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20권
대보적경 제20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 한역
송성수 번역
6. 부동여래회(不動如來會) ②
4) 보살중품(普薩衆品)
그때에 존자 사리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이제 이미 성문의 공덕을 말씀하셨으니 다시 모든 보살의 구족한 공덕을 말씀하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일체 공덕이 보살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그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그 부처님의 나라에 한량없는 보살들이 다 와서 모였느니라. 모든 출가 보살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들은 법문대로 다 능히 알아 깨닫고 받아 지니며 읽어 외우느니라.
사리불아, 나는 이 세계에서 법 설함이 매우 적나니 부동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장에 비하면 산수 내지 우파니사담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은 다 부동여래 응정 등각께서 보살행을 닦을 때에 이러한 원을 발하였느니라. ‘원컨대 내가 성불할 때에 그 나라의 모든 보살이 나의 원력으로 듣는 대로 다 능히 알아 깨닫고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지이다.’ 사리불아, 이 모든 보살이 저 여래의 본원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부처님에게 들은 것은 다 능히 알아듣고 외우며 그 뜻을 통달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마음에 다른 불국에 가기를 원하면 마음대로 곧 이르며, 몸차림․의복․언어가 그 나라 풍속을 잘 닮아서 저 여래께 예배․공양하고 바른 법을 듣고
잘 문답하며, 할 일을 마치고는 도로 본디 부처님 처소에 돌아오느니라.
사리불아, 현겁 가운데 구백 구십 육 부처님이 마땅히 세상에 나시리니 만일 보살이 이 여래를 뵙기를 원하거든 마땅히 저 부동불국에 나기를 원할지니라. 사리불아,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이 세계나 다른 부처님 세계에서 목숨이 마친 뒤에 부동여래의 국토에 혹 이미 났거나 이제 나거나 장차 나게 되면 반드시 모든 성문 지위에 머무르는 일을 믿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그가 불도를 행할 때 항상 여래를 만나서 천마 파순이 그 큼을 타지 못하며 이승지(二乘地)에 길이 상속(相續)을 끊고 반드시 무상보리를 얻을 것이며, 항상 여래의 모든 큰 모임에 있게 되느니라.
사리불아, 너는 알아 두라. 만일 부동여래의 청청한 불국에 머무르면 그 모든 중생은 마침내 퇴전치 않으며 가히 끌어 거두지 못하며 또한 물러가 돌아오지 아니하고 무상보리에 머물러 큰 세력이 있어서 요동할 수 없으며 길이 퇴전함이 없느니라.
사리불아,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이 세계나 혹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저 국토에 태어나면 그가 날 때에 이런 생각을 하느니라.
‘내가 이미 여래의 집에 들어와서 두려움 없는 성에 머물렀다.’
사리불아, 저 모든 보살의 모든 언론이 다 반야바라밀과 서로 응하여 서로서로 따라 행하고 공경하며, 길잡이란 생각을 일으키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저 불국의 모든 보살 무리는 재가자(在家者)는 적고 출가자는 많나니 다 부처님의 신력으로 그들은 법문대로 곧 알아 깨닫고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느니라. 사리불아, 혹은 재가 보살이 비록 생각을 한데 모으지 않더라도 법회 가운데서
그 방위를 따라서 혹 앉거나, 혹 서거나 부처님의 신력으로 다 능히 듣고는 알아 깨닫고 받아 지니며, 읽어 외우고 통달하느니라. 그 출가 보살도 또한 그러하여 어떤 다른 장소에 있더라도 그 읽어 외우는 것이 다름없느니라.
이 모든 보살이 몸을 버리고 몸을 받음에 들은 경은 끝내 잊어버리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느니라. 사리불아, 그것이 또한 부동여래의 본원 공덕의 장엄한 것이니라.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일생 가운데 한량없는 부처님을 뵙고자 하면 마땅히 부동여래의 처소에 나기를 원할지니라. 만일 보살이 그 국토에 나게 되면 곧 한량없는 부처님을 뵙고 모든 착한 뿌리를 심으리라. 다시 능히 한량없는 중생을 위하여 요긴한 법을 연설하여 모든 중생으로 착한 뿌리를 더 길러 내느니라.
사리불아, 이 현겁 가운데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매 만일 모든 보살이 의복․음식․와구․의약의 갖가지 자료로 여래께 공양하고 곧 출가하여 모든 부처님 앞에서 깨끗이 범행을 닦는다고 하자. 이 착한 뿌리[善根]라도 다른 보살이 부동여래의 처소에서 일생 동안에 바라밀과 서로 응한 공덕에 비교하면 한량없는 수량의 일분도 따르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이 또한 부동여래 청정 불국의 공덕 장엄이니라.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이 세계나 혹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부동불국에 혹 이미 났거나 현재 나거나 장차 나게 되는 자는 다
물러감 없는 위에 머무르나니 저 불국 가운데 천마 파순이 장애가 되지 않으며, 또한 마업의 시끄러움 됨이 없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독사가 신주(神呪) 앞에 조복되어 능히 해치지 못하며, 온갖 벌레가 저 독사를 보고 또한 두려움이 없나니, 그러나 이 독사가 비록 독해가 없을지라도 본래의 업으로 말미암아 뱀의 몸을 받았으므로 독사라고 말하듯이, 사리불아, 저 파순도 또한 이러하니라.
