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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24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2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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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2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2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1) 부정행학처 ②

이때 손타라난타가 곧 수레에서 내려서 그 집으로 들어가고자 하니, 이때 현수(賢首)가 재빨리 높은 누각에서 내려와서 문에 나가 몸을 굽혀 영접하고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묘상(妙牀)에 편안히 모셨다. 머물러 쉬고 난 뒤 그의 이름을 물으니, 대답하였다.
“나는 손타라난타라고 하오.”
현수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이름과 몸이 잘 어울립니다. 만약 당신의 부모가 이 이름을 지어 주지 아니했다면, 제가 지금 그대의 이름을 손타라난타로 했을 것입니다.”
그때 손타라난타가 물었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대답하였다.
“제 이름은 현수라 합니다.”
“좋구나. 이름과 실제 모습이 잘 맞는구나. 지난날 너의 부모가 이 이름을 짓지 아니했으면, 내가 지금 너의 이름을 현수라고 했을 것이다.”
그때 손타라난타가 현수에게 물었다.
“하룻밤 동거하는데 값이 얼마인가?”
여자가 말하였다.
“어찌 저 범인들과 같은 용렬하고 하천한 말씀을 하십니까?”
시녀가 아뢰었다.
“하룻밤 주무시는 데 5백 금전입니다.”
손타라난타가 하인에게 말하였다.
“너는 매일 항상 5백 금전씩을 보내도록 하라.”
그리고는 곧 그와 함께 기쁘고 즐겁게 머물렀다. 무릇 탐욕스러운 사람은 만족하기가 어려운 법이라 비록 여러 날을 지냈으나 버릴 마음이 없어서 항상 하인을 시켜 날마다 돈을 보내도록 했다. 여러 사람들이 의논하였다.
“우리들의 상주가 간 지 이미 여러 날인데 지금 어디 있기에 다시 만날 수가 없는가. 이미 아버지의 부탁을 받았으니 마땅히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는 곧 하인에게 물어보았다.
“상주는 어디 있느냐?”
하인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오늘에야 상주를 생각하는가. 처음 와서부터 곧 음녀의 집에서 머무르고 계십니다.”
상인들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찌 내버려두고 찾지 않겠는가. 돌아가는 날 반드시 그 아버지의 노여움을 살 것이다.”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 가서 불러오도록 하였다. 상주가 듣고 나서는 곧 문을 나서고자 했는데, 이때 현수가 그의 옷자락을 잡고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아는가, 모르는가. 세상에는 두 사람이 있어야 욕락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는 얼굴이 아름답고, 둘째는 성장(盛壯)한 소년인데, 그대는 이미 두 가지를 겸했고, 또한 욕락을 받았으니, 재산은 나이 많아 백발이 되어서 찾아도 됩니다.”
이미 놀기에 팔려 객지에서 오래 머물게 됨을 당하고 나서 심부름꾼에게 말하였다.
“너는 먼저 가거라. 내 곧 따라갈 것이다.”
심부름꾼이 이러한 사연을 상객들에게 자세히 보고하니, 여러 상인들이 모여서 돌아올 것을 서서 기다렸으나 오래되어도 오지 아니하자 함께 그 집으로 갔다. 문 앞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너는 방에 들어가서 상주에게 알려다오. 동려(同侶)인 여러 사람들이 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잠깐만 나오면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라.”
문지기가 알리자, 상주가 나가고자 하였다. 이때 저 현수가 다시 옷자락을 잡고 말하였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저 모든 상객들이 마음으로 나를 구하고자 하여 같이 와서 불러내는 것이니, 머무르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릇 탐욕이란 것은 날마다 계박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때 손타라난타는 곧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돌아가라. 나는 마음이 만족되기를 기다렸다가 돌아갈 것이다.”
문지기가 그 말을 나와서 전하니, 상객이 듣고 나서는 함께 서로 말하였다.
“이 정황을 보니 어찌할 수가 없다.”
그리고는 곧 함께 교역하여 가지고 온 재물과 보화를 팔고 다시 남은 물건을 거두어서 정리하고 종[徒侶]에게 명하여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갔다. 물건을 보내는 사람도 이 뒤부터 단절되었다.
뒤에 현수가 우연히 하인을 만나보고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다시 물건을 보내지 아니하는가?”
하인이 말하였다.
“상인들이 이미 돌아갔는데 어디서 물건을 구하겠습니까?”
현수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손타라난타의 물건도
다 가지고 돌아갔는가?”
“또한 가지고 갔다.”
그때 저 현수가 이 말을 듣고 곧 손타라난타와 두세 밤을 함께 지내고 말하였다.
“나에게는 농사짓는 일이나 장사하는 일이 없고, 다만 여러 사람들에게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소. 그러니 마땅히 날짜를 계산해서 나에게 화대를 주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그대는 빨리 돌아가시오. 다른 뒤의 사람을 받아야 합니다.”
손타라난타가 말하였다.
“너에게 일찍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느냐?”
대답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까?”

창녀란 본시 재물을 구하는 것
재물 없으면 곧 버린다네.
열매 없는 과일나무와 같아서
까마귀도 버리고 머물지 않네.

그때 손타라난타가 이 말을 듣고 다시 말하였다.
“만약 너에게 재물만 주면 곧 남자의 뜻에 따르고, 그 재물이 다할 것 같으면 곧 버릴 마음이 생기느냐?”
여자가 말하였다.
“당신은 어찌 듣지 못했습니까?”

그것은 하늘에서 비오는 것 같아
산하에 모두 쏟아진다네.
남자가 재물을 주면
창녀는 마음대로 옮겨간다네.

손타라난타가 말하였다.
“창녀란 사람은 믿을 수가 없구나.”
여자가 대답하였다.

창녀는 해가 저물면
다른 사람 보기를 자기의 몸과 같이 하네.
밤이 다하면 마음이 점점 엷어지고
날이 밝으면 풀같이 버린다네.
손타라난타가 말하였다.
“현수야, 재물이 있는 남자면 너는 곧 친해지고, 재물이 없는 남자면 갑자기 버릴 수 있느냐?”
여자가 말하였다.

사람에게 재물이 있을 것 같으면
창녀는 다 같이 사랑한다네.
소가 초(▼(月+(而/而))草)를 먹는 것과 같으니
재물이 없으면 누가 중히 여길까?

그때 손타라난타는 그의 마음이 달라진 것을 알고 곧 나가고자 하였다.
창녀가 생각해 보니, 이 손타라난타는 얼굴 모양이 다시 찾아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고, 또한 다른 남자들도 재물을 가지고 오지 아니했기 때문에 또한 머물게 하고, 곧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았다. 급히 옷을 잡고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말하였다.
“그대의 집안에서는 농담도 할 수 없는가. 내가 농담한 말을 가지고 어찌 괴이하게 보는가?”
