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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45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8권

by Kay/케이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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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8

 

대보적경 제8권


서진(西晉) 삼장(三藏) 축법호(竺法護) 한역
송성수 번역


3. 밀적금강역사회(密迹金剛力土會) ①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 영취산(靈鷲山)에 유행(遊行)하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4만 2천 보살과 8만 4천 대성(大聖)이 신력으로써 각기 시방의 다른 부처님 나라에서 이곳에 와서 모였다.
그들은 다 법의 지혜를 얻어서 물러남 없는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이르렀으며 총지(摠持)를 얻어서 변재가 걸림 없었으며, 시방의 무수한 부처님세계에서 두루 지내면서 신통으로 자재하게 즐겼으며, 모든 외학(外學)을 버리고 뭇 마군을 항복 받아 여러 원적 등을 없앴으며,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사랑하고 온갖 법의 근원을 보아 삼계 중생의 근본을 깨달았으며, 널리 일체 바라밀에 들어가서 항상 조용한 데 처하며, 교묘한 방편을 다 통달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 그 덕을 칭찬하고 선양하시며, 무수겁(無數劫)을 닦아 보살행을 받들어 공을 쌓고 덕을 닦기를 억만 년, 한량없는 세상으로부터 마음이 평탄하기가 땅과 같으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국토에서 행한 일이 청정하며, 온갖 장애를 끊어 버리고 모든 덮임[陰蓋]을 제거하며, 그 몸이 단단하기가 쇠사슬과 같으며, 금강 같은 뜻을 얻어 성도(聖道)의 결정성을 얻었으며, 크게 사자후(師子吼)를 하여 중회(衆會)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었고, 들어갈 바를 체험하여 두려움 없는 힘을 얻었으며, 빛은 해와 달을 가려 참된 법을 천명하며, 3세를 사무쳐 과거․미래․현재에 모든 의혹을 결단하고 깊이 미묘한 데 들어갔으되,
인연 따라 간악한 중생을 교화하여 아주 단멸(斷滅) 하느니 언제나 변하지 않음에 있다[有常]느니 하는 생각을 버리게 하면, 온갖 선정(禪定)․삼매를 바로 받아 들어갈 바 경계를 사무치며,
시방의 소리를 따라 한량없는 물음을 받되 3보(寶)의 가르치신 언교(言敎)를 끊지 않으며, 덕을 한량없이 쌓아 불도를 융흥시키되 성문(聲聞)․연각(緣覺)의 지위에 지나가며, 다함없는 사랑을 행하고 끝없는 슬픔을 따르며, 4범행(梵行)을 거두어 잡아서 4은(恩)을 널리 건지되 때를 따라 개도(開度)하며, 3해탈문(解脫門)을 뛰어 넘어서 3달지(達智)에 이르며,
두루 삼계에 돌되 일월(日月)과 같으며, 4방에 왕래하되 전륜성왕과 같으며, 용맹스러운 지혜로 나고․늙고․죽음을 건넜으며, 5취(趣)에 왕래하되 횃불이 어둠을 비치 듯하며, 마음에 집착 없는 것은 연꽃이 진흙탕에 집착 않듯 하며, 행에 늘고 줆 없는 것은 마치 허공이 미워함과 사랑함 없는 것 같으며, 3장(藏)을 널리 선포하되 마치 밝은 임금이 신하에게 관작(官爵)을 내려 주듯 하며,
세속의 8법을 뛰어넘어 슬퍼함과 기뻐함이 없으며, 8난(難) 속에 들어가 중생을 재액(災厄)에서 건져 주며, 지혜로써 물러감 없는 법의 바퀴를 굴리며, 여러 가지 괴란[壞亂]을 풀어 주고 진정한 본래 공[本空:本無]한 법을 나타내어 보이며, 교훈 드리움이 특별하여 온갖 지혜[一切智]에 이르게 하므로 삼계가 그를 위하여 진동하였다.
부처님의 18법으로 어리석은 중생을 가르치어 3독을 여의게 함이 바람이 뜬구름 불어 버리듯 하며, 법의 배로 중생을 건네주고 12해(海)를 관찰하여 생사의 바퀴에서 벗겨 주며 삼계에 왕래하면서 12인연을 제도하는 보살로서 공덕을 갖추었다.
그 이름은 월시(月施)보살․ 월영(月英)보살․적영(寂英)보살․수영(首英)보살․광영(光英)보살․광수(光首)보살․수적(首積)보살․수적(首寂)보살․구쇄(鉤鎖)보살․용흔(龍炘)보살․용시(龍施)보살․집상(執像)보살․밀천(蜜天)보살․연승(緣勝)보살․연수(緣手)보살․상거수(常擧手)보살․상하수(常下手)보살․보인수(寶印手)보살․
보장(寶掌)보살․보세(普世)보살․수왕(宿王)보살․금강의(金剛意)보살․금강보(金剛步)보살․부동행적(不動行迹)보살․과삼세도(過三世度)보살․무량적(無量迹)보살․무량의(無量意)보살․해의(海意)보살․견의(堅意)보살․상의(上意)보살․지의(持意)보살․증의(增意)보살․
상참(常慘)보살․상소(常笑)보살․희근(喜根)보살․선조위(善照威)보살․이구(離垢)보살․기악취(棄惡趣)보살․거중개(去衆蓋)보살․극정진(極精進)보살․지적(智積)보살․
상관(常觀)보살․광세음(光世音)보살․대세지(大勢至)보살․산정(山頂)보살․허공장(虛空藏)보살․불순(不眴)보살․불모락(不募樂)보살․보상(寶上)보살․보심(寶心)보살․선사(善思)보살․선사의(善思義)보살․주결총(珠結總)보살․호왕(豪王)보살․정왕(淨王)보살․엄토(嚴土)보살․보사(寶思)보살․은시(恩施)보살․제천(帝天)보살․수천(水天)보살․제망(帝罔)보살․명망(明罔)보살․유천(喩天)보살․적쾌(積快)보살․비선(譬善)보살․백상(白象)보살․향수(香手)보살․중향수(衆香手)보살․사자(師子)보살․영보(英普)보살․이의(利意)보살․묘어(妙御)보살․대어(大御)보살․적의(寂意)보살․자씨(慈氏)보살․보수(普首)보살․동진(童眞)보살 등 8만 4천 보살의 명호가 이러하였다.
