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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618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81권

by Kay/케이 202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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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81

 

대보적경 제81권


수 삼장 법사 사나굴다 한역
송성수 번역


18. 호국보살회 ②

그때에 부처님께서 다시 호국(護國)에게 말씀하셨다.
“호국아, 나는 기억하는데 옛날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고 다시 아승기겁을 지나 헤아릴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고 비유할 수도 없고 계산할 수도 없고 말로도 할 수 없었느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성리혜(成利慧)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아라하(阿羅訶)․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셨으며, 그때에 염의(焰意)라는 왕이 있었느니라. 호국아, 그 염의왕이 다스릴 때에 이 염부제는 세로와 넓이가 1만 6천 유순이었다. 호국아, 그때에 이 염부제 안에는 2만의 여러 성(城)이 있었으며 그 각각의 성에는 1천 구지[俱致]의 집이 있었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그 염의왕 자신이 살고 있던 성의 이름은 보광명(寶光明)이었느니라. 동쪽과 서쪽은 12유순이었고 남쪽과 북쪽은 7유순이었으며 7보로 이루어져 있었느니라. 그리고 보물로 된 담장이 일곱 겹으로 둘러 있고 각각의 담장은 8보(步)의 간격으로 견고하고 파괴하기 어려운 문이 있었느니라.
호국아, 그 나라 중생들의 수명은 10구지 나유타 살이었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그 염의왕은 복염(福焰)이라는 첫째 왕자를 낳았는데 단정하고 아주 잘 생겨서 몸의 빛깔이 구족하였고, 세간에서는 짝할 이가 없었으며 보는 이들은 모두가 반하였느니라.
호국아, 그 왕자가 처음 태어나는 날에 그곳에서 7보의 광[七寶藏]이 저절로 출현하였고 그 왕궁 안에서도
7보의 광이 저절로 출현하였는데 그 높이가 일곱 사람 크기였느니라.
호국아, 그 왕자가 태어날 때에 그 염부제 안의 일체 중생은 크게 기뻐하며 펄쩍펄쩍 뜀이 한량없었고, 중생으로서 감옥에 갇혀 있는 이나 칼과 쇠사슬을 쓰고 있던 이들은 몸이 저절로 풀려 벗어났느니라.
호국아, 그 복염 왕자는 세간의 모든 뛰어난 재주를 7일 안에 모두 다 배워서 성취하였느니라.
호국아, 그 복염 왕자에게 하루는 새벽녘에 정거천(淨居天)의 하늘들이 와서 말하였느니라.
‘동자(童子)여, 그대는 방일하지 말고 덧없음을 잘 관찰하여야 합니다. 동자의 목숨은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며,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것과 같이 빠를 것이니, 항상 모름지기 관찰하면서 크게 두려움을 내어야 하십니다. 업을 지으면 받게 됨은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는 정거천의 하늘들은 다시 동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동자는 부디 방일하지 마시고
또한 방일한 이를 따르지도 마십시오.
방일함을 버리면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나
방일함을 따르면 부처님께서 꾸짖으십니다.

항상 스스로 조복하면서 방일하지 않고
온갖 것을 보시하면서 질투함이 없으며
자비로 모든 중생을 생각하면
그 사람은 오래지 않아 성불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한량없는 부처님과
현재와 미래의 부처님도
모두가 선(善)으로부터 일어나셔서
방일하지 않은 도(道)에 머물렀습니다.

음식과 그리고 의복과
금․은과 영락 등을
1천만 겁[俱致劫] 동안 보시함은
위없는 도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손과 발과 귀와 코 등을
구걸하는 사람에게 기뻐하면서 보시하고
진심으로 공덕을 구하는 이면
오래지 않아서 성불하게 될 것입니다.

왕위(王位)와 위엄 있는 세력과
처자와 그리고 권속 등의
유위(有爲)는 마치 허깨비와 같나니
속히 버리고 그리워하지 마십시오.

수명이 오래 머물지 않음은
굽지 않은 그릇이 쉽게 부서지는 것과 같아서
임시로 빌어서 있는 세상이라 오래지 않나니
이것 또한 항상 정해짐이 없습니다.

부모와 그리고 권속이라도

악도(惡道)에서는 구해 주지 못하나니
중생이 짓는 선과 악은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욕심의 바다에서 구함이 많으면
서로 해치며 이롭지 못하니
건지고 구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헛되이 고달픔과 고통을 받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하고
고요히 위없는 도를 구하고자 하면
가죽과 살과 골수가 바짝 마르더라도
그대는 고통으로 여기지 마십시오.

모든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나오시기 어렵고
적멸법(寂滅法)은 듣기 어렵나니
부지런히 선지식(善知識)을 섬기면
모든 악마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악지식(惡知識)을 버리고 여의면
바른 도[正道]에 머물 수 있고
나쁘고 삿된 길을 막고 가려서
강하게 정진하며 머무르게 됩니다.

그대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마시고
금강(金剛)과 같은 마음을 지니며
모든 스승에게 길을 빠르게 물으면서
바른 믿음과 뜻을 버리지 마십시오.

모든 과거의 부처님은
항상 아란야처(阿蘭若處)를 좋아하셨으니
그대는 그분들을 따라 배우며
늘 고요한 곳에 있기를 좋아해야 합니다.

