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2권 24편
지승 지음
나이 여덟 살에 출가하여 외국 사문 축고좌(竺高座)를 스승으로 섬겼으므로, 마침내 축(竺)이라는 성씨로 불렀다.진(秦)ㆍ진(晋) 이전의 사문은 대개 스승의 성씨를 따라 불렀으나, 뒷날 미천(彌天) 도안(道安)으로 인하여 모두 석씨(釋氏)로 부르게 되었다. 경을 매일 만 마디[萬言]씩 읽어서 한 번 보기만 하여도 다 알았다. 타고난 성품이 깨끗하고 아름다웠으며 절조 있는 행동은 정밀하고 엄격하였다. 뜻이 돈독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여 스승이 만 리 밖에 있다 하여도 찾아 갔다. 이 때문에 육경(六經)34)을 널리 보았고, 마음이 칠적(七籍)35)에서 노닐었다. 그는 세상의 비방과 칭송을 일찍이 마음에 둔 적이 없었다.
당시 진(晋)나라 무제(武帝) 때에 비록 경읍(京邑)에 사묘(寺廟)와 불상이 존숭되기는 하였으나, 방등(方等)의 심오한 경은 총령(葱領) 밖에 모여 있었다. 법호는 이를 한탄하면서 분발하여 불도를 널리 펴는 일에 뜻을 두었다. 드디어 스승을 따라 서역(西域)으로 가서 여러 나라를 차례로 돌아다녔다. 외국의 다른 언어가 서른여섯가지이며 서적도 역시 그와 같았는데, 법호는 그것을 두루 배웠다. 훈고(訓詁)36)를 익혔으며, 음과 뜻과 글자의 체(體)를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많은 범경(梵經)을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돈황(燉煌)에서 장안(長安)에 이르렀고, 뒤에 낙양(洛陽)으로 왔다가, 강좌(江左)로 갔었는데, 오는 길에서 경전을 중국어로 번역하였다.
무제(武帝) 태시(太始) 2년 병술(丙戌, 266)로부터 민제(慜帝) 건흥(建興) 원년 계유(癸酉, 313)에 이르기까지 『광찬반야바라밀경(光讚般若波羅蜜經)』 등 175부(部)의 경전을 번역하였다. 청신사(淸信士) 섭승원(聶承遠)과 그의 아들 도진(道眞)ㆍ축법수(竺法首)ㆍ진사륜(陳士倫)ㆍ손백호(孫伯虎)ㆍ우세아(虞世雅) 등이 모두 함께 법호의 뜻을 받들어 집필하고 자세히 교정하였다.
법호는 부지런히 애쓰면서 오직 교를 세상에 크게 유통시키는 것을 업으로 삼아 종신토록 베끼고 번역하면서 힘이 들어도 싫증내지 않았다. 경법이 중국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은 법호의 노력이었다.
말년에는 깊은 산에서 숨어 살았는데, 산에는 맑은 계곡물이 있어 그 물에 항상 목욕하고 양치질하였다. 후에 나무하는 사람들이 물가를 더럽히자 얼마 가지 않아 물이 말라 버렸다. 이에 법호는 배회하면서 탄식하였다.
“사람이 덕이 없어 끝내는 맑은 샘을 그치게 하였구나. 물이 영원히 말라 버린다면 참으로 자급(自給)할 수 없으니 당장 옮겨 가야겠다.”
말을 마치자마자 샘물이 솟아올라 계곡물이 넘실댔다. 그의 깊은 정성이 감응하는 바가 모두 이와 같았다. 그러므로 지둔(支遁)은 그의 상(像)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찬(贊)문을 지었다.
법호공(法護公)의 맑고 고요함이여
그의 도덕은 깊고도 아름다워라.
골자기를 덮는 은미한 읊조림에
마른 샘에서 물이 솟아났네.
아득하여라. 법호공의 경지여
하늘이 내린 도량과 아름다움일세.
발을 유사(流沙)에서 씻고 건너
현묘한 경지를 얻게 되었네.
그 뒤로는 장안 청문(靑門)밖에 절을 세우고 부지런히 도를 행하였다. 이에 덕화(德化)가 멀리까지 퍼졌고, 그의 명성이 사방 먼 데까지 뒤덮였으며, 승려 수천 명이 모두 그를 종장(宗匠 : 스승)으로 섬겼다.
진나라 혜제[惠] 때(290~306)에 서쪽 장안(長安)으로 갔는데, 관중(關中) 지방이 어지러워 백성들이 이리저리로 흩어졌다. 법호는 문도들과 함께 피난하여 동쪽으로 내려와 민지(澠池)에 이르렀는데, 이때 병이 들어 입적하게 되니, 춘추는 78세였다.
법호는 회제懷, 307~312ㆍ민제愍, 313~316 때에도 다시 경을 역출하였으니, 전하는 말에 “법호가 혜제(惠帝, 290~306) 때 서쪽 장안으로 갔고, 난을 피하여 동쪽으로 나와 민지에 이르러서 입적하였다”는 것은 혹 옳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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