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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66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29권

by Kay/케이 2024.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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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29

 

대보적경 제29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菩提流志) 한역
송성수 번역


10. 문수사리보문회(文殊師利普門會)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8백 대비구와 또 4만 2천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때 무구장(無垢藏)이란 보살이 9만 2천 보살대중들에게 공경히 둘러 싸여 공중으로부터 왔다.
그때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보살들은 변청정행(遍淸淨行)세계의 보화(普花)여래의 권고를 받고 이 사바세계의 나의 처소에서 두루 부사의(不思議)에 들어가는 법문을 받아 지니려 왔으며 모든 보살들 역시 법회에 모인 것이니라.”
이 말씀을 하시자 한량없는 다른 세계와 이 세계의 모든 보살들이 기사굴산에 모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섰다.
그러자 무구장보살이 7보로 된 천 잎 연꽃을 손에 들고 여래 앞으로 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변청정행세계 보화여래께서 이 보배 꽃을 세존께 받들어 올리며 문안드리시기를 ‘병이 적으시고 피로가 적으시며 기거가 평안하십니까?’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 허공에 올라서 가부좌를 맺고 앉았다.
그때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그 모임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공손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생각하건대 지나간 오랜 세상에 일찍이 보등(普燈)부처님 처소에서 부사의한 법문에 두루 들어가는 말씀을 듣고 제가 그때 8천 4백억 나유타 삼매를 얻었사오며, 또 능히 77만억 나유타 삼매를 알았습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불쌍히 여기셔서 모든 보살을 위하여 그 법문을 말씀하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예. 세존이시여, 원컨대 기꺼이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보살이 이 법을 배우고자 하면 마땅히 모든 삼매문(三昧門)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이른바 색상(色相)삼매․성상(聲相)삼매․향상(香相)삼매․미상(味相)삼매․촉상(觸相)삼매․의계(意界)삼매․여상(女相)삼매․남상(男相)삼매․동남상(童男相)삼매․동녀상(童女相)삼매․천상(天相)삼매․용상(龍相)삼매․야차상(夜叉相)삼매․건달바상(乾闥婆相)삼매․아수라상(阿修羅相)삼매․
가루라상(迦樓羅相)삼매․긴나라상(緊那羅相)삼매․마후라가상(摩睺羅伽相)삼매․지옥상(地獄相)삼매․축생상(畜生相)삼매․염마라계(閻魔羅界)삼매․탐상(貪相)삼매․진상(瞋相)삼매․치상(癡相)삼매․불선법(不善法)삼매․선법(善法)삼매․유위(有爲)삼매․무위(無爲)삼매이니라.
문수사리야, 만일 모든 보살이 이러한 일체 삼매에 잘 통달한 이는 곧 이미 이 법을 닦아 배움이 되느니라.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색상(色相)삼매라고 말하는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물질의 모양이 물거품과 같아서
그 속에 견고한 실체가 없는 줄을 관하면
아무 것도 잡아 지닐 수 없는 까닭에
이것을 색상삼매라 하도다.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성상(聲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소리는 산골짝 메아리 같아서
그 본성을 얻을 수 없다네.
모든 법도 또한 이와 같아서
형상도 없고 차별도 없나니
모두 다 공적한 것임을 명료히 알면
이것을 성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향상(香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백천 겁 동안을
항상 갖가지 향기 맡을지라도
마치 바다가 온갖 흐름을 받아들여도
만족함 없는 것 같네.

그 향도 만일 실체가 있다면
마땅히 만족할 수 있으련만
단지 거짓 이름만 있을 뿐
그 실제는 취할 수 없도다.

취할 수 없는 까닭에
코 역시 있는 것이 아니니
성품이 공한 것임을 명료히 알면
이것을 향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미상(味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근(舌根)으로 느껴지는
짜거나 시거나 한 맛들은
다 여러 가지 인연으로부터 난 것
그 성품이 있는 것 아니다.

만일 능히 이렇게
인연이 모여 일어난 줄을 알아
이것의 부사의함을 명료히 알면
이것을 미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촉상(觸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감촉은 단지 이름만 있을 뿐
그 성품은 얻을 수 없나니
부드럽거나 미끄러운 모든 법
다 인연 따라 난다네.

