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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43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21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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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21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21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12) 용순흑양모작부구학처(用純黑羊毛作敷具學處)
그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모든 필추들은 순흑색의 양털을 써서 스스로 깔개를 만들거나 남을 시켜서 만들게 하였다. 그것은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값도 비쌌기 때문에 당시의 모든 필추들은 많은 갖가지 사업을 경영하느라 올바른 수행과 독송과 작의(作意)에 방해를 받거나 중지하는 일이 있었으며, 때때로 다른 바라문ㆍ거사 등에게 검은색 양털을 구걸하곤 하였다.
당시의 여러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모두 천한 짓을 싫어하여 이 인연으로 함께 세존께 아뢰었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비나야에서 그 학처를 제정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순흑색의 양털로 새 깔개를 만든다면 니살기바일저가의 죄를 얻는다.”
‘만약 다시 필추’란 이 법 안의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순흑색’이란 네 가지의 흑색이 있으니, 첫째는 성흑색(性黑色)이요, 둘째는 성청색(性靑色)이요, 셋째는 이색(泥色)이요, 넷째는 방색(牻色)이다. ‘양털’이란 다른 털이 아니다. ‘새것’이란 두 종류의 새것이 있으니, 새로 만든 것과 새로 얻은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새로 만든다는 뜻이다.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 만들거나 남을 시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깔개’란 두 가지가 있으니, 저욕(貯褥)과 ▣1)성(衦成)을 말한다. 여기서는 우성의 뜻이다. ‘사타의 죄를 얻는다’는 것은 사회(捨悔) 등의 법이니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그것은 어떠한가 하면, 필추가 양털을 처리할 때에 한 조각이거나
작은 뭉치이거나 큰 묶음에 있어서 혹은 헤치고 혹은 가르고 혹은 활로 타서 깔개를 만드는데, 만들 때에는 악작죄를 얻고, 끝냈을 때에는 사타죄(捨墮罪)를 얻는다. 만약 먼저 이미 만들어진 것이거나 혹은 그전에 쓰던 물건이거나, 혹은 옛 물건을 다시 새로 처리한 것을 얻으면 범하는 것이 없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13) 과분수작부구학처(過分數作敷具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이 순흑색(純黑色)의 양털을 가지고 새 깔개를 만들지 못하게 학처를 제정하시니, 당시의 여러 필추들은 네 부분의 흑색 털을 사용하되, 약간 다른 색깔이 섞인 털을 붙여서 새 깔개를 만들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곧 함께 비난하고 싫어하여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러한 사연으로 필추들을 모아 놓으시고 문답하고 꾸짖으셨는데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내가 이제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비나야에서 그 학처를 제정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양털로 새 깔개를 만든다면 마땅히 순흑색의 두 부분과 세 번째는 백색, 네 번째는 거친 것을 사용해야 하니, 만약 필추가 순흑색의 두 부분과 세 번째는 백색, 네 번째는 거친 것을 쓰지 않고 새로운 깔개를 만들면 니살기바일저가를 범한다.”
‘필추’의 뜻은 앞에서와 같다. ‘새것’이란 두 가지가 있고 깔개에 두 가지가 있으니, 여기에서의 뜻은 ▣성(衦成)을 취하는 것이니, 모두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순흑색’이란 네 가지의 흑색이 있으니 이미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백색’이란 옆구리 근처와 등골뼈 위와 목 주변의 털을 말한다. ‘거친 것’이란 머리와 다리와 배의 털을 말한다. ‘두 부분’ 등이라고 말한 것은 그 수량을 나타낸 것이니, 열 근(斤)의 털요를 만들려고 하면 다섯 근은 순흑색으로, 두 근 반은 백색으로, 두 근 반은 거친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 밖의 늘이고 줄이는 것은 이에 기준해서 알아야 한다. 검은 털의 분량이 둘이기 때문에 네 가지가 된다. 만약 이와 달리 뒤의 두 가지 가운데에서 반 냥을 줄이거나 순흑색을 쓰면 만들 때에는 악작(惡作)을 얻고, 만들고 나서는 사타죄(捨墮罪)를 얻는다. 만약 자기를 위하여 만들지 않거나 혹은 먼저 만들어진 것이거나, 혹은 검은 털은 얻기가 쉽고 나머지는 얻기가 어려워서 분량을 증감하는 것은 모두 범하는 것이 없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14) 작감육년부구학처(作減六年敷具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여러 필추들이 많은 깔개를 쌓아놓고 있었는데, 함께 말하였다.
“대덕이여, 이 요는 너무 깁니다” 하고는 곧 버려 버리고 다시 다른 것을 만들었다.
“이 요는 너무 짧습니다”, “이것은 너무 작습니다”, “이것은 너무 넓습니다”, “이것들이 모두 부숴진다면 처리를 감당해낼 수 없습니다”라고 하여 다 버리고는 새것을 만들었다. 저들은 요를 만드느라 일이 번잡하고 많아졌기 때문에 허물이 생기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모두 싫어하고 천하게 여겨 위의 일을 함께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대중들을 다 모아놓으시고 문답하고 꾸짖으셨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마땅히 다음과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새 깔개를 만들었는데 마음에 맞지 않아도 6년 동안은 써야 한다. 6년이 되지 않았을 때 쓰던 것을 버리지 않고 다시 새것을 만들면 니살기바일저가이니라.”
이것이 바로 세존께서 처음으로 그 학처를 제정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 광야림(曠野林) 주처에 계셨다. 이때 심한 바람이 세게 불어 필추들이 추위를 걱정하였다. 일을 맡은 여러 필추들[知事人]이 가지고 있는 침상들은 모두가 6년이 된 것이었는데 제정된 계율 때문에 감히 새로 만들지를 못하고 있었고, 추위 때문에 만들던 일도 모두 그만두고 쉬고 있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일부러 구수 아난다에게 물으셨다.
“어찌하여 일을 맡은 필추들이
만드는 일을 쉬고 있느냐?”
아난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6년이 되지 않으면 다시 새로운 깔개를 만들 수 없다’는 계율을 제정하셨기 때문에 이제 깔개가 차가워진 지가 오래되어 추위의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지만, 만들던 많은 필추들은 이것으로 인해 모두가 쉬고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절일을 관할하는 필추들에게 그 깔개를 만든 지 비록 6년이 채 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추위를 면하지 못하는 깔개는 저 필추가 마땅히 승가에게 빌어올 것이며, 6년 안에 다시 깔개를 만들 때에는 마땅히 이와 같이 빌어야 할 것이니라. 여느 때와 같이 스님들을 모아 놓고 그 일을 맡은 필추가 대중 가운데에 이르러 스님의 발에 예배하기를 마치고 상좌(上座)가 있는 앞에서 무릎을 세우고 꿇어서 합장을 하고는 이렇게 아뢸지니라.
‘대덕(大德) 승가께서는 들어주소서. 저는 만드는 일을 하는 아무개 필추이온데 6년 동안에는 마땅히 깔개를 만들지 않아야 하지만, 저 필추 아무개는 6년 안에 승가로부터 빌어서 새 깔개를 만들려고 합니다. 원하옵건대 대덕 승가께서는 저 필추 아무개가 6년 안에 다시 새 깔개를 만들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능히 불쌍히 여기시는 이여, 원컨대 자애를 베풀어 가엾게 여기소서.’
