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21권
대보적경 제21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 한역
송성수 번역
7. 피갑장엄회(被甲莊嚴會) ①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가란타(迦蘭陀) 대숲 절에 큰 비구무리 및 여러 보살들과 함께 계셨다. 보살은 다 여러 부처님세계에서 와 모인 이들이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백․천 대중에게 둘러싸여 공양․공경을 받으셨다.
그 대중 가운데 무변혜(無邊慧)라는 한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의심됨을 부처님께 묻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허락하시와 저를 위하시어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무변혜보살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 영웅 대장부시여
세상에 견줄 이 없으시어라.
제가 이제 중생을 위하여
작은 의심을 청하여 묻사옵니다.
사자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시되
몸을 나타내어 시방에 가득하시니
온갖 외도의 이론 가운데
그 누구도 흔들어 움직일 이 없어라.
지혜의 창고 끝 간 데 없으시고
온갖 힘이 한량없으시며
부처님의 하나하나의 힘이
두루 능히 세간을 건지시나니,
온갖 지혜에 잘 머무시고
열 가지 힘에 잘 머무시며
두려움 없는 큰 사자이신
가장 거룩하고 높으신 어른
열여덟 가지 뛰어난 법[不共法]은
여래만이 지니신 것이니
세간을 밝게 비추시어
모든 외도를 꺾어 항복받도다.
모든 법을 환하게 아시나니
그 누가 그보다 뛰어나리.
때를 잃지 마소서 큰 길잡이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끝없고 때 여윈 지혜
큰 바다인 양 끄떡없는 지혜
경계에 걸림 없는 지혜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부처님께서는 훌륭히 닦아 익히셔서
저 도에 의심됨 없으시니
안온하신 큰 길잡이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이미 살고 죽음의 폭포를 건너시고
이미 모든 번뇌의 얽힘을 끊으시어
능히 모든 독의 화살 뽑아 주시나니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이미 무명(無明)의 껍질을 깨뜨리시고
이미 번뇌의 불꽃을 꺼 버리셨으며
청량하게 잘 머물러 계시나니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두려움 없고 위없는 지혜
집착 없고 걸림 없는 지혜
법의 바다 온갖 지혜를
부처님께서는 이미 증득하셨네.
부처님의 끝없는 공덕과
지혜의 깨달음 다 굴리시어
일체의 유루를 다 끊으시고
모든 번뇌의 소견 깨뜨리시며,
부처님께서는 끝없이 큰 공덕을
모두 쌓아 모으셨나니
부사의한 법왕이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부처님 거룩한 지혜는
두루 세간을 비추시어
법의 광명 끝없는 공덕을
남김없이 열어 드러내시나니
길잡이는 법의 광명인 까닭에
두루 세간을 비추시나니
그러므로 세간 가운데
부처님 광명이 나타나셨네.
법의 바다 온갖 지혜시여
말솜씨가 더 위가 없으시며
정진하심 생각하기 어려워라.
청정하여 모든 사견(邪見) 여의셨도다.
부처님 눈이 끝없으므로
지혜의 경계도 끝이 없나니
세간에 둘도 없는 높으신 이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법의 왕 큰 모니(牟尼)께서
능히 중생의 의혹을 끊으시나니
길잡이시여 제가 묻사오니
저의 뜻대로 따라 주소서.
제가 이제 일체의 세간
천상이나 또는 인간을 보아도
여래와 같은 이 다시없나니
두루 다 비추어 밝으신 이여.
모든 공덕에 잘 머무르시는
거룩하신 대장부시며
생각하고 헤아릴 수 없는 큰 법왕
선인 가운데 빛나는 분이시여.
마치 큰 설산(雪山)이
온갖 보배로 장엄하듯이
세존이 법좌(法座)에 계심도
장엄하시기 또한 그러하네.
미묘한 음성 용맹스러운 이
마음에 기쁜 소리를 펴내시나니
중생이 이 음성 얻어들으면
선의 종자가 맑아지나니
세존께서는 사람 가운데 거룩하신 분
때맞추어 법의 광명 놓으시니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
뜻에 따라 열어 깨닫게 되네.
때를 아시고 중회(衆會)도 아시며
사람도 아시는 큰 길잡이시여
법의 광명 놓으시어
때 잃지 않으시는 지혜로운 이여.
범천의 음성 용맹스러운 이여
바라건대 청정한 법음 주시와
하늘이 대지에 비 내리듯
법의 혜택 두루 적셔 주소서.
부처님 중회에 조용히 계시어
감로의 법비[法雨] 두루 내리시니
이 법에 목마른 모든 중생들
제 양껏 각기 만족하였네.
가장 높고 거룩하신 머무르심이여
저 왕이 묘고궁(妙高宮)에 처한 듯이
은혜로 중생에게 베풀어 주시어
그들을 다 기쁘게 하시도다.
큰 영웅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이
말과 생각의 뛰어난 경계를
하늘이나 사람이나 중생으로선
그 누구나 그것을 아는 이 없으리.
헤아리기 어려운 대장부시여
이 모임이 이미 화합하여서
거룩하신 모니께 귀의하오며
부처님 경계를 구하나이다.
저희가 저 부처님의 경계에
나아가 보자고 모였사오니
길잡이의 걸림 없는 지혜로
깨우쳐 주심이 어떠하올지.
저희는 그 뜻에 좋아하는 대로
존안을 우러러 묻사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은 열어 보이시어
모든 의혹을 끊어 주소서.
만일 최상의 법 얻어들으면
마음의 기쁨을 얻을 것이며
뛰노는 기쁨 몸에 가득 차
의심의 그물을 끊으리다.
법의 왕 위없는 높은 이
온갖 지혜로 두려움 없으며
일체를 다 알고 보시는 이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부처님은 세간․출세간의 온갖 법에
조금도 의혹됨 없으시나니
용맹스러운 큰 길잡이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위없이 의심됨 끊으신 분이여
저 법에 의혹됨 없으시나니
끝없는 공덕의 바다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끝없는 큰 광명이시며
끝없는 큰 공덕이시며
끝없는 청정한 지혜이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끝없는 정진의 지혜이시며
끝없는 경계의 지혜이시며
끝없는 요익(饒益)의 지혜이시여,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세존님 끝없는 지혜는
한쪽 가[邊]와 가없음 여의시어
능히 온갖 의심을 끊으셨나니
저의 의심됨 묻사옵니다.
희유하옵신 법왕이시여
자비하시와 저의 물음 허락하소서.
저의 물음 허락하시고
모니께서 위하여 선설하소서.
묻사옵니다. 온갖 지혜이신
석가(釋迦) 명칭의 성자시여,
저의 물음 허락하시어
저의 의심 그물 찢어 주소서.
그때에 세존께서 무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무변혜야, 네가 이제 나에게 우러러 청원하나니
여래에게 몇 가지의 물음이 있느냐? 만일 물음이 있을진대 내가 해설하리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무변혜야, 고하노니
너는 무엇을 묻고 싶은가,
묻는 대로 모두 응해서
나는 마땅히 해설하리라.
