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결정장론(決定藏論) 상권 4편
진제(眞諦) 한역
김철수 번역
타진이란 5식의 진(塵)3)을 취하여 경계로 삼는 것이요, 자진경계란 법에 대해 취하되 이 의식이 나머지 7식과는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라야식은 6식의 3수(受)와 상응하여 함께 생하니, 고(苦)와 낙(樂) 그리고 불고불락(不苦不樂)이다. 욕계의 인간이나 천상, 축생, 아귀에는 약간의 3수가 존재하여 자신의 불고불락수와 더불어 함께 생한다. 지옥도(地獄道)에서는 고수(苦受)가 떠나지 않고 아라야식을 의탁하여 수가 함께 생한다. 3선지(禪地)에서는 오로지 낙수(樂受)만이 아라야식을 의탁하여 수가 함께 생한다. 4선(禪)에서부터 비상비비상지(非想非非想地)에서는 오로지 불고불락수만이 존재하여 아라야식을 의탁하여 수가 함께 생한다. 이와 같이 6식 가운데의 선ㆍ불선ㆍ무기법은 아라야식과 상응하여 함께 생한다.
또 아라야식은 모든 식과 상응하여 함께 생한다. 객(客)의 3수와 객의 선ㆍ불선ㆍ무기 등의 온갖 식과 더불어 상응하여 함께 생하되 서로 섞이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똑같은 경계를 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안식은 다른 식과 함께 경계를 생하여도 눈과 더불어 섞이지 않듯이 아라야식도 모든 식과 함께 경계를 생하여도 서로 섞이지 않음이 또한 이와 같다. 모든 심수(心數)는 똑 같이 심법이니 갖가지 상(相)이 상응하여 함께 생하여도 서로 방해되거나 장애됨이 없는 것처럼 아라야식이 7식(前七識을 뜻함)과 상응하여 함께 생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다. 비유하자면 흐르는 물이 파도와 더불어 생하여도 방해되거나 장애됨이 없는 것과 같다. 또한 밝은 거울이 모든 모습을 다 함께 비추어도 서로 간에 방해되거나 장애됨이 없는 것처럼 아라야식도 모든 식과 더불어 상응하여 생하여도 방해되거나 장애됨이 없음이 이와 같다. 또한 예를 들어 안식이 하나의 색과 하나의 종류와 하나의 상(相)을 취하든 많은 색과 많은 종류와 많은 상을 취하든, 이식(耳識)이 소리에 대해, 비식(鼻識)이 냄새에 대해, 설식(舌識)이 맛에 대해, 신식(身識)이 촉감에 대해서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며 의식(意識)도 갖가지 모든 상을 널리 취하여도 방해되거나 장애됨이 없으니, 6식을 분별하면 그 뜻이 이와 같다. 마음(말나식)의 경계는 이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멸함에 이를 때까지 네 가지 번뇌와 더불어 서로 섞여 생한다. 아견(我見)ㆍ교만ㆍ아욕(我欲)ㆍ무명 이 네 가지 번뇌는 정지(定地)나 부정지(不定地)에서, 선법이나 불선법이나 무기법 가운데서 방해되거나 장애됨이 없으니 이는 곧 예오무기(穢汚無記)4)의 법이다. 따라서 아라야식이 모든 식과 상응하여 생하기 때문에, 또한 3수(受)와 상응하여 생하기 때문에, 또한 선(善) 등과 상응하여 생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러한 이치 때문에 그러므로 아라야식이 상응하여 함께 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번뇌와 함께 멸함이란
아라야식이 일체 번뇌의 근본 바탕이라는 데 그 근거가 있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 능히 중생세간을 일으키는 근본 바탕이며, 5근(根)이나 6식(識)을 생하며, 또한 국토세간을 일으키는 근본 바탕이며, 일체의 업이 모들 인연을 일으키기 때문이며, 또한 서로 간에 과보를 이끄는 근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 다른 중생이 3수를 생하지 않음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중생은 서로 간에 증상연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렇듯 아라야식은 일체의 근본 바탕이기 때문에 현재의 세간에서는 고제(苦諦)의 체(體)이고, 미래의 세간에서는 능히 집제(集諦)를 생할 수 있다. 이것이 일체 번뇌의 근본 바탕이 된다.
【문】만약에 아라야식이 일체법이 되어서 근본 바탕을 짓는다고 말하면 해탈분선(解脫分善)이나 통달분선(通達分善) 등 이러한 모든 선근(善根)은 이것들이 집제와 함께할 경우에는 마땅히 방해되거나 장애됨이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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