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27권
대보적경 제27권
양 삼장 만다라 한역
송성수 번역
8. 법계체성무분별회 ②
문수사리(文殊師利)가 말했다.
“천자여, 신견(身見)의 체성을 깨달아 알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천자여, 무명(無明)․유애(有愛)의 체성을 나타내어 보이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말하며, 탐냄․성냄․어리석음의 체성을 깨달아 알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하는 것이니라. 천자여, 중생의 뒤바뀐 망상의 체성이 보리의 체성과 평등함을 나타내어 보이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하는 것이니라.
천자여, 모든 견해의 체성을 깨달아 알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하느니라. 천자여, 5음(陰)․18계(界)․12입(入) 법계의 체성을 보이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하느니라. 천자여,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은 모든 법이 남[生]이 없나니, 그리하여 남이 없는 법을 연설하신다 하느니라. 이 남이 없는 법은 도무지 나고 죽음이 없고 또한 열반이란 것이 없느니라.”
천자는 말했다.
“문수사리여, 중생을 위하여 제일 진정한 도를 장엄하는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왜냐하면 문수사리여,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증장(增長)시킨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천자여,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것이니라.”
“짓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은혜 갚을 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천자여, 그대는 여래께서도 짓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가?”
“문수사리여, 여래는 지음이 없습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함이 없는 데 이르셨나니 함이 없는 도는 지을 것이 없습니다.”
“천자여, 그대가 함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은혜 갚음이 없으며 은혜 갚음이 없는 것도 아니니라.”
“문수사리여, 이런 법은 초발심자에게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 법을 들으면
놀라고 겁내어 곧 퇴전(退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자여, 만일 어떤 보살이 처음으로 최상의 보리심을 발하고서도 놀라고 두려워 퇴전한다면 이 사람은 곧 퇴전에 머무를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합니까?”
“천자여, 만일 어떤 보살이 처음 도의 마음을 발하고서도 놀라고 겁내면 성문․연각의 자리에서 곧 퇴전할 것이니라. 만일 간탐하고 계를 파괴하고 성을 내고 게으르고 어지럽고 어리석으면 물러나지 않음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어떻게 머무릅니까?”
“천자여, 만일 보살이 처음으로 도심을 발하여 법계의 평등한 가운데 머물면 이것을 잘 머무름[善住]이라 말하나니, 초발심 보살을 머무름[住]이라고 말하는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어떻게 해야 초발심이라 이름합니까?”
“천자여, 만일 보살이 초발심자라면 공(空)․무상(無相)․무작(無作)을 수행하여 온갖 법이 난 것도 없고 멸함도 없는 줄을 알아야 하리니, 이것을 보살의 초발심이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어떤 것을 보살의 구행(久行)이라 합니까?”
“천자여, 일체 범부를 구행이라 말하나니 저 나고 죽음 가운데서 그 비롯함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니라.”
천자는 다시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것을 보살의 구행이라 합니까?”
“천자여, 만일 보살이 애욕 경계를 행하되 애욕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면, 애욕과 함께 머무르지 않으므로 보살의 구행이라 말하며, 진에(瞋恚)를 행하되 진에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니, 진에와 함께 머무르지 아니하며, 우치(愚痴)를 행하되 어리석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니, 우치와 함께 머무름이 아니며, 탐냄․성냄․어리석음에 등분(等分)한 행을 보이되 등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니,
또한 일체의 번뇌와 함께 머무름이 아니니라.
천자여, 만일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일체의 상을 관할지언정 법계의 체상(體相)을 분별치 않으면 이것을 보살의 구행이라 말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어떤 것을 보살의 불퇴전이라 합니까?”
“천자여, 만일 보살이 온갖 법을 관하되 재앙[災]일 것도 없고 재앙 아님도 없으며, 법계 체성을 관하되 재앙일 것도 없고 재앙 아님도 없으면 이것을 보살의 불퇴전이라 말하느니라.
다시 천자여, 만일 보살이 물러나기도 하고 또한 물러나지 않기도 하면 이것이 보살의 불퇴전이니라. 그 까닭은 물러난다 함은 욕계의 모든 선법에서 물러남이기 때문이니라.