만일 능히 감촉의 성품이
인연이 모여 일어난 것이어서
끝내 있는 것 아님을 알면
이것을 촉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의계(意界)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사 삼천세계의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을 모아
일심으로 함께 구하고자 생각하더라도
의계(意界)는 얻을 수 없나니.

안과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끌어 모을 수도 없는 것
단지 거짓 이름으로써
갖가지 모양이 있다고 말할 뿐이네.

마치 요술로 만든 것 같아서
머무는 것도 없고 처소도 없나니
저 성품이 공한 것임을 명료히 알면
이것을 의계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여상(女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네 가지 요소가 모여 거짓 여인이 된 것
그 속에 아무 것도 있는 것이 없건만
범부는 미혹한 마음으로
집착하여 실제 있다 한다네.

여인이란 요술로 만들어 낸 것 같건만
어리석은 자 깨닫지 못하고
망령되게 여인의 모습을 보고
더러운 애착심 낸다네.

마치 요술로 만들어 낸 여인은
실제의 여인이 아니건만
어리석은 자 이에 미혹되어
욕망의 생각을 낸다네.

이와 같음을 명료히 알고 나면
모든 여인은 형상이 없어
그 모양이 모두 공적한 법이니
이것을 여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남상(男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스스로 이것이 남자라 말하고
저것은 여인이라 분별하나니
이 분별심으로 말미암아
욕심의 생각을 일으킨다네.

욕심은 본디 없는 것
마음의 모양도 얻을 수 없건만
허망한 분별로 말미암아
남자의 생각을 일으킨다네.

그 속에 실지로 남자가 없나니
나는 아지랑이 같다고 말한다네.
남자의 모양이 공적한 것인 줄을 알면
이것을 남상삼매라 하느니라.

“다시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동남상(童男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무가 뿌리와 가지가 없다면
그 꽃은 필 수 없나니
그 꽃이 없으므로
열매가 생기지 못하느니라.

저 여인이 없으므로
동남도 또한 있는 것이 아니건만

분별하는 사람으로 인하여
임시로 이름을 말할 뿐이니,

저 여인과 동남이
있는 것 아님을 사무쳐 알아
이렇게 능히 관찰한다면
이것을 동남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동녀상(童女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다라 나무[多羅樹]를 베면
끝내 다시 살지 못하는 것과 같나니
어찌 슬기로운 사람이
그 가운데 열매를 구하리.

만일 모든 법이 나는 것 아님을
능히 깨달아 알면
마땅히 분별을 일으켜
동녀가 생겨난다고 하지 않으리.

또는 볶은 곡식 종자는
그 싹이 다시 나지 않듯이
여인도 또한 그러하다 하면
이것을 동녀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천상(天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청정하게 믿는 마음과
온갖 착한 행위로 인하여
하늘의 좋은 과보인
단정하고 미묘한 몸 받는다네.

묘한 보배 모든 궁전이
만들어서 조성된 것 아니며
만다라 미묘한 꽃
또한 심은 자 없다네.

이러한 부사의한 결과는
모두가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형상을 나타냄이니
마치 깨끗한 유리와 같다네.

이렇게 미묘한 몸매와
모든 보배의 궁전들
다 허망으로부터 생긴 것이라 하면
이것을 천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용상(龍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용의 몸을 받음은
인욕을 닦지 않은 인연이니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려서
염부제에 충만하여라.

앞에서 온 것도 뒤에서 온 것도
또한 중간에 있음도 아니면서
그러나 능히 이 물을 내어
다시 큰 바다에 돌아간다네.

이렇게 모든 용들의
익혀온 성품이 다르므로
갖가지 업 일으키건만
업도 또한 생겨나는 것 없다네.

일체는 진실이 아니건만
어리석은 자는 있다고 말하나니
이와 같음을 명료히 깨달아 알면

이것을 용상삼매라 하도다.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야차상(夜叉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큰 야차의 몸은
스스로의 마음에서 일어남이니
이 가운데 실체가 없건만
망령되이 공포심 낸다네.

두려운 마음도 있을 수 없건만
두려움 생겨나는 것
법을 봄이 실답지 못한 까닭이니
형상도 없고 얻을 것도 없어라.

