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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13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76권

by Kay/케이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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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76

 

대보적경 제76권


북제 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송성수 번역


16. 보살견실회

26) 사전륜왕품 ②
“대왕이시여, 과거 세상에 지천(地天)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법답게 왕이 되었으므로 법왕(法王)이라 하였으며 7보(寶)를 완전히 갖추었으니, 이른바 윤보(輪寶)와 상보(象寶)와 마보(馬寶)와 명주보(明珠寶)와 옥녀보(玉女寶)와 장자보(長者寶)와 주병보(主兵寶)가 그것입니다. 이것을 7보라 합니다.
대왕이시여, 그 지천왕의 부왕(父王) 이름은 지생(地生)이었으며 그 지생왕이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 이 지천이 맨 첫째의 왕자였으므로 그 지생왕이 죽은 뒤에 재상과 대신들이 이 지천의 정수리에 물을 붓고 대왕을 삼은 지라 곧 찰제리(刹帝利)의 관정대왕(灌頂大王)이 되었습니다.
그때에 지천왕은 찰제리의 관정대왕이 된 뒤에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고 재(齋)를 받드는 날이라 목욕하고 머리를 감고 수염과 손발톱을 깎은 뒤에 새로 지은 깨끗한 옷을 입고 많은 꽃다발과 갖가지 영락과 천관(天冠)․비인(臂印)이며 팔찌와 귀걸이로써 그 몸을 장엄하고는 높은 누각 위에서 채녀(婇女)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때마침 동쪽에서 천 개의 바퀴살과 바퀴통․바퀴테가 완전히 갖추어진 금륜보(金輪寶)가 광명을 번쩍거리면서 비추었으니, 그 세로와 넓이는 7주(肘)였고 그것은 순전히 황금으로 되어있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지천왕은 이런 일을 본 뒤에 생각하기를 ‘내가 옛날에 일찍이 옛 사람들의 말을 듣건대, 만일 찰제리의 관정왕(灌頂王)이 달이 온전히 둥글고 재(齋)를 받드는 보름날에 목욕하고 머리를 감고 수염과 손발톱을 깎은 뒤에 깨끗한 옷을 입고 모은 꽃다발과 갖가지의 영락과 천관(天冠)․비인(臂印)․팔찌․
귀걸이 등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는 높은 누각 위에서 채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에, 만일 그 동쪽에 바퀴통․바퀴테가 두루 갖추고 천 개의 바퀴살이 완전한 금륜보(金輪寶)가 있어 그에게 내응(來應)하게 되면 그 왕은 바로 전륜성왕(轉輪聖王)인 줄 알라고 하였다’고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어찌 전륜성왕이야 될 수 있겠느냐? 나는 이제 시험하여 보리라’고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지천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옷을 매만진 뒤에 오른쪽 무릎을 땅에다 대고 금륜보 앞에서 합장하고 그 금륜보를 향하여 말하였습니다.
‘금륜보야, 땅으로 내려오너라.’
이런 말을 하자마자 공중에 있던 금륜보는 땅으로 내려와서 왕의 앞에 멈추었습니다.
그때에 지천왕은 곧 묘한 향을 손에다 바르고 훌륭한 옷으로 금륜보를 닦아주고는 오른손으로 금륜보를 붙잡아다 왼손 가운데에 놓고 다시 오른손으로 금륜보를 닦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이제 동방(東方)을 항복받아야 하느니라.’
이런 말을 하자마자 그때에 금륜보는 허공으로 날아 올라 좌우로 빙빙 돌면서 이내 동방을 향하여 나아갔으며 그 윤보(輪寶)는 옛날 전륜성왕이 가던 길을 따라갔습니다.
그 길은 모두가 평평하여 치우침이 없었고 모든 꽃들이 뿌려져 있었으므로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었으며, 그리고 윤보가 지나간 곳이면 모두 평평하여 치우침이 없었고 높고 낮은 데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왕의 복의 힘 때문에 바짝 말라 있던 강물과 못과 우물과 샘들은 8공덕을 갖춘 물이 모두 가득가득 찼으며 말라죽어 있던 나무와 숲과 꽃과 열매들은 모두 다 살아나면서 꽃과 열매가 열렸고 꽃과 열매가 연 뒤에는 더욱더 무성하여졌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지천전륜성왕은 곧 4병(兵)과 함께 윤보를 따라가면서 윤보가 멈추면 왕도 따라 멈추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왕이 이른 곳에 있는 국토와 크고 작은 모든 왕들과 그의 신하와 백성들이 저마다 금으로 된 소반에다 은의 좁쌀[銀粟]을 가득히 담고 혹은 은으로 된 소반에다
금의 좁쌀을 가득히 담아 와서 대왕을 맞이하며 저마다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시나이다. 대왕이시여, 잘 오셨나이다. 대왕이시여, 이 모든 국토는 안온하고 풍요하며 사람들은 흥성하고 있사오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이 국토를 받아들이시어 사람들을 거두어 주시고 교화하여 주소서. 저희들은 마땅히 다 바치겠습니다. 여기에 머물러 주옵소서.’
그때에 지천전륜성왕은 그 모든 국왕과 신민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국토와 보물이 필요하지 않으니, 너희 스스로 수용하도록 하라. 너희들이 지금 만일 나를 따르고자 한다면 마땅히 산목숨을 죽이지 말고, 도둑질도 하지 말며, 삿된 음행도 하지말고, 또한 거짓말도 하지말며, 이간하는 말도 하지말고, 나쁜 말도 하지말며, 지저분한 말도 하지말고 또한 탐욕을 내지도 말며, 성을 내지도 말고 삿된 소견을 지니지도 말지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열 가지의 선(善)에 머무르면서 다른 사람들을 교화하여 이 열 가지의 선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 그러면 나는 너희들이 나에게 귀화(歸化)하여 나의 가르침을 받든 줄 알 것이며, 나는 너희들을 마치 아들처럼 여길 것이다. 너희들은 언제나 부모와 스승과 어른이며 모든 사문․바라문들에게 공양하여야 하고 그릇된 법과 착하지 않은 나쁜 행은 짓지 말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여 착한 법을 행하게 하라. 만일 이렇게 하면 나는 너희들 온갖 국토와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다 귀의하면서 나에게 항복한 것으로 알 것이니라.’
그리고 또 다시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항상 부모에게 효도로 봉양하고 스승과 어른과 모든 사문․바라문들을 공경해야 하며 그릇된 법과 착하지 않은 나쁜 행을 짓지 말 것이요,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여 착한 법을 행하게 하라. 만일 이렇게 한다면 나는 너희들 온갖 국토와 모든 사람들이 다 귀속하면서 나에게 항복한 것으로 알 것이니라.’
그때에 전륜성왕과 그의 4병들은 이렇게 하면서 차츰차츰 큰 바다를 건너며 동방 불바제[東弗婆提]2)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경계를 모두 항복받은 뒤에야 윤보와 함께 머물렀으며,
이렇게 하면서 남방․서방․북방까지 다 항복받았습니다. 그리고 울단월(鬱單越)을 모두 항복한 뒤에는 그 북해(北海)를 건너며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경계를 제도하고 나서 왕과 윤보는 도로 염부제(閻浮提)로 돌아와 본궁(本宮)의 문 위 허공에 머물러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지천전륜성왕은 이렇게 4천하를 항복받은 뒤에는 염부제로 돌아와서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지천대왕과 윤보가 돌아와서 이 염부제에 이르렀을 때에 그 4천하는 변화하여 7보를 이루었으므로 단정하고 엄숙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무엇을 7보라 하느냐 하면, 이른바 금․은․유리(琉璃)․파리(頗梨)․자거(車𤦲)․적주(赤珠)․마노(馬瑙)가 그것입니다.
그때에 윤보가 4천하를 뱅뱅 돌고 나자 온갖 지옥과 축생과 아귀와 8난(難)3)이 모두 소멸하였고 4천하에 있었던 온갖 착하지 않은 나쁜 소리들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하물며 모든 나쁜 업[惡業]을 짓는 이가 있었겠습니까? 왜냐하면 모두가 그것은 지천전륜성왕의 본래의 원력(願力)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시 윤보가 뱅뱅 돌았을 때에 4천하 안에는 씨를 뿌리지 않았어도 곳곳마다 저절로 된 멥쌀이 나왔고 깨끗하여 겨가 없었으며, 또 다시 윤보가 4천하 안에 있을 때에는 저절로 하늘 나무의 보배 옷이 나왔고, 또 다시 윤보가 돌았을 때에는 4천하 안의 온갖 병환이 모두 나았습니다. 그러나 다만 세 가지의 병환만은 낫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세 가지이냐 하면, 하나는 구하는 욕심이요, 둘은 밥․고기․채소 등의 음식(飮食)이며, 셋은 쇠약하여 늙는 것입니다.
또 다시 윤보가 돌았을 적에는 4천하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수명이 천만 살씩 살았고, 또 다시 윤보가 돌았을 적에는 4천하 안의 온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모든 고뇌들이 저절로 소멸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한량없고 그지없이 희유하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세간에 출현하였습니다.
그때에 지천대왕은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여기서 모든 쾌락을 모두 누렸다. 5욕(欲)의 뭇 쾌락거리가 여기보다 더 훌륭한 곳이 다시없을까?’라고 하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옛날에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 삼십삼천(三十三天)이 있다고 들었는데 5욕과 살림살이들이 거기는 어떠할까?’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지천대왕은 아직 애욕을 없애지 못한지라 인간에 있는 모든 5욕과 살림살이들에 싫증을 내고 저 하늘 안의 수승한 쾌락을 동경하면서 ‘나는 이제 저 천상으로 가보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지천대왕이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왕과 4병들은 잠깐 사이에 그 도리천(忉利天) 위에 가 닿았습니다.
그때에 제석천왕은 멀리서 지천대왕이 온 것을 보고 가서 말하기를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장하십니다, 대왕이시여’하고 즉시 자리 반을 나누어주면서 왕에게 앉게 하였으므로 왕은 곧 그 자리에 나아가 앉았습니다.
그때에 지천은 그 천상에서 한량없는 백천 년 동안 머물러 있으면서 반씩 나누어서 다스렸습니다.
그때에 지천대왕은 다시 오래오래 있은 뒤에 매우 탐심(貪心)을 내면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저 제석천왕을 물리쳐 버리고 혼자 천왕이 되어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그만 제석천왕과 함께 앉았던 반쪽 자리에서 떨어져 그의 4병과 함께 염부제에 있는 안온성(安穩城) 안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때에 지천대왕은 오랫동안 천상에 있으면서 수승하고 묘한 쾌락에 마음이 흠뻑 빠져 있다가 갑자기 인간으로 내려 왔으므로 인간 세상의 살림에 견디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침몰(沈沒)하였습니다. 마치 제호(醍醐)를 뜨거운 모래 속에 두면 이내 녹아 없어지면서 흐물흐물하게 되는 것처럼 지천 대왕의 몸과 마음은 침체되면서 사람 속에 있는 모든 음식과 정기(精氣)에 견뎌 내지 못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았습니다.
그때에 지천대왕은 몸과 마음이 피로하여 쓰러지면서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모든 왕들이 크게 자재(自在)하면서
갈애(渴愛)를 제거할 수 없음은
마치 바짝 마른 풀이 불을 만남과 같나니
이 때문에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항상 음욕(婬欲)을 행하면서
일찍이 만족해하는 때가 없음은
마치 목마를 때에 짠물을 마셔도
끝내 갈증을 없애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마치 뭇 흐름이 바다로 돌아가도
끝내 만족해함이 없듯이
애욕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일찍이 만족해하는 때가 없구나.