은혜와 사랑을 버리고
아내와 아들과 권속들이며
자기 몸과 수명을 버림으로써
광대한 지혜를 구하게 됩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복염 왕자는 여러 하늘로부터 게송을 듣고 나서 10년 동안을 일찍이 잠을 자는 일이 없었고 실없이 웃는 일도 없었으며, 노래와 춤을 추는 일도 없었고 기뻐하거나 즐기는 일도 없었으며, 기뻐 뛰논 일도 없었고 방일하는 일도 없었으며, 동산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권속을 좋아하지도 않았으며, 왕위를 탐내지도 않았고 재물이나 성곽(城郭)을 좋아하는 마음도 내지 않았느니라.
이렇게 안팎의 모든 물건을 모두 다 버리고 오직 선정에 들어가 고요한 방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모든 법은 무상하여 강함도 없고, 세력도 없고 견고한 것도 없으며, 잠시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 것이다. 왕위는 흥미도 없고 자유도 없으며 사랑하는 이와는 이별하고 원수끼리는 만나게 되어서 탐착할 만한 것이 없는데도 망령되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 어리석음과 허망함의 속임수 때문이요, 하나도 진실된 것이 없다. 오직 해탈과 적멸(寂滅)만이 즐거움이 되는데도 범부들은 어리석음에 취하여
항상 그런 곳에 있기를 좋아하면서 멋대로 우수하거나 열등하다[優劣]는 모양을 내고 있다. 나는 지금 이런 범부들 가운데 살고 있기는 하나 마땅히 묵묵히 머무르면서 방일하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여야 한다.’고 하였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저 염의 대왕은 이 동자를 위하여 곧 다시 승희락(勝喜樂)이라는 성(城)을 지었는데, 일곱 겹으로 보배 담을 둘러쌌고 그 성의 남쪽과 북쪽에는 7백 개의 거리[街巷]가 있었으며 거리의 담과 벽도 7보로 되었고 금방울이 달린 그물을 그 위에 다 덮었으며, 다시 진주와 많은 보물로 된 그물을 그 위에다 거듭 덮었느니라.
하나하나의 거리 첫머리에는 모두 8만 4천 개의 보배 기둥이 있었고, 그 보배 기둥 위에 6만의 보배 줄을 매어서 서로가 연결되게 하였으며, 보배 줄 사이에는 14구지[俱致]의 보물이 달린 다라수(多羅樹)가 있었는데 살살 부는 바람에 움직이면서 묘한 음성을 내는 것이 마치 북을 치지 않고도 백천의 음악 소리가 저절로 울리는 것과 같았느니라.
그리고 각각의 거리 첫머리에는 5백의 동녀(童女)를 놓아두었는데 아직 자라나는 어린 나이인데도 노래와 춤을 잘 알았나니, 그것은 모든 중생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느니라. 또 그 염의왕은 다시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너희들은 지금부터 밤이나 낮이나 다른 일은 하지말고 오직 노래하고 춤을 추고 즐겁게 놀면서 모든 중생들을 기쁘고 즐겁게 할 것이요, 사방에서 오는 이들에게도 모두 기뻐하게 하면서 나아가 한 마디의 추악한 말도 해서는 안되며, 왕자로 하여금 마음에 즐거움이 생기게 하라’고 하였느니라.
그리고는 다시 거리의 첫머리에 갖가지의 보시할 물건인 의복․음식․영락․평상․이불 및 탈 것과 코끼리․말․소․양 등 5행(行)에 소용되는 기구며,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진주 등의 보물과 바르는 향․가루향․사르는 향․쪼이는 향 및 갖가지의 꽃다발 등을 가져다 놓은 뒤에 의복을 구하는 이에게는 의복을 주고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었으며, 마실 것을 구하는 이에게는 마실 것을 주었고, 탈 것을 구하는 이에게는
탈 것을 주는 등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시하게 하였느니라.
또 다시 곳곳에다 여러 가지 값진 보물들을 쌓아 놓고는 모든 사람들이 수용하게 하였고, 또 성 안에는 궁전을 지은 뒤에 왕자가 재미있게 놀게 하려 하였으며, 그 땅에는 많은 보물들을 사이사이 섞어 놓았고, 그 성 위에는 크고 높은 누각을 만들어 보물로 장엄하였으며, 성 중앙에는 하나의 대전(大殿)을 만들어 놓고 그 대전 안에는 1천만 개의 평상을 펴놓았으며, 대전의 네 둘레는 여러 동산을 만들고 동산 안에는 나무들이 있었는데 온갖 꽃과 과일과 아름다운 나무들로 가득히 차 있었느니라.
호국아, 그 동산 안에는 7보로 된 못이 있었고 그 못의 4면(面)에는 금․은․유리․파리의 네 가지 보배로 된 계단 길이 있었으며, 그 한편에는 백 가지 보배로 만든 두 마리의 사자가 그 못 안에다 향수(香水)를 토해냈으며, 그 못의 4면에도 각각 두 마리씩의 보배 사자가 저마다 물을 끌어다 그 못에 흘러 넣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항상 우발라(優鉢羅) 꽃과 파두마(波頭摩) 꽃과 구물두(拘物頭) 꽃과 분타리(奔陀利) 꽃이 피어 있고, 그 못의 네 언덕에는 보배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며, 또 나무들에는 모든 꽃과 열매들이 둘레에 가득히 차 있고 다시 8백 그루의 보배 나무들이 있었는데, 그 보배 나무들은 모든 보배 줄에 연결되었으며, 하나하나의 보배 나무에는 저마다 비단 번기를 달았느니라. 못의 4면에는 다시 억 수(數)의 보물로 된 다라수가 있었고 그 나무 사이에도 보배 줄을 매고는 모든 금방울을 달아 놓았는데 살살 부는 바람에 움직이며 미묘한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백천의 악기를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는 것과 같았느니라.
또 모든 먼지가 낄까 하여 큰 보배 그물로 땅 위를 두루 덮었고 그 대전(大殿)안에 펴놓은 천만 개의 7보로 된 평상 위에는 저마다 5백 종류의 요를 깔았으며, 그 대전 중간에
하나의 높은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자리도 7보로 되었고 높이는 일곱 사람[七人]의 키 보다 더 높았느니라. 그리고 그 자리 위에는 8만 구지의 묘한 의복을 깔았고 그 높은 자리 앞에는 보배로 된 향로를 놓고 침수향(沈水香)을 피웠으며, 밤의 세 때와 낮의 세 때에 이름 있는 꽃들을 뿌렸고, 금으로 된 그물로 그 대전 위를 두루 덮었으며, 그 그물 곁에는 금으로 된 연꽃을 달고 다시 진주로 된 그물로 금 그물 위를 덮었느니라.
그리고 다시 8만의 밝고 깨끗한 값진 보물로 광명을 삼고 있었으며 그 동산 안에는 또 9백만의 보물 무더기를 놓아두었는데, 그 낱낱의 보물 무더기의 높이는 1유순이었으며 거기서 나오는 큰 광명으로 그 세계를 비추고 있었느니라.
호국아, 그 동산 안에는 다시 여러 새들이 있었는데 이른바 앵무새․구욕새․비둘기․기러기․학․구계라조(俱繫羅鳥)․공작 및 거위 등이었으며, 그리고 원앙새와 구나라조(俱那羅鳥)와 가릉빈가조(迦陵頻伽鳥)와 명명조(命命鳥) 등의 그러한 새들도 있으면서 울고 싶을 때에는 미묘하고 청아한 사람의 음성들을 내었는데 마치 모든 하늘의 환희원(歡喜園) 안에 있는 여러 새들의 음성과 같았으며, 무릇 내게 된 소리들은 모두가 왕자로 하여금 기쁜 마음이 생기게 하기 위한 것이었느니라. 또 다시 왕자를 위하여 따로 주방을 만들어 놓고 날마다 5백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왕자에게 공양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때에 대왕은 또 나라 안의 모든 성읍(城邑)에 사는 모든 동자(童子)들에게 널리 모이도록 명하였으므로 그 모인 동자들의 수는 무려 80구지나 되었으며, 그들의 나이는 20세 안팎이었으나 모두가 교묘한 재주를 갖추고 있었는데 모두 장엄하게 꾸민 뒤에 승희락성(勝喜樂城)으로 들어오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 동자들의 부모들은 저마다 다시 천만 구지의 채녀(婇女)들을 데리고 와서 그 동자들을 모시게 하였고, 그 동자의 권속들도 모두가 천만의 동녀들을 바치면서 부리게 하였으며,
나아가 나라 안의 큰 부자와 백성들도 저마다 천만 구지의 채녀들을 보내 주었는데, 그 채녀들의 나이는 열여섯쯤이어서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으며, 또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으면서 모두가 단정하게 생겼으므로 세간에서는 견줄 이들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그들은 음악과 노래와 춤을 잘 알았고 잘 웃으면서 언어가 부드러웠으며, 온화한 얼굴빛으로 늙은이나 젊은이들 모두를 위로하면서 달랬고, 온갖 재주가 모두 통달하였으며, 몸매가 두루 갖추어졌고 그 입에서 풍기는 향내는 마치 우발라꽃에서 나는 향기와 같았으며, 몸의 털구멍에서 나는 전단향(栴檀香)의 향기는 미묘하고 청결하여 마치 천녀(天女)와 같았느니라.
복염 왕자는 이 궁전 안에 있었으므로 채녀들은 항상 음악을 울리면서 갖가지로 공양하였으나 그때에 왕자는 이 음악 소리를 들은 뒤에 생각하기를 ‘지금 이들은 나의 큰 원수가 되어서 나의 착한 법을 빼앗고 있지만 나는 마땅히 버려야 한다.’고 하였느니라.
왕자가 그때에 그 여러 즐거운 일들을 보면서도 기뻐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음은 마치 장부가 사형(死刑)을 당하려 할 때에 비록 색욕(色欲)을 본다 하더라도 기쁨을 내지 않은 것과 같았나니, 그 복염 왕자는 그 동녀들 안에 있을 때에도 기뻐하는 마음이 없었고, 그 성 안에서 여러 권속들과 함께 모여 있으면서도 역시 기뻐하지 않았느니라.
그렇게 하면서 10년을 지냈으나 빛깔[色]의 모양을 취하지도 않았고, 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 등의 모양을 취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언제 이 원수들 안에서 벗어나게 될까? 내가 언제까지라도 방일하지 않게 되면 해탈할 수 있으리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모든 여인들은 염의왕에게 아뢰기를 ‘대왕께서는 아셔야 하나이다. 지금 이 왕자는 저희들과 함께 모여 있기는 하나 서로 기뻐하지도 않고 또한 즐거움도 누리지 않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호국아, 그때에 염의왕은 8만의 소왕(小王)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복염 왕자에게로 갔었느니라.
그리하여 그곳에 도달하자마자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온몸을 벌벌 떨며 어쩔 줄 모르다가 그만 근심과 괴로움으로 인하여 땅에 넘어지면서 기절하였는데 잠시 후에 다시 일어나서 복염 왕자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너에게는 가장 묘한 큰 과보가 있는데
어느 누가 너를 위해 안 좋은 일을 하겠느냐?
그런데도 가장 수승한 즐거움을 받지 않고
너는 나를 괴롭히고 근심하게 하는구나.

