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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41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19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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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19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19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5) 종비친니취의학처 ②
이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소군(小軍) 필추 때문에 석씨 종족의 의요ㆍ번뇌ㆍ근성의 차별을 관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적절한 시기에 미묘한 법을 설하시었다.
저 5백 석종 필추들로 하여금 곧 자리에서 스스로 원만함을 증득하고 무명(無明)의 껍질을 깨뜨려 삼계의 혹(惑)을 끊고 아라한(阿羅漢)을 이루게 하셨다. 3명(明)과 6통(通)과 8해탈을 성취하고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도 이미 세웠으며, 짓는 바를 이미 갖추어 다음 생을 받지 아니한다’는 여실지(如實智)를 얻어서 마음에 장애가 없는 것이 마치 손으로 공중을 휘두르는 것과 같으며, 칼로 향도(香塗)를 끊어서 사랑과 미움이 일어나지 아니하며, 금을 흙 등과 같이 보아서 차이가 없고, 모든 명리(名利)를 버리지 아니함이 없으니,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의 모든 하늘들이 모두 공경하였다.
그때 모든 필추들이 각각 의심이 생겨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신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소군 필추 때문에 드디어 5백 석씨 종족 필추들로 하여금 많은 탐욕을 멀리 여의고 소욕(少欲)의 행을 구하여 뛰어난 과(果)를 얻고 생사의 바다를 건너서 열반의 언덕에 올라 구경(究竟)의 안온한 곳에 머물게 하였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이여, 내가 지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여의어서 갈애도 없고 가질 것이 없어 모든 아만(我慢)을 모두 다 제거하고 모든 유지(有支)1)를 벗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어 무상각(無上覺)을 증득한 것은 소군 때문이다. 욕심이 적은 것을 찬탄하여 5백 석씨 종족으로 하여금 생사의 바다를 벗어나서 대열반을 증득하게 하였으니, 이것은 희유한 일이 아니다.
너희 모든 필추들이여, 나는 옛날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갖추어서 갈애도 있고 취함도 있었으며 모든 아만과 생로병사와 우비고뇌(憂悲苦惱)를 다 버리지 못하고 유지(有支)에 윤회하여 해탈을 얻지 못하였으니, 일체지(一切智)도 아니었느니라. 또한 내가 소군으로 욕심이 적은 것을 찬탄하고 탐욕이 많은 것을 책망함으로 말미암아 이 5백 사람으로 하여금 5통의 구족함을 얻게 하여야 한다. 이 인연으로 너희들은 잘 들어야 한다.
“과거시에 바라닐사국(婆羅痆斯國)에 범마달다(梵摩達多)라는 임금님이 있었는데, 대법왕이 되었다. 당시 세상은 풍년이 들어 즐겁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 모든 무력 전투와 정벌도 없고, 속임수와 악인도 없으며 서로 침해하지도 않았으며, 또한 재앙이나 횡액 및 모든 병고도 없었다. 벼와 감자와 소와 양이 곳곳마다 충족하였고, 억조의 서민을 똑같이 보아서 한 자식과 같이 하였다.
이때 묘범(妙梵)이라는 왕의 부인이 있었는데, 이 성중에는 큰 못이 하나 있어서 그 못의 이름 또한 묘범이었다. 이때에 왕은 아들이 없어 자식을 구하고자 하여 세간의 모든 신과 동생천(同生天)에게 기도하여 후사를 희망하였는데, 세속에서는 모두 말하기를 ‘빌면 자식을 얻게 된다’고 했으나 이것은 참으로 허망한 말이다. 만약 빌어서 자식을 얻을 수만 있다면 사람 하나하나가 천 아들을 가지고 전륜왕과 같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허망한 것임을 안다.
다만 세 가지가 현전해야만 바야흐로 자식을 둘 수가 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부모에게 염오된 마음[染心]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어머니의 태가 깨끗해서 임신에 적합해야 하는 것이며, 셋째는 생을 받을 사람이 앞에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연이 갖추어져야만 바야흐로 남녀를 둘 수 있는데, 그 임금은 오로지 자식을 구하길 원하면서 지냈다. 그때 한 유정이 무상보리(無上菩提)의 서원을 닦아 증득하고 지옥에서부터 나와 묘범 부인에게 탁태(託胎)했다. 모든 지혜 있는 여인은 다섯 가지
특별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데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그때에 그 왕비가 임신을 알고 나서 마음에 기쁨이 생겨 드디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제가 임신한 사실을 아십시오. 이는 반드시 대왕의 국위(國位)를 빛낼 것입니다. 지금 제가 임신해서 현재 오른쪽 옆구리에 있으니, 이 모양을 보건대 이는 남자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자 왕이 듣고 나서 곧 크게 기뻐하였고……(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태아가 점점 커가자 항상 기뻐하였다. 그때 부인은 이 같은 생각을 했다.
‘좋구나. 내 성의 동문에 나가 복덕의 보시를 널리 행하고자 한다. 이와 같이하여 남문ㆍ서문ㆍ북문과 성안을 다니면서 널리 복덕의 보시를 행하고 갇혀 있는 옥의 죄수들을 모두 석방하리라.’
그러자마자 대부인은 이 일을 왕에게 아뢰었고, 왕이 듣고 나서는 다 소원대로 하여 네 개의 성문 안에 널리 보시하여 그치지 않게 하고 갇혀 있는 죄수들을 모두 석방했다. 부인이 이미 구한 것을 이루니, 이런 생각은 곧 식어버리고, 부인은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지금 화원(花苑)과 임천(林泉)에 가서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왕도 따라가 살펴보았는데 이 생각도 곧 사라지고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지금 묘범지(妙梵池)에 가서 유명한 꽃을 두루 보시하고 모든 채녀들과 함께 배를 타고 놀고 싶다.’
왕에게 아뢰어 왕이 가벼운 배를 만들어 못 안에 두고 곧 부인과 모든 채녀들에게 배를 타고 놀도록 하였다. 배 가까이에 이르자 곧 한 남자 아이를 낳으니, 숙명지(宿命智)를 얻어 얼굴 모양이 단정하고 보는 사람이 기뻐하며 몸의 색깔이 금과 같았으니……(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
그리고 ‘이 아이의 이름을 지금 무엇이라 지을까?’라고 하자, 여러 친족들이 상의하기를 ‘지금 이 어린아이가 물 가운데서 출생했으니, 이름을 수생(水生)이라 합시다’라고 하였다.
그때에 왕이 곧 이 태자에게 여덟 명의 유모를 주었는데……(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그 모습은 연[蓮]이 못에서 나오는 것과 같았다.
이때
수생 태자가 장성하고 난 뒤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어디서 죽었길래 중합옥(衆合獄)2)에 있었으며, 일찍이 무슨 업을 지었을까? 내가 옛날 인간 세계에 태어나 60년을 일찍이 태자이었으나 갖가지 악업을 지었기 때문에 지옥으로 떨어졌으니, 지금 인간 세계에 와서 왕가에 태어났다고 해도 이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만약 왕이 된다면 다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곧 속임수로 방편을 만들어 몸이 일어나서 걷지 못하며 손발이 굽어 펴지지 않는 모양을 나타냈다.
수생 태자가 태어나던 날 5백 대신도 다 아들을 낳았는데, 각각 당시에 나타난 상서로운 모습으로 이름을 지었다. 이미 점점 소년이 되어 능히 출입하게 되자 대신과 나란히 여러 번 왕의 처소에 왔고, 그때에 동자들은 왕이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에 모두 뛰면서 놀았다.
왕이 보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수생 태자가 만일 발만 절름거리지 아니했다면 이들과 같이 함께 뛰고 놀았을 것이다. 지금 내 태자가 비록 절름발이인 줄을 알지만 끝내는 왕을 삼을 것이다.’
이때 수생은 이것을 듣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왕이 지금 필요 없이 고통을 은혜로 베풀어 핍박하려 하는구나. 지금 내가 다시 벙어리가 되어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후에 5백 동자가 점점 말을 하게 되어 함께 왕의 처소에 갔을 때 왕은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나의 태자가 만일 벙어리만 아니라면 또한 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먼저 이름을 수생 태자라고 지었으나 이미 벙어리와 절름발이가 되었으므로 그로 인해 곧 아벽(啞躄) 태자로 바꾸어 불렀다. 그래서 수생이란 이름은 다시 부르지 아니했다.
왕이 다른 때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크게 탄식하며 지냈다. 신하들이 보고 나서 함께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근심하고 계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미 왕이 되어 부유하고 자재하여 존귀함이 바닷속까지 들리지만 자식이 모두 없고 비록 한 아들이 있으나
몸이 약해 벙어리와 절름발이가 되었으니 말이오.’
이때 대신들이 각각 의인(醫人)에게 명령을 내려 모두 한 곳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태자가 어떤 병에 걸렸는가 보게 하였는데, 이때 의인들이 함께 태자에게 별다른 병상이 없음을 보고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저희들이 태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모든 기관이 명리(明利)하여 다른 병의 증상은 없으나 이것은 마음에 근심하는 것이 있어 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때에 범수왕은 의인들의 말을 듣고 나자 드디어 방편을 펴서 일어나서 걸어 다니고 또한 말을 하도록 하게 하였다. 곧 병사처(屛私處:죄인 등을 죽이는 곳)의 망나니에게 명령하였다.
‘나는 이 아벽 태자를 대중 앞에서 너에게 보내서 죽이고자 한다. 너는 태자가 달아나면 마땅히 죽이지 말아야 한다.’
망나니가 말하였다.
‘삼가 왕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왕은 여러 대중들 앞에서 곧 태자를 그 망나니에게 넘겨주고 명령을 보내서 법에 의해 처단하려 하였다.
이때 망나니는 곧 태자를 안고 보배로운 마차에 싣고 성에서 나와 도회소(堵贈所)로 갔다.
그때에 아벽 태자가 성의 사방을 돌아보다가 그 번창함을 보고 말하였다.
‘지금 이 성의 공기가 황량하여 물질은 없으나 사람들이 살 곳은 있다.’
이때 망나니가 이 말을 듣고 나서 얼마 뒤 태자를 데려다가 대왕에게 돌려주면서 아뢰었다.
‘지금 이 태자는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왕은 곧 아벽 태자를 안고 품속에 껴안으면서 말하였다.
‘누가 바로 너의 원수냐. 내가 너를 위해서 죽여 없애겠다. 누가 바로 너의 벗이냐. 내가 마땅히 은혜를 베풀 것이다.’
이때 태자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벙어리가 되어 대답하지 아니했다.
그러자 왕이 다시 망나니에게 명하여 또 죽이라고 하니, 망나니가 명령을 받들고 전과 같이 데리고 갔다. 태자가 이때 한 죽은 시신을 네 사람이 메고 가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이 사람은 죽음을 위하다가 죽은 것인가. 삶을 위하다가 죽은 것인가?’
이때 망나니가 이 말을 듣고 나서 왕에게 돌려주니,
왕은 또 전과 같이 가슴에 안고서 차례로 물었으나 태자는 또 벙어리가 되어 대답하지 아니했다. 왕이 앞서와 같이 망나니에게 주고 태자를 죽이도록 명령하여 성을 나가려고 했다. 이때 태자는 큰 볏단을 보고 이와 같이 말하였다.
‘이것은 큰 볏단이다. 먼저 근본을 먹지 말아야 한다.’
이때 망나니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또다시 대왕에게 돌려주었고, 왕은 전과 같이 차례로 물었으며, 태자는 또 벙어리가 되어 대답하지 아니했다.
왕은 다시 앞서와 같이 망나니에게 태자를 주어서 죽이도록 명령했고, 망나니에게 말하였다.
‘너는 빨리 저 시림(屍林)에 데리고 가서 태자를 구덩이에 묻어 버려라.’
그때 저 망나니는 앞에서와 같이 데리고 갔다. 심마사나(深摩舍那:죽은 시체를 버리는 곳)에 가서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었다. 이때 태자가 게송을 말하였다.

