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법거다라니경(大法炬陀羅尼經) 1권
대법거다라니경(大法炬陀羅尼經) 제1권
사나굴다(闍那崛多) 등 한역
송성수 번역
1. 연기품(緣起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바가바(婆伽婆)께서는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 아라한들이라서 온갖 번뇌[漏]가 이미 다해서 다시는 번뇌가 없으며, 다 자재함을 얻어서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가 잘 해탈하였다. 모두가 큰 용[大龍]처럼 능히 조복할 수 있고, 할 일을 다 마쳐서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자기 이익을 얻어서 모든 유결(有結)1)을 다하였고, 바른 가르침[正敎]을 수순하여 해탈을 완전히 갖추어서 온갖 자재한 경지[自在之地]에 능히 들어갔으니, 그 이름은 혜명(慧命) 수보리(須菩提)와 혜명 대가섭(大迦葉)과 혜명 사리불(舍利弗)과 혜명 대목건련(大目乾連) 등으로 큰 위덕과 신통을 지닌 성문(聲聞)들이 우두머리였다.
그때 사바세계의 대범천왕(大梵天王)과 십억의 범천 대중[梵衆], 그리고 한량없는 범거천(梵居天)의 하늘들은 저마다 그들의 권속과 함께 모두 모였고, 그 때 다시 광음천(光音天)의 모든 하늘 대중과 소광천(少光天)의 하늘 대중과 대광천(大光天)의 하늘 대중과 무량광천(無量光天)의 하늘 대중과 단정천(端正天)의 하늘 대중과 나아가 정거천(淨居天)의 모든 하늘 대중 등 무량억(無量億)의 모든 하늘 대중들도 저마다 그들의 권속과 함께 모두 모였으며, 그 때 다시 상주천(商主天)의 하늘 대중[이 상주천은 바로 마왕(魔王)의 오백 보살의 아들 가운데 우두머리로서 다른 경에서는 도사(導師)라고 이름한다]과 도솔타천(兜率陀天)의 하늘 대중과 석제환인(釋提桓因)의 도리천(忉利天)의 하늘 대중과 나아가 사천왕천(四天王天)의 하늘 대중 등의 한량없는 하늘 대중들도 저마다 그들의 권속과 함께 모두 모였다.
그 때 모든 하늘 대중이 다 함께 생각하기를, ‘세존께서 우리들을 위하여 하나의 법문이라도 말씀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들을 수 있게 하신다면, 어찌 좋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부처님께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경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이 때 선위광(善威光)천자가 부처님 앞에서 整理衣服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댄 채 두 손을 합장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爾時善威光天子。在於佛前整理衣服。偏袒右臂右膝著地。合十指掌頂禮佛足。白佛言。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이제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등정각(等正覺)께 청해 묻고자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중생이 법과 계율을 알아서 부처님의 공덕에 수순하면서 닦고 배우며, 세존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법답게 받들어 행할 수 있습니까?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중생이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경전을 닦아 글의 뜻을 모두 파악하고[總持] 의취(義趣)를 수순해서 법답게 사유(思惟)하고 거칠 것 없이 독송해서 법을 인(因)해 힘을 얻습니까?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중생이 모든 문자의 근본인 지혜 법문에 들어갈 수 있고, 법문에 머문 뒤에는 능히 분별하여 압니까? 그리고 이 앎을 인(因)하므로 처음의 사유문(思惟門)에 들어가 모든 법의 뜻을 얻고 나아가 깊고 깊은 십이인연법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모두가 깨달아 알아야 합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중생이 게으른 마음을 내지도 않고 어지러운 마음을 일으키지도 않으면서 자기 마음이 반연하는 경계를 이해하고 수승한 법을 잘 알아 수순해 들어갈 수 있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중생으로 하여금 여래장(如來藏)을 깨닫고 여래의 지혜를 얻게 하기 위하여 감히 이와 같은 다라니문(陀羅尼門)이라는 심오한 경전을 널리 말씀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기 때문이며, 설사 사람 몸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 수명은 또한 짧기 때문이며, 짧은 수명 가운데서도 다시 세 가지 악(惡)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의 악인가? 첫째는 심성(心性)이 황폐하여 착한 말[善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항상 간탐(慳貪)과 질투를 품어서 다른 이가 자기보다 나은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며, 셋째는 설령 자기보다 나은 줄 안다 하더라도 부끄러워하여 묻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을 세 가지 악이라 하는데, 이런 이치 때문에 저는 지금 여래ㆍ세존께 다라니 경전을 여쭈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먼저 무량억(無量億)의 경전을 말씀하시면서 혹은 물음을 인하여 말씀하시기도 하셨고, 혹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9나유타(那由他)의 모든 하늘 대중이 이미 여래ㆍ응공ㆍ정변각(正遍覺) 앞에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제 다라니의 구경법(究竟法) 가운데 경전을 청하여 여쭈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라도 이 으뜸가는 다라니문을 능히 배우는 자라면, 그 밖의 모든 불법은 저절로 증장(增長)하여 수고롭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저 선위광천자의 이와 같은 질문을 받자 즉각 혜명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선위광천자가 법의(法義)의 변재[辯]로써 여래가 세간에 출현한 것과 여래가 된 인연까지 자문하면서 처음으로 이 다라니 법문 경전에 대해 묻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아, 이 선위광천자는 이미 과거 십사억의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이 다라니경을 물었다.
