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0권 3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만약 이 백성들을 부자로 만들어 안락하게 살게 해 준다면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즉시 부모에게 달려가 사문이 되고 싶다고 빌었으나 부모가 허락하지 않았기에 닷새 동안이나 식음을 전폐하였다. 여러 친척들이 이 일을 알고 몰려와서 모두 서로 달랬지만 어린아이는 영 응하지를 않았다. 여러 친척들은 할 수 없이 그의 부모를 달래어 도를 배우도록 허락하라고 권하였다. 부모는 서로 바라보며 슬피 울면서 허락하였다. 아들은 부모에게 42일 동안을 공양하고,
또 세 바퀴를 돌고서 예배하고 떠나갔는데, 우거진 나무 사이에 이르러서 두 도인을 만났다. 이들은 5신통(神通)을 얻어서 땅바닥에 앉은 채 도만을 생각하며 백성들을 위하여 부지런히 고행하고 있었다. 동자도 우거진 나무 아래 앉아서 참선과 고행을 하였더니 바로 5신통을 얻게 되었다. 동자의 정진이 용맹스러움이 두 도인보다도 뛰어났다. 여러 도인의 법에는 나무에서 과일이 저절로 떨어져야만 비로소 먹게 되어 있고, 나무에서 직접 따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도인들은 함께 가서 여러 가지 과일과 풀 등의 열매를 찾다가 새끼를 밴 범을 만났다. 동자 도인이 두 도인에게 말하였다.
‘이 범이 이제 오래지 않아서 해산을 하겠는데, 굶주린 지가 여러 날인지라 제 새끼를 잡아먹을까 두렵습니다. 누가 자신의 몸을 그에게 먹이겠습니까?’
미륵(彌勒)이 말하였다.
‘제가 제 몸을 그에게 먹이겠습니다.’
열매를 주어서 돌아와 보니 마침 범이 막 해산을 한 참이었다. 범이 몹시 굶주렸는지라 그의 새끼를 먹으려 하므로, 동자 도인은 두 도인에게 말하였다.
‘범이 이미 해산하였으나 굶주려 새끼를 잡아먹으려 합니다. 누가 자신의 몸으로 그의 굶주린 고통을 구제하시겠습니까?’
다 함께 범이 있는 데로 가자 범이 눈을 뜨고 입을 벌리며 두 도인을 향하였다. 도인들은 두려워서 허공으로 날아올랐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의 지극한 정성이란 것이 겨우 이 정도인가? 몸을 범에게 주어 먹이겠다 하더니 왜 날아 도망하는가?’
한 도인은 애처로운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좌우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동자 도인은 이내 날카로운 칼을 가져다 팔을 찔러 피를 내고, 이렇게 한 일곱 군데를 상처 내어 그 피를 범의 입에 넣어 마시게 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범 앞에 몸을 던져 범에게 먹혔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음탕한 여인과 왕이 된 사람과 바라문의 아들로서 주린 범에게 몸을 던졌던 이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다 바로 지금의 나의 이 몸이니라. 그리고 그 때의 두 도인은 지금의 가섭과 미륵, 두 보살이니라. 나는 부지런히 정진하며 60겁 동안을 몸으로 보시하였는지라, 9겁을 뛰어넘어 미륵이 나기 전에 성불하게 되었느니라.”『전세삼전경(前世三轉經)』에 나온다.
(3) 석가(釋迦)부처님께서 살바달왕(薩婆達王)의 몸이었을 적에 살을 베어 서 매와 바꾸다
옛날 석가가 보살로서 큰 나라 왕이었을 적에 이름이 살바달(薩婆達)이었다. 널리 중생들에게 보시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었으며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액난을 구제하였으므로, 하늘과 귀신, 용신들이 모두 말하였다.
“천제(天帝)의 자리는 높되 처음부터 일정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행이 높고 자비롭고 지혜로우며 복이 융성한 사람이 죽으면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천제는 왕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까 봐 겁이 나서 그 진위(眞僞)를 밝히기 위해 시험하러 갔다. 제석이 나타나서 변두리 나라 왕에게 명령하였다.
“지금 저 인간의 왕이 인자함과 윤덕[潤]이 넉넉하고도 크며 복덕도 높고도 뛰어난지라, 그가 나의 천제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마음을 먹을까 두렵구나.”
이내 변화로 매가 되면서 변두리 왕을 비둘기로 만들었다. 비둘기는 왕의 발 아래로 나아가 벌벌 떨면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슬프옵니다. 이제 저는 죽은 목숨이옵니다.”
왕은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살려 주겠다.”
매가 바로 뒤에 다가와서 말하였다.
“좀 전에 내 비둘기가 여기에 왔지요? 그 비둘기는 나의 먹이이니, 왕은 제게 돌려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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