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4권
대반열반경제34권
북량 사문 담무참 한역
12. 가섭보살품 ②
“선남자야, 만일 말하기를 여래가 필경에 열반한다, 필경에 열반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여래의 뜻을 알지 못하므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이 향산(香山) 가운데 5만 3천의 신선이 있는데 모두 과거의 가섭불 계신 데서 공덕을 닦았으나 아직 정도(正道)를 얻지 못하고 부처님을 친근하여 바른 법을 듣지 못하였다.
여래가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서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열반에 들것이다’라고 하자, 천인들이 듣고 그 소리가 점점 퍼져서 나아가 향산에 이르니, 선인들이 듣고 나서 후회하는 마음을 내어 말하였다.
‘어째서 우리들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서도 부처님께 친근하지 못하였는가?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나시기 어려움이 우담화(優曇花)와 같다 하였으니 우리들은 지금 세존께서 계신 데 가서 바른 법을 들어야 할 것이다.’
선남자야, 그때 5만 3천 신선들이 나에게 왔다. 나는 그들을 위하여 적당하게 법을 말하기를 ‘여러 대사들이여, 색은 무상한 것이다. 왜냐하면 색의 인연은 무상하기 때문이다. 무상한 인연으로 생긴 색이 어떻게 항상하겠는가? 나아가 식도 그러하다’라고 하였다. 그때 신선들은 이 법문을 듣고 즉시에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선남자야, 구시나갈(拘尸那竭)에 30만 역사가 있는데, 매인 데가 없고 교만과 색신(色身)과 힘과 수명과 재물을 믿으며 미치고 취한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이 역사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목련에게 ‘너는 마땅히
모든 역사들을 조복하라’
하였더니 목련이 나의 가르침을 따라 5년 동안을 여러 가지로 교화하였으나, 한 사람도 법을 받고 조복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저 역사들을 위하여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열반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그때 역사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여럿이 모여서 길을 닦고 있었다. 석 달을 지낸 뒤에 나는 비사리국으로부터 구시나성으로 가던 도중에 멀리 있는 역사들을 보고 몸을 변화하여 사문의 모양을 지어서 역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여러 동자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역사들이 듣고는 성을 내어서 말하였다.
‘사문이여, 당신은 어찌하여 우리를 동자라고 하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대들 30만이나 되는 사람이 있는 힘을 다하여도 이 조그만 돌 한 개도 옮기지 못하니 어째서 동자라고 하지 않겠느냐?’
역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우리를 동자라고 하니 그대는 반드시 어른일 것이오.’
선남자야, 내가 그때 두 발가락으로 그 돌을 들어내니, 그 역사들이 이것을 보고 스스로에게 변변치 못한 생각을 내어 다시 말했다.
‘사문이여, 당신은 지금 이 바위를 옮겨서 길 밖으로 꺼낼 수가 있는가?’
그래서 나는 물었다.
‘동자들은 무슨 일로 이 길을 닦느냐?’
역사들은 대답하였다.
‘사문이여, 당신은 아직도 모르는가? 석가여래께서 이 길로 사라숲에 이르러 열반에 드실 것이오. 그런 인연으로 우리가 이 길을 잘 닦는 것이오.’
그때 나는 칭찬하였다.
‘훌륭하구나, 동자들이여. 너희들이 그런 선한 마음을 내었으니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이 돌을 치우리라.’
손으로 돌을 들어서 높이 던지니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1)까지 올라갔다. 역사들은 바위가 공중에 있음을 보고 무서운 생각을 내어 사방으로 달아나려 하였다.
나는 또 말하였다.
‘역사들아, 너희들은 지금 두려운 마음으로 달아나지 말라.’
역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사문이여, 우리를 구호하여 준다면 우리는 안심하고 있겠소.’
그래서 나는 다시 손으로 돌을 받아서 오른쪽 손바닥에 놓았더니,
역사들이 보고는 기쁜 마음을 내고 다시 말하였다.
‘사문이여, 그 바위는 항상합니까, 무상합니까?’
내가 그때 입으로 돌을 불었더니 돌은 티끌처럼 부서졌다.
역사들이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사문이여, 그 돌은 무상합니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생각을 내고 스스로 꾸짖었다.
‘어찌하여 우리들은 자재한 색신과 힘과 수명과 재물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내었던가?’
내가 그들의 마음을 알고 즉시 변화하였던 몸을 버리고 본래의 몸을 회복하여 법을 연설하였더니 역사들이 보고 나서 모두 보리심(菩提心)을 내었다.
선남자야, 구시나갈에 한 공교한 장인이 있었으니 이름이 순타(純陀)였다. 이 사람은 먼저 가섭불 계신 데서 큰 서원을 세우기를 ‘석가여래께서 열반에 드실 때 내가 최후의 음식을 공양하겠다’라고 했으므로 내가 비사리국에서 비구 우바마나(優波摩那)에게 유언하기를 ‘선남자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구시나갈의 사라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들 것이니 너는 순타에게 가서 말하여 알게 하라’ 하였다.
선남자야, 왕사성 안에 5통(通)을 얻은 신선이 있었으니 이름은 수발타(須跋陀)였다. 나이는 120세이며 항상 스스로 말하기를 ‘온갖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였으며 큰 교만을 내었으나 지나간 세상에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선근을 심었다. 나는 또한 그 사람을 조복하기 위해서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열반하겠다. 수발타가 듣고 나서 나에게 와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낼 것이며, 나는 그를 위하여 여러 가지 법을 말할 것이니 그 사람은 듣고 나서 번뇌가 다하게 될 것이다.’
선남자야, 라열기(羅閱耆) 왕은 빈바사라(頻婆娑羅)이며 그 왕의 태자는 선견(善見)이었다. 업의 인연으로 나쁜 역적의 마음을 내어 그 부왕을 죽이려 하면서도 틈을 얻지 못하였다. 그때 악인(惡人) 제바달다도 과거의 업의 인연으로 나에게 나쁜 마음을 내고 나를 해하려고 5통을 닦았으며, 오래지 않아 5통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선견 태자와 친하게 되어서 태자를 위하여 가지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는데, 문이 아닌 데로 나와서 문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문으로 나와서 문 아닌 데로 들어가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남자ㆍ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선견 태자는 그것을 보고 사랑하는 마음과 환희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고 그 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공양할 것을 마련하여 공양하였다.
그리고 나서 또 말하였다.
‘대사인 성인이시여, 저는 지금 만다라꽃을 보고 싶습니다.’
제바달다는 문득 삽십삼천에 가서 천인들에게 만다라꽃을 달라고 하였으나 복이 다한 탓으로 주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꽃을 구하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만다라꽃은 나[我]도 없고 내 것[我所]도 없다. 설사 내가 스스로 가진들 무슨 죄가 있으리오’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취하려다가 신통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살펴보니 자기의 몸이 왕사성에 있었으며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선견 태자를 다시 볼 낯이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여래 계신 데 가서 대중을 달라고 하겠다.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면 나는 내 멋대로 사리불 등을 호령하고 시키리라.’
그때 제바달다가
나에게 와서 말하였다.
‘바라건대 여래시여, 이 대중을 저에게 주십시오. 제가 마땅히 가지가지로 법을 말하고 교화하여 조복하게 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사리불 등은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서 세상에서 믿고 복종하지만 내가 대중을 맡겨 주지 않았는데, 하물며 너 같은 바보로 침이나 먹는 사람이겠느냐?’
이때 제바달다는 악한 마음을 곱이나 내며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은 지금 대중을 조복하고 있지만 형세가 오래가지 못하고 없어질 것이오.’
이렇게 말하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제바달다는 즉시 땅에 넘어졌고 그 몸 주변에 폭풍이 일어나며 많은 먼지와 흙이 날려 몸이 더럽혀졌다. 제바달다는 이러한 나쁜 꼴을 보고 나서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이 몸이 이 세상에서 반드시 아비지옥에 들어간다면 나는 마땅히 이와 같은 큰 원수를 갚으리라.’
제바달다는 일어나서 선견 태자에게로 갔다.
선견 태자가 보고 나서 곧 물었다.
‘성인께서는 무슨 일로 얼굴이 초췌하여 근심이 있습니까?’
제바달다는 말하였다.
‘나는 항상 이러한데 당신은 모르는가?’
‘무슨 인연으로 그러는가를 말해주십시오.’
‘나와 당신은 매우 친한 사이가 아니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꾸짖기를 도리에 어긋난다 하니, 그 말을 들은 내가 어떻게 근심하지 않겠소?’
선견 태자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나를 욕하는가?’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온 나라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는 말이 나기 전 원수[未生怨]라고 하오.’
‘어찌하여 나를 나기 전 원수라고 하며 누가 그런 이름을 지었는가?’