마치 불이 풀과 나무를 태울 때에
만족해하는 것이 없듯이
애욕도 또한 그와 같아서
끝내 만족해하는 때가 없구나.

마치 깊은 골짜기의 메아리가
소리를 따르면서 쉬는 때가 없듯이
소리를 듣는 것도 그와 같아서
또한 쉬는 때가 없구나.

또한 마치 향(香)을 담는 상자가
향을 받아들임에 간택함이 없듯이
냄새[香]을 맡는 것도 그와 같아서
또한 싫증을 내는 일이 없구나.

마치 맛있는 음식을 휘저으면서
끝내 그치거나 만족할 줄 모르듯이
혀로 좋은 맛을 탐내고 즐기면서
역시 그치거나 만족할 줄 모르는구나.

마치 거울이 얼굴을 비칠 적에
또한 싫증을 내는 일이 없듯이
이렇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은
욕심에 대하여 싫증냄이 없구나.

마치 허공이 바람을 받으면서
일찍이 싫증을 내는 일이 없듯이
몸이 항상 모든 접촉[觸]을 받으면서
끝내 싫증을 내는 일이 없구나.

마치 꿈 속에서 물을 마셔도
끝내 갈증을 없앨 수가 없듯이
뜻[意]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법(法)도
역시 싫증을 내는 일이 없구나.

애욕을 구하고 탐하는 사람은
더욱더 애욕을 자라게 하며
모든 경계를 자세히 살피면서
사랑하며 만족하는 때가 없구나.

