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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49 불교 (대보적경/大寶積經) 12권

by Kay/케이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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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보적경(大寶積經) 12

 

대보적경 제12권


서진 삼장 축법호 한역
송성수 번역


3. 밀적금강역사회 ⑤

그때에 밀적금강역사는 적의보살에게 일렀다.
“보살이 보리수에 나아가 불도의 여래 지진(至眞)을 이루시고 법의 바퀴를 굴리시기 전에 중생을 열어 인도하심이 이처럼 거룩하셨고 감화하심이 한량없었나니 그 처음 도심을 발할 때부터 보리수에 앉으실 때까지 건져내신 중생이야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그러므로 알아두고 이렇게 관하라.
‘만일 어떤 보살이 법상에 앉아 있으면 빨리 위없는 정진도에 가까워지며 제도한 중생이 더욱 갑절이나 된다.’
마침 불도를 이루시자 묘식범천왕(妙式梵天王)이 68만억․해(垓)․백․천 권속에게 에워싸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밑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 돌고 부처님 앞에 서서 권청하기를 ‘바라옵건대 큰 자비를 드리우사 법의 바퀴를 굴리시어 도화(道化)를 펴옵소서. 많은 중생이 법의 그릇이 될만하오니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면 능히 알고 받아 행하리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적의여, 묘식범천왕이 부처님께 권청하여 법의 바퀴 굴리시기를 은근히 하면서 부처님 앞에 머물러 있는 것도 본래의 서원으로 부처님을 얻어 뵙게 된 것이니라.
그 한 천왕은 이름이 제두라(提頭羅:勇護)였다. 그 아들과 더불어 용맹스러웠는데 서원을 세우기를 ‘내가 장차 현겁 천불을 다 권하여 법의 바퀴를 굴리도록 하리라’하였느니라. 묘식범천왕이 홀로 부처님을 권하여 법의 바퀴를 굴리게 했다고 생각하느냐? 이런 관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부처님이 십억 범천 대중과 함께 권하셨으니 그 십억 천제와
십억․백․천․해의 모든 보살 대중이 부처님께 권하여 법의 바퀴를 굴리게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마침 법의 바퀴를 굴리려 하실 때에 묘식범천왕이 바라내(波羅奈) 사슴 동산 신선이 놀던 곳으로 나아가서 사자좌를 펴니 높이는 3,280리요, 갖가지의 문채 나는 묘한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다. 묘식범천왕이 여래를 위하여 사자좌를 펴니 그 십억 범천․십억 천제와 십억․백․천․해 모든 보살이 또한 부처님을 위하여 사자좌를 폈으니 그 높이와 넓이가 똑같았다. 각기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나의 사자좌에 앉으시어 법의 바퀴를 굴리소서’라고 하였느니라.
적의야, 그때에 여래가 바라내 사슴 동산 신선들이 놀던 곳에 나아가시어 사자좌에 앉으시니, 범천․제석․사천왕과 모든 보살들이 각기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홀로 나의 사자좌에 앉으셨다’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두루 사자좌에 앉으시니 그때에 시방 한량없는 불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무극계(無極界)삼매에 드시니 삼천대천세계가 다 평편하여 손바닥 같으며 이 삼천대천세계의 지옥․축생과 아귀․천상․인간이 다 안온함을 얻게 되고 모든 중생이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없고 3독의 병이 녹고 깨끗하여 티끌이 없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향하여 부자․모녀와 같았고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이 와서 설법을 들었으며, 삼천대천세계의 큰 귀신과 모든 하늘․용신․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이 다 부처님 계신 곳에 나와 법을 들었으며, 와서 모인 자가 가득 차서 삼천대천세계에 터럭 구멍만큼도 빈틈이 없으며, 다들 같은 마음으로 법에 굶주려서 머리를 조아려 큰 도를 받고자 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대중들이 구름처럼 모여 법의 바퀴 굴리기 청함을 보시고 모든 사문․외도․바라문, 모든 하늘․마왕․범천왕과 세속을 위하셔서 바른 법을 선포하셨느니라.
적의여, 여래께서 법의 바퀴를 굴리실 때에 그때에 맞추어 중생의 마음에 따라 각기 알아듣게 하여 근기대로 열어 깨달아 법을 따라 행하게 하였느니라. 여래 지진께서 마침 이 법을 말씀하시고 그를 위하여 거듭 분별하셨다.
‘구린(拘隣:憍陣如)이여, 알겠느냐? 눈(감각작용)이 항상됨 없나니 눈이 항상됨 없음을 알면 곧 율법(律法)을 따르게 되느니라. 눈이 항상됨 있다 생각하고 항상됨 없다는 이치를 좋아하지 않거든 눈의 고독(苦毒)되는 감각[痛]의 이치를 들어라.
눈에 나와 나의 것을 헤아리거든 나와 나의 것 없는 줄을 알라. 눈의 나없는 이치를 듣고는 곧 율법을 따라 그 법의 소리를 알라. 눈의 경계는 허깨비[幻化]․아지랑이[野馬]․물 속의 달과 같나니 꿈을 깨고 보면 그림자와 메아리와 같으니라. 이러한 율교(律敎)를 따라 법은 공(空)하여 형상과 원(願)이 없는 이치를 받들어 행하라.
그 눈이 보고 분별하는 법[行]을 지음 없으면 담박하고 적막하여지리라. 이렇게 눈의 업이 없는 고요한 이치를 들어라. 눈은 인연으로 좇아 일어났나니 이 인연으로 일어난 이치를 들으랴.
귀․코․혀․몸․마음도 이와 같이 다 항상됨 없는 곳으로 돌아가느니라. 항상됨 없다는 말을 듣고 뜻으로 그것이 괴로움이 되는 줄을 알고 오아(吾我)가 없음을 나와 나의 것이 항상됨 없는 이치를 보고 적연(寂然)하고 담박하게 하라. 공하여 형상과 원이 없는 묘용(妙用)을 통달하지 못한 까닭에 인연으로부터 5음(陰)의 항상됨 없는 법을 일으켰나니 그 음이 있다고 헤아리고 음이 없는 이치를 알지 못하면 여러 가지 법을 말하여도 다 항상됨 없는 데 돌아가느니라.
모든 법이 항상됨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에 집착함이 없으면, 5음이 항상됨 없다는 말을 듣고 다 공한 이치를 알게 되리라.
모든 감관[入]이 있다고 헤아려서 모든 감관이 항상됨 없다는 뜻을 알지 못하거든 모든 감관이 다 항상됨 없는 곳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들으라. 5음과 모든 감관과 네 가지 요소의 여러 가지가 또한 이와 같으니라.
4의지(意止)․4의단(意斷)․4신족(神足)․5근[根]․5력(力)․7각(覺)․8도품행(道品行)의 317품을 얻어듣고 항상됨 없는 뜻을 알라.’
만일 듣고는 적연하여 이 선포한 도법에 율법을 따르되 만일 듣고 관하는 바 그 성문(聲聞)의 근기는 연각의 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적의여, 여래께서 이렇게 중생의 마음에 좋아하는 바에 따라 법의 바퀴를 굴리어 각기 그 처소를 얻게 하였느니라. 여래께서 이렇게 중생을 위하여 법의 바퀴를 굴리실 때에 장로 사리불일지라도 그의 생각으로는 백․천 세(歲)에 부처님이 본행(本行)하던 도의(道義)에 들어가신 곳의 끝을 알지 못하거든 하물며 나머지 중생이랴.”
이렇게 보살이 고행과 보리수를 장엄하고 마군을 항복 받고 법의 바퀴 굴리던 법을 설할 때에 8만 4천 인이 다 위없는 정진 도심을 발하였다.
그때에 밀적금강역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성이시여, 제가 위에서 선설한 여래의 비밀이 혹 잘못되어 여래를 비방하거나 법에 어그러짐이 없나이까? 여래의 비밀은 매우 현묘하여 넓고 크기가 끝이 없어서 일체 세간의 하열한 중생은 비록 여래의 비밀을 말하여도 능히 믿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으로 생각하건대 여래의 지극한 지혜가 저의 몸속에 들어온 것이고
저의 위신력이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네가 말한 바와 같도다. 여래의 도혜(道慧)가 들어가는 곳에 편안함을 입지 않음이 없느니라. 불제자로 하여금 경전을 반포함에 다 여래의 위신과 성지(聖旨)를 이어 여래 공법(空法)의 몸에 들어가서 도혜가 현묘하여 통달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중생으로 하여금 여래의 성지를 받들어 이어서 유순한 뜻을 펴게 하느니라. 너는 진제(眞諦)를 잘 살피어 여래의 지혜를 이어서 두려움 없는 바를 얻어 이에 이 법을 연설하였도다. 말하자면 진제라 함은 바로 이 법을 말함이니라. 이것이 곧 정제(正諦)이니, 과거․미래․현재의 부처가 온 세계에 펴서 믿게 하되 돈독히 좋아하지 않음이 없게 하느니라.
그 위없는 정진의 도를 행함에 가령 이 경전의 비밀법을 선설하여 법대로 어그러짐 없게 되면 장차 부처가 되리라. 만일 여래의 비밀한 경전을 설함을 듣고 믿고 좋아하는 자라면 이런 무리는 온 세상의 일체가 다 믿고 공경하나니, 가령 어떤 사람이 머리나 어깨로 수미산을 이거나 지고 허공 가운데 있는 일은 오히려 있을 수 있겠지만 덕 없는 사람이 이 경전을 듣기는 감당할 수 없으리라. 듣더라도 믿지 않고 능히 사랑하고 좋아하지 않거니 하물며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고 강설하겠느냐? 만일 이 경을 듣고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며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하면 전세에 일찍이 한량없는 백․천․억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여 덕의 종자를 심고 뜻을 대승에 두어 부처 될 수기(授記)를 받을 것이 의심 없거든 하물며 지성으로 능히 받들어 행하는 자이랴.”
“예, 그러하옵니다. 말씀하신바 적연 담박(寂然淡迫)이란 뜻은 무엇을 말함입니까?”

