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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10 불교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 5권

by Kay/케이 202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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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 5

 

대방편불보은경 제5권

실역인명
김달진 번역

7. 인자하신품[慈品]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받으셨다.
여래께서는 한량없이 매우 깊은 수행처[行處]에서 노닐면서 중생들의 3유(有)1)의 심한 고통을 뽑기 위하여, 5개(蓋)을 열고 10전(纏)을 풀기 위하여, 일체 중생들이 모두 함께 해탈의 편안한 곳을 얻어서 함이 없게[無爲]하기 위하여, 곧 두 가지 복밭[福田]을 열어 보이셨으니, 첫째는 지음이 없는 복밭[無作福田]이요, 둘째는 지음이 있는 복밭[有作福田]인데, 이른바 아버지ㆍ어머니ㆍ스승과 어른이며 모든 부처님, 가르침, 승가와 모든 보살이니, 일체 중생은 공양을 닦고 복을 얻어 나아가야 도를 이룰 수 있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큰 제자들과 여러 큰 지혜로운 이들아, 너희들은 알아야 하리라.
여래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어야겠느니라.”
사리불은 이 말을 듣고서 몸의 뼈마디가 아픈 것이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으므로 근심 걱정하고 괴로워하다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니, 찬물을 얼굴에 뿌리자 한참 만에 깨어나서 곧 일어나 합장하고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부처님 말씀은 단 이슬과 같아서
듣고 들어도 만족함이 없거늘
부처님이 장차 게으르시면
온갖 것에 이익이 없으십니다.

다섯 갈래의 나고 죽는 바다는
더러운 진흙에 떨어짐과 같거늘
애욕의 얽힌 바가 되었기 때문에
지혜 없어 세상에서 헷갈립니다.

전생의 행은 치우침 없이 올발라서
보시를 하되 평등하였나니
그 때문에 눈썹의 흰 터럭에서
비추는 바가 한이 없으십니다.

그 눈은 마치 초생달과 같아서
시방의 나라를 환히 보시며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과 눈으로
보게 되면 크게 기쁘게 하십니다.


사리불은 이와 같은 백천의 게송으로써 여래를 찬탄한 뒤에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서 여러 대중들과 여러 하늘ㆍ용ㆍ귀신이며 사람과 사람 아닌 따위에게 말하였다.
“여러 선남자들이여, 세간 허공이 괴이하고 괴이합니다.
세간 허공이 괴롭고 괴롭습니다.
세간의 눈이 없어지니 애닯고 애닯습니다.
미묘한 보배의 법 교량이 이제 부서질 것이며, 위없는 도의 나무가 이제 꺾어질 것이며, 미묘한 보배의 훌륭한 당기가 이제 거꾸러질 것이며, 위없는 부처님의 해가 큰 열반의 산으로 질 것입니다.”
일체 대중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으로 놀라고 털이 곤두서며 곧 크게 두려워하였고, 해는 밝은 광명이 없어지고, 모든 산이 무너지며, 땅은 크게 진동하였다.
때에 사리불이 대중 가운데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의 몸매를 보건대
마치 자금(紫金)의 산과 같으니
상호의 뭇 덕이 없어지며는
오직 이름만이 홀로 남으리라.

으레 부지런히 힘써 나아가
삼계를 벗어나야겠으며
여러 착한 일을 선택하건대
열반이 가장 편안하고 즐거우리라.