또 천자여, 보살이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므로 물러나지만 알고 깨달으므로 다투어 송사함이 없으면 이것을 물러나지 않음이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일체성이 법성인 줄을 깨달으면 내가 능히 일체 법성을 깨달아 알았으므로 다시는 물러나지 않나니, 이것을 불퇴전이라 말하느니라. 저 불법에 의심이 없고 다른 말을 믿지 않으며 옳고 옳지 않음을 여의고 초발심이 청정하여 질투함이 없으며 또한 동요함이 없고 지혜가 밝게 비치어 온갖 법에 자재함을 얻어서 불법을 깨달아 안다면 이것을 보살의 불퇴전이라 말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어떤 것을 보살의 최후생[一生]이라 말합니까?”
“천자여, 보살이 일체의 모든 남[生]이 또한 남이 아님을 알며, 또한 일체 중생의 나고 죽음을 알아서 저 모든 남 가운데 법을 잘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되 나는 곳을 취함[取]이 없으며, 또한 모든 남을 취하되 나고 죽음의 취함을 여의어서 가는 것도 아니요 오는 것도 아니며, 올라감도 아니요 내려감도 아니니,
온갖 법이 다 평등한 까닭이니라. 또한 인연으로 화합하여 증장함을 알되 일체 중생의 몸․입․뜻이 다 평등하며
일체 중생의 경계가 따로 없이 부처님 경계에 머물러서 법계에 들어가나니 법계가 평등한 까닭이니라. 평등하게 중생의 마음을 명료히 알고 때를 잘 알아 도량에 이르나니, 이것을 최후생이라 하느니라. 천자여, 이것을 보살의 최후생이라 이름하느니라.”
보상 천자가 문수사리동자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보살의 나지 않음[不生]이라 말하며, 또한 일체에 자재함을 얻음입니까?”
“천자여, 만일 보살이 저 행업(行業)에 교만하여서는 아니 될 줄을 알면, 이 보살은 나지 않음이며 또한 온갖 법에 자재함을 얻느니라.
또 천자여, 보살이 능히 일체의 지닌 것을 놓아서 저 보리심에서 끝내 물러나지 아니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며, 만일 모든 질투의 번뇌와 함께 머무르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체에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만일 보살이 위의(威儀) 법칙과 모든 공덕과 계행이 갖추어 성취되었으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이름하고, 계를 범함에 함께 머무르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체에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등져 버리지 아니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일체의 무명․진에의 모든 번뇌와 함께 머무르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체에 자재를 얻었다고 말하느니라.
모든 선근에 굳게 머물러 움직이지 아니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이름하고, 선근 가운데에서 부지런히 용맹정진할 뜻을 내면 이것을 일체에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모든 선정 및 차제정(次第定)에 들어가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선정의 즐거운 맛에 탐착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체에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여 반야의 지혜를 구하여 배우고 묻기를 싫증냄이 없으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어리석음과 함께 머무르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체에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성내고 남을 해치려 하거나 다투어 송사하지 않으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성내고 해침․다투어 송사함과 함께 머무르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체에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만일 여실하게 말을 한다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만일 여실하게 머무르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만일 안으로 적정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이름하고, 모든 바깥 경계에 물들지 아니하면 이것을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만일 온갖 지혜의 마음의 궁극을 다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이름하고, 아래의 탈 것[下乘]을 구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모든 업과(業果)를 깨달으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이름하고, 마업(魔業)을 항복받으면 이것을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세상에 광명을 얻으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세속법에 물들지 아니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머무르는 것에 거스르지 않으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함이 있는 것에 떨어지지 아니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모든 아만과 방일함의 세력을 여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지혜의 의식[識] 경계에서 성스러운 즐거움을 성취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서원한 것에서 물러나지 아니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서원한 것이 세간을 초월하였으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인연으로 나는 법에 따라 행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인연으로 난 법에 집착하지 아니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만일 진지(盡智:究竟智)로써 일체가 공인 줄을 관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모든 선근을 구족하면 자재를 얻었다고 말하느니라. 만일 방편지(方便智)로 할 일을 일으켜서 대비심으로 부지런히 정진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만일 능히 모든 해탈법에 편히 머무르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만일 온갖 법에 물들지 않으면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모든 견해를 끊고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잘 사유하되 모든 법을 보지 않으면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힘을 얻었지만 온갖 법을 증득하지 아니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온갖 법의 자성이 공인 줄을 관하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일체 중생을 놓아버리지 아니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삼계에 머무르지 않으면 이것을 나지 않음이라 말하고, 중생을 위하여 열반에 들지 아니하면 자재를 얻었다 말하느니라.