“적의여, 이른바 적연 담박이라 함은 모든 세속의 번뇌를 소멸하고 온갖 잡된 때를 깨끗하게 한 것이니라. 곧 저 탐욕과 망상과 욕망을 버림이니 욕심의 생각을 버리므로 곧 생각하는 바가 없으며, 생각하는 바가 없으므로 문득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곧 보응(報應)․인연의 상대가 없게 되며, 보응․인연의 상대가 없으므로 곧 무명(無明)으로 인연한 은애(恩愛)가 없으며, 무명․은애가 녹아 없어지므로 곧 나[吾我]가 없으며, 나가 없으므로 곧 명색(名色)이 없으며, 명색이 없으므로 곧 단멸(斷滅)이니 항상됨이니 하는 업이 없으며, 단멸이니 항상됨이니 하는 업이 없으므로 곧 탐욕의 몸[貪身]이 없느니라.
적의여, 모든 인연 업보는 소견의 거꾸로 도는 업으로 말미암아 곧 번뇌를 일으키나니 다 탐욕의 몸으로 말미암아 이런 걱정을 내느니라. 탐욕의 몸이 없으면 곧 62종 소견의 의심을 놓아 버리게 되며, 탐욕의 몸이 없으므로 곧 온갖 인연이 고요해지리라.
탐욕의 몸이 없으므로 일체 탐욕이 절로 말쑥하여지고 탐욕의 몸이 없으므로 온갖 욕망이 적연히 소멸되느니라. 적의여, 마치 나무의 뿌리를 뽑아 버리면 등걸․마디․가지․꽃․열매가 일시에 다 제거되어 영원히 나무가 없는 것과 같이 행자도 이와 같이 탐욕의 몸을 소멸하므로 곧 62종의 의심이 없느니라.
탐욕의 몸이 없으므로 일체 받는 바의 법인 5음․여섯 감관․진로의 걱정을 버리게 되며 탐욕의 몸이 없으므로 5음․진로의 걱정이 없게 되느니라. 대성이시여, 탐욕의 몸을 끊지 못하므로 나[吾我]가 있느니라.
적의여, 나에 머무르므로 탐욕의 몸을 끊지 못하며, 사람의 수명(壽命)에 머무르므로 탐착을 끊지 못하느니라. 그 보는 것이 안과 밖에 머무르지 않으면 모든 견해가 붙을 곳이 없으며 일체 이르는 곳에 영원히 보는 바가 없으리라. 머무르는 바 없는 견해로서 지혜도 머무르는 바 없게 되면
이것이 곧 탐욕의 몸을 끊었다고 말하리라. 탐욕의 몸이 다 공인 줄을 보면 능히 공을 알게 되며, 유순법인(柔順法忍)으로 여러 견해를 받지 않고 그 몸에 생각함 없고 행하는 바 없으며, 나고 일어남도 없으며 또한 지을 것도 없나니 이것을 유순법인이라 말하며, 모든 견해[見]를 받지 않으며 이것을 탐욕의 몸을 끊었다 함이니라.
적의여, 탐욕 아닌 몸[不貪身]․해탈의 몸[解脫身]․무의 몸[無身]을 알고자 하는가? 무의 몸이라 함은 몸은 네 가지 요소로 이룩되었나니 근본이 또한 이름이 없느니라. 이 이치를 깨달은 자는 그것이 허위인 줄을 깨달으리라. 그러므로 참되지 못한 망상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것이라. 만일 구하는 것이 없고 망상을 품지 않으면, 곧 성내어 다툴 것이 없게 되리라. 그 성내어 다툴 것이 없는 것을 적연(寂然)이라 말하며 담박(淡迫)을 행함이 되느니라.
어떤 것을 소멸(消滅)이라 하는가? 적연을 말함이니 온갖 인연을 녹여 없앰을 말하느니라. 왜냐하면 그 인연으로부터 마음을 번거롭게 하나니 인연이 없으면 곧 번거로움이 없으리라.
적의여, 인연이 짝하여 불이 나니 두 나무를 서로 문질러서 불이 일어나 타듯이 짝하는 것이 없으면 불이 없게 되나니 불이 치성하게 타는 것도 없느니라. 그 인연이 짝하여 마음으로 불타게 하나니 인연이 짝하지 않으면 번뇌의 불이 꺼지리라.
또 적의여, 보살 대사(大士)가 묘한 방편으로 밝게 깨닫고 그때그때 번뇌의 인연을 소멸하되 온갖 덕의 근본은 소멸하지 않으며, 진로(塵勞)의 인연이 짝하는 것으로 모든 어지러움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모든 바라밀에 다함이 없으며, 마군의 삿된 업을 놓아 버리고 모든 부처님의 도행을 버리지 않으며, 열반의 원인인 37도품을 놓지 않고 마음으로 성문․연각을 즐기지 아니하고 보살의 참된 도의 뜻을 버리지 아니하며, 공무(空無)를 관하되 큰 자비를 일으키며, 뭇 인연을 관찰하되
상(相) 없는 인연으로 지극한 덕을 연설하며, 망상 때문에 도심을 잃지 않고 원함 없는 인연으로써 삼계를 싫어하며, 모든 어려운 경계를 대하되 생(生)의 인연이 없음을 생각하여 생한 바를 놓지 않고 하는 일에 망설임 없이 모든 행으로 덕의 근본을 닦아 도업의 행에 들어가나니 이것이 보살의 방편지로 청정한 도에 들어가 자재로움을 얻음이니라.
항상됨 없는 인연으로서 나고 죽음을 싫증내지 아니하고 자유를 얻나니 두려운 것이 없는 까닭이로다. 괴로움의 인연으로서 중생을 성취하여 열반의 안온한 곳에 세우는 까닭이로다. 나가 없는 데 인연함이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베풀어 중생을 편안하게 함은 크게 불쌍히 여기는 까닭이로다. 허무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8정도의 여래 깨끗한 몸을 얻는 까닭이로다. 욕행(欲行)에 인연함이여, 모든 탐애의 병에 청정한 약이 되는 까닭이로다.
법을 반포함이여, 마음으로 하여금 굳게 머무르게 한 까닭이로다. 진에(眞恚)에 인연함이여, 온갖 성내는 행위에 사랑하는 마음의 약을 베풀어서 뜻으로 병 없는데 머무르게 한 까닭이로다. 어리석음에 인연함이여, 온갖 어리석음은 행위에 12인연의 약을 베풀어서 그 마음의 병을 다스리어 요란하지 않게 하는 까닭이로다. 등분(等分:三毒等分)에 인연함이여, 세 가지 일에 평등하게 중생을 교화하여 그 마음을 세우며, 항상됨 없는 약을 강설하는 까닭이로다.
욕심 없는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성문을 열어 교화하는 까닭이로다. 진한(瞋恨)을 여의게 함이여, 마음으로 연각승(緣覺乘)을 얻어 세우게 하는 까닭이로다. 색상(色像)에 인연함이여, 그 마음이 여래의 경계에 머물러서 여래의 색상을 얻게 하는 까닭이로다. 