제바달다는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나기 전에 모든 관상가들이 말하기를 이 아이가 나면 마땅히 아비를 죽일 것이라고 하였소. 그래서
바깥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나기 전 원수라 고 부르지만, 집안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위로하느라고 선견이라 하였소. 위제(韋提)2) 부인은 이 말을 들었으므로 당신을 낳고는 높은 다락 위에서 어린 것을 땅에 던져서 당신의 한 손가락이 끊어지게 하였소. 그런 인연으로 사람들이 당신을 별명 지어 바라류지(婆羅留枝)3)라 불렀소. 내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분했지만 차마 당신에게 말하지 못하였던 것이오.’
제바달다는 이런 여러 가지 나쁜 일로 선견을 부추겨서 부왕을 죽이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만일 당신의 아버지가 죽으면 나도 구담을 죽이겠소.’
선견 태자는 우행(雨行)이라는 대신에게 물었다.
‘대왕이 무슨 까닭으로 내 이름을 〈나기 전 원수〉라고 하였는가?’
우행은 곧 전후의 사실을 말하였는데, 제바달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선견이 이 말을 듣고는 대신과 함께 부왕을 붙들어 성 밖에 가두고 네 가지 병사로 지키게 하였다.
위제 부인이 그 소문을 듣고 왕을 가둔 곳에 갔으나 지키는 병사는 거절하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부인이 성을 내어 꾸짖었더니
지키는 사람이 태자에게 고하였다.
‘대왕의 부인께서 대왕을 보시겠다고 하니 허락하오리까?’
선견은 그 말을 듣고 성이 나서 어머니에게 가서 어머니의 머리채를 끌어당기며 칼을 빼어 끊으려고 하였다.
그때 기바(耆婆)가 태자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나라가 생긴 이래로 죄가 아무리 중하여도 여인에게 미치지 않았는데 하물며 내 몸을 낳아 준 어머니이겠습니까?’
선견 태자는 이 말을 듣고 기바의 낯을 보아 놓아주었으나 부왕의 음식ㆍ와구(臥具)ㆍ의복ㆍ탕약을 아주 끊어 버리니 이레가 지나자 부왕의 목숨이 끊어졌다.
선견 태자는 부왕의 죽음을 보고 나서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으나 우행 대신은 다시 여러 가지
사특하고 나쁜 일로 태자를 달랬다.
‘대왕이시여, 모든 업행(業行)이 모두 죄가 없는 것인데, 무슨 연고로 이제 뉘우치는 마음을 내십니까?’
기바가 다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런 업은 2중의 죄를 겸한 것입니다. 첫째는 부왕을 죽이는 것이며, 둘째는 수다원을 죽이는 것이니 이런 죄는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다시 제거하여 소멸할 이가 없습니다.’
선견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청정하셔서 조금도 더러움이 없으신데, 나 같은 죄인이 어떻게 뵈올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내가 이런 일을 알았으므로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나서 나는 마땅히 열반에 들 것이다’ 하였더니 선견이 듣고 나에게 왔기에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니, 무거운 죄가 가벼워지고 뿌리 없는 신심[無根信]4)을 얻었다.
선남자야, 나의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내 뜻을 알지 못하고서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필경에 열반하신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선남자야, 보살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진실한 뜻이며 둘째는 이름만 빌린 것이다. 이름만 빌린 보살은 내가 석 달 뒤에 열반에 들리라는 말을 듣고 모두 물러나는 마음을 내어 말하였다.
‘만일 여래께서 무상하여 머물지 않으신다면 우리들은 무엇 하려고 이 일을 위하여 한량없는 세상에 큰 괴로움을 받겠는가? 여래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여 구족하시고서도 이런 죽음의 마(魔)를 깨뜨리지 못하시는데, 하물며 우리 따위가 어떻게 깨뜨리겠는가?’
선남자야, 그래서 나는 이런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는 항상 머물러 변역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마침내 필경까지 열반에 들지 않으신다’ 라고 한다.
선남자야, 어떤 중생들이 아주 없다는 소견을 내고는 말하기를 ‘모든 중생이 몸이 없어진 뒤에는 선업과 악업의 과보를
받을 이가 없다’고 하기에,
나는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선업과 악업의 과보는 진실로 받을 이가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있는 줄을 아는가?
선남자야, 지나간 세상에 구시나갈에 한 임금이 있었으니 이름은 선견이었다. 동자가 되었을 때에 8만 4천 세를 지내었고 태자로 있을 때도 8만 4천 세였으며 왕의 자리에 올라서도 8만 4천 세를 지내면서 외딴 곳에 홀로 앉아 생각하였다.
‘중생들이 박복하여 수명이 짧고 네 가지 원수가 항상 따르건만 알지 못하고 짐짓 방일하도다. 그러므로 내가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이 네 가지 원수인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끊어야 할 것이다.’
곧 책임자에게 명령하여 성 밖에 7보(寶)로 전당을 짓게 하였고 지은 뒤에는 여러 대신ㆍ벼슬아치ㆍ후비(后妃)ㆍ자식들ㆍ권속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사람들아, 내가 지금 출가하려는데 허락하겠느냐?’
대신과 권속들이 제각기 말하였다.
‘훌륭하신 일입니다, 대왕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선견왕은 시종 한 사람을 데리고 7보당에 가서 또 8만 4천 세를 지내면서 자비심을 닦았고, 이 자비심의 인연으로 그 뒤부터 8만 4천 세 동안에 차례차례 전륜성왕이 되었고, 30세 동안은 석제환인(釋提桓因)5)이 되었고, 한량없는 세상에서 작은 왕이 되었다. 선남자야, 그때의 선견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이런 관찰을 하지 말라. 곧 나의 몸이었다.
선남자야, 나의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내가 있고 내 것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또 어느 때에 나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나라는 것은 곧 성품이니, 안팎 인연ㆍ12인연ㆍ중생의 5음ㆍ심계(心界)의 세간ㆍ공덕ㆍ업행(業行)ㆍ
자재천세(自在天世)를 나라고 이름한다.’
그랬더니 내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내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또 어느 때에는 한 비구가 나에게 와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나[我]라고 하며 누가 나이며 무슨 까닭에 나라고 하는 것입니까?’
나는 그 비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비구여 나와 내 것이 없다. 눈이란 것은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으며 이미 있었으나 도로 없어질 것이다. 날 때에도 좇아온 데가 없고 멸할 때에도 가는 데가 없다. 비록 업과 과보가 있으나 짓는 이도 없고 음(陰)을 버리는 이도 음을 받는 이도 없다. 네가 묻기를 ‘어떤 것을 나라고 하느냐?’라고 함은 나는 곧 시기[期]이다. ‘누가 나이냐?’ 함은 곧 업이다. ‘무슨 까닭에 나라고 하느냐?’ 함은 곧 사랑[愛]이다.
비구여, 마치 두 손바닥을 마주치면 소리가 나는데, 나라는 것도 그와 같아서 중생과 업과 사랑의 세 인연으로 나라고 이른다. 비구여, 모든 중생의 색(色)은 내가 아니다. 나 가운데 색이 없고 색 가운데 내가 없으며 나아가 식(識)도 그와 같다. 비구여, 모든 외도들이 내가 있다고 말하지만 음을 여의지 못하였다. 만일 음을 여의고 따로 내가 있다 고 하는 그런 이치는 없다. 온갖 중생의 행(行)은 환술과 같고 더울 때의 아지랑이와 같다. 비구여, 5음은 모두 무상하고 즐거움이 없고 내가 없고 깨끗하지 않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그때 한량없는 비구들이 이 5음이 나와 내 것이 없음을 관찰하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내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세 가지가
화합하여 이 몸을 얻었으니, 첫째는 아버지, 둘째는 어머니, 셋째는 중음(中陰)이다. 이 셋이 화합하여 이 몸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다. 어떤 때에는 다시 말하기를 ‘아나함이 현재에 반열반하거나, 혹은 중음으로서 열반에 든다’고 말하였고, 혹은 다시 말하기를 ‘중음의 몸[身根]은 구족하고 분명하게 알며 모두 지나간 업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제호(醍醐)와 같다’고 말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어떤 때에 말하기를 ‘나쁜 중생이 받는 중음은 세간의 누더기 담요와 같고, 순수하고 선한 중생이 받는 중음은 바라나에서 생산하는 흰 담요와 같다’고 하였더니,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길 ‘여래께서 중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또 죄악을 지은 중생들을 위하여 말하기를 ‘5역죄를 지은 이는 몸을 버리고 즉시 아비지옥에 들어간다’고 말하였고, 나는 또 ‘담마류지 비구는 몸을 버리자 바로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중간에 머물 데가 없다’ 하였고, 나는 또 독자(犢子) 범지(梵志)에게 말하기를 ‘범지여, 만일 중음이 있다면 여섯 갈래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고, 나는 또 ‘무색(無色) 중생은 중음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반드시 중음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경전 중에서 퇴전(退轉)하는 일이 있다고 말하였다. 왜냐하면 한량없이 게으르고 나태한 비구들이 도를 닦지 않으므로, 다섯 가지 퇴전이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일이 많음을 좋아하고, 둘째는 세상일 말하기를 좋아하고, 셋째는 잠자기를 좋아하고, 넷째는 집에 있는 이[在家]와 친근하기를 좋아하고, 다섯째는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이 비구들을 퇴전케 한다고 하였다.