다시 천자여, 만일 언어가 있으면 이것은 흔들림의 말이며, 망상의 말이며,
집착의 말이라 본래의 있음이 아니라서 생겨남이 있는 것이니라.
천자여, 온갖 법은 언어가 없나니 행(行)도 아니요 움직임도 아니라, 모든 희론어(戱論語)가 없으며 중생을 버리지도 아니하고 또한 멸도(滅度)함도 아니며 언설할 것이 없도다. 만일 언설이 없고 또한 문자가 없으면 곧 말할 것이 없느니라. 만일 어떤 힘이 있는 작용이 있으면 곧 언어․문자를 시설하게 되나니, 천자여, 이런 뜻에서 보살의 행은 어떤 작용을 말할 수 없으며 행함을 생각하지 않나니, 이것을 자애로운 마음[慈心]이라 말하며 죽이지 않음이라 말하며 모든 성인 가운데 자재하다고 말하느니라.”
이 법을 설할 때에 세존께서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문수사리여, 모든 보살을 위하여 나지 않음과 자재를 말하였도다. 문수사리여, 만일 보살이 이러한 법을 행하여 자재하여 걸림이 없으면 이 보살은 빨리 모든 부처님의 무상도의 수기를 받으리라.”
이 법을 들을 때에 이 모임 가운데 있던 5백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곧 위없는 정진도(正眞道)의 수기를 주시되 어떠어떠한 불국토에서 어떠어떠한 명호의 아무개 여래가 되리라고 증언하셨다.
그때에 모임 가운데 천자가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보상 천자는 장차 어느 때에 최상의 도를 이룩하며 그 부처 이름은 무엇이며 불국토는 무엇이라 할까?’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대덕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보상 천자는 장차 어느 때에 최상의 정진도를 이룩하며, 그 부처님 국토는 무엇이라 말하며, 부처님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아난아, 이 보상 천자는 백천 겁 뒤에 장차 최상의 정진도를 이룰 것이요, 명호를 보장엄(寶莊嚴)여래라 하리라. 이 동방에 그 불국토 이름은 보장엄이요, 겁의 이름은 보래(寶來)라 하리라. 아난아, 이 보장엄 불국토는 풍족하고
매우 즐거우며 재물과 보배가 넉넉하고 모든 인민이 많으며 모든 재난이 없고 또한 악도(惡道)가 없느니라.
아난아, 이 불국토에는 모든 기와․자갈․모래․흙․가시 덩굴․산골․언덕 등의 험악한 것이 없고, 땅의 평평하기가 손바닥 같으며 세 가지 보배로 이룩되었으니 염부단금(閻浮檀金)․유리․파리(頗梨)를 서로 섞어 꾸며서 매우 아름다우며 금 그물로 위를 덮으리라.
아난아, 그 국토는 화락천(化樂天) 궁전처럼 동산․못․의복이 풍족하여 마음대로 수용하듯이 이 보장엄 불국토의 인민도 또한 그러하리라. 그 국토에는 성문승․연각승의 이름이 없고 오직 보살만이 있어서 갖가지 법락을 받으며 갖가지 선정의 장엄에 들어가 갖가지 신통을 지어서 스스로 즐겨하고 다른 즐거움은 없느니라. 오직 법의 기쁨은 제외하느니라. 그러므로 그 세계를 보장엄이라 하리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66억 세며 출가 보살승(菩薩僧)의 수명도 66억이요, 재가 보살은 한량없고 끝이 없으리라.