부동여래께서 보살행을 닦을 때에 본원이 착한 뿌리로 이렇게 회향하였나니, ‘원컨대 내가 마땅히 무상보리를 증득할 때에 모든 마군을 조복하여 장애가 되지 않게 하며, 모든 보살․성문․범부 내지 삼천대천세계도 또한 방해롭지 못하여지이다.’ 그러나 먼저 업의 과보로 말미암아 이 마의 몸을 받고자 하늘에 태어나서 스스로 뉘우치고 책망하되 ‘끝없는 업으로 이 몸의 이름을 받았다’고 하였다.
비록 자유롭지만 항상 싫증내어 여읠 마음을 내며 저 여래가 설법하실 때에 모든 마의 권속이 항상 참여하여 듣고는 마음이 깨끗하며, 성문중에게도 애락심을 내되, ‘어떻게 마땅히 적정하고 욕심 적고 족한 줄을 앎에 머무름을 얻을까’ 하느니라. 저 마군은 항상 출가할 마음을 일으키어 방해할 생각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저 나라 가운데 성문․보살 및 범부의 무리가 모두 저 부처님의 지나간 세상에 정진하고 큰 서원의 위신력으로 편안히 머무름을 얻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이 또한 부동불국의 수승한 장엄이니라.”
사리불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7보를 가지고 보시하고 그 나라에 나기를 원하면 이 행원으로 말미암아 이 선남자․선여인은 마침내 성문지․
벽지불지에서 물러가지 아니하며, 한 불국으로부터 다른 불국에 이르면서 모든 부처님을 다 섬기며, 그 모든 부처님 앞에서 바른 법을 받아 듣고는 비록 무상보리를 증득치는 못하나, 능히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뵈오며, 모든 부처님 앞에 모든 착한 뿌리를 심는다고 치고, 세존이시여,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이런 방편으로 말미암아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7보로써 보시하오면 이 착한 뿌리로 말미암아 저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리이까?”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가 잘 가서 나고 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이렇게 모든 보살이 그 불국 가운데 가득하니라. 사리불아, 마치 광석(鑛石) 속의 금을 깨끗하게 제련하여 모래․자갈을 제거하고 오직 순금이 된 뒤에 모든 장식품을 만들듯이, 사리불아, 저 불국 가운데 보살이 진실이 머무름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러나 저 보살의 청정한 모임을 네가 알아 둘지니라.
다시 사리불아, 그 불국 가운데 모든 보살이 혹 이미 났거나 현재 나거나 장차 나게 되거나 이런 보살은 다 한 가지 행을 행하나니 이른바 여래행에 머무름이니라.
사리불아, 어떤 것이 여래행이냐? 이른바 성문지․벽지불지를 뛰어넘는 행이니라. 그러나 한 가지 행을 말한다 함도 이것이 거짓말 함이니라. 그러므로 보살이 한 가지 행을 즐겨 행할진대 마땅히 저 불국에 나기를 원할지니라.
사리불아, 내가 수기한바 불퇴전 보살대사는 마땅히 부동불국에 나리라. 사리불아, 이 모든 보살이 저 불국에 난 자를 나는 놓아 버리지 않나니 마치 찰제리 관정(灌頂) 대왕이
적국이 침입하여 재물과 왕위를 침해하려 하면 왕이 이미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리라. ‘나의 후비나 사랑하는 자식들은 견디어 적을 막지 못하나, 다른 재보를 궁성 안에 걷어 들이면 때에게 침해가 되지 않으리라.’ 왕의 국조(國祚)는 안정하여 걱정이 없고 위엄이 강적에게 떨치어 재난을 걱정하지 않듯이 사리불아, 내가 모든 보살을 놓아 버리지 않음은 또한 저 왕의 보물과 사랑하는 자식과 후비와 같으니라. 보살행을 닦는 자는 마땅히 알지니라. 저 불국 가운데 두려움 없는 것은 궁성과 같고 저 원적이란 것은 마왕 파순이요, 보살행을 하는 이에게 장애가 되기 어려움이 관정대왕이 원적의 침해를 입지 않듯이 여래도 또한 그러하여 천마가 침해하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어떤 사람이 빚쟁이가 두려워서 멀리 변두리 나라에 피해서 빚쟁이와 다른 사람의 침해를 받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길이 멀고 험난하여 빚쟁이의 집 사람이 능히 그곳에 오지 못하듯이 저 모든 보살이 묘희국에 나면 파순이 길이 끊어짐도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이 삼천대천세계의 천마 파순은 항상 보살․성문에게 모든 장애를 짓나니, 묘희국에는 모든 천마가 마업을 짓지 못하느니라. 저 모든 보살이 혹 이미 낳았거나 지금 나거나 장차 나게 되거나 항상 공포가 없느니라. 왜냐하면 저 여래께서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모든 착한 뿌리를 이렇게 회향하였느니라. ‘내가 위없는 정등각을 증득할 때에 저 천마의 무리가 방해하거나 마군의 짓을 하지 못하여지이다.’ 사리불아, 마치 장부가 독약을 먹고도 능히 소화하여 식사를 하되 모든 독이 없듯이
그 나라에 천마도 또한 그러하여 항상 이익을 더할지언정 손해될 일을 하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그 불국토가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
그때에 사리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저 부처님 세계와 부동여래 응정 등각과 성문중을 보고 싶도다.’
그러자 부처님은 사리불이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곧 신력으로 그 자리에 일어나지 아니하고 다 얻어 보게 하시고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보았느냐?”
“예, 이미 보았나이다.”
“네가 모든 하늘과 인간이 약간 우열의 차이가 있는 모습을 보았느냐?”
