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11권
대보적경 제11권
서진 삼장 축법호 한역
송성수 번역
3. 밀적금강역사회 ④
밀적금강역사는 다시 적의보살에게 일렀다.
“어떤 것을 여래의 마음 비밀[心秘密]이라 하느냐? 그 업이 청정한 까닭으로 모든 천자의 태어나는 것은 일식(一識)의 혜(慧)로써 8만 4천 겁을 수(壽)하느니라. 또 식이 전변(轉變)하여 나머지 식이 되지 않고, 정의(定意)로서 도리어 수명을 얻으며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그 소행으로 인하여 몸을 받아 나느니라.
적의여, 이와 같이 여래는 그 밤에 불도를 이루시어 열반하시는 날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 의심이 없으시고 또한 굴러 움직임이 없으시며, 마음에 생각하는 짓이 없고 마음에 노닐어 방황함[遊行]이 없으며, 마음에 견고하지 않음이 없고 마음에 쌓아 모음도 없으며, 마음에 흐트러짐도 없고 마음에 어지러움도 없으며, 마음에 옮겨감도 없고 마음에 노닐음도 없으며, 마음에 일부러 지킴도 없고 마음에 따로 고요함도 없으며,
마음에 때를 잃음이 없고 마음에 미혹함도 없으며, 마음에 이치를 구함이 없고 마음에 어둠이 없으며, 마음에 나는[生] 것이 없고 마음에 기쁨이 없으며, 마음에 겁냄이 없고 마음에 머무름이 없으며, 마음에 가는 데가 없고 마음에 생각함이 없으며, 마음에 바람이 없고 마음에 구하는 생각이 없으며, 마음에 소멸함이 없고 마음에 관하는 바가 없으며, 마음에 식을 제거함이 없고 마음에 머무르는 곳이 없으며, 마음에 다른 것을 관함이 없고 눈으로 보는 것이 없고 귀로 듣는 바가 없으며,
코․입․몸으로 하는 것도 없고 마음에 상념(想念)이 없으며, 뜻으로 형색[色]에 의지하지 않고 소리․향․맛․가늘고 부드러움의 부딪침도 없으며, 마음이 법에 의지함도 없고 마음에 즐거워하는 것도 없으며, 마음에 즐겁지 않음도 없으며, 마음이 안에 머무름도 아니요 또한 밖에 머무름도 아니며, 마음이 법에 들어감도 아니요 마음이 혜(慧)를 넘어남도 아니며, 마음으로 과거를 보지도 아니하고 장래를 보지도 아니하고
현재를 보지도 아니하며, 마음이 여(如)에서 온 성(聖)스러운 마음으로서 청정하고 거룩하여 그 마음이 죄․복의 업을 짓지 않으며,
온갖 법에 지혜가 걸림이 없이 두루 시현하며, 나의 마음이 청정하다 하여 남의 청정하지 못함을 보지 않으며, 그 보는 것도 또한 보는 바가 아니며, 만일 보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또한 망상이 없으며, 관찰하되 게으름이 없고 보아도 보는 것이 없으며, 또한 달려가는 것이 없고 볼 것을 관하더라도 깊이 보는 바가 없나니 여래의 보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도 아니요, 하늘눈으로 보는 것도 아니요, 지혜 눈[慧眼]으로 살피는 것도 아니요, 법의 눈[法眼]으로 보는 것도 아니요, 부처 눈[佛眼]으로 관하는 것도 아니며,
하늘 귀로 듣는 것도 아니요, 남의 마음 아는 지혜[他心]로 관하는 것도 아니며, 잡념으로 과거세의 일을 아는 것이 아니요, 신족(神足)에 의하여 변화를 부리지도 아니하며, 무엇에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온갖 법에 다 모아 합함이 없고 모든 법에 걸리는 것이 없으며, 그 길상(吉祥)이란 것도 없고 온갖 업이 없으며, 길이 행하는 것이 없고 그 혜의 머무름이 마치 본래 없는 것과 같아서 다 일체 중생의 마음 짓[心行]을 아느니라.
열 가지의 힘[十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종 뛰어난 법도 그러하니라. 나아가고 물러가는 업이 없고 심(心)․의(意)․식(識)을 놓아 버리며, 여래의 삼매의 정(定)에 머무름[定住]을 여의지 아니하고 두루 모든 부처님의 도업(道業)을 지으며, 온갖 법에 지혜가 걸림이 없고 다 집착함이 없느니라.
적의여, 여래 지진께서 변화로 여래상(如來相)을 나타내면 그 화상(化像)이 심․의․식․몸․입․뜻이 없고 그 해야 할 일에는 지진께서 시현하여 때에 따라 능히 불사를 짓지만 그 화상은 또한 생각함이 없고 또한 무엇을 구하는 생각도 없느니라.
적의여, 도심이 이와 같이 마치 여래의 화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며, 그 변화한 그것은 염[念]할 바 염이 없어서 몸․입․뜻이 없지만 인연하여 나아가고 물러가며, 눈으로 보는 것이 다 불사를 짓되 또한 있는 것이 없느니라.
이른바 변화라는 것은 다 실로 하는 바가 없나니 모든 법이 허깨비[幻化]와 같다는 것을 여래가 아시고 최정각을 이루셨느니라.
이미 정각을 이루신 여래의 식혜(識慧)는 5음에 머무르지 않으시며 18계[種]가 없고 또한 모든 감관[入]이 없으며, 안팎에 머무르지 않으며, 선과 불선이 없으며, 세상에 출현함도 없고 멸도(滅度)함도 없으며, 유루(有漏)도 없고 무루(無漏)도 없으며, 진로(塵勞)․쟁송(爭訟)의 거리낌도 없으며, 무위(無爲)․유수(有數)․무수(無數)에 머무르지 않으며,
3세 과거․현재․미래의 행(行)에 두루 돌고 가고 돌아오는 것도 없으며 유위의 온갖 관찰함에 머무르지 않으며 무위관(無爲觀)에도 머무르지 않나니 그 혜가 이와 같아서 다 머무름이 없느니라. 여래 지진께서 일체 중생의 마음에 들어가서 인자한 지혜를 나타내시어 상해하는 바가 없고 위급한 액난을 건져 주시느니라.
