠르게 빨려 들어가니, 모두 크게 두려워하면서 나무불南無佛을 외웠다.
물고기가 그 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고서 귀를 기울이니 물이 멈추면서 흐르지 않았다. 물고기는 곧 눈물을 흘렸다.
‘이 소리를 듣지 못한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구나.’
물고기는 음식을 먹지 않아서 목숨이 끊어졌다. 시체가 떠올라 바다 언덕에 닿으니, 그 신神이 법의 가문에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능히 말할 수 있었으며, 문득 숙명을 알아차렸다. 나이 여덟 살이 되자 나한羅漢의 도를 얻었는데, 다시 해변으로 가 보니 자신의 옛 몸으로 쌓인 뼈가 마치 산과 같았다. 탑과 절을 불태운 탓에 180겁 동안 악도惡道 속에 있었던 것이다.”

『출요경出曜經』에서 말하였다.
“가섭불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부처님의 사리로 칠보탑을 세웠다. 그러나 몇 세상이 지난 뒤에는 저절로 무너졌는데 보수하는 자가 없었다.
병사甁沙는 인지因地에서 상수上首가 되어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몸은 얻기가 어렵다. 비록 얻어서 사람이 되었더라도, 어떤 경우엔 변방의 땅에 떨어지거나 삿된 견해를 지닌 가문에 태어난다. 우리가 외람되게 어찌 세속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 있겠는가?’
그는 9만 3천 명을 이끌고서 함께 오래된 탑을 수리하니 이내 복원되었다. 병사는 이렇게 발원하였다.
‘3도塗와 8난처難處에 떨어지지 않고, 모두 함께 인천人天에 태어나 석가문釋迦文을 뵙고 첫 회상의 설법에서 다 해탈할 수 있게 하옵소서.’
그들은 목숨을 마치자 하늘에 태어나 몇 세상을 지냈다. 그러다가 석가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자 9만 3천 명은 마갈국摩竭國에 태어났고, 병사는 왕이 되었다. 과보가 앞서의 발원과 부합한 것이었다.”[이상 운자함雲字函 제6권]


탑에서 꽃을 훔치자 이로 인해 갑자기 창瘡이 생겼고
다시 우두전단향으로 갚으니 몸이 편안한 상태로 돌아왔다.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구루손拘樓孫부처님 당시에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호색한好色漢이었다. 한번은 음녀를 보자 마음에 탐착이 생겼다. 줄 만한 재물이 없자 마침내 탑 속에 들어가서 꽃을 훔쳐다 주었다.
이윽고 함께 밤을 지내는데, 새벽에 몸에 갑자기 악창惡瘡이 난 것을 발견했다. 말할 수 없이 아파서 의사를 불러 치료를 부탁했다. 의사가 말했다.
‘반드시 우두전단牛頭旃檀을 악창 위에 발라야 나을 것이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즉시 집을 팔아서 황금 60만 냥을 얻었는데, 그 돈으로 향 여섯 냥을 사서 악창에 바르려고 했다. 마음 깊이 스스로 생각하다가 의사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걸린 병은 마음의 병입니다.’
즉시 우두전단을 찧어서 가루로 만든 뒤에 그 탑 속에 들어가서 서원을 발했다.
‘여래께서는 옛날에 온갖 고행을 닦으시면서 중생 제도를 서원하셔서 그 액난에 따르셨습니다. 부디 오직 자비로써 저의 이 병을 없애 주옵소서.’
이렇게 서원한 후 향을 탑에 바름으로써 꽃값을 치르고 애절하게 참회하였다. 이윽고 악창이 나으면서 털구멍에서는 향기가 났다. 그는 이 공덕으로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인 가운데 태어났으며, 가는 곳마다 연꽃이 발을 받치고 몸의 모든 털구멍마다 향기가 있었다. 나중엔 무상無常을 깨달아서 벽지불을 이루었다.”[예자함隷字函 제8권]


무봉탑無縫塔의 모습을 분명히 들어도
현관玄關을 투과하지 못하면 어긋난다.
『전등록』에서 말하였다.
“남양南陽 혜충 국사가 교화할 인연[化緣]이 장차 다해서 대종代宗에게 사직했다.
대종이 물었다.
‘국사께서 멸도滅度하신 후에 제자는 장차 무엇을 기억해야 합니까?’
국사가 말했다.
‘단월檀越에게 알려서 하나의 무봉탑無縫塔을 세우십시오.’
‘국사에게 그 모습을 청합니다.’
국사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알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빈도貧道가 떠난 후에 시자侍者인 응진應眞이 이 일을 알 것입니다.’
나중에 응진을 안으로 불러들여서 앞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물었다. 응진도 한참 만에 말했다.
‘성상聖上께서는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응진이 게송을 읊었다.

상강[湘]의 남쪽이요 담수[潭]의 북쪽이니
그 가운데 황금이 한 나라에 가득하네.
그늘 없는 나무 아래서 똑같은 배를 탔건만
유리전琉璃殿 위에는 아는 이[知識] 없구나.”[진자함振字函 제5권]


28) 사친품事親品[22칙]

부모를 어깨에 메더라도 은덕 갚기가 어렵고
천룡을 공경하고 섬긴들 어찌 부모 봉양함과 같겠는가.

『부모은난보경父母恩難報經』에서 말하였다.
“부모는 자식에게 커다란 이익을 준다. 젖을 먹여 오랫동안 기르면서 때에 따라 양육하니 4대大가 이루어지게 된다.[기태품記胎品에 상세히 보인다.]
설사 오른쪽 어깨에 아버지를 짊어지고 왼쪽 어깨에 어머니를 짊어지고 천 년을 지내면서 등 위에서 편안하게 모시더라도 부모의 은혜를 갚기에는 부족하다.”[학자함學字函 제6권]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서 말하였다.
“범인이 천지의 귀신을 섬기는 짓은 그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만 못하다. 두 어버이야말로 최고의 신이다.”[사자함辭字函 제7권]

『미륵권효게彌勒勸孝偈』에서 말하였다.[6언]

당상堂上에 계신 부처님 이존二尊께서
오뇌하심을 세상 사람은 알지 못하네.
황금 채색으로 장식하는 것도 아니고
단향檀香으로 조각함도 아니라네.

다만 현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피건대
바로 석가와 미륵이로구나.
만약 능히 공양한다면
어찌 따로 공덕을 짓겠는가?

부모에게서 소생所生함을 인因하지 않고
또한 그대의 몸을 어떻게 얻었다고 말하리오.
어머니는 10개월 동안 잉태하시고
갖은 신고辛苦로 힘써 노역하시다가

풀로 된 자리에 앉을 때에는
생명[性命]이 실 끝에 달린 듯 위험하구나.
찰나간에 자식과 어머니가 서로 만나니
원수 사이 풀린 것을 부끄러워하누나.

딸이든 아들이든 논하지 않고
명월 같은 보배 구슬처럼 아껴주면서
자라나 성인되길 얼마나 기대했던가.
완전히 효의孝義와 예절이 없어서

물을 때는 성난 눈과 노여운 눈동자요
응대할 때도 원수 대하듯 하네.
부모는 잠깐 사이에 탄식하면서
참담한 슬픔으로 두 줄기 눈물이 흐르누나.

그대가 도리어 이와 같은 사람 된다면
앞날 소식을 묻지 말게나.
내가 보건대 불효하는 사람은
허공의 뇌공雷公이 내리는 벽력으로
벌을 받아서 현세에는 빈궁하니
영락한 모습이 조석朝夕을 가누지 못하누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여쭙고
온 힘을 다해 안색을 기쁘게 하고 편안케 하라.
만약 봉황의 골수나 용의 간이 필요하다면
결단코 부모를 위해 찾아나서라.

있든 없든 의문의 곡절을 털어놓고
앞에서 거스르는 말을 하지 말라.
살아 계실 때는 맛있는 음식을 모자라지 않게 해서
죽은 뒤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대가 이와 같이 마음을 쓸 수만 있다면
하늘과 땅, 용과 신이 도울 것이니
만약 집안을 부유하게 일으키지 않으면
반드시 고관대작의 지위를 누리리라.


맛있는 음식으로 봉양함은 아직 효가 아니며
마음을 닦는 데 힘씀이 바로 은혜를 갚는 것이다.

『효자경孝子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함에 감로의 백 가지 맛으로 그 입에 맞게 하고, 천상 음악의 갖가지 소리로 그 귀를 즐겁게 하고, 이름난 의복으로 그 몸을 광채나게 하고, 양어깨에 짊어지고서 사해四海를 두루 다닌다면, 효의 큼이 이보다 높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효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어버이가 완고하고 어두워서 3보寶를 받들지 않고, 흉포하게 학대하고 잔인하고 사나우며, 자기 물건이 아닌 것을 외람되게 훔치고, 외부의 색色에 마음[情]이 물들고, 도리에 맞지 않게 거짓말을 하며, 술에 탐닉하고 취해서 주정을 부리고 정진正眞을 위배하는 흉악함이 이와 같다면, 자식은 마땅히 깨달음을 열어 주는 마음으로 정도正道를 숭상하고 부처님의 5계戒를 받들 것을 강력히 간해야 한다. 즉 어질고 두려하여서 살생하지 않고, 청정하고 겸손해서 도둑질하지 않고, 정결貞潔해서 음란하지 않고, 믿음을 지켜서 속이지 않고, 효도하고 순종하면서 취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두 어버이가 세상에 계실 때는 항상 편안하게 해드리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서 모든 부처님의 회상에서 설법을 들을 수 있도록 한다면, 괴로운 이별이 길더라도 오직 이것만을 효라고 한다.’ ”[무자함無字函 제10권]


어머니께 2전錢 공양으로 보배성의 즐거움을 누리고
어머니 머리카락을 끊었기에 화륜火輪의 재앙을 받았다.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사람이 부모에게 자그마한 공양이라도 짓는다면 얻는 복이 한량없고, 조금이라도 순종하지 않는다면 그 죄 역시 한량없다. 나는 과거 세상에서 바라나국波羅柰國에 있는 장자의 자식이었는데, 자동녀慈童女라고 이름하였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만 계셨는데, 집이 가난해서 장작을 팔아 하루에 2전錢씩 벌어서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얻는 이익이 점점 많아져서 하루에 4전을 벌거나 혹은 8전을 벌거나 16전까지 벌어서 어머니를 봉양하는 데 보탰다.
나중에 친구와 결사를 해서 바다로 보물을 캐러 가려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는데 들어주질 않았다. 아이는 문득 어머니를 끌어당긴 나머지 여러 개의 머리카락이 끊어졌다. 바다로 가서 보물을 얻은 뒤 돌아오는 도중에 친구를 잃어서 길을 잃어버렸다.
어느 산 위에 도달해서 유리성瑠璃城을 보았는데, 네 명의 옥녀玉女가 네 개의 여의주를 들고서 기악을 울리며 맞이하러 나왔다. 그는 그곳에서 4만 년이나 머물면서 커다란 쾌락을 누렸다. 다음에는 파리성頗梨城에 도달했는데, 여덟 명의 여인이 여덟 개의 여의주를 들고서 마중 나왔으며, 그곳에서 8만 년을 머물렀다. 다음에는 은성銀城과 금성金城에 도달했는데, 이전보다 배나 되는 한량없는 즐거움을 누렸다.
나중에는 철성鐵城에 도달했는데, 한 사람이 머리에 화륜火輪을 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동녀의 머리 위에 그 화륜을 씌운 뒤에 떠나갔다. 그 때 동녀가 물었다.
‘내가 이고 있는 이 화륜을 언제 벗을 수 있습니까?’
옥졸이 대답했다.
‘사람이 죄업과 복업을 지어서 온갖 성을 거쳤으면, 앞으로 그것을 대신하러 올 자가 있을 것이다. 만약 대신할 자가 없다면 끝내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동녀가 다시 물었다.
‘나에게 어떤 죄와 복이 있길래 이렇게 된 것입니까?’
옥졸이 대답했다.
‘그대는 옛날에 2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했기 때문에 유리성에서 네 명의 여인과 네 개의 여의주를 얻어서 4만 년의 즐거움을 누렸다.[나머지 성은 이미 앞의 문장에서 나왔다.] 그러나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끊었기 때문에 지금 철성에 들어와서 화륜의 과보를 받는 것이다.’
동녀가 다시 옥졸에게 물었다.
‘지금 이 감옥 안에 나처럼 죄를 받는 자가 있습니까?’
옥졸이 대답했다.
‘헤아릴 수 없다.’
동녀는 즉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금 면할 수 없으니, 부디 모든 고통을 받는 자들로 하여금 내 몸에 모이게 하소서.’
그러자 철륜이 홀연히 떨어지고 목숨이 끝나 도솔천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동녀는 바로 지금의 나 자신이니라.’ ”[칠자함漆字函 제9권]


목련이 어머니를 구해 주길 애원하니
세존께서 특별히 그를 위해 우란분절을 마련하시다.