무슨 뜻으로 수레 모는 자야,
여기에서 빨리 구덩이를 파는가.
내가 듣고 빨리 답하게 되면
판 구덩이가 무슨 소용 있으리.

망나니가 대답하였다.

대왕께서 아들 하나 낳으시니
입은 벙어리고 걷기조차 못하네.
여기 보내서 구덩이 파는 것은
무익한 자식을 묻고자 함일세.

이때 아벽 태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망나니는 마음이 참으로 독한 데다 손에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다만 사람을 죽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명줄을 끊어서 살아가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
마음에 곧 두려움이 생겨서 ‘혹 나를 깊은 구덩이에 묻어 버린다면……’ 하는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나서 망나니에게 말하였다.
‘만약 부왕께서 나의 소원대로 해주신다면 내 마땅히 입으로 말을 하고 발로 걸어서 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때 망나니는 마음에 기쁨이 생겨서 달려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태자가 왕위에 오르고자 한다면 내 즉시 줄 것인데 하물며 다른 것을 구한들 그 뜻에 따르지 않겠느냐?’
이때 대왕은 큰 기쁨이 충만해서
모든 신들에게 말하였다.
‘경 등은 곧 거리를 쓸고 향화를 골고루 뿌릴 것이며, 비단 번기[繒幡]와 일산을 달아 지극히 단정하게 꾸미시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임금이 한 말은
혹 모든 하늘의 부류와
모든 깨달음을 얻는 자들아,
뜻대로 다 이루어 준다네.

그때에 모든 신하들이 곧 왕의 명령을 받들고 성곽을 훌륭하게 장식하였다. 이때 무량 백천의 백성들은 거리에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태자가 걸어서 성읍으로 돌아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아벽 태자는 걸어서 성으로 돌아와 대왕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부왕의 발에 절하고 게송을 설하였다.

대왕께서는 지금 아셔야 합니다.
저는 벙어리와 절름발이가 아닙니다.
또한 어리석은 무리도 아닌데
고통을 두려워하여 일부러 그랬습니다.

내 발 있어 능히 걷고
입 있어 분명히 말하나
악도의 고통에 들어갈까 두려워
일부러 이와 같은 일을 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만약 이와 같았다면 어찌 말을 하고 발로 걸어다니지 아니했느냐. 두렵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태자가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왕께서는 잘 들으십시오.
저는 인연을 설하겠습니다.
저는 전생에
일찍이 60년을 살았지요.
왕의 태자가 되어
5욕의 낙을 모두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6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있었지요.
모든 고뇌를 갖추어 받음을
말로는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업이 다하여 나오기는 했으나
거듭 사람의 몸을 얻으니
제가 이와 같은 일을 기억하고
지옥에 떨어질까 두려워서
정녕코 왕이 되기를 원치 않으니
저를 임야에 내쳐 주소서.

왕이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근본의 제사[祀祠]를 지내고 뛰어난 행을 닦고 모든 보시회를 열어 선인을 공양하고 자식을 얻어 왕위를 잇기를 바랐는데, 네 지금 무슨 까닭으로 버리고 출가하고자 하는가?’
태자가 말하였다.