그의 성품이 음욕을 탐하는지라, 말에 따라 곧 머무르게 되었다. 그때 어떤 남자가 5백 금전을 가지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오니, 여자가 그의 뜻을 알고 곧 손타라난타 앞에서 함께 비법(非法)을 행했다. 손타라난타가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괴롭구나. 창녀란 어찌 저렇게도 무정한가. 나의 목전에서 곧 음행을 행하는구나’ 하고 곧 버리고 떠났다. 길에 밝지 못해서 거리에서 두리번거리면서 갈 길을 잃어버렸다. 그때 어떤 필추가 성에서부터 걸식하러 나왔는데, 그가 보고는 뒤를 따라갔다. 그때 저 필추가 절에 이르러서는 음식을 담는 발우를 잘 두고, 수라(水羅)9)와 두수(抖擻)와 승가지(僧伽胝)10)를 챙긴 뒤에 발을 씻고 손을 씻으며 물을 걸러서 벌레가 있는지를 보고 만다라(曼荼羅)11)를 만들었다. 그리고 낙엽을 취해서 땅에 깐 뒤 밥을 먹었다.
그때 손타라난타가 앞에 서 있었으므로 필추가 물었다.
“너는 내가 먹고 남은 밥을 먹으려는가?”
그가 곧 생각하기를 ‘내가 만약 먹지 아니하면 굶주려 고생하며 죽을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네, 먹겠습니다.”
그러자 곧 발우에 남은 밥을 담아 주었다. 다 먹고 나자 물었다.
“어진이여,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대답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올서니성의 상주 난타의 아들이며, 손타라난타라고 합니다. 저는 집의 많은 재물을 가지고 멀리 동료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경영하였습니다. 그런데 욕정 때문에 음녀의 집에서 가지고 있던 재물과 보화를 모두 잃어버리고 다만 한 몸만 이와 같은 고생을 겪고 있습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왜 출가하지 않느냐?”
그때 손타라난타가 생각하기를 ‘내 만일 고향에 돌아가면 남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몸을 의탁하는 것만 못하다’ 하고, 필추에게 말하였다.
“저는 출가할 것을 원합니다.”
그때 저 필추는 법대로 율대로 곧 출가하게 하고, 아울러 원구(圓具)를 받게 했다. 2~3일 동안 행법을 가르치고 나서 말하였다.
“어진이여, 너는 듣지 못했느냐. 사슴은 사슴을 기르지 못한다는 말을. 실라벌성은 매우 넓으니까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걸식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라.”
가르침을 받고 나서는 해가 뜰 무렵부터 옷과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였다.
그때 저 음녀가 마음에 후회가 생겨서 ‘나의 행동이 잘못되었구나. 저 손타라난타는 얼굴도 단엄하고 성년인 젊은이로 흔히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 내 화대를 챙기다가 깜빡 몰랐구나’라고 하고, 여자 하인에게 말하였다.
“만약 다시 손타라난타를 본다면 청해서 들어오도록 하라.”
그때 손타라난타는 먼저 걸식할 곳을 알지 못해서 순행하다가 그 음녀의 집에 이르렀다. 여자 하인이 멀리서 보고 급히 달려서 돌아가서 주인에게 보고하였다.
“손타라난타가 지금 문밖에 와 있습니다.”
“불러들여라.”
여자 하인이 말하였다.
“그는 이미 출가했습니다.”
“비록 출가했더라도 불러들이도록 하라.”
그리고는 곧 끌어들였다. 현수가 보고 나서는 가슴을 두드리면서 말하였다.
“성자여, 무엇 때문에 나를 버리고 출가했습니까?”
손타라난타가 말하였다.
“네가 박정해서 재물 찾기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나에 대한 대접을 예절 없이 할 수 있는가. 가볍게 속임을 당했으니, 어찌 세속을 버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
현수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여인의 몸에는 과실이 많습니다. 제가 한 번 지은 죄를 다행히 용납해 주신다면 제 몸과 재물을 존자께 바치리니, 저와 함께 예전같이 서로 사이좋게 즐깁시다.”
손타라난타가 말하였다.
“너 무지한 물건아, 먼저 가졌던 재산을
이미 너에게 다 소비하였는데, 지금 또다시 나를 파계시키고자 하느냐?”
여자가 말하였다.
“만약 안에서 문지르고 밖에서 배설한다거나 혹은 밖에서 문지르고 안에서 배설한다면 파계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손타라난타가 듣고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찌 필추가 걸식을 할 때에 이와 같은 일을 하지 않겠는가?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찌 알겠는가?’
손타라난타의 사람됨이 여자를 좋아하였으므로 곧 옷과 발우를 두고 말대로 잘못된 일을 행했다. 이미 욕정이 터지자 한 곳에 머물렀다.
이때 저 음녀는 곧 갖가지 귀한 음식을 발우에 가득 담아 주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성자여, 만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주 이곳을 찾아 주시오.”
곧 발우의 음식을 가지고 절로 돌아갔다.
이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이른바 탐ㆍ진ㆍ치를 떠나고 심(心)과 혜(慧)로 해탈하라는 법요를 설하고 계셨는데, 손타라난타가 설법을 들을 때 마음에 근심과 번뇌를 품어 심한 후회가 생겼고, 그러자 후회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묵묵히 말이 없었다. 붉은 얼굴로 엎드려서 걱정스럽게 지내고 있으니, 형용은 초췌해지고 위광이 없으며 자라나는 갈대를 베어서 해에 말린 것과 같았다. 여러 필추들이 물었다.
“구수 손타라난타여, 그대는 몸에 병이 있느냐, 마음에 병이 있느냐?”
그러나 그는 부끄러워서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때 의사가 그 곳을 지나가니, 여러 필추들이 부탁하였다.
“어진이여, 잠깐 관찰해 주시오. 이 어린 필추가 어떤 병에 걸렸습니까?”
의사가 진찰을 마치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구수의 몸에는 고통이 없으나 마음에 초열이 있습니다.”
필추가 물었다.
“어떤 마음의 열입니까?”
대답하였다.
“성자여, 저희 의원은 다만 몸의 병만을 치료할 뿐 마음은 치료하지 못합니다. 여러분 필추께서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가 버렸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물었다.
“구수여, 너는 부모와 종친이 없고 다만 우리들만이
범행을 같이하는 사람이니, 바로 너의 친한 식구이다. 너는 진실을 우리한테 말해서 돌봐주도록 하라.”
곧 천한 일을 고백하니,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누가 말했던가. ‘봄꽃이 드디어 서리와 우박을 만났다’고. 네가 처음 원구(圓具:구족계)를 받았는데 창포가 곧 생겼구나.”
그때 여러 필추들이 그 말을 듣고 나서 기뻐하지도 성내지도 않은 채 버리고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두 발에 예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 자세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도 바라시가(波羅市迦)를 범했느니라. 만약 필추가 5욕을 누리려는 마음을 지어서 즐거운 마음을 받고자 자기의 남근을 소변 보는 곳에 넣고 안에서 문지르고 밖에서 배설하거나 밖에서 문지르고 안에서 배설한다면 모두 바라시가를 얻는다.”