“보지 못하였나이다. 왜냐하면 제가 묘희국 사람의 의복․음식과 모든 진기한 장엄품을 보니, 다 이것이 모든 하늘의 음악 도구이오며 저 부동여래께서 대중 가운데서 설법하시는데 마치 금산과 같이 찬란하오며 모든 성문중이 한량없기 마치 사람이 큰 바다 속에 노닐 때에 바다 한 가운데서 사방을 바라보면 그 가장자리를 알 수 없듯이 그 성문도 그러하옵니다. 이 모든 성문이 어디서나 법을 들을 때에 몸과 마음이 끄떡없기가 선정에 든 듯하여 이 세계에서 정에 든 사람이 때로 혹 요동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칠보를 가져 보시하오면 이 착한 뿌리로 말미암아 잘 묘희 세계에 왕생하게 되리이다. 왜냐하면 그도 또한 불퇴전을 얻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왕의 사신이 멀리 다른 나라에 가되 부인(符印)을 잡아 지니므로 먼 길을 가고 오되 관방(關坊) 지기들이 능히 방해하지 못함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왕의 신표의 힘으로 사람이 막지 못하나니 저 모든 보살도 또한 그러하여 혹 이 세계나
혹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그 불국에 이미 났거나, 지금 나거나, 장차 나게 되거나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으며 한 불국토에서 다른 한 불국에 이르되 항상 모든 부처님을 여의지 아니하고 다 무상보리를 빨리 증득하리이다.”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세계에 나는 보살이 이 세계의 예류과(預流果)의 사람과 차별이 없으리이다. 왜냐하면 예류과 사람은 악취에 떨어지지 않나니, 저 세계의 보살도 혹 이미 났거나, 지금 나게 되거나, 장차 나거나 다 모든 악취와 성문지․벽지불지를 끊고, 무상보리를 증득할 때까지 한 불국에서 다른 한 불국에 이르되 모든 부처님과 성문중을 여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사리불아, 이 모든 보살이 그 나라에 태어나되 성문 ․ 벽지불지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무상보리를 증득하기까지 한 불국으로부터 한 불국에 이르면서 항상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장차 불보리의 과를 증득하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예류과 사람이 결정코 장차 성문의 보리를 얻어서 마침내 악취에 떨어지지 않나니, 이 보살도 또한 그러하여 혹 이 세상이나 다른 세상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그 나라에 나면 그는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며 한 불국으로부터 다른 한 불국에 이르면서 모든 부처님 앞에서 항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여의지 않으리라.”
사리불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계에 일래향(一來向) 및 일래과(一來果)와 아라한향 및 아라한과에 머무름이 있사오니, 저 불국에 태어난 보살과 다름이 없겠나이까?”
“사리불아,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이 세계의 보살로서 부처님의 수기를 받은 자는 저 나라에 태어난 보살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니라.
다시 사리불아, 이 세계의 도량에 앉은 보살과 저 나라에 처음 난 보살은 다름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저 모든 보살은 여래의 행을 행하여 천마가 그 틈을 타지 못하며, 이승지에 길이 상속을 끊어서 한 불국에서 다른 불국에 이르되 항상 능히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여 무상정각을 증득하느니라.”
그때에 아난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제 마땅히 장로 수보리의 변재의 힘을 관찰하리라’고. 이런 생각을 하고는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부동여래와 성문중과 겸하여 저 불국을 보고자 합니다.”
수보리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네가 저 부처님을 보고자 하거든 이제 마땅히 상방(上方)을 관할지니라.”
그리하여 아난은 상방을 관하고는 수보리에게 아뢰었다.
“내가 한껏 상방을 관하며 다 비고 고요합니다.”
“저 부동여래와 모든 성문중과 저 불국도 또한 이와 같이 상방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이 세상에서 수기를 얻은 보살이 저 나라에 처음 난 보살과 다름이 없다 하오니, 세존이시여, 우리는 이제 무엇으로 같다고 하시는지 알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법계가 평등하므로 다름이 없게 되느니라.”
5) 열반공덕품(涅槃功德品)
그때에 존자 사리불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이 이미 부동여래 응정 등각께서 보살도를 닦으신 공덕이 끝없음을 말씀하셨고 그 나라와 성문과 보살의 수승한 덕업과 광대한 장엄을 말씀하셨으니, 다시 바라건대 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자취를 열어 보이어 주셨으면…….’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부동여래가 열반에 드실 때에 그 나툰 몸[化身]이 일체 세계에 분포되어 지옥 가운데서도 모든 묘법을 말씀하시어 법으로써 한량없는 중생을 조복하시어 장차 아라한의 과를 증득케 하리라. 그리고 그때에 과를 얻는 자는 열반에 드시기 전의 무학인(無學人)에 비하여 그 수가 더 많으리라.
그리고 그날에 향상(香象) 보살에게 수기를 주시되 ‘너는 내가 열반에 든 뒤에 장차 부처가 되리니, 호를 금련(金蓮) 여래 응정 등각이라 하리라’고 하였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저 금련여래 불국의 공덕과 성문중의 수는 부동여래와 다름이 없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부동여래가 열반에 들 때에 대지가 다 진동하고 일체 삼천대천세계가 진동하여 울리며 소리를 내어 그 소리가 위로 사무쳐서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에 이르면 여러 하늘이 듣고는 곧 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줄을 알리라.
다시 사리불아, 그 부처님 국토에 모든 나무숲과 약초가 다 부동여래의 열반에 드신 곳을 향하여 쏠리리라. 이때에 하늘 사람이 다 꽃꾸러미와 갖가지의 향과 모든 의복으로 부처님 위에 뿌리면 그 뿌린 향과 꽃이 두루 에워싸기를 높이 일유순이 되리라.