『보은봉분경報恩奉盆經』에서 말하였다.
“대목건련大目犍連이 비로소 6신통을 얻어서 부모를 제도하여 젖을 먹인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였다. 즉시 도안道眼으로 살펴보니, 죽은 어머니는 아귀 가운데 태어났다. 목련은 슬프고 애처로워서 밥을 가지고 가서 드시게 하려 하였으나, 밥은 불에 탄 재로 변하고 말았다. 목련이 부처님께 여쭙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어머니는 죄의 뿌리가 깊게 얽혀서 그대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으니, 반드시 시방 승려들의 위신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셔서 7월 15일 액난 속에 있는 일곱 대[世]의 부모를 위해서 밥과 온갖 맛있는 것[百味]과 다섯 가지 과일 등 온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갖추게 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그릇 속에 담고, 향기로운 기름ㆍ촛대ㆍ상ㆍ와구 등을 갖추어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대덕과 승려들에게 공양하게 했다.
바로 이 날에 일체의 성스러운 대중들은 혹은 산 속에서 선정을 닦았고, 혹은 네 가지 도과道果를 얻었고, 혹은 나무 아래에서 경행經行하였고, 혹은 6신통을 얻었는데, 이러한 성문ㆍ연각ㆍ보살ㆍ대인ㆍ권화를 보인 비구는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모두 동일하게 일심으로 발화라鉢和羅를 받아서 청정한 계율을 갖추었고, 성스러운 대중의 도는 그 덕이 넓고 컸다. 능히 이런 자자自恣의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자는 일곱 세상의 부모와 여섯 종류의 친족이 3도塗를 벗어나고 때에 감응해 해탈하였으며, 현재의 부모는 백 년의 수명을 누렸다. 부처님께서는 승려들에게 반드시 시주의 일곱 세상 부모를 위하여 선정의 뜻을 행한 뒤에야 공양을 받도록 지시했다.”[여자함女字函 제8권]


살아 계실 때 맛있는 음식을 드려야 어버이가 맛을 볼 텐데
죽어 이별한 뒤 잔을 채우고 쟁반에 담으니 다만 흠향할 뿐이다.

『잡비유경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현자가 법을 받들면서 정진하다가 죽어서 하늘에 태어났다. 아내와 자식이 추모하느라고 삶고 죽여서 만든 음식을 무덤 위에 바치면서 슬프게 소리내어 울었다. 천안天眼으로 멀리서 보니, 그 어리석은 호곡 소리가 불쌍했다.
그래서 어린아이로 화현하여 근처에서 소를 몰고 있었다. 소가 갑자기 죽자 어린아이는 곧 울부짖으며 풀을 베어다가 앞에 놓고 먹으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웃으면서 물었다.
‘누구 집 자식인가? 소는 이미 죽었으니, 마땅히 돌아가서 집에다 말하거라. 울부짖은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죽은 소가 어찌 알겠느냐?’
아이가 말했다.
‘저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죽은 소가 아직 있으니 오히려 희망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일찍 죽었는데, 설령 백 가지 음식을 차려 놓고 다 함께 호곡을 한들 타 버린 뼈가 어찌 알겠습니까?’
사람들은 아이의 말을 듣고서 금방 이해했다.
아이가 말했다.
‘나는 본래 너희들의 아버지다. 부처님의 은혜를 받아서 하늘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내려온 것인데 다시 하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와 같이 되기를 바란다면 마땅히 도업道業을 닦아야 한다.’
이와 같이 말한 뒤에 홀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처자와 권속들은 이로부터 반성하고 깨달아서 부처님을 받들고 보시를 행하여 모두가 도의 자취를 얻어서 동시에 하늘에 태어났다.”[도자함圖字函]


학이 새끼를 구하는 것 때문에 하늘이 칭찬하고
앵무새가 부모를 보살피는 것을 보고 사람이 부끄러워하도다.

『육도집경六度集經』에서 말하였다.
“과거에 학이 새끼 세 마리를 낳았다. 당시 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서 먹이가 없자, 학은 스스로 겨드랑이 살을 찢어서 새끼 세 마리의 목숨을 구제했다. 새끼들이 의심하며 말했다.
‘이 맛과 느낌은 바로 우리 어미의 살맛이 아닌가? 차라리 우리 목숨을 마칠지언정 어머니의 몸을 다치게 하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입을 다물고 먹지를 않았다.
천신이 찬탄하며 말했다.
‘어미의 사랑과 자식의 효도가 진실로 드문 일이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학의 어미는 바로 나이며, 새끼 세 마리는 사리불과 목련과 아난이다.’ ”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설산雪山에 앵무새 한 마리가 살았다. 부모가 모두 장님이라서 항상 좋은 열매를 물어다 앞을 못 보는 부모를 봉양하였다.
그 때 어떤 밭 주인이 처음 곡식을 심을 때 중생과 더불어 함께 먹겠다고 서원했다. 앵무새의 새끼는 그 밭의 주인에게 보시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고는 항상 곡식을 물어다 부모를 공양하였다. 밭의 주인은 나중에 벌레와 새가 곡식을 밟아 해치는 것을 보고는 성을 내면서 문득 그물을 놓아 앵무새를 사로잡았다.
앵무새가 말했다.
‘보시하는 마음을 보았기 때문에 감히 와서 곡식을 취한 것인데, 어째서 사로잡는 것입니까?’
밭의 주인이 물었다.
‘누구를 위해 곡식을 취한 것인가?’
앵무새가 대답했다.
‘앞을 못 보는 부모가 있어서 때에 맞춰 봉양합니다.’
밭의 주인이 탄식하며 말했다.
‘금수도 이렇게 효성스럽게 부모를 봉양하는데,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지금부터는 언제나 곡식을 가져가도 의심하지 않겠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앵무새는 지금의 나 자신이고, 밭의 주인은 사리불이며, 장님 부모는 정반왕淨飯王과 마야摩耶 부인이니, 이 옛날의 효성스러운 봉양으로 말미암아 지금 성불하게 된 것이다.’ ”[칠자함漆字函 제9권]


어머니에게 고라니 같다는 한마디 욕을 해서
그 벌로 많은 세상 동안 고라니 태胎에서 지냈다.

『보은경報恩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녹녀鹿女 부인이 청정한 꽃으로 덮은 음식 한 그릇을 벽지불에게 보시하였는데, 5백 세 동안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며 연꽃이 그녀의 발을 받쳤다.
그러나 당시 은혜를 알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마치 고라니 같다는 한마디 악담으로 욕을 했기 때문에 5백 세 동안 고라니 뱃속에서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와 승려들에 대해선 마땅히 찬탄해야 한다. 승려들은 삼계三界를 벗어나는 복전福田이며, 부모는 삼계 안의 수승한 복전이다.’ ”[기자함器字函 제3권]

어머니는 아이에게 살생케 하고 죄는 자신이 지겠다고 했지만
아이가 아프자 어머니는 자신이 대신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석교록釋敎錄』에서 말하였다.
“계빈국의 사문 구발마求跋摩는 인애仁愛하는 마음이 많았고 박식하였으며 덕을 숭상하고 선善에 힘썼다.
그의 어머니는 반드시 날고기를 먹어야 했기 때문에 발마로 하여금 고기를 마련토록 했다.
발마가 어머니께 여쭈었다.
‘목숨이 있는 종류라면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어진 사람의 행동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화가 나서 말했다.
‘설사 죄가 있다고 해도 내가 네 대신 감당하마.’
발마가 훗날 잘못해서 끓는 기름에 손을 데었는데, 이 일로 인해 어머니에게 말했다.
‘자식 대신 고통을 참아 주십시오.’
어머니가 말했다.
‘고통은 네 몸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대신할 수 있단 말이냐?’
발마가 말했다.
‘눈앞의 고통도 대신할 수 없는데, 하물며 3도塗의 고통이겠습니까?’
어머니는 곧 깨닫고 뉘우쳐서 종신토록 살생을 하지 않았다.”[생자함笙字函 제5권]


자식이 비록 선을 닦더라도 아버지가 선하지 않다면
아버지의 거짓으로 남은 그늘을 자식이 어찌하리오.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식이 선한 법을 닦고 아버지가 선하지 않은 짓을 하는데 자식이 닦은 선으로 인해 아버지를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것은, 그 뜻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몸ㆍ입ㆍ뜻의 업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지가 죽어서 아귀에 떨어졌다면, 자식이 명복을 빌 때[追福] 반드시 알아서 즉각 얻는다.’ ”[극자함剋字函 제5권]


딸이 비록 복의 과보를 받더라도 아버지와는 상관이 없다.
곡식이 비로 말미암아 자라는데 어찌 은혜가 없겠는가?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선광善光이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다. 총명하고 단정해서 온 궁전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아버지가 딸에게 말했다.
‘네가 그런 것은 내 힘 덕분이다.’
딸이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제 스스로의 업력業力 덕분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성을 내었다. 즉각 좌우 신하로 하여금 한 명의 빈궁한 사람을 찾아내도록 해서 딸에게 붙여 주며 말했다.
‘내 힘을 빌린 것이 아니라니, 지금부터 시험해 보겠다.’
딸은 오히려 다시 대답했다.
‘저에게는 업력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빈궁한 사람과 함께 떠나갔다.
아내 선광이 빈궁한 남편에게 물었다.
‘부모님은 계십니까?’
남편이 대답했다.
‘나는 사위성에 있는 장자의 아들인데, 부모가 모두 돌아가셔서 의지할 데가 없어 구걸하고 다니는 것이오.’
아내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옛 저택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까?’
남편이 대답했다.
‘단지 터만 남았지만 아직도 그대로 있소.’
부부가 함께 가서 두루두루 살피면서 다녔는데 감춰져 있던 창고가 나왔다. 즉시 진귀한 보배로써 저택을 지었는데 한 달 만에 다 지었으며, 궁인과 기녀와 시종을 헤아릴 수 없었다.
왕이 갑자기 선광에 대해 물으니, 좌우의 신하가 아뢰었다.
‘선광과 남편의 궁실宮室은 그 재산이 왕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왕이 가서 보고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즉시 부처님을 찾아가서 여쭈었다.
‘딸아이는 전생에 어떤 복업을 지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한 부인이 발심을 해서 부처님과 승려들에 대한 공양을 차렸는데, 남편이 이를 막자 부인은 즉시 권유해서 깨우쳐 주었소. 일은 다행히 잘 치러지고 남편도 다시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소.
이 때의 부인이 지금의 선광이고, 이 때의 남편이 지금의 남편입니다. 그는 옛날에 부인의 행위를 막았기 때문에 항상 빈천하다가 다시 들어주었기 때문에 그 부인으로 인해 커다란 부귀를 얻은 것이오. 부인이 없다면 다시 빈천해질 것이니, 선과 악이 과보에 따르는 것은 일찍이 어긋난 적이 없소.’ ”[대자함對字函 제1권]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은혜를 알면 은혜를 갚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나는 숙세宿世에 지은 복덕의 인연으로 마땅히 얻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나는 자연히 존귀해졌는데, 당신은 무슨 은혜가 있다고 하는가?’라고 한다.
이러한 삿된 견해에 떨어진 인간은 비록 숙세에 즐거움의 원인이 있더라도 지금의 세상사와 화합하지 못한다면 즐거움을 얻을 길이 없다. 비유하면 마치 곡식을 땅에 심었는데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땅에서 능히 곡식이 자라나기 때문에 비의 은혜가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비록 받아 누리는 것이 숙세에 심은 것이라 할지라도, 부모와 처자 그리고 공양하고 받들어 주는 사람에게 어찌 조금도 은혜가 없다고 하겠는가?”[입자함立字函 제9권]


옥야玉耶가 부녀자의 예절을 지키지 않다가
여래께서 한 번 훈계하시자 마음으로 귀의하다.

『옥야경玉耶經』에서 말하였다.
“급고독장자에게 옥야玉耶라는 며느리가 있었다. 단정하고 얼굴이 예뻤으나 교만한 마음으로 늙은 시어머니와 남편을 섬기지 않았다.
급고독장자가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능히 일체를 교화하실 수 있으니 즉시 가서 사정을 말씀드려서 굴복시켜야겠다. 한 끼의 공양을 마련해서 부처님께 옥야를 위해 법을 설해 달라 청하여 잘못을 고치도록 해야겠다.’
부처님께서 급고독장자의 집에 이르시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와서 부처님께 예배를 했는데, 오직 옥야만이 나오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즉시 그 방의 담벽을 변화시켜서 모두 유리와 같게 하니 안팎을 서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옥야는 깜짝 놀라서 얼른 달려나와 부처님께 예배하고는 참회하였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여, 스스로의 단정함을 믿고서 남편을 경시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하면 단정함이란 삿된 태도인 84가지 더러움을 제거하고 뜻을 정한 한결같은 마음[定意一心]이어야 단정함이라고 하지 얼굴 생김새로 단정함을 삼지 않기 때문이다.
여인의 몸에는 열 가지 나쁜 일이 있다. 첫째 처음 태어났을 때 부모가 기뻐하지 않는 것이며, 둘째 길러 주고 보살펴도 자미滋味가 없는 것이며, 셋째 마음으로 항상 남을 두려워하는 것이며, 넷째 부모에게 시집갈 걱정을 끼치는 것이며, 다섯째 부모와 살아서 이별하는 것이며, 여섯째 남편이 기뻐하고 성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며, 일곱째 잉태해서 출산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며, 여덟째 어려서는 부모의 단속[檢錄]을 받는 것이며, 아홉째 결혼해서는 남편의 구속[禁制]을 받는 것이며, 열째 늙어서는 자손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것이니,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재로움을 얻지 못한다.’
옥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하천하게 태어났으면서도 예의를 알지 못했습니다. 부디 부녀자의 법도를 가르쳐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녀자에겐 다섯 가지 선한 것과 세 가지 악한 것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 선한 것인가? 첫째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마음은 항상 공손하고 순종적이며, 일을 할 때는 먼저 어른께 여쭙고, 맛있는 음식은 먼저 먹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남편이 꾸짖어도 한탄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삿된 비난을 얻지 않는 것이며, 넷째는 남편의 장수를 바라는 것이며, 다섯째는 남편이 출타하면 집안을 정돈하는 것이다.
무엇이 세 가지 악한 것인가? 첫째는 늙은 시어머니와 남편을 섬기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며, 남편이 질책하는 데 대항하는 것이며, 둘째는 마음이 남편을 향하질 않고 다른 남자를 생각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편과 사별하고 재가하려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또 일곱 부류의 아내가 있다. 첫째는 어머니 같은 아내인데 남편을 아버지처럼 사랑하며, 둘째는 누이 같은 아내인데 남편을 언니처럼 존경하며, 셋째는 선지식善知識 같은 아내인데 남편의 허물을 질책하고 남편에게 선을 가르치며, 넷째는 아내 같은 아내인데 성심을 다해서 남편을 섬기면서 오직 화목만을 귀하게 여기며, 다섯째는 계집종[婢] 같은 아내인데 부녀자의 예절을 힘써 지키면서 목소리와 얼굴빛[聲色]에 질투하지 않고 마치 주인[大家]을 섬기듯이 하고, 여섯째는 원수 같은 아내인데 남편을 보고도 기뻐하지 않고 항상 얻어먹는 손님처럼 대하며, 일곱째는 목숨을 빼앗는 아내인데 독심毒心을 가지고 독약으로 해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부류의 선한 아내가 되면 항상 좋은 이름을 날리고 나중에는 하늘에 태어난다. 두 부류의 악한 아내가 되면 항상 악한 이름을 얻어서 나중에는 3도塗에 들어간다.’
옥야가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지나간 잘못을 고치고 앞으로 올 일을 닦겠습니다. 반드시 계집종 같은 아내가 되어서 늙으신 시어머니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교만하지 않고, 계율을 받아서 우바이優婆夷가 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사람으로서 누군들 허물이 없겠느냐? 허물을 능히 고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그 착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다.’ ”[언자함言字函 제8권]