아난아,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선위광천자가 처음 물었던 그 부처님과 다라니의 이름에 대해 말해 줄 터이니 응당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아난아, 이 선위광천자는 옛날에 한 커다란 바라문(婆羅門)의 집에 태어나서 그 바라문의 아들이 되었다. 위덕을 두루 갖추고 집안은 부유한데다 항시 모든 하늘들이 에워싸 호위하였고,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서 외론(外論)까지 널리 통달했는데, 사비타(四鞞陀:4veda)에 대해 경문의 뜻을 완전히 이해해서 이미 스스로 독송할 뿐 아니라 남도 능히 가르쳤다. 그는 처음에 저 부처님의 이 다라니를 묻고는 능히 환하게 통달해서 최초로 법문을 논하여 모든 외론을 조복하였고, 다시 모든 문자의 근본을 건립하여 갖가지 문자의 차별된 뜻을 솜씨 좋게 말하였다.”
이 때 아난이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 부처님의 명호(名號)를 듣기 원합니다. 이 선위광천자는 과거 세상에서 누구로부터 처음 다라니경과 저 성스러운 제자들의 공덕과 출세간의 이로운 행을 물었습니까? 저희 모두는 그것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곧 대력장엄삼매(大力莊嚴三昧)에 드셨는데, 삼매에 드시자마자 과거의 온갖 경계가 모두 앞에 나타났다.
그 때에 혜명 아난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로잡고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멘 후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까지 여래ㆍ응공ㆍ정변각께서 이 삼매에 드신 일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정녕 그렇다. 나는 일찍이 이러한 삼매에 든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아난아, 이 삼매는 다른 아래의 경지[下地]에서 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저 온갖 그 밖의 경전을 위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아난아, 과거의 모든 여래는 먼저 이 삼매에 든 후에 다라니경을 설하지 않음이 없었고, 또한 이 선위광천자가 처음으로 부처님께 여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저 부처님과 저 경전 이름을 마땅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이제 너를 위하여 이 두 가지를 말하겠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 때이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선위광천자가 물었던 부처님의 명호와 설하신 경전을 말씀해 주십시오. 또한 이 천자의 변재[辯]와 공덕을 말씀해 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듣게 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지금 일체의 하늘과 사람의 대중이 모두 다 기뻐하면서 듣고 싶어 하오며, 이 모든 범천들[梵衆]과 천자들이 일심으로 기꺼이 듣고자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살펴 듣고 살펴 받아들여서 잘 사유하라. 이제 설하겠다.”
아난이 다시 말하였다.
“너무나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응당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기억하건대 과거의 한량없고 가없는 때에 현천(賢天)이라고 하는 한 겁(劫)이 있었다. 그 겁 동안에 제화광(祭火光)이라 이름하는 전륜왕(轉輪王)이 네 천하를 통솔하였는데, 그는 계행(戒行)을 두루 갖추어서 법대로 바르게 다스렸다. 왕의 대부인(大夫人)이 한 아들을 낳았는데 방광(放光)이라 이름하였다.
아난아, 당시 방광동자는 바로 후신보살(後身菩薩)이었다. 그 분이 태어난 지 2천여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출가하여 수행하다가 점차 도량에 이르러 보리수 아래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셨으며, 이미 성불하신 뒤에도 그대로 명호를 방광(放光)이라 하셨다. 그 부처님의 권속 제자들로는 구십억 나유타 성문 대중이 있었는데 모두 위대한 아라한이었으며, 또한 일억의 보살 대중이 있었다.
아난아, 그때 저 방광여래는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모든 보살과 성문들을 위하여 이 다라니라는 매우 깊은 경전을 말씀하셨다. 이 다라니문은 곧 모든 그 밖의 경전을 다 포섭[總攝]하는 것이니, 만일 이 다라니를 받아 지니는 자가 있다면 일체 부처님 보리[佛菩提]의 일을 비록 듣고 보지 못했어도 저절로 환히 밝아지면서 법사(法師)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아난아, 당시 그 보살마하살들이 방광불(放光佛)에게 이렇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다라니문(陀羅尼門)이라는 뜻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다라니이며, 무슨 뜻 때문에 문(門)이라고 칭합니까?’
이때 방광부처님께서 뭇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마나바(摩那婆)2)야, 응당 살펴 들어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겠다. 마치 이 대지(大地)가 건립해서 온갖 뭇 보배를 내어 능히 맡아 지니는 것처럼, 또 온갖 약초와 풀ㆍ나무ㆍ숲ㆍ꽃ㆍ열매의 여러 가지를 내어 다 능히 맡아 지니는 것처럼, 또 온갖 작은 산ㆍ큰 산ㆍ모든 못ㆍ강물 나아가 큰 바다를 내어 죄다 능히 맡아 지니는 것처럼, 또 사생(四生)의 무리로서 두 발 혹은 네 밭 달린 사람ㆍ사슴ㆍ새ㆍ짐승들까지도 모두 맡아 지니는 것처럼 이 다라니도 역시 그와 같다.
