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37권
대보적경 제37권
대당 삼장법사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12. 보살장회 ③
4) 여래부사의성품(如來不思議性品) ①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자(舍利子)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이러한 청정한 믿음에 잘 머물고 다시 능히 여래․응공․정변지의 열 가지 불가사의한 법을 믿어 지니며 받들어 깨끗한 마음으로 의혹이 없으며 달리 분별하지 않고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을 여래의 열 가지 부사의한 법이라 하는가? 사리자야, 첫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몸[身]을 믿어 지니며, 둘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음성을 믿어 지니며, 셋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지혜를 믿어 지니며, 넷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광명을 믿어 지니며, 다섯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시라(尸羅:계) 및 등관(等觀)을 믿어 지니며,
여섯째 여래의 부사의한 신통을 믿어 지니며, 일곱째 여래의 부사의한 힘을 믿어 지니며, 여덟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두려움 없음[無畏]을 믿어 지니며, 아홉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크게 불쌍히 여김[大悲]을 믿어 지니며, 열째는 여래의 부사의한 불공불법(不共佛法)을 믿어 지니는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열 가지 부사의한 법이라 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법을 구하기 위하여 정근(正勤)을 일으키고 비겁하지 않으며 물러나지 않고 포기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이러한 마음을 발하고도 내가 지금 부사의한 법을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이 몸으로 가죽과 살․힘줄․뼈가 큰 괴로움을 받거나 혹은 다시 피와 살이 바짝 마르도록 잠시도 쉬지 않고 반드시
부지런히 정진해야만 하리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만일 이미 믿음과 앎을 얻은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여래의 열 가지 부사의한 법을 듣는다면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몸은 부사의(不思議)한 것
진실한 법신(法身)을 나타내려면
모양도 없고 볼 수 없으리니
오직 불자만이 능히 믿으리라.
모든 세계의 온갖 중생들은
음성을 다 생각할 수 없나니
그 소리 따라 설법하심은
부처님의 경계인 줄을 믿어야 하네.
모든 종류의 중생들은
3세의 근기가 다르거늘
부처님께선 능히 깨달아 모든 것 아시나니
이 부사의함을 믿어야 하네.
모든 부처님의 가없는 광명은
광명의 그물이 부사의하여
가없는 시방 세계에 널리 퍼지고
부처님 국토에 끝없는 바다를 이룬다.
부처님의 계행은 세간을 초월하여
세간법에 의지하지 않나니
신통이 부사의한지라
보살만이 능히 믿어 지닌다.
중생들은 능히 알지 못하리니
여래의 부사의한 경계를
여래는 항상 선정에 있어서
해탈함이 부사의하도다.
법계가 서로 뒤섞이지 않음은
오직 부처님의 힘으로써만 알 수 있나니
위대한 선인의 온갖 지혜 힘은
마치 끝없는 허공 같도다.
한 중생의 이익을 위하여
가없는 겁의 바다에 머물러서
그들을 명령하고 조복(調伏)하여
크게 어여삐 여김은 이와 같도다.
온갖 중생의 무리가
갖가지로 법의 바다를 묻더라도
한 소리로 기쁘게 풀어 주나니
두려움 없는 부사의함이여.
갖가지 지혜를 성취하여
온갖 법을 따라 깨닫고
다른 것과 함께 하지 않는 부처님 법을
원만한 지혜로 다 능히 보도다.
모든 것은 부사의한 것
모든 부처님 법이 이러한지라
능히 받들어 믿는 자야말로
이것이 믿음에 잘 머묾이니라.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부사의한 몸을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게 되는가? 사리자야,
이른바 여래의 몸이란 모든 악(惡)과 착하지 못한 법을 영원히 끊었나니, 왜냐하면 일체의 미묘한 온갖 착한 법을 성취한 까닭이니라.
여래의 몸이란 일체의 부정한 콧물․침․담․고름․피․대소변을 멀리 여의었으니, 왜냐하면 여래는 이미 오래 전에 일체의 뼈와 살․힘줄․혈맥을 벗어난 까닭이니라. 여래의 몸은 자성(自性)이 맑고 미묘하나니, 왜냐하면 이미 오래 전에 모든 번뇌의 때와 더러움을 멀리 여읜 까닭이니라.
여래의 몸은 세간을 벗어났나니, 왜냐하면 세간 모든 것에 물들지 않는 까닭이니라. 여래의 몸이란 한량없는 공덕이라 오래 전에 이미 복과 지혜의 자량을 쌓아 모아서 일체 중생의 혜명(慧命)의 의지가 되느니라.
여래의 몸은 한량없는 깨끗한 계율에 훈습되어 닦은[熏修] 것이며 한량없는 평등한 관찰[等觀]과 한량없는 지혜의 해탈과 해탈지견(解脫智見)에 훈습되어 닦은 바이니라.
여래의 몸이란 온갖 공덕의 꽃으로 단장하여 꾸몄으며 깨끗한 거울 가운데 미묘한 형상과 같고 맑은 물 가운데 밝은 달과 같으며, 또는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는 것과 같다.
여래의 몸이 불가사의함은 허공계와 같아서 법계의 성품을 다하였으며, 여래의 몸은 청정하여 물듦이 없이 모든 더러움을 멀리 여의었고, 여래의 몸은 곧 함이 없는[無爲] 것이라 일체의 함이 있는 형상[有爲相]을 멀리 여의었으며, 여래의 몸은 이는 허공의 몸이며 견줄 데 없고 비교할 수 없는 몸이며, 일체 삼계에 견줄 데 없는 몸이니라.
여래의 몸이란 비유할 데 없는 몸이며 비슷한 것 없는 몸이고, 여래의 몸은 청정하여 때가 없으며, 온갖 번뇌를 여의어 자성이 맑게 통달하였느니라. 또 사리자야, 여래의 몸은 과거[前際]로써 구하지 못하고
미래[後際]로써도 구하지 못하며 현재로써도 구하지 못하고 태어난 곳과 종성(種姓)으로써도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색신(色身)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대인의 형상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좋은 모습[好]으로써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마음[心]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뜻[意]으로써도 구하지 못하고 식(識)으로써도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보는 것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듣는 것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생각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분별[了別]로써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온(蘊)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계(界)로써 구하지 못하고 처(處)로써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남[生]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머묾[住]으로써도 구하지 못하고 무너져 없어짐[壞滅]으로써도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취함[取]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버림[捨]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벗어남[出離]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행(行)으로써도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드러난 모습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얼굴 모양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형색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오는 것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가는 것으로써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깨끗한 계를 행한다는 생각[淨戒作意]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평등한 관찰이란 생각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바른 지혜란 생각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해탈이란 생각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해탈지견이란 생각으로써도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형상 있는 것으로써 구하지 못하며 형상 없는 것으로써도 구하지 못하고 모든 법의 형상으로써도 구하지 못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힘으로써는 더더욱 구하지 못하며, 두려움 없음으로써도 더욱 구하지 못하고, 걸림 없는 변재(辯才)로써도 더욱 구하지 못하며, 신통으로써도 더욱 구하지 못하고, 대비(大悲)로써도 더욱 구하지 못하며, 다른 것과 함께 하지 않는 부처님 법[不共佛法]으로써도 더욱 구하지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몸을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환상[幻]같고 불꽃같고 물 속의
달과 같은 이와 같은 자성으로 여래의 몸을 구해야 할 것이다.
