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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09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72권

by Kay/케이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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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72

 

대보적경 제72권


북제 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송성수 번역


16. 보살견실회 ⑫

24) 차라가바리바라사가외도품(遮羅迦波利婆羅闍迦外道品)
그때 차라가바리바라사가 외도(外道) 8천 명은 모든 아수라와 가루라와 용녀며 모든 용과 구반다․건달바․야차․긴나라․마후라가며 공행(空行)의 모든 하늘과, 사천왕천․삼십삼천․야마천․도솔타천․화락천․타화자재천․범천․광음천․변정천․광과천 및 정거천 등이 세존께 공양하는 것과 찬탄함을 듣고는 희유한 마음을 내었으며, 이 법문을 듣고 들어보지 못했던 법이었으므로 곧 의심을 내면서 그 외도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저희들은 옛날부터 아직 들은 일이 없었던 법을 들었으며 듣고 나면 차라가바리바라사가 외도들도 즐거워하지 않으며 또한 집에 있는 것도 즐겁지 않습니다. 저희가 이 법에 대하여 또 의심을 내었고 공경심과 믿음을 내지 않았던 것은 도무지 옛날부터 아직 이런 법을 듣지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구담 사문에 대하여 인연이 있습니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께서 이러한 신통 변화(神通變化)를 지으셨고 이러한 신통 변화를 지으신 뒤에는 그 변화 때문에 저희들은 이 모든 하늘들이 얻은 미묘한 몸을 보게 되었고 대중들이 구담께 귀의하고 조복된 이들이 지극히 많았음을 보았으며 구담께서 설법을 잘하심도 알았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구담께 다시 작은 믿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구담께서는 또 광과천(廣果天)의 하늘들에게 ‘모든 법이 여래’라는 이러한 법도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여기에 대하여 큰 의심이 생겼습니다. 어째서 모든 법을 여래라 하십니까?
저희들이 구담께 이와 같이 믿음을 내었음을 오직 구담만이 아실 것이니, 이렇고 이렇다 함을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시어 저희들이 그렇게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게 하여 의심의 그물을 떠날 수 있게 하소서.”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와 같이 청하였으므로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그로써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도리어 물으리니, 그대들의 뜻대로 대답하거라.”
외도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거룩하십니다. 구담이시여, 구담께서 저희들에게 물으시면 저희들은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물으셨다.
“어떻게 하여 태아(胎兒)가 어머니의 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를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이렇게 물으시자마자 외도들은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저희들의 모든 논(論) 중에서는 세 가지 인연이 화합하여 태아가 어머니의 태 속으로 들어간다고 하였습니다. 즉 부모가 서로 가까이 하여 탐염(貪染)을 내고 음행할 일을 생각하나니, 생각하였기 때문에 음행을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태 안으로 들어가고 이렇게 하여 태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외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모가 생각할 때에 그 탐염은 어머니의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인가?”
외도들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의 생각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인가?”
외도들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그 탐염은 아버지의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인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아버지의 생각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인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아버지의 탐욕(貪欲)이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버지의 마음이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버지의 분별(分別)이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태아는 하늘[天]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외도들이 말하였다.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태아는 지옥(地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태아는 축생(畜生)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간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태아는 아귀(餓鬼)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태아가 아수라(阿修羅)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태아는 물질이 아닌 것[非色]이 와서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외도들은 말하였다.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태아는 곧 물질[色]이 와서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느낌[受]․생각[想]․지어감[行]․의식[識]이 와서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구담이시여.”
이렇게 대답을 하자마자 부처님께서 외도들에게 말씀하셨다.
“외도들아, 이 법은 매우 깊어서[甚深] 훌륭한 언설[善說]도 고요히 사라지고[寂滅]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렵고 생각하거나 헤아리는 경계가 아니며 드러내 보이기도 어려운 것이므로 그대들이 알 바가 아니니라. 이 모든 외도들은 다른 견해와 다른 지혜와 다른 종류의 요욕(樂欲)으로 바른 곳이 아닌 데서 정진하고 수행하여 다른 견해 가운데도 결정하고 향해 나아갈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외도들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러한 선지식(善知識)을 만나면 매우 깊은 법 가운데서 안목(眼目)이 생기게 되느니라.
외도들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눈에 질환이 있을 때에 용한 의사를 만나 눈을 치료하여 낫게 되면 그 깨끗한 눈으로써 현재의 그 몸으로 옛날에는 보지 못했던 빛깔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외도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로서
신근(信根) 등 근을 갖추지 못한 이도 선지식을 만나면 지혜의 눈[慧眼]이 깨끗하게 되고 그 깨끗한 지혜 눈으로써 깊은 법을 볼 수 있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그대들 모든 외도의 무리는 본래 옛날부터 오랜 세월 동안 삿된 논리[邪論]에 현혹되어 다른 견해를 내므로 그 그릇된 법에서 좋은 법이라는 모양을 취하고 해탈이 아닌 데서 해탈이라는 모양을 취했으며 벗어나는 곳이 아닌 데서 벗어난다는 모양을 낸 것이니, 그대들의 스승은 자기 자신을 망치고 또한 그대들도 망치느니라.
외도들아, 마치 사람이 자신이 소경이면서 또 다른 소경에게 ‘내가 그대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한다면, 지혜 있는 이는 그들 두 사람은 길이 아닌 곳으로 반드시 떨어져서 갖은 고생을 겪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외도들도 그와 같아서 사문(沙門) 또는 바라문(婆羅門)으로서 실로 길잡이가 아니면서도 자칭(自稱) ‘길잡이’라 하고 실로 바르게 깨달은 이가 아니면서도 ‘나는 바르게 깨달았다’고 하며, 실로 세간을 벗어나는 도(道)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나도 잘 안다’고 하고 실로 세간을 벗어나는 도를 알지 못하면서도 ‘나는 잘 안다’고 하며, 실로 얕은 데로 건너가는 곳을 잘 모르면서도 ‘나는 잘 안다’고 하느니라.
또 실로 가르쳐 줄 만한 스승이 못 되면서도 ‘나는 곧 스승이다’라고 하는 것이므로 그가 가르치는 것은 곧 삿된 가르침이요 자기 자신이 바르게 깨달은 것이 아니므로 가르쳐서 깨닫게 하는 것도 삿된 깨달음이며 실로 벗어날 줄을 모르면서도 ‘나는 잘 벗어난다’고 하는 것이므로 그가 가르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곧 삿되게 벗어나는 것이요 실로 도(道)를 모르면서도 ‘나는 도를 안다’고 하는 것이므로 그가 보인 것은 모두가 삿된 도이며 실로 얕은 곳을 모르면서도 ‘나는 그곳을 안다’고 하는 것이므로 그가 건너게 하는 곳은 도리어 곤액(困厄)을 치르게 되느니라.
외도들아, 비유하면 마치 소를 치는 사람이 얕은 곳을 모르는지라 소를 몰고 물로 들어가 깊은 곳으로 건너다가 그 소도 놓쳐버리고 저 언덕에 이르지도 못할 뿐더러 저 물 가운데[中流]에서 곤액을 치르고 있는데도 구호하여 줄 이가 없는 것과 같으니라. 왜냐 하면 그 소치는 사람이 얕은 곳을 몰랐기 때문이니, 외도들도 이와 같아서 그대들은 실로 길잡이가 아니면서도 길잡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라 그 교화되는 것이 도리어 곤액을 치르는 것이니라.