재차 삼차 또한 이와 같이 말해야 한다. 만약 그 승가가 저 사람이 바로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알면 곧 그 법을 허락하고 혹은 쓰던 깔개를 가지고 스님에게 오게 하여 너무 길면 알맞게 잘라내고, 너무 짧으면 털을 보태고, 너무 넓거나 너무 좁으면 알맞게 처리하며, 터진 데가 있으면 털을 가지고 알맞게 보충하고, 모두 터지고 닳아져서 고칠 수가 없으면 승가가 마땅히 그 법을 허락하여 한 명의 필추로 하여금 백갈마(白羯磨)를 하게 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할지니라.자세한 것은 백일갈마(百一羯磨) 가운데서 말한 것과 같다. 일을 맡은 필추에게 승가가 법을 허락하여 6년 안에 뜻에 따라 만들되 의혹이 없게 할지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계(戒)를 지니고 공경하는 자를 찬탄하시고 뜻에 따라 설법하시어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바로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 것은 바로 일에 따라 연 것이다.……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새 깔개를 만든다면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6년을 보존해야 한다. 6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옛것을 버리지 아니하고 다시 새것을 만들면 중법(衆法)을 얻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니살기바일저가가 되느니라.”
‘필추’의 뜻은 앞에서와 같다. ‘새것’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여기에서는 ▣성(衦成)의 뜻을 취한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6년을 보존해야 한다’란 반드시 6년을 채워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연수를 채우지 아니하고 혹 버리거나 버리지 아니하거나 간에 다시 새것을 만들어 얻으면 사타죄(捨墮罪)를 얻는다. 사회(捨侮) 등의 법도 일은 앞의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만약 필추가 그 해 안에 새로운 깔개를 만들고 그 해에 다시 다른 것을 만들었다면 두 번째 것을 만들 때에 악작죄(惡作罪)를 얻고 완성되었을 때에는 사타(捨墮)를 범하게 된다. 처음에 만든 것은 범하는 것이 없다. 비록 같은 해가 아니더라도 두 번째 해에 다시 다른 요를 만들고, 이와 같이 3년째, 4년째, 내지 5년째에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면 죄를 얻는 것이 앞에서와 같다. 그 맨 처음의 요는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필추가 이미 깔개가 있는데도 그 해에 다시 다른 것을 만들 경우, 그 해에 만약 다 완성했으면 사타죄를 얻는다. 만약 그 해에 다 완성하지 못했거나 나아가 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하였으면 사타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그 해에 새로운 깔개를 만드는데 아직 완료하지 않았는데 다시 다른 것을 만들거나, 만약 둘 다 완성했을 때에 ‘나는 전의 것을 가지고 있고 나중의 것은 버렸다’고 하거나, 혹은 ‘나중 것을 가지고 있고 먼젓번 것은 버렸다’고 한다면, 나중의 것은 사타죄를 범한 것이고, 먼저 만든 것은 범한 것이 없다. 만약에 처음에 만든 것이 아직 완성되지 않고 두 번째 해 내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해에 모두 끝마쳤을 때에
‘나는 전의 것을 가지고 나는 마땅히 뒤의 것을 버리겠다’고 말한다면,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만약 필추가 한 개의 요를 만들고 나서 곧 그 해에 다시 한 개의 요를 만들었다가 미처 다 만들지 못하고서 만들기를 그치고, 두 번째 해에 다시 하나를 만들다가 또 다 만들지 못하고 그만두고 하여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해에도 또 이와 같이 한다면, 그 완성하지 못한 것은 5악작죄(惡作罪)를 얻고, 처음 만든 것은 죄를 범한 것이 없다. 만약 필추가 이미 한 개의 요를 만들고 나서 곧 그 해에 다시는 요를 만들지 아니하고, 나아가 다섯 번째 해에 이르기까지 요를 만들지 아니하고, 6년째에 이르러 방편으로 만드는 것은 죄를 범한 것이 없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15) 작신부구불위괴색학처(作新敷具不爲壞色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세존께서 무상지(無上智)를 얻으시고 나자 그 사방에 크게 이름이 드날리셔서 모두가 “중인도[中國]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 북방의 상인들이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공양을 드린다면 커다란 과보를 얻고 커다란 이익을 얻으며 명성이 멀리까지 소문나게 되어 큰 부자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러한 일을 듣고 나서 이와 같이 생각했다.
‘나는 이제 마땅히 모든 재화와 물건을 가지고 실라벌성에 가서 첫째로는 이윤을 얻고, 둘째는 세존께 예배드리고 친견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5백 명의 상인과 더불어 북방의 재화와 물건을 가지고 중인도로 갔다. 그때 상인들은 실라벌성에 이르러 재화와 물건을 두고 나서 곧 급고독 장자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자여, 마땅히 아소서. 저희들은 이제 세존을 친견하여 예배드리고자 하나이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능히 묘한 뜻을 내었습니다. 여래(如來)ㆍ응공ㆍ정변지(正遍知)께 예배하여 공경해야 합니다.
실로 만나기 어려운데 이제 한 번 출현하셨으니, 마치 오담발라화(烏曇跋羅華)가 핀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장자는 곧 저 5백 명의 상인을 데리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고는 한쪽에 앉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곧 장자와 5백 명의 상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자세히 말씀하셨다. 법을 보여주고 가르쳐 알게 하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하여 믿고 즐거워하게 하시고는 잠자코 계셨다. 그때 모든 상인들은 법문을 듣고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고 물러나서는 곧 나이가 많은 필추들에게 나아가서 거듭 예배하여 공경을 하였고, 또한 수행승이 머무르는 방사(房舍)와 대중 스님네를 두루 보고자 하였다. 그때 급고독 장자가 모든 상인들을 데리고 두루두루 살펴보았는데, 그 상인들은 여러 필추들이 침상 위의 요 위에 펴는 니사단나(尼師但那)의 가운데가 뚫리고 찢어진 것을 보고는 장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으신 여러 대필추의 니사단나의 가운데가 뚫리고 찢어진 것입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여러 존숙(尊宿) 필추께서는 밤에도 날이 밝아올 때까지 많이 단정하게 앉아 계시니, 이러한 인연으로 모두가 뚫리고 허물어진 것입니다.”