사리불은 이 게송으로 여러 대중들을 위로하며 깨우친 뒤에,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몸이 허공에 오르더니 변화하여 천 마리의 보배 코끼리가 되었는데, 하나하나의 코끼리 몸들이 함께 서로 서리고 얽혀서 천개의 머리는 바깥으로 향하였으며, 하나하나의 코끼리에게는 모두 일곱 개의 어금니가 있었고, 하나하나의 어금니 위에는 일곱 개의 목욕하는 못이 있었으며, 하나하나의 목욕하는 못에는 일곱 송이의 연꽃이 있었고, 꽃받침 위에는 일곱 분의 화신불(化身佛)이 계시며, 한 분 한 분의 화신불에게는 모두가 곁에서 모시는[侍者] 사리불이 있었는데, 낱낱의 사리불은 큰 광명을 내쏘아 시방의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만큼이나 많은 세계를 널리 비추면서 인연 있는 이들을 멀리서 불렀으므로, 인연이 있는 이들은 벌써 모여 있었다.
사리불은 다시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에 가득히 채우더니, 커졌다가 다시 조그맣게 되어 땅에 들어가기를 마치 물과 같이 하였는데 나올래도 틈이 없었고 들어가려도 구멍이 없었으며, 혹은 몸 아래서 불을 내고
몸 위로 물을 내며, 뛰어올라 허공에서 없어지기도 하고, 혹은 천 개의 몸이 되기도 하고 백 개의 몸이 되기도 하며 내지 수없는 많은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낸 뒤에,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대중들 가운데로 나아가 널리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하되,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해서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고, 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에게 수다원의 도와 내지 아라한의 과위를 얻게 하였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에게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내게 하였다.
사리불은 이와 같은 한량없는 이익을 지은 뒤에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어떻게 차마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보겠습니까?”
이렇게 부르짖은 뒤에 허공으로 올라가 몸에서 불을 내어 곧 스스로 몸을 태워 열반에 들었다.
그때 대중들은 사리불을 사모하여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다가,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겨나 소리 내어 크게 울고 먼지를 몸에 묻혔으며, 해는 밝은 광명이 사라지고 하늘과 땅은 크게 진동하였다.
대중들은 사리(舍利)를 거두어 가지고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는데, 한량없는 백천의 대중들이 탑을 둘러싸고 사리불을 생각하면서 괴로워하는 마음을 내어 미친 듯이 다니면서 바른 생각을 잊어 버렸다.
여래께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는 힘으로써 변화로 사리불을 만들어 대중 가운데 있게 하자, 대중들은 사리불을 보고서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근심과 괴로움이 곧 가셨는데, 기뻐하는 마음으로 인하여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그때에 아난이 여래의 거룩한 힘으로써 대중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폈더니 모두가 의심을 지녔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어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사리불은 어떠한
인연으로 먼저 여래 앞에서 열반에 들어 여러 대중들을 근심하고 괴롭게 하는 것이 이와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과 여러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야말로 다만 오늘만 먼저 여래 앞에서 열반에 들은 것이 아니니라. 과거 세상에서도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하여 나보다 먼저 열반에 들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사리불이 지나간 세상에서도 먼저 열반에 들었다 하시니, 그 일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오랜 과거 아승기겁 전에, 그때에 바라나라는 나라가 있었고, 그 바라나국의 왕의 이름은 대광명(大光明)이었는데, 대광명왕은 60 개의 작은 나라와 8백 개의 마을을 주관하고 있었느니라.
그 왕은 언제나 인자한 마음을 품고 일체에게 보시하되 남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였는데, 그때에 어느 한 변두리 작은 나라의 왕이 항상 미워하여 거스르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느니라.
대광명왕은 다달이 제삿날이면 5백 마리의 큰 코끼리에 값진 보배와 돈과 재물이며 옷과 음식 등을 실어 큰 저자 가운데다 놓고, 그리고 네 개의 성문 밖에도 놓아두고서 일체에게 보시하였는데, 때에 적국의 원수는 대광명왕이 일체에게 보시해서 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필요한 의복과 음식이며 금ㆍ은의 값진 보배가 있으면 멋대로 가지고 떠나갔었느니라.
그때 변두리 작은 나라 왕은 대광명왕의 보시하는 덕을 듣고 마음에 시새움을 내어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놓고서 ‘누가 저 바라나국에 가서 대광명왕의 머리를 구해오겠느냐’라고 하였지만, 여러 신하들은 모두가 가겠다는 이가 없었으므로 왕은 다시 널리 명을 내리기를, ‘누가 저 바라나국에 가서 대광명왕의 머리를 구해오겠느냐? 가는 자에게는 금 천 근(斤)을 상주리라’고 하였더니, 그 중에 어느 한 바라문이 말하기를, ‘제가 가서 구해오겠습니다. 다만
나에게 양식만 주십시오’라고 하였으므로, 이 나라는 바라나에서 6천여 리(里)나 떨어져 있는지라 왕은 곧 양식을 주어 바라나국으로 보냈느니라.
바라문이 바라나국의 경계에 가 닿으니, 그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여러 날짐승ㆍ길짐승들은 놀라서 사방으로 달아나며 햇빛은 가리워지고 달은 밝은 빛이 없어지며 다섯 가지 별과 뭇 별들은 통상의 궤도를 잃었고 붉고ㆍ검고ㆍ흰 무지개가 밤낮으로 늘 나타나며 별똥별이 떨어졌으며 그 나라 안에 있던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이며 꽃과 열매가 무성하여 언제나 좋아할 만한 것들이 모두 바짝 말랐느니라.
바라문이 바라나성으로 가서 문밖에 있었더니, 때에 문을 지키는 귀신이 문지기에게 말하기를, ‘이 크게 악한 바라문은 먼 지방에서 왔는데, 대광명왕의 머리를 빌려고 하니 그대는 들어갈 것을 허락하지 말라’고 하였느니라.
바라문은 문밖에 서서 이레 동안이나 머무르며 나아갈 수가 없었으므로, 문지기에게 말하기를, ‘나는 멀리서 왔는데, 대왕을 만나려 합니다’라고 하니, 때에 문지기가 곧 들어가서 왕에게 아뢰기를, ‘어느 한 바라문이 먼 지방으로부터 와서 지금 문밖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이 말을 듣고 곧 나가서 받들어 마중하며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뵙듯이 앞에서 그에게 예배하고, ‘어디서 오셨습니까? 길을 오시느라고 고달프시지나 않으셨습니까?’라고 하므로, 바라문이 말하기를, ‘내가 다른 지방에 있으면서 왕의 공덕을 들으니, 보시를 하되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아서 명성이 멀리까지 들리어 위로는 푸른 하늘에 사무치고 아래로는 황천까지 사무치는지라, 멀거나 가깝거나 노래하고 찬양하니 실로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그래서 멀리서부터 산과 내를 지나고 건너왔으니, 이제 얻을 것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말하기를, ‘나는 이제 일체에게 보시하는 이라 불리니, 구하는 바가 있으시면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마십시오’라고 하는지라, 바라문이 말하기를, ‘실제로 그러하십니까? 나는 딴 물건은 필요 없고 이제 큰 제사를 지내려 하므로 왕에게 머리를 빌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깊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끝없이 나고 죽고 하면서 부질없이 이 몸을 잃었고 일찍이 법을 닦지 못하였다. 공연히 나고 죽음을 받으면서 나의 정신만을 수고롭게 하였으니, 이제 이 몸으로 깊이 보리를 구하여 맹세코 중생에게 미치고자 하노라. 이제 주지 아니하면 나의 본래 마음을 어긴 것이요, 만약 이 몸을 보시하지 아니하면 어떤 인연으로 장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겠느냐’라고 하고, 왕이 말하기를, ‘아주 좋습니다. 나는 조금 스스로 살피고 생각해서 나라의 자리를 부인과 태자에게 맡겨야겠으니, 7일이 지난 뒤에 그대에게 주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대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가서 여러 부인들에게 알리기를, ‘천하의 은혜와 사랑은 모두가 이별하기 마련이오. 사람은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고, 일에는 성공과 실패도 있으며, 만물은 봄에 났다가 가을과 겨울에 저절로 마르는 것이오’라고 하므로, 부인과 태자가 이 말을 듣자 마치 사람이 목에 걸린 것을 삼킬 수도 없거니와 또 뱉을 수도 없는 것과 같았는데, ‘대왕이시여, 이제 무슨 일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어떤 바라문이 먼 지방으로부터 와서 나의 머리를 갖고 싶어 하는지라, 내가 이미 허락하였도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인과 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온몸을 땅에 던져 소리 내어 크게 울며 스스로 머리칼을 뽑고 옷과 치마를 찢으면서 말하기를, ‘대왕이여, 천하에서 중한 것은 내 몸 같은 것이 없거늘 어떻게 오늘 버리기 어려우신 것을 버리어 남에게 보시하려 하시나이까’라고 하였느니라.