다시 사리불아, 부동여래가 열반에 드실 때에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하늘․용․야차(夜叉)․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이 다 부동여래를 향하여 합장하고 경례하며, 다른 세계의 하늘들도 부처님의 신력으로 다 그 열반에 드는 것을 보게 되리라. 이 모든 하늘 사람이 칠일 동안을 마음으로 슬픔과 번민을 품고 좋은 놀이와 오락을 하지 않으며, 또한 욕심낼 생각이 없고 서로 ‘부동여래께서는 세상의 광명이시며 중생의 눈이 되셨거늘 이제 열반에 드심이 어찌 그리 빠르신가?’라고 말하였다.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이 세계나 혹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저 부동여래 불국에 나는 이는 혹 현재에고 그곳에 나는 이로서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는 이가 백이나 천․만으로 헤일 수 없느니라. 사리불아, 백․천 보살의 수가 다 여래의 수에 들어가며 온갖 지성(智性)의 수에 들어가느니라. 혹 장차 그곳에 나는 이도 또한 여래 수에 들어가느니라.
사리불아, 저 불퇴전 보살을 제한 나머지 보살로서 이 세계에서 만일 부동여래의 공덕을 찬탄하는 법문을 듣지 못한 이는 다 악마에 끌린 바가 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부동여래가 열반에 드신 뒤에 바른 법이 세상에 머무르는 동안 그 나라에 나는 보살은 또한 그 수에 들게 되느니라. 그것은 저 여래의 본원력으로 말미암은 까닭이니, 이 보든 보살이 만일 뒤에 그곳에 나면 마땅히 백팔법문을 읽어 외우리라.
읽어 외우고는 능히 그 온갖 법 곧 부동여래가 건립하신 108법문의 본성(本性)을 받아 지니리라.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만일 보살이 장차 그 불국에 나는 자도 또한 백팔법문을 읽어 외우며, 능히 온갖 법문을 받아 지니리라.
사리불아, 부동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능히 모든 보살을 잘 거두어 주셨으므로 부처님이 비록 열반에 드셨더라도 그 설법하는 소리와 장엄공덕이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와 다름이 없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저 부동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몸으로부터 불을 내어 스스로 사유하면 사리의 형상이 다 금빛을 나타내되 마치 저미라(低彌羅) 나무를 토막토막 끊으면 토막마다 만자(卍字)의 무늬가 있듯이 여래의 사리도 또한 그러하니라.
다시 사리불아, 부동여래의 사리가 낱낱이 둥근 것이 안팎에 다 길상의 만자 형상이 있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보라가(補羅迦) 나무가 쪼개는 대로 다 상서로운 무늬가 있듯이 저 부처님의 사리도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그 나라 중생이 사리를 공양하기 위하여 7보탑을 일으키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하고는 금색 천 잎 연꽃으로 공양하며 그 대천세계에서 곧 탑을 공양한 꽃으로써 장엄하게 꾸미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만일 모든 보살이 저 부동불국에서 장차 멸도(滅度)하는 이는 목숨이 마칠 때에 바른 생각을 잃지 않고 갖가지의 상서를 보되 혹 어떤 보살은 장차 태어나는 국토에 여래가 없고 스스로 부처가 되어 보이는 일을 보기도 하며, 혹은 그곳에 부처가 계시는데 장차 그를 받들어 섬기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보살이 어머니의 태에 드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보살이 큰 갑주를 입은 것을 보며,
혹은 집을 버리고 집 아닌 데로 가는 것을 보며, 혹은 도량에 앉아 마군을 항복받는 것을 보며, 혹은 보살이 온갖 지혜의 지혜를 증득하는 것을 보며, 혹은 보살이 어떤 세계에서 정각을 이루어 법의 바퀴를 굴리는 것을 보며, 혹은 보살이 허공 가운데 서서 자신이 차츰 없어져서 조금도 남음이 없되 마치 생풀을 태워서 연기가 치솟아 차츰 녹아 흩어져 멸해 없어지듯 하기도 하느니라.
사리불아, 이 모든 보살이 이미 열반에 들면 모든 하늘 사람이 갖추어 공양을 닦느니라.
사리불아, 부동여래께서 큰 열반에 드신 뒤에 바른 법이 세상에 머무르기를 백․천 겁을 지나느니라.”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동여래의 바른 법이 몇 겁을 머무르게 되나이까?”
“사리불아, 20소겁을 한 겁이라 하여 그런 겁으로 1만 겁을 머무느니라. 사리불아, 바른 법이 멸하고는 큰 광명이 시방 세계에 비치며, 땅이 다 진동하여 큰 음성을 내느니라. 그러나 저 천마가 능히 무너뜨릴 수 없으며 또한 여래와 성문중이 스스로 숨어 버림이 아니니라. 다만 그때 사람이 듣는 것이 적고, 욕심 즐김이 많으며 능히 설법하는 자도 다 멀리 떠나서 이미 바른 법을 들음이 적고, 믿지 않음이 많나니 믿지 않음이 많으므로 정진하는 이가 없으며, 법을 아는 비구가 스스로 물러가 쉬며, 듣기를 즐겨하는 자가 없음을 보고 다시 널리 펴지 않으므로 그 부처님의 미묘한 말씀이 차츰 숨어 없어지느니라.”