욕심을 보고 고뇌를 더함은
마치 불이 땔나무를 태우는 것 같이
모든 애욕을 없애 버리면
또한 물이 불을 끄는 것과 같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그 때의 지천대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대왕께서는 아셔야 하십니다. 달리 보시지 마십시오. 그 지천왕은 바로 지금의 제 몸입니다.
대왕이시여, 그 지천대왕은 옛날에 세력과 부귀가 자재하면서도 탐내고 구하면서 만족할 줄 모르다가 마침내는 목숨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감관에 싫증냄이 없었고 경계에 만족해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거울과 같고 경계는 마치 광명과 그림자와 같으며 모든 감관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경계는 마치 꿈과 같습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마음을 이 법에 편안히 두시어 깊이 스스로 관찰하시면서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마셔야 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이 법이야말로 바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세존의 위없는 보리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온갖 세력과 부귀를 멀리 여의어야 하며 마땅히 온갖 갈애(渴愛)의 바다를 바짝 말리고 교만(憍慢)의 산을 거꾸러뜨리고 온갖 재앙을 멀리 여의고 온갖 법에 대하여 평등하셔야 하십니다. 이 법은 온갖 범부로서의 닦을 자리가 아니요, 성문이 행할 수 있는 바도 아니며, 또한 연각의 경계도 아닙니다. 바로 모든 보살들이 행할 바요, 모든 부처님의 바른 깨달음으로 증득할 것입니다.
왕께서는 마음을 편안히 지니시면서 산란하지 않게 하십시오. 그리고는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하면 미래의 세상에 세간의 하늘과 인간들 가운데서 등불이 되고 횃불이 되며, 광명이 되고 배가 되며, 길잡이가 되고 스승이 되며, 상주(商主)가 되고 우두머리가 되며, 위없는 이가 될 수 있을까? 또 자신이 제도되고서 다른 이들을 제도하고, 자신이 해탈하고서 다른 이들을 해탈시키며, 자신이 편안하면서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하고, 자신이 열반을 얻고서 다른 이들을 열반하게 할까?’라고 하셔야 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지나간 세월 동안에 겪으셨던 세력과 부귀의 자재함을 살피시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환술과 같아서 만족할 줄도 모르고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없으며, 경계는 마치 꿈과 같아서 만족되게 하지도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과거 세상에 정생(頂生)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큰 위덕이 있었고 큰 신족(神足)이 있었으며 큰 위세(威勢)가 있었는데, 그의 부왕 오포사왕(烏哺沙王)의 정수리 위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선근(善根)을 쌓았고 일찍이 한량없고 무수한 모든 부처님을 뵈면서 모든 선근을 닦았으며, 모든 세존께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선(善)의 근본을 쌓았으므로 4천하에서 세력과 부귀가 자재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왕은 정수리에 물을 붓고 왕위를 받은 지 7일 뒤에 7보(寶)가 구족하게 되면서 전륜왕이 되었던 것입니다.
어느 것이 7보냐 하면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입니다. 천 개의 바퀴살이 온전하고 바퀴통과 바퀴테가 두루 갖추어져 있고, 세로와 넓이는 7주(肘)이며 저절로 그에게로 와서 따르는 것입니다.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입니다. 여섯 개의 어금니를 완전히 갖추고 일곱의 팔다리[七支]로 땅을 버티며 희기는 마치 설산(雪山)과 같은데 저절로 와서 이르는 것입니다.
셋째는 마보(馬寶)입니다. 그 빛깔은 검푸르고 윤이 나고 아름다운데 와서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위의 코끼리와 말은 아침에서부터 식사 때가 되기까지 4천하의 8방(方)을 두루 돌면서 큰 바다[大海]의 끝까지 갔다가 본래 있던 데로 되돌아와서 있게 됩니다.
넷째는 주보(珠寶)입니다. 크기는 마치 사람의 넓적다리 만큼하고 순전히 푸른 유리 같은 광명이 둘레 8방으로 각각 1유순씩 환히 비치게 됩니다.
다섯째는 장자보(長者寶)입니다. 재보가 풍요하여 한량없이 큰 부자이며, 왕이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마련하여 저절로 주게 됩니다.
여섯째는 옥녀보(玉女寶)입니다. 형용이 단정하게 생기고 미묘하기 첫째이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살결은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는 전단(栴檀)의 향기가 풍기고 입 속은 정결하기 마치 푸른 연꽃 같으며, 그 혀는 넓고 커서 내밀면 온 얼굴을 덮을 수 있고 형색은 가늘고 얇아서 마치 붉은 구리로 된 박편(薄片)과도 같으며, 몸은 부드러워 마치 뼈가 없는 것 같으면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그 마음은 자비롭고 항상 부드러운 말만을 하며, 손으로 왕의 몸을 대면 곧 왕이 생각하고 있는 마음을 다 알게 됩니다.
일곱째는 주병보(主兵寶)입니다. 저절로 출생하여 용맹과 책모(策謀)와 무략(武略)이 첫째가며 왕이 마음으로 7일 동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미리 알고 4병(兵)이 싸움하는 법을 잘 알며 아직 모이지 않았으면 모이게 하고 이미 모였으면 흩어지게 합니다.
그리고 1천 명의 아들이 구족하여 용감하고 단정하게 생겼으며 원수와 적을 잘 항복받았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전륜성왕은 7보를 완전히 갖추었고 4천하의 왕이 되어서 법답게 세간을 교화하였으며, 4천하로 하여금 풍요하고 안온하면서 인민들이 흥성하게 하였고 도시와 시골은 집들이 차례로 잇닿아서 닭이 이리저리 날아다녔습니다.
그때에 대지(大地)에는 모두 모래와 조약돌과 가시나무가 없었고 뭇 보배가 넉넉하게 두루 갖추어져 있었으며 한량없는 동산과 숲과 샘과 못들이 단정하고 엄숙하며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가 정생전륜성왕이 법의 힘[法力]에 편안히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때에 하늘이나 인간들은 가장 으뜸이고 첫째가는 욕락(欲樂)을 누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대왕은 아유사(阿踰闍)라는 성(城)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성의 동서(東西)의 길이는 12유순이었고 남북(南北)의 길이는 7유순이었으며, 그 성은 7보와 뭇 보배로 된 그물로 그 위를 두루 덮었고 뭇 보배로 된 방울을 달았으며, 그 성의 안팎을 갖가지로 장엄한 것은 모두 위의 무변칭왕(無邊稱王)의 보장엄성(寶藏嚴城)과 다름이 없었고 또한 도리천(忉利天)의 득승당(得勝堂)과도 같았습니다.
대왕이시여, 정생대왕은 세 가지 전각을 지었습니다. 첫째는 월출전(月出殿)이라 하였는데 한여름 더울 때에 왕이 그 안에 살았고, 둘째는 비유리장(毘琉璃藏)이라 하였는데 봄철에 왕이 그 안에서 살았으며, 셋째는 일위덕기(日威德起)라 하였는데 겨울철의 추울 때에 왕이 그 안에서 살았습니다.
그때에 정생은 옥녀보(玉女寶)와 여러 채녀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월출전에 들어갔을 때에는 몸이 맑고 시원해짐은 마치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을 그의 몸에다 바르는 것 같았고, 왕이 그 권속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비유리전에 들어갔을 때에는 몸과 마음이 고르고 쾌적해짐은 마치 다마라엽향(多摩羅葉香)을 그의 몸에다 바르는 것과 같았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정생대왕이 다시 권속들과 채녀들에게 에워싸여서 저 일위덕전에 들어갔을 때에는 몸이 온화하고 따뜻해짐이 마치 침수향(沈水香)을 그의 몸에다 바르는 것 같아서 전(殿)에 들어갔을 때에도 몸이 온화하고 따뜻해짐이 그와 같았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정생왕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로워서 모든 궁전들은 그 시절에 따라 즐거운 감촉이 생기게 하였으니, 뜻대로 바람을 내기도 하고 비를 오게 하기도 하며 갖가지의 음악도 울리게 하고 살림에 필요한 것도 나타나게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왕은 그 궁전 안에서 7일 동안 금과 은의 비를 내리게 하였고 7일이 지난 뒤에는 생각하기를 ‘심히 기특하고 희유하며 불가사의하다. 이렇게 청정한 업과 얻게 되는 과보가 마음대로 나타나면서 나의 뜻을 만족시켜 주니 복과 덕으로 이르게 됨이 틀림없으리라’고 하였으니, 그 누구의 어떠한 이라도 이러한 과보를 보면서 닦은 복과 덕에 대하여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낼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이시여, 정생성왕은 염부제(閻浮提)에서 백천 년 동안을 지난 뒤에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이 염부제의 큰 주[大洲]를 안온하게 하고 풍요하게 하면서 사람들을 흥성하게 하였고 모두가 다 귀속(歸屬)하게 하였으며 나의 궁전 안에서 7일 동안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으니, 나는 이제 서방 구다니(瞿陀尼)로 가야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정생대왕은 이내 4병(兵)과 함께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염부제로부터 점차로 그 서방 구다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왕은 그곳에 도달한 뒤에는 한량없는 백천 년 동안 그곳의 왕으로 있으면서 다스렸는데, 정생대왕은 의보(依報)가 남들보다 뛰어났으나 아직 천상의 과보는 얻지 못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정생성왕은 구다니에서도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어 그 궁전 안에 가득 차게 하였으니, 마치 염부제에서와 같아서 다름이 없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왕은 다시 뒷날에 생각하기를 ‘나는 염부제의 왕으로 있으면서 풍요하고 안온하게 하여 백성들을 흥성하게 하였고 또 궁전 안에서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으며 이 서방 구다니에서도 모두 안온하고 풍요하면서 백성들이 흥성하게 하였고 또 궁전 안에서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다. 나는 이제 동방에도 불바제(弗婆堤)라는 큰 주가 있음을 알고 있으니, 나는 이제 그곳으로 가야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이내 4병들과 함께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구다니로부터 점차로 동방 불바제를 향해 갔습니다. 왕은 그곳에 도달한 뒤에도 불바제에서 왕이 되어 다스렸고