외도들아, 나는 곧 길잡이여서 실로 교화하고 인도할 수 있는지라 그 교화하는 것으로 그들을 바르게 교화하고, 나는 곧 바르게 깨달은 이라서 하는 말에 거짓이 없는지라 내가 깨닫게 하는 것으로 그들을 바르게 깨닫게 하며, 나는 잘 벗어난 이라서 하는 말에 거짓이 없는지라 가르쳐서 벗어나게 하는 것으로써 그들을 바르게 벗어나게 하고, 나는 벗어나는 도를 깨달은 이라서 또 다른 이에게 보일 수 있는지라 그 인도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바른 길을 보여주느니라.
또 나는 얕은 곳을 아는 이라서 하는 말에는 거짓이 없는지라 그로써 나는 건너야 할 데로 그들을 바르게 건너게 하고, 나는 교화하는 법을 아는지라 그로써 다른 이들을 잘 교화하며, 나는 부처님의 법을 아는지라 다른 이들을 잘 깨닫게 하고, 나는 벗어나는 법을 아는지라 다른 이들을 벗어날 수 있게 하며, 나는 바른 견해를 지니기 때문에 다시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일 수 있고, 나는 건널 수 있는 곳을 알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잘 건너게 하며, 건너려고 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길을 얻게 하느니라.
그대들은 외도로서 해탈하기를 좋아하는 이면 나 이 길잡이가 지금 눈앞에 있으니, 그대들은 마땅히 와야 하느니라. 나는 바르게 깨쳤고 벗어나는 법을 두루 알며 벗어나는 길을 잘 보았으므로 얕은 곳으로 건너게 할 수 있나니, 그대들은 일심으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할지니라.
모두가 즐거이 원(願)을 내고 바른 생각을 앞에 나타내어 마음을 한 곳으로 쏟아 부지런히 정진해야 되나니, 그것은 아직 증득하지 못한 법을 증득하기 위해서요 아직 체득하지 못한 법을 획득하기 위해서이며, 옛날에 아직 가지 않았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요 옛날에 아직 이르지 못한 곳을 이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며, 아직 항복 받지 못한 악마를 항복 받게 하기 위해서요 옛날에 아직 구하지 못한 벗을 구하기 위해서이며, 아직 얻지 못한 법의 방편을 얻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외도들아, 내가 말하는 것은 세 가지 법이 화합하면서 수태(受胎)하게 되느니라. 내가 이제 말하여 주리니 그대 외도들은 일심으로 자세히 들어라. 그대들을 위하여 수태하는 법문을 말할 것이니라.
외도들아, 내가 말하는 어머니란 바로 그가 과거 세상에 지은 업의 연(緣)이요, 내가 말하는 아버지란 바로 그가 과거 세상에 지은 업의 인(因)이며, 내가
말하는 건달바(乾達婆)란 이 업의 의식[識]을 부르는 것이니라.
외도들아, 내가 말하는 가라라(迦羅羅)는 이 업을 안전하게 잘 두는 것이요 내가 말하는 어머니의 뱃속이란 업으로 의식을 편안히 의지하게 하는 처소인 것이니, 의식이 뱃속에 머무른 뒤에는 더욱 자라고 점점 넓어지고 활발해지는 것이니라.
외도들아 비유하면 마치 약초(藥草)나 우거진 숲이 대지(大地)에 의지하여 더욱 자라고 점점 넓어지고 활발해지는 것과 같나니, 외도들아, 이와 같이 저 의식도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간 뒤에는 점차로 자라 넓고 활발해지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그리고 저 어머니 뱃속의 어린 아이는 성장하여 태어나게 되고 태어난 뒤에는 점차로 자라서 마침내 장대하여지면 목숨을 마치고 온 곳과 전생 때의 성품을 행하고 그가 과거 세상에 행하던 것이 여기에 나타나 습기(習氣)를 일으키게 되느니라. 그것은 곧 지혜 있는 이라야 알 수 있고 어리석은 이는 알 수 없으며 함께 머물러 벗으로 사귀면서 항상 관찰하여야 비로소 그 성질을 알게 되느니라.
외도들아, 자세히 들어라. 그 사람이 만일 지옥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면 마땅히 이러한 모양이 있게 된다는 것을 지혜 있는 이는 알아야 하느니라. 그 소리는 목이 쉬고 째진 듯한 노새 소리와 몹시 다급한 소리와 두려워하는 소리와 높은 소리와 얕은 소리들을 내며, 담력이 없고 겁이 많아 항상 두려워하며 자주 벌벌 떨고 그 털이 자주 곤두서며 꿈속에서는 대부분 큰불이 활활 타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산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불무더기를 보기도 하고 혹은 큰 가마솥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어떤 사람이 몽둥이를 가지고 달려오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자기 몸이 창에 찔려 있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나찰(羅刹)의 여인을 보기도 하고 혹은 개 떼를 보기도 하며, 혹은 코끼리 떼가 자기 몸을 쫓아오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자기 몸이 사방으로 도망 다니면서 의지할 데가 없음을 보기도 하며, 그 마음은 믿음이 적고 친한 벗이 없느니라.
외도들아, 이러한 한량없는 모양들이 많지만 나는 지금 이 모양만을 간략하게 말하는 것이니, 이런 이를 지옥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에 태어났다고 하느니라. 이것은 지혜 있는 이라야 알고 어리석은 이가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외도들아, 자세히 들어라. 그 사람이 만일 축생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사람이면
이러한 모양이 있게 됨을 지혜 있는 이는 알아야 하느니라.
어둡고 둔하여 지혜가 적고 게을러서 음식을 많이 먹으며 진흙을 먹기 좋아하고 그 성질은 겁이 많으며, 말이 어눌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벗으로 사귀기를 좋아하며 캄캄한 곳을 좋아하고 흐린 물을 좋아하며, 풀과 나무를 씹기 좋아하고 발가락으로 땅을 후벼파기를 좋아하며, 머리를 움직이면서 파리와 등에를 몰아 쫓기를 좋아하고 항상 머리를 쳐들어 하품하기를 좋아하며, 씹어먹는 시늉을 하고 항상 다리를 쳐들기 좋아하며, 편안한 곳을 찾아 땅에 눕기를 좋아하고 더러운 것을 피하지 않고 언제나 공연히 냄새맡기를 좋아하며, 벌거숭이가 되기를 좋아하고 항상 속임수로 딴 말과 딴 짓을 하기 좋아하며, 유인하는 말하기를 아주 좋아하고 꿈속에서는 진흙을 몸에 바르거나 자기 몸이 밭과 들에서 풀을 먹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꿈속에서 자기 몸이 많은 뱀들에게 감겨있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 꿈속에서 자기 몸이 산골짜기나 우거진 숲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기도 하느니라.