공하여 아무 것도 없는 적정한 곳에
이 야차의 형상을 나타낸 것이니
이렇게 허망한 줄을 알면
이것을 야차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건달바상(乾闥婆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저것은 실로 나아가는 곳이 없는 것
이름과 말을 임시로 가정했을 뿐이니
나아갈 곳 있는가 없는가 명료히 알면
이것을 건달바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아수라상(阿修羅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수라 형상을 증명하자니
그 형상이 본디 남이 없는 것
난 것이 없으므로 멸함도 없나니
이것을 아수라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가루라상(迦樓羅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몸 없는 것으로 몸을 삼아
이름만 임시로 붙여 놓은 것뿐이나
이름과 형상도 존재하지 않나니
이것을 가루라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긴나라상(緊那羅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법은 지을 것 없이 짓는 것
이것을 긴나라라고 말하나니
이 나지 않음을 명료히 알면
이것을 긴나라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마후라가상(摩睺羅伽相) 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저 마후라가라는 이름을 빌려
세속을 따라 안립했을 뿐
이 가운데에는 실다운 법이 없거늘
허망스레 분별을 일으킨다네.

이 분별을 깨달아 알고 보면
자성이 있는 것 없나니
그 모양이 비어 고요한 것
이것을 마후라가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지옥상(地獄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옥은 비어서 형상이 없고
그 자성이 매우 청정한 것
이것을 누가 만든 자 없건만
스스로의 분별로부터 일어났을 뿐이네.

내가 보리도량에 앉았을 때에
이 나는 것 없는 모습을 깨달았나니
형상도 없고 나는 것도 없는 까닭에
그 성품은 마치 허공과 같고
이러한 모양은 다 고요한 것이니
이것을 지옥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축생상(畜生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구름이 온갖 형색으로 나타날지라도
그 가운데엔 실체가 없는 것이건만
슬기롭지 못한 사람은
이에 대해 미혹의 마음을 낸다네.

저 축생의 세계 가운데
갖가지 몸을 받아 나는 것도
마치 허공의 구름이
온갖 형상을 나타내는 것과 같으니

짓는 업이 요술 같은 줄을 깨달아
미혹한 마음 내지 않으면
그 모양이 본디 비고 없는 것
이것을 축생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염마라계(閻魔羅界)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나쁜 업을 짓거나
불선의 잡된 짓을 한 이는
염마라세계에 굴러 떨어져
갖가지 괴로움 받게 되지만

사실은 염라세계도 없으며
굴러 떨어짐도 또한 없다네.
자성이 본디부터 남이 없으니
모든 괴로움이 꿈과 같다네.
만일 능히 이렇게 관하면
이것을 염마라계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탐상(貪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탐욕이란 분별에서 나는 것
그러나 분별은 없는 것이니
난 것도 없고 형상도 없을세
머무르는 곳 얻을 수 없다네.

탐욕의 성품 허공과 같아서
또한 만들어냄조차 있을 수 없거늘
범부가 망령되이 분별한 까닭에
이로 인하여 탐욕이 났도다.

법성은 본래 물듦이 없어
청정하기가 허공과 같아서
시방에 두루 미루어 찾아도
그 본성을 얻어낼 수 없도다.

본성이 빈 줄을 깨닫지 못하여
탐욕심 보고는 두려움 내나니
두려움 없는데 두려운 생각을 내면
어느 곳에서 안락을 얻으리.

마치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허공을 보고 두려워하여
놀라서 벌벌 떨며 달아나면서
허공을 피하여 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나니

허공은 어디나 두루 차 있는 것
어디에 간들 허공을 피하리.
어리석은 사람이 미혹되므로
뒤바뀐 생각으로 분별을 내느니라.

탐심은 본디부터 자성이 없는 것
싫증내어 여의려 함도 망령된 생각
마치 사람이 허공을 피하려면
끝내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다네.

모든 법의 자성은 저절로 여읜 것
마치 저 열반과 같이
3세의 모든 부처님들도
탐욕의 성품이 빈 줄을 깨달아 아셨다네.

이 경계 가운데 머물면서
일찍이 놓아 버린 적 없나니
저 탐욕에 두려워하는 이는
깊이 생각하여 해탈을 구하라.

이렇게 탐욕의 자성은
끝내 항상 청정하나니
내가 보리를 증득했을 때
모두 다 평등하게 통달하였느니라.

탐욕에 집착하여 있다고 하므로
저것을 마땅히 여의려 하고
허망한 분별로 말미암아서
탐심을 놓아 버린다 말한다네.