음향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여래의 말소리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뭇 향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여래의 계(戒)의 향기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온갖 맛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여래의 도의 맛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대인상(大人相)에 인연함이여, 마음의 행으로 장엄함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부드럽고 윤택함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여래의 손발의 부드럽고 연함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경법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여래의 나는 바 없는 뜻을 얻는데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보시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상호(相互)가 구족함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계 지니는 데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부처님 국토를 장엄하는 데 둔 까닭이로다. 인욕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범천의 음성을 얻는 데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정진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데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선정(禪定)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큰 신통을 일으키는 데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지혜의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온갖 사견(邪見)인 62견의 의심 그물을 끊는 데 둔 까닭이로다. 자심(慈心)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중생을 고루 생각하여 해칠 생각을 품지 않는 데 머물러 있는 까닭이로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인연함이여, 마음의 중생을 구제하는 데 둔 까닭이로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중생을 구제하는 데 둔 까닭이로다. 기뻐하는 마음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법 듣기 즐기는 데 둔 까닭이로다. 수호심(守護心)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온갖 번뇌의 맺음과 위태로운 액난의 걱정을 놓아 버리는 데 둔 까닭이로다.
4은(恩)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중생을 개도(開導)함에 둔 까닭이로다. 계를 범한 데 인연함이여, 마음을 여래의 계품 청정한 행업에 둔 까닭이로다. 원수의 해침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여래의 다툼 참는 데 머물러 둔 까닭이로다. 어지럽고 시끄러움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여래의 10력(力)․4무소외(無所畏)에 둔 까닭이로다. 어지럽고 시끄러움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부처님의 삼매를 얻는 데 머물러 둔 까닭이로다.
삿된 지혜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걸릴 것 없는 지혜바라밀이 다함없이 중생을 구족하게 하는데 둔 까닭이로다. 마음을 걸릴 것 없는 지혜바라밀이 다함없이 중생을 구족하게 하는 데 둔 까닭이로다. 하승(下乘)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공을 쌓고 덕을 포개어 대승을 좋아하는 여러 가지 악함과 일체 옳지 않음을 범하지 않는 데 둔 까닭이니라.
악취에 인연함이요, 마음을 모든 중생이 나쁜 곳, 8난(難)에 떨어짐을 구호하는 데 머물러둔 까닭이로다.
모든 하늘에 인연함이여, 마음이 모두 합하여 모임은 다 이별해 여읨을 아는 데 둔 까닭이로다. 여러 사람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일체 묘하고 착한 데 머물러 둔 까닭이로다. 염불(念佛)에 인연함이여, 모든 부처님 보기를 익히는 까닭이로다. 법을 행하는 데 인연함이여, 마음에 도법을 받들어 행하여 이익 없는 것을 놓아 버리는 데 둔 까닭이로다. 중생을 생각하는 데 인연함이여, 물러가지 않는 법을 다루는 데 이르게 하려는 까닭이로다.
베풀어주는 데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중생을 버리지 않는 데 머물러 둔 까닭이로다. 금계에 인연함이여, 원하는 바를 갖추려 함이로다. 하늘을 생각하는 데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모든 공덕을 갖춘 일생보처에 두기 때문이로다. 몸으로 하는 행업에 인연함이여, 부처님의 몸을 이루는 데 미치려는 까닭이로다. 입의 업에 인연함이여, 마음으로 부처님이 모든 경전을 말씀하시는 데 머물러 둔 까닭이로다. 그 마음에 인연함이여, 마음을 부처님 뜻 얻는 데 둔 까닭이로다. 함이 있는 법에 인연함이여, 마음에 공을 쌓고 덕을 더하여 갖추어 스스로 성취하는 데 머물러 둔 까닭이로다. 함이 없는 데 인연함이여, 마음을 선인의 지혜가 갖추어진 데 머물러 둔 까닭이로다.
적의여, 이와 같이 인연 없이 교화하여 도승(道乘)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인연하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불도에 이르러서 온갖 지혜에 인도함을 얻게 하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다 인연으로 말미암아 온갖 지혜에 인도하였다면 이것이 보살의 묘한 방편이 되느니라. 이 모든 법을 봄으로 말미암아 다 미래의 길잡이가 되리로다. 마치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중생과 초목․오곡이며 모든 하수와 바다며 터럭만한 물건이라도 다 싸 가지지 않음이 없이 일체가 다 국토의 인연으로 생활하듯이 이와 같이 적의여, 일체 인연이 다 보살의 묘한 방편으로 말미암아 가장 제일인 온갖 행의 공덕을 행하여 온갖 지혜에 이르게 하느니라.