너에게 바라나니 즐거움을 누리면서 나에게 기쁨을 좀 베풀어다오.
만일 거스르는 자 있거든 나에게 말을 하라.
나는 그에게 극히 무거운 죄를 내리겠다.

너는 이 성(城)의 묘한 연꽃을 보아라.
이는 내가 생각하여 너를 위해 지었도다.
세간에서 모자란 것을 속히 말해주면
나는 제석천왕같이 모두 마련해 주리라.

너는 지금 눈과 얼굴이 마치 푸른 연꽃 같거늘
어째서 찌푸리고 펴지 않느냐?
지금의 이 채녀들은 아주 뛰어나서
미묘하고 청정하기 모든 하늘들과 같단다.

저마다 여러 재주를 잘 알고 있고
노래와 춤과 음악을 모두 통달했으니
너는 마땅히 그들과 함께하면서 서로가 재미있게 즐겨야 하거늘
어찌하여 근심하고 괴로워함이 마치 독화살을 맞은 것 같이 하느냐?
너는 이제 쾌락을 누려야 하며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있을 때가 아니다.

동산과 숲과 못은 아주 무성하여
꽃과 열매와 가지며 잎들이 울창하면서 흐드러져 있으며
넓디넓기가 하늘의 묘과림(妙果林)과도 같다.

너는 지금 한창 젊은 나이인데
안색이 마치 마른 꽃처럼 초췌하구나.
오직 즐거움만을 누려야 하며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은 하늘의 것과 같나니
미묘한 그 향수로 목욕할 것이며
꽃은 피고 벌떼들은 윙윙거리는데
너는 지금 어째서 좋아하지 않느냐?

거위와 기러기와 앵무새며 학과
명명조와 구나라새의 미묘한 소리는
향산(香山)이나 설산(雪山)과 다름이 없거늘
그 누가 보고 들으면 좋아하지 않겠느냐?

온갖 보배로 된 수승한 궁전의 진주 그물과
유리로 장엄함이 천궁(天宮)과도 같고
보좌(寶座)는 장엄하여 묘한 옷으로 덮었으며
금방울의 그물에선 묘한 음성을 낸다.

갖가지의 음성은 아주 빼어나고

길거리와 거리의 첫머리에 있는
수천의 채녀들이 울리는 음악은
마치 환희원(歡喜園)의 하늘 옥녀(玉女)들과 같거늘
왜 미혹하여 쾌락을 누리지 않느냐?
이 하늘의 몸과 같은 어린 채녀들은
네가 즐거움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여기에다 모아 놓은 것이다.

부모는 너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나는 사랑하던 아들을 잃은 것과도 같다.
근심과 한탄과 원망뿐이거늘 어찌하면 더 살 수 있겠느냐?

그때에 복염 왕자는 게송으로 부왕에게 대답하였느니라.

마치 저 공덕을 구족한 이와 같이
모든 유위(有爲)의 나고 죽는 괴로움을 보고
번뇌를 싫어하며 해탈하려 하면서
세간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있나이다.

중생들이 죽음의 그물에 빠진 것을 보고
늘 해탈하려 하면서 욕락(欲樂)을 멀리하며
보리를 가장 수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나이다.
원컨대 부왕께서는 저의 말씀을 들어 주소서.

저에게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없으며
제가 스스로 모든 욕락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온갖 은혜와 사랑은 원수와 같아서
번뇌를 더 자라게 하며 나쁜 세계로 가게 합니다.

어리석은 이 채녀들의 즐거움이란
악마의 일[魔業]을 더욱 늘리면서 얽어매고
공덕을 멀리 여의게 하면서 착하지 않은 일만 증가시키나이다.

또 미래에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하므로
모든 성인들께서 꾸짖는 이 5욕이거늘
제가 지금 어떻게 이 괴로움의 근본을 좋아하겠나이까?

이 채녀들은 바깥 물질을 빌린 것 같아서
오직 가죽 주머니에 힘줄․뼈․살과
피․오줌․똥만이 담겨 있어 속이 부정(不淨)하며
이는 진짜 죽은 시체인데 어떻게 좋아하겠나이까?

노래와 춤과 음악과 재주 등은
마치 요술과 같고 꿈과 같은 속임수인데
어리석은 이는 분별하면서 바른 길을 잃거늘
제가 어찌 따르면서 사랑하겠나이까?

동산 숲의 꽃과 열매는 겨울이 되면
마르고 누렇게 되면서 모두 떨어지며
무상하여 흩어지고 무너지면서 오래 머물지 않으며
수명도 정해짐이 없건만 어리석은 이는 방일하나이다.

마음은 마치 큰 바다와 같아서 만족할 줄 모르고
은애(恩愛)는 더욱 자라나 구해도 싫증냄이 없으며
항상 욕심을 위해 잔인하고 남을 해치지만
저는 수미산이 바람에 요동하지 않는 것 같나이다.


부모와 형제와 자매 등과
처가와 벗과 모든 권속들이며
왕위와 백관과 그리고 세력으로써도
악도(惡道)에 떨어지면 구해 주지 못하나이다.

저희들은 지금 마치 풀과 이슬과 같고
번갯불이 잠깐도 머무르지 않는 것 같으며
마음과 뜻은 산란하여 일정한 곳이 없나니
이를 생각하고 보면서 방일하지 않나이다.

아, 젊은 나이도 오래 머물지 않고
아, 수명도 마치 잘 흐르는 물과 같으며
아, 유위(有爲)는 마치 뜬구름과 같은데
아, 삼계(三界)에서 왕위를 구하겠나이까?

지혜 있는 이가 와서 방일하지 말라 가르쳐 주었는데
보살은 세간을 탐냄이 없나이다.
만일 부처가 되어 남을 구제하고자 한다면
부왕이시여, 방일하면서 부처는 될 수 없나이다.

모든 욕심을 따라 애욕의 종이 되면
그는 공덕을 잃고 착한 길이 없으며
만일 이 몸으로 살생(殺生)을 탐하게 되면
마치 새가 그물에 있으면서 살려고 함과 같나이다.

경계는 마치 악한 독사와 같고
모든 음(陰)은 마치 원수와 도둑 같으며
그 마음이 유(有)에 집착하여 이익이 없음은
마치 텅 빈 마을에 의지할 이가 없는 것 같나이다.

부모와 동산 숲은 마치 독나무와 같고
무상함의 폭포수에 모두 떠내려가거늘
제가 이제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세간에는 바른 행[正行]이 없다고 보나이다.

마치 겁(劫)이 다할 때에 훨훨 타는 불과 같이
중생은 그 안에서 큰 고통을 받나니
저는 이들을 해탈시키기 위하여
속히 법다운 배[船]가 되겠나이다.

중생은 오랜 잠에서 스스로 깨어나지 못하고
병든 지 오래 된 이를 저는 치료하겠으며
독화살을 뽑아주어 안락하게 하고
그의 삿된 길을 없애 바른 길에 머물게 하겠나이다.

삼계에 얽매여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저는 설법하여 벗어나게 하겠으며
중생은 빈궁하여 법의 재물이 없으므로
저는 착한 교법을 베풀어서 부자가 되게 하겠나이다.

나쁜 세계의 길 안에 빠져 헤매는 이를
저는 기꺼이 가르쳐 보이고 잘 인도하여
저는 모든 애욕의 나무를 꺾어 뽑아내고
모든 자비로 지혜 등불을 켜고자 하나이다.

삼계의 큰 불 무더기를 보고
또 자비의 큰 구름을 일으켜

바라밀로써 고루 덮으면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번갯불을 번쩍이며
도품(道品)과 총지(總持)로써 비를 삼은 뒤에
맑고 시원하게 뜨거운 번뇌의 불길을 끄겠나이다.

저는 이 때문에 왕가(王家)에 태어나
유위(有爲)에 있으나 욕심을 좋아하지 않으며

저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세상에 날 때마다 보리를 구하면서
한결같이 모든 존재[有]의 쾌락을 좋아하지 않나니
부왕이시여, 저는 지금 원수들 속에 있나이다.

지혜 있는 이면 어떻게 이 길을 좋아하겠나이까?
눈이 있으면 높은 언덕에서 떨어지지 않듯이
보리를 구하는 자면 방일함을 버리게 되지만
일체 세간은 갈래[趣]를 따르고 있습니다.