모든 마나바들아, 소위 문(門)이란 바로 여래이다. 여래장(如來藏)의 문에서 일체 모든 법보장(法寶藏)의 불가사의(不可思議)를 낳는 것이니, 이처럼 마나바들아, 이 다라니의 묘한 법문(法門) 안에서 일체의 수다라(修多羅)ㆍ장구(章句)ㆍ분별하는 뜻[分別義]ㆍ바라밀(波羅蜜)이 생겨나기 때문에 문이라고 한다.
마나바들아, 다라니는 온갖 법을 모두 능히 맡아 지니기 때문에 또한 지(地)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저 방광 여래ㆍ응공ㆍ정변각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소리가 세계를 진동하여 위로는 범궁(梵宮)까지 사무쳤다. 당시 염마(閻魔)의 경계와 모든 지옥ㆍ아귀ㆍ축생 등의 온갖 고뇌가 있는 곳에서는 이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모두가 크게 울부짖었는데 그 소리가 범궁까지 들렸다.
아난아, 그 때 저 대범천왕과 모든 범천들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나서 모두가 방광부처님께로 가서 그 인연을 물었다.
‘세존이시여, 아까 그 울부짖는 소리는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아난아, 그 때 그 여래는 말씀하려고 하셨기에 이내 빙그레 웃으시면서 먼저 신력(神力)으로 모든 범천들에게 지옥의 모든 악도(惡道) 중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보게 하신 뒤에 말씀하셨다.
‘모든 범천의 무리들아, 이들은 지옥ㆍ아귀ㆍ축생들인데 굶주림과 갈증의 시달림으로 크게 괴로워하기 때문에 이런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에 범천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신력으로 이 중생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없애 주신다면 짧은 순간이라도 안락할 것입니다.’
이 때 그 방광부처님은 즉각 눈썹 사이의 백호(白毫)로부터 한 줄기 광명을 놓아서 지옥ㆍ아귀ㆍ축생과 염마 등 세계의 모든 악한 중생에게 두루 비추어서 고뇌를 없애 주셨으며, 모든 지옥을 연못으로 변화시키자 그 연못에는 묘한 물이 가득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으니, 이른바 우발라(優鉢羅)꽃과 파두마(波頭摩)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분타리(分陀利)꽃이었다. 연못의 물은 향기롭고 맛있으면서 맑고 시원하며 가벼웠고, 나아가 방광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도 법이 반 겁 동안 머물렀고 연못도 역시 그러했다.
아난아, 이 때 범천이 그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께서는 빙그레 웃으셨고 다시 이 백호의 광명을 놓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 지옥ㆍ아귀ㆍ축생과 염마 세계의 모든 중생들의 과거 업연(業緣)으로 이런 과보(果報)를 받은 것이 본원(本願)에 미쳤음을 기억한 까닭에 빙그레 웃었던 것이며, 또 이 모든 중생들의 과거 업의 인연으로 세 가지 악도[三惡道]에 떨어졌음을 알았고, 또한 업인의 많고 적음으로 고통이 다할 시절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광명을 놓아 그들을 위하여 방편을 지은 것이다.’
이 광명을 놓을 적에 저들 온갖 고통 받는 중생들은 광명의 비춤을 받고 몸과 마음에 안온함을 얻자 저마다 ‘이것은 바로 부처님의 광명이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여래를 생각함으로써 악업(惡業)이 소멸하게 되었고 또한 세존의 자비의 힘을 입었기 때문에 모든 고뇌를 버렸으니, 이윽고 목숨을 다하자 인간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천상에 나기도 하였으며, 이 인연으로 큰 지옥이 변하여 연못이 되었는데 그 물은 맑고 시원하며 주위에 온갖 기묘한 꽃들이 피었다.
이 때 그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범천아, 너는 여래의 방편은 불가사의해서 신통의 힘으로 희유한 광명을 놓아 온갖 세 가지 악도의 고통을 능히 멸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범천아, 여래ㆍ세존이 말한 바는 넓고도 넓으며 여래께서 나온 바이기 때문에 여래ㆍ응공ㆍ정변각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그 보살마하살들은 다시 방광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앞에서 다라니와 다라니문 가운데 모든 구의(句義)가 있다고 말씀하셨으나 여래께서는 아직 설명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원하옵건대 널리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이해하게 해 주십시오.’
아난아, 이 때 그 부처님은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나바들아, 너희들은 다라니문의 모든 구의(句義)를 듣고 싶으냐?’
모든 보살들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마나바들아, 응당 살펴 들어 그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겠다.’
모든 보살들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일심(一心)으로 원하오니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나바들아, 이 다라니의 한 법구[一法句] 가운데 무량억수(無量億數)의 수다라(修多羅)를 모두 포섭한 것은 바로 결정의(決定義)이다. 그러므로 알라. 여래가 한 힘[一力]으로 설명한 바는 변제(邊際)가 있지 않아서 너희들도 역시 다양한 종류의 법문을 얻는다. 만일 너희가 이제 법력에 따라 감당하여 받아들인다면, 나 역시 너희들을 위해 많은 것을 설할 것이다.