이것은 오직 분별의 마음일 뿐
실로 놓아 버릴 것 있을 수 없다네.
이 성품은 얻을 것 없으며
멸해 없앨 것도 있을 수 없도다.

평등한 실제(實際) 가운데서는
해탈이란 분별도 없는 것이니
만일 탐심에서 해탈한다면
허공 또한 해탈하리라.

허공과 탐심은
다함도 없고 차별도 없나니
만일 이 속에서 차별을 본다면
나는 말하여, 버리게 하느니라.

탐심은 실제로 나는 것이 아니거늘
망령되이 분별을 일으킴이니
저 탐냄은 본디 자성이 없는 것
다만 임시 이름[假名]으로 있을 뿐이네.

마땅히 이 이름으로 인하여
집착하는 마음 일으키지 말라.
탐심을 깨닫고 물듦이 없기에

이것을 필경공(畢竟空)이라 하느니라.

탐심을 멸해서 없애지 않고
해탈의 경지를 얻게 되나니
탐욕의 법과 부처의 법이
평등한 그것이 열반이로다.

슬기로운 자는 마땅히 알라.
탐욕이 비어 고요한 줄 알고
적정한 세계에 들어가면
이것을 탐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진상(瞋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허망한 인연으로써
성내고 분한 마음 일으키나니
무아(無我)인 것을 나라고 집착하여
추악한 소리로 말미암아서

성냄의 마음 맹렬히 일으키되
마치 사나운 독을 뿜듯 하지만
음성과 성냄이
끝내 존재하는 것 아니라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낼 때에
여러 인연을 빌려야 되듯
인연이 화합하지 않으면
불은 끝내 생기지 않네.

저 뜻에 맞지 않는 소리는
끝내 존재하는 것 아니니
소리의 성질이 빈 줄을 알면
성냄 또한 나지 않으리.

성냄은 소리에 있는 것이 아니며
몸 가운데 있는 것도 아니라
인연으로 어울려서 일어난 것
인연 여의면 나지 못하나니

젖[乳]의 인연으로 인하여
화합하여 소락(酥酪)을 내듯이
성냄의 자성이 일어남 없건만
추악한 소리로 말미암도다.

어리석은 자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뜨거운 번뇌로 불사르나니
마땅히 이렇게 알고 보면
끝내 아무 것도 없는 것

성냄의 성품이 본디 고요해
임시로 붙인 이름만 있을 뿐이니
성냄이 곧 실제(實際)라
진여(眞如)에 의하여 일어났다네.
깨닫고 보면 법계와 같은 것이니
이것을 진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치상(癡相)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무명(無明)의 체성은 공하여
본디 일어남 없나니
이 가운데 어떠한 법도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 없도다.

범부도 어리석음 없건만
망령되이 어리석은 생각을 일으켜
집착할 것 없는 데 집착심 내나니
마치 허공을 얽어매는 것 같다네.

이상하도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여
지을 것 없는 것을 짓고 있나니
모든 법이 하나도 있는 것이 아니건만
번뇌에 물든 분별로 생겨난 것이네.


마치 저 허공을 가져다가
어떤 한 곳에 두고자 하면
설사 천만 겁을 지날지라도
끝내 쌓아 모을 수 없듯이

어리석은 사람은 예로부터
부사의 겁을 지나오면서
일으킨 어리석음의 번뇌
조금도 늘어난 것 없나니,

마치 저 허공을 취하려 해도
끝내 늘거나 줄어듦이 없듯이
많은 겁 동안 어리석음을 쌓아도
늘거나 줄어듦 없다네.

마치 저 풍구통[橐籥]은
바람내기가 끝이 없나니
어리석은 자 5욕에 집착함도
만족할 때가 있을 수 없도다.

이 어리석음은 아무 것도 없는 것
뿌리도 없고 머무는 곳[住處]도 없나니
뿌리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어리석음 또한 다함이 없도다.

어리석음이 다함없으므로
변제(邊際)도 얻을 수 없나니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
내가 능히 다하게 할 수 없구나.

설사 내가 하루 동안에
3천세계를 다 제도하여
그 가운데 온갖 중생을
모두 다 열반에 들게 하며

다시 헤아릴 수 없는
한량없는 겁을 지나며
나날이 이렇게 교화하여도
중생계는 끝내 다함이 없으리니

어리석음의 세계와 중생 세계는
이 둘이 함께 형상이 없어
그들 모두 요술로 된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능히 다하게 할 수 없느니라.