한량없이 오랜 세월 동안 5욕락을 누렸는데, 의보는 남들보다 뛰어났으나 아직 천상의 과보는 얻지 못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정생성왕은 동방 불바제에서도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어 그 궁전 안에 가득 차게 하였으니, 염부제와 같아서 다름이 없었습니다.
대왕이여, 그때에 정생은 다시 뒷날에 생각하기를 ‘나는 염부제를 풍요하고 안온하게 하여 백성들을 흥성하게 하였고 또 궁전 안에서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었다. 그리고 서방 구다니에서도 모두 안온하고 풍요하게 하여 백성들이 흥성하게 하였고 또 궁전 안에서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으며, 이 동방 불바제에서도 모두 다 안온하고 풍요하게 하여 백성들을 흥성하게 하였고 또 궁전 안에서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다. 나는 이제 역시 북방에도 울단월(鬱單越)이라는 큰 주가 있고 그 안의 백성들은 나[我]와 내 것[我所]이 없다 함도 잘 알고 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곳으로 가서 스스로 권속들을 경계하여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정생대왕이 이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그의 4병들과 함께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동방 불바제로부터 점차로 북방 울단월을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왕이 그곳에 도달한 뒤에 울단월에서도 한량없는 천 년 동안 권속들을 교화하고 경계하였습니다.
또 오래된 뒤에 생각하기를 ‘나는 염부제를 풍요하고 안온하게 한 뒤에 7보의 비를 내리게 하였고 그리고 서방 구다니에서도 백성들이 흥성하고 안온하게 하면서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으며 동방 불바제에서도 모두 그와 같이 하여 뜻대로 보배의 비를 내리게 하였고 이 북방 울단월에서도 모두 다 안온하게 하였다. 나는 일찍이 삼십삼천(三十三天)이 수미산 꼭대기에 있다 함을 들었다. 나는 이제 그곳으로 가서 몸소 구경하여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정생왕이 이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이내 4병들과 함께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수미산 꼭대기에 가서 멈추었습니다. 그러할 때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삼십삼천의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善法堂)에 모여서 인간과 천상 일을 논하고 있다가 그때 제석은 정생이 멀리서부터 온 것을 보고
이내 나가서 마중하며 말하였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대왕이시여,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고 하고, 즉시 자리 반을 나누어주고 왕을 명하여 앉게 하였으므로 왕은 곧 그 자리로 나아갔습니다.
그때에 정생왕이 그 반의 자리에 앉았을 때에 곧 열 가지의 뛰어난 일[勝事]이 있으면서 모든 하늘들을 압도하였습니다. 어떠한 것들이 열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수명(壽命)이 하늘들보다 뛰어났고, 둘째는 얼굴빛[容色]이 하늘들보다 뛰어났으며, 셋째는 명칭(名稱)이 하늘들보다 뛰어났고, 넷째는 쾌락을 누림[受樂]이 하늘들보다 뛰어났으며, 다섯째는 왕으로서 통솔의 자재함[王領自在]이 하늘들보다 뛰어났고, 여섯째는 형모(形貌)가 하늘들보다 뛰어났으며, 일곱째는 음성(音聲)이 하늘들보다 뛰어났고, 여덟째는 향기(香氣)가 하늘들보다 뛰어났으며, 아홉째는 음식의 맛[食味]이 하늘들보다 뛰어났고, 열째는 부드러운 촉감[細觸]이 하늘들보다 뛰어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왕과 그 제석은 형용과 모습과 행동과 위의 등에 차별이 없었고 음식과 의복과 살림 도구 등에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오직 눈으로 볼 때에 눈을 깜빡거리는 것만이 다를 뿐이었으므로 모든 하늘들은 천왕(天王)과 인왕(人王)의 두 가지 구별을 그것으로 분별하며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심히 기이하고 희유한 일입니다. 제석과 정생왕은 사람과 하늘이라는 구별이 있는데도 형용과 모습들이 똑같아서 다름이 없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복덕의 힘과 그 일이 이렇거늘 그 누가 복덕에 대하여 만족하다는 마음을 내겠습니까?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왕은 도리천(忉利天)에서 한량없이 오랜 세월 동안 자유자재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왕은 4천하에서 세력과 부귀가 자재하였고 다시 도리천 위에서도 세력과 부귀가 자재하여 제석천왕과 나누어 다스렸으면서도 오히려 만족하지 않아서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차라리 혼자 천왕이 되어야겠다. 무엇으로 제석을 물러나게 할까?’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정생왕이 이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져 염부제의 아유사성(阿踰闍城) 최상원(最上園) 안으로 도로 내려왔습니다. 왕이 내려올 때에는 위력 있는 광명이 번쩍이면서 염부제에 두루 비추었으므로
모든 방향의 햇빛을 압도하여 가려버렸고, 또한 마치 해가 나오면 달에는 광명이 없고 햇빛이 허공에 있을 때는 다른 광명이 없게 되는 것처럼 왕의 광명이 다른 광명을 가리는 것도 그와 같았습니다. 또 마치 해가 돋으면서 달에 비추어 가려버리는 것처럼 정생왕의 빛나는 광명이 저 해에 비추어 가리는 것도 그와 같았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아유성 사람들이 성을 나와 구경하며 놀다가 그 정생왕과 4병들이 하늘에서 그 동산 안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그 사람들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곧 성 안으로 들어가서 성 사람들에게 두루 알리기를 ‘지금 어떤 천자(天子)와 사병들이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저 왕의 최상원 가운데에 떨어졌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성 안의 왕과 신민들은 갖가지의 노래와 춤과 음악을 갖추고 바르는 향․가루향과 보배의 당기․번기․일산이며 꽃다발과 영락으로써 몸과 의복을 모두 다 청정하게 하고서 서둘러 성에서 나와 그 동산 안으로 나아갔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정생왕이 하늘로부터 떨어질 때에 온갖 대지(大地)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그때에 온갖 사람들은 한껏 장엄하여 가장 훌륭하고 묘한 향을 그 몸에 다 바르고는 모두 동산 안에 있는 정생왕에게로 왔었습니다.
그때에 정생왕은 하늘의 훌륭한 자산(資産)에만 빠져 있던 터라 인간 안의 살림과 모든 향기를 참아내지 못하여 그만 몸이 가라앉고 정신이 아득해져서 땅에 그대로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생소(生蘇)와 제호(醍醐)를 아주 뜨거운 모래 속에 부으면 그대로 머물러 있지 못하는 것처럼 그 때의 정생왕도 몸이 가라앉고 정신이 아득해져서 더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역시 그와 같았습니다.
그때에 성 안의 왕과 신민이며 안팎의 사람들은 정생왕이 그 동산 안에서 그대로 땅에 앉아 축 처져 있는 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천자께서는 바로 누구십니까?’
그때에 정생왕은 곧 그 왕과 사람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일찍이 정생대왕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가?’
그때에 국왕과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대답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일찍이 옛 사람들로부터 정생이라는 대왕이 계셨는데 사람의 몸 그대로 모든 권속과 4병들을 데리고 천상으로 올라가셨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때에 정생왕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옛날의 정생이란 이가 지금 바로 이 몸이며, 나와 4병들은 하늘에서부터 떨어졌느니라.’
그때에 국왕과 성의 안팎의 모든 사람들은 곧 게송으로써 정생왕에게 물었습니다.”