지렁이로 시어머니를 속이다가 머리가 개로 변했고
아내를 따라 어머니를 죽이려다 스스로 몸을 해치다.

『명보기冥報記』에서 말하였다.
“수나라 대업大業 연간에 하남河南 땅에 불효를 하는 부인이 있었다. 시어머니가 두 눈이 멀었는데, 부인은 지렁이로 국을 끓여서 시어머니에게 주었다. 시어머니가 그 맛이 이상해서 남몰래 고기 한 점을 숨겼다가 아들에게 보이고는 관청에 보내려고 하였다.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자 이내 그 부인이 사라졌다. 잠시 있다가 공중에서 떨어졌는데, 몸과 옷은 예전 그대로였으나 머리가 개로 바뀌었고 말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시어머니에게 불효했기 때문에 천신이 벌한 것입니다.’
나쁜 과보가 이와 같았다.”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한 부인이 있었는데, 품성이 거칠고 사나워서 언제 어느 곳에서나 시어머니를 거슬러서 말했다. 나중에 계략을 꾸며서 남편에게 어머니를 죽이도록 했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고서 어머니를 데리고 광야로 나갔다. 어머니의 손과 발을 묶은 뒤에 죽이려고 했으나, 감응이 상천上天에 사무쳐서 풍뢰風雷와 벽력이 내리쳐 자식을 죽였다. 어머니는 즉시 집으로 돌아왔다. 부인이 문을 열면서 남편이라고 여겨서 물었다.
‘죽였어요?’
시어머니가 대답했다.
‘이미 죽였다.’
이 과보는 너무 가벼우니, 지옥이라야 가히 두려워할 것이다.”[이상 칠자함漆字函 제9권]


집안의 재산에 몫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만약 남편과 아들을 배반한다면 저절로 재앙을 취하리라.

『법원法苑』에서 말하였다.
“당나라의 이신李信이 융정부隆政府의 위사衛士가 되었다. 현경顯慶 연간에 변방으로 부임해 가는데, 초마草馬 한 필을 타고 아울러 망아지를 데리고 갔다.
그 때 바람이 불고 눈이 내려서 급기야 말이 더 이상 나아가질 못했다. 이신은 변방에 가야 할 기한이 임박해서 자주 채찍으로 때렸다. 그러자 말이 사람 말을 했다.
‘나는 너의 어미다. 평생토록 너의 아버지 몰래 한 석碩 남짓의 쌀을 딸에게 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과보를 받은 것이다. 이 망아지는 너의 누이다. 빚을 이전에 다 갚았는데, 어찌 이렇게 핍박하면서 고통을 주느냐?’
이신이 이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엎드려 사죄를 하며 말하였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만약 이 망아지가 나의 누이라면, 반드시 스스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말이 마침내 앞서 가자, 이신은 고삐와 안장을 짊어지고 따라갔다. 집에 와서는 마굿간에서 길렀는데, 어머니를 모시는 것과 똑같이 했다. 그리고 승려에게 재齋를 드려 달라고 하니, 온 마을 사람들이 다 감탄하면서 신기하게 생각했다.”[서자함書字函 제2권]

“수나라 대업大業 연간에 낙양洛陽에서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여인이 있었다. 일남일녀를 두었는데, 딸이 시집간 뒤에 어머니도 죽었다. 2년이 지나자 한식寒食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 나귀를 타고 가는데, 나귀가 물을 건너지 않았다. 채찍으로 나귀의 얼굴을 때리자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묘소에 이른 뒤에는 나귀를 풀어놓고 제사를 지냈다.
이 때 누이는 오빠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죽은 어머니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소리내어 울며 딸에게 말했다.
‘나는 네 오빠 몰래 쌀 다섯 말을 네게 보내 주었다가 나귀의 몸을 과보로 받았다. 네 오빠에게 갚은 지 5년이 되었는데, 오늘 물이 깊어서 건너기를 무서워하자 네 오빠가 내 얼굴을 때려서 찢어졌다. 빚을 이미 거의 다 갚았는데, 어찌 그리도 무자비하단 말이냐?’
말을 끝내자 보이지 않았다. 오빠가 집에 돌아오자, 누이는 우선 나귀의 얼굴을 보았는데, 피가 흐르는 것이 어머니를 보았을 때와 똑같았다. 딸은 나귀를 껴안고 대성통곡하면서 오빠에게 말하니 내용인즉 서로 딱 들어맞았다. 오빠와 누이가 통곡을 하고, 나귀도 눈물을 흘리면서 풀을 먹지 않았다. 오빠와 누이가 무릎을 꿇고 청하였다.
‘과연 어머니라면 부디 풀을 드십시오.’
나귀가 즉시 풀을 먹었다. 나중에 죽어서 장사를 지냈다.”[서자함書字函 제7권]


원한은 친한 곳에서 일어남을 많이 보게 되는데
친하다는 상념을 일으키지 않으면 원한은 저절로 없어진다.

『참법懺法』에서 말하였다.
“일체의 권속은 모두 우리들 3세世의 원한이며, 일체의 원수는 모두 친함에서 일어난다. 만약 친함이 없다면 또한 원한도 없는 것이며, 만약 친함을 여읠 수 있다면 곧 원한을 여읜다.
왜 그러한가? 만약 거처가 달라서 서로 타향에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와 같은 두 사람은 끝내 원한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원한을 일으키는 것은 모두 친근함을 말미암아서 3독毒의 마음이 서로 접촉하여 괴롭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부모가 아들에 대해 책망하고, 어떤 경우는 자식이 부모를 원망하니, 형제자매 일체가 모두 그러해서 조금이라도 뜻에 맞지 않으면 문득 성을 내는 것이다.”[제3권]


모든 중생은 다 부모이고
심지心地를 평탄하게 하면 친하고 멂이 끊어진다.

『참법』에서 말하였다.
“보리심을 발해서 시방계에 가득 차면, 동방의 중생을 바라보면 다 아버지이고, 서방의 중생은 다 어머니이고, 남방의 중생은 다 형이고, 북방의 중생은 다 동생이고, 하방下方의 중생은 다 자매이고, 상방上方의 중생은 다 스승[師長]이고, 나머지 4유維는 다 사문과 바라문 등이다.
만약 고통을 받게 되면 그 고통에서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해야 하며, 저들이 즐거움을 받게 되거든 내 일처럼 차이가 없어야 한다. 항상 중생을 제도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내어 저들이 부처가 되지 못하거든 먼저 성불을 해서는 안 된다.”[제2권]


부모가 친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장 친한 것이요,
모든 부처가 도道가 아니라 행이 도에 합하는 것이다.

『전등록』에서 말하였다.
“제8조祖이신 불타난제佛陀難提 존자는 나이가 이미 쉰이었는데, 입으로 말한 적도 없었고 발로 땅을 밟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바수밀婆須蜜존자를 보고는 급히 일어나 예배하면서 게송을 설했다.

부모도 나와 친한 이가 아니니
누가 가장 친한 이인가?
모든 부처님이 나의 도가 아니니
누가 최상의 도가 되는 것인가?

바수밀 존자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대의 말[言]이 마음과 친하니
부모에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대의 행이 도와 합하니
모든 부처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밖으로 형상 있는 부처를 구한다면
그대와 더불어 상사相似하지 않으리니
그대의 근본 마음을 알려고 한다면
합하지도 말고 여의지도 말아라.”[진자함振字函 제1권]


훌륭하도다, 지혜는 어머니이고 방편은 아버지로다.
즐겁도다, 법은 아내이고 진제眞諦는 아들이라네.

『무구칭경無垢稱經』에서 말하였다.
“방안에 천녀天女 한 명이 있었다. 사리자가 말했다.
‘천녀께서는 이 방에 머문 지가 지금까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천녀가 대답했다.
‘내가 이 방에 머문 기간은 사리자가 해탈에 머문 것과 같습니다.’
천녀가 사리자에게 말했다.
‘모든 증상만增上慢의 무리들을 위해서는 일체의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을 여의는 것이 해탈이라고 설했습니다. 만약 증상만을 멀리 여읜 자를 위해서라면, 곧 일체의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본성이 해탈이라고 설합니다.’
그리고는 즉시 게송으로 설했다.

지혜의 바라밀[度]은 보살의 어머니요
훌륭한 방편은 아버지라네.
오묘한 법의 즐거움은 아내가 되고
대자비는 딸이 된다네.

진실한 진리[眞實諦]의 법法은 아들이 되고
번뇌는 비천한 노예가 된다네.
복사僕使는 뜻에 따라 구르고
각분覺分은 친한 벗을 이룬다네.

6바라밀[六度]은 권속이 되고
사섭법四攝法은 기녀가 되네.
정법의 말씀을 결집結集하여
오묘한 음악으로 삼는다네.

혹은 음녀婬女로 나투어서
온갖 호색好色하는 자를 유인하여
우선은 욕망의 모습으로 불러들이고
나중에는 부처의 지혜를 닦도록 한다네.

총지總持는 장원의 뜨락이 되고
대법大法은 숲과 나무를 이룬다네.
각품覺品은 꽃의 장엄이며
해탈은 지혜의 열매라네.

8해탈의 오묘한 연못에는
선정의 물이 담연히 가득하네.
신통은 코끼리와 말이 되어서
대승을 운반하는 수레가 되니
8정도[八道]의 갈림길을 노닐면서
보리심을 조어調御한다네.”[백자함白字函 제2권]


29) 잡연품雜緣品[7칙]

가난을 팔 수 있다고 말해도 노파는 믿지 않았는데
도를 주고서 닦을 수 있게 하니 과연 그러했다.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가전연迦旃延 존자가 아반제국阿槃提國에 있을 때였다. 당시 한 늙은 계집종[婢]에게 약간의 허물이 있었는데, 주인[大家]이 채찍으로 때렸다. 밤낮으로 시키는 일을 바쁘게 하면서도 그 계집종의 옷은 몸을 가리지 못하고 음식은 입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서 고통이 더욱 심했으나 죽으려고 해도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강가에 나가 물을 뜨면서 대성통곡을 하였다. 존자가 그 이유를 묻고서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이 만약 가난하다면 어째서 그 가난을 팔지 않습니까?’
늙은 계집종이 대답했다.
‘가난을 어떻게 팝니까?’
존자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일단 내 말을 따르시오. 당신에게 보시를 가르쳐 주리다.’
계집종이 말했다.
‘나는 지금 빈궁한데 무엇으로 보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존자가 즉시 발우를 들어 주면서 물을 담아 보시하도록 가르쳐 주었다. 받고 나서는 축원[呪願]하여 주었으며, 다음엔 계율을 주고 염불念佛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 다음 물었다.
‘당신은 어느 곳에 거처하는가?’
비녀가 말했다.
‘곡식을 찧을 때나 빻을 때나 그 처소에 따라 거처합니다. 어떤 경우엔 거름 더미에도 머무니 정해진 곳이 없습니다.’
존자가 말했다.
‘당신은 부지런함을 좋아하고 공손하고 삼가면서 시키는 일을 부지런히 하십시오. 잠자코 엿보고 있다가 주인이 잠자리에 눕거든 집 안으로 들어가 풀을 깔고 앉은 다음 부처님을 사유하고 관觀하십시오.’
계집종은 가르침을 받았다. 한밤에 앉아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도리천에 태어났다.
주인이 새벽에 죽은 계집종을 보고는 다리를 풀로 묶어 한림寒林 가운데 버리도록 했다. 이 계집종이 천안으로 옛날의 몸을 살펴보고는 마침내 5백 천자天子를 데리고 향기로운 꽃을 들고서 한림에 이르러 죽은 시체에 공양하였다.
하늘의 광명이 방출해서 마을과 숲을 비추자, 주인이 괴이하게 여겨서 멀고 가까운 곳에 널리 말하여 숲에 가서 살펴보도록 했다. 그리고 그 까닭을 물으니, 천자가 대답했다.
‘이것은 나의 옛날 몸이오.’
즉시 하늘에 태어난 인연을 자세히 설하였다. 그리고 나서 모두 가전연 존자의 처소를 찾아가서 예배하고 공양하였다. 가전연은 이 일로 인해 법을 설하니, 5백 명의 천자가 모두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다.”[창자함悵字函 제6권]
부처님께서 숨겨진 재물 보고 독사라 말씀하셨는데
농부가 듣고 그 재물 캐어 돌아와서 화를 당하다.

