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79권
대보적경 제79권
후진 삼장 구마라집 한역
송성수 번역
17. 부루나회 (富樓那會) ③
6) 삼대비품(三大悲品)
그때에 대목건련(大目犍連)이 생각하였다.
‘희유하신 세존이시구나.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대비(大悲)를 성취하셨기에 모든 보살에 관한 일을 잘 해설하시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살이 구족하게 닦고 쌓은 불법에는 생김[生]과 소멸함[滅]이 없음을 중생에게 보이고 깨치게 하시기 때문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목련의 생각을 아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목련아, 모든 부처님께서는 대비의 마음을 성취하셨나니, 만일 나의 제자가 이 대비의 두루 갖춘 이치를 듣게 되면 마음이 어둡고 답답해지면서 다시는 즐거움이 없으리라. 목련아, 여래의 대비는 그만두고라도 만일 내가 보살이었던 때의 대비를 자세히 말하면 너 역시 마음이 어둡고 답답해지면서 다시는 즐거움이 없게 되리라.”
그때에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거룩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본시 보살의 도를 행하실 때에 행하신 대비의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면서 지닐지니라. 너를 위하여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행했던 대비의 조그마한 부분을 말하되 비유로써 그 이치를 해설하여 주리라.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행했던 대비를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으나, 이 대비는 네 가지 일에 의거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이 보살의 대비는 보살이 머무를 바의 비(悲)에 따라 불법을 잘 닦는 것이니, 그것을 대비(大悲)라 하느니라.
목련아, 나는 본시 중생에게 이러한 대비가 있었고 이러한 큰 서원[願]이 있었느니라.
‘모든 중생들이 아비(阿鼻)의 큰 지옥에서 모든 고통을 받고 흑승(黑繩)의 큰 지옥과 승가타(僧伽陀) 지옥과
활(活) 지옥과 규환(叫喚) 지옥과 대규환(大叫喚) 지옥과 자(炙) 지옥과 대자(大炙) 지옥에서 고통을 받을 때에도 나는 항상 그 중생들을 대신하여 모든 큰 지옥 안의 고통을 받으며 그 죄들이 끝나기까지 모든 고통을 받을 때에 마음으로 근심하거나 뉘우침이 없으리라.’
목련아, 만일 이러한 인연이 있어서 중생을 제도하여 죄업이 다할 때까지 고통을 대신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큰 지옥에서 나오도록 할 수 있다면, 나는 혼자 지옥에 들어가 모든 중생이 지은 죄업이 다할 때까지 대신하여 고통을 받을 때에 마음으로 근심하거나 뉘우침이 없으리라.
목련아, 나는 이와 같은 큰 서원을 일으켜 정진하면서 지혜가 있으신 부처님이나 그 제자들에게 ‘이러한 도리와 인연이 있어서 대신 고통을 받으면서 그 중생들로 하여금 지옥에서 나오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느니라.
목련아, 그 지혜 있는 분들은 그 말을 듣고는 다만 나를 위하여 견문이 많으면서 깊이 도의 마음[道心]을 일으켜 보시와 지계와 인욕과 정진할 것만을 찬양하며 말씀하셨고, 선지식을 친근할 것만을 찬양하며 말씀하셨느니라.
목련아, 나는 그런 말씀을 들은 뒤에 크게 정진을 일으켰으니, 법을 구하기 위하여 깊은 마음을 내면서 모든 부처님의 큰 법을 구해 얻고 성취하였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모든 바라밀(波羅蜜)을 갖추면서 깊이 인욕을 행하였느니라.
목련아, 내가 어떻게 깊이 인욕을 행하였는가 하면, 보살이었을 때에 이러한 마음을 일으켰느니라.
‘시방에 있는 중생으로서 색계(色界)이건 무색계(無色界)이건, 유상처(有想處)이건 무상처(無想處)이건, 비유상처(非有想處)이건 비무상처(非無想處)이건 간에 가령 그 모든 중생들이 모두가 사람 몸이 되어 나에게로 와서 말하기를, ≺어진 이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는 데에 우리들은 모자란 바가 많습니다. 5욕의 즐거움을 누릴 기구나 생활필수품들을 당신이 만일 모두 우리에게 주지 못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거나,
또 이 중생들이 일시에 모두가 나쁜 말로써 몹시 꾸짖고 퍼부으면서
망령되이 허물을 말하며 그들의 뜻에 맞지 않다 하여 칼과 몽둥이와 기왓장과 돌로써 나의 몸에 해를 가한다 하여도, 나는 그때에 성을 내지 않아야 하고 물러나지 않아야 하느니라.
나는 이와 같이 그 마음을 조복하면서 ≺이 모든 중생들이 어리석어서 모르는지라 어리석은 업을 일으키고 있는데 만일 내가 이 어리석은 중생에게 성을 내거나 원한을 품는다면 그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는 도(道)에 들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착한 도에 들었으니 나는 이 중생들에게서 당하는 모든 고통을 참고 받으면서 성을 내지 않음이 마치 땅처럼 좋고 나쁜 일들을 똑같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야 하리라’고 하였느니라. 목련아, 나는 본래 이와 같은 인욕을 깊이 행하였느니라.
다시 목련아, 나는 항상 오랜 세월 동안 일체 중생을 마치 외아들처럼 보았나니, 마치 재산이 넉넉한 큰 부자가 모든 값진 보물과 노비와 하인이 많으면서 백 가지의 계율을 행해서 얻고는 깊은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그 정(情)이 싫증을 냄이 없는 것과 같았느니라.
목련아, 이 장자는 아들에 대하여 항상 좋은 일을 구하고 항상 좋은 일만을 주며 항상 이롭게만 하면서 손해는 끼치지 않나니 그와 같아서 목련아, 나도 항상 오랜 세월 동안에 모든 중생들을 외아들처럼 보면서 나는 항상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좋은 일들만을 구하였고 이로운 일만을 하였으며 손해를 끼치지 않았느니라.
이와 같이 목련아, 나는 오랜 세월 동안 길을 잃은 중생과 삿된 길을 걷는 중생들에게는 바른 길로써 보이고 바른 길에 머무르게 하였느니라.
목련아, 이런 인연 때문에 여래는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중생들을 깊은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외아들처럼 보았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목련아, 지나간 세상에 어느 장사꾼들이 밤에 가다가 길을 잃고 잘못 들었으나, 밤이라 캄캄하고 어둡기 때문에 나아갈 길을 몰랐으므로 모두들 말하였느니라.
‘우리들은 길을 잃었으나 구해 줄 이도 없고 따를 이도 없으며 의지할 데도 없습니다. 어느 중생이든지, 만약 하늘이거나 용이거나 야차신이거나 사람인 듯하나 사람 아닌 이[人非人]들이거나 간에 우리들을 인도하시어 바른 길을 만나게 하소서.
누구든지 우리들을 가엾이 여기고 이롭게 하시어 이 어두운 밤에 잘못 든 좁은 길 가운데에 있는 우리들을 위하여 광명을 비추어 주소서.’
목련아, 그때에 한적한 숲 속에 초암(草庵)을 짓고 사는 한 외도의 신선[外道仙人]이 어두운 밤에 장사꾼들이 슬피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말하였느니라.
‘지금 여러 장사꾼들이 어두운 밤에 이 한적한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있구나. 만일 내가 구하지 않는다면 도리가 아니다. 이 장사꾼들이 혹시 범이나 이리․사자․큰 코끼리 및 들소 등의 나쁜 짐승들에게 해를 입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목련아, 그 신선은 즉시 큰 음성으로써 여러 장사꾼들에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마시오. 내가 이제 구해 주겠으며 광명을 비추어 그대들에게 바른 길을 보여 드리리다.’
그때에 신선은 장사꾼들에게 위로하여 말하고는 곧 겹옷을 가져다가 양팔에 동여맨 뒤에 기름을 온통 부어서 불을 붙여 그 장사꾼들에게 광명을 비추어 길을 가리켜 주었느니라.
목련아, 그때 그 장사꾼들은 모두가 생각하였느니라.
‘지금 이 신선은 아주 희유하구나. 우리들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에 이 신선은 팔의 광명으로써 장사꾼들에게 길을 비추어 보이고 나서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한층 더하면서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을 적에 삿된 길을 걷는 중생에게 법의 광명이 되어 주면서 바른 길로써 보이리라.’
목련아, 나는 그때에 비록 두 팔을 태우면서도 몸과 마음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느니라. 왜냐하면 목련아, 깊은 마음을 지닌 보살은 다른 이의 이익을 구하는 데서 몸과 목숨을 탐하지 않기 때문이니,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한 인연 때문에 팔은 평상처럼 회복되었고 상처나 흉터조차도 없었느니라.
