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35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98권

by Kay/케이 2024. 1. 23.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98

 

대보적경 제98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 한역
송성수 번역


30. 묘혜동녀회(妙慧童女會)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보살마하살 십천(十千) 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왕사성에 묘혜(妙慧)라는 장자의 딸이 있었는데 나이는 겨우 여덟 살이었다. 얼굴이 단정하게 생기고 용모와 안색이 아주 예뻤으며 모든 몸매를 두루 갖추었으므로 보는 이들이 모두 기뻐하셨으니, 일찍이 과거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하고 공양하면서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다.
그때 그 여인이 여래에게로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오른 편으로 세 번 돌고 길게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없는 등정각(等正覺)이시고
세간을 위하여 크게 밝히시는 등불이시여,
보살로서의 행할 바를
제가 묻겠사오니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묘혜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 마음대로 물어라. 해설하여 주어서 의심을 끊게 하리라.”
그때 묘혜는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떻게 하면 단정하게 생기고
큰 부자로서 존귀한 몸이 되며
또 어떠한 인연으로
권속들이 무너지지 않게 됩니까?

어떻게 하면 자기의 몸이
천 잎사귀의 연꽃 위에서
화생(化生)하게 되며
그 앞에서 모든 세존을 받들게 됩니까?

어떻게 하면 자재하고 수승한
신통을 증득해서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다니며
모든 부처님을 예배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원한이 있는 이가 없고
말한 바를 사람들이 믿고 받아들이며
법에 대한 장애를 깨끗이 제거하고
모든 악마의 일[魔事]을 영영 멀리합니까?

어떻게 하면 목숨을 마칠 적에
모든 부처님을 뵙게 되고
말씀하는 청정한 법을 들으면서
고뇌를 받지 않게 됩니까?

대비(大悲)하시고 위없는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묘혜 동녀(童女)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이런 깊고 묘한 이치를 잘 물었도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면서 잘 생각하여라. 너를 위하여 말하여 주리라.”
묘혜가 아뢰었다.
“그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단정한 몸을 받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나쁜 벗에게 성을 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크게 인자한[大慈] 마음에 머무르는 것이며, 셋째는 바른 법을 몹시 좋아하는 것이요, 넷째는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을 내면 선근을 무너뜨리므로
더욱 자라지 않게 할 것이요
인자한 마음으로 법을 좋아하면서 불상을 조성하면
몸매를 갖춘 장엄한 몸을 얻게 되나니
온갖 중생이 항상 보기를 좋아하느니라.

“다시 다음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부귀한 몸을 얻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때맞추어 보시하는 것이요, 둘째는 업신여기거나 깔보는 마음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기뻐하면서 주는 것이요, 넷째는 과보를 바라지 않는 것이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때맞추어 보시하고 깔봄이 없으며
기쁘게 주고 과보를 바라지 않나니
이런 업을 항상 부지런히 닦으면
태어날 때마다 큰 재보의 지위를 얻느니라.

“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권속이 무너지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이간하는 말을 잘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삿된 소견을 지닌 중생을 바른 소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바른 법이 소멸하려 할 때에 보호하면서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모든 유정들을 가르쳐서 부처님의 보리에 나아가게 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간하는 말과 삿된 소견을 버리고
바른 법이 소멸하려 할 때에 잘 보호하고 지니며
중생을 큰 보리에 편히 머무르게 하면
모든 권속이 무너지지 않게 되느니라.


“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부처님 앞에서 연꽃 자리에 앉아 화생(化生)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모든 꽃과 과일과 부드러운 가루 향을 여래와 모든 탑묘에 뿌리는 것이요, 둘째는 끝내 다른 이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여래의 상(像)을 조성하여 연꽃 위에다 모시는 것이요, 넷째는 부처님의 보리에 청정한 믿음을 깊이 내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꽃과 향을 부처님과 탑[支提]에 뿌리고
남을 해치지 않으며 불상을 조성하고
큰 보리를 깊이 믿고 이해하면
연꽃에 앉아 부처님 앞에서 나게 되느니라.

“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하나의 불국토로부터 다른 하나의 불국토에 이르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다른 이가 선(善)을 닦는 것을 보고 괴롭히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다른 이가 설법을 할 때에 방해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여래의 탑에 등불을 켜서 공양하는 것이요, 넷째는 모든 선정(禪定)을 항상 부지런히 닦아 익히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남이 선을 닦거나 바른 법을 설하는 것을 보고
훼방하거나 방해를 하지 않으며
여래의 탑묘에 등불을 켜서 보시하고
모든 선정을 닦아 익히면 불국토에 노닐 수 있느니라.