저만은 그런 행을 거역하고자 하나니
대왕이시여, 저의 말은 끝내 거짓이 아니옵니다.
부디 부왕께서는 본궁(本宮)으로 돌아가소서.
세간의 왕위 등은 버리기를 원하옵니다.

저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가지게 하십시오.
만일 방일함을 즐기면서 왕위를 탐하라면
억 수의 왕위라도 저는 바라지 않나니
만일 궁중 안에 있는 다면 도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고요하고 두려움 없는 데에 있어야 하되
만일 5욕을 좋아한다면 이 일을 이룰 수 없나니
저는 산과 숲으로 가서 고요한 데 있겠으며
그곳에 이르러서 보리를 구하겠나이다.
3세의 모든 여래는 아란야처에 계시면서
보리를 깨쳤으며 5욕에는 머무시지 않았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신 뒤에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때에 그 복염 왕자는 부왕에게 이런 게송으로 말한 뒤에 궁전에 있으면서 여러 채녀들과 서로 함께 거닐면서도 마음이 불안하였으나 오직 세 가지의 위의(威儀)에만 머물러 있었으니, 무엇을 세 가지의 위의라 하는가 하면, 이른바 가고 서고 앉는 것이니라. 그리하여 눕거나 잠을 자지 않으면서 높은 누각의 8층 위에 있었는데 한밤중에 위의 허공에서 정거천(淨居天)의 하늘들이 공중을 다니면서 부처님의 공덕과 나아가 교법[法]과 승가[僧]의 공덕을 찬탄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그 복염 왕자는 그 여러 하늘들이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을 듣고 나자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고 온몸이 벌벌 떨렸으므로
열 손가락을 합치고 게송으로써 그 하늘들에게 말하였느니라.”

장하십니다. 여러 하늘들이여,
저희들의 괴로움을 가엾이 여기어
고달프다는 마음을 내지 마십시오.
저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들은 허공을 다니면서
누구의 공덕을 찬탄하십니까?
저는 이 찬탄하는 소리를 듣고
마음에 큰 기쁨이 생깁니다.

부처님께서 호국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그 하늘들은 게송으로써 복염 왕자에게 대답하였느니라.”

동자여, 당신은 듣지 못했습니까?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부처님의 명호는 길리의(吉利意)이십니다.
귀의할 데 없는 이에게 귀의할 이가 되어 주십니다.

사람들의 마음의 작용을 능히 아시고
복과 지혜가 구족하게 원만하시며
거룩한 대중으로서 선정(禪定)을 갖춘 이도
백천 나유타나 되십니다.

그때에 복염 왕자는 다시 게송으로써 그 하늘들에게 말하였느니라.

저는 아직 그 부처님 몸을 뵙지 못했으니
당신들은 그 모습을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만일 듣고 뵙게 되면
그 부처님께 보리의 도를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중생을 교화하시고
어떻게 장차 오는 세상에
중생 가운데서 높은 이가 될 것인가를
저를 위하여 해설하여 주옵소서.’

그때에 정거천의 하늘들은 게송으로써 복염 왕자에게 말하였느니라.

세존의 윤택한 머릿결은
오른편으로 말리고 푸른빛이며
정수리는 높아서 마치 수미산 같습니다.

백호상(白毫相)은 맑은 해와 같고
청정하기는 마치 유리(琉璃)와 같으며
묘한 빛깔이면서 오른편으로 말렸습니다.

귀와 눈은 심히 길면서 넓고
빛깔은 마치 푸른 연꽃 같으며
네모진 뺨은 마치 사자와 같고
입술은 마치 빈바(頻婆)의 열매와 같습니다.

치아는 아주 가지런하고 촘촘하며
청정하기는 마치 흰 눈과 같으면서
40개를 온전히 갖추어 계시고
매우 날카로운 네 개의 어금니를 지니셨습니다.

혀는 길어서 얼굴을 능히 덮고
그 위덕은 크게 자재하시며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억수(億數)의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차게 하면서
모든 악도(惡道)를 말려 없애십니다.

위없고 가장 훌륭한 높은 이께서는
묘한 음성으로 진실을 알리어
듣는 이로 하여금 기쁘게 하고
모든 중생의 소원을 충족시켜주시며
저 여의주(如意珠)보다도 뛰어나서
공덕에서도 모자라거나 부족함이 없으십니다.

도의 갈래[道分]을 따르면서

법의 다발[法鬘]을 장엄하시고
백천 종류의 음성으로
연설하시되 거짓 말씀이 없습니다.

온갖 하늘들보다 뛰어나고
모든 범천(梵天)의 음성보다 뛰어나시어
다른 이들이 듣고 기쁨을 내나니
모든 긴타라(緊陀羅)보다 수승하십니다.

가릉빈가(迦陵頻伽)와 구시라(俱翅羅)와
원앙새와 큰기러기와 학이며
구나라(俱那羅) 새 등의 맑은 소리가
화합된 갖가지의 음성이십니다.

말씨는 뒤섞이거나 어지럽지 않고
뜻을 환히 나타나게 하며
묘하고 깨끗하기 유리와 같아서
지혜로운 이로 하여금 즐겁게 하십니다.

가르치면서 도의 마음을 내게 하면
마음이 청정해지면서 뛰놀게 되며
다른 이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따르면서
의심 있는 이의 질문을 결단해 주십니다.

저 존귀한 법왕(法王)이시고
자유자재하신 큰 세존께서는
이런 수승한 법음(法音)을 지니고 계시고
목은 곧고 어깨는 원만하십니다.

팔을 내리시면 무릎을 지나가고
손가락과 손바닥은 만망(鬘網)에 길다랗고
일곱 군데[七處]가 다 편편하고 꽉 차셨으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수승한 손을 들어
모든 중생을 편안토록 위로하시고
몸의 빛깔은 마치 순금과 같습니다.

낱낱의 털은 오른쪽으로 말려 있고
배꼽은 깊으면서도 은밀하며
음장(陰藏)은 마치 말의 것과 같으며
넓적다리는 마치 코끼리 왕의 코와 같고
가늘고 긴 어깨뼈는 사슴왕 같으며
발바닥에는 연꽃 무늬가 있습니다.

천 개의 수레바퀴살의 그물이 완연하며
뒤돌아보심은 마치 코끼리 왕과 같고
걸음걸이는 마치 사자와 같나니
온몸이 다 서로 부합되시옵니다.

마치 제석천(帝釋天)의 지팡이가
공중에서 하늘의 꽃을 비 내리듯 하고
위에서 변화로 일산을 만들며
가거나 서거나 항상 따라다니듯
법왕(法王)께 있는 희유한 일들이옵니다.

