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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5889 불설해룡왕경(佛說海龍王經) 4권

by Kay/케이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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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해룡왕경(佛說海龍王經) 4

 


불설해룡왕경 제4권


서진 월지국 축법호 한역
김달진 번역


16. 금시조품(金翅鳥品)

이때에 용왕이 있었으니, 첫째 이름은 흡기(噏氣)요, 둘째 이름은 대흡기(大噏氣)요, 셋째 이름은 웅비(熊羆)요, 넷째 이름은 무량색(無量色)이었는데, 세존께 아뢰었다.
“이 바다 속의 무수한 종류의 용들 가운데 몇 종류는 과거 행한 인연의 과보로 여기에 태어났으니, 혹 큰 종류가 있는가 하면 혹 작은 종류도 있고, 혹 못난 것도 있어 홀로 업신여김을 받는데, 네 종류의 금시조(金翅鳥)가 있어 언제나 이 용과 용의 처자(妻子)를 잡아먹으므로, 바다 속에 모든 종류의 용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 저희를 도와 보호하시어 모든 용들로 하여금 항상 편안함을 얻어 두려움을 품지 않게 하소서.”
이에 세존께서 몸에서 조의(皂衣)1)를 벗으시며 해룡왕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여래의 이 조의를 가져다가 모든 용왕에게 골고루 나눠주어라. 왜 그런가 하면, 그들이 이 바다 속에 있으면서 한 낱의 실오라기만 걸치고 있어도 금시조왕이 덤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 왜 그러한가? 계율을 지니는 이는 반드시 소원대로 되기 때문이니라.”
이때에 모든 큰 용왕들이 모두 놀라고 조급한 마음을 내어 각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부처님의 이 조의(皂衣)가 매우 적은데, 어떻게 큰 바다의 여러 용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겠는가?’
이에 부처님께서 곧 여러 용왕들이 마음속에 의심과 두려움을 품고 있음을 아시고 해룡왕에게 이르셨다.
“설령 삼천 대천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각각 여래의 조의(皂衣)를 나눠 주더라도 끝내 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 옷을 가지려고 하면 마치 허공에서 그 원하는 바에 따라 저절로 생겨나는 것과 같으니, 부처님께서 건립하신 불가사의하며 높고 높으신 공덕이 이와 같으니라.”

이에 해룡왕이 즉시 부처님 옷을 가져다가 스스로 무앙수(無央數) 백천의 조각으로 나누어 각각의 부분을 용왕들에게 나눠 주었는데, 용왕의 궁에서 그 넓고 좁고 크고 작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눠 주어도 그 옷은 예전과 같아서 끝내 없어지지 않았다.
이에 해룡왕이 모든 용왕들에게 말하였다.
“마땅히 이 옷을 공경하기를 세존을 공경하듯이 하며, 탑사(塔寺)를 공경하듯이 하여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지금 이 옷은 여래께서 입으셨던 옷이기 때문이니, 탑사를 공경하듯이 하여야 한다. 만약 여래께 일체를 공양하고자 한다면, 이 옷을 받들기를 똑같이 하여 차별이 없어야 할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 해룡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도다, 그대의 말이 맞느니라.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이 옷을 받드는 이는 곧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니, 우선 여러 용과 용의 처자들에게 각각 나눠 준 여래의 옷을 보아라.”
대답하였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모두 수기하여 곧 용의 몸을 벗고 이 현겁에서 대승에 뜻을 두어 닦게 하리니, 그 나머지 모든 용들도 모두 집착을 없애고 반열반에 이르리라.
그러므로 용왕이여, 여래가 세상에 계실 적에 일체를 돕는 이[衆祐]가 한번 착한 마음을 일으키면, 그 인연으로 마땅히 부처를 이루어 일찍이 잃어버림이 없을 것이니라.”
그때 바다 속에서 모든 용과 용의 처자들이 몹시 기뻐하며 스스로 부처님 앞에 엎드려 똑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여래의 말씀은 끝내 둘이 있지 않고 진실하여 헛되지 않으며, 저희들에게 수기하시어 무위도(無爲度)에 이르게 하시니, 저희들은 오늘부터 큰 바다에 머물러 불법과 모든 스님들에게 귀의하여 계율을 받들고, 여래께서 되풀이하신 이치를 공경하여 따르겠습니다.
여래께서 계실 때에 자주자주 찾아뵙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법의 이치를 귀 기울여 들으며, 열반에 드신 뒤에는 사리를 공양하리니, 일체의 여러 가지 공구(供具)로 세존의 사리(舍利)를 받들어 섬기겠습니다.”
이에 네 금시조왕이 부처님께서 건립하신 바를 듣고
질겁하여 급히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앞으로 나가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에 저희들의 먹을 것을 뺏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네 가지 먹음[食]이 있어 앉아서 3악도에 떨어지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새와 짐승을 사냥하고 여러 축생을 상해하여 생명을 죽여서 먹을 것을 구하면 이 악도에 떨어지느니라. 둘째 병기(兵器)와 몽둥이와 칼과 창을 휘둘러 베고 찌르고 핍박하고 쏘아서 남의 재물을 약탈하여 먹을 것을 구하면 이 악도에 떨어지느니라. 셋째 간탐하고 아첨하고 교란하여 계율을 범하고 삿된 소견으로 교묘하게 속여서 먹을 것을 구하면 이 악도에 떨어지느니라. 넷째 스승이 아님에도 스승이라 칭하고 세존이 아님에도 세존이라 칭하며, 삿됨에 떨어졌음에도 바르다 칭하고 고요한 마음[志]이 아님에도 고요한 마음이라 칭하며, 청정하지 않은데도 청정하다 칭하고 깨끗한 행이 아님에도 깨끗한 행이라 칭하여서, 거짓으로 꾸며 먹을 것을 구한다면, 앉아서 지옥ㆍ아귀ㆍ축생의 3악도에 떨어지느니라.
내가 말한 법은 이 네 가지 먹음을 제거하는 것이니, 이 네 가지로 자기 몸을 기르기 위해 중생의 목숨을 해치는 것은 맞지 않느니라. 왜 그런가 하면, 일체의 중생들이 각각 자기 목숨을 사랑하여 자신을 미워하는 이는 없으니,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다른 사람을 보호하며 중생을 편안하게 하여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현명한 이는 이와 같이 위험한 것으로 남을 핍박하지 않으며,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삼가여 하지 않느니라.”
이에 네 금시조왕이 각기 천 명의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늘 저희들은 스스로 불ㆍ법ㆍ승에 귀의하여 먼저 범하였던 죄를 자수하여 뉘우치며, 계율을 받들어 지니겠습니다. 오늘부터 항상 무외(無畏)를 일체의 용들에게 베풀어서 바른 법을 옹호하고 부처님 법에 머물 것이며, 장차 도법(道法)을 따라 죽음에 이르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네 금시조왕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몸은 금인(金仁)부처님 때 네 비구였으니, 이름은 흔락(欣樂)과
대흔락(大欣樂)과 상승(上勝)과 상우(上友)였느니라. 이 네 비구는 계법(戒法)을 어기고 공양을 탐냈으며, 뜻이 미혹하여 친구들을 따라 호귀(豪貴)를 좇았고, 뜻이 ‘나’라는 것에 어지러워 삿된 소견에 떨어졌으며, 모든 비구를 가볍게 여겨 핍박하고 괴롭혔으며, 몸과 입과 뜻을 간수하지 않아 악을 지음이 많았으나, 금인부처님을 공양한 것도 이루 헤아릴 수없이 많았으니, 이런 까닭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이 금수(禽獸)들 무리에 떨어져 앞뒤로 살생한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수없이 두렵게 하여 자신을 단속하지 않았느니라.”
세존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신족통을 나타내시어 네 금시조로 하여금 숙생(宿生)에 금인부처님과 여러 제자들에게 공양하였던 것을 알게 하시고, 그때 지었던 죄와 복을 모두 기억하게 하셨다.
그들은 눈으로 전생의 한 일을 환히 보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마음이 포악하여 이를 제어하기 어려웠고, 탐욕과 질투로 침해함이 많아서 금인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을 어겼으나, 이제부터는 차라리 몸과 목숨이 없어질지언정 감히 악을 범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경법을 설하시고 수기하여 말씀하셨다.
“미륵부처님 때에 첫 번째 회상(會上)에서 모두 마땅히 득도(得度)하리라.”