그가 묻는 바와 같이
하나하나 밝혀서
그 좋아하는 대로
속히 열어 보이리라.
나는 너를 위하여 말하여
일체의 의심 없게 하리니
네가 뜻하여 구하는 것처럼
네가 묻는 바를 설명하리라.
네가 지금 묻는 때가
때와 같고 뜻과 같이
때 맞춰 묻기 때문에
나는 결정코 설하리라
너의 뜻에 기쁘게
묻는 바에 응하여
나는 모두 수순하여
너를 위해 설하리.
너는 이제 물을 때라
나 또한 말할 때라.
너의 의심의 그물 끊어서
마땅히 의심을 없애리.
나는 법의 왕이 되어
참된 뜻을 요달하여
온갖 법에 대하여
의혹 없음 얻었나니.
나는 모든 법에서
헤아리기 어려운 바른 깨달음을
중생의 뜻과 같이
묻는 바를 말하리라.
나는 모든 법에서
모두 의심이 없나니
때맞추어 묻는 자에게
속히 말하여 주리라.
내가 때맞추어 말함에
의혹됨이 없이
그 뜻에 좋아하는 대로
의심을 풀리라.
나는 항상
때와 중회와
모든 중생들의
의취(意趣)가 같은 것을 분명히 알며
또한 항상 관찰하여
모든 중생들의
욕심 있고 없는 것을
바로 다 밝게 보나니.
만일 슬기로운 이가
잘 수행한다면
나는 그때그때
바른 법으로 깨우쳐 주며
만일 지혜 없는 이가
우둔한 이 어리석고 미혹하면
그는 지혜의 밝음이 없으므로
법을 업신여김이라.
법을 업신여기면
법을 구하지 않아서
이 법을 들어도
밝은 슬기 없으리.
법의 슬기 있는 자는
법 구하기 즐기나니
이 법을 듣는다면
밝은 슬기 생기리.
대승법 좋아하는 자
인중존(人中尊)께 구하여
이 법을 듣고는
큰 슬기 얻어서
부처의 무상지(無上智)와부사의한 지혜
마음 내어 나아가는 자
듣고는 모두 만족하리라.
무애지를 구하거든
최상존(最上尊)께 구하여
이 법을 들으면
큰 이익 얻으리.
지혜로운 성품 있는 이는
부사의를 구하여
이 법을 듣고는
무상지를 얻으리.
어떤 중생이
부처님 도량에서
위없는 법바퀴 굴리기를 구하면
그는 법을 듣고 기뻐하리라.
정진을 좋아하고
법을 높여
때 여의는 법 들으면
펄쩍 뛰며 기뻐하리.
어떤 중생이
잘 닦기를 좋아하면
법의 광명으로
무상법(無上法)을 설하리
무거운 짐 짊어지고
사정없이 채찍질하면
그는 이 법 듣고
기쁨에 충만하리.
만일 발원하고
선법(善法)을 사유(思惟)하면
그를 사랑하여
열어 주리라.
너희들을 불쌍히 여기어
너희들 묻는 대로
내 능히 결정코
너의 의심 끊으리.
나는 이미 많은 세상
방편을 닦아 오며
의혹 이미 제하고
너의 뜻도 아나니
어떤 의심 있거든
마음대로 물으라.
너를 위해 말하여
모든 의혹 끊으리.
어떤 의심 있거든
마음대로 물으라.
그 원하는 바와 같이
내 마땅하게 말하리라.
어떤 의심 있거든
마음대로 물으라.
나는 법에 머물러
흔들림 없나니.
그때에 무변혜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살승 가운데 조금 의심이 있사와 이제 청하여 묻사옵니다.
어떤 것이 선장부(善丈夫)로서 생사의 바다 가운데서 포외심(怖畏心)을 멀리 여의고 한마음 바른 생각으로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갑주를 입고
큰 갑주로 장엄함이며, 큰 기쁨을 일으키어 존중하며 방일함 없이 이 대승을 타고 크게 청정하고 평정(平正)한 도로써 모든 험한 언덕[丘陵]․자갈․가시덤불 등 사납고 잡된 것과 모든 사견의 비좁은 숲이 없고, 또한 독한 가시와 고뇌의 구렁텅이가 없고, 또한 잡아매는 두려움과 어려움이 없고, 정직하고 굽음이 없으며, 이치와 같이 평등한 어둠을 멀리 여의고, 애착을 덜어 없애고, 화합의 인연을 놓아 버리고, ‘아뇩다라 삼먁삼보리’에 달려 나아감입니까?
세존이시여, 제가 묻사옵니다. 어떤 것이 선장부며, 어떤 것이 큰 갑주(甲冑)며, 이 갑주를 입고 대승을 타고 이 큰 도로써 보리를 향하여 나아가게 되옵니까? 세존이시여, 마땅히 말씀하소서. 모든 보살이 갑주를 장엄하여 도에 편히 머무르며, 모든 법 이취(理趣)의 선교방편에 편히 머물러서 법 이취에서 선교에 머무르므로 능히 모든 법 이취의 선교광명을 일으키며, 이 법의 광명으로 갑주를 버리지 않고 대승을 타고 불퇴전 정진의 힘과 잊음 없는 염근(念根)의 끊임없는 지혜력으로 속히 법계 이취․분명선교를 능히 성취하여 도량에 나아가서 법의 바퀴를 굴리어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므로 일체 중생이 그 원하는 대로, 향하여 나아가는 대로 생사를 해탈하리까?
세존이시여, 이 대승법은 우리가 중생을 이익되고 안락하게 하고자 이 뜻을 묻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일체를 아시는 분이시며, 일체를 보시는 분이시니, 어떤 법으로 모든 보살이 온갖 법의
해인삼매(海印三昧)를 성취하오며, 이 삼매로써 모든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치 못하였더라도 오히려 퇴전치 않게 되오리이까?
세존이시여, 여래의 지견은 미증유법(未曾有法)을 성취하시어 모든 중생 지혜의 약을 잘 아시므로 이렇게 묻사옵니다.”
그때에 무변혜보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보살을 위한 까닭에
제가 이제 사람 중 높은 이에게 묻사옵니다.
모두 다 알고 보시는 이에게
그윽이 깊은 불법의 뜻을.
대승의 닦아 행할 바의 법은
어떤 것을 꼭 향하여 나아가리까?
제가 이제 청하여 묻사오니
중생을 요익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어떤 것이 선장부로서
능히 광대한 갑주를 입음입니까?
이렇게 갑주를 입고는
어떻게 향하여 나아가리까?
어떻게 낙욕(樂欲)을 일으키며
어떻게 저것을 사랑하며
어떤 것을 큰 정진이라 하며
어떤 것을 불방일(不放逸)이라 하리까?
어떤 것을 모든 보살이
이 대승업을 타는 것이라 하며
타고는 다시 어떻게 할지
이 일을 마땅히 말씀하소서.
어떤 것이 대승을 타고
보살도를 향하여 나아감인지
원컨대 길잡이 세존께서
빨리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소서.