때에 5백의 대신들이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이 냄새나고 문드러질 피고름 투성이인 머리를 무엇에 쓰려고 합니까?’라고 하자, 바라문이 말하기를, ‘내가 스스로 구걸하는 것인데, 어디에 쓸지는 왜 물으십니까?’라고 하므로, 대신들이 말하기를, ‘당신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므로 우리가 당신에게 묻는 것이니, 당신은 우리에게 대답해야만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바라문은 바로 사실대로 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두려운 마음을 품고서 대신들을 무서워하여 그의 목숨을 끊으려고 하였으므로, 5백의 대신들이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두려워하지 마시오. 우리들이 이제 당신에게 두려움이 없음을 베풀어 주리다.
대왕을 위하여서인데, 가난한 바라문이 어째서 급히 이 피고름 투성이의 머리를 쓰려고 하시오. 우리들 5백 인이 사람마다 하나씩 칠보로 된 머리를 만들어서 함께 서로 바꾸고 아울러 필요한 것을 주어 당신에게 7대 동안 모자라거나 적음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더니,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는 쓸데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대신들은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소리 내어 슬피 울면서 대왕에게 아뢰기를, ‘대왕이시여, 이제 어찌 차마 이 국토의 인민들이며 부인과 태자들을 버리려고 하시나이까. 한 명의 바라문을 위하여 영영 저버리려 하시옵니까’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이제 그대들과 일체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몸을 버리어 보시하는 것이니라’라고 하므로, 첫 번째 대신이 왕의 말을 들어보니 틀림없이 몸을 버리어 바라문에게 줄 것이므로 곧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어떻게 대왕이 몸과 목숨을 버리는 것을 보겠느냐’라고 생각을 한 뒤에 바로 고요한 방으로 들어가 칼로 몸소 그 목숨을 끊어 버렸느니라.
그때에 대왕은 곧 후원으로 들어가서 바라문을 오라고 불러, ‘그대가 이제 멀리서 와서 나에게 머리를 구걸하므로 그대를 가엾이 여겨서 그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내가 내생에서는 지혜의 머리를 얻어 그대들에게 보시하게 하소서’라고 하고, 이 말을 하여 마치고서 곧 일어나 합장하고 시방을 향하여 예배하면서 말하기를, ‘시방의 부처님들께서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며, 모든 높으신 보살님들은 거룩한 신력으로 도와주셔서 저에게 이 일이 반드시 이룩되게 하여 지리다’라고 하고서,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그대의 뜻대로 가져가십시오’라고 하였느니라.
바라문이 말하기를, ‘왕에게는 역사(力士)의 힘이 있으시니, 막상 고통이 닥치면 벗어나고자 하여 변하고 뉘우치며 고통을 참지 못해서 혹은 도리어 나를 해칠 수도 있으리다. 왕이 참으로 그렇게 하시겠다면 어째서 머리칼을 손수 나뭇가지에 묶지 않으십니까’라고 하므로, 왕이 이 말을 듣고서 인자함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이 바라문이 겁을 먹고 괴로워하는구나. 만약
나의 머리를 끊을 수가 없다면 큰 이익을 잃게 되겠구나’라고 하면서, 곧 그의 말대로 머리칼을 손수 나무에 묶어 놓고서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나의 머리를 끊어서 도로 내 손에 놓으시오. 내 손으로 그대에게 주겠습니다’라고 하자, 바라문이 손에 칼을 잡고 나무를 향하여 나아갔는데, 그때에 나무귀신이 손으로 바라문의 머리를 쳤는지라 기절하여 땅에 거꾸러졌느니라.
대광명왕이 나무귀신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나를 돕지 않고, 도리어 선한 법에 반하여 어려움을 일으키는구나’라고 하자, 나무귀신이 이 말을 듣고서 괴로워하며 곧 부르짖기를, ‘괴상합니다. 괴롭습니다’라고 하니, 공중에는 구름이 없는데도 피가 비처럼 내리고 하늘과 땅은 진동하며 해는 밝은 빛이 없어졌느니라.
바라문이 곧 왕의 머리를 끊어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니, 그때에 5백의 태자와 여러 신하들은 곧 대광명왕의 남아 있는 몸과 뼈를 거두어서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첫 번째 대신으로서 대광명왕이 머리를 보시한다는 것을 듣고 마음에 참고 견디지 못하여 곧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요, 그때의 대광명왕이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인 석가여래이니라.
보살은 이렇게 고행을 닦아 익혀서 맹세코 중생들을 위하고 모든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였나니, 그 때문에 뛰어 넘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었느니라.
그러므로 사리불은 여래가 열반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을 듣고는 눈으로 차마 보지 못하여 먼저 열반에 드는 것이 본래와 다르지 않으니, 과거 세상에서도 차마 나의 몸과 목숨 버리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니라.
내가 이 후원에 있는 이 나무 아래서 전륜왕의 머리를 버리고 보시한 수가 천 번이 꽉 차거든, 하물며 다른 신분으로서의 몸과 손발이겠느냐.”
이 고행의 인연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수다원의 도와 내지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내었다.
일체의 대중들인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 기뻐하며 떠나갔다.
마가다국에 5백의 떼도둑이 있어서 언제나 길을 끊고 사람을 겁탈하며 아무 죄 없는 이들을 잘못 죽였으므로, 왕의 길이 끊겼다.
그때 마가다왕은 곧 네 가지 병사들을 일으켜서 가서 붙잡아다 깊은 산의 험한 곳으로 보내 놓고, 곧 하나하나의 도둑을 잡아서 그의 두 눈을 빼고 귀와 코를 깎아 버렸다.
5백의 떼도둑은 몸이 고통스러워서 곧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때에 5백 명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부처님의 제자였으므로 여러 대중들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거늘 어째서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5백 명이 함께 소리 내어 말하기를, ‘나무석가모니불’이라고 하였는데, 그때에 여래께서는 기사굴산에 계시면서 인자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건타산(乾陀山)에 노닐면서 곧 큰 바람을 일으켜 숲과 나무를 불어 움직여서 전단(栴檀)의 먼지를 일게 하여 공중에 가득히 채우고서 바람으로 그 깊은 산중의 여러 떼도둑의 처소로 불어 가게 하여 도둑들의 눈과 여러 몸의 상처에 모아들게 하시니, 평상대로 회복되어 예전과 같이 되었다.
그때 여러 도둑들은 도로 두 눈을 얻고 몸의 상처가 회복되며 피가 변하여 젖어 되었으므로 모두 함께 말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부처님의 무거운 은혜를 입고 몸이 편안하며 즐거워졌으니,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면 응당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하리라’고, 이렇게 부르짖은 뒤에 일체
대중들은 소리를 같이하여 말하기를, ‘아직 편안하지 못한 중생들을 우리가 편안하게 하여야겠으며, 아직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을 우리가 제도해야 하겠으며,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중생들을 열반을 얻게 하리라’고 하였다.
여래의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과 방편과 거룩한 힘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계셨는데, 그때에 기사굴산에서는 5백 인이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길을 끊고 사람을 겁탈하며 여러 그릇된 짓을 하였으므로, 여래께서는 방편의 힘으로 변화하여 한 사람이 되어서 크고 이름 있는 코끼리를 타고 몸에는 갑옷을 입고 활과 화살을 메고 손에는 창을 잡았으며, 타고 있는 큰 코끼리도 모두 칠보로 장엄하고 그 사람 또한 칠보로 스스로 장엄하여 구슬이며 가락지를 엄숙하게 갖추었으므로 모두가 광명을 내었는데, 혼자 몸만으로 험한 길에 들어서 기사굴산에 가 이르렀다.
산중에 5백 명의 떼도둑들이 멀리서 이 사람을 보고 서로가 말하기를, ‘우리들은 여러 해 동안 도둑질을 하면서도 아직 이런 이를 못 보았다’라고 하였는데, 도둑의 우두머리가 여러 사람에게 묻기를, ‘그대들은 무엇을 보는가’라고 하므로, 그 사람들이 대답하기를, ‘어느 한 사람이 보이는데 큰 이름 있는 코끼리를 탔고 영락을 입었으며, 코끼리와 탈것까지도 순전히 칠보이므로, 큰 광명을 내쏘아 하늘과 땅을 비추고 움직이면서 길을 따라 옵니다. 겸하여 다시 말하면, 한 사람뿐이니 우리들이 만약 이 사람을 사로잡는다면 생활을 도우는 의복과 음식이 7대 동안을 모자람이 없겠습니다’라고 하는지라, 도둑의 우두머리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하는 마음에 내며 은밀하게 같이 부르짖게 하되, ‘부디 베거나 쏘지 말고 천천히 붙잡아라’고 하였으므로, 곧 앞뒤로 에워싸고 한꺼번에 나오면서 5백 사람이 소리를 같이하여 부르짖었다.
그때 변화한 사람은 자비의 힘으로 가엾이 여기어 즉시
활을 펴서 살을 당겨 쏘았는데, 5백 명의 사람마다 한 대의 화살을 맞아서 상처의 괴로움을 견뎌내기 어려웠으므로 곧 모두가 땅에 쓰러져서 뒹굴며 크게 울다가 일어나서 같이 화살을 뽑았지만 그 화살은 단단해서 힘으로는 감당할 바가 아니었다.
5백의 사람들이 곧 두려움을 품고, ‘우리들은 이제 반드시 죽을 것이 틀림없구나. 왜 그러냐 하면, 이 한 사람을 대항하기 어려운 일이란 이제까지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곧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물었다.