『대장엄경론大藏嚴經論』22 『대장엄론경大藏嚴論經』의 오기誤記이다. 이 이야기는 『대장엄론경』 34번째 이야기다.
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함께 사위국을 가시다가 광야의 한가운데서 감추어 놓은 재물[伏藏]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커다란 독사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것은 나쁜 독사입니다.’
이 때 밭 가운데 농부 한 사람이 있다가 부처님과 아난이 독사가 있다고 설하는 걸 들었다. 농부가 즉시 가서 살펴보고는 진짜 금 덩어리를 발견하고 가지고 돌아와서 벼락부자가 되었다. 왕이 이 사실을 알고 그를 잡아다 옥 안에 가둬 버리니, 지난번에 얻은 금을 다 쓰고도 옥살이를 면하지 못했을 뿐더러 장차 사형을 받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사람이 외쳤다.
‘나쁜 독사라고 한 것은 아난이요, 커다란 독사라고 한 것은 세존이시다.’
왕이 이 말을 듣고서 불러다 물었다.
‘어째서 독사라고 하는가?’
그 사람이 왕에게 말하였다.
‘지난번에 밭에서 씨앗을 뿌리다가 부처님과 아난께서 독사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서 직접 가서 살펴보고는 금을 얻었는데, 이제 보니 정말 독사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설했다.

모든 부처님의 말씀에는 둘이 없네.
커다란 독사라 설하시고
나쁜 독사의 세력이라고 하셨는데
내가 이제야 비로소 체험으로 알고 나니

부처님 세존에 대해
믿고 존경하는 마음 배나 늘어나네.
나는 지금 위험에 빠졌으니
이 때문에 부처님 말씀을 찬탄한다네.

독사에게 물리는 것은
한 몸에 미칠 뿐이지만
재물의 독사에게 물리면
집안 권속에 다 미친다네.

나는 큰 이익을 얻었다고 여겼는데
도리어 쇠망과 고뇌를 얻었다네.

왕이 그의 게송을 들은 후에 이 사람이 부처님 말씀을 믿고 이해하고 있음을 깊이 알고는 즉시 게송을 설했다.

그대는 이제야 능히 믿고 존경하누나.
자비와 연민의 대선大仙께서는
하시는 말씀이 진실 되어서
일찍이 두 말씀이 없으시도다.

지난날 광 속의 그 재보를
이제 너에게 다 돌려주리니
다시 그 재보를 가지고
너의 한 몸을 공양하라.”[군자함君字函 제6권]


나쁜 벗과 친함은 생선을 묶는 새끼줄 같고
좋은 벗을 택함은 향을 싼 종이 같도다.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난타難陀가 저 육군六群 비구에게 배우는 걸 알고는 그 공행功行이 깎일까 걱정해서 즉시 난타를 데리고 비라성毘羅城으로 들어갔다. 한 생선 가게에 이르자 악취가 나는 새끼줄을 한 번 잡아 보도록 했다. 잠시 있다가 그 새끼줄을 땅에 내려놓게 하고는 다시 손의 냄새를 맡게 하니, 깨끗하지 않은 비린 냄새뿐이었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사람이 악지식惡知識을 가까이하고 함께 친구가 된다면, 서로 물들어 같아지기[染習] 때문에 나쁜 명성이 멀리까지 이르니, 이 일을 말미암은 탓이다.’
그리고는 게송을 설하셨다.

마치 생선 가게 안에 있으면서
새끼줄 하나를 잡는 것과 같도다.
그 사람의 손은 즉시 생선 냄새와 같아지니
나쁜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도 이와 같도다.

세존께서는 또 난타와 함께 향을 파는 가게에 이르렀다. 향을 싼 종이를 잡아 보게 한 뒤에 다시 땅 위에 내려놓고 손에 묻은 냄새를 맡아 보게 하니, 묻은 향기가 미묘하였다.
부처님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사람이 선지식을 가까이하면, 따라서 물들어 같아져서 커다란 명성을 얻으리라.’
그리고는 게송으로 설하셨다.

만약 손으로 침수향沈水香이나
곽향藿香과 사향麝香 등을 잡는다면
잠시 후엔 잡고 있는 향에 저절로 물들여지나니
착한 벗을 가까이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도다.”[적자함籍字函 제6권, 제7권]

『장엄론莊嚴論』의 게송이다.

질병이 없는 것이 제일의 이익이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제일의 부자이며
착한 벗이 제일의 친족이고
열반이 제일의 즐거움이다.[서자함書字函 제1권]


코끼리는 선과 악에 따라서 마음이 굴러갔으며
사람은 물든 습성에 따르니 그 이치가 마찬가지라네.
『부법장경付法藏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의 뜻과 성품[志性]은 정해진 것이 없으니 물든 습성에 따른다. 선을 가까이하면 선해지고, 악을 가까이하면 악해진다. 만약 악한 벗을 가까이하면 문득 악한 업을 지어서 생사에 유전流轉하고, 만약 선한 벗을 가까이하면 신심으로 법을 들어서 최고의 뛰어난 즐거움을 받는다.’
화지국華氏國의 왕은 흰 코끼리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능히 원수를 멸하였다. 만약 죄를 범한 사람이 있으면, 코끼리로 하여금 밟아 죽이게 했다. 나중에 코끼리 외양간이 불에 타자, 코끼리를 근처의 절로 옮겼다. 코끼리는 설법을 듣고서 마음이 문득 자비로워졌다. 나중에는 죄인을 갖다 놓아도 단지 코로 냄새 맡고 혀로 핥으면서 떠나갈 뿐 도무지 밟아 죽이려 하질 않았다.
왕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물으니 지혜로운 신하가 아뢰었다.
‘이 코끼리가 절 가까이에 있으면서 법을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제 도살장 가까이 옮겨서 묶어 두십시오.’
왕은 그 말대로 했다. 코끼리는 도살하는 것을 보자 악한 마음이 더욱 치성해졌다. 중생도 또한 이러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물든 습성을 말미암지 않겠는가?”[창자함悵字函 제2권]


꿈에는 네 종류의 참된 것과 참되지 않은 것이 있으며
음식에는 9품의 세간과 출세간이 있다.

『선견율善見律』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꿈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째는 4대大가 조화롭지 못한 꿈이다. 잠이 들었을 때 꿈에서 산이 무너지는 걸 보거나, 혹은 허공을 날아다니거나, 혹은 호랑이ㆍ이리ㆍ사자ㆍ도적에게 쫓기는 것이니, 이런 꿈은 허망해서 진실하지 않다.
둘째는 먼저 보는 꿈이다. 이른바 한낮에 보는 것이 희거나 검거나 남자이거나 여자인 것 등이니, 이런 꿈도 진실하지 않다.
셋째는 천인天人의 꿈이다. 이른바 선지식인 천인이 나타나는 것은 좋은 꿈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선함을 얻게 한다. 악지식인 천인이 나타나는 것은 나쁜 꿈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악함을 얻게 한다. 이런 꿈은 곧 진실하다.
넷째는 상념의 꿈이다. 이른바 이 사람의 전생 몸이 복덕이 있었으면 좋은 꿈으로 나타나고, 죄업이 있었으면 나쁜 꿈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보살의 어머니의 꿈을 예로 들면, 보살이 처음으로 태胎에 들어갈 때는 흰 코끼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는 것을 꿈에서 보는데, 이것이 상념의 꿈이다. 만약 부처님께 예배하고 경전을 외우고 계율을 지니고 보시를 하는 갖가지 공덕을 꿈꾼다면, 이것 역시 상념의 꿈이다.’
【문】 꿈에는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과 무기無記가 있습니까?
【답】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과 무기가 있다. 만약 부처님께 예배하고 법을 듣고 법을 설하는 것을 꿈꾼다면, 이것은 바로 좋은 공덕이다. 만약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음란한 것을 보는 꿈을 꾼다면, 이것은 바로 좋지 않은 꿈이다. 만약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흰 빛깔 등을 보는 꿈을 꾼다면, 이것은 바로 무기無記의 꿈이다.
【문】 만약 그렇다면 마땅히 과보를 받아야 합니까?
【답】 과보를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음의 업이 빈약하기 때문에 과보에 감응하지 않는다. 율律에서는 ‘꿈속에서는 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예자함隷字函 제2권]

『증일경增一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나율阿那律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의 법은 음식을 말미암아서 존재한다. 눈은 수면으로 음식을 삼으며, 귀는 소리로 음식을 삼으며, 코는 냄새로 음식을 삼으며, 혀는 맛으로 음식을 삼으며, 몸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細滑]으로 음식을 삼으며, 뜻은 법으로 음식을 삼으며, 열반은 방일하지 않음으로 음식을 삼는다.
무릇 음식에는 아홉 가지가 있다. 인간의 네 가지 음식은, 첫째는 단식段食이고, 둘째는 경락식更樂食이고, 셋째는 염식念食이고, 넷째는 식식識食이다. 출세간의 다섯 가지 음식은, 첫째는 선식禪食이고, 둘째는 원식願食이고, 셋째는 염식念食이고, 넷째는 8해탈식解脫食이고, 다섯째는 희식喜食이다.’ ”

『섭대승론』에서 말하였다.
“음식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째는 단식段食이고, 둘째는 촉식觸食이고, 셋째는 사식思食이고, 넷째는 식식識食이다.
단식이라는 것은 변이를 이루어 상相이 되는 것이니, 만약 변이한다면 몸[身]에 이익 되는 일을 짓는다.
촉식이라는 것은 티끌[塵]에 의지하여 상이 되는 것이니, 색色 등의 티끌을 연하여 몸에 이익 되는 일을 짓는다.
사식이라는 것은 얻기를 바라는 것이 상이 되는 것이니, 이 얻기를 바라는 뜻[意]이 몸에 이익 되는 일을 짓는다. 마치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이 음식이 있는 곳에 이르는 것과 같아서, 음식을 얻고자 기대하여 몸이 죽지 않게 한다.
식식이라는 것은 잡아 지니는 것이 상이 되니, 이 식이 몸을 잡아 지니므로 머물러서 허물어지지 않는다. 만약 식이 잡아 지님이 없다면 죽은 사람의 몸과 같아서 곧 문드러져 허물어진다.
촉식은 6식識에 속하고, 사식은 뜻[意]이 얻고자 바라는 것에 속하며, 단식은 마음이 관련되지 않는 색에 속한다. 식식은 아리야阿梨耶에 속한다.”[엄자함嚴字函 제8권]


30) 십악품十惡品

세 가지 불선근不善根이 종자가 되고
열 가지 악한 인연이 그로 말미암아 생긴다.

『비바사론毘婆沙論』에서 말하였다.
“ ‘어떻게 세 가지 선하지 않은 감관[根]이 열 가지 악업惡業을 일으키는 것입니까?’
‘살생에는 세 종류가 있다. 어떤 경우는 탐욕에서 생기고, 어떤 경우는 성냄에서 생기고, 어떤 경우는 어리석음에서 생기고, 도둑질과 음란함과 나아가 삿된 견해에 이르기까지도 이와 마찬가지다.’ ”[잠자함箴字函 제6권]

『참법懺法』에서 말하였다.
“몸이 있으면 고통이 생기고, 몸이 없으면 고통이 소멸하니, 이 몸이라는 것은 온갖 고통의 근본이다. 3도塗의 극심한 과보는 모두 몸을 말미암아서 얻는 것이다. 남이 짓고 내가 받는 것과 내가 짓고 남이 받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으니, 스스로 그 인因을 짓고 스스로 그 과果를 받는 것이다.
가령 한 가지 업이 이루어져도 그 업이 가없는데, 하물며 종신토록 일으키는 악업이겠는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으로부터 열 가지 악행을 이루니, 혹은 재물의 업으로 서로 살해를 하거나, 혹은 중생을 죽여서 그 고기를 먹거나, 혹은 호수와 연못을 개발해서 물의 성품을 해치거나, 혹은 산과 들을 태우거나 그물을 설치해 벌려 놓거나, 혹은 말[斗]과 저울을 속이거나, 혹은 성읍을 파괴하거나, 혹은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 혹은 색욕色欲에 집착해서 몸과 마음이 미혹되고 혼란스러워져 그 유전流轉을 따라서 자재로움을 얻지 못한다.
또 세 가지 업 가운데 구업口業이 실로 무겁다. 혹은 망언妄言으로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린다고 하고, 지은 것을 짓지 않았다고 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친다. 혹은 기어綺語로써 아첨하고 왜곡하고 화려한 말이나 허탄한 말을 하고, 가식적인 말을 하고, 옳고 그름으로 서로 싸우기도 한다. 혹은 악구惡口로써 하니, 말을 하는 것이 거칠거나 말을 내는 것이 생각이 없어서 부모나 모든 중생을 혼란스럽게 한다. 혹은 양설兩舌로써 하니, 저쪽을 향해서는 이 말을 하고 이쪽을 향해서는 저 말을 함으로써 임금과 신하를 교란시키고 일체에 분란을 일으킨다.
또 몸이 멸하는 일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몸과 입의 업은 거칠어서 버리기 쉽고, 의지意地는 미세해서 제거하기 어렵다. 여래 대성大聖이신 일체지一切智도 그 의지意地에서는 처음에는 수호하지 못했거늘, 하물며 어리석은 범부로서 지키고 삼가지 않아야겠는가? 뜻을 방어하기를 성과 같이 한다면, 어찌 수호하지 못하겠는가?
혹은 탐욕의 업으로 말미암아 자기 물건과 남의 물건에 대해 탐심을 일으켜 업을 짓고, 혹은 성냄의 업으로 말미암아 조금이라도 뜻에 맞지 않으면 문득 커다란 분노를 일으키고, 혹은 어리석음의 업으로 말미암아 무명無明을 쫓다가 짓지 않는 악이 없으며, 혹은 삿된 견해로 말미암아 3보寶를 믿지 않고 삿된 법을 행한다. 이와 같은 죄는 한량없고 가없으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3악도惡道에 떨어진다.”[제6권]


부모를 죽이는 5역逆은 무간지옥이요
잘못된 법으로 승가를 파괴하는 것도 같은 허물이다.[기름ㆍ술ㆍ음란ㆍ살인을 비유로 인용한다.]