“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세상에 살면서도 원한이 있는 이가 없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아첨이 없는 마음으로 착한 법을 가까이 하는 것이요, 둘째는 다른 이의 수승한 법에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다른 사람이 명예를 얻으면 마음으로 항상 기뻐하는 것이요, 넷째는 보살의 행을 업신여기거나 헐뜯는 마음이 없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첨하지 않으면서 착한 벗을 친하고
남의 수승한 법에 시새움이 없으며
다른 이가 명예를 얻으면 항상 기뻐하고
보살을 비방하지 않으면 원수가 없느니라.

“다시 다음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말한 바를 사람들이 신뢰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의 법이냐 하면, 첫째는 말과 수행이 서로 상응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착한 벗에게 모든 악을 감추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들었던 법에서 허물을 찾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설법하는 이에게 나쁜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말과 수행이 서로 상응하고
자기 죄를 착한 벗에게 감추지 않으며
경을 듣고는 사람이나 법에서 허물을 찾지 않으면
자기가 말한 것을 모두가 다 믿고 받아들이느니라.

“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법의 장애 없이 빨리 청정함을 얻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깊은 의요(意樂)로써 세 가지의 율의(律儀)를 굳게 지키는 것이요, 둘째는 뜻이 깊은 경을 들으면서 비방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새로 뜻을 일으킨 보살을 보고 일체지(一切智)라는 생각을 내는 것이요, 넷째는 모든 유정들을 크게 인자하고 평등히 여기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깊은 의요로써 율의를 굳게 지키고
뜻이 깊은 경전을 들으면 능히 믿고 이해하며
처음 발심한 이에게 부처님과 같다는 생각을 내고
인자한 마음이 두루 미치면 장애가 소멸되느니라.

“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모든 악마를 떠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법의 성품[法性]이 평등함을 분명히 아는 것이요, 둘째는 정진하는 것이며, 셋째는 항상 부지런히 부처님을 염(念)하는 것이요, 넷째는 온갖 선근을 모두 다 회향(廻向)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법의 평등한 성품을 알고
항상 정진하면서 여래를 염하고
모든 선근을 회향하면
뭇 악마가 틈[便]을 얻지 못하느니라.

“또 묘혜야, 보살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 모든 부처님이 눈앞에 나타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다른 이가 구함이 있으면 보시하여 만족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모든 착한 법에 대하여 깊이 믿고 이해하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보살들에게 꾸미개[莊嚴具]를 보시하는 것이요, 넷째는 3보에 부지런히 공양을 하는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다른 이가 구하는 바를 만족시키고
깊은 법을 믿고 이해하면서 꾸미개를 버리며
3보인 복전(福田)에 부지런히 공양하면
죽으려 할 때에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느니라.