사리자야, 여래의 몸이란 곧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의 해탈의 몸이고 변하여 달라짐 없는 몸이며, 움직여 무너짐 없는 몸이고 분별함이 없는 몸이며, 의지함 없는 몸이고 생각함 없는 몸이니라. 여래의 몸이란 곧 이 편히 잘 머물러 움직이지 않음을 얻은 몸이니라.
여래의 몸이란 곧 물질[色]과 물질의 자성이 없는 몸이고 느낌[受]과 느낌의 자성이 없는 몸이며, 생각[想]과 생각의 자성이 없는 몸이고 지어감[行]과 지어감의 자성이 없는 몸이며, 식(識)과 식의 자성이 없는 몸이니라.
사리자야, 여래의 몸은 유(有)도 아니며 남[生]도 없고 4대(大)의 몸도 아니다. 여래의 몸이란 곧 가장 희유한 법의 몸이며 여래의 몸은 눈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요, 빛깔 속에도 있지 않고 또한 밖에 있지도 않으며 귀로 아는 것도 아니요, 소리 안에 있지도 않고 또한 밖에 있지도 않고 코로 아는 것도 아니요, 냄새 속에 있지 않고 또한 밖에 있지도 않으며 혀로 나타나지도 않으며 맛 속에 있지 않고 또한 밖에 있지 않으며 몸에 합(合)해지는 것도 아니요, 감촉[觸] 속에 있지 않고 또한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니라.
여래의 몸이란 마음에 의지하여 구르는 것이 아니요, 뜻[意]에 의지하여 구르는 것도 아니요, 식(識)에 의지하여 구르는 것도 아니요, 편안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며 도는 것도 아니요, 따라 구르는 것도 아니니라.
사리자야, 여래의 몸은 허공과 같이 한량없고 여래의 몸은 법계에 다하며 여래의 몸은 허공계에 다하였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첫 번째 여래의 부사의한 몸이라 하나니,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여래의 부사의한 몸이 허공과 같다는 말을 듣고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구지(拘胝) 나유다(那庾多) 겁에
한량없는 큰 행을 닦아서
몸의 3업을 깨끗이 하면
견줄 데 없는 부처의 몸 얻으리라.
자비한 마음이 시방에 두루 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베풀어 주며
항상 삿된 음행을 여의면
뛰어난 허공의 몸을 얻으리라.
세존의 복 밭에
불자는 널리 보시를 행하나니
깨끗하고 진기한 의복 등을 보시함은
그 버림[捨]이 한량없는 긍가사와 같고
깨끗한 계행을 받들어 지니되
검은 소가 꼬리를 보호하듯이
가령 몸을 부수는 괴로움 당할지라도
원수에게 큰 인내심을 내라.
부지런히 바라밀다를
닦아 행하여 매우 지칠지라도
넓고 큰 서원을 발하며
항상 부처님의 법신에 머물기 구해야 하리라.
온갖 선정의 경계 보기를 즐기며
넓은 지혜의 방편을 즐기며
법계 관(觀)하기를 즐겨하여
법계와 같은 몸을 원해야 하리라.
부처님께 먼저 착한 일을 행하고
더 없는 묘한 깨침 이루며
큰 허공의 몸 얻어 깨끗하고
번뇌와 물듦을 여의어야 하리라.
나와 남 없어 자성이 공(空)하고
형상이 없어 말할 수 없나니
이 모니(牟尼)의 몸을 증득하면
모든 눈의 경계를 넘어서리라.
뜻이 깨끗하여 빛깔과 소리를 여의며
본래 비어서 지을 것 없고
진여(眞如)의 몸을 보면
곧 시방의 부처를 보리라.
가지가지 요술로 만들어 낸
코끼리․말․미친 사람들과 같이
거짓되고 미혹하며 어리석고 치우친 이들아
이와 같이 시방을 관찰하라.
3세 한량없는 부처님께서는
함께 법성의 몸에 머물러서
견줄 데 없는 허공과 같이
청정 법계에 다하였다고.
“사리자야, 이것이 여래의 불가사의한 몸이니 보살마하살은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부사의한 음성을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이 없으며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까지 내게 되는가? 사리자야, 여래가 세상에 나와서 여러 중생을 위하여 법을 펴 연설하자 그 가르침의 소리가 대중의 모임에 미치니 조복된 중생의 힘에 연유한 까닭이니라. 여래의 음성은
시방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하나니 여러 중생을 기쁘게 하는 까닭이니라.
사리자야, 모든 여래의 음성이 비록 세계에 두루 하지만 여래는 ‘나는 필추 무리를 위하여 법을 설한다. 나는 필추니 무리를 위하여 법을 설한다. 나는 우바새․우바이․바라문․찰제리․장자․하늘․범천 등 이런 무리를 위하여 법을 설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니라.
또한 ‘나는 이제 계경(契經)․응송(應頌)․기별(記別)․가타(伽他)․자설(自說)․연기(緣起)․본사(本事)․본생(本生)․방광(方廣)․희유법[希法]․비유․해석 등 이러한 열두 가지 가르침을 연설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니라. 처음부터 널리 베풀고자 연설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느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여러 무리의 모임에 따라 말하자면 필추에서 범천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갖가지로 설법하느니라. 이 여러 중생들은 법 듣기를 좋아하므로 각기 스스로 입에서 나온 여래의 법성(法聲)을 듣지만 이 법의 소리는 말함에 있어 갖가지의 언사로 서로 장애되지 않고 제각기 알 만한 법을 깨달아 이해하나니 이것을 곧 불가사의하다고 하느니라.
사리자야, 모든 부처님 여래는 먼저 깨달은 복의 과보로 음성의 모양이 한량없나니, 말하자면 자애롭고 윤택한 소리며 듣는 이의 마음에 맞는 소리요, 뜻을 즐겁게 하는 소리며 청정한 소리요, 번뇌를 여읜 소리며 아름답고 묘한 소리요, 듣기 기쁜 소리며 유창하고 분명한 소리요, 억세지 않은 소리며 거칠지 않은 소리요, 몸이 조화되고 기쁨에 찬 소리며 마음이 벅차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소리요, 마음이 기쁨에 넘치는 소리며 기쁨과 즐거움이 솟아나는 소리요,
깨닫기 쉬운 소리며 알기 쉬운 소리요, 정직한 소리며 사랑스러운 소리요, 기쁨에 찬 소리며 즐거움에 겨운 소리요, 기쁨이 떠오르는 소리며 사자왕의 포효하는 소리요, 큰 우레가 진동하는 소리며 큰 바다가 진동하는 소리요,
긴나락(緊捺洛)의 소리며 갈라빈가(羯羅頻伽:소리가 아름다운 인도의 새)의 소리요,
범천의 소리며 하늘 북 소리요, 상서로운 소리며 부드럽고 연한 소리요, 시원하게 드러나는 소리며 큰 우레처럼 심원(深遠)한 소리요, 모든 중생의 여러 기관이 기뻐하는 소리며 모든 중생의 모임을 다 헤아려 주는 소리요, 온갖 미묘한 모양을 성취한 소리이니라.