어떻게 평정한 길에
평등하게 향하여 나아가며
모든 사견의 비좁은 숲을
깎고 베기에 게으름 없으며.
모든 경계를
어떻게 뛰어넘으며
어떻게 평등의 법으로
탐애의 그물을 찢으리까?
어떻게 흑암을 제거하고
큰 지혜의 광명을 얻으며
저 모든 보살들은
어떻게 보리에 나아가리까?
어떻게 능히 관찰하여
온갖 결박을 멀리 여의며
어떻게 모든 보살이
얽매임 여의고 편안히 머무르리까?
어떻게 모든 보살이
커다란 두려움을 뛰어넘어
모든 법장에 통달하여서
무상보리에 나아가리까?
보살이 어떻게
끝없는 갑주를 입으며
이 갑주를 입고는
이 대승을 타리까?
어떻게 모든 보살이
평정(平正)한 길에 나아갈지
내 이제 묻사오니
세존께서는 마땅히 연설하소서.
보살이 어떻게
장엄한 큰 갑주와
장엄한 최상승을 얻을지
세존께서는 마땅히 연설하소서.
이 도에 편히 머무르며
또한 이 도를 장엄하는
모든 법의 선교방편을
세존께서는 마땅히 연설하소서.
어떻게 능히
법계(法界)의 이취와
법의 선교광명을 사무쳐 알지
세존께서는 마땅히 연설하소서.
어떻게 모든 보살이
이 법의 광명을 얻어서
온갖 법을 끝내 얻을지
세존께서는 마땅히 연설하소서.
어떻게 모든 보살이
큰 법의 광명을 얻고는
큰 갑주를 버리지 않고
이로 인하여 보리에 나아가리까?
어떻게 모든 보살이
이 대승의 수레를 타고는
부지런히 정진하여 물러감 없이
이로 인연하여 보리에 나아가리까?
어떻게 모든 보살이
뜻과 생각이 늘 굳건하여
능히 지혜의 힘으로
잘 다루는 법[調伏] 얻으리까?
어떻게 저 법계를 관찰하는
이취의 선교방편과
법왕의 부사의를 얻을지
세존께서는 바라건대 선설하소서.
어떻게 재빨리 나아가
보리의 도량에 이르러
세상에 능히 굴릴 이 없는
큰 법바퀴 굴리리까?
어떻게 일체에 움직임 없이
모든 부처님 법 연설하여서
모든 중생 다 건져 내기
지나간 옛적의 소원과 같이.
모든 불법을 연설하므로
나고 죽음에서 풀어 놓아서
어떻게 저 중생들로
영원한 안락을 얻게 하리까?
중생을 요익되게 위하여
세상의 길잡이께 묻사오니
일체를 아시고 보시는 이여
바라건대 위하여 선설하소서.
어떤 법으로 모든 보살은
온갖 법의 큰 바다에
닦아 얻을 삼매인(三昧印)을
성취하올 일 말씀하소서.
불법 구하기 즐기는 이들
큰 보리를 우러러 갈망하오니
누구나 이 법 들으면
온몸에 기쁨이 충만하리라.
그때에 세존께서 무변혜보살에게 이르셨다.
“착하다. 무변혜야, 네가 지나간 세상에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이어 섬기어 착한 뿌리를 심고 모든 공덕을 모으기 헤아릴 수 없으므로 이에 깊은 법에 목말라 구하며, 큰 뜻으로 중생을 성취하려고 대비심을 일으켜 여래에게 묻나니,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를 위하여 모든 보살이 공덕을 성취하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달려 나아가는 법을 말하리라.”
“예, 세존이시여, 간절히 듣기 원하나이다.”
“무변혜야, 모든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여 갑주를 입는 것은 모든 중생을 거두어 안아 들이고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으로 보시함이 청정하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으로 계 지님이 청정케 하기 위한 까닭에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으로 인욕이 청정케 하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으로 정진이 청정케 하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으로 선정이 청정케 하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으로 지혜를 청정케 하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으로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요익할 일과 서로 응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탐냄․성냄․어리석음의 병을 맞부딪쳐 다스리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큰 공덕을 위하여 선교 방편을 짓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위없는 지혜가 잘 원만키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모든 중생의 나고 죽음의 공포에 대한 구호자가 되려는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견줄 데 없는 지혜를 드러내어 잘 원만케 하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으며, 이 삼천대천세계 온갖 마와 마의 권속과 혹은 마의 사자와 마업에 머무는 자와 모든 사견의 좋은 숲․험한 길에 다니는 이런 외도와 모든
차라가(遮羅迦)의 출가한 자․폐다오마리가(吠陀烏摩利迦)․로가야타(路伽耶陀) 등 또는 이런 외도와 서로 응하는 무리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한 까닭에 큰 갑주를 입느니라.
모든 보살이 큰 갑주를 입고는 갑주를 버리지 아니하고 큰 정진력을 일으키어 능히 일체 중생계 가운데 들어가서 참는 힘으로 편히 머물러서 모든 두려움을 멀리 여의고 놀라지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으며, 움직이지 않으며, 어지럽지 않느니라.
그리고 다시 끝없는 갑주를 입나니, 말하자면 일체 중생을 구호하는 갑주며, 일체 사견의 비좁은 숲을 베어 버리는 갑주며, 모든 마군을 깨뜨리는 갑주며, 능히 지혜를 맡겨 주는 갑주며, 끝없는 나룻배와 교량(橋梁)의 갑주며, 모든 무거운 짐을 건네주는 갑주며,
청정한 신심을 길러내는 갑주며, 시라(尸羅)에 편히 머무르는 갑주며, 업장(業藏)을 깨끗이 다스리는 갑주며, 일체 청정 역장(力藏)의 갑주며, 방편선교 역장의 갑주며, 능히 일체 집착을 끊은 갑주며, 물러감 없고 뉘우침 없는 지혜의 갑주니라. 모든 보살이 이러한 큰 갑주를 입고는 또한 놓아 여의지 아니하고 나고 죽음의 가장자리가 다하도록 견고한 정진력이 일찍이 동요되지 아니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달려 나아가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이 갑주를 입음은
중생을 거두어 잡기 위함이니
중생이 끝없으므로
갑주도 끝이 없도다.
보시가 청정한 까닭에
부처님과 중생이 다 기뻐하나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고
보살이 갑주를 입도다.
계 지니기 청정한 까닭에
세간을 요익하나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고
보살이 갑주를 입도다.
인욕이 청정한 까닭에
용맹스레 잘 머무나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고
보살이 갑주를 입도다.
정진이 청정한 까닭에
물러감 없는 행을 성취하나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고
보살이 갑주를 입도다.
선정이 청정한 까닭에
이르는 경계도 그러하나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고
보살이 갑주를 입도다.
지혜가 청정한 까닭에
무루법(無漏法) 얻음도 위가 없나니
중생을 이익하게 하려고
보살이 갑주를 입도다.