그때에 삼천대천 불토(佛土)에 부처님의 위의가 드높으시며 제석․범왕(梵王)․사천왕 등 모든 하늘과 용신(龍神)․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건달바의 모든 왕과 권속이 다 와서 모였다.
아뇩달(阿耨達)용왕․화륜(和輪)용왕․마나사(摩那斯)용왕․다주(多朱)용왕․설색(雪色)용왕․무량색(無量色)용왕․수심(須深)용왕과 나머지 무수한 용왕이 그 권속과 함께 와서 모였다.
한거(閑居)아수라․수마질(須摩質)아수라․결하(決河)아수라․순수(順樹)아수라․영락(瓔珞)아수라․광혹(狂惑)아수라․단절(斷絶)아수라․집귀(執鬼)아수라 등이 각기 무수한 권속에 둘러싸여 이 모임에 와 있었다.
마갈 국왕 평사(萍沙)와 그 궁인 권속이 다 이 모임에 와 있으며, 모든 비구․비구니․우바새[淸信士]․우바이[淸信女]며 천신(天神)․지신(地神)․욕행천(欲行天)․색행천(色行天)․정거천(淨居天)이 모두 이 모임에 와 있었다.
그때에 세존이 한량없는 백․천 대중 권속에 둘러싸여 그들을 위하여 경을 설하셔서
모든 보살업(菩薩業)을 베풀어 펴시니 그 법을 ‘정제광포도의(淨齊廣布道義)’라고 불렀다.
어떤 것을 보살업(菩薩業)이라 하는가? 보시(布施)를 닦으므로 중생을 교화하여 액난(厄難)을 구제하며, 금계업(禁戒業)을 닦으므로 원하는 바의 10선(善)의 일을 두루 채우며, 인욕업(忍辱業)을 닦으므로 80종의 좋은 모습을 다 갖추어 그 몸을 장엄하며, 정진업(精進業)을 닦으므로 짓는바 덕의 근본을 다 갖추어 모자라거나 잃어버림 없으며,
선사업(禪思業)을 닦으므로 심성이 안온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경계에 이르며, 지혜업을 닦으므로 온갖 번뇌의 번뇌[廛勞]를 끊고 성인의 슬기를 성취하여 모든 통달하지 못한 이를 교화하며, 박문업(博聞業)을 닦으므로 걸림 없는 변재를 얻어 말이 물 흐르듯 듣는 자가 잘 받아들이며, 공덕업을 닦으므로 중생의 한량없는 복을 권하여 짓게 하며,
성명업(聖明業)을 닦으므로 한량없는 미묘한 변재를 성취하며, 적연업(寂然業)을 닦으므로 온갖 불가사의(不可思義)를 일으키며, 정관업(正觀業)을 닦으므로 삿된 것․이익 없는 일을 놓아 버리며, 자심업(慈心業)을 닦으므로 항상 인화(仁和)를 닦아 일찍이 해칠 마음을 품지 않으며, 불쌍히 여기는 업을 닦으므로 중생을 건지려 하는 마음에 언제나 싫증냄 없으며, 희업(喜業)을 닦으므로 법의 즐거움을 즐겨서 스스로 좋아하고 또한 중생을 교화하여 도법(道法)을 사모하게 하며,
호업(護業)을 닦으므로 한량없는 허물을 끊고 그 죄와 복됨을 보여 법으로써 사람을 이익 되게 하며, 법을 들려주는 업으로 중생의 번뇌 덮임을 제거하여 자만심을 내지 않게 하며, 출가업(出家業)을 닦으므로 은혜와 사랑․사모하고 원망하는 세속의 버릇을 내버리게 하며, 한거업(閑居業)을 닦으므로 세운 바의 요의(要義)가 일심을 잃지 않으며,
유지업(有志業)을 닦으므로 총지(摠持)를 얻어 법을 명념하여 잊지 않고 여러 사람을 교화하며, 사념업(思念業)을 닦으므로 교의(敎義)를 해설하되 나아가는 곳에 이익 됨이 있되 손실됨이 없으며, 의지업(意止業)을 닦아서 몸과 느낌[痛癢:受]과 마음과 법을 관하며,
의단업(義斷業)을 닦아서 온갖 죄악법을 다 끊고 널리 도와 모든 행의 묘한 법을 닦으며, 신족업(神足業)을 닦으므로 그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며 어려운 곳에 오고 가며 하열한 중생을 구제하고,
제근업(諸根業)을 닦으므로 모든 감관이 고요하도록 하여 눈․귀․코․입․몸․마음이 고요하여 어지럽지 않게 하며, 모든 제력업(諸力業)을 닦으므로 온갖 번뇌의 시달림과 죄악의 때를 씻고 항상 능히 스스로 제지하고 또 대중을 교화하며, 각의업(覺意業)을 닦으므로 본연의 법을 깨달아 몸을 바로 잡는 데 이르며, 바른 도업(道業)을 닦으므로 뭇 삿된 길 96종을 뛰어넘으며, 진정업(眞正業)을 닦으므로 인의(仁義)의 도를 얻어 화내거나 기뻐함이 없으며, 해변업(解辯業)을 닦으므로 중생의 마음을 보고 그들을 위하여 열어 밝혀 주며,
자귀업(自歸業)을 닦으므로 스스로 깨닫고 사람을 따르지 않으며, 선우업(善友業)을 닦으므로 서로 돕는 공훈문(功勳門)을 통하여 지혜의 덕으로써 건져 주며, 순성업(純性業)을 닦으므로 인연 따라 응해 주어 온갖 어려움을 건져 주며, 성현업(聖賢業)을 닦으므로 행하는 바가 기특하여 무리에 뛰어나며,
연좌업(宴坐業)을 닦으므로 들은 법과 같이 항상 받들어 행하며, 4은업(恩業)을 닦으므로 대중 모임에 나아가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며, 정법업(正法業)을 닦으므로 3보의 교령(敎令)을 받들어 행하여 끊임이 없게 하며, 권조업(勸助業)을 깨우쳐 주므로 부지런히 중생을 교화하여 불토(佛土)를 장엄하고, 권방편업(權方便業)으로 널리 응용하여 일체의 자비와 지혜를 갖추느니라.
세존께서 이와 같이 널리 대중을 위해서 보살업을 연설하시니 이름하여 ‘청정(淸淨)’이라 하였다.
그때에 밀적(密迹)이라는 금강역사(金剛力士)가 세존의 오른쪽에 서서 손으로 금강저(金剛杵)를 잡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희유하옵니다. 여래 지진(至眞)께서 쾌히 보살의 ‘정제업(淨濟業)’이라 이르는 경전의 요지를 말씀하시니 아까 부처님께서 이 법을 반포하심과 같이 제가 관찰하여 이 온갖 업을 생각하옵건대
다 보살의 중덕혜업(衆德慧業)에 들어가나이다.
