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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42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20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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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20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20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7) 과량걸의학처(過量乞衣學處)
이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을 때 오바난타는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들이 벌어들이는 곳을 다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그 학처로 규제하길 청하여 우리들이 작은 수건 따위도 구걸하여 얻을 길이 없는데 하물며 큰 것이랴. 그러나 불세존께서 혹 욕심 적은 필추가 옷이 떨어질 경우에는 따로 허가한 것이 있다. 내가 지금 욕심이 적은 사람을 찾아 함께 서로 부탁하면 혹 그로 인하여 조금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곧 여러 곳에서 그러한 사람을 찾아서 비록 다시 주선해 보았지만 볼 수 없었고,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아란야 가운데 40명의 필추가 있는데 적은 욕심으로 지냅니다.”
곧 그 고요한 숲 속에 가서 40명의 필추를 보니 떨어진 옷을 기워서 입고 지극히 고생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때 오바난타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내가 들은 것과 보는 것과 같지 않소 그려. 근래에 그대들 40명의 필추가 아란야 가운데 있으면서 모든 정려와 해탈의 승락(勝樂)을 받고 있다고 하던데 어찌 이렇게 찢어진 옷이나 기워 입고 고생하여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음을 알았겠소?”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우리들은 도둑의 겁탈을 입었습니다.”
“이 좋지 못한 일로 매우 고생을 하는구려.”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무슨 까닭으로 근심하십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나는 그대들을 근심하는 것이 아니오. 저 도둑들이 탐심 때문에 잘못
겁탈을 행해서 몸이 죽은 뒤에 지옥으로 떨어질 것을 가엾게 생각하는 것이오. 설혹 사람이 된다 해도 빈궁의 과보를 받을 것이니 말이오. 구수들은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너희들 필추들은 사람이 도둑질을 하여 자주 익힌 힘 때문에 명을 마친 뒤에는 마땅히 지옥에 나서 모든 고뇌를 받으리라. 설혹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옷과 밥이 부족하게 산다’고 하셨으니, 이러한 일로 인연하여 나는 근심스러운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구수들이여, 어렵고 고생스럽게 이러한 찢어진 옷을 깁고 있으니 새롭고 좋은 옷을 왜 빌어보지 않습니까?”
필추들이 대답하였다.
“비록 삼보의 뛰어나고 묘한 복전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우리들은 가난한 사람을 보면 기꺼이 시여합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구수여, 세존께서 항상 곳곳마다 그대들이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안다고 찬탄하셨으니, 신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기꺼이 공양할 것인데 왜 구걸하지 않습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들이 어디서 옷을 구해야 합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만약 구걸할 곳이 없으면 어찌 권화(勸化)1)할 사람을 찾아보지 아니합니까? 저 사람은 능히 그대들을 위해 쉽게 옷을 줄 것입니다.”
대답하였다.
“어느 곳에 서로 아는 필추 대중이 있습니까? 대덕 필추께서 스스로 선품을 버리고 우리들을 위해 찾아주시겠습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우리들 육중 필추는 각각 아홉 명의 제자가 있어 60명이나 되니, 모두 그대들을 위해서 옷과 물건을 구하게 해야 하겠소. 그대들이 만약 어김없이 내 뜻을 따라 준다면 우리들 문하인들도 이것으로 인해 또한 적으나마 옷가지를 얻을 것이오.”
대답하였다.
“함께 옷을 얻는데 우리들이 어길 것이 무엇이 있겠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찌 능히 걸식은 행하면서 또 옷을 구하겠는가. 만약 고생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면 옷을 찾을 수가 있다.”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이 또한 좋습니다.”
오바난타는 절로 돌아와서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서 생각해 보았다.
‘어떤 방편을 써야 이 성안의 사람들을 모두 권화할 수 있을까? 다만
급고장자는 제외하여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아니할 것이다. 그가 만약 나를 보면 아직도 분노를 품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우선 먼저 가난한 집에 가고 다음에 부잣집에 갈 것이며, 뒤에 승광왕 댁과 행우(行雨) 부인(波斯匿王의 두 부인 중의 하나)과 아울러 승만(勝鬘) 부인, 선수(仙授) 장자와 고구(故舊) 거사 비사가모(毘舍佉母)와 선생(善生) 부부, 이와 같이 차례대로 구걸할 것이다.’
그때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승가를 청해서 식사를 베풀었다. 오바난타가 보고 생각이 나서 모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내일 너희들은 만일 어떤 사중(寺衆)이 심부름을 보내고 일을 시키려고 하면 모두 반드시 받지 말아라.”
“우리 두 사람이 조금 심부름 보낼 일이 있다.”
다음날이 되자 한 제자를 시켜서 가서 40명의 필추들을 불러오게 했다.
“그대들은 와서 나를 위해 옷을 구걸하라.”
심부름꾼이 그곳에 이르러 보니 필추들은 모두 다 선정에 들어가 있었다. 심부름꾼이 곧 생각하였다.
‘누가 능히 여기에서 추악한 마음을 내어 다음 세상을 관하지 못하고 선정에 든 사람을 잘못 gms들어 깨어나게 하겠는가?’
곧 돌아와서 오바난타가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아차리야(阿遮利耶)여, 저들은 다 선정에 들어갔는데 누가 능히 일어나게 하겠습니까?”
때에 오바난타는 성을 내며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무지하구나. 너는 지금 이 정성을 다한다 해도 어찌 모든 번뇌를 다하겠느냐?”
바로 스스로 가서 정허당(靜許堂)에 가서 발로 문을 차서 다 진동하게 하니, 저들이 선정에서 깨어났다. 물었다.
“대덕은 어찌 이와 같이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너희 40명의 의복을 구하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여기 앉아 있느냐. 나오너라. 같이 가자.”
그가 곧 말하였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이나 닦고 가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나오너라. 길에서 닦으면 된다.”
40필추가 곧 따라서 갔다. 오바난타가 곧 문인과 더불어 함께 상의하였다.

“구수들이여, 우리들 육중은 흰 코끼리와 같아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다투어가며 모이는데 우리들이 노소를 가리지 아니하고 군중에게 섞여 갈 수가 없으니 중간에 사이를 두고 앞뒤로 나누어 갑시다.”
곧 의논한 것에 따라 앞으로 반쯤 가다가 이를 닦고 나서 실라벌(室羅伐) 저자로 들어가서 가난한 사람들의 행렬 속에 모여 있었다. 상점 주인이 물었다.
“성자여, 오늘 걱정스러운 일이라도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근심스런 일이 있다. 너희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40명의 필추가 있어 부처님께서 가시는 곳마다 그들이 욕심이 적고 만족을 안다고 칭찬하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들었습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이들이 곧 그 사람들이다. 다 도둑을 만나 의복을 겁탈당했다.”
가게 사람들이 듣고 나서 각각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 모두 활과 칼과 방패와 긴 창 같은 것을 가지고 오세요. 우리 모두 도둑의 무리를 잡읍시다.”
육중이 말하였다.
“겁탈을 당한 지 오래되어 도적은 흩어져 다른 곳으로 가 버렸느니라.”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우리들에게 무엇을 시키고자 하십니까?”
육중이 대답하였다.
“옷이나 있으면 주어라.”
그러자 저 모든 사람들이 곧 거두어서 새것과 낡은 겹옷을 가져다가 주었다. 이때 육중이 묶어서 큰 짐을 만들어 소년들을 시켜 메고 절로 가지고 돌아가게 했다.