그 장사꾼들은 곧 바른 길을 얻어들었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선인의 두 팔에 아무런 상처나 흉터가 없는 것을 보고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지금의 이 신선에겐 큰 신력이 있구나.
온밤 내내 그 두 팔을 태우면서 우리들을 비추며 바른 길을 얻게 하였는데도 그 손과 팔이 도무지 타지 않았으니 말이다. 반드시 큰 행(行)을 이루셨고 틀림없이 큰 덕을 지니셨구나’라고 하였느니라.
목련아, 그때 그 장사꾼들은 선인에게 말하였느니라.
‘장하십니다. 선인이시여, 제일 행하시기 어려운 고행을 능히 하셨습니다. 지금 이런 행으로써 무슨 일을 원하려 하십니까?’
그러자 선인은 대답하였느니라.
‘상인들이여, 나는 이런 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뒤에 그대들을 제도하기를 원하며 나고 죽는 괴로움과 삿된 길을 걷는 중생들에게 바른 길을 말하여 줄 것입니다.’
그때 그 장사꾼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모두가 말하였느니라.
‘저희들은 어떠한 일로써 선인께 보답을 해야겠습니까?’
그러자 선인은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다 같이 좋은 법만을 오로지 행하면서 부디 방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장사꾼들은 ‘공경하면서 가르쳐 주신 대로 따르겠습니다.’라고 하고는, 장사꾼들은 공경하고 기뻐하면서 하직하고 떠나갔느니라.
목련아, 너는 그때에 모든 장사꾼들을 위하여 팔을 태우며 길을 비춰 준 외도 선인이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느냐? 그 때의 선인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장사꾼들은 바로 지금의 1,250명의 비구들이었느니라.
목련아, 여래는 오랜 세월 동안 두려워하는 중생에게는 두려움이 없음으로써 베풀었고 삿된 길을 걷는 중생에게는 바른 길로써 보였으며, 눈이 없는 중생에게는 청정한 눈을 얻게 하였고, 병이 위중한 중생에게는 잘 치료하여 낫게 하였느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여래는 오랜 세월 동안에 모든 중생들에게 깊이 대비심을 베푼 줄 알아야 하느니라.
다시 목련아, 과거의 오랜 옛날에 이 염부제 안에는 큰 병겁(病劫)이 닥쳐와서 중생들은 모두 큰 병이 들어서 괴로움을 당했느니라. 그때에 염부제에는 마혜사나(摩醯斯那)라는 왕이 있었고 8만 4천의 큰 성(城)이 있었으며, 왕은 그 안에 위세가 자재하였느니라. 그때에 그 왕의 첫째 부인이 아이를 배었는데 그 몸이나 손이 닿기만 하여도
중생들의 병이 모두 다 나았느니라.
달이 차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낳자마자 그 아이가 말하였느니라.
‘나는 모든 병든 사람들을 낫게 하리라.’
그리고 또 태어날 때에 염부제 안의 모든 하늘과 귀신들이 모두가 같이 부르짖었느니라.
‘지금의 이 왕의 소생(所生)은 바로 사람 약이니라.’
그리고 이 음성이 널리 퍼지고 들렸기 때문에 이름을 인약(人藥)이라고 지었느니라.
그때에 사람들 모두가 병든 사람을 이 왕자에게 보이기 위하여 데리고 와서 모든 병인들에게 왕자의 손이 닿거나 혹은 몸이 닿거나 하면 이내 모두가 나아서 안온하고 쾌락함을 느꼈느니라. 이와 같이 점차로 염부제 안에서는 모두가 병인들을 데리고 와서 왕자에게 보였으며 왕자가 손을 대면 병은 나아버렸고 안온하면서 안락함을 느꼈느니라.
목련아, 인약 왕자는 천 년 동안을 이와 같이 병을 치료한 뒤에 목숨을 마쳤는데,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든 병든 사람들이 와서 그가 이미 죽었음을 듣고 근심하고 울면서 ‘그 누가 다시 나의 병과 고통을 건져 주실까?’라고 하였느니라. 모든 병든 사람들은 말하기를 ‘인약 왕자께서는 어디서 몸을 태우셨습니까?’라고 하여 그 처소를 물은 뒤에 그 화장한 곳으로 나아가서 뼈를 가져다 가루를 만들어서 그 몸에다 발랐는데 병들이 모두 낫게 되었느니라. 그렇게 되자 부르짖기를 ‘인약 왕자는 지금까지도 모든 병든 사람들을 낫게 해 주신다’고 하였느니라.
목련아, 이러한 인연으로 병든 사람들을 낫게 하였으므로 뼈도 점점 다 없어져버렸고 뼈가 다 없어진 뒤에는 그 몸을 태웠던 자리의 흙과 재를 가져다 저마다 그들의 몸에 발랐는데 병은 역시 모두 다 낫게 되었느니라.
목련아, 이와 같이 인약 왕자는 큰 병겁(病劫) 동안에 이런 방편으로써 모든 병인들을 치료하였느니라.
목련아, 너는 그 때의 인약 왕자를 어찌 다른 사람으로 여기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었느니라. 나는 많은 병고로 시달리는 중생으로서 구제할 이도 없고 의지할 이도 없는 이라면 그 병을 치료하여 낫게 하였으며, 나는 지금에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는 역시 큰 지혜의 약으로써 모든 중생을 치료하여 끝내 고통이 없어지게 하느니라.
목련아, 나는 중생을 위하여 몸을 받았고 이롭게 할 수 있는 것마다 곧 이롭게 하였느니라. 목련아, 이런 인연으로 짐짓 중생을 위하여 몸을 받아서 이롭게 한 줄 알아야 하느니라.
또 목련아, 과거의 오랜 옛적에 나는 일찍이 혼자 가다가 그때에 어떤 나쁜 짐승이 와서 나의 목숨을 빼앗으면서 나의 살을 먹으려 하였으므로 나는 죽으려 할 적에 마음으로 서원하였느니라.
‘나는 이제 죽은 뒤에 이 빈 숲 속에 태어나서 큰 짐승의 몸이 되리라. 그리하여 만일 모든 나쁜 짐승들이 나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모두가 다 배불리 먹게 하리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나쁜 짐승들은 항상 작은 벌레를 살해하여 그 살을 먹기에 살생하는 죄를 많이 지으면서도 배는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에 ‘장차 여기에 큰 짐승의 몸으로 나서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가 배부르게 하리라’는 서원을 세운 즉시 죽은 뒤에 그 안에서 화생(化生)으로 큰 축생의 몸이 되어서 피를 마시고 살을 먹는 모든 나쁜 짐승들로 하여금 모두가 다 배부르게 하였느니라. 이렇게 하기를 차츰차츰 백천만억 나유타 세(世) 동안 하였고, 짐짓 그들을 위하여 몸을 받아 중생을 이익되게 함은 1겁 동안이나 하였느니라.
목련아, 만일 내가 본시 도를 행할 적에 굶주린 중생에게 몸의 피와 살을 보시하여 배부르게 한 일을 설명한다면 1겁 아니 감(減) 1겁 동안 말하여도 다 설명할 수 없느니라.
목련아, 나는 본시 이와 같이 모든 고뇌 받는 중생들에게 대비의 마음을 깊이 내었느니라.
또 목련아, 과거의 오랜 옛적에 나는 본래의 몸[本身]을 기억하는데 모든 고뇌 받는 중생들을 보고 곧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이제 마땅히 버리지도 않을 것이요 또한 구원해 주지도 않으리라.’
그리고 이내 그에게로 가서 물었느니라.
‘당신은 무슨 고통이 있고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대답하였느니라.
‘어진 이여, 우리들은 지금 아주 크게 굶주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이내 물었느니라.
‘당신들은 지금 어떤 음식들을 구하는 것입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느니라.
‘우리들은 오직 피를 마시고 살을 먹을 뿐입니다.
만일 당신의 몸의 피와 살을 우리에게 준다면 우리는 쾌락을 느끼면서 다시는 병이나 고통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이내 허락하면서 스스로 살을 베고 피를 내어서 모든 중생들에게 주었느니라.
목련아, 나는 그때에 뉘우치거나 아끼는 마음이 없었고 근심하지도 않았으며 침체하지도 않으면서 다만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살을 베었으므로 역시 그만큼의 나고 죽고 하는 고통 몫을 없앴구나’라고 하였을 뿐이며, 나는 항상 오랜 세월 동안 이렇게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고, 이렇게 보시한 뒤에는 몹시 기쁨과 즐거움을 얻었느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여래는 모든 중생에게 깊이 대비심(大悲心)을 일으킨 줄 알아야 하느니라.