마치 온갖 물상의 갖가지의 형체가 모두 네 가지 요소가 있듯이 보살이 이와 같은 방편으로 지은바 행의 인연으로 모두 불토에 이르게 하느니라.왜냐하면 일체 중생의 짓는바 죄업은 그 과보가 없다고 아나니 보살은 이것을 인연하여 보시바라밀을 행하되 다함이 없으며, 곧 능히 계바라밀을 성취시키되 다함이 없느니라.
만일 사람이 진에심으로 독해를 품었거든 그때에 보살이 인욕바라밀을 행하여 다함없게 하며, 인하여 정진바라밀을 갖추어 다함없게 할지니라. 만일 중생이 시끄러운 데 있어서 능히 안심하지 못함을 보거든 이것을 인연하여 보살이 선바라밀 닦기를 다함없게 하여 곧 지혜바라밀을 갖추어 성취하여 다함이 없게 할지니라.
만일 중생이 모든 가림에 있어서 캄캄한 집 어두운 액난 속에 빠졌거든 보살이 그들을 위하여 온갖 결박과 장애의 그물을 끊어주느니라. 만일 중생이 능히 부지런히 행업을 닦거든 문득 그들을 위하여 일체의 집착을 소제하여 주며, 불보살의 공덕을 찬탄하기를 구하거든 머리를 조아려 찬탄하면서 그에게 귀의의 법을 보여 주며, 비방하기를 좋아하는 자에겐 또한 그 뜻을 수순하여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일으키지 않게 하며. 만일 근고(勤苦)하여 무수한 번뇌를 입거든 보살이 그들을 위하여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편안한 곳에 있는 자를 보거든 곧 크게 기쁨으로써 구호하여 거두어 주느니라.
보살이 때를 따라 굳세고 사나워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을 보거든 교화하고 지도하여 보리심을 내게 하며, 어질고 유화한 사람을 보면 보살이 그를 위하여 지극한 행업을 닦아 도심을 내게 하느니라. 만일 중생이 착한 뿌리의 힘이 있거든 보살이 따라서 잘 보호하여 도심을 발하게 하며, 만일 역사(力士)의 과보와 업이 있거든 보살이 그를 따라 거두어 교화하여 도심을 일으키게 하느니라.
이것을 인연 따라 자재를 얻는다고 함이니라. 보살이 묘한 방편을 수순하여 중생을 깨우쳐 주나니 때를 맞추어 법을 펴되 그 업보의 힘에 있어서 뜻하고 좋아하는 대로 교화하여 성취시키어 각기 편안하게 하느니라.