다음은 부자들 행렬 가운데 끼여서 함께 모여 섰다. 저들은 앞에서와 같이 물었고, 이쪽에서도 앞에서와 같이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각각 값비싼 옷을 가져다가 서로 주었다. 저들은 다시 절로 가져가게 했다.
다음은 승광왕의 처소에 가서 모여 있었다. 때에 왕이 보고 물으니 대답한 일은 앞에서와 같았다. 왕이 곧 저 비로택가(毘盧宅迦)에게 명하였다.
“너는 지금 모든 장수들을 곧 급히 보내서 그 도둑들을 잡아야 한다.”
육중이 아뢰었다.
“도둑을 맞은 지 이미 오래되어 도둑이 다른 곳으로 흩어져 가 버렸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성자들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육중이 대답하였다.
“옷이나 있으면 주십시오.”

승광왕이 곧 바로 사람별로 각각 열세 개의 자구(資具)와 좋은 옷을 주었다. 이때 육중은 곧 제자들을 시켜서 전과 같이 지고 가게 했다.
이때 40명의 필추가 오바난타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얻은 옷을 계산해 보니 우리들은 두루 만족합니다. 다시는 구걸하지 마십시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구수여, 너희들은 모두 게으른 사람들이다. 전에 진심으로 말한 것도 있는데, 어찌 우리와 함께하지 않느냐? ‘만약 그대들이 어기지 않는다면 나 또한 이것으로 인해 제자들을 위하여 조금쯤 의복을 구하겠다’고 했는데, 무엇 때문에 스스로 만족하여 다시 구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필추들은 듣고 모두 잠자코 있었다.
이때 육중 필추는 드디어 행우 부인과 승만 부인, 선수 장자, 고구 거사, 비사가모, 선생 부부에게 가서 각각 문답하기를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했다. 그러자 저들은 모두 열세 개의 자구와 좋은 옷을 주었는데, 얻은 옷은 모두 제자를 시켜 지고 절로 가게 했다. 이때 육중이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어제 필추들과 함께 다른 사람이 청하는 음식을 받으셨으니, 만약 먹는 곳에 백 사람이 모자라게 되면 행하는 편에서 사람이 빠짐을 시주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니, 너희들은 가서 저들의 먹는 행렬을 채우도록 하라. 또한 나를 위해서도 그 발우 음식을 보내줄 것이다.”
때에 육중은 사람들을 보내고 나서 절로 돌아가 좋은 옷을 가려서 한 곳에 모아 두고 그 낡은 옷과 찢어진 옷을 마흔 개로 나누어 두었다. 때에 40명은 밥을 청한 곳에 갔다가 마치고 절로 돌아왔다. 육중이 밥을 먹고 나서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가서 40명의 욕심 적은 사람들을 불러오너라.”
그들이 다 오자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구수여, 내가 너희들의 옷을 지키는 사람이냐. 마땅히 각자 옷을 가져가라.”
그들이 찢어진 옷을 보고 서로 쳐다보았다.
육중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서로 보기만 하는가?”
그들이 곧 말하였다.
“어찌하여 다 찢어진 옷뿐인가?”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이 옷을 겹쳐 써서 승가지를 만들어라. 이것을 꿰매면 올다라승가도 되고 안달바사와 승각기 등도 되어 족히 충족할 수 있는데 무엇을 싫어하느냐. 만약 마음에 차지 아니한다면 서로 따라다니면서 다시 구걸하자.”
대답하였다.
“충족함을 얻었으니 다시 다른 것을 구하지 맙시다.”
각각 이 찢어진 옷을 가지고 난야로 돌아가서 일에 따라 기워서 입었다. 그 성읍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40명의 필추가 왕과 일곱 곳에서 모두 열세 자구를 얻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때에 어떤 필추가 난야에 와서 필추들을 보니, 각각 고생하면서 찢어진 옷을 깁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말하였다.
“구수들이여, 우리가 들은 소문과 보는 것이 같지 않습니다.”
숲 속의 필추가 물었다.
“무슨 말이오?”
대답하였다.
“우리가 들으니, 그대들은 일곱 곳에서 다 열세 개의 자구를 얻었다고 했는데, 어찌하여 지금도 또한 찢어진 옷을 꿰매고 있습니까?”
필추들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다만 귀로만 우리들이 스스로 지고 왔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오.”
“만약 그렇다면 어디서 이 찢어진 옷을 얻었습니까?”
그때 필추들은 이러한 사연을 갖추어서 말하였다. 필추가 듣고 나서 극히 기분이 나빠 드디어 머무는 곳에 가서 모든 필추들에게 알렸고, 필추들은 이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시고, 나아가 40명의 필추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진실로 다른 이의 시여하는 물건을 받고도 만족함을 모르는가?”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세존께서는 바른 이치에 따르지 아니하기 때문에 마음의 조적(調寂)을 얻지 못한다고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이치에 따라 시행하는 것을 들어서 찬탄하셨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그리고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비나야에 그 학처를 제정하노니 다음과 같다. 만약 다시 필추가 옷을 빼앗겼거나 옷을 잃어버렸거나
옷을 태웠거나 옷이 바람에 날아갔거나 옷이 물에 떠내려갔을 때 친족이 아닌 거사와 거사 부인에게 옷을 구걸하여 그 사람이 옷을 많이 주더라도 필추는 상하 두 벌만 받아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받는다면 니살기바일저가를 얻는다. 옷을 빼앗긴 것 등에 관한 글은 모두 앞에서와 같다.”
‘상하 두 벌만 받아야 한다’는 말은 두 종류의 상의와 하의를 말한다. 첫째는 필추의 상의와 하의이고, 둘째는 속인의 상의와 하의이다.
‘필추의 상의와 하의’란 만약 이것이 새 옷이면 두 겹으로 된 승가지로 가로 길이가 3이요 세로 길이가 5인 것을 말한다. 만약 니바산(泥婆珊)2)이면 세로 길이가 2요, 가로 길이가 5이다.
‘속인의 상의와 하의’란, 상의는 길이가 12주(肘), 너비가 3주이며, 하의는 길이가 7주, 너비가 2주를 말한다.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 ‘만약 지나치게 받는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수를 넘는다는 말이니, 구걸해서 옷을 얻을 때는 곧 사타를 범하게 된다. 이름을 해석한 것으로서 사회(捨悔)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만약 필추가 다른 사람에게서 속인의 상의와 하의를 빌었을 때 양에 의거하여 얻는다. 만약 다시 더 구걸할 때에는 악작죄가 되고, 곧 사타가 된다. 만약 필추의 상의와 하의를 빌었을 경우에도 이와 같다.
만약 타인으로부터 속인의 상의와 하의를 구걸했을 때 비록 속인이 감량을 했더라도 다시 구하지 말라. 만약 길더라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만약 타인으로부터 필추의 상의와 하의를 구걸했을 때 적어서 필추의 옷의 크기를 맞추지 못하면 다시 구걸해야 하나 길면 주인에게 도로 돌려주어야 한다. 만약 속인의 옷이 작다고 해서 구걸하거나 필추가 옷이 많이 남았는데도 돌려주지 않는다면 죄를 얻는 가볍고 무거움은 앞에 준하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원래 마음에서 지나치게 구걸할 것을 헤아렸다면 구걸할 때는 악작죄를 얻게 되고, 물건을 얻으면 사타를 범하게 되며, 사타를 범하고 나서 다시 다른 물건을 얻으면 다 모두 다 범함이 되는 것은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8) 지속인공허여의취걸학처(知俗人共許與衣就乞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안에 한 장자가 있는데, 먼저 자기의 아내가 있는데도 다시 삿된 음행을 하자, 그 아내가 말하였다.