또 마나바들아, 여래가 만일 힘을 다하여 설하여도 지혜가 적은 사람은 능히 받아들일 수 없는데, 그 밖의 다른 중생들이 하물며 널리 설할 수 있겠느냐?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ㆍ세존은 한량없는 위덕의 힘이 있고 한량없는 정진(精進)의 행이 있기 때문이다.
마나바들아, 가령 활을 잘 쏘는 사람이 마음으로 ‘내가 이제 활을 쏜다면 반드시 범궁(梵宮)을 꿰뚫으리라’고 생각한 뒤에 활을 가지고 허공으로 쏘아 올리면, 그가 쏜 화살은 오히려 땅과 하늘의 풍계(風界)조차 이르지 못하거늘 어찌 멀리 상계(上界)의 범궁까지 미칠 수 있겠느냐? 왜 그런가? 지혜 없는 사람이라서 마음이 양(量)을 조절하지 못한 까닭이다.
마나바들아, 온갖 중생도 역시 마찬가지라서 오히려 여래의 지혜 힘[智力]의 조그마한 부분에 이르기까지도 알지 못하겠거늘 어찌 여래의 경계를 헤아릴 수 있겠느냐?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ㆍ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한량없는 힘과 작용은 측량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여래가 한 힘으로 말하는 것을 오로지 들어야 한다.
마나바들아, 여래는 한량없는 힘이 있다. 가령 여래께서 힘을 다하여 설하신다면 온갖 중생들이 받아들일 수도 없고 지닐 수도 없다. 왜냐하면 마나바들아, 이 모든 중생들은 어리석으며 지혜가 없지만 모든 여래는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음이 허공과 같아서 이 법 가운데 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마나바들아,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다시 비유로써 이 뜻을 드러내 보이겠다. 마치 이 대지(大地)의 동ㆍ서ㆍ남ㆍ북을 헤아릴 수 없는 것과 같으니, 이처럼 마나바들아, 여래의 모든 힘은 한량없는 수의 겁 동안에 한량없는 공덕의 선근(善根)으로 훈습된 것이라서 알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다.
너희들이 응당 알아야 할 것이니, 이 수다라 일구문(一句門) 안에는 곧 한량없는 수다라의 글귀의 뜻[句義]에 모두 포섭되어 있다.’
이 때 그 모든 보살들은 다시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한량없는 수다라의 방편이 이 한 글귀의 뜻[一句義]에 들어가는 것입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마나바들아, 한 글귀의 뜻이란 이른바 반야바라밀의 글귀이니, 만일 반야바라밀에 들어가 현전하면 이것을 바로 일체에 들어갔다[一切入]고 하는데, 이는 모든 부처님ㆍ세존의 공(空)하지 않은 법으로 두루 갖추어져 모자람이 없다. 만일 일심으로 사유(思惟)하여 짬 없이 염(念)하는 자라면 마치 한 번 손을 들어 올릴 때 곧 한량없고 가없는 바라밀의 뜻을 얻는 것과 같으니, 이 지혜의 글귀[智慧句]가 바로 다라니의 근본 글귀[根本句]이다.
나는 이제 다라니 최승(最勝)의 저 경지[邊際彼岸]를 말해서 다라니문에 들 수 있게 하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초입처(初入處)이자 끊어지지 않은 근본이다. 너희들은 부디 공경하고 삼가면서 산란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일심으로 삼가 들으면서 바른 뜻으로 사유하여 모든 의심의 그물[疑網]을 끊어야 하나니,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겠다.’
아난아, 그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마쳤을 때, 대중 가운데 등명(燈明)이라는 한 보살마하살이 있었다. 본래 그는 바라문의 종성으로 언제나 방광여래를 따르고 있었는데 그 보살이 부처님께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다라니의 근본 일구(一句) 속에서 무량억수(無量億數)의 수다라를 능히 낸다고 앞에서 말씀하셨는데, 그 뜻이 거칠게 드러나서 아직 어떤 것이 일구문(一句門)인 줄 모르겠습니다. 원컨대 저를 위하여 분별하시어 밝혀 주십시오.’
이 때 방광부처님이 등명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마나바야, 너희들은 응당 알아야 한다. 내 이제 다시 비유로써 다라니의 뜻을 나타내 보이겠다. 왜냐하면, 이 다라니문의 최승(最勝)의 저 경지는 오직 모든 부처님의 가장 으뜸이며 수승하고 묘해서 불가사의한 지혜로만 증명해 아는 것이지 온갖 무명(無明)의 지혜 적은 범부로서는 능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범부가 안다고 한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마치 범부는 오직 낮이면 낮이란 것만을 알고 밤이면 밤인 것만을 아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해와 달의 광명을 보기 때문이니, 해의 광명을 보기 때문에 그것이 낮인 줄을 알고 달의 광명을 보기 때문에 그것이 밤인 줄을 아는 것이다.