퇴전하는 인연도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였으니, 안과 밖이다.
아라한은 안의 인연은 여의었으나 바깥의 인연을 여의지 못하였고 바깥 인연으로써 번뇌를 일으키고 번뇌가 생기므로 퇴전하는 것이다. 또 구지(瞿坻)라고 하는 비구가 있었는데, 여섯 번 퇴전하였으나 퇴전하고 나서는 부끄러워서 다시 정진하고 닦아서 일곱 번 만에 얻었고, 얻고 나서는 잃을까 두려워서 칼로 자살하였다.
나는 또 어떤 때에는 해탈한다 말하였고 혹은 여섯 가지 아라한을 말하였더니,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퇴전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경전 중에서 또 말하기를 ‘마치 불에 탄 숯이 다시 나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또 깨어진 병이 다시 병의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번뇌도 그러하여서 아라한이 끊은 것은 마침내 도로 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또 중생의 번뇌를 내는 원인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하였으니, 첫째는 번뇌를 끊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인연을 끊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라한에게는 두 가지 인연이 없으니, 번뇌를 끊는 것과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퇴전함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 가운데에서 말하기를 ‘여래의 몸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생신(生身)이며, 또 하나는 법신(法身)이다. 생신이라고 함은 곧 방편으로 중생을 위하여 화생한 몸이니, 이런 몸은 태어난다ㆍ늙는다ㆍ병든다ㆍ죽는다, 길다ㆍ짧다, 검다ㆍ희다, 이것이다ㆍ저것이다, 유학(有學)이다ㆍ무학(無學)이다 말할 수 있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부처의 몸이 함이 있는 법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법신은 곧 항상하고 즐겁고 나[我]이고 깨끗하여서 모든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영원히 여의었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고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유학도 아니고 무학도 아니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거나 나지 않거나 간에 항상 머물러 동요하지 않고 변역함이 없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부처의 몸이 함이 없는 법[無爲法]이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선남자야, 나는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어떤 것을 12인연이라고 하느냐? 무명으로부터 행을 내고 행으로부터 식(識)을 내고 식으로부터 명색(名色)을 내고 명색으로부터 6입(入)을 내고 6입으로부터 촉(觸)을 내고 촉으로부터 수(受)를 내고 수로부터 애(愛)를 내고 애로부터 취(取)를 내고 취로부터 유(有)를 내고 유로부터 생을 내고 생으로부터 늙고 죽고 근심하고 괴로워함을 낸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12인연이 반드시 함이 있는 법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나는 또 어느 때에 비구에게 일러 말하기를 ‘12인연은 부처님이 있거나 부처님이 없거나 간에 성품과 모양이 항상 머문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12인연이 인연으로부터 나지 않는 것이 있고 인연으로부터 나고도 12인연 아닌 것이 있고, 인연으로부터 나고 12인연인 것도 있고 인연으로 난 것도 아니며 12인연이 아닌 것도 있다. 12인연이 인연으로 나지 않았다는 것은 미래세의 12지(支)이며,
인연으로부터 나고도 12인연이 아닌 것은 아라한이 가진 5음(陰)이며, 인연으로 나고 또한 12인연인 것은 범부들이 가진 5음의 12인연이며, 인연으로 난 것도 아니고 12인연도 아닌 것은 허공이나 열반과 같은 것이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12인연이 반드시 함이 없는 법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에서 말하기를 ‘모든 중생들은 선업과
악업을 지었으므로 몸을 버릴 때에는 4대(大)가 즉시에 흩어진다. 순전히 선업을 지은 이는 마음이 위로 행하고, 순전히 악업을 지은 이는 마음이 아래로 행한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마음이 반드시 항상하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빈바사라왕을 위하여 이런 말을 하였으니 ‘대왕이여, 색은 무상한 줄을 아십시오. 왜냐하면 무상한 인(因)으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색이 무상한 인으로부터 났다면 지혜 있는 이가 어떻게 항상하다고 말하겠습니까? 만일 색이 항상하다면 멸해서 고뇌(苦惱)를 내지 않을 것인데, 지금에 색이 흩어지고 파괴된 것을 보기 때문에 색이 무상한 줄을 알겠으며 나아가 식도 그와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마음이 반드시 없어지는 것[斷]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에서 말하기를 ‘나의 제자들은 향ㆍ꽃ㆍ금ㆍ은ㆍ보물ㆍ처자ㆍ노비(奴婢)와 여덟 가지 부정한 물건을 받고 바른 도를 얻었으며 바른 도를 얻고도 버리지 않는다’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5욕(欲)을 받음이 성인의 도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또 내가 어느 때에 ‘집에 있는 사람이 바른 도를 얻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5욕락을 받는 것이 반드시 바른 도에 장애가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에서 말하기를 ‘번뇌를 멀리 여의고도 해탈을 얻지 못함은 마치 욕계에서 세간의 제일법을 닦음과 같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제일법은 오직 욕계뿐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내가 말하기를 ‘난법(煖法)과 정법(頂法)과 인법(忍法)과 세제일법[世間第一法]이 초선으로부터 4선까지에 있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이런 법들이 색계에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내가 말하기를 ‘모든 외도들이 먼저 4선의 번뇌를 끊고 나서, 난법ㆍ정법ㆍ인법ㆍ세제일법을 닦았으며, 4진제(眞諦)를 관찰하여 아나함과를 얻는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제일법이 무색계에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네 가지 보시 중에 세 가지 깨끗함이 있다. 첫째는 시주는 인(因)을 믿고 과(果)를 믿고 보시를 믿는데, 받는 이는 인과 과보와 보시를 믿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받는 이는 인과 과와 보시를 믿는데 시주가 인과 과보와 보시를 믿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시주와 받는 이 둘이 다 믿는 것이며, 넷째는 시주와 받는 이 둘이 모두 믿지 않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보시에서 처음의 세 가지는 깨끗하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보시는 오직 뜻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말하기를 ‘시주가 보시할 때에 다섯 가지 일로 보시한다.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색(色)을 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힘을 보시하는 것이고, 셋째 편안함을 보시하는 것이고, 넷째는 명(命)을 보시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변재(辯才)를 보시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시주가 도로 다섯 가지 과보를 받는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보시가 곧 5음(陰)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말하기를 ‘열반은 곧 멀리 여의는 것이라,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음이 마치 등불이 꺼지면 다시
날 수 없는 것처럼 열반도 그러하다. 허공이라고 함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니 마치 세간에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허공이라고 이르는 것과 같다. 지혜로 반연하지 않고 멸함[非智緣滅]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바가 없는 것이다. 만일 있다면 인연이 있을 것이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마땅히 멸하여 다함도 있을 것이며 인연이 없으므로 멸하며 다함도 없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알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3무위(無爲)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목련에게 말하기를 ‘목련아, 열반이라고 함은 곧 글귀[章句]이며, 발자국[足跡]이며, 끝 간 곳[畢竟處]이며, 두려움 없음[無所畏]이며, 큰 스승[大師]이며, 큰 결과[大果]이며, 필경의 지혜[畢竟智]이며, 크게 참음[大忍]이며, 걸림 없는 삼매[無礙三昧]이며, 대법계(大法界)이며, 감로수[甘露味]이며, 보기 어려움[難見]이다. 목건련아, 만일 열반이 없다고 한다면 어찌하여 사람들이 비방하고 지옥에 떨어지느냐?’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열반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어느 때에 나는 목련에게 이렇게 말하기를 ‘목련아, 눈이 견고하지 않으며 나아가 몸도 그러하여 모두 견고하지 않다. 견고하지 않으므로 허공이라고 이름하며, 먹은 것이 내려가며 돌아다니고 소화되는 곳과 모든 음성을 모두 허공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허공무위(虛空無爲)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어느 때에 목련을 위하여 말하기를 ‘목련아, 어떤 사람이 수다원과를 얻지 못하고 인법(忍法)에 머물렀을 때 한량없는 3악도의 업보를 끊는 것은 지혜로 반연함을 좇지 않고 멸한 것[不從智緣而滅]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되 ‘여래께서는 반드시
지혜로 반연하지 않고 멸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어느 때에 발파(跋波) 비구에게 말하기를 ‘발파여, 만일 비구가 색을 관찰하되 과거나 미래나 현재나, 가깝거나 멀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이런 색들은 나와 내 것이 아니니, 어떤 비구가 이렇게 관찰하면 색의 애(愛)를 끊을 수 있다’고 하였다.