큰 도의 성혜(聖慧)에 나아가게 함에는 그들을 위하여 깊고 멀어 미치기 어려운 뜻을 강론하며, 그 곁 갈래의 지혜[側慧:演設智]가 있는 이에겐 그를 위하여 지진(至眞)의 도를 부연하여 차츰 이 도의 원인을 펴 보이고 장구(章句)를 풀어 분별하되 한 구의 법에 갖가지의 지혜를 사무치게 하며,
적연(寂然)함을 좋아하는 자에겐 인하여 분별하여 두루 일체를 관하게 하며, 관을 좋아하는 자에겐 해탈삼매의 정의(定意)를 관하게 하며, 금계를 강설하되 끝막음하지 못하는 이에겐 다시 지옥․아귀․축생을 강설하여 그 법을 들려주어 그를 위하여 항상됨 없음을 알게 하며, 구호의 일 없는 이에게는 도의 구호를 구하게 하며, 만일 정의(定意)가 있는 이에겐 그를 위하여 지혜바라밀을 말하여 주며, 조용한 곳에 있기를 좋아하거든 인하여 교화하되 몸․입․마음을 고요하게 하며,
만족한 줄을 아는 자에겐 슬기로운 근성이 성현의 업임을 찬양하며, 스스로 잘난 체하는 미련하고 어두운 생각을 하는 이에게는 그를 위하여 부지런히 배우고 널리 듣는 법을 펴 보이며, 탐욕을 좋아하는 자에겐 그 깨끗하지 못하고 유익됨 없는 걱정을 보여 주며, 진에를 즐기는 이에겐 사랑스러운 말을 권하여 남을 해치려는 생각을 품지 않게 하며, 만일 미련하고 미혹한 자에겐 그 마음을 12인연의 나고 죽는 법으로 개화시키며 그 탐냄․성냄․어리석음이 많은 자에겐 그를 위하여 무상(無常)․고(苦)․공(空)․무아(無我)의 이치를 연설하며,
색욕을 탐하는 자에겐 그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교화하여 인자(仁慈)에 이르게 하며, 앎이 없고 어리석고 어두운 자에겐 그를 위하여 모든 허물과 죄악의 연기하는 일을 가르쳐 주며, 그 모든 견해를 내는 이에겐 이로 인하며 공(空)․무(無)의 지혜를 깨닫게 하며, 그 욕망을 품은 이에겐 생각 없는 행을 연설하며, 뜻을 맹세에 두었거든 원이 없는 법을 가르쳐 주며, 모든 덮임[諸蓋:五陰]에 집착하거든 모든 음(陰)을 쪼개어 생각은 꼭두각시와 같아 거짓이요 참이 아닌 것임을 가르치느니라.
모든 경계에 탐착하거든 그를 위하여 네 가지 요소와 18계가 형상에 의지하여 나타나는 그림자와 같은 줄을 깨닫게 하며, 모든 감관에 의지하거든 모든 감관을 강설하되 안팎 12처가 나의 소유가 아니니 마치 꿈에 본 것이 깨고 나면 그런 것이 없는 듯하다 하며, 그 욕계에 의지하거든 그를 위하여
일체 만물이 다 항상됨 없는 데 돌아감을 연설하며, 만일 색계(色界)를 믿거든 일체 행(行)이 다 고뇌(苦惱)의 근본임을 연설하며,
만일 무색계(無色界)를 믿거든 도법에 온갖 법이 나[我]가 없음을 펴 말하며, 교화하기 어려운 사람에겐 항상 성현의 법을 부지런히 익히게 하며, 교화하기 쉬운 자에겐 그를 위하여 다함없는 말을 열어 보이며, 뜻이 인간․천상에 있거든 계품이 청정하여 때 없음을 찬탄하며, 성문승을 좋아하거든 고(苦)․습(習)․진(盡)․도(道)의 4제를 지시하며, 만일 연각승을 좋아하거든 곧 그를 위하여 12연기란 어리석음으로 근본을 삼음을 열어 보이며, 대승업을 배우거든 인하여 6도(度)의 무극(無極)과 4등(等)과 4은(恩)을 연설하여 가르쳐 인도하며,
처음 발심한 자에겐 그 뜻하는 바를 보아 훈도(訓導)하며, 여래행을 갖추어서 나고 죽음을 싫어하지 않거든 어려움 없는 행을 보여 그로 하여금 물러감 없는 데 서게 하며, 불퇴전지를 위해서는 불토(佛土)가 청정함을 분별하여 말하며, 일생보처 보살에겐 지진의 보리수 도량을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이와 같이 적의여, 만일 보살이 자재를 얻음에 미쳐서는 그 인연을 좇아 교화하되 펴는바 도법이 죄의 허물이 없고 좋은 말로 중생을 기쁘게 하느니라.”
이 말을 할 때에 1만 인이 위없는 정진 도심을 내었으며 500보살이 다 무생법인을 얻었다.
그때에 그 모든 보살이 각기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밀적금강역사가 오랜 뒤에 마땅히 위없는 정진의 도를 얻어 최정각을 이룰 때에 그 명호는 무엇이라 하며, 그 불국토의 장엄 공덕은 어떤 것이며, 보살 대중의 성취는 어떠한가?’라고 하였다.
그때에 부처님이 보살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곧 빙그레 웃으시니 한량없는 광명이 부처님 입에서 나와 시방 무수 세계에 비치니 해와 달빛을 가리고 마군의 궁전을 덮고는 빛은 다시 부처님을 한량없는 겹으로 둘러싸고 정수리 위로 좇아 들어갔다.
그때에 적의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그 웃는 뜻을 물었다.