제가 욕락 받음을 구하지 아니함은
원한과 쟁론이 여기서 생기기 때문일세.
원컨대 참 범행을 닦아야만
이로써 원적을 파괴하는 것이라네.

제가 욕락 받음을 구하지 아니함은
오히려 독한 과일과 같기 때문이네.
원컨대 참 범행을 닦고자 함은
항상 감로약을 먹고자 함이네.

왕이 말하였다.
‘세간에서 애락하는 것은 오직 왕만이 바로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넌 지금 세속을 버리려 하느냐?’
태자가 말하였다.

끝내 능히 고통을 생기게 하는 것
이것을 낙이라 이름하지 못하네.
참으로 즐거운 곳을 요구하여
능히 고통을 다하고자 함이네.
원컨대 왕은 지금 저를 놓아서
속세를 버리고 숲 속으로 가게 하소서.

왕이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지금 몸이 누각에 있으면서 향기로운 꽃은 즐비하고 이부자리는 부드러우며 침식이 편안하고 대나무로 만든 피리 소리를 감상하며 훌륭한 의복을 때마다 입으며 감미로운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데, 만약 출가하게 된다면 산림에 마른 나뭇잎을 깔고 자며, 여우와 이리와 범과 승냥이가 울부짖어서 서로 놀라며, 풀 껍질로 옷을 만들고 뿌리와 과실로 음식을 충당하며, 물은 다 뜨겁고 탁해서 마시고자 하나 마실 수 없는데, 너는 지금 어찌하여 존귀함과 영화를 버리고 숲과 들에서 즐겁게 기거하고자 하는가?’
태자가 말하였다.

차라리 숲과 들에 있으면서 사슴가죽의 옷을 입고
호랑이 표범과 함께 살며 뿌리와 열매를 먹을지언정
국왕이 되어 항상 죽음과 벌을 주어
내세의 선과(善果)와 어긋나는 것 하지 않으리.
원컨대 왕께서는 저를 산림에 보내
부지런히 열반의 길 닦아 마치게 하소서.

왕이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먼저 나를 위해서 저 세 가지 의혹을 끊게 하고 난 뒤에 출가해도 어렵지 아니할 것이다. 네가 성(城)의 번영함을 보고 이와 같은 말을 했다지. ≺지금 이 성의 공기는 황량하여 물질은 없으나 사람들이 살 곳은 있다≻고. 네가 무슨 은밀한 뜻을 가지고 이러한 말을 했느냐?’
태자가 말하였다.