이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때에 이 성안의 어떤 한 장자는 처음 장가든 부인이 죽고, 둘째ㆍ셋째부터 일곱째까지 모두 명(命)이 다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방부(妨婦)라고 불렀다. 그것이 이름이 되었는데, 이 뒤부터 다시는 아내를 얻고자 해도 사람들이 모두 주지 아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 어찌 딸을 죽게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차마 줄 수가 없다.”
다시 과부를 구해 장가들어 아내를 삼고자 하니, 그 과부가 곧 말하였다.
“내가 생명을 아끼지 아니하고 당신 집에 들어가겠는가?”
그때 그 장자가 아내를 구했으나 얻지 못하자 스스로 집안일을 맡아서 하였다. 뒤에 다른 날 어떤 한 친한 벗이 그 집을 지나가다가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집안일을 처리한다.”
또 물었다.
“어찌 오늘 네가 스스로 집안일을 맡게 되었는가?”
“이미 일곱 아내를 얻었으나 모두 죽었다.”
벗이 말하였다.
“왜 다른 곳에서 구하지 않는가?”
“근일에 비록 구해 보았으나 사람들이 주려고 하지 않으며, 모두가 말하기를 ‘내 어찌 딸을 아끼지 않겠느냐?’라고 한다.”
“만약 이와 같다면 어찌 다시 다른 과부를 구하지 아니하는가?”
장자는 앞에서 한 대답과 같이 자세히 설명하였다.
벗이 말하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늙은 음녀가 있는데, 그대는 어찌 구하지 않는가?”
대답하였다.
“지금 내 집에 어찌 음방(淫坊)을 만들겠는가?”
벗이 말하였다.
“그 여자는 오래전에 이미 나쁜 법을 버렸으니, 시험 삼아 가서 구해 보라.”
곧 그 집에 가서 물었다.
“요사이 편안한가?”
그 음녀가 말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찾고자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일부러 와서 짝을 구하고자 한다. 너의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답하였다.
“나에게 옷과 음식을 주면 나는 곧 시집갈 것입니다.”
그가 말하였다.
“지난날 너에게 허물이 있었는데 고칠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내 어찌 다른 장부를 보지 아니했겠는가. 하지만 나의 본심은 나쁜 법을 떠난 지 이미 오랩니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어서 나와 함께 동거하면 너에게 옷과 음식을 지급하고, 가지고 있는 집안일을 나를 대신해서 다 맡게 할 것이다.”
곧 따라 집에 오니, 가지고 있는 가업을 모두 다 넘겨주고 말하였다.
“이것은 너의 집이니 네가 주는 것은 내가 마땅히 수용할 것이다.”
여자가 집안일을 맡아 하니 의식이 풍부하여 얼마 안 가서 살이 매우 쪘다. 그의 문 앞의 여러 창녀들이 서로 따라서 서다림(逝多林)에 가고자 하니, 여러 창녀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서다림에 가서 공덕을 보고자 합니다.”
“조금 기다려라. 내 장식하고 나서 너희들과 함께 갈 것이다.”
옷을 정돈하는 것을 다하지 못했으나 여러 여자들이 모두 지나갔으므로 문을 나갔으나 보이지 아니하였다. 급한 걸음으로 찾아보았지만 여러 여자들은 앞서 가서 다 절에 들어간 뒤였다. 그런데 이 절에는 한 필추가 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의상이 요란해져 있고 남근이 발기해 있었다. 그때 여러 음녀들이 방을 돌아다니면서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미 이러한 일을 보고는 모두 다 크게 웃고 나갔다.
그때 늙은 음녀가 여러 여인들이 가다가 웃고 나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은 왜 웃느냐? 어찌 듣지 못했는가. 만약 절에서 웃으면 우치(齲齒)의 과보를 받는다고 하지 않더냐?”
그때 저 여러 여인들은 말없이 사라져 버렸다. 늙은 여인이 생각하였다.

‘왜 여러 여인들이 이 절을 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혹 닭싸움을 보았는가, 혹 원숭이를 보았는가? 이 때문에 웃는 것일까?’
그때 저 늙은 여인이 절에 들어가서 돌아보다가 한 방안에서 필추가 문을 열어놓고 신체를 드러내놓고 자는 것을 보았다. 음욕의 마음이 발동하여 드디어 위에 올라가서 비법을 지었으나 필추는 잠에 빠져서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여인은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들 음녀는 예순네 가지를 능히 아는데, 이 출가인은 예순다섯 가지를 능히 아는구나. 말을 하지 아니하고도 욕락을 받을 수 있으니.’
때에 그 늙은 여인은 이미 음욕의 마음을 행하고 손으로 저 필추를 깨운 뒤 말하였다.
“성자여, 저의 집은 어느 지역에 있습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마땅히 나와서 보겠습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너 어리석은 사람이 중이 머무르는 곳을 더럽혀서 지금 내 무심코 이 악한 일을 받았다. 누가 다시 너의 집을 향하겠느냐?”
여자가 듣고는 말없이 가 버렸다.
이때에 그 필추가 마음에 악작(惡作)12)이 생겨서 ‘어찌 내가 타승죄(他勝罪)13)를 범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니, 필추들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 수락의 마음이 있었느냐?”
아뢰었다.
“저는 그때 깊은 잠이 들어 수락의 마음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계를 어기지 않았다. 즐기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여러 필추들과 가까운 촌방에 머무르는 자를 위해서 그 행법(行法)을 제정하니, 너희들은 잘 들어라. 만약 필추들이 촌방이 가까운 절에서 낮에 잠을 자려면 마땅히 방문을 닫아야 하며, 혹은 필추를 시켜서 지키게 해야 하고, 혹은 아랫도리옷의 끝을 조여 매어야 한다. 만약 이 말에 의하지 아니하고 옆구리를 평상 위에 대었을 때는 약작죄를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실 때 이 성안에 한 필추가 아란야(阿蘭若)에서 4정려(靜慮)를 얻었다. 그때
그 필추가 자주 와서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여러 기로(耆老) 존숙(尊宿) 필추들에게도 예배를 올렸다.
그때 난야(蘭若)의 필추가 몸에 피부병[瘡疥]을 앓고 있었는데, 어떤 소년 필추를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말하였다.
“상좌여, 몸에 피부병을 앓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의원에게 물어서 치료하지 않습니까?”
상좌가 대답하였다.
“미래의 어떤 법은 반드시 오도록 정해져 있는데, 세간 사람들은 함께 애락하지 아니하며, 함께 싫어하는 것이나 사람들은 다 면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른바 바로 죽음이다. 이 피부병과 나의 몸은 서로 따르고 떠나기도 하는데, 무엇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가?”
소년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지계(持戒)한 사람이 만일 오래도록 산다면 많은 복업에 증장을 얻는다고 하신 것과 같이, 복업이 증장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하늘의 즐거움을 받을 것이므로 의원에게 묻는 것이 마땅합니다.”
때에 그 상좌가 곧 의원이 있는 곳에 가니, 의원이 물었다.