사리자야, 이러한 여래의 음성은 이처럼 뛰어난 공덕과 나머지 한량없고 가없는 공덕을 구족하여 장엄한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두 번째 여래의 부사의한 음성이니, 모든 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뛰어난 공덕을 구족한 여래의 부사의한 음성을 듣고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길잡이[導師]가 묘한 소리를 자아내니
이른바 범음성(梵音聲)이라
이 법이 구족하므로 말미암아
여러 범천을 기쁘게 하도다.
모니(牟尼)가 묘한 음성을 자아냄은
대비심에서 흘러 솟아 나옴이요
자애로운 마음에 서로 응하나니
기쁨과 버림도 또한 그러하도다.
이같이 구족한 음성으로
중생의 탐욕의 불을 꺼버리고
성냄과 분함의 독을 제거하며
온갖 어리석음의 어둠을 부수어 버리네.
거짓으로 염부제[贍部洲]를 만들고
한량없는 사람의 소리를 내어
두루 다 듣고 따르게 하더라도
끝내는 해탈을 얻지 못하나니
하늘과 땅이며 허공의 소리라도
깨닫지 못함이 또한 그러하지만
만일 부처님[聖主]의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적멸(寂滅)을 증득하리라.
사람[二足]이거나 짐승[四足]이거나
발이 많거나 발이 없거나 간에
다 같이 부처님의 음성과 같이하여
좋고 나쁜 법을 깨달으리라.
삼천대천세계 안에
하품․중품․상품의 음성이 있어
그 음성의 종류에 따라
교화되고 해탈을 얻으리니
분별 없는 소리를 자아내어
얽매임도 없고 섭수됨도 없이
선정에 들어 진리를 열어
듣는 이에게 번뇌를 끊도록 하리라.
가없는 중생들이
불․법․승의 음성과
보시․지계․다문․인욕의 법까지 들으니
여래의 음성이 이러하도다.
그 음성이 한량 있음이 아니요,
다만 음성의 지혜가 가없나니
부처님의 소리를 믿고 의심함 없으면
오직 슬기로운 보살이리라.
부처님께서 다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부사의한 큰 지혜를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게 되는가?
사리자야, 여래의 걸림 없는 지견은 불가사의하여 일체 법 가운데 의지하여 일어나나니,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곧 능히 믿어 지니고 잘 받들며 나아가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게 되느니라. 사리자야, 여래는 믿음을 내게 하기 위하여 여래의 지혜바라밀다에 의지하여 널리 비유를 말하나니, 모든 슬기로운 이는 곧 깨달음을 얻으리라.
사리자야, 가령 어떤 사람이 긍가사(殑伽沙:항하사)와 같이 많은 세계 속에 있는 풀과 나무의 등걸․줄기․가지․잎을 적어도 그 분량이 네 손가락에 가지런하도록 쌓아서 큰 무더기를 만들어 불을 살라 숯검정을 만들어서 타방 긍가사와 같이 많은 세계의 바닷속에 던져두고 백천 년 동안 갈아서 먹물을 만든다고 하자.
사리자야, 여래는 걸림 없는 지견을 성취하였나니, 이 지혜로써 큰 바닷속에 먹물 한 방울을 취하고 지혜의 힘으로써 이것을 분석하여 ‘이것은 아무 세계의 어떤 나무의 아무 뿌리․아무 등걸․아무 가지․아무 꽃․열매 잎 등이다’라고 깨달아 아나니 그 종류와 만들어진 것을 모두 다 환히 아느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는 법계를 잘 통달한 까닭에 이렇게 이 먹[墨]이 아무 세계․아무 나무로부터 왔다고 환히 아느니라. 이렇게 차례로 자세히 다 말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여래․응공․정변지라 하나니, 이러한
큰 신통력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큰 위덕의 힘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크고 높은 힘을 갖추었느니라. 그러므로 사리자야,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있다면 여래의 큰 지혜를 청정하게 믿어 지녀야 하느니라.
또 부처님께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저 선남자․선여인이 지닌 선근은 그 가[邊]를 알 수 없으며 속히 괴로움의 끝[苦際]을 다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는 법계를 잘 통달한 까닭이니 통달하였으므로 만일 중생이 여래에게 조금이라도 착한 마음을 일으킨다면 괴로움의 끝을 다하여 마침내 무너지지 않느니라.
사리자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다시 비유를 말하리라. 슬기로운 이는 이 비유로 인하여 그 뜻을 훤히 알게 되리라. 사리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백 년을 산다고 하자. 이 사람이 한 털[毛] 끝을 나누어 150등분을 만들고 그 털의 한 부분으로 하여 물 한 방울을 찍어서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감히 이 털에 젖은 물을 부처님께 드리오니 이 뒤에 만일 제가 그 물을 필요로 할 때엔 저에게 돌려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때 여래는 그 물방울을 긍가강 속에 두었는데 그 강물이 흘러내려 굽이쳐 돌면서 한데 어울려 큰 바다에 들어갔다. 그 사람이 백 년이 지난 후에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지난번에 드린, 털에 찍었던 물을 이제 저에게 돌려주십시오’라고 한다면 사리자야, 여래는 부사의한 지혜를 성취하였으므로 이 지혜로 말미암아 여래․응공․정등각은 그 물방울이 큰 바다에 있는 것을 알고 곧 한 부분의 털끝으로 바다 안에 들어가서 본래의 물방울을 찍어서 그 사람에게 돌려줄 것이다.
사리자야, 이 비유는 무엇을 뜻함인가? 말하자면 중생이 일찍이 한 방울만큼이나 적은 착함의 물을 여래의 복밭 속에 던져두었을지라도 그것은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사리자야,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여래의 부사의한 지혜를 깨끗한 마음으로 믿어 지니고, 사모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여래를 생각하고 온갖 공양을 받들며 또 이름난 꽃으로 꽃 공양을 올리면 이 사람이 지닌 선근은 그 끝을 알 수 없으며 빨리 괴로움의 끝을 다하리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는 법계를 잘 통달하였으므로 만일 사람이 여래에게 한 생각이라도 착한 마음을 일으키면 괴로움의 끝을 다하며 끝내 무너지지 않느니라.”
그때에 장로 사리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부사의한 큰 지혜는 식(識)을 여의고 구르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니라.”