17. 사리품(舍利品)

때에 해룡왕의 아들과 일체의 용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는 널리 일체를 편안하게 하시며, 여러 용들에게 수기를 주시고 권속들을 열어 교화하시어 모두 도의 뜻을 일으켰으며, 또한 은혜를 더하여 조의(皂衣)를 베푸시어 여러 용들로 하여금 나누어 각기 공양하고 머리를 조아려 받들게 하셨습니다.
이 옷을 얻어 호지(護持)함으로 말미암아 도의 뜻을 일으켜 중생들을 어여삐 여겨 4등심(等心)을 좇아 자비로 기쁘게 보호하며, 4은(恩)을 일으켜 인애(仁愛)를 베풀되 모든 사람을 한결같이 이롭게 하고 일체를 구제하고 화합한 이 덕행(德行)으로 말미암아 모래가 몸에 붙어있지 않듯이 모든 걱정을 여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열반에 들 때에
하늘 몸을 잃지 않고, 살무사로 변하여 먹이를 먹은 뒤에 두꺼비를 만나지 않고, 금시조왕도 감히 잡아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네 금시조왕에게 조화를 부리시어 모두 숙명을 알게 하시니, 금인부처님 때 네 비구가 되어 바른 도를 따르지 않고 흉포함을 행하여 동학(同學)들을 핍박했기 때문에 금시조에 떨어졌고, 허물을 뉘우쳐서 마음을 고치고 행동을 바꾸어 훌륭한 도의 뜻을 일으키며 4등심(等心)을 행하여 중생을 침해하지 않음으로써 잘 보호하게 하였으므로, 저희들은 영원히 편안하여 다시는 먹힘을 당하지 않으며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지 않아 긴 밤에도 어려움이 없으니, 모두 부처님의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지금 여래께서 용왕의 청을 받으시어 연설하신 바의 광대함이 마치 허공과 같아서 덮지 않은 바가 없습니다.
지금 세존께서 염부리(閻浮利)로 돌아가시면 바다 속에 모든 용들이 의지하여 우러를 바가 없습니다. 오직 자비를 더하시어 부처님께서 멸도하실 때까지 이 바다에 계셔서 온전한 사리를 남겨 주신다면,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꽃과 향과 음악과 의복(衣服)과 당번(幢幡)으로 공양할 수 있어서 공덕을 더욱 더하여 속히 용의 몸을 벗고 속히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으리니, 저희들을 계속 구제하여 주십시오.
오직 부처님께서 은혜를 드리우시고 위덕을 더하시어, 과(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너희들의 뜻대로 하여 주리라.”
그때에 수보리(須菩提)가 모든 용왕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이런 마음을 내지 말라. 이는 일체의 공덕을 해치고 폐하는 일이니라. 왜 그런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는 사리를 여덟 곳에 나누어서 위아래 하늘ㆍ용ㆍ귀신과 일체의 사람 그리고 기어 다니고 숨 쉬는 무리들도 모두 꽃과 향과 음악을 공양하고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며, 또한 변화하여 광명을 나타내시어 보는 이가 기뻐하며 부처님의 위신력이 높고 높아 끝이 없음을 알고, 이를 계기로 믿어서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켜 혹 연각도 이루고 혹 성문도 되며 혹 하늘에도 나고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서, 법과 더불어 서로
만나 세세(世世)도록 득도(得度)하리니, 이와 같이 헤아린다면 널리 구제함을 입을 텐데, 지금 그대들은 각기 자기의 바람만을 구하여 불세존께서 바다에 계시면서 멸도(滅度)하시게 하고, 사리를 온전히 차지하여 혼자 받들어 모시려고 드니, 일체의 중생들은 무슨 인연으로 득도하겠는가? 나머지 중생들은 영원히 곤궁하고 액난(厄難)에 처하여 하나도 구호할 수 없을 것이니라.
그러므로 나는 이 마음을 일으켜 불세존으로 하여금 바다 속에서 멸도하시게 하여 혼자만 온전히 사리를 받들어 공양하겠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니라.”
여러 용들이 대답하였다.
“수보리시여, 이런 말씀을 하지 마소서. 자기의 제한되고 걸림이 있는 지혜로 여래의 끝없는 지혜를 한계 짓지 마십시오. 여래는 공덕과 거룩한 도가 자재하시어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멀고 가까움도 없고 여기와 저기도 없으며, 널리 시방에 노니시어 마치 허공과 같으며, 뜻을 일으키심에 능히 바다 속의 용궁이며 삼천 대천세계의 나라와 고을과 성과 마을과 사람들 가운데와 광야(曠野)와 천상과 세간에 각각 부처님의 온전한 사리를 나타내시어 일체가 공양하되 부처님의 몸은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며, 몸을 시방의 수 없는 불토에 나타내시되 또한 나눠지는 바가 없이 널리 일체에 나타나시어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며, 또한 마치 해의 그림자가 물속까지 비추듯이 부처님은 나지도 않고 멸도하지도 않으시니, 어떻게 여래의 지혜를 한계 지으려고 합니까? 여래를 한계 지으려는 것은 허공을 한계 지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에 수보리는 모든 용들이 여래의 공덕은 다함도 없고 끝도 없으며 이루 다 비유할 수도 없다고 찬탄함을 듣고서, 침묵하며 말하지 않았으며, 바다 속의 모든 용과 허공의 모든 하늘과 모든 귀신들이 기뻐 뛰면서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모든 용들을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그대들은 현명하구나. 진실로 그대들이 말한 바와 같아서 다름이 없느니라. 부처님의 도는 높고 미묘하여 끝도 없고
경계도 없으며 모남도 없고 원만함도 없으며 넓음도 없고 좁음도 없으며 멈도 없고 가까움도 없어서 마치 허공과 같아 이루 다 비유할 수 없느니라.”

