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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33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96권

by Kay/케이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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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96

 

대보적경 제96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 한역
송성수 번역


28. 근수장자회(勤授長者會)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어서 번뇌[漏]가 아미 다하고 다시는 번뇌가 없으면서 으뜸가게 조복되었음은 마치 큰 용과 같았으며,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벗었으며, 자기의 이익을 체득하고 모든 존재의 번뇌[結]를 다하였으며, 바른 지혜로 해탈하여 마음에 자재함을 얻고 최상의 공양을 받을 만하며 대중이 다 잘 아는 이들이었으나 오직 아난(阿難)만이 아직도 배우는 지위[學地]에 있었다.
그 이름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와 마하가섭(摩訶迦葉)과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과 마하아습파(摩訶阿濕波)와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乾連)과 마하겁빈나(摩訶劫賓那)와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와 마하범파(摩訶梵頗)와 라후라(羅睺羅)와 난타(難陀) 등이었으니, 이러한 이들이 상수(上首)였다.
다시 보살마하살 5백 인들도 함께 있었으니, 모두가 삼매(三昧)와 다라니(陀羅尼)를 얻은 이들이었다.
그때 사위대성(舍衛大城)에 용맹수(勇猛授)라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재보가 풍부하여 창고가 가득 차 넘쳤으며,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마니 및 진주와 코끼리․말․소 및 양과 노비와 하인이며 장사꾼들을 모두 다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때 용맹수는 5백 명의 장자들과 함께 모여 연회를 베풀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어진 이들이여,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나오시기 어렵고,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려우며, 그때를 역시 만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법 안에서 믿음으로써 출가하는 이런 일도 어렵고, 비구의 성품을 이루는 것도
아주 어려우며, 법답게 수행하는 것도 어렵고,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으면서 적은 은혜라도 잊지 않는 이러한 사람도 얻기 어려우며, 부처님의 법에서 믿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는 이러한 사람도 얻기 어렵고, 믿고 좋아함이 성취되는 이러한 일도 또한 어려우며, 부처님 법을 장엄하는 이러한 일도 역시 어려우며, 나고 죽음에서 해탈하는 일은 갑절 더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들은 성문승(聲聞乘)이나 벽지불승(辟支佛乘)에서 멸도(滅道)하기를 구해야 하겠습니까? 가장 으뜸가는 불승(佛乘)에 나아가야 하겠습니까?”
그러자 다함께 외쳤다.
“우리들은 차라리 위없는 부처님의 도에서 열반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論議)를 한 뒤에 모두가 앞뒤로 둘러싸여 사위성을 나와서 기다림(祇陀林)을 향하여 여래가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물러나 한쪽에 가 앉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일부러 장자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은 무슨 일이 있기에 지금 나에게로 왔는가?”
그때 용맹수는 5백 명의 장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여러 사람은 같이 한군데 모여서 이런 논의를 하였습니다.