“그대는 이러한 삿된 음행의 일을 하지 마세요.”
그의 아내가 여러 번 충고했으나 남편은 말을 듣지 아니했다. 부인도 매우 화가 나서 다른 남자와 함께 사사로이 합방을 했다. 그 남편은 항상 집 물건을 가져다가 저 사사로운 부인에게 주었고, 그의 아내 역시 집 물건을 가져다가 삿된 남편에게 주었으니, 부부 두 사람이 재물을 파산하여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장자의 타고난 성질이 포악해서 그의 종을 구타하고 항상 떨어진 옷과 나쁜 음식만을 주면서 말하였다.
“너 때문에 우리 집 가산들을 다 잃었다.”
종이 말하였다.
“저는 참으로 오래전부터 파산의 원인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분이 모두 주인이기 때문에 감히 말을 못했습니다.”
때에 저 부부는 종이 나무라는 것을 알고 모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말이 없었다.
그때 오바난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는 문득 저 장자의 집에 가서 저 부부를 위해 파계(破戒)를 나무라고 지계(持戒)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선남자와 선여인아,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삿된 음행을 한 사람은 죽은 뒤에 지옥에 떨어진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아내는 정숙하지 못하고 남편은 삿된 생각이 있게 된다. 만약 삿된 음행을 여의면 죽은 뒤에 천상에 나게 되며,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아내는 정숙하고 남편은 삿된 생각이 없다.”
그리고 게송을 설하였다.

들으면 능히 법을 알고
법을 들으면 모든 허물을 여의네.
법을 들으면 악한 벗도 버리고
법을 들으면 열반도 얻네.


때에 그 부부가 법을 듣고 나서 함께 삿된 음행을 버리자 때에 오바난타가 다시 부부를 위해 공경한 마음으로 귀의하는 뛰어난 공덕을 자세히 서술하고 말하였다.
“너희들 두 사람은 다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잘 들어라.”

만약 불타에게 귀의하면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는다네.
사람 몸 버리고서
천상에 태어남 얻으리.

만약 법[達摩]에 귀의하면
악취에 떨어지지 않는다네.
사람 몸 버리고서
천상에 태어남 얻으리.
만약 승가에 귀의하면
악취에 떨어지지 않는다네.
사람 몸 버리고서
천상에 태어남 얻으리.

그러자 두 사람은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깨끗한 믿음이 깊이 생겼다. 곧 삼보에 귀의하니, 다시 그들을 위하여 5계(戒)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어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다섯 가지 큰 보시가 있다. 무엇을 다섯이라고 하느냐 하면, 살생과 도둑질과 사음행과 거짓말과 술을 마시는 것을 여의는 것이다. 이것을 다섯 가지 큰 보시라고 한다. 어찌하여 이 다섯 가지 일을 여의는 것을 큰 보시라고 하느냐 하면, 다섯 가지를 버림으로 해서 무소외(無所畏)를 얻어 원결(怨結)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내가 바르고 상냥하게 말하면 믿고 받아들여서 항상 교만하지 아니한다. 이 다섯 가지 때문에 한량없는 즐거움을 느끼고 항상 인간과 천상 세계에 있게 된다. 때문에 큰 보시라고 이름한다.”
때에 그 두 사람이 이 법을 듣고 나서 깊은 신심이 배로 증가해서 5학처를 받았다. 오바난타가 저 두 사람을 계에 돌아가게 하고 나서 나갔을 때 저 장자는 또 다른 날 다시 심하게 매질을 하며 그 종을 때렸다.
아내가 말하였다.
“인자여, 나는 전에 업과를 알지 못할 때에는 항상 심한 매질을 하였는데 지금 성자인 오바난타 선지식으로 인하여 나는 업의 이숙(異熟)을 알게 되었으므로 다시는 심한 매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세상 사람들은 스스로 업보를 받아 귀천이라도 항상하지 않는 것인데
누가 노비이겠습니까? 지금부터 이후로는 회초리를 쓰는 일이 없게 합시다.”
남편이 말하였다.
“부인, 좋은 말이오.”
이 말을 하고는 그 종에게 명령하였다.
“소녀야, 너는 가서 목욕해라. 새 옷을 주마.”
그리고 말하였다.
“마땅히 가업을 부지런히 하라. 그러면 너에게 무외(無畏)를 베풀 것이다.”
종이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두 가장이 전에는 모두 어질지 못하여 매질로 벌을 잘 주어서 나를 고통스럽게 학대하며 떨어진 옷과 나쁜 음식으로도 항상 몸을 채우지 못하게 했는데, 지금 은혜와 사랑을 베푸니 부모와 같구나.’
또다시 생각하였다.
‘성자 오바난타가 이 집에 들어온 뒤부터 어진 마음이 자라나서 다시 나를 때리지 아니하니, 내가 지금 어떤 물건을 가지고 성자의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 만약 집 안의 적은 물건을 도둑질해 가지고 은혜를 갚아서 주인이 만약 알게 되면 전과 같은 매질을 할 것이다. 이미 얻을 곳이 없으니 부끄러운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뒤 다른 날 오바난타가 와서 부부를 위해 설법하고 갔는데 그때 장자의 아내가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성자 오바난타가 우리들의 좋은 벗임을 알지 못하십니까? 악업을 버리고 선품 중에 있게 하며 삼존에게 귀의 공경해서 5학처를 받게 했고, 또한 능히 때때로 법을 전해 주었으니,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받들어 보시해야 합니다.”
장자가 물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아내가 말하였다.
“한 벌의 흰 옷감을 주고자 합니다.”
그 종은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말을 성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때 오바난타는 아침에 성으로 들어와서 차례로 걸식하여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종이 보고 발에 예한 뒤 말하였다.
“성자여, 저에게 좋은 말이 있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물었다.
“무슨 일이냐?”
종이 말하였다.
“우리 집 장자와 부인께서 좋은 옷을 가지고 대덕에게 바치려고 합니다.”
오바난타가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세간에 많은 음식을 탐하는 사람 가운데 나도 그 하나이다. 지금 이익을 얻는다는 것을 안 이상
본심을 말하리라. 그러나 이 종이 비록 이러한 말을 했으나 내가 다시 추궁해 볼 것이다.’
문득 성낸 기색을 띠며 말하였다.
“소녀야, 너는 무슨 일을 가지고 나를 놀리려 드느냐?”
대답하였다.
“성자여, 어찌 감히 놀릴 수 있겠습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소녀야, 만약 참말이라면 가장이 설혹 성을 낸다 하더라도 나는 용서할 것을 권하겠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전과 같이 매를 많이 때리게 할 것이다.”
종이 말하였다.
“성자는 무슨 일로 의심하십니까? 다만 집 안에 들어가면 절로 아시게 될 것입니다.”
때에 오바난타가 곧 그 집에 들어가니 저 두 남편과 아내가 보고 “어서 오십시오” 하고 큰 소리로 말했고, 자리를 펴서 앉게 하고는 발에 예를 했다. 그러고 나서 낮은 자리에 꿇어앉아 법을 들었다. 그들을 위해서 설법을 하고 나자 말하였다.
“장자가 큰 무명옷을 준다고 했다는데 내가 지금 보고자 합니다.”
저 남편과 아내가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오바난타가 보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대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하는가?”
저 두 사람이 대답하였다.
“성자여, 이것은 바로 우리들이 사사로이 말한 것인데 누가 알려 주었습니까? 아니면 성자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내 젊을 때부터 발우를 가지고 이가 빠지고 백발이 되도록 걸식했는데 이러한 작은 일마저도 너희들은 믿지 못하는가?”