적의여, 마땅히 알라. 만일 이 여래의 비밀에 들어간다면 그 베풀어주는 바가 두루 사무치지 않음이 없느니라.
또 적의여, 여래의 비밀은 가히 헤아리지 못하며 베푸는 비밀은 그 근본을 얻지 못하느니라.”
밀적금강역사가 여래의 비밀품을 말할 적에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큰 광명이 시방에 비치며,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를 보게 되며, 하늘에서 온갖 꽃을 뿌리듯 하고 공후(箜篌) 등의 악기가 절로 울리며, 한량없는 사람이 위없는 정각(正覺)의 도심을 발하고 무수한 보살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유순한 법의 지혜[柔順法忍]를 얻었으며,
다시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이 일생보처(一生補處)를 얻어서 덕의 바탕이 순숙(淳熟)하였다. 이 인연으로 시방 불국토의 부처님 앞에 있는 현겁(賢劫)에서 깨끗이 범행을 닦는 여러 보살들이
법으로써 공양하여 다 각기 꽃을 흩어 밀적금강역사에게 받들어 올리니 그 꽃이 변화하여 꽃 일산이 되어서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이 꽃 일산들이 나타나 부처님 처소에서 부처님과 밀적금강역사를 두르기를 세 겹으로 하고 두루 중회(衆會)를 덮었다.
또 그 보배 일산이 허공 가운데 머물러, 부처님 위에 있으면서 그 보배 일산에서 비할 데 없는 미묘한 음성을 내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현겁보살이 우리들을 보내어 대성님과 밀적금강역사를 공양하여 법 공양을 받으며 또한 여래 지진께서 말씀하신 헤아릴 수 없는 비밀을 널리 폈사오니 다 부처님의 위신력이옵니다.”
그때에 온 회중이 이 법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다 같이 손을 모아 쥐고 밀적금강역사에게 예배하고 더욱 공경을 더하며 여러 가지의 변화를 나타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이 좋은 이익을 얻으며 다함없는 경사를 얻기 위하여 밀적 금강역사를 보게 되고 여래의 불가사의한 비밀한 가르침을 듣게 되었나이다. 만일 중생이 이 경전의 비밀을 얻어듣고 믿고 좋아하는 이는 도업에 가까워서 의심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으며 부처님의 교훈에 들어가리니, 이 사람은 곧 장차 불퇴전을 얻어서 위없는 정진도에 이르리라고 생각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밀적금강역사를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통쾌하게 이런 말을 설함이여. 진실로 말한 뜻과 같도다.”
다시 적의보살에게 이르셨다.
“대사(大士)여, 여래의 공덕은 매우 기특하고 진실하나니 4무소외(四無所畏)로다. 이 경전은 밀적금강역사가 찬탄한 바와 같이 통쾌하게 지극한 교훈을 말하였도다. 여러 정사(正士)여, 모
든 부처님 거룩한 법과 도가 드높기가 이러하니라.
이 법을 듣고 겁내지 않고 마음에 두려움을 품지 않고 뜻 가는 곳을 알며 다시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며 널리 사람을 위하여 말하면 오래지 않아 수기(授記)를 받으리라. 마땅히 이렇게 관할지니라. 빨리 위없는 정진도를 얻어서 최정각을 이루리라.”
그때에 중회의 한복판인 부처님 앞에서 땅이 갈라지며 깊이가 육십팔백 천 유순인데 저절로 물이 솟으며, 크기가 수레 굴대와 같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아 범천에 이르러서 삼천대천세계에 뿌려졌다. 부처님께서는 적의에게 이르셨다.
“네가 이 큰 물줄기가 허공으로 치솟아 삼천대천세계에 뿌리는 것을 보느냐?”
“예. 봅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대성께옵서 불쌍히 여기셔서 이것이 무슨 상서인지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적의여, 그대는 알아 두라. 이제 이 물줄기는, 땅은 생각함도 없고 갈라짐도 없건만 저절로 솟았느니라. 모든 법사도 이와 같이 만일 이 경의 요긴한 법을 받아 지니되 위와 같은 가르침에 머물러서 법을 받들어 행하면 마땅히 62견(見)의 삿된 의심의 그물을 찢어 버리고 이 불가사의한 밝은 법 변재의 지혜를 얻으리라. 이 모든 정사(正士)는 중생을 위하여 통쾌하게 바른 법을 말하여 널리 여러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리라.
또 적의여, 이 경전을 아는 자는 3악도의 어려움을 벗어나겠느냐?”
그때에 현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현겁 가운데 모든 보살이 시방 부처님세계에서 깨끗이 범행을 닦으면, 어찌하여 밀적금강역사가 이 보살들이 성불할 때에 손에 금강저를 잡고 뒤에서 시종하나이까?”
“그만 두어라. 사리불아, 이것이 불가사의니라. 모든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장차 괴이하게 여기지 않겠느냐? 혹 보살의 소행을 믿지 않으리라.”
사리불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배우는 사람이 여러 공덕의 씨를 심었으면 마땅히 믿고 기뻐하리라’ 하셨나이다. 우리들이 다 부처님의 명을 받으리다.”
“너희들의 이 밀적금강역사가 부처님 뒤에 모시고 선 것을 보느냐?”
“예, 보나이다.”
“신통력으로써 본래 서원한 대로 항상 모든 보살들을 공양하며, 현겁 가운데에서 장차 성불할 적에 밀적역사가 항상 모시기를 또한 나를 모시듯 하리라.”
“밀적금강역사가 현겁 모든 보살들을 항상 시위(侍衛)하는 것은 현겁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그러함이니 이것이 모두 본래의 서원인 까닭인가 하나이다.”
“사리불아, 그는 가령 삼천대천세계 모든 중생이 장차 성불하더라도 다 모시리라. 불도를 얻을 때에 또한 금강저를 잡고 뒤에서 시위하리라. 스스로 시현하여 변화를 나타내더라도 또 이 정사의 신통한 힘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드러내어 언제나 훼손시킴이 없느니라.
사리불아, 미륵보살을 보았느냐? 이제 밀적금강역사가 항상 그 뒤에 모시고 있느니라.”