그때 묘혜 동녀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살의 모든 행을 저는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제가 이 네 가지의 행 가운데서 하나의 행이라도 빠뜨려서 닦지 않으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며 여래를 속이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大目犍連)이 묘혜에게 말씀하였다.
“보살의 행은 매우 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네가 지금 이런 훌륭하고 큰 서원을 일으키기는 하나 어찌 이 서원에 자재할 수 있겠느냐.”
그때 묘혜가 아뢰었다.
“존자여, 만일 저의 큰 서원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어서 모든 행으로 하여금 원만함을 얻게 된다면, 원컨대 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묘한 꽃비가 내리며 하늘의 북은 저절로 울리소서.”
이렇게 말을 마치자 공중에서 꽃이 흩어지는 것이 마치 비 오듯했고 하늘의 북은 저절로 울렸으며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이때 묘혜는 거듭 목건련에게 아뢰었다.
“저는 이러한 진실한 서원 때문에 미래 세상에서 부처님이 되어 역시 오늘의 석가여래와 같을 것이며 나의 국토 안에는 악마의 일과 그리고 나쁜 길과 여인이라는 이름조차도 없을 것입니다. 만일 저의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 대중들의 몸이 모두 금빛으로 될 것입니다.”
이런 말을 마치자마자 대중들의 몸이 모두 금빛으로 되었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처음 발심한 보살과 모든
보살마하살들에게 예배하옵니다.”
그때 문수사리 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께서 묘혜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떠한 법에 머물렀기에 이런 정성스런 원을 세우는 것이냐?”
묘혜가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시여, 물으실 바가 아닙니다. 왜냐 하면 법계(法界)에서는 머무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물었다.
“어떤 것을 보리라 하느냐?”
대답하였다.
“분별이 없는 법을 바로 보리라 합니다.”
“어떤 것을 보살이라 하느냐?”
답하여 말하였다.
“모든 법은 허공의 모양과 같나니, 이것을 보살이라 합니다.”
“어떤 것을 보리의 행이라 하느냐?”
“마치 아지랑이와 골짜기에서 나는 메아리와 같은 행을 바로 보리의 행이라 합니다.”
“어떠한 비밀한 뜻에 의거하기에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냐?”
“저는 이 가운데서 조그마한 법도 비밀이니 비밀이 아니니 하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또 물었다.
“만일 그와 같다면 온갖 범부도 곧 보리이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시여, 보리와 범부가 다르다고 여기십니까? 그런 소견은 가지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이들 모두는 동일한 법계의 모양이어서 취하는 것도 없고 버리는 것도 없으며 이루어지거나 무너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치에 대하여 분명히 알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느냐?”
“마치 약간의 허깨비의 심심소(心心所) 만큼의 수량이며 약간의 허깨비인 중생이 이 이치를 분명히 압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허깨비는 본래부터 없는 것이어늘 어떻게 이러한 심심소의 법이 있겠느냐?”
대답하였다.
“법계도 역시 그러하여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나아가 여래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의 이 묘혜는 심히 희유합니다. 이러한 법인(法忍)을 성취할 수 있었으니 말씀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진실로 말한 바와 같으니라. 그러나 이 동녀는 이미 지나간 세상에 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온 지 30겁을 지냈느니라. 나는 위없는
보리에 나아가게 하였고 그도 역시 너로 하여금 무생인(無生忍)에 머무르게 하였느니라.”
그때 문수사리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한 뒤에 묘혜에게 아뢰었다.
“나는 옛날 한량없는 겁 전에 이미 공양한 일이 있었습니다마는 오늘날 다시 가까이서 뵙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묘혜가 말하였다.
“문수사리시여, 당신은 지금 그러한 분별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분별이 없음으로서 무생인을 얻기 때문입니다.”
또 물었다.
“묘혜여, 당신은 왜 아직도 여인의 몸을 바꾸시지 않으십니까?”
묘혜가 대답하였다.
“여인의 모양을 끝내 얻을 수조차도 없거늘 지금 무엇으로 바꾼다는 것입니까? 문수사리시여, 저는 당신의 의혹을 끊어드려야겠습니다. 저의 이와 같은 진실한 말로 말미암아 장차 오는 세상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때에는 저의 법 가운데서 모든 비구들은 ‘어서 오십시오’ 하는 명(命)을 들으면 출가하여 도(道)에 들 것이요, 저의 국토 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의 몸은 모두가 금빛일 것이며, 입고 쓰는 살림 기구는 마치 제육천(第六天)과 같을 것이요, 음식은 풍요하여 생각하는 대로 이룰 것이며, 악마의 일과 모든 나쁜 길도 없고 또한 여인이라는 이름조차도 없을 것이요, 7보로 된 자리 위에는 보배 그물이 걸리고 7보로 된 연꽃은 보배 장막으로 덮일 것이니, 마치 문수사리께서 이루시는 청정한 세계에서 꾸미고 장엄한 것과 똑같아서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만일 저의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 대중들의 몸이 금빛이 되고 저의 이 여인의 몸도 남자로 변하여 서른 살쯤의 법을 아는 비구가 될 것입니다.”
이때 모든 대중들은 모두가 금빛으로 되었고 묘혜 보살은 여인의 몸을 바꾸어 서른 살쯤의 법을 아는 비구가 되었다.
이때 지거천(地居天)들이 여기저기서 찬탄하였다.
“훌륭하시고 훌륭하십니다. 묘혜 보살마하살께서는 오는 세상에