천상이나 인간 모든 중생에게
오락의 도구를 다 내주려고
이 뜻을 잘 아는 까닭에
보살이 갑주를 입도다.
보살이 저 모든 중생에게
요익될 일이면 거침이 없이
그래서 청정한 사섭법으로
삼계 가운데 두루하도다.
탐냄․성냄․어리석음의 3독에 병들었거든
그것을 고치는 의원이 되어
그에게 묘한 약 맡겨 주어
걱정거리를 없애 주도다.
이것을 위하여 모든 보살은
갑주 입기에 잘 길들어
공덕의 자량을 쌓아 모아서
끝없는 선교를 성취하나니.
언제나 나고 죽음의 괴로움이
중생을 핍박해 편안치 못하나니
나는 마땅히 구호자 되려고
갑주 입기에 끝이 없도다.
끝없는 나고 죽음의 괴로움
내가 능히 벗겨 주고
애견(愛見)의 그물에 얽힌 그들을
모두 다 마땅히 끊어 주리라.
이 번뇌의 그물을
능히 끊을 이로서
줄기찬 정진의 힘으로
용맹스레 갑주를 입도다.
천상과 인간 모든 중생들
안락의 도에 머물게 하며
이로 인하여 열반에 나아가
길이 안온한 최상의 낙을.
줄기찬 정진의 힘으로
장엄한 이 갑주 입고
일체의 마군과 겨루되
맞부딪쳐 싸워도 지침이 없나니.
만일 모든 사견의 좁은 숲
로가야타 외도들과 휩쓸린다면
갑주를 입어도 이적의 행위일 뿐.
나머지 온갖 중생이
그릇된 길로 나아가는 자를
그들을 모두 다 건져 주려고
갑주 입기도 한정이 없도다.
이렇게 갑주를 입고는
갑주를 벗을 날 없이
줄기찬 정진의 힘으로
갑주도 더욱 견고하여라.
나고 죽음의 바다에 들어가
인욕의 힘으로 편히 머물러
금강 같은 법의 지혜[法忍]를 이룩하나니
이것이 최상의 갑주 아닌가.
온갖 두려움 멀리 여의고
다시는 놀라고 떠는 일 없이
저 끝없는 갑주를 입고
만행(萬行)을 부지런히 닦아 익히네.
언제나 갑주를 머물러 있으며
할 일을 바로 깨달아 알고는
적연히 한마음 흔들림 없이
어지러움 물러가기 있을 수 없네.
이러한 갑주를 입고 나서는
슬기로운 이여, 다시 입어라.
중생 구호하는 갑주며
마군을 깨뜨리는 갑주여.
끝없는 나룻배의 갑주를
그것을 마땅히 입어라.
용맹스러운 거룩한 지혜의 사람이여
입었거든 편히 머무르라.
무거운 짐을 이기기 위하여
갑주도 또한 위가 없나니
모든 중생들 건져 내어
괴로운 짐을 벗겨 주나니.
깨끗한 믿음을 길러 내어
여섯 감관에 잘 머물게 하여
계법(戒法)과 서로 응하게 하나니
갑주가 이 위에 지날 리 없네.
용맹스런 지혜를 성취하며
보살이 그곳에 안주(安住)하여
위의와 계율과 서로 응하나니
갑주도 다시는 움직임 없네.
옛날에 거룩한 부처님 앞에서
깨끗한 3업을 닦아 왔나니
그래서 이 갑주 입고는
언제나 겁낼 것 없도다.
중생을 사랑하는 지혜로
모든 세간을 요익하여서
묘한 방편을 통달하므로
갑주에 착실히 머무르나니.
미묘한 방편의 지혜를
보살이 사무쳐 통달하여서
이렇게 갑주를 장엄하고는
온갖 결박을 끊어 없애리.
일체의 집착을 멀리 여의고
올바른 믿음에 등짐이 없이
갑주를 입은 슬기로운 이여
위없는 보리에 나아가도다.
보살은 능히 결정하였네.
내[自]․남[他]을 이익하게 하는 보리의 행을
씩씩한 정진의 힘으로
굳건히 다시는 물러감 없이.
“다시 무변혜야, 모든 보살이 한량없는 겁에 무거운 짐을 지고 큰 갑주를 입나니, 이러한 갑주는 혹 왕이나 마왕의 권속이나 마의 사자와 사견의 비좁은 숲과 사나운 자갈밭에 다니는 모든 중생들은 능히 보지도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형상이 없으므로 가히 다 나타내어 보일 수 없으며, 대상이 없고 형상이 없어서 형상을 버리고 형상을 여의었으며, 이름이 없는 까닭이니라.
무변혜야, 가령 나는 화살의 수량이 수미산 같이 격렬하게 몰아 쏟아질지라도 능히 이 갑주를 맞히는 것 없으리라. 설사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이 다 악마가 되어 각기 많은 마군의 권속을 거느리고 다투어서 일시에 날카로운 화살을 쏘기를
그 양이 또한 수미산 같을지라도 끝내 능히 파괴하지 못하느니라. 보살의 이러한 갑주는 털끝만큼이라도 해치지 못하느니라. 보살의 뜻에도 오히려 조금도 다른 생각이 있게 할 수 없거니 하물며 몸이겠느냐? 만일 모든 보살이 일심으로 저것들을 꺾으려 하면 능히 뭇 마군을 물리쳐 흩어 소멸케 하되, 보살은 끄떡없이 안주하느니라.
이와 같이 이 갑주는 요동하지 않으며 일체 중생이 능히 무너뜨릴 자가 없느니라. 왜냐하면 형상이 없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견(衆生見)이 이를 곳이 아닌 까닭이라. 모든 중생은 능히 보고 알지 못하지만 보살은 능히 모든 법을 깨달아 알기 때문에 사실대로 알고 보며, 큰 갑주를 입고 중생을 구호하여 온갖 법에 집착함이 없으며, 중생을 요익하기 위하여 온갖 법에 또한 얻을 것이 없으며, 그러므로 중생은 능히 보고 알지 못하나니 이러한 갑주는 형상이 없으며 나타내어 보일 수도 없으며 말이 없는 까닭이니라.
이 갑주는 물질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안과 서로 응하지 않고 밖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안팎 둘이 아닌 것과도 서로 응하지 않으며, 안도 아니요 밖도 아닌 것과도 서로 응하지 않으며, 18계(界)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12처(處)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지계(地界)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수계(水界)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유작(有作)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무작(無作)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유작․무작이 둘이 아닌 것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유작도 아니요 무작도 아닌 것과도 서로 응하지 않으며, 성문지(聲聞地)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독각지(獨覺地)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불지(佛地)와 서로 응하지 않으며, 색의 형상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인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형상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또한 상(相)과 상 아닌 것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얽어 맨 것도 없고 풀어 놓음도 없으며, 또한 산수 비유로 가히 알지 못하나니 온갖 법이 모든 수를 초월하였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은 갑주는 온갖 법의 견해를 다 얻을 수 없나니, 물질[色]이라는 견해도 얻을 수 없으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이라는 견해도 얻을 수 없으며, 어떤 법이라는 견해도 얻을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갑주는 온갖 법과 더불어 서로 응함도 아니요 서로 응하지 않음도 아니며, 색과 서로 응함도 아니요 응하지 않음도 아니며, 느낌․생각․지어감․의식과 서로 응함도 아니요 서로 응하지 않음도 아니니라. 저 온갖 법에 혹 서로 응하느니 응하지 않느니를 다 멀리 여의었느니라.