저 장자는 곧 옷을 주었다.
오바난타는 그 옷을 받고 나서 주변을 살피다가 곧 손을 뒤집으면서 근심스러운 척을 했다.
장자가 물었다.
“성자여, 어찌하여 이와 같이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너는 복을 버릴 수는 있어도 복을 받을 수는 없구나. 이것은 다만 신이나 털고 혹 창을 가리는 주렴이나 하며 행간 끝에 두어도 자연히 파괴될 것이다.”
장자가 물었다.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다시 좋은 것을 구해서 나에게 옷을 만들어 주어라.”
“성자시여, 다시는 얻을 수가 없습니다.”
“사다가 나에게 주어라.”
“우리에게는 돈이 없습니다.”
“우선 외상으로 사오고
뒤에 값을 주면 되지 않느냐?”
이때 장자가 다시 아내를 쳐다보았고 아내가 말하였다.
“성자 오바난타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큰 은혜가 있으니 옷을 사다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하십시다.”
그러자 장자는 곧 오바난타를 데리고 시중 한 점포로 갔고, 오바난타는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가게 주인의 자존심을 발동시켜서 좋은 의복을 내어 놓게 하리라.’
장자에게 말하였다.
“잠깐 이 점포를 둘러보니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어찌 최상품의 좋은 옷이 있겠는가. 다른 곳에 가서 따로 구하는 것이 좋겠다.”
이때 가게 주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자존심이 일어나 좋은 옷을 내어 놓으면서 말하였다.
“성자여, 무엇 때문에 이 옷을 가볍게 보십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참으로 좋은 물건이오. 값이 얼마나 됩니까?”
상인이 말하였다.
“값은 50가리사바나입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삼십이면 사겠소.”
상인이 말하였다.
“누가 값을 치를 겁니까?”
말하였다.
“장자가 갚을 것이오.”
장자에게 물었다.
“언제 줄 겁니까?”
장자가 말하였다.
“모(某)시에 갚겠소.”
상인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마음대로 가져가시오.”
장자가 곧 오바난타에게 주자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장자는 무병장수하오. 지금 주는 물건은 바로 마음의 영락이며 바로 마음의 자조(資助)입니다. 정(定)의 지혜를 장엄하게 하여 사람과 하늘의 도를 얻으시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오바난타는 곧 이 옷을 가지고 서다림으로 갔다. 장자의 집이 가난해서 약속한 때에 그 옷의 값을 갚지 못하니 상인은 장자를 뜨거운 햇살 속에 세워 두고 돌아가지 못하게 한 채 가 버렸다. 아는 사람이 보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햇살을 받으며 서 있는가. 혹 학질에 걸렸는가, 소(酥)를 마셨는가?”
대답하였다.
“나는 학질에 걸리지도 아니했고, 소도 마시지 아니했소. 빚을 오랫동안 갚지 못해서
이곳에 서 있는 꼴이 되었소.”
물었다.
“어느 때의 부채인가. 너희 할아버지나 어버지가 진 다른 빚인가?”
대답하였다.
“나에게 석가의 제자를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겨서 옷을 보시했는데 나쁜 것이라고 못마땅해 하며 받지 아니하므로 좋은 것을 사서 주었더니, 이러한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소.”
저 벗이 이 일을 듣고 나서는 곧 비난을 하였다.
“사문 석가의 제자가 탐심으로 구함이 끝이 없구나.”
여러 필추들이 듣고 나서 그 일을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러한 일로 필추 대중들을 모으시고……(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부처님께서 오바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참으로 이와 같이 단정하고 엄숙하지 못한 일을 했느냐? 그가 주는 것에 따라야 하는데 만족함을 알지 못하여 다시 좋은 물건을 구하므로 그에게 모진 고생을 시켰구나.”
아뢰었다.
“실로 그렇습니다.”
세존께서는 앞에서와 같이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여러 제자들을 위하여 비나야에 그 학처를 만들어서 이와 같이 설한다. 만약 다시 필추가, 친족이 아닌 거사나 거사 부인이 함께 옷값을 마련하여 이와 같은 청정한 옷을 사서 아무개 필추에게 준다고 하면 때가 되면 그 옷을 써야 한다. 이 필추가 먼저 청을 받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알려준 것으로 인하여 곧 그의 집에 가서 말하기를 ‘훌륭하십니다, 인자여. 나를 위해서 옷값을 마련해 주다니. 이와 같이 청정한 옷을 살 수 있으니, 때가 되면 나에게 주십시오.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옷을 받는다면 니살기바일저가가 된다.”
‘만약 필추’란 말은 오바난타를 말한다. 친족과 친족이 아니라는 등의 뜻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옷값’이란 금ㆍ은ㆍ패치(貝齒)3) 등을 말한다. ‘마련한다’는 말은 저축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옷’이란 일곱 종류의 가사를 말하며, 해설은 앞에서와 같고, ‘산다[買]’는 것은 타인에게 산다는 말이다. ‘청정’이란 말은 이와 같이 수용을 감당할 수 있는 옷을 말하고, ‘준다’는 것을 옷을 시여할 때이며, ‘아무개’는
오바난타를 말한다. ‘청을 받지 않았다’는 말은 먼저 허락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고, ‘다른 사람이 알려준다’는 것 등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가서 그에게 옷을 구하는 것이다. 비싼 가격의 옷을 억지로 구하여 만약 옷을 얻는다면 곧 사타를 범한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일에는 세 가지가 있다. 값과 색과 양을 말한다.
무엇을 값이라 하는가 하면, 만약 필추가 친족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5가리사바나 가치의 옷을 얻으면 받을 때는 범하는 것이 안 되지만 이 옷을 받지 아니하고 다시 이보다 지나친 것을 구걸하면 구걸할 때 악작죄를 범하고, 또 얻을 때는 사타죄를 범하게 된다. 이와 같이 나아가 50가리사바나 등에 이르기까지 구하는 데 따라서 얻으면 경중은 앞에 준함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값이라고 한다.
무엇을 색이라 하는가 하면, 필추가 푸른색 옷을 받을 때는 범함이 없다. 이것을 받지 아니하고 다시 이것보다 지나친 것을 구하면 구걸할 때 악작을 얻고, 받을 때 사타를 범한다. 푸른색이 이미 그러하니, 다른 색도 이에 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이것을 색이라 한다.
무엇을 양이라고 하는가 하면, 만약 필추가 5주(肘)의 옷을 얻을 때는 수취하여도 범함이 없다. 이 옷을 받지 아니하고 다시 지나친 것을 찾게 되면 앞에서와 같은 죄를 얻게 되고, 이와 같이 나아가 많은 주(肘)에 이르면 죄의 경중은 앞에서와 같다. 이것을 양이라고 한다. 이것이 니살기의(泥薩祇衣)이다. 옷을 거절하는 방법은 또한 앞에서와 같다.
범함이 없다는 말은, 만약 누궤(縷繢)를 구걸했는데 곧 적은 조각을 얻었거나 또는 적은 조각을 구걸했는데 그가 큰 옷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은 이 모두 범함이 없다는 뜻이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9) 지속인별허여의취걸학처(知俗人別許與衣就乞學處)
부처님께서 서다림에 계셨을 때 오바난타 필추가 계율을 범한 일과
장자 및 그의 아내가 각각 외인과 더불어 사통을 하여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악을 버리고 선을 닦으라고 설법한 일은 모두 앞에서와 같다. 다만 두 사람이 각각 다르게 옷값을 마련하니, 그 두 가지 값을 합쳐 한 가지 옷으로 마련하게 했다. 그래서 장자가 크나큰 고생을 하는 데 이르렀다. 필추가 이러한 사연으로 부처님께 아뢰었고……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였는데, 다음과 같았다.