“예,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부처님의 뜻을 받든 까닭이요, 옛적에는 일찍이 이런 일을 듣지 못하였나이다.”
“사리불아, 항상 미륵을 모시고 있었건만 너희들이 보지 못하였느니라.”
그때에 다른 세계에서 온 모든 보살과 제석천과 범천 및 사천왕이 밀적금강역사가 미륵보살 뒤에 모시고 서 있는 것을 보았고 또 현겁중 미륵보살 이외
백․천․억 모든 보살에게도 모두 그 뒤에 변화로 나타난 밀적금강역사가 모시고 서서 중생을 인도하였다. 이것이 밀적금강역사가 성취한 위덕으로 부사의한 신통․위의(威儀)의 거룩한 덕과 6통(通)․혜력(慧力)을 갖추어 헤아리지 못함이었다.
적의보살이 밀적금강역사에게 일렀다.
“능히 뜻을 굽혀 부처님께서 부지런히 고행을 닦던 일이며, 도수(道樹:보리수)를 장엄하고 마군을 항복 받던 일이며, 법의 바퀴를 굴리셔서 성제(聖諦)를 내세우신 일을 인자께서 아시는 대로 말씀하시라.”
밀적금강역사가 적의보살에게 일렀다.
“그 공덕은 헤아릴 수 없나니 가령 일겁 동안 머물면서 그 지극한 덕을 일컬어도 능히 갖추어 말할 수 없지만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대강 그 요지를 말하리라.
적의여, 보살의 소행은 한 가지 일로 고행을 닦음이 아니니라. 보살은 법을 위하여, 외도를 위하여, 고액의 중생을 건지기 위하여 시현하되, 각기 편의에 따라 그 신행(身行)에 따라 그 위의를 나타내어 외도들의 사견을 교화하느니라.
그 몸 나타냄이 가장 거룩하여 어떤 존자도 따르기 어려우며, 행하는 바는 근고(勤苦)하여 미치지 못하며, 보살이 위의․예절을 시현하매 일체 외학(外學)․뭇 삿된 짓 하는 이로서는 능히 미치지 못하느니라. 보살은 그들에게 한 대목의 경전에서 한량없는 뜻을 해설하며, 혹은 허공에 나타나고 혹은 그 몸이 해와 달에 이르기도 하며, 시방에 두루 가고 돌아오기도 하며, 혹은 신통으로 날아다니는 선인과 또는 숨어서 보이지 않는 일을 나타내며,
혹은 유학자[儒林]․국사(國師)․거사(居士)를 나타내며, 혹은 제석․범천․전륜성왕을 나타내며, 혹은 스스로 행이 갖추지 못함을 나타내며, 혹 그 몸이 가시덤불 위에 눕는 것을 나타내고 혹은 보릿겨나 풀 위에 눕기도 하며,
혹 흙 위에 누우며, 혹 눕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두려움 없기도 함을 나타내며, 혹 늘 누워 있음을 보이기도 하고 혹 앉아서 과일을 먹으며, 혹 해진 옷을 걸치고 혹 물 위에 눕기도 하며,
혹 붉은 옷을 입기도 하고 혹 벌거벗은 외도와 같이 노는 것도 보이며, 혹은 복식(服食)하기를 효자 섬(睒)과 같이 하며, 혹 나쁜 음식을 먹고 혹 팥과 곡식을 먹거나, 혹 참깨와 쌀을 먹거나 혹 무를 먹으며, 혹 오후에 먹으며 혹 나물을 먹거나, 혹 가시 풀을 먹거나 혹 나뭇잎과 꽃․열매를 먹으며, 혹 대추를 먹으며, 혹 하루 한 번 먹고 혹 두 번 먹거나 혹 늘 먹는 것을 보이며, 혹 7일에 한 번 먹고 혹 15일에 한 번 먹고 혹은 한 달에 한 번 먹음을 보이며,
혹은 한 방울의 우유를 먹고 혹 한 방울의 젖을 먹거나 혹 한 방울의 꿀을 먹고 혹 한 방울의 물을 마시며, 혹 한 방울의 젖을 먹거나, 혹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혹은 늘 서 있음을 보이며, 혹은 늘 앉아 있음을 보이느니라.
적의여, 이와 같이 나머지 행은 위의와 예절로 이루 헤아리지 못하리로다. 이것이 보살이 나타내어 보인 바 고행이니라. 보살이 나타낸 근고의 행이 6년을 구족하였나니 다만 한 가지로 행한 위의와 예절이 아니라 갖가지의 행을 나타내어 보이셨느니라.
다시 이보다 뛰어난 견고한 고행 정진은 중생들이 여래의 갖가지의 위의․예절을 보지 못하며 또한 능히 보살의 소위를 알지 못하느니라. 만일 중생이 능히 도를 닦아 행하면 그 행하는 거동․진지(進止)․위의․예절과 같이 하여 그를 개화하여 제도하느니라.
만일 보살의 위의․예절을 보거든 그것을 보고는 보살의 소행이 아무런 망상이 없이 하는 줄을 관할지니라. 이것이 보살의 행한 근고로서 구족히 60해(垓) 사람과 삼백만 모든 하늘 사람을 개화하여 다 도업에 들어가게 하였느니라.
그때에 보살이 미묘한 업을 닦았다.
또 보살이 그 태어난 곳에 있어서 보배 휘장을 둘러친 높은 누각에 앉아서 여러 자기 장애가 없고 길이 안온을 얻어 항상 삼매에 머물면서 도리어 6년 고행을 나타내어 보이고는 다시 일어나 가는 것을 보였느니라.
그때에 모든 하늘이 법락(法樂)을 구하여 만일 경전을 구하고 세속을 그리워하지 않으며, 보살 옆에 머무르는 자에겐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법을 펴느니라.’
그때에 법종(法種)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대승법을 좋아하여 대비심에 들어갔느니라. 다시 경전이 있었으니 이름은 ‘불가사의법문’이며 또 보섭(普攝)이라 하나니 여러 사도와 온갖 마군을 항복 받고 고난(苦難)에 든 자들을 지혜로써 길이 큰 안락을 얻게 하였느니라.