사리자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어떤 것을 지혜라 하며 어떤 것을 식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야, 네 가지 식의 머묾이 있어서 식이 이에 의지하여 머무르는 까닭에 식의 머묾[識住]이라 하느니라.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물질[色]이 식에 머문다는 것은 식이 물질에 인연하여 식이 물질 가운데 머무르나니, 이로 말미암아 기쁜 마음을 내고 머물러 집착하며 구르므로 더욱더 자라나서 굳어지고 넓어지고 커지느니라.
느낌[受]이 식에 머문다는 것은 식이 느낌에 인연하여 식이 느낌 가운데 머무르나니, 이로 말미암아 기쁜 마음을 내고 머물러 집착하며 구르므로 더욱더 자라나서 굳어지고 넓어지고 커지느니라.
생각[想]이 식에 머문다는 것은 식이 생각함으로 인연하여 식이 생각 가운데 머무르나니, 이로 말미암아 기쁜 마음을 내고 머물러 집착하며 구르므로 더욱더 자라나서 굳어지고 넓어지고 커지느니라.
지어감[行]이 식에 머문다는 것은 식이 지어감에 인연하여 식이 지어감 가운데 머무르나니, 이로 말미암아 기쁜 마음을 내고 머물러 집착하며 구르므로 더욱더 자라나서 굳어지고 넓어지고 커지느니라. 사리자야, 이런 형상들을 식이라 하느니라.
다시 어떤 것을 지혜라 하는가? 이른바 다섯 가지 느낌의 모임[五受蘊] 가운데 머무르지 않고 식온을 깨달아 통달한 것을 지혜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식이란 것은 능히 지계(地界)․수계(水界)․화계(火界)․풍계(風界)를 분별하나니 이것을 식이라 하느니라. 지혜라 함은 4대(大)의 경계 가운데 머물지 않고 능히 식의 법계를 통달하여 서로 여의지 아니함을 지혜라 이름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식이란 것은 능히 눈으로 보는 빛깔과 귀로 듣는 소리와 코로 아는 냄새와 혀로 아는 맛과 몸으로 느끼는 감촉과 뜻으로 아는 법을 알아 분별하는 것을 식이라 하느니라. 지혜라 함은 안으로 고요하여 밖으로 반연하지 아니하며 오직 지혜에 의지하고 어떤 한 법에도 의지하거나 온갖 분별을 내지 않나니 이것을 지혜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경계를 좇아 일어나는[生] 것을 식이라 하며 생각[作意]을 좇아 일어나는 것을 식이라 하며 분별을 좇아 일어나는 것을 식이라 하고 취함도 없고 잡음도 없으며 인연하는 것도 없고 알아내는 것도 없으며 분별이 없는 것을 지혜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식이란 것은 함이 있는 법[有爲法]에 머무르나니 왜냐하면 함이 없는 법 가운데는 식이 능히 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니, 만일 능히 함이 없는 법을 깨달아 통달하면 이것을 지혜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나고 사라짐[生滅]에 머무르면 식이라 하고 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어서 머무름이 없으면 지혜라 하느니라.
사리자야, 이러한 모습의 식이나 지혜를 여래의 세 번째 부사의한 큰 지혜라 하나니,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부사의한 큰 지혜가 아무것도 걸림이 없이 일체 법 가운데 의지하여 일어남을 듣는다면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량없는 긍가강의 모래알 같은
시방 세계의 풀과 나무를
다 불살라 먹과 숯을 만들어
천만 년 바닷물에 갈아 둘지라도
열 가지 힘의 지혜는 깊고 묘하여
한 방울 가져다 중생에게 보이되
이것은 아무 세계 아무 나무의 재임을
여실히 분별해 안다네.
이렇게 시방 세계에
털 끝 물방울을 여래께 보이면
부처님의 지혜는 허공과 같아서
두루 깨달아 막힘이 없도다.
시방 중생의 마음에
탐욕․성냄․어리석음의 행을 드러내더라도
해탈에는 늘고 줄어듦이 없다는 것을
실답게 다 능히 안다네.
열 가지 힘 갖추신 세존의 지혜로
법계를 비추어 밝히되
분별함 없고 생각을 여의었나니
불자는 잘 믿고 받들지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부사의한 큰 광명을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게 되는가?
사리자야,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법계를 잘 통달하므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하나니 통달함으로 말미암아 일체 여래가 큰 광명을 놓아 두루 삼천대천 부처님세계를 비추되 걸림이 없느니라.
사리자야, 마치 공중에 구름과 안개가 없으면 해가 불타듯 큰 광명을 놓아 세계에 두루 비추나니 이와 같이 사리자야, 여래․응공․정등각이 큰 광명을 놓아 일체에 두루 비춤도 또한 그러하니라.
또 사리자야, 세간의 기름 등불의 빛은 저 반딧불보다 넓고 크며 드러나 비추며 밝고 깨끗하여 가장 훌륭하고 뛰어나며, 촛불과 횃불은 등불보다 훨씬 뛰어나며, 화덕 불은 촛불이나 횃불 보다 훨씬 뛰어나고 기이한 약풀이 빛을 내면 화덕 불보다 뛰어나며, 별빛은 약풀 빛보다 곱절이나 밝으며 보름달 빛은 별빛보다 뛰어나며 타오르는 해의 빛은 달빛보다 뛰어나며 사천왕천의 몸에서 발하는 빛․궁전의 빛․담과 벽의 빛․장엄구의 빛은 햇빛 보다
곱절이나 뛰어나 비유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되풀이하여 나아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몸이나 궁전․담과 벽․몸 장엄구에서 모두 광명을 내면 또 위의 사왕천의 광명보다 갑절이나 되며,
범신천(梵身天)의 빛․범보천(梵輔天)의 빛․범중천(梵衆天)의 빛․대범천(大梵天)의 빛, 이렇게 하여 소광천(少光天)․무량광천(無量光)․광정천(光淨天)․소정천(少淨天)에서 나아가 변정천(遍淨天)․광과천(廣果天)․유상천(有想天)․무상천(無想天)․무번천(無煩天)․무열천(無熱天)․선현천(善現天)․선견천(善見天)․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기까지 지닌 몸의 빛과 궁전의 빛․담과 벽의 빛․장엄구의 빛을 앞에서의 모든 광명에 견주면 가장 제일이 되느니라.
이렇게 색구경천의 광명을 여래․정변지의 광명에 비하면 여래의 광명은 그보다 뛰어나며 미묘하고 드러나 비추며 가장 훌륭하고 밝고 깨끗하며 넓고 크기 제일이라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의 광명은 불가사의하나니 한량없는 계행의 공덕으로 났으며 삼매[等持]의 공덕으로 났으며, 지혜의 공덕․해탈의 공덕으로 났으며 해탈 지견의 공덕으로 났으니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으로 말미암아 났기 때문이니라.
또 사리자야,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온갖 빛을 여래의 광명에 비하면 백 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우파니상(優波尼商) 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며 산수(算數)나 비유로도 능히 따를 수 없느니라.