왜냐하면 그 묘한 공덕은 모든 보살이 즐거워하는 것을 변화하여 보이신 것이니 이 즐거워하는 것으로 중생을 거두어 지도하셨나이다. 그 지혜업[慧業]이란 보살의 바른 말[雅詞]로 법을 설하여 중생을 기쁘게 함이 많습니다. 만일 보살이 요지를 들어 보이신 공덕업을 깨달아서 지혜업을 닦으면 이것이 제일 진실을 행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공덕업은 곧 이 보살의 선교방편[善權方便] 바라밀의 다함이 없는 것이며 복경(福慶)을 갖추었나이다. 이 지혜업은 곧 보살 지도(智度)의 다함없는 것이라 여러 가지의 행이 다 갖추었나이다. 이 두 가지 업으로 널리 온갖 보살도를 갖추어 은혜대로 널리 중생을 건지나니 모든 마의 권속이 능히 당할 자가 없으며, 마의 경계를 지나가나니 보살이 이와 같이 물러감 없는 데 이르러서 장차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를 이룩한 것이며, 법의 근본에 물러감 없음을 얻게 되나니 부처님 세존께 가까이하여 모두 여래의 비밀 법장을 뜻대로 반포하여 일찍이 덮어 숨기지 않게 하셨나이다.”
그때의 적의(寂意)보살이 밀적금강역사에게 말하였다.
“밀적이 ‘두 가지의 사업(事業)이 여래혜(如來慧)에 가깝다’고 하니, 인자(仁者)는 능히 여래의 비밀업을 선양하는 일을 즐겨한다. 이는 모든 성문․연각도 능히 미칠 경계가 아닌데, 하물며 나머지 범부(凡夫)에 있어서랴.”
그때에 밀적금강역사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적의보살이 앞에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밀적역사는 어찌 능히 뜻을 굽혀 이 회중을 위하여 때를 따라 모든 보살의 비밀법과 여래의 은밀한 일[秘要]을 부연하지 않습니까? 대중들이 다 듣기를 갈앙(渴仰)하옵니다. 만일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탁 트여 크게 기뻐하며, 보살행을 받들어서 이 은밀한 일을 남김없이 성취하며, 심성이 잘 조화되어
끝없는 자비에 들어가리다.”
부처님께서 금강역사에게 말씀하셨다.
“인자야, 능히 거듭 이 회중을 위하여 보살의 비밀법과 여래의 은밀한 일을 말하기를 감당[任]한다면, 천불이 네가 모든 보살의 도품행[道品行]을 선설하는 것을 칭찬하실 것이며 회중은 듣기를 즐거워하리라.”
밀적금강역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능히 모든 회중을 위하여 보살의 비밀법과 여래의 은밀한 일을 감당하기 어렵사옵니다. 가령 여래께서 위신력으로 돕고 붙들어 주시면 큰 지혜의 빛에 올라 부처님의 성지(聖旨)를 잇고, 이에 감히 모든 보살의 비밀법과 여래의 은밀한 일을 선설하기를 마치 세존과 같이 하오리다. 어두운 밤에 등불의 광명을 의지하여 형색과 가고 오는 것, 좋고 나쁜 것, 동․서․남․북 방위의 나아가고 물러갈 바를 알듯이 세존께서 만일 가호(加護)하신다면 부처님의 성지를 받자와 아는 것은 적으나 약간 선설하겠나이다.”
“좋구나, 곧 설하라.”
밀적금강역사는 적의보살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들으시라. 여러 회중도 보살의 비밀법과 여래의 은밀한 일을 듣고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말지어다.”
그때에 적의보살은 회중에게 말했다.
“여래가 선포하신 4부사의(不思議)는 이것으로써 최상 진정의 도를 이룩하여 최정각에 이르게 되나니 어떤 것이 넷이냐? 지어 얻은 덕업(德業)이 헤아릴 수 없으며, 뜻은 용왕과 같고 행(行)을 헤아릴 수 없으며, 선정(禪定)의 일심(一心) 경지를 헤아릴 수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소행이 변제가 없는 것이다. 인자여, 이 네 가지의 불가사의는 불도의 행하는 바 불가사의로서 세상에 가장 높은 이[最至尊]가 되어 정각을 이룩하나니 그러므로 4부사의라 이르나니, 이 회중이 만일 보살과 모든 부처님의 부사의를 들으면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아니하고
더욱 기뻐하고 공경하여 대도를 통달할 것입니다.”
그때에 적의보살이 여기상삼매(如其像三昧)에 들어서 회중으로 하여금 여래법을 듣고 비방함이 없게 하고 마음으로 기쁘게 하니, 이 모임의 도량에 하늘에서 여러 가지 꽃, 마음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의 꽃을 내리어 부처님 위와 회상에 뿌려 공양하였다.
이때에 밀적금강역사가 적의보살에게 말했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이제 모든 보살의 비밀법과 여래의 은밀한 일을 선설하리니 이르나 늦으나 고요히 한마음을 닦을지니라. 여래와 보살이 말씀하신 것은 망설임 없고 도의 결정기(決定記:道別)를 맡기시나니 이를 좇아 보살의 5행(行)을 순종할지니라. 보살은 아첨함이 없으며, 숨기고 속이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인연이 서로 응할 적엔 자재 변화하며, 자재심으로 삿되고 간사한 법답지 않은 짓을 꾀하지 않고, 행동․위의를 삼가 중생을 교화하되 하는 말이 없으며, 망령된 말을 하지 않나니 보살의 위의를 헤아릴 수 없도다.
다시 적의여, 중생의 하는 짓을 따라서 그대로 온갖 위의․예절을 열어 보이며 행하는 바 학문․선정(禪定)․예절에는 약간의 음향(音響)․언사로 각기 명료하게 하며, 남녀의 소행인 거동․진지․위의․예절은 각기 늙고 젊음에 따라 지도하되 젖먹이 어린이라도 감화할 만하거든 행동을 삼가게 할것이며, 장로(長老)와 중년․소년들을 그에 맞도록 위의․예절로 교화할 것이며, 존․비․귀․천․현(賢)․우(愚)의 하는 짓과, 트이고 막힘․통달하고 어리석음의 행하는 바 위의․예절을 그 정도에 따라 훈계하여 가르쳐 제도할 만한 자를 교화할지니라.
지옥․아귀․
축생의 종류와 하늘․용․귀신․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의 교화할 만한 것을 잘 인도하며,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제석․범천․사왕천․대신묘천(大神妙天) 들의 개화할 만한 것은 훈계하여 가르치느니라.
