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75권
대보적경 제75권
북제 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송성수 번역
16. 보살견실회(菩薩見實會) ⑮
25) 육계차별품(六界差別品) ③
“대왕이시여, 마치 사람이 꿈속에서 불이 이글거리는 구리로 된 쇳조각을 자기 자신이 가져다 몸에 감아 얽었는데 이 사람이 꿈을 깨고 나서는 꿈속에서 몸에 감았던 구리의 쇳조각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 한 일은 진실한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 본 것에 집착하면서 진실이라고 여긴다면 그를 지혜롭다 하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꿈 속에서는 끝내 구리로 된 쇳조각이란 것조차도 없거늘 하물며 그것을 몸에 얽어맴이겠습니까? 이 사람은 그저 스스로만 고달플 뿐이요, 도무지 진실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그렇습니다. 어리석고 견문이 없는 범부는 무서운 일을 보면 마음에 집착을 내고 집착을 낸 뒤에는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으킨 뒤에는 두려운 업을 짓는 것이니, 이른바 몸에서의 세 가지와 입에서의 네 가지와 뜻에서의 세 가지 업입니다.
그리하여 그 업을 짓고 나면 곧 사라져 없어지는데 이 업이 사라진 뒤에는 동쪽에 의지하여 머물지도 않고 또한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 의지하여 머물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업은 죽을 때를 당하여 최후의 의식이 소멸하면서 먼저 지었던 업들이 마음속에 나타나 보입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은 이런 일을 본 뒤에 마음에 두려움을 내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 분의 업이 다하면서 다른 업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꿈을 깬 뒤에 꿈속에서의 일을 기억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와 같이 하여 대왕이시여, 최후의 의식이 주가 되고 그 업의 인연 때문에 이 두 가지 연(緣)으로써 태어날 분(分) 가운데서 의식이 처음에 일어나면서 혹은 지옥에 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나기도 하며, 혹은 염마라의 세계에 나기도 하고 혹은 아수라의 처소에 나기도 하며, 혹은 천상과
인간 세계에 나기도 하여 이전의 의식이 이미 멸하고 태어날 분의 의식이 생기면서 태어날 분이 상속하는 마음의 종류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이어짐은 없으면서도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지었던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도 없고 과보를 받을 이도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소멸할 때를 죽을 운수에 들어간다고 하고 최초의 의식이 생기게 되면 태어날 운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일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리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연(緣)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업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죽을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처음 의식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태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성품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의식은 최후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연(緣)은 연의 체성이 공하며 업은 업의 체성이 공하고 죽음은 죽음의 체성이 공하며, 최초의 의식은 최초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받아 남은 받아 남의 체성이 공하며, 세간은 세간의 체성이 공하고 열반은 열반의 체성이 공하며 일어남은 일어남의 체성이 공하고 무너짐은 무너짐의 체성이 공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지은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는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으며, 다만 세속을 따라 있다 할 뿐이요 첫째가는 이치는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법은 다 공하고 고요합니다. 모든 법이 공하면 이것이 공의 해탈문이요, 공에 공의 모양이 없으면 모양이 없는 해탈문이라 하며, 만일 모양이 없다면 원하거나 구할 것이 없으므로 원이 없는 해탈문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모든 법에 3해탈문을 갖추면 공과 함께 열반의 앞선 길을 행하며 모양을 멀리 여의고 원함과 구함을 멀리 여의어서 구경열반의 경계는 결정코 법계와 같아서 허공의 끝까지 두루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경계는 마치 꿈과 같은 것이니 온갖 비유로 이와 같이 아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사람이 꿈 속에서 몸뚱이가 망가지고 모든 접촉도 깨닫지 못하였었는데 이 사람이 꿈을 깨고 나서는 꿈 속에서 망가졌던 그 모양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의 꿈 속에서 있었던 일들은 진실한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의 일을 집착하면서 진실이라고 여긴다면 그를 지혜롭다 하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꿈속에서는 끝내 몸이라는 것조차도 없거늘 하물며 망가지는 일이 있겠습니까? 이 사람은 그저 스스로만 고달플 뿐이요, 도무지 진실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그렇습니다. 어리석고 견문(見聞)이 없는 범부는 스스로 몸이 망가졌던 것을 보고 마음에 집착을 내게 되고 집착을 낸 뒤에는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으킨 뒤에는 두려워하는 업을 짓는 것이니, 이른바 몸에서의 세 가지와 입에서의 네 가지와 뜻에서의 세 가지 업입니다.