다시 사리자야, 섬부날타금(贍部捺陀金)을 보통 금 담는 그릇에 두면 다른 금은 마치 먹 덩어리와 같이 빛을 잃어버리느니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있는 광명이 여래의 광명 앞에서는 능히 밝게 비추지 못함도 또한 그러하니라. 따라서 일체 세간의 모든 빛을 여래의 광명 앞에서는 빛이 있느니,
깨끗하니, 훌륭하니, 가장 높으니, 위가 없느니라고 말하지 못하느니라.
다시 사리자야, 너는 알아 두라. 여래가 중생을 불쌍히 여기므로 이 광명을 거두어 지니지 않고 머리 위로 한 길쯤 둘러 있게 함은 다만 1분(分)의 업으로 생긴 광명이지만 그것으로도 능히 삼천대천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어 해와 달의 빛이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느니라. 만일 이와 같이 하여 낮과 밤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초하루와 보름 및 절기와 연대를 분별하지 못하므로 다만 중생을 위하여 몸을 둘러 한 길쯤 나타낼 뿐이니라.
사리자야, 만일 여래․응공․정변지께서 뜻을 내어 광명으로 한량없고 수없고 가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고자 하면 곧 두루 비출 수 있느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는 제일의 반야바라밀다를 얻은 까닭이니라.
사리자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다시 비유를 말하여 거듭 이 뜻을 밝히리니 모든 슬기로운 이는 더욱 분명히 알지니라. 사리자야, 가령 어떤 사람이 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작은 티끌로 만들어서 옷자락 속에 싸가지고 동방으로 가는 중에 그 티끌 수만큼의 세계를 지나다가 한 티끌을 떨어뜨리고 이와 같이 계속해서 그 티끌이 다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동방의 세계는 그 끝을 다하지 못하리라. 이렇게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도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이 자못 능히 이 세계의 끝간 경계를 얻을 수 있겠느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박가범이시여. 아닙니다, 소게다(蘇揭多:수가타)시여.”
“사리자야, 이 모든 세계의 온갖 광명이 한량없고 가없고 불가사의 하지만 여래의 광명이 가장 제일이 되나니, 저 일체의 광명이 여래의 광명에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우파니상(優波尼商)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산수나 비유로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사리자야, 여래가 뜻을 내어 광명으로 일체 세계에 두루 비추고자 하면 곧 능히 두루 비추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제일의 반야바라밀다를 증득했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야, 여래의 광명은 장애가 없어서 온갖 장벽이나 나무나 풀이나 윤위산(輪圍山)이나 대윤위산이나 건타마달나산(乾陀摩達那山)․목지린다산(目脂隣陀山)․대목지린다산․이사다라산(伊沙陀羅山)․설산(雪山)․흑산(黑山) 및 소미로산왕(蘇迷盧山王) 이런 것 등도 다 능히 가로막지 못하며 부처님의 광명이 모두 능히 탁 트여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추느니라.
사리자야, 지혜 적은 중생은 능히 여래의 광명을 믿어 알지 못하리라. 혹 어떤 중생은 여래의 광명이 오직 한 길 비추는 것을 볼 것이요, 다음 지혜 있는 자는 여래의 광명이 두 길 비추는 것을 볼 것이며, 다음 지혜 있는 자는 여래의 광명이 구로사(俱盧舍)1)에 비추는 것을 볼 것이요, 다음 크게 지혜로운 자는 능히 여래의 광명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춤을 볼 것이니라.
사리자야, 또한 백천 세계 주인인 범천왕은 능히 여래의 광명이 백천 세계에 비추는 것을 보느니라. 이렇게 잇달아 나아가 높은 지위에 오른 여러 대보살마하살은 능히 여래의 광명이 한량없고 가없는 세계에 두루 비추는 것을 보느니라.
사리자야, 여래가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므로 또 광명을 놓아서 허공과 같은 온 중생계에 두루 비추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네 번째 여래의 부사의한 광명이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여래가
불가사의하며 허공과 같이 큰 광명을 설함을 듣고 미혹함이 없고 의심함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믿어 지니고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의 광명이며
모든 제석․범천 등이며
색구경천에 이르기까지
그 광명 부처님과 같은 이 없도다.
색구경천의 광명은
삼천 세계에 두루 비치지만
부처님 한 털의 광명에 견주면
16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네.
여래로부터 나오는 광명은
두루 허공계에 차나니
큰 지혜의 중생만이
바야흐로 이러한 것을 보리라.
부처님의 광명은 끝이 없어서
그 분량이 허공의 본성과 같나니
교화할 중생에 따라서
광명을 나타냄이 저마다 다르도다.
만일 날 적부터 앞 못보는 장님은
해의 광명을 보지 못하나니
그는 광명의 비침을 보지 못하므로
햇빛이 없다고 하리라.
하열한 여러 중생은
부처님의 광명을 보지 못하나니
그는 광명의 비침을 보지 못하므로
부처님의 광명이 없다고 하리라.
혹은 광명의 한 길 됨을 보거나
혹은 1구로사를 보거나
혹은 1유순(由旬)을 보거나
혹은 삼천 세계에 충만함[滿]을 보리라.
이미 큰 지위에 머물러
큰 지혜의 광명을 지닌 보살이거나
혹 8지․9지(地)에 머물렀거나
10지에 이른 이도 있지만
여래는 그런 지위를 뛰어넘어
광명의 바퀴가 끝없으니
부사의한 부처님 세계에
온갖 불사(佛事)를 베풀도다.
모든 부처님은 부사의하며
부처님의 광명도 부사의하나니
그것을 믿은 이의 복 얻음도
또한 헤아리기 어려워라.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살마하살은 여래의 불가사의한 깨끗한 계[尸羅]를 지니는 무리 및 삼마지의 무리를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게 되는가?
사리자야, 너희들은 마땅히 이러한 바른 말[正說]을 알아 두라. 만일 모든 중생이 세간에 있어서
계를 받들어 지니어 깨끗하여 물듦이 없으면 그는 청정하기 때문에 청정한 신업(身業)을 성취하며, 청정한 어업(語業)을 성취하며, 청정한 의업(意業)을 성취하리니 이 사람은 비록 세간에 늘 있을지라도 세속법에 물들지 않으므로 이런 이를 바라문이라 할 것이며, 온갖 악을 여의면 사문이라 할 것이며, 적정자(寂靜者)라 하리니 이것을 제일가는 정려를 닦은 자[修靜盧者]라 할 것이며, 제일가는 삼마지바라밀다를 얻은 자라 하리라.
사리자야, 이러한 중생이 곧 여래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바른 말이라 하리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나는 당초에 모든 하늘이나 세간의 마(魔)․범천․사문․바라문 및 나머지 하늘․사람․아소락 등이 이러한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청정한 계와 삼마지 등의 것들을 갖춘 여래와 같은 자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니,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는 제일가는 계와 삼마지(三摩地)의 바라밀다를 증득하였기 때문이니라.