마나바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런 범부의 지혜를 진실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눈으로 보는 것은 지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렇다. 마나바야, 외부의 광명이 비추었기 때문에 모든 범부들은 보는 것으로 지혜를 삼지만, 모든 여래의 지혜는 그렇지 않아서 반드시 관찰을 인한 후에야 지혜를 설한다.
마나바야, 이 때문에 모든 여래는 자증(自證)의 지혜로 진실한 법을 깨달아 아는 것이 마치 공중의 자취와 같을 따름이니, 그런 뒤에야 다른 가르침을 섭수하여 알게 한다.
또 마나바야, 일찍이 듣지 않았느냐? 이 근본 뜻[根本義]에 무릇 40구(句)가 있는데, 이 중의 맨 첫째 구가 아(阿)이다. 이 구가 그 밖의 서른아홉 구를 포섭하여 모두가 아(阿) 속에 드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나바야, 이와 같은 모든 구가 아(阿)에 포섭되어 들어가면, 무릇 이 온갖 세간의 언어와 의취(義趣), 그리고 약초ㆍ숲ㆍ나무, 나아가 모든 구업(口業)의 가르침과 소리의 이름, 설하는 모양[相]의 갖가지 종류도 역시 모두 그 속에 들어가며, 또 저 온갖 중생의 종류로서 발이 있는 것, 발이 없는 것, 두 발 달린 것, 네 발 달린 것 내지 여러 발 달린 것과 날짐승ㆍ길짐승과 태(胎)ㆍ난(卵) 등의 물과 육지의 족속과 사람과 비인(非人)의 일체 사람 속에 들어간다.
그것들이 포섭되어 들어가고 나서는 모든 이 구업의 방편인 언어와 음성과 문자로써 거칠고 묘하고 자세하고 간략함 등을 설하는 따위의 일체가 마득륵가장(摩得勒伽藏)3)의 글자 근본[字本]으로부터 생기며, 글자 근본이 으뜸이 되는 것이 바로 마득륵가장에 섭수되는 것이다.
모든 마나바들아, 비유하면 마치 아나바달다용왕(阿那婆達多龍王)이 손가락을 한 번 튀기는 동안에 구름을 일으켜 널리 칠천 유순을 덮으면서 가랑비를 염부제(閻浮提)에 두루 내리는 것과 같으며, 또 그 용이 머물러 있는 큰 못에서 네 가지 강을 내어 사방으로 두루 흘러 사해(四海)에 들어가게 하고, 그 밖의 다른 조그마한 강물이나 못ㆍ도랑은 필요에 따라 윤택하게 해서 죄다 가득 차게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마나바야, 이 다라니의 두 가지 법문 중에는 억수(無量億數)의 수다라가 있고, 저 일구(一句)의 뜻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너희는 응당 듣고서 수지(受持)해야 하며, 들은 뒤에는 받들어 지니면서 널리 다른 이를 위하여 해설하되 숨기거나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은 이 이치 속의 악(惡)ㆍ아(阿) 두 글자에 대하여 언제나 상속해야 하고, 수순(隨順)이 끊어짐 없이 항상 여래를 염(念)해야 하고, 또 언어를 인해 가르침의 뜻[敎義]을 두루 갖추어 저 모든 바라밀(波羅蜜)을 만족해야 함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또한 가르침의 뜻을 끊지 않고 방편으로 수순하면 그 뜻[義]이 더욱 밝아지기 때문에 비록 일신상에 큰 어둠[大闇]이 있다 하더라도 남김없이 흩어져 없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처럼 방편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 더욱 증장하여 다라니문을 열게 되므로 마음에 다른 생각[餘念]이 없고 다른 업을 짓지도 않으며, 오직 이 뜻만을 생각하고 이 믿음을 버리지 않아서 혼자 앉아 사유(思惟)하고 관(觀)하며 살펴서 분별한다. 옳거나 그르거나 간에 견문이 많은 이[多聞者]와 함께 묻고 논하면, 여래의 법교(法敎)가 허공으로부터 생길 것이니, 응당 여래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
또한 마나바야, 내가 너를 위해 모든 비유와 방편을 인용하여 이 다라니의 일구 법문(一句法門)을 드러내 보인 것은 마치 조그마한 풀을 태워 광명으로 삼았을 뿐 아직 뭇 횃불을 마련하지 않은 것과 같고, 하나의 횃불을 붙잡고 있으면서 아직 천 개의 등불을 달지 않은 것과 같다. 왜냐하면 너희들이 놀람과 두려움으로 떨까봐 저어하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이제 다시 일구문(一句門)을 위하여 모든 비유를 들겠다.
마나바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큰 바다 가운데에 이르러서 한 방울의 물을 뜬 것과 같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은 지혜가 적은 이인데 그 바닷물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느냐?’
‘모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녕 그러하다. 마나바야, 너희들이 들은 바는 마치 아까의 한 물방울과 같고, 내가 말하지 않은 바는 마치 아직 뜨지 않은 물과 같다.