높고도 거룩할사 마치 자금(紫金)과 같고
미묘한 광명은 온갖 때를 버리셨네.
그 마음 적연하여 움직이지 않으셔서
마치 저 밝은 해가 허공에 있는 듯

그 광명 성대하고 찬란하여서
어둡고 그윽한 곳 녹여 버렸네.
지금 부처님께서 나타나심은
인간․천상의 어른으로 법을 펴시고

담박하기 연꽃과 같이
진흙탕 웅덩이에 나 있어서
뿌리와 줄기도 물에 있건만
자랄수록 더러운 때 한 점도 없네.

깨끗한 공과 덕은 향기로우며
깊은 뜻 바른 생각 넓고도 멀어
조용히 계시면서 말씀하나니
그 무슨 까닭으로 웃으시나요.

그 뜻의 슬기로움 길이 안온해
적연하고 부드럽고 인자하시며
사랑의 햇볕이 더욱 빛나서
온갖 때와 찌꺼기 소제하시고

지혜의 밝은 빛을 두루 비추어
온 세상 어둠을 불사르시며
고요히 머무르시기 연꽃과 같이
의심과 망설임을 버리셨나니

도 닦는 마당을 가호하시와
받들어 행하면 자재 얻으리.
입으로 온갖 광명 연출하시어
애욕의 물결을 말려 다하사

중생들 개화하여 깨쳐 주시어
그 눈을 깨끗하게 씻어 주시며
조용히 머무시어 역적 없애고
온갖 티와 흠집 덮어 버렸네.

나고 죽음 근본 뜻을 깨달으시고
중생의 성행(性行)을 없애 버리고
모든 하늘이나 인간들
자비하신 교훈으로 깨우치셨네.

오늘날 이 자리에 모인 대중들
대성님 높은 얼굴 우러러보자
웃음으로 무슨 뜻 나타내시니
바라건대 분별하여 말씀하소서.