“성자여, 몸에 피부병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왜 치료하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왔으니 처방약을 가르쳐 주시오.”
“성자여, 좋은 밥을 먹은 뒤에 개자(芥子) 기름을 가져다가 온몸에 바르고 햇빛에 앉아 있으면 반드시 줄어들 것입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나에게 매운 기름을 보시해 주시오.”
의원이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그 방법을 말해 주는 것이요, 약을 보시해 주지는 않습니다. 만약 와서 묻는 자가 있을 때마다 모두에게 약을 준다면 나의 의식(衣食)이 끝내 빈궁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개 장자가 이런 피부병이 있어서 내가 그를 위해 기름을 짰으니, 거기 가서 구하면 반드시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그 사람은 기꺼이 주지 않을 것이오.”
“성자여, 그 사람은 믿고 공경할 만하니 반드시 줄 것입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어진이여, 그대에게 병이 없을 것을 기원하니, 이것이 그대에게 하는 보시니라.”
그리고는 곧 떠나고 그 장자의 집으로 가니, 그 사람이 보고 물었다.
“성자여, 몸에 피부병이 많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이와 같이 매운 기름을 사용해서 몸에 바르고 햇빛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그 때문에 왔습니다. 당신에게 기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다행히 조금 나누어 주시면 마땅히 복의 과보를 부를 것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함께 좋은 계책을 세웁시다. 만일 오늘 나의 공양을 받는다면 내 마땅히 보시하리다.”
대답하였다.
“앉아서 먹겠습니다.”
곧 좋은 음식으로 공양하며 올렸다. 밥을 먹은 뒤에 곧 작은 발우에다가 매운 기름을 가득 담아 가지고 와서 필추에게 주었다. 필추가 말하였다.
“원컨대 무병하시오.”
자리를 떠나서 아란야에 이르자 거칠고 헤진 옷을 입고 기름을 온몸에 바르고 햇빛에 나가 앉았다. 몸에 즐거운 촉감이 있어 의자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그 근(根) 안의 올지징가충(嗢指徵伽蟲)이 그의 남근을 씹었으므로 이로 인해 드디어 남근이 발기해서 의상이 요란해졌다. 이때에 어떤 건장한 부인이 쇠똥을 찾아서 그 옆에 왔다가 그 필추의 형체가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문득 욕심이 생겨 곧 그 위에 올라가서 비법의 일을 행했다. 필추는 잠이 깨었으나 몸이 미약해서 물리치지 못했다. 여자가 욕정을 행하고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어느 곳에 살고 있으니, 그대가 필요하거든 그곳으로 찾아오시오.”
필추가 말하였다.
“너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란야를 더럽혀서 나는 지금 무심코 이 나쁜 법을 받았거늘, 하물며 다시 네 집을 찾겠느냐?”
여인은 말없이 가 버렸다. 필추의 마음에 악작이 생겨 ‘어찌 내가 타승죄를 범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고, 그 일을 모두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니,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 수락하는 마음이 있었느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이미 애욕을 떠났기에 수락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계율을 범하지 않았으니,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아란야에 머무르는 모든 필추들을 위해서 그 행법을 제정하니, 너희들은 잘 들어라. 만약 아란야에 있으면서 집의 네 곳에 울타리[柵籬]와 철책[蕀刺]으로 두루 막고 잠을 자고자 할 때는 필추를 시켜 지키게 하거나,
혹은 아랫도리 끈을 졸라매게 하라. 만약 이 말에 의지하지 아니하면 악작죄를 얻게 된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다 의심이 생겨서 세존께 청하여 물었다.
“아란야의 필추는 앉아서 4선(禪)을 얻어 욕염(欲染)에서 벗어났거늘, 무엇 때문에 남근이 아직도 발기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다섯 가지의 인연이 있으니, 욕심을 떠난 사람의 남근이 발기하는 것은 대소변이 급한 것과 바람 기운을 지닌 것과 올지징가충이 무는 것과 욕염(欲染)이 현전하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다섯 가지라 한다. 네 가지 인연이 있으니, 욕심을 떠난 사람의 남근이 발기하는 것은 대소변의 급한 것과 바람 기운을 지닌 것과 벌레가 무는 것을 이름하여 네 가지라 한다. 때에 그 필추는 올지징가충이 물어서 남근이 발기한 것이지, 욕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느니라.”
때에 여러 필추들이 또다시 의심이 생겨 세존께 청하여 물었다.
“다만 바라옵건대 대자비로 의혹을 단절하여 주시옵소서. 무슨 뜻으로 갈란탁가(羯蘭鐸迦)의 아들 소진나(蘇陣那) 필추는 과실이 없고 피부병[瘡疱]이 없었을 때 최초로 피부병을 생기게 하여 부정행을 지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이여, 다만 오늘 최초로 피부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 피부병이 없었을 때에도 또한 최초로 피부병을 발생시켰느니라. 너희들은 잘 들어라. 그러나 이 세계가 파괴되려 할 때에도 많은 유정들이 광음천(光音天)14)에 태어날 것이며, 묘색의(妙色意)로 몸이 원만히 이루어져 모든 감각기관들에 결함이 없고, 몸에 광명이 있어 공중에 올라감을 자재(自在)로 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음식으로 삼고 장수하며 지낼 것이다. 이때 대지는 한 바닷물이 될 것이다.
너희들 필추들이여, 이 큰 바닷물은 거센 바람을 만나 화합하여 한 종류가 되면 발효한 우유와 같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 찬 것에 응결이 생기고 위에 지미(地味)가 생겨 빛깔과 좋은 맛이 다 구족되는데, 빛깔은 생소(生酥)와 같고
맛은 달기가 꿀과 같다. 너희들 필추들아, 이 세계가 이루어질 때 한 종류의 유정이 복과 명이 다하여 광음천에서 죽어서 이 인동분(人同分)15)으로 오게 된다. 묘색의로 모든 감각기관이 구족하게 이루어지고, 몸에 빛이 나며 공중을 타고 왕래하며 기쁨과 즐거움으로 음식을 삼아 장수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이때 이 세계에는 일월(日月)ㆍ성신(星辰)ㆍ도수(度數)16)ㆍ주야(晝夜)ㆍ찰나ㆍ랍바(臘波)ㆍ수유ㆍ반월ㆍ일월ㆍ반년ㆍ1년ㆍ남ㆍ여 등의 분별이 없고, 다만 서로 부르기를 ‘살타(薩埵) 살타’ 할 것이다. 이때 무리 가운데 한 유정이, 품성이 즐기기를 좋아하며 갑자기 손끝으로 저 지미의 맛을 보았다. 맛을 보자 마음에 애착이 생겼고, 애착이 생겼으므로 단식(段食)17)으로 자양을 삼았다. 이때 바야흐로 처음으로 단식이란 이름을 얻었다. 다른 여러 유정들도 이것을 먹는 것을 보자 곧 서로 그 지미 먹는 것을 배웠다. 때에 여러 유정들도 이미 지미를 먹고 나니 몸이 점점 굳어지면서 무거워지고 광명도 사라져 버렸다. 이때 세계는 다 어둡게 되었다.