당신은 바로 어떠한 사람이오?
이는 주술(呪術)의 힘 때문입니까,
아니면 용이며 귀신이십니까?
한 화살로 5백 명을 쏘았습니다.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려우나
우리들의 몸은 귀의할 터이니
저희들을 위하여 독화살을 빼주시면
따르며 감히 어기지 않으리다.

그때 변화한 사람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쁜 짓은 찍힌 상처보다 더하며
성냄은 쏘는 화살보다 더하나니
이는 장사라도 뽑을 수 없고
오직 많이 들음[多聞]으로만 없어지느니라.

변화한 사람은 게송을 말하고 나서, 곧 부처님 몸으로 회복되어 큰 광명을 놓아 사방을 두루 비추었는데, 일체 중생으로서 이 광명을 만나게 되면 장님은 보게 되고 곱사등이는 펴지며 곰배팔이는 손발을 얻게 되고 삿되고 헷갈린 이는 참된 말을 얻게 되나니, 통틀어 말하면 모든 뜻에 맞지 않던 것이 다 소원대로 되었다.
여래께서 5백 사람을 위하여 보여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면서 갖가지 법을 말씀하시니, 5백 사람들은 법을 듣고 기뻐하여 몸의 상처도 낫고 피가 도리어 젖이 되었으며, 즉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 함께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희들은 이미 마음을 내었으므로
널리 중생들을 이롭게 하겠으며
응당 언제나 공경 하면서
모든 부처님의 배움을 따르리라

생각건대 부처님은 자비의 힘으로
고통 뽑아 몸과 마음 편안하게 하셨으니

당연히 부처님 은혜와
보살과 착한 벗의 은혜를 생각하겠나이다.

스승과 어른과 아버지며 어머니며
그리고 모든 중생들에게
원수거나 친하거나 마음이 평등하여
은혜와 덕에 둘이 없으니라.

그때 공중에서 욕계의 여러 하늘과 교시가(憍尸迦)2) 등이 하늘의 꽃들을 비처럼 내리고 하늘의 풍악을 잡히어 여래께 공양하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희들 먼저 세상의 복으로
광명을 매우 엄히 꾸며서
뭇 미묘한 공양거리로
일체를 이익 되게 하였습니다.

세존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미묘한 법 또한 듣기 어려운데
전생에 심은 뭇 덕의 근본으로
석가종족 가운데 거룩한 분을 이제 만났나이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또한 도의 마음을 낼 것이며
저는 이제 부처님을 뵈었으므로
가진 세 가지 업의 선함으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위없는 도에 회양하겠습니다.

그때 여러 하늘이 이 게송을 말하고는 백천 번을 돌고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중을 날아 떠나갔다.

여래의 방편과 인자하신 선근(善根)의 힘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그때 비사리국(毘舍離國)에 어느 한 바라문이 삿된 소견에 집착하고 젠체하는 데에 탐착하였는데, 사리불과 대목건련이 그 집에 가 이르러서 법을 말하여 깨우쳤지마는 믿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삿된 이론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 집은 크게 부자인지라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었으나 집안에 아들이 없었으므로, ‘하루아침에 죽게 되면, 재산은 관청에 몰수되리라’고 생각한 뒤에 여러 산과 여러 나무귀신에게 제사를 받들었더니, 90일 만에 그 부인이 임신하였는데, 달이 차자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단정하고 상호를 두루 갖추었으므로, 부모가 사랑하고 생각하며 뭇 사람들이 존경하였는데, 나이 12살이 되자 여러 벗들과 함께 바깥에 나가 유람하다가 길에서 취한 코끼리를 만나 밟혀서 문득 죽어버렸다.
부모는 듣자마자 소리 내어 크게 울며, 스스로를 땅에 던져
미친 듯이 되었으므로 먼지가 몸에 묻었고, 손수 머리칼을 뽑으면서 말하기를, ‘어찌 그리 박명한가! 살아서 나의 보배를 잃었구나’ 하고, 아이에게 나아가서 죽은 시체를 끌어안고 소리 내어 통곡하며 기절하였다가 소생하여서는 미친 마음이 나서 벌거숭이 몸이 되어 다니다가 여래를 뵙게 되었다.
여래께서 인자하신 선근의 힘으로 변화하시여 그 아이가 되셨습니다.
그때에 부모는 곧 나아가 끌어안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미친 기운이 스러지며 본심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므로, 여래께서는 그때에 곧 그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으니, 법을 들음으로 인하여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여래의 인자하신 선근의 힘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그때 유리왕(流離王)이 네 가지 병사들을 일으켜 사유국(舍維國)을 정벌하면서 여러 석가(釋家) 자손들을 잡아다가 구덩이를 파고 묻되, 구덩이를 모두 겨드랑이 높이로 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7일이 지난 뒤에 여래께서는 인자하신 선근의 힘으로 곧 그 땅을 변화시켜 목욕하는 못으로 만드셨으며, 그 목욕하는 못의 물은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고, 미묘하고 향기로운 꽃인 파두마꽃과 분다리꽃이 있어서 푸르고 누르고 희고 붉은 것이 크기는 마치 수레바퀴만큼 하여 가운데 가득히 찼고, 기이한 종류의 뭇 새들은 서로 화답하며 지저거렸다.
여러 석가 자손들을 이런 일을 보고서 기쁜 마음을 내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는데, 보리의 마음을 낸 뒤에 유리왕이 술을 5백 마리의 검은 코끼리에게 마시게 하여 아주 취하게 하고, 다리에는 철갑(鐵甲)을 채우고 코에는 날카로운 칼을 매달아서 곧 사납게 북을 울리며 여러 마리의 코끼리 떼를 풀어놓으니 석가의 자손들을 밟았으므로, 몸의 모든 뼈마디며 살갗과 뼈가 부서져서 어지럽게 흩어져 땅에 있었으나 여래의 자비로운 힘 때문에 몸과 마음은 편안하고 즐거웠으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웠기 때문에
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보리의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여러 중생들에게 평등한 마음을 내었으며, 평등한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성을 내지 않았고, 성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태어났다.
하늘에 난 뒤에 곧 하늘눈[天眼]으로 도리어 본래의 인연을 자세히 살피면서 서로가 말하기를, ‘우리들은 부처님의 인자한 은혜를 입고 하늘에 나게 되어, 칠보의 궁전에서 훌륭한 옷과 몸의 여러 광명이며 미묘한 풍악과 일체의 즐거움이 갖추어져 있으니, 모두 이는 여래의 거룩한 힘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며, 부처님의 법이 유포되어 있는 곳이라면 성읍이거나 마을이거나 산과 숲과 나무 아래며 궁전과 사택에 이르기까지 읽고 외우고 쓰고 베끼어 그 뜻을 해설하며, 유포한 곳을 따라 뜻에 맞도록 공급하여 모자라거나 적음이 없게 하며, 만약 병란(兵亂)과 질병과 흉년이 있으면 우리들은 응당 밤낮으로 옹호하여 마음에서 버리거나 여의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하늘들은 이런 원을 세운 뒤에 몸의 빛깔과 힘이며 광명이 빛나서 보통 때보다 갑절이나 되었으므로, 기뻐 날뛰며 공중을 날아 떠나갔다.