너는 이제 부처가 말하는 여래의 시라바라밀다(尸羅波羅蜜多)의 비유를 듣고 싶으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박가범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소게다시여, 만일 필추들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여래의 시라바라밀다의 비유를 들으면 들은 대로 마땅히 같이 받들어 지녀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사리자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모든 중생계와 또한 대지계(大地界)에 어떤 것이 가장 많으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제가 아는 바로서는 중생계가 많고 지계는 많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사리자야, 중생계가
많고 지계는 많지 않느니라. 사리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온갖 중생이 태로 나거나[胎生], 알로 나거나[卵生], 습기로 나거나[濕生], 변신하여 나거나[化生], 혹은 빛깔이 있거나[有色], 빛깔이 없거나, 생각이 있거나[有想], 생각이 없거나, 생각이 있음도 아닌 것이거나, 생각 없음도 아닌 것이거나 이러한 중생이 한 찰나 동안 혹은 1모호라다(牟呼羅多:1晝夜) 동안 혹은 1라바(羅婆)2) 동안에 가령 모두 동시에 사람의 몸을 얻는다고 하자.
사리자야, 그 중생들이 사람의 몸을 얻고는 한 찰나에 나아가 1라바 동안에 가령 한꺼번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이 하나하나 여래가 다시 변화하여 그만한 수의 여래가 되며 그 하나하나의 변화한 여래가 각기 천 개의 머리가 있으며 그 낱낱 머리에 천 개의 입이 있으며 그 낱낱 입에 각기 천 개의 혀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일체 변화한 여래가 다 여래의 10력(力)․4무소외(無所畏)․4무애해(無礙解)를 성취하며 또 부처님의 막힘 없고 걸림 없고 다함 없는 변재를 성취했다면
사리자야, 이 모든 여래가 그러한 혀로써 걸림 없고 다함 없는 변재로 널리 연설하여 한 여래의 시라바라밀다를 한량없이 칭찬하되 비록 구지 나유다의 백천 대겁을 지나가면서 이렇게 칭찬할지라도 여래의 계[戒衆]에는 오히려 능히 다할 수 없느니라.
사리자야, 여래의 계는 한량없고 가없으며 다함이 없고 불가사의하며 이 모든 여래의 위없는 지혜와 걸림 없고 다함 없는 변재도 또한 다함이 없으며 불가사의하나니, 나아가 모든 변화한 여래가 동시에 대열반에 들지 못하면서까지 여래의 계를 칭찬하더라도 또한 능히 다하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여래의 계 및 모든 세존의 위없는 지혜와 걸림 없는 변재는 이 둘이 함께 불가사의한 까닭에 한량없고 무수하며 허공계의 평등함과 같이 평등하니라.
사리자야,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은 그만 두고 가령 동쪽 긍가강의 모래알 같이 수많은 세계에 있는 중생과 마찬가지로 남쪽․서쪽․북쪽․네 간방과 위․아래 등 시방(十方)에 있는 긍가강의 모래알 같이 수많은 온갖 중생들은 1찰나 동안에서 1라바(羅婆)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모두 사람의 몸을 얻어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이렇게 널리 연설하리니,
‘여래의 계 및 모든 여래의 위없는 지혜와 걸림 없는 변재 등은 모두 이처럼 불가사의하며 한량없고 무수하며 허공계가 평등한 것처럼 평등하다’고 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는 제일가는 시라바라밀다를 증득한 까닭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여래의 삼마지바라밀다의 비유를 듣고 싶으냐?”
사리자는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만일 필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래의 삼마지바라밀다의 비유를 들으면 들은 대로 마땅히 모두 받들어 지녀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어느 때에 이 세계에 겁의 불[劫火]이 장차 불태우려 하자 일곱 개의 해로 인하여 그 해가 뜰 적에 삼천대천세계가 일시에 불타며 다 타 들어가서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다고 하자.
사리자야, 알아야 하느니라. 여래가 이 큰 불덩이의 세계 속에서 어느 한곳에서 가령 여래가 거닐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면 이곳에서 열 가지의 매우 희유하고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사리자야, 어떤 것을 열 가지 희유하고 기이한 법이라 하는가? 말하자면 여래가 노니는 곳에 인위적인 힘을 더하지 아니하고 평탄하여 마치 손바닥과 같은 것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첫 번째의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하였다 하느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 거닐기도 하며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곳은 자연히 높이 솟아나 훤히 드러나서 잡된 기와나 돌이 없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두 번째의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서 거닐기도 하며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곳은 절로 평편하고 넓고 장엄하고 깨끗하며 여래의 수용(受用)함이 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세 번째의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서 거닐기도 하며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곳에는 절로 온갖 향기로운 풀이 나서 광채와 빛깔이 푸르고 연하게 말려 오른쪽으로 돌며 가늘고 부드러운 촉감을 갖춘 것이 공작의 털과 같으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네 번째의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서 거닐기도 하며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곳에 절로 8공덕수(功德水)가 땅에서 솟아나리니 이른바 첫째 가볍고, 둘째 차고, 셋째 연하고, 넷째 맑고 고요하고, 다섯째 더러움이 없고, 여섯째
깨끗하고, 일곱째 마시기에 좋고, 여덟째 많이 마셔도 탈이 없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다섯 번째의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 거닐거나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곳에는 절로 화창하여 서늘한 바람이 가볍게 저절로 불어오리니, 이것은 여래의 선세의 업으로 감응된 것이니라. 사리자야, 비유하면 마치 한창 덥고 뜨거운 오후에 어떤 장부가 더위를 쫓고자 긍가강으로 달려가 물 속에 몸을 던져 목욕하여 더위를 식히고 시원하고 즐거워지자, 산보하여 다른 언덕에 이르러서 거닐며 왔다 갔다 하면서
멀지 않은 곳에 녹음이 우거진 큰 나무숲을 바라보면서 곧 그 숲 속에 가서 다시 묘한 좌상에 좋은 털 자리를 깔고 그 위에 비단 요를 펴고 공작 털로 된 이불을 덮고 가볍고 묘한 고운 홑이불로 거듭 그 위에 씌우고 부드러운 기대는 베개를 좌상 양쪽에 두었다고 하자.