너희들 필추들아, 세계가 어두워질 때 법이(法爾), 곧 일월과 성신과 도수와 주야와 찰나와 랍바와 수유와 연월 등이 구별된다. 저 모든 유정들이 이 지미를 먹고 장수하면서 살았으나 만약 적게 먹은 자라면 몸에 광채가 있었고, 만약 많이 먹은 자라면 몸에 광채가 없어졌느니라. 먹은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 형체에도 우열이 생겨나고, 우열이 생김에 따라 서로 가볍게 여겨, 나의 광색은 뛰어나고, 너의 얼굴은 열등하다고 하였다. 서로 거만하므로 악법이 곧 생겨나고, 악법이 생겨남으로 해서 지미가 곧 없어졌다.
너희들 필추들아, 지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때 유정들은 한 곳에 모여 근심하면서 살면서 모두 다 ‘기이하구나, 아름다운 맛이여. 기이하구나, 아름다운 맛이여’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일찍이 좋은 음식을 먹은 뒤에
그때를 기억하여 ‘기이하구나 아름다운 맛이여, 기이하구나 아름다운 맛이여’라고 이와 같은 말을 한 것과 같다. 저 모든 유정들은 지미가 없어질 때에도 다 ‘기이하구나, 아름다운 맛이여. 기이하구나, 아름다운 맛이여’라고 이런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가지고 있는 뜻은 알지 못한다.
너희들 필추들아, 지미가 없어지고 난 뒤에도 유정들은 복력에 따라 지병(地餠)18)이 나온다.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갖추어져 빛깔은 소녀화(少女花)와 같으며, 맛은 새로 익은 꿀과 같다. 이 지병을 먹으면 장수하면서 살지라도 만약 적게 먹은 자라면 몸에 광명이 있고, 이로 인하여 서로 업신여기게 되는데……(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함)……지병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때 유정들은 다 한 곳에 모여서 근심하면서 지내면서 이 같은 말을 한다. 이로 인하여 ‘괴롭구나, 괴롭구나’라는 말을 한다. 이로 인하여 고생스런 일을 만나 더욱 그때를 생각하고 ‘괴롭구나, 괴롭구나. 내 옛날 일찍이 이와 같은 나쁜 일을 만났었다’라고 말을 할 것이다. 이 모든 유정들은 지병이 없어질 때도 또한 이와 같다. 그러나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알지 못할 것이다.
너희 필추들아, 지병이 없어지고 나서도 유정들에게 복력이 따르기 때문에 임등(林藤)19)이 나온다. 빛깔과 향기로운 맛이 갖추어져서 빛깔은 옹채화(雍菜花)와 같고, 맛은 신숙밀(新熟蜜)과 같다. 이 임등을 먹고 장수하면서 살지라도 만약 적게 먹은 자라면 몸에 광명이 있다. 이것으로 인하여 서로 업신여김은……(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함)……임등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때에 유정들은 함께 한 곳에 모여서 근심스럽게 지내며 ‘너는 내 앞에서 떠나라. 너는 내 앞에서 떠나라’고 이와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사람들이 지극히 서로 화가 나서 앞에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니……(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함)…….
너희들 모든 필추들아, 임등이 없어지고 나서도 그때 유정들은 복력으로 말미암아 묘향도(妙香稻)가 나온다. 심지 아니해도 절로 나고 껍질도 없으며, 길이가 손가락 네 개쯤 되며 아침저녁으로 수확해도 싹은 곧바로 자라서 저녁에서 아침이 되면
쌀은 곧 영글게 되어 다시 수확해도 이상이 없다. 이것으로 식량에 충당하여 장수하면서 산다.
그때 저 유정들은 단식(段食)을 하기 때문에 찌꺼기가 몸에 남아 제거하고자 곧 두 가지 길이 생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드디어 남ㆍ여의 감각기관이 생겨서 다시 서로 염착하고, 염착이 생기므로 드디어 서로 친해져서 비법을 짓게 된다. 모든 다른 유정들도 이러한 일을 보자 다투어 버려진 기와와 돌조각을 던지면서 ‘너 이 가악(可惡)한 유정아, 이런 비법을 짓느냐. 쯧쯧,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유정을 오욕(汚辱)하느냐?’라고 이와 같이 말할 것이다. 비로소 하루 자고 7일 자는 데 이르면 함께 동거하지 아니하고 무리 밖으로 내칠 것이다. 오늘날 처음 시집가고 장가들면 다 향기로운 꽃과 잡스러운 물건을 흩어서 던지면서 원하기를 ‘항상 안락을 얻어라’ 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
너희 필추들아, 옛날의 비법이 오늘의 법이 되며, 옛날의 율 아닌 것이 오늘의 율이 되듯이 옛날 혐오하고 천시하던 것이 오늘의 미묘한 것이 되는 것은 그때 사람들이 몰아내었기 때문이다. 악법을 즐겨 행하면서 함께 모여 거처를 지어서 비법을 짓는 것이다. 이것이 최초로 집을 지은 것이니, 곧 가실(家室)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때 유정으로서 악법을 행하지 아니하고 여러 감각기관을 항복시킨 사람을 승인(勝人)이라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른 생각을 갖지 말라. 왕시겁(往時劫)에 처음으로 비법을 창조하여 유정을 오염시켜 피부병이 나게 한 사람은, 지금의 소진나 이 사람이다. 나의 가르침 가운데 전에는 피부병이 없었는데 최초로 악을 지어 부정행을 행하여 청정한 대중을 오염시켰다.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성냄과 어리석음에 오염된 마음을 항복시키고 방일하지 말라.”

2) 불여취학처(不與取學處) ①

부처님께서 왕사성 갈란탁가지(羯闌鐸迦池)의 죽림원(竹林園)에 계셨다. 그때 단니가(但尼迦) 필추가 있었는데, 선대 기와장이[陶師]의 아들이며, 아란야의 풀로 엮은 집에 살았다. 그때 단니가가 왕사성에 들어와 갈 만한 곳을 다니면서 차례로 걸식하니, 이 성의 소와 양을 치는 사람과 풀과 나무를 하는 사람과 바른 도로 살아가는 사람과 삿된 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필추가 떠난 뒤에 그 집을 파괴하고 풀과 나무를 모두 취해 가지고 가는 것을 보았다. 단니가가 돌아와서 그 집이 파괴되고 풀과 나무를 다 가져간 것을 보고, 곧 다시 새로운 집을 지어서 이와 같이 두세 번 반복했으나 여러 사람들에게 전과 같이 파괴되었다.
단니가가 곧 생각하였다.
‘아, 고통이 매우 심하구나. 아, 고통이 매우 심하구나. 내가 잠깐 걸식하는 사이에 남에게 내 집이 파괴되었으니, 이러한 일이 두세 번에 이르는구나. 나는 조부 이래로 공교(工巧)한 일을 잘 아니, 어찌 완전한 기와집을 짓지 않겠는가?’