이 보장엄(寶莊嚴)여래가 모든 보살을 위하여 법을 연설할 때 80억 다라수(多羅樹) 높이만큼 허공으로 치솟으며, 가부좌를 맺고 1천 국토에 몸을 나타내며, 1천 광명을 놓아서 저 불국토를 비추며, 하늘꽃․하늘향․가루향을 뿌리며, 하늘 음악이 각각 백천 가지이며, 설법하는 음성이 널리 국토에 들리며 무진주(無盡主) 다라니법을 설하리라.
어떤 것을 무진주 다라니법이라 말하는가? 온갖 법 적정의 주체이므로 몸과 마음의 적정한 생각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관조(觀照)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을 분별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을 잘 사유하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적정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착한 행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 광명의 빛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지혜의 광명이 평등한 데 비치는 주체이므로 모든 법이 늘고 줆이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결정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증장(增長)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지혜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다투어 송사함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을 잘 관찰하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이 성냄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바른 생각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을 잊어버리지 않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인도함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상의 뜻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지혜 분별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 청정한 뜻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공적(空寂)함의 주체이므로 모든 법에 모든 견해의 길을 끊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모양 없는[無相]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적정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원함 없는[無願] 주체이므로 모든 법이 모든 도에서 끊어짐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조작이 없는 주체이므로 모든 법의 짓는 자 여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벗어남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벗어남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남[生]이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다함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욕심 여읨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그릇됨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니라.
온갖 법의 둘이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현전(現前)의 지혜를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둘이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둘 여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의지함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움직이지 않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중생이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중생이 평등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 적정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변하지 않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얻을 것이 없음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행할 것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머무름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처소 여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정체가 없는[無定]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자재함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인연으로 생함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모든 허물을 벗어남을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온갖 법의 용맹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나지 아니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벗어남 없음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생기(生起)하지 않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여여함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이 한결같지 않음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본원적인 보배와 같은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무너짐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법성(法性)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평등한 맛[味]임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여실의 주체이므로 모든 법이 삼세 평등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가히 말할 수 없는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언어․논설에 집착하지 아니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선정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적정함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법성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사람이란 것 없음을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법의 보리의 주체이므로 온갖 법의 평등함을 나타내어 보이나니 온갖 법의 원함[願]이 없는 주체인 까닭이니라.
아난아, 보장엄여래가 허공에 앉아서 일어나지 아니하시고 이 무진주 다라니를 다라니의 주체이므로 모든 보살을 위하여 널리 연설하시면 그 국토의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이 다 법의 지혜를 얻느니라.”
그때에 대덕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희유하십니다. 만일 모든 여래가 본래로 지음이 없다면 과거․미래․현재의 법 가운데 걸림 없는 지혜를 얻었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지금 너를 위하여 모든 여래가 본래 지음이 없으면
과거․미래․현재의 법 가운데 걸림 없는 지혜를 얻게 됨을 말하였느니라.”
그때에 대덕 아난은 보상 천자에게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는 큰 이익을 얻었도다. 여래께서 그대에게 최상의 도를 성취할 수기를 말씀하셨느니라.”
천자가 말하였다.
“대덕 아난이여, 도무지 법이란 것이 없으니 수기를 말씀하신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물질법[色法]이 보살이 아니어서 물질법의 수기를 말씀하심이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이 보살이 아니니 의식 등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닙니다. 지계(地界)가 보살이 아니니 지계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니며, 수계(水界)․화계(火界)․풍계(風界)도 또한 보살이 아니니 수계․화계․풍계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닙니다. 눈이 보살이 아니니 눈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니요,
귀․코․혀․몸․뜻이 보살이 아니니 뜻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닙니다. 명색(名色)이 보살이 아니니 명색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니요, 과거․현재․미래도 보살이 아니니 3세 평등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닙니다. 인견(因見)이 보살이 아니니 인견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니요, 생멸(生滅)이 보살이 아니니 생멸의 수기를 말씀함도 아닙니다. 대덕 아난이여, 보살이라 말한 것은 이것이 거짓 말함이요, 보살의 참뜻은 이 적정구(寂靜句)니 만일 법의 마지막이 이 적정일진대 수기가 있을 수 없습니다.