‘부처님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몸도 얻기 어려우며, 나아가 나고 죽음에서 해탈하기란 갑절 더 어렵다. 우리들은 성문승이나 벽지불승에서 멸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가장 으뜸가는 불승에 나아가야 할 것인가?’
그리고 모두가 함께 말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차라리 위없는 부처님의 도에서 열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로써 지금 여래․응공․정등각께로 찾아온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뜻을 두고 구하는 이는 마땅히 어떻게 배워야 하고, 어떻게 머물러야 하며, 어떻게 수행하여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그대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려고 나에게로 왔으니, 자세히 듣고 이를 잘 생각해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이 마땅히 배워야 하고 머물러야 하고, 수행해야 할 것을 그대들에게 말할 것이니라.”
모든 장자들은 가르침을 받들며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승한 뜻을 두고 좋아하는 이는 마땅히 온갖 중생들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大悲]을 일으키면서 널리 수행하여야 하고, 부지런히 훈습(熏習)하여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하여, 그리고 처자와 창고와 집과 음식과 의복과 탈것과 침구류와 꽃다발과 바르는 향 등의 온갖 향락 도구에 대하여 집착함이 없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모든 중생은 몸 등을 집착함으로써 나쁜 업이 생기고, 나쁜 업으로 인하여 지옥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만일 중생들에게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서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는다면 곧 좋은 갈래[善趣]에 태어나게 될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승한 뜻을 두고 좋아하는 이라면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를 일으킨 뒤에 마땅히 크게 버림[大捨]을 닦으면서 보답을 구하지 않아야 하고, 보답을 구하지 않는 이는 계율에 머물러야 하며, 3계(戒)가 청정하면서 인욕을 갖추어야 하고, 모든 악을 참으면서 정진을 일으켜야 하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 마음을 닦아야 하고, 선정에 편안히 머무르면서 지혜와 선교방편(善巧方便)을 닦아야 하며 나[我]와 사람[人]과 중생(衆生)과 수명(壽命)을 모두 다 버리고 여의어야 하느니라.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보시를 행하고 청정한 계율을 지녀야 하며,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인욕을 닦고 정진을 일으켜야 하며,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선정에 들어가고 지혜와 선교방편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그때 그 장자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몸과 저 처자며 온갖 재보와 살림살이에 대하여 마음으로 항상 사랑하고 아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관찰하면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하여 탐내거나 아낌이 없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승한 뜻을 두고 좋아하는 이라면 마땅히 이렇게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 몸은 한량없는 허물이 있으며, 작은 티끌이 쌓이고 모여 나고 머무르고 달라지고 소멸하면서 생각생각마다 옮아 흐르고 있다. 아홉 군데 문에서 새어나오는 것은 마치 독사가 살고 있는 굴과 같고, 그 안에 주인이 없음은 마치 텅 빈 마을과 같으며, 필경에 파괴됨은 마치 굽지 않은 기와병과 같고, 오로(惡露)가 가득 차서 넘침은 마치 더러운 그릇과 같다.