이와 같은 갑주는 또한 만들어 냄이 없나니 만들 자가 없는 까닭이며, 또한 형상이 없나니 형상이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며, 처소의 상이 없으며, 화합상이 없으며, 분별이 없으며, 동요가 없으며, 반연이 없으며, 성질이 가히 볼 것이 없으며, 갑주 입음이 없다는 것도 또한 얻을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갑주는 가히 보지 못하나니 왜냐하면 보살이 갑주를 입을 때에 누가 갑주를 입힌다거나 어디서 갑주를 입는다거나 입으려는 갑주를 보지 못하며, 또한 이곳에서 갑주를 입는다거나 다른 곳에서 갑주를 입는다는 것도 보지 못하며, 또한 이렇게 갑주 입는 까닭이 있다고도 보지 않나니 중생이 온갖 법을 행하는 일이 없는 까닭이며 보는 것이 없는 까닭이니라.
보살이 이러한 갑주를 입으면 곧 여래가
입은 갑주를 입음이라. 몸도 얻지 못하며 마음도 얻지 못하며 뜻도 얻지 못하나니 가히 얻지 못하므로 멀리 분별을 여의느니라. 보살이 만일 어떤 법에 머무르거나 어떤 법을 얻었다거나 현재에 갑주를 입었다거나 장차 갑주를 입을지라도 큰 갑주를 입었다고 이름할 수 없느니라. 만일 마음으로 다 초월한다면 곧 부사의한 큰 갑주를 입었다고 말하리라.
보살이 어떤 적은 중생을 위하여 큰 갑주를 입음이 아니며, 또한 한 겁(劫)의 중생만을 위하여 큰 갑주를 입는 것이 아니며, 또한 백․천 겁이나 백․천 나유타 겁이라는 한정된 겁의 중생을 위하여 큰 갑주를 입는 것이 아니요, 한량없는 겁 속의 모든 중생이 큰 갑주를 입느니라. 그러므로 한량없는 큰 갑주를 입었다고 이름하느니라.
보살이 갑주를 입을 때에 ‘중생’이라는 생각이 머물지 않는 갑주와 ‘나’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갑주와 ‘중생’이라는 생각을 여읜 갑주와 ‘나’라는 생각을 없앤 갑주와 중생의 자성(自性)을 아는 갑주와 ‘나’의 자성을 아는 갑주와 생각[想]과 느낌[受]을 초월한 갑주와 온갖 법의 무작상(無作相)을 아는 갑주와 공상(空相)의 갑주와 무상상(無想相)의 갑주와 무원상(無願相)의 갑주와 온갖 법이 무생상(無生相)임을 아는 갑주와 멸함이 없는 모양의 갑주와 온갖 법의 차별성과 형상을 아는 갑주와 차별성과 형상이 없는 갑주와 온갖 법 사상(事相)을 아는 갑주와 사상이 없는 갑주를 입느니라.
무변혜야, 만일 어떤 사상에 머물러서 갑주를 입으면 끝내 큰 갑주를 입었다고 이름하지 못하리라. 보살이 어떤 사상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큰 지혜를 구하는 까닭에 그러므로 큰 갑주를 입었다 이름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끝없는 겁(劫)의 바다 속에
끝없는 서원의 갑주를 입음은
저 중생으로 하여금
온갖 고뇌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이러한 큰 갑주는
마왕이나 마의 사자나
마의 업을 짓는 자로선
눈으로 보지도 못하나니
그 나머지 중생들은
사견의 좁은 숲에 들어가므로
이 갑주는 부사의한 것
그들은 끝내 볼 것이 아니로다.
빛깔도 없고 형상도 없으며
대상도 없고 맞섬도 없나니
갑주는 사의할 수 없는 것
화살이 저절로 꺾어지도다.
이름도 없고 형상도 없어
일체의 형상을 여의었나니
갑주는 가장자리가 없는 것
그 형상을 보는 이 없도다.
수미산 같은 화살이
사납게 쏟아져 올지라도
갑주는 사의할 수 없는 것
화살이 저절로 꺾어지나니
온 세계의 악마들이
수미산 같은 무더기의 화살로
이 보살의 갑주를
다투어 와서 난사하여도
그러나 이 큰 갑주는
털끝만큼도 상하지 않나니
갑주는 사의할 수 없는 것
누가 능히 꺾을 자 있으리.
그러므로 모든 보살은
몸과 마음에 변이(變異)가 없네.
갑주는 사의할 수 없는 것
누가 능히 기울여 움직이리.
보살이 능히 한 생각으로
뭇 마군을 꺾어 항복받네.
보살은 사의할 수 없는 것
마군은 다들 흩어져 버리리.
이렇게 장엄한 갑주는
일찍이 흔들림 없도다.
나머지 모든 중생은
이것을 보는 자 없으리.
나머지 모든 중생은
갑주의 모양을 알지도 못하나니
이러한 모든 중생은
눈으로 능히 보지 못하네.
보살은 중생의 부모
능히 모든 법 알고 보나니
마치 굳세기 금강과 같이
이것이 갑주를 잘 입은 자니라.
한 가지 법도 받지 아니하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여
부처님 법을 따르는 까닭에
이것이 갑주를 잘 입은 자니라.
갑주는 하나도 취함이 없이
온갖 법에 수순하나니
갑주는 사의할 수 없는 것
이것이 갑주를 잘 입은 자니라.
갑주는 나타내어 보일 수 없지만
깨끗이 온갖 법 다스리나니
모든 법은 본디 언설(言說)을 여읜 것
나타내어 보일 수 없도다.
물질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느낌[受]과도 서로 응하지 않으며
생각[想]과 지어감[行]과 의식[識]과도
서로 응하거나 화합함이 아니로다.
안과 서로 응하지 않으며
바깥과도 서로 응하지 않으며
안팎이 함께 서로 응하거나
화합함이 아니로다.
계(界)와 서로 응함도 아니며
처(處)와 서로 응함도 아니며
혹 계와 처 가운데
또한 화합함 있음이 없도다.
지대(地大)와 서로 응함도 아니며
수대(水大)와 서로 응함도 아니며
화대(火大)․풍대(風大)․공대(空大)와
서로 응하거나 화합함도 아니로다.
욕계와 서로 응함도 아니며
색계와 서로 응함도 아니며
무색계와 서로 응하거나
화합함도 아니로다.
일체가 얻을 바 없는 것
유작(有作)과 서로 응하거나
무작(無作)과 서로 응하거나
화합함도 아니로다.
갑주는 사의할 수 없는 것
머무름도 화합도 없으며
얽힘도 없고 풀 것도 없으며
응하지 않음도 또한 없도다.