적의여, 보살이 도 닦기 6년을 마치고는 곧 정진하시더니 위의와 같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니련선하(尼漣禪河)의 조용한 물가에서 세속에서 목욕하듯이 조용히 흐르는 물가에 이르시어 몸을 깨끗이 씻고 물을 건너가시어 다른 곳에 이르러서 홀로 계시자 미가의 딸 선음(善蔭)이라는 이가 소 천 마리의 젖을 취하여 여럿이 돌려가며 마시다가 나중에 가라앉은 젖을 가지고 끓여 죽을 만들려고 가마에 두었더니, 그것이 뛰어 수십 길을 솟아올랐다.
선음녀는 괴이하게 여겨 바라문에게 점치니 ‘부처 되실 분이 장차 먹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그 젖을 가지고 보살계신 데 나아가자 6만 모든 하늘․용․귀신․건달바 등이 각기 기이한 음식을 가지고 보살 처소에 나와서 아뢰기를 ‘바라옵나니 이 공양을 받으소서’라고 하였다.
그때에 보살은 선음 미가녀(彌迦女)의 젖죽[乳糜]을 받으시고 또한 6만 하늘․용․귀신․건달바의 공양을 받으시어
다 먹는 모양을 보이시매 베푸는 자는 각기 저의 공양만 받는 것으로 보이고 남의 것을 보이지 않으며 다른 이도 또한 알지 못하였다. 각기 생각하기를 ‘보살이 홀로 나의 공양을 받으시고 위없는 정진도를 얻으시어 최정각을 이루시리로다’ 하였다. 그러므로 기뻐하여 큰 도심을 내어 즉시 불퇴전지에 서게 되었느니라. 이것을 받아 잡수신 첫 공양[受供膳食]이라 하느니라.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시어 6년의 고행을 보이셨도다.
적의여, 이는 보살이 세속을 따라서 공양을 받아 잡수셨으므로 몸의 기력을 채우시고 조화되게 하신 것이며 그리고는 나무 아래로 나가셨느니라.
또 지신(地神)의 선지천자(善地天子)라는 이가 모든 천자와 나머지 지행(地行)천신에게 일러서 땅을 잘 지켜 흔들리지 않게 하였고, 모든 애욕과 모든 번뇌의 맺음을 끊으신 보살이 이미 수왕(樹王) 아래에 이르시자 그 땅을 장엄하여 깨끗이 하고 모든 베풀 것을 정연하게 하였다.
그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저절로 깨끗해지며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향수를 땅에 뿌리며, 가류적천(迦留迹天)의 꽃을 가지는 귀신이 그 천궁에서 내려와 허공에 머물러서 보살을 보고 흔연히 갖가지의 꽃을 뿌리며, 사천왕은 그 권속과 함께 4방에 이르러서 자마금(紫磨金) 그물로 된 묘한 휘장으로 두루 삼천불토(三千佛土)를 덮어 부처님을 공양하며, 제석천과 범천은 앞에 나타나 큰 신족(神足)으로 장엄하기를 마음대로 하며, 삼천세계가 찬탄하며, 도리천과 염천(焰天)은 각기 자마금의 휘장에 감유리(紺琉璃)로 장식한 장막으로 삼천대천불토를 덮어 공양하며, 도솔천은 구슬로 장식한 휘장으로 여래를 공양하매 드높고 당당하며, 모든 천왕들은 미묘하고 매우 좋기가 자마금과 같아
마음으로 기뻐하여 여래를 공양하며 좋은 진주를 비처럼 뿌렸다.
화선천(化善天)은 명월주(明月珠)의 광명이 찬란한 흰 옥의 휘장에서 화창한 음성을 연출하여 시방에 유포하여 삼천세계를 다 기쁘게 하였으며, 모든 하늘의 청정한 여러 보배의 광채가 한량없이 밝게 나타나며, 타화자재천은 뭇 보배로 꾸며진 휘장을 받들어 부처님께 올렸다.
모든 하늘․용․귀신․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이 각기 신통력으로 장엄을 나타내어 보여 모든 욕계를 깨끗이 다스렸다.
적의여, 그때에 위신자재(威信自在)라는 대범천왕이 있어서 삼천세계를 맡았으니 하늘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때에 보살이 보리수에 있을 때에 이 천왕이 모든 범천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 두라. 저 보살대사께서는 과거 부처님 처소에서 바른 행을 닦아서 뭇 공덕의 씨앗을 심었으며, 무수한 부처님께 예배하고 귀명하여 큰 원이 흔들리지 않았으며, 그 뜻이 굳건하여 물러감이 없었으며, 온갖 보살행을 닦아서 제도한 것이 한량없었으며, 다 그 지위에서 자재를 얻었으며,
뜻과 성품이 두루 변화하여 청정하게 되었으며, 다 일체 중생의 근본에 들어가며, 다 일체 여래의 비밀을 통달하며, 마군의 경계를 뛰어넘었으며, 온갖 덕행을 갖추어서 사람에게 의지하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를 위하여 위없는 도법을 잘 닦아 이룩하고 큰 길잡이가 되어 중생을 구제하며, 경전을 반포하여 일체 중생을 다 합쳐서 용맹스럽게 마의 경계에서 빼내주어 길이 마업이 없게 하고 도법을 깨닫게 하며, 큰 의왕이 되어서 중생의 병을 다스리며, 해탈관(解脫冠)을 쓰고 큰 법왕이 되어서 지혜의 빛을 연출하며, 가장 높은 성제(聖帝)로서
세속의 8법에 구애되지 아니하니
마치 연화가 더러운 물에 물들지 않으며, 모든 법을 잡아 지니되 일찍이 잊어버리지 않으며, 마치 큰 강과 바다와 같아 그 지혜가 한량없으며, 수미산과 같이 흔들리지 아니하며, 그 마음을 깨끗이 씻기를 마치 물이 때 씻듯 하며, 언제나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항상 겸손하고 나직이 하며, 마치 명월주가 어둡고 흐림을 버리듯 하며 온갖 법에 자재하며, 온갖 덕행을 쌓아 마치 범천이 하늘에서 제일인 듯하도다.