마나바야, 너희들은 마땅히 근기에 따라 들어야 하나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말하겠다. 너희가 듣고 난 후에 그 마음이 엄숙하고 공고해지는 것이 마치 큰 투구[大鎧]를 쓴 것처럼 된 후에야 일구(一句) 법문에 들어갈 수 있어서 환히 통달하여 의심이 없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마음의 투구가 안정되고 견고하여 동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저 모든 감관[根]이 사대(四大)로 안정되듯이, 너희가 여래의 언교(言敎)와 방편에 대해 차례로 믿고 들어가는 것도 역시 그와 같아야 한다.’
아난아, 그 때에 저 등명보살마하살은 다시 방광여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阿)ㆍ가(迦)라는 두 글자는 하나의 뜻이요, 뜻이 이미 하나인지라 둘이 될 수 없습니다. 여래는 이 두 글자의 차별 없는 곳에서 이 뜻을 말씀하셨지만 미묘하여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다만 방편으로 말씀하셨을 뿐입니다. 먼저 증명해 앎[證知]을 말미암은 후에야 설할 수 있어서 모든 비유를 짓지만, 그러나 여래는 이에 대하여 적은 비유로 설했어도 그 가운데 신근(信根)이 반드시 결정적으로 견고합니다.
아난아, 그 보살이 이렇게 묻자 방광여래가 등명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마나바야, 이미 비유의 깊은 뜻을 잘 알았구나.
마나바야, 너는 옛날 바라문 집안에 태어나 스스로 모든 논(論)과 비타(鞞陀:veda) 등의 법전을 이해하였고, 또한 다른 이에게 한량없는 백천의 갖가지 구절의 뜻[句義]을 능히 가르치고 모든 이론을 분별하였다. 너희 경론처(經論處)의 최초 언교(言敎)로 뜻[義]을 섭수해 들어간 자는 근본이 좇아온 바가 범천(梵天)에서 왔는데, 너희 바라문 법에는 바비제리(婆毘帝利)라는 일구의(一句義)가 있다. 모든 바라문들이 함께 생각하기를, ‘이 일구의 법은 비밀스럽고 미묘하여 다른 이에게 전하여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만일 다른 이가 알면 우리들은 곧 큰 이익을 잃게 될 것이다’고 하였으나, 너희들은 이 다섯 가지 구절의 뜻에 차례로 들어가서 다시 사람을 가르치고 다른 이를 위하여 설해야 한다.
이처럼 마나바야, 이 비유도 역시 마찬가지라서 모두가 문자의 근본으로부터 생겨서 다라니에 들어가 일구(一句) 등의 지혜가 적집된 법문(智聚法門)을 설하니, 이로 인하여 스스로 그 밖의 모든 법이 평등무이(平等無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문자의 근본은 응당 십이인연의 법을 알고서 다라니 법문의 방편에 들어가야 하니, 이처럼 일체지(一切智)의 인연 속에 들어가 지혜 법문을 우두머리로 삼아서 올바로 믿어 의심이 없어야 한다. 그리하여 너희들로 하여금 진실의(眞實義)를 알게 하니, 너희들은 아(阿)ㆍ가(迦)의 두 글자를 비방하지 말아야 하고 두 글자의 방편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너희가 아ㆍ가의 뜻을 취할 때에 아ㆍ가는 너희에게 여래의 바른 가르침에 즉각 들어가는 방편이니 마땅히 받아 지녀야 한다. 너희들이 만일 이 법을 배우면 반드시 여섯 달 동안 스승을 섬기면서 그로부터 언교(言敎)를 배워야 하고, 언교를 얻은 뒤에는 다시 남을 위해 설하면서 의심이 없으면 곧 변재(辯才)ㆍ언론(言論)ㆍ문구의 피안(彼岸)에 이를 수 있다.
또 마나바야, 간혹 어떤 사람이 모든 비유로 수승한 가르침[勝敎]을 다시 묻거나 혹은 아사리(阿闍利)4)나 화상(和上)이 묻게 되어서 모두에게 설하는 것을 듣고 사유(思惟)하여 이 구절의 뜻으로부터 언교를 성취하는 것이니, 성취한 뒤에는 곧 으뜸가고 수승한 법을 물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위대하고 수승한 광명[大勝光明]은 속히 성취하지 못한다.
만일 반야바라밀의 위대한 구절의 뜻[大句義] 가운데서 큰 지혜의 수승한 광명을 사유해 구한 자는 손가락 한 번 튀기는 동안에 한량없는 억수의 모든 구의문(句義門)을 능히 이해하여 결정코 환히 알아서 의혹이 없다.
또 마나바야, 만일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거나 혹은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非人]따위의 모두가 이 도의 갈래[道分]에 들어가서 십이인연과 합하여 오로지 다라니문의 법구(法句) 한 가지 일만 생각하면 아ㆍ가 두 글자의 모양이 허공과 같으니, 능히 잘 지니는 사람은 한 손가락을 튀기는 잠깐 동안에 2천구(句)의 다라니 글 뜻을 능히 수지하여 망실(忘失)함이 없을 것이다.