갑주는 끝 간 곳이 없는 것
성문의 경지와 같지 않으며
독각의 경지와 같지 않으며
서로 응하거나 화합함 아니로다.
모든 부처님 경지와
세간․출세간 모든 법과
일체가 서로 응함이 아니며
일체가 서로 화합함이 아니로다.
갖가지 언어의 길도
갑주의 경계에 미치지 못하나니
갑주는 끝 간 곳 없는 것
형체도 없고 생각하기 어려운 까닭.
모든 법과 서로 응함도 아니며
응하지 않음도 아니라.
갑주는 사의할 수 없는 것
일체의 유(有)․무(無)를 초월했도다.
갑주는 다시 위가 없는 것
얽힘도 없고 얽지 않음도 없으며
또한 물질의 모습이나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의 모습도 없도다.
저 모든 모양과
서로 응함도 화합함도 아니며
모든 법의 모양과
서로 응함도 응하지 않음도 아니로다.
또한 상 없는 것과
서로 응하거나 화합함도 아니니
갑주는 다시 위가 없는 것
얽힘도 없고 풀 것도 없도다.
일체의 유법․무법 가운데
어느 하나의 법수(法數)에 떨어지지 않나니
일체의 유법․무법 가운데
갑주는 얻을 수 없도다.
그러므로 다시 위없는 것
사의할 수 없는 것이라 이름하나니
갑주는 물질이 없으며
느낌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지어감도 없고 의식도 없나니
모든 온(蘊)에 껴든 것 아니네.
이렇게 용맹한 자로서
이러한 큰 갑주 입고는
몸이나 마음에 얻을 것 없으며
그 어떤 법도 볼 것이 없도다.
온갖 생각과 분별 뛰어나고는
청정한 마음 편안히 머물러
언제나 용감하게 정진하나니
그러므로 그 이름 부사의라네.
씩씩하게도 갑주를 입고
그 마음 언제나 움쭉도 않고
모든 겁수를 헤아리지 않나니
그러므로 그 이름 부사의라네.
갑주가 본디 한량이 없는 것
법과 법 아님 다 놓아 버리고
시겁(時劫)의 수량을 뛰어났나니
그러므로 그 이름 불가량(不可量)일세.
중생이란 생각도 일으킴 없고
‘나’라는 생각 있음이 없나니
이러한 생각을 아는 까닭에
일체의 생각이 나지 않도다.
모든 법 본성을 알고 보면
이 법이 모두 다 상(相)이 없나니
이렇게 갑주를 입는 것이며
그러므로 그 이름 부사의라네.
“다시 무변혜야, 이 큰 갑주는 ‘묘법엄구장엄(妙法嚴具莊嚴)’이라 말하며, 또한 ‘최상’이라고도 하나니 가히 무너뜨리지 못하는 까닭이며, 또한 ‘온갖 법 차별 없는 것’이라 하나니 어떤 법에도 차별을 짓지 않는 까닭이니라. 보살이 이 갑주를 입고 큰 지혜의 힘을 지니고 대승․최상의 수레․무엇으로 견줄 수 없는 수레․크게 거두어 잡아 받아들이는 수레․끝없이 거두어 잡아 받아들이는 수레를 타느니라. 중생들이 이 수레를 타면 이 수레 가운데 받아들이지 못함이 없느니라. 그러나 이 수레는 늘지도 줄지도 않으며, 능히 중생을 안락하게 머무르게 하며, 또한 중생을 안락하게 벗어나게 하느니라. 만일 중생이 이 결정적인 안락한 수레를 타는 자는 몸과 마음의 지침이나 괴로움이 없느니라.
무변혜야, 이 수레는 일체 세간의 천상․인간․아수라․성문․연각 및 나머지 모든 수레를 쓸어 덮어 버리고 장차 세간에서 벗어나 여의느니라.
이 수레는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고 보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며, 과거도 얻지 못하며, 미래도 얻지 못하며, 현재도 얻지 못하며, 삼세가 평등하여 허공과 같아서 번뇌의 물듦에 섞이지 않고 상대가 없으며, 장애가 없고 집착이 없나니 이런 수레인 까닭이며, 본래 상에 걸림이 없나니 상에 머물지 않는 까닭에
최상 제일이니라. 이 수레를 탄 자는 겁내거나 나약한 마음이 없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느니라.
무변혜야, 이 수레는 등불과 같으며 해와 달이 중생을 위하여 큰 광명을 짓듯이 이 대승도 그러하여 빛이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되 능히 가리울 것이 없고 능히 장애 될 것이 없으며, 능히 끝없는 공덕의 바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느니라.
무변혜야, 이 수레는 어둠을 여읜지라, 능히 일체 세간의 병을 제하고 일체 세간법을 초월하여 대심(大心) 중생을 거두어 잡나니 비천한 중생이 능히 탈 바가 아니니라. 오직 능히 큰 갑주를 입은 자를 제외하느니라. 나의 말한 바와 같이 한량없는 겁에 중생을 구호하고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여 모든 착한 뿌리를 심어서 공덕의 자량이 청정한 이의 능히 탈 바요, 성문․연각과 비천한 중생으로 세간에 얽매었거나 세간과 서로 호응하거나 혹 제 잘난 체하는 자이거나 일체 외도의 믿음 없는 무리는 오히려 이 수레의 이름도 듣고자 하지 않나니, 어찌 능히 이 수레를 타겠느냐? 만일 어떤 중생이 부사의한 경계에 노닐면서 이 수레를 타게 되면 그 거룩한 원과 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게 되리라.
무변혜야, 이 수레는 즈음[陰]이 없나니 처음․중간․나중의 즈음을 사무쳐 알지 못하느니라. 이 수레는 즈음이 끊어진지라, 즈음을 얻지 못하느니라. 가장자리 없는 즈음이 이 수레의 즈음이며 한량없는 즈음이 이 수레의 즈음이니라.
무변혜야, 이 수레는 가장자리의 즈음이 없으며 또한 중간 즈음이 없나니, 어떤 즈음도 가히 끊을 것이 없느니라. 즈음이 끊어졌다고 함은 어떤 즈음이 없는 것을 즈음이 끊어졌다고 말하며, 즈음을 분별할 수 없음을 즈음이 끊어졌다고 말하느니라. 이러한 것을 이름하여
이 수레의 즈음이 끊어졌다고 함이니라.
즈음이 있는 것이 없음을 중간 즈음이라 말하며, 또한 가장자리 즈음이라 말하며 즈음 없는 것을 즈음으로 말하였을 뿐, 저 즈음 가운데 즈음을 얻지 못하나니, 얻지 못하므로 가장 자리의 즈음과 중간 즈음이 실로 즈음이랄 것도 없고 끊어졌다는 것도 없으므로 즈음이라는 문에 들었나니 이 이 즈음의 문에 들어가므로 이 수레는 일체를 초월하나니 그 초월했다는 것도 또한 얻을 것이 없느니라.