‘대왕은 들으소서. 왕께서 지금 쓸데없이 사람을 시켜 저를 죽이고자 했지만 끝내 한 사람도 의리를 들어 말하기를 ≺왕께서는 지금 무엇 때문에 이 태자를 죽이려고 하십니까?≻ 하는 이가 없었으니, 제가 이 뜻으로 이 말을 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너는 또 두 번째 죽은 사람 메고 가는 것을 보고 곧 이런 말을 했다지. ≺죽음을 위해 곧 죽은 것인가, 삶을 위해 죽은 것인가?≻라고. 너는 어떤 은밀한 뜻으로 또한 이와 같은 말을 했느냐?’
태자가 말하였다.
‘대왕은 들으셔야 합니다. 만약 사람이 스스로 악행을 하다가 몸이 죽으면 이것은 죽음을 위하다가 죽은 것이라고 하고, 만약 사람이 스스로 선행을 하다가 몸이 죽으면 이것은 삶을 위하다가 몸이 죽은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러한 뜻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이 또한 좋다. 너는 또한 세 번째 큰 볏단을 보고 또 이런 말을 했다지. ≺먼저 근본을 먹지 말아야 한다≻라고. 너는 어떤 은밀한 뜻으로 이러한 말을 했느냐?’
태자가 말하였다.
‘대왕은 잘 들으셔야 합니다. 저 모든 농사꾼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곡식을 빌려서 먹으면서 작업을 했는데 뒤에 곡식이 익으니 큰 볏단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곡식을 빌려 준 주인이 와서 찾는 것이 많으면 모두 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만일 먼저 타인의 곡식을 먹지 않았으면 곧 큰 수확을 이룰 수 있었으니, 사람 또한 이와 같을 것입니다. 10선(善)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바야흐로 사람의 몸을 얻었는데, 만약 다시 악을 짓고 선을 닦지 아니하면 전생의 선근이 곧 다 없어지고 선근이 다하므로 선도를 잃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하면 잃지 않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뜻으로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 또한 장하구나.’
왕이 곧 태자를 안고 오열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하였다.
‘네가 이미 결의하였으니 뜻을 옮길 수 없겠구나. 지금 너의 뜻대로 선업을 수행하라. 나도 또한 뒤에 산림으로 따라갈 것이다.’
때에 범수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만약 내가 태자를 출가시키지 않는다면 태자는 어떤 사람이 되겠는가?’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마땅히 국왕이 될 것입니다.’
‘경들의 자식들은 또한 어떤 사람이 되겠는가?’
대답하였다.
‘이들은 따르는 자[隨從者]가 될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태자가 지금 이미 출가했는데 경들의 자식들은 어찌 따르지 않느냐?’
신하들이 아뢰었다.
‘삼가 왕명을 받들어서 출가시키겠습니다.’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아니한 곳에 한 조용한 곳이 있고 5통(通)을 한 선인이 있어 품성이 자비하여 모든 것을 불쌍히 여겼다. 이때 태자와 5백 사람이 바라닐사에서 나와 모든 시종을 거느리고 선인에게 가서 출가할 것을 간절히 구하였다. 그러자 그 선인은 모두를 그 원에 따라 출가시킨 뒤에 주요한 법을 부지런히 가르쳐서 태자는 오래지 아니하여 5통을 얻었다. 뒤에 선인의 명이 다하여 죽자 태자가 곧 장례의식에 의하여 그 시신을 화장하였다. 이때 아벽 태자는 5백 사람을 몸소 훈도하여 아벽 태자라는 이름이 드디어 사라지고, 아벽 대사라는 뛰어난 이름이 널리 퍼졌다. 이때에 아벽 대사는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무엇 때문에 5백 제자는 5통을 얻지 못하는가. 어찌 저들이 사슴가죽과 나무껍질을 많이 쌓아둔 때문이 아니겠는가? 제기(祭器)와 수기(水器)와 여러 채소와 뿌리와 열매를 많이 쌓아두고 자주 스스로 공양하니, 사체(四體)가 항상 시달려서 5통을 증득하기 어려우니, 내가 지금 질책하고 벌을 다스린다면 저 5백 사람이 깨달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마땅히 그 보리살타(菩提薩埵)의 무상선교(無上善巧) 화도(化度)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때 대사가 모든 마납박가(摩納薄迦)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여름 석 달을 연묵(宴黙)으로 지낼 것이다. 한 사람도 곧 나를 보러 오지 말라. 다만 뿌리와 과일을 취하는 한 사람과 아울러 매달 14일 장정(長淨) 때만은 제외한다.’
이때에 모든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받들고 대중들이 모두 규제를 세웠다.
‘석 달 안에는 한 사람도 곧 대사를 볼 수가 없다.
다만 열매와 채소를 공급하는 한 사람과 아울러 장정일만은 제외한다. 만약 규제를 어기는 자가 있으면 우리들이 함께 바일저가죄를 짓게 하여 참회케 하리라.’
그 대사는 3개월 동안 연묵으로 지냈으나 한 사람도 곧 들어가서 뵙는 이가 없었다. 다만 채소와 과일을 공급하는 사람과 장정일만은 제외하였다.
이때 대사는 그 머무르는 곳에서 한 마리의 나는 새를 보았는데 말하였다.
‘어서 오너라, 나는 새야. 내가 지금 너와 하는 일이 비슷하구나. 너는 먹을 것을 찾아 오직 배를 채울 것만을 구하면 만족한 뜻이 생기고, 내가 먹을 것을 구하는 것도 또한 배를 채울 뿐이니, 만족하는 마음이 생기는구나.’
다음에 사슴 한 마리를 보고 말하였다.
‘어서 오너라, 들사슴아. 나는 지금 너와 하는 일이 같구나. 너가 음식을 찾는 것은 오직 배를 채우기 위해 구하니 만족하는 마음이 생기고, 내가 음식을 찾는 것도 오직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니 만족하는 마음을 짓는 것이다.’
이때에 모든 제자들이, 스승이 새와 사슴과 말함을 듣고 각각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찌 대사께서 묵연금(黙然禁)을 푸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두 대사가 있는 곳에 가서 예를 마치고는 함께 앉았으나 그 대사는 묵연할 뿐 함께 말하지 아니했다. 그때에 모든 제자들은 또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대사께서는 방생과 함께 말을 하면서도 어찌 사람과 말씀하시지는 아니하는가?’
그리고는 곧 떠나갔다.
또한 능시(能施)라고 하는 바라문의 한 아들이 있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났는데, 선인이 멀리서 보고 말하였다.
‘능시야, 나는 지금 너와는 일이 서로 비슷하다. 너는 다만 한 벌의 사슴가죽 옷과 한 개의 제기뿐이지. 나도 또한 너와 같다. 너가 음식을 찾는 것은 다만 배를 채우기 위해 구하는 것이니 만족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요, 내가 음식을 찾는 것도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니 만족하는 마음을 짓는 것이다. 이곳에는 다시 다른 무리들이 가죽옷을 많이 쌓아 두고 잡기(雜器)를 많이 남겨두며 모든 열매와 채소를 남겨두어서 시달리게 됨을 찾는 것과는 다르다.’
그때 모든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서 각각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대사께서는
욕심이 적은 것을 찬탄하고 많이 구하는 것을 나무라신다. 이 뜻을 보건대 곧 이것은 많은 탐욕 때문에 우리를 내치신 것이리라. 우리들은 마땅히 이에 응하여 가득 채워둔 여분의 가죽옷과 많은 그릇 보기를 병(病)처럼 화살처럼 종기처럼 보아서 하천에 버리고 마땅히 한 벌의 사슴가죽옷을 입고 각기 하나씩만 가지자.’
대중이 모두 옳다고 해서 각각 잡물을 그 하천에 버리고 몸을 공양하는 것 하나만을 가지고 대사가 있는 곳에 나갔다. 대사가 근기를 보고 그들을 위하여 설법해서 모두 5통을 증득했다.”
이때 세존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 지난날 아벽 5통 선인은 즉 내 몸이니, 보살행으로써 모든 유정들을 교화하였다. 그때 5백 제자란 즉 5백 석씨 종족 필추들인 이들이다. 지난날 능시(能施)는 곧 소군 이 사람이다. 내가 지난날 능시 때문에 5백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탐냄을 버리고 소욕행을 닦아 5통을 얻게 했으며, 오늘도 소군 때문에 5백 석씨 종족 필추들로 하여금 탐냄을 버리고 만족할 줄 아는 행을 따라 6통을 구족하여 아라한을 성취하고, 결국에는 적멸의 성에 안주하게 하였느니라.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순흑업을 짓는 자는 순흑이숙을 얻을 것이며, 순백업을 짓는 자는 순백이숙을 얻을 것이며, 잡업을 짓는 자는 잡이숙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너희들은 마땅히 순흑과 잡업을 버려야 한다. 마땅히 순백업을 정근하여 닦아야 한다. 이 인연을 보고 너희들은 마땅히 수학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연기(緣起)이나 불세존께서는 필추들에게 아직 그 학처를 제정하지는 않으시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시면서 필추니가 아란야에 머무름을 막지 아니하셨다. 때에 필추니들이 고요한 숲 속에 가서 정려(靜慮)를 닦아 익히고 뛰어난 정(定)의 즐거움을 받았다. 때에 연화색 필추니가
그의 도반 5백 명과 함께 암림(闇林)에 가서 한 나무 아래에서 반가좌를 하고 앉아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갔다. 이때 필추니들은 해가 저물자 각각 실라벌성으로 돌아오고자 하여 이러한 말을 했다.
“성자 연화색아, 내가 부르거든 일어나거라.”
또 말하였다.
“성자여, 대위신을 갖추어라. 혹 먼저 절에 들어가야겠다.”
곧 불러도 일어나지 아니하니 각각 스스로 돌아갔다. 그때에 연화색은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나와 두루 필추니들을 찾아보았으나 다 갔으므로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성에 들어가야 하는가, 여기에 머물러야만 하는가.’
그리고는 곧 선정에 들어갔다.
이때에 5백 명의 도둑떼가 도둑질을 하고 나서 이 숲가에 이르렀다. 도둑들이 상의하였다.
“반은 물건을 나누고 반은 주위를 지키자.”
드디어 숲 속에서 입정(入定)한 필추니를 보고 말하였다.
“이것이 나무인가, 사람인가, 필추인가?”
그때 이 도둑 가운데 환속한 사람이 말하였다.
“이것은 필추니지 필추가 아니오.”
다른 사람들이 물었다.
“네가 어찌 아느냐?”