마나바야, 너희들은 이제 이 일을 의심하지 말라. 이 모든 구절의 뜻은 악마의 권속에게서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악마의 무리들이 이 일을 감당해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닦아 익히지 못해서 의심을 품은 자라면, 이는 바로 악마에게 교화를 당한 것인 줄 알아야 한다.’”
2. 복마품(伏魔品)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그 보살마하살들과 9억의 모든 성문 대중들은 모두가 일심으로 합장한 채 방광부처님을 향하여 그 발에 경배하였다. 왜냐하면 악마의 활동[魔事]의 은밀함을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차 올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미세한 악마의 활동을 면할 수 없어서 많은 고통을 당하고, 나아가 한 글귀와 하나의 게송조자도 읽고 외우거나 받아 지닐 수 없을 것을 두려워한 이런 인연 때문에 모든 보살들은 일심으로 청하여 물었다.
‘위대하신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악마는 많은 장애를 지어서 모든 선법(善法)을 없애므로 사문의 법[沙門法]이 아니고, 미래 세상의 악도(惡道)의 인연을 여는 것이므로 모든 악마의 활동을 끊어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다라니문과 그 뜻을 설하시어 저 미래의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의심 없이 그 의취(義趣)를 이해하여 법답게 수행하는 것이 마치 부처님께서 세간에 계시면서 이와 같이 설한 것과 같게 하소서.
다시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공양과 공경과 존중과 찬송과 수호해 지님을 일으키게 하고, 또한 온갖 사문ㆍ바라문과 하늘ㆍ사람ㆍ아수라 등으로 하여금 능히 존중하고 일심으로 공양해서 온갖 다문(多聞) 가운데 부지런히 방편을 발하게 하니, 다문(多聞)이기 때문에 불법 가운데서 문득 성숙할 수 있고, 이미 성숙한 뒤에는 문득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속히 증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치 때문에 여래께서는 응당 미래 세상 안의 뭇 악마에 대한 두려움을 관찰하시고 이 불법으로 호지(護持)를 지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해 주십시오.’
아난아, 이 때 방광부처님은 이런 말을 들으시고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나바들아, 이런 이치 때문에 너희들 억수(億數)의 보살들과 9억의 성문(聲聞)들, 그리고 저 한량없는 하늘과 사람의 대중 나아가 어떤 중생들이라도 이 법문에 대하여 혹은 믿거나 믿지 않거나 간에 모두가 일심(一心)으로 살펴 들어야 하며, 듣고 나서는 사유하면서 널리 다른 이를 위하여 말해야지 숨기거나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만일 숨기려는 마음을 내면 이 사람은 곧 불법을 끊어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니, 만일 행하고자 한다면 응당 널리 설해야 한다. 왜냐하면 불법의 광명을 널리 나타내어 수승하고 묘하고 원만하게 하려는 까닭이다.
마나바야, 불법이 원만해서 온갖 허물[過惡]이 없는 것은 마치 해와 달의 광명이 모든 구름의 가림을 여읜 채 맑게 사무치고 원만해서 그 이름을 ‘밝고 깨끗함[明淨]’이라고 한 것과 같다.
마나바야, 모든 부처님ㆍ여래의 법문이 드러나서 미묘함을 선양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니라.’
보살마하살들이 이런 말씀을 듣고 나서 곧 부처님께 말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그와 같은 법문을 널리 선양하여 나타내주십시오. 저희들이 응당 받들겠습니다.’
아난아, 이 때 방광여래는 곧 그들을 위하여 법구의 주문[法句呪]을 널리 말씀하셨다.
다 냐 타 아다례 바다례 바가다례 바가부류사 가뎨가타리 젼타리
多上姪遲地反他一阿多隷二婆多隷三波迦多隷四波迦裒留篩五伽帝伽陀利六旃陀利
소타리 하리 함 바리 하뎨바라타하뎨 바라가라마뎨 이디니디
七蘇陀利八何利九甝虎甘反婆利十訶帝波囉陀訶帝十一波囉迦囉摩帝十二伊低尼提
다제아비다제 아가례 바아야 가바라소만 아바아리 비아리
十三多梯阿毘多梯十四阿迦隷十五波曷耶十六迦婆羅蘇曼十七阿波質利十八卑質利十
비자구티녜 가나가 마리자니 나마사바디 바라마디다
九比遮拘致嬭二十迦那迦二十一摩犂遮泥二十二那摩娑婆低二十三婆羅摩提多二十四
아나나라 나하니야뎨 나바디야사 아혜바하야 비사바야
阿那那囉二十五那訶禰耶帝二十六那跋地耶四二十七阿醯婆訶耶二十八毘沙婆耶二十
마노사바하야 살리사바하혜비유호몯자디 아가사 니가사
九摩奴沙婆訶耶三十薩利娑婆訶夷毘喩呼沒遮低三十一阿迦舍三十二尼迦舍三十三
나가나사 사항가 바하바도사 몯다라비 사바하
那迦那舍三十四娑恒伽三十五婆訶跋妒四三十六佛多羅毘三十七娑婆訶凡七唱
마나바야, 이는 방편으로 수호하기 위한 것이니, 내가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을 마땅히 일심으로 살펴 들어야 한다. 내가 지금 다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다라니 경전을 열겠다.’