6) 왕생인연품(往生因緣品)
그때에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어떤 인연과 착한 뿌리의 힘으로 저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보살이 묘희세계에 나고자 할진대 마땅히 부동여래의 지나간 세상의 보살을 배우며, 큰 서원을 발하여 그 나라에 나기를 원할지니라. 이러한 행원으로 인연이 되어 저 부처님나라에 나게 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보살이 보시바라밀을 행할 때에 서로 응하는 착한 뿌리로 무상보리에 회향하여 부동여래와 서로 만나기를 원하나니, 사리불아, 이 인연으로 장차 저 나라에 나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보살이 지계바라밀 내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도 또한 그러하니라.
다시 사리불아, 부동여래의 광명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치며 오는 세상에 이 광명을 보고 바른 깨달음을 증득하며 광명을 봄으로 인하여 큰 보리를 이루고는 다시 몸의 광명으로 온 세계를 두루 비추기를 원할지니라. 사리불아, 보살이 이 인연으로 장차 저 나라에 나게 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저 부동 여래 응공 정등각의 모든 성문중이 한량없나니 내가 마땅히 보리라. 보고는 이러한 행을 일으키어 불보리를 증득하며 보리를 증득할 때에 또한 이러한 한량없는 성문중을 두게 하소서’라고 원할지니라. 사리불아, 이 인연으로 보살이 저 부처님나라에 나게 되느니라.
다음 사리불아, 저 부처님나라에 보살이 한량없나니, 내가 장차 이 모든 보살을 보고 선정행을 행하여 따라 배우며, 모든 보살이 곳곳마다 한데 모여서 같이 배우고 같이 행하며
같이 구경처에 이르기를 원할지니라. 원하기를 ‘마땅히 원만한 큰 자비를 구하려 하는 자, 보리 및 사문을 구하려 하는 자, 이승의 마음을 놓아 버리려는 자, 진실한 공성(空性)에 머무르려는 자, 여래의 온갖 지성(智性)과 법․승 명호에 생각이 머물러 있는 자를 만나지이다’라고 하라.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이러한 종류의 보살 명호를 들으면 저 부처님나라에 나게 되나니, 하물며 반야바라밀과 서로 응하는 착한 뿌리로 부동 여래 응공 정등각에 회향함이리오. 사리불아, 이 인연으로 이 사람이 저 부처님나라에 결정코 나게 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저 부처님나라에 나기를 원하거든 동방 한량없는 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미묘한 법과 성문중을 마땅히 그 모양대로 생각에 따라 그에 응해 주며 원컨대 ‘내가 장차 보리를 증득하여 미묘한 법을 설함과 성문중이 다 저 부처님과 같게 하소서’하라. 사리불아, 이 모든 보살은 마땅히 세 가지의 생각에 따르는 착한 뿌리를 닦되 일체 중생과 평등하게 같이 익히기를 원하며 이 착한 뿌리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할지니라.
사리불아, 이러한 보살이 회향한 착한 뿌리는 한량이 없나니 가령 일체 중생이 각기 하나의 그릇의 크기가 허공만큼 한 것을 가지고 말하기를 ‘장부의 저 착한 뿌리를 나에게 나누어 달라’고 한다면 사리불아, 이 모든 착한 뿌리가 만일 형상이 있다면 그 중생에게 나누어 주어 다 그릇을 가득 채워서 각기 가져가게 하더라도 저 착한 뿌리는 또한 다함이 없으리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함은 한량이 없으며 가히 변동할 수 없는 까닭이니라. 사리불아,
저 세 가지 생각에 따르는 착한 뿌리로 온갖 지혜에 회향하면 이 착한 뿌리로 3보가 따라 구르게 되느니라.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이 착한 뿌리를 성취하면 마땅히 일체 악취에 떨어지지 않으며 능히 파순과 모든 마업을 꺾어 엎으며, 저 부처님나라에 좋아하는 대로 태어나리라. 사방․사유․상하도 또한 그러하여 다 원하는 대로 태어나게 되리라. 그러므로 보살이 생각에 따르는 착한 뿌리를 마땅히 쌓아 모을 것이며, 그것을 쌓아 모으고는 마땅히 부동여래께 회향하므로 저 나라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다시 사리불아, 부동여래 불국의 광대 장엄한 공덕은 한량없는 불국 가운데 제일이니라. 그러므로 보살이 마땅히 이러한 마음을 낼지니라. ‘내가 이 착한 뿌리로 마땅히 저 부처님나라를 보게 하소서. 저 부처님나라의 장엄을 마땅히 거두어 잡아 갖게 하소서. 또한 마땅히 저 모든 보살을 보게 하소서.’ 사리불아, 보살이 저 나라에 나기를 원하거든 마땅히 보다 즐거워하고 원하는 마음을 낼지니라. 사리불아,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보다 즐거워하고 원하는 마음을 내면 나는 다 증언하되 ‘저 나라에 태어나리라’라고 하리라.
사리불아, 마치 성(城)은 있지만 누각․동산․연못이 없고, 또한 코끼리와 말을 부리며 다닐 곳이 없고, 그 성의 왕이 비록 힘이 있고 편안하다 하더라도 그 성에 누각의 모든 볼 만한 것이 없으면 곧 장엄이 아니니라. 사리불아, 나의 이 국토도 또한 이와 같이 저러한 공덕이 없으므로 곧 장엄이 아니니라. 사리불아, 나의 이 국토에 만일 공덕의 장엄이 있으면
곧 부동여래 불국의 장엄과 같으리라.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마땅히 청정 불국을 거두어 잡아 가지고자 하거든 마땅히 부동여래가 지나간 세상에 보살행을 닦을 때에 뭇 덕의 종자를 심어서 불국을 장엄하듯이 할 것이며 또한 이와 같은 공덕을 거두어 잡아 지닐지니라.