이제 보리수 아래에 나아가서 뭇 마군을 항복 받고 위없는 정진의 도를 얻어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룩하여 모든 부처님의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 덕과 18종 뛰어난 법[不共法]의 모든 부처님 법을 갖추시며, 큰 법의 바퀴를 굴리시어 사자후를 하시되 일체에 충만하여 법의 보시로써 윤택하게 하여 일체 중생에게 도의 눈을 깨끗이 하며, 모든 법을 거두어 지니되 외도․삿된 짓의 96종을 버리며, 본원을 갖추어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사무쳐 보시며, 거룩하신 위덕이 자재해서 바라밀로 중생 제도하시기 다함없으셨느니라. 너희들 인자여, 마땅히 겸손하고 조심하여 보살을 공경할지니라.’
이때 자재범천이 여러 하늘 앞에서 게송을 하였느니라.”
깨끗하고 올바른 행으로
최상의 묘한 법 결정하셨네.
세간과 모든 하늘
불쌍히 여기시는
천중천, 천인 중에
가장 높은 이
대성께서 이제
보리수[佛樹] 아래 나아가
마군과 그 권속을
항복 받으시고
정각을 얻으시어
일체지(一切智)되시리.
이미 최정각(最正覺)의
과보를 갖추시었네.
다시 바른 법의
수레바퀴 굴리시려고
지혜도 다함없이
사자후를 하시어
온 중생의 마음을
기쁘게 하시리.
청정한 까닭에
묘한 법의 눈[妙法眼] 얻으셨네.
도사께서 이제
보리수아래 가시어
마군을 항복 받고
외도를 없애시며
옛적의 서원을
다 갖추시되
정각의 법신(法身)은
게으름 없으시리.
그때에 도사께서
보리수에 나가시니
장하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삼천계 국토를
다 장엄하여서
이렇게 욕계를
찬란히 꾸미니
색계․무색계의
장엄도 이러하네.
장하다 범천이여,
그 마음 어질며
이 삼천세계가
다 장엄되어
이렇게 욕계가
청정해졌고
나타난 공양은
그보다 훌륭하며
이름난 향이며
꿀이며 꽃이며
보배 광명에
온갖 음악의 찬송
그것을 보는 자
뉘 아니 기뻐하리
범천왕은
삼천세계를 두루하여
범천에서부터
아가니타천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범천들
평정(平正)하고 청정하였네.
허공에 있는
모든 신(神)들은
보다 높은 천중천
깨끗하고도 또 깨끗하신 부처님 뵈려고
60억의 모든 하늘
다 와 모였네.
보살님 위하여
금강도량을 장엄하고
하늘 꽃 내리어
공양드리며
온갖 향수로
땅에 뿌리며
묘한 보배 상(床)으로
좌대 베풀어
이렇게 장엄하여 꾸며 놓으매
부처님 나무 아래 앉아 계시자
우리들 도사라고
모두 찬탄하면서
편안히 계시는 곳 따라서
깨끗하게 했네.
이때 금강역사가 적의보살에게 말하였다.
“적의여, 그때에 보살이 나무 아래에 가 앉으시자 그 발바닥 천 바퀴 무늬[千輻相]에서 광명이 나오며, 그 광명이 두루 이 삼천대천불국토에 비치어 이르지 않음이 없으며,
온갖 지옥․축생․아귀 등 중생의 고뇌가 멈추었다.
또 큰 빛이 흑이(黑耳)지옥에 비치자 흑이지옥에서도 기뻐 뛰놀며 그 무리가 구름처럼 모였다. 그때에 모든 하늘은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붉은 금빛 광명이
부처님 눈썹 사이로 좇아 와서
우리 몸에 비치니
마음속을 기쁘게 하셨네.
우리는 옛날에도 부처님 만나
이러한 좋은 상서 얻어 보았나니
오늘에는 반드시 의심함 없이
대웅(大雄)께서 결정코 부처 되시리.
장하도다, 온갖 보배 구슬 꾸러미와
향이며 꽃이며 바르는 향이며
붉은 금․밝은 구슬 합쳐 이룩된
보배 옷을 오른손에 잡아 지니고
미묘한 하늘 음악 연주하면서
채색의 번기[幡]와 일산
또 한편 큰 깃대 높이 세워서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하였네.
지옥 속의 괴로움 받는 모든 중생도
광명 입고 죄업이 깨끗해지며
부처님 받들어 이바지하며
대성님을 길이 모셔 섬기려 하네.
“그때에 큰 흑이지옥의 왕은 중궁(中宮) 권속과 함께 각기 꽃과 향과 가루향․바르는 향이며 의복․깃대․일산․번기․기악(伎樂)을 갖추고 그 궁을 나와서 허공에 올라가 보배 구름을 변화하여 명월주와 명향(名香)․목밀(木樒)향․전단향․온갖 꽃․진주를 뿌리며 용신(龍神)의 신통 변화의 힘으로 보살의 처소에 나와서 발밑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그 권속과 각기 가진 공양구로 보살께 바치고 기악을 연주하여 게송으로 세존을 찬탄하였느니라.”
마치 보배로 이룩된 땅에
온갖 장엄이 구족하듯이
보리수의 꽃과 과일도 무성한데
보살이 그 도량에 앉으셨도다.
은하수 물이 고요히 흐르지 않듯
저 달이 허공에 머물러 있듯
부처님 위덕 일체에 두루 퍼져
마군의 권속을 항복 받으리.
세존 거룩하신 위덕의 빛남
마치 태양이 한낮에 빛나듯
여섯 가지 신통을 다 겸하시고
왕벌[峰王]이 큰 소리를 울리듯이
지혜의 광명을 연출하시기
범천과 아수라같이
오늘에 부처님 출현하시니
그 광명 충만하기 한량이 없네.
해와 달과 구슬이며 타는 불빛이며
제석천․범천 등 온갖 광명이
부처님 광명이 나타날 때엔
다 덮여 그 밝음 가려졌네.
그 광명 우리 궁에 나타날 때에
부처님 나오실 줄 짐작하였네.
서응(瑞應)이 나타났다 기뻐했나니
‘지금 부처님 출현하신다’고.
보살이 보고 들었도다. 구류손부처님과
다음 구나함모니부처님과
또 가섭부처님께서 보리수에 나아가실 제
마침 음악을 들려드려 공양하였네.