발파가 묻기를 ‘어떤 것을 색이라고 합니까?’ 하기에,
나는 말하기를 ‘4대(大)는 색이라 하고, 4음(陰)은 명(名)이라 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색이 4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마치 거울을 인하여 영상이 나타나듯이 색도 그와 같아서 4대를 인하여 지어진다. 이른바 굵고 가늘고, 껄끄럽고 미끄럽고,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고, 길고 짧고 모나고 둥글고 기울고 뾰족하고, 가볍고 무겁고, 차고 덥고 굶주리고 목마른 것과 연기ㆍ구름ㆍ먼지ㆍ안개 등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지은 색이 마치 메아리나 영상과 같다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4대가 있으면 짓는 색이 있고, 4대가 없으면 짓는 색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옛날 어느 때에 보리(菩提) 왕자가 말하기를 ‘만일 비구가 계율을 보호하여 지니다가 나쁜 마음을 내면 그때 비구계를 잃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보리 왕자에게 말하길 ‘계에 일곱 가지가 있으니 몸과 입으로 좇아 무작색(無作色)6)이 있는 것이며, 이 무작색의 인연으로써 그 마음이 비록 악(惡)이나 무기(無記) 중에 있더라도 계를 잃었다고 하지 않고 계를 가진다고 한다. 무슨 인연으로 무작색이라고 이르는가? 이색인(異色因)이 아니면 이색과(異色果)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무작
색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다른 경에서 말하기를 ‘계율은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만일 악을 짓지 않으면 그것을 일러 계를 가진다고 한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반드시 무작색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성인(聖人)의 색음(色陰)으로부터 식음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무명(無明)의 인연으로 내는 것이며 모든 범부들도 그와 같다. 무명으로부터 애(愛)를 내니 애가 곧 무명인 줄을 알 것이며, 애로부터 취(取)를 내니 취가 곧 무명과 애인 줄을 알 것이며, 취로부터 유(有)를 내니 유가 곧 무명ㆍ애ㆍ취이며, 유로부터 수(受)를 내니 수가 곧 행(行)ㆍ유(有)이며, 수의 인연으로부터 명색(名色)ㆍ무명ㆍ애ㆍ취ㆍ유ㆍ행ㆍ수ㆍ촉식(觸識)ㆍ6입(入) 등을 낸다. 그러므로 수는 곧 12지(支)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심수(心數)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눈[眼]과 빛[色]과 밝음[明]과 악욕(惡欲)의 네 가지 법으로부터 곧 안식(眼識)을 내니, 악욕이라고 함은 곧 무명이며 욕(欲)의 성품으로 구하는 것을 애(愛)라고 하며 애의 인연으로 취(取)하며, 취를 업(業)이라 하며, 업은 식의 연(緣)이 되고, 식은 명색의 연이 되고, 명색은 6입의 연이 되고, 6입은 촉의 연이 되고, 촉은 상(想)ㆍ수(受)ㆍ애(愛)ㆍ신(信)ㆍ정진ㆍ정(定)ㆍ혜(慧)의 연이 된다. 이런 법들이 촉을 인하여 나는 것이며, 곧 촉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심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는 다만 1유(有)만이 있다 하였고, 어느 때에는 2유,
3유, 4유, 5유, 6유, 7유, 8유, 9유로부터 25유까지 말하였더니,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5유가 있으며 혹 6유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옛날 어느 때에 가비라위(迦毘羅衛)의 니구타숲[尼拘陀林]에 있을 때에 석마남(釋摩男)이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어떤 것을 우바새라고 합니까?’ 하기에,
나는 ‘선남자와 선여인으로서 모든 근을 구족하고 3귀의 계를 받으면 우바새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석마남은 또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1분(分) 우바새라고 합니까?’ 하기에,
나는 ‘삼귀의 계와 1계를 받으면 1분 우바새라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우바새계(優婆塞戒)는 구족하게 받지 않고 얻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항하가에 있었는데, 그때 가전연(迦旃延)이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중생으로 하여금 재법(齋法)을 받게 하는데 혹은 하루, 혹은 하루 밤, 혹은 한 시(時), 혹은 한 찰나를 하게 하였는데 이런 사람도 재를 성취하겠습니까?’ 하였다.
내가 대답하기를 ‘비구여, 이런 사람은 선을 얻었으나 재를 얻었다고는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8계재(戒齋)는 구족하게 받아야 얻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만일 비구가 4중죄를 범하였으면 비구라고 하지 않고 계를 깨뜨린 비구, 계를 잃은 비구라고 한다. 다시는 선한 싹을 낼 수 없는 것이 마치 볶은 종자는 열매를 낼 수 없으며, 다라나무의 우죽[頭:우두머리 가지]을 끊으면 열매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중죄를 범한 비구도 그러하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비구들이 중죄를 범하면 비구계를 잃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순타(純陀)를 위하여 네 가지 비구에 대해 말하였는데, 첫째는 필경에 도에 이르는 자이고[畢竟到道], 둘째는 도를 보이는 자이고[示道], 셋째는 도를 받는 자이고[愛道], 넷째는 도를 더럽히는 자이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비구가 4중죄를 범하여도 금계(禁戒)를 잃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1승(乘)ㆍ1도(道)ㆍ1행(行)ㆍ1연(緣)이니, 이러한 1승으로부터 나아가 1연까지도 중생을 위하여 크게 고요함[大寂靜]을 지으며 영원히 모든 속박과 걱정과 고통과 고통의 인을 끊어 버리고 모든 중생으로 1유(有)에 이르게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수다원으로부터 아라한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처님의 도를 얻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수다원은 인간과 천상을 일곱 번 왕래하고 나서 반열반하며, 사다함은 인간과 천상에 한 번 나고 나서 반열반한다. 아나함은 다섯 가지가 있으니 중간반열반(中間般涅槃)으로부터 상류(上流)반열반까지 있다. 아라한은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현재이며 둘째는 미래인데 현재에도 번뇌 5음(陰)을 끊고 미래에도 번뇌 5음을 끊는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수다원으로부터 아라한까지 부처님의 도를 얻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이 경에서 말하기를 ‘불성은 여섯 가지를 갖추었으니, 항상하고 진실하고 참되고 선하고
깨끗하고 볼 수 있는 것[可見]이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중생의 불성은 허공과 같다. 허공은 과거도 아니며, 미래도 아니며, 현재도 아니며, 안도 아니며, 밖도 아니며, 빛ㆍ소리ㆍ냄새ㆍ맛ㆍ닿음에 잡히지도 않으며 불성도 그와 같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또 말하기를 ‘중생의 불성이 가난한 여인의 집에 묻혀 있는 보배 광과 같고 역사(力士)의 이마에 박힌 금강주와 같고 전륜성왕의 감로 샘과 같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4중죄를 범한 이나 일천제나 방등경(方等經)을 비방한 이나 5역죄를 지은 이도 다 불성이 있으며, 이런 중생은 선한 법이 조금도 없지만 불성은 선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중생이 곧 불성이다. 왜냐하면 만일 중생을 떠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가 바사닉왕과 더불어 코끼리 비유를 말할 때에 소경들이 코끼리 말을 하는 것이 비록 코끼리를 옳게 말하지는 못하였으나 코끼리를 여읜 것도 아니니, 중생들이 말하기를 색이 불성이며 나아가 식이 불성이라 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비록 불성이 아니나 불성이 아닌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왕을 위하여 공후(箜篌)의 비유를 말한 것처럼 불성도 그러하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로 말을 하되 ‘소경이 젖빛을 묻는 것처럼 불성도 그러하다’고 하여 이런 인연으로 혹은 말하기를, ‘4중죄를 범하였거나 방등경을 비방하였거나 5역죄를 지었거나 일천제들도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하고 혹은 모두 없다고 말한다.
선남자야, 내가 여러 경전에서 말하기를 ‘한 사람이 세상에 나면 여러 사람에게 이로우나, 한 국토에 두 전륜왕이 난다거나 한 세계에 두 부처님이 출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한 4천하(天下)에 여덟 4천왕이 있다거나 더 나아가 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염부제와 아비지옥으로부터 위로는 아가니타천까지 이른다’고 말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시방의 부처님이 없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여러 대승경(大乘經)에서 시방에 부처님이 있다고 말하였다.”
북량 사문 담무참 한역
12. 가섭보살품 ②
“선남자야, 만일 말하기를 여래가 필경에 열반한다, 필경에 열반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여래의 뜻을 알지 못하므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이 향산(香山) 가운데 5만 3천의 신선이 있는데 모두 과거의 가섭불 계신 데서 공덕을 닦았으나 아직 정도(正道)를 얻지 못하고 부처님을 친근하여 바른 법을 듣지 못하였다.