다시 사리불아, 내가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는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이승도에 다 도과(道果)를 얻게 하였지만 그 수를 저 부동여래의 성문중에 견준다면 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나니, 왜냐하면 그 수가 한량없는 까닭이니라. 그러나 그 해탈을 말한다면 하나도 다름이 없느니라.
또한 이 일은 그만두고 사리불아, 미륵여래가 장차 세상에 출현할 때의 모든 성문중과 그 교화한 나머지 성문을 부동여래의 성문 수에 견주면 미치지 못함이 위와 같으니라. 마땅히 알라. 사리불아, 저 여래께서 한번 설법하시면 능히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시나니 저 부처님의 교화하신 바의 그 수를 능히 아는 자가 없느니라. 사리불아, 나의 성문 제자와 미륵여래의 모든 성문중과 현겁 모든 부처님의 성문과 그 성문이 장차 교화하게 될 성문중을 모두 한데 합쳐 부동여래의 성문중에 견주더라도 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그 수가 많은 까닭이요, 해탈이 다름은 없느니라.”
그러자 사리불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신 뜻을 알고 있는 바로는 그것은 아라한의 나라라고 할지언정 범부의 나라는 아닌가 하옵니다. 왜냐하면 저 불국에는 아라한이 많은 까닭입니다.”
“그렇다. 네 말과 같도다. 저 부처님나라에는 아라한이 많은 까닭이니라.
다시 사리불아, 이 삼천대천세계의 별[星] 수가 저 부처님의 성문중만큼 많지 못하니라. 저 부처님께서 한번 설법하시면 한량없는 중생이 아라한을 얻느니라. 사리불아, 이 삼천대천세계의 별은 오히려 수량이 있지만 저 낱낱 중회에 한량없는 중생이 아라한을 얻으므로 그 성문은 수량이 없느니라.
사리불아, 그 나라 하늘 사람이 온갖 덕의 종자를 심음은 다른 세계의 사람과 하늘은 비록 하늘눈으로도 또한 능히 보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가령 다른 세계의 모든 하늘이나 사람이 부동여래 국토의 선남자와 선여인의 처소에 가면 그 하늘눈의 힘으로도 또한 얻어 보지 못하느니라.
만일 사람이 이 공덕을 찬양하는 법문을 듣고는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며 그 뜻을 통달하게 되면 그 선남자 등은 다 부동여래께서 지나간 세상에 보살행을 닦을 때에 다 이미 보고 들었느니라. 그러므로 그 법문을 듣고는 곧 신심이 청정함을 얻음이니라.
사리불아, 동방 일체 세계 가운데 만일 보살승의 사람이나 혹은 성문승의 사람이 이 법문을 읽어 외우고 통달한 자가 그 수가 매우 많나니 그 모든 보살과 성문들이 원력으로 말미암아 저 부동여래 국토에 혹 이미 났거나 현재 나거나 장차 나게 되느니라. 오직 불퇴전 보살은 제외하느니라. 그 보살은 저 모든 세계에서 장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까닭이니라. 사방․사유․상하도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저 부동여래가 묘희세계와 다른 세계에서 보살승에 있어서 가장 상수(上首)가 되느니라.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부동여래의 공덕 법문을 듣고 잘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며 통달하고는 저 나라에 나기를 원하면 목숨을 마칠 때까지 부동여래께서 항상 호념하시어 모든 악마와 마의 권속으로 하여금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느니라. 사리불아, 알아두라. 이 선남자나 혹 선여인이 무상보리에 이르기까지 퇴전의 두려움이 없으며,
또한 물과 불․칼과 몽둥이․사나운 짐승․독벌레 등의 해침을 받지 않으며, 또한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에 겁날 것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부동여래가 항상 호념하시며, 저 부처님나라에 장차 태어나기 때문이니라. 마치 해바퀴가 비록 멀지만 염부제 중생에게 광명을 펴듯이 부동여래도 또한 그러하여 비록 먼 곳에 계시지만 다른 세계 중생에게 광명이 되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하늘눈이 있는 비구가 능히 먼 곳의 모든 좋고 나쁜 빛을 보듯이 부동여래가 비록 저 불국에 계시지만 다른 세계 가운데 모든 보살들의 온갖 형상과 하는 일을 다 능히 보느니라.
사리불아, 또 비구가 마음의 자재를 얻어 그 신통바라밀을 얻은 자는 비록 먼 데 있더라도 모든 중생의 마음을 환히 아나니, 부동여래도 또한 그러하여 능히 다른 세계 보살의 마음을 아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비구가 천이(天耳)를 증득하면
몸이 비록 먼데 있으나 능히 모든 소리를 듣듯이 부동여래도 그러하여 다른 세계에 머무르는 중생이 이런 말을 하느니라. ‘내가 저 나라에 나기를 원하면 저 부처님께서 다 들으신다.’
사리불아, 이러한 종류의 선남자․선여인이 지닌바 성명을 부동여래가 다 환히 아시느니라. 만일 이 공덕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고 통달하면 이 사람은 부동여래가 알아보시고 또는 호념하신 바가 되느니라.”
그때에 사리불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거룩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 부처님께서 저 모든 보살을 호념하심이여.”
이렇게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그렇다. 네 말과 같이 저 보살들은 여래의 호념하시는 바이니라. 왜냐하면 보살을 호념함으로 말미암아 일체 중생이 다 호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마치 찰리(刹利)의 관정대왕이 창고에 곡식을 많이 저축하고 창고지기에게 당부하여 잘 지키게 하나니 왜냐하면 흉년을 당하여 굶주릴 때에 백성을 건지기 위함이니라.