모든 깨끗하지 않은 것이 담겨져 있음은 마치 변소와 같고, 접촉하거나 움직일 수 없음은 마치 고약한 종기와 같으며, 좋아하고 탐내다가 환란을 당함은 마치 독이 섞인 음식과 같고, 은혜와 공덕을 모름은 마치 나기 전부터 원한을 품은 이[末生怨]와 같으며, 사람을 속임은 마치 악지식(惡知識)과 같고, 어리석어서 사랑하다가 해를 입음은 마치 원숭이를 벗한 것과 같다.
지혜의 생명을 끊음은 마치 죽이거나 해치는 이와 같고, 모든 착한 법을 빼앗음은 마치 강도와 같으며, 항상 남의 틈[便]을 구함은 마치 원수와 같고, 인자한 마음이 없음은 마치 망나니와 같으며, 받들어 섬기기 어려움은 마치 포악한 사람과도 같고, 마치 화살이 몸에 꽂혔기 때문에 닿기만 하여도 아픈 것과 같으며, 마치 썩어빠진 집을 항상 고치면서 손을 대는 것과 같고, 마치 오래되어 망가진 수레를 몰아대면서 채찍질하기가 어려운 것 같으며, 마치 독사가 있는 상자에는 가까이 할 수가 없는 것과 같고, 나그네가 쉬는 여관에는 고달픔만이 쌓인 것과 같으며, 마치 외롭게 홀로 떨어져 있는 집이 속한 데가 없는 것과도 같다.
마치 옥졸이 엿보고 있다가 해를 끼치는 것과 같고, 마치 왕이 나라를 근심하는 것 같으며, 마치 변두리의 성에서 경계하며 두려워하는 것과 같고, 마치 나쁜 나라에 재앙이 많은 것과 같으며, 마치 깨진 그릇을 가지기 어려운 것과 같고, 마치 사당(祠堂)에 불이 나서 한없이 타는 것과 같으며, 마치 아지랑이가 거짓인 것과 같고, 마치 허깨비가 사람을 홀리게 하는 것과도 같다.
마치 부러진 파초의 속이 견고하지 못한 것과 같고, 마치 물보라를 붙잡을 수 없는 것과 같으며, 마치 물 위에 뜬 거품이 속히 일어났다가 속히 사라지는 것과 같고, 마치 강물 언덕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나무가 흔들리는 것과 같으며, 마치 빠르게 강물이 흐르면 마침내는 죽음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과도 같다.’”
다시 이어서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이렇게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 몸이 이루어진 앞뒤의 인연은
처음 욕애(欲愛)로 화합하여서 태어나고, 이를 자라고 기르게 하기 위하여 형체가 있는 음식을 삼키면 생장(生藏)에 이르러 담음(痰陰)으로 그를 소화시키고, 그 다음에는 황장(黃藏)에 이르러서 익히려고 할 때에 곧 그것이 변하여 초(酢)가 되며, 그 다음에는 풍장(風藏)에 이르러서 바람으로 즙(汁)과 찌꺼기[滓]를 나누어 저마다 흐르게 하면서 대변․소변이 되게 한다. 그리고 즙은 변하여 피가 되고, 피가 변하여 살이 되며, 살이 있는 곳에는 비계가 생기고, 비계가 있는 곳은 뼈로 되며, 뼈 안에는 골수가 생긴다.’
그러면서 이렇게 몸이 된 인연은 앞뒤가 다 청정하지 못하다고 관찰해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이런 관(觀)할 때에는 다시 생각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은 몸은 360개의 뼈 무더기로 이루어졌고, 마치 썩어빠진 집과 같아서 여러 마디로 지탱하고 있으며, 네 개의 가는 맥[細脈]이 둘레에 쭉 깔려 있고, 5백 부분으로 나누어진 살은 마치 진흙으로 발라 있는 것과 같으며, 6개의 맥이 서로 이어지고, 5백 개의 힘줄이 얽혀 있으며, 7백 개의 가는 맥이 이리저리 감겨 있고, 16개의 굵은 맥은 혁대를 잠그는 단추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길이가 세 길 반[三尋半]이나 되는 두 개의 살 노끈이 속에서 얽어 매고 있다.
또 16개의 위장(胃腸)이 생장(生藏)과 숙장(熟藏)을 둘러싸고 있으며, 25개의 기맥(氣脈)은 마치 창의 틈과 같고, 107개의 관혈(關穴)은 마치 부서진 그릇과 같으며, 8만의 털구멍은 마치 어지러운 풀로 덮여 있는 것과 같고, 다섯 감관과 일곱의 구멍에는 깨끗하지 않은 것이 가득 차 있으며, 일곱 겹으로 가죽이 싸고 있고, 여섯 가지 맛으로 양육되는 것은 마치 사당의 불이 한없이 삼켜버리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몸이기에 온갖 더러운 냄새가 나고 제 성품이 문드러지거늘 그 누가 이것을 애지중지하면서 교만을 부리겠느냐? 마치 다른 그릇을 빌려 있는 것과 같고, 수레에 물건을 실어 놓은 것과 같은 것인데, 단지 양육하고 있는 것은 보리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관찰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몸은 더러운 그릇이라
마치 똥을 담아 놓은 병과 같나니
범부는 지혜가 없으므로
빛깔을 믿으면서 교만을 부린다.