여래가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서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열반에 들것이다’라고 하자, 천인들이 듣고 그 소리가 점점 퍼져서 나아가 향산에 이르니, 선인들이 듣고 나서 후회하는 마음을 내어 말하였다.
‘어째서 우리들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서도 부처님께 친근하지 못하였는가?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나시기 어려움이 우담화(優曇花)와 같다 하였으니 우리들은 지금 세존께서 계신 데 가서 바른 법을 들어야 할 것이다.’
선남자야, 그때 5만 3천 신선들이 나에게 왔다. 나는 그들을 위하여 적당하게 법을 말하기를 ‘여러 대사들이여, 색은 무상한 것이다. 왜냐하면 색의 인연은 무상하기 때문이다. 무상한 인연으로 생긴 색이 어떻게 항상하겠는가? 나아가 식도 그러하다’라고 하였다. 그때 신선들은 이 법문을 듣고 즉시에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선남자야, 구시나갈(拘尸那竭)에 30만 역사가 있는데, 매인 데가 없고 교만과 색신(色身)과 힘과 수명과 재물을 믿으며 미치고 취한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이 역사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목련에게 ‘너는 마땅히
모든 역사들을 조복하라’
하였더니 목련이 나의 가르침을 따라 5년 동안을 여러 가지로 교화하였으나, 한 사람도 법을 받고 조복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저 역사들을 위하여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열반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그때 역사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여럿이 모여서 길을 닦고 있었다. 석 달을 지낸 뒤에 나는 비사리국으로부터 구시나성으로 가던 도중에 멀리 있는 역사들을 보고 몸을 변화하여 사문의 모양을 지어서 역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여러 동자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역사들이 듣고는 성을 내어서 말하였다.
‘사문이여, 당신은 어찌하여 우리를 동자라고 하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대들 30만이나 되는 사람이 있는 힘을 다하여도 이 조그만 돌 한 개도 옮기지 못하니 어째서 동자라고 하지 않겠느냐?’
역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우리를 동자라고 하니 그대는 반드시 어른일 것이오.’
선남자야, 내가 그때 두 발가락으로 그 돌을 들어내니, 그 역사들이 이것을 보고 스스로에게 변변치 못한 생각을 내어 다시 말했다.
‘사문이여, 당신은 지금 이 바위를 옮겨서 길 밖으로 꺼낼 수가 있는가?’
그래서 나는 물었다.
‘동자들은 무슨 일로 이 길을 닦느냐?’
역사들은 대답하였다.
‘사문이여, 당신은 아직도 모르는가? 석가여래께서 이 길로 사라숲에 이르러 열반에 드실 것이오. 그런 인연으로 우리가 이 길을 잘 닦는 것이오.’
그때 나는 칭찬하였다.
‘훌륭하구나, 동자들이여. 너희들이 그런 선한 마음을 내었으니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이 돌을 치우리라.’
손으로 돌을 들어서 높이 던지니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1)까지 올라갔다. 역사들은 바위가 공중에 있음을 보고 무서운 생각을 내어 사방으로 달아나려 하였다.
나는 또 말하였다.
‘역사들아, 너희들은 지금 두려운 마음으로 달아나지 말라.’
역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사문이여, 우리를 구호하여 준다면 우리는 안심하고 있겠소.’
그래서 나는 다시 손으로 돌을 받아서 오른쪽 손바닥에 놓았더니,
역사들이 보고는 기쁜 마음을 내고 다시 말하였다.
‘사문이여, 그 바위는 항상합니까, 무상합니까?’
내가 그때 입으로 돌을 불었더니 돌은 티끌처럼 부서졌다.
역사들이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사문이여, 그 돌은 무상합니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생각을 내고 스스로 꾸짖었다.
‘어찌하여 우리들은 자재한 색신과 힘과 수명과 재물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내었던가?’
내가 그들의 마음을 알고 즉시 변화하였던 몸을 버리고 본래의 몸을 회복하여 법을 연설하였더니 역사들이 보고 나서 모두 보리심(菩提心)을 내었다.
선남자야, 구시나갈에 한 공교한 장인이 있었으니 이름이 순타(純陀)였다. 이 사람은 먼저 가섭불 계신 데서 큰 서원을 세우기를 ‘석가여래께서 열반에 드실 때 내가 최후의 음식을 공양하겠다’라고 했으므로 내가 비사리국에서 비구 우바마나(優波摩那)에게 유언하기를 ‘선남자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구시나갈의 사라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들 것이니 너는 순타에게 가서 말하여 알게 하라’ 하였다.
선남자야, 왕사성 안에 5통(通)을 얻은 신선이 있었으니 이름은 수발타(須跋陀)였다. 나이는 120세이며 항상 스스로 말하기를 ‘온갖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였으며 큰 교만을 내었으나 지나간 세상에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선근을 심었다. 나는 또한 그 사람을 조복하기 위해서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 나서 나는 열반하겠다. 수발타가 듣고 나서 나에게 와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낼 것이며, 나는 그를 위하여 여러 가지 법을 말할 것이니 그 사람은 듣고 나서 번뇌가 다하게 될 것이다.’
선남자야, 라열기(羅閱耆) 왕은 빈바사라(頻婆娑羅)이며 그 왕의 태자는 선견(善見)이었다. 업의 인연으로 나쁜 역적의 마음을 내어 그 부왕을 죽이려 하면서도 틈을 얻지 못하였다. 그때 악인(惡人) 제바달다도 과거의 업의 인연으로 나에게 나쁜 마음을 내고 나를 해하려고 5통을 닦았으며, 오래지 않아 5통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선견 태자와 친하게 되어서 태자를 위하여 가지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는데, 문이 아닌 데로 나와서 문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문으로 나와서 문 아닌 데로 들어가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남자ㆍ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선견 태자는 그것을 보고 사랑하는 마음과 환희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고 그 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공양할 것을 마련하여 공양하였다.
그리고 나서 또 말하였다.
‘대사인 성인이시여, 저는 지금 만다라꽃을 보고 싶습니다.’
제바달다는 문득 삽십삼천에 가서 천인들에게 만다라꽃을 달라고 하였으나 복이 다한 탓으로 주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꽃을 구하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만다라꽃은 나[我]도 없고 내 것[我所]도 없다. 설사 내가 스스로 가진들 무슨 죄가 있으리오’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취하려다가 신통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살펴보니 자기의 몸이 왕사성에 있었으며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선견 태자를 다시 볼 낯이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여래 계신 데 가서 대중을 달라고 하겠다.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면 나는 내 멋대로 사리불 등을 호령하고 시키리라.’
그때 제바달다가
나에게 와서 말하였다.
‘바라건대 여래시여, 이 대중을 저에게 주십시오. 제가 마땅히 가지가지로 법을 말하고 교화하여 조복하게 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사리불 등은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서 세상에서 믿고 복종하지만 내가 대중을 맡겨 주지 않았는데, 하물며 너 같은 바보로 침이나 먹는 사람이겠느냐?’
이때 제바달다는 악한 마음을 곱이나 내며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은 지금 대중을 조복하고 있지만 형세가 오래가지 못하고 없어질 것이오.’
이렇게 말하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제바달다는 즉시 땅에 넘어졌고 그 몸 주변에 폭풍이 일어나며 많은 먼지와 흙이 날려 몸이 더럽혀졌다. 제바달다는 이러한 나쁜 꼴을 보고 나서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이 몸이 이 세상에서 반드시 아비지옥에 들어간다면 나는 마땅히 이와 같은 큰 원수를 갚으리라.’
제바달다는 일어나서 선견 태자에게로 갔다.
선견 태자가 보고 나서 곧 물었다.
‘성인께서는 무슨 일로 얼굴이 초췌하여 근심이 있습니까?’
제바달다는 말하였다.
‘나는 항상 이러한데 당신은 모르는가?’
‘무슨 인연으로 그러는가를 말해주십시오.’
‘나와 당신은 매우 친한 사이가 아니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꾸짖기를 도리에 어긋난다 하니, 그 말을 들은 내가 어떻게 근심하지 않겠소?’
선견 태자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나를 욕하는가?’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온 나라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는 말이 나기 전 원수[未生怨]라고 하오.’
‘어찌하여 나를 나기 전 원수라고 하며 누가 그런 이름을 지었는가?’
제바달다는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나기 전에 모든 관상가들이 말하기를 이 아이가 나면 마땅히 아비를 죽일 것이라고 하였소. 그래서
바깥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나기 전 원수라 고 부르지만, 집안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위로하느라고 선견이라 하였소. 위제(韋提)2) 부인은 이 말을 들었으므로 당신을 낳고는 높은 다락 위에서 어린 것을 땅에 던져서 당신의 한 손가락이 끊어지게 하였소. 그런 인연으로 사람들이 당신을 별명 지어 바라류지(婆羅留枝)3)라 불렀소. 내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분했지만 차마 당신에게 말하지 못하였던 것이오.’