보살이 다 그 업장이 깊고 얕고 두텁고 엷고 제도하기 어렵고 쉬운 것을 알아서 병에 따라 약을 주듯이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저 탐욕 많은 자는 재업(財業)을 탐내지 않게 하고 위의를 성취하며, 예절을 따르게 하되 보살이 그곳에서 적연히 하염없이 몸으로 수행하나니 정묵(靜黙)을 버리지 않고 몸의 위의를 나타내느니라.
만일 간탐․질투가 많은 자에게는 각기 그들을 위하여 시현하여 신명을 아끼지 않고 때를 따라 구제하되 신행(身行)이 청정하여 몸으로 광명을 연출하느니라.
만일 지옥․아귀․축생의 고통에 있어서는 그 위급한 액난(厄難)을 건져내어 편안한 곳에 두어서 뭇 어려움이 없게 하느니라.
만일 중생이 인색한 업이 많거든 그 좋아하는 대로 갖가지의 보물과 재산을 내주어 각기 욕구를 얻게 하며, 머리며 눈이며 살․골절․사지(四肢)․백체․수뇌(髓腦)․처자․시종․수레․말․노복․의복을 좋아하는 대로 다 베풀어주며, 만일 좋은 음식이나 상품 의복을 구하더라도 다 뜻에 차도록 하여 주되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몸을 받아 가며, 법계의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다 편안하게 하여 모두를 만족하게 하느니라.
지혜와 도력이 다함없이 각기 그 몸을 나타내되 시방에 두루하여 끝이 없으며, 인연 방편이 또한 다함없이 무수한 몸으로 언제나 나타나 중생을 교화하여 각기 갈 곳을 얻게 하느니라.
만일 탐욕이 많고 색정(色情)이 짙은 중생에겐 여인의 모양을 나타내되 단정하고 미묘하여 그 사람이 보고는 기뻐하고 사모하게 하여,
서로 즐겨하여 보아도 싫증냄 없이 보배 구슬같이 아름다울 때에, 문득 늙어 쭈그러지고 안색이 매우 추악해지므로 그 사람이 보고는 꺼리고 싫증을 내게 하며,
죽음을 보여 보기 싫어하는 마음을 더하게 하고는 바로 모든 법은 무상(無常)이며 괴로움[苦]이며 공(空)이라, 삼계가 허깨비[幻化]와 같아서 하나도 진실함이 없다고 설함으로써 듣고는 곧 깨달아서 가장 올바른 도심을 내어 물러감 없는 데 이르게 하느니라.
또 보살은 하나의 보배 일산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다 둘러 덮기도 하고 다시 한 개자 속에 집어넣기도 하며, 만일 겁(劫)의 불이 대천세계를 사를 적에 온 세계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도 이 몸이 더 커지는 것도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그 몸으로 시방 부처님께 공양하며 다시 꽃을 수미산만큼 크게 만들어 옷자락에 품어서 꽃일산을 이룩하여 여래께 바치며, 한 향로가 천불(千佛) 국토만큼 되고 한 등불이 수미산만한 것을 여래께 받들어 올려 항상 항하(恒河)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국토를 비추어 부처님께 공양하며, 가는 비단천으로 그 몸을 싸 감고 참기름을 들이부어 등불을 삼아서 스스로 그 몸을 불살라 그 광명을 연출하여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나니,
만일 중생이 보고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기며 혹은 보살 경계를 생각하고 이 변화를 보고는 무수한 중생이 보고는 무수한 중생이 다 도심을 내어 기쁜 마음이 만족하며, 큰 서원의 갑주를 입고 대역사(大力士:和難勢)의 위세를 나타내어 손에 금강저를 잡은 역사로서 부처님을 모셔서 위력이 장엄하매 대중이 두려워하며 스스로 귀의하여 예경하게 하느니라.
보살은 법문을 듣고 큰 역사의 몸을 나타내어 많은 무덤 사이에 있으면서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스스로 죽음을 나타내 보여 커다란 시체를 무덤 사이에 버려두며, 또 모든 새와 짐승이 그 고기를 먹게 하며,
네 발․두 발 짐승이 그 시체를 뜯어먹고는 죽은 뒤에 다 하늘에 나게 되도다.
이 인연이 원인이 되어 마침내 열반에 이르게 되나니 이것은 다 보살의 특수한 원력의 소치이니라. 그 까닭은 저 보살이 본래 발심할 때에 맹세하기를 ‘설사 어떤 사람이나 나는 새․길짐승이라도 나의 죽은 몸을 보고 그 고기를 먹게 되면 목숨을 마친 뒤에 하늘에 나며 세상을 제도하고 도를 얻으며 금계를 받들어 지니고 원하는 바를 얻을지어다’라고 한 까닭이니라.
이와 같이 적의여, 마땅히 이렇게 관할지니라. 보살의 소행은 그때그때의 거동에 따라서 교화하느니라.
지나간 먼 세상에 이 염부리(閻浮利)는 매우 넓고 컸고 그 주위에는 8만 4천 나라가 있었으며 그 나머지 군․현․부락은 수없이 많았으며 인민이 치성하여 한량없었다. 그때에는 재보(財寶)와 의식이 저절로 갖추어졌으며 기이한 보배 나무가 집을 둘러쌌었느니라.
그때에 인민(人民)은 약간의 질병으로 불안하고 근심이 많았으며 지치고 파리한 자가 많았다. 그 병이란 금이(金痍)․요창(療瘡)․저통(疽痛)의 악질이었다. 또 여러 양의(良醫)가 있었으나 능히 치료하지 못하므로 뭇 사람이 병을 얻은 지 여러 해가 되어 괴로워하고 슬퍼할 뿐이었다. 그때 사람은 이런 액을 만나면 구호할 수 없었고 서로 원망하며 하늘․용․귀신․건달바․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을 부르며 ‘누가 능히 나의 병액을 없애 줄까?’라고 하였느니라.
보살이 그때에 인민의 머리가 되어 어진 의원으로 나타나 여러 사람의 병을 낫게 해주되 항상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성으로 간호하고 시종하기를 마치 노복이 상전의 마음을 잘 맞추어 주듯이 은혜 갚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사람의 위액(危厄)을 건져 주었느니라.

