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23권
대보적경 제23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 한역
송성수 번역
7. 피갑장엄회 ③
“다시 무변혜야, 모든 보살이 저 끝없는 갑주의 경계와 끝없는 대승의 경계와 끝없는 대도의 경계와 끝없는 대도의 경계에 향하여 나아가나니, 왜냐하면 일체처에 능히 따라 들어가는 까닭이니라. 보살이 온갖 법에 따라 들어가기 위하므로 큰 갑주를 입으며, 온갖 법에 따라 들어가기 위하므로 대승을 타며, 온갖 법에 따라 들어가기 위하므로 이 대도에 머무르며, 온갖 법에 평등을 얻으므로 향하여 나아가느니라. 그러나 이 갑주는 조그만 법도 혹 안이거나 혹 밖이거나, 혹 굵거나 가늘거나, 혹 멀거나 가깝거나, 과거․현재․미래거나, 유위․무위거나 머무름과 머무름 아닌 것을 얻지 못하느니라.
만일 이 갑주가 온갖 법을 능히 선택하지 못하며, 능히 결단하지 못하며, 능히 두루 알지 못하며, 능히 따라 들어가지 못하며, 능히 증득하지 못하며, 능히 초월하지 못한다면 큰 갑주를 입었다고 이름하지 못하리라. 저 온갖 법을 만일 능히 선택하며, 능히 결단하며, 능히 두루 알며, 능히 따라 들어가며, 능히 증득하며, 능히 초월한다면 곧 큰 갑주를 보았다고 이름하리라.
또 이 대승도 또한 조그만 법이라도 안이거나 밖이거나 할 것 없이 온갖 지혜의 지혜에 회향하여 두루 알고 따라 들어가 증득하여 초월하나니, 그러므로 이 수레를 대승이라 하며 법선교(法善巧)의 수레․최상의 수레․견줄 데 없는 수레라고 말하느니라.
또 이 대도는 또한 조그만 법도
혹 안이거나 혹 밖이거나 저 온갖 법에 평정(平正)한 큰 길로 향하여 나아가나니, 이 평정한 도는 조그만 법도 두루 알지 못함이 없나니, 그러므로 이 도를 위없는 도며, 수량이 없는 도며, 견줄 데 없는 도라고 말하느니라.
무변혜야, 보살이 큰 갑주를 입고는 두루 일체 중생의 마음과 마음의 소행(所行)에 따라 들어가며, 두루 일체 중생의 물든 번뇌를 깨끗이 하며, 대승을 타고 중생의 일체 착한 뿌리를 길러 내며, 이 대도에 머물러서 중생의 착한 법을 권화(權化)하느니라.
무변혜야, 보살이 낱낱 중생의 낱낱 심행(心行)을 제도하기 위하여 생상의 가장 자리가 다하도록 길이 중생계에 유전하면서 지혜의 약을 구하여 갑주를 버리지 아니하고 더욱 굳건하며, 큰 갑주와 한량없는 갑주․청정한 갑주․중생상(衆生相)을 아는 갑주․중생이 없는 갑주․‘나[我]’가 없는 갑주․중생 자성을 따라 깨닫는 갑주․
안[內]의 자성을 아는 갑주․안의 자성을 따라 깨닫는 갑주․바깥 자성을 아는 갑주․바깥 자성을 따라 깨닫는 갑주․ 안팎 자성을 아는 갑주․안팎 자성을 따라 깨닫는 갑주․온갖 법의 얻을 것 없는 줄을 따라 깨닫는 갑주․온갖 법을 근본까지 아는 갑주․가장자리[邊] 없는 갑주․중간이 없는 갑주․중간과 가장자리가 없는 갑주․
과거가 아닌 갑주․미래가 아닌 갑주․현재가 아닌 갑주․조작이 없는 갑주․조작자가 없는 갑주를 입느니라.
무변혜야, 보살은 또한 이 갑주를 입은 일이 없으며, 또한 따라 깨달음도 아니며, 결단함도 아니며, 벗어남도 아니며, 증득함도 아니니라. 갑주란 것이 없으므로 갑주를 입으며, 따라 깨달음이 아니므로 능히 따라 깨달으며, 결단함이 아니므로 능히 결단하며, 벗어남이 아니므로 능히 벗어나며, 증득함이 아니므로 능히 증득하며, 탈 바가 없으므로 대승을 타는 것이니 대승에 시설(施設=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설할 것이 없는 것을 시설로 삼느니라. 그러나 저 대승에 조금도 시설이 없느니라.
만일 시설이 있으면 곧 시설이 아니니 저 시설을 가히 얻지 못하기 때문이며, 가히 보지 못하기 때문이며, 또한 탈 것도 없이 탐으로써 편히 머무르며, 얻을 것 없음으로써 대승에 머물러서 멀리 보리에 나아간다는 것도 여의나니 구경(究竟)에 이르지도 아니하며 열반에 도달하지도 아니하나니 가히 얻지 못하는 까닭이며, 도 아닌 것을 도를 삼아서 도에 나아가나니 평정한 까닭이니라.
이 평정한 도는 시설할 바가 없나니 누가 그들을 위하여 시설하며 어디다가 시설하며 어디로부터 시설하는가. 조작이 없고 조작자도 없으며, 또한 화합도 아니요 화합 아닌 것도 아니니라. 일체를 여의고 구하지 않나니, 왜냐하면 이 평정한 도가 온갖 법과 다른 것도 아니요 같은 것도 아니니 서로 응하지 않는 까닭이니라. 법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나니 온갖 법을 여의어서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으며 법성이 또한 그러하여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나니,
그러므로 이 도를 ‘물듦이 없는 도’라 말하며, 나아갈 것 없는 것으로 진취(進趣)를 삼으며 거두어 가질 것 없는 것으로 섭취를 삼나니, 이 도는 매우 깊어서 난 것도 없고 일어남도 없으며, 나감[出]도 없고 지음[作]도 없으며, 얻음도 없고 행함도 없으며, 처함도 없고 머무름도 없으며, 막음[障]도 없고 일[事]도 없되
일체 일에 드러나게 밝아서 일체 일에 차별이 없어 일을 따라 구르지 않나니 일이 없는 까닭에 위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무변혜야, 이 갑주와 수레와 도가 이러한 줄을 알지니라. 그러나 이 갑주와 수레와 도는 가히 볼 수가 없으며, 가히 알 수가 없나니 가히 얻지 못한 까닭이니라.