이 주문을 말씀하실 때에 저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의 모든 대마왕(大魔王)과 그의 권속과 악마의 군졸들이 모두가 큰 소리로 외쳤는데, 그 소리도 또한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찼다.
아난아, 그 때 방광 여래ㆍ응공ㆍ정변각께서는 눈썹 사이의 백호[眉間白毫]로 생각하시고 나서 곧 눈썹 사이로 큰 광명을 놓아 세계를 두루 비추시자, 세계에 있는 모든 악마와 마궁(魔宮)의 갖가지 장엄이 모조리 캄캄해지면서 다시는 위엄스런 빛이 없게 되었다. 모든 악마들이 보고 나서 크게 두려운 마음으로 서로 말하기를, ‘이것은 어떠한 조짐일까? 우리들의 수명이 다하여 여기를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겁의 시기[劫時]가 장차 파괴되려 하면서 화재가 일어나려 하는 것일까?’라고 하였다.
아난아, 그 때에 모든 악마들이 다시 함께 관찰하다가 그 광명이 방광부처님 눈썹 사이에서 나온 것을 보고는 의심을 하면서도 아직 분명히 알지 못해서 저마다 서로 이끌어 사치(闍致) 큰 마왕에게로 나아가서 물었다.
‘대왕이여, 지금의 광명이 누구의 것이기에 위력이 이토록 우리의 궁전을 가리고 핍박하는 것이 마치 금산(金山)이 먹 무더기[墨聚] 대하듯 합니까? 또한 크고 작은 모든 북과 공후(箜篌), 피리와 같은 갖가지 악기가 다시는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또 모든 하늘들의 찬가와 오욕(五欲)의 기뻐하고 즐거운 일들을 적멸케 해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까? 마치 병이 중한 이가 마음에 행할 바가 없듯이, 우리 궁전으로 하여금 위엄 있는 광명을 상실케 하여 모든 것이 텅 빈 것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아난아, 그 대마왕은 이 말을 듣자마자 모든 악마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알지 못하느냐? 지금 이 세계에는 명호가 방광 여래ㆍ응공ㆍ정변각이신 불세존이 계시다. 세간에 출현하셔서 악마의 업을 없애고자 했기 때문에 광명을 놓아 우리의 궁전을 가려서 덮고 우리의 위력을 빼앗아서 서까래와 처마가 떨어져 흩어지고 사방의 벽이 무너져 갈라지게 했다. 이 때문에 온갖 음악과 노래와 춤이며 오욕의 일들이 저절로 소리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어진 이들아, 너희들은 오늘 저 방광 여래ㆍ응공ㆍ정변각의 신통과 위덕이 한 줄기 광명을 놓아서 온갖 악마의 궁전과 음악을 없애는 것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또한 신통과 광명으로 모든 지옥을 다 고요하게 하고 고통을 주는 뭇 기구들을 동산과 연못으로 변화시켜서 그 물이 시원하고 맑고 가벼운 걸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연못 안에 이른바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과 같은 갖가지 꽃이 가득히 피게 하여 동산과 연못의 수목과 우거진 숲이 무성하여 멀리서 구경하고 멀리서 보는 것이 마치 눈앞에 있듯 하는 것도 너희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진 이들아, 저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들도 부처님의 가피력을 입어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 모든 쾌락을 누리며 부족한 바가 없다.’
아난아, 그 때에 저 사치(闍致) 마왕은 가장 우두머리가 되어서 모든 악마들을 이끌고 방광 부처님께로 나아가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한 뒤에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서 여래 앞에 섰다. 합장한 채 단정히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의 형상[畵像]과 같았다.
이처럼 아난아, 그 때에 방광부처님이 마왕에게 물으셨다.
‘사치야,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한량없는 백천의 악마 군졸들과 함께 나에게로 와서 예배하고는 단정히 침묵하면서 도무지 말이 없느냐?’
아난아, 사치 마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곧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모든 군졸들과 함께 여기에 왔습니다. 여래께서 눈썹 사이로 광명을 놓아 저희들의 궁전을 파괴하여 무너지게 하셨고 음성과 오욕을 즐겁게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들은 지금 모두 여기에 와서 여래께서 이와 같이 하신 인연을 청하며 묻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이제 다라니 주문을 말씀하신 것은 모든 악마들로 하여금 안온할 수 없게 함으로서 악마를 조복하려고 하신 까닭이며, 또한 성문(聲聞) 제자와 사문들을 가엾이 여기신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저희들을 지금으로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불법과 대중인 승보(僧寶)에 귀의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예로부터 어리석은 까닭에 불ㆍ법ㆍ승에 대하여 세 가지 업의 죄를 지었는데, 모든 악을 이제 여래 앞에서 정성스런 마음으로 참회합니다. 원컨대 여래와 대중께서는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저희의 참회를 받아들이소서.
세존이시여, 저희는 오늘부터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들으면서 모두 받들어 행하겠으며, 바른 생각[正思惟]에 머무르면서 감히 방일(放逸)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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