목련아, 나는 기억하는데 지나간 세상에 그때에 대력(大力)이라는 왕은 큰 덕과 세력이 있었고 선근을 두터이 심었느니라.
그때에 대력왕은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이제 어찌 큰 보시의 모임[大施會]를 베풀어서 중생들을 만족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뒤에 큰 보시의 모임을 베풀어 마음대로 구하게 하면서 밥을 구하면 밥을 주고 마실 것을 구하면 마실 것을 주었으며 의복과 침구와 금․은의 보물과 탈 것과 돈을 구하거나, 또 자거(車𤦲)․마노(馬瑙)․파리(頗梨)․유리(琉璃)․산호(珊瑚)․호박(虎珀) 등의 보물을 구하면 모두 다 그들에게 주었고, 또 꽃과 향․영락․바르는 향․가루향․비단의 번기․당기․아들과 딸․여종․남종․코끼리․말․소․양 및 밭과 땅을 구하면 모두 다 그들에게 주었느니라.
목련아, 이 대력왕은 이와 같이 크게 보시하고 있었는데 그때에 제석(帝釋)이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이 국왕을 방해하여 그로 하여금 그런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리라’고 하였느니라.
이때에 즉시 바라문(婆羅門)으로 변화하여 왕에게로 내려와서 그 왕에게 물었느니라.
‘지금 이 큰 모임 안에서 무엇을 보시하고 계십니까?’
그러자 대답하였느니라.
‘바라문이여, 나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모두 보시하면서 조금도 애석하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바라문은 말하였느니라.
‘당신의 뜻한 바가 그러시다면 내가 이제 구걸하는 것도 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대력왕이 말하였느니라.
‘나는 이미 말한 대로
있는 것은 모두 준다 하였습니다.’
그러자 바라문이 말하였느니라.
‘왕께서 그러시다면 나는 이제 왕의 몸을 구합니다.’
왕은 곧 생각하였습니다.
‘이 바라문이 재물은 구하지 않으면서 지금 와서 바로 나의 큰 보시를 파괴하려 하는구나. 그렇다 하여 내가 만일 몸을 그에게 주지 않으면 나는 곧 스스로 큰 모임에서 보시하는 일을 파괴하는 것이 되리라.’
그리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느니라.
‘당신에게 몸을 드릴 테니 잘라서 가져가십시오.’
그러자 바라문이 말하였느니라.
‘대왕께서는 지금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장차 후회는 없겠습니까?’
대력왕이 말하였느니라.
‘나의 마음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많은 걸인들이 사방에서 모여드는데 내가 다 그들을 만족시켜줄 수 없게 됐습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느니라.
‘왕께서는 지금 나의 마음도 오히려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을 말하고 있습니까?’
목련아, 이때에 대력왕은 곧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자기 자신의 팔을 끊어서 바라문에게 주면서 ‘당신은 이 한 개의 팔을 가지고 가십시오.’라고 하였느니라.
목련아, 그 대력왕은 스스로 팔을 끊을 때에 마음이 달라짐도 없었고 후회하거나 한을 품지 않으면서 이와 같이 한마음으로 보시를 하였기 때문에 온갖 것을 능히 버릴 수 있었고, 팔은 평상대로 회복되었으며 칼로써 몸을 베어 바라문에게 주었어도 주고 나서 도로 생겼느니라.
목련아, 그때에 제석은 이런 인연 때문에 하늘의 복이 다하고 마음에 뜨거운 괴로움이 일면서 크게 울부짖으며 그 현재의 몸인 채로 이내 아비(阿鼻)의 큰 지옥 안에 떨어졌느니라.
목련아, 너는 그때에 몸을 보시한 대력국왕을 어찌 다른 사람으로 여기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었으며, 그때에 나의 큰 보시의 모임을 방해하려 한 그 제석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느냐? 바로 지금의 조달(調達)이었느니라.
목련아, 이때에 그 어리석은 조달은 성을 내는 마음으로 나의 보시를 방해하려 하였으나 깨뜨리지도 못하고 큰 지옥에 떨어졌으며, 내가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큰 법의 보시[法施]를 베풀고 있는데도 조달이란 어리석은 사람은 오히려 성을 내고 시샘하면서 이익 때문에 사람들과 음모하여 함께 나를 죽이려고 하였느니라.
나는 그때에 기사굴산(耆闍崛山) 아래서 거닐고 있었는데 그는 산 위로 올라가 돌을 굴려 내렸으니, 자신은 선근을 파괴하고 나에게는 악(惡)을 내었으므로 스스로 이익과 존귀한 세력을 상실하면서 몸이 아비의 큰 지옥 안에 떨어진 것이니라.
목련아, 나는 그 어리석은 조달에게 몸으로나 입으로나 뜻으로나 지은 악이 없었건만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나를 원수로 여기면서 세상마다 내가 닦고 쌓는 선법을 방해하려 하였느니라. 하지만 역시 내가 행한 선법을 방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는 도리어 늘 오랜 세상 동안에 그를 자비로 감싸주고 있는데도 그는 나를 친한 이로 여기지 못하고 있느니라.
목련아, 조달은 세상마다 나의 은혜와 내가 지금 손을 들어 올리는 일조차도 모르고 있으며, 조달과 같은 이들은 역시 천상과 인간의 세간과 아수라의 은혜도 모르고 있나니, 이러한 사람들은 사정취(邪定聚)의 지위에 들어가느니라.
목련아, 조달은 뒤에 아비의 큰 지옥에 떨어질 때에 나에 대하여 비로소 진실로 좋아하는 마음을 낸 것이니, 그것 역시 여래의 위신력이었느니라.
조달은 제일가는 은혜와 이치[義]를 모르는 자이기에 아비의 큰 지옥에 떨어지려 할 때에 큰 소리로 하는 말을 들었나니, ‘어리석은 사람 조달아, 부처님께 성을 내었고 사람을 죽일 수 없는데도 멋대로 살해하려는 인연을 일으킨 것이니, 이런 죄 때문에 이제 아비의 큰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니라’라고 하자, 이를 듣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마음이 곧 조복되어 말하기를 ‘저는 이제 오직 골육(骨肉)으로써 한마음으로 부처님께 귀명할 뿐이며 마음에 곧 즐거움을 얻고 부처님께 믿음을 내나이다’라고 큰 소리를 내면서 곧 아비의 큰 지옥 속으로 들어갔느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뒤에 지옥에서 나와서 인간 안에 태어나게 되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서 골수(骨髓)라는 이름을 가진 벽지불이 될 것이니라.
목련아, 나는 이제 조달에게 수기(授記)를 하였는데 그가 벽지불이 되면
벌써 나고 죽는 고통에서 제도된 것이니라. 목련아, 내가 조달을 제도한 것은 나의 본래의 원대로 된 것이니,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나는 전생에 반드시 조달을 제도해야겠다 하면서 ‘나는 너를 제도하고 그 밖에도 제도할 이가 없어야 한다’고 하였기 때문이니라.
목련아, 조달은 다만 나의 처소에서 열반의 인연을 심었었고 그 밖의 것은 심지 않았나니, 조달은 그로부터 역시 또 그 밖의 선근은 심지 못했고 다만 믿는 마음이 청정하면서 ‘부처님께 귀명하겠나이다’라고 한 말뿐이었느니라. 이 선근의 인연 때문에 뒤에 벽지불의 도를 얻을 것이니라.
목련아, 나는 항상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마치 부모와 같은 생각으로 재물이 없어서 고단하고 빈궁한 이와 나고 죽는 험난한 나쁜 갈래를 오가는 이와 어리석어서 지혜가 없고 항상 눈이 먼 이들을 가엾이 여기면서 ‘그 누가 보여주고 인도하며 그 누가 구호하겠는가?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보여주어야 하고 구호해야 하리라’라고 하였느니라.
목련아,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만일 어떤 중생이 나쁜 말로 나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나는 다시 갚지 않겠고, 몹시 나를 꾸짖는다 하여도 나는 역시 갚지 않겠으며, 성을 내거나 때려도 나는 끝내 보복하지 않겠다’고 하였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나는 항상 온갖 중생들에게 반드시 안락함을 주어야 하고 온갖 괴로움과 근심을 없애 주어야 하며, 지금도 나는 모든 괴로움을 주지 않아야 된다. 이 모든 중생에게 그 누가 능히 참을 이인가? 오직 나만이 능히 참는 이이다. 나는 이제 마땅히 중생에 대하여 참는 법과 고요히 사라지는 법과 부드럽고 온화한 법을 배우되 마땅히 큰 코끼리가 조복되듯 해야 하고 코끼리가 조복되지 않은 것과 같지는 않아야 하리라’고 하였기 때문이니라.