‘저희들은 옛 사람에게서
위덕을 지닌 왕이 계셨고
그 이름은 정생(頂生)이라 하며
아주 큰 명칭이 있었던 것과

사람 몸 그대로 4병들과
아울러 그 모든 권속들과 함께
여기서 천상으로 올라갔으며
법왕으로서 법답게 다스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천(人天)에서의 훌륭한 왕이 말하였다.
‘무상함[無常]의 힘에 해친 바 되어
하늘의 쾌락에서 물러나 고통을 받는
정생(頂生)이란 이가 바로 나니라.’

여러 사람들은 모두가 합장하여
대왕의 발에 머리 조아렸다.
‘어떠한 희유한 일이 있었는지
미래에 그 말씀을 전하여 주겠나이다.’

하늘로부터 물러난 이로서
고통을 받고 있는 왕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희유한 일을 듣고
기뻐하며 방일(放逸)하지 말 것이니라.

정생대왕이라는 이는
4천하를 통솔하고 다스리면서
즐거움을 누림이 천인(天人)보다 더했으나
욕심을 부리다가 죽게 되었느니라.

그의 후궁(後宮) 안에서는
7일 동안 보배의 비를 내렸고
법답게 천하를 다스렸으나
욕심을 부리다가 죽게 되었느니라.

저 하늘의 제석천왕과 함께
반 자리씩을 나누어 앉아 있다가
나쁜 생각에 어지럽히게 되어
많은 욕심 때문에 떨어졌느니라.

그 나고 죽음의 바다에서
지혜가 없는 까닭에 침몰하였으며
5욕(欲)에 즐거이 집착하는 이가
하늘에서 욕심을 부리다가 죽게 되었느니라.

마치 목마를 때 꿈에서 물을 마셔도
갈증을 없애지 못하게 되듯이
5욕을 받는 것도 역시 그러하여
끝내 만족해 할 줄 몰랐느니라.

지혜가 있는 모든 중생은
어리석은 어둠을 끊어 없애며
그 지혜 있는 이는 만족할 줄 알고
바르게 모든 존재의 세계[有趣]를 관찰하느니라.

지혜롭게 존재의 갈래를 관찰하고
슬기롭게 늙고 병들고 죽음을 보는 이는
모든 갈애(渴愛)를 끊어 없애고
존재의 갈래를 버리면서 집착이 없느니라.

접촉[觸]을 관찰하여 불에 탄 것 같이 여겨
곧 갈애를 버릴 것이요
느낌[受]을 관찰함도 그와 같이 하면서

느낌은 바로 선이 아닌[非善] 줄 알 것이니라.

마치 뭇 음악을 울리는 것처럼
감관[根]과 경계도 역시 그러하나니
성인의 교법 안에서 조복하여야
감관의 제 성품[自性]을 버릴 수 있느니라.

모든 다섯 가지의 입(入)은
이름과 물질[名色]에서 생기게 되며
의식[識]이 그 안에서 분별하면
곧 사량분별[思覺]을 생기게 하느니라.

성인은 이러한 관(觀)을 짓는지라
갈래[趣]와 존재[有]에서 집착하지 않으며
슬기로운 이는 지혜[慧]가 만족하여
사라짐[滅]을 증득함이 마치 땔나무가 다함과 같으니라.’