그때 여러 상인들은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대단히 일어나서 곧 5백 장의 고은 모직물을 가지고 가서 여러 스님들에게 받들어 보시하였다. 그때에 여러 필추들은 모직물을 얻고 나서는 새로운 니사단나를 만들었다. 옛것을 가진 자는 하나의 오래된 방 근처의 노지(露地)에 모두 모아 한 무더기로 만들었다. 그때 어떤 한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에게 집에 가서 공양 베풀기를 청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때가 되자 모두 장자의 집으로 갔다. 오직 불세존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공양하게 하시고는 홀로 절 안에 남으셔서 식사를 하셨다. 그러나 불세존께서는 다섯 가지의 일로 공양을 청한 곳에 가지 않으셨던 것이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하나는 고요히 머무르기 위함이요, 둘은 제천(諸天)에 법을 설하기 위함이요, 셋은 병든 이를 살펴보기 위함이요, 넷은 모든 침상을 보시기 위함이요, 다섯은 필추들에게 그 학처(學處:戒)를 제정하기 위함이셨다. 이 가운데에서 세존께서는 그 침상을 살펴보시고,
아울러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그 학처를 제정하고자 하셨던 까닭에 공양을 청한 집에 가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필추들이 나간 후에 얼마 되지 아니하여 곧 자물쇠를 가지고 곳곳마다 돌아다니시면서 두루 살펴보시다가 한 오래된 방에 이르러 여러 필추들이 옛 니사단나를 한 곳에 모아 두어서 오물과 이리저리 섞이고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셨다. 보시고 나서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모든 시주들은 깊은 마음으로 믿고 공경하여 마치 자기의 피와 살을 도려내듯 하여 그것으로써 공양하여 복업(福業)을 닦지만, 여러 필추들은 쓰던 깔개를 버리고 생각 없이 받아쓰면서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이 없이 이곳저곳에 버리는구나.’
그때에 세존께서는 오래된 깔개를 들어 뒤집고 털어서 시렁 위에 잘 올려놓으시고는 곧 방 밖에서 손과 발을 씻으시고 방 가운데에 단정히 앉으셨다. 이때 음식을 먹은 필추들이 음식을 가지고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왔다. 세존께서는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은 필추들과 함께 기쁘게 말씀하시고 물으셨다.
“여러 필추들이여, 음식이 좋더냐, 배불리 먹었느냐?”
음식을 먹은 필추들이 아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대중들은 모두가 음식을 배불리 먹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음식을 드시고 나서 손과 발을 씻으시고 다시 방 안에 들어가시어 고요히 머무르셨다. 세존께서는 포시(晡時)에 정(定)으로부터 일어나시어 대중 가운데로 가셔서 자리에 나아가 앉으시고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공양청을 받은 곳으로 떠나간 지 얼마 아니 되어 내가 자물쇠를 가지고 곳곳에 돌아다니며 두루 살펴보다가 한 오래된 방에 이르러 여러 필추들이 옛니사단나를 한 곳에 모아 두어서 오물과 이리저리 섞이고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느니라. 나는 그때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여러 시주들은 깊은 마음과 청정한 믿음으로 마치 자기의 피와 살을 도려내는 듯이 하여 공양하며 여러 복업을 닦고 있거늘 너희 필추들은 쓰던 깔개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수용하여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도 없이
곳곳에 버려두었으니 이는 홀륭한 일이 아니다.’
너희 모든 필추들은 다른 사람들이 신심으로 보시하는 물품을 알맞게 헤아리고 애호하여 때에 따라 족한 줄을 알아서 수용하는 자라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신심 있는 시주물을 아끼고 보호하며 때에 따라 족한 줄을 알며 수용하는 것을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그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다음과 같도다. 만약 다시 필추들이 새로운 니사단나를 만들게 되면 마땅히 전에 쓰던 것의 견고한 것에서 가로세로로 부처님의 한 펼친 손만큼을 취하여 새것 위에 붙여야 하니, 괴색(壞色)을 위해서이다. 만약 필추가 새로운 니사단나를 만들 때 쓰던 것을 가지고 새것 위에 붙여 괴색하지 않으면 니살기바일저가이다.
‘필추’의 뜻은 앞에서와 같다. ‘새것’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새로 만든 것을 말하고, 둘은 새로 얻은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새로 만든다는 뜻이다. ‘니사단나’라는 것은 바로 깔개를 가리킨다.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 만드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혹은 남에게 시켜서 만드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쓰던 니사단나의 한 귀퉁이’라고 말한 것은 옛 니사단나에서 한쪽의 견고하여 쓸 만한 곳을 도려내어 취한다는 말이다. ‘부처님의 한 펼친 손’이란 대사(大師)를 이르는 말이다. 그 한 펼친 손이 보통 사람의 팔꿈치의 한 배 반에 해당한다. ‘새것 위에 붙인다’는 것은 새것 위에 바느질하는 것을 말한다. ‘괴색(壞色)을 위해서이다’라는 것은 그것을 튼튼하게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만약 붙이지 않으면 니살기바일저가를 얻는다. 그 사회(捨悔)의 법식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만약 필추가 오래된 니사단나를 가지고 부처님의 한 펼친 손만큼 붙일 때에 만약 한 손가락이나 반 손가락을 줄여서 붙이면 또한 니살기바일저가를 얻는 것이다. 범함이 없는 것은, 만약 쓰던 것을 가지고 새것을 다 덮거나 혹은 완전히 부서지고 헤져서
새 니사단나를 덧붙일 수 없는 경우이니, 이는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하는 것이 없는 경우는 최초로 범한 사람, 혹은 미치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아주 고통에 휩싸인 사람이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16) 자담부양모학처(自擔負羊毛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당시에 육중 필추들이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난타와 오바난타여, 저 흑색 발우를 쓰는 자들은 원숭이의 기름을 그들의 다리에 바르고 떠나고자 할 때에는 장행(將行)의 이양(利養)2)을 얻고 멀리 가서 처음 가 보는 곳에서도 또한 공양을 받을 수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경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들은 비유하면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으니, 일찍이 각지를 돌아다녀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이 없으니, 우리들도 또한 사방으로 나아가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행해야겠다.”
나머지 도반들이 물었다.
“마땅히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나는 이제 잠시 나가서 상인들을 찾아보아야겠다.”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들 여럿이 만약 모두가 떠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도와 권속들로서 음식을 보시한 집 모두를 다른 여러 흑색 발우를 쓰는 무리들에게 빼앗기리니, 마땅히 한 사람은 머물게 하고 나머지는 뜻에 따라 떠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함께 누가 여기에 머무를 것인가를 상의하였다.
“대덕 오다이(鄔陀夷)가 살펴서 지키게 하고 얻은 이득은 돌아와서 함께 나누기로 하자.”
오다이가 대답하였다.
“내가 이곳에 머무를 테니 다른 다섯 사람은 나가서 상인들을 찾아보라.”
많은 사람들이 니바라국(泥波羅國)을 향하여 가는 것을 보고는 필추가 물었다.
“여러분들은 어디로 가십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니바라국으로 가고자 합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우리들도 따라가고자 합니다.”
상인이 말하였다.
“성자여, 니바라국의 땅은 돌이 많고 가팔라서 마치 낙타의 등뼈와도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그곳에서 안락하게 머무르실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우리가 함께 그 땅을 시험 삼아 보러 가겠습니다.”
“성자여,
그러시다면 같이 따라가셔도 좋습니다.”
곧 상인과 함께 길을 따라 떠나갔다. 그때 저 필추는 그 나라에 도착하고 나니,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없어 곧 다른 날에 상인의 가게로 가서 여러 상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께서는 언제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상인이 말하였다.
“어찌 성자께서는 마음에 들지 아니하십니까?”
필추가 대답하였다.
“내가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곧 그날로 마음에 기쁘고 즐거움이 없습니다.”
대답하여 말하였다.
“성자여, 저희들은 물건을 아직 다 거래하지 못하여서 돌아간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 중인도[中國]에 돌아가고자 하는 이가 있으니, 그들에게 부탁하면 함께 동행하실 수 있습니다.”