코에서는 콧물이 늘 줄줄 흐르고
입에서는 항상 악취가 풍기며
눈꼽 끼고 벌레는 몸에 두루하거늘
그 누가 깨끗하단 생각을 내겠느냐?

마치 사람이 검은 숯을 가지고

갈면서 희게 하려 하는 것과 같나니
가령 그것이 다 닳는다 하여도
몸의 빛은 끝끝내 변함이 없다네.

설령 그 몸을 깨끗하게 하려고
강물에 들어가 스스로가 씻을 때에
그 몸이 다 닳아도 깨끗할 수 없나니
그 일도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신 뒤에 다시 5백 명의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보살로서 뛰어난 뜻을 일으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는 이면 마땅히 이 몸의 마흔 네 가지를 관찰해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마흔 네 가지라 하는가 하면, 첫째는 이 몸은 싫어할 만하나니 성품에 화합함이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이 몸에는 더러운 악취가 나나니 고름과 피가 항상 흐르기 때문이며, 셋째는 이 몸은 견고하지 않나니 마침내는 망가져 없어지기 때문이요, 넷째는 이 몸은 파리하고 연약하나니 팔다리의 마디뼈로 유지되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이 몸은 깨끗하지 않나니 더러운 것이 넘쳐 흐르기 때문이니라.
여섯째는 이 몸은 마치 환술과 같나니 어리석은 범부를 속이기 때문이요, 일곱째는 이 몸은 부스럼이 터진 몸이니 아홉 군데서 항상 흐르기 때문이며, 여덟째는 이 몸은 불에 타고 있나니 음욕의 불이 왕성하기 때문이요, 아홉째는 이 몸은 불로 되었나니 성을 내는 불이 활활 타기 때문이며, 열째는 이 몸은 두루 타고 있나니 어리석음의 불이 두루하기 때문이니라.
열 한째는 이 몸은 눈 없는 소경이니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기 때문이요, 열 두째는 이 몸은 그물에 떨어져 있나니 애욕의 그물에 덮여 있기 때문이며, 열 셋째는 이 몸은 부스럼 무더기이니 부스럼이 두루 가득 찼기 때문이요, 열 넷째는 이 몸은 편안하지 않나니 404가지 병(病)이 있기 때문이며, 열 다섯째는 모든 벌레가 사는 곳이니 8만 개의 벌레가 있기 때문이니라.
열 여섯째는 이 몸은 덧없는 것이니 마침내는 죽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요, 열 일곱째는 이 몸은 완고하고 어리석나니 법에 앎이 없기 때문이며, 열 여덟째는 마치 기와로 만든 그릇과 같나니 생기고 머무르고 무너지기 때문이요, 열 아홉째는 이 몸은 핍박을 받고 있나니 근심과 괴로움이 많기 때문이며, 스무째는 구호할 이가 없나니 반드시 무너지고 없어지기 때문이니라.
스물 한째는 이 몸은 험난하고
흉악하나니 아첨과 속임수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요, 스물 두째는 마치 밑 없는 구덩이와 같나니 모든 욕심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며, 스물 셋째는 마치 불이 땔나무를 만남과 같나니 물질을 탐하면서 싫증냄이 없기 때문이요, 스물 넷째는 이 몸은 만족해 함이 없나니 다섯 가지 욕락을 탐내면서 받기 때문이며, 스물 다섯째는 마치 종아리를 맞는 것과 같나니 손해가 따르기 때문이니라.
스물 여섯째는 이 몸은 일정하지 않나니 흥성하다가 쇠퇴하기도 하고 증가하다가 손감되기도 하기 때문이요, 스물 일곱째는 몸은 마음을 따라 움직이나니 바르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며, 스물 여덟째는 은혜를 모르나니 반드시 무덤 사이에 버려지기 때문이요, 스물 아홉째는 몸은 다른 것의 먹이가 되나니 여우와 이리에게 먹히기 때문이며, 서른째는 몸은 마치 기관(機關)과 같나니 힘줄과 뼈로 유지되기 때문이니라.
서른 한째는 몸은 자세히 살펴볼 수조차 없나니 고름과 피와 똥 찌꺼기로 되었기 때문이요, 서른 두째는 몸은 자유롭지 않나니 음식에 의지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며, 서른 셋째는 몸은 망령되게 얽어 싸여 있나니 마지막에는 부서져 없어지기 때문이요, 서른 넷째는 몸은 나쁜 벗이 되나니 거스름과 해침이 많기 때문이며, 서른 다섯째는 몸은 살해하는 자가 되나니 스스로가 죽이고 해치기 때문이니라.
서른 여섯째는 몸은 고통을 담은 그릇이 되나니 고통의 핍박을 받기 때문이요, 서른 일곱째는 몸은 고통의 무더기가 되나니 5온(蘊)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며, 서른 여덟째는 몸은 주인이 없는 것이니 뭇 연(緣)으로 생기기 때문이요, 서른 아홉째는 이 몸은 목숨이 없나니 남녀의 모양을 여의기 때문이며, 마흔째는 이 몸은 공한 것이니 온(蘊)․처(處)․계(界)라고 관찰하여야 하기 때문이니라. 마흔 한째는 이 몸은 허망한 것이니 마치 꿈속과 같기 때문이요, 마흔 두째는 이 몸은 진실하지 않은 것이니 마치 허깨비와 같기 때문이며, 마흔 셋째는 몸은 환술에 미혹된 것이니 마치 아지랑이와 같기 때문이요, 마흔 넷째는 몸은 속임수를 당하고 있나니 마치 그림자의 형상과 같기 때문이니라.
이것이 마흔 네 가지이니, 보살이 이런 관(觀)을 짓게 되면 몸․목숨․애욕․집착․처자․집․음식․의복
․탈 것․향․꽃다발 등의 온갖 향락 도구가 모두 싫증이 나면서 구하려는 생각이 없어지며, 속히 6바라밀을 성취하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의 몸을 잘 얻기는 매우 어려우니
이 몸을 위하여 뭇 악을 짓지 말라.
마침내는 무덤 속에서 여우와 이리에게 먹히나니
나쁜 소견으로 탐애(貪愛)를 내지 말아라.