그리하여 그 업을 짓고 나면 곧 사라져 없어지는데 이 업이 사라진 뒤에 동쪽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고, 또한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업은 죽을 때에 달하여 최후의 의식이 소멸하면서 먼저 지었던 업들이 마음속에 나타납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은 이런 일을 본 뒤에 마음에 두려움을 내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 분의 업이 다하면서 다른 업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그것은 마치 꿈을 깬 뒤에 꿈 속에서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최후의 의식이 주가 되고 그 업의 인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연(緣)으로써 태어날 분 가운데서 의식이 처음에 일어나면서 혹은 지옥에 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나기도 하며, 혹은 염마라의 세계에 나기도 하고
혹은 아수라에 나기도 하며, 혹은 천상과 인간 안에 나기도 하여 앞의 의식이 이미 소멸하고 태어날 분의 의식이 생기면 태어날 분이 상속하는 마음의 종류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나 하나의 법도 이 세상에서 다음의 세상으로 이어짐은 없으면서도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지었던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도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소멸할 때를 죽을 운수에 들어간다고 하고 최초의 의식이 생기게 되면 태어날 운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일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리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연(緣)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업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죽을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처음 의식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태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성품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의식은 최후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연(緣)은 연의 체성이 공하며, 업은 업의 체성이 공하고 죽음은 죽음의 체성이 공하며, 최초의 의식은 최초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받아 남은 받아 남의 체성이 공하며, 세간은 세간의 체성이 공하고 열반은 열반의 체성이 공하며, 일어남은 일어남의 체성이 공하고 무너짐은 무너짐의 체성이 공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지은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는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으며, 다만 세속을 따라 있다 할 뿐이요 첫째가는 이치는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법은 다 공하고 고요합니다. 모든 법이 공하면 이것이 공의 해탈문이요, 공에 공의 모양이 없으면 모양이 없는 해탈문이라 하며, 만일 모양이 없다면 원하거나 구할 것이 없으므로 원이 없는 해탈문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모든 법에 3해탈문을 갖추면 공과 함께 열반의 앞선 길을 행하며 모양을 멀리 여의고 원함과 구함을 멀리 여의어서 구경열반의 경계는 결정코 법계와 같아 허공의 끝까지 두루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경계는 마치 꿈과 같은 것이니 온갖 비유로 이와 같이 아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사람이 꿈 속에서 요술쟁이가 환술로 5욕(欲)에 관한 일을 만드는 것을 보았고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니 그것들에 둘러싸여 서로 즐기는 것을 보았는데 이 사람이 꿈을 깨고 나서는 5욕은 보이지 않았으나 꿈 속에서 있었던 5욕의 즐거움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 한 일은 진실한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의 일을 집착하면서 진실이라고 여긴다면 그를 지혜롭다 하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꿈속에서는 끝내 요술쟁이란 것조차 없거늘 하물며 환술로 5욕을 만들어서 서로가 즐기게 함이 있겠습니까? 이 사람은 그저 스스로만 고달플 뿐이요, 도무지 진실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그렇습니다. 어리석고 견문이 없는 범부는 이 요술쟁이가 환술로 5욕을 만드는 것을 보고 마음에 집착을 내고 집착을 낸 뒤에는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내며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낸 뒤에는 염착하는 마음을 내고 염착하는 마음을 낸 뒤에는 염착하는 업을 짓는 것이니, 이른바 몸에서의 세 가지와 입에서의 네 가지와 뜻에서의 세 가지 업입니다.