필추가 대답하였다.
“그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니바라국에는 두 가지의 값이 싼 물건이 있었는데 양의 털과 노란색의 안료인 웅황(雄黃)이라는 것이었다. 그때 상인들은 양털을 많이 사서 수레에 싣고 떠나갔는데 여러 필추들도 또한 함께 길을 떠났다. 그러나 육중 필추는 성질이 먼지를 꺼려하였다. 혹은 수레의 앞에서 가기도 하고 혹은 수레의 뒤에서 가기도 하였다. 그때 육중 필추는 수레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갔다. 상인의 행렬 안에 털을 실은 수레 한 대에서 갑자기 수레바퀴의 굴대가 부러졌다. 그때 여러 상인들이 함께 상의하여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 만약 수레바퀴의 굴대를 수리하고자 한다면 그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서 반드시 도둑이 노리게 되어 먼저 우리를 죽인 후에 재물을 가져갈 것이다. 우리들은 마땅히 값나가는 물건만을 갖고 수레는 버리고 가도록 하자.”
이렇게 논의를 할 때 육중 필추들이 이르러 물었다.
“여러분께서는 어찌하여 근심하여 나아가지 아니하고 머물러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성자여, 우리의 수레가 굴대가 부러졌습니다.”
그리고는 앞의 일 모두를 말하여 알려주었다.
육중 필추가 물었다.
“어떻게 양털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버리고 떠나가야 합니다.”
육중 필추가 말하였다.
“만약 여러분께서 허락하신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두건을 만들고 혹은 신발이나 담요를 만들기도 하며, 혹은 번기[幡]를 만들기도 하리니, 우리는 마땅히 힘이 닿는 대로 많거나 적거나 간에 다 가지고 갈까 합니다.”
상인들이 대답하였다.
“마음대로 모두 가지십시오.
우리에게는 소용이 없습니다.”
그때 난타와 오바난타가 함께 상의하여 말하였다.
“이제 낡은 물건이 많아졌다.”
그때 저 다섯 사람의 필추가 가지고 있는 옷과 발우를 합하여 한 사람이 지게하고, 그 나머지 네 사람은 풀로 새끼줄을 꼬아서 네 덩어리로 묶어서 지고 길을 따라서 가지고 갔다. 그때에 여러 상인들이 보고서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가 사람을 고용하여 그 털을 가지러 오게 하겠습니다. 이제 성자께서 함께 다 가지고 도착하시면 우리가 값을 치르고 그 털을 돌려받겠습니다.”
필추가 대답하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우리가 어찌 장사꾼이겠는가. 당신이 만약 이와 같이 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버리겠습니다.”
상인들이 대답하였다.
“저희가 말을 잘못하였습니다. 다행히 책망하지 않으시니 가지고 가셔도 좋습니다.”
그때 상인의 무리 가운데에는 외도가 동행하고 있었는데 육중 필추를 조롱하여 말하였다.
“이 무거운 짐을 어디에 풀어 얼마의 이윤을 얻는단 말인가.”
육중 필추는 듣고 나서 성을 내어 말하였다.
“너의 뱃속을 가르고 너의 머리 꼭대기를 밟고 나의 짐을 풀어서 모두 그 이윤을 거두리라.”
그가 곧 입을 다물고 잠자코 응대하지 아니하였다.
육중 필추는 의논하여 말하였다.
“우리가 상인들의 행렬 속에서 가면 많은 비난과 비웃음을 살 것이니, 우리들은 마땅히 앞에서 가는 것이 좋겠다.”
한 마을에 이르렀는데 곳곳에 도둑들이 많았다. 그들은 마을의 모퉁이에서 사람을 시켜 멀리 망을 보게 하였는데 육중 필추가 짐을 메고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알려서 말하였다.
“당신들은 마땅히 알라. 코끼리 군대가 오고 있다.”
모두가 보고 나서는 다 놀라서 그 집을 버리고 숲 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여러 강하고 힘센 장정들이 남아서 마을을 지키고 있었는데 서로 말하였다.
“저것은 코끼리 군대가 아니라 낙타이다.”
또 말하였다.
“저것은 낙타가 아니라 마땅히 바로 소에 실은 짐일 것이다”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또는 “저것은 소에 실은 짐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 짐을 진 것이다”라고 하기도 하다가 마을에 가까워지고 나서 그들이 필추임을 알고는 말하였다.
“성자여, 기이하게 큰 짐을 지고 오니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을 모두 다 달아나
흩어지게 하였습니다.”
육중 필추가 대답하였다.
“너희 무식한 자들이여, 짐을 지고 오는 것을 보고는 두려워서 바로 도둑들이라고 하였으니, 도둑들이 만일 알았더라면 마땅히 와서 빼앗았을 것이다. 너희들은 놀라 달아난 자들을 달래고, 가지고 있는 가업을 지키라.”
저들이 듣고는 잠자코 있었다.
이때에 육중 필추들은 이 일을 보고 나서 곧 서로 말하였다.
“난타와 오바난타여, 우리가 길을 따라서 간다면 많은 비난과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니, 황야를 곧바로 바라보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곧 길을 버리고 떠나갔다. 그때 관헌에서 세금을 받는 사람이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짐을 지고 오는 것을 보고는 그들에게 고하였다.
“너희 상인들은 여러 번 세금을 훔치더니 세금을 내지 아니하고 몰래 숨은 길로 다니는구나.”
육중 필추가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자여, 너는 우리를 바로 세금을 훔치는 상인이라 하는가?”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는 육중 필추다.”
그가 곧 대답하였다.
“성자여, 어서 가십시오.”
다시 의논하였다.
“우리가 서다문(逝多門)에 이르게 되면 모든 흑색 발우를 쓰는 무리들이 다 함께 우리를 비웃을 것이니, 마땅히 작은 문으로 지고 들어가도록 합시다.”
이윽고 작은 문으로 들어갔는데 어떤 마하라(摩訶羅)가 보고서 물었다.
“너희 짐을 진 상인들은 어찌하여 울타리를 부수고 절 안에 들어오는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늙은이여, 당신은 우리를 짐을 짊어진 장사꾼으로 여기려는가?”
물었다.
“당신들은 바로 누구입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는 바로 필추이다.”
물었다.
“성자들이 바로 육중 필추입니까?”
대답하였다.
“우리가 육중 필추이다.”
그가 곧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대덕(大德)이여.”
그때 그들이 들어오고 나서 모든 털보따리를 모두 절 안에 쌓아 두었는데, 모두 쌓으니 산더미 같았다. 본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하면서 물었다.
“구수여, 당신들께서 이렇게 무거운 짐을 가져올 수 있었군요. 어찌 저 세속의 비웃음을 꺼려하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입이 어찌 밥만 먹겠습니까? 조롱하는 자가 있으면 세 배로 그를 조롱했습니다.”
그때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함께 비난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이 무거운 짐을 진 것을 부끄러워할 일인데 도리어 잘한 일이라 여겨서 오만한 마음을 일으키는가?”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사연을 모두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그때 필추들을 모아 놓으셨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그 학처를 제정하노니 다음과 같으니라. 만약 다시 필추가 길을 가는 도중에 양털을 얻어 마땅히 취하고자 할 때에, 만약 가지고 갈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3유선나(踰繕那:由旬)까지 가지고 갈 수 있다. 만약 3유선나까지를 넘어서면 니살기바일저가이니라.”