어리석음의 성품과 부처의 성품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나니
만일 불성(佛性)을 분별하면
그는 곧 어리석음에 머무르는 것

어리석음과 온갖 지혜
자성을 다 얻을 수 없나니
그러나 저 모든 중생은
어리석음과 평등하도다.

중생은 헤아릴 수 없는 것
어리석음 또한 헤아릴 수 없나니
헤아릴 수 없는 그 자체이므로
마땅히 분별을 일으키지 말라.

이렇게 사유하는 마음 그 자체는
사량(思量)으로 얻을 수 없으며
어리석음 또한 헤아릴 수 없나니
그 끝이 없기 때문이로다.

이미 끝이 없나니
어디로부터 생겨날 수 있으리.
자성이 생겨남이 없으므로
형상 또한 얻을 수 없는 것

어리석음이 형상 없는 줄을 깨닫고
부처도 또한 그런 줄을 관하라.
마땅히 이렇게 일체의 법이
둘이 아님을 알아야 하느니라.

어리석음의 성품은 본래 고요하여
다만 거짓 이름으로만 있을 뿐이네.
나는 보리를 증득했을 때
어리석음도 평등함을 깨달았나니
능히 이렇게 관찰한다면
이것을 치상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불선(不善)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탐냄․성냄․어리석음 등
갖가지 온갖 번뇌의
모든 행상(行相)들이
허망하여 진실하지 않음을 알고
이렇게 능히 관찰한다면
이것을 불선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선법(善法)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선법을 좋아하는 자
마음의 행(行)은 각기 다르나
끝내 하나의 행으로 돌아가나니

하나의 벗어나는 길로써
세간․출세간 모든 법이
모두 다 적정한 줄을 깨달아 알면
이것을 선법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유위(有爲)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니라.
일체의 유위법(有爲法)
이것은 조작하는 것 아니며
또한 헤아릴 수도 없도다.

나는 모든 함이 있는 행이
자성이 쌓아 모임 없으며
일체가 다 적정한 줄을 명료하게 아나니
이것을 유위삼매라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야, 어떤 것을 무위(無爲)삼매라 하는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무위(無爲)의 성품은 적정하여서
그 가운데 집착할 것 없으며
또한 벗어날 것도 없이
다만 붙인 이름만 있을 뿐이네.