적의여, 저 지나간 세상에 세존께서 천제석(天帝釋)이 되셨으니 이름은 선자재(善自在)라, 하늘 위에서 멀리 사람들의 병고 액난을 보고 또 하늘귀로 사람들이 병고로 신음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런 것을 보고 듣자 매우 불쌍히 여기고 슬퍼하여 생각하기를, ‘지금 저 사람들은 이처럼 병고에 시달리며 의지할 바가 없구나. 이제 내가 마땅히 저 곤액에서 건져 주어 좋은 구호자가 되고 의지할 곳이 되리라’고 하셨느니라.
그때에 염부제 가운데 어떤 큰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구류(具留)였다. 그때에 천제석이 이 나라의 멀지 않은 곳에서 변화하여 한 벌레가 되었으니, 이름이 인량(仁良)이었다. 그는 저절로 그 구류국에 화생하였느니라.”
그때에 천제석이 허공에서 게송으로 염부제 사람에게 일러 주었다.

이 성 밖 멀지 않은 곳에
큰 벌레 있으니 그 이름은 인량이라.
누구나 그 고기를 먹으면
사나운 병의 고통 곧 없어지리라.

너희들 겁내거나 두려워 말고
그 벌레 찾아서 고기 먹어라.
원한도 품지 않고 불결함도 없으니
이것이 신비로운 좋은 약일세.

밀적금강역사는 다시 적의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때에 저 국성․군․현․촌락의 모든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고 다들 모여 구류국으로 나아가서 그 벌레 있는 곳에 이르러 그 살코기를 싸 가지고 돌아와 병자에게 먹이자 병은 곧 나았으며, 그 벌레의 고기는 줄지 않았다. 그때에 그 나라의 빈들에서 벌레가 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기어코 하고 싶은 말은
여러 사람 불도 이루기를.
나의 미묘한 지혜로

끝내 다함이 없기를.

두루 금계(禁戒)를 배워 익히며
살을 베어 보시하나니
이러한 지성의 말로
재빨리 불도 이루라.

“이와 같은 적의여, 그때의 염부리 모든 병자는 인량의 고기를 취해 먹고는 그 병이 다 나았다. 그때에 그 벌레는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하게 여겨 그 몸은 여전히 늘고 줄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러 나라 군․현․읍․성의 병자들은 다 와서 이 인량의 고기를 먹고 다 안온하였으며 천하 사람이 다시는 질병의 걱정과 고난이 없었다. 그러나 오직 몸의 병만 제거될 뿐, 마음의 병인 음심․성냄․어리석음은 가시지 않았다.
그때에 남녀노소가 다 안락하고 건강해지자,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인량의 은혜를 보답할까?’하고 각기 생각하기를 여러 병 나은 자들이 다 모여 구류국 인량충(仁良蟲)의 처소에 나아가 합장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인자는 이 구호자이시며
인자의 몸은 좋은 의약
우리의 질병을 없애 주시니
무엇으로 인자의 은덕 보답하오리.

“그때에 인량충은 그 몸을 숨기고 천제의 형상을 나타내어 게송을 설했다.”

나의 오늘 이 몸은
세상살이가 쓸데없어라.
음식도 나에게는 쓸 곳이 없고
금은 진보도 나에게는 다 쓸 곳이 없네.

좋은 코끼리로 끄는 수레도 쓸 곳이 없고
좋은 말에 매인 수레도 쓸 곳이 없으며

사내나 계집, 늙은이나 젊은이
다 같이 한마음 모아



지난 일을 고치고 오늘 일을 잘 닦아
몸소 10선업(善業) 받들어 행하기를
서로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민망히 여기고 불쌍히 여기며.

서로 보기를 골육과 같이
언제나 부모․자식과 같이
마음에 해칠 생각 품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은혜 갚는 일.