목련아, 비유하면 마치 큰 코끼리가 싸움터에 들어갈 때는 마음이 물러나거나 위축되지 않으면서 북소리와 소라 고동 소리와 피리 소리와 크게 부르짖는 소리를 참아 내어, 이러한 두려워할 만한 소리를 들어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추위와 더위와 모기와 등에와 독충과 바람과 비와 배고픔과 목마름도 능히 참아내고, 여러 가지의 무기에 다친다 해도 능히 참아 내며, 활과 쇠뇌․창․칼․쇠의 수레바퀴 등과 채찍으로 때린다 하여도
모두 능히 참아 내면서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곧장 싸움터로 쳐들어가면서 물러나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는 것과 같으니라.
목련아, 조복된 큰 코끼리는 ‘나는 적진에 쳐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으며, 다만 생각하기를 ‘나는 마땅히 이 적진을 쳐부수어 이겨야 한다.’고만 생각하느니라.
목련아, 내가 본래 보살도를 수행할 적에 일으켰던 큰마음과 서원도 역시 그와 같았나니, 모든 중생에 대한 그 마음이 조복된지라 설령 모든 중생들이 나쁜 말로써 나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나는 보복하지 않았고 내게 싸움을 걸어와도 나는 역시 상대하지 않았으며, 또 칼과 몽둥이와 기왓장과 돌로써 나를 때리고 또는 나의 목숨을 빼앗는다 하여도 나는 그러할 때에 마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았을 뿐더러, 이것은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받을 수 없다. 이것은 가까이 해야 한다. 이것은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분별하지도 않았으며, 이런 일이 있는 동안에도 근심함도 없고 뉘우침도 없고 성을 내거나 한을 품는 일도 없었느니라.
그리고 보살도에 있어서 마음에 싫증냄이 없으면서 ‘나는 이제 큰 적진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 생각은 내지도 않았고, 다만 생각하기를 ‘나는 이 크고도 악한 적진을 부수고 장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삼계(三界)의 한량없는 중생들로 제도하고 해탈시켜야 한다’고만 했을 뿐이니라.
목련아, 내가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행했던 인욕과 모든 중생들에게 가졌던 자비를 만일 말로써 설명하려면 이루 다 설명할 수가 없느니라.
다시 목련아, 지나간 세상의 오랜 옛날에 인력(忍力)이라 하는 외도의 선인(仙人)이 있었는데 ‘나는 중생에 대하여 성을 내거나 한을 품지 않겠다’고 하는 이러한 법을 받고 있었느니라.
그때에 악의(惡意)라 하는 악마가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이제 어찌 저 선인에게로 가서 그의 인욕의 법을 무너뜨려 성을 내고 원한을 품으면서 참는 마음에서 물러나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즉시 욕을 잘하는 일천의 사람을 골라 보내어 그를 앞뒤에서 둘러싸게 하고는 나쁜 말로 욕설을 퍼붓고 거짓으로 그의 허물을 말하면서 비루하고 상스러운 말을 모두 다 써가며
갈 때에도 욕설을 퍼붓고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도 욕설을 퍼부었으며, 마을에 들어갈 때에도 욕설을 퍼붓고 식사를 할 때에도 욕설을 퍼부었으며, 식사를 마쳤을 때에도 욕설을 퍼붓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에도 욕설을 퍼부었으며, 마을에서 나올 때에도 욕설을 퍼붓고 머물고 있는 숲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욕설을 퍼부었으며, 서 있을 때에도 욕설을 퍼붓고 앉아 있을 때에도 욕설을 퍼부었으며, 누워있을 때에도 욕설을 퍼붓고 다닐 때에도 욕설을 퍼부었으며, 내지 숨을 내쉬고 숨을 들이쉬는 때에도 욕설을 하고 항상 따라다니며 욕설을 퍼부었나니, 갖가지의 더럽고 추악한 말로써 퍼붓는 그 욕설은 잠시도 쉬는 때가 없었느니라.
목련아, 그때에 악마의 부림을 받는 천 사람들은 8만 4천 년 동안을 이렇게 나쁜 말로써 인력 선인에게 욕설을 퍼부었느니라. 그때에 악의(惡意) 악마는 인력 선인이 마을에 들어갈 적에 그 자신이 똥을 그의 머리 위에 붓기도 하고 발우 안에다 넣기도 하며, 옷과 발우와 몸에다 바르기도 하고 쓰레기를 가져다 그의 머리 위에 쏟기도 하였느니라.
그때에 인력 선인은 8만 4천 년 동안 이 욕을 잘하는 천 사람이 욕설을 퍼붓고 꾸짖고 업신여겼지만 끝내 성을 내거나 한을 품지 않았고 내지 물러나거나 침몰하는 마음을 움직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스스로 ‘나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을 한 적도 없으며 원망하지도 않았느니라. 이 8만 4천 년 동안에 또한 악한 눈으로 악한 생각을 가진 악마를 보지도 않고 또한 스스로 ‘나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라고 한 적도 없었느니라.
목련아, 이 욕을 잘하는 천 사람들은 인욕 선인에게 욕설을 퍼부은 지 8만 4천 년을 지나고 나서는 무너뜨릴 수 없음을 알고 청정한 믿음을 내면서 그들의 죄를 참회하며 말하였느니라.
‘당신은 이런 일로써 어떤 일을 구하고자 하십니까? 저희들도 역시 그 법을 얻고 싶습니다.’
목련아, 이 욕을 잘하는 천 사람들이 선인에 대하여 청정한 마음이 되어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으므로 선인은 그들의 공양을 받고서도 역시 탐애(貪愛)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느니라.
목련아, 그 때의 인력 선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그런 생각을 말라. 바로 지금의 이 몸이었느니라. 내가 이 인욕법(忍辱法)을 받을 때에 악의의
악마가 보낸 천 사람이 나쁜 말로써 욕설을 퍼붓고 꾸짖으며 잠시도 쉬지 않고 늘 나를 업신여겼지만 역시 나의 마음을 달라지게 할 수는 없었느니라.
목련아, 그 욕을 잘한 천 사람은 인력 선인에 대하여 청정한 마음을 낸 뒤에 욕한 죄를 참회하고 인력 선인을 따라 배우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으므로, 나는 그때에 그들을 교화하여 부처님 법에 머무르게 하였고 그들 천 사람은 이 여섯 가지 바라밀을 두루 갖추면서 차례로 성불하였으며 모두가 이미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었느니라.
목련아, 너는 그때에 항상 천 사람을 보내어 나에게 욕설을 퍼붓게 한 그 악의 악마를 어찌 다른 사람으로 여기는가? 바로 지금의 조달이었느니라.
또 목련아, 나는 과거 세상에 스스로 그 몸으로써 중생에게 베풀어주며 세간 사람들을 위하여 종이 되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느니라. 그때에 여러 사람들은 나를 갖가지로 부리면서 어떤 사람은 나에게 똥오줌을 치게도 하였고, 어떤 사람은 나에게 쓰레기를 치게도 하였으며, 어떤 사람은 나에게 흙을 치게도 하였고 어떤 사람은 나에게 풀을 베어 오게도 하였으며, 어떤 사람은 나에게 곡식과 우유며 타락[酪]․소유(蘇油)․꿀 등을 가져오게도 하였고 어떤 사람은 나에게 땔나무와 숯불과 물 등을 가져오게도 하는 등 이러한 갖가지 일들을 모두 나에게 시켰느니라.
목련아, 나는 그때에 ‘어떤 사람이 나에게 똥오줌을 치게 하면 따라가지 않겠다’거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꽃․향․영락․바르는 향․가루향․음식 및 과일 등을 가져오게 하면 따라가겠다’거나 하는 그러한 마음을 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느니라.
목련아, 나는 그때에 ‘좋아하는 일이라 따라가겠다’거나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 따라가지 않겠다’고 한 그러한 일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느니라.
목련아, 나는 그때에 ‘찰제리(刹帝利)를 따르면서 바라문(婆羅門)을 따르지 않겠다’거나, ‘바라문을 따르면서 찰제리를 따르지 않겠다.’거나, ‘비사(毘舍)를 따르면서 수타라(首陀羅)를 따르지 않겠다.’거나, ‘수타라를 따르면서 비사를 따르지 않겠다’거나, ‘찰제리와 바라문을 따르면서
비사와 수타라를 따르지 않겠다’거나, ‘비사와 수타라를 따르면서 찰제리와 바라문을 따르지 않겠다.’거나 하는 기억을 하고 있지 못하느니라.
또한 ‘이 사람은 크다. 이 사람은 작다. 이 사람은 따르고 이 사람은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기억도 하고 있지 못하느니라.
목련아, 다만 먼저 나를 부른 이를 따르고 기뻐하면서 따라갔을 뿐이니라.