정생왕은 그곳의 왕과 신민들에게
이런 말을 다하여 마치자마자
모든 존재[有]의 무상함을 보이면서
그 자리서 곧 목숨을 마쳤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정생왕이란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달리 보시지도 마시고 의혹하지도 마십시오. 바로 지금의 저의 몸입니다. 저는 옛날 일찍이 정생왕으로 있을 적에 인간과 천상을 다스리면서 세력과 부귀가 자재하면서도 탐욕으로 만족할 줄 모르다가 죽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마땅히 세력과 부귀와 교만의 자재함을 버리고 방일(放逸)하지 않는 데에 머무르셔야 하십니다. 만일 방일하지 않은 행에 머무를 수 있으면 이 사람은 곧 모든 선근을 닦을 수 있습니다.
대왕이시여, 만일 방일하지 않으면 다시 법계의 평등[法界平等]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왕이시여, 만일 방일함을 잘 여의면 이익을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경계는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며,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며 현재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 법에 마음을 편히 머무르면서 다른 이의 가르침을 따르지 마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 법이야말로 바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세존의 위없는 보리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온갖 세력과 부귀를 멀리 여의고 온갖 갈애(渴愛)의 바다를 바짝 말리며, 교만의 산을 거꾸러뜨리고 온갖 재앙을 멀리 여의며, 온갖 것에서 평등하셔야 합니다. 이 법은 온갖 범부로서의 자리가 아니요 또한 성문으로서의 행할 경계도 아니며 모든 연각의 경계도 아닙니다. 이야말로 모든 보살이 행할 자리이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깨달음에서만이 증득할 자리입니다.
왕께서는 마음을 편안히 가지시면서
산란함이 없게 하셔야 하며 마땅히 생각하시기를 ‘나는 어떻게 하면 미래의 세상에 세간과 천상과 인간 가운데서 등불이 되고 횃불이 되며, 광명이 되고 배가 되며, 길잡이가 되고 스승이 될 수 있으며, 또 상주(商主)가 되고 우두머리가 되며 위없는 이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도 제도되고 남들도 제도하며 자신도 해탈하고 남들도 해탈시키며 자신도 편안하고 남들도 편안하게 하며 자신도 열반을 얻고 남들도 열반을 얻게 할까?’라고 하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지나간 세월 동안에 있었던 세력과 부귀의 자재함을 자세히 살펴보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환술과 같아서 만족해함도 없고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없으며, 경계는 마치 꿈과 같아서 만족하게 하지도 못합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지나간 세상에 니미(尼彌)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모든 법을 환히 통달하고 법답게 왕이 되었으며 거듭 방일하지도 않았으므로 설령 하는 일이 있어도 모든 방일함을 여의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니미왕은 항상 3세(世)가 평등하다고 관찰하였고 또 모든 법은 마치 3세가 평등한 것과 같다고 관찰하였으며, 과거의 모든 법은 제 성품을 멀리 여의었다고 관찰하고 미래의 모든 법도 제 성품을 머리 여읠 것이라고 관찰하며 현재의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제 성품을 멀리 여읜다고 관찰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니미왕은 온갖 3세의 법이 평등하다고 관찰하고 나서는 모든 법에 대하여 취착(取着)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으며 그 니미왕은 모든 세간은 네 가지 뒤바뀐 것[四顚倒]이 다시 뒤바뀐지라 청정하지 않은 법 가운데서 청정하다는 생각을 일으키고 괴로운 법 가운데서 즐겁다는 생각을 일으키며, 덧없는 법 가운데서 항상하다는 생각을 일으키고, 나 없는 법 가운데서 나라는 생각을 낸다고 관찰하였습니다. 세간이 이런 것이라고 보면서 곧 생각하기를 ‘세간은 곧 허물어져 아주 크게 패망할 것이다. 이러한 중생들은 모든 법의 제 성품이 공하고 고요한데도 그것을 깨달아 알지 못하도다.’라고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니미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네 가지 거두어 주는 법[四攝法]으로써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리라. 만일 내가 이 네 가지의 법으로
중생들을 거두어 준다면 이 모든 중생들은 나를 따르고 나의 말과 가르침을 받들리라’고 하고, 니미대왕은 먼저 이러한 방편을 짓고 나서 곧 네 가지의 거두어 주는 법으로써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고 나서 니미대왕은 곧 사람들에게 모든 법은 평등하다고 가르치면서 말하였습니다.
‘너희 중생들아, 모든 법은 제 성품을 여의었느니라. 만일 모든 법이 제 성품을 여의었다면 그 법은 역시 과거도 아니요, 미래도 아니며, 현재도 아니니라. 왜냐하면 그 법의 제 성품은 진실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법이 제 성품을 여의었다면 그 법은 또한 그 법이 과거요 미래며 현재라고 설명할 수도 없느니라.’고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그 니미왕이 그 중생들에게 이 3세가 평등하다는 법을 가르치고 나자 그 80천만 나유타의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삼십삼천들은 선법당(善法堂)에 모여 앉아 있으면서 이런 논의를 하였습니다.
‘장하고도 장하구나. 비제가국(鞞提呵國) 사람들은 아주 좋은 이익을 얻고 있구나. 이 니미왕은 모든 법을 환히 알고 법답게 왕이 되었으며 방편을 두루 갖추고 있으므로 뒤바뀐 중생들에게 좋은 방편으로써 뒤바뀌지 않은 법을 보이고 계시니 말이다.’
그때에 석제환인(釋提桓因)은 다른 곳에 있으면서 그 선법당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곧 천이(天耳)로써 그 하늘들이 하는 말들을 듣고 바로 선법당으로 나와서 자리에 앉은 뒤에 그 하늘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 하늘들은 선법당에 있으면서 무엇들을 논의했느냐?’
이렇게 묻자 그때에 여러 하늘들은 제석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예, 천주시여, 저희들이 하는 말을 들으십시오. 저희들이 아까 선법당에 있으면서 논의한 일이란 바로 ≺저 비제가국 사람들은
아주 좋은 이익을 얻고 있구나. 이 니미왕은 모든 법을 환히 알고 법답게 왕이 되었으며 방편을 두루 갖추고 있으므로 뒤바뀐 중생들에게 좋은 방편으로써 뒤바뀌지 않은 법을 보이고 있구나≻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른바 모든 법의 제 성품을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그 모든 하늘들이 이렇게 말을 하자 그때에 제석천왕은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니미왕은 불가사의하고 선교방편(善巧方便)을 두루 갖추고 성취하였다. 너희들은 이 도리천 위에 있으면서 그 니미왕을 만나보고 싶으냐?’
그때에 모든 하늘들은 모두가 함께 소리를 같이하여 말하였습니다.
‘예, 천주시여, 저희들은 여기에 있으면서 그 니미대왕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때에 제석천왕은 곧 그를 모신 마다리(摩多梨)라는 신하에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이 앞으로 오너라. 빨리 하늘들이 타는 천조마(千調馬) 보배 수레를 장엄하게 갖추어서 저 염부제의 비제가국 니미왕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을 하라.
≺이것은 모든 하늘들이 타는 천조마 수레인데 왕을 모시기 위하여 보내왔습니다. 원컨대 대왕이시여, 이 보배 수레에 오르시고 두려운 생각을 내시지 마십시오. 삼십삼천에서 모두가 대왕을 뵙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레에 오르시거든 다시 이렇게 말을 하라.
≺대왕이시여, 저는 이제 왕을 모시고 어느 길을 따라 가야 합니까? 저 천상으로 나아가면서 뒤바뀐 중생들이 살고 있는 길을 따라 갈 것입니까, 뒤바뀌지 않은 중생들이 살고 있는 길을 따라 갈 것입니까?≻’
그때에 마다리는 제석에게 말하였습니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는 곧 천조마 수레를 엄숙히 갖추고서 자신이 그 위에 타고 그 도리천으로부터 염부제로 내려가 비제가국 니미왕에게 이르러서 말하였습니다.
‘도리천의 하늘들이 지금 이 천조마 수레를 보냈습니다. 왕께서는 수레에 오르시고 두려운 생각을 내시지 마십시오.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이 왕을 뵙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때에 니미대왕은 두려워하는 마음 없이 곧 수레에 올랐습니다. 그리하여 수레에 오르자마자 마다리는 말하였습니다.
‘저는 이제 왕을 모시고 어느 길을 따라 가야 합니까? 뒤바뀐 중생들이 살고 있는 길을 따라 갈 것입니까, 뒤바뀌지 않은 중생들이 살고 있는 길을 따라 갈 것입니까?’
왕이 곧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는 나를 데리고 두 길의 중간을 따라 가시오.’
그때에 마다리는 곧 니미왕을 데리고 뒤바뀐 중생들이 살고 있는 곳과 뒤바뀌지 않은 중생들이 살고 있는 두 곳을 따라 나아갔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니미왕은 마다리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잠시 동안만 수레를 멈추시오. 나는 저 뒤바뀐 중생들이 살고 있는 곳을 살펴보아야겠소.’
그때에 마다리는 곧 왕의 가르침을 받고 잠시 동안 마차를 멈추었습니다. 그때에 니미왕은 잠깐 동안에 80천만 중생을 견실삼매(見實三昧) 안에 편히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이 왕이 잠깐 동안에 이러한 중생을 견실삼매 안에 머무르게 하였는가 하면, 이 왕이 방일하지 않은 행[不放逸行]을 잘 익혔기 때문입니다. 그 중생으로서 삼매에 머무른 이는 뒤에 모두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게 되었으나, 이때에 마다리는 도무지 왕이 한 일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마다리는 다시 왕을 데리고 나아가 수미산 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때에 니미왕은 멀리서 푸르게 우거진 숲을 보면서 마다리에게 말하였습니다.
‘저 숲은 틀림없이 뒤바뀌지 않은 중생들이 살고 있는 곳이오.’
마다리가 말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곳은 도리천의 하늘들이 쓰고 있는 선법당(善法堂)입니다. 저 도리천의 하늘들이 그 당(堂) 위에 모여 있으면서 왕을 만나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시고 그 당으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이리하여 그곳으로 간 니미왕은 마음에 두려워하지 않고