『정법념처경正法念處經』에서 말하였다.
“최대의 지옥을 아비阿鼻라고 한다. 어떤 업을 지으면 그곳에 태어나는가? 만약 사람이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를 죽이고,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고, 화합하는 승가를 파괴하고, 아라한을 죽인다면, 그러한 사람은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만약 5역逆의 죄인이 이 아비지옥에 있다면 그 신장이 5백 유순由旬이고, 만약 4역逆의 죄인이라면 4백 유순이고, 만약 3역逆의 죄인이라면 3백 유순이고, 만약 2역逆의 죄인이라면 2백 유순이고, 만약 1역逆의 죄인이라면 1백 유순이다.”[초자함初字函 제3권]

『지장십륜경地藏十輪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세상에 이 불국토 가운데 있는 모든 중생들은 번뇌가 치성해서 인도하여 교화하기가 어려우니, 이른바 찰제리刹帝利 전다라旃茶羅와 재관宰官 전다라와 거사居士 전다라와 사문ㆍ바라문 전다라이다.
이 같은 사람들은 선근이 미약하고 믿는 마음이 없으며, 아첨하고 어리석으며, 총명하다는 생각을 품고 오만하며, 선지식을 여의며, 말에 진실함이 없고, 모든 정법正法에 대해 주저하면서 뒤바뀐 견해를 가지며, 후세의 괴로운 과보[苦果]를 보지 않으면 두려워하지 않고 살생하길 좋아하며, 나아가 삿된 견해로 세간을 속이고, 자기와 남에게 모두 손해를 끼치니, 살아서는 질병의 고통을 받고 죽어서는 무간지옥에 들어간다.
그 때 저 나라 안에 있는 천룡의 신들이 모두 옹호하지 않으며, 군사가 다투어 일어나며, 질병과 전염병이 퍼지고 흉년이 든다. 선남자여, 가령 계율을 파괴하고 악을 행하는 필추비구가 비록 법에 어긋나는 무거운 죄를 짓고서 나의 법에 의거해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위의威儀에 나아가 머무는 것이 모든 성현과 같다 해도, 국왕과 대신과 모든 재가자들이 세속의 정법正法에 의거해서 채찍이나 막대기 등으로 그 몸을 고문하거나, 혹은 감옥에 가두거나, 혹은 다시 질책과 매도를 해서 세속으로 물러나게 하거나, 혹은 그 목숨을 끊는 일조차 나는 오히려 허락하지 않은데, 하물며 잘못된 법에 의거함이랴.
국왕과 대신과 재가자들이 만약 이 같은 일을 짓는다면, 결정코 무간지옥에 태어난다. 왜냐하면 선근을 단멸하고 법의 상속相續을 태워 버리기 때문이니, 모든 지혜로운 사람이 멀리 여의어야 할 것이다. 계율을 파괴한 필추들에 대해서도 이 같은 꾸짖음과 처벌이 오히려 마땅하지 않거늘, 하물며 계율을 지키고 진실로 선을 행하는 자이겠는가? 이런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고 남에게도 해를 끼치니, 일체의 부처도 능히 구할 수 없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기름을 짜는 것으로 업을 삼는데, 하나하나의 마麻 알갱이에 모두 벌레가 있는데도 바퀴로 이를 누르자 문득 기름이 흘러나오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계속해서 1천 년을 채우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인 것이겠는가? 얻는 죄업도 헤아릴 수가 없다.
또 선남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재물의 이익을 위해서 열 개의 음방婬坊을 두고, 하나하나의 음방 안에 천 명의 음녀를 두고서 갖가지로 유혹을 한다고 하자. 이와 같이 계속해서 1천 년을 채우면, 앞서 열 개의 바퀴로 기름을 짜는 사람의 죄는 하나의 음방의 죄업과 동등하다.
또 선남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재물의 이익을 위해서 열 개의 주방酒坊을 두고, 하나하나의 방坊 가운데 천 명의 술꾼을 불러 기쁘게 마시게 하고 없애지 않는다고 하자. 이와 같이 계속해서 1천 년을 채우면, 앞서 열 개의 음방의 죄는 하나의 주방酒坊에서 얻은 죄업과 동등하다.
또 선남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재물의 이익을 위해서 열 개의 도방屠坊을 두고, 하나하나의 도방 속에서 하루 밤낮으로 천 명의 중생을 살해한다고 치자. 이렇게 계속해서 1천 년을 채우면, 앞서 열 개의 주방의 죄는 하나의 도방에서 얻은 죄업과 동등하다.
이와 같이 설한 열 개의 방坊에서 지은 죄는, 찰제리 전다라왕과 나아가 사문ㆍ바라문 등의 전다라가 앞서의 열 가지 악을 하루 낮 하루 밤에 얻은 죄업과 같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셨다.

바퀴로 눌러서 기름을 짜는 죄는
저 하나의 음방婬坊과 동등하고
저 열 개의 음방을 두는 것은
하나의 주방酒坊을 두는 죄와 동등하고

열 개의 주방을 두는 죄는
저 하나의 도방屠坊과 동등하다.
저 열 개의 도방을 두는 것은
왕 등의 한 번 죄업과 동등하다.”[당자함唐字函 제4권]
[법을 비방한 죄는 「반야품般若品」 가운데 수록되어 있다.]


탐욕과 성냄 3품으로부터 시작해서
넓게는 진로塵勞의 8만 문에 미친다.[살생 역시 3품이다.]

『도무극경度無極經』에서 말하였다.
“악하고 선하지 않은 것은 성냄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3품品인데, 이른바 상품과 중품과 하품이다.
상품이라는 것은, 만약 욕망의 이름을 들으면 온몸이 전율하여서 마음이 기쁨으로 날뛴다. 그리하여 욕망의 과오를 살피지 못하고 싫어하여 여읠 마음[厭離]을 일으키지 못해서 참慚도 없고 괴愧도 없다. 무엇을 참慚이 없다고 하는가? 홀로 다니면서 노니는데, 항상 욕망의 경계를 생각하되 마음 마음마다 이어져서 오직 미묘하고 좋은 것만 볼 뿐 과오의 우환을 알지 못한다. 만약 부모와 다른 어른들이 그의 욕심을 질책하면, 어른 앞에서도 깨우치지 못하고 논쟁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참慚이 없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악취惡趣에 태어난다.
중품의 욕망이라는 것은, 만약 경계를 여의면 항상 욕망의 마음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이다.
하품의 욕망이라는 것은, 단지 함께 말하고 웃을 뿐 욕정은 곧 사라지는 것이다.
성냄에도 3품이 있다. 상품의 성냄이라는 것은, 분노가 일어나면 마음이 혼미하고 눈이 어지러워져서 5역죄를 짓기도 하고 정법을 비방하기도 하고 커다란 중죄를 범하기도 하는 것이다.
중품의 성냄이라는 것은, 분노로 인해 온갖 악을 지으나 곧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품의 성냄이라는 것은, 마음에는 혐오와 원망이 없는데, 단지 입으로만 질책하고 험담하며 그럴 때마다 과오를 후회하는 것이다.
어리석음도 이와 같다. 비록 이렇게 관觀하더라도, 일체의 법이 환영ㆍ꿈ㆍ메아리ㆍ건달바성과 같아서 허망하고 진실하지 않은데 전도되기 때문에 본다는 걸 알아야 한다. 외적인 경계를 멸하고 내적으로 적정寂靜을 생하면, 나의 능행能行과 소행所行을 보지 않아서 법에 둘이 없고 따로 자성을 여읨이 없기 때문에 이를 반야般若바라밀을 배워서 선禪바라밀에 통한다고 하는 것이다.”[우자함羽字函 제1권]

『참법懺法』에서 말하였다.
“모든 중생은 무시이래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6근根에 의지하고 6식識을 행하고 6진塵을 취한다. 눈은 빛깔에 집착하고, 귀는 소리에 집착하고, 코는 냄새에 집착하고, 혀는 맛에 집착하고, 몸은 부드러움과 매끄러움에 집착하고, 뜻은 법진法塵에 집착해서 갖가지 업을 일으키고, 나아가 8만 4천의 진로문塵勞門을 여는 것이다.”[제1권]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살생의 죄에 세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하下와 중中과 상上이다.
하下라는 것은, 개미 새끼에서부터 모든 축생에 이르기까지를 하의 살생이라고 하는데,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져서 하의 고통을 갖추어 받는다. 왜냐하면 이 모든 축생은 선근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생하는 자는 죄의 과보를 갖추어 받는다.
중中의 살생이라는 것은, 범부로부터 아나함阿那含에 이르기까지를 중이라고 하는데, 3악도惡道에 떨어져서 중의 고통을 갖추어 받는다.
상上의 살생이라는 것은, 부모로부터 아라한, 벽지불까지를 상이라 하는데, 아비의 대지옥 가운데 떨어져서 상의 고통을 갖추어 받는다.
만약 일천제一闡提를 능히 죽이는 자라면, 이 세 종류의 살생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비유하면 마치 땅을 파서 풀을 베는 것과 같아서 죽은 시체를 베는 것은 죄의 과보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바라문은 믿음 등의 다섯 가지 법이 없으니, 이 때문에 비록 죽이더라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일자함一字函 제7권]


자신이 죽이는 걸 피했다 하여 죄가 없기를 구하지만
만약 남을 시켜서 한 짓이라면 어찌 재앙에서 벗어나겠는가?

『아난분별경阿難分別經』에서 말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손으로 살생하지 않았다면 죄가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남을 시켜서 사람을 죽인다면 자신이 죽이는 것보다도 무겁다. 왜냐하면 노비나 어리석고 하천한 이나 나이 어린 아이가 죄와 복을 알지 못하거나, 혹은 관청의 관리에 의해 핍박을 받아서이지 자신의 의도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면, 비록 그 죄를 받아도 사안의 의미가 동일하지 않아서 무겁고 가벼움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남을 시켜서 사람을 죽인 자는 알고서도 고의로 범한 것이어서 그 죄가 막대하다.’ ”[언자함言字函 제7권]


비록 남의 제약을 받았더라도 살생의 죄는 면하기 어렵고
만약 그가 즐거이 따랐다면 죄는 마찬가지다.

『비바사론』에서 말하였다.
“만약 왕 등이 핍박해서 살생하게 되었다면 살생의 죄를 얻을 것인가?
어떤 설명에는 ‘얻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왜냐하면 남의 힘에 의해서 제약을 받았고, 자신의 뜻은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설하는 자도 역시 살생의 죄를 얻나니, 자기의 중요한 마음을 없애기 때문이다. 차라리 자기 목숨을 버릴지언정 끝내 남을 해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람은 죄가 없다.”[비자함匪字函 제8권]


도살하지 않고 단지 사기만 하더라도 죄악은 똑같은 것이며
무심으로 살생케 했다면 그 과오를 어찌 근심하리오.

『능가경楞伽經』에서 말하였다.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고기를 먹는 과오에 대해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기를 먹는 사람은 큰 자비[大慈]의 종자를 끊는다. 내가 중생을 살펴보니, 6도道를 윤회하면서 번갈아 부모가 되고 육친六親과 권속들도 모습을 바꿔가며 고기를 먹는데 친척들 아님이 없다. 늘 살해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고업苦業을 증장시켜서 생사의 유전流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즉시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 모인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으면 역시 죽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고기를 먹음으로 말미암아서 만약 먹을 고기가 없다면 곳곳에서 사려 할 것이고, 재물의 이익을 위하는 자는 고기를 사려는 사람을 위하여 살생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사는 것은 죽이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게송을 설하였다.