세상에 뛰어나신 어른의
서응이 저것과 같음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지금 반드시 부처가 계시리라’고 한다.
세존이시여, 나는 다행합니다.
부처님께 공양드리게 된 일
네 가지 일로 세상의 광명 되시는 이에게
받들어 믿고 공경을 바침이여,
쌓은바 공덕과 복으로
갖추어 명안(明眼)님께 바치나니
이 세상에 광명이 빛나는 것은
세상에 뛰어난 부처 되시리.
“그때에 보살이 가린용왕(迦隣龍王)이 거처하는 곳에 이르시니 용왕이 부처님을 보고 기뻐하여 보리수 아래에 나아가서 부처님의 오른쪽에 머물렀다. 길안(吉安)이라는 이가 멀리 부처님을 바라보고 이내 좋은 풀을 구하여 손에 가지고 보리수[佛樹] 아래에 이르자 여러 하늘이 부드럽고 미묘한 음성으로 그 공덕을 찬양하였다. 그 풀을 가지고 부처님을 싸고돌며 나오자 그 풀 향기가 바람에 나부끼며 부드럽고 윤택하기가 마치 하늘 옷 같았다.
이런 좋은 풀을 가지고 그곳에 가서 보살께 받들어 올리고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 돌고 착한 마음으로 불퇴전에 이르러서 최상의 도심을 내고는 ‘마땅히 옳지 않은 행을 하지 않으리라. 관하는 것이 이러하니 길(吉)함이 오지 않음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길안이
보살에게 풀을 베풀어 드리고 최상 도심을 내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본래의 서원이기 때문이니라.
적의여, 알아 두라. 길안은 지나간 세상의 본원이 이러하였느니라. 그 본원이 어떤 것이냐? 나는 기억하노라. 적의여, 지나간 91겁을 지나서 유위불(維衛佛)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부처님 때에 일천 명의 비구가 깨끗이 범행을 닦았다. 그때에 세존이 일천 비구에게 수기하시기를 ‘너희들은 장차 현겁 가운데서 최상의 도를 이루어 최정각이 되리라’고 하셨다. 그때에 회중에 유지(有志)라는 한 장자가 그 수기 받는 것을 듣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저 비구들이 현겁에서 최정각을 이루실 때에 언제나 좋은 풀을 바쳐 사자좌에 펴되 매우 깨끗하고 편안하게 하고 이 인연으로 최상의 도심을 내게 하여 지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적의여, 그때의 유지 장자가 누구인지 알겠는가? 지금의 길안이니라. 이런 인연으로 그 본원과 같이 길안이 때를 따라 좋은 풀을 받들어 드리나니 그로 말미암아 그가 뒤에 성불할 때에 이름을 보정사자(寶淨師子) 여래 지진이라 하리라.
그때에 보살이 좋은 풀을 받들어 보리수 아래에 펴며 수신(樹神)과 허공의 일만 천녀가 각기 옷자락으로 좋은 하늘 꽃을 담으며, 각기 향과 꽃과 잡향(雜香)․물향[澤香]을 가지고 보살을 맞이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며, 각기 꽃과 향과 번기[幡]와 일산으로 보살을 공양하고 이렇게 게송으로 찬탄하였느니라.”
두려움도 겁냄도 없고
의심도 어려움도 품지 아니하고
만나기 어려운 도를 성취하시어
물듦도 어리석음도 사나움도 없도다.
흉하고 재앙 될 죄도 없고
간탐과 질투며 미련함 없으며
욕심 여의어 해탈하신 분
원컨대 대성께 경례합니다.
성인의 법률로 교화하여서
난폭하고 삿된 짓 다 건네주고
세상 위하여 의원이 되시어
온갖 질고를 다스리시네.
의지할 데 없고 어둠에 헤매는
그들에게 돌아갈 곳 되나니
오늘에 부처님 나오심이여
온 누리 중생들 건져 주시리.
모든 하늘의 대중들은
제각기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온갖 종류의 꽃들을
비처럼 뿌리도다.
모든 하늘이 받들어 올린 공양
부드럽고 좋은 옷으로
장차 부처되시기 위하여
다 같이 즐겁고 기쁜 마음 내어
조용히 수왕(樹王) 아래 가부좌하시고
마음에 공포심 품지 않으시고
묘한 법 감로(甘露)의 맛으로
진로(塵勞)의 그물을 찢어 버렸네.
적연(寂然)한 그곳에 한 생각 깨달아
높으신 불도(佛道)를 성취하시어
과거 부처님 깨치심같이
최승(最勝)의 도법을 깨달으셨네.
받들어 행하시던 요긴한 도는
무수한 겁을 닦고 또 닦아
온갖 고행을 쌓아 오심은
중생들 제도하고자 하심이었네.
옛날의 본원이 이미 이루어짐은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
높으신 불도 얻으셔서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밀적금강역사는 적의보살에게 일렀다.
“부처님께서는 그때에 풀을 가지고 보리수로 나아가셨다. 길안은 이 좋은 풀을 그 나무 아래에 펴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 돌았다. 자리를 펴자 그때에 8만 4천 모든 천자들이 보살이 자리를 편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곧 8만 4천 사자좌를 베풀었다. 그 자리는 매우 미묘하며 특이하였다.
매우 높고 넓어 온갖 보배로 합쳐 이룩되어 기이한 보배로 난간을 삼았으며, 둘레에 보배 장막을 둘러쳤으니 황금으로 꾸미고 진주로써 그 사이에 섞어 드리웠으며, 명월(明月)․야광주(夜光珠)로 섞바꾸어 꾸몄고 괴기한 보배로써
방울을 삼아서 달고 울리게 하니 그 소리가 화창하고 청아하여 한량없는 소리가 조화되었으며 무수한 하늘 옷을 그 위에 펼쳤다.
보살이 때를 따라 스스로 그 몸을 변화하여 8만 4천 사자좌에 두루 앉았건만 이 모든 천자가 각기 서로 보지 못하며, 또한 서로 알지 못하였다. 여러 천자가 각기 생각하기를 ‘보살이 홀로 나의 사자좌에 앉아 최정각을 이루었도다’라고 하여, 이 기쁜 마음으로 불퇴전(不退轉)에 이르렀으며 뒤에 모두 위없는 정진도(正眞道)를 얻게 되었도다.’