대덕 아난이여, 수기란 것은 일체 말로 설한 법을 다 섭수한 것입니다. 대덕 아난이여, 또한 어떤 법을 보살이 혹 안이니 밖이니, 혹 선이니 불선이니, 혹 함이 있느니 함이 없느니를 집착할 것이 없으니 그런 뒤에 수기하는 것입니다.
대덕 아난이여, 보살의 수기란 온갖 법에 소속할 것 없는 것을 수기라 말하며, 온갖 법 취할 것 없는 것을 수기라 말하며, 온갖 법 처소가 없음을 수기라 말하며, 온갖 법 머무름 없는 것을 수기라 말하며, 온갖 법 벗어날 것 없는 것을 수기라 말하며, 온갖 법 망상 없는 것을 수기라 말하는 것입니다. 대덕 아난이여, 보살이란 이렇게 수기하는 것입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보상 천자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천자여, 보살은 이 모든 법을 통달하였으므로 이와 같이 수기를 말하나니,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최상 보리도의 수기를 말씀하는 것과 같으니라.”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마왕 파순이 그 권속을 데리고 각기 탈 것을 타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한쪽에 머물러 서서 이런 말을 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보살의 수기만 말씀하시고 성문은 말씀하지 않습니까?”
파순이 질문을 마치자 부처님께서 곧바로 대답하셨다.
“파순아, 보살은 삼천대천세계 국토에 있는 모든 인간․천상을 다 잘 아느니라. 이 인연으로 보살의 수기를 말하느니라. 성문은 인간․천상의 아는 것이 아니므로 보살의 수기를 주지 않느니라. 많은 중생으로 보리심을 발하게 하나니 이런 인연으로 보살의 수기를 말하나니, 성문의 수기를 말하면 보살은 퇴전하느니라. 그러므로 말하지 않느니라.”
그때에 문수사리동자가 파순에게 말하였다.
“네가 이제 무슨 까닭에 이 모임에 왔느냐?”
“문수사리여, 부처님 세존께서 보상 천자를 위하여 무상도(無上道)의 수기를 말씀하시되, ‘네가 장차 부처가 되리니 명호를 보장엄 여래․응공․정변지라 하리라’ 하시고 성문의 수기를 말씀하지 않으시니, 나의 궁전․누각․난간․보배나무와 동산․오락의 처소가 흔들려 서로 부딪치며 ‘석가 여래․응공․정변지께서 보상 천자를 위하여 무상도의 수기를 말씀하시도다’라고 하였으며, 또 말하되, ‘파순아, 네가 이제 저 모임에 가서 다시는 보살을 수기하여 너의 궁전에 와서 나지 말도록 하라’고 하였다.”
문수사리는 파순에게 말하였다.
“보살의 수기를 말하는 것을 너는 지금 기뻐하지 않는구나.”
“문수사리여, 나는 실로 기쁘지 않다. 염부제 일체 중생을 위하여 아라한의 수기를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근심할 것이 없지만 한 보살에게 최상도의 수기를 말씀하신다면 우리의 근심과 번민은 말할 수 없도다. 왜냐하면 문수사리여, 만일 보살의 최상도의 수기를 말하면 우리의 궁전이 캄캄해지며 이 보살이 3승법으로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을 건져내어 삼계에서 벗어나게 하리니 문수사리여, 우리는 이 일로 온갖 근심․번민을 받게 되었다.”
“파순아, 너는 네 처소로 돌아가라. 너는 어떤 힘으로도 능히 저 보살이, 끝내 보리의 도에 향하여 방편이 풍족한 반야바라밀행을 성취하는 자를 막아내기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모든 보살은 마(魔)의 올가미를 여의고 필경(畢竟)의 행을 이룩하여 방편을 잘 알고 반야바라밀을 행하기 때문이니라.”
그때에 부처님의 신력으로 마왕 파순으로 하여금 문수사리에게 묻게 하였다.