곧 당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때에 제석은 멀리서 니미왕이 온 것을 보고 말하였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리고는 곧 자리의 반을 나누어주면서 왕에게 앉게 하였으므로 그때에 니미왕은 곧 제석이 양보한 자리의 반쪽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때에 제석은 좋은 말로 같이 서로 위문한 뒤에 말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좋은 이익을 쾌히 얻게 하시면서 불법을 더욱더 흥성하게 하십니다.’
이렇게 말한 뒤에 제석은 도리천의 하늘들을 향하여 말하였습니다.
‘이 니미왕께서는 불가사의한 선교방편을 성취하시고 구족하셨느니라. 이 왕께서 잠깐 동안에 80천만의 중생들로 하여금 불법 안에 머무르게 하셨는데도 저 마다리는 도무지 모르고 있었느니라.’
그때에 니미왕은 곧 도리천의 하늘들을 위하여 갖가지의 수승하고 묘한 법을 널리 말하여 하늘들을 이익되게 하고 나서 제석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도로 염부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왜냐하면 저 염부제에서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제석이 대답하였습니다.
‘예, 지금 바로 내려가시도록 하십시오.’
그리고는 다시 그를 모신 마다리 신하에게 명하였습니다.
‘너는 다시 천조마 수레로써 니미왕을 염부제까지 모셔다 드리도록 하라.’
이리하여 니미왕은 염부제에 도착한 뒤에도 대비(大悲)를 성취한 선교방편으로써 한량없는 중생들을 불법 안에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달리 의심하지도 마시고 달리 보시지도 마십시오. 옛날의 그 니미왕은 바로 지금의 저의 몸이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방일하지 않는 힘은 생각하거나 의논하기조차도 어려운 것으로 보셔야 하십니다. 니미대왕은 제석의 자리에 올라 있었으면서도 오히려 탐착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불법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하고 닦으면서 방일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무엇을 불법이라 하느냐 하면, 대왕이시여, 모든 법이 불법입니다.”
그때에 정반왕은 이런 말을 듣자마자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모든 법이 불법이라면 모든 중생이 또한 부처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뒤바뀌지 않게 중생을 본다면 그것이 곧 부처님입니다. 대왕께서 말씀하신 부처님이란 사실대로 중생을 보는 것입니다. 사실대로 중생을 본다는 것은 곧 실제(實際)를 보는 것이요, 실제라는 것은 곧 법계(法界)입니다.
대왕이시여, 법계란 드러내 보일 수도 없으며 다만 이름일 뿐이요, 세속[俗]일 뿐이요, 그것은 세속의 일을 들어서 말할 뿐이요, 언설(言說)이 있을 뿐이요, 임시로 시설했을 뿐이니, 이렇게 보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모든 법은 생기는 것이 없나니 이것이 바로 다라니문(陀羅尼門)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다라니문이라 하기 때문이니, 여기서의 모든 법은 움직이는 것도 없고 흔드는 것도 없고 취하는 것도 없고 버리는 것도 없으므로 이것을 다라니문이라 합니다.
대왕이시여, 모든 법은 없어지지 않나니, 이것이 다라니문입니다. 왜냐하면 없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다라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의 모든 법은 움직이는 것도 없고 흔드는 것도 없고 취하는 것도 없고 버리는 것도 없습니다. 그 다라니문에는 모양도 없고 제 성품도 없고 시설할 수도 없으며, 짓는 것도 없고 만드는 것도 없으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중생도 없고 목숨도 없으며, 사람도 없고 기르는 것도 없으며, 상대하여 치료하는 것도 아니며, 형용도 없고 상태도 없으며, 얽는 것도 없고 여의는 것도 없으며,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으며, 사랑스러운 것도 없고 미운 것도 없으며, 묶는 것도 없고 푸는 것도 없으며, 목숨이 있는 것도 없으며, 나오는 것도 없고 물러가는 것도 없으며, 얻는 것도 아니고 머무르는 것도 없으며, 안정된 것도 없고 산란한 것도 없으며, 아는 것도 없고 알지 못하는 것도 없습니다.
또 보는 것도 아니고 보지 않은 것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고 범하는 것도 아니며, 뉘우치는 것도 아니고 뉘우치지 않는 것도 아니며, 기뻐하는 것도 아니고 기뻐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 의지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괴로운 것도 아니고 즐거운 것도 아니며,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정해지지 않은 것도 아니며, 진실한 것도 아니고 뒤바뀐 것도 아니며, 열반도 아니고 열반이 아닌 것도 아니며,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을 여의는 것도 아니며, 보는 것도 아니고 보지 않는 것도 아니며, 해탈한 것도 아니고 해탈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지혜도 아니고 지혜가 아닌 것도 아니며, 보이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며, 업(業)도 아니고 업이 아닌 것도 아니며, 도(道)도 아니고 도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 67가지의 법문으로써 온갖 법에 들어가야 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이 물질[色] 자체의 체성(體性)은 전에 있었던[曾有]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當有] 것도 아니요 지금 있는[今有] 것도 아니며, 느낌[受]․생각[想]․지어감[行]․의식[識]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거울 속의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 물질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메아리 소리가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대왕이시여, 이와 같은 물질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아지랑이가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 물질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거품 무더기가 견실(堅實)함이 없으면서 전에 있었던 것도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 물질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꿈 속에서 나라 안의 가장 예쁜 여인을 보았을 때에 이 꿈속에서 보았던 것이 역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 물질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석녀(石女)가 꿈에서 아들을 낳을 때에 이 꿈에서의 일은 역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 물질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것도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체성도 그와 같아서 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차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물질은 의지할 곳[所依]이 없으며, 나아가 의식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허공이 의지할 곳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물질도 의지할 곳이 없으며, 나아가 의식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물질은 생기는 것이 없으며 나아가 의식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생기는 것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물질은 없어지는 것이 없으며, 나아가 의식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없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열반의 경계가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는 것처럼, 대왕이시여, 이와 같은 물질 역시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으며, 나아가 의식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법계(法界) 또한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는 것처럼, 대왕이시여, 이와 같은 물질 역시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으며, 나아가 의식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온갖 법이 바로 여래의 경계요 불가사의함도 역시 여래의 경계며 공통하지 않은 법[不共法]도 역시 여래의 경계이니, 모든 범부의 경계와는 공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성문과 연각이 헐뜯지 않고 칭찬하지도 않으며, 얻지도 않고 잃지도 않으며, 깨닫는 것도 아니고 깨닫지 않는 것도 아니며, 아는 것도 아니고 알지 않는 것도 아니며,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인식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버리는 것도 아니고 버리지 않는 것도 아니며, 닦는 것도 아니고 닦지 않는 것도 아니며, 말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증득하는 것도 아니고 증득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드러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며,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들을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왕이시여, 그 법에는 붙들어 일으킬 수 있거나 꺾어 넘어뜨릴 수 있는 이러한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법은 제 성품을 여의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이제는 이 법 가운데서 그 마음을 편안히 두시어 깊이 이 법을 관찰하시고
다른 것을 믿지 마셔야 합니다.”
그때에 정반왕은 생각하기를 ‘모든 법 안에는 얻을 만한 법이 없고 이러한 법이 없구나. 이 법을 증득하게 되면 일컬어 부처님이라 하리라. 모든 법은 실로 얻을 수 없는데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을 위하여 다만 언설을 빌렸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정반왕 등 7만의 석씨 종족은 무생법인을 얻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석씨 종족들이 깊이 믿게 된 것을 아시고 빙그레 웃으셨다. 그때에 혜명 마승(馬勝) 비구가 게송으로써 물었다.