무변혜야, 이 갑주와 수레와 도가 이러한 줄을 알지니라. 그러나 이 갑주와 수레와 도는 가히 볼 수가 없으며, 가히 알 수가 없나니 가히 얻지 못한 까닭이니라. 누가 갑주를 입으며 누가 이 수레를 타며 누가 이 도를 행하는가. 또한 가히 보지 못하고 가히 알지 못하며 가히 얻지 못하느니라.
무변혜야, 만일 보살이 법을 듣고 놀라지 아니하고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읽어 외우고 남을 위하여 연설하며 이 법의 이취에 어그러짐 없고 잘 따라서 수행하여 애락심을 내어 근본까지 통달하고는 이 법을 위하여 부지런히 정진하며, 만일 이 법에 이취를 결정하는 선교방편을 능히 감당하는 자는 이 갑주를 입고 이 수레를 타고 이 도를 행하리니 이 깊은 법에 얻을 것이 없는 까닭에 보리에 향하여 나아가서 생사의 기슭을 다하고 정각자가 되어 능히 끝없는 공덕장엄으로 세간에 출현하리라.
무변혜야, 모든 보살은 이 법에 애락심을 내고는 큰 정진을 일으켜 게으름이 없을지니라. 만일 중생이 깊은 법에 겨우 애락심을 내면 나는 ‘그 사람은 큰 요익을 얻으리라’고 말하리라. 하물며 능히 정진하여 게으르지 아니하며 계행이 청정하여 달려 나아가는 자이랴.
무변혜야, 네가 이 법이 이처럼 광대하고 이처럼 수승하고 이처럼 청정한 줄을 관할지니라. 내가 이 법을 은근히 칭찬함은 중생이 애락심을 내어 긴 밤 속에서 이익과 안락을 얻어서 세간을 여의게 하며, 적멸케 하며, 두루 알게 하기 위함이니라.
무변혜야, 너는 다시 이 법이 능히 세간․출세간의 구족한 안락을 주는 줄을 관할지니라. 저 복이 적은 중생은 이 깊은 법에 뒷걸음질쳐 잃어버리게 되므로 세간․출세간의 일체의 구족한 이익과 안락을 여의게 되느니라.
무변혜야, 너는 다시 여래의 앞에서 이 깊은 법보의 이러한 이익을 이렇게 얻기 쉽다는 것을 관찰할지니라. 이제 이 깊은 법을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 익힐지니라. 어리석은 사람은 내가 이 법을 연설할 때에도 오히려 듣고자 하지 않거늘 하물며 능히 받아 지니겠느냐? 여래 앞에서 법보의 이익을 듣기를 즐기지 아니하고 묻고자 하지 않나니 만일 말세 나중 오백 세 바른 법이 없어질 때에 부처와 법보와 법 지니는 자, 이 셋이 다 숨어 버리나니, 어찌 능히 듣고 기뻐하며 묻고자 하겠느냐?
무변혜야, 그때에도 만일 여래를 위하여 잘 힘입은[加持] 자는 이 깊은 법보를 또한 얻도록 하리라. 무변혜야, 저 두려운 말세에도 이 깊은 법보는 실로 줄어듦도 없고 또한 없어짐도 없건마는 다만 이 법을 듣는 자가 없으며 받아 지니는 자가 없느니라. 오직 이제 내 앞에서 이 법 듣기를 목말라하며 갑주를 입은 자는 저 말세에도 또한 이 법 듣기를 좋아하는 자이니 이는 제외하리라. 그때에 중생이 이 법을 듣고는 능히 깨끗한 신심을 내면 나는 ‘그 사람이 장차 이 광대한 법을 성취하리라’고 말하느니라. 하물며 오늘 이 법에 능히 깨끗한 믿음을 내어 부지런히 수행하는 자이랴.
무변혜야, 보살이 위없는 갑주․한량없는 갑주․큰 갑주를 입을 때에 마땅히 이런 생각을 하느니라. 나는 일체 궁핍한 중생을 위하리라. 말하자면 계에 궁핍한자․들음에 궁핍한 자․지혜에 궁핍한 자․해탈에 궁핍한 자․
해탈지견에 궁핍한 자를 이 큰 법으로써 풍족케 하며, 이 큰 법에 풍족함으로 말미암아 일체의 궁핍을 다 놓아 버리고 계의 재물․들음의 재물․지혜의 재물․해탈의 재물․해탈지견의 재물을 다 풍족하게 하며,
탐냄․성냄․어리석음의 불을 다 꺼 없애며, 일체의 병을 다 낫게 하고 최상의 좋은 약을 다 먹게 하며, 이 약을 먹으므로 온갖 병을 다 녹여 없애고 큰 안락을 얻어 길이 남음[有餘]을 여의고 청량성(淸凉性)의 최상 열반을 증득하여 다시 남음이 있는 사유(思惟)․관찰이 없으며, 일체의 유위․무위를 구하지 않게 하리라. 왜냐하면 이 열반이 최상의 안락이라, 일체의 유위․무위를 구하지 않게 하리라. 왜냐하면 이 열반이 최상의 안락이라, 일체의 구할 것이 다시 남음이 없는 까닭에 구함이 길이 쉬어서 이미 멸해 다한 까닭이니라.