범부는 미혹하고 어리석기 때문에
이 몸을 사랑하면서 모든 업(業)을 짓지만
이 몸은 또한 다시 은혜를 모르고
밤낮으로 뭇 고통의 인연만 늘린다.

기관(機關)이 움직이며 항상 피곤하고
콧물․침과 오줌․똥이 늘 가득 찼으며
굶주림과 추위와 더위가 핍박하거늘
어찌 지혜 있는 이라면 이 몸을 사랑하랴?

싫증냄이 없는 이 몸은 큰 구덩이와 같아
부질없이 뭇 원망과 해(害)만 기를 뿐이며
이 몸으로 말미암아 항상 악을 지어서
한량없는 겁 동안에 모든 고통을 받는다네.

꼭 죽는다는 것을 믿고 수승한 복을 닦으면서
불법 안에서 바른 믿음을 내어야 한다.
음식과 의복과 바르는 향으로
이 몸을 길러 온 지 오래되었건만
그 누가 붙잡아서 무너지지 않게 하랴.
이익 없음을 알고 즐겨 빠지지 말아야 하네.

모니(牟尼) 세존은 만나기 어려워서
한량없는 겁 동안에 한 때 출현하시나니
마땅히 부처님 법에 청정한 믿음 내고
두려워할 만한 악도(惡道)에 따라가지 말 것이다.

설령 수명이 천억 살이라 해도
덧없음을 두려워하면서 싫어해야 하겠거늘
하물며 잠시라도 보존할 수 없어서
저 나쁜 갈래[惡趣] 속에 빠지게 됨이겠는가?

혹 어떤 나쁜 벗이 와서 권하기를
‘얻기 어려운 사람의 몸을 이제 이미 얻었으니
재보를 많이 구하여 즐기며
한창 나이에 마음껏 놀자’고 할지라도

어찌 재물을 구함에 즐거운 것이 있으랴.
얻는다 해도 지키면서 수고를 해야 된다.
이것은 어리석은 사람의 망령된 말일 뿐이니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관찰하여야 한다.

재물은 환술 같고 꿈과 같은 것인데
어리석은 중생들은 미혹되어 있나니

찰나 동안에 얻었다가 찰나 동안에 잃거늘
어찌 지혜 있는 이라면 사랑하는 마음을 내겠는가?

마치 환술장이가 환술로 만든 일과
건달바성(乾闥婆城)에 있는 갖가지의 빛깔처럼
재보도 이와 같아 범부를 속이나니
허망한 가운데에 무슨 진실이 있으랴?

갖은 고통 당하면서 재물의 이익 구하지만
물․불․왕과 도둑이 항상 빼앗아 가며
이 때문에 뭇 고통의 원인이 되거늘
어찌 지혜 있는 이라면 좋아하는 마음을 내겠는가?

탐애(貪愛)를 항상 품고 있는 이들은
재물의 이익을 좆으면서 싫어할 때 없으며
부모에게도 인자한 마음이 없고
친족에 이르기까지도 원망하며 손해를 끼친다네.

말은 온순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어기면서
갖가지의 속임수를 쓰게 되나니
혹은 삿된 이론과 삿된 주문 등을 배워
재주를 자랑함이 마치 음녀(婬女)와 같으며

혹은 또 아첨하면서 부드러움을 나타내고
혹은 또 억세면서 위엄을 보이지만
이러한 한량없는 악업은
모두 재물의 이익에서 생기게 된다.