여래 방편의 인자하신 선근의 힘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그때 유리왕이 사유국을 정벌하고 여러 석가 종족들을 해친 뒤에, 여러 석가 여인들을 고르되 단정하여 재능이 남보다 뛰어나고 저마다 수없는 재주를 지닌 이들을 선택하여 5백 사람을 뽑아 앞뒤로 에워싸고 풍악을 잡히며 본국으로 돌아와서, 부인이며 채녀들과 정전(正殿) 위에 올라 가부하고 앉아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쾌락과 좋음이 한량없도다.”
때에 여러 석가 여인들이 유리왕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어째서 쾌락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내가 적에게 이겼기 때문이니라.”
여러 석가 여인들이 말하였다.
“당신은 이길 수 없습니다.
설령 당신 나라의 모든 네 가지 병사들이라도 우리 석가 성바지 한 사람도 대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석가 성바지는 바로 부처님의 제자들인지라 남들과 싸우지 않기 때문에 당신들이 이긴 것입니다. 만약 악한 마음을 일으켰다면, 당신들이 앞뒤로 서너 차례 병사를 일으켜서 사유국을 향하였더라도 항상 물러났을 것입니다.
당신들이 처음으로 왔을 적에 우리 여러 석가 성바지들은 말하기를, ‘이 유리왕이 은혜도 모르고 도리어 반역을 하는구나. 만약 우리들이 그들과 싸운다면 어짊과 어리석음이 구별되지 않으며 검은 것과 흰 것이 분명하지 않을 것이니, 우리들은 이제 응당 두렵게 해서 그들이 물러나 흩어지게 해야 하리라’ 하고, 곧 맹세를 세우되 ‘이제 여러 분들은 같이 쏘되 화살에 다치지 않게 하라’라고 하면서, 곧 네 가지 병사를 일으켜 가서 유리왕에 대항하여 40리 떨어져 활을 당겨 쏘니, 화살마다 서로 이어지고 오늬가 서로 버티었으므로, 유리왕이 이것을 보고는 두려워하며 물러나 돌아갔습니다.
90일 만에 다시 네 가지 병사를 일으켜 석가 성바지를 쳤는데, 그때에 여러 석가들이 곧 함께 의논하기를 ‘유리왕은 악인이라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또 와서 해치려 하는구나’ 하고, 여러 석가들이 다시 맹세를 세우되, ‘오늘 여러 사람은 다 함께 갑옷을 쏘되, 사람은 다치지 않게 하라’고 하였으므로, 이에 여러 석가들은 다 함께 쏘아서 여러분들의 갑옷을 맞게 하여 갑옷이 갈갈이 깨어져서 알몸으로 서 있게 하자, 때에 유리왕이 두려워하며 곧 여러 신하들을 모으고서 같이 의논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아마 온전히 살아남지 못하겠구나’라고 하니, 그 중의 첫째 대신이 대왕에게 말하기를, ‘이 여러 석가 성바지는 모두가 부처님의 제자들인지라 살생하지 않는 계율을 지녀서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을 닦고 행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몸과 목숨은 오래 전에 죽어 없어졌을 것입니다’라고 하므로, 왕이 말하기를, ‘사실이 그렇다면, 다시 전진해야겠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여러 석가들은 손을 거두고 서 있다가 유리왕의 군사와 말들이 드디어
가까이 닥쳐왔으므로, 여러 석가 성바지 중에서 어느 한 바라문이 석가들에게 말하기를, ‘이제 패망의 앙화가 다가왔거늘, 어찌 가만히 있으리오’ 하자, 여러 석가들이 대답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남들과 다투지 않으리라. 만약 그들과 다룬다면 부처님의 제자들이 아니다’라고 하므로, 바라문은 곧 그 말을 듣고 싫어하며 석가들 앞으로 뛰어 나와 유리왕과 싸우면서 한 개의 화살로 일곱씩을 쏘았는지라 잠깐 사이에 다치고 죽는 이가 점점 많아졌으므로 유리왕의 네 가지 병사들은 곧 물러가 돌아갔습니다.
때에 여러 석가들은 다시 생각하기를, ‘우리들은 이제 이 나쁜 사람과 더불어 한 편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하고, 곧 석가의 무리들을 모아서 함께 이 바라문 성바지를 내쫓았으니, 내쫓은 뒤에 유리왕의 네 가지 병사들이 사유국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당신이 이기게 된 것입니다.”
유리왕은 곧 부끄러워하면서 전타라를 불러 귀와 코를 깎고 손발을 끊어버렸고, 손발을 끊은 뒤에 곧 수레에 태워서 무덤 사이에 버리니, 여러 석가 여인들은 뒹굴며 또 손발이 없어졌는지라 슬피 울부짖었는데, 몹시 심한 고통은 몸을 저미었고 남은 목숨도 얼마 되지 아니하였다.
때에 여러 석가 여인들은 저마다 ‘아버지, 어머니’를 부르고, ‘형님’, 또는 ‘아우야’를 부르며 ‘누이’를 부르기도 하였고, 혹은 다시 하늘을 일컫기도 하고 땅을 부르는 이도 있었으나 심한 고통은 한량이 없었는데, 오직 그 중에 첫 번째 석가의 여인이 여러 여인들에게 말하기를, ‘자매들이여, 알아야 하오. 내가 일찍이 부처님께 들었으니 만약 어떤 사람이 운명에 급할 적에 한 생각을 내어 부처님을 지극한 마음으로 생각하며 귀의한다면, 곧 편안함을 얻고 저마다 소원을 이룬다고 하셨습니다’라고 하자, 5백의 석가 여인들은 소리를 같이하며 지극한 마음에서 부처님을 생각하되, ‘나무석가모니, 다타아가타(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붓타(三藐三佛陀)’라 하고, 다시 부르짖되, ‘괴롭고 괴롭습니다. 아프고 아픕니다. 아아, 바가바(婆伽婆)이시여, 수가타이시여’라고 이렇게 부르짖을 때에, 공중으로부터
여래께서 인자하신 선근의 힘으로 큰 자비의 구름을 일으키시어 큰 자비의 비를 내리시니, 여러 여인들의 몸에 내렸으므로 비를 맞은 뒤에 몸과 손발이 도로 생겨서 옛날과 같이 되었다.
여러 여인들은 기뻐하며 모두가 부르짖되, ‘여래는 인자한 아버지요, 위없는 세존이시며, 세간의 미묘한 약이시며, 세간의 안목(眼目)이시어서, 삼계 안에서 괴로움을 뽑아버리고 쾌락을 주시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희들이 이제 고통과 환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니, 저희들은 이제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할 것이오며, 은혜 갚기를 생각하겠나이다’라고 하였다.
여러 여인들은 생각하기를, ‘무슨 일로써 부처님의 은혜를 갚아야 할까. 여래의 몸은 금강의 몸이요, 항상 머무르시는[常住] 몸이요, 굶주림이 없는 몸이요, 미묘한 빛깔의 몸으로서, 모두 이는 백천의 선정과 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정도(正道)의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것과 서른두 가지 몸매와 여든 가지 잘생긴 모습을 두루 갖추었으며, 두 가지 장엄을 갖추시어 큰 열반에 머무신다. 평등하게 중생들을 보시어 마치 라훌라처럼 여기시고, 원수와 친한 이를 똑같이 보시며, 또한 갚음도 바라지 아니하신다. 우리들이 이제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면 함께 출가하여 계율을 닦고 지니어 바른 법을 보호하고 가져야겠구나’라고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옷과 발우를 구하여 왕의 동산[王園]에 있는 비구니 정사로 나아가 출가하기를 구하였다.