밀적금강역사가 적의보살에게 일렀다.
“그때에 보살이 큰 위신을 나타내어 마군으로 알게 하자 한량없는 백․천․억 귀신이 함께 그 권속을 거느리고 다 갑옷과 투구를 입고 큰 신통을 나타내고 큰 세력을 일으켜서 여러 귀병(鬼兵)을 거느리고 336만 리를 둘러쌌으니 얼굴이 각기 다르고 좇아 온 데도 같지 않았다. 각기 위세로 무수하게 무서운 형상을 나타내니 병기가 엄정하며, 머리가 각기 다르고 그 욕망도 각기 다르며, 음식과 행동과 지조도 같지 않고 말소리와 말도 달랐다. 이런 것이 다 보살에게서 나왔다.
그때에 마왕 파순(波旬)이 많은 권속들과 함께 나타났으니 매우 두려웠다. 인의(人義)를 따르지 아니하고 반역의 일을 일으켜 보고들을 만한 것이 없으며, 도덕을 믿지 않고 각기 병기를 잡고 크게 외치고 부르짖자 그 음성이 삼계를 진동하였다. 가령 범부로서 욕심을 여의지 못한 자는 이 소리만 듣고도 곧 끓는 피가 눈이나 콧구멍으로 솟아나오며 혹 겁에 질려 죽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살은 이런 일로써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또한 걸림이 없었다. 그때에 보살이 큰 자비심을 일으키자 그 무서운 소리가 저절로 사라지며 머무를 곳이 없었다. 왜냐하면 중생을 편안하게 하여
시끄러움을 입지 않고 위태롭고 해로울 걱정을 없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보살이 깨끗한 도심(道心)을 이어받던 묘한 방편으로써 비록 이런 소리를 들었으나 본디 헛되며 소리가 본디 없는 줄을 깨달았으므로 옷과 몸의 털이 일어서지 않았으며 마군의 무리가 오는 것을 보고도 빛나는 얼굴이 더욱 윤택해졌으며, 크게 드러내어 4무소외(無所畏)를 펴내어 16사로써 변재의 지혜를 나타내니 그 좋아하는 대로 큰 어려움을 꺾어 버렸도다.
보살이 마왕에게 이르셨다.
‘그만둘지어다. 파순이여, 이러한 형상의 이익 없는 일을 일으키면, 진심(瞋心)의 독을 품어 도로 제 몸을 위태롭게 하고 나고 죽음의 긴 밤 속에 편안치 못하리라. 왜냐하면 파순이여, 오늘에 보살을 부수기로 마음 냈지만 보살은 넓은 덕으로 큰 용맹과 다함없는 큰 슬픔으로써 보살을 어지럽히려는 사나운 반역들을 항복 받으리라. 보살은 본디 깨끗하여 온갖 더럽고 추악한 마음의 티끌을 녹여 없애므로 오늘에 파순이 보살의 도 이룸을 반대함은 마치 반딧불로 해와 달빛을 넘으려는 것과 같도다.
보살은 이미 끝없는 나고 죽는 근본을 막아 없애고 매우 부드럽고 화창하며 깊고 묘한 도의 맛 감로(甘露)의 깨달음을 연설하나니 작은 벌레만한 짐승이 사자를 놀래게 하고자 함이로다.
마군이여, 이에 큰 나무를 발로 차서 그 뿌리를 빼고자 함이며 소 발자국의 물로 큰 바다에 견주는 것이라 도리어 원한의 마음만 기르고, 이익 없는 성(城)에서 흉악한 대적의 마음을 일으킬 뿐, 오늘에 마왕은 마땅히 그 원한의 마음을 벗어버린 것이거늘 무슨 말을 할 때에도 함부로 반역심을 일으켜 사나운 귀신으로 짝을 삼았도다. 마땅히 미혹한 마음 덮어 없애고 도의 짝을 취하여 평등한 데 이르러 별다름이 없을지니라. 법답지 않은 왕을 버리고 스스로 성도에 돌아오라. 이 도는 엄정(嚴淨)하고 미묘하여 위없는 지혜와 자비의 묘한 맛을 내느니라. 온갖 삿됨과 왜곡을 버리고 마음으로 질박하게 할지니라.
오늘 파순은 마음을 돌려 지나간 겁(劫)의 광야에서 헤매던 일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최후로 나고 죽음의 근원을 끝낼 것이거늘
도리어 큰 바다 속에 들어가는 도다. 마땅히 큰배를 타고 나고 죽음의 흐름을 건널 것이거늘 이제 배워 익힌 업력(業力)으로 저 겁의 불을 만나 공덕의 나무숲과 온갖 선의 약초를 불사르나니 다시는 큰 금강술(金剛術:道)을 부수려 말고 마땅히 대도에 돌아온 뒤에 부처가 되어 시방 중생을 제도할지니라.’
적의여 이것을 본 모든 하늘은 부처님 덕이 거룩하시기 이처럼 견줄 데 없음을 찬탄하였도다. 마왕 파순은 부처님에게 이 16사를 들음을 찬탄하고 기뻐하여 사모하면서 마음을 큰 법에 두었느니라.
적의여, 그때에 보살이 생각하기를 ‘내가 헤아릴 수 없는 겁에 공덕이 널리 드러나 인행(因行)이 성취되었나니 내가 무앙수 백천억해에서 공을 쌓고 덕을 포갬은 다 이것이 숙세에 법을 받들어 매양 나는 곳에 스스로 중생의 고액을 불쌍히 여기므로 유화하고 평등하고 선명(鮮明)한 행을 닦아 청정업을 이루었나니, 누가 감히 나 혼자만이 증명하는 이 도를 깨뜨릴까보냐?’
그리고 보살은 가사(袈裟) 속으로부터 자마금(紫磨金)빛의 손을 내어 두루 그 몸을 만지고 큰 슬픔을 버리지 않고 지성(志性)이 조화되어 중생을 건지고자 조용히 일어서서, 그 오른손을 들어 시방계를 향하여 스스로 모든 부처님이 이르시는 것을 보시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저절로 소리가 나며 그 소리가 시방 불국에 사무쳤다. 마왕 파순은 이 소리를 들었고 마군의 권속도 허공에서 또한 그 소리를 듣고 다 같이 스스로 책망하면서 금계(禁戒)에 굶주렸기에 부지런히 닦기를 좋아하였다.