제바달다는 이런 여러 가지 나쁜 일로 선견을 부추겨서 부왕을 죽이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만일 당신의 아버지가 죽으면 나도 구담을 죽이겠소.’
선견 태자는 우행(雨行)이라는 대신에게 물었다.
‘대왕이 무슨 까닭으로 내 이름을 〈나기 전 원수〉라고 하였는가?’
우행은 곧 전후의 사실을 말하였는데, 제바달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선견이 이 말을 듣고는 대신과 함께 부왕을 붙들어 성 밖에 가두고 네 가지 병사로 지키게 하였다.
위제 부인이 그 소문을 듣고 왕을 가둔 곳에 갔으나 지키는 병사는 거절하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부인이 성을 내어 꾸짖었더니
지키는 사람이 태자에게 고하였다.
‘대왕의 부인께서 대왕을 보시겠다고 하니 허락하오리까?’
선견은 그 말을 듣고 성이 나서 어머니에게 가서 어머니의 머리채를 끌어당기며 칼을 빼어 끊으려고 하였다.
그때 기바(耆婆)가 태자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나라가 생긴 이래로 죄가 아무리 중하여도 여인에게 미치지 않았는데 하물며 내 몸을 낳아 준 어머니이겠습니까?’
선견 태자는 이 말을 듣고 기바의 낯을 보아 놓아주었으나 부왕의 음식ㆍ와구(臥具)ㆍ의복ㆍ탕약을 아주 끊어 버리니 이레가 지나자 부왕의 목숨이 끊어졌다.
선견 태자는 부왕의 죽음을 보고 나서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으나 우행 대신은 다시 여러 가지
사특하고 나쁜 일로 태자를 달랬다.
‘대왕이시여, 모든 업행(業行)이 모두 죄가 없는 것인데, 무슨 연고로 이제 뉘우치는 마음을 내십니까?’
기바가 다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런 업은 2중의 죄를 겸한 것입니다. 첫째는 부왕을 죽이는 것이며, 둘째는 수다원을 죽이는 것이니 이런 죄는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다시 제거하여 소멸할 이가 없습니다.’
선견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청정하셔서 조금도 더러움이 없으신데, 나 같은 죄인이 어떻게 뵈올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내가 이런 일을 알았으므로 아난에게 말하기를 ‘석 달을 지내고나서 나는 마땅히 열반에 들 것이다’ 하였더니 선견이 듣고 나에게 왔기에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니, 무거운 죄가 가벼워지고 뿌리 없는 신심[無根信]4)을 얻었다.
선남자야, 나의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내 뜻을 알지 못하고서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필경에 열반하신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선남자야, 보살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진실한 뜻이며 둘째는 이름만 빌린 것이다. 이름만 빌린 보살은 내가 석 달 뒤에 열반에 들리라는 말을 듣고 모두 물러나는 마음을 내어 말하였다.
‘만일 여래께서 무상하여 머물지 않으신다면 우리들은 무엇 하려고 이 일을 위하여 한량없는 세상에 큰 괴로움을 받겠는가? 여래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여 구족하시고서도 이런 죽음의 마(魔)를 깨뜨리지 못하시는데, 하물며 우리 따위가 어떻게 깨뜨리겠는가?’
선남자야, 그래서 나는 이런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는 항상 머물러 변역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마침내 필경까지 열반에 들지 않으신다’ 라고 한다.
선남자야, 어떤 중생들이 아주 없다는 소견을 내고는 말하기를 ‘모든 중생이 몸이 없어진 뒤에는 선업과 악업의 과보를
받을 이가 없다’고 하기에,
나는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선업과 악업의 과보는 진실로 받을 이가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있는 줄을 아는가?
선남자야, 지나간 세상에 구시나갈에 한 임금이 있었으니 이름은 선견이었다. 동자가 되었을 때에 8만 4천 세를 지내었고 태자로 있을 때도 8만 4천 세였으며 왕의 자리에 올라서도 8만 4천 세를 지내면서 외딴 곳에 홀로 앉아 생각하였다.
‘중생들이 박복하여 수명이 짧고 네 가지 원수가 항상 따르건만 알지 못하고 짐짓 방일하도다. 그러므로 내가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이 네 가지 원수인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끊어야 할 것이다.’
곧 책임자에게 명령하여 성 밖에 7보(寶)로 전당을 짓게 하였고 지은 뒤에는 여러 대신ㆍ벼슬아치ㆍ후비(后妃)ㆍ자식들ㆍ권속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사람들아, 내가 지금 출가하려는데 허락하겠느냐?’
대신과 권속들이 제각기 말하였다.
‘훌륭하신 일입니다, 대왕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선견왕은 시종 한 사람을 데리고 7보당에 가서 또 8만 4천 세를 지내면서 자비심을 닦았고, 이 자비심의 인연으로 그 뒤부터 8만 4천 세 동안에 차례차례 전륜성왕이 되었고, 30세 동안은 석제환인(釋提桓因)5)이 되었고, 한량없는 세상에서 작은 왕이 되었다. 선남자야, 그때의 선견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이런 관찰을 하지 말라. 곧 나의 몸이었다.
선남자야, 나의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내가 있고 내 것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또 어느 때에 나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나라는 것은 곧 성품이니, 안팎 인연ㆍ12인연ㆍ중생의 5음ㆍ심계(心界)의 세간ㆍ공덕ㆍ업행(業行)ㆍ
자재천세(自在天世)를 나라고 이름한다.’
그랬더니 내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내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또 어느 때에는 한 비구가 나에게 와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나[我]라고 하며 누가 나이며 무슨 까닭에 나라고 하는 것입니까?’
나는 그 비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비구여 나와 내 것이 없다. 눈이란 것은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으며 이미 있었으나 도로 없어질 것이다. 날 때에도 좇아온 데가 없고 멸할 때에도 가는 데가 없다. 비록 업과 과보가 있으나 짓는 이도 없고 음(陰)을 버리는 이도 음을 받는 이도 없다. 네가 묻기를 ‘어떤 것을 나라고 하느냐?’라고 함은 나는 곧 시기[期]이다. ‘누가 나이냐?’ 함은 곧 업이다. ‘무슨 까닭에 나라고 하느냐?’ 함은 곧 사랑[愛]이다.
비구여, 마치 두 손바닥을 마주치면 소리가 나는데, 나라는 것도 그와 같아서 중생과 업과 사랑의 세 인연으로 나라고 이른다. 비구여, 모든 중생의 색(色)은 내가 아니다. 나 가운데 색이 없고 색 가운데 내가 없으며 나아가 식(識)도 그와 같다. 비구여, 모든 외도들이 내가 있다고 말하지만 음을 여의지 못하였다. 만일 음을 여의고 따로 내가 있다 고 하는 그런 이치는 없다. 온갖 중생의 행(行)은 환술과 같고 더울 때의 아지랑이와 같다. 비구여, 5음은 모두 무상하고 즐거움이 없고 내가 없고 깨끗하지 않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그때 한량없는 비구들이 이 5음이 나와 내 것이 없음을 관찰하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내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세 가지가
화합하여 이 몸을 얻었으니, 첫째는 아버지, 둘째는 어머니, 셋째는 중음(中陰)이다. 이 셋이 화합하여 이 몸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다. 어떤 때에는 다시 말하기를 ‘아나함이 현재에 반열반하거나, 혹은 중음으로서 열반에 든다’고 말하였고, 혹은 다시 말하기를 ‘중음의 몸[身根]은 구족하고 분명하게 알며 모두 지나간 업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제호(醍醐)와 같다’고 말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어떤 때에 말하기를 ‘나쁜 중생이 받는 중음은 세간의 누더기 담요와 같고, 순수하고 선한 중생이 받는 중음은 바라나에서 생산하는 흰 담요와 같다’고 하였더니,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길 ‘여래께서 중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또 죄악을 지은 중생들을 위하여 말하기를 ‘5역죄를 지은 이는 몸을 버리고 즉시 아비지옥에 들어간다’고 말하였고, 나는 또 ‘담마류지 비구는 몸을 버리자 바로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중간에 머물 데가 없다’ 하였고, 나는 또 독자(犢子) 범지(梵志)에게 말하기를 ‘범지여, 만일 중음이 있다면 여섯 갈래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고, 나는 또 ‘무색(無色) 중생은 중음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반드시 중음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경전 중에서 퇴전(退轉)하는 일이 있다고 말하였다. 왜냐하면 한량없이 게으르고 나태한 비구들이 도를 닦지 않으므로, 다섯 가지 퇴전이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일이 많음을 좋아하고, 둘째는 세상일 말하기를 좋아하고, 셋째는 잠자기를 좋아하고, 넷째는 집에 있는 이[在家]와 친근하기를 좋아하고, 다섯째는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이 비구들을 퇴전케 한다고 하였다.