무변혜야, 모든 보살이 이러한 큰 갑주를 입고는 또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거두어 잡아 가지기 위하여 이 대승을 타느니라. 이 대승은 과거의 모든 부처가 이미 타고 벗어났으며, 미래의 모든 부처가 장차 타고 벗어날 것이며, 현재의 모든 부처가 지금 타고 벗어나느니라. 그러나 가는 자도 없으며 타는 것도 없으며 또한 벗어나는 것도 없느니라. 왜냐하면 공(空)하고 상(相)이 없고 원이 없고 남이 없고 지음이 없는 까닭에 이미 벗어남도 아니며 이제 벗어남도 아니며 장차 벗어남도 아니니라.
이 수레를 탄 자는 이렇게 벗어나는 것이 잘 벗어남이 되어 집착함이 없으며, 온갖 법에 화합함이 있는 것도 아니요 화합함 없는 것도 아니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느니라. 이 수레와 이 도에서 벗어날 때에 또한 화합함이 아니라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느니라. 이 수레와 이 도는 저 큰 갑주로서 벗어날 때에 또한 화합이 아니며, 화합 아닌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아니니 가히 얻지 못하는 까닭이니라.
무변혜야, 보살이
이 갑주․이 수레․이 도에 향하여 나아가느니라. 또 이 갑주․이 수레․이 도에 향하여 나아갈 때에 생각하기를 ‘혹 범부의 법이나 성문의 법이나 연각의 법이나 모든 부처님의 법이나 저 법이 나에게 멀다거나 혹 가깝다’고 하지 않느니라. 또한 생각하기를 ‘혹 공하고 상이 없고 원이 없으며 남[生]도 없고 지음[作]도 없는 그 법이 나에게 멀다거나 혹 가깝다’고 하지 않느니라. 또한 생각하기를 ‘혹은 세속을 싫어하며 혹은 세속을 여의며 혹은 멸하며 내지 큰 열반이라거나 그 법이 나에게 멀다거나 혹 가깝다’고 하지 않느니라.
무변혜야, 이 큰 갑주와 이 수레와 이 도는 일체의 보살․성문․연각이나 일체의 중생이 능히 움직이지 못하며 그리고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향하여 나아가느니라.
무변혜야, 모든 부처님이 이 갑주․수레․도에 움직이지 않음을 얻고 열반에 드셨느니라. 왜냐하면 온갖 법이 가히 움직이지 못하는 까닭이며, 일체 법성과 법성의 상에 상을 멀리 여읜 까닭이며, 상이 청정한 까닭이며, 두루 청정하므로 상으로서 관찰을 삼지 않음으로써 거룩한 관찰을 삼고 넓은 관찰을 삼으므로, 일체 법상과 법상의 자성을 성으로서 관찰을 삼지 않음으로써 거룩한 관찰을 삼고 넓은 관찰을 삼느니라. 온갖 법이 성이 없고 상이 없으며, 나타내어 보일 수 없고 가히 말할 수 없나니 이것이 모든 법의 진실한 성․상이 되느니라.
무변혜야, 이 갑주․이 수레․이 도의 진실상을 나타내어 보이지 못하며 말하지도 못함이 또한 이러하니라. 중생으로 깨달아 알게 하기 위한 까닭에, 온갖 법의 광명을 자라나게 하기 위한 까닭에 이 갑주와 이 수레․이 도에 거짓 시설로써 간략히 말하였느니라.
네가 이제 만일 이 갑주․이 수레․이 도에 그 뜻을 따라 행하려거든 시설로써 하지 말며 나타내어 보임으로써 하지 말며, 언설로써 하지 말고 마땅히 그 뜻을 따라 행할지니라. 그 뜻을 따라 행한다는 것은 무엇을 마땅히 행할 것이 없으며, 무엇을 따라 행할 것이 없나니 만일 저 옳지 못한 뜻이거든 마땅히 따라 행하지 말고 만일 옳은 뜻이거든 곧 마땅히 따라 행할지니라.
그리고 뜻을 따라 행할 때에 음성을 따라 행하지 말며, 문자를 따라 행하지 말며, 말을 따라 행하지 말지니라. 따라 행하지 않는다 함은 그것에 따라 구름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니라. 어떤 것을 뜻[義]이라 하는가? 비밀한 말[秘密說]을 말함이니 저 비밀한 말을 따라 깨닫고는 마땅히 믿음으로써 행할지니라, 믿음으로 행하는 자는 그 옳은 뜻 가운데 분별이 없나니 분별없는 데 이에 마땅히 따라 행할지니라. 마땅히 옳은 뜻 가운데 분별이 없나니 분별없는 데 이에 마땅히 따라 행할지니니라.
마땅히 따라 행한다는 것은 곧 행함 아님이 되며 또한 따라 행함도 아니니라. 왜냐하면 이 뜻 가운데 무슨 행이 있음도 없고 따라 행함도 없으며 무슨 가득한 행도 없나니, 행이란 것을 멀리 여읠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따라 행함도 아니며, 보리에 서로 응함에 따라 행함도 아니며 유전(流轉)과 서로 응함에 따라 행함도 아니니라. 저 서로 응하느니 서로 응하지 않느니에 다 생각하지 않을지니 다 바른 생각이 아니니라. 생각이 청정한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행함이 아니니라.
무변혜야, 이 뜻 가운데 네가 마땅히 따라 행할 것이요, 달리 행을 말지니, 만일 달리 따라가면 그것을 능히 놓아 버리지 못하리라. 음성을 근본까지 알고 문자를 뛰어넘을지어다. 언어를 따라 깨달으면 곧 따라 행함이 아니며 굴림이 되지 않으니라. 이 뜻 가운데 이렇게 따라 행하며 이렇게 따라 들어가면 곧 조그만 행도 없으리니 행이 그쳐 쉬었기 때문이니라.
무변혜야, 뜻과 같이 행할 때에 다시 행으로써 저 뜻에 맞도록 행하지 말지니라. 만일 행으로써 저 뜻에 맞도록 행하지 않으면 곧 오지 않음이 되어서 다시 물러가지 않으리라.