‘필추’는 바로 육중 필추를 이르는 말이며, 혹은 곧 이와 같은 무리를 말한다. ‘길을 간다’는 것은 길 가는 중임을 일컫는다. ‘양털을 얻는다’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말한다. ‘하고자 한다’는 것은 짓는 바가 있는 것이다. ‘마땅히 취한다’는 것은 마음대로 가지는 것을 말한다. ‘3유선나까지’란 그 거리를 가리키는 말이니, 다른 사람이 없음을 말한다. 이것을 넘어서서 가지고 가면 사타죄(捨墮罪)를 범하는 것이다. 사타의 법에 대해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여기서 계를 범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말하자면 일곱 개의 극미(極微)가 하나의 미진(微塵)이 되고, 이 일곱 개의 미진이 동진(銅塵)이 되고, 일곱 개의 동진은 수진(水鹿)이 되고, 일곱 개의 수진은 토모진(免毛塵)이 되고, 일곱 개의 토모진은 양모진(羊毛塵)이 되고, 일곱 개의 양모진은 우모진(牛毛塵)이 되고, 일곱 개의 우모진은 극유진(隙遊塵)이 되고, 이 일곱 개의 극유진은 서캐[蟣]만한 크기가 되며, 이 일곱 개의 서캐는 이[虱]만한 길이가 되고, 이 일곱 마리의 이는 보리만한 길이가 되고, 이 일곱 톨의 보리는 손가락 한마디만한 길이가 되고, 스물네 마디의 손가락은 한 팔굽이 되고, 세 팔굽 반은 한 사람의 키에 해당하는 길이가 되고, 네 팔굽은 한 활(弓)이 되고, 5백의 활은 1구로사(一拘盧舍)가 되고, 8구로사는 1유선나(一踰繕那)가 된다.
만약 일곱 개의 부락이 있고, 하나하나의 부락 사이에는 1구로사(拘盧舍)가 떨어져 있는 경우에 털을 가지고 갈 경우에 길의 반까지 갔을 때는 모두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마을까지 갔을 때는 모두가 사타죄를 얻는다. 만약 동네가 있는 곳으로부터 넓은 들로 갈 때에는 이분의 일의 구로사를 갈 때마다 악작죄를 얻게 되며,
1구로사를 갈 때마다 사타죄를 얻는다. 만약 넓은 들판에 있으면 3유선나까지는 범하는 것이 없다. 이것을 넘어서면 사타죄를 범한다. 만약 두건을 만들고 신발을 만들거나 혹은 번기[幡] 등을 만들어서 몰래 가지고 간다면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하는 것이 없는 경우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17) 사비친니치양모학처(使非親尼治羊毛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육중 필추는 함께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 마땅히 가지고 온 털을 나누어야겠다.”
난타가 물었다.
“몇으로 나누어야 하겠는가. 이곳에 머물러 있던 저 대덕 오다이와도 함께 나누어야 하는가?”
그때에 오다이는 이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도반들이 이익을 많이 얻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나누어 가질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서는 물었다.
“자네들은 어떻게 헤아려서 그 얻은 것을 각각에게 돌려주어 자네는 자네의 몫을 얻고 나는 나의 몫을 얻게 하겠는가?”
오바난타는 이 말을 듣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 법주(法主)께서 지금 이곳에 머물러 계시니 들어온 여러 공양이 반드시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오다이가 이런 말을 하였구나. 우리가 예전에는 항상 여섯 명이었는데 어찌하여 오늘에는 다섯 명이 되었단 말인가. 마땅히 여섯으로 나누어 평등하게 주어야 할 것이다.’
난타가 말하였다.
“누구를 나누는 사람으로 할 것인가?”
천타(闡陀)가 말하였다.
“대덕 오다이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으니 그에게 우리를 위해 나누어 주게 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였다. 그때 오다이는 모든 것을 여섯으로 나누어 자기의 물건을 가지고 가서 자신의 방 안에다 두었는데 아설가(阿說迦)가 말하였다.
“대덕 오다이여, 이곳에서 얻은 물건을 앞으로 함께 나눕시다.”
오다이가 말하였다.
“구수여, 당신들과
떠나고부터 20패치(貝齒)도 일찍이 얻지 못하였다. 만약 믿지 못하겠거든 현재 있는 대중들이나 범행(梵行)을 함께하는 이들에게 어찌 물어보지 아니하는가.”
보나벌소(補㮈伐素)가 말하였다.
“오다이가 우리를 속이고 놀리는 줄이야 어찌 알았으리오.”
오다이가 말하였다.
“만약 많은 물건을 얻었는데도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이것은 속이고 놀리는 것이다. 나는 적은 패치(貝齒)도 오히려 일찍이 얻은 것이 없거늘 어찌 속이고 놀림이 이루어지겠는가.”
그때 그 다섯 사람은 이 말을 듣고서 모두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오다이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많은 양의 양털을 얻었으니 누구에게 보내어 처리할까? 만약 장인(匠人)에게 보낸다면 그는 믿기가 어렵다. 계행(戒行)이 없는 까닭에 모두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열두 필추니들에게 보낸다면 그들도 또한 믿기가 어렵다. 사람됨이 계산에 꼼꼼해서 그것을 가지고 이전의 떡값으로 충당할 것이다. 달마타나(達摩陀那) 필추니는 경전을 잘 지니며 함께 있는 권속들도 경전을 잘 지녀서 읽고 외우며 마음을 부지런히 하고 여러 선품(善品)들을 닦으니, 내가 털을 준다면 많은 시간이 걸려도 일을 다 마치지 못할 것이다. 교답미(喬答彌)는 율장을 잘 지니며 데리고 있는 문도들도 율을 잘 지녀서 계를 지님과 범함을 생각하여 무겁고 가벼움을 헤아려서 정하리니, 내가 만약 털을 맡기더라도 능히 맡아 주지 못할 것이다. 대세주(大世主)는 고요히 생각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고 문하인들도 모두가 적정(寂定)을 닦고 있으니 잠시라도 여가가 있으면 털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였는데 그때 대세주가 세존께 와서 예배를 드렸다. 오다이가 보고서 물었다.
“교답미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금계(禁戒)를 갖춘 자는 마음에 생각하는 대로 일을 모두 성취할 수 있으니, 깨끗한 계의 힘으로 과보를 얻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선설(善說)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면 내가 마침 생각하기를, ‘훌륭하십니다. 대세주 교답미가 만약 오신다면 아주 좋으리라’고 하였는데, 이제 오셨으니 제가 원한 그대로 된 것입니다.”
물었다.
“대덕이여, 무엇을 하길 원하십니까?”
오다이가 대답하였다.
“나에게 약간의 양털이 있어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습니까?”
그가 곧 대답하였다.
“성자여, 나는 본래 세존의 발에 예배드리려고 왔습니다. 만약 부처님을 뵙고 나면 두 사람의 필추니로 하여금 방에 가서 뵙고 처리할 물건을 받아 가져오게 하겠습니다.”