사리불아, 이 보살들이 저 여래가 열반에 드신 뒤에 무상보리를 증득하여 모든 중생이 바른 법에 굶주릴 때에 큰 풍년을 짓느니라. 그러므로 여래가 이 보살을 잘 덮어 보호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 세계의 모든 보살이 부동여래의 공덕 법문을 듣고 잘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고는 저 부처님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이 사람은 불퇴전을 얻을 줄을 알라.
사리불아, 만일 다른 보살이 이 법문을 잘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고
한량없는 백․천 중생을 위하여 열어 보여 연설하면 또한 그 중생은 덕의 종자를 심어서 무상보리에 친근하게 되리라.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무상보리를 빨리 증득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고는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연설할지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이렇게 이 공덕 법문의 큰 지혜업을 연설하여 착한 뿌리를 이루어 쌓아 모으면
그 사람들이 이 착한 뿌리로 말미암아 현신(現身)으로 모든 번뇌가 다하리라. 사리불아, 그러므로 성문승은 저 법문을 듣거든 마땅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통달하고는 널리 중생을 위하여 연설할지니라. 왜냐하면 이 선남자․선여인이 이러한 바른 법을 받아 지님으로 말미암아 그 현신으로 무학(無學)을 증득하리라. 만일 우바새․우바이가 이 공덕을 찬양한 법문을 남을 위하여 언제나 연설하면 그 사람들은 현신으로 모든 번뇌의 다함을 얻으리라.
다시 사리불아, 이 부동여래의 공덕을 찬양한 법문은 어리석은 사람은 능히 받을 수가 없으며, 그 지혜가 깊고 넓어야 바야흐로 받아 지니리라. 사리불아, 저 선남자․선여인은 장차 모든 부처님을 뵙고 이 공덕을 찬양한 법문을 반드시 몸으로 증득하리라. 마치 무가의 보배 구슬을 바다에서 가져왔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무가 보배 구슬을 어떤 사람이 먼저 가지겠느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국왕이나 왕자나 대신, 이런 분이 먼저 가지리다.”
“사리불아, 저 부처님의 공덕 법문도 그와 같이 보살이 먼저 얻나니 이 모든 보살은 다시 물러감이 없으리라. 만일 이 법을 듣거든 반드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고는 무상보리를 위하여 진여성(眞如性)을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 배울지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이 불퇴전의 지위에 머무르고자 할진대 이 청정한 법문을 마땅히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리다. 왜냐하면 보살이 이 법문에 머무르면 법성에 물러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아, 가령 어떤 사람이 순금으로 염부제를 가득 채워서 가져 보시하고 이 법 듣기를 바라더라도 마침내 듣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공덕 법문은 박복 중생이 마땅히 받아 가질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다시 사리불아, 만일 성문승 사람이 이 공덕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서 무상보리와 진여와 서로 응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닦아 익히면 그는 다음 세상에 성취하리니 혹은 이 생에 부처가 되거나 혹은 3생을 뛰어넘지 않고 정각을 이루리라.
그가 만일 이 청정한 법문을 읽어 외워 통달하고는 다시 한량없는 백․천 중생을 위하여 연설하면, 마치 전륜성왕이 전세의 복업으로 7보가 앞에 나타남을 얻듯이 부동여래도 또한 그러하니라. 본래의 원력으로 인하여 내가 이제 이 공덕 법문을 말하게 되느니라.
사리불아, 만일 보살이 이 청정한 법문을 혹 이미 들었거나 혹 장차 듣게 되면, 그것은 다 부동여래가 지나간 옛날 보살행을 행할 때의 자비원력으로 말미암음이니라. 혹 현겁 가운데 모든 부처님 앞에서
이 법문을 열어 보임을 참여하여 들었으되 마치 내가 오늘에 연설하는 법문이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갖가지의 명수(名數)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그러므로 보살이 재빨리 [速] 무상보리를 증득하고자 할진대 이 공덕을 청정한 법문으로 마땅히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고는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할지니라.
다시 사리불아,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이 법문을 구하기 위하여 촌락․성읍에 있으면서 들어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고자 하거든 비록 출가 보살이 백의가(白衣家)에 머무를지라도 나는 허물이 없다고 말하며 또 그곳에 머무름을 허락하노라. 왜냐하면 그 선남자․선여인이 목숨을 마친 뒤엔 이 법이 숨어 없어지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만일 저 촌락이 먼 곳에 있더라도 또한 마땅히 가서 그 촌락에 머무르면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게 하며 연설할지니라.
사리불아, 그 선남자․선여인이 이미 청정한 법문을 유포할 때에 혹 남에게 이 경전이 있으면 마땅히 그에게 나아가서 써낼 것이니라. 그 사람이 만일 너에게 단식(斷食)을 구하거나 혹 ‘거닐어라, 앉아라, 서라’ 하더라도 너희들은 마땅히 그 가르침을 복종하면서 이 경을 써낼지니라.
만일 그 촌에서 구하여 얻지 못하거든 다른 이웃에 나아가서 써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통달하고는 다시 남을 위하여 연설 할지니라. 만일 다른 곳에 가서 부지런히 구하여 얻지 못하더라도 그는 마땅히 이러한 맹세를 할 것이니라. ‘내가 무상보리에 퇴전할 생각을 내지 않으리라. 내가 이미 부동여래의 법문과 명호를 들었으므로 이 사람이 나를 이익하기 위하여 나로 하여금 듣게 하려고 함이로다.’
사리불아, 이렇게 청정한 법문을 능히 연설하거나 참여하여 들은 자는 모두
여래 위신력으로 말미암음이니라.”