부처님은 적의보살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밀적금강역사를 보았느냐?”
“예, 이미 보았나이다.”
“이 밀적금강역사는 현겁의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바른 법의 경전을 수호하여 받아 지니고 한량없는 중생을 인도하여 이익 되게 하리라.
이곳에서 사라져서는 아촉불토(阿閦佛土)에 가서 묘락(妙樂)세계에 있으리라. 그곳에 나면 아촉불이 모든 보살을 위하여 1,800인(印)을 선설하시리니 이 법인을 다 받아 지니고 도의(道義)에 돌아가서 그 뜻을 두루 통달하고 그 뒤에 미래의 한량없는 여래를 친견하고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고는 법행을 닦으리라.
그 뒤 오는 세상에 이 겁수를 지나서 덕의 근본을 쌓아서 위없는 정진의 도를 이루어 최정각을 성취하여 부처가 되리니 그 호를 금강보(金剛步)라 하리라. 그 세계 이름은 보정(普淨)이요, 겁의 이름은 엄정(嚴淨)이라 하리라.
또 적의여, 저 보정세계도 신묘하고 안온하며 5곡이 풍족하여 값이 없으며 인민이 번성하며 하늘 사람이 매우 많으리라.
그 국토는 금․은․유리․수정․자거․마노․진주 등의 7보로 이루어졌으며, 성에는 여덟 갈래의 길이 있는데 편편하기가 손바닥 같고 그 땅이 부드럽고 연하기가 하늘 담요 같으며, 의복․음식․궁전․욕택․동산․욕지(浴池)․누각․휘장 등이 도솔천과 같으니 그 국토의 장엄함이 이러하니라.
모든 하늘의 인민이 하늘과 같은 채색 번기[幡]를 달고 좋은 깃대와 일산을 세우고 온갖 이름난 향을 사르며 많은 꽃을 뿌려 그 국토에 흩으며 허공 가운데에 올라가서 여러 일산을 벌려 세우며 화창한 기악(伎樂)을 나타내리라.
그 불국토에는 악도와 세 가지 괴로움의 독이 없고 또한 8난 불한처(不閑處)의 온갖 나쁜 업이 없으며, 도솔타천과 같은 의복․음식․동산․휘장․누각이 다름이 없으며, 하늘과 사람이 다름이 없으며,
모든 하늘 인민들이 미묘한 법을 좋아하여 오직 불도를 뜻하며, 또 그 불토에는 2승(乘)이 없으며, 성문 ․연각의 이름도 없고 순전히 보살뿐이며 그 여래는 불퇴전 보살의 큰 법을 높여 연설하느니라.
그 금강보세존의 모든 보살 대중은 가히 헤아릴 수 없으며, 그 국토에는 악성(惡性)의 종기와 같은 병이 없고 계를 헐고 사견에 떨어진 자가 없으며, 이 국토 인민은 모두 도의 최고[究竟]에 이르며, 불법을 사모하고 소경․귀머거리․벙어리․혹․종창(腫脹)이 없고 성행(性行)이 유화하고 아담하여 다 28대인상으로 장엄하느니라.
그 여래가 세상에 출현할 때에 수명이 8소겁(小劫)이요, 그 하늘이나 인간에서 목숨을 마치려 하면 여래가 항상 그들을 위하여 법을 강설하며 몸으로 광명을 연출하여 모두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느니라. 모든 천상․인간이 이 광명을 입으면 모두 온갖 의심을 결단하고 법을 찬탄하고 부처님을 따라 각기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부처님께 나아가 경전을 물려받으리라’ 하느니라.
혹은 자기의 신통력으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며 혹 유학(有學)은 부처님의 뜻을 받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느니라.
여래가 허공에 머물러 있으니 땅에 가기가 백․천 길이라. 그 세계가 네거리 가운데 큰 좌석을 차리고 시방에 선포하여 일체 회중을 기쁘게 하며 여래는 모든 보살을 위하여 경전을 부연하되 오직 무극(無極)의 대도를 선설하느니라.
그 국토에는 한 사람도 세존의 가르침을 어김이 없고 또한 비방하거나 훼손하고 욕되게 함이 따로 없고 오직 불세존을 법왕으로 삼으며, 그 인민이 ‘나’와 ‘나의 것’이 없으므로
업을 받을 곳이 없으며, ‘나의 것’이 없으므로 밭과 집을 주장하지 않나니 모든 하늘․인민이 다 그러하니라.
금강보 여래 지진은 음식을 받고자 하면 중생을 불쌍히 여기므로 저녁때에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문 앞에 서 있으면 그 집에서 곧 알아차리고 생각하기를 ‘부처님이 나를 불쌍히 여기시므로 나에게 나오시어 공양하시려 함이로다’하고, 그 밤으로 좌상을 베풀고 깨끗하게 자리를 펴고 맛있는 찬거리 갖가지를 준비하고 이튿날 아침에 여래를 청하자 여래는 성중과 함께 그 집에 들어가서 음식 먹기를 마치고 발우를 씻은 뒤에 시주 집을 위하여 경을 설하면, 그 사람이 불퇴전을 얻어 장차 위없는 정진의 도를 이루게 되느니 법 설하기를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사로 돌아오느니라.
만일 여래가 고용한 집에 조용히 앉을 때엔 보살들이 각기 본행으로 얻은 바 삼매에 따라 스스로 닦느니라.
적의여, 이와 같이 그 부처님세계의 공덕․쾌락이 거룩하기가 이러하니라. 그 토지는 장엄하고 청정하며 넓고 평평하여 즐겁기 한량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법을 설하셔서 밀적금강역사에게 수기를 주실 때에 그때의 회중 2만 인이 다 위없는 정진 도심을 내었다. 모든 회중이 각기 생각하기를 ‘그 국토에 났으면’ 하자, 부처님께서는 곧 증언하셨다.
“금강보가 불도를 이룰 때에 그 부처 보기를 원하는 자는 그 국토에 나리라. 그 부처가 수기하여 또한 다 위없는 정진의 도를 이루어 최정각을 이루리라.”
그때에 밀적금강역사가 부처님께 이런 수기를 듣고는 기뻐 뛰며 손에 지녔던 금강저를 허공에 던지자 즉시에 삼천대천불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빛이 시방에 비치고 하늘에서 온갖 꽃이 내리되 분분하기가 눈과 같았다. 공후의 악기가 타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며, 일체 회중의 오른손에는 각기 저절로 꽃과 향과 갖가지 깃대며 일산 등이 있어 각기 잡아가졌다.
그때에 밀적금강역사가 보배꽃과 향․깃대․일산․비단 번기[幡]로 부처님을 겹겹이 두르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넓고도 깊은 법에 자재하시어
다함없는 법장을 연설하시며
깨달아 아시고 분별하시어
중생들 인도하여 이익 되게 하시네.

나에게 참된 뜻을 부촉하시어
언제나 법의 보시 즐겨하시네.
정성껏 바른 법을 봉행하오며
이 도에 스스로 귀의합니다.

그 지혜 언제나 청정하시어
중생의 행업을 밝게 아시며
그 이름 3세에 널리 들리어
공덕의 바라밀이 다함없어라.

그 지혜 삼계에 통달하시어
그 이름 능인(能仁)이라 집착한 바 없이
온갖 걸림에서 벗어나시어
법 펴서 모든 액난 건져내시네.

맑고 깨끗하기 저 달과 같고
거룩한 얼굴 모습 선명도 하여
이 빛이 지극히 멀리 비추어
마치 저 햇빛이 밝게 빛나듯

그 음성 미묘하고 듣기에 좋아
화창한 그 소리 범천의 음성처럼
불쌍한 그들에게 법을 펴시니
중생의 보배님께 경례합니다.

스스로 그 몸을 나타내시어
형상과 수명을 보이시나니
바라건대 이 법을 아끼심 없이
문자로나 소리로나 선포하소서.

가령 경과 법을 강설하셔도
법이라는 생각조차 없으시며
중생을 제도하여 벗겨 주셔도
중생이란 생각조차 없으시나니.

세존께서 열어 보여 교화하신 것
뉘라서 그 은혜 보답하오리.
가령 온 세계의 모든 중생이
한량없는 겁을 두고 행을 쌓아서

부처님 가르치심 받아 지니되
그 밖의 다른 업에 뜻 두지 않고
스스로 이 법을 받들어 닦고
그리고 다른 사람 교화하였네.