이익을 위하여 중생을 살해하거나,
모든 고기로 재산을 모으는 것,
이 두 업은 좋지 못한 것이니,
죽어서 규환叫喚지옥에 떨어진다네.”[발자함髮字函 제8권]

『선견율善見律』에서 말하였다.
“아육왕의 태자 제수帝須가 출가하였다. 불법이 융성하였을 때 한 신하가 있었는데, 왕의 뜻을 지나치게 해석하여 여러 비구들을 죽이므로 제수가 이를 막고 보호하였다. 신하는 즉시 칼을 거두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대왕의 명령을 받아 모든 비구들에게 계를 설하여 화합시키려 하였는데, 이를 따르지 않아서 이미 죄에 의거해 비구들을 차례로 목을 베었습니다. 아직 임무를 다하지 못하였는데 제수가 이를 막고 보호합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혼절하여 바닥에 고꾸라졌다. 한참 있다가 깨어나자 즉시 신하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에게 절에 들어가서 승려들에게 계를 설하여 화합하도록 하였을 뿐인데, 어찌하여 죽였는가?’
왕은 절에 가서 승려들에게 말하였다.
‘이 일은 누가 죄를 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비구가 즉시 왕에게 물었다.
‘죽일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는 본래 공덕의 뜻으로 보낸 것이지,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만일 왕의 마음이 이와 같다면 왕은 스스로 죄가 없는 것이고, 죽인 사람이 죄를 얻을 것입니다.’ ”[백자함伯字函 제2권]

『달마현종론達磨顯宗論』에서 말하였다.
“가령 많은 사람이 모인 군대에서 원수를 죽이려 하거나 혹은 짐승 등을 사냥하는데 그 속에 따라다니다가 하나라도 살생한다면, 그 때는 어떤 사람이 살생의 업도業道를 이루게 됩니까?
게송에서 말하였다.

군대 등이 만약 동사同事라면
모두 지은 자와 같게 된다.

논論에서 말하였다.
군대 등 안에서 만약 한 사람이라도 따라서 살생의 일을 한다면 자기가 한 것과 같아서 전체가 살생의 업도를 이루니, 동일한 일을 하는 것을 함께 허락했기 때문이다. 가령 동일한 일을 하매 여럿이[展轉] 서로 하게끔 했기 때문에 한 생명이라도 죽인다면 나머지도 모두 죄를 얻는다. 만약 남의 힘에 핍박을 받아서 하게 됐다면, 그 인因이 동일한 마음일 때는 역시 살생의 죄를 이룬다. 다만 서원을 세워서 자기 목숨을 구하길 기약한 것이라면 살생을 행한 것이 아니니, 그 때는 살생의 마음이 없기 때문에 살생의 죄가 되지 않는다.”[자자함自字函 제2권]


살생해서 제사를 지내면 끝내 복이 없고
냄새 나는 고기 탐나 거짓 제사 지내면 스스로 허물 초래한다.

『우바새계경』에서 말하였다.
“만약 산림의 신 등에게 제사를 지낸다면 역시 복덕이 있다. 왜냐하면 그 제사를 받는 자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제사의 복덕은 능히 몸과 재물을 보호한다.
만약 살생을 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복을 얻는다고 설한다면 이 뜻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이 이 난초의 씨앗을 심어서 전단수旃檀樹가 나고 중생의 목숨을 끊어서 복덕을 얻는 일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극자함剋字函 제5권]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부자가 있었는데 육식을 할 생각을 했다. 거짓으로 방편을 지어서 밭둑에 있는 나무 신을 가리키며 자식들에게 말했다.
‘지금 나는 큰 부자인데, 이 나무 신에게 은혜와 복을 입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오늘 너희들은 마땅히 우리 안에 있는 양을 잡아서 제사에 사용해야 한다.’
이 양을 죽여서 제사와 굿을 지내고 즉시 나무 밑에 하늘에 제사 지내는 사당을 세웠다.
아버지는 나중에 수명이 다해서 죽었는데, 그 업에 쫓기어 양이 되었다. 자식들이 나무 신에 제사 지내려고 하다가 양이 된 아버지를 만났는데, 죽이려고 하자 양이 웃으며 말했다.
‘이 나무에 무슨 신령이 있겠는가? 나는 지난 시절에 고기가 먹고 싶었기 때문에 거짓으로 너희들로 하여금 제사 지내게 한 것이다. 너희들도 모두 함께 먹었으니 이제 재앙의 죄를 갚아야 하는데 나 홀로 앞서서 당했을 뿐이다.’
그 때 어떤 나한이 우연히 걸식을 하다가 죽은 아버지가 양의 몸을 받은 걸 보고는 즉시 주인에게 도안道眼을 빌려 주어서 스스로 살펴보도록 했다. 자식들은 아버지인 걸 보고는 즉시 나무 신을 베고, 허물을 뉘우치고 복을 닦으면서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았다.”[경자함驚字函 제7권]


모포로 덮어 둔 아기를 눌러 죽이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눈으로 보질 못했으니 어찌 죄가 있다 하겠는가?

『십송률十誦律』에서 말하였다.
“가류타이迦留陀夷 비구가 한 거사의 집에 갔다. 이 집에는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아기가 있었는데, 들어다가 상 위에 놓아둔 뒤 모포로 덮어 놓았다. 비구가 이를 보지 못하고 그냥 앉았다가 아기는 마침내 죽고 말았다.
비구가 절에 돌아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어떤 마음으로 지었는가?’
비구가 대답했다.
‘저는 상 위를 미처 보지 못하고 그냥 앉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를 범한 것이 아니다.’ ”[직자함職字函 제2권]


문수文殊는 부처님 회상에서 사람을 죽이고
반산盤山은 고기 소반 머리에서 도를 깨쳤다.

『보적경寶積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 회상에서 5백 명의 보살들이 숙명통을 얻어서 자신들이 전생에 행한 악업을 보았다. 혹은 부모를 죽이기도 하였고, 아라한을 죽이기도 하였고, 절과 탑과 승가를 훼손하기도 하였다. 그 나머지 업을 보니 깊은 우려와 후회가 생겨 항상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서 깊고 깊은 법에 능히 증득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의 분별로 저 죄가 아직 없어지지 않았으니, 이 때문에 심오한 법인法忍을 능히 획득하지 못하는구나.’
이 때 세존께서는 저 5백 보살의 분별심을 없애 주기 위해서 즉시 위신력으로 문수를 깨닫게 했다. 문수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받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날카로운 칼을 잡고 곧바로 나아가 세존께 반역하고 살해[逆害]하려고 했다.
그 때 부처님께서 급히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멈추거라. 마땅히 반역을 해서도 안 되고 나를 해쳐서도 안 된다. 나는 마음이 해침을 받아도 선한 해침을 받나니, 왜냐하면 문수는 본래부터 나도 없고 남도 없는데, 단지 내심內心으로만 나와 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심이 일어날 때 그는 이미 나를 해친 것이니, 이를 해침이라 한다.’
그 때 모든 보살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후 모두 이렇게 생각했다.
‘일체의 법은 다 마치 환화幻化와 같다. 이 가운데 만약 한 법이라도 화합하고 모여서 결정코 성취한다면, 부처라고 이름하고 법이라고 이름하고 승가라고 이름하고 아버지라고 이름하고 어머니라고 이름하고 아라한이라고 이름하니, 결정코 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마땅히 소진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모든 법은 체體도 없고 실實도 없고, 있는 것도 아니고 참된 것도 아니며, 허망하고 전도되고 공空한 것이 마치 환화幻化와 같다. 그러므로 그 가운데는 죄를 짓는 사람도 없고 얻을 수 있는 죄도 없는 것이니, 누가 살생하는 자가 되어서 재앙을 받는단 말인가?’
저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이 관찰해서 명료하게 알아차리자, 즉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획득하였다.”[문자함文字函 제5권]

『통요』에서 말하였다.
“반산 보적盤山寶積 선사가 저잣거리를 가다가 한 손님이 돼지고기를 사면서 백정에게 말하는 걸 보았다.
‘좋은 곳으로 한 근만 베어 주시오.’
백정이 칼을 내려놓으면서 두 손을 맞쥐며 말했다.
‘장사長史께서는 어디가 좋은 곳이 아닙니까?’
선사는 언하言下에 깨우쳤다.”


이미 생명이 스스로를 돌이켜 쏘는 것임을 알았으며
손댈 곳이 없으니 업도 함께 소멸한다.

또 말하였다.
“석공 혜장石鞏慧藏 선사는 옛날에 사냥꾼이었다. 사슴을 쫓다가 마조馬祖의 암자 앞을 지나면서 마조에게 물었다.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그대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사냥꾼입니다.’
마조가 말했다.
‘그대는 화살 하나로 몇 개를 쏘는가?’
‘화살 하나로 한 개를 쏩니다.’
마조가 말했다.
‘그대는 잘 쏘지 못하는구먼.’
‘화상께서는 잘 쏘십니까?’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네.’
‘피차가 생명인데, 어찌하여 그들 한 무리를 쏜단 말입니까?’
마조가 말했다.
‘이미 그런 줄 안다면 어째서 스스로를 쏘지 않는가?’
‘만약 어느 곳이라고 가르쳐 주신다면 스스로 쏘겠으나 손댈 곳이 없습니다.’
마조가 말했다.
‘이 사나이가 광겁曠劫의 무명 번뇌를 오늘에서야 단박에 쉬었도다.’
석공 선사는 당장에 활과 화살을 버리고 마조에게 투신해서 출가하였다.”[이상 제3권]


도둑은 다만 눈앞의 이익을 탐내니
누가 나중에 올 재앙을 돌아보려 할까?
『천불명경참회千佛名經懺悔』에서 말하였다.
“만약 물건으로 타자를 지켜서 타자가 수호를 받는다면, 풀 한 포기 잎사귀 하나라도 주지 않으면 취하지도 않거늘, 하물며 도둑질하는 것이겠는가? 중생은 오직 현재의 이익만을 보기 때문에 갖가지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을 취하다가 지옥이나 아귀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는다.
만약 축생으로 태어난다면 소나 말 등의 형상을 받아서 근력과 피와 고기로 그의 묵은 빚을 갚는다. 만약 인간 가운데 태어나면, 남의 노비가 된다. 혹은 강제로 빼앗거나, 혹은 핍박을 취하거나, 혹은 위세를 등에 업거나, 혹은 세력을 빌려서 간사스런 재화를 삼키다가 자신은 법망에 걸려든다. 그리하여 공적인 것을 침해해서 사사로운 것에 이익을 주고, 사사로운 것을 침해해서 공적인 것에 이익을 주고, 저쪽에 손해를 끼쳐서 이쪽을 이롭게 하고, 이쪽에 손해를 끼쳐서 저쪽을 이롭게 하는데, 이와 같은 죄들은 한량없고 가없다.”[장자함長字函]


모름지기 음란의 경계는 크게 황폐하고 미혹함을 알아야 하니
능히 중생의 일체지一切智를 잃게 한다.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만약 다섯 가지 욕망을 받아들인다면 범천에 태어나는 걸 가로막는데, 하물며 아뇩보리阿耨菩提이겠는가? 세간에서는 다섯 가지 욕망이 제일이라서 애착하고 즐기지 않음이 없고,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촉觸이 제일이니 능히 사람의 마음을 묶는다. 마치 깊은 진흙 속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기 어려운 것과 같다. 만약 나머지 욕망을 받아들인다면 지혜를 잃지 않겠지만, 음욕과 마주칠 때는 몸과 마음이 황폐하고 미혹함에 깊이 집착하여 스스로 빠진다.”[명자함名字函 제5권]


불쌍하도다, 소녀에게 애착하고 얽히는 것은
곧바로 모든 천天을 속박하는 악도惡道라네.

『제경요집』 「우전왕경」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여인이 가장 악하니
더불어 인연을 짓기가 어렵도다.
은혜와 애착으로 일단 결박하고서
사람을 끌고 죄의 문으로 들어간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하늘에서 가장 큰 계박은
여색을 능가하는 것이 없다.
여인은 모든 천天을 결박해서
장차 3악도惡道에 이르게 한다.

또 『지도론』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미소를 머금고 자태를 지어서
사람을 유혹하고
음란함의 그물을 펼쳐 놓으면
사람이 모두 몸을 던진다.
앉거나 눕거나 서서 다니면서도
얼굴을 돌이켜 교태를 지으니
지혜가 얕은 어리석은 사람은
이 때문에 마음이 취해 버린다.

검을 잡고 적을 향한다면
오히려 이길 수 있겠지만
여적女賊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독사가 독을 머금고 있다 해도
오히려 손으로 잡을 수 있겠지만
사람을 미혹하는 여인의 정에
접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영자함楹字函 제14권]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 【문】 사람이 지키는데 사람에게 성내거나, 법이 지키는데 법을 파괴하는 것을 마땅히 사음邪淫이라고 하겠지만, 사람이 자기 아내에 대해서야 어찌 사음이라고 하는가?
【답】 이미 하루의 계[一日戒]를 받아 법 가운데 있다면, 본래는 비록 아내였더라도 지금은 자재롭지 못한 것이다. 계율을 받은 기간이 지나면 법이 지키는 이가 아니다. 임신한 아내는 그 몸이 무거운데, 억지로 사리에 맞지 않게 하기 때문에 사음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만약 상대가 내 아내를 범했다면, 나는 곧 분노한다. 만약 내가 상대를 침범한다면, 그 역시 무엇이 다르겠는가? 어진 마음으로 스스로를 자제해서 마땅히 짓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하셨다.
‘사음하는 사람은 나중에 검수劍樹지옥에 떨어지는데,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 집안[家道]이 화목하지 않고 항상 음란한 부인을 만난다.’ ”[덕자함德字函 제3권]


뭇 선인들이 욕망으로 인해 신족통을 잃고
외뿔 선인이 여인을 목에 태우는 부끄러움을 잊다.