그리하여 그 업을 짓고 나면 곧 사라져 없어지는데 이 업이 사라진 뒤에 동쪽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고, 또한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업은 죽을 때에 도달하여 최후의 의식이 소멸하면서 먼저 지었던 업들이 마음속에 나타납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은 이런 일을 본 뒤에 마음에 두려움을 내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 분의 업이 다하면서 다른 업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그것은 마치 꿈을 깬 뒤에 꿈속에서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최후의 의식이 주가 되고
그 업의 인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연으로써 태어날 분 가운데서 의식이 처음에 일어나면서 혹은 지옥에 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나기도 하며, 혹은 염마라의 세계에 나기도 하고 혹은 아수라에 나기도 하며, 혹은 천상과 인간 안에 나기도 하여 앞의 의식이 이미 소멸하고 태어날 분의 의식이 생기면 태어날 분이 상속하는 마음의 종류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나 어떤 법도 이 세상에서 다음의 세상으로 이어짐은 없으면서도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지었던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도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소멸할 때를 죽을 운수에 들어간다고 하고 최초의 의식이 생기게 되면 태어날 운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일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리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연(緣)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업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죽을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처음 의식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태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성품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의식은 최후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연(緣)은 연의 체성이 공하며, 업은 업의 체성이 공하고 죽음은 죽음의 체성이 공하며, 최초의 의식은 최초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받아 남은 받아 남의 체성이 공하며, 세간은 세간의 체성이 공하고 열반은 열반의 체성이 공하며, 일어남은 일어남의 체성이 공하고 무너짐은 무너짐의 체성이 공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지은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는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으며, 다만 세속을 따라 있다 할 뿐이요 첫째가는 이치는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법은 다 공하고 고요합니다. 모든 법이 공하면 이것이 공의 해탈문이요, 공에 공의 모양이 없으면
모양이 없는 해탈문이라 하며, 만일 모양이 없다면 원하거나 구할 것이 없으므로 원이 없는 해탈문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모든 법에 3해탈문을 갖추면 공과 함께 열반의 앞선 길을 행하며 모양을 멀리 여의고 원함과 구함을 멀리 여의어서 구경열반의 경계는 결정코 법계와 같아서 허공의 끝까지 두루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경계는 마치 꿈과 같은 것이니 온갖 비유로 이와 같이 아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사람이 꿈속에서 큰 홍수가 나서 자기 몸과 처자 권속들이 모두 떠내려가 마음에 한량없이 갖가지로 근심하고 괴로워하였는데 이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서는 꿈속에서 물에 떠내려가며 근심하고 괴로워했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 겪은 일들은 진실한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이 꿈에서 겪은 일에 집착하면서 진실이라고 여긴다면 그를 지혜롭다 하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꿈속에서는 끝내 큰물이란 것조차도 없거늘 하물며 떠내려가면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이 사람은 그저 스스로만 고달플 뿐이요, 도무지 진실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그렇습니다. 어리석고 견문이 없는 범부는 큰물이 쓸어버리는 것을 보고 마음에 집착을 내고 집착을 낸 뒤에는 언짢아지며 마음이 언짢기 때문에 언짢은 업을 짓는 것이니, 이른바 몸에서의 세 가지와 입에서의 네 가지와 뜻에서의 세 가지 업입니다.
그리하여 그 업을 짓고 나면 곧 사라져 없어지는데 이 업이 사라진 뒤에 동쪽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고, 또한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업은 죽을 때에 도달하여 최후의 의식이 소멸하면서 먼저 지었던 업들이 마음속에 나타납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은 이런 일을 본 뒤에 마음에 두려움을 내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 분의 업이 다하면서 다른 업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그것은 마치 꿈을 깬 뒤에 꿈 속에서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최후의 의식이 주가 되고 그 업의 인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연(緣)으로써 태어날 분 가운데서 의식이 처음에 일어나면서 혹은 지옥에 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나기도 하며, 혹은 염마라의 세계에 나기도 하고 혹은 아수라에 나기도 하며, 혹은 천상과 인간 안에 나기도 하여 앞의 의식이 이미 소멸하고 태어날 분의 의식이 생기면 태어날 분이 상속하는 마음의 종류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나 어떤 법도 이 세상에서 다음의 세상으로 이어짐은 없으면서도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지었던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도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소멸할 때를 죽을 운수에 들어간다고 하고 최초의 의식이 생기게 되면 태어날 운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일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리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연(緣)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업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죽을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처음 의식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태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성품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의식은 최후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연(緣)은 연의 체성이 공하며, 업은 업의 체성이 공하고 죽음은 죽음의 체성이 공하며, 최초의 의식은 최초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받아 남은 받아 남의 체성이 공하며, 세간은 세간의 체성이 공하고 열반은 열반의 체성이 공하며, 일어남은 일어남의 체성이 공하고 무너짐은 무너짐의 체성이 공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지은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는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으며, 다만 세속을 따라 있다 할 뿐이요 첫째가는 이치는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법은 다 공하고 고요합니다. 모든 법이 공하면 이것이 공의 해탈문이요, 공에 공의 모양이 없으면 모양이 없는 해탈문이라 하며, 만일 모양이 없다면 원하거나 구할 것이 없으므로 원이 없는 해탈문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모든 법에 3해탈문을 갖추면 공과 함께 열반의 앞선 길을 행하며 모양을 멀리 여의고 원함과 구함을 멀리 여읜 구경열반의 경계는 결정코 법계와 같아서 허공의 끝까지 두루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경계는 마치 꿈과 같은 것이니 온갖 비유로 이와 같이 아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사람이 꿈 속에서 자기 자신이 술을 마시고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죄복(罪福)과 선악(善惡)과 존비(尊卑)와 우열(優劣)을 가리지 못한 것을 보았는데 이 사람이 꿈을 깨고 나서는 꿈속에서 술을 먹고 헷갈렸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 한 일은 진실한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람이 꿈에서의 일을 집착하면서 진실이라고 여긴다면 그를 지혜롭다 하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꿈속에서는 끝내 술이란 것조차도 없거늘 하물며 술을 먹고 취하여 존비와 선악과 우열을 가리지 못한다는 일이 있겠습니까? 이 사람은 그저 스스로만 고달플 뿐이요, 도무지 진실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그렇습니다. 어리석고 견문이 없는 범부는 꿈에서 술을 먹고 취한 것을 보고는 마음에 집착을 내고 집착하는 마음을 낸 뒤에는 염애(染愛)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염애하는 마음을 일으킨 뒤에는 염애하는 업을 짓는 것이니, 이른바 몸에서의 세 가지와 입에서의 네 가지와 뜻에서의 세 가지 업입니다.