“어떤 것을 보살이 필경의 행을 닦아서 방편을 잘 알고 반야바라밀을 행한다고 하는가?”
“파순아, 만일 보살이 일체의 소승행을 여의면 이를 보살이 필경의 행을 이룩한다고 말하며, 만일 일체 번뇌의 마업이 다 최상도에 이익 됨을 보면 이것을 보살의 선교방편이라 말하며, 일체 번뇌와 함께 행하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한다 말하느니라.
다시 파순아, 보살의 마음은 마침내 모든 중생을 구제하므로 큰 장엄으로 스스로 장엄하나니 이것을 보살의 필경의 심행(心行)이라 말하며, 네 가지의 거두어 잡는 행[四攝]으로써 모든 중생을 거두면[攝] 이것을 보살의 선교방편[善知方便]이라 말하며, 끝내 일체 중생의 체성이 적멸함을 관하면
이것을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이라 말하느니라.
또 파순아, 보살은 능히 안팎의 온갖 보시하는 보리의 마음까지도 버리고 필경 최후의 경지에 이르면 이것을 보살의 필경의 심행이라 말하며, 보살이 일체 중생을 위하여 받는 자의 마음을 일으키면 이것을 보살의 선교방편이라 말하며, 보살로서 비는 자[乞者]와 받는 자가 있거든 진실한 본원(本源)을 알고 평등행을 하면 이것을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이라 말하느니라.
또 파순아, 보살이 모든 선법(善法)에 대해 처음 발심으로부터 끝내 불퇴전에 이르면 이것을 보살의 필경의 보리심을 행함이라 말하며, 만일 보살이 남에게 핍박받지 아니하더라도 능히 제 이익을 놓으면 이것을 보살의 선교방편이라 말하며, 보살이 법의 뜻을 생각하고 문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이라 말하느니라.
또 파순아, 비는 자를 보고 저버리지 아니하면 이것을 보살의 필경의 심행이라 이르며, 보살이 모든 선근을 모아서 온갖 지혜를 구하면 이것을 보살의 선교방편이라 말하며, 보살이 모든 법의 체성을 잘 알면 이것을 보살의 반야바라밀을 행함이라 이르느니라.”
그때에 보상 천자는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이 마왕 파순의 권속을 가히 신력으로 태워서[乘] 배[腹] 속에 집어넣을지니, 그들은 능히 선남자․선여인의 대승에 향하는 자에게 장애가 되게 하기 때문입니다.”
“천자여, 네 말처럼 마왕 파순을 보살의 뱃속에 들여놓지 못하느니라. 또 천자여, 네가 받아 지니는 불상장엄제일수락(佛相莊嚴第一受樂) 삼매의 힘으로 파순으로 하여금 사자좌에 앉게 하여 부처님의 신력을 나타내어 부처님의 변재로 법을 설하게 하라.”
그때 마왕 파순이 이 말을 듣고
몸을 감추어 대중 속에서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가 없었으니 문수사리의 위력으로 거두어 잡아 가지기 때문이다. 문수사리가 이 생각을 하자 마왕 파순이 부처님의 형상을 나타내어 사자좌에 않았으며, 대중들은 이것을 보고 마왕 파순인 줄을 알았다.
문수사리는 또 말하였다.
“파순아, 너는 이제 여래의 도를 얻었느냐?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 사자좌에 앉다니 말이다.”
문수사리의 힘을 빌어 마왕 파순은 말했다.