대답하였다.
“필추는 온가부좌를 하고 필추니는 반가부좌를 한다. 이 사람이 이미 반가부좌를 했으니, 이가 필추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때에 도둑들이 희유한 생각이 나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두려운 대암림에서 한 필추니가 능히 이렇게 자고 있음을.”
그리고는 곧 적장군이 있는 곳으로 가니, 장군이 물었다.
“그대는 숲 속에서 자못 기이한 일을 보았느냐?”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이와 같이 두려운 대암림에서 한 필추니가 능히 여기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장군이 듣고 나서는 지키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가서 보고 오리라.”
곧 필추니를 보니 얼굴이 단정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즐기는데 적정한 위의를 보고 깊이 공경하여 탄식하였다.
“지금 이 숲 속에서는 두 가지 사랑스러운 것이 있다. 이른바 밝은 달의 광명과
필추니의 모습이로다.”
장군이 말하였다.
“불러서 깨워라. 내가 먹을 것을 줄 것이다.”
저 환속한 사람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때가 아닐 때는 먹지 않습니다.”
장군이 말하였다.
“숲 속 필추니에게 두 가지 사랑스러운 것이 있다. 이른바 모습이 단정한 것과 때가 아닐 때 먹지 않는 것이다.”
장군이 말하였다.
“그녀에게 술을 마시게 하라.”
저 환속한 사람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술도 마시지 않습니다.”
장군이 말하였다.
“이 숲 속에 또 두 가지 사랑스러운 것이 있다. 이른바 필추니의 용모가 단정한 것과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다.”
장군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다행스럽게도 높으신 복전을 만났으면서도 끝내 한 그릇의 밥도 보시하지 못했구나.”
곧 값비싼 옷에다가 맛있는 먹을 것을 싸서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이와 같은 말을 했다.
“곧 성자와 같이 모습이 적정하여 깨닫지 못한 것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여, 내가 지금 이 옷과 먹을 것을 남겨 두니 원하건대 자비로 수용하시오.”
이 말을 하고 이곳을 떠났다.
이때에 연화색 필추니는 날이 밝자 선정에서 깨어났다. 곧 대중이 지나간 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 곧 선정에 들어 저 5백 도둑이 여기에 왔다간 것을 관하여 알았다. 또한 나에게 추악한 일이 있지나 아니했는가를 보았으나 허물이 없었다는 것도 알았다. 또한 먹을 것을 싸서 나무에 걸어 놓은 것도 보았다. 곧 이러한 생각을 했다.
‘이것은 깨끗한 마음과 공경과 믿음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다시 이런 생각도 했다.
‘만약 다시 다른 먹을 것을 주는 자를 기다린다면 짐승이 와서 그 깨끗한 보시를 파괴하겠지. 내가 지금 마땅히 이 좋은 음식을 가지고 가서 승가에게 받들어 보시할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만약 필추니가 나쁘게 접촉했으면 필추는 바로 깨끗하고, 필추가 나쁘게 접촉했으면 필추니 또한 깨끗하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드디어 곧 스스로 가지고 서다림으로 갔다.
육중 필추의 평상법에는 항상 한두 사람은 문가에서 지키도록 되어 있다. 그때에 오바난타가 절문 앞에서 경행(經行)하며 머물다가 멀리 필추니가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자매여, 아직 하늘이 밝지 아니했는데 성문이 열렸던가?”
필추니가 말하였다.
“대덕이여, 나는 성에서 자지 아니하고 암림에서부터 옵니다.”
물었다.
“대자매여, 나는 일찍이 낮에도 저 숲 속에 들어가면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몸에 털이 모두 서는데 대자매는 어찌 혼자 그곳에서 머물렀으며 손에 든 것은 무엇이냐?”
그때에 필추니는 사실을 갖추어서 말하였다. 이때 도둑들이 깨끗한 마음으로 남겨 두었다고 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대자매여, 너의 위의로 말미암아 도둑에게 공경과 사랑스러움이 생겨서 이 물건을 얻었지만 그가 만일 나를 보았다면 반드시 막대로 주어 물건을 지고 가게 했을 것이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대자매여, 이 새롭고 좋은 횐 모직 옷[白疊]을 얻었으니 꿰매서 겹 승가지의를 만들어 소욕으로 있으면서 모든 선품을 닦는 것도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필추니가 말하였다.
“성자여, 이 옷이 필요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반드시 남는 것이 있거든 뜻대로 처분하라.”
필추니가 대답하였다.
“잠깐 기다리시오. 내 초식(初食)을 가지고 가서 승가에게 받들어 보시하고 돌아와서 이 옷을 드리겠습니다.”
오바난타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또 다른 흑색 발우를 쓰는 자들이 보게 된다면 반드시 이 옷을 달라고 할 터이니 내가 얻을 수가 없다.’
말하였다.
“대자매여,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초식을 받을 사람을 불러서 받게 하리라.”
필추니가 곧 승낙했다. 때에 오바난타는 곧 절안에 들어가서 밥 받을 사람이 할 일 없이 있음을 보고 말하였다.
“구수여, 시주가 문에서 먹을 것을 지고 고생하고 있는데 너는 지금 할 일 없이 방안에서 한가롭게 지내는가. 급히 가서 그 보시 음식을 받아라.”
그가 곧 그릇을 가지고 절문에 가서 필추니가 가져온 초식을 받았다. 필추니가 먹을 것을 주고 나서 흰 모직 옷을 털어서 주었다. 오바난타는 옷을 얻고 나서 기뻐하면서 주문으로 원하였다.
“네가 준 물건은 바로 마음의 영락으로 마음에 도움이 된다.
정혜장엄(定慧莊嚴)하여 인간ㆍ하늘의 도를 얻어 뛰어나고 묘한 옷을 뜻대로 받아 누리고, 끝내 위없고 안온한 열반에 이르게 하소서.”
그리고는 곧 가버렸다.
이때에 연화색 필추니는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지금 본처(本處)로 갈까, 세존께 예를 올릴까? 내가 지금 이미 왔으니 부처님 발에 예를 올려야겠다.’
곧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세존께 절하고 난 뒤 한쪽에 앉았다. 때에 필추니의 오의(五衣)가 낡은 것을 세존께서 보시고 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필추니 대중도 안거 때에 이양(利養)이 만족한가?”
아난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족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해서 연화색 필추니는 오의가 낡았느냐?”
아난다가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이 필추니는 신심이 견고하고 의요가 순수하고 착해서 그가 얻은 물건을 삼보에 모두 희사하기 때문입니다. 와서 구걸하는 자가 있으면 그 뜻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오늘도 이 필추니는 좋은 큰 모직 옷을 얻었는데 존자 오바난타에게 시여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필추가 친족 필추니가 아닌데도 옷을 취하는가?”
아난다가 말하였다.
“필추가 옷을 받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친족이 아닌 필추는 ‘이 필추니가 오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아니하고 주는 것마다 다 받아 취하게 된다. 그러나 친척인 필추는 이와 같지는 않아 그가 부족한 것을 보면 옷을 기꺼이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큰 방의 옷을 쌓아둔 곳에 가서 오의를 가져다가 연화색 필추니에게 주어라.”
때에 아난다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곧 오의를 가져다가 연화색에게 주었다.
이때 세존께서 이러한 인연으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그리고 비나야에 그 학처를 제정하노니, 다음과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친척이 아닌
필추니로부터 옷을 취한다면 니살기바일저가가 된다.”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그 학처를 제정하셨다. 실라벌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큰 부자로 재물이 많아서 수용이 풍족하였다. 소유한 가산은 비사문왕과 같았다.
곧 같은 종족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내를 삼았는데 비록 오랫동안 함께 살았지만 끝내 자식을 두지 못했다. 마음에 근심을 품고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집안에 있는 많은 진귀한 재물을 한 사람도 이어받을 수가 없으니, 내가 죽은 뒤에 소유한 자산은 자식이 없기 때문에 왕가로 다 들어갈 것이다. 내세의 노량(路糧)도 아직 수집하지 못했는데…….’
손으로 턱을 괴고 길게 한탄하며 살아갔다.
그의 아내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마음에 근심을 품고 턱을 괴고 지내고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부인, 내 지금 어찌 근심하지 않겠는가?”
그 사연을 자세히 일러주니 처가 말하였다.
“무엇을 가지고 내세의 자량을 수습하는 것이라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부인, 만약 능히 좋은 음식을 가지고 부처님과 스님을 공양하고 사람마다 각각 한 쌍의 매우 좋은 흰 옷을 바친다면, 이것을 일러 내세의 노량을 닦아 익히고 미리 안치한다고 말하는 것이오.”
일러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하지 않습니까?”