그리하여 그 업을 짓고 나면 곧 사라져 없어지는데 이 업이 사라진 뒤에 동쪽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고, 또한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 의지하여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업은 죽을 때에 도달하여 최후의 의식이 소멸하면서 먼저 지었던 업들이 마음속에 나타납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은 이런 일을 본 뒤에 애착하는 마음을 내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 분의 업이 다하면서 다른 업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그것은 마치 꿈을 깬 뒤에 꿈 속에서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최후의 의식이 주가 되고 그 업의 인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연(緣)으로써 태어날 분 가운데서 의식이 처음에 일어나면서 혹은 지옥에 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나기도 하며, 혹은 염마라의 세계에 나기도 하고 혹은 아수라에 나기도 하며, 혹은 천상과 인간 안에 나기도 하여 앞의 의식이 이미 소멸하고 태어날 분의 의식이 생기면 태어날 분이 상속하는 마음의 종류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나 어떤 법도 이 세상에서 다음의 세상으로 이어짐은 없으면서도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지었던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도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소멸할 때를 죽을 운수에 들어간다고 하고 최초의 의식이 생기게 되면 태어날 운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저 최후의 의식이 일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리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연(緣)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업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죽을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처음 의식이 생길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으며, 그 태어날 때에도 어디서부터 오는 곳이 없고 그것이 소멸할 때에도 어디로 가는 곳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성품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의식은 최후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연(緣)은 연의 체성이 공하며, 업은 업의 체성이 공하고 죽음은 죽음의 체성이 공하며, 최초의 의식은 최초의 의식의 체성이 공하고 받아 남은 받아남의 체성이 공하며, 세간은 세간의 체성이 공하고 열반은 열반의 체성이 공하며 일어남은 일어남의 체성이 공하고 무너짐은 무너짐의 체성이 공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지은 업과 과보는 모두가 잃거나 무너지지 않지만 업을 짓는 이는 없고 과보를 받는 이도 없으며,
다만 세속을 따라 있다 할 뿐이요 첫째가는 이치는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법은 다 공하고 고요합니다. 모든 법이 공하면 이것이 공의 해탈문이요, 공에 공의 모양이 없으면 모양이 없는 해탈문이라 하며, 만일 모양이 없다면 원하거나 구할 것이 없으므로 원이 없는 해탈문이라 합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온갖 법에 3해탈문을 갖추면 공과 함께 열반의 앞선 길을 행하며 모양을 멀리 여의고 원함과 구함을 멀리 여읜 구경열반의 경계는 결정코 법계와 같아서 허공의 끝까지 두루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모든 감관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경계는 마치 꿈과 같은 것이니 온갖 비유로 이와 같이 아셔야 합니다.
26) 사전륜왕품(四轉輪王品) ①
그때에 부처님께서 정반왕(淨飯王)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법을 마음에 두어 부지런히 힘쓰면서 스스로 관찰해야 하고 수행하면서 다른 것을 따르지 마십시오. 이 법이야말로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보리(菩提)이며, 온갖 세간을 자유로이 뛰어넘을 수 있고 온갖 갈애(渴愛)를 없애며 아만(我慢)을 항복받고 죄과(罪過)를 제거시키며 모든 법에서 평등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범부의 자리[地]가 아니요 모든 성문(聲聞)으로서는 이를 수 없는 곳이며, 모든 벽지불(辟支佛)이 있어야 할 경계가 아니요 모든 보살만이 수행할 것이며, 모든 부처님께서 증득하신 자리입니다.