퇴전하는 인연도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였으니, 안과 밖이다.
아라한은 안의 인연은 여의었으나 바깥의 인연을 여의지 못하였고 바깥 인연으로써 번뇌를 일으키고 번뇌가 생기므로 퇴전하는 것이다. 또 구지(瞿坻)라고 하는 비구가 있었는데, 여섯 번 퇴전하였으나 퇴전하고 나서는 부끄러워서 다시 정진하고 닦아서 일곱 번 만에 얻었고, 얻고 나서는 잃을까 두려워서 칼로 자살하였다.
나는 또 어떤 때에는 해탈한다 말하였고 혹은 여섯 가지 아라한을 말하였더니,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퇴전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경전 중에서 또 말하기를 ‘마치 불에 탄 숯이 다시 나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또 깨어진 병이 다시 병의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번뇌도 그러하여서 아라한이 끊은 것은 마침내 도로 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또 중생의 번뇌를 내는 원인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하였으니, 첫째는 번뇌를 끊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인연을 끊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라한에게는 두 가지 인연이 없으니, 번뇌를 끊는 것과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퇴전함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 가운데에서 말하기를 ‘여래의 몸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생신(生身)이며, 또 하나는 법신(法身)이다. 생신이라고 함은 곧 방편으로 중생을 위하여 화생한 몸이니, 이런 몸은 태어난다ㆍ늙는다ㆍ병든다ㆍ죽는다, 길다ㆍ짧다, 검다ㆍ희다, 이것이다ㆍ저것이다, 유학(有學)이다ㆍ무학(無學)이다 말할 수 있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부처의 몸이 함이 있는 법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법신은 곧 항상하고 즐겁고 나[我]이고 깨끗하여서 모든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영원히 여의었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고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유학도 아니고 무학도 아니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거나 나지 않거나 간에 항상 머물러 동요하지 않고 변역함이 없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부처의 몸이 함이 없는 법[無爲法]이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선남자야, 나는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어떤 것을 12인연이라고 하느냐? 무명으로부터 행을 내고 행으로부터 식(識)을 내고 식으로부터 명색(名色)을 내고 명색으로부터 6입(入)을 내고 6입으로부터 촉(觸)을 내고 촉으로부터 수(受)를 내고 수로부터 애(愛)를 내고 애로부터 취(取)를 내고 취로부터 유(有)를 내고 유로부터 생을 내고 생으로부터 늙고 죽고 근심하고 괴로워함을 낸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12인연이 반드시 함이 있는 법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나는 또 어느 때에 비구에게 일러 말하기를 ‘12인연은 부처님이 있거나 부처님이 없거나 간에 성품과 모양이 항상 머문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12인연이 인연으로부터 나지 않는 것이 있고 인연으로부터 나고도 12인연 아닌 것이 있고, 인연으로부터 나고 12인연인 것도 있고 인연으로 난 것도 아니며 12인연이 아닌 것도 있다. 12인연이 인연으로 나지 않았다는 것은 미래세의 12지(支)이며,
인연으로부터 나고도 12인연이 아닌 것은 아라한이 가진 5음(陰)이며, 인연으로 나고 또한 12인연인 것은 범부들이 가진 5음의 12인연이며, 인연으로 난 것도 아니고 12인연도 아닌 것은 허공이나 열반과 같은 것이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12인연이 반드시 함이 없는 법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에서 말하기를 ‘모든 중생들은 선업과
악업을 지었으므로 몸을 버릴 때에는 4대(大)가 즉시에 흩어진다. 순전히 선업을 지은 이는 마음이 위로 행하고, 순전히 악업을 지은 이는 마음이 아래로 행한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마음이 반드시 항상하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빈바사라왕을 위하여 이런 말을 하였으니 ‘대왕이여, 색은 무상한 줄을 아십시오. 왜냐하면 무상한 인(因)으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색이 무상한 인으로부터 났다면 지혜 있는 이가 어떻게 항상하다고 말하겠습니까? 만일 색이 항상하다면 멸해서 고뇌(苦惱)를 내지 않을 것인데, 지금에 색이 흩어지고 파괴된 것을 보기 때문에 색이 무상한 줄을 알겠으며 나아가 식도 그와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마음이 반드시 없어지는 것[斷]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에서 말하기를 ‘나의 제자들은 향ㆍ꽃ㆍ금ㆍ은ㆍ보물ㆍ처자ㆍ노비(奴婢)와 여덟 가지 부정한 물건을 받고 바른 도를 얻었으며 바른 도를 얻고도 버리지 않는다’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5욕(欲)을 받음이 성인의 도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또 내가 어느 때에 ‘집에 있는 사람이 바른 도를 얻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5욕락을 받는 것이 반드시 바른 도에 장애가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에서 말하기를 ‘번뇌를 멀리 여의고도 해탈을 얻지 못함은 마치 욕계에서 세간의 제일법을 닦음과 같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제일법은 오직 욕계뿐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내가 말하기를 ‘난법(煖法)과 정법(頂法)과 인법(忍法)과 세제일법[世間第一法]이 초선으로부터 4선까지에 있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이런 법들이 색계에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내가 말하기를 ‘모든 외도들이 먼저 4선의 번뇌를 끊고 나서, 난법ㆍ정법ㆍ인법ㆍ세제일법을 닦았으며, 4진제(眞諦)를 관찰하여 아나함과를 얻는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제일법이 무색계에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네 가지 보시 중에 세 가지 깨끗함이 있다. 첫째는 시주는 인(因)을 믿고 과(果)를 믿고 보시를 믿는데, 받는 이는 인과 과보와 보시를 믿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받는 이는 인과 과와 보시를 믿는데 시주가 인과 과보와 보시를 믿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시주와 받는 이 둘이 다 믿는 것이며, 넷째는 시주와 받는 이 둘이 모두 믿지 않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보시에서 처음의 세 가지는 깨끗하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보시는 오직 뜻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말하기를 ‘시주가 보시할 때에 다섯 가지 일로 보시한다.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색(色)을 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힘을 보시하는 것이고, 셋째 편안함을 보시하는 것이고, 넷째는 명(命)을 보시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변재(辯才)를 보시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시주가 도로 다섯 가지 과보를 받는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보시가 곧 5음(陰)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말하기를 ‘열반은 곧 멀리 여의는 것이라,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음이 마치 등불이 꺼지면 다시
날 수 없는 것처럼 열반도 그러하다. 허공이라고 함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니 마치 세간에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허공이라고 이르는 것과 같다. 지혜로 반연하지 않고 멸함[非智緣滅]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바가 없는 것이다. 만일 있다면 인연이 있을 것이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마땅히 멸하여 다함도 있을 것이며 인연이 없으므로 멸하며 다함도 없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알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3무위(無爲)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목련에게 말하기를 ‘목련아, 열반이라고 함은 곧 글귀[章句]이며, 발자국[足跡]이며, 끝 간 곳[畢竟處]이며, 두려움 없음[無所畏]이며, 큰 스승[大師]이며, 큰 결과[大果]이며, 필경의 지혜[畢竟智]이며, 크게 참음[大忍]이며, 걸림 없는 삼매[無礙三昧]이며, 대법계(大法界)이며, 감로수[甘露味]이며, 보기 어려움[難見]이다. 목건련아, 만일 열반이 없다고 한다면 어찌하여 사람들이 비방하고 지옥에 떨어지느냐?’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열반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어느 때에 나는 목련에게 이렇게 말하기를 ‘목련아, 눈이 견고하지 않으며 나아가 몸도 그러하여 모두 견고하지 않다. 견고하지 않으므로 허공이라고 이름하며, 먹은 것이 내려가며 돌아다니고 소화되는 곳과 모든 음성을 모두 허공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허공무위(虛空無爲)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 어느 때에 목련을 위하여 말하기를 ‘목련아, 어떤 사람이 수다원과를 얻지 못하고 인법(忍法)에 머물렀을 때 한량없는 3악도의 업보를 끊는 것은 지혜로 반연함을 좇지 않고 멸한 것[不從智緣而滅]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되 ‘여래께서는 반드시
지혜로 반연하지 않고 멸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어느 때에 발파(跋波) 비구에게 말하기를 ‘발파여, 만일 비구가 색을 관찰하되 과거나 미래나 현재나, 가깝거나 멀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이런 색들은 나와 내 것이 아니니, 어떤 비구가 이렇게 관찰하면 색의 애(愛)를 끊을 수 있다’고 하였다.