목련아, 나는 본래 보살도를 행한 때를 기억하고 있거니와 어떤 사람이 법답게 일을 나에게 시키는데도 끝내 힘이 없다면서 하지 않은 일은 기억하고 있지 못하느니라.
목련아, 나는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하는 일이면 끝마치지 않음이 없었고 착한 일을 하면서 착한 일을 끝마치지 않음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느니라.
요점을 들어서 말하건대, 나는 기억하는 바로는 보살도를 행할 때에 아직 일찍이 몸을 탐내는 일조차 없었거늘 하물며 재물이겠느냐? 나는 보살도를 수행할 때에 재물에 대해서는 나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았고 나는 다만 ‘먼저 지은 업의 과보로 재물이 있구나’라고 하였을 뿐이며, 이 재물에 대해서는 ‘이 물건은 마땅히 중생들과 같이 사용해야 한다. 이 물건 안에는 나의 몫도 있지만 중생의 몫도 있다.’라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느니라.
목련아, 나는 보살도를 행하면서 불법을 얻어 가까이 함에 따라 ‘나의 물건 안에는 나의 몫도 있고 중생의 몫도 있다’고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다만 ‘가지고 있는 물건은 바로 중생들의 물건이며 나에게는 몫이 없다’고 생각을 했을 뿐이니라.
목련아, 나는 불법을 얻어 가까이 함에 따라 곧 그 안에서 탐착하지 않은 일을 좋아하면서 거두어들이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았으며, 모든 법을 멀리 여의는 것을 좋아하면서 모든 법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온갖 공한 법을 좋아하면서 온갖 법의 존재[有]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온갖 법의 고요함을 좋아하면서 모든 법의 현상[事相]을 좋아하지 않았고 본래 성품[本性]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좋아하면서 본래 성품은 존재한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느니라.
목련아, 나는 본래 보살도를 수행할 때의 한량없는 백천만의 세상에서 밤의 캄캄한 동안에는 저절로 그 몸이 길을 잃은 중생에게 길을 비추어 보였다는 일을 기억하고 있느니라.
목련아, 나는 본시 보살도를 수행할 적의 한량없는 백천만의 세상에서 살을 먹는 중생에게는 살을 베어 베풀어주었다는 일을 기억하고 있느니라.
목련아, 나는 본시 보살도를 수행할 적의 한량없는 백천만의 세상에서 피를 마시는 중생에게는 살을 찔러 피를 내어 베풀어주면서 그들을 배부르게 하고 쾌락을 느끼게 하였다는 일을 기억하고 있느니라.
목련아, 요점을 들어서 말하건대, 세간에 있을 동안에 만일 모든 재물과 살림살이로 사용하는 것이면 모든 중생들에게 끝내 탐하거나 인색하지 않았으며, 모두 그 때문에 중생을 괴롭히지도 않고 해치지도 않았으며, 지혜로운 이가 허락하고 성현이 찬탄한 것이면 나는 항상 그와 같이 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중생들에게 대비(大悲)의 마음을 깊이 행하였느니라.
또 목련아, 나는 기억하는데 과거에 이름이 길리(吉利)라는 장사꾼 우두머리가 있었느니라. 그는 바다에 들어가서 많은 보물을 채취하여 안온하게 나와서 본국으로 돌아왔느니라. 이 사람이 성(城)으로 들어와서 자기 집의 문 앞에 이르렀는데, 이때에 성 안에 있던 많은 거지 아이들이 그 앞을 둘러싸면서 말하였느니라.
‘무사히 잘 돌아오셨습니다. 길리 대단월(大檀越)이시여, 저희들이 구걸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만일 허락해 주신다면 저희들이 구걸하겠습니다.’
목련아, 그때 길리는 그 걸인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이 내가 가진 물건에서 구걸한다면 다 주어도 아깝지 않으리라.’
그때에 그 걸인들은 길리에게 말하였느니라.
‘당신이 큰 바다에서 얻은 보물들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그렇게만 된다면 저희들은 모두 길리(吉利)를 얻은 것이 됩니다.’
이와 같이 목련아, 길리는 즉시 그 값진 보물들을 모두 다 거지 아이들에게 주었느니라. 거기에는 무릇 80억 개의 마니주(摩尼珠)가 있었는데 그 하나하나의 값어치는 모두가 백억 냥(兩)씩이나 되었느니라.
목련아,그 길리는 그 많은 물건들을 보시하고 나서도 마음에 조금도 다름이 없었고 망설이거나 후회함이 없었느니라. 그때에 길리는 그 많은 보물을 걸인들에게 준 뒤에 그의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다시 바다로 가서 보물을 채취하였는데
바다에 들어가서는 먼저보다 갑절되는 보물을 얻은 뒤에 80세(歲)가 지나서 본국으로 돌아왔느니라.
그가 막 성(城)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형관(刑官)이 결박하여 죄를 범한 사람을 요란하게 북을 치면서 거리를 돌며 알린 뒤에 사형장으로 데리고 가서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게 되었느니라.
이때에 죽음을 당할 이가 멀리서 길리를 발견하고는 말하였느니라.
‘장사꾼의 우두머리시여, 저에게 두려움이 없음을 베풀어서 저의 죽을죄를 구하여 주시고 저를 살려 주십시오. 당신은 바로 큰 단월이시고 어질며 착하고 좋은 사람이십니다.’
길리는 이 말을 듣고 죽음을 당할 이에게 말하였느니라.
‘아, 이 사람아, 나 이제 그대에게 두려움이 없음을 베풀어주어서 그대의 죽을죄를 구하여 주리라.’
그리고는 이내 형관이 있는 데로 가서 사람마다 모두에게 값이 1억 냥씩이나 되는 마니주 한 개씩을 주면서 말하였느니라.
‘당신들은 이제 잠시 동안만 멈추시고 내가 이제 왕에게 다녀올 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때에 길리는 왕에게로 달려가서 대왕에게 아뢰었느니라.
‘제가 값진 보물로써 이 사람의 목숨을 사고 싶습니다.’
그러자 왕은 길리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이 사람의 죄는 용서할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다. 만일 꼭 사고 싶으면 그대가 가진 물건들을 모두 다 나에게 바치고 그리고 그대가 대신 죽어야 그가 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목련아, 그때에 길리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나는 큰 이익을 얻게 되어 소원을 이루었도다. 이 사람을 구하게 되니 나의 뜻이 흐뭇해지는구나’ 하고는, 즉시 길리는 이 사람을 구하고 죽을죄를 면하여 주기 위하여 집에 있는 모든 재물과 그리고 바다에서 얻은 한량없는 천억의 금은 보물들을 모두 왕에게로 가지고 가서 대왕에게 말하였느니라.
‘이 사람을 놓아주십시오. 제가 가지고 있는 재물은 모두 여기에 다 있습니다.’
그러자 왕은 재물들을 받은 뒤에 형관에게 말하였느니라.
‘길리를 데리고 가서 죽이도록 하라.’
그들이 대답하였느니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왕명을 받은 뒤에 곧 길리를 포박하여 사형장으로 데리고 가서 오른손으로 칼을 들어 올려 길리를 내리치려 하였는데, 손이 갑자기 뻣뻣해지면서 내려오지 않게 되자,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며 두려워하였느니라. 그래서 바로 길리를 데리고 왕에게로 가서 이런 일을 아뢰었느니라.
목련아,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왕 자신이 칼을 잡고 길리를 죽이려고 칼을 들어 치려 하였는데, 바로 그때에 그 왕의 두 팔이 땅에 떨어졌으므로 아주 괴로워하다가 소리를 지르면서 죽게 되었느니라.
목련아, 너는 그 때의 길리라는 장사꾼 우두머리를 어찌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었으며 그 때의 왕이란 이는 바로 지금의 어리석은 사람 조달이었느니라.
목련아, 그때에 조달은 나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였으나 빼앗을 수 없었으며 금생에 이르러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나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였으니, 더욱 불가능한 일이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온갖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로서도 해칠 수 있는 이가 없거늘 하물며 조달과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겠느냐? 조달은 지금 나쁜 사람들을 모아 나를 죽이려 하였고 또한 자기 자신이 방편을 써서 나를 죽이려 하였지만 도리어 이익과 명문(名聞)과 세력을 잃고 산 채로 곧장 아비지옥으로 들어간 것이니라.
목련아, 내가 본시 보살도를 수행할 때에 중생을 이롭게 하기를 조달과 같은 이는 보지 못하였으며, 조달은 은혜와 이치를 몰랐느니라. 나는 본래 보살도를 수행할 때에 중생들에 대하여 마치 부모와 같다고 여겼나니, 이런 인연으로 여래는 중생들에 대하여 대비의 마음이 깊고 두터웠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목련아, 과거의 오랜 옛날에 설산(雪山) 주변에 5백 마리의 코끼리 떼가 있었고 그 중에서 한 마리의 큰 코끼리를 왕으로 삼았는데, 그 몸과 모습은 사랑할 만하였고 큰 힘과 지혜가 있었느니라.