그때 오다이는 가지고 있는 양털을 묶어서 두 덩어리로 만들어 방문 뒤쪽에 두었다. 그때 교답미는 세존께 예배드리고 나서 필추니들이 거처하는 절에 돌아가려고 곧 두 필추니를 보내어 방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게 하였다.
아뢰었다.
“대덕이여, 성자 교답미께서 양털을 가져오라고 보내셨습니다.”
대답하였다.
“문짝 뒤에 두 덩이의 양털이 있으니 가지고 갈 만할 것입니다.”
그들은 곧 문에 들어가서 털을 가지고 가려고 손으로 끌어당겼으나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 두 필추니가 말하였다.
“성자여, 털 속에 어찌하여 맷돌이 들어 있나요?”
오다이가 말하였다.
“당신들은 나이도 어린데 허리가 부러졌단 말이오?”
그때 오다이는 새끼손가락으로 한 덩이를 번쩍 들어서 한 사람의 머리 위에 얹어주고 다시 한 뭉치를 번쩍 들어서 한 사람의 허리에 지어 주었다. 그때 두 필추니는 머리가 아프고 허리가 쑤셔서 고생고생하며 절에 이르렀다. 절에 도착하고 나서 땅에 짐을 부리고 허리를 굽힌 채 침상 위에 드러누웠다.
다른 필추니들이 보고서 물었다.
“당신 두 사람은 어찌하여 허리를 구부리고 있습니까? 얼마 안 되는 양털을 가지고 그렇게 피곤해하고 어려워하는군요.”
여러 필추니들에게 대답하였다.
“만약 우리보다 힘이 세거든 시험삼아 들어 올려서 메어 보십시오.”
그들이 곧 들어보려 하였으나 끝내 움직이지도 못하였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하였다.
“이 털 꾸러미 속에는 맷돌이라도 들어 있습니까?”
두 필추니가 쉬고 나서 털 꾸러미를 풀어 놓으니 큰 무더기가 되었다. 여러 비구니들이 보고 나서는 소리를 높여서 큰 소리로 웃었다.
그때 대세주가 그 웃는 소리를 듣고 물었다.
“너희 여러 구수들이여, 어찌하여 뒤바뀌었는가. 머리를 깎고 겨드랑이 아래에 상투가 생겨났는가. 지금까지도 능히 고요히 하지 못하였거늘 무슨 일로 시끄럽게 웃는단 말이냐?”
여러 필추니들이 대답하였다.
“성자여, 대덕 오다이는 약간의 양털이라 하더니
오히려 이렇게 많습니다. 만약 많다고 하였더라면 그 욕심이 어떠하였겠습니까?”
대세주가 말하였다.
“여러 자매들이여, 그는 악행을 행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항상 헐고 무너뜨리니, 마치 강둑을 무너뜨려 떨어지게 하기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두 사람의 착한 이가 있으니, 한 사람은 그 일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을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허락하고서 함께하게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미 허락하여 말하였으니 일은 모름지기 끝마쳐야 한다. 너희들이 함께 처리할 수 있다면 많고 적음을 따라서 일을 마쳐 돌려보내라.”
그 양털이 아주 많았으므로 갑자기 일을 끝마치기가 어렵자 그때에 오다이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 대세주는 항상 적정을 즐겨서 여러 필추니들을 시켜서 떡값을 충당하려고 하지 않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여 감탄하고 머무르고 있었다. 그때 어떤 두 필추니가 양털을 처리하고서 오다이에게 보내 주면서 말하였다.
“성자여, 저희가 양털을 가져왔는데 어디에다 쌓아둘까요.”
오다이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오히려 딴 마음이 있으니 내 물건을 다 돌려보냈는지 헤아려야 겠다.”
그리고는 곧 필추니에게 대답하였다.
“대자매여, 방 안에 두어라.”
그들은 방 안에다 그것을 두고 떠나갔다. 나머지 털도 처리하면 또한 모두 보내왔다. 그 대세주는 털을 다루느라 손이 모두 빨간색이 되어 붉은 비단을 물들이는 사람과 같이 되었다.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한쪽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그때에 세존께서는 그 손이 붉은 것을 보시고 물으셨다.
“교답미여, 어떤 이유로 손이 물들이는 사람과 같이 붉게 되었는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나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다른 일을 한다고 하셨는데, 이제 제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세주여, 어떤 일을 하였는가.”
그때 교답미는 그 일을 모두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필추들이 친척 필추니가 아닌데도 양털을 다루게 하느냐?”
아난다가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여러 필추들이 그들에게 처리하게 하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일로 필추들을 모아 놓으시고 오다이에게 물으셨다.
“네가
참으로 친척 아닌 필추니에게 시켜서 양털을 처리하게 하였느냐?”
아뢰어 말씀드렸다.
“실로 그리하였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로 오다이를 꾸짖으셨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내가 이제 그 학처를 제정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친척 아닌 필추니를 시켜서 양털을 빨고 물들이며 다루게 하면 니살기바일저가이니라.”
‘만약 필추가’란 오다이를 말한다. ‘친척 아닌 필추니를 시킨다’는 것에서, 친척과 친척 아닌 것에 대한 뜻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양털’이란 다른 털이 아니다. ‘빤다’는 것은 한 번 물에 넣는 것까지를 말한다. ‘물들인다’는 것은 한 번 물들이는 물에 담그는 것까지를 말한다. ‘다룬다’는 것은 한 조각에 이르게 되는 것까지를 말한다. ‘니살기바일저가’란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필추가 친척 아닌 필추니에게 친척이 아니라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혹은 다시 친척인가에 대해 의심하면서 양털을 빨게 하거나 혹은 물들이거나 혹은 다루게 하는 것이니, 사타죄(捨墮罪)를 범하는 것이다. 혹은 빨고 물들이되 다루지는 아니하거나, 혹은 빨고 다루되 물들이지 아니하거나, 혹은 물들이되 빨고 다루지는 아니하는 것도 또한 사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친척인 필추니에게 친척이 아니라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혹은 다시 의심하면서 세 가지의 일을 하게 하여 양털을 다루게 하는 것도 모두 악작죄를 얻는다.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만약 친척인 필추니에게 친척이라고 생각한다면 범하는 것이 아니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18) 착금은등학처(捉金銀等學處)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죽림에 계셨을 때 취락의 주인인 보계(寶醫)라 이름하는 한 거사가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와서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하고는 한쪽에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요즈음에 대중들 가운데에 왕과 여러 신하들이 모두 함께 모여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들은 사문 석가의 제자가 금이나 은을 받아 지닐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압니까?’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필추는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필추는 가질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누가 이치에 맞으며 누가 이치에 맞지 않나이까? 어느 것이 법다운 말이며 어느 것이 법답지 못한 말입니까? 누가 부처님을 비방한 것이며 누가 부처님을 비방하지 않은 것입니까? 어느 것이 바로 훌륭한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바이며 어느 것이 훌륭한 이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바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거사여, 만약 그가 말하기를 ‘사문 석가의 제자가 금과 은을 받아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이치에 맞지 않으며 이것은 법다운 말이 아니며 이 사람은 나를 비방하는 사람이며 이것은 훌륭한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바이며 이것과 다른 것을 훌륭하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사여, 실로 필추가 금은과 같은 물건을 받아 가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만약 필추가 금과 은을 받아서 몸에 지니지 않는다면 이는 사문의 법이며, 이는 석가의 제자이며, 이는 참으로 훌륭한 법이니,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나는 이와 같이 설한다. 만약 받아서 몸에 지닌다면 이는 사문이 아니며 석가의 제자가 아니며 참으로 훌륭한 법이 아니니,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나는 이와 같이 설한다.”