“만약 다시 필추가 친족이 아닌 거사와 거사 부인이 각각 필추를 위해 옷값을 마련하여 이와 같은 청정한 옷을 사서 아무개 필추에게 주면, 이 필추는 먼저 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곧 그 집에 가서 이와 같은 말을 한다.
‘훌륭하십니다, 인자여. 함께 이와 같은 청정한 옷을 사십니다. 때가 되거든 나에게 주시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만약 옷을 얻으면 니살기바일저가를 얻는다.”
이 가운데 범하는 모양이 세 가지가 있어 같지 아니하며,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10) 과한색의학처(過限索衣學處)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죽림원에 계시었다. 그때 오바난타가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들이 다니면서 구하는 것은 모두 급고독원 장자의 요청에 따라 세존께서 그 학처를 제정하셨다. 우리들은 작은 베 조각이나 수건 하나를 빌고자 해도 오히려 얻을 곳이 없거늘 하물며 큰 것이겠는가. 그러나 내가 지난날 행우(行雨:아사세왕의 대신) 바라문과 함께 같은 학당에서 스승을 따라 수업했으니, 내가 마땅히 가서 보리라. 혹시 나에게 조금이라도 옷이나 물건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곧 그 집에 가니, 문지기가 막으면서 “성자여, 들어가지 마십시오”라고 하니 말하였다.
“현수여, 세존께서 나에게 오처불행(五處不行)의 규제를 하셨다. 곧 창령가(唱令家)와 음녀의 집과 술집과 왕가와 고기 잡는 사람의 집이다. 이 집이 어찌 오처가 되겠는가?”
문지기가 말하였다.
“성자여,
무엇 때문에 비난받을 일을 많이 합니까? 이 집이 창령ㆍ음녀 등의 집은 아닙니다만 그러나 바로 바라문인 행우의 집입니다.”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남자야, 너는 우선 집에 들어가서 바라문에게 고하기를 대덕 오바난타께서 지금 문 앞에 오셔서 꼭 만나기를 바란다고 하라.”
문지기가 말하였다.
“이 기세를 보니 승광왕의 사건을 처리하는 곳[斷事處]에서 온 것 같습니다.”
말하였다.
“바보야, 너를 위해 알리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만약 다시 지연시키면 너를 불러서 큰 막대로 벌을 내리게 할 것이다.”
문지기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 형세를 보니 전혀 두려움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반드시 까닭이 있는 것 같다. 마땅히 알려서 욕을 당하지 말자’ 하고 곧 들어가서 말하였다.
“대덕 오바난타가 지금 문밖에 있는데 서로 뵙고자 합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대덕을 불러들여라. 누가 또 막았느냐?”
문지기는 듣고 나서 곧 생각하기를 ‘이러한 사연 때문에 호망(豪望)한 사문이 전혀 두려움이 없었구나’ 하고 곧 불러들였다. 바라문이 멀리서 보고 “어서 오시오” 하고 소리치면서 맞이하여 자리를 펴고 앉게 했고, 이미 좌정하고 나자 미묘한 소리를 내어 시주하는 가정의 뛰어난 공덕을 찬탄했다.
만약 오바난타가 기쁜 마음을 일으켜 보시하는 사람을 칭찬한다면 모든 신심이 있는 바라문들은 법을 들을 때에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훌륭하구나, 묘법이여, 우리들은 살이라도 베어서 보시하고 싶다.’
이때 바라문들이 법을 듣고 기뻐서 이러한 말을 했다.
“대덕이여, 하안거가 끝나는 날 우리는 60금전을 받들어 보시하겠습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현수여, 무병장수하소서.”
곧 주문으로 서원하였다.
“지금 주시는 물건은 바로 마음의 영락이며……열반에 이르시오.”
그리고는 곧 말하고 갔다.
그때 두 필추가 실라벌에서 왕사성으로 오고 있었다. 부처님께 예하기 위해서 죽림에 갔는데 이때
세존께서는 구수 아난다에게 명하셨다.
“너는 지금 가서 모든 필추들에게 ‘여래께서 교살라국에 가셔서 인간 세상을 유행하고자 하니, 만약 유정 중에서 따라가기를 원하는 자가 있으면 의복을 챙겨 가지고 오라’고 고하라.”
그러자 아난다는 가르침을 받들고 가서 모든 필추들에게 고하여 세존의 가르치심을 전하였고, 때에 두 사람의 새로 온 필추가 이 말을 듣고 근심으로 지내고 있었다. 오바난타가 물었다.
“너의 두 소년은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있느냐?”
저 두 사람이 대답하였다.
“구수 아난다가 모든 필추들에게 말하기를 ‘여래께서 교살라국에 가셔서 인간 세상에 유행하고자 하시니 따라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의복을 준비하여 오라’고 하셨는데, 대덕이시여, 우리는 마침 이곳에 와서 아직 쉬지도 못했는데 어찌 다시 실라벌성에 가겠습니까?”
때에 오바난타가 이 말을 듣고 나서 근심을 지으면서 이러한 생각을 했다.
‘나는 지나간 많은 시간을 조금의 시주만을 받았을 뿐인데 어찌 다시 장애스러운 일이 생길 줄 알았겠는가?’
이튿날 아침에 곧 바라문의 집에 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보시의 공덕을 설하였다.
그때 바라문이 물었다.
“대덕께서는 전에 와서 설법할 때는 음성이 미묘하더니만 오늘은 근심을 띠고 그 소리도 낮으니 그 까닭을 듣고자 합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현수여, 나는 많은 시간을 걸려 겨우 뵙게 되었는데 지금 머지않아 이별하고자 합니다.”
이 말을 하고 나서는 근심스럽게 있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말하였다.

마게타(摩揭陀) 사람들은 소리 듣고 알고
교살라국 사람들은 얼굴 보고 안다네.
반 글자로써도 곧 다섯 왕성을 알지만
말을 기다려야 나머지 주변국을 안다네.

그때 행우 바라문이 오바난타가 하는 말을 듣고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것은 나와 이별하는 것 때문에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60금전 때문에
근심하는 것이다.’
“대덕이여, 그대는 어디서 안거하여 마칠 것입니까. 제가 60금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현수여, 무병장수하소서. 훌륭합니다. 보시하는 마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견고하니 하는 것마다 복리(福利)가 마땅히 훌륭한 과보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사례하고 갔다.
이때 세존께서 대중에게 둘러싸였고 나머지는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교살라국에 가서 실라벌의 서다림에 계셨을 때 어떤 상인이 이 성에서 나와서 재화와 물건들을 왕성으로 가져가고자 했다. 그러나 왕사성은 예부터 상법(常法)이 있어 만약 다른 곳에서 큰 상인들이 그 나라에 오면 왕이 스스로 세금을 매기거나 혹은 행우 대신을 시키기도 했다. 이때 행우 대신이 그 세금과 들어오는 물건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상인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만약 실라벌성으로 돌아가려거든 마땅히 나에게 알려야 한다.”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상인들이 교역을 이미 마치고 대신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저희들은 귀국하고자 합니다.”
곧 60금전을 부치면서 말하였다.
“이 물건을 너희들이 가지고 가서 대덕 오바난타에게 주어라.”