그리고는 단니가는 스스로 땅을 파고 벌레를 거른 물로 진흙을 이겨 먼저 집의 터를 닦고, 다음에 담벽을 세우고, 가운데 서까래를 넣고, 지붕을 덮고, 횃대[衣笐]와 장대[竿]와 상아(象牙) 말뚝과 평상[牀]과 모탕[枮]20)과 방좌(方座)21)를 만들고, 창과 문지도리에는 진흙을 발라서 말렸다. 그리고는 모든 채색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마른 나무ㆍ쇠똥과 풀로 태우니, 매우 잘 완성되었고, 그 빛이 붉은 것이 금전화(金錢花)와 같았다.
그때 단니가 필추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집이 잘 지어져서 형색이 사랑스러우니 마땅히 스스로 경축해야 한다.’
단니가는 가까이 따르는 필추에게 집을 봐 달라고 부탁하고 옷과 발우를 가지고 사람들을 교화하러 갔다.
세존께서 상법(常法)에……(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열반에 드시지 않으신 이래로 몸을 편안히 가지시고 유정을 교화하시고자 때때로 지옥과 방생(傍生)과 아귀(餓鬼)와 하늘 세계와 인간 세상과 난야(蘭若)와
시림(屍林)22)과 산과 바다 및 다른 주처(住處)를 가 보셨다.
이때 세존께서 주처를 살펴보시고자 하시어 구수(具壽) 아난다(阿難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모든 필추들에게 알려라. 여래가 지금 주처를 가서 보시고자 하신다. 너희들 필추들은 수행을 좋아하거든 마땅히 옷을 가지고 오너라.”
때에 아난다가 세존의 분부를 받들고 곧 나무숲과 절의 안과 밖의 처소와 경행(經行)하는 곳에 가서 모든 필추들에게 알렸다.
“지금 세존께서 주처를 보고자 하시니, 여러분들은 수행을 좋아하는 자 있거든 마땅히 옷을 가지고 오라고 하신다.”
그때 모든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각각 옷을 가지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이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과 차례로 순행하시다가 단니가가 머무르는 곳에 가서 단니가의 방을 보시니, 완전히 기와로 지어져 있는데, 빛이 붉어서 금전화와 같음을 보시고 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누구의 방이냐?”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것은 기와장이의 아들인 단니가 필추의 방으로, 스스로 이 집을 지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집을 허물어라. 이러한 연고로 여러 외도 등은 나를 비방하여 말하기를 ‘사문 교답마(喬答摩)가 현재 세상에 머무르고 있어도 성문 대중 가운데는 이와 같이 유루법(有漏法)을 짓는 자가 있는데, 하물며 멸도 후에는 어찌 되겠는가?’라고 할 것이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세존의 분부를 받들어 그 집을 허물었다. 이때 세존께서 집이 허물어짐을 보시고 드디어 돌아가셨다. 때에 단니가 필추가 와서 집이 허물어진 것을 보고 곧 가까이 따르는 필추에게 물었다.
“누가 내 집을 허물었는가?”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이것은 대사(大師)의 분부에 의하여 필추들이 허문 것입니다.”
단니가가 말하였다.
“법주(法主)이신 세존의 칙령으로 허문 것이라면 이것은 잘 허문 것이다.”
이때 왕사성에는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이 있었는데, 이 단니가
필추가 예전부터 아는 벗으로서 대화에 뜻이 통하였었다. 단니가가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이 바로 나의 친한 벗이니, 내가 가서 나무를 얻어다가 다시 나무집을 지으리라.’
그리고는 대신에게 찾아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아십니까? 마갈타국(摩揭陀國) 승신(勝身)23)의 아들인 미생원왕(未生怨王)24)이 예전에 나에게 나무를 주신다고 했으므로 내가 가져다 쓰려고 왔으니 주십시오.”
대신이 대답하였다.
“성자여, 만약 대왕께서 나무를 주신다고 했으면, 이것은 큰 선(善)을 성취하는 일이니 마음대로 가져가시오. 다만 이 성에 있는 모든 나무는 다 이 미생원왕이 소유한 것으로 철저하게 창고에 보관하여 왕사대성(王舍大城)의 파괴되어 허물어진 곳만 보수하고자 하고, 또한 어려운 일을 위해서 이 나무를 저장한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니가 필추는 드디어 나무 하나를 취해서 끊고 쪼개고 해서 가져갔다. 이때 성을 지키는 대신이 거리를 순찰하다가 큰 나무 하나를 쪼개어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이 일을 보고 난 뒤에 매우 놀라고 두려워 곧 이런 생각을 했다.
‘혹시 마갈타국 미생원왕의 원적(怨賊)이 있어 성에 들어온 것이나 아닐까? 이 나무는 바로 왕가에서 보호하는 것으로 타인에게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무슨 까닭으로 사람이 곧 가져가는가?’
이 일을 보고 나서 곧 저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에게 찾아가서 말하였다.
“대신은 아십니까? 내가 거리를 돌아보다가 큰 나무 하나를 쪼개 가지고 가는 것을 보았는데, 나는 그때 보고 나서 매우 놀랍고 두려워 몸에 털이 섰습니다. 설마 미생원왕의 원적이 있어서 성에 들어온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나무를 관장하는 나리께서 이 큰 나무를 가져다가 다른 사람에게 준 것이 아닙니까?”
곧 대답하였다.
“나는 일찍이 이 나무를 남에게 준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단니가 필추가 말하기를 ‘미생원왕께서 나에게 이 나무를 주었으니,
그대는 마땅히 나에게 주어야 한다’ 하는 것을 보고, 내가 그때 대답하기를 ‘성자여, 만약 이 대왕께서 일찍이 나무를 주셨다면 다행이니, 곧 가져가서 마음대로 쓰시오’라고 했으니, 그래서 저 사람이 이 나무를 가져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때 성을 지키는 대신이 곧 미생원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께서는 지금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제가 거리를 순찰하다가 보니, 한 나무가 있는데, 이것은 대왕께서 보수에 쓰거나 아울러 어려운 일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 둔 것인데, 드디어 타인이 자르고 쪼개서 가져갔습니다. 제가 이미 보고 나서 매우 놀라고 두려워서 온몸의 털이 다 섰습니다. ‘설마 대왕의 원가나 도둑이 성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고는 곧 저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에게 묻기를 ‘그대가 나무를 타인에게 준 것이 아닙니까?’라고 하니, 저 대신이 곧 대답하기를 ‘내가 일찍이 이 나무를 사람에게 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단니가 필추를 보았는데 ‘왕께서 나무를 주었다’고 하여, 나무를 관리하는 대신이 대답하기를 ‘왕께서 만일 주셨다면 뜻대로 가져가시오’라고 하니, 그때 저 필추가 곧 큰 나무를 베어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어찌 대왕께서 일찍이 나무를 남에게 주신 것을 기억하고 계시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을 불러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은 명을 받고 왕의 처소로 가고자 하였다. 이때 단니가 필추는 작은 일이 있어 왕사성에 들어갔는데, 그때에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이 멀리서 단니가 필추를 보고 말하였다.