“적의여, 그때에 여러 사람이 그 교훈을 듣고 숙세의 착한 뿌리 인연으로 모두 10선을 받들어 행하니 구족하고 청정하여 이지러지거나 지쳐버림이 없었도다.
적의여, 이와 같이 그때의 염부리 남녀노소가 10선을 봉행하다가 몸을 마친 뒤에는 3악도의 액난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도리천상에 태어났다. 천제석이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보살업을 열어 보이므로 다 최상의 도심을 내어 곧 불퇴전 지위에 서게 하였느니라.
적의여, 이것이 곧 보살의 닦은 바 밀행이라. 몸 수호하기를 청정하게 하며 신명을 아끼지 아니하고 몸으로 보시함으로써 수많은 중생을 구제하여 대도(大道)에 이르게 하였도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적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몸으로 행한 여러 가지 밀행이 견고하여 파괴할 수 없는 것이 금강과 같도다. 그 몸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주었어도 배우는 뜻대로 규정되었으므로 비록 헐고자 하나 파괴하지 못하며, 중생이 배우되 법을 좇아 배움에 머무르면 실체가 파괴되지 못하며, 베푼 언교(言敎)도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고 칼이 능히 상하게 하지 못하며, 그 몸이 견강(堅强)하여 가히 헐지 못함이 마치 적의와 같으리라.
그 보살은 몸으로 법률을 수순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그 마음이 적연(寂然)함으로써 망상을 품지 않음이니라. 모든 중생의 몸이 본래 없으므로 그 몸도 본래 공한 것이며,
중생과 자기 몸이 본래 없는 줄을 깨달았으므로 모든 법이 또한 본래 없으며, 모든 법이 본래 없으므로 또 자기 몸이 본래 없는 데로 돌아갈 줄을 알며, 모든 법이 본래 없고 모든 법이 본래 없으므로 자기 몸이 또한 본래 없는 데 돌아간다면 이미 본래 없으므로 과거․미래․현재의 법도 본래 없는 데로 돌아가느니라.
과거․미래․현재의 법이 본무(本無:眞如의 다른 번역)인 줄을 깨닫고 또한 자기 몸도 본무라면 과거의 본무와 미래의 본무가 착란하지 않을 것이며, 미래의 본무가 과거의 본무와 서로 어그러지지 않는다면 과거의 본무가 현재의 본무와 서로 어긋나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본무가 과거의 본무와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면 현재의 본무가 과거․미래와도 서로 어긋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미래의 본무가 현재의 본무와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면 미래의 본무가 현재의 본무와 서로 어긋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현재․미래의 본무가 현재의 본무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 과거․미래․현재의 본무와 모든 행법(行法)인 5음(陰)과 모든 종자와 모든 입(入)과 중쇠(衆衰)․네 가지 요소가 서로 어그러지지 않느니라.
설령 생사(生死)와 무위(無爲)가 다 본무라면 생사의 본무가 행할 것[無所行:無所作]이 없으므로 본래 본무인 것이니 행할 것 없는 본무가 본래 행이 없는 본무와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니라.
족성자(族姓子)여, 말하자면 본무라는 것은 그 본무라고 말하는 자와 다름이 없나니 욕(欲)을 여의지 않고서 성립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본래 쟁송(爭訟)이 없나니 쟁송하는 자가 다른 쟁송자와 또한 다툴 것이 없나니 이것을 곧 여래의 본무라고 이르느니라. 여래는 형상이 없이 이 본무에 돌아가나니 이것이 곧 여래의 형상은
온갖 색상(色像)을 나타냄이니라. 그러므로 온갖 형상과 여래의 형상이 다 본래 공한 것이니 이것을 여래의 상이라 이르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온갖 상을 나타내지만 여래는 일찍이 형상을 만들어 나타내지 않고서 상도 없고 다툼도 없이 이에 온갖 상을 나타내나니 본래 없음으로써 성립할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니라.
본래 업이 없음으로써 스스로 그 몸과 모든 몸이 본래 없는 줄을 관찰하며, 스스로 법신(法身)과 온갖 몸이 다 없음을 관찰하며, 여래의 몸을 관찰하되 일체의 몸이 인연으로 좇아 난 줄을 깨달으므로 법신의 본래 좇아 행한 바의 인(因)이 법신으로 더불어 이에 법신을 이룩한 줄을 알게 되나니, 음(陰)․종(種)․제입(諸入)이 없는 것을 곧 ‘법신행(法身行) 평등업’이라 이르느니라. 중생의 소견(所見)의 연(緣)을 소제(消際)하나니 만일 보고 들을 것이 있으면 그것이 다시 굵고 가는 것[麤細]이 있으리라.
적의여, 마치 기역의왕(耆域醫王)이 여러 가지 약초를 한데 모아서 동자의 형상을 만들되 단정하고 미묘하기가 세상에 뛰어났으며, 하는 짓이 침착하고 지닐 것을 다 갖추어 그 곱기가 비할 데 없었다. 가고 오고 서고 앉고 눕고 다니는 것이 조금도 모자람 없이 다 나타내 보였다.
혹 호귀한 국왕이나 태자․대신․백관․귀족․장자들이 기역의왕의 처소에 와서는 약 동자를 보고 같이 노래하고 희롱하며, 그 얼굴 모습을 보고는 병이 다 나으니 안온하고 적정하여 욕심을 여의느니라.
적의여, 또한 보아라. 기역의왕이 병을 치료하는 법은 세간의 다른 의사가 미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보살이 법신의 행을 받들어 행하면, 가령 중생이 음욕[婬]․성냄[怒]․어리석음[痴]이 성하여 남녀노소가 서로 사모하고 즐기더라도 탐욕․번뇌가 다 쉬게 되며, 쉼을 얻고는 조용하게 되어서