이익이 있거나 이익이 없거나
즐거운 일이거나 괴로운 일이거나
이름이 나거나 이름이 나지 않거나
칭찬하거나 헐뜯거나 간에

모두에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음은
마치 물 안에 피어 있는 꽃 같고
또한 사자의 왕과 같아서
중생 안에서는 견줄 데가 없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호국아, 그때에 복염 왕자는 그 여러 하늘들로부터 부처님의 공덕과 나아가 교법과 승가의 공덕을 들은 뒤에 뛸 듯이 기뻐하면서 어쩔 줄 몰랐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복염 왕자는 다시 생각하였느니라.
‘이러한 모든 세존께서는 이러한 대중들이 있고, 이러한 깨달음과 가장 수승하고 묘한 법을 성취하셨으며,
이렇게 거룩한 대중인 제자들도 성취하였는데 나는 만나 뵙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금 나고 죽음의 모든 악(惡)과 괴로움을 만나 이와 같이 나고 죽고 하면서 옳은 이익이 없으며, 모든 범부들은 나라는 소견[我見]에 집착하고 집에서 살면서 여러 허물들이 많으며 욕심을 탐하면서 싫증냄이 없나니, 지혜 있는 이들은 방일함과 무명(無明)의 어두움에 가려져 있음을 꾸짖고 헐뜯는다.
이렇기 때문에 모든 지어감[行]은 꿰뚫기 어렵고 이렇기 때문에 의식[識]은 심히 항복받기 어려우며, 이렇기 때문에 이름과 물질[名色]은 심히 깊어서 깨닫기 어렵고, 이렇기 때문에 여섯의 감관[六入]은 자재하지 못하며, 이렇기 때문에 나쁜 감촉[觸]은 과보로 받아 지니고, 이렇기 때문에 어리석어서 여러 허물들이 많으며, 이렇기 때문에 갈애(渴愛)로 견고한 속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모든 집착[取]은 심히 여의기가 어렵고, 이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有]에는 성인의 도가 없으며, 이렇기 때문에 태어남[生]은 심히 해탈하기 어렵고, 이렇기 때문에 늙음[老]은 젊은 나이를 무너뜨리며, 이렇기 때문에 병(病)은 씩씩한 빛깔을 줄여 없애고, 이렇기 때문에 죽음[死]은 윤택함이 없으며, 이렇기 때문에 살면서[生] 여러 쇠뇌(衰惱)가 많으며, 이렇기 때문에 가고 오고 하면서[往來] 이익이 없다.
이와 같이 미묘한 여래의 바른 교법은 심히 좋아할 만한데 어떻게 하면 좋아할 수 있을까? 모든 번뇌 때문에 그 마음이 미혹되고 모든 악한 생각[惡覺] 때문에 흐리고 어지러워 청정하지 못하며 마음은 항상 방일하여 언제나 어리석은 무리들과 함께 벗하고 있으면서 착하지 못한 생각으로 마음이 항상 물들고 집착하며 번뇌와 생사(生死)로 나쁜 벗을 좋아하게 된다.
항상 이와 같이 모든 악과 함께하므로 오히려 세간의 깨끗함과 착함도 이룩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제 곧 이 누각의 동쪽으로 빠져나가리라. 하지만 만일 문으로 빠져나가면 모든 권속들이 방해할까 두렵다.’”
부처님께서 이어 호국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복염 왕자는 길리의(吉利意)여래 곁으로 가고자 하면서
곧 그 여래께서 계신 곳을 향하여 몸을 굽히면서 다시 이런 말을 하였느니라.
‘만일 저 여래께서 온갖 것을 아시고 보시는 이라면 역시 저를 기억하실 것이다.’
호국아, 그때에 길리의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는 곧 오른손을 펴시면서 큰 광명을 놓아 복염 왕자를 비추셨으며, 곧 그 광명 안에는 백천의 잎사귀가 달린 큰 수레바퀴 만한 한 송이 연꽃이 솟아 나왔느니라.
그리하여 그 연꽃은 백천의 광명을 놓았고, 그 광명은 복염 왕자의 몸을 왕성하게 비추었는데 그때에 복염 왕자는 이내 자신이 그 연꽃 안에 있음을 보고 그 꽃 속에서 합장하고 몸을 굽혀 길리의 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를 향하여 입으로 세 번 ‘나무 불타야(南無佛陀耶), 나무불타야, 나무 불타야’라고 외쳤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길리의여래께서 도로 광명을 거두어 들이시자 복염 왕자는 곧 그 부처님의 광명을 타고 여래 앞에까지 와서 마치 큰 나무가 거꾸러지듯 온몸을 땅에 던지면서 그 여래께 1천 배(拜)를 올렸느니라.
호국아, 그리고 나서 그때에 복염 왕자는 게송으로써 세존께 아뢰었느니라.”

저는 오래 전부터 중병(重病)을 앓아 오다가
이제야 큰 의왕(醫王)을 만났사오니
이 괴로움의 액난(厄難) 가운데서
세존께서는 저를 구제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어떻게 하면 이 법 안에 머물러서
장차 큰복과 이익을 얻게 되오리까?
원컨대 명백히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이시여, 저는 지난번
밤중에 모든 하늘들이 와서
저에게 방일하지 말도록 가르쳐 주었나이다.

이 하늘들의 가르침을 들은 뒤에
두려워하며 이곳에 와서
이제 위대하신 세존께 묻사옵니다.
어떻게 하면 방일하지 않겠나이까?

저는 이제 바른 길을 잃었나니
원컨대 상주(商主)가 되어 주소서.
저는 이제 마치 소경과 같나니
원컨대 저를 위해 눈이 되어 주소서.

저는 지금 험한 언덕에 임하였으니
세존께서는 구제하여 건너게 하소서.
원컨대 큰 자비를 베풀어
저로 하여금 바른 믿음을 내게 하소서.

마치 병이 들어 위독한 자와 같나니

원컨대 속히 치료하여 주소서.
저는 지금 마치 가난한 사람과 같나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거두어 주소서.

저는 지금 얽매어 있나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풀리게 하소서.
저의 마음에는 큰 의혹이 있나니
저의 의심 그물을 결단하여 주시어
저의 수행할 곳을 보여 주소서.
어떻게 하면 보리를 얻게 되겠습니까?

저는 지금 큰물에 빠져 있나니
원컨대 저를 건져 주소서.
저는 엄청난 암흑 속에 있사오니
큰 법의 횃불을 켜 주소서.

저의 몸에는 큰 상처가 있나니
원컨대 치료하여 속히 낫게 하소서.
저의 몸에는 독화살이 있나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뽑아내 주소서.

항상 모든 나쁜 길에 떨어져 있나니
원컨대 자비로 저를 구제하소서.
모든 존재[有]에 집착되어 있는 자이니
삿됨[邪]에서 돌려 바른 길에 머물게 하소서.

저는 근심의 강물에 빠져 있나니
원컨대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가게 하시고
여덟 가지 거룩한 도[八聖道]에 머물게 하소서.

저의 수명이 촉박한지라
선(善)을 구함에도 장애가 많나니
원컨대 이제부터 이후에는
진여(眞如)의 목숨에 머물게 하소서.

저는 지금 몸이 한가하고 고요하여
이미 모든 어려움을 여의었고
복을 지으면 반드시 복을 얻게 되리니
저를 위하여 의심을 결단하여 주소서.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보살이 방일하지 않으면서
위없는 도에 향하여 나아가면
미래 세상에는 보리를 증득하고
모든 존재의 속박에서 풀려나는 것을 말씀해주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호국아, 그때에 길리의여래께서는 복염 왕자의 마음을 아시고 나서 그를 위하여 모든 보살의 행을 널리 말씀하시자, 그 복염 왕자는 이 법을 듣고 나서 바로 해탈(解脫)이라 하는 다라니를 얻었으며 또한 다섯 가지의 신통을 얻고는 즉시 허공으로 올라가 변화로 여러 가지 꽃을 만들어서 부처님 위에다 뿌렸고 이렇게 또 거듭거듭 뿌렸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복염 왕자는 허공으로부터 내려오자마자 곧 게송으로써 그 길리의여래를 찬탄하였느니라.”

얼굴이 깨끗하기 마치 보름달 같고
금빛을 지니신 세존께 경례하옵니다.
지혜는 견줄 이 없고 때[垢]를 여의신
삼계에서 높으신 이께 경례하옵니다.

머리카락은 깨끗하고 광명은 윤택하며
정수리는 마치 수미산처럼 높아
보는 이들은 싫증냄이 없으며
눈썹 사이의 백호상(白毫相)은
청정하고 묘한 광명이옵니다.


눈은 마치 푸른 연꽃과 같아
미묘하고 매우 특별하고 빼어나시며
자비심으로 가엾이 여기면서
모든 세간을 살펴보시옵니다.

여래께서 지닌 넓고도 긴 혀는
부드럽고 얇음이 적동(赤銅)과 같으며
내 놓으시면 얼굴을 두루 덮을 수 있고
설법으로 대중들을 교도하시니
그 미묘한 음성에게 경례하옵니다.

치아는 희기가 마치 흰눈과 같고
단단하고 충실하기 금강(金剛)과 같으며
가지런하고 촘촘하게 40개를 갖추셨나이다.

기뻐하시면서 미소지으실 적에는
한량없는 중생들을 교화하시니
아름답고 진실한 말씀에 경례하옵고
세존의 빛깔은 세간에서 견줄 이 없나이다.

광명을 놓아 모든 세계를 비추게 되면
범천(梵天)과 그리고 호세(護世)의
그 광명들은 모두 다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슴왕 같은 가냘프고 고른 어깨뼈며
걸으실 때는 마치 코끼리 왕과 같고
또한 사자와 같으시며
조용히 발을 딛으실 때에도
땅이 움직이고 모든 산이 흔들리옵니다.

세존께서는 몸매[相]을 원만히 갖추셨고
피부는 부드럽고 묘하고 윤택하며
몸은 마치 황금의 빛과 같고
위엄 있는 광명은 견줄 이 없어
보는 이들은 싫증을 냄이 없습니다.