집착된 중생을 위하여
저 붙인 이름을 말하였나니
능히 이렇게 깨달아 알면
무위삼매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러한 부사의하고 미묘한 게송을 말씀하실 때에 9만 2천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고, 3만 6천 비구의 번뇌가 다하여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으며, 72만억 나유타의 모든 하늘과 6천 비구니와 180만 우바새와
2천 2백 우바이 등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다.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모든 보살을 위하여 갖가지 삼매의 이름을 연설하셔서 듣는 자로 하여금 모든 감관이 통달하여 모든 법에 지혜와 밝음을 얻어서 모든 삿된 견해를 가진 중생들에게 굴복되지 않으며, 또한 네 가지 걸림 없는 변재(辯才)를 증득하며, 한 가지의 문자에서 능히 모든 문자를 사무쳐 알고, 모든 문자에서 하나의 문자를 알며, 다시 끝없는 변재로 모든 중생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잘 설하며, 또한 매우 깊은 법인(法忍)을 증득하여 한 찰나 동안에 일체 행을 사무쳐 알며 이 일체 행이 각기 끝없는 행상(行相)이 있는 줄을 다 깨달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무변리구(無邊離垢)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만일 보살이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일체 모든 청정한 빛깔을 나타내느니라.
또 가외면(可畏面)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큰 위광(威光)이 있어서 해와 달빛을 가리어 잃게 만드느니라.
또 출염광(出焰光)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모든 제석․범천의 위광을 가리느니라.
또 출리(出離)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벗어나게 하느니라.
또 무애광(無碍光)이라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모든 불국토[佛刹]를 비추느니라.
또 무망실(無忘失)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교법을 지니며, 또한 남을 위하여 이 뜻을 연설하느니라.
또 뇌음(雷音)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모든 말소리를 잘 드러내어 위로 범천에 이르게 하느니라.
또 희락(喜樂)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기쁨에 만족하게 하느니라.
또 희무염(喜無厭)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그 보고 듣는 자가 싫증냄이 없느니라.
또 전일경난사공덕(專一境難思功德)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일체 신변(神變)을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또 해일체중생어언(解一切衆生語言)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일체 언어를 잘 연설하되 한 글자 가운데서 일체의 글자를 말하며 일체의 글자가 한 글자와 같으니라.
또 초일체다라니왕(超一切陀羅尼王)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모든 다라니를 명료히 아느니라.
또 일체변재장엄(一切辯才莊嚴)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모든 문자와 갖가지 말소리를 분별하느니라.
또 적집일체선법(積集一切善法)이라 이름하는 삼매가 있나니, 이 삼매를 얻으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다 부처의 음성․법의 음성․승가의 음성․성문의 음성․연각의 음성․보살의 음성․바라밀다의 음성을 듣게 하나니, 이렇게 보살이 삼매에 머무를 때에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소리 들림이 끊이지 않게 하느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위력을 더하여 호념하시어 제가 걸림없는 변재를 얻어, 이 법문의 수승한 공덕을 말하게 해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네가 원하는 대로 따라 주리라.”
문수사리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어떤 보살이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의혹이 없다면, 이 사람은 현세의 몸으로 결정코 네 가지의 변재를 얻을 것이니, 말하자면 민첩하고 재빠른 변재, 광대한 변재, 매우 심오한 변재, 다함 없는 변재로서 모든 중생을 마음으로 항상 호념하되 그 수행하는 바를 따라 헐어 무너뜨리려 하는 이가 있으면 다 깨달아 알게 하여 헐어 무너뜨림이 없게 할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네가 이 뜻을 능히 잘 분별하나니, 만일 보시하는 자는 큰 재물을 얻으며 계를 지니는 자는 결정코 하늘에 나며, 이 경전을 받아 지니는 자는 현세에 변재를 얻어 허망하지 않을 것이니라. 마치 햇빛이 나면 능히 뭇 어둠을 없애듯, 또한 보살이 보리좌에 앉으면 등정각을 성취함은 결코 의심 없듯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현세에 변재를 얻음도 또한 이러하니라. 문수사리야, 만일 어떤 사람이 현세의 몸으로 변재를 구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이 경을 읽고 마음으로 믿고 즐거워하여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널리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되 의혹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때에 무구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보살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이 법문에 대해 마음에 의혹함 없이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면, 제가 기꺼이 거두어 그 변재를 가피(加被)하겠나이다.”
그때에 천마(天魔) 파순이 근심하고 고민하여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 처소에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전에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셨을 때 저는 그때에 근심․걱정을 품었었는데, 오늘 이 법문을 말씀하시니 큰 고통 갑절이나 더하여 마치 독화살에 맞은 듯합니다. 만일 중생이 이 경전을 들으면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남 없이 반열반에 들어갈 것이니, 저의 경계가 다 텅 비고 말 것입니다.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능히 모든 고통 받는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안락을 얻게 하시니,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큰 자비를 드리우사 이 경전을 위력으로 호념하여 가지하지 마시어
우리를 안온하게 해주시고 근심과 괴로움을 없애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걱정 말라. 나는 이 법을 가호(加護)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중생도 또한 열반에 들지 않으리라.”
천마 파순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며, 근심과 번민이 다 없어졌다. 그리고 곧 부처님 앞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이제 무슨 비밀한 뜻이 계시기에 파순에게 ‘내가 이 법을 가호하지 않으리라’ 하셨습니까?”
“문수사리야, 가호함 없이 이 법을 가호하나니, 그러므로 그에게 그런 말을 하였느니라. 온갖 법은 평등하여 실제가 다 진여에 돌아가서 법계와 같으며 모든 언설을 여의어 두 모습[相]이 아닌 까닭에 가호함이 따로 없도다. 나는 이러한 진실한 말로써 하여 허망함이 없나니, 능히 이 경으로 하여금 염부제에 널리 유포되게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보입부사의법문(普入不思議法門)이라 말하나니, 만일 능히 이 경전을 받아 지니면 곧 8만 4천 법문을 받아 지니는 것과 다름이 없으리라. 왜냐하면 내가 이 경을 잘 통달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중생을 위하여 8만 4천 법문을 연설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네가 이 법을 마땅히 잘 호지하여 읽어 외우고 유통시켜 잊어버림이 없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문수사리보살과 무구장보살과 존자 아난과 모든 세간 하늘․사람․아수라․건달바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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