그때에 이 코끼리 떼들이 자러 나와서 산의 험난한 곳에 있었는데, 길이 하나밖에 없었으므로 그때에 사냥꾼이 이 코끼리 떼를 보고 바로 그 밤에 그 험한 길 가운데에 큰 구덩이를 파면서 생각하였느니라.
‘이 코끼리 떼들이 이 속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다 내 것이 되고 마음대로 취하게 되리라.’
그리고는 밤에 구덩이를 다 판 뒤에 코끼리 떼를 그 험한 길 구덩이를 향하여 쫓아 몰았으므로 그 코끼리 떼들이
나오려 하다가 큰 구덩이가 있음을 보고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느니라.
목련아, 그때에 그 코끼리 주인은 그의 몸을 구덩이 위에 가로놓아 다리가 되게 하고는 5백 마리의 코끼리들을 그의 등 위로 건너가게 하였으며 코끼리들이 다 건너간 뒤에는 기운을 불끈 써서 뛰어 건너갔느니라. 그때에 산신(山神)은 이런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악인(惡人)이 깊은 구덩이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중에 지혜가 있는 코끼리 왕이
그들을 건네주고 자신도 건넜으니
헛되이 깊은 구덩이만 만드느라 수고하였구나.
목련아, 너는 그때에 근기가 영리하고 큰 힘을 지닌 코끼리 왕을 어찌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었느니라. 그리고 그 때의 5백 마리의 코끼리 떼는 바로 지금의 조달을 무너뜨린 5백의 비구가 그들이었으며, 그 때의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조달 등의 5백의 비구이니, 건타달다(蹇陀達多)와 가루라제사(迦樓羅提舍)와 삼문타달다(三聞陀達多)와 구가리제바달다(拘迦梨提婆達多) 등이 그들이니라.
목련아, 나는 항상 오랜 세월동안에 두려워하는 중생을 보면 두려움이 없음으로써 보시하고 괴로워하는 중생을 보면 안락으로써 베풀었으며 가난한 중생을 보면 재물로써 보시하고 나쁜 길에 빠진 중생에게는 바른 길을 보여주며 병이 들어서 고통 받는 중생에게는 그 병의 고통을 낫게 하였으며, 굶주린 중생을 보면 음식으로써 보시하고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중생에게는 몸의 살과 피로써 보시하였느니라.
목련아, 나는 소원대로 모두 되었고 헛되지 않았으며 중생들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기를 바랐느니라.
목련아,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일으키고 있던 그 동안에 온갖 정성과 말에 있어 끝끝내 다름이 없었나니, 정진이 게으르고, 쉬었다면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했으리라.
목련아, 나는 말을 따르면서 행하였고 행을 따르면서 말하였느니라.”
7) 답난품(答難品)
그때에 모임 가운데에 상수(象手)라는 한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로부터 이러한 어려운 일을 듣고 몸의 털이 곤두서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나이다. 저는 이제 한 가지 일을 묻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보살이었을 때에 말을 따르면서 행하였고 행을 따르면서 말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처음부터 온갖 중생을 제도하기를 서원하셨고, 만일 이런 서원을 하셨으면서 지금에 제도할 바 중생들이 아직 다하지 못했는데도 장차 열반에 드신다면 여래께서 멸도(滅度)하신 후에 혹 어떤 이가 와서 비구들에게 따지면서 ‘그대들의 큰 스승은 본래 서원으로 당연히 온갖 중생들을 제도하셔야 할 터인데 중생들이 아직 다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멸도하셨구나’하고 이렇게 힐문하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상수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게 힐문한 이가 있으면 도리어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그대는 어떤 법으로 중생을 삼는 것인가?’
그리하여 그 사람이 만일 ‘음(陰)․입(入)․계(界)가 곧 중생이다’라고 하면 도리어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음․입․계가 화합(和合)한 것이 중생인가, 여의고 흩어진 것[離散]이 중생인가?’
그리하여 그 사람이 만일 ‘음․입․계의 화합한 것이 중생이다’라고 하면 다시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그대 자신이 대답하여 마쳤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화합이 중생이요, 음․입․계는 중생이 아니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은 여의고 흩어진 것을 위하셨고 화합을 위하지는 않으셨다. 세존께서는 여의고 흩어진 행을 좋아하셨고 화합을 좋아하지 않으셨으며 화합한 것 안에는 중생이 없다.’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다만 음과 입과 계의 그것이 중생일 뿐이다’라고 하면, 도리어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만일 그렇다면 온갖 풀과 나무와 기왓장과 돌도 모두가 중생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그대는 음과 입과 계의 그것이 중생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니, 이 가운데에도 역시 음과 입과 계는 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이 가운데에는 마음[心]도 없고. 심수(心數)의 법도 없기 때문에 중생이 아니다’라고 하면 다시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만일 그렇다면 온갖
중생이 마땅히 하나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여래는 음․입․계에 다름이 있음을 말씀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여래의 경전 안에는 중생이 있음을 말씀하셨으니, 그 때문에 중생은 있다’고 하면 다시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그대 스스로가 대답하여 마쳤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경전에서 있는 것도 여의고 없는 것도 여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만일 그렇다면 도의 결과[道果]도 없을 것이다’라고 하면, 다시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그대는 무엇으로 결과를 삼는 것인가?’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나는 결정(決定)된 첫째가는 이치[第一義]를 말하여 결과를 삼는다’고 하면, 다시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결정된 첫째가는 이치 안에는 음성이나 언어가 없다. 음성이나 언어가 없는 가운데서는 결정코 있다ㆍ없다 하는 말을 얻을 수 없다. 그대는 결정된 첫째가는 이치를 말하여 결과를 삼는다 하는데 이 결정된 첫째가는 이치 안에는 중생도 없고 중생이라는 이름도 없다. 그러므로 그대가 중생이 있다고 말하는 이 말을 자기 자신이 파괴하고 있다.’
또 상수야, 여래는 경에서 ‘모든 법 중에는 소멸[滅]하는 것이 없고 다만 고뇌만이 소멸한다’함을 말하였느니라. 나는 이와 같이 모든 법의 참 모습[實相]을 통달하여 그 얻은 바의 법에 따라 중생을 위하여 말한 것이니, 탐내거나 취함이 없게 하기 위해서요, 멀리 여의게 하기 위해서이며 쓸모없는 이론[戱論]이 없게 하기 위해서요, 짓거나 일으킴이 없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상수야, 만일 사람이 이와 같이 나의 법의 이치를 알면 이 사람은 곧 있고 없음을 위하여 행업(行業)을 일으키지 않게 되나니, 만일 사람이 있고 없음을 위하여 행업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 사람이 어떻게 중생이 있다고 보고 중생이 없다고 보겠느냐?
상수야, 이것을 항상 모든 법의 참 모습에 머무른다 하느니라. 이 안에는 기억도 생각도 분별도 없으며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으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도(道)도 없고 도의 결과도 없으며 긴 것도 없고 짧은 것도 없으며 모난 것도 없고 둥근 것도 없으며 형상도 없고 빛깔도 없나니, 이 때문에 모든 법은 한 문[一門]이라 하며, 그것은 정해진 문[定門]이니라. 상수야, 이것을 법문을 본다[見法門]고 하고 이 법문을 보는 데에 들어감을 바로 부처님을 본다고 하느니라.
상수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따라서 어느 법으로 부처님을 보는 것이냐? 이 법은 이미 없어졌고, 지금 없어지고, 장차 없어질 없어지는 모양[滅相]인 것이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따라서 어느 법으로 부처님을 보는 것이냐? 이 법은 이미 생겼고, 지금 생기고, 장차 생길 생기는 모양[生相]인 것이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상수야, 만일 그렇다면 여래는 멸도한다고 하지 못할 것이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상수야, 그 사람이 만일 말하기를 ‘소유한 몸의 모양으로 나는 그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여래가 멸도하여 열반에 드신 뒤에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니, 다만 몸의 모양만을 보면서 돌아오시지 않기 때문에 여래는 멸도한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하면, 도리어 그에게 물어야 하리라.
‘그대는 몸의 모양이 이루어진 것을 말하여 여래라 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나는 몸의 모양이 이루어진 것을 말하여 여래라고 한다.’고 하면, 도리어 그에게 대답해야 하리라.