말하자면 타는 욕심을 여의고 이로 인하여 교화를 받게 되나니, 이것은 다 보살이 원하는 바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적의여, 만일 보살이 법신 닦는 일을 잘 행하면 이 모든 보살은 곧 법신이라, 음식으로 그 몸을 채우는 것을 보이지만 실은 밥덩이[搏食]로써 그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며, 여러 가지의 반찬을 끊었지만 중생을 불쌍히 여기므로 다시 먹는 일을 나타내되 밥덩이를 몸 안에 들여보내지 않으며, 또한 몸 가운데 붙여두지 않되 그 법신은 늘거나 줄지 않느니라.
보살의 법신은 난 바를 알지 못하며 또한 죽음이 없고 처음도 없고 마지막도 없건만 세속을 따라서 나고 죽음을 나타내느니라. 비록 멸하여 없어짐을 나타내지만 온갖 법이 다 변함[行]이 없는 줄을 알고, 세상에 태어남을 보이지만 온갖 법이 하염없고[無爲] 모임 없는[無會] 줄을 통달하며, 온갖 법이 비록 난 것이 있으나 실로 난 것이 아니며, 모든 행(行)을 깨달아서 스스로 그 몸을 나타내면 모든 감관[諸根]이 없어지거나 줄었더라도 그 자재한 행[逝行]은 법신을 훼손함이 없으며, 법신․법식(法食)․법력과 법으로써 스스로 돌아가서 여래신(如來身)을 깨닫느니라.
적의여, 여래의 몸을 알고자 하거든 곧 허공의 몸으로서 그와 동등한 것이 없으며, 삼계에 처하여 가장 높은 이가 되고 중생에게 베풀되 몸 돌아갈 바가 없으며, 비유할 수 없고 같은 종류가 없고 그 몸이 청정하여 때를 여의고 티끌이 없으며, 그 몸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저절로 선명하여 길이 먼지의 가림이 없으며, 본성이 인화(仁和)하여 생기는 바가 없고 그 몸이 적연하여 심(心)․의(意)․식(識) 소견의 얽힘이 되지 않으며, 그 몸의 자연스러움이 마치 허깨비[玄化)와 아지랑이[野馬]와 물속의 달과 같으며,
이미 공(空)․무상(無相)․원(願)을 뛰어 건너서 그 몸이 시방 허공에 두루하고 마음은 평등하여 삼계의 근본을 깨달아 모든 중생이 ‘나’와 ‘나의 것’이 없으며, 그 몸이 끝이 없고 헤아릴 수 없어 조작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이 몸이
집착도 없고 생각하는 것[思念]도 없으며, 머묾이 진실하여 돌아오지 않는 데 이르며, 그 몸이 상(像) 없이 절로 상을 나타내며, 감각[痛:受] 없이 감각을 나타내고 생각[想] 없이 생각을 나타내며, 생사의 알음알이[生死識] 없이 생사의 알음알이를 나타내고
지․수․화․풍의 본인[因] 없이 지․수․화․풍 네 가지 요소의 몸을 나타내며, 모든 세간 모든 현상이 다 헛되어 실답지 않은 줄을 알고 눈으로 봄도 없고 귀로 들음도 없으며, 코로 냄새를 맡지도 않고 혀로 맛에 머물지 않으며, 몸에 의지함 없고 길이 여러 가지의 알음알이[衆識]를 없애서 뜻에 감각[感受]이 없고 마음에 굴러 옮김[轉移]이 없으며, 심․의․식이 없되 진제(眞諦)를 깨달아 일찍이 나아가고 물러가지 아니하느니라.
적의여, 여래의 법신에 있어서 만일 어떤 보살이 능히 이러한 법신을 체득하여 두루 나타나지 않음이 없게 하려고 보살행을 받들어 가면,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어서 4방 모든 지역 국(國)․군․현․성․읍 등에 다 그 몸이 변화하여 두루 나타나되 모든 마귀는 능히 보살이 하는 일을 보지 못하느니라.
나타내거나 또는 나타내지 않거나 다 미묘한 업을 밝게 알 것이니, 비록 나타내는 바 없더라도 널리 일체에 나타나되 일찍이 생각하고 행하거나 보고 듣고 앎으로써 하는 것이 아니며, 닦아 행하는 것은 중생을 교화하되 신행(身行)이 4의지(意止:四念處)를 잃지 않고 중생들을 위하여 그 몸으로 무상(無常)․괴로움[苦]․공(空)․몸 아닌[非身] 이치를 나타내되 모든 몸이 본래 공적한 줄을 깨달아 알게 하며, 중생을 위하여 몸이 무너져 없어짐을 나타내어서 좋은 과보를 그 몸에서 구하려는 자로 그 마음을 물러가게 하나니 이 보응을 구함은 4전도(顚倒)를 따르기 때문이니라. 어떤 중생이 지음도 없고[無作] 보는 것[見]도 없는 이치를 알고 그 몸이 마치 풀․나무․담벼락․기와․돌 같은 줄을 깨닫거든 그 중생을 위하여 청정한 몸을 나타내느니라.
이와 같이 적의여, 일찍이 보살이
정광불(淨光佛)에게 수결(授決)을 받은 이래 비밀한 몸․청정한 법체에 이르기까지 보살이 입으로 연설함이 있더라도 다 언설이 없었느니라.
또 적의여, 여래가 설한 바는 그때그때의 편의에 따라 그 생각하는 대로 보살의 비밀한 몸의 적정을 말하므로 이것을 좇아 굴러 나아가며 구제를 얻어 이르는 곳이 끝이 없었나니, 말하자면 보살이 몸의 비밀에 자재를 얻으므로 보살이 자기 몸의 비밀을 선설하되 약간 그 요긴한 것만 드느니라. 이제 갖추어 말하자면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겁에도 능히 다하지 못하리라.”
그때에 밀적금강역사는 적의보살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을 비밀[言密]이라 하는가? 그 말이 청정하여 중생의 종류에 따라 주나니, 축생의 많고 적은 종류에 따라 보살도 갖가지의 음성과 언어를 나타내며, 음성을 가려 갖가지의 말을 나타내되 그 중생의 언어에 따라서 교법을 연설하며, 때를 따라 법을 베풀고 더불어 이야기하되 그 고(苦)․낙(樂)․선(善)․악(惡)의 처소를 말하느니라.
그 보살의 음성은 모든 중생에게 다 들어가되 사무치지 않음이 없나니, 혹은 노래하고 희롱하면서 성내고 기뻐함을 따라 훈계하여 가르치되, 그 몸과 뜻의 믿는 것과 마음으로 좋아하는 대로 보살이 다 알고 분별하여 각기 듣고 알게 하느니라.”
적의보살은 밀적금강역사에게 물었다.
“보살의 변화하는 음성은 어떠한가?”
밀적금강역사는 대답하였다.
“그 중생들의 온갖 음성을 따르되 보살의 음성은 한정이 없나니 중생은 태어나는 곳에 따라 그 마음과 생각이 각기 다르고 5취(趣)의 음성이 각기 같지 않지만 보살은 각기 그 음성과 언사를 따라 주되 또한 언사라 할 것도 없나니, 이것이 곧 중생의 음성을 따라서 통달하지 않음이 없지만 실로 있는 것이 없다는 이치를 깨닫는 것이니라.