그들이 물건을 받고 나서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만약 행우 대신과 더불어 예전부터 알고 있다면 그는 반드시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대덕 필추가 확실하리니, 내가 마땅히 그에게 적게나마 이윤을 남겨주어서 그가 기뻐하게 하리라. 싼 옷[細疊]을 사서 저 성으로 갈 것이다.”
죽림에 가서 필추에게 물었다.
“누가 옷을 받을 만한 필추인가?”
필추가 대답하였다.
“현수여, 그대는 지금 승복을 보시하고자 하는가?”
대답하였다.
“나는 보시할 여가가 없다. 그러나 행우 대신이 나에게 부친 60금전을 대덕 오바난타에게 주라고 하기에 내가 지금 금전으로 옷을 사가지고 가서 그의 마음에 들기를 바랄 뿐이다.”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마땅히 그 흰 옷도 주고
아울러 금전마저 뺏기게 될 것이다.”
상인은 생각하기를 ‘지금 이 필추는 혹 그와 원수지간이나 아닌가?’ 하고는 곧 다른 필추들의 처소에 가서 앞에 있었던 이야기를 갖추어 말하니, 필추들이 말하였다.
“네가 만약 금전에 표시하지 않았다면 가지고 가도 그가 이자까지 받을 것이다.”
상인이 곧 생각하기를 ‘저 사람과 이 사람의 말이 서로 같다’ 하면서 근심을 덜려고 대신의 처소에 가서 그의 도장을 받으려고 하니, 대신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희들을 믿는데 어찌 수고스럽게 도장이 필요한가?”
상인이 말하였다.
“비록 서로 믿고 맡기지만 상인의 규칙에는 자세하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신이 곧 도장을 찍어 주었다. 상인들이 가지고 실라벌성에 가서 서다림에 이르러 필추에게 물었다.
“성자 오바난타의 방이 어딥니까?”
때에 여러 필추들이 그가 머무는 곳을 알려주었다. 가서는 그를 보지 못하고 필추에게 물었다.
“대덕 오바난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잠시 절 밖 한적한 곳에 갔느니라.”
상인이 말하였다.
“이 금전은 바로 왕사성의 대신인 행우가 부친 것입니다. 받아 두었다가 그가 오거든 전해 주시오.”
필추는 말하였다.
“현수여, 너는 일찍이 횃불이 불꽃을 발할 때 머리로 부딪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상인이 곧 생각하기를 ‘이 사람도 반드시 그와 예전부터 원수 사이인 것 같다’ 하고는 다른 필추들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대덕이여, 이 금전은 왕사성의 대신 행우가 부친 것인데 오바난타에게 주는 것입니다. 받아 두었다가 그가 오면 주시오.”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만약 도장이 없이 가져온 것이라면 그가 반드시 정당하게 너에게 이자를 받을 것이다. 누가 능히 그를 위하여 곧 받아 두겠는가. 이 물건을 네가 스스로 만나서 주어라.”
상인이 생각하기를 ‘하는 말들이 서로 같으니 이것은 참으로 우리를 어렵게 하는구나. 집에서 저 필추를 기다려서 스스로 이해하면 대답해야겠다’고 하였다.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만약 오바난타가 돌아오면
알려주오. 우리들은 모처에서 물건을 가지고 기다릴 터이니 와서 가져가라 하시오.”
말을 마치고 가 버렸다. 오바난타가 뒤에 절 안으로 돌아오니 필추가 말하였다.
“대덕 오바난타여, 좋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계행을 갖추고 마음이 청정하다면 마음으로 원하는 바를 모두 성취한다고 하셨는데, 그대가 오늘 숲 속에서 쉬셨는데도 곧 60금전이 멀리서 공양 왔으니 말입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구수여, 어느 곳에서 온 시주인가. 부처님과 대중 1,250명에게 각각 60금전씩 주는 것인가?”
필추가 대답하였다.
“다만 당신만이 얻고 중승에게는 돌아가지 아니합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누가 나에게 60금전의 은혜를 베푸는고?”
대답하였다.
“바로 왕사성 행우 대신이 부쳐서 받들어 보시하는 것이랍니다.”
말하였다.
“그 사람은 바로 내가 예부터 아는 사람이다. 먼저 마음먹고 있다가 나에게 이것을 주는 것인데 누가 이것을 받았느냐. 잘 관찰해 보았느냐. 손해나거나 찢어지지 않도록 하였느냐. 이것은 사사로운 시주물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
대답하였다.
“받은 사람이 없습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내가 요사이 악우들 속에 있는데 누가 기꺼이 받아 주겠느냐?”
이런 말을 할 때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무슨 일로 근심하십니까? 상인들이 말을 전하기를 우리가 모처에 있으니, 만약 필요하면 와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때에 오바난타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승가지를 가져다 입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이 머물러 있는 집으로 갔다. 그때 저 상인들은 멀리서 급한 걸음으로 오는 것을 보고 곧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였다.
“이 형세를 보니 호족 사문이 틀림없구나.”
물었다.
“당신이 오바난타입니까?”
대답하였다.
“그렇다. 돈을 가지러 왔다.”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대신 행우가 부친 것이니
받으시오.”
곧 그를 위하여 널리 주문으로 서원을 했다. 상인이 말하였다.
“이것은 나의 재물이 아니니 나를 위해서는 주원하지 말고 바라건대 저 행우 대신에게 마땅히 하시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너희가 손해 날 것이 무엇이냐. 너희 또한 나에게 큰 공이 있는 것이다. 먼 다른 지방으로부터 물건을 가져왔으니, 한 작은 아이를 빌어서 돈을 가져가게 하면 점포에 이르면 곧 돌려보내겠다.”
“성자여, 우리에게는 작은 아이가 없소.”
“어리석은 사람아, 멀리 왕사성에서부터 가지고 왔는데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기꺼이 보내주지 않으려느냐. 곧 어린아이를 시켜 돈을 보내 줘라.”
어린아이에게 말하였다.
“내 뒤를 따라오고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 그렇게 하면 너에게 떡과 과일의 값을 줄 터이니 반드시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
이때 어린아이는 돈을 가지고 따라가서 한 가게에 이르자 말하였다.
“성자여, 돈을 여기다가 둘까요?”
오바난타는 곧 이런 생각을 했다.
‘그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동자로 하여금 내 뒤를 따르지 않게 했을 것이다.’
곧 점포 주인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이 돈을 우선 받아 두시오.”
대답하였다.
“성자여, 나에게 주인이 있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바라건대 너는 항상 자유가 없어라.”
다시 한 향을 파는 동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현수여, 잠깐 이 돈을 맡아다오.”
말하였다.
“저의 높은 사람이 밖에 나가서 안 계십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바라건대 너의 주인이 다시 돌아오지 말도록 해라.”
다시 또 한 향을 파는 동자에게 가서 신심을 일으키게 하고 말하였다.
“현수여, 잠시만 이 돈을 맡아다오.”
대답하였다.
“우리 대인(大人)이 감히 받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내 말은 너에게 조금쯤 신심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찌 다시 신심이 있는 나찰일 줄 알았겠느냐. 만약 네가 본래부터 조금도 신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필추의 발을 잡아 문밖으로 끌어냈을 것이다.”
그는 드디어 말이 없다가 말하였다.
“성자여, 이곳에 맡겨 두십시오.”

오바난타는 곧 절로 돌아갔다. 당시에 모든 상인에게 전부터 규제하는 명령이 있어서 “만약 해가 뜰 때까지 모이지 아니하면 벌로 금전 60문(文)을 내야 한다”고 하였으므로 어미가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빨리 가서 저들에게 벌금을 내지 않도록 하라.”