‘마치 부처님 경전 가운데서 몸의 모양을 말하여 여래라 하지 않는다’고 하신 것과 같다. 만일 몸의 모양을 말하여 그것이 여래라 한다면 온갖 기왓장․돌․산․강물․풀 및 나무 등도 모두 그것은 여래이니라.’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온갖 기왓장이나 돌이나 산이나 강물이나 풀이나 나무에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이의 모습[大人相]이 없는데도 여래라는 것인가?’라고 하면, 그에게 대답해야 하리라.
‘그대는 서른두 가지의 모습[相]이 있다 하여 여래라 한다면 전륜성왕(轉輪聖王)도 곧 여래이리라. 왜냐하면 전륜성왕의 몸에는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사람이 말하기를 ‘모습은 상법(相法)에 해당하는 것으로 관상(觀相)을 보는 바라문이 ≺장차 부처님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였으므로 이러한 일은 진실이다’라고 하면, 또 그에게 대답해야 하리라.
‘만일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있으면 곧 부처님이어야 한다면서, 그대는 스스로 관상가가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있음을 보고 ≺장차 부처님이 될 것이다≻는 예언을 한다고 하니, 그대는 지금 부처님의 모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부처님의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과 무루(無漏)의 근(根)․력(力)․각(覺)․도(道)와 선정(禪定)․해탈(解脫)․삼매(三昧) 등이 부처님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이다’고 하면, 다 그에게 대답해야 하리라.
‘그대가 말하는 10력 등이 바로 부처님의 모양이라면 이제는 부처님의 체성(體性)을 설명해야 될 것이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과 이 모양은 다른 것인가?’라고 하면, 그에게 대답해야 하리라.
‘그대는 스스로 그것이 부처님의 모양이라 하는데 부처님의 모양은 부처님이 아니다.’
또 그 사람이 말하기를 ‘다시 형상도 없고 빛깔도 없는 법이 있어 그것이 부처님의 10력으로 모양이 되는 것인가?’라고 하면, 그에게 대답해야 하리라.
‘형상도 없고 빛깔도 없는 법이면 어떻게 형상도 있고 빛깔도 있는 모양으로 된다는 것인가? 또 그대가 만일 형상도 없고 빛깔도 없는 법을 부처님이라 한다면 그 밖의 형상도 없고 빛깔도 없는 법이 모두가 그것은 부처님일 수 있다. 만일 이런 등의 법이 또한 부처님이라면 이 10력과 4무소외와 18불공법과 근․력․각․도와 선정․해탈 및 삼매 등도 역시 그와 상응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상수야, 나의 모든 제자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들을 항복받아야 하느니라.
또 상수야, 나의 본래의 서원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일체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시키는 것인데 내가 도량(道場)에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뒤에는 중생을 얻지도 못하고 중생이란 이름조차도 얻지 못했느니라. 나는 도량에 앉아서 다만 12인연(因緣)의 법을 통달했을 뿐이니, 이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있고, 이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일도 없는 것이니라.
어떤 일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고 어떤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없느냐 하면, 이른바 무명(無明)의 인연 때문에 모든 지어감[行]이 있고, 모든 지어감의 인연 때문에 의식[識]이 있으며, 의식의 인연 때문에 이름과 물질[名色]이 있고, 이름과 물질의 인연 때문에 여섯 감관[六入]이 있으며, 여섯 감관의 인연 때문에 감촉[觸]이 있고, 감촉의 인연 때문에 느낌[受]이 있으며, 느낌의 인연 때문에 욕망[愛]이 있고, 욕망의 인연 때문에 집착[取]이 있으며, 집착의 인연 때문에 존재[有]가 있고, 존재의 인연 때문에 남[生]이 있으며, 남의 인연 때문에 늙어 죽음[老死]이 있고, 늙어 죽음의 인연 때문에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의 고뇌[憂悲苦惱]가 있나니,
이와 같이 하여 차츰차츰 그것은 큰 고통 더미의 쌓임이 있을 뿐이니라.
무명이 없어지기 때문에 모든 지어감이 없어지고, 모든 지어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의식이 없어지며, 의식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름과 물질이 없어지고, 이름과 물질이 없어지기 때문에 여섯 감관이 없어지며, 여섯 감관이 없어지기 때문에 감촉이 없어지고, 감촉이 없어지기 때문에 느낌이 없어지며, 느낌이 없어지기 때문에 욕망이 없어지고, 욕망이 없어지기 때문에 집착이 없어지며, 집착이 없어지기 때문에 존재가 없어지고, 존재가 없어지기 때문에 남이 없어지며, 남이 없어지기 때문에 늙어 죽음이 없어지고, 늙어 죽음이 없어지기 때문에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이 없어지나니, 이 안에서는 다만 큰 고통의 더미가 없어질 뿐이니라. 나는 이 가운데서 눈과 지혜와 총명과 깨달음을 내었고, 이와 같은 중간도 없고[無中], 마지막도 없고[無後], 무너짐도 없는[無壞] 해탈을 통달하였으며, 여래는 이 해탈을 통달하였기 때문에 그 밖의 법을 얻지 못하였고 다만 뭇 인연이 생기는 법만을 얻었느니라.
상수야, 여래는 이 모든 통달한 모든 법을 따르면서 이와 같은 것으로 중생을 위하여 해설하느니라. 상수야, 모든 부처님께서 출생하거나 출생하지 않거나 모든 법의 성품[性]과 모양[相]은 항상 머물면서 달라지지 않나니, 곧 이름과 물질[名色]은 상실되지도 않고 서로가 어기지도 않으며 생기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느니라. 상수야, 나는 항상 이와 같이 설법하나니, 너희들도 역시 나의 뜻을 따르면서 알아야 하느니라.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말하나니,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수행해야 할 뿐이니라.
상수야, 큰 스승으로서 해야 할 일은 제자들을 위하는 일인데 나는 모두 짓고 마쳤으니, 너희들은 말한 대로 수행하여 모든 법 가운데서 마땅히 지혜의 밝음을 얻어야 하느니라.”
그때에 상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정법(正法)이 소멸했는데 그 누가 보이고 인도할 수 있는가? 해설하고 인도함이 없기 때문에 정법이 소멸한다 하고 정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여래께서 멸도한다’고 말한다면, 이러한 것도 역시 일체 중생을 제도하지 않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상수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와 같이 힐문한다면 마땅히 이렇게 대답해야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바로 일체지(一切智)를 지닌 사람이라 모두 아시고 모두 보신다. 항상 중생이 제도 될 수 있는 시절(時節)을 기다리는 것이니,
비록 열반에 드셨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익이 있을 수 있다. 또 부처님께서는 금생과 미래 세상의 부처님께 부처님이 되시리라는 수기(授記)를 하셨으니, 이것은 곧 부처님 종자가 계속 잇닿으면서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갖 부처님의 법은 바로 한 부처님의 법이다. 그러므로 여래의 법이라 하고 여래의 법은 곧 부처님의 법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말을 따르면서 행하였고 행을 따르면서 말하였느니라.”
상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온갖 모든 법을 잘 통달하고 추구하며 온갖 법을 잘 통달한 까닭에 몸과 입과 뜻의 업(業)은 지혜를 우두머리로 삼아 모두가 지혜를 따르셨으며, 세존께서는 본시 보살도를 행하실 적에 말씀을 따르면서 행하셨고 행을 따르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상수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상수야, 너의 말과 같으니라. 나는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말을 따르면서 행하였고 행을 따르면서 말을 하였느니라.
상수야, 만일 어떤 사람이 진실로 말하면서 ‘그 누가 틀리거나 잘못되지 않은 이인가?’라고 하면 세간에 출현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고 천상과 인간을 안락하게 하는 온갖 큰 스승[大師]으로서 바른 도를 말하는 이와 바른 지혜로 해탈하고 쓸모 없는 이론이 없으며, 저 언덕에 이르러서 아직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너게 하는 여래․세존인 내가 바로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라고 말하리라.
상수야, 만일 어떤 사람이 진실로 말하면서 ‘그 누가 속이지 않는 이인가?’라고 하면,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이인 내가 바로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말하리라.
만일 중생에게 조그마한 일이 있으면 나로서는 이 일을 잊지 못하느니라. 상수야, 나는 처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때로부터 그 동안에 마음은 물러남이 없었고, 또한 성문승(聲聞乘)이나 벽지불승(辟支佛乘)을 탐하거나 좋아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이 법을 얻어야겠다’고 단 한번 마음을 내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려고 벽지불을 구한 일이 있느니라.
상수야, 지나간 세상 오랜 옛적에 나는 외도의 선인[外道仙人]이 되어서
지혜가 밝았고 견문이 많았으며, 변재(辯才)가 있었고 깊은 법인(法忍)을 얻었느니라. 그때에 5백의 연소한 바라문들이 집에 있을 때의 5욕(欲)의 허물과 출가했을 때의 이익을 보고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다 모두가 나에게 왔으므로 곧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더니, 벽지불의 도를 얻고 여섯 가지 신통을 두루 갖추었으며 마음의 자재함을 얻고 여의족(如意足)을 갖추어 항상 신통력으로써 성읍이나 마을로 날아 들어가 걸식해다가 나에게 공양하였다.