이때 장자는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에 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이때에 곧 장자를 위하여 묘법을 연설하시고 법을 보여 주고 가르쳐서 알게 하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하신 뒤 묵연히 계시었다. 이때 장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에 옷을 정돈하고 열 손가락을 모으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필추 승가와 내일 저의 집에 오시어서 저의 미천한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세존께서는 묵연히 받아들이셨다. 장자는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심을 알고 나서 발에 절하고 돌아갔다. 때에 저 장자는 그 날 밤중에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갖추어 마련하고 아침에 좌석을 깔고 아울러 물그릇도 준비하였다. 사람을 시켜
세존께 때가 되었음을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해가 초분이 되자 옷을 입으시고 발우를 지니시고 필추 대중들과 함께 가셨다. 저 장자가 식사를 베푼 곳에 이르러서 자리에 나가 앉으시었다.
장자는 이미 부처님과 스님들이 법에 따라 앉아 있음을 보고 나서 곧 훌륭한 음식을 가져다가 손수 공양하여 매우 배불리 먹게 하였다. 손을 씻고 이를 닦고 나자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각각 한 쌍의 훌륭한 흰 옷감을 바쳤다.
그때에 그 장자는 낮고 작은 자리를 가지고 세존 앞에 앉아 묘법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근성에 따라 법을 보여 주고 가르쳐서 알게 하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하고 묘법을 설하시었다. 주문으로 하는 서원과 게송을 마치시자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시었다. 이때 장자는 부처님을 따라 나가서는 세 바퀴를 돌고 발에 예하고 물러났다. 높은 누각 위에서 사시(捨施)의 생각을 닦고 그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부인, 지극한 기쁨이 생기는구려. 나는 이미 내세의 자량을 많이 지었소.”
아내가 곧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비록 지었지마는 나는 아직 닦지 못했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오늘 닦은 복이 어찌 공유(共有)가 아닌가?”
부인이 말하였다.
“비록 공유인 줄은 알지마는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대세주와 필추니와 승가를 청해서 집에 불러 먹게 하고 사람마다 한 쌍의 훌륭한 흰 옷감을 보시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곧 나의 내세의 자량이니까요.”
장자가 말하였다.
“좋구려 좋구려. 마음대로 하시오.”
그때에 장자의 부인은 곧 대세주 필추니의 처소에 가서 두 발에 이마로 절하고 한쪽에 앉아서 묘법을 듣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아뢰었다.
“성자와 필추니 대중께서는 오직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내일 저희 집에 오셔서……(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
그리고 손을 씻고 이를 닦고 나자 장자의 부인은 곧 큰 상자에 훌륭한 흰 옷감을 담아 가지고 상좌 앞에서 열어놓고 있었다.
이때에 대세주는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세존께서 제정하신 계율에는 필추니가
훌륭한 의복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내가 지금 만약 받는다면 학처를 어기는 것이다. 또한 받지 아니하면 시주의 복을 장애하고 여러 필추니들도 그 이양을 잃게 된다.’
필추니 대중도 각각 생각하였다.
‘만약 대세주께서 이 옷을 받으시면 또한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때에 대세주는 뭇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나서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세존께서도 또한 이러한 일을 연해서 좋은 옷을 받도록 허락하셔야 한다.’
그러자 대세주는 모두 옷을 받게 했다. 장자 부인을 위해 주문으로 서원하는 게송을 마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갔다. 세존의 처소에 가서 평상시 위의와 같이 앞에 있었던 일을 갖추어서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대세주에게 말씀하셨다.
“잘했습니다, 잘했습니다. 내가 아직 허락하지 아니했지마는 그대는 이미 때를 알고 있었구려. 지금부터는 필추니가 값비싼 옷을 받도록 허가합니다. 필추가 있는 처소에 가서 함께 바꾸도록 하라.”
때에 대세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발에 예하고 갔다. 필추니가 머무르는 곳에 이르러 좋은 옷을 나누어 주고 말하였다.
“세존께서 하교하시기를 필추니가 값비싼 옷을 받는 것을 허락하셨다. 필추의 처소에 가서 거친 것과 바꾸어서 뜻에 따라 수용하게 하라.”
그때에 필추니가 옷을 받고 나서 서다림에 가서 필추들과 함께 바꾸고자 했다.
그때에 열두 명의 필추니들은 곧 귀한 옷을 가지고 육중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성자들이시여, 세존의 하교가 있었는데 ‘필추니는 값비싼 옷을 받아도 된다. 그 옷을 가지고 필추 처소에 가서 서로 바꾸는 것을 허가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이 좋은 옷을 받으시고 우리들에게 거친 옷을 주십시오.”
육중이 말하였다.
“자매여, 곧 그대가 나에게 직접 시주한다고 해도 내가 오히려 받을 수가 없는데, 하물며 또한 너와 같이 우매무식하고 자유롭지 못한 자와 바꾸겠는가.”
모든 다른 필추니들도 각각 자기의 뜻에 따라 얻은 옷을 가지고 노필추가 있는 곳에 가서 위와 같이 말을 해서 옷을 함께 바꾸었다. 노필추가 말하였다.
“자매는
우선 기다려라. 내가 마땅히 부처님께 물어보리라.”
그리고는 그 필추가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필추니가 좋은 옷을 제가 있는 곳에 가지고 와서 거친 것과 바꾸고자 합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필추가 필추니로부터 옷을 받는 것을 허락한다. 바꾸는 것을 규제하던 학처를 없애기로 하였으니 옷을 바꿀 때 필추니로 하여금 환희하게 하고 한(恨)이 없게 하여라.”
이때 세존께서 지계와 욕심이 적은 것과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탄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서는 바로 창제한 것이고, 이것은 바로 따라서 열어준 것이다.”
이와 같이 말씀하시었다.
“만약 또한 필추가 친척이 아닌 필추니로부터 옷을 취하면 바꾸는 것을 제외하고는 니살기바일저가가 된다.”
‘또한 필추’란 것은 오바난타를 말한다. 나머지 뜻은 앞에서와 같다. ‘친척인지 친척이 아닌지’의 뜻과 ‘옷’에 일곱 가지가 있다는 것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바꾸는 것을 제외한다’는 것은 바꾸어서 얻는 것은 죄가 없다는 말이다.
‘니살기’의 뜻은 사회(捨悔)의 법으로 모두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이중 죄가 되는 그 일은 무엇인가. 만약 필추가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친척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거나 혹 또한 의심이 생겼는데 그로부터 옷을 취한다면 사타죄가 된다.
또한 필추가 친척 필추니에게 친족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거나 혹 다시 의심이 생기면 악작죄를 얻는다.
또한 범함이 없는 것은 필추니가 옷을 가지고 승가에게 주거나 혹 설법을 위하여 보시하거나 혹은 원구를 받을 때 시여하거나 혹은 도둑을 맞았기 때문에 시여하거나 혹 샀거나 혹 바꾸었을 때는 모두 계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필추니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는 많은 이양을 얻고 곧 옷가지를 가지고 필추 앞에 가서 옷을 땅에 놓고 이 같은 말을 하여 “성자여, 우리가 지금 이와 같은 재물이 많이 있으니, 원하건대 자비로 우리를 위해서 받아 주십시오” 하고는 버리고 가는 것도
또한 계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6) 종비친거사걸의학처(從非親居士乞衣學處)
이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안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아내에게 장가간 지 얼마 안 되서 말하였다.
“부인, 내가 모든 재화와 물건을 가지고 다른 지방에 가서 교역하고 경영해서 가업을 늘리고자 합니다.”
아내가 말하였다.
“나이 적을 때는 욕락을 받는 것이 마땅하고 늙어서는 재물을 모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말하였다.
“부인, 젊었을 때에는 모진 고생도 능히 참아서 추위와 더위를 무릅쓰고 재물을 구해야 하지만 노년에 이르러 쇠해졌을 때에는 앉아서 수용해야 합니다.”
아내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권하지도 아니했는데 그가 하기를 구하니 마땅히 그의 뜻을 따를 것이다.’
그리고는 말하였다.
“뜻대로 경영하시오.”
곧 필요한 노자와 식량을 준비해 주고 두루 행자를 주어서 그가 재화와 물건을 가지고 다른 곳에 가게 했다. 그 아내는 뒤에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나의 남편은 모진 고생을 하면서 경영하며, 모든 추위ㆍ더위ㆍ기갈 등의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다 나를 위해서 재물을 구하는 것이다. 나도 또한 지금 단정하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곧 시중에 나가서 좋은 겁패(劫貝)를 사가지고 꼬아서 최상품의 실을 뽑아 짜서 훌륭한 옷을 만들고 갖가지 향수를 뿌려서 상자 속에 넣어두었다. 그때에 저 장자는 장사로 이익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내는 좋은 향탕(香湯)을 만들어 그 남편에게 목욕하도록 하고, 상자를 열고 옷을 내어 주었다. 장자가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내가 먼저 음식 값을 두고 갔는데 비록 그것을 다 팔더라도 이 옷을 살 수가 없다’고 하고 물었다.
“부인, 당신은 어디서 이런 좋은 옷을 얻었소?”
대답하기를 “우선 입어나 보시오”라고 하여 남편이 바로 입었다. 다시 물었다.