만일 오지 않음을 얻어서 다시 물러가지 않으면 이 갑주․이 수레․이 도에 수순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으리라.
무변혜야, 만일 이 법에 이렇게 말하는 자와 뜻대로 행하는 자와 능히 따라 들어가는 자는 마음이 뒤바뀜이 없으며 의혹됨이 없고 탁월한 견해를 성취하며, 이 갑주․이 수레․이 도에 만일 거두어 가지지 못한 것이면 능히 거두어 가져 속히 보리에 나아가게 하며, 만일 이 갑주를 입지 않았으면 속히 입게 하며, 만일 이 수레를 타지 않았으면 속히 타게 하며, 만일 이 도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속히 머무르게 하느니라.
무변혜야, 저 모든 중생은 마땅히 광대한 복덕의 자량을 거두어 부처님이 호념하시며, 법에 어김이 없고 승(僧)과 같이 행하리라.
무변혜야, 네가 이미 한량없는 착한 뿌리를 거두어 가졌나니 이 뒤 말세에 마땅히 이 법으로 모든 중생을 거두어 중생을 위하여 무거운 짐을 부담하리니 얻을 바 복덕이 한량없으리라.”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은 두려움 없는 이
이렇게 갑주를 입도다.
모든 중생 이익하려고
끝없는 갑주를 입음이로다.
중생이 가난하고 궁핍하여
괴로움에 쪼들려 법의 재물[法財]이 없나니
계의 재물도 지식의 재물도
지혜의 재물도 혜탈의 재물도.
이 끝없는 갑주를 입음은
법의 재물을 풍족케 하려고
법의 재물이 풍족하므로
모든 중생이 안락하나니.
모든 가난과 괴로움 버리기 위하여
최상의 법의 재물을 연설하나니
듣는 자 모두 번뇌를 여의고
안락한 이 도에 머무르도다.
계행이 갖추어 충족하며
많이 들음이 바다와 같아서
그러므로 높은 지혜 얻게 되며
이래서 능히 얽매임 끊도다.
해탈의 두루 비추어 밝음과
해탈의 올바른 지견을
만일 능히 증득한 이는
일체에 안락을 얻으리로다.
탐심․진심․어리석음의 큰 불이
언제나 치열히 타고 있나니
중생들 이러한 괴로움 받을새
그 불을 내가 모두 꺼 버리려고
중생들에게 좋은 약 주어
온갖 병을 다 털어 없애며
만일 그 병이 없어지면
열반세계에 이르게 하리라.
길이 일체의 받아 남 놓아 버리고
안락한 그곳으로 나아가나니
안락한 그곳으로부터
다시는 돌아오는 이 없으리.
일체 세간의 즐거움을
그곳에 다시 구하지 않고
위없는 영원한 안락을
그들이 다 장차 증득하도록.
희론을 여읜 바른 법으로
모든 중생들 성숙시키고
영원한 열반의 안락을
그것을 다 장차 얻도록
이렇게 보리에 나아간 이는
한 번 가며는 돌아옴 없이
보리에 나아감도 뛰어넘어서
길이 참다운 안락을 얻으리.
저 열반의 안락 가운데
좋아하느니 좋아하지 않느니
진취(進趣)하느니 진취가 없느니를
일체를 장차 끊어 버리리.
이렇게 갑주를 입고는
마땅히 이 수레를 잡아타고
모든 중생들 불쌍히 여겨
일체를 거두어 가지도다.
과거의 모든 정변지(正遍知)께서도
이 수레로 벗어나셨고
미래의 모든 정변지께서도
이 수레로 벗어나실 것이며
현재의 모든 부처님 세존도
이 수레로 이제 벗어나시니
그러므로 이 큰 수레에
타지 않는 이 없으리로다.
일체에 뛰어난 거룩한 분은
세간 중생의 부모이시라
이 수레로 벗어나건만
수레란 생각도 일으키지 않네.
수레 아님을 수레로 삼고
도 아님을 도를 삼으며
벗어남 아님을 벗어남 삼나니
이렇게 벗어남 최상이 되네.
이 수레로 빗어날 때에
무엇을 벗어남 또한 없나니
본래 비어서 형상이 없으며
원도 없고 지음도 없기에
수레도 아니요 벗어남도 아닌 것
이것은 대승이라 이름하나니
일체가 모두 평등한지라
이렇게 보리에 나아가리라.
이 수레는 화합이 없으며
화합 아님도 또한 없나니
위없는 대도로 향해 나아가
이 몸으로 열반을 증득하도다.
이 수레는 서로 응함이 없으며
응하지 않음도 또한 없으며
처소도 없고 소의(所依)도 없나니
이렇게 보리에 나아가리라.
이 도는 본래 온 것도 없고
이 도는 또한 간 것도 없나니
이러한 바른 길 행하는 이는
적연(寂然)히 보리에 나아가리라.
내가 말한 이 도와
이 수레․이 갑주는
저 법에 의지함 없이
적연히 가장 위가 없도다.
일체 범부의 법이나
일체 성문의 법이나
일체 연각의 법이나
일체를 다 얻을 수 없도다.
저 부처님 일체의 법
때 여읜 위없는 법
멀지도 가깝지도 않건만
일체를 얻을 수 없도다.
비어서 형상이 없는 법
원도 없고 지음도 없는 법
멀지도 가깝지도 않건만
일체를 얻을 수 없도다.
싫어하고 여의고 멸하는 법
열반의 적정한 법이여
멀지도 가깝지도 않건만
일체를 얻을 수 없도다.
이 수레와 이 갑주와
이 도는 취할 바 없으며
위없고 움직이지 못할 것
필경엔 얻을 수 없도다.
온갖 법 본래의 성품
진실하고 희유한 모습은
언어․문자의 시설이 아니니
법의 본성이 빈 까닭에
이 수레와 이 갑주와
이 도는 나타내어 보일 수 없나니
모든 법 본래의 성품이
그 성품도 또한 이러하도다.