보리를 증득하실 때에 장엄하고 청정한 부처님 세계의 공덕과 같으실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묘혜 보살은 장차 오는 세상에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어서 수승공덕보장(殊勝功德寶藏) 여래라는 명호로 세간에 출현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실 때에 30구지(俱胝)의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지위[不退轉位]에 머물렀고 80구지의 중생들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垢]가 없어 법 눈[法眼]이 깨끗해졌으며 8천의 중생들이 모두가 지증(智證)을 얻게 되었고, 5천의 비구들은 묘혜 보살의 의요(意樂)와 선근과 유덕이 훌륭한 것을 보고서 보살승(菩薩乘)을 수행하기 위하여 마음으로 물러나려 하면서 저마다 몸에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서 여래에게 보시하였다.
이와 같이 보시하고 나서 큰 서원을 세웠다.
“저희들은 이 선근으로 기필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겠으며 저 모든 선남자들은 이 선근으로 위없는 보리에 회향하는 까닭에 90겁 동안의 나고 죽는 괴로움을 초월하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그들에게 수기(授記)하여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장차 오는 세상에 천 겁을 지난 뒤의 무구광명겁(無垢光明劫) 동안에 양염(陽焰) 세계의 난인불(難忍佛) 세계에서 일 겁 동안에 서로가 차례로 성불하여 모두가 변재장엄(辯才莊嚴) 여래라는 동일한 명호로 세간에 출현할 것이니라. 문수사리야, 이와 같은 법문에는 큰 위덕이 있으므로 보살마하살과 성문승을 닦는 이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게 하느니라. 문수사리야, 혹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보리를 구하기 위하면서 방편선교(方便善巧)가 없이 육바라밀을 천 겁 동안 수행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반 달 동안을 지나면서 때에 한 번 이 경을
베껴 쓰고 읽고 외운다 할 때에 그가 얻게 되는 복덕은 앞사람의 공덕에 비교한다면 앞의 공덕은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 백천 구지(俱胝) 나아가 산수(算數) 비유(譬喩)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문수사리야, 이와 같은 미묘한 법문은 곧 모든 보살의 계경(契經)의 근본인 것이니, 나는 이제 너에게 부촉(付囑)하느니라. 너는 장차 오는 세상에 받아 지니어 읽고 외면서 사람들에게 해설하도록 하라. 비유하면 마치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올 때에는 7보가 모두 다 그의 앞에 있게 되다가 그 왕이 죽게 되면 따라서 없어져버리는 것처럼 이와 같은 미묘한 법문이 세간에 유행할 적에는 곧 모든 여래의 칠보리분(七菩提分) 등의 법 눈이 소멸되지 않거니와 만일 유행하지 않게 되면 바른 법은 소멸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문수사리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보리를 구하려고 하면 마땅히 정진해서 이 경을 베껴 쓰고 받아 지니어 읽고 외우며 사람들에게 널리 설해야 되느니라. 이것이 바로 나의 가르침이니, 오는 세상에 뉘우치거나 한탄하는 마음이 없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니, 묘혜 보살과 문수사리 보살과 그리고 모든 대중인 하늘․사람․아수라․건달바 등이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아들여 받들고 행하였다.
31. 항하상우바이회(恒河上優婆夷會)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사위성 안에 항하상(恒河上)이라는 우바이가 있었는데 그는 그가 살고 있던 곳으로부터 부처님께로 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항하상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그 우바이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거짓으로 된 사람에게 ‘너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그러한 물음에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환술로 된 사람이란 오고 가는 것도 없고 또한 나고 없어지는 것도 없거늘 어떻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을 수 있겠느냐.”
또 물었다.
“모든 법이 어찌 모두가 환술과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항하상이 말하였다.
“만일 온갖 법이 모두 환술과 같다면 어떻게 ‘너는 어디서 왔느냐’라고 물으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환술로 된 사람은 나쁜 길[惡趣]에도 가지 않고 천상에 나지도 않으며 열반도 증득하지 않느니라. 항하상아, 너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항하상이 아뢰었다.
“제가 만일 몸이 허깨비[幻化]와 다르다고 본다면 착한 길과 나쁜 길에도 가고 열반을 증득한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저는 몸이 허깨비와 다르다고 보지 않거늘 어떻게 모든 나쁜 길에 가고 나아가 열반을 증득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또 세존이시여, 마치 열반의 성품은 마침내 다시는 착한 길이나 나쁜 길에 나지도 않고 열반에 들지도 않는 것처럼 저도 이 몸을 역시 그와 같다고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 열반의 경계에 나아가지 않느냐.”
항하상이 말하였다.
“이러한 물음과 같이 남이 없음[無生]을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없음이란 곧 열반인 것이니라.”
항하상이 말하였다.
“모든 법이 어찌 모두가 열반과 같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온갖 법이 열반과 같다면 어떻게 ‘너는 어찌 열반의 경계에 나아가지 않느냐’라고 묻습니까? 또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마치 환술로 된 사람이 환술로 된 사람에게 묻기를 ‘너는 어찌 열반의 경계에 나아가지 않느냐’라고 한다면 그는 그러한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기서 묻는 것은 분별[攀緣]이 없느니라.”