외도들아, 이러한 등의 한량없는 모양들이 많지만 나는 지금 이 모양만을 간략하게 말한 것이니, 이런 이를 축생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났다고 하느니라. 이는 지혜 있는 이라야 알 수 있으며 어리석은 이가 측량할 수는 없느니라.
외도들아, 자세히 들어라. 그 사람이 만일 아귀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면 이러한 모양이 있게 됨을 지혜 있는 이는 알아야 하느니라.
저 머리카락은 누렇고 눈을 부릅떠 똑바로 보며 항상 배고프고 목이 말라서 간탐을 부리며 질투하기를 좋아하고 음식이 넉넉한 것을 좋아하며, 설법하는 사람을 배반하기 좋아하고 몸에는 털이 많으며 눈빛은 붉고 여러 가지 음식들을 생각하면서 탐내어 쌓아두기를 좋아할 뿐이요 쪼개어 남에게 주려하지 않으며, 착한 사람 보기를 좋아하지 않고 재물을 보기만 하면 마음에 훔치려는 생각을 내며, 나아가 저 조그마한 재물이라도 얻으면 곧 기뻐하고 항상 재물과 이익을 구하고 깨끗하지 못한 음식만을 좋아하며, 다른 이의 재산을 보면 문득 질투를 내고 또 다른 이의 재물에 대하여 자신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내며, 다른 이가 받아쓰는 것을 보면 곧 인색하여지고 좋은 음식에 대한 말을 들으면 마음에 언짢은 생각을 내며 나아가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과일이나 5곡(穀)을 보면 곧
탐심을 내어 가지거나 줍느니라.
외도들아, 이러한 한량없는 모양들이 많지만 나는 지금 이 모양만을 간략하게 말한 것이니, 이런 이를 아귀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났다고 하느니라. 이는 지혜 있는 이라야 알 수 있으며 어리석은 이가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외도들아, 자세히 들어라. 만일 아수라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면 이러한 모양이 있게 됨을 지혜 있는 이는 알아야 하느니라. 뽐내는 마음으로 잘난 체하고 항상 성을 내기 좋아하며 싸움하기를 좋아하고 원한을 품어 잊지 않고 뛰어난 체[增上慢]하고, 그 몸은 우람하며 눈동자가 흰 것이 마치 개와 같고 긴 이가 밖으로 드러나며, 용감하고 힘이 세어 항상 싸움터에 있기를 좋아하고 또한 이간질을 좋아하며 다른 사람들의 화합을 깨뜨리며, 이가 성글게 나고 오만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지은 바의 서론(書論)을 다른 사람이 비록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말이 교묘하고 은밀하며 또한 지혜의 힘과 번뇌의 힘이 있어서 자기 몸을 보양하기 좋아하느니라.
외도들아, 이러한 한량없는 모양들이 많지만 나는 지금 이 모양만을 간략하게 말한 것이니, 이런 이를 아수라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났다고 하느니라. 이는 지혜 있는 이라야 알 수 있으며 어리석은 이가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외도들아, 자세히 들어라. 만일 그 사람이 인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도로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면 이러한 모양이 있게 됨을 지혜 있는 이는 알아야 하느니라.
그 사람은 현명하고 정직하며 착한 사람을 친근히 하고 나쁜 사람은 비방하며 가문의 명망을 보호하기 좋아하고 돈독하고 온후하며 신용을 지키고 명예와 칭찬을 좋아하며, 교묘한 업을 좋아하고 지혜를 소중히 여기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추고 심성이 부드러우며 은혜를 알아 봉양할 줄 알며, 착한 벗에게는 순종하고 어기지 않으며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인품의 높고 낮음을 알아 그 사람이 이로운가 이롭지 않는가를 잘 관찰하며 대답을 잘 하고, 그 말의 뜻을 받아들이고 화합도 잘하며 어기기도 잘하고 심부름도 잘하며 말도 잘 전달하고 갖가지 말을 잘 통달하여 잊지 않고 기억하며 또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잘 아느니라.
외도들아,
이러한 한량없는 모양들이 많지만 나는 지금 이 모양만을 간략하게 말한 것이니, 이러한 이를 인간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도로 인간에 태어났다고 하느니라. 이는 지혜 있는 이라야 알 수 있으며 어리석은 이가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외도들아, 자세히 들어라. 만일 하늘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면 이러한 모양이 있게 됨을 지혜 있는 이는 알아야 하느니라.
사람됨이 단정하고 깨끗하기를 좋아하며 꽃다발을 달고 향을 쪼이기 좋아하며, 향을 몸에 바르기 좋아하고 항상 깨끗이 목욕하기를 좋아하며, 즐기는 바의 5욕(欲)에서도 좋은 것을 간택하고 나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음악과 노래와 춤추기를 좋아하고 순전히 훌륭한 사람[上人]만을 벗으로 사귀고 하인(下人)들과는 패거리가 되지 않으며, 누각과 높은 집의 침실을 좋아하고 자비로 도(道)를 삼아 웃음 띤 얼굴로 성을 내지 않으며, 하는 말은 부드럽고 말은 교묘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하며, 영락과 좋은 의복과 몸을 장엄하는 꾸미개를 좋아하고 항상 들고나고 가고 올 때에는 시원스럽게 걷는 것을 좋아하며, 하는 일은 부지런히 힘쓰고 끝내 게으름을 피우지 않느니라.
외도들아, 이러한 한량없는 모양들이 많지만 나는 지금 이 모양만을 간략하게 말한 것이니, 이러한 이를 하늘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났다고 하느니라. 이것은 지혜 있는 이만이 알 수 있으며 어리석은 이가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외도들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런 모양을 초월하고자 하면 마땅히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하여 그 사람의 뜻을 따르고 그가 하는 일이면 곧 따라서 해야 하며, 그 선지식은 그들로 하여금 초월하게 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법을 설하느니라.
외도들아, 지옥에서 목숨을 마치고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는 지옥에 있기 이전 사람의 몸으로 있을 때에 모든 악한 일을 짓고 성을 내었기 때문에 곧 죽이고 해치는 일을 하였으며, 그 업 때문에 지옥에 끌려가게 되었고 그 지옥에서 갖은 고초를 받게 되는 것이니,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나서도 오히려 습기(習氣)가 있으므로 이 사람은 이미 이러한 모양을 알고 나면 반드시 자기 자신이 ‘나는 지옥으로부터 인간 세계에 태어났구나’라고 알아야 되느니라.