18. 법공양품(法供養品)

이에 세존께서 해룡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바다에서 교화할 바를 두루 마쳤으니, 정사(精舍)로 돌아가겠노라.”
곧 자리에서 일어나 대중들과 함께 보계를 좇아 바다에서 나오시어, 끝없는 장엄과 광대한 위신으로써 바닷가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광요(光耀)라는 대해신(大海神)이 있었는데, 곧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서른두 가지 상호를
사람과 하늘이 공경하고
무선신도 또한 받들어 높이는
부처님[人中尊]께 머리 조아립니다.

광명은 백 송이 꽃과 같고
또한 밝은 보름달과 같으시어
청정한 덕 특별히 뛰어나시나니
편안함을 주시는 이에게 머리 조아립니다.

얼굴은 수승하고 기묘하여
갖가지 복덕의 상(相)이시며
지혜바라밀을 구족하셨으니
도사(導師)께 머리 조아립니다.

보시로 조복하여 위를 따르고
청정한 계율 쌓으시며
인욕의 힘 가장 수승하시니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이에게 머리 조아립니다.

정진의 힘 뛰어나시고
선정의 마음 청정하시며
지혜는 허공과 같으시나니
머리 조아려 스스로 귀의합니다.

자행(慈行)으로 그 마음 평등하시고
비행(悲行)을 닦아 중생을 거두시며
희심(喜心)으로 중생을 이끌어 조어(調御)하시고
항상 보호하시어 피안(彼岸)으로 건네주시네.

묘한 음성 난새와 같으시고
말씀하신 바 범천보다 뛰어나시어
그 음성 매우 유연(柔軟)하시니
머리 숙여 예배하길 원합니다.

마군과 원수를 항복시키신
그 힘 견줄 데 없고
도법(道法) 준수하길 원하오니
삼계에서 받들어 가지는 바이며

3독(毒)을 깨끗이 없애시고
3해탈문을 강설하시어
그 이름 삼천세계에 들리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배드립니다.

착한 서원(誓願) 언제나 진실하시어
모든 법 위에 뛰어나시고
모든 나라의 왕보다 높고 수승하시어
언제나 큰 법재(法財)로 보시하시며

아첨하는 번뇌를 여의시어
위신력 매우 거룩하시고
빛난 얼굴 크게 빼어나시니
그러므로 머리 숙여 예배드립니다.

굳건한 마음 금강과 같으시고

또한 수미산과 같으시며
뜻은 대지(大地)와도 같으시니
그러므로 부처님[功德海]께 머리 조아립니다.

사람을 위하여 공(空)의 이치와
적정 바라밀을 말씀하시고
담연(湛然)한 마음 평등하시니
스스로 귀의하길 원합니다.

감로 같은 법 열어 보이시어
중생의 헤매는 길 끊어 없애시고
사람과 하늘의 공경 받으시니
가장 수승한 이에게 머리 조아려 예배드립니다.

인간과 하늘에 알려진
이름 견줄 데 없고
덕이 넓어 헤아릴 수 없으니
공덕해(功德海)께 머리 조아립니다.