항하상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어찌 반연할 바가 있으시면서 이런 질문을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내가 묻는 바는 역시 반연은 없되 다만 이 모임을 위하여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을 성숙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였을 뿐이니라. 왜냐 하면 여래는 저 모든 법에서 이름조차도 오히려 얻을 수 없거늘 어찌 모든 법과 그리고 저 열반에 나아가는 이가 있다 하겠느냐.”
항하상이 말하였다.
“만일 그러시다면 어떻게 보리를 위하여 모든 선근을 쌓고 모으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보살과 저 선근을 얻을 수 없다면 쌓고 모으는 때에 곧 마음이 없기[無心] 때문이니, 쌓고 모은 것이 아닌 때에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항하상이 말하였다.
“말씀하시는 ‘마음이 없다’ 함은 무슨 이치를 밝히고자 함에서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법은 생각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또한 생각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라. 왜냐 하면 이 가운데서는 마음조차도 오히려 얻을 수 없거든 하물며 마음으로 내는 것이 법이겠느냐.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 이것은 곧 불가사의한 곳[不思議處]을 말하는 것이니, 이 불가사의한 곳은 얻는 것도 없고 깨닫는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니라. 왜냐 하면 여래는 ‘온갖 모든 법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걸림[罣碍]이 없다’고 늘 말하고 있기 때문이니라.”
항하상이 말하였다.
“만일 온갖 법이 허공과 같다면 어떻게 세존께서는 ‘모든 물질[色]․느낌[受]․생각[想]․지어감[行]․의식[識]과 계(界)와 처(處)와 12인연(因緣)이 있고 유루(有漏)와 무루(無漏) 이것은 더럽다[染] 이것은 깨끗하다[淨]는 것과 생사와 열반’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항하상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나를 말하면서 비록 언설은 있기는 하나 실로 얻을 만한 나의 모양이 없는 것처럼 내가 모든 물질[色]을 말할 때에도 실로 얻을 만한 물질의 모양은 없나니, 나아가 열반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또 마치 아지랑이에서 얻을 만한 물건의 모양이 없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모든 물질과 나아가 열반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항하상아, 나의 법 안에서
청정한 행[梵行]을 닦는 이는 ‘온갖 법은 모두 얻을 바가 없다’고 보아야 비로서 참으로 범행을 닦는다고 말할 수 있으며 뛰어난 체하는 이[增上慢者]는 ‘얻을 것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곧 진실한 범행에 머무른 이라 하지 못하느니라. 내가 이렇게 말하면 뛰어난 체하는 이는 이 깊은 법을 듣고 크게 놀라고 의심하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데서 해탈하지를 못하느니라. 항하상아, 만일 내가 열반한 뒤에 어떤 이가 이와 같이 심히 깊은 윤회를 끊는 법[斷流轉法]을 연설할 적에 어떤 어리석은 무리들이 나쁜 소견으로 말미암아 이 법사에 대하여 성을 내거나 해치려는 마음을 낸다면 이런 인연 때문에 모든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항하상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윤리를 끊는 법이란 어떤 이치 때문에 유전을 끊는다고 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윤회를 끊는다는 것은 이론과 실제(實際)인 부사의한 경계[不思議界]이어서 이 법은 억지로 끌어다 맞힐 수도 없고 꺾어 무너뜨릴 수도 없나니, 그러므로 윤회를 끊는 법이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기뻐하시며 빙그레 웃으시니, 그 입으로부터 청생․황색․적색․백색과 홍색․자색․파리색 등 갖가지 광명이 나왔고 그 광명은 한량없는 국토를 두루 비추었으며 위로 범천 세계[梵世]까지 이러렀다가 다시 돌아와 여래의 정수리 위로 들어갔다.
그때 존자 아난이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까닭이 없이 웃으시지는 않는다’고 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무슨 일이 있으시기에 웃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하거니와 옛날에 천(千)분의 여래깨서도 역시 이 곳에서 이러한 법을 말씀하셨고 그 여러 대중의 모임에서도 각각 항하상 우바이가 우두머리였으며 그
우바이와 모든 대중들은 이 법을 들은 뒤에 모두 다 출가하여 남음이 없는 열반[無餘依涅槃]에서 멸도하였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며 저희들은 어떻게 받아 지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이구청정경(離垢淸淨經)』이라 하며, 이 이름으로 너희들은 받아 지닐지니라.”
이 경을 말씀하실 때 7백의 비구들과 4백의 비구니들이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하고[盡]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
그때 욕계(欲界)의 모든 천자(天子)들이 변화로 갖가지의 모든 묘한 하늘꽃을 만들어서 부처님 위에다 뿌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우바이는 매우 희유합니다. 여래와 함께 서로가 묻고 대답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바가 없었으니, 이 사람이야말로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께 친근하고 공양하면서 모든 선근을 심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항하상 우바이와 그리고 모든 하늘․사람․아수라․건달바 등이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