그리하여 이 사람은 이 지옥의 인연을 버리기 위하여 마땅히 선지식을 구해야 하며, 선지식을 만나고 나면 그 선지식은 성내는 업을 없애주기 위하여 자비를 말하고 또한 자비와 상응하는 도를 돕는[助道] 법을 말하여 이들의 행으로써 그 사람의 남은 습기와 지옥의 인연으로 없애주느니라. 또 그 선지식은 혹은 이 사람을 위하여 자비와 상응하는 시라바라밀(尸羅波羅蜜)을 말해주어서 그 사람의 성을 낸 허물을 끊어 없애기도 하며, 이 사람은 자비를 수행할 때에 여섯 가지 바라밀이 만족하게 되어 더욱 복덕을 자라게 하느니라.
외도들아, 축생에서 목숨을 마치고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는 축생이 되기 이전의 사람의 몸으로 있을 때에 어리석은 법을 수행하고 쌓아 익혔으며, 이 어리석음을 익혔기 때문에 곧 나쁜 업을 행하였고 그 업을 지었기 때문에 축생세계에 태어난 것이니라. 그 사람은 본래 축생의 몸을 받았을 때에 여러 축생들과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축생이 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축생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도 그 습기로 말미암아 축생이 행하는 법을 행하게 되느니라. 이 사람이 사람 몸을 얻고 나서 이러한 법을 듣고 자기 몸으로 하는 행을 보면 마땅히 자기 자신이 ‘나는 본래 틀림없이 축생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에 태어났구나’라고 알아야 되느니라.
그리하여 이 사람은 이 축생의 행을 버리기 위하여 마땅히 선지식을 구해야 하며, 그 선지식은 이 사람의 어리석은 업을 없애주기 위하여 12인연(因緣)을 말하고 이 법 때문에 어리석음이 없어지게 되며, 또 그 선지식이 혹은 그 사람을 위하여 반야(般若)바라밀을 말하여 주면 반야바라밀을 들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어리석음의 체성을 저절로 여의게 되는 것이니, 이런 관(觀)을 지을 때에 곧 지혜가 생기느니라.
외도들아, 아귀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는 아귀가 되기 이전의 사람 몸으로 있을 때에 간탐(慳貪)하는 법을 수행하고 쌓아 익혔으며, 이 사람은 간탐하는 법을 수행한 까닭에 굳게 지니면서 버리지를 않았고 그 업의 힘 때문에
아귀 세계에 태어난 것이요, 모든 아귀들과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아귀의 업을 행하였고 그가 아귀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도 그 습기로 말미암아 아귀의 법을 행하게 되느니라. 이 사람이 사람 몸을 받아 나서 이러한 법을 듣고 자기 몸으로 하는 행을 보고는 마땅히 자기 자신이 ‘나는 본래 틀림없이 아귀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났구나’라고 알아야 되느니라.
이 사람이 아귀의 행을 버리기 위해서는 마땅히 선지식을 구해야 하며, 그 선지식은 그 사람의 간탐하는 업을 없애주기 위하여 그에게 보시를 말해주고 그 법 때문에 간탐이 없어지게 되며, 또 그 선지식이 혹은 그를 위하여 보시와 상응하는 보리를 돕는 법[助菩提法]을 말해주어서 그로 하여금 간탐을 모두 끊어 없애게 하며, 또 그 선지식이 혹은 그 사람을 위하여 단나(檀那)바라밀을 말해주기도 하면 이 사람은 단나바라밀을 수행한 까닭에 6도(度)가 원만하여지며, 또 그 선지식이 혹은 그 사람을 위하여 모든 법은 평등하다 함을 말하여 주기도 하면 이 사람은 법의 평등함을 수행하는 까닭에 반야바라밀이 원만하게 되고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까닭에 마음을 한곳으로 쏟아 일체지(一切智)의 처소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니라.
외도들아, 아수라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이는 아수라가 되기 이전의 사람 몸으로 있을 때에 선근(善根)을 많이 지었으면서도 교만(驕慢)을 부렸나니 그 교만 때문에 모든 업을 지었으며, 교만의 업을 수행하고 쌓아 익힌 뒤에는 그 업의 힘 때문에 아수라 세계에 태어난 것이요, 모든 아수라들과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아수라의 업을 행하였고, 아수라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도 그 습기로 말미암아 아수라의 법을 행하게 되느니라. 이 사람이 사람 몸을 얻고 나서 이러한 법을 듣고 자기 몸으로 하는 행을 보면 마땅히 자기 자신이 ‘나는 본래 틀림없이 아수라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났구나’라고 알아야 되느니라.
그리하여 이 사람이 아수라의 행을 버리기 위해서는 마땅히 선지식을 구해야 하며, 그 선지식은 그 사람의 교만한 업을 없애주기 위하여