일체의 모든 법 가운데
그 상(相)의 본성을 얻을 수 없나니
상 없는 법의 자성은
내 이제 대략 열어 보이었노라.
일체 모든 법 가운데
일체의 자성 실상을
나 이제 이렇게 말하노니
필경 있지 않다고.
이 수레와 이 도와
이 갑주 자성의 모습을
저에게 언설을 구한들
필경엔 있는 것 아니로다.
언설이 있는 것 아닐새
이것이 희유한 모습이라.
저 언설 가운데
말이란 모양이 또한 없는 것
모든 법은 헤아릴 수 없는 것
더 기특함도 끝도 없는 것
일체를 측량하지 못할 것
그러므로 법은 가장 높은 것.
이 수레와 이 갑주와
이 도는 또한 이와 같이
저 형상 없는 가운데
이렇게 마땅히 따라 들어가리.
바라노니 모든 중생들로
다들 닦아 익힌 줄을 알아
속히 법의 광명 얻게 하려고
내 이제 이렇게 연설하노라.
모든 법은 언어가 없는 것
일체를 말할 수 없나니
저 모든 법 가운데
일체를 마땅히 따라 들어가라.
법이 본래 말이 없으므로
그 법에 마땅히 따라 행하라.
행하되 조금도 행함이 없나니
일체의 법이 행이 없는 까닭에.
구할 것 없는 데 즐겨 구하고
행할 것 없는 데 따라 행하여
이렇게 따라 행하는 자는
저 뜻을 올바로 관찰치 못하리.
네가 이제 이 참된 뜻에
일체를 마땅히 따라 행하되
음성이나 언어에
따라 구르지 말라.
저 음성과 언어 가운데
구르지 않으면
그는 저 뜻에 따라 행함이라.
이것은 뜻을 찾는 자 되리라.
어떤 것을 이름하여 뜻이라 하는가?
마땅히 비밀한 말뜻을 알고
믿음으로 분별함 없으면
이 뜻을 따라 행함이로다.
이러한 참뜻을 밝게 깨닫고
능히 저 비밀한 말에
잡음이 없고 집착함이 없으면
행함도 아니요 굴림도 아니라.
만일 말소리에 따라가는 자는
그는 곧 따라 집착하는 자로다.
말과 음성에 따라가지 않는 자
그는 일체에 따라 구르지 아니하리라.
이러한 바른 생각을 따라
굴림을 멀리 여의면
보리와 나고 죽음에
두 가지 함께 응하지 않으리.
그곳에 또한 생각이 없으리니
생각 없음이 정념(正念)이 되나니
저 생각이 청정한 까닭에
이것을 말하여 청정한 자라고.
이와 달리하여 수행한다면
최상의 법을 멀리 여의는 것
너는 마땅히 올바른 뜻에
말과 같이 닦아 행하라.
만일 말에만 따라간다면
이것은 음성을 따라가는 것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세간의 법과 다름없나니
저 음성과 문자에
따라 구르지 말라.
마땅히 참된 뜻 알아
행함 없이 따라 행하라.
참뜻은 음성이 없으며
또한 문자도 있을 수 없네.
언어의 시설을 뛰어넘은 까닭에
이것을 말하여 참뜻이라 하네.
이 뜻을 마땅히 따라 행하라.
따라 행함도 또한 없는 것
행이 끝나서 쉬는 까닭에
이것을 이름하여 참뜻이라 하네.
저 참다운 뜻에는
행 아님을 행을 삼나니
이것은 퇴전치 않는 것
갑주를 길이 버리지 않으리.
저 큰 갑주와 큰 수레와
또한 대도에 수순하므로
안락한 그곳을 향해 나아가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도다.
이 모든 안온한 법을
내가 너를 위하여 말하나니
너는 마땅히 뜻대로 행하면
너의 의혹됨 끊어지리라.
만일 이 수레 타는 자거든
타고는 마땅히 향해 나아가라.
재빨리 큰 보리에 나아가
위없는 정각을 증득하여라.
이 가장 높은 수레는
타지 않음이 빨리 탐이라.
저 도와 갑주도
그 뜻이 또한 그러하도다.
이 위없는 법에
부지런히 닦아 익히는 자여,
그러한 모든 중생들은
부처님이 언제나 호념하시리.
이 뒤 말세 겁나는 시절에
너는 마땅히 이 법을 열어
널리 모든 중생들 위하여
이익을 지어 주는 복밭이 되어라.
이 뒤 말세 겁나는 시절에
능히 이 법을 열어 준다면
얻게 될 위없는 복덕은
그 수를 가히 헤아리지 못하리.
“무변혜야, 보살이 입은 갑주를 ‘대승(大勝)’이라 말하며 또한 ‘무변승(無邊勝)’이라 말하며, 또한 ‘대장엄’이라 말한다. 탄 바의 수레는 ‘대상(大商)’이라 말하며, 또한 ‘무변광(無邊光)’이라 말하며 또한 ‘묘장엄’이라 말한다. 행하는 바의 도는 ‘무량장엄자량(無量莊嚴資糧)’이라 말하며 또한 무량방편자량이라 말하나니, 이 도로써 모든 선장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느니라.
다시 무변혜야,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는 전단향(栴檀香)광명 여래․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시며 겁의 이름은 전광(電光)이요, 나라 이름은 광명이었다.
그때에 그 국토가 평평하기가 손바닥 같고 여러 돌․자갈․가시덩굴이 없고 황금과 백은이 모래 무더기처럼 국경에 줄지어 늘어서서 보는 자가 기뻐하였다. 그 4천하 땅의 넓기가 이억 유순이며 그 국토에 다시 4만 8천의 큰 성이 있고, 각 성마다의 너비는 10유순, 길이는 20유순, 담 둘레는 매우 장엄하고 높으며, 8구지 수의 인민이 그 가운데 머물러 살며,
일만 부락과 일천 동산이 빙 둘러 장엄되었고, 다시 온갖 꽃나무․과일나무․향나무․옷나무[衣樹]․상미(上味)의 나무며 금강수(金剛樹)가 섞바뀌어 장식되었으며, 못과 소․샘의 물기슭이 쪽 곧으며 8공덕수가 그 속에 가득 차 있고, 우발라꽃이며 파두마꽃․구물두꽃․분타리꽃 등 각색의 꽃이 두루 차 있었다.