이때 그 장부가 이 좌상에 올라서 앉거나 누우면 좌상 사방에서 맑은 바람이 스르르 움직이며 가볍게 부채질하여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사리자야, 여래가 이 불덩어리의 세계 속에 거닐고 서고 앉고 누우면 절로 서늘한 바람이 부채질하여 끊임없음도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여섯 번째로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서 거닐거나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곳에 강과 하수와 못과 소에 물에 나는 꽃이 갖가지로 저절로 나타나리니, 이른바 온발라(殟鉢羅)꽃이며 발특마(鉢特摩)꽃․
구무다(拘貿陀)꽃․분다리(奔茶利)꽃들이 꽃다운 향기에 광채가 빛나며 보는 자가 좋아하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일곱 번째로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서 거닐거나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 속에 절로 들이나 육지나 언덕에 다 묘한 꽃이 나서 갖가지로 나타나리니, 이른바 아지목다가(阿底目多迦)꽃․첨박가(瞻博迦)꽃․소말나(蘇末那)꽃․바사가(婆使迦)꽃․아수가(阿輸迦)꽃․파타라(波吒羅)꽃․가니라(迦膩羅)꽃․달리니(怛羅尼)꽃․구달라니(瞿怛羅尼)꽃 등 이러한 꽃이 활짝 피어 곱고 빛나며 빛깔과 향기가 구족되어 보는 이들이 일찍이 없었던 것[未曾有]을 느끼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여덟 번째로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세계가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여래가 그 속에 거닐거나 서고 앉고 눕는다면 그곳이 금강으로 바탕이 되어 굳건하여 무너뜨리기 어려우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이곳에서 아홉 번째로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이 삼천대천세계에 겁이 다하여 없어지려 할 때에 불이 나서 다 타 들어가며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을 적에 이러한 모든 세계에 여래가 그 속에서 거닐거나 서고 앉고 눕는다면 마땅히 알아 두라. 그곳은 곧 부처님의 신령스런 탑[靈廟]이라, 모든 하늘이나 세간의 마(魔)․범천․사문․바라문과 하늘 및 사람․아소락 등이 공경하여 공양하고 존중하는 곳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이
열 번째로 희유하고 기이한 법을 성취함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너는 마땅히 알아 두라. 이와 같은 열 가지의 희유하고 기이한 법은 다 여래의 전세의 업력으로 성취된 것이니라. 왜냐하면 사리자야, 여래는 법계를 잘 통달한 까닭이니라. 통달하였으므로 여래․응공․정변지가 이 삼마지에 들어가서 이 정심(定心)에 의지하여 즐거움을 누리어 물러가지 아니하여 비록 긍가사와 같은 큰 겁을 지날지라도 일찍이 삼마지의 마음에 물러나지 않느니라.
사리자야, 여래․응공․정변지는 이 정심(定心)에 의지하여 잠깐 동안이나 혹은 한 겁․백 겁․천 겁을 머물며, 혹 만 겁․구지 겁․백 구지 겁․천 구지 겁․백천 구지 겁을 머물며, 혹 다시 더 많은 겁 수를 지나가기도 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응공․정변지는 제일가는 삼마지바라밀다를 성취한 까닭이니라. 성취하였으므로 여래는 이러한 큰 신통력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큰 위덕의 힘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큰 세력을 갖추었느니라.
사리자야, 저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에 있는 모든 천자는 식(識)이 생겨남이 한 경계에만 인연하여 8만 4천 겁을 지나도록 삼마지에 머물러서 수명이 다하기 전에는 이 식이 다른 경계의 식에 옮겨가지 않느니라.
사리자야, 그 천자들이 오히려 세상의 선정의 힘으로 그러한 때를 지나거늘 하물며 여래가 삼마지바라밀다로써 오래 머묾이 없겠느냐?
다시 사리자야, 여래․응공․정변지는 처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밤[夜]에서부터
무여대반열반계(無餘大般涅槃界)에 드는 밤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서는 여래의 마음이 삼마지에서 일찍이 일어난 적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이 선정을 작용 없는 마음․가는 바 없는 마음․관찰 없는 마음․움직임 없는 마음․흘러 방탕함 없는 마음․걷어 모음 없는 마음․산란함 없는 마음․들뜸[高擧] 없는 마음․
침체하지 않는 마음․막아 가리움 없는 마음․덮어 감춤 없는 마음․기뻐하고 뛰노는 바 없는 마음․거스름 없는 마음․시들어 마름 없는 마음․흔들림 없는 마음․깜짝 놀라듯 기뻐함 없는 마음․흐리멍텅함 없는 마음․분별 없는 마음․갖가지 분별 없는 마음․두루 분별함 없는 마음이라 이르느니라.
또 이 선정은 식에 따르지 않는 마음이며, 눈에 의지하지 않는 마음이며, 귀․코․혀․몸․뜻에 의지하지 않는 마음이며, 빛깔에 의지하지 않는 마음이며, 소리․냄새․맛․감촉․법에 의지하지 않는 마음이며, 모든 법에 나아가지 않는 마음이며, 지혜를 일으키지 않는 마음이며, 과거를 관하지 않는 마음이며, 미래를 관하지 않는 마음이며, 현재를 관하지 않는 마음이니라.
사리자야, 여래․응공․정변지는 삼마지에 머물러서 이렇게 마음을 여의어 한가지 법도 가히 얻을 것이 없으며 모든 법 가운데 걸림 없는 지견이 생기나니 공용(功用:인위적인 작용)이 없기 때문이니라.
또 사리자야, 여래는 삼마지에서 일어나지 않고 마음[心]․뜻[意]․식(識)을 여의고 능히 모든 부처님의 일을 짓나니 공용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사리자야,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여래의 부사의한 계와 삼마지를 듣고는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량없고 견줄 데 없는 백천 겁 동안
일찍이 여러 세계에서 깨달음의 행 닦아서
계와 들음, 선정과 참음과 방일하지 않음으로
길잡이는 능히 묘각(妙覺)의 근본[因]을 닦았도다.
가장 거룩한 업의 과보는 그 깨끗함이 이러하며
묘하고 청정한 계행은 세간을 초월했도다.
열 가지 힘 가진 이의 계행은 허공처럼 맑아서
말하기 어렵고 때[垢]가 없음은 허공에나 비유하리라.
여래가 처음 보리를 얻던 밤에서
뒤에 적멸에 드는 밤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마음은 행(行)이 없고 다른 행도 없으며
대정려의 선정에서 일찍이 일어난 적 없도다.
열 가지 힘으로 계에서 물러남 없으니
해탈의 신력도 또한 그러하도다.
일심(一心)에 머물러 한량없는 겁을 지나되
위대한 성인은 생각[思]이 없고 다른 생각도 없도다.
부처님의 지혜는 허공처럼 생각의 경계가 아니라
밝게 통달하여 반연함 없이 3세를 비추는 것이니
마음․뜻․생각이 없고 고쳐 변함도 없나니
오직 불자만이 능히 믿어 받으리.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부사의한 신력을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는가?
사리자야, 여래․응공․정변지가 얻은 신통은 불가사의하며 밝혀 말할 수 없나니 이제 마땅히 너를 위하여 방편으로 나타내리라. 사리자야, 여래가 항상 말하되 ‘나는 성문(聲聞)의 무리 가운데 신통을 얻은 자로 장로 대목건련(大目犍連)이 가장 제일이다’라고 하였노라.