거사가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저의 생각은 이러하나이다. 만약 필추가 금은과 같은 물건을 받아서 몸에 지니지 아니한다면 이는 참된 사문이며 훌륭한 석가의 제자입니다. 만약 받아서 몸에 지닌다면 참된 사문이 아니며 석가의 제자가 아닙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거사여, 너의 뜻과 같이 이해하면 이는 훌륭한 분별이니라.”
그때에 보계(寶髻) 거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기뻐하며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때 아난다는 부처님의 등 뒤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거사가 물러나자 곧 아난다에게 명하여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마땅히 가서 이 근처에 있는 모든 필추들에게 모두 다 늘 식사를 하는 식당 안에 모이게 하여라.”
그때 아난다는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서 모든 대중들을 불러 모으고 돌아와서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서 가까이에 있는 이 필추들을
모두 불러 모아 식당 안에 있도록 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식당 안으로 가시어 대중의 앞에서 자리에 나아가 앉으셔서 여러 필추들에게 맡씀하셨다.
“어떤 취락의 보계(賣醫)라 이름하는 주인이 내가 있는 곳에 와서 나의 발아래에 예를 하고 한쪽에 앉아서 이렇게 말하였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물러났느니라.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저 취락의 주인은 왕의 무리 중에 사자후를 하여 결정적으로 말하기를, ‘사문 석가의 제자가 금은이나 돈 같은 것을 받아서 몸에 지니는 것은 합당치 아니하다’고 하였고, 나도 또한 말하기를, ‘사문 석가의 제자는 마땅히 금은이나 돈 같은 것을 받아서 지녀서는 안 된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여러 필추들이여, 방사(房舍) 등을 수리하고 짓는 일을 하기 위해 마땅히 초목과 수레와 사람의 공력을 구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마땅히 금은이나 돈 같은 것을 구하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나는 방편을 두어서 여러 필추들로 하여금 금 같은 것을 쌓아두거나 몸에 지닐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아니하노라.”
이것은 바로 연기(緣起)이고 아직 계를 제정하지는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서다림의 급고독원에 계셨을 때 육중 필추가 자신의 손으로 금은이나 돈을 잡기도 하고 혹은 남의 손에 잡게 하여 방사를 만들기도 하고 혹은 앉고 눕는 자리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다. 그때 외도가 보고는 싫어하고 천하게 여겨 말하였다.
“이 사문 석가의 제자는 자신의 손으로 금은이나 돈을 잡기도 하고 혹은 남을 시켜서 잡게 하기도 한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다른 모든 속인들도 또한 모두 이와 같아 이들이 우리와 무슨 다른 점이 있단 말이냐. 어떻게 다른 바라문ㆍ거사 등으로 하여금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게 하여 여러 음식들을 가져다가 이 머리 깎은 사람들에게 베풀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때에 여러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이 인연으로 하여 세존께 모두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들을 모으시고,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육중 필추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참으로 스스로 잡기도 하고 남을 시켜 금은이나 돈 같은 것을 잡게 하였느냐?”
대답하였다.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위에서와 같이
여러 가지로 꾸짖으셨다.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그 학처를 제정하노니 다음과 같이 설하느니라. 만약 다시 필추가 자신의 손으로 금은이나 돈 같은 것을 잡거나 혹은 남에게 잡게 하면 니살기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육중(六衆)의 무리를 말한다. ‘자신의 손으로’라는 것은 손으로 잡는 것을 말한다. ‘금은’이란 금은 및 패치(貝齒)를 말한다. ‘돈’이란 금 등의 돈을 말한다. 남을 시키는 것도 또한 그러하여서 모두가 사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사회(捨悔)의 법은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만약 다른 사람을 시켜 취하게 할 때에 그 일은 열여덟 가지가 같지 않음이 있으니, 모두가 그 범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다음과 같이 알려서 말하는 것이다.
네가 이 물건을 취하라. 네가 여기에 취해라. 네가 이것을 이만큼 취하는 것을 허락한다. 네가 이 물건을 가져가라. 네가 여기에 가져가라. 네가 이것을 이만큼 가져가는 것을 허락한다. 네가 이 물건을 두어라. 네가 여기에 두어라. 네가 이것을 이만큼 두는 것을 허락한다. 네가 저 물건을 취해라. 네가 저기에 취해라. 네가 저것을 저만큼 취하는 것을 허락한다. 네가 그 물건을 가져가라. 네가 그곳에서 가져가라. 네가 그것을 그만큼 가져가는 것을 허락한다. 네가 그 물건을 두어라. 네가 그곳에 두어라. 네가 그것을 이만큼 두는 것을 허락한다.
‘네가 이 물건을 취하라’란 금은 같은 것을 보이는 곳에서 남을 시켜 취하게 하는 것이니 악작죄를 얻는다. 잡고 들었을 때에는 사타죄를 범한다.
‘네가 여기에 취하라’란 여러 자루와 철이나 나무로 만든 상자나 그릇 속에 남을 시켜 물건을 취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이것을 이만큼 취하는 것을 허락한다’란 백천억 가지로 남에게 시켜서 물건을 취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이 물건을 가져가라’는 것은 금은 등의 물건을 남에게 가져오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여기에 가져가라’란 자루 등의
물건을 넣는 상자나 그릇 속에 남을 시켜 물건을 취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이것을 이만큼 가져가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은 백천억 가지로 남에게 시켜서 취하게 하는 경우를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이 물건을 두어라’는 것은 금은 등을 남에게 시켜서 두는 경우를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여기에 두어라’는 것은 물건을 담는 상자나 그릇 등에 그것을 놓아두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이것을 이만큼 두는 것을 허락한다’란 백천억 가지로 남에게 시켜서 놓아두게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이 아홉 가지는 모두 다 보이는 곳에서 남을 시켜서 하게 하는 것이다.
‘네가 저 물건을 취해라’란 금은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에게 물건을 취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악작죄를 얻고, 손에 쥐고 들 때에는 사타죄를 범한다.