또 대성께서 두려움 없는 힘을 베풀어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자 즉시로 80해(垓)의 마군과 귀신이 다 보살을 향하여 스스로 땅에 엎드려 마음으로 귀명(歸命)하였고, 오직 옹호신(擁護神)만이 그 무리 가운데 있으면서
마군의 권속이 패망하여 도망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절로 미혹하여 갈 곳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보살이 큰 광명을 연출하여 이것들을 불쌍히 여겨 각기 두려움을 여의고 모두 천궁에 돌아가게 하였다.
그러므로 보살이 마왕과 그 권속 팔천억 해의 귀신을 항복 받음을 나타내시자 그들은 다 위없는 정진도의 뜻을 내고 92억재(億載) 중생이 착한 마음으로 불퇴전해 섰으며, 8만 4천 모든 천자가 일찍이 공덕의 씨앗을 심어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느니라.
적의여, 이런 모양으로 항복 받은 뭇 마군과 모든 하늘 사람이 감호를 받아 제도되었으며, 그 모든 하늘 사람을 따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보살의 소행을 보면, 혹 깨끗한 보배 연꽃 사자상(師子狀)에 앉은 것을 보며, 혹은 땅에 있는 것을 보며, 혹은 허공 사자좌 위에 있는 것을 보며, 혹은 다시 패다라(貝多羅) 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며, 혹은 도리천상 주야수(晝夜樹) 아래 있는 것을 보며, 혹은 뭇 보배 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며,
혹은 모든 인간의 7척 보리수[佛樹] 아래 있는 것을 보게 되며, 혹은 모든 하늘이 보리수 아래에 앉아 반 길 되는 사자좌 위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며, 혹은 일곱 길 혹은 10리 혹 20리 혹 40리 되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모든 하늘 사람이 다 8만 4천 유순(由旬)의 보리수 아래의 좌석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다시 4만 2천 유순의 사자좌에 앉은 것을 나타내 보이기도 하셨느니라.
적의여, 이와 같이 모든 보살의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경계는 한량이 없느니라. 갖가지의 환락(歡樂)한 업으로 8만 행이 있되 보살의 나투어 보이는 형상이 같지 않음은 각기 본성을 좇아 개화하여 현성의 도심을 내게 하여
최정각을 이루어 온갖 지혜에 이르게 하며, 때를 따라 음성으로 법을 연설하되 마땅히 받들어 행할 것을 이바지하나니, 보살이 저희들에게 갖가지의 법으로써 하되 그 찬탄하는 것이 다 보살이 옛날에 행한 바이며, 보살로 인하여 권고하여 보인 뜻을 다 와서 찬탄하고 공양하느니라.
그러나 비록 보살이 마음에 집착한 것이 없으므로 마군의 난이 없이 온갖 해로움을 놓아 버리고 모든 부처님의 도법에 이르며, 잠깐 동안 발심할 때에 행하여 얻은 지혜도 다 이것이 불도를 이루어서 최정각이 될 것을 알며, 일체를 통달하여 최정각에 이르러서 시방세계에 머물러 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여래를 보고 다 불도를 묻고 또 길이 안락한 도덕의 근원을 묻되 도의 지혜가 미묘하여 걱정과 싫음이 없으며, 지극한 도를 강론하되 지혜가 자재하며, 설법하기 평등하여 삿된 업에 들지 않고 대중에게 한량없는 행을 분별하여 보이며, 3보에게 할 일을 다 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고, 큰 자비를 베풀되 온갖 법에 자재를 얻으며, 큰 세력 다함없는 업에 들어가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모든 감관[根]이 익었다면 능히 이 보살의 행하는 바를 알려니와 만일 모든 감관이 어지러우면 나아갈 길을 알지 못하리라. 보살이 끝내 불도를 이루고 칠일 동안 법락(法樂) 속에 계시어 보리수를 관하시기를 싫어하지 않고 눈을 일찍이 깜짝이지 않았으며, 백․천․억 하늘 사람이 와서 찬탄하고 공양하되 백천 옥반[玉案]에 감미로운 찬수를 이바지하고는 다 위없는 올바른 도심을 내어 여래의 위의 예절을 보니 이미 불도를 이루신 여래 지진(至眞)이셨다.
그때에 사천왕들이 각기 와서 발우를 잡아 여래에게 받들어 올렸다. 이 세계의 한 사천하와 같이
삼천대천세계에 국토가 각기 백억이 있어서 그 사방에 사백억 사천왕이 각기 발우를 잡고 가서 여래께 바치니, 여래께서는 다 받으시고 위신력을 나타내셨으므로 사천왕들은 각기 서로 보지 못하고 제각기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나의 발우를 받으시어 공양을 드셨도다’라고 하여 이러한 기쁜 마음으로 마음속이 탄연(坦然)하여 위없는 올바른 도심을 내어 불퇴전에 이르렀느니라.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시고 제위(提謂)와 파리(波利) 등 500상인(商人)을 제도하시려 하자 그들이 거느리고 가던 수레와 말이 길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상인들도 꼼짝할 수 없게 되자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길 때 천인이 허공에서 말했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셨으니 가서 공양하라.’
그 소리를 듣고는 기뻐하여 꿀로 지진 밀가루 떡과 우유를 올렸으며 8만 4천 모든 천자도 공양을 바치자 부처님께서 받으셨다.
그는 지나간 세상에 원을 세우기를 ‘여래가 도를 이루시면 우리들이 첫째로 공양을 올리겠다’ 하였기에 드디어 본원을 이룬 것이지만, 각기 서로 보지 못하며 있는 곳을 알지 못하고 제각기 생각하기를 ‘내가 홀로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다른 이는 이바지한 이가 없도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쁨으로 불퇴전에 참례하여 그 뒤에 위없는 정진도를 얻어서 최정각이 되어 중생의 위태롭고 어려움을 제도하게 되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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