하는 일이 말씀과 부합하시며
사람들을 위해 본행(本行)을 말씀하시고
사람을 위해 할 일을 강설하시니
잘 조어(調御)하시는 이에게 머리 조아립니다.

늙고 병들어 죽음에서 벗어나
성중(聖衆)들이 받드는 바 되시고
해탈하는 법구(法句) 연설하시니
부처님께 머리 숙여 귀의합니다.

죄와 복의 응보를 분별하여
삿된 소견의 어둠 깨끗이 없애시고
바른 도의 행을 나타내시니
가장 수승한 이에게 귀의합니다.

보배 같은 경(經)으로 보시하시고
법락(法樂)을 널리 펼쳐서
원수거나 친한 이에게도 평등한 마음이시니
그러므로 세존께 귀의합니다.

저는 도사(導師)의 거룩한 복덕과
바라밀을 찬탄하오니
그 복덕을 찬탄하는 이유는
내생에 세존과 같기를 원해서입니다.

이에 해신(海神) 광요가 이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니, 큰 바다를 헤치고 여래께서 바다를 나오셨고, 바다에는 위신이 없어졌다.
“원하옵건대 부처님이시여, 은혜를 드리우시어 법교를 남기셔서 이 바다의 중생들로 그 장엄한 가르침을 입어 해탈을 얻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해신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법을 행함이 있어 장엄한 가르침에 이르니, 무엇이 열 가지인가?
모든 근(根)을 잘 간수하여 10선법(善法)이 청정하며, 자심(慈心)에 뜻을 두어 중생을 침해하지 않으며, 불쌍히 여기는 데 뜻을 세워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일으키며, 일체의 보시와 갖가지 수행으로 그 바람[願]을 장엄하며, 훌륭한 정진으로 선법을 구족하여 마음이 항상 고요하며, 덕의 근본을 어기지 않고 경법(經法)을 즐거워하며, 지혜가 청정하여 자비를 행하며, 중생을 교화하여 바른 덕에 서며, 특별한 데 들어가 기쁨을 이루며, 부처님 뜻을 얻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함이니, 이 열 가지 법으로
장엄함을 이루느니라.”
그때 대해신 광요와 2만의 천신(天神)들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켜 함께 찬탄하였다.
“지금 이 큰 바다를 장엄하셨으니, 왜 그런가 하면, 만일 도의 뜻을 일으킨다면 삼천세계를 장엄하는 것이기 때문이니, 어찌 이 바다뿐이겠습니까? 저희들이 모든 신통한 지혜의 마음을 일으킨 것은 일체를 장엄하신 공덕 때문입니다.
저희들이 이 바다에서 여래를 뵈었으나 만일 멸도하신 뒤에는 불법을 옹호하여 널리 펼칠 것이니, 여래께서 성(城)으로 들어가 모든 장엄을 나타내시면 법의 은혜를 입어 강당(講堂)을 짓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광요해신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앞뒤로 1만 부처님을 공양하여 널리 큰 궁전을 지었고, 또 바른 법을 보호하였으니, 다음에는 마땅히 현겁에 나오신 부처님을 공양하고 바른 법으로 인도한다면, 현겁을 마친 뒤에 마땅히 무노(無怒)불국토 묘락(妙樂)세계에 태어나서 여자의 몸을 바꿔 남자가 되며, 무노여래가 마땅히 너에게 수기를 주시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룰 것이니라.”
이에 대해신 광요는 부처님께서 수기하심을 듣고 기뻐 뛰면서 바다 보배 가운데 가장 값이 나가는 구슬 영락을 가져다가 부처님 위에 흩어 뿌리고, 곧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께서 거룩한 진리 말씀하시고
또한 저에게 수기를 주시니
제가 망설일 나위 없이
다음에 마땅히 부처를 이루겠습니까.

가령 삼천세계와
다른 소유가 파열(破裂)되고
또한 달이 이 땅에 떨어져도
부처님 말씀 허망하지 않으리니

자비의 경계 관찰하시고
청정한 마음으로 닦아 정진하시어
지금 저에게 장엄함을 보이시나니
지혜로운 법의(法義)를 공경합니다.

행한 바에 안주함을 살피시어
지혜로써 의심을 해결하시고
마음이 아지랑이 같음을 아시어
말씀하신 바 자세하고 진실하며

편안함을 베푸시어 괴로움을 제거하고
목숨이 다할 때의 두려움을 구제하시며
치료하여 낳게 하심에 어려움이 없으시니
최정각께 머리 조아립니다.

모든 나쁜 갈래를 해탈하시어
세간을 비추는 광명에 귀의하오며
도사(導師)께선 더할 수없이 밝으시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도에 머리 조아립니다.


부처님의 음성 듣고서
모든 천인(天人)들이 즐겁게 여겨
청정한 불법을 수행하여
부처님 도에 뜻을 둔다면

나쁜 갈래에 돌아가지 않고
곧 여덟 가지 어려움[難]을 여의어
하늘과 인간에 나며
내생에 고요한 자취 얻으리라.