대왕이시여, 이 법 안에서 뜻을 편안히 지니셔야 하며, 마땅히 생각하시기를 ‘나는 어떻게 하여야 천상과 인간 세계에서 안목(眼目)이 될 수 있고 등불이 될 수 있고 큰 횃불이 될 수 있고 배와 뗏목이 되어서 물길을 잘 알 수 있고 길잡이가 될 수 있고 장사꾼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고 앞을 인도하는 우두머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하여야 자신을 제도한 뒤에 다시 다른 이들을 제도하고 자신이 해탈한 뒤에
다른 이들도 해탈하게 하며 자신이 안온한 뒤에 다른 이들을 안온하게 하고 자신이 열반을 증득한 뒤에 다른 이들도 열반을 증득하게 할까?’라고 하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과거 세상을 지나는 동안 세력이 있고 부귀가 자재하였음은 살피지 마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모든 감관[根]은 허깨비와 같으므로 만족할 때도 없고 능히 만족할 수 있는 이도 없으며, 경계(境界)는 마치 꿈과 같으므로 빛깔․소리․냄새․맛․접촉에 있어서 만족함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지나간 세상에 무변칭(無邊稱) 대왕이라는 전륜왕(轉輪王)이 있었습니다. 그 무변칭왕은 한량없는 뭇 보배를 두루 갖추었고 수레와 군사들과 코끼리와 말과 걸림 없는 윤보(輪寶)며 7보(寶)를 완전히 갖추었으므로 어떠한 군사들도 그를 파괴할 수 있는 이가 없었으며, 먼저의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근(善根)을 심은지라 뜻의 힘[意力]이 성취되어 생각하는 대로 곧 이루어졌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無量稱王]1)은 생각하는 것이 있기만 하면 모두가 뜻대로 되지 않음이 없었으니, 왜냐하면 선근의 힘을 구족하여 성취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나 자신의 복덕의 힘을 시험하여 보리라’고 하고, 그때에 무변칭왕은 곧 생각하기를 ‘나의 위력(威力)으로써 이 4천하에 있는 모든 수목들이 항상 꽃과 열매가 있어서 아무리 꺾고 따먹는다 해도 다함이 없게 하리라’라고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이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4천하에 있던 모든 수목들에는 꽃과 열매가 번성하여서 아무리 꺾고 따먹어도 다함이 없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무변칭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4천하에 있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바라고 뜻하는 대로 다 되고 어기는 일이 없게 하리라’고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이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4천하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소원은 다 충족되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무변칭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다시 선근의 힘을 시험하여 보리라. 만일 나에게 복이 있다면 4천하에 향수(香水)가 내리게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4천하에는
즉시 향수의 비가 내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다시 나 자신의 복의 힘을 시험하여 보리라’고 하고, 그때에 무변칭왕은 곧 생각하기를 ‘만일 나에게 복의 힘이 있다면 이 4천하에 아름다운 꽃비가 두루 내리리라’고 하였습니다. 이 생각을 하는 때에 바로 4천하에는 아름다운 꽃비가 내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다시 나 자신의 복의 힘을 시험하여 보리라. 만일 나에게 복이 있다면 이 4천하에 훌륭한 의복들이 두루 내리리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4천하에는 바로 천상의 겁패수옷[劫貝樹衣]이 두루 내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나 자신의 복의 힘을 시험하여 보리라. 만일 나에게 복이 있다면 이 4천하에 은(銀) 비가 두루 내리리라’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이 4천하에는 은 비가 내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다시 나 자신의 복의 힘을 시험하여 보리라’고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만일 나에게 복이 있다면 이 4천하에 금비[金雨]가 두루 내리리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4천하에는 금비가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무변칭왕의 소원이 뜻대로 됨은 모두가 과거 세상에 온갖 중생들에게 공업(共業)의 선행을 닦았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이 염부제(閻浮提)의 땅은 세로와 넓이가 똑같이 일만 8천 유순이었고 그 당시 이 염부제에는 60천만(千萬)의 여러 큰 성곽(城郭)이 있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이 염부제 안에는 보장엄(寶莊嚴)이라는 해자[隍城]가 있었습니다. 그 성의 세로와 넓이는 12유순이었고 4면은 편편하면서도 기묘하게 이루어졌으며 거리는 잘 꾸며졌고 경계가 분명하였으며, 그 성 밖에는 다라수(多羅樹)가 일곱 겹으로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그 다라수들은 네 가지의 보배가 합하여 이루어졌는데