『비바사론』에서 말하였다.
“옛날 우타연왕優陀延王이 여러 궁녀[宮人]들을 데리고 울독파타산鬱毒波陀山 숲으로 갔다. 남자들은 빼고 순전히 여자들과 함께 다섯 가지 즐거움을 스스로 즐겼는데, 어떤 경우에는 나체로 일어나서 춤추는 이도 있었다.
이 때 5백 명의 선인仙人이 신족통의 힘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다가 그 곳을 지나갔다. 그 때 모든 선인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다가 문득 신족통을 상실했는데, 마치 날개 없는 새처럼 그 숲 속에 떨어졌다.
그 때 왕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그대들은 비비상처정非非想處定을 얻었는가?
선인이 대답하였다.
‘얻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물었다.
‘그대들은 초선初禪을 얻었는가?’
선인이 대답하였다.
‘일찍이 얻은 적이 있으나 지금은 잃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몹시 성을 내었다. 욕망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궁녀들을 보았다고 그 잘못을 나무라면서 날카로운 검으로 5백 선인의 손과 발을 잘라 버렸다.
저 선인들은 혹 안식眼識에 머물렀다 물러서는 자도 있었고, 혹은 이식耳識에 머물렀다 물러서는 자도 있었고, 혹은 비식鼻識에 머물렀다 물러서는 자도 있었다.”[규자함規字函 제7권]

『제경요집』에서 말하였다.
“옛날 바라나국波羅奈國에 한 선인이 있었는데, 소변을 보다가 정액이 떨어졌다. 사슴이 그것을 마시고 임신하여 새끼를 낳았는데 사람과 비슷하였다. 머리에는 뿔이 하나 있었고, 발은 사슴과 닮았다. 선인이 이 새끼를 거두어 기르면서 학문을 가르치니, 열여덟 가지 대경大經을 통달하였고, 또 좌선과 4무량심을 배워서 5신통을 얻었다.
어느 날 우연히 큰비를 만나 진흙탕에 미끄러져 땅에 주저앉자 문득 화가 나서 12년간 비가 오지 않도록 주문을 외웠다. 선인의 복덕으로 모든 용과 귀신들이 전부 비를 내리게 할 수 없었다. 결국 오곡이 나지 않아서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었다. 대신들이 모여서 의논한 뒤 왕에게 위와 같은 일을 아뢰었다. 왕은 칙령을 내려서 사람들을 모집하였다.
‘이 선인의 5신통을 잃게 하는 자에겐 마땅히 나라의 반을 나누어서 다스리도록 하리라.’
당시 선타扇佗라는 음녀가 있었는데 왕의 모집에 응했다.
‘제가 능히 그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의 목을 타고서 오겠습니다.’
음녀는 즉시 5백 대의 수레를 구해다가 5백 명의 미녀를 태웠다. 또 5백 대의 사슴이 끄는 수레에는 환희원歡喜圓을 실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약초를 섞어 만들어 색칠한 것으로서 갖가지 과일과 같았다. 아울러 맛있는 술을 갖추었는데 빛깔과 맛이 물과 같았다.
음녀는 선인의 처소 가까이 초암草庵을 짓고 머물렀다. 선인이 다닐 때는 모든 여인들이 다 나와서 맞이하였으며, 좋은 꽃과 미묘한 음악을 공양하였다. 이에 선인이 크게 기뻐하자, 모든 여인들이 그를 방안으로 끌어들여서 술을 주니 깨끗한 물로 여겼으며, 환희원을 주니 과일로 여겼다. 여인들이 차츰차츰 다가가서 마침내 음사婬事를 이루니, 즉시 신통을 잃고 7일 동안 큰비가 내렸다.
가져온 술과 음식이 다 떨어지자, 계속해서 산의 물과 나무의 과일을 갖다 주었는데 맛이 좋지 않았다. 선인이 전에 먹던 것을 찾자 여인이 대답했다.
‘이미 다 먹었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가면 얻을 수 있습니다.’
선인은 그녀를 따라갔다. 성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여인이 갑자기 길에 드러누우면서 말했다.
‘갈 수가 없습니다.’
선인은 즉시 목 위에 그녀를 올라타도록 했다. 여인이 먼저 소식을 보내서 왕에게 아뢰니, 왕은 어가御駕를 끌고 나와서 구경하였다. 왕이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었는가?’
여인은 앞서 있었던 일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뿔 하나 달린 선인이 바로 지금의 나이고, 그 음녀가 바로 지금의 야수다라耶輸陀羅이니라. 그 때 나는 여전히 번뇌[結]를 끊지 못해서 유혹에 빠진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욕망의 법이 능히 선인을 움직일 수 있음을 알 수 있으니, 하물며 어리석은 범부이겠는가?’ ”[대자함對字函 제12권]


두 여인이 비록 단정한 상호相好를 자랑했지만
6근根이 선하지 않다면 또한 어찌 감당하리오.

『잡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바라문 여인 두 명이 있었는데 용모가 단정하였다. 이에 금 덩어리를 현상금으로 걸어 열흘 안에 여인이 추하다고 비난할 수 있는 자에겐 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끝내 응모하는 자가 없었다.
그러다가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게 되니, 부처님께서는 문득 꾸짖으면서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다 추하고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찌하여 이 여인에게 좋은 점이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눈은 색色을 보지 않아야 좋은 눈이며, 귀와 코와 입도 마찬가지니라. 몸은 매끄럽고 부드러운 것에 집착하지 않아야 좋은 몸이고, 손은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지 않아야 좋은 손이다. 몸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거나 손이 재물 훔치기를 기뻐한다면, 이 같은 자들에겐 모두 좋은 점이 없는 것이다.’ ”[계자함啓字函 제1권]

『칠녀경七女經』에서 말하였다.
“장자長者에게 일곱 명의 딸이 있었는데, 견줄 바 없이 단정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아무도 감히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지 않다. 이른바 좋다는 것은, 세간의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에 탐착하지 않는 것인데, 이 여인들이 무엇이 좋단 말인가?’
가섭불迦葉佛 당시에 나라에는 일곱 명의 여인이 있었는데 쾌락에 집착하지 않았다. 시다림尸陀林에 들어와서 죽은 시체를 살펴보다가 제각기 그 까닭을 설했다. 제석천이 찬탄하면서 말했다.
‘여인들이여, 만약 바라는 바가 있다면 내가 반드시 주리라.’
여인들이 말했다.
‘첫째는 뿌리 없는 나무 묘목 한 그루를 주시고, 둘째는 그늘 없는 양지 한 조각을 주시고, 셋째는 메아리 없는 산 한 자리를 주십시오.’
제석천이 말했다.
‘온갖 물건이 다 있지만, 이 세 가지 소원은 내가 줄 수 없느니라.’
가섭부처님께서 천안으로 살펴보시고는 이 여인들을 회상 가운데 데리고 와서 천제에게 말했는데, 대성문들은 여전히 이를 깨우치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왕의 여인들도 이와 같은데, 너희 여인들은 무엇을 좋다고 하는가?’”[사자함詞字函]


지세持世보살은 악마가 여인들을 주겠다는 것을 거부했으나
유마維摩 거사는 ‘나는 재가자이니 온당하다’고 하다.[유마는 곧 무구칭無垢稱이다.]

『무구칭경無垢稱經』에서 말하였다.
“악마 파순波旬이 지세持世보살에게 천녀들을 데리고 왔다. 파순의 형상이 마치 제석천과 같았는데, 풍악을 울리면서 지세보살의 처소로 와서 진짜 제석천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이 여인들을 주어서 공양하고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세보살이 대답했다.
‘여인은 곧 법답지 않은 것이니, 이 일은 내겐 온당하지 않소이다.’
그 때 무구칭이 악마를 알아보고서 말했다.
‘이 여인들을 내게 보시하시오. 나는 재가의 거사[白衣]이니 온당할 것이오.’
악마가 놀랍고 두려워서 몸을 숨겨 떠나려고 했으나, 무구칭의 신력神力 때문에 숨으려고 해도 숨을 수가 없었다. 이 때 공중에서 말하였다.
‘그대 악마 파순은 반드시 천녀들을 이 거사에게 주어야만 돌아갈 수 있으리라.’
악마는 두려움에 떨며 위아래를 쳐다보다가 여인들을 주어 버렸다. 그러자 무구칭이 여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미 내게 주어졌으니, 반드시 정등각심正等覺心을 일으켜야 한다. 법원法苑의 즐거움이 있어서 스스로 즐길 수 있으니, 다시는 다섯 가지 욕망의 쾌락을 즐겨서는 안 된다.’
모든 천녀들이 말했다.
‘무엇을 법원의 즐거움이라 부릅니까?’
무구칭이 말했다.
‘은혜로운 보시 속에 있으면서 간탐慳貪의 쾌락을 여의는 것이며, 청정한 계율 속에 있으면서 교만의 즐거움이 없는 것이며, 인욕 속에 있으면서 견디고 조화 순응하는 즐거움이며, 정진 속에 있으면서 선근善根을 익히는 즐거움이며, 정려靜慮 속에 있으면서 혼란이 없음을 아는 즐거움이며, 반야 속에 있으면서 미혹을 여읜 밝음의 즐거움이며, 보리 속에 있으면서 광대하고 오묘한 즐거움이며, 온갖 악마들 속에 있으면서 능히 굴복시키는 즐거움이니, 모든 대보살들은 항상 그 속에 머문다. 그대들은 마땅히 이를 즐겨야지, 욕망의 쾌락을 즐겨서는 안 된다.’
그 때 악마 파순이 천녀들에게 말했다.
‘이제 너희들과 함께 천궁으로 돌아가고 싶구나.’
천녀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이제 법원의 즐거움을 즐기지 욕망의 쾌락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대 악마 파순은 마땅히 혼자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악마 파순이 무구칭에게 여쭈었다.
‘오직 대거사만이 이 여인들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집착함이 없으면서도 은혜롭게 보시할 수 있는 자를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이라 합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나는 이미 포기했다. 그대가 데리고 가도록 하라.’
여인들이 무구칭에게 예배하고서 물었다.
‘이제 마궁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무구칭이 대답했다.
‘자매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사문의 법에 무진등無盡燈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있는데, 비유하면 마치 하나의 등불이 백천 개의 등불을 태우는 것과 같나니, 어둠이 몽땅 밝아지고 그 밝음은 끝내 다하지 않는다. 그대들은 반드시 이를 배워야 하나니, 비록 마궁에 머물더라도 마땅히 한량없는 천자와 천녀들이 보리심을 발하도록 권해야 한다.’ ”[백자함白字函 제2권]


여인의 자태를 어머니같이 보고 자식같이 본다면
색욕色欲에 있은들 무슨 해가 되고 무슨 방해가 되겠는가?
『경률이상經律異相』에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여인을 보더라도 나이 든 이는 어머니같이 보고, 젊은 사람은 자매같이 보고, 어린 사람은 누이같이 보고 자식같이 보고 딸같이 보아야 한다. 안으로는 몸과 생각이 모두 악한 것이 드러난 것이어서 애착할 것이 없다고 관해야 하며, 밖으로는 그림의 화병 속에 청정하지 못한 것을 채운 것처럼 해서 이 4대大는 인연이 임시로 화합한 것이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관해야 한다.’ ”[병자함丙字函 제9권]


음녀를 생각한 나머지 꿈에서 일을 치르다가
깨어나 보니 모든 연법緣法이 본래로 공하였다.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세 사람이 있었는데 소문에 차이가 없이 엇비슷하였으니[伯仲], 비야리국耶離國의 음녀는 암라파리菴羅婆利라 하였고, 사위국의 음녀는 수만나須蔓那라 하였으며, 왕사성의 음녀는 우발라반나優鉢羅槃那라고 하였다. 저마다33 『대지도론』에는 “저마다[各各]” 앞에 “세 사람이 있었는데[有三人]”가 있다.
이 세 여인이 견줄 바 없이 단정하다고 밤낮으로 전념하여 찬탄하다가 마음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문득 잠을 잤는데, 꿈에서 일을 치르다가 깨어났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 여인들이 내게 오지도 않고 나 역시 가지도 않았는데도 음사婬事를 치르게 되었구나.’
이 일로 인해 일체법이 공空함을 깨달았다.”[성자함聖字函 제7권]
음주가 심하면 36가지 잘못이 있고
목숨이 다하면 파타波吒에서 억만 년을 보낸다.