성인으로서 머무를 곳[聖住處]을 말하나니 그 법 때문에 그로 하여금 교만한 업을 제거하게 하며, 혹은 그 사람을 위하여 공의 법문[空法門]을 말하여 주기도 하여 이 공의 법으로써 그 사람의 교만한 업을 제거하게 하고 또한 나를 제거해서 나 없음[無我]을 깨닫게 하며, 혹은 그를 위하여 인연(因緣)이 화합하기 때문에 모든 법이 존재하고 화합하기 때문에 짓는 것이 있으며 만일 화합함이 없으면 짓는 것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느니라.
이 관(觀)을 닦은 뒤에 교만의 번뇌와 업을 모두 끊어 없애게 하며, 혹은 그 사람을 위하여 모든 법은 한 모양[一相]임을 말하여 주어 그것을 수행한 까닭에 반야바라밀다가 원만하게 되고 반야바라밀다가 원만하게 된 뒤에는 속히 온갖 지혜[一切智]를 증득하여 끝내 물러나지 않게 하느니라.
외도들아, 인간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도로 인간에 태어난 이는 그 사람이 옛날 사람의 몸으로 있을 때에 열 가지 착한 업의 길[十善業道]을 수행하고 쌓아 익혔으며 그 업을 짓고 나서도 계속 수행하였으므로 그 업의 힘 때문에 도로 인간에 태어난 것이며, 옛날 사람이었을 때에 사람들과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의식(儀式)을 행하였고 지금 사람이 된 뒤에도 아직 습기가 남아 있느니라. 이 사람은 이러한 법을 듣게 되면 마땅히 자기 자신이 ‘나는 본래 틀림없이 인간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도로 인간 세계에 태어났구나’라고 알아야 되느니라.
그리하여 이 사람은 그 습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마땅히 선지식을 구해야 하며, 그 선지식은 그 사람을 위하여 무상하다는 생각[無常想]을 말하여 주어서 무상하다는 생각으로써 습기를 제거하게 하며, 또 그 선지식은 혹은 이 사람을 위하여 나고 죽음에 대한 허물과 열반에 대한 지극한 쾌락을 말하여 주어서 이 법을 들은 뒤에는 나고 죽음에 대한 허물을 싫어하고 열반의 쾌락을 기뻐할 수 있게 하며, 또 그 선지식은 혹은 이 사람을 위하여 6바라밀을 말하여 주어 그것을 들은 뒤에 최상의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며, 또 그 선지식은 혹은 이 사람을 위하여 좋은 방편을 말하여 주어 이 사람이 그 좋은 방편 때문에
6바라밀을 굳게 지닐 수 있어서 속히 모든 지혜를 증득하여 끝내 물러나지 않게 하느니라.
외도들아, 하늘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에 태어난 이는 하늘의 몸이 되기 이전의 사람 몸으로 있을 때에 닦은 범행(梵行)과 보시(布施)와 지계(持戒)는 모두 미래의 과보를 바랐으므로 이 사람이 이와 같이 오랫동안 쌓아 익히고 업을 지은 뒤에는 이 업의 힘으로써 천상에 난 것이며, 천상에 난 뒤에는 하늘들과 오랫동안 살면서 하늘의 의식을 행하였으므로 하늘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도 그 습기로 말미암아 모든 하늘들의 법을 행하느니라. 이 사람이 사람 몸을 얻고 나서 이러한 법을 듣고 자기 몸으로 하는 행을 보면 마땅히 자기 자신이 ‘나는 본래 틀림없이 하늘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났구나’라고 알아야 되느니라.
그리하여 그 사람은 하늘세계의 습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마땅히 선지식을 구해야 하며, 그 선지식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범행을 닦고 지닐 때에는 미래의 과보를 바라지 말라 하고, 도로 받기를 바라는 과보[求報]에 대하여는 그것의 허물 됨을 다만 그에게 분명하게 설명하여서 깨끗한 범행을 닦되 의지하거나 집착함이 없음으로써 한량없는 복을 얻게 하고, 보시를 행할 때에도 미래의 과보를 바라지 않게 하고 도로 받기를 바라는 과보에 대하여는 그 허물 됨을 다만 그에게 분명히 설명하여서 보시를 행하되 의지하거나 집착하지 않게 하여 한량없는 복을 얻게 하며, 지계를 행할 때에도 미래의 과보를 바라지 않게 하고 도로 받기를 바라는 과보에 대하여는 그 허물 됨을 그에게 분명히 설명하여 금계(禁戒)를 받아 지니되 의지하거나 집착함이 없게 하여 공덕이 한량없게 하느니라.
또 그 선지식은 혹은 그를 위하여 교묘한 방편을 말하기도 하면 이 사람은 이 교묘한 방편으로써 6바라밀을 잘 행하고 6바라밀을 행한 뒤에는 6바라밀이 점차로 만족하게 되어 속히 모든 지혜를 증득하여 끝내 물러나지 않게 하느니라.
외도들아, 지옥으로부터 목숨을 마치고 사람 몸을 얻은 이면 그는 마땅히 선지식에 의지하여야 하고 선지식에 의지한 뒤에는 마땅히 3세(世) 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들어야 하며, 평등한 법을 들은 뒤에는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며 도시나 시골에서 대중들과 함께 살고 네 가지 부처(部處)를 갖추어 다시 서로서로 부처님 법을 배워 익히고 어려운 답을 논하면서 헤아려야 하며, 3세의 평등한 법이 눈앞에 나타나게 되거든 모든 법에 자성이 없음을 알고 이렇게 알아 닦기 때문에 번뇌가 점차로 제거되느니라.