마땅히 이렇게 관할지니라. ‘온갖 음성으로 선설한 바 언사가 모두가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말에 한량이 없다.’ 이것이 보살의 교화하는 방편으로 그때에 맞추어 하는 것이니 비유로 다할 수 없으며 마음대로 선설하는 그 음성도 헤아릴 수 없도다. 혹은 제석․범천․사천왕의 음성을 연출하며 혹은 하늘․용․아수라․가루라․긴나라․건달바․마후라가․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을 위하여 법을 설할 때에, 중생 음성의 상․중․하와 굵고 가늘고 곱고 거친 데 따라 음성을 연출하여 그들을 기쁘게 하느니라.”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에 따라 주는 언사로
온갖 의혹 풀어 줄세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언교를 풀어내어

자비로 중생들 건져내기를
가여운 마음으로 끝까지 하며
널리 퍼져 가는 설법의 음성
듣는 이 기뻐하여 마음 다잡고

천제의 권속이 한데 모인 때
부드럽고 연하고 화창한 음성
이 소리 퍼져서 들리는 곳에
온갖 음향이 다 사라지네.

악공(樂工) 잡혀 놀리는 기악
자비로운 소리 멀리 퍼지고
두루두루 베풀어 울리네
경전의 가르침.

긴나라들이
읊어내는 좋은 아송(雅頌)을
그 소리 이에 대면
두루 모두 구족할는지

이 음성 듣는 이 탐욕 그치고
음란한 마음 또한 사라지나니
온갖 산신들도
음악 소리 듣기를 좋아하나니

욕계를 장식하는
온갖 묘한 소리
여러 기악에서 나오고
천녀가 자아내는 하늘 풍류도
그것 또한 다 이에서 나온 것
참으로 사랑하고 즐거워할 것

그 법의 소리는
때에 따라서 방편에 맞추어
펴내는 가송(歌頌)
진에(瞋恚)와 욕심 녹이고
어리석음과 거만함 없애버리네.

잘난 척하는 행동
그들의 행하여 나아갈 곳을
도술(道術)의 선전법
들은 까닭에
이 소리 듣고는 사무쳐 깨쳐

색계라 이름하는
모든 하늘은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
기뻐하면서


뛰어난 가르침
이런 말씀 얻어 듣고
세상에 있으면서 뜻을 내어서
장래에 부처님 도 이루리라고

용이며 건달바
마후라가들의
악공들 갖가지로 지닌바
온갖 음악으로써
하넓은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미묘한 소리로 연출하나니

중생들 누구나 이 소리 듣고
기쁜 마음 끝없이 뛰놀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고
한량없는 음향에 들어가나니

염부제의 세계
거기 사는 인민에게도
그 음성 두루 퍼지며
거기 들어가는 중생들
이 소리 듣는 자라면
모두 해탈되도다.

허공의 천신들과
땅 맡은 신령에게도
그 소리 사무쳐 들어
그 속에 이르게 되면

그들도 가르침 듣고
모두들 기뻐하면서
의심 다 풀어지며
마음으로 기뻐하도다.

처량한 난조(鸞鳥)와 따오기 소리
붉은 부리 까마귀 소리
산새며 공작의 소리
앵무와 고니[鵾鷄]의 소리

기러기와 기이한 새들
기역(耆域)과 원앙과
이 소리 듣게 되면
모두가 기뻐하네.

사자와 호랑이
곰과 원숭이
사슴과 노새와 나귀
들여우와 토끼들이며

코끼리․말․개며
소․염소․돼지들
그 소리 듣고는
모두 다 기뻐하네.

네 발․두 발
온갖 모습과
발 많은 것
발 없는 것

이 음성 듣고는 기뻐하고
음성을 듣고 이해하여 알고
가르침 받아서 선포하고
온갖 축생업 버리나니

이 삼천세계의
모든 나라의 온갖 소리
상품․중품
귀한 이․천한 이
지옥․아귀
축생들이며
모든 하늘 사람들까지

이들이 지닌 온갖 음성을
하나도 잘못 보는 것 없이
오직 그 참뜻을 알되
일부러 생각해 구함이 없이

일찍이 다투지 않고
마땅히 할 일을 받들어 행하여
오직 한마음 도에 두고서
마땅히 시절에 맞추어
선포하나니

언제나 전일(專一)한 자비심으로
중생의 쟁송(諍訟)을 참아가면서

소리로 가르침을 깨우쳐주고
백억 국토를
항하사(恒河沙)세계에
사무치나니

세속 재업(財業)에 기대지 않고
마음은 아무 것도 행함이 없이
여러 불국토에 있는불법을 부수려는 마군들도
이처럼 매우 화창한법음(法音) 듣고는

슬퍼하여 참회하면서
불법 보호하기 맹세하고서
나고 듣고 행보할 적에
공경한 마음으로 예배하도다.

백․천․억
갖가지 중생으로서
그 마음에 제각기
다른 생각 품었더라도

이 말을 듣고는
막힘이 없이
두 손을 모아
머리 숙여 예경하도다.

병들어 누웠거나 귀머거리나
벙어리거나
절름발이․발 없는 병신이거나
여러 질병 가진 이들
미묘하고 훌륭한
이 말 듣게 되면

부드럽고 화창한
좋은 법음에
속세의 번뇌와 고액(苦厄)을
생각하면서

선설하신 말씀
천년만년 티끌 속에 파묻혀서
오늘에야 들었도다
청정 법음을.

까마귀나 까치 같은 새들도 개화(開化)하여서
시원한 법의 동산 이르게 하리
입으로 연설함은
중생들 모두 다 듣고

모든 부처님의 경법과
아울러 여러 성중들
보시며 계와 지계(持戒)
인욕(忍辱)하는 일

일심과 지혜의 법
닦아 정진하고
공덕 닦아 나아가는 온갖 행위를
마음에 있는 대로 다 말하나니

백천 겁 두고두고 말할지라도
다 펼칠 수 없고
본바닥 찾으려도 밑이 없어서
그 뜻도 한없고
불음(佛音) 가는 곳
다함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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