그때에 밀적금강역사가 부처님 주위를 일곱 바퀴 돌고, 손으로 온갖 꽃과 보배 일산을 잡고 받들어 올리어 부처님께 흩자, 마침 4천하 안에 저절로 약간의 꽃이 피어나 여덟 길을 장엄하게 꾸미고,
여덟 가지 맛의 물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가득하여 그 장엄하기가 한량없었다.
그때에 적의보살이 밀적금강역사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인자에게 수기를 주셨도다.”
“족성자여, 수기 주시는 것을 뵈었지만 그 주신 수기가 꿈과 같도다.”
“인자의 수기를 받은 것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족성자여, 받은 바 수기는 얻을 것이 없노라.”
“어찌하여 얻을 것이 없는가?”
“‘나’와 ‘나의 것’이 없으며, 남과 수명이란 것도 없으며 5음․6쇠(衰:入)․네 가지 요소도 없으며, 세상에 나타나고 멸도(滅度)함도 없으며, 모든 죄와 죄가 아님도 없으며, 루(漏)와 무루도 없으며, 진로(塵勞)․진한(瞋恨)․유위(有爲)․무위․생사․열반을 다 얻지 못하나니, 인자여, 이것이 수기를 받은 것이로다.”
적의보살은 또 물었다.
“설사 얻을 것이 없다면 누가 수기를 받았는가?”
“얻을 것 없다는 것이 곧 얻은 것이로다.”
“만일 ‘나’와 ‘나의 것’이 없다면 누가 수기를 받았으며 누가 수기를 주었는가?”
“만일 그 본바탕이 둘이 없다면 그 누가 수기를 받았는가?”
“본바탕은 난 것도 없고 멸한 것도 없으며 두 가지 본바탕이 없나니 이러한 본바탕으로 오늘에 수기를 받았도다.”
“어떤 자리[本際]에 머물러서 수기를 받았는가?”
“진여(眞如)의 둘이 없는 자리․나가 없는 자리․남[人]과 수명이 없는 데 머무르며 진여에 머무른 것 이것을 수기를 받았다 말하도다.”
“‘나’와 ‘나의 것’이라는 자리는 어느 곳에 머물러 있는가?”
“여래의 머무르는 곳이로다.”
“그곳은 앎이 없나니 어떻게 알 바가 되는가?”
“그 아는 것이 아는 것 없는 것이 되도다. 만일 일러 말할 바가 없으면 말할 바 없다고 하도다.”
“만일 말할 바가 없다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가르침이란 가르칠 것이 없도다.”
“어떤 것을 가르침이 가르칠 것이 없다고 말하는가?”
“온갖 법이 다 가르칠 것이 없도다.”
“가르칠 바가 없다고 말하면 어떻게 알 것인가?”
“만일 가르칠 바가 없다면 아는 바가 이러하니라.”
“무엇이 가르침을 아는 것인가?”
“아는 바를 묻지 않음이로다.”
“어찌하여 아는 바를 묻지 않는가?”
“어떤 것을 앎[識]에 게으름이 없다 하는가?”
“스스로 요의(要誼)에 돌아감이로다.”
“어떤 것을 스스로 요의에 돌아간다 말하는가?”
“무의(無誼)를 보지 않음이로다.”
“어떤 것을 무의를 보지 않는다 하는가?”
“의로써 하지도 않고 또한 무의도 아닌 것을 의라고 하도다.”
“어떤 것을 의로써 알지도 않고 또한 무의도 아닌 것을 의라고 한다 하는가?”
“의로써 하지 않고 무의도 아닌 것이 그것이 곧 도의(道義)로다.”
“만일 무의로써 하면 법의(法義)를 이루지 않는가?”
“그 법의라는 것은 어떤 의를 말함인가? 그 의취라는 것은 곧 법 아님이 되나니 법이 된다 하지 못하리라.”
“어떤 것을 법이라 하는가?”
“법은 음향이 없는 것을 이에 법이라 하도다.”
“법에 음향이 없으면 무엇을 말하여 법이라 하는가?”
“저 법에 문자도 없는 것을 법이라 하나니 그 얻을 바가 없으며 법에 소리가 없으며 언사(言辭)도 없도다.”
또 밀적금강역사에게 물었다.
“무엇을 얻을 것이라 말하는가?”
“족성자여, 만일 가히 얻을 것이 있다면 이것이 곧 일체 얻을 것 없는 것이요, 얻을 것을 여읜 것이니라.”
“이에 내가 여래를 일러 얻는다 말한다면 그것은 모든 법을 익히므로 이에 능히 얻는 것이로다.”
또 물었다.
“어찌 능히 ‘나’와 ‘나의 것’이란 마음이 적연하다 하여, 일체 나타낸바 지혜의 밝음이 문자로 인하여 여래업을 연설한 것인데 얻을 것도 얻을 것 없음으로써 한 것도 아니요,
마땅히 얻음으로써 한 것도 아니로다. 그 얻을 것이란 것이 어찌하여 옳지 않은가?”
“입으로 말한 것이 옳지 않도다.”
“입으로 말한 것은 마음으로 문자에 의지한다 하여 곧 옳지 않다고 한다면 어떤 것을 옳다고 말하는가?”
“그 얻을 것이 없으면 저의 가르칠 것이 없고 그 가르칠 것이 없으면 아는 것은 곧 스스로 알지 못하고 남도 알지 못하며 스스로 알지 못하고 남도 알지 못하는 것을 이에 옳다고 하도다.”
“옳지 못하다는 것은 무엇을 근본으로 하며 옳다는 것은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
“받는 것이 근본이니라.”
“받는 것은 무엇이 근본인가?”
“의지하는 바가 근본이 되도다.”
“의지하는 바는 무엇이 그 근본인가?”
“허위․망상이 곧 그 근본이로다.”
“허위․망상은 무엇이 그 근본인가?”
“허위․망상은 진로(塵勞)가 근본이로다.”
“허위․망상․진로는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
“애착이 근본이로다.”
“애착은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
“빛깔․소리․냄새․맛․세활(細滑)의 집착이 그 근본이로다.”
“무엇이 그 집착의 근본인가?”
“은애의 그 모임이 이 집착의 근본이로다. 이 모든 집착에 매이는 것이 없으면 곧 집착이 없다 말하리라.
적의여, 모든 은애의 맺음으로 집착한 바에 길이 집착함이 없을지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법을 연설하심은 거듭 이 법을 말씀하신 것이다.”
밀적금강역사에게 수기를 주실 때에 500비구들이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열렸으며, 200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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