그때에 수현(受現)이라는 해룡왕의 아들이 있었는데,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무앙수(無央數)의 천ㆍ용ㆍ귀신ㆍ향음신ㆍ무선신ㆍ봉황신ㆍ산신ㆍ염유신이 부처님을 공양했으니, 저도 또한 마땅히 적게나마 여래ㆍ정각을 공양합니다. 만일 세존께서 가엾고 불쌍히 여기시어 들어주신다면, 큰 궁전을 저 도리천의 위에 있는 궁전과 같이 조화를 부려 만들어서, 부처님과 제자들을 모두 그 위에 있게 하여 영추산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원대로 알아서 할지어다.”
이에 수현용왕자가 부처님의 성지(聖旨)를 이어받아 신력을 부려 크고 장엄한 궁전을 도리천의 궁전과 같이 만들어서 부처님과 모였던 제자들을 모두 그 위에 있게 하였으며, 허공에 있던 8만 4천 용왕의 여러 부인들이 거문고와 비파를 연주하며 여러 가지 꽃과 일체의 향을 비처럼 내리면서 불세존을 영추산까지 전송하였다.
해룡왕의 아들이 중궁(中宮)과 함께 세존 앞에 엎드려 귀의하였다.
“미치지 못함을 묻고자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부처님을 공양함에 마땅히 그 보배와 같이 해야 할 것이니, 부처님은 일체의 위없는 복전(福田)이시며, 세존께서는 큰 보배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삼천 대천세계에 가득한 나한을 백천 겁 동안 공양하더라도 여래 세존을 받들어 모시는 것만 같지 못하므로, 이와 같이 응당 공양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세존이시여, 무엇을 일러 보살이 여래를 공양한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을지어다. 보살이 여래를 공양하는 것은 그 마음이 청정하여 더러움을 끊고 아첨함이 없으며, 본성이 자연스러워 일체의 모든 선(善)의 근본에 의착(依著)하지 않고,
가해(加害)하려는 마음이 없어 중생을 평등하게 보며, 요사한 마음을 끊어 행하는 바가 모두 깨끗하고, 말과 실천이 서로 부합하여 세간을 속이지 않으며, 현성의 지혜로 위의와 공덕을 구족하고, 일체를 평등이 보아 어기거나 버리지 않으며, 현성의 큰 원(願)으로 한가한 데를 좋아하고, 온갖 시끄러운 것을 버려 스스로 그 마음을 조복하며, 법을 듣고 고요히 생각하여 본래 진리를 알며, ‘나’도 ‘남’도 없고 ‘수(壽)’도 ‘명(命)’도 없어서 텅 비어 없음[空無]에 들어가고 적정에 들어가며, 공(空)과 무상(無想)과 무원(無願)을 관찰하여 3해탈(解脫)에 이르고, 이와 같은 상법(像法)으로 모든 삿된 소견을 조복하며, 유상(有常)과 무상(無常)을 버려 일어나지도 멸하지도 않고, 본래 깨끗하여 아무것도 없는 법인(法忍)을 얻어 몸과 입과 뜻으로 지어가는 인연이 없으니, 이것이 곧 마땅한 법으로 여래를 공양한다 하느니라.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은 공양하지 않는 것이니, 조작하는 행이 없어서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가지도 않아 세 도량(道場)을 청정히 하여 3세에 평등하며, 세 가지 더러움[垢]을 제거하여 삼계에 의착하지 않으며, 삼해탈문에 들어가 3달지(達智)를 얻는 이것을 곧 여래께 공양한다 이르느니라.”
이에 해룡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화향(華香)ㆍ잡향(雜香)ㆍ도향(擣香)과 비단 일산(日傘)과 깃발과 기악과 의복과 음식과 와구(臥具) 그리고 병들고 여위였을 때의 의약(醫藥)을 여래께 공양한다면, 혹 공양한다 이르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그 뿌리고 심은 바대로 각기 그대로 거두고 얻으니, 이런 공양은 구경의 번뇌를 여의고 덕의 근본을 심어 현성(賢聖)의 심해탈(心解脫)에 이르지 못하고 무(無)의 공덕이 되지 못하여, 위없음[無上]에 이르지 못하느니라.
보살은 네 가지 일[事]로 여래를 공양하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도의 마음을 버리지 않아 모든 덕의 근본을 심으며, 마음에 큰 자비를 세워 혜품(慧品)을 합쳐 모으며, 훌륭한 정진을 건립하여 불국토를 장엄하고 청정하게 하며, 깊고 미묘한 법에 들어가 마음에 법인(法忍)을 얻으니, 이 네 가지로 여래를 공경하고 공양하느니라.”

그때 왕사성(王舍城) 가운데 범지(梵志) 장자(長者)와 무앙수의 백성들과 높은 대신(大臣)들과 위로는 마갈타국(摩竭陀國)의 아사세(阿闍世) 왕에 이르기까지, 부처님께서 큰 바다 용왕의 궁에 계시다는 것을 듣고, 나아가 영추산으로 돌아오시기를 청하였다.
이에 7만 2천의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고, 아사세왕은 관속(官屬) 3만 2천과 더불어 왕사성을 나와 영추산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돈 다음, 한쪽으로 물러나 머물렀다가 앞으로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큰 바다에 들어가실 때 물은 어디에 있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비구로서 위광(威光)삼매와 일심(一心)정수(正受)가 있는 이는 널리 가득한 불[火]만 보이니, 그 물은 어디에 있는가?”
왕이 대답하였다.
“삼매로 자재하게 이른 바이니, 천중천이시여, 마음이 행한 바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이 어찌 능히 성문이 일으킨 바의 삼매에 자재함을 얻었는가? 마음이 행한 바인가? 여래는 언제나 선정에 들어 일체의 법에 평등하고, 앉고 일어남을 환히 깨달아 자재함을 얻으며, 법에 거룩한 이가 되어 마음에 걸림이 없느니라.
부처님이 큰 바다로 들어감에 그곳 수족(水族)들은 보이는 것이 예와 같지만, 그 육지 사람들이 바다를 봄에 물은 마르고 다만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한 것만 보여서, 마치 여섯째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장엄한 궁전과 같았느니라.
부처님의 광명이 널리 모든 용왕의 궁전과 향음신의 궁과 무선신의 궁을 비추니, 그 큰 바다 속에 사는 혈기(血氣)를 품은 무리들이 모두 자비심과 어진 뜻을 행하여 서로를 향해 침해함을 품는 이가 없었느니라.”
아사세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해룡왕이 벌써부터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다면, 몇 분의 부처님을 받들어 섬겼으며, 어느 때에 마땅히 최정각을 이룰 것이며, 이름을 무엇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아주 오래고 멀어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무앙수 겁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은 광정조요(光凈照耀)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었고, 동방(東方)에 계셨으며, 세계의 이름은 선정현(善淨現)이요, 겁의 이름은 가의적(可意寂)이었는데, 그 선정현세계는 평등하고 바르며 모두 장엄하여 설령 일체가 그 공덕을 찬탄한다 하더라도 능히 다할 수 없느니라.
또한 그때 전륜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호천(護天)이었는데, 항상 광정조요여래를 공양하되, 420만 년 동안 일체를 보시하다가 그 숫자를 마치던 날 밤 꿈속에 저절로 서응(瑞應)이 나타나 이런 게송을 들었느니라.