“어디서 이 옷을 얻었소?”
아내가 말하였다.
“우선 먼저 밥부터 잡수시오.”
밥을 먹고 나서 또 물었다.
“어디서 옷을 얻었소?”
아내가 드디어 사실대로 말하였다. 남편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려. 부인, 나는 장사꾼이 되었는데 당신은 수호자가 되어 잘도 가업을 경영했구료. 이같이 하면 오래지 아니해서 집안의 자재가 반드시 풍성해질 것이오.”
아내가 말하였다.
“이 옷은 바로 내가 매우 고생하면서 만든 것이니, 다만 당신만 입고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마시오.”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리다.”
그때에 저 장자는 믿음이 순박하고 착해서 서다림에 가서 세존의 발에 절하고 성에서 나올 때에 문지기가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장자가 좋은 옷을 입은 것을 보니 요즘 분명히 많은 재물을 얻었음이라.’
이때 육중은 자주 절의 문 앞에 있었는데 오바난타가 장자가 오는 것을 보다가 그 의복을 보고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장자를 보건대 좋은 의복을 입었으니 구하는 재리를 반드시 뜻대로 얻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만약 이 옷을 받아 얻지 못한다면 나는 다시는 오바난타라고 이름하지 아니할 것이다.’
곧 불러서 말하였다.
“어서 오시오. 장자여,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마치 초승달이 오래 있다가 나타남과 같습니다.”
대답하였다.
“성자여, 나는 근래에 무역하려고 먼 곳에 다녀서 요사이 귀환했으므로 부처님께 예배하러 온 겁니다.”
물었다.
“장자여, 이익을 많이 얻었습니까?”
대답하였다.
“때에 따라 조금 얻어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을 면했습니다.”
말하였다.
“장자여, 나는 이미 전부터 알고 있소. 못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물의 맑고 깊음도 드러나오. 눈으로 좋은 옷을 보니 이익을 많이 얻었음을 알 수 있소. 그러나 당신은 근래에 아직도 탐심을 가지고 쉴 틈이 없이 돈을 벌고 있으니, 일찍이 내세 자량을 짓고 닦지는 못했겠지요. 당신은 우선 이리 오십시오. 마땅히 당신을 위하여 설법할 것이오.”
이때 장자가 설법을 듣기 위해서 한쪽에 앉아 있었다. 오바난타는 설법할 때에 만약 지계(持戒)의 인연을 말하면 그 법을 듣는 사람은 모두
자신이 곧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였으며, 또한 보시 인연을 말할 때는 그 법을 듣는 사람은 나아가 자기 살을 베어서 받들어 보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또한 죄업의 인연을 설할 때에도 그 법을 듣는 사람이 곧 자신이 현재 악도에 떨어진다고 했다. 오바난타가 저 장자를 위하여 보시에 상응한 법을 설하니, 그에게 깨끗한 믿음이 생겨서 물었다.
“성자여, 내가 다행히 이와 같은 훌륭한 법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 벌 옷이 있으니, 마땅히 받들어 보시하겠습니다.”
오바난타가 곧 주문으로 서원하였다.
“네가 보시하는 물건은 바로 마음의 자량이 된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
주문으로 서원을 마치고 나서 곧 옷을 찾으니, 장자가 말하였다.
“옷은 집에 있으니 명일 가져 오겠습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현수여, 세존의 말씀과 같으니라.