고행하시면서 무수한 겁 동안
고달파함 없이 보시를 즐기시고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보셨나니
그러므로 대비(大悲)하신 어버이께 예배하옵니다.

세존께서는 항상 보시와 지계를 즐기시고
인욕과 정진에 굳게 머무셨으며
선정과 반야와
총지(總持)와 지혜는 견줄 데 없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경례하옵니다.

세존께서 법을 설하실 때에는
모든 외도를 항복받으시며
대중에 계실 때는 마치 사자와 같으시고
의왕(醫王)께서는 세 가지 번뇌를 없애므로
듣는 이들은 모두가 기뻐하나니
이 때문에 저는 지금 경례하옵니다.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여
삼계에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음은
마치 물에 있는 연꽃과 같사옵니다.

세존의 음성은 범천(梵天)과 같고
가릉빈가의 음성과 같으며
삼계의 언덕을 건너가셨나니
이 때문에 저는 경례하옵니다.

세존께서는 모든 세간을
마치 요술과 같고 꿈과 같다고 보시며
재주를 부리는 아이의 장난과 같다고 보시고
모든 법에는 나가 없고
중생과 목숨도 없다고 하십니다.

또한 마치 물 속의 달과 같고
공하고 고요하여 생기는 곳이 없다고 하시며
이와 같이 세간을 아신 뒤에는
그들을 위하여 방편을 지으시어
백천 가지의 모든 법문과
자비로 중생들을 포용하십니다.

중생들은 모든 허물이 많고
모든 독(毒)이 항상 훨훨 타므로
이런 뜨거운 번뇌를 관찰하신 뒤에는
마치 큰 의왕(醫王)과 같이
항상 세간을 돌아다니시면서
무수한 중생들을 구제하십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과

사랑하는 이와는 이별하고 원수와는 만나며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등의
세간의 고뇌를 관찰하신 뒤에는
자비로 제도하고 해탈시키시옵니다.

항상 세간을 돌아다니시며
세간은 마치 수레바퀴와 같아서
하늘과 인간과 혹은 축생이며
지옥과 아귀 속을 바퀴 돌 듯하면서
갈팡질팡 헤매며 길잡이가 없으므로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가장 수승한 길잡이로 나타나시옵니다.

과거에 계셨던 모든 부처님께서는
법왕(法王)으로서 세간을 여의면서
역시 이 거룩한 도[聖道]를 말씀하셨나니
지금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나이다.

청정하여 더러움과 흐림이 없고
대범천왕(大梵天王)보다 수승하며
또한 건달바(揵闥婆)와
모든 천녀(天女)들보다 더 뛰어난
이와 같은 모든 음성으로
여래의 음성은 가장 뛰어나게
세간을 위하여 해설하시어
진실로 법인(法忍)을 이익되게 하시나이다.

갖가지의 방편으로
모든 공덕을 두루 갖춘
백천 나유타 수를 말씀하시므로
모든 중생들은 듣고 나서
3승(乘)의 적멸(寂滅)을 증득하나이다.

만일 어떤 이라도 공양하면
수승하고 으뜸가는 묘한 즐거움 얻으며
한량없는 하늘과 사람들은
장차 바르고 참된 도(道)를 얻게 될 것입니다.

혹은 인간에서 왕이 되기도 하고
큰 부자인 장자가 되기도 하며
혹은 1천하(一天下)를 거느리기도 하고
2, 3, 4천하를 거느리기도 하면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10선(善)으로 중생을 교화하고
7보(寶)로 쾌락을 두루 갖춤도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까닭이옵니다.

혹은 제석․범왕이 되기도 하고
4천왕이 되기도 하며
도솔천왕․화락천왕이 되기도 하고
타화자재천왕과 수야마천왕이 되기도 하는
이것도 부처님께 공양한 까닭이옵니다.

오는 세상에 부처님이 되려고
이와 같이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혹은 뵙기도 하고 혹은 음성을 듣기도 하는 등
헛되이 지나침이 없는 이면
많은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주고
감로의 의지처를 증득하게 되며
가장 미묘하게 늙고 병듦이 없게 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바른 길[正道]을 아시므로
바른 길을 잘 말씀하시어
모든 나쁜 길[惡道]을 능히 끊고
두려움이 없는 길에 머물게 하시나이다.

때[垢]가 없는 크고 거룩한 길이라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어 주시니
만일 복덕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름지기 부처님 곁에서 심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장차 그지없는 광[無盡藏]을 얻게 되며
수많은 구지 겁 동안에도
그 복은 다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성불하기 전까지는
장차 청정한 세계에 가 나며
미묘하기 마치 타화자재천과 같고
태어난 뒤에는 크게 기뻐하나이다.

그 묘한 세계 안에 있는

중생들은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나니
이와 같은 등의 공덕도
모두가 부처님께 공양한 까닭이옵니다.

만일 저 중생의 무리들이
하늘과 열반과
인간 안의 쾌락을 구하면
그 복의 과보 등은 한량이 없나니
이것도 모두 다할 수 없나이다.

큰 이름으로 수승하게 공양하면
다시 백의 세계 안에서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장차 큰 명망을 말하게 되리니
이것도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는 까닭이옵니다.

여래께서는 뜨거운 번뇌를 없애주어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하게 하시고
자비로 기쁨을 나타나게 하시며
모든 감관은 고요하고 청정하여
인간 안에서 가장 수승한 왕이시고
한량없는 공덕의 무더기이오니
이 때문에 저는 머리를 조아리옵니다.

저는 이미 다섯 가지의 신통을 얻어
허공으로 올라 날 수 있으며
세존의 묘한 음성을 들었사오니
미래에 만일 부처가 되면
대중을 위해 미묘하게 연설하면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겠나이다.

저는 공덕 무더기를 찬탄한
이 때[垢] 없는 청정한 복으로써
하늘과 사람과 모든 용 등과
야차와 건달바며
모든 중생들이
오는 세상에 성불하기를 원하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신 뒤에 다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호국아, 그때에 염의 대왕은 그 밤을 지난 뒤에 그 동자의 궁 안에서 나는 우는 소리를 들었으며 듣자마자 수레를 몰아 승희락성으로 가서 여러 채녀들에게 물었느니라.
‘너희들은 지금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느냐?’
그러자 그 채녀들은 대왕께 아뢰었느니라.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복염 왕자께서 밤중에 갑자기 보이지 않습니다.’
호국아, 그때에 염의왕은 이 말을 듣자마자 그만 기절하면서 마치 큰 나무가 거꾸러지듯 땅에 넘어졌는데 잠시 후에야 깨나서는 큰 소리로 슬피 울며 몹시 오뇌(懊惱)하면서 그 성을 백천 바퀴를 돌며 찾았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그곳의 성을 수호하는 천신(天神)이 염의왕에게 말하였느니라.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여기서 동방으로 세존이 계시는데 명호는 성리혜(成利慧)이십니다. 대왕이시여, 왕자는 지금 그곳에 있으면서 그 세존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받들어 섬기면서 공양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때에 염의왕은 천신이 하는 말을 듣고 즉시 동자궁 안의 여러 채녀들과 왕의 시종 8만 4천 구지 나유타 대중을 이끌고 동방으로 향하여 성리혜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께로 나아갔으며 그곳에 도달한 뒤에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편에 서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느니라.”

공덕과 지혜의 바다이시고
인간 중에 장부이시며 동등하게 같은 이 없고
삼계에서 가장 수승하여 견줄 데 없는 이께 경례하옵니다.

천왕(天王)과 아수라의 모두가 공양하고
중생 가운데에서 특별히 수승하시며 가장 지극히 높으신 이라
부처님의 모습을 뵈면 싫증냄이 없나이다.

32상(相)으로 장엄하신 몸은
마치 수미(須彌)의 보배 같아 청정하며
부처님 몸은 미묘하고 자금(紫金)의 빛깔이라
보는 이마다 반하는 분께 저는 예배하나이다.

한량없는 백천억 수의 겁 동안에
여래는 고행(苦行)하며 게으름이 없으셨고
한량없는 겁 동안 부처님께 공양한
그 수는 백천 구지라 셀 수조차 없나이다.