왕이여, 거룩하신 이 공양하기를
한량없어 생각하기 어려우며
중생에게 항상 자비를 더하여
최상의 보살심 일으켰으니

이 공양이 제일 훌륭하고 미묘하므로
이것이 모든 여래를 공경함이요
또한 능히 보살심 일으켰으니
곧 세상을 건너는 위신(威神) 공덕이 되리라.

부처님께서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호천 전륜성왕은 꿈속에 이런 게송을 듣고는, 깨어서 속으로 놀래고 괴상하게 여기기를 ‘내가 420만 년 동안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법의 장구와 각기 다를 뿐 아니라 일찍이 이 같은 게송은 들어보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냐, 마군의 짓이냐’라고 하면서, 곧 게송으로 기록하여 읊고 외웠느니라.
그때 광정조요여래께서 모든 나라를 두루 다니심에 전륜왕은 곧 8만 4천의 왕과 8만 4천의 왕비와 나라의 신민들과 따르기 원하는 이 8만 4천의 사람들과 함께 그 부처님을 찾아가 이 의심을 해결하려고 하였느니라. 그는 부처님을 뵙고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공경하여 한량없는 그 이치를 물으려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420만 년 동안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부처님께서
갖가지 경법의 이치를 말씀하셨으나, 제가 어제 밤 꿈속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 두 구절의 게송을 듣고는 깨어나 매우 놀라고 괴상하게 여겼으니, 이 같은 게송은 일찍이 여래께 듣지 못하였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것입니까? 마군이 말한 것입니까? 이러한 의문으로 인하여 이렇듯 지금 먼 곳으로부터 와서 이 의심을 해결하려고 하오니, 간절히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분별하시어 해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호천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이는 내가 찬탄한 것이요, 마군의 짓이 아니니라.’
왕이 또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저는 많은 억만 해 동안 세존을 받들어 섬기고 의식을 공양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였으되, 저를 위해 설하신 경법의 장구와는 각기 달랐으니, 그때는 무슨 까닭으로 이 이치를 찬탄하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곧 왕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셨느니라.

사람의 근기 둔하여 앎이 없으며
죄와 복 말하여도 깊이 믿지 않으므로
미묘한 법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속으로 의심품고 퇴각하게 되나니

죄와 복을 알아 불법을 믿고
마음과 뜻 굳건하여 움직이지 않아야
이에 보살도를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끝없는 지혜에 이르기 때문이라.

그때에 왕과 여러 신하며 왕비와 백성들은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여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고, 곧 불퇴전(不退轉)의 지위(地位)에 서서 이 게송으로 세존을 찬탄하였느니라.

모든 물질에 탐착하지 않으시고
또한 소리에 의착하지 않으시며
냄새와 촉감에 집착하지 않으시어
이에 부처를 이루셨으며

게으름과 겁냄을 여의시고
탐욕과 질투와 범법(犯法)을 피하시며
성냄과 어지러움을 없애시어
이에 최정각 이루셨으며

자신의 모든 편안함 버리시고
중생을 대신해 괴로움 받으시며
정진하여 항상 법을 좋아하셨으니
그러므로 이에 부처님 되셨네.

제가 지금 큰 도에 뜻을 두었으니
부처님과 하늘이 저를 증명하시고
오직 도사(導師)께서 행을 지으셔서
말하신 바와 다름이 없게 하소서.