‘네가 저기에 취하라’란 여러 자루나 쇠나 나무로 된 상자나 그릇 속에서 남에게 물건을 취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저것을 저만큼 취하는 것을 허락한다’란 백천억 가지 등으로 남에게 물건을 취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그 물건을 가져가라’란 금은 등의 물건을 남에게 가져오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그곳에서 가져가라’란 자루 같은 물건을 담는 상자나 그릇 속에서 남에게 물건을 취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그것을 그만큼 가져가는 것을 허락한다’란 백천억 가지 등으로 남에게 시켜서 취하게 하는 경우를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그 물건을 두어라’란 금은 등을 남에게 시켜서 두게 하는 경우를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그곳에 두어라’란 물건을 담는 상자나 그릇 등 속에 두는 것을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네가 그것을 이만큼 두는 것을 허락한다’란 백천억 가지로 남에게 시켜서 두게 하는 경우를 말하니,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이 아홉 가지는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에게 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필추가 스스로 금ㆍ은ㆍ
돈ㆍ패치(貝齒)를 손에 쥐는 것은 사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필추가 만들어졌거나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간에 금은을 잡는 것은 사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필추가 무늬와 모양을 넣은 금ㆍ은ㆍ돈ㆍ패치를 손에 잡는 것은 사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필추가 말니보(末尼寶)ㆍ벽유리보(璧琉璃寶)에 손을 대면 사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필추가 나라에서 공공으로 쓰이는 돈을 잡으면 사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나라에서 쓰이지 않는 돈을 잡더라도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적동(赤銅)ㆍ유석(鍮石)ㆍ구리ㆍ쇠ㆍ납ㆍ주석을 잡는다면 범하는 것이 없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 여러 성문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시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서다림에 계셨다.
그때 점파국(占波國)에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 성에 머물러 있으면서 깊은 신심과 아주 착한 마음으로 아주 좋은 물건을 널리 보시하고 베풀었다. 그때 그 장자가 부처님과 승가를 위하여 머무를 곳을 지었는데, 문이며 창문이며 난간 같은 것을 잘 장식하고 훌륭하게 장엄하였고, 하늘에 태어나는 길을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즐겨 보게 하였고, 많은 스님들이 이곳에서 안거하였다. 안거를 마치고 나서 수의(隨意:自恣)를 끝내고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실라벌성으로 가서 대사(大師)의 발에 예배드리고 여러 나이가 많고 덕이 있으신 기숙(耆宿)ㆍ존로(尊老)께 예를 올리고자 하는데, 현재 의복이 없으니 때에 마땅히 베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이곳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옷이 없습니다. 이제 들으니 상인들이 온다고 합니다.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려서 옷을 사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필추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만약 좋은 물건이 없으시다면 거칠고 나쁜 것이라도 주십시오.”
장자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저의 성격이 항상 좋은 물건을 베풀어 드렸는데 어찌 이제 나쁜 것을 드리겠습니까? 만약 기다리지 못하신다면 옷값에 해당하는 돈을 가지고 가셔도 좋습니다.”
대답하였다.
“장자여, 세존께서 계를 제정하시기를 우리가 돈을 갖는 것을 금지하셨습니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만약 그러시다면 제가 차라리 보시를 하지 않을지언정 나쁜 것으로 베풀어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끝내 얻지 못하고 그곳을 떠나갔다. 길을 따라 나아가서 실라벌성에 이르니, 여러 필추들이 보고는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구수여, 여러분께서는 안거하는 곳에서 어찌 많은 의복을 얻지 못하셨습니까? 어찌하여 이렇게 거칠고 다 헤진 옷을 입고 이곳에 오셨습니까?”
그들이 곧 대답하였다.
“옷을 얻어 입을 수 없었습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느 곳에서 안거를 하셨습니까?”
“점파국에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의지하여 머무르셨습니까?”
“아무개 장자였습니다.”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들으니 그 장자는 훌륭한 옷을 보시하기를 좋아한다던데 어찌하여 보시하지 않았습니까?”
“다만 이런 연유로 우리가 옷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필추가 물었다.
“어떤 까닭이 있었습니까?”
그때 그 필추는 그 일을 모두 말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듣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여러 공경하여 믿는 바라문ㆍ장자ㆍ거사 등은 기꺼이 필추에게 옷값을 보시하고자 하고 나의 여러 제자들은 옷을 얻고 싶어 하니, 내가 마땅히 법을 만들어서 모든 필추들로 하여금 그만두거나 빠뜨리지 않게 해야겠구나.’
여러 필추들에게 알려서 말씀하셨다.
“만약 다른 사람이 옷값을 보시하는데 그것을 받고자 하거든 받고 나서 곧바로 그 사람의 물건이라는 마음을 내고 그것을 가지도록 하라.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일을 맡아서 처리할 사람을 찾도록 하여라.”
필추들은 어떤 사람을 찾아야 할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사가인(寺家人:절에 고용된 노비)이나 오바색가를 구하도록 할지니라. 사가인(寺家人)이란 바로 정인(淨人)을 말하고, 오바색가란 3귀(歸)와 5계(戒)를 받은 사람을 말한다. 마땅히 그에게 묻기를, ‘당신은 우리를 위하여 시주(施主)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어서 ‘할 수 있겠노라’고 말하면, 곧 그 사람에게 맡길 마음을 내어서 그 물건을 쌓아두어 마땅히 곧 다른 사람에게 가지도록 할지언정 스스로 손에 잡아서는 아니 되느니라.”
그때 어떤 필추가 다른 곳에 갔다가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이곳에 이르니 시주가 없구나’ 하고는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켜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비록 멀리 떠나가 있더라도 그 사람에게 시킨다는 명령이 있은 뒤라면 항상 그 사람이 시주이니라.”
그때 어떤 필추가 아직 시주를 구하지 못하여 다른 시주가 물건을 주더라도 비구가 의심스러워 감히 받지를 못하고 이 일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니라. 받고 나서 물건을 가지고 한 필추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구수여, 염두에 두소서. 나 필추 아무개는 이 부정한 물건을 얻었으니, 나는 마땅히 이 부정한 물건을 가지고 깨끗한 정재(淨財)로 바꿀 것입니다’라고 하여 이와 같이 세 번을 말하고는 마음대로 수용하여 의심하지 말지니라.”
그때 어떤 시주가 구석진 곳에다가 절을 지어 스님에게 보시하셨는데 때때로 도적들이 와서 놀라곤 하였다. 그곳의 여러 필추들이 절을 비우고 떠나가자 곧 도둑들이 와서 절의 물건을 취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승가의 물건이거나 탑[率覩波]의 물건으로 가지고 있는 금ㆍ은ㆍ돈ㆍ보화 등은 마땅히 굳게 간직하여 옮겨 놓을지니라.”
부처님께서는 보내서 간직하라고 말씀하셨는데 필추들은 누구를 보내서 간직하게 할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인이나 오바색가로 하여금 간직하게 하라.”
그 간직하는 자가 곧 그 물건을 훔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깊은 믿음이 있는 오바색가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간직하게 하라. 만약 깊은 믿음이 없으면 마땅히 구적(求寂:沙彌)에게 시켜야 할 것이고, 구적이 만약 없으면 필추가 자신의 손으로 간직해야 할 것이다.”
필추들이 누구에게 간직하게 할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구덩이를 파야 하리라.”
누구를 시킬지 알지 못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정인을 시키도록 하여야 한다. 만약 오바색가 그가 곧 물건을 훔친다면 마땅히 믿음 있는 사람을 시켜야 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으면 구적을 시켜야 한다. 만약 구적이 없으면 마땅히 스스로 땅을 파도록 해야 한다. 도둑이 떠난 후에는 마땅히 전과 같이 그 물건을 취하여 승가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어려움 때문에 열어 놓은 계율 같은 것은 어려움이 지난 후에는 행하지 말아야 하나니, 만일 행한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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