그 전단향광명여래의 수명은 68구지 나유타 세였다. 다시 60구지 나유타의 모든 성문중으로 권속을 삼았다.
그때 인민의 용모가 단정하고 심신이 안온하고 쾌락하였으며, 탐냄․성냄․어리석음이 줄어 마음을 열어 보이기가 쉬웠으므로 조금만 권도하여 교화하면 능히 모든 법의 성(性)․상(相)을 근본까지 알았느니라.
무변혜야, 다시 그때에 전륜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일체의성(一切義成)이라. 칠보가 풍족하고 사천하가 귀화(歸化)하였다.
그 국토에 한 성이 있었으니 그 성의 길이와 너비가 40유순이며 인민들이 치성하고 안온하고 풍족하며 궁성 안은 넓이가 5유순인데 사이사이 7보로 장식되었으며, 미묘한 묘다라수(妙多羅樹)나무는 모든 방울을 드리운 황금의 비단 그물로 그 위를 덮었으며, 왕의 정전은 순전히 감청색의 유리로 이룩되었으며, 넓이는 1유순이요, 4변에 일천 기둥이 있고 그 궁전 위에는 열 개의 누각이 있으니, 매우 높고 장엄하여 뭇 보배로 장식되었으며,
그 정전 앞에는 큰 향물 못이 둘러 있되 맑게 사무쳤으며, 그 곁에 다시 16향빛[香光] 작은 못이 있어 7보로 이룩되었으며, 못 사이에는 도랑이 굽이쳐 쏟아져 흐르며 묘한 음성을 내어 음악을 연주하는 듯, 작은 못에는 여덟 계단의 길이 있고 큰 못에는 32갈래 길이 다 황금으로 이룩되었으며,
보배나무가 줄지어 서고 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었으며 위에는 묘한 향기가 성중에 가득 찼다. 그러므로 그 못을 ‘향빛’이라 이름하였다.
무변혜야, 그 전륜성왕에게는 네 부인이 있었다. 첫째는 무변음(無邊音)이요, 셋째는 중묘음(衆妙音)이요, 넷째는 아왕음(鵝王音)이었다. 부인마다 두 아들이 있었다. 그 이름은 불공승(不空勝)․현승(賢勝)․용승(龍勝)․승음(勝音)․묘음(妙音)․범음(梵音)․승운(勝雲)․운음(雲音)이었다. 채녀(婇女)는 6억이요, 여러 아들은 일만이었다.
왕이 내전에서 권속들과 희롱하고 즐길 때에 문득 공중에서 한 여래의 금색 몸이 나타났다. 그 여래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마땅히 최상의 갑주를 입고 최상의 수레를 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향해 나아가서 중생들에게 지혜의 약을 줄 것이요, 인간․천상 5욕의 낙을 탐착하지 말지니라. 이 큰 갑주는 능히 위없는 안락을 거두어 가지며, 이 최상의 수레는 능히 최상의 동산으로 꼬여 들이나니 이 가운데 들어오는 자는 다시 물러서지 않도다. 일체 인간․천상의 온갖 욕락은 다 덧없고 변하여 무너지는 법이라, 형세가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잠깐 동안에 멸하여 없어지도다.’
무변혜야, 그때에 전륜성왕은 이 말을 듣고는 여래께 아뢰었다.
‘그 누가 능히 이 큰 갑주를 보여 주오며 그 갑주를 차려 입히리까? 그 누가 능히 이 대승을 보이며 그 대승을 타고 어찌하리까? 그 누가 능히 이 큰 도를 보이며 그 큰 도를 향하여 나아가게 하리까?’
그때에 여래께서 전륜성왕에게 이르셨다.
‘
대왕은 알아 두라. 전단향광명여래가 계시니 왕은 마땅히 그 여래께 나아가 물을지니라. 여래께서 대왕을 위하여 이 법을 연설하시어 큰 갑주를 입고 대승을 타고 큰 도에 나아가게 하리로다.’
그때에 여래는 이렇게 말씀하고는 홀연히 숨어 버리셨다.
무변혜야, 그때에 전륜성왕은 이 일을 보고는 두려워 떨면서 희유한 마음을 내어 인간․천상의 가지가지 욕락을 즐겨하지 않고 일체의 흘러 변화하는 유위법(有爲法)을 놓아 버리고 큰 갑주와 대승․대도를 구하여 곧 여덟 아들과 네 부인 및 나머지 모든 아들과 채녀․시종과 함께 저 전단향광명여래의 처소에 나아가서 공손하게 부처님께 예배하고 곧 일백 단로나(檀盧那) 7보와 여러 빛깔을 여래 응공 정변지께 뿌려 공양하고 다시 한량없는 지바라(支婆羅)로 여래와 성문중에게 받들어 드리고 다시 일체 안락한 수용물로서 일만 년 동안 공양하고는 그 뒤에 왕위를 버리고 그 권속과 함께 전단향광명여래 법 가운데 출가하였느니라.
무변혜야, 그때에 전단향광명여래께서 일체의성(一切義成) 비구와 권속의 지극한 마음을 아시고 곧 그들을 위하여 갑주의 장엄과 대승의 장엄을 열어 보이셨다. 그는 이미 듣고는 굳은 신심을 발하고 깊은 법을 위하여 그 신명이 다하도록 단정히 앉아 사유(思惟)하며 정근하여 물러감이 없이 항상 여래를 친근하면서 세간 일체 욕심에 생각이 흔들리지 않았다.
무변혜야, 그때에 저 여래가 일체의성 비구에게 물으셨다.