무변혜야, 어떤 것을 즈음이라 하는가. 단(斷)․상(常)의 즈음을 말함이니 언어(言語)에 들어가므로 즈음이란 것이 곧 즈음이 아니니라. 저 단․상의 즈음이란 것도 가장자리의 즈음도 없나니, 그 즈음이라는 상(相)이 상 그대로 가장자리가 없기 때문이니라. 말한바 즈음이란 것은 분별이 없나니 분별이 끊어졌으므로 즈음을 초월하여 멀리 단․상을 여의었느니라.
무변혜야, 몸이란 견해가 있는 자는 곧 즈음이란 문에 의지할 바가 있거니와 만일 즈음이란 문에 집착이 없으면 집착이 없으므로 단․상의 즈음에 곧 능히 초월하느니라.
무변혜야, 단․상의 즈음이란 실다움이 없건만 다만 속이는 말로서 저 3유(有) 가운데 두 가지 즈음을 분별하나니 저 두 가지 즈음에 만일 거두어 잡아 가지지 않거나 만일 서로 응하지 않으면 곧 능히 초월하리라. 몸이란 견해를 끊으므로 저 두 가지 즈음이란 문에 집착함이 없으리라.
무변혜야, 만일 모든 보살이 신견(身見)을 여의지 못하면 큰 갑주를 입고 큰 수레를 탔다고 말하지 못하며 저 즈음이란 문에 곧 집착하게 되리니 설사 즈음을 끊고자 하나 즈음을 끊었다는 생각을 일으키어 앞뒤라는 즈음에 분별이 있으리라.
만일 보살이 이에 신견을 여의면 이것은 곧 큰 갑주를 입고 큰 수레를 탔다고 하리라. 그는 즈음이란 문에 곧 집착이 없으리니 두 가지 즈음을 초월하고 안락의 수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리라.
무변혜야, 모든 보살이
큰 지혜의 힘으로 능히 일체 즈음에 머무르는 법에 끊지도 아니하고 깨뜨리지도 아니하고 선교의 방편으로 지(止)․관(觀)을 거두어 잡아 지니고 모양 없는 [無相] 법을 닦아 익히며 모양 없는 증(證)을 얻으면 곧 모든 부처님이 법 광명을 맡겨 주시리라.
법 광명인 까닭에 일체의 즈음이 끊어지며, 저 즈음 끊는 데 또한 집착한 바 없고 어떤 즈음이 없으며, 저 즈음이란 문에 혹 서로 응하거나 혹 서로 응하지 않거나 혹 억념(憶念)하거나 억념하지 않거나 온갖 법에 선교방편으로 지․관에 편히 머무르면 곧 끝없는 큰 광명을 얻으리라. 법의 광명인 까닭에 흑암․공포의 털이 일어서는 일을 멀리 여의고 큰 법의 당기를 세우고 큰 법음을 내어 크게 사자후로 중생에게 선포하기를 ‘너희들은 빨리 와서 이 큰 수레․크게 안락한 수레․큰 조어(調御)의 수레․큰 발취(發趣)의 수레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라’고 하며, 중생을 위하여 법의 광명을 연설하라. 법의 광명인 까닭에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큰 갑주를 입고 이 큰 수레를 타게 하느니라.
무변혜야, 보살이 이 큰 수레와 이 큰 갑주에 인색하지 말라. 마땅히 중생이 보리심을 발하기 위하여 이 갑주를 입고 이 큰 수레를 탐이니, 이 큰 수레와 이 큰 갑주에 인색하지 말고 능히 잇달아 모든 중생을 권할지니라.
다시 중생이 이 갑주를 입고 이 큰 수레를 타고 장차 세간을 벗어나 여의기를 원할지니라. 모든 보살이 이 행에 머무를 때에 불국(佛國)을 거두어 잡아 가지며, 불국을 청정케 하며, 성문과 모든 보살의 원만한 공덕을 거두어 가지며, 이 끝없는 공덕의 바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게 하느니라.
무변혜야, 이 대승은 법계와 같아서 이 언덕․저 언덕을 얻을 수 없느니라.
그러나 능히 일체 중생을 운반하여 이 언덕으로부터 법계 가운데 이르게 하나니, 십이처와 서로 응하거나 십팔계와 서로 응하거나 갑주와 서로 응함도 없느니라. 만일 이 수레에 법계와 같이하여 부지런히 닦아 익히는 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게 되리라.
무변혜야, 마치 법계가 번뇌의 물듦이 없으며, 능히 파괴할 자 없으며, 능히 물들일 자가 없듯이 대승도 또한 그러하여 무너짐도 없고 물듦도 없나니 무너짐과 물듦이 없는 까닭에 장차 온갖 지혜의 지혜에 나아가느니라. 그러므로 이 수레를 대승이라 말하나니 이 수레는 걸림이 없는지라, 일체 세간 천상․인간․아수라가 능히 퇴전치 못하며 집착이 없으므로 장차 온갖 지혜의 지혜에 나아가나니, 그러므로 이 수레를 대승이라 말하느니라. 대승이라 함은 크게 장엄한 것, 일체 장엄한 것이 이 대승 가운데 들어오지 않음이 없느니라.”
그때에 무변혜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수레 가운데 어찌 유위법(有爲法)의 모든 장엄이 있나이까?”
“그렇다. 무변혜야, 내가 세속을 따라 이 수레 가운데 일체 유위 장엄을 말하였느니라. 무변혜야, 전륜성왕과 제석천왕․범천왕이 다 이 대승으로부터 나오지 않음이 없느니라. 혹 이미 나왔거나 혹 장차 나올 자는 비록 전륜성왕․제석천왕․범천왕위에 머무를지라도 생사․번뇌․허물의 물든 바가 되지 아니하며, 능히 모든 욕심을 낱낱이 헤아리며 헤아리고는 곧 놓아 버리며 벗어나 여의는 길을 능히 사무쳐 아느니라.
무변혜야, 만일 모든 보살이 이 수레를 타는 자는 비록 나고 죽음을 받더라도
일체처에 물들어 더럽힘이 되지 않고 능히 허물과 걱정을 보고 능히 벗어날 줄을 아느니라. 만일 내가 이에 모든 법과 모든 장엄을 말하지 않더라도 이 수레의 모양과 모든 장엄을 또한 능히 사무쳐 알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갈지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큰 수레, 위없는 수레
이 수레는 부사의한 것
만일 이 수레 타는 이라면
그는 다 세간을 벗어나리라.
이것은 크게 의지할 곳
이 수레는 부사의한 것
한량없고 변제(邊際)가 없나니
그러므로 그 이름 대승이라네.
끝없는 모든 중생들
이 수레를 타는 자여
이 수레는 줆도 없거니
또다시 느는 것도 없도다.
끝없는 모든 중생들
이 수레를 타는 자여
안온하게 나아가나니
그 속에는 괴로움 없나니
만일 모든 보살들이
이 수레로 나아간다면
바로 나아가라, 헛걸음 없이
몸과 마음도 지치지 않으리.