산호와 금과 옥과 마니주 등의
이런 물건은 본래 물거품과 같으며
또 허깨비와 같음을 분명히 모르므로
이것에 속아서 3악도에 떨어진다.

미륵(彌勒) 세존이 출현할 때에는
일생(一生)을 지낸 뒤에 나의 지위에 올라
나라 땅은 온통 황금으로 깔리겠지만
이것들은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 것이랴?

겁(劫)이 다하면 세간은 모두 불타 무너지고
수미산과 바닷물도 다 타서 마르며
마침내는 닳아 없어지면서 허공이 될 터인데
이 보물들은 어디로 가는 것이랴?

갖가지의 악업으로 재물을 구하고
처자를 양육하며 즐겁다고 여기지만
죽을 때는 고통만이 몸을 핍박하리니
처자로서 그대를 구해 줄 수 있는 이 없다네.

저 3악도의 두려운 곳에는
처자와 친한 이가 보이지 않으며
수레와 말과 재보는 남에게 했는데
받는 고통을 그 누가 같이 나누랴?

부모와 형제와 처자와
벗과 하인과 값진 재물은
죽어갈 때 와서 친하게 대할 것 하나도 없고
흑업(黑業)만이 언제나 따를 뿐이다.


지혜 있는 이를 끝내 친애하지 않으면서
모든 악업을 지어 아비지옥에 들어가면
그 업이 다해야 나올 수 있을 뿐
그를 대신하는 친족은 없다네.

염라(閻羅)의 사자는 업만을 상고할 뿐
친족이나 벗에 관한 일은 묻지 않으며
‘너는 사람 몸이 되어 악을 버리지 않았으니
극심한 고통을 이제 달게 받아라’ 한다.

염라왕은 항상 그 죄인에게 말하되
‘조그마한 죄도 나는 가할 수 없고
네가 지은 죄라 이제 저절로 온 것이니
업보는 자신이 부른 것이요 대신할 이 없다’ 한다.

부모와 처자라도 구제할 수 없으므로
힘써 벗어날 인[出離因]만을 닦아야 하나니
그러므로 칼과 쇠사슬[枷鏁]을 차게 될 업을 버리고
멀리 여의어 안락을 구할 줄 잘 알아야 하리니
집과 처자에게 두려움을 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서 늘 바로 수행하라.

재가(在家)는 훨훨 타는 고통의 근본이라서
마치 뜨거운 화로 같아 두려워할 만하고
몸과 마음 태우면서 길이길이 타거늘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탐착을 내겠는가?

기꺼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기 좋아하고
경영하는 것 없음으로써 쾌락을 삼으라.
어리석은 범부는 집이라는 것이
고통의 근본임을 모르고 멋대로 탐애하나니

저 가죽․힘줄․뼈와 살덩이 가운데서
미혹되어 망령되이 부부(夫婦)라는 생각을 내며
마치 허깨비와 같음을 분명히 알지 못하여
범부는 이것에 탐착을 낸다네.

지혜 있는 이는 이런 허물을 잘 알아
세간의 욕락(欲樂)을 모두 버리면서
법을 좋아하기 마치 약(藥)을 구하는 생각처럼 하며
집에서 사는 속박을 속히 여의어야 할 것이다.

그때 5백 명의 장자들은 이 법을 들은 뒤에 무생인(無生忍)을 얻고서 기뻐 펄쩍펄쩍 뛰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이익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큰 이익 얻게 되어 기쁘옵니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법에 대하여
모두가 기뻐하는 마음을 내옵니다.

보리에 나아가
중생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면서
선(善)으로써 목숨을 이으며
깨달음과 지혜로 마음을 편안케 하겠습니다.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장차 부처님 도를 이루기 원하면서
저희들은 모두가 이미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금빛의 몸매로 장엄하여
세계를 밝게 비추리니
보리의 마음을 좋아하는 이는
당연히 여래 몸을 얻게 될 것입니다.