금과 은과 유리(琉璃)와 파리(頗梨)가 그것이며 잘 장식되어서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금으로 된 나무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가 모두 금이요 그 잎과 꽃과 열매는 모두가 백은으로 되었고, 은으로 된 나무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가 모두 은이요, 그 잎과 꽃과 열매는 모두가 황금으로 되었으며, 비유리(毘琉璃)로 된 나무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가 모두 유리요, 그 잎과 꽃과 열매는 모두가 파리로 되었고, 그 파리로 된 나무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가 모두 다 피리요, 그 잎과 꽃과 열매는 모두가 비유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그 보장엄성의 둘레에는 일곱 겹으로 된 보배 방울이 달린 그물을 걸어 갖가지로 장엄하였으므로 미묘하기가 으뜸이었고 다시 갖가지의 뭇 보배로 된 그물을 그 위에다 덮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 밖에는 일곱 겹으로 된 보배 해자[塹]가 있었고 그 낱낱의 해자의 깊이는 반 유순이요 넓이는 1유순이었으며, 그 일곱 겹의 해자의 밑바닥과 언덕은 편편하였고 8공덕수(功德水)가 청정하게 가득 차 있었으며 뭇 새들이 쉽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우발라(優鉢羅)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파두마(波頭摩)꽃과 분다리(分陀利)꽃 등이 그 속에 가득 차 있었고, 밑바닥에 금모래[金砂]가 깔려 있었으며, 그 해자의 네 변 둘레에 있는 계단 길은 금과 은과 유리와 파리의 네 가지 보배로 장엄되어서 미묘하고 참으로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또 그 모든 계단 길은 네 가지의 보배로 합쳐서 되었는데 황금으로 된 섬돌에는 밟는 곳이 백은으로 되었고 백은으로 된 섬돌에는 밟는 곳이 황금으로 되었으며 유리와 파리가 위와 아래에 사이사이 섞여 있었습니다. 또 서로 어긋나게 장식한 둘레의 난간은 7보로 되었으므로 단정하고 엄숙하기 견줄 데 없었습니다.
낱낱의 계단 길에는 7겹으로 된 보배 문이 있었는데 갖가지로 장엄되어 미묘하기 으뜸이었으며 낱낱 계단 길의 양편에는 금으로 된 파초(芭蕉) 나무가 있었고, 그 해자의 네 변 둘레에 있는 계단 길의 양쪽 끝에는 낱낱이 모두
7보로 된 묘한 자리[妙座]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은 갖가지로 장엄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모두 저 무변칭왕의 복덕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보장엄성 밖의 둘레에는 8만의 동산 숲이 있었으며 무변칭왕은 이 동산 숲을 만들어 놓았으나 애착하거나 내 것이라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모두를 중생에게 보시하면서 함께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낱낱의 동산에는 여덟 개의 큰 못이 있었고 낱낱의 큰 못은 세로와 넓이가 반 유순이나 되었으며, 못 속에는 갖가지의 꽃이 피어 있었으니 우발라꽃과 파두마꽃과 구물두꽃과 분다리꽃 등의 이러한 꽃들이 그 위를 두루 덮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낱낱의 못 곁에는 여덟 개의 계단 길이 있었고 그 낱낱의 계단 길은 네 가지의 보배로 만들어져서 단정하고 엄숙하기 그지없었으며, 그 계단길 끝에는 7보로 된 당문(幢門)이 세워졌는데 이른바 금․은․유리 및 마노 등으로 되었습니다. 또 그 계단의 양편에는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파초나무를 아주 화려하게 장식하여 있었고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물이 못 속에 가득 차 있었으며 뭇 새들이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또 그 못의 네 변에는 예쁜 꽃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른바 아제목다가(阿提目多伽)꽃과 첨복(簷蔔)꽃과 아수가(阿輸伽)꽃과 구라바(拘羅婆)꽃과 파타리(波吒梨)꽃과 가니가라(迦膩迦羅)꽃과 바구라(婆拘羅)꽃과 바리사가(婆利師迦)꽃과 말리가(末利迦)꽃과 소마나(蘇摩那)꽃과 마루다(摩樓多)꽃과 지누사가(池㝹師迦)꽃 등의 이러한 꽃들이었으니 육지에 난 꽃들이었습니다. 무변칭왕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쾌적한 즐거움을 받게 하기 위하여 이러한 갖가지의 예쁜 꽃들을 심었으며 그 모든 인민들은 그 안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쾌락을 누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보장엄성에 있는 모든 보배 방울이 달린 물과 보배 다라수에서는 바람이 살살 불어서 움직여 주면 온화하고 고상한 소리가 나왔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다섯 가지의 미묘한 음악을 잘 울리면 그 소리가 온화하고 고상하여 아주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것처럼
그 무변칭왕이 있는 모든 궁성에 방울 달린 그물과 보배나무와 동산 숲과 즐기는 물건들에서 나오는 묘한 음성이 아주 사랑스러운 것도 역시 그와 같았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때의 보장엄성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묘한 음성을 즐기면서 즐거움을 누렸으며, 그 때의 그 보장엄성은 풍요하고 안온하여 사람들이 가득했고 부귀가 자재하였으며, 곳곳에 모두 우발라꽃과 파두마꽃과 구물두꽃과 분다리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은 또 다른 때에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서구다니(西瞿陀尼)에 가 보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왕과 4병(兵)은 함께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서구다니로 갔습니다. 