외도들아, 축생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에 난 이면 마땅히 선지식에 의지하여 많은 견문[多聞]을 친근히 하여야 하고 많은 견문을 친근히 함으로써 어리석음을 끊어 없애며, 이 사람은 비록 또 견문이 많은 사람과 모든 경론(經論)을 구한다 하더라도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非有想]을 내고 이 사람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은 뒤에는 저절로 자성이 없음을 깨달아 알며, 이 사람은 이로써 3세의 평등한 법이 저절로 앞에 나타나게 되고 속히 모든 지혜를 증득하여 끝내 물러나지 않게 되느니라.
외도들아, 아귀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사람이면 그는 마땅히 선지식에 의지하여 보시를 수행하며 그의 간탐을 없애고 모든 공덕을 지어야 하며 이 보시를 닦기 때문에 마음에 쌓이지 않느니라. 그리하여 이 사람은 이로써 3세의 평등한 법이 저절로 앞에 나타나 한 모양[一相]이라는 깨달음을 짓게 되나니, 말한 바 한 모양이라 함은 곧 모양이 없는 것[無相]이니라. 이 사람이 이 모양 없는 것을 깨달아 닦기 때문에 속히 모든 지혜를 증득하여 끝내 물러나지 않게 되느니라.
외도들아, 아수라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 세계에 태어난 사람이면 그는 마땅히 선지식에 의지하여 번뇌의 악마[煩惱魔]와 싸워야 하느니라. 어느 것이 번뇌의 악마냐 하면, 이른바 교만이니라. 이때에 그 사람은 마땅히 ‘어느 것이 교만인가, 그것은 곧 누구의 교만인가, 누가 이 교만을 받았는가, 누가 이 교만으로써 번뇌의 결사(結使)를 일으키는 것인가, 누가 이 교만을 버릴 것인가?’라고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 사람이 이렇게 추구(推求)할 때에는 얻을 만한 교만이 없고 또한 어떤 사람도 교만을 받아들일 만한 이를 보지 못하리니, 그 사람이 이렇게 이치를 관찰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교만이 없느니라.
교만을 일으킨 이가 없다면 교만과 상응하는 경계 또한
얻을 수 없고 또한 어떤 사람도 교만을 버릴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하나니, 이렇게 관찰하고 나면 하나의 법도 얻을 만한 것이 없느니라. 또 관찰하기를 ‘악(惡)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 자기 몸을 속이며 다른 이도 이와 같다’고 하나니, 이런 관을 지을 때에는 모든 법은 자성이 없음을 알게 되느니라.
모든 법에 자성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법은 있는 것이 아님[非有]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며 성취하지 않기 때문에 곧 나지 않음[不生]을 아나니, 만일 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없어지지 않음[不滅]을 알고 만일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면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만일 설명할 수도 없음을 알면 곧 과거도 아니요 현재도 아니요 미래도 아니어서 3세를 얻을 수 없고 만일 법에 3세를 얻을 수 없다면 일찍이 얻음이 있거나 잃음이 있거나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니라.
외도들아, 이것이 모든 법의 평등임을 알지니라. 이로써 모든 법의 평등이란 모든 법은 곧 진여(眞如)이어서 변하지도 않고 달라지지도 않으며, 여래 또한 진여여서 변하지도 않고 달라지지도 않으며 모든 법도 곧 진여임을 알아야 하나니, 이 때문에 교만을 관찰하면 알 수 있느니라.
이 사람이 인간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에 태어나게 된 이는 교만을 부리는 습기의 힘이 있기 때문에, 나아가 저 지옥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인간에 태어나게 된 이도 교만을 익혔기 때문에 이런 모양이 있음을 알 수 있느니라. 만일 교만을 부리는 습기가 없다면 이 사람이 인간 세계에서 왔는지 아니면 이 사람이 지옥세계에서 왔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느니라.
외도들아, 이것을 이름하여 교만을 여읜 지혜[離慢智慧]라 하나니, 그 모양은 반드시 교묘한 방편을 써야 비로소 알게 되느니라. 또 반야바라밀이 이 사람을 가지(加持)하여야 비로소 알게 되느니라.”
그때에 8천의 모든 외도들은 이 법문을 듣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그들은 무생법인에 머물게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섰으며 그 모든 외도들은 물러나 한쪽에 선 뒤에
같은 소리로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길잡이께서 지혜의 힘 건립(建立)한 것으로
모든 세계[趣]는 다른 이를 말미암지 않음을 알았으며
중생들이 모든 세계에 돌아다님을 앎은
마치 손바닥 안의 암라(菴羅) 열매를 보는 것 같나이다.