때에 여섯 무리[六群]의 비구니는 그 석가 여인들이 나이 어리고 아름다우며 단정함을 보고서, ‘이제 어떻게 이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고 함께 출가할 수 있겠는가. 우리들이 그들을 위하여 세간의 다섯 가지 욕심의 쾌락을 말해주리라. 나이가 차기를 기다렸다가 지난 연후에 출가함이 또한 유쾌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만약 세속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옷과 발우를 우리들에게 보시하리라’고 이런 생각을 한 뒤에, 석가 여인들 앞에서 곧 위의 일들을 그 여인들에게 말하였다.
그 여인들은 듣고 나서 마음에 괴로움을 품고서, ‘이렇게 안온한 곳에 어찌 이런 큰 두려움이 있을까. 마치 반찬과 음식에
독약이 섞여 있는 것처럼, 이 비구니들이 말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구나. 세간의 다섯 가지 욕심은 여러 가지 허물과 근심이 많아서 우리도 이미 자세히 알거늘 어떻게 도리어 그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우리들에게 권하여 본가로 돌아가서 다섯 가지 욕심에 있으라는 것일까’라고 이런 생각을 한 뒤에, 소리 내어 크게 울면서 도로 승방을 나왔다.
때에 화색(華色)이라는 비구니가, 곧 그 여인들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슬피 우는가?”
그 여인들이 대답하였다.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그대들의 소원은 무엇인가?”
대답하였다.
“출가를 하려고 하였으나, 허락 받지 못하였습니다.”
화색 비구니가 물었다.
“너희들이 출가를 하고자 한다면, 내가 너희들을 제도하였다.”
그 여인들은 듣고서, 기쁜 마음을 내어 곧 따라서 제도 되어 제자들이 되었다.
때에 그 석가 여인들이 이미 허락을 받고 슬픔과 기쁨이 엇갈려서 이런 말을 하였다.
“화상(和上)은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저희들은 집에 있으면서 뭇 고통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일가붙이들이 죽었으며 귀와 코를 깎이고 손발이 끊어지는 등 재앙과 근심이 아주 심하였습니다.”
그때 화상이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의 괴로움쯤이야 어찌 말할 거리나 되느냐.
내가 집에 있을 때에 받은 여러 가지 고통이야말로 그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석가 여인들은 길게 꿇어앉아 스승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집에 계실 때의 뭇 고통의 인연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때 화색비구니는 곧 삼매에 들어 신통력으로 큰 광명을 놓아 염부제에 비추면서 인연이 있는 하늘ㆍ용ㆍ귀신ㆍ사람과 아닌 것을 불러 청하고, 대중들 가운데서 곧 말하였다.
“나는 집에 있을 때, 바로 사위국(舍衛國)의 사람이었다.
부모가 나를 북방 사람에게 시집을 보냈는데, 그 나라 풍속에는 그 아내가 임신하여 해산하려 할 때에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는 법이었느니라.
이렇게 하여 차례로 수년 동안 아들을 낳았으며,
뒤에 또 임신하여 해산할 날이 다가왔으므로 모두가 수레와 말을 타고 부부가 서로 거느리며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중도에 있던 강물이 느닷없이 범람하였는데, 그 길은 뒤가 끊어져서 여러 도둑의 재난이 많았고 이미 강에 닿았으나 건너갈 수가 없어서, 강가 언덕에서 머무르며 묵게 되었느니라.
초저녁에 나는 배가 갑자기 아팠으므로 곧 일어나 앉았는데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분만하여 한 사내아이를 낳았느니라.
언덕가의 풀 속에 있던 큰 독사가 새 피의 냄새를 맡고 곧 나에게로 오다가 아직 나에게 닿기 전에, 나의 남편과 종이 길 가운데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뱀이 종에게로 가서 바로 깨물어 죽이고 그 앞에 남편이 있는 곳에 이르러 남편 역시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므로 남편도 깨물어 죽였느니라.
나는 그때 부르짖으면서, ‘뱀이 온다. 뱀이 온다’라고 하며 남편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으니, 남편과 종은 이미 죽었으며, 그때에 독사는 소와 말도 물어죽였느니라.
해가 돋아나온 뒤에, 그 남편의 몸은 부풀어서 문드러졌고 뼈마디는 흩어져 여기 저기 땅에 있는지라, 근심과 슬픔과 두려움으로 땅에 쓰러져 소리 내어 크게 울면서 손으로 가슴을 치고 자신의 머리칼을 뽑으니 먼지가 몸에 묻었느니라.
곧 다시 기절하여 온몸을 뼈에 던지며 이렇게 근심하고 괴로워하기를 수일 동안 하면서 혼자 언덕가에 있었는데, 그 물이 점차 줄어들었으므로, 어린아이를 등에 업어 손으로 끌어안고, 그 새로 낳은 아이는 치마에 담아서 입으로 물고는 곧 앞에 있는 물로 들어갔느니라.
바로 강의 절반쯤에 이르러서 뒤돌아 큰 아이를 보니, 한 마리 사나운 호랑이에게 쫓기고 있는지라 입을 벌리어 부르짖는다는 것이 입에서 치마를 놓치게 되었고, 젖먹이가 물에 빠졌으므로 손으로 찾고 더듬다가 끝끝내 찾지도 못하고 그 등 위의 아이까지 손을 놓쳐서 물에 빠뜨려 또 잃어 버렸고, 그 언덕 위의 아이는 호랑이에게 먹혀버렸느니라.
나는 이런 일을 당하고서 심장과 간장이 찢어져 입으로 뜨거운 피를 토하며 소리 내어 크게 울면서, ‘괴이하고, 괴이하구나. 나는 이제 하루아침에 이런 혹독한 재난을 당하였도다’라고 하고,
곧 언덕위에 이르러서는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오래지 않아서 큰 무리들이 다가왔느니라.
그때 그 일행들 가운데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나의 부모와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으므로, 내가 곧 나아가 부모의 소식을 물었더니, 그때에 장자가 나에게 대답하기를, ‘그대 부모의 집은 어제 밤에 불이 나서 모두 다 타버렸고 부모도 죽었느니라’라고 하므로, 나는 이를 듣고서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가 한참 만에 깨났느니라.