‘선남자야, 네가 이제 큰 갑주를 입고 대승을 타고 도를 향하여 나아가느냐? 이 도로써 능히 온갖 지혜의 지혜와 견줄 데 없는 지혜를 성취하리니, 너는 마땅히 이치답게 정근하여 닦아 익힐지니라.’
일체의성 비구는 전단향광명여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갑주라고 이름하는 법이 있음을 보지 못하였사오며, 또한 능히 갑주를 입은 자를 보지 못하였사오며, 갑주 입음이 어디로부터 온 바를 보지 못하였사오며, 갑주 입는 곳을 보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수레라 이름한 법이 있음을 보지 못하였사오며, 또한 대승을 탔다는 자를 보지 못하였사오며, 수레가 좇아 온 것을 보지 못하였사오며, 대승을 타는 곳이 있음을 보지 못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도라 이름하는 법이 있음을 보지 못하였사오며, 이 도로 말미암아 이미 보리에 나아간 자와 이제 나아가는 자를 보지 못하며, 도의 좇아 온 바를 보지 못하였사오며 도의 처소가 있음을 보지 못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멀거나 혹 가깝거나 혹 가고 오거나 이제 얻은 것이 없고 본 것이 없나이다. 제가 이제 이 관을 지을 때에 실로 조그만 법도 가히 친근하고 가히 증득할 것이 없나이다. 제가 만일 증득함이 없다면 세존이시여, 어찌 저에게 ‘큰 갑주를 입고 대승을 타고 도에 향하여 나아가느냐를 물으셨나이까? 세존께서는 일체를 아는 분시이며 일체를 보는 분이시니 우리들이 법에 견주어 수행함은 오직 여래만이 능히 사무쳐 아실 것이요, 모든 성문․연각의 경계는 아니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무변혜야, 저 일체의성 비구가 여래 앞에서 이 말을 할 때에 그 권속들이 문득 보살의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법의 지혜를 얻으므로 모두 불퇴전에 이르렀느니라.
그때에 전단향광명여래께서 증언하시기를 ‘너희는 오백 아승기겁을 지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 하였느니라. 그는 이 증언을 듣고 기뻐하여 뛰며 허공에 치솟기를 높이 7다리수(多離樹)였으며 게송으로 여래를 찬양하였느니라.”
한량없는 큰 명칭이시여
정특하시기 산왕(山王) 같으신
가장 높으신 온갖 지혜시여
능히 모든 공덕 연설하셨네.
부처님 눈은 다 밝게 보임이
마치 햇빛이 두루 비치는 듯한
장엄하신 큰 모임 가운데
나는 여래의 발아래 경례합니다.
한량없는 공덕의 자량
부처님 지혜는 원만하여라.
우리도 또한 마땅히
세존의 최상지 얻게 되오리다.
위없는 지혜의 빛이여
천상․인간에 두루 비치어
다함없는 법보의 곳간
공덕의 바다를 열어 보이셨네.
지혜는 언제나 허물이 없고
바른 깨달음 번뇌를 여의신
지혜의 빛․줄기찬 정진(精進)이시여
나는 공덕의 바다에 경례합니다.
큰 용(龍) 큰 장엄이시여
온갖 상호(相互)로 몸을 꾸미시고
조용하시기 수미산같이
대중 다루시기 짝할 이 없어라.
능히 세상의 길잡이가 되어
인간․천상 대중을 엎어 가리시며
연설하시기 두려움 없나니
나는 거룩한 장부께 경례합니다.
세상에 높으신 큰 성자시여
끝없는 공덕의 바다시여
우리들 법의 눈 열어 주시며
우리들이 갑주를 입게 하셨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대승을 얻어 타고서
항상 이 장엄한 길로
열반의 저 언덕을 달려가나니
모니(牟尼) 용맹스러운 어른이시여
모든 법을 깨달아 아시니
세상에 뛰어나는 이 다시없기에
우리들 모두 다 귀명합니다.
“무변혜야, 저 전단향광명여래(栴檀香光明如來)께서 이 법을 설하실 때에 한량없는 중생을 성취시켰으며, 일체의성 비구는 그 부처님으로부터 오백 아승기겁을 지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시니
호를 초무변경계왕여래(超無邊境界王如來)라 하고 그 국토의 온갖 공덕과 너비와 길이는 또한 전단향광명여래의 광명세계와 다름이 없으며, 모든 성문중도 그 수가 한량없었느니라. 왕의 부인과 모든 아들과 권속들도 또한 오백 아승기겁을 지나서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였느니라.
무변혜야, 모든 보살이 큰 갑주를 입고 대승을 타고 이 큰 도 가운데서 큰 법의 횃불을 가지고 큰 법의 광명을 높으며, 큰 법의 당기를 세우고 큰 법고를 치며, 큰 법의 배를 타고 큰 법을 거두어 잡아 가지고 진취하되 선장부(善丈夫)의 유희법으로 유희하면서, 법의 비를 내려 중생을 젖게 하고 다 기쁘게 하며 용맹스레 정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갔느니라.
무변혜야, 보살이 이 도에 머무를 때에 법의 광명을 얻고 이 광명으로 능히 온갖 법의 연기(緣起)를 보되 자성이 본래 공하며 자성은 형상이 없으며 자성이 일어남 없음을 보고 저 물질 가운데서 물질을 보지 않고 느낌[受]․생각[想]․지어감[行]․의식[識]도 또한 그러하며, 의식 가운데서 의식이 의식의 연기와 자성이 일어남 없음을 사무쳐 알며, 다만 뭇 인연에 붙어서 인연이 화합하되 인연이 또한 비어서 형상도 없고 일어남도 없음을 보느니라.