그때 오바난타는 밤에 곧 후회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향 파는 동자가 처음으로 신심을 내긴 하였으나 혹 내가 맡긴 물건을 숨기지나 아니했을까?’ 하여 날이 밝자 한 어린아이를 데리고 그 가게로 갔다. 그때 가게 주인이 문을 닫고 나가려고 했는데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현수여, 나의 돈을 돌려주시오.”
대답하였다.
“성자여, 이곳의 상인들은 전부터 규제하는 명령이 있어서 만약 해가 뜰 때까지 와서 모이지 않는 사람은 벌로 금전 60문을 내어야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또한 모임에 갔다가 돌아오겠습니다.”
오바난타는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나는 너의 종이 아니다. 자기의 돈을 가져가는데 누가 다리가 아프도록 오래 서 있겠느냐. 만약 나에게 돌려주지 아니하고 곧 가버린다면 승광왕의 교령을 어기는 것이므로 다시 너에게 60문의 벌금을 내게 할 것이다.”
그가 그 말을 듣고 곧 성을 내어 꾸짖고는 그 돈 보자기를 땅에 던져 버리니, 진흙으로 봉인한 것이 모두 찢어져 버렸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머물러서 내가 돈 세는 것을 보아라. 지우고 뺏은 것이 아닌지 사사롭게 만든 것이나 아닌지.”
상점 주인이 말하였다.
“그대가 언제 세어서 나에게 맡겼는가?”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비록 내가 점검하지는 아니했지만 무엇 때문에 봉인을 파괴했느냐?”
때에 그 상점 주인은 한을 품고 말이 없었다. 이미 날은 밝았고 모이는 시기는 곧 지나가 버렸다. 그때에 모든 상인들이 집안으로 모여들어서 그의 60전의 금전과 물건을 가지고 갔고,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무슨 일로 여러 사람들의 규제를 어겨서 너의 60금전의 벌금을 내었느냐?”
아들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석가의 제자와 함께 친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신심이 나오려는 싹이 곧 꺾어져서 문득 불쾌함만 생깁니다.”

필추는 듣고 나서 세존께 갖추어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러한 일로 필추대중을 모으시고……(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오바난타에게 물었다.
“너는 참으로 이와 같이 단정하고 엄숙하지 못한 일을 했느냐?”
“그렇습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내가 지금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비나야에 그 학처를 제정하여 다음과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왕이나 대신이나 바라문이나 거사들로부터 심부름꾼을 보내 필추에게 옷값을 보내서 그가 옷값을 가지고 필추가 있는 곳에 가서 말하기를 ‘대덕이여, 이 물건은 바로 아무 왕, 대신, 바라문, 거사 등이 나를 시켜 보낸 것입니다. 대덕께서는 불쌍히 여겨서 받아 주십시오’라고 할 때 이 필추가 그 사자에게 말하기를 ‘어진이여, 이 옷값은 내가 받을 수가 없소. 만약 필요할 때 청정한 옷을 받겠습니다’라고 하라. 저 심부름꾼이 말하기를 ‘대덕이여, 집사인(執事人)이 있습니까?’ 하면, 필추가 말하기를 ‘있소’라고 할 것이다. 만약 승가나 정인(淨人)이나 오바색가가 이 필추의 집사인이라면 저 심부름꾼이 집사인이 있는 곳에 가서 옷값을 주고 나서 말하기를 ‘너는 이 옷값으로 평상시에 입는 청정한 옷을 사서 아무개 필추에게 주어서 입게 하라’라고 하고, 저 심부름꾼이 집사인을 잘 가르치고 나서 또 필추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말하기를 ‘대덕이여, 가르쳐 주신 집사인에게 나는 이미 옷값을 주었습니다. 청정한 옷을 가져오거든 받으시오’라고 한다.
필추가 옷이 필요할 때 집사인이 있는 곳에 가서 재차 삼차 그로 하여금 기억을 시키고 말하기를 ‘내가 옷이 필요하니 얻었으면 좋겠다’고 하여야 한다. 만약 가져오지 아니하면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반복하고, 그가 잠자코 가거든 따라가서 서 있다가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반복해서 옷을 얻으면 좋고, 만약 옷을 얻지 못했을 경우 이것을 지나쳐 옷을 얻는 사람은 니살기바일저가가 된다.
만약 끝내 옷을 얻지 못하면 이 필추는 저 옷값을 부친 곳에 가야 하는데, 자기가 가거나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서 말하기를 ‘그대가 아무개 필추를 위해 옷값을 보냈으나 저 필추는 끝내 옷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대는 아셔야 하니, 이때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필추’란 말은 오바난타를 말한다. ‘왕’이란 남자 또는 여자, 혹은 다른 사람을 말한다. 왕법으로 관정한 사람은 모두 왕이라 하고, ‘대신’이란 왕의 정사를 집행하면서 서로 의지해 사는 사람을 말한다. ‘바라문’이란 귀족으로 다문(多聞)이란 뜻이고, ‘거사’는 집에 있는 부유한 사람이며, ‘등(等)’이란 다른 잡류를 말한다. ‘심부름꾼을 보낸다’는 것은 남자ㆍ여자ㆍ황문(黃門)을 말하고, ‘옷값을 보낸다’는 것은 금은ㆍ돈 등을 말하고, ‘그가 옷값 등을 가지고’란 옷값을 가지고 필추가 있는 곳에 가서 말을 전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기를 대덕이여’란 명을 전하는 사람 앞에 있는 사람을 말하고, ‘이 물건은 바로 아무’ 등이라는 말은 온 곳을 말하여 받기를 바란다는 뜻이며, ‘이 필추’ 등이란 받아서는 안 된다고 대답하는 말이다.
‘필요할 때 청정한’이란 말은 이치에 맞으면 얻는다는 뜻이고, ‘저 심부름꾼이 필추 등에게 말한다’는 것은 집사인을 묻는 말이며, ‘필추가 말하기를 있소’라고 말한 것은 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승가나 정인(淨人)’이란 대중 정인을 말하고, ‘오바색가’란 삼보에 귀의해서 5학처를 받은 사람을 말하며, ‘저 심부름꾼’ 등이란 심부름꾼을 밝히는 뜻이다. ‘산다’는 것은 혹 사거나 짜는 것이며, ‘아무개 필추에게 주라’는 것은 그 주는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청정’이란 수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잘 가르치고 나서’란 잘 교시함을 뜻하고, ‘갖추어 필추에게 보고하고 재차 삼차’ 등이란 말을 하는 반복하는 수를 말하여 그가 기억하도록 한다는 뜻이며, ‘얻었으면 좋겠다’란 구하는 마음을 말한다. ‘만약 가져오지 아니하면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반복하고 그가 잠자코 가거든 따라가서 서 있는다’는 것은
말없이 가서 서 있는 수를 말하고, ‘따라간다’는 것은 네 곳이 있는데, 창처(敝處), 사처(舍處), 전처(田處), 점처(店處)다. 창(敝)은 와기(瓦器) 등을 만드는 곳, 혹은 머리를 깎는 곳을 말한다. 사(舍)는 거주하는 집을 말하고, 전(田)은 농사짓는 밭이며, 점(店)은 물건을 파는 곳이다.