“문수사리여, 세존께서도 아직 보리를 얻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내가 얻겠는가? 왜냐하면 보리라는 것은 이 은혜를 갚은 모양이니 욕심을 여의고 얻는 것이 아니며 알고 향하여 나아가므로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보리라는 것은 함이 없는 모양을 얻음이니 그가 함이 없는 모양을 얻으므로 공(空)의 모양을 깨달아 아나니, 이것을 보리라 말할지언정 공으로 공을 깨달아 앎이 아니기 때문이며,
상[相] 없는 모양을 깨달아 아는 것을 보리라 할지언정 상 없는 것으로써 상 없는 모양을 깨달아 앎이 아니기 때문이며, 원(願)이 없는 모양을 깨달아 앎을 곧 보리라 말할지언정 원 없는 모양으로 원 없는 모양을 깨달아 앎이 아니기 때문이며, 법계의 체성을 깨달아 아는 자를 곧 보리라 이름할지언정 체성으로써 체성을 깨달아 앎이 아니기 때문이며, 진여(眞如)의 분별 없는 모양을 깨달아 아는 것을 곧 보리라 말할지언정 진여가 진여를 깨달아 앎이 아니기 때문이며,
여실한 본원에 머무름을 깨달아 앎을 이 보리라 말할지언정 여실한 본원에 머무른 것이 여실한 본원에 머물렀다고 깨달아 앎이 아니기 때문이며, 나도 없고 중생도 없고 명(命)도 없고 사람[人丈夫]도 없는 체성을 깨달음을 이 보리라 말할지언정 그것을 깨달아 알았다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만일 어떤 보살이 이러한 보리의 모양을 말하는 것을 듣고는 능히 모든 법의 체성에 분별할 것이 없으면 곧 부처라 말하리라.”
마왕 파순이 부처님의 변재로 이 법을 말할 적에 5백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다.
그때에 대덕 사리불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희유합니다. 당신께서 가지고 계신 힘으로 마왕 파순으로 하여금 여래의 몸을 나타내되 신상(身相)이 구족하며 사자좌에 앉아서 이러한 깊은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일체의 초목은 마음이 없지만 가히 여래의 신상을 구족하게 나타내어 능히 설법할 것이며, 나도 또한 대덕 사리불로 하여금 여래의 몸으로 변하여 신상을 구족하여 부처님의 변재로 설법하게 할 것입니다.”
그때에 대덕 사리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이 대중 가운데 숨어버리더라도 나로 하여금 여래의 몸을 나타내어 신상이 구족하게 하며 나를 희롱하여 성문의 사람으로 세존의 모습을 나타나게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문수사리의 위신력으로 인해 숨을 수가 없었다. 문수사리는 대덕 사리불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그를 변화시켜 여래의 몸을 만들어 신상이 구족하게 하여 사자좌에 앉게 하니, 여러 대중들이 또한 보고 알았다.
그때에 문수사리동자는 대덕 사리불에게 말했다.
“그대는 마왕 파순과 함께 말을 나누십시오. 여래가 여래와 더불어 말씀을 나누듯이 말입니다.”
그러자 대덕 사리불은 이렇게 물었다.
“파순이여, 보리라는 것은 어떤 체성인가?”
파순이 대답하였다.
“온갖 법의 평등한 이치를 깨달아 앎이 이 보리의 체성이며, 두 가지의 법을 깨달아 앎이 이 보리의 체성이며, 온갖 지혜의 관(觀)이 이 보리의 체성이며, 또한 체성 아님도 아니며 행도 아니요 행 아님도 아니며, 길이 일체의 행과 행 아님을 끊었으며, 도(道)도 아니요 도 아님도 아니니 이것을 모든 부처님 세존의 보리라고 한다.”
파순이 대덕 사리불에게 물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어느 곳에 머무시는가?”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나고 죽음이 평등한 데 머무르시며, 열반의 움직이지 않는 데 머무르시며, 일체 견해의 여실한 성품에 머무르시며, 일체 중생의 번뇌의 부림에 머무르시며, 또한 온갖 법 근본에 머무르시며, 함이 있고 함이 없는 두 가지 법에 머무르시니, 모든 머무름이 머무름 아니어서 머무름이 있을 수 없다. 파순이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이렇게 머무신다.”
그리고 사리불은 파순에게 물었다.
“보리는 어느 곳에서 구할 것인가?”
“대덕 사리불이여, 신견(身見)의 근본에서 보리를 구하며, 무명과 유애(有愛)에서 보리를 구하며, 뒤바뀐 생각에서 일어나는 번뇌에서 보리를 구하며, 모든 장애와 덮임에서 보리를 구하도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파순아,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말하는가?”