꿈속에서 도의 이치를 듣고
마침 대승에 뜻을 두었으니
하는 일에 지혜가 걸림이 없어
부처님 법의 왕이 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호천전륜성왕을 알고자 하는가?
지금의 해룡왕이 바로 그이니, 그때에 처음으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느니라.”
또 왕이 물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이 되나이까?”
“왕은 자세히 들을지어다. 2백 무앙수 겁을 지나면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이름을 무구정무량덕초소유왕(無垢淨無量德超所有王)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 할 것이요, 세계는 법음성(法音聲)이며, 겁은 수화(首華)라 할 것이니라.
그 법음성세계는 뭇 보배와 갖가지 빛깔을 합쳐 이루었으며, 그 땅은 평평하여 손바닥 같고 또한 유연(柔軟)하여 천개(天蓋)와 같으며, 만억 개의 안명산(安明山)이 있어 넓고 넓어 헤아리기 어려우며, 편안하고 풍성하여 오곡이 귀하지 않으며, 하늘 사람들이 가득하고, 의복과 음식이 여섯째 하늘 사람들의 사는 곳과 같을 것이니라.
법음성세계는 모든 나무의 뿌리와 잎과 줄기와 마디와 꽃과 열매가 모두 칠보로 되어 수없이 많은 백천의 도법(道法) 소리가 흘러나오며, 그 세계 백성들은 마치 모든 하늘들처럼 말한 바가 유연한 소리로 변화하여 모두 고요하고 깨끗한 법의 소리와 불ㆍ법ㆍ승과 지혜바라밀과 4은(恩)의 교법과 훌륭한 권도 방편과 탐욕을 여의고 생각을 끊은 선정과 텅 비어 생각이 없고 바람이 없음과 함[爲]도 없고 수(數)도 없는 법만을 받드니, 이런 까닭에 그 세계를 법음성이라 하느니라.
하늘 사람으로서 그 불국토에 있는 이는 법을 좋아하고 기뻐하여 모두 대성(大聖)에 들어가며, 모든 지혜를 분별하고 진리의 끝까지를 관찰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며, 그 부처님께서 경법을 말씀하시려 할 때에는 몸에서 큰 광명을 놓아 널리 부처님 세계를 비추시니, 그 광명 속에 억만 부처님이 나타나 법을 강설할 것이니라.
그때 모든 하늘 사람들은 광명을 보고 법을 듣고는 몹시 기뻐하며 여래께 나아가 스스로 귀의하여 공양할 것이며, 무앙수의 신족력(神足力)으로 허공을 날아다니기로 하고, 보배 연꽃을 만들어 그 위에 앉았기도 하리니, 여래께서 때에 맞춰 또한
허공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경법을 강설할 것이며, 그러면 모든 시방의 무앙수 백천의 보살들도 모두 와서 모여 경법을 받아 듣고, 그 불국토의 백성들도 모두 경법을 좋아할 것이니라.
모든 마군의 침해함도 없고, 또한 여러 가지 삿된 외도도 없으며, 또한 횡사(橫死)하는 일도 없으리니, 그 부처님의 수명은 12겁이며, 모든 보살의 행은 허공보다 뛰어나므로 그 불국토는 이와 같이 장엄함이 한량없고 법을 설함도 끝이 없으며 보살도 셀 수 없이 많으니라.”
19. 공정품(空淨品)

아사세왕이 앞으로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은 훌륭한 자비의 행이 있는가 하면 또한 허망하여 의혹으로 인해 생각을 일으키므로 그 욕(欲)을 따라 굴러 서로 의혹이 생기며, 보살의 행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나 저가 보살이 됨은 마땅히 도의 행을 닦아 저 구족되고 엄정(嚴淨)한 불토에 이르러야 하니, 보살의 모든 행을 배워 불토를 섭취(攝取)하기를 해룡왕의 엄정한 불토와 같이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대왕이여,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생각을 좇아 일어나고 그 작용을 따라 각기 이루어지되, 모든 법은 머무름도 없고 또한 머무는 곳[處]도 없느니라.”
그때에 아사세왕이 해룡왕에게 말하였다.
“통쾌합니다, 용왕이여! 훌륭한 이익을 얻으시어, 이에 여래께서 당신에게 수기를 주시게 되었으니, 부처님이 되실 때를 당하면, 국토의 엄정함을 이루 다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용왕이 대답하였다.
“법에는 수기가 없으니, 왜 그런가 하면, 모든 법은 모두 청정하되 5음(陰)ㆍ6입(入)을 인하여 사람이라 가명(假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수기를 받은 이는 5음ㆍ6입이 없으며, 명색(名色)이 있음으로써 사람이라 가명하되 그 수기를 받은 이는 명도 색도 다 없으며, 과보로 응함과 소견과 분별과 생각과 기억을 인연하여 사람이라 가명하되,
그 수기를 받은 이는 과보로 응함도 없고 소견도 분별도 생각도 기억도 없는 것입니다.
만약 보살이 덕의 근본을 평등하게 행한다면 저 덕의 근본은 수기를 받을 것이 없으며, 모든 법의 모양은 공하므로 허공은 수기를 받을 것이 없으며, 일체의 모든 법은 생각도 없고 바람도 없고 함[爲]도 없고 수(數)도 없으므로 생각도 없고 바람도 없고 함도 없고 수(數)도 없다는 수기를 받을 것이 없습니다.”
용왕이 다시 아사세왕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자비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시며, 온갖 경법이 이름도 없고 생각도 없되 이름과 생각을 설명하시며, 모든 불세존이 이름도 모양도 의식도 없으되 세속을 따라 나타내 보이시고 수기하십니다. 그러나 법으로 수기함도 없고, 또한 안팎으로 수기를 감당할 이도 없는 것입니다.”
아사세왕이 또 용왕에게 물었다.
“보살은 이같이 법인(法忍)을 얻고 평등한 행에 미치므로 이에 수기를 얻는 것입니까?”
해룡왕이 말하였다.
“그 법인은 다 공(空)하여 생각으로 다할 수 없으되, 구경(究竟)을 환히 깨달으면 본제(本際)와 무진제(無盡際)와 평등제(平等際)와 무아제(無我際)와 오아제(吾我際)와 심제제(審諦際)에 이르며, 마지막의 무성취제(無成就際)에 이르니, 그 제(際)란 공으로써 탈제(脫際)에 이르러 음제(婬際)ㆍ노제(婬際)ㆍ치제(癡際)에 이 제(際)를 요달(了達)함이 있는 것입니다.
이 제(際)를 안다면 곧 의지한 바가 없으며, 의지한 바가 없다면 모든 소리를 늘어놓아도 합하고 모임이 없으며, 합하고 모임이 없으면 집착하지도 않고 해탈함도 없으며, 집착도 해탈도 없다면 행함도 없고 행할 바가 없음을 행하며, 또한 행하지 않음도 없으며 또한 걱정할 바가 없으니, 이미 걱정할 바가 없다면 그런 보살은 일체의 모든 작위(作爲)함과 소견을 봄이 없는 것입니다.
만약 소견이 없고 진리도 따지지 않는다면 이미 평등에 든 것이니, 머무는 바가 이미 평등하게 헤아려서 천하게 여기지도 않고 공경하지도 않으며, 갑작스럽지도 않고 난폭하지도 않아서, 모든 법에 평등하여야 그런 뒤에 법인(法忍)을 얻는 것입니다.
저 이른바 법인과 수기를 받는 것에서, 만약 수기를 받는 이와
수기를 주는 이가 있다면 이것이 일체의 법에 모두 평등한 법입니까? 모든 법계의 구경(究竟)에는 법계도 없고 수기도 없으며 또한 이룰 바도 없으니, 이 법을 관찰하고 나서 그 이치를 따진다면 모든 법은 능히 헤아릴 수 없어서 마치 허공을 이루 다 헤아리지도 못하고 세지도 못하는 것처럼 모든 법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
해룡왕이 이 말을 할 때에 2만의 보살들은 생멸함이 없는 법인[不起法忍]을 얻었으며, 1백의 비구들은 번뇌[漏]가 다하고 뜻이 풀렸다.
이에 아사세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해룡왕의 변재는 참으로 전에 없이 뛰어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하등 이상하게 여길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니, 새로 뜻을 일으킨 이는 이 말씀을 듣고 겁내지 않으며 어려워하지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바로 어려운 일이니라. 왜 그런가 하면, 모든 불세존의 본래 도법(道法)은 이와 같이 미치기 어려우므로 믿는 이가 적어, 하늘이나 세간 사람들이 능히 받아들이지 못하며, 들어가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으므로 기뻐하거나 좋아하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만 하니, 이 깊은 경법을 듣고서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전생으로부터 무앙수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겠느냐?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사람이 모양이 없는 허공에서 모양을 나타내려 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대답하였다.
“천중천이여, 매우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의 미묘한 이치를 듣고서 일체를 믿고 좋아한다면 모두 나도 남도 수(壽)도 명(命)도 없는 줄 알 것이며, 또한 믿음이 있는 이와 처음으로 믿는 이들은 이 여래의 유순하고 평등한 권속이며 선우(善友)와 선사(善師)이리니, 능히 마음껏 믿어 번뇌를 없애고 일체의 사람들을 위하여 경법을 강설함을 감당할 수 있으며, 능히 도량에 나아가 자비로써 백천억의 마군과 나머지 관속들을 항복시킬 수 있어서 모든 법에 대해 자재함을 얻으며, 그 마음이 청정하여 모든 신통한 지혜가 눈앞에 가까이 있어서 뜻을 한번 일으키는 동안에
지혜의 밝음을 이루고 최정각에 이르러 중생을 권유하고 일체의 마음과 중생의 근기를 알며, 위없이 큰 법륜을 굴러 일체의 병폐를 다스리고 외도를 열어 교화하며, 큰 법라(法螺)를 불어 원수를 파괴하느니라.”
이에 해룡왕이 소원을 모두 얻었으며, 본래의 뜻을 잃지 아니하여 수기하심을 듣고는 몹시 기뻐하여 착한 마음이 생겼으며, 뛰어올라 공중에서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허공과 같아 본래 청정하여
빛도 느낌[受]도 수[數]도 없으시고
편안히 머물러 이와 같이 설법하시니
허공같이 넓고 자연스러우며