“성자여,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그대가 나무를 가져가서 왕께서 지금 나를 부르십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당신은 먼저 가십시오. 내가 뒤따라 갈 것입니다.”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은 곧 먼저 가고 단니가가 뒤에 이르렀으며, 아울러 내사(來使)와 함께 궁의 문 앞에 이르렀다. 이르러서 기다리자 저 사자는 곧 왕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그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이 지금 문밖에 와 있으며, 그 필추는 부르지 아니했는데도 또한 와서 문밖에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무를 관장하는 대신은
들어오지 말게 하고, 우선 그 출가한 자만 불러들여라.”
사자가 나가서 필추를 부르니, 들어와서 보고 손을 펴서 대왕의 무병장수를 원한다고 말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왕이 단니가 필추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내가 나무를 주지 아니했는데도 곧 가져가는 것이 옳습니까?”
단니가가 말하였다.
“옳지 않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내 나무를 가져갔습니까?”
단니가가 말하였다.
“이것은 왕께서 예전에 주었기 때문이오.”
왕이 말하였다.
“나는 기억이 없소. 그대가 기억한다면 나를 위해서 기억하게 해 주시오.”
단니가가 말하였다.
“왕께서는 어찌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처음 관정(灌頂)을 받을 때에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를 부르짖으면서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계율을 지키어 선을 닦고 절도를 행하지 않는 자라면 나의 경내에 있는 초목과 물을 마음대로 쓰시오’라고 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는 주인 없는 물건에 대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 이 나무는 다른 곳에서 관장하는 물건인데 어찌해서 곧 가져갔습니까?”
단니가가 말하였다.
“왕이 주인 없는 물건에 대해서 말하였다면 이것이 어찌 왕의 정사에 상관되는 것입니까?”
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진노하여 이마에는 세 개의 주름을 일으키고 눈썹을 모으고 찌푸리면서 눈을 부릅뜨고 손을 떨면서 말하였다.
“사문아, 네 지금 죽는 것이 합당하나 내 능히 죽이지 못하니 너는 곧 빨리 가라. 지금부터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때에 사람들은 함께 큰 소리로 이와 같이 말하였다.
“희기하구나. 마갈타국의 미생원왕의 품성이 폭렬하고 하는 것이 급하여 사문이 죽는 것이 합당하거늘, 다만 말로만 꾸짖어 방면하는가.”
그때 단니가는 머무르는 곳으로 돌아와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거의 미생원왕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다.”
여러 필추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단니가가 모든 연유를 여러 필추들에게 알렸다. 때에 여러 필추들은
이러한 사건을 가지고 세존께 가서 아뢰니, 세존께서는 구수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승가지옷[僧伽胝衣]을 입고 필추 하나를 데리고 왕사성에 들어가 거리에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찾아 바라문이나, 거사나, 혹 촌읍이나 취락의 상점 주인과 부자들과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이러한 무리들에게 다 골고루 물어서 얼마만한 물건을 도둑질하면 왕의 국법에 죽을죄에 해당하는가를 알아오라.”
그때에 아난다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나서 왕사성에 들어가서 부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여러 사람들에게 골고루 물어보았다.
“얼마만한 물건을 도둑질하면 왕법의 죽음에 해당하는가?”
여러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5마쇄(磨灑)25)나 5마쇄가 넘으면 바로 사형에 해당합니다.”
아난다가 듣고 나서 왕사성을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두 발에 예하고 난 뒤 한쪽에 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의 분부와 같이 두루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를 ‘얼마면 사형에 해당하는가?’라고 하니, 저들이 다 저에게 대답하기를 ‘5마쇄이거나 5마쇄가 넘으면 왕법으로 사형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이때 세존께서 이 인연으로 필추와 승가를 모으시고 알면서 일부러 물으셨으니, 몰라서 물으신 것은 아니었다. 때가 되면 물으시고 때가 아니면 묻지 아니하시며, 이익이 있기 때문에 물으시고 이익이 없으면 묻지 않으신다. 제방을 완전히 파괴하듯 의혹을 끊어 없애어 이익을 위하시기 때문에 때를 알아서 물으셨다.
“너 기와장이 아들 단니가 필추야, 네가 참으로 이 같은 단엄하지 못한 일을 하여서 왕의 나무를 취하였느냐?”
단니가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 질책하셨다.
“네가 한 짓은 사문이 아니며 정행(淨行)도 아니며 수순행(隨順行)도 아니니, 출가한 사람으로 마땅히 지을 바가 아니다.”
세존께서 갖가지 책망을 마치시고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열 가지 이익을 보았노라.……(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정법이 오래 머무르리라. 모든 성문 제자들을 위하여
비내야(毗柰耶)에 그 학처(學處)를 제정하여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취락이나 공한처(空閑處)에 있으면서 남이 주지 않는 물건을 도둑질할 마음을 가지고 취한다면 이와 같이 도둑질할 때 왕이나 대신이 잡아가거나 죽이거나 또는 포박해서 나라 밖으로 쫓아내거나[驅擯] 또는 질책하여 말하기를 ‘쯧쯧, 남자야, 너는 바로 도둑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와 같이 도둑질을 하느냐?’라고 해야 하며, 이와 같은 도둑인 이 필추도 바라시가를 얻어서 마땅히 함께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시 필추’라는 말은 단니가를 말하며, 다른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취락’이라는 말은 담장 안을 말하고, ‘공한처’는 담장 밖을 말한다. ‘남’이라는 말은 여자와 남자와 황문(黃門)을 말하고, ‘주지 않는다’는 것은 주는 사람이 없는 것을 말한다. ‘물건’은 금 등을 말하고, ‘도둑질할 마음을 가지고 취한다’는 것은 남이 주지 않는 물건을 훔칠 마음으로 취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도둑질할 때’란 5마쇄나 혹은 5마쇄가 넘는 것을 말하고, ‘왕’은 찰제리(刹帝利)를 말한다. 바라문ㆍ벽사(薜舍)ㆍ수달라(戍達羅)는 찰제리왕의 관정위를 받은 사람으로 다 왕이라 부른다. 만약 여인이 관정위를 받아도 또한 왕이라 부른다. ‘대신’이라는 말은 왕을 보좌하고 왕을 위해 정사를 도모하여 스스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잡아간다’는 말은 잡아 가지고 가는 것을 말한다. ‘죽인다[殺]’는 말은 그의 목숨을 끊는 것을 말하고, ‘포박[縛]’이라는 말은 세 가지의 포박이 있는데, 쇠와 나무와 밧줄로 하는 것이다. ‘쫓아내다[驅擯]’란 말은 쫓아내서 출국시키는 것을 말하고, 이와 같이 질책하여 말하기를 ‘쯧쯧, 남자야, 너는 바로 도둑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와 같이 도둑질을 하느냐?’란 가볍게 헐뜯는 말이다. ‘이와 같은 자’는 도둑질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며, ‘필추’란 필추라는 성(性)을 얻은 자를 말한다. 무엇을 필추 성이라 하는가. 원구(圓具)를 받은 사람이다. 무엇을 원구라고 하는가. 이를테면, 백사갈마이다. 하는 일이
법대로 되어서 구경에 만족하여 그 나아가 받는 사람은 원만한 마음으로 구족(具足)을 희구하고 기도와 서원을 받기를 원하여 마음에 성냄과 한(恨)이 없고 말로써 고백하여 어업(語業)이 뚜렷이 드러나므로 원구라고 한다. ‘바라시가(波羅市迦)’는 극중한 죄로 매우 싫어할 만한 것이며, 이것은 혐오하고 천시할지언정 즐겨 애착할 수가 없다. 사람이 이 죄를 범할 때 또한 조금만 범해도 곧 사문이 아니며, 석가의 아들이 아니다. ‘필추 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열반의 성(性)이 파괴된다는 말로 타락하고 무너져 더 심해져서 구제할 수가 없으니, 다라수의 머리를 자르듯 울창하게 자라서 크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바라시가를 얻어서 마땅히 함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은, 이 사람은 모든 다른 필추들과 함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포쇄타(褒灑陀:布薩)ㆍ수의사(隨意事:自姿)ㆍ단백(單白)ㆍ백이(白二)ㆍ백사(白四) 갈마를 지을 수 없으며, 열두 종류의 사람을 뽑는 갈마에 있어서도 모두 차이가 없다. 이러하기 때문에 마땅히 함께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이름한다. 이 가운데 범한 모습과 그 일은 어떠한가. 모두 거두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상에서 스스로 취하거나
혹은 공중에 있다가 떨어진 것이거나
모직 위에 있는 것과 수레 위에 있는 것 및 밭을 경영하는 것과
세금을 내는 것과 발이 없는 것과
전다라와 세라(世羅)가 모두 10사(事)로 거두어진다.