얼마 되지 않아서 5백의 떼도둑들이 곧 그 일행을 무너뜨렸는데, 그때에 도둑의 우두머리가 나를 데리고 가서 자기 부인으로 삼았고, 언제나 문을 지키게 하다가 만약 급한 일이 있어서 사람에게 쫓김을 당하면 속히 문을 열어야 했느니라.
뒤에 어느 땐가 남편과 떼도둑들이 같이 가서 도둑질을 했다.
그때에 재산의 주인과 왕이며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쫓았으므로 곧 그의 집으로 돌아 왔으나, 때마침 그의 아내인 나는 그 집 안에 있으면서 아이를 낳던 참이라 남편이 문 밖에서 두 번 세 번 불렀지마는 안에 문을 열어 줄 사람이 없었느니라.
그러자 도둑의 우두머리가 생각하기를, ‘이제 이 아내라는 것이 나를 해치려 하는구나’ 하고,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담장을 넘어 들어와서 나에게 말하기를, ‘무슨 일 때문에 문을 열어주지 않느냐’라고 하므로, 내가 말하기를, ‘아이를 낳느라고 미처 못하였습니다’라고 하였더니, 그제야 도둑의 우두머리는 이 일을 보고 나서 성이 조금 가라앉으며 나에게 말하기를, ‘사람이 임신을 했으면 마땅히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너는 아이를 낳느라고 나를 해칠 뻔 하였다. 이 아이 때문이었으니, 속히 가서 죽여 버려라’라고 하였으나, 나의 마음에는 가엾어서 차마 죽이지 못하였느니라.
그러자 도둑의 우두머리는 곧 칼을 뽑더니 손발을 끊어 버리면서 나에게 말하기를, ‘네가 도로 먹어라. 만약 먹지 않으면 너의 머리를 끊으리라’라고 하였으므로, 나는 두려웠기 때문에 곧 도로 먹었더니,
도로 다 먹고 나자 성이 곧 풀렸느니라.
그 남편 되는 이는 뒤에도 계속 다시 도둑질을 하다가 왕에게 잡혀서 그 죄를 다스리게 되었는데, 도둑을 다스리는 법에는 반드시 그의 목숨을 끊고 아내는 합쳐서 산채로 매장하였느니라.
나는 그때 몸에 아름다운 영락을 걸치고 있었으므로, 어떤 사람이 영락을 탐내어 새벽녘에 곧 무덤을 헤치고 나의 영락을 가져가면서 아울러 나를 데리고 떠나갔는데, 또 얼마 있다가 관청에 들켜서 붙잡혔으므로 법률대로 판결되어 도둑을 다스리는 죄와 같이 하니, 도둑을 다스리는 법으로 곧 그의 목숨을 끊고 나는 합쳐서 산채로 매장하였으나, 묻은 것이 허술해서 새벽녘에 많은 범과 이리들이 무덤을 파헤쳐 열고 죽은 시체를 뜯어 먹는 것을 나는 그 때문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탈출한 뒤에 정신없이 동쪽 서쪽을 모르고 도망가다가, 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곧 묻기를, ‘여러분, 아십시오. 나는 지금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디 근심을 잊고 재난을 없앨 수 있는 데가 있읍니까’라고 하였더니, 때에 어떤 장로 바라문들이 가엾이 여기면서 나에게 말하기를, ‘일찍이 듣건대, 석가모니부처님의 법 안에는 편안함과 고요함이 많고 모든 쇠함과 괴로움이 없다고 합니다’라고 하므로, 나는 듣고서 기쁜 마음을 내어 대애도교담미(大愛道憍曇彌)비구니 처소에 나아가서 출가하였으며, 차례대로 닦아 익혀 곧 도의 과위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갖추었느니라.
이런 인연이었나니, 그대들은 알아야만 하느니라. 내가 집에 있을 적에 애쓰고 괴로워했던 것이 이와 같으며, 이런 인연 때문에 스스로 도를 얻게 되었느니라.”
때에 석가의 여인들은 이 말을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여러 모임에 있던 청중들도 저마다 소원(所願)을 세우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그때 부처님의 이모인 고담미비구니가 일체의 비구니ㆍ식차마니(式又摩尼)3)ㆍ사미니ㆍ우바이며 모든 여인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 법의 큰 이익인 온갖 공덕과 세 가지 과보는, 오직 여래 부처님의 법 바다 안에서만이 비로소 갖추어져 있습니다.
일체 중생에게는 모두 다 분수[分限]가 있으므로, 우리들 일체 여인들은 여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일체의 여인들은 여러 가지 의혹이 많고 집착하여 버리기 어려웠습니다.
집착하기 때문에 모든 번뇌에 한량없이 얽히어 어리석음과 사랑으로 마음이 뒤덮이게 되나니, 덮여 있는 마음이 무겁기 때문에, 사랑의 물에 빠져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두 가지 등지(等智)4)때문에, 게으르고 방자하기 때문에, 현재의 몸으로써 보리를 장엄하고 서른두 가지 몸매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나고 죽는 동안에 전륜성왕이 지닌 훌륭한 과보의 열 가지 선한 법으로 중생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에, 또한 위없는 범왕의 지위에서 바른 법을 이룩하여 권하여 발하고 묻고 청하면서 일체 중생들에게 이익과 즐거움을 얻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여인이 즐거이 제자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늘의 악마 파순(波旬)과 여러 삿된 소견의 일체 외도들은 오랜 동안 사악하게 삿된 이론에 집착하여 바른 법을 없애고 부처님ㆍ가르침ㆍ승가를 헐뜯었나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여인이 즐거이 부처님의 법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모든 여인들을 위하여 세 번 여래께 청하며 부처님 법을 구하려 하였고, 이와 같이 세 번까지 하였지마는 역시 허락하시지 않았습니다.
때에 나는 소원을 이루지 못한지라, 마음으로 서운해 하며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해서, 곧 기원정사[祇桓]를 나오면서 슬픈 눈물이 눈에 가득 찼었습니다.
그때 아난이 나에게 묻기를, ‘큰 어머니께서는 무엇 때문에 근심 걱정을 그렇게 하십니까’라고 하므로, 내가 곧 시자 아난에게 대답하기를, ‘출가하여 부처님의 법을 구하려고 세 번이나 여래께 청하였으나, 여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셨소. 이 일 때문에 나는 근심하고 괴로워합니다’라고 하였더니, 아난이 나에게 말하기를,