그때에 사리불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누구의 위력으로 이 법문을 얻어들으리까?”
“사리불아, 내가 멸도(滅度)한 뒤에 부동여래의 위신력으로 얻어듣게 되며, 혹은 사대천왕과 석제환인 등이 부지런히 가호함으로 인하여 모든 법사로 하여금 이 법을 선양하며, 또한 저 보살로 하여금 본업을 성숙케 하며, 사천왕 등이 위신력으로 채찍질하여 모든 보살로 하여금 얻어듣게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러한 법문은 능히 광대한 공덕을 성취하리이다.”
“사리불아, 그렇다. 너의 말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만일 나라 가운데 비․우박의 재앙이 있거나 때 아닌 우레와 벼락 그 밖에도 갖가지의 무서운 일이 있거든 그 선남자․선여인은 마땅히 일심으로 부동여래를 생각하고 명호를 일컬으면 이 모든 재해가 다 소멸되나니 저 여래가 지나간 세상에 백․천 모든 용을 건져 뭇 고통을 풀어 주었기 때문이며, 또 자비의 원력이 진실하여 헛되지 않으며, 착한 뿌리에 회향하여 원만하기를 기약한 까닭으로 그 명호를 일컬으면 근심․걱정이 절로 녹느니라. 오직 중생의 전생업으로 결정된 것만은 제외하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이 현신으로 무상보리를 증득하려 할진대 마땅히 부동여래께서 지나간 날 닦으신 원행과 같이 해야 되리이다.”
“사리불아, 그렇다. 네 말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보살로서 이미 능히 이와 같은 불국 장엄의 공덕을 닦거나 장차 닦는 이로서 부동여래와 같은 이가 적느니라. 사리불아, 저 보살이 다 장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며
불성 및 온갖 지혜에 부처님나라를 거두어 ·들임도 다 같으니라. 보살과 성문이 우열이 없지는 않으나 해탈에는 다름이 없느니라.”
그때에 욕계 모든 하늘과 범천 등이 다 여래를 향하여 합장 정례하고 세 번 외쳐 말하였다.
“부동여래 응공 정등각께 귀의하나이다. 매우 거룩하심이여, 또 이 세계 석가모니 여래 응공 정등각께 귀명하나이다. 청정한 법문을 잘 말씀하셨나이다.”
그때에 욕계 모든 하늘 만달라꽃과 하늘 향으로 부처님 위에 뿌리니 그 꽃과 향이 허공 가운데서 한데 어울려 일산을 이루었고 다시 모든 하늘 꽃과 향으로 멀리 부처님께 뿌려 공양하였다.
그러자 제석천은 ‘나의 이 사부중과 욕계 모든 하늘이 다 부동 여래 응공 정등각을 뵈옵고자 하옵니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저 제석천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가부좌를 맺고 허공에 조용히 계시니 이 모든 대중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또한 허공 가운데 머물러서 다 멀리 묘희세계의 부동여래와 성문중을 보게 되었다. 대중이 다 보고는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부동여래 응공 정등각께 향하였다.
그때에 이 세계 여러 사람들은 다 이런 생각을 했다. ‘삼십삼천이 저 부처님을 뵈옵기 위하여 와서 모여 예배 공양함이 아닌가?’ 그 나라 사람은 다 하늘 사람과 같기 때문이다.
이때에 제석천은 이렇게 생각했다.
‘저 나라에서는 모든 하늘들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저 나라 사람들의 의복과 장엄구를 보건대 모든 하늘과 조금도 우열이 없도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신력을 거두시고 제석천에게 이르셨다.
“온 나라의 모든 인민은 다 하늘의 즐거움을 받느니라. 너는 마땅히 이 모든 사람들이
저 부동여래 보는 것을 즐거워할 것이며, 또는 저 나라 사람들이 하늘의 복(福) 수용을 받는 것을 즐거워할지니라. 저 모든 중생은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다 부동여래 국토에 태어났느니라.”
그때에 사리불이 제석천에게 말하였다.
“네가 석가모니불과 부동여래를 보았으니 이 인연으로 네 몸에 큰 이익을 얻으리로다. 하물며 네가 이미 사람에 뛰어나는 법을 얻음이랴.”
제석천은 이렇게 생각했다. ‘저 모든 중생이 이 법문을 듣고 또한 좋은 이익을 얻었거니 어찌 하물며 부동불국에 태어난 자랴.’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제석천에게 이르셨다.
“저 보살승의 사람이 장차 저 부처님나라에 나는 자는 또한 좋은 이익을 얻으리라. 왜냐하면 저 모든 보살은 다 불퇴전을 얻어 머무르기 때문이니라. 만일 다른 보살이 그 현신으로 저 부처님나라에 나기를 원하면 마땅히 알아 두라. 다 이 불퇴전에 머무르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 법문을 설하실 때에 500비구가 무루법(無漏法)에 해탈을 얻었고 5천 보살과 6천 비구니와 8천 우바새와 1만 우바이와 욕계천 가운데 한량없는 천자가 저 부동여래 불국에 다 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 증언하셨다. ‘저 부처님나라에 장차 태어나리라’ 하고. 나머지 중생이 나기를 원하면 여래가 또한 ‘저 나라에 나리라’라고 증언하셨다.
그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말하자면 움직임․두루 움직임․다 두루 움직임이며, 흔들림․두루 흔들림․다 두루 흔들림이며, 떨침․두루 떨침․다 두루 떨침이었다. 이 법문의 위신력의 더함으로 말미암음이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사리불 등 모든 세간․하늘․인간․아수라․건달바․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 크게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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