옛날에 행한 보시는 불가사의하고
그 때문에 몸의 빛은 아주 엄정(嚴淨)하시며
보시와 지계와 선정과 지혜며
인욕과 정진에 방편이 교묘하셨나이다.

세존의 몸의 빛은 아주 청정하여
해․달․마니(摩尼)의 광명보다 뛰어나므로
제석․범왕의 광명은 숨어 없어져버리며
부처님께서는 묘한 빛깔을 나타내시며 세간을 위하나이다.

혹은 도솔천에 나타나 계시고
혹은 하생(下生)하려 함을 보이기도 하셨으며
혹은 청정한 흰 코끼리의 몸을 나타내어
꿈 속에서 오른쪽 겨드랑이를 거쳐
어머니 태 안으로 드셨나이다.

부처님 몸이 출현한 것은 마치 허공과 같고
마치 그림자와 물 속의 달과 꿈과 허깨비 같으며
부처님 몸의 응현(應現)도 역시 그와 같사옵니다.
또 다시 처음 태어나는 때도 보이셨나니
혹은 일곱 걸음을 걸어가 장부임을 보이면서
‘하늘과 인간에서 나는 가장 위이고
나는 고통을 받는 중생을 구제할 것이며
모든 법 안에서 의혹이 없다’고 부르짖기도 하셨나이다.


중생을 위하여 글을 배우기 시작함도 보이시고
선정과 적정(寂靜)함을 성취하는 것도 보이시며
채녀들 가운데에 계시고
부모와 처자를 버리는 것도 보이셨나이다.

권속과 종친(宗親)이 연모하며 우는데도
집을 버리고 숲에서 사시면서 항상 혼자 거닐므로
천만의 하늘들이 항상 에워싸고
언제나 찬탄하면서 싫증냄이 없나이다.

오래 전에 이미 네 가지의 악마를 항복받으셨는데도
이 세계에서 비로소 항복받은 것처럼 보이셨고
오래 전에 이미 끝없는 법륜을 굴리셨는데도
이제 자비로써 처음 굴리심을 보이셨나이다.

세간이 항상 있다는 생각에 집착한 것을 보시고
대중 앞에서 ‘나는 열반하였다’고 하셨으며
모든 세간이 생사(生死)를 즐김을 보시고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적멸한 경계를 말씀하셨나이다.

복과 지혜와 방편은 비유할 데 없고
몸은 광명을 놓아 많은 세계 비추므로
모든 곳의 보살들이 광명을 찾아와서
세존의 불가사의함에 머리 조아리옵니다.

법왕께서 그들에게 미묘한 법을 말씀하면
마음에 기쁨을 내면서 청정함을 증득하며
중생을 위해 나타내신 몸은 세간과 동일하나
부처님 몸은 오는 데도 없고 가는 데도 없나이다.

여래께서 법에 머무르되 마치 허깨비와 같나니
이 때문에 대장부께 머리 조아리며
거룩한 세존께서는 묘한 도를 말씀하여
중생들에게 보리의 길을 드러내시옵니다.

저를 위해 수승한 법문을 드러내 보이시면
이 때문에 저는 이제 이 법을 증득하고
여래께서 저에게 나타내어 보이신 것을
저는 증득하여 모두 중생들을 위해 말하겠나이다.

부처님 지혜는 번뇌가 없고 삼계에서 높은지라
저는 지금 부처님의 모든 공덕을 찬탄하나니
원컨대 세간의 모든 중생들과 함께
속히 적멸한 위없는 도를 증득하게 하소서.

그때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호국아, 그때에 그 성리혜(成利慧)여래께서는 염의왕의 깊은 신심을 아시고 나서 그에 알맞게 설법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안의 불퇴전의 지위[不退轉地]에 머무르게 하였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그 복염 왕자는 성리혜여래께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여래와 비구승들을 청하여 저의 성 안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가엾이 여기시어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때에 성리혜여래께서는 왕자를 가엾이 여기셔서 잠자코 청을 수락하셨느니라.
호국아, 그때에 복염 왕자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셨음을 알고 그의 부모에게 아뢰는 한편, 모든 권속들과 채녀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부모님께서나 여러분들은 아셔야 합니다. 저는 이제 승희락성과 장엄한 기구들을 모두 다 저 여래와 비구 스님들께 받들어 보시하겠으며, 끝내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원컨대 부모님과 모든 권속들은 따라 기뻐하는[隨喜] 마음을 내어 주십시오.’
그러자 그때에 부모와 권속들은 일시에 소리를 같이하여 말하였느니라.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우리는 모두가 따라 기뻐하리라.’
호국아, 그때에 복염 왕자는 즉시 승희락성을 다시 좋게 장엄하여 여래께 바쳤으며, 그때에 왕자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날마다 5백 가지의 아주 맛있는 음식들을 장만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느니라.
그리고 다시 비구들을 위하여 승가람(僧伽藍)을 지어서 모두 7보로 그 방(房)을 장엄하고, 집 안에는 여러 가지 빛깔인 비단 이불 수백천 벌을 깔아주었으며, 또 비구 스님들을 위하여 날마다 깨끗한 새 옷을 만들어서 대중들의 뜻에 맞는 대로 보시하였고, 또 다시 경행처(經行處)를 만들어서 모두 많은 보배로 그 땅을 장엄한 뒤에 보배 그물을 그 위에다 덮었으며, 거니시는 양편에는 갖가지 나무와 꽃과 열매를 심었는데, 여러 가지 꽃으로서는 우발라꽃과 파두마꽃과 분타리꽃 등이 피어 있었으며 그 밖의 온갖 꽃들도 모두 갖추지 않음이 없었느니라.
그 왕자는 이와 같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기를 3억 구지 년 동안을 하였으며, 그 동안에는 일찍이 잠을 잔 적도 없고 몸과 목숨을 아끼지도 않았으며, 오직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것만을 생각했을 뿐이요, 그 사이에는 탐욕의 마음도 없었고 성내는 마음도 없었으며,
왕위에 대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도 않았느니라. 온갖 것에 대하여 몸과 목숨조차도 버렸거늘 하물며 또 그 밖의 물건이겠느냐?
다시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이 있으면 모두 다 받아 지니면서 끝내 잊지 않았고 한 글귀에 이르기까지도 일찍이 여래께 거듭 묻는 일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그 동안에는 오직 밥 때와 대소변을 누는 일을 제외한 그 밖의 시간에는 목욕도 하지 않았고, 소유(蘇油)를 몸에 바르지도 않았으며, 또한 발도 씻지 않았고 또한 앉거나 눕지도 않았나니, 나아가 끝내 고달프다는 생각도 없었느니라.
그리고 그 여래께서 열반하신 때에는 스스로가 붉은 전단(栴檀)을 가져다 쌓아놓고 여래의 몸을 다비하였고, 여래의 몸을 화장한 뒤에는 갖가지의 으뜸가는 공양 거리로써 사리(舍利)에게 공양하였느니라. 또 염부제 안의 곳곳에서는 모든 꽃다발과 이름 있는 향과 갖가지의 음악이며 나아가 번기와 일산과 보배 당기로써 사리에게 공양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공양한 뒤에는 그 사리를 위하여 다시 99구지의 보배 탑을 따로 세웠는데 그 모든 탑들은 7보로 이루어졌으며, 다시 여러 보물과 진주로 된 그물로써 탑 위를 덮었느니라.
또 모든 탑을 위하여 7보로 된 일산을 만들어서 그 낱낱의 탑에 5백씩의 보배 일산을 받들어 시설하였고, 또 그 낱낱의 탑에 수백 종류의 음악을 바쳤으며, 염부제 안의 곳곳마다 모두 여러 예쁜 꽃나무를 심게 하였고, 그 낱낱의 탑 앞에는 백천 개의 등불을 켜게 하였으며, 낱낱의 등불에는 천 섬[斛]씩의 기름을 부어 놓았느니라. 그리고 또 온갖 바르는 향․가루 향․사르는 향과 모든 꽃다발 등으로써 그 탑에 공양하였느니라.
그때에 복염 왕자는 이렇게 구지 년 동안을 공양한 뒤에 출가하였고, 출가한 뒤에는 오직 옷 세 벌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항상 걸식하였으며, 두타(頭陀)를 즐기면서 한결같이 앉아서만 있었을 뿐 눕지 않았고,
그 밖의 시간에도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또한 남에게 구하는 일도 없었고 온갖 것을 보시하면서도 마음에 보답을 바라지 않았으며, 항상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였느니라. 이렇게 하면서 4구지 년 동안을 지냈으며, 나아가 만일 어떤 이가 한 마디로라도 좋은 말로써 그를 칭찬하면 그것조차도 마음에서 오히려 받지 않았거늘 하물며 남의 물건인 이곳을 받았겠느냐?
또 법을 들을 적에는 고달프다는 생각이 없었고 항상 모든 하늘들이 그를 섬기면서 공양하였느니라. 그때에 그 국토 안에는 왕과 대신과 부인과 채녀며 온갖 인민들과 권속들이 모두가 다 그 왕자를 따르면서 배우다가 출가하여 도를 닦게 되었느니라.
호국아, 정거천(淨居天)의 모든 하늘들이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지금 이 나라 안의 온갖 인민들은 다 함께 왕자를 따라 출가하였다. 지금의 이 나라 안에는 모두가 다 3보(寶)일 뿐이니, 우리들이 이제 단월(檀越)이 되어서 그들에게 공양하여야겠다’고 하고 즉시 3보에게 공양함으로써 세간을 이익되게 하였느니라.
그 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는 정법(正法)이 세간에 6만 4천 구지 년 동안 머물렀나니, 모두가 이는 복염 비구가 머무르게 하고 지녔느니라. 그 복염 비구는 이로부터 이후에도 항상 이렇게 공양하였고 이렇게 차례로 94구지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그 낱낱의 부처님께도 모두가 위에서의 공양하는 행과 같았느니라.
호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염의왕을 어찌 다른 사람으로 여기느냐? 바로 지금의 무량수(無量壽) 여래이시니라.
호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복염 왕자를 어찌 다른 사람으로 여기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그리고 그때에 성을 수호하던 천신(天神)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아촉(阿閦)부처님이시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호국아, 이 때문에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그 복염 왕자가 깊은 마음으로 지성껏 닦았던 모든 행을 배워야 하고 온갖 미워함과 사랑하는 마음을 버릴 것이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 이와 같은 고행을 부지런히 닦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었느니라.
그런데도 미래 세상의 모든 비구들은 이름과 이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권속을 탐착하므로 모든 착한 법에서 저절로 손감(損減)시키고 있고 항상 아만(我慢)이라는 원수에 손해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가련하기 짝이 없느니라. 이익을 탐하기 때문에 바른 법을 멀리 여의고 헛되이 출가하여 사문(沙門)의 행을 더럽히면서도 다만 입으로만이 ‘나는 바로 보살이다’라고 하나 그 속마음은 순전히 아첨만을 하고 몸과 마음이 혼탁하여 번뇌의 진창에 빠져 있으니, 겨우 형상만이 있을 뿐 본래의 도를 어기고 있느니라.
자기의 서원을 버리고 의복과 음식과 방사와 침구며 탕약 등의 일만을 탐착하면서 마음에는 부끄러워함도 없고, 치욕(恥辱)된 일을 피하지 않으면서 위의도 없으며, 부처님의 경계를 여의고서 마음으로는 한결같이 탐냄과 집착뿐이니라.
호국아, 만일 어떤 이라도 이와 같은 법을 듣게 되면 마땅히 그가 나쁜 벗임을 깨달아 알아야 하며, 나쁜 벗이면 이름을 구하고 이익을 탐내는 이이므로 친근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일한 행을 많이 하고 있으므로
10력의 의지처를 멀리 여의고
마음은 항상 이익을 탐하며
그리고 모든 권속들을 탐하느니라.