사리자야, 이같이 얻어진 신통을 저울질해 보면 성문의 신통은 보살의 신통과 비교할 수 없으며 성문과 보살이 얻은 신통도 모든 부처님 여래의 신통과 비교할 수 없느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여래의 부사의한 신통이라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들이 여래의 신통을 증득하고자 하여 갑절이나 상품(上品)의 정진을 일으킨다면 곧 능히 증득하리라.
사리자야, 너희들이 이제 여래가 말한
부사의한 신통을 비유로 말하는 것을 듣고 싶으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예,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만일 필추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신통의 비유를 듣는다면 들은 대로 마땅히 같이 받아 지녀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잘 듣거라, 잘 듣거라.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사리자가 말하였다.
“그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생각에 어떠하냐? 존자 대목건련은 큰 신통이 있겠느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제가 옛적에 부처님으로부터 존자 대목건련이 성문의 스님들 가운데 신통이 제일이라고 하시는 이런 말씀을 들었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사리자야, 이제 마땅히 너를 위하여 널리 비유를 말하리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성문이 모두 신통 얻음이 대목건련과 같다고 하자.
마치 사탕수수나 대나무․갈대․벼․삼․숲과 같은 것에 모든 성문이 온갖 힘을 다하여 가장 빠른 세력으로 신통변화를 나타낼 적에 이것을 여래의 신통변화에 비하고자 하면 백 분․천 분․백천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구지(拘胝) 분․백 구지 분․천 구지 분․백천 구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마찬가지로 승거(僧佉) 분․가라(迦羅) 분․가나나(伽拏那) 분․구파마(漚波摩) 분․우파니상(優波尼商)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응공․정변지는 제일가는 신통변화의 바라밀다를 증득한 까닭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여래가 하나의 개자(芥子) 씨앗을 땅에 던졌을 경우 저 성문 대중이 힘을 다하여 매우 빠른 세력으로 신통변화를 크게 나타낼지라도 결국 던진 개자 씨앗을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응공․정변지는
제일가는 신통변화를 증득한 까닭이니라.
또 사리자야, 삼천대천세계는 그만 두고라도 가령 동방으로 긍가사 수의 세계 가운데 있는 중생과 같이 이렇게 시방으로 긍가사 수와 같은 세계 중생이 난생(卵生)이건 태생(胎生)이건 나아가 비상비비상처천에 이르기까지의 일체 중생이 함께 성문으로서 제일가는 신통변화를 성취하여 다 존자 대목건련과 같다고 치자.
이러한 성문이 온갖 힘을 다하여 매우 빠른 세력으로 신통변화를 나타낼 적에 끝내 능히 던진 개자 씨앗을 털끝만치도 움직이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제일가는 바라밀인 신통바라밀다를 성취한 까닭이니라.
사리자야, 이것을 여래가 이러한 큰 신통력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큰 위덕의 힘을 갖추었으며 이러한 큰 세력을 갖추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때에 박가범께서 다시 장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야, 일찍이 풍겁(風劫)이 일어날 적에 세상에 승가다(僧伽多)라고 이름하는 큰 바람이 있어서 그 바람이 불 적에 이 삼천대천세계․소미로산(蘇迷盧山)․윤위산(輪圍山)․대윤위산 및 4대주(大洲)와 8만의 작은 섬․큰 산․큰 바다가 들려져[擧] 제 자리를 잃음이 높이 1유순[喩繕那]이나 되며 부서져서 가루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느냐?”
사리자가 말하였다.
“제가 옛적에 부처님 앞에서 직접 이러한 일을 듣고 받아 지녔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사리자야, 또 풍재(風災)가 일어날 적에 다시 승가다라고 이름하는 큰 바람이 있어서 그 바람이 불 적에 이 삼천대천세계와 아울러 소미로산․윤위산 등과
여러 큰 바다가 높이 백 유순이나 들리며[擧] 부서져 티끌이 되느니라. 혹 다시 높이 2백 유순이나 혹 4백․5백, 더 나아가 높이 천 유순이나 혹 높이 3천․4천 유순이나 들려져 부서져 티끌이 되며, 혹은 높이 한량없는 백천 유순에 이르기까지 부서져 티끌이 되며 이 모든 티끌이 바람 따라 흩어져 없어져 버리나니, 하물며 산이니 돌이니 남아 있겠느냐?
이 바람이 또 위로 내쳐서 염마천궁을 부수어 티끌도 흩어져 없어지나니 하물며 궁전이 남아 있겠는가? 이렇게 잇달아 차례로 올라가며 도사다천(覩史多天)․낙변화천(樂變化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마라중천(魔羅衆天)․바마천(婆摩天)․정광천(淨光天)․변정천(遍淨天)의 온갖 궁전을 쳐부수어 그 티끌이 또한 다 흩어져 없어져 버리나니 하물며 궁전․장벽이 남아 있겠느냐?
사리자야, 가령 위와 같은 큰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서 세계를 쳐부술지라도 곧 이 바람이 여래의 옷에 불면 한 털끝만치라도 움직이지 못하거늘 하물며 옷자락이나 옷 전부이랴? 왜냐하면 여래․응공․정등각은 불가사의한 신통과 불가사의한 위의와 불가사의한 묘행과 불가사의한 대비(大悲)를 성취한 까닭이니라.
다시 사리자야, 가령 시방 긍가사 수의 세계에 이러한 큰 바람이 일어나 이 모든 세계를 불어 부수려 할 적에 그때에 여래가 한 손가락 끝으로 이 세계를 가지고 다른 곳에 옮겨가거나 혹은 바람으로 하여금 능히 불 힘이 없게 하여 표연히 돌아가게 하더라도 그러나 여래의 신통변화
및 일체의 힘은 조금도 줄어듦이 없느니라.
사리자야, 여래의 신통은 불가사의하여 듣기도 어렵고 믿기도 어렵나니, 오직 대보살마하살만이 능히 믿어 받아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혹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삼계의 모든 중생이
모두가 성문 대중으로 변하여
다 신통바라밀을 얻기가
마치 존자 목건련과 같을지라도
큰 신통력 얻은 여래가
개자씨 한 개를 땅에 던지고
일체 성문이 신통을 나타낼지라도
능히 털끝만큼이라도 흔들어 굴리지 못하리라.
가령 시방 세계 가운데
온갖 긍가사 수와 같은
폐람(吠嵐)․승가다의 모진 바람이
이러한 세계를 불어 부술지라도
이러한 바람의 맹렬한 세력이
장차 여래의 옷에 불어와
그 세력을 다한다 해도 움직이지 못하리니
나아가 한 털끝만큼도 할 수 없으리라.
대모니존(大牟尼尊)은 한 털끝으로
능히 그 바람을 막아 일지 못하게 하나니
부처님은 이러한 큰 신력을 갖추어
저 허공과 같이 끝[邊際]이 없도다.
“이와 같이 사리자야, 이것을 여래의 불가사의한 큰 신통력이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은 믿어 지니고 잘 받들어서 깨끗한 마음으로 의심함 없이 한층 더 펄쩍펄쩍 뛰며 매우 기뻐하여 드물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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