이러한 견해를 지을 때에 눈에서 눈을 보지 아니하며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러하여 의식이 의식의 연기와 다름을 보지 아니하고 의식의 상(相)은 그 자성이 본래 비어서 자성이 형상이 없으며, 자성이 일어남 없음을 사무쳐 아느니라. 이와 같이 지계(地界)․수계․
화계․풍계․공계(空界)며 욕계․색계․무색계도 짓는 자도 없고 받는 자도 없으며, 저 조그만 법에 그 법에 그 법이 인연과 달리하여 일어남이 아니라 뭇 인연에 속하여서 자성이 형상이 없고 자성이 일어남이 없으며,
인연의 성이 또한 비어서 형상도 없고 일어남도 없나니 이것이 보살이 이 도에 머물러서 연기를 관찰함이니라. 이렇게 관찰하고는 능히 지혜로써 저 연기 가운데 진실한 바닥을 증득하나니, 이 온갖 법의 광명으로써 여래의 십력․사무소외(事務所畏)․18종 뛰어난 법․대자․대비․대희(大喜)․대사(大捨)와 온갖 불법의 원만함을 재빨리 얻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 두려움 없는 자여
이렇게 능히 조용히 머물러서
큰 법의 광명을 일으키어
묘한 지혜로 나아가도다.
큰 법의 당기를 세움이여
이 당기는 위가 없나니
일체 부처님 법 가운데
바른 생각으로 나아가도다.
큰 지혜로 잘 유희하면서
법으로 중생에게 베풀어 주어
큰 법의 비 쏟아 부어서
두려움 없는 데 나아가도다.
법의 비로 중생을 적시어
그들에게 다 기쁨을 얻게 하나니
그러므로 모든 보살이
묘한 방편으로 나아가도다.
이와 같이 모든 보살이
큰 법의 광명을 얻어
능히 바른 법 가운데
용맹스레 잘 머무르도다.
이 법의 광명으로 말미암아
온갖 법을 사무쳐 아나니
뭇 인연으로 일어난 까닭에
일체가 항상 견실함 없나니
모든 법 자성이 공(空)이라
자성이 형상이 없으며
자성이 남이 없으며
자성이 실체가 없도다.
모든 법은 뭇 인연으로
한데 어울려 일어났나니
인연이 화합한 까닭에
자성이 있는 바 없도다.
보살은 잘 관찰하여
뭇 인연이 공인 줄 아나니
인연의 자성이 공이라
자성이 형상 없도다.
자성은 일어남 없고
지은 것 있음도 아니라
이렇게 관찰한 이는
저 법을 부지런히 닦으리.
일어남이 실체가 없을새
인연도 인연이 아니라
이렇게 여실히 관하면
온갖 법 사무쳐 알리라.
물질과 느낌․생각을 관하라.
지어감․의식도 또한 그러리.
뭇 인연인 까닭에
제온(諸蘊)이 일어났나니
제온이 실체가 없어
자성이 본래 공이니
공이므로 상이 없어서
일체가 일어남 없네.
제온이 상을 여읠새
상 여읨에 남이 없나니
남이 없으면 멸함도 없나니
제온이 이러한 모습
상이 없건만 거짓 있는 듯
그 모습이 어디서 왔던가.
모든 법은 실체가 없기에
이 온도 자성이 없도다.
계(界)와 처(處)도 또한 이같이
모두가 인연 따라 일어났더니
자성이 본래 공한 것
형상도 실체도 없도다.
일체의 만법 가운데
법체를 얻을 수 없나니
그 법을 사무쳐 알면
그 뜻을 바로 생각하는 자.
욕계․색계와 무색계
일체가 인연 좇아 일어남
자성이 본래 공한 것
형상도 실체도 없도다.
이 능히 관하는 지혜를 관하라.
어찌하여 저 경계를 아는가.
이 지혜와 저 경계의
자성이 항상 멀리 여의었네.
일어난 것과 뭇 인연이
함께 지음 없나니
능히 이렇게 알고 보면
이것이 진실한 모습
상이 없건만 상으로 연설할새
보살이 인연하여 도에 들었네.
그러나 상이니 상이 아니니를
보살은 또한 분별치 않도다.
이렇게 능히 슬기로운 이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되나니
그는 저 모든 법계 가운데
조그만 법상도 짓지 않으리.
법과 법계 가운데
이 둘이 함께 상이 없나니
모든 법이 상을 여읜 것
이것을 법계라 이름하도다.
설사 법계라 이름하지만
계도 없고 계 아님도 없나니
비록 법계라 이름하더라도
그러나 실체는 얻지 못할 것.
이러한 참뜻을 사유할 때에
생각도 아니요 얻지도 못할 것
모든 분별을 여읜 까닭에
큰 법의 광명을 얻게 되도다.
모든 법 자성이 없을새
광명도 또한 성이 없도다.
이렇게 관찰하므로
법의 광명을 얻게 되도다.
능관(能觀)의 지혜를 볼 수 없나니
이 보는 것 또한 볼 수 없도다.
법의 허망함 보는 까닭에
이것을 이름하여 ‘관’이라 하네.
법의 광명은 부사의한 것
그 끝이 없고 한량이 없나니
모든 법의 공성(空性)을 볼 때
이것을 불분별(不分別)이라 하네.
만일 법에 온갖 상이 있다면
한 사람도 증입(證入)할 이 없으리.
이 깨끗한 법음(法音)을 듣고는
마땅히 커다란 기쁨을 내리.
만일 법이 남이 없다면
언제나 이 법에 분별이 없으리.
이 깨끗한 법음을 듣고는
적연히 영원한 안락을 얻으리.
만약 이 뒤 말법 세상에
이 위없는 법음을 듣고
중생들을 위하여 말하여 준다면
그는 오래부터 공덕을 쌓은 이.
만약 이 뒤 말법 세상에
이 위없는 법음을 들으면
그는 장차 이 법 가운데
재빨리 보리에 나아가리라.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3562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25권 (0) | 2024.01.09 |
---|---|
[적어보자] #3561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24권 (2) | 2024.01.09 |
[적어보자] #3559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22권 (2) | 2024.01.08 |
[적어보자] #3558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21권 (4) | 2024.01.08 |
[적어보자] #3557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20권 (2) | 2024.0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