모든 견취(見趣)로 세간을 흐리게 함은
마치 구름과 안개가 허공을 가리는 것 같으며
이 많은 어리석은 이들이 항상 헤맴은
마치 소경들이 바른 길을 잃은 것 같나이다.

세간은 항상 있다 하고 무상(無常)하다고 하며
또 항상 있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 하며
또 항상 있지도 않고 항상 없지도 않다 하므로
마치 눈 먼 코끼리가 성(城)으로 들어가 다니는 것 같나이다.

세간은 끝이 있다 하고 또 끝이 없다고 하며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하며
또 끝이 있지도 않고 끝이 없지도 않다 하므로
이로써 헤맴은 마치 새장의 새와 같나이다.

또 곧 이 몸이 신아(神我)라 하고
또 몸은 버리고 신아만 있다고 하여
망상(妄想)과 분별에 얽매여 있음은
마치 새가 그물에 걸려 괴로워하는 것과 같나이다.

또 자재천(自在天)이 변화한 것이라 하고
원인 없이 생겨난 것이라고도 하여
모든 중생이 견취(見取)에 덮여 있음은
마치 구름과 안개가 달을 가린 것 같나이다.

마치 새장 속에 알에서 나온 새끼가
모든 구멍 속에서 늘 나오려 하듯이
견취의 중생들은 이렇게 어리석어서
해탈 못함이 마치 새장의 새와 같나이다.

또 범왕(梵王)과 세상의 주인[世主]께 예배하고
동자(童子)와 아울러 위뉴(圍紐)에게 예배하며
또 방해(方海) 비사문(毘沙門)에게 예배를 함은
마치 도둑이 붙잡혀서 모든 신(神)을 찾는 것 같나이다.

마치 가난한 사람이 빚쟁이를 만나서
빚쟁이에게 보증(保證) 서 줄 것을 구하는 것같이
이렇게 세간의 견취에 집착한 어리석은 이가
하늘들에게 욕락(欲樂)을 희구하고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중생을 보되 진실에 의거함이
마치 손바닥의 다섯 손가락같이 보시며
모든 세계에서 갖은 고통받음은
마치 뭇 도둑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같나이다.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자비심 내시어
모든 도(道)와 행(行)을 닦아 모든 세계 아시며
세존께서 이미 감옥을 벗어나는 법을 말씀하셨음은
마치 왕이 태자를 낳고 크게 사면(赦免)하는 것 같나이다.


불가사의한 아승기겁 동안에 세간을 가엾이 여기면서
모든 고행(苦行)을 닦고 보리 얻으셨으며
견취(見取)로 무너진 어리석은 무리들을
부처님께서는 해탈할 수 있게 하셨나이다.