부처님의 보리를 버리고
천 가지의 모든 공덕도 버리면서
거짓 성인인 척하며 이름과 이익을 구하고 있느니라.

나쁜 성질이라 자신에게 부끄러워함이 없고
간사하고 아첨하면서 남에게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그는 오로지 이익되는 일만 하느니라.

이런 이는 부처님의 법 안에 들어와서
모든 번뇌만을 따르고 있으므로
속히 나쁜 갈래에 떨어지느니라.

입으로는 ‘나는 대덕이다’라고 하면서
아란야(阿蘭若)에 잘 머물기는 하나

마음에는 늘 마을만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들은 탐욕만을 위하기 때문에
마음에는 모든 각관(覺觀)이 많으니라.

그 사람은 해탈을 멀리 여읨이
마치 하늘과 땅과도 같나니
수행하는 이는 멀리 여의기를
마치 나쁜 독사를 두려워하듯 해야 하리라.

그는 부처님과 법을 좋아하지 않고
모든 공덕인 승가[僧]도 좋아하지 않으므로
착한 도(道)를 버리고 여의는 것이니
그는 항상 삿된 도를 행하고 있어
한량없는 선(善)을 잃게 되고
모든 존재[有]에 가려지느니라.

내가 옛날에 행했던 것을 듣고
진실로 정성스런 마음으로 믿으면서
응당 나의 행을 배워야 하느니라.
여러 구지 겁 동안을 지난다 해도
이와 같은 법은 얻기 어렵나니
마땅히 크게 인욕하는 마음을 일으켜
내가 말한 바 있는 곳들을
부지런히 힘쓰면서 받들어 행하라.

만일 장차 부처님이 되고자 하면
이 묘하고 수승한 대승(大乘)가운데서
마땅히 그 왕의 행을 기억해야 하느니라.
모든 공덕은 한량없나니
진실임을 생각하고 나서
마땅히 그 가르침 안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이와 같은 보리의 도는
부처님의 말씀과 같다고 보면서
모든 공덕을 깊이 생각하여야 하며
성인 종성(聖人種性)의 것에 대하여도
마땅히 가르침대로 행하여야 하리라.

만일 이와 같은 가르침을 버리면
곧 공덕의 맛을 잃게 되고
나쁜 갈래 안에 가 나게 되므로
어리석은 이가 따로 없나니
그곳에 가 난 뒤에는 후회하게 되리라.

권하건대 산과 숲에서 사는 이는
부디 자기 자신을 칭찬하지 말고
또한 다른 이의 행도 헐뜯지 말며
차라리 자신을 항상 꾸짖을 것이니라.

옛날에 수억의 부처님을 저버린 것은
바로 아만(我慢)의 마음으로 말미암아서이니
자기 몸과 목숨을 아끼지 말고
은혜와 사랑도 모두 버리라.

내가 말하는 이 경전과 같은
법 가운데서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만일 말한 그대로 행할 수 있으면
보리를 얻음에 어렵지 않으리라.

이 법[乘]은 대선(大仙)이 말한 것이니
들은 뒤에는 의심을 내지 말며
그러므로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거룩한 가르침 그대로 머물러야 하느니라.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 버리고
내가 가르친 대로 하며 어기지 말라.
만일 이 가르침을 믿지 않으면
뒷날 후회한들 이익이 없으리라.

그때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호국아, 만일 어느 한 보살로서 항상 다섯 가지 바라밀을 행하면서 쉼이 없는 이가 있고, 또 어느 한 보살로서 이 경전 가운데서 법대로 행하고 가르친 그대로 머문 이가 다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가르친 그대로 머무르고 나는 가르친 그대로 행한다’고 하였느니라.

앞의 다섯 가지 바라밀을 행하여 공덕을 얻은 이를 뒤의 이 공덕에 비교하려 하면 백 분(分)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 구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산수(算數) 과산수(過算數)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가라(哥羅)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비유(譬喩)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우파니사타(憂波尼沙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실 때에 30나유타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 등으로서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 이는 모두가 다 마음을 일으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불퇴전(不退轉)을 얻었으며, 다시 7천의 비구들은 모든 유루(有漏)가 다해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
그때에 장로 호국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은 본래 어떤 이름이 있었으며, 저희들은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이렇게 청하자 부처님께서 호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법의 본래의 이름은 『불공서청정행경(不空誓淸淨行經)』이라 하나니, 이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또한 『선장부유희보살행결정비니경(善丈夫遊戱菩薩行決定毘尼經)』이라고도 하므로 이렇게 받아 지닐 것이요, 또한 『진실의구족경(眞實義具足經)』이라고도 하므로 이렇게 받아 지닐 것이며, 또한 『복염보살대사왕석본행경(福焰菩薩大士往昔本行經)』이라고도 하므로 이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장로 호국보살과 모든 하늘․사람․아수라 및 건달바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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