왕이 그곳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소왕(小王)들이 모두 나와 영접하면서 저마다 국토를 바쳐 올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그곳에서 백천만 년 동안 머물러 있으면서 그곳의 왕으로서 다스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동방 불바제(弗婆提)로 가보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4병과 함께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동방 불바제로 갔습니다. 왕이 그곳에 도착하자 그 국토에 있는 소왕들도 모두 받들어 맞았고 또 국토를 바쳐 올렸습니다. 대왕이시여, 무변칭왕은 그곳에서도 백천만 년 동안 머물러 있으면서 그곳의 왕으로서 다스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은 다시 다른 때에 생각하기를 ‘나는 저 북울단월(北鬱單越)로 가 보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4병과 함께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북울단월로 갔습니다. 왕이 그곳에 도착하자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귀화(歸化)하였고 왕은 그곳에서도 여러 백천 년 동안 왕이 되어 다스리면서 쾌락을 누렸으며 자기 권속들을 교화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은 그곳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일찍이
삼십삼천(三十三天)이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 있다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나는 이제 도리천(忉利天) 위로 가 보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큰 용상(龍象)을 타고 4병들과 함께 허공을 날아 오르면서 수미산을 향하여 올라갔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곧 그를 모신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그대가 보는 수미산과 큰 바다[大海]와 4천하(天下)는 그 일이 어떠한가?’
그를 모신 신하는 왕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제가 보는 수미산과 큰 바다의 물과 4천하 등은 모두가 다 뱅뱅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옹기장이가 막대기로 윤대(輪臺)를 돌리는 것처럼 제가 보는 수미산과 4천하도 모두 다 뱅뱅 돌아가는 것이 역시 그와 같습니다.’
왕은 그를 모신 신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용상왕(龍象王)은 빨리 가면서도 멈추지를 않는구나.’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그를 모시는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그대가 보는 수미산과 큰 바다와 4천하는 다시 또 어떠한가?’
그를 모시는 신하가 대답하였습니다.
‘제가 보는 수미산과 큰 바다의 물과 4천하 등은 모두 진동하고 있습니다.’
왕은 신하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이제 수미산 꼭대기에 도달하려 한다. 이 용상왕이 천천히 가기는 하나 아직은 멈추지 않는구나.’
대왕이시여, 그 무변칭왕은 다시 더 앞으로 나아가다가 그를 모시는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그대가 보는 수미산과 큰 바다와 4천하의 모양은 또 어떠한가?’
그를 모시는 신하가 대답하였습니다.
‘제가 보는 수미산과 큰 바다의 물과 4천하 등은 움직이지도 않고 옮아가지도 않습니다.’
왕은 신하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이 용상왕은 이제 이미 그 수미산 꼭대기에 도달하였도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과 4병들은 이윽고 그 수미산 꼭대기에 도달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제석(帝釋)은 멀리서 무변칭왕을 보고 기뻐하면서 맞이하며 말하였습니다.
‘어서 오시오. 대왕이시여.’
그리고는 곧 자리를 반 나누어주면서 왕을 앉게 하였으므로 왕은 곧 앉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천상에서 한량없는 세월 동안
제석천왕과 반씩 나누어서 다스렸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오랜 동안 살다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저 제석천왕을 물리치고 여기서 혼자 천왕이 되어서 머물 수 있을까?’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무변칭왕과 그의 4병들은 그만 그 삼십삼천으로부터 이내 떨어지면서 도로 염부제의 보장엄성에 있는 보협원(寶篋園) 안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때에 보장엄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성 밖으로 나와 보협원에 이르러 그 무변칭왕과 그의 4병들이 하늘에서 그 동산 안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모두 빨리 성 안으로 들어가서 성 안 사람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어떤 천자(天子)와 4병들이 하늘에서 와서 보협원 안에 있습니다.’
그때에 보장엄성 안에는 다시 작애(作愛)라는 한 왕이 있어 국사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 작애왕은 어떤 천자와 4병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보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서 4병과 좋은 탈 것 등을 마련한 뒤에 성 안 사람들과 함께 보장엄성에서 보협원을 향해 나아갔으며 왕과 성 안 사람들은 무변칭왕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 하며 괴이하게 여겼습니다.
