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6권 25편
지승 지음
처음 계(戒)를 받으려면 모름지기 율상(律相)을 알아야 되므로 다섯 여름 안거를 채우고 유행(遊行)길을 떠났다. 그러므로 천제(天梯) 및 석대(石臺)의 자취와 용묘(龍廟)와 보탑(寶塔)이 있는 지방의 모든 나라를 두루 여행하면서 친견하고 머리 숙여 예배하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일찍이 죽원사(竹園寺)에서는 한 번 가서 10년 동안이나 머무르면서 승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명덕(明德) 스님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한 존자가 사람의 기연(機緣)을 보고 깊이 알았다. 그 존자가 나련제려야사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대가 고요히 도를 닦을 수만 있다면 성인의 과위(果位)를 얻게 될 것이나, 그대가 사방을 돌아다니면 끝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까 두렵구나.”
그 날 그가 비록 이런 말을 듣기는 하였으나, 마음속에 깊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년에 와서 이 말이 생각났지만 장차 후회한들 어떻게 하겠는가?
나련제려야사는 북쪽으로는 설산(雪山)을 등지고 남쪽으로는 사자국(師子國)에 이르기까지 성인의 발자취를 샅샅이 돌아보고 마침내 옛 땅으로 되돌아왔다.
이어 그는 오장국 임금인 진대사(眞大士)를 만났는데, 자신이 겪고 만난 사람들 중에는 그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시험삼아 그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 보면, 그는 백성들을 편안하게 다스려 백성들은 그를 부모처럼 사랑하였다. 새벽 5경(更)이면 일어나서 먼저 삼보(三寶)께 예배드리며 향과 꽃과 기악(伎樂)으로 정성을 다하여 공양하였다. 날이 밝으면 궁전으로 올라가 비로소 정무(政務)를 살폈다. 그리고는 진시(辰時:오전7~9시)가 되면 향수로 불상을 목욕시켰고, 궁중에는 항상 하루에 1백 분의 스님을 모시고 재(齋)를 베풀어 왕과 부인이 손수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재가 끝난 뒤에는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무예(武藝)를 익히게 하였다. 해질 무렵에는 열 줄의 경을 베껴 써서 여러 대덕 스님들과 함께 법의 뜻을 담론하였다. 다시 여러 신하들과 치정(治政)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어둠이 깔리면 불당으로 들어가 손수 등촉을 받들어 불을 밝히고는 예배를 드리며 경을 독송하였다. 그 일정이 항상 조목조목 바르게 행하였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마친 다음에야 물러나 고요한 곳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지은 공덕은 3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계속되었다. 백 명의 그의 아들은 정성과 효성을 마음에 간직하고 섬겼으며, 석씨 종족의 여풍(餘風)이 이 나라에 이어져 흐르고 있었다.
다만 절이 산 언덕에 있어 들불로 타게 되었다. 그곳에 있던 스님들에게 각기 서로 사람을 보내서 사방 멀리 피신하도록 일렀다. 그리하여 여섯 사람씩 동반이 되어 설산 북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설산의 가파른 꼭대기에 이르게 되면 사람과 귀신이 다니는 두 길이 나타났다. 사람이 가는 길은 거칠면서 험하였고, 귀신이 가는 길은 툭 트이고 편히 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길가는 나그네는 마음이 헷갈려 흔히 귀신의 길을 찾아들었다. 그리하여 점차 그 경내로 들어가게 되면 곧 귀신을 만나 살해당하였다.
예전에 한 성왕(聖王)이 있었는데, 그 길의 첫머리에 비사문천왕(毗沙門天王)14) 석상(石像)을 만들어 사람이 가는 길을 석상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도록 세워 놓았다. 나련제려야사와 함께 이 길을 가던 한 스님이 잘못해서 귀신의 길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련제려야사는 이를 알아차리고 입으로는 관음신주(觀音神呪)를 외우며 뒤쫓아 갔으나, 백 걸음도 채 못 가서 귀신에게 살해를 당했다. 자신은 다행히 주문의 힘 때문에 이런 재액을 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는데 이번에는 산적(山賊)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한마음으로 앞의 주문을 외웠더니 곧 신령의 호위를 입게 되어 산적들과 맞닥뜨려 눈을 마주쳤는데도 서로 보지 못하였다.
이어 동쪽 길을 따라 나아가다가 예예국(芮芮國 : 흉노의 다른 부족)에 이르렀다. 때마침 돌궐(突厥)의 난(亂)이 일어나 서쪽 길이 끊어져 버렸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버리고 마침내 길을 따라 떠돌아다니다가 북쪽의 니해(泥海) 근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곳은 돌궐과는 남쪽으로 7천여 리나 떨어져 있었으나, 그곳도 역시 편안하지 못하였으므로 멀리 제(齊)나라 경계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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