이 선서(善逝)요 사람의 사자께서는
모든 법 가운데서 자재(自在)하시며
저희들은 견취로 바른 길을 잃었는데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견취에서 구제하여 주시나이다.

세존께서는 큰 힘을 갖추셨으며
두려움 없음[無畏]도 갖추셨고 원수도 없으시며
대중 속에서 크게 외침이 사자와 같으시니
저희들도 그 법 얻기를 원하나이다.

그로써 3계(界)를 움직일 수 있고
또한 그 법을 두루하게 비추시며
그로써 중생들에게 수기(授記)하시나니
저희들도 그것을 만나기 원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저 모든 외도들이 깊이 믿게 되었음을 아시고 마치 미소(微笑)짓듯 상서로운 광명을 나타내셨다. 그때 혜명 마승(馬勝) 비구가 게송으로써 부처님께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세간을 가엾이 여기어 웃으신 것을
이 외도들이 보고 있사오니
여래께서는 그 까닭을 말씀하여 주소서.
나타내신 웃음에는 어떤 이치가 있나이까?

까닭을 잘 아신 이의 웃음과
상서로운 광명은 까닭이 없지 않나이다.
거룩하게도 웃음과 광명을 나타내셨으므로
대중들은 모두가 부처님을 우러러보고 있나이다.

선서께서 나타내신 웃음과 광명을 보고는
세존의 대중들이 모두 의심을 품고
모두가 마치 보름달[滿月]을 보듯이 쳐다보나니
원컨대 웃으신 까닭을 말씀하여 주소서.

누가 오늘 훌륭한 공양을 올렸나이까?
누가 오늘 인자한 아버님을 즐겁게 하였나이까?
누가 오늘 부처님의 공덕에 머물렀나이까?
거룩하신 큰 지혜로 연설하여 주소서.

외도들이 수기를 얻게 된다면
대중들은 듣고 반드시 기뻐하리니
어느 승(乘)에서 도(道)를 얻게 되는가를
원컨대 길잡이께서는 자세히 말씀하소서.

거룩한 모니(牟尼)께서 마음의 의혹[惑] 없애고
의심한 이들의 의심 그물 끊어주시면
이 때문에 대중들은 기쁨을 얻고
한결같이 부처님께 나아가며 물러나지 않으리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써 마승에게 대답하셨다.

장하구나. 마승아, 교묘히 때를 알아
여래요 원수를 항복 받은 이[降怨者]에게 잘 물었으며
세간을 가엾이 여기어 이런 말로써
길잡이인 자연의 선비[自然士]에게 잘 물었도다.

내가 저 웃은 이유를 말하리니
일심으로 그렇게 된 인연을 자세히 들어라.
너는 기쁘게 나의 말을 들어야 하나니
이제 웃게 된 이치와 일을 말하리라.

이 모든 외도들은 모두 조복되어
나쁜 소견들을 버리고 착한 소견에 머무르고
이 세간에 대한 견취(見取)의 괴로움을 보고서
모두 자비심을 내면서 보리를 구하도다.

모든 견취를 모두 버리게 됨은
흐리지 않은 바른 소견을 알기 때문이오니
나로부터 장애 없는 수기를 듣게 되면
모두 일체지(一切智)를 즐거이 구하리라.

과거 부처님에게서 수기를 얻은 뒤에
크게 인자한 양족존(兩足尊)께 공양하였고
온전히 이 억의 부처님 처소에서
위없는 보리를 구한 까닭이니라.

부처님께 행한 보시 또한 적지 않고
깨끗한 계율을 지키면서 선정을 닦았으며
지혜를 깨끗하게 닦으면서 정진하였고
중생들에게 대하여 인욕을 닦았느니라.

항상 6바라밀을 닦아 익히고
지혜 간택하면서 보리 구하였나니
발심하여 즐거이 부처님 보리 구한 것을
마승은 원수 항복 받은 이에게 묻는구나.

저 고뇌들은 나쁜 무리에 의지한 연유로
나쁜 견취에 있게 되었으나
그들은 이제 훌륭한 길잡이를 만나고서
나쁜 소견들을 남김없이 버렸느니라.

여래의 가르침을 진실로 알게 되자
불법을 따르면서 깊은 신심 내었나니
그들은 장차 여러 억의 부처님께
모두 공양하며 보리를 구하리라.

저 미래 세상의 성수겁(星宿劫) 동안
모두 성불하여 동일한 명호로
보문고명칭 부처님[普聞高名稱佛]이라 하리니
그 분들은 큰 지혜로 세간 제도하리라.

그 부처님 국토는 매우 깨끗하며
갖가지로 장엄되어 견줄 데 없으며
그곳에는 나쁜 소견을 여읜 중생들이
성현의 처소에서 순전히 보리를 구하리라.


저 국토 중생들은 나쁜 세계를 여의고
이때에는 또한 모든 재난도 없으며
그 모든 부처님은 오래도록 사시리니
다 같이 8만 세를 누리리라.

중생으로서 그 부처님의 명호를 들은 이는
모두 으뜸가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만일 뭇 여인들이 부처님 명호 들으면
그 여인들은 모두 다 남자의 몸을 얻으리라.

이렇게 세존이요 원수 항복 받은 이께서
모든 외도들에게 수기를 하셨는데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그들에게 수기함을 듣고
기뻐하며 공경심과 믿음을 내지 않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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