복을 닦으려면 빠른 것이 좋은데
어찌 명일이 있을 것을 알겠는가.
결국에는 죽은 왕의 군인과
반드시 만나도록 정해져 있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장자여, 네가 입고 있는 옷이 지극히 좋은 옷이니, 그것을 가지고 나에게 시여하라. 내가 마땅히 꿰매서 두 겹의 새 승가지를 만들어 작은 욕심으로 살면서 모든 선품을 닦아 복을 항상 너에게 주리라.”
장자가 대답하였다.
“아까워서 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의 처가 먼저 약속하기를 ‘옷은 다만 당신만 입고 남에게 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장자야, 나는 일찍이 네가 어질고 착하며 깨끗한 믿음을 지닌 대장부라고 들었는데, 어찌 네가 지금 다시 부인의 말만 듣는 사람인 줄 알았겠는가?”
곧 앞으로 나와 억지로 윗도리를 벗겨 자세히 보고 나서 손을 돌려서 얼굴에 문질렀다.
물었다.
“성자여, 어찌하여 이와 같이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너는 보시한 복은 있으나 수용할 복은 없구나. 쓸데없이 시렁에 걸어놓을 뿐 소용이 되지를 않는다. 내가 만약 다시 저 한쪽을 얻으면 옷이 이것과 같으니 승가지를 지어서 쓰면 너의 복이
원만하리라.”
장자가 말하였다.
“어찌 내가 몸을 드러내 놓고 돌아갈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장자야, 어찌 옷을 빌어서 몸을 꾸미고자 하는가. 다만 성품으로 인색함과 욕심을 버리고 부끄러움으로 옷을 삼아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비록 옷을 입었더라도 알몸과 다름이 없다. 너에게 속옷이 있느냐?”
장자가 말하였다.
“있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지금 이 성안의 장자들이 몸에 속옷을 입고 손에 거친 막대기를 잡고 소를 방목하다가 날이 저문 뒤에 돌아가는데 너도 지금 몸에 속옷을 입고 손에 막대를 잡은 뒤 다른 사람의 소 뒤를 따라 성으로 들어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볼 때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강제로 아랫도리도 가져갔다. 다만 속옷을 입히고 막대 하나를 주어서 소를 따라 들어가게 했다. 문지기가 물었다.
“장자여, 먼저 성을 나갈 때 보니 좋은 옷을 입었었는데 지금 알몸으로 돌아오니 도둑을 만난 것입니까?”
장자가 말하였다.
“다른 도적을 만난 것이 아니라 다만 성자 오바난타가 나를 위해 설법하고 옷을 강탈해서 가져갔습니다.”
문지기는 듣고 나서 매우 비방하고 욕하였다.
그때 급고독원 장자가 날마다 항상 5백 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부처님의 양발에 예한 뒤 아울러 모든 대덕 필추와 기숙(耆宿) 필추에게도 예하였다. 성문에 이르니 문지기가 말하였다.
“장자께서는 비록 하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조심해서 도적이나 만나지 마십시오.”
장자가 말하였다.
“어찌 급고독원에 가는 도중에 도둑이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장자여, 길에는 비록 도둑이 없으나 급고독원에 있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쯧쯧, 남자야, 너의 품성의 악함이 흑양의 털과 같아서 고칠 수가 없구나. 지금 이 길가는 부처님과 승중들이 항상 다니는 곳이다. 비록 여러 해가 흘러도 너는 하얗게 변하지 못하리라.”
문지기가 말하였다.
“장자여, 세존이신 선서(善逝)와 필추와 승중이 발로 밟은 먼지인들 내가 보고 이마로 감히 공경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새벽에 한 장자가 좋은 의복을 입고 급고독원에 가고자 했는데 그때 오바난타가 그를 위해 설법한다면서 강탈해 가져가고 속옷을 입게 하여 소를 따라 들어가게 했습니다. 입으로 비방하고 욕하여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오늘 이것을 문제로 삼으리라.’
그리고는 급고독원에 가니, 오바난타가 보고 말하였다.
“잘 오셨소, 장자여.”
“나는 잘 온 것이 아니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당신 앞에 연기가 있었는데 금시에 불이 났었구려.”
장자가 말하였다.
“어찌 나라고 하여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다른 출가자들은 다 탐욕을 버리고자 하는데 대덕은 탐하는 것이 다시 증장하니까 말입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내 무슨 일을 했길래?”
장자가 말하였다.
“어제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뵙고자 했는데 그대가 설법한다고 억지로 그 옷을 뺏고 그로 하여금 속옷을 입고 소 뒤를 따라가게 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뭇 하늘이 희사하는 것을 아귀가 곧 막는다’고 한다.”
장자가 말하였다.
“어찌 저 사람이 금병에 물을 담아 가지고 와서 시여할 수 있겠습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장자는 말을 많이 하지 마라. 만약 부처님께서 차마 참지 못하시면 마음대로 계율을 제정하시게 된다.”
장자가 말하였다.
“내 어찌 가겠습니까? 마땅히 우선 머무르겠습니다.”
오바난타는 잠자코 있었다.
그때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서 계신 곳에 가서 머리로써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성스러운 대중 가운데 친척이 아닌 거사와 거사 부인으로부터 옷을 비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모든 성스러운 대중을 위하여 생각할 일을 지으셔서 친족이 아닌 거사와 거사 부인에게 옷을 구하지 못하게 하소서.”
이때 세존께서는 장자의 말을 들으시고 묵연히 허락하시었다. 장자는 알고 나서 부처님께 예하고 갔다.
세존께서 이러한 사연으로
필추 승가를 모으시고……(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오바난타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친족이 아닌 거사와 거사 부인으로부터 옷을 빌었느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오바난타를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비나야에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그 학처를 제정하노니 다음과 같다. 만일 또한 필추가 친족이 아닌 거사나 거사 부인으로부터 옷을 빈다면 니살기바일저가가 된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처음으로 학처를 제정하셨다. 부처님께서 서다림에 계실 때 40필추가 있었다. 인간 세상을 유행하다가 도둑의 겁탈을 만나 의복이 없어지자 때에 필추들은 함께 이런 의논을 했다.
“세존께서 규제하시기를 ‘친족이 아닌 거사나 거사 부인에게 옷을 비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신 것과 같이 우리는 이곳에 친족이 없으니, 마땅히 실라벌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같은 범행자로부터 의복을 얻어 입어야지 우리들이 어찌 형체를 드러내고 가겠는가?”
의논하기를 “밤에만 길을 가고 낮에는 숨어 지내자”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점점 가서 밤에 절문에 이르렀다. 그때에 저 필추들은 초야와 후야에 깨어 있으면서 사유하고 있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오니 형체가 드러난 것을 보고 말하였다.
“옷 벗은 외도들아, 너희가 머물 곳이 아니니라.”
그들이 말하였다.
“구수여, 우리는 외도가 아닙니다.”
“너희들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우리들은 바로 필추입니다.”
“어디에 이와 같은 필추가 있는가?”
“우리들은 도둑을 만나 겁탈을 당하였는데 어찌 그냥 보내려 하십니까?”
“너희들 이름은 무엇이냐?”
“우리는 바로 40걸식 필추입니다.”
“어서 오시오, 구수여.”
그리고는 바로 문을 열어 주었다. 이때에 여러 필추들은 다투어 서로 구제하여 혹은 승가지를 주거나, 혹은 올달라승가(嗢呾羅僧伽) 혹은 안달바사(安呾婆娑) 혹은
승각기(僧脚崎)ㆍ니바산나(泥婆珊那)ㆍ파달라(波呾羅:발우)ㆍ여수라(濾水羅)를 주기도 했다. 날이 밝자 여러 필추들은 이 사연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건 때문에 여시(餘時)는 제외한다. 여시란, 만약 필추가 옷을 빼앗기거나 옷을 잃어버렸을 때와 옷을 태웠을 때, 옷이 바람에 날려갔을 때, 옷이 물에 떠내려갔을 때를 말하며, 이것이 그때이다.”
이때 세존께서 지계를 찬탄하시고……(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저번에는 창제한 것이고, 지금은 다시 고쳐서 여러 필추들을 위해 그 학처를 제정하노라. 만약 또한 필추가 친족이 아닌 거사나 거사 부인으로부터 옷을 빌지 못한다. 여시를 제외하고는 니살기바일저가를 얻는다.”
‘여시’란 것은 필추가 옷을 빼앗겼거나 옷을 잃었거나 옷을 태웠거나 옷을 바람에 날렸거나 옷을 떠내려 보냈을 때를 말한다. 이것이 그때이다.”
‘만약 또한 필추’란 오바난타를 말하고, 나아가 옷의 뜻은 모두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빈다’는 것은 그들로부터 비는 것을 말한다. ‘옷을 빼앗긴다’란 도둑에게 옷을 빼앗긴 것을 말하고, ‘옷을 잃어버린다’란 자기가 옷을 잃어버린 것을 말하며, ‘옷을 태웠다’란 불에 타버린 것을 말하고, ‘옷이 바람에 날려갔다’란 바람에 날려간 것을 말하며, ‘옷이 물에 떠내려갔다’란 물에 떠내려 간 것을 말하니, 이러한 어려운 사연이 있을 때는 빌어도 범법이 되지 않지만 만약 이것과 다르면 얻을 때는 사타를 범한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일에 세 종류가 있는데, 가(價)와 색(色)과 양(量)이다. 가(價)란, 필추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친족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1가리사바나(迦利沙波拏)가리사바나의 뜻은 이미 앞의 불여취계(不與取戒)에서 분별하였던 것과 같다. 가치의 옷을 빌었거나, 또한 1가리사바나 가치의 옷을 얻는데, 빌 때에는 악작이고 얻을 때는 곧 사타죄가 된다. 이와 같이 수가 증가하여 5가리사바나에 이르도록 빌어서 얻게 되면 얻은 죄의 경중에 따라 앞에 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필추가 친족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1가리사바나 가치의 옷을 빌었거나 2가리사바나 가치의 옷을 얻는데, 빌 때는 악작이고 얻을 때는 범함이 없다. 이와 같이 50가리사바나 등에 이르되 적게 빌거나 많이 얻거나 범함이 있거나 없거나 또한 앞에 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색(色)이란 것은, 만약 필추가 타인으로부터 청색의를 빌었고 또한 청의를 얻었다면, 빌 때는 악작죄를 얻고, 얻을 때는 사타를 초래한다. 청색이 이미 그러한 것과 같이 황색이나 적색이나 백색이나 두껍고 얇은 것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필추가 청색의를 빌었는데 황색을 얻었으면 빌 때는 악작이고, 얻을 때는 범함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다른 색과 두껍고 얇은 것도 서로 지켜봐야 하니 또한 그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양(量)이란 만약 필추가 다른 이로부터 5주(肘)의 옷을 빌어 5주의 옷을 얻을 경우이니, 빌 때는 악작이고 얻을 때는 사타가 된다. 혹 5주를 빌어 10주를 얻거나 나아가 50 등이 되면 앞에 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3사(事)라고 한다.
만약 누궤(縷繢)를 빌어서 곧 작은 조각을 얻거나 만약 작은 조각을 빌었는데 다른 사람이 큰 옷을 준다면 이것은 다 범한 것이 아니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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