그때에 작애왕은 속히 갖가지의 향기로운 꽃과 가루 향․바르는 향 등을 마련하게 한 뒤에 서둘러 무변칭왕에게로 가서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길게 꿇어앉아 무변칭왕을 향하여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왕은 곧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는 옛날부터 무변칭왕에 대해 들은 일이 있는가?’
그때에 그 작애왕과 그 신하들은 모두 말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옛날에 먼저 사람들로부터, 본래 무변칭이라는 대왕이 계셨는데 4천하를 다스리다가 그의 4병들과 함께
도리천으로 올라가셨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무변칭왕은 바로 대답하였다.
‘그대들이 들었던 대로이며 무변칭왕이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그때에 무변칭왕은 처음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의 음식과 정기(精氣)를 맡고는 마음이 좋지 않았고 참고 견디지 못하여 몸이 침체되고 혼탁하여졌습니다. 마치 제호(醍醐)를 뜨거운 모래 속에 부으면 바로 녹으면서 잠시도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무변칭왕이 염부제의 음식과 모든 맛이 좋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침체된 것도 그와 같았습니다.
그때에 작애왕은 무변칭왕이 인간 안의 향기와 음식에 더 견디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단번에 피폐하여지고 더 살아갈 수 없음을 보고는 말하였습니다.
‘무변칭왕께서는 어떤 좋은 말씀이 계십니까? 제가 미래 세상에 어떤 말씀으로 전해 드릴까요?’
대왕이시여, 그때에 무변칭왕은 작애왕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이제 알아야 하오. 이 무변칭왕은 옛날부터 4천하의 왕으로서 위덕이 자재하였고 필요한 바를 생각만 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음이 없었으며, 나무와 숲과 꽃과 열매며 뜻대로 되는 과일로써 온갖 중생들의 고뇌를 없애주었고, 중생들이 구하는 물건들을 뜻대로 얻게 하였었소. 그리고 나는 또 하늘의 향을 내리게 하였고 하늘옷과 하늘꽃의 비도 내렸으며 은의 비도 내리고 금의 비도 내렸으며, 4천하의 왕으로서 부귀도 자재하였으나 도리천으로 올라가서 제석천왕과 자리를 나누어 천상의 일을 같이 다스리다가 탐욕을 한없이 부린 까닭에 하늘에서 물러나 염부제로 도로 떨어져서 드디어 목숨을 마치게 되었소.’
이어서 무변칭왕은 작애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나니, 그대는 미래 세상에 ≺무변칭왕은 부귀가 자재하였으나 탐욕을 너무 부리다가 스스로 자기 목숨을 앗아가게 하였다.≻고 이렇게 말씀하여야 하오.’
이런 말을 마치면서 그는 곧 죽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다르게 보시지 마시고 망설임이나 의혹된 마음도 내지 마십시오.
그 때의 무변칭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바로 지금 저의 몸입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모든 감관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경계는 마치 꿈과 같은 줄 아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마땅히 마음을 모아 바르게 관찰하시고 다른 것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항상 법의 자재함을 즐기면서
자주자주 그 마음을 채찍질해야 하고
탐욕이 자재한 가운데서는
지혜로운 마음으로 여의어야 합니다.
탐욕이 자재함을 여의고 나서
법이 자재한 가운데 머물러
만일 마음을 항복할 수 있으면
번뇌를 능히 항복받게 됩니다.
만일 번뇌를 능히 항복받으면
곧 업의 길[業道]을 여의게 되며
만일 업의 길을 여의게 되면
곧 세간의 탑(塔)이 될 것입니다.
욕심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번뇌의 허물을 나타내 보이며
중생들의 이로움을 생각하게 되나니
그러므로 일컬어 지제(支提)라 합니다.
탐욕의 허물을 들은 뒤에는
곧 탐욕을 능히 여의며
온갖 지혜로 마음을 깨끗하게 하나니
그러므로 일컬어 지제라 합니다.
가장 수승한 대장부(大丈夫)는
중생의 악(惡)을 없앨 것을 생각하며
그 성냄에서 해탈하게 하나니
그러므로 일컬어 지제라 합니다.
가장 수승한 대장부는
중생의 어리석음을 없앨 것을 생각하며
그 어리석은 마음에서 해탈하게 하나니
그러므로 일컬어 지제라 합니다.
하늘과 사람을 잘 다루는 스승[調御天人師]은
중생의 아만(我慢)을 없앨 것을 생각하며
그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나니
그러므로 일컬어 지제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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