크게 뛰어나고 높으신 길잡이께서는
세간을 위하여 웃으셨나이다.
원컨대 세간의 밝은 횃불이시여,
웃으신 까닭을 연설하여 주소서.

10력(力)과 일체지(一切智)를 지닌 이시여,
무엇 때문에 빙그레 웃으셨나이까?
원컨대 그 웃으신 까닭 말씀하시어
세간의 모든 의심 그물을 끊어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석씨의 대중들을 위하여
웃으시는 상서로움을 나타내셨으니
모든 사람과 하늘들을 위하여
속히 모두 의심 그물을 없애 주소서.

대웅(大雄)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
세간은 모든 의심을 여의게 되고
그 마음은 모두들 기뻐하면서
불법 안에 편안히 머물 것입니다.

세존의 모든 제자들은
웃으신 일을 알게 되면
견고히 서원(誓願)에 머무르게 되고
지혜를 반드시 통달할 것입니다.

원컨대 높으신 길잡이시여,
대중들의 의심을 끊어 없애 주소서.
대중들이 의심을 끊은 뒤에는
반드시 광대한 즐거움을 얻을 것입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마승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나타낸 적멸(寂滅)한 웃음에 대해
마승아, 자세히 들어야 한다.
나는 이제 사실대로 석씨 종족의
결정된 지혜[決定智]를 말하여 주리라.

모든 법은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석씨 종족은 모두가 알게 되었나니
그 때문에 부처님의 법에서
결정코 마음이 편히 머무르리라.

명칭(名稱)이 있는 큰 석씨 종족은
얻을 바 없음[無所得]에 의지하면서
장차 으뜸가는 보리를 얻어
온갖 지혜를 환히 알리라.

인간 안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이 석씨 종족은 결정코
안락국(安樂國)에 나게 되어서
무량수불(無量壽佛)을 뵙고 받들게 되리라.

안락국에 가서 머무른 뒤에는
두려움 없이 보리를 이루고

시방의 세계에 능히 나아가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리라.

하나의 불국토에 편안히 머물러서
시방의 부처님을 능히 공양하게 되며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위없는 도(道)를 구할 것이니라.

모든 불국토에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부처님께 공양하게 되며
모두 이미 신력(神力)에 도달한지라
부처님께서 나가시는 곳을 따르게 되리라.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모든 길잡이께 공양할 것이며
갖가지로 묘한 공양을 한 뒤에는
당연히 부처님의 도를 이루게 되리라.

낱낱 모두가 성불한 뒤에는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여
부처님의 도를 이룰 수 있게 하며
다시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리라.

그 국토에 있는 중생의 무리는
모두가 부처님의 도를 이룰 것이며
그 모든 세존들은
성문의 대중들을 제도하지 않으리라.

낱낱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다 같이 수명이 1겁 동안이며
그 부처님들의 정법(正法)은
한량없는 아승기 동안 머무르리라.

그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큰 지혜를 지닌 보살들이
법을 호지(護持)하며 세간에서
억의 아승기 동안 교화하게 되리라.

그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은
한량없는 중생들을 교화하면서
위없는 도를 설법하여
모두를 공적(空寂)한 곳에 있게 하리라.

방일하지 않는 곳에 머물러서
공적한 법을 닦고 쌓아
온갖 지혜를 능히 얻고
방일하지 않은 일을 즐기게 하리라.

이 석씨 종족이 나아갈 바를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도를 간절히 구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혜명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보살의 견진실삼매(見眞實三昧)이니, 너는 아비발지(阿毘跋智)의 모든 보살들에게 말해 주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사리불아, 이 삼매는 얻을 것 없는 말씀이기 때문이니라.
여래는 그 삼매 가운데서 하나의 법도 얻지 않았나니, 만일 얻지 않았다면 그것은 깨달을 수도 없고 깨달을 수 없다면 그것은 설명할 수도 없으며 만일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알 수도 없고 그것을 알 수가 없다면 그것이 곧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법이니라.
사리불아, 나는 이제 너에게 이 보살의 견실삼매(見實三昧)를 부촉(付囑)하나니, 마땅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서
널리 드러내며 연설해야 하느니라.
사리불아,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으로서 대승(大乘)에 머무른 이가 10겁 동안 다섯 가지 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여의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이 이 보살의 견실삼매를 얻어들으면 그 얻게 되는 복덕은 다시 앞의 그보다 더 뛰어나느니라.
또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잠시 동안 이 보살의 견실삼매를 얻어들었고, 다시 다른 어떤 사람이 이 보살의 견실삼매를 얻어들은 뒤에 한 사람을 위하여 말하게 되면 이 사람의 얻는 복이 다시 앞의 그보다 더 뛰어나느니라.
또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10겁 동안을 들은 뒤에 다른 이들에게 해설하고, 다시 다른 어떤 사람이 한 찰나(刹那)만이라도 이 보살의 견실삼매를 닦으면 이 사람이 얻는 복덕은 다시 앞의 그보다 더 뛰어나느니라.
그러므로 사리불아, 너는 마땅히 이 보살의 견실삼매경(見實三昧經)으로써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말하여 주고 가르쳐 주고 보여 주고 수행하게 하여야 하느니라.
사리불아, 만일 이 보살의 견실삼매를 닦으면 당연히 무생법인을 얻게 되느니라.
사리불아, 이 모임 가운데서 내가 수기(授記)한 위없는 도 안에 있는 모든 보살들이면 모두가 이 보살의 견실삼매 안에 편히 머무르게 되리라.”
이때에 모든 보살과 성문과 하늘과 인간의 대중들과 아수라․건달바 및 사람인 듯하면서도 사람 아닌 이[人非人]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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