발파가 묻기를 ‘어떤 것을 색이라고 합니까?’ 하기에,
나는 말하기를 ‘4대(大)는 색이라 하고, 4음(陰)은 명(名)이라 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반드시 색이 4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마치 거울을 인하여 영상이 나타나듯이 색도 그와 같아서 4대를 인하여 지어진다. 이른바 굵고 가늘고, 껄끄럽고 미끄럽고,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고, 길고 짧고 모나고 둥글고 기울고 뾰족하고, 가볍고 무겁고, 차고 덥고 굶주리고 목마른 것과 연기ㆍ구름ㆍ먼지ㆍ안개 등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지은 색이 마치 메아리나 영상과 같다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4대가 있으면 짓는 색이 있고, 4대가 없으면 짓는 색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옛날 어느 때에 보리(菩提) 왕자가 말하기를 ‘만일 비구가 계율을 보호하여 지니다가 나쁜 마음을 내면 그때 비구계를 잃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보리 왕자에게 말하길 ‘계에 일곱 가지가 있으니 몸과 입으로 좇아 무작색(無作色)6)이 있는 것이며, 이 무작색의 인연으로써 그 마음이 비록 악(惡)이나 무기(無記) 중에 있더라도 계를 잃었다고 하지 않고 계를 가진다고 한다. 무슨 인연으로 무작색이라고 이르는가? 이색인(異色因)이 아니면 이색과(異色果)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무작
색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다른 경에서 말하기를 ‘계율은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만일 악을 짓지 않으면 그것을 일러 계를 가진다고 한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반드시 무작색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성인(聖人)의 색음(色陰)으로부터 식음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무명(無明)의 인연으로 내는 것이며 모든 범부들도 그와 같다. 무명으로부터 애(愛)를 내니 애가 곧 무명인 줄을 알 것이며, 애로부터 취(取)를 내니 취가 곧 무명과 애인 줄을 알 것이며, 취로부터 유(有)를 내니 유가 곧 무명ㆍ애ㆍ취이며, 유로부터 수(受)를 내니 수가 곧 행(行)ㆍ유(有)이며, 수의 인연으로부터 명색(名色)ㆍ무명ㆍ애ㆍ취ㆍ유ㆍ행ㆍ수ㆍ촉식(觸識)ㆍ6입(入) 등을 낸다. 그러므로 수는 곧 12지(支)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심수(心數)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눈[眼]과 빛[色]과 밝음[明]과 악욕(惡欲)의 네 가지 법으로부터 곧 안식(眼識)을 내니, 악욕이라고 함은 곧 무명이며 욕(欲)의 성품으로 구하는 것을 애(愛)라고 하며 애의 인연으로 취(取)하며, 취를 업(業)이라 하며, 업은 식의 연(緣)이 되고, 식은 명색의 연이 되고, 명색은 6입의 연이 되고, 6입은 촉의 연이 되고, 촉은 상(想)ㆍ수(受)ㆍ애(愛)ㆍ신(信)ㆍ정진ㆍ정(定)ㆍ혜(慧)의 연이 된다. 이런 법들이 촉을 인하여 나는 것이며, 곧 촉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심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는 다만 1유(有)만이 있다 하였고, 어느 때에는 2유,
3유, 4유, 5유, 6유, 7유, 8유, 9유로부터 25유까지 말하였더니,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5유가 있으며 혹 6유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옛날 어느 때에 가비라위(迦毘羅衛)의 니구타숲[尼拘陀林]에 있을 때에 석마남(釋摩男)이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어떤 것을 우바새라고 합니까?’ 하기에,
나는 ‘선남자와 선여인으로서 모든 근을 구족하고 3귀의 계를 받으면 우바새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석마남은 또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1분(分) 우바새라고 합니까?’ 하기에,
나는 ‘삼귀의 계와 1계를 받으면 1분 우바새라고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우바새계(優婆塞戒)는 구족하게 받지 않고 얻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항하가에 있었는데, 그때 가전연(迦旃延)이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중생으로 하여금 재법(齋法)을 받게 하는데 혹은 하루, 혹은 하루 밤, 혹은 한 시(時), 혹은 한 찰나를 하게 하였는데 이런 사람도 재를 성취하겠습니까?’ 하였다.
내가 대답하기를 ‘비구여, 이런 사람은 선을 얻었으나 재를 얻었다고는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8계재(戒齋)는 구족하게 받아야 얻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만일 비구가 4중죄를 범하였으면 비구라고 하지 않고 계를 깨뜨린 비구, 계를 잃은 비구라고 한다. 다시는 선한 싹을 낼 수 없는 것이 마치 볶은 종자는 열매를 낼 수 없으며, 다라나무의 우죽[頭:우두머리 가지]을 끊으면 열매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중죄를 범한 비구도 그러하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 비구들이 중죄를 범하면 비구계를 잃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순타(純陀)를 위하여 네 가지 비구에 대해 말하였는데, 첫째는 필경에 도에 이르는 자이고[畢竟到道], 둘째는 도를 보이는 자이고[示道], 셋째는 도를 받는 자이고[愛道], 넷째는 도를 더럽히는 자이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비구가 4중죄를 범하여도 금계(禁戒)를 잃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1승(乘)ㆍ1도(道)ㆍ1행(行)ㆍ1연(緣)이니, 이러한 1승으로부터 나아가 1연까지도 중생을 위하여 크게 고요함[大寂靜]을 지으며 영원히 모든 속박과 걱정과 고통과 고통의 인을 끊어 버리고 모든 중생으로 1유(有)에 이르게 한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수다원으로부터 아라한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처님의 도를 얻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경전 중에서 말하기를 ‘수다원은 인간과 천상을 일곱 번 왕래하고 나서 반열반하며, 사다함은 인간과 천상에 한 번 나고 나서 반열반한다. 아나함은 다섯 가지가 있으니 중간반열반(中間般涅槃)으로부터 상류(上流)반열반까지 있다. 아라한은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현재이며 둘째는 미래인데 현재에도 번뇌 5음(陰)을 끊고 미래에도 번뇌 5음을 끊는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수다원으로부터 아라한까지 부처님의 도를 얻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이 경에서 말하기를 ‘불성은 여섯 가지를 갖추었으니, 항상하고 진실하고 참되고 선하고
깨끗하고 볼 수 있는 것[可見]이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중생의 불성은 허공과 같다. 허공은 과거도 아니며, 미래도 아니며, 현재도 아니며, 안도 아니며, 밖도 아니며, 빛ㆍ소리ㆍ냄새ㆍ맛ㆍ닿음에 잡히지도 않으며 불성도 그와 같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나는 또 말하기를 ‘중생의 불성이 가난한 여인의 집에 묻혀 있는 보배 광과 같고 역사(力士)의 이마에 박힌 금강주와 같고 전륜성왕의 감로 샘과 같다’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4중죄를 범한 이나 일천제나 방등경(方等經)을 비방한 이나 5역죄를 지은 이도 다 불성이 있으며, 이런 중생은 선한 법이 조금도 없지만 불성은 선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불성이 중생을 떠나서 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한다.
선남자야, 내가 또 말하기를 ‘중생이 곧 불성이다. 왜냐하면 만일 중생을 떠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가 바사닉왕과 더불어 코끼리 비유를 말할 때에 소경들이 코끼리 말을 하는 것이 비록 코끼리를 옳게 말하지는 못하였으나 코끼리를 여읜 것도 아니니, 중생들이 말하기를 색이 불성이며 나아가 식이 불성이라 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비록 불성이 아니나 불성이 아닌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왕을 위하여 공후(箜篌)의 비유를 말한 것처럼 불성도 그러하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로 말을 하되 ‘소경이 젖빛을 묻는 것처럼 불성도 그러하다’고 하여 이런 인연으로 혹은 말하기를, ‘4중죄를 범하였거나 방등경을 비방하였거나 5역죄를 지었거나 일천제들도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하고 혹은 모두 없다고 말한다.
선남자야, 내가 여러 경전에서 말하기를 ‘한 사람이 세상에 나면 여러 사람에게 이로우나, 한 국토에 두 전륜왕이 난다거나 한 세계에 두 부처님이 출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한 4천하(天下)에 여덟 4천왕이 있다거나 더 나아가 두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염부제와 아비지옥으로부터 위로는 아가니타천까지 이른다’고 말하였다.
내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시방의 부처님이 없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여러 대승경(大乘經)에서 시방에 부처님이 있다고 말하였다.”
728x90
반응형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3135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6권 (2) | 2023.10.15 |
---|---|
[적어보자] #3134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5권 (4) | 2023.10.15 |
[적어보자] #3132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3권 (0) | 2023.10.15 |
[적어보자] #3131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2권 (0) | 2023.10.15 |
[적어보자] #3130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1권 (2) | 2023.10.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