“대덕 사리불이여, 여실히 이러한 모든 법을 깨달아 알면 이것을 보리라 말하는 것이다.”
이 법을 말할 적에 8백 비구가 다 모든 번뇌를 끊고 무루심을 얻었으며, 모든 천자들은 사리불과 마왕 파순을 믿는 까닭에 3만 2천 천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모든 천자를 조복하고자 하는 까닭에 문수사리동자가 마왕 파순과 사리불로 하여금 여래의 몸을 나타내어 신상이 구족하게 하였다. 그리고 문수사리가 신통력으로 도로 거두자 사리불과 마왕 파순의 몸은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갔다.
그때에 사방에서 1천 보살이 1천 불국토에서 허공을 타고 와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께 정례하고 오른쪽으로 여래를 돌고 한쪽에 머물러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법계체성무분별경(法界體性無分別經)」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듣고 나서는 정법을 수호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경을 받아 지니고서 독송하고 통달하여 다른 사람을 위해 널리 설명해주고 정법을 얻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대덕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보살이 어디서 왔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보살들은 각기 여러 불국토에 있었나니 이 보살들은 모두 문수사리동자가 본래 교화하였느니라. 항상 그들을 위하여 이 「법계체성무분별경」을 설하여 교화하였나니, 이 보살들은 경의 은혜를 갚을 줄을 알기 때문에 와서 이에 이르러 여래를 보고 예경하고 또한 문수사리동자를 공양․예배하고자 하며 또는 이 경을 보호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니라.
아난아, 내가 열반에 든 뒤에 이 보살들이 염부제에 널리 유포하여 이 바른 법을 수호할지니, 아난아, 이 보살은 일찍이 백천 부처님 처소에서 용맹스럽게 바른 법을 호지(護持)하였느니라.”
이때에 대중 가운데 제석․범천․호세(護世)의 모든 천왕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그 누구나 이 경을 호지하는 자가 있으면 이 착한 장부․선남자․선여인을 잘 수호하여 공양하며 괴롭히거나 시끄럽게 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제석․범천․호세의 모든 천왕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너희가 능히 용맹스럽게 이 바른 법을 애호하는 착한 장부 등을 보호하면, 이것은 곧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며 아울러 바른 법을 사랑하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문수사리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경을 받아 지녀서 이 뒤 말세에 염부제에 널리 유포할지니라.”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화재(火災)의 재앙이 일어날 때 이 허공은 도무지 보호하여 지
니는 자가 없지만 또한 불타지도 않을 것입니다.”
“저 허공의 체성과 같이 온갖 법도 그러하여 이 법은 나는 것도 아니요 멸하는 것도 아니니, 만일 나는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을진대 또한 법의 체성을 받아 지닐 수도 없나니 받아 지닐 수 없으므로 법의 체성과 같나니, 모든 법을 받아 지닌다는 것도 또한 그러하니라.”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이 경을 받아 지님은 선남자․선여인 등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기 위한 까닭이니, 만일 법을 공양하는 자라면 이 경을 사랑하고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이 경을 받아 지니면 교만심과 모든 원수를 조복받으므로 그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니, 미래세에 이 염부제에 널리 유포할지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몸에서 광명을 놓으시니 이 광명이 두루 삼천대천 부처님의 세계를 비치며 다 금빛으로 변하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광명이 일체에 두루 비치나니 이 경도 또한 이와 같이 마음과 행이 걸림 없는 자는 불법에 통달할 것이다. 선남자․선여인 등은 손으로 이 경을 잡아 지니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경을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고 통달하여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면 아난아, 너는 곧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 세존을 공양함이 되리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은 무엇이라 이름하며 어떻게 받아 지녀야 합니까?”
“너는 이 경을 받아 지니되 ‘법계체성무분별’이라 말하며, 또한 ‘보상천자소문(寶上天子所問)’이라 말하며, 또한 ‘문수사리동자소설(文殊師利童子所說)’이라 할 것이요, 그것을 잘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대덕 아난과 문수사리동자와 보상 천자와 모든 불국토에서 온 보살과 천인․아수라
및 세간 사람들이 모두 크게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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