큰 마음[大心]인 보리의 마음은
모든 마음 중에서 가장 위이며
온갖 속박을 해탈하게 하고
모든 공덕을 두루 갖추나이다.

복이 적은 모든 중생들은
이것에 기뻐하는 마음이 없으며
나고 죽은 허물을 관찰하지도 않고
보리의 마음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보리의 마음이 지닌 공덕을
만일 빛과 방위로 구분한다면
허공의 세계에 두루하여서
받아들일 이가 없을 것입니다.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수의
모든 부처님의 세계 안에다
가령 값진 보배를 펼쳐 놓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다 하여도

어떤 이가 한 번 합장하면서
보리에 회향하는 마음 지니면
이 복이 앞의 복보다 뛰어나서
그 맨 끝조차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공양을 하는 복뿐만 아니요
그 밖의 복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와 같은 보리의 마음을
가장 뛰어난 신선[最勝仙]께서 말씀하셨나이다.

보리의 마음은 가장 수승하여
마치 아가타약(阿伽陀藥)이
온갖 병을 능히 제거하고
온갖 안락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보건대 모든 중생들은
세 가지의 불[三火]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혜로운 이는 한량없는 겁 동안
부지런히 애쓰면서 항상 닦아 익히나니

마치 의왕(醫王)이 용맹스럽게
보리의 행을 두루 갖추고서
중생들의 고통을 구제하여 주면
근심과 괴로움을 영영 여의는 것과 같습니다.

온갖 태어나는 곳마다
끝내 이 마음을 버리지 않고
부지런히 모든 행(行)과 원(願)을 닦으면서
용맹스럽게 부처님 법을 구하겠습니다.

저희들은 좋은 이익을 얻어
저희들은 마음이 기쁘옵니다.
이제 석씨 사자[釋師子]를 뵙게 되었으니
당연히 여래의 몸을 얻게 될 것이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면서, 그 입으로부터 청색․황색․적색․백색과 홍색(紅色)․자색(紫色)․파려색(頗黎色) 등의 갖가지 광명을 놓아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와 범천의 세계[梵世]까지 비추시자, 해와 달의 위엄 있는 광명도 모두 다 숨어 버렸다. 그리고는 도로 그 광명이 돌아와 세 바퀴를 돌고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 존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이 있으시기에 그러한 미소를 나타내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미소를 나타내심은 까닭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가장 으뜸가는 길잡이시니
까닭 없이 미소지으시지는 않았을 겁니다.
세간을 가엾이 여기고 이익되게 하신 이여
미소지으신 인연을 말씀하여 주소서.

가난한 중생들은 법의 재물이 없으므로
가장 위의 대승(大乘)을 베푸시어서
세간 소경들의 눈이 되셔야 하리니
미소지으신 인연을 말씀하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5백 명의 장자들이 지금 나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5백 명의 장자들은 이미 옛날에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들을 받들어 섬기면서 공양하였고, 모든 선근을 심었었으므로 이제 이 법을 듣고서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느니라. 이 모든 장자들은 이로부터 이후에는 나쁜 갈래에 나지 않고, 인간과 천상 안에서 항상 쾌락을 받을 것이며, 다시 미래 세상에 미륵 부처님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며, 그리고 현겁(賢劫) 중의 모든 부처님들도 받들어 섬기면서 공경하고 공양할 것이요, 그 모든 부처님께 바른 법을 듣고는 받아 지녀 읽고 외면서 다른 이들에게 연설할 것이니라.
그리고 스물 다섯 겁을 지나서 저마다 모든 부처님의 세계 안에서 위없는 보리를 이룰 것이며, 모두가 동일한 명호로써 승연화장(勝蓮花藏) 여래․응공․정득각이라 하시리라.”
그때 존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옵니다. 선서시여, 이 광대한 법문은 이름이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문의 이름은 『보살유가사지경(菩薩瑜伽師地經)』이며, 또한 『용맹수장자소문경(勇猛授長者所問經)』이라고도 하나니, 이러한 이름으로 너희들은 받들어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자, 존자 아난과 모든 비구들과
5백 명의 장자들과 모든 보살 대중이며, 하늘․사람․아수라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아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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