나는 생각하기를 ‘이와 같이 크고 청정한 지혜를 성취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공양을 받지 않아야겠다. 이 모든 선인들은 내가 교화했기 때문에 이러한 법을 얻었지만 나는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하고, 이 법을 얻기 위하여 또 아직 증득하지 못했으므로 장차 증득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였느니라.
상수야, 나는 부지런히 정진하다가 이 법을 증득하게 되었는데, 이때에 정거천(淨居天)이 내려와 그의 몸을 나타내면서 나에게 말하기를 ‘이런 지혜는 탐내지 마십시오. 당신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셔야 하며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을 제도하셔야 합니다’라고 하였으므로, 상수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다시는 그 도를 닦지 않았으며, 마음으로 첫째가는 기쁨과 쾌락을 얻고서 보름 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으나 그 즐거움은 온몸에 꽉 찼었느니라.
상수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모든 하늘이 깨우쳐 주므로 기뻐하는 마음을 얻으면서 스스로 당연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 것을 아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보살이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깊이 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쳐서 깊이 발심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대승(大乘)을 일으키는 사람을 보면 마음에 질투를 내지 않으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나만이 얻어야 하고 다른 이는 얻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중생이 행할 바를 그때그때 가르쳐 주면서 좋은 뜻으로 함께 말을 하고 그 선행(善行)을 도우면서 보호하는 것이요, 넷째는 항상 스스로 애쓰면서 모든 법을 널리 구하고 다른 이들에게 말하여 주되
인색함이 없는 것이니라.
상수야, 보살마하살이 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모든 하늘들이 깨우쳐 주므로 장차 부처님이 될 것을 알게 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이 일을 분명히 알게 하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은 견고한 마음으로
무상승(無上乘)에 머무르고
또한 중생을 교화하면서
이 무상승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본시 보살의 도를 행할 때에는
항상 시샘하거나 성냄이 없고
부지런히 행하며 정진하므로
기뻐하는 마음이 한층 더하느니라.
모든 중생의 악행을 보면
때를 알면서 교화하고 타이르며
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써 하고
성을 내거나 하는 일이 없느니라.
항상 힘써 행하면서 법을 구하여
유포하면서 중생들과 함께 하고
법으로써 모두를 충족시킴은
마치 비를 널리 뿌리면서 적시듯 하느니라.
이 네 가지의 법을 행하면
모든 하늘들이 깨우쳐 주면서
‘당신은 장차 부처님이 될 터이니
의심을 내지 마십시오.’라고 하느니라.
보살은 이러한 말을 들은 뒤에
용맹스럽게 정진하면서
‘이 일은 반드시 진실이어야 하고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하는 모든 보살은
정진과 원력과
기억과 지혜가
저절로 더욱 높아지고 커지느니라.
만일 모든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게 되면
이 보살에게도 곧
이러한 공덕들이 있게 되느니라.
하늘과 사람의 공경을 받고
모든 왕과 신민들이
모두가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
그는 도(道)가 있는 이인 줄 알지니라.
경서(經書)와 장구(章句)의 이치와
글과 게송과 산수(算數)의 일을
모두 다 잘 통달하면
중생 중에서는 맨 위이니라.
총명하면서 지혜가 있으면
일을 짓되 힘으로써 하지 않으며
다만 그 책모(策謀)만으로써
성취되는 바가 있게 되느니라.
모든 전진(戰陣)을 꺾고 조복함은
몸의 힘으로써 하지 않고
다만 지혜의 힘만으로 하여도
저절로 항복하게 되느니라.
모든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가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며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이 세간에 생존해 있느니라.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함께
하늘들과 같이 말한 일을 아나니
어째서 이와 같이 아느냐 하면
나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니라.
이 보살은 언제나
모든 부처님을 만나 뵙게 되며
부처님께 나아가 청하여 물으므로
크게 중생들을 이롭게 하느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질문에 답하시면
의혹한 바를 끊어 다하며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면서
모두에게 기쁨을 얻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신통을 보이시고
장차 성불하리라고 수기하시나니
그러므로 이 보살은
마음에 크게 기쁨을 얻느니라.
사랑한 바의 귀중한 물건을
안팎으로 다 탐내거나 아끼지 않으면
이 때문에 크게 기뻐하게 되고
스스로 부처님이 될 것을 아느니라.
두루 자비로 모두를 감싸주고
언제나 성내거나 한을 품지 않으면
이 때문에 크게 기뻐하게 되고
스스로 부처님이 될 것을 아느니라.
모든 부처님의 칭찬을 받고
이미 깊고 묘한 법인(法忍)을 얻으면
이 때문에 크게 기뻐하게 되고
스스로 부처님이 될 것을 아느니라.
모든 법에 의지하지 않고
법은 의지할 수 없음을 알며
이와 같은 지혜를 얻게 되면
몸은 허공을 날게 되느니라.
그 마음은 안에 있지도 않고
또한 바깥에도 있지 않으며
온갖 생각에서 넘어서게 되면
그 때문에 위없는 법인을 얻느니라.
오랜 세월 동안 자비심으로써
모든 중생들을 두루 염려한
이 복덕의 힘 때문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뵐 수 있느니라.
온갖 몸은 모두 바로
부처님 몸과 차별이 없나니
이와 같은 법인을 얻게 되면
법은 저절로 더욱 자라느니라.
마음에 보리를 일으킨 이는
그 누가 따르면서 배우지 않으랴.
굳게 바른 법에 머무르면
이와 같은 공덕을 얻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도(道)를 구하는 이는
항상 부지런히 법을 구해야 하며
법으로써 자기의 이익을 구하면
보리에 더욱더 이익이 되느니라.
8) 부루나품(富樓那品)
그때에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과거의 세상에 보살도를 수행하실 때에 갖가지의 선법에 아주 견고하게 머무르셨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부루나야,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보살의 도를 행할 때에 선법에 머물렀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이 일을 분명히 알게 하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법을 구하면 법을 얻을 수 있음이
바로 부처님 도[佛道]의 근본이니
항상 부지런히 법을 닦고 익히면
그릇된 법을 멀리 여의게 되느니라.
항상 바른 도를 행하면서
모든 삿된 도를 멀리 여의며
언제나 모든 부처님께
친근한 도를 닦아 익히느니라.
이러면 곧 모든 재난을 여의고
재난이 없는 곳을 얻을 수 있으며
재난이 없는 곳을 얻은 뒤에는
그 정진이 반드시 헛되지 않으리라.
두 가지 가장 존귀한 데 있으며
모든 형색(形色) 중에 으뜸가며
권속들은 두루 성취되고
모든 것에서 가장 뛰어나느니라.
견고한 마음으로 계율과
인욕에 항상 머무르며
또한 정진에 머무르면서
선의 지혜[禪智]를 더욱 자라게 할지니라.
모든 중생들 가운데서
언제나 으뜸가는 이[上首]가 되며
공덕 가운데서도 또한 뛰어나고
이치를 환히 알며 두려울 바 없느니라.
그때에 부루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묘한 법을 그 누가 배우지 않겠습니까? 다만 기억하건대 저희들은 옛날 게으름을 피우면서 부처님의 지혜를 바라지도 않았고 이와 같은 부처님의 지혜를 스스로 믿거나 얻지 않다가 성문승(聲聞乘)에서 자연히 제도되었을 뿐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모든 보살들에게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하면서 부처님 법에 머무르게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세존께서는 행하기 어려운 것을 행하신 이이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본래 보살도를 행하실 때에 중생들을 위하여 항상 이와 같이 심히 어려운 큰 일을 하셨으니, 이와 같은 일은 온갖 아라한과 벽지불에게조차도 오히려 없거늘 하물며 그 밖의 중생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매우 어려운 큰 일은 오직 모든 보살마하살들만이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이롭게 하기 때문에 보살의 도를 행할 때에 이와 같은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의 매우 어려운 큰 일이 있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은 이와 같이 매우 어려운 큰 일을 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뒤에는 법륜을 잘 굴리면서 고통 받는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시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부루나야, 너의 말과 같으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깊이 일으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이익과 안락을 구하면서 일체 중생들에게 큰 자비가 있으며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도를 행할 때에 이와 같이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의 매우 깊고 극히 어려운 큰 서원과 큰 일이 있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혜명 부루나와 거기에 모인 사부대중과 하늘․사람․용․신․건달바․아수라 등이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믿고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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