따로 거두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스스로 취하는 것과 주지 않는데 취하는 것과
도둑질하려는 마음과 남이 관장하는 물건과
타인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열다섯 가지의 같지 않음이 있다.

다시 열여섯 가지의 다름과
아울러 열 가지의 차별이 있으나
이것은 모두 귀중한 물건에 의거하니
곳에 따른 일임을 마땅히 알 것이다.

세 종류의 상이 있다. 만약 필추가 남의 귀중한 물건을 주지 않는데 가지게 되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스스로 취하는 것과 혹은 보고 취하는 것과 혹은 사람을 보내어 취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스스로 취하는 것이라 하는가 하면, 스스로 도둑질해서 가지는 것이다.
혹은 스스로 끌어서 취해 가지고 들고 원래 있던 곳을 떠나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취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스스로 보고 도둑질해서 가지는 것을 말한다. 혹은 스스로 보고 끌어서 취해서 들고 원래 있던 곳을 떠나는 것이다. 무엇을 사람을 보내어 취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스스로 사람을 보내서 가져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혹은 사람을 보내 끌어서 취해서 원래 있던 곳을 떠나는 것이다. 만약 필추가 이 세 가지 인연으로 남의 귀중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 가지게 되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다시 세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귀중한 물건을 주지 않는데 가지는 것은 바라시가를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남이 주지 않는 것, 자체가 바로 중요한 물건,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주지 않는데 취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일찍이 남자나 여자나 황문이 준 일이 없는 물건을 가지는 이것이 주지 않는데 취하는 것이다. 무엇을 자체가 바로 중요한 물건이라 하는가 하면, 5마쇄가 되거나 5마쇄가 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긴다고 하는가 하면, 이곳에서부터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필추가 이 세 가지 인연으로 남의 중요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 가지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다시 세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중요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 가지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도둑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과 방편을 일으키는 것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도둑의 마음을 일으킨다고 하는가 하면, 도둑질할 마음이 있어서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방편을 일으킨다고 하는가 하면, 손과 발을 뻗는 것을 말한다.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긴다는 말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 마땅히 알 것이다.
다시 세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중요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 가지면 바라기사를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남이 소장하는 물건과 자체가 바로 중요한 물건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는 것이다. 무엇을 남이 소장하는 물건이라 하는가 하면, 이를테면 이 중요한 물건은 여자나 남자나 황문이 자기 소유로 삼는 것을 남이 소장하는 물건이라 한다. 중요한 물건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는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 마땅히 알 것이다.
다시 세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중요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 가지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남이 소장하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과 자체가 바로 중요한 물건인 것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는 것이다. 무엇을 남이 소장하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필추가 이와 같은 생각을 짓는 것으로, 즉 이 물건은 바로 다른 여자와 남자 등이 소장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말한다. 나머지는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다시 네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귀중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 가지는 것은 바라시가를 얻는다. 타인이 소장하는 물건과 다른 사람의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이것은 귀중한 물건이라는 것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는 것으로 이것들이 필추가 바라시가를 얻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귀중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도 가지게 되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하면, 도둑질할 마음이 있는 것과 방편을 쓰는 것과 이것은 귀중한 물건이라는 것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나머지는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다시 네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도 가지게 되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하면, 다른 사람이 보호하는 것과 자기에 속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이것은 귀중한 물건이라는 것과 들어서 장소를 옮기는 것이다. 무엇을 다른 사람이 보호한다고 하는가 하면, 사람에게 귀중한 물건이 있어서 용기 속에 담아두고 스스로 지키거나 사병(四兵)으로 하여금 함께 지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자기에게 속하게 하겠다는 생각인가 하면, 사람에게 귀중한 물건이 있어 상자나 용기에 담아둔 것을 자기에게 속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여 ‘이것은 바로 나의 것이다’라고 하는 것을 말한다. 나머지는 앞에서 설함과 같다.
다시 네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귀중한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도 가지게 되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자기에게 속하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과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자기에게 속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귀중한 물건과 장소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자기에게 속하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라 하는가 하면, 도둑이 있어서 모든 성읍을 파괴하고 숲으로 도망갈 때 길에서 지키던 사람이 저의 물건을 빼앗아 한 곳에 모아 두고 수호하여 자기 것이라고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자기에게 속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중요한 물건이 상자나 용기 등에 담겨 있는데 인마(人馬) 등과 병사가 지키지 않는 것을 자기에게 속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주지 아니하는데도 가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귀중한 물건과 장소를 옮기는 것이 죄를 얻음은 앞에서와 같다.
다시 다섯 가지 인연이 있다. 필추가 남의 물건을 주지 아니하는데도 가지게 되면 바라시가를 얻는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자기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친구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잠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취할 때에 남에게 말하지 않는 것과 도둑질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이니, 바라시가를 얻는다.
다시 다섯 가지의 인연이 있으면, 필추가 범함이 없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과 친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잠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취할 때에 남에게 말하는 것과 도둑질할 마음이 없는 것이니, 이것은 범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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