『선악소기경善惡所起經』에서 말하였다.
“음주에는 서른여섯 가지 과실이 있다.
첫 번째는 자산과 재물을 잃는 것이며, 두 번째는 많은 질병을 나타내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로 인해서 흥분하여 다투는 것이며, 네 번째는 해치고 죽이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성냄이 늘어나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며, 일곱 번째는 지혜가 점점 적어지는 것이며, 여덟 번째는 복과 덕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며, 아홉 번째는 복과 덕이 점차 감소하는 것이며, 열 번째는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며, 열한 번째는 사업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며, 열두 번째는 걱정과 고통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며, 열세 번째는 모든 감관[根]이 우매해지는 것이며, 열네 번째는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며, 열다섯 번째는 사문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며, 열여섯 번째는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며, 열일곱 번째는 부처님을 존경하지 않는 것이며, 열여덟 번째는 승가의 법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며, 열아홉 번째는 나쁜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이며, 스무 번째는 착한 친구를 여의는 것이며, 스물한 번째는 음식을 버리는 것이며, 스물두 번째는 형상이 은밀하지 않은 것이며, 스물세 번째는 음욕이 치성한 것이며, 스물네 번째는 뭇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는 것이며, 스물다섯 번째는 말과 웃음이 더 많아지는 것이며, 스물여섯 번째는 부모가 기뻐하지 않는 것이며, 스물일곱 번째는 권속이 싫어하여 저버리는 것이며, 스물여덟 번째는 잘못된 법을 받아 지니는 것이며, 스물아홉 번째는 올바른 법을 멀리 여의는 것이며, 서른 번째는 어질고 착한 사람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며, 서른한 번째는 잘못과 과오를 범하는 것이며, 서른두 번째는 원적圓寂을 멀리 여의는 것이며, 서른세 번째는 미치광이짓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며, 서른네 번째는 몸과 마음이 산란한 것이며, 서른다섯 번째는 악을 짓고 게으른 것이며, 서른여섯 번째는 몸과 목숨을 마치게 되면 대지옥에 떨어져서 한없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무자함無字函]


이미 취하면 두꺼비도 오히려 잡지 못하거늘
또한 악룡을 어찌 항복시킬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제경요집』에서 말하였다.
“장로 사가타莎伽陀는 능히 악룡惡龍을 항복시킬 수 있었다. 우연히 시주를 만나서 술을 함께 마시다가 취해 땅에 쓰러져서 깨어날 줄 몰랐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함께 길을 가다가 사가타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 그를 보고는 알면서도 짐짓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아난이 대답했다.
‘악룡을 항복시키는 장로 사가타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젠 두꺼비도 오히려 항복시킬 수 없는데, 어찌 용을 항복시키겠는가?’
부처님께서는 다시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성인도 술을 마시면 오히려 이렇게 잘못되는데, 하물며 범부이겠는가?’ ”[영자함楹字函 제17권]


처음에는 얕고 열등하기 때문에 술과 고기가 통했지만
자못 성숙하고 난 뒤에는 터럭만큼이라도 끊어 버렸다.

또 말하였다.
“가령 『미증유경未曾有經』에서는 음주에 대해 허용하고, 『문수문경文殊問經』에서는 고기 먹는 것 등에 대해 허용하였는데, 헤아려 보면 이는 곧 부처님께서 처음 성도成道하실 때 중생의 근기를 헤아리매 단박에 끊거나 단박에 자제할 수 없는 까닭에 점차로 허용하고 점차로 자제한 후에 중생의 근기가 성숙했음을 알면 이내 영원히 끊어 버리고 영원히 자제해서 터럭만큼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대자함對字函]


재앙[禍]은 입에서 생기니 마치 맹렬한 불과 같고
혀는 곧 몸을 파괴하는 도끼와 같다네.

『대방편경大方便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간에서 재앙은 입으로부터 생기니 마땅히 입을 조심해야 한다. 입에서 생긴 재앙은 맹렬한 불길보다 심하니, 맹렬한 불길의 치성함은 능히 한 세상을 태우지만 나쁜 말[惡口]의 치성함은 무수한 세상을 태운다. 맹렬한 불길의 치성함은 세간의 재물을 태우지만, 나쁜 말의 치성함은 성인의 일곱 가지 재보를 태운다. 입 안의 혀는 몸을 파괴하는 도끼이자 자신을 멸망시키는 재앙이다.’ ”[기자함器字函 제3권]


부처님을 비방해도 안 받아들이면 도리어 자신에게 돌아가고
부처님께 흙을 던져도 역풍에 날려서 도리어 자신을 더럽히다.

『사십이장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도는 크나큰 인자仁慈를 지키니, 악으로써 오더라도 선으로써 대응한다. 그러므로 비방하더라도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대답하지 않으시니 그의 어리석고 우매함을 불쌍히 여긴 것이다.
한 어리석은 자가 비방하다가 그치자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자네가 예의로써 상대를 대접하는데 상대가 보배 선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찌하겠는가?’
‘다시 갖고 돌아갑니다.’
‘지금 자네가 나를 비방하더라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대는 스스로 갖고 돌아가야 하니, 재앙은 그대 몸에 있다. 마치 메아리가 소리에 감응하고 그림자가 형상을 쫓는 것과 같아서 끝내 벗어나질 못하니 악행을 삼가해야 한다.’ ”

또 말하였다.
“악인이 현자를 해치는 것은 마치 하늘을 우러러서 침을 뱉는 것과 같다. 침은 하늘을 더럽히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더럽힐 뿐이니, 현자를 해치지 못하고 재앙은 반드시 자기를 멸망시킬 뿐이다.”[사자함辭字函 제7권]

『잡아함경』에서 말하였다.
“건매健罵 바라문이 멀리서 세존을 보고는 추악한 말로 비방하고 욕하면서 흙을 집어서 부처님께 던졌다. 그 때 역풍이 불면서 오히려 그 흙이 바라문에게로 날아가 도리어 자신을 더럽혔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설하셨다.

만약 사람에게 성냄이나 원한이 없다면
비방을 받고 욕설을 듣더라도
청정하여 번뇌[結垢]가 없으리니
저 악은 오히려 그에게로 돌아간다.
마치 흙을 상대에게 뿌리더라도
역풍으로 인해 도리어 자신이 더럽혀지는 것과 같다.

이 때 바라문은 잘못을 참회하고서 떠나갔다.”[불자함不字函 제2권]

『관음경觀音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저주하고 온갖 독약으로
몸을 해치고자 하는 자에게
저 관음觀音의 힘을 염念하면
도리어 본인에게 붙는다.

「원통해문圓通解文」에서 말하였다.
“독약毒藥을 건네주고 저주하고 악한 마음으로 신명[神祇]에게 기도하거나 저들이 내게 와서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면, 도리어 본인에게 붙어서 횡액의 해로움이 올 것이니, 어찌 이것이 평등한 자비의 허물이겠는가. 저절로 흑업黑業의 과보가 따른 것이다. 관음은 이와 같이 부사의不思議하시니, 이런 까닭에 내가 지금 귀명歸命하여 예배하는 것이다.”[제3권]

사냥꾼이 사냥감을 찾아서 그 종적을 물을 때
보고도 보지 못했다고 말함은 죄가 아니다.

『오분율五分律』에서 말하였다.
“비구들이 화살을 맞고 달려오는 멧돼지를 보고서 서로 말했다.
‘보았다고 말해서는 안 되네.’
사냥꾼이 쫓아와서 비구들에게 물었다.
‘내가 쏜 화살에 맞은 멧돼지를 보지 못했습니까?’
비구들이 대답했다.
‘멧돼지를 보지 못했소이다.’
그러자 의문이 생겨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를 범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인연이 있다면, 능히 다른 말을 지어서라도 상대의 물음을 타파해야 한다. 둘 다 죄가 없는 것이다.’ ”[화자함和字函 제8권]


말이란 생겨났다가 문득 소멸하는 것이니
주재하는 자가 없는데 누가 비난하고 누가 성을 내겠는가?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가령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면 문득 그냥 지나친다. 만약 분별하지 않는다면 누가 마땅히 성내겠는가? 범속한 사람의 마음은 자기 자신에 집착해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분노와 원한을 일으킨다. 만약 언어란 생겨났다가 곧 소멸하여서 앞과 뒤가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을 능히 안다면 성내지 않을 것이며, 또한 모든 법 안에는 주재자[主]가 없다는 것을 알면, 누가 비난하고 누가 성을 내겠는가?”[성자함聖字函 제5권]

『요집要集』에서 말하였다.
“보살은 저 중생을 관찰하여서 비록 백천 겁을 꾸짖더라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만약 백천 겁을 칭찬하더라도 환희하지 않아서 음성의 생하고 멸하는 것이 꿈 같고 메아리 같음을 요달해 안다.”[대자함對字函 제12권]


무엇을 배가 나찰의 나라에 표류했다고 하는 겁니까?
바로 이름을 불러대자 얼굴빛을 잃을 때로다.

『통요統要』에서 말하였다.
“당주唐州 자옥산紫玉山 도통道洞 선사에게 우적于頔 승상이 물었다.
‘검은 바람이 불어서 배가 표류하여 나찰 귀신의 나라에 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우적이라는 그 사나이가 너에게 물은 것인가, 일을 지어낸 것인가?’
우적이 당시에 얼굴빛을 잃었다. 선사가 말했다.
‘다만 이것이 문득 표류하여 나찰 귀신의 나라에 떨어지는 것이오.’
우적이 듣자마자 믿고 받들었다.”[제3권]


어찌 살생과 음행에 죄과가 없겠는가?
이 같은 삿된 견해를 지으면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비담론毘曇論』에서 말하였다.
“무엇을 삿된 견해라고 하는가? 선과 악의 업보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금생과 후생이 없다고 하는 것과 법을 비법非法이라 설하고 비법을 법이라고 설하는 것이다.”[면자함面字函 제8권]

가령 『능엄경』에서 말하였다.
“보련향寶蓮香 비구니가 보살계를 지니고서도 사사로이 음욕婬欲을 행하였다. 또한 음욕을 행하는 것은 살생도 아니고 도둑질도 아니라서 업보가 없다고 함부로 말하였다. 홀연히 여근女根에서 커다란 불길이 생겼으며, 급기야 유리왕琉璃王에게 죽임을 당했다.
구담瞿曇의 족성族姓인 선성善星 비구는 일체법이 공하다고 함부로 말하였다. 이 두 사람은 살아 있는 몸으로 아비지옥에 떨어졌다.”[염자함染字函 제8권]


우바리가 설한 것은 그 병을 더욱 심하게 했고
무구칭이 의심을 제거하니 성품의 공함을 요달했다.

『무구칭경』에서 말하였다.
“우바리優波離가 말했다.
‘어떤 두 비구가 받은 계율을 범하고 나서 근심과 후회에서 풀려나 이 허물에서 벗어나길 원하므로, 내가 곧 여법하게 해설해줌으로써 근심과 후회를 없애 주겠습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우바리여, 이 두 비구의 죄를 더욱 늘어나게 하지 말게나. 왜냐하면 저 죄의 성품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그 사이에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셨듯이 마음이 잡되게 물들었기 때문에 유정有情이 잡되게 물드는 것이며,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유정이 청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이라는 것은 안에도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둘 사이에도 있지 않은 것이다.
가령 그 마음이 그러하다면 죄의 허물 또한 그러한 것이며, 죄의 허물이 그러하다면 모든 법도 그러한 것이다. 일체법의 성품은 생하고 멸함에 머물지 않으니 마치 허깨비 같고 화신[化] 같다. 이와 같이 아는 자야말로 계율을 잘 지니는 자이다.’ ”[자자함自字函 제2권]

『영가永嘉』에서 말하였다.
“두 비구가 음행과 살생을 범했는데 우바리의 반딧불은 죄의 속박을 더했지만 유마 대사는 단박에 의심을 없앴으니, 마치 빛나는 태양 아래 서리와 눈이 녹는 것과 같다.”


증상만增上慢의 사람에겐 분노와 어리석음을 끊으라 했지만
증상만을 여읜 자에겐 어떤 장애를 한정하겠는가?

『종경록宗鏡錄』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잘난체하는 증상만의 사람에겐 음욕ㆍ분노ㆍ어리석음을 끊는 것을 해탈로 삼으라고 설하셨으며, 증상만을 여읜 사람에겐 음욕ㆍ분노ㆍ어리석음의 본성이 해탈이라고 설하시면서 6근根과 6진塵도 걸림이 없다고 하셨다.”[공자함功字函 제8권]

가령 『금강송』에서 ‘욕망 속에 있으면서도 욕망이 없고, 티끌 가운데 살면서도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같다.
또 장졸張拙 수재秀才는 오도송悟道頌에서 이렇게 말했다.

광명이 온 우주 세계[恒河沙]를 고요히 비추니
범부와 성인과 중생[含靈]이 다 함께 내 집안일세.
한 생각 낳지 않으니 전체가 드러나지만
6근이 움직이면 구름에 가리운다네.

번뇌를 제거함은 더욱 병을 심하게 하며
진여에 취향趣向함도 또한 삿되다네.
온갖 연緣을 따라 순응하면서도 걸림이 없으니
열반이든 생사든 모두가 허공 꽃이라네.

『종경록』에서 말하였다.
“ 【문】 어떤 법이 변하지 않으며 어떤 법이 인연을 따르는 것입니까?
【답】 마음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본성[性]이고, 인연을 따르는 것은 바로 현상[相]이다. 마땅히 본성과 현상은 모두 일심상一心上의 이치임을 알아야 한다. 진실로 진심眞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단지 8식識이라고 말하고, 8식은 단지 진심이 인연을 따른다는 이치임을 알지 못한다. 변하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능히 인연을 따르는 것이며, 인연을 따르기 때문에 바야흐로 능히 변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자체가 변한다면 장차 어떻게 인연을 따르겠는가? 물이 없는데 어찌 파도를 이루겠는가? 그러므로 일심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로되, 이치는 두루하여 항하의 모래와 같으며, 비록 항하의 모래와 같더라도 모두 한마음인 이치이다.”[공자함功字函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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