‘큰 어머니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제가 여래께 여쭙고 청하여 큰 어머니가 부처님의 법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므로, 교담미는 이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아난이 들어가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이제 부처님께 여쭙고 한 가지 소원을 청하려 하옵니다’라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들어보자, 말해보아라’라고 하시므로,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교담미 큰 어머니가 여래의 육신에 젖을 먹여 길렀으니, 지금에 이르러서 부처님이 되신 것은 어머니를 의지하셔서 이루신 것입니다. 어머니를 의지하셔서 이루셨으므로 어머니는 여래에게 큰 은혜가 있으십니다. 여래께서는 오히려 일체 중생들이 부처님 법 가운데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시거든, 하물며 어머니를 허락하지 아니하오리까’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너의 말처럼 여래는 어머니가 여래에게 무거운 은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인들이 부처님 법안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니라. 여래가 만약 여인들이 부처님 법 안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면, 바른 법[正法]이 점점 미약해지고 점점 스러져 5백 년뿐이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여인이 부처님 법 안에 들어오는 것을 기꺼이 허락하지 않았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난은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거듭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아난이 스스로 생각건대, 지나간 세상의 여러 부처님들도 4부(部) 대중을 갖추셨거든, 우리 석가여래만이 갖추시지 않겠나이까’라고 하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기를, ‘만약 교담미가 부처님 법을 좋아하여 크게 힘써 나아가며 여덟 가지 공경하는 법[八敬之法]5)을 깨끗이 닦고 익힌다면 부처님 법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아난은 즉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오른 편으로 세 번 돌고서 곧 밖으로 나와 큰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아난이 이미 여래께 권하고 청하였으므로, 큰 어머니께서는 부처님의 법을 받들어 지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므로, 교담미가 이 말을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아난에게 말하기를, ‘장하십니다. 아난이여,
은근히 여래께 권하고 청하여서 큰 어머니의 본래 소원을 이룰 수 있게 하였구료’라고 하였다.
아난이 여래의 은근한 가르침을 자세히 말하였으므로, 큰 어머니는 듣고서 슬픔과 기쁨이 엇갈리어, ‘바로 나의 몸은 무상한 몸이거늘, 오늘에야 비로소 보배의 몸으로 바꾸게 되었구나. 지금 나의 목숨은 찰나 찰나에 옮아 스러지고 갈마들어 정해진 것이 아니거늘, 비로소 오늘에야 보배의 목숨으로 바꾸는구나. 이제 내가 지닌 몸과 목숨과 재물은 뭇 인연으로 함께 한 바요 참된 주인이 없었거늘, 오늘에야 비로소 보배 재물로 바꾸게 되었구나’라고 하고, 나는 이와 같은 공덕과 이익을 생각하였기 때문에 아난에게 깊이 공경과 공양하는 생각을 내고서 말하기를, ‘대덕 아난이여, 원컨대, 염려하지 마십시오. 여래의 은밀한 가르침을 당연히 다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가령 몸과 목숨을 잃을지언정 마침내 물러나거나 잃지 않겠습니다. 여래께서 곧 널리 말씀하신 미묘한 여덟 가지 공경하는 법이야말로 헐거나 범하기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교담미 큰 어머니는 곧 대자비로 그 마음을 훈습(熏習)하고, 널리 장차 오는 세상의 일체 여인들을 위하여 거듭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만약 장차 올 악한 세상에서 어떤 착한 여인이 부처님 법을 믿고 즐기고 사랑하고 공경하면, 오직 원하오니 허락하시어 이 전례를 따를 수 있게 하옵소서’라고 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좋도다. 만약 여인으로서 부처님 법을 보호하고 지니어 점차로 계율ㆍ보시ㆍ많이 들음[多聞]과 여러 선한 법을 닦고 배우며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거나 간에 3귀(歸)ㆍ5계(戒)와 구족계(具足戒), 여러 바라밀[度]이며 도를 돕는 법들에 이르는 이가 있으면 모두 다 뜻대로 닦고 익히게 허락하겠으며, 또한 이 세 가지 과보인 사람ㆍ하늘ㆍ열반을 얻게 하겠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교담미는 이 말씀을 듣고서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아뢰기를, ‘이와 같은 과보가 바로 부처님의 은혜이십니다’라고 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렇게 말하지 말라. 여래는
끝내 여러 중생들에게 은혜가 있지 않으며, 여래는 끝내 여러 중생들에게 은혜가 있다고 헤아리지도 않느니라. 은혜가 있다고 헤아리게 되면, 여래의 평등한 마음이 깨지게 되니, 교담미여, 알아야 하느니라. 여래가 모든 중생들에게 은혜가 있다 은혜가 없다고 헤아리게 되면 평등함이 있을 수 없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어떤 중생이 부처님을 헐뜯고 해쳐도 여래는 성을 내지 않고, 어떤 중생이 전단향의 즙으로 여래의 몸에 발라도 여래는 기뻐하지 않으며, 여래는 널리 중생들을 원수거나 친한 이거나 간에 평등하게 보기 때문이니라. 오직 이는 아난이 한 것이요, 여래가 한 것이 아니니, 아난 때문에 여러 여인들이 부처님의 법에 들어 올 수 있게 된 것이니라. 교담미여, 미래의 말세에 비구니와 여러 착한 여인들은 언제나 지극한 마음으로 아난의 은혜를 생각하여야 하며 이름을 부르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며 찬탄함이 끊어지지 않게 하여야 하리니, 만약 늘 할 수가 없으면, 밤낮으로 여섯때만이라도 마음에 잊지 않도록 하여야 하리라’라고 하셨습니다.”
교담미가 여러 비구니와 모든 착한 여인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응당 지극한 마음으로 아난 큰 스승께 귀의하여야 합니다.
만약 어떤 여인이 편안함과 상서로운 과보를 구하고자 한다면, 언제나 2월 8일과 8월 8일에 깨끗한 옷을 입고 지극한 마음으로 8계제(戒齋)의 법을 받아 지니어 밤과 낮의 여섯때에 대 정진을 이룩하면, 아난이 곧 크고 거룩한 신력으로 소리에 응하여 지키고 도우므로 소원대로 곧 얻게 될 것입니다.”
때에 모임의 대중들은 법을 듣고 기뻐하며 오른쪽으로 돌고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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