천상․인간 및 아수라
온 세간을 밝게 비추며
마땅히 이 큰 수레 타고
위없는 보리로 나아갈세라.
연각의 수레, 성문의 수레를
모두 다 가려 덮고
오직 이 큰 수레 타고
위없는 보리에 나아갈세라.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는 것
머무름도 앞도 뒤도 없거니
중간 즈음인들 있을 수 있으랴.
얻는 것도 볼 것도 본디 없나니.
3세가 다 평등하여
마치 깨끗한 허공과 같이
이 수레도 이와 같이
온갖 번뇌 멀리 여의었네.
이 수레 상대가 없는 것
막음도 걸림도 없이
일체를 다 건져 주자니
향하는 곳에 집착 없도다.
이 수레는 한량이 없으며
또한 일체의 형상이 없나니
자성을 얻을 수 없는 것
두려움 없고 사의할 수 없는 것.
만일 이 수레를 타는 이는
두려움 없는 힘 얻는 자이니
그러므로 저 불법 가운데
막음도 걸림도 없으리.
이 수레로 향해 나아가
두루 세간을 밝게 비추네,
저 해의 백․천 광선이
언제나 비추지 않음이 없듯이.
이 수레는 무너뜨리지 못할 것
그 무엇이 덮어 가리리.
한량없는 공덕의 자량으로
위없는 보리에 나아가나니.
이 수레는 세간을 뛰어난 것
삼계를 벗어나 건너감이여
검고 어둠 멀리 여의고
무루(無漏)의 경계로 나아가나니
일체의 보살들을
이 수레만이 거두어 가지나니
나머지 모든 중생으로선
그 속에 용납되지 못하리.
만일 어떤 슬기로운 이로서
한량없는 겁의 바다 속에
방편으로 부지런히 닦아 익히면
비로소 이 수레 타게 되리라.
모든 성문의 무리라거나
또는 연각의 성자라거나
나머지 일체 외도의 무리는
이 수레 능히 타지 못하리.
만일 그 어떤 중생이
길 아닌 곳으로 나아가는 자
이 사람은 복덕이 적은 자
이 수레 듣기도 감당치 못하리.
만일 그 어떤 중생이
저 사의하지 못할 법에
교묘한 방편으로 노니는 자는
이 수레 가운데 편히 머무르리.
그 거룩한 서원을
세워 나아감에 따라서
이 바른 도에 머무르면서
위없는 보리에 나아가리라.
이 수레는 가장자리 즈음도 없고
또한 중간 즈음도 없으니
가장자리 즈음과 중간 즈음을
일체를 다 얻을 수 없도다.
즈음을 얻을 수 없으므로
이 수레는 즈음이 있지 않고
일체의 즈음이 끊어졌으므로
안온하게 보리에 나아가도다.
이 수레는 가장자리의 즈음이 없는 것
가장자리 없는 것이 이 수레의 즈음
이 수레는 즈음이 한량없는 것
한량없는 것이 이 수레의 즈음.
이 수레는 즈음이 끊어짐 없는 것
즈음 없는 것이 이 즈음의 끊임이로다.
저 즈음에 분별치 않으면
끊어짐도 또한 얻지 못하나니.
이 수레의 즈음은 가장자리 없는 것
그리고 또한 중간도 없는 것
즈음 없다는 즈음도 또한 없는 것
즈음의 자성이 본디 없음일세라.
즈음에도 즈음의 모양이 없거니
즈음 아님에서 즈음의 모양을 삼을까.
저 모든 즈음 가운데
즈음의 모양이 본디 없나니.
즈음 아닌데 즈음을 말하는 문에
이 수레는 이미 초월했나니
저 초월한 경계의 양(量)에
서로 응함을 얻을 수 없도다.
내가 말한 단․상의 즈음은
가가 있느니 가가 없느니 하는
이러한 일체의 즈음에
저 즈음이 다 즈음이 아니로다.
일체 즈음이 가없나니
즈음의 모양이 본디 없는 것
일체 즈음의 자성을
그 속에 무엇을 분별할건가.
이렇게 모든 즈음 가운데
온갖 분별을 끊어서
가가 있느니 가가 없느니를
일체를 다 끊어 버리라.
몸이 있다는 소견[有身見]이 있으면
곧 즈음이 있다고 말하리니
이 즈음에 집착하면
불쌍한 자라 할 수밖에 없도다.
만일 몸이란 소견이 없으면
모든 즈음에 집착하지 않으리니
일체의 즈음에 집착 않으면
세간에 비치어 밝은 자 되리라.
일체의 즈음은 즈음이 아니라
모든 즈음이 진실이 아니로다.
일체 즈음의 자성과 형상이
그것이 근본 있는 것 아니로다.
일체의 즈음을 받지 아니하고
즈음이란 그것을 다 뛰어넘어
모든 즈음에 집착[着]하지 않으면
유신(有身) 견해를 능히 끊으리.
만일 저 유신의 견해를
끊지도 않고 여의지 않으면
큰 갑주를 입지 못하며
큰 수레를 타지 못하리.
모든 즈음을 받음으로써
즈음의 형상을 분별하나니
앞 즈음이니 뒷 즈음이니
일체가 모두 다 분별이로다.
만일 저 유신의 견해를
일체를 이미 끊고 보면
그것은 끝없는 갑주를 입고
위없는 큰 수레 탔다 하리라.
모든 즈음의 문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것이 세상에 슬기로운 이
그는 능히 갖가지 즈음에
일체를 모두 다 뛰어넘으리.
이것을 말미암아 불법 가운데
안온하게 보리에 나아가가리라.
보살은 능히 지혜의 힘으로
모든 법을 잘 관찰하므로
어떤 조그만 법일지라도
끊어 없앨 것 얻지 못하리.
언제나 교묘한 방편으로서
지(止)와 관(觀)을 잘 거두어 잡아서
하나의 실상을 사무쳐 알므로
모든 법의 모양[諸相]을 사무쳐 알리.
바른 법에 편히 머무르므로
큰 법의 광명을 얻게 되나니
이렇게 법의 광명 얻음으로써
저 모든 즈음을 결단하도다.
조그만 어떤 즈음이 있어
즈음과 즈음 아닌 것이
서로 응함을 보지 않나니
일체에 집착이 없음으로써
만일에 괴로운 중생을 보면
위로하여 타일러 말하기를
‘이리 와서 이 수레 타고
안온히 괴로움 벗어나라’고.
어디서나 태어날 적에
법의 횃불 높이 잡고서
갑주 입고 큰 수레 타고
언제나 이 법을 열어 보이리.
이 수레와 이 갑주로
저들에게 인색함 없이
모든 중생 그들로 하여금
갑주 입고 큰 수레 타도록
이 안락한 수레를 타고는
위 없는 보리에 나아가리라.
이렇게 모든 보살들
이러한 수행에 편히 머물러
저 위 없는 불법 가운데
재빨리 달려 나아가도다.
부처님 국토 청정케 하며
모든 성문과 연각이며
보살등 공덕의 장엄한 일을
모두 다 거두어 잡아 지니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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