여섯 가지 힐문이 있으니, 그를 보고 일에 따라 여섯 가지의 말을 힐문에 응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여섯이라 하는가. 만약 그가 묻기를 “그대는 지금 어떠한 사연으로 필추에게 왔는가?” 하여 대답하기를 “저 일을 위해서 왔다”고 하면, 이르기를 “그대는 매우 잘 왔다. 이곳에 앉으라”고 한다. 답하기를 “저 일을 위해서 왔다”고 하면, 이르기를 “밥은 먹었는가?”라고 하며, 답하기를 “저 일을 위해서 왔다”고 하면 이르기를 “떡을 먹었는가?”고 한다. 답하기를 “저 일을 위해서 왔다”고 하면 이르기를 “물을 마셨는가?”라고 하며, 답하기를 “저 일을 위해서 왔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 여섯 가지 중에서 한 가지라도 다른 말을 할 때는 소리를 찾아 곧 말해서 천천히 대답하지 못하게 하여 앞에 있는 사람이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여가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원만하고 좋다고는 이름하지 않는다. 여섯 가지의 힐문 중 만약 한 가지 일이라도 다른 말을 할 때는 소리를 찾아 말을 못하게 하고, 천천히 느릿하게 대답해서 저 앞에 있는 사람이 여가를 얻어서 다른 말을 하게 하는 것을 원만하고 좋다고 이름한다. 여섯 가지의 힐문을 만약 이와 같이 구할 때 옷을 얻으면 좋고 옷을 얻지 못한다고 해서 이것을 지나치게 해서 옷을 얻으면 니살기바일저가를 얻는다.
‘지나친다’는 것은 삼어(三語)와 육묵(六黙)을 지나쳐 다시 가서 얻기를 구하는 것이며, 만약 끝내 옷을 얻지 못하면 옷이 온 곳에 가서 혹은 직접 가거나 혹은 믿을 만한 사람을 시켜서 가게 한다.
‘믿을 만한 사람’은 제자나 문인이나 이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을 말하며, 그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려서 보낸 것을 받게 하여 허실이 없게 하는 것을 환보법식(還報法式)이라고 한다.
만약 필추가 심부름꾼을 보내 보고를 마치고 나서 저 집사인이
필추가 있는 곳에 와서 말하기를 “성자여, 이 옷값을 받으시오”라고 할 때 필추가 그에게 말하기를 “이 옷값은 내가 이미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니 너는 마땅히 그것을 돌려서 옷이 온 곳으로 보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말하면 좋고 만약 옷을 취하면 사타를 범한다.
만약 집사인이 이와 같이 “성자여, 그대는 이 옷값을 받으시오. 저 시주와 내가 공평하게 그 마음을 기쁘게 하여 주세요”라고 했을 때 만약 이와 같이 해서 옷을 가진다면 범함이 없다. 필추가 만약 이와 같은 차례를 짓지 아니하고 옷을 받게 된다면 모두 사타를 범한다. 이미 죄를 범하면 사회(捨悔)의 법이 되는데,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만약 사람이 시주가 되고 사람이 심부름꾼이 되고 급사가 되어 법대로 옷을 얻으면 범함이 되지 않는다. 이것과 다르면 사타가 된다.
만약 사람이 시주가 되고 사람이 심부름꾼이 되고 비인이 급사가 되어도 법대로 옷을 얻으면 범함이 되지 아니하고, 이것과 다르면 악작이 된다.
만약 사람이 시주가 되고 비인이 심부름꾼이 되고 비인이 급사가 되면 앞에서와 같이 악작이 되며, 만약 사람이 시주가 되고 비인이 심부름꾼이 되며 사람이 급사가 되어도 앞에서와 같이 사타가 된다.
만약 비인이 시주가 되고 비인이 심부름꾼이 되며 비인이 급사가 되면 앞에서와 같이 악작이 된다.
만약 비인이 시주가 되고 비인이 심부름꾼이 되며 사람이 급사가 되어도 앞에서와 같이 사타가 된다.
만약 비인이 시주가 되고 사람이 심부름꾼이 되며 비인이 급사가 되면 앞에서와 같이 사타가 된다.
만약 비인이 시주가 되고 사람이 심부름꾼이 되고 비인이 급사가 되면 앞에서와 같이 악작이 된다.
만약 필추가 비인에게 옷값을 구걸할 때는 악작죄가 되고, 얻으면 곧 사타이고, 용(龍)에게 옷값을 구걸할 때도 악작죄가 되고
얻으면 곧 사타이다.
만약 필추가 심부름꾼을 보내서 혹 서인(書印)을 구걸해도 악작이 되고, 얻으면 사타가 된다. 또 범함이 되지 않는 것은 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11) 용야잠사작부구학처(用野蠶絲作敷具學處)
거두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세야(高世耶:들에서 나는 누에 실)와 순흑색(純黑色)과
나누는 것과 6년 된 것과 니사단(尼師但)과
양털을 지고 오는 것과 빠는 것과 금은과
거두는 것과 저당 잡는 것과 아울러 매매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서다림의 급고독원에 계실 때 여러 필추들이 새[新] 들 누에고치[野蠶]로 침상을 만들었는데, 혹은 자기가 직접 만들거나 혹은 사람을 시켜서 만들기도 했다. 이 물건은 얻기도 어렵고 또한 값도 비쌌다. 그때 모든 필추들이 이것을 만들기 때문에 모든 일이 많아져서 바르게 닦고 독송하고 뜻으로 짓는 일[作意]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그만두기도 하였다. 자주 자주 그 바라문과 거사들 등에게 들 누에고치를 구걸했다. 다른 외도의 무리들이 보고 나무라는 생각을 하여 이와 같이 말을 했다.
“여러 사람들은 알아두어라. 이 사문 석자들은 바로 살생하는 자들이다. 방해되는 업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남을 시켜서 새로운 들 누에꼬치를 써서 침상을 만든다. 만약 이것을 쓰자면 많은 유정들을 죽여야 하나니, 어떻게 좋은 의식 때문에 저 머리 벗겨진 사람들이 생물의 생명을 끊는단 말이냐.”
그때에 모든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일로 필추 대중들을 모으시고 필추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이 참으로 새 들 누에꼬치를 써서 침상을 만들었느냐?”
“실로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채우기도 어렵고 기르기도 어렵구나. 욕심을 적게 하여 만족함을 아는 행동을 따르지 못하는구나.”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두다(杜多)의 공덕과 욕심이 적고 만족을 아는 것을 찬탄하셨다.
“……내가 지금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비나야에 그 학처를 제정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로서 새로운 고세야 실과 솜을 써서 이부자리를 만드는 자는 니살기바일저가가 된다.”
‘만약 다시 필추’란 말은 이 법 가운데 있는 사람을 말하며, ‘새로운 것’이란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새로 만드는 것[新作]이요, 둘째는 새로 얻는 것[新得]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것이란 새로 짓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고세야로 이부자리를 만든다’는 것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요에 넣는 것이고, 둘째는 짜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이부자리라는 말은 두 가지가 다 포함된다. ‘만든다’란 자기가 만들거나 사람을 시켜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사타죄를 얻는다. 사회(捨悔) 등의 법은,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계를 범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 필추가 고세야를 처리할 때 혹 한 고치 혹은 작은 뭉치 혹은 큰 덩어리를 혹은 헤치고 혹은 쪼개고 혹은 활줄로 이부자리를 만들어도 만들 때에는 악작을 얻고, 마치면 사타가 된다.혹 필추가 고세야를 빌었을 때나 처리할 때는 다 악작이 되고, 완성하면 사타가 된다.
혹 먼저 이루어진 것을 얻거나 혹 옛 것을 쓰거나 혹 옛 물건을 다시 새롭게 했거나 처리한 것을 수용하는 사람은 다 모두 범하는 것이 되지 않는다.
또 계율을 범하지 않는 자는, 말하자면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혼란하거나 고통이나 번뇌에 휩싸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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