이름[名]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아
인연과 과보로 응함을 지으시고
편안히 머물러 견주지 않는 법 강의하되
사람도 명(命)도 없고 수(壽)도 식(識)도 없으시며

일체의 법이 매우 청정하고
내가 청정하므로 다 평등하며
내가 고요하므로 법도 똑같이 고요하니
이것을 아는 이는 수기를 받으리라.

법계를 관찰하면 본래가 청정하고
중생계(衆生界)도 또한 그와 같이 적정하니
만일 중생계가 적정하다면
불법도 또한 그와 같이 적정하며

만일 불법이 청정하다면
모든 불토도 또한 똑같이 적정하고
만약 불토가 청정하다면
모든 지혜도 적정하여 차별이 없으며

모든 법이 청정하여 수(數)와 이름을 인연하되
수를 따져 봐도 이름을 얻을 수 없으니
수와 이름이 본래 비었음을 생각함으로 말미암아
그 모든 이름과 수에 걸림이 없으며

일체 중생이 생각하고 있는 뜻은
소견도 빛도 이룸[成]도 없으니
이룸도 마음도 의식(意識)도 없다면
모든 법이 비어서 마음이 없으며

모든 작용에 있어 작용하지 않고
인연과 죄복(罪福)에 있어 받아들이지 않아
생사의 번뇌 지음이 없다면
이 적정한 열반이라 이르나니

본래 걸림이 없는 경계[際]와
허공처럼 ‘나’가 없는 경지에 들어

모든 경계를 가려서 평등함을 얻고
중생의 본래 진리를 깨달으셨으며

과거와 미래 현세의 경계에 있어
지혜를 따라 이 모든 경계를 관하시고
지혜가 경계 없는 문[門]에 평등하여
법계와 불종성(佛種性)을 마치셨네.

생멸(生滅)없는 가장 수승한 종자와
본래 적정한 공(空)과 무상(無想)과 무원(無願)인
말과 소리 없는 진리의 법이
이 모든 현성의 적정한 자리이니

만일 이 모든 법의 깨끗함을 안다면
자연히 황홀하여 허공을 잡음과 같아
나도 몸도 없어 적정하니
이와 같다면 거룩한 법을 좋아하는 것이네.

시방 부처님의 설법하신 바와
미래 부처님의 선포하실 바와
일체 모든 듣지 못한 소리도
소리로서 나타내어 소리 없는 데 들되

소리도 비어 자연히 메아리뿐이요
모든 법도 비어 헛된 생각뿐이어서
법도 없고 교화(敎化)함도 없나니
진실로 본래가 무(無)하여 없으며

일체 법도 주장하는 이름이 없고
갖가지 생각도 밝은 것이 아니어서
사람도 이름도 적정하여 얻을 수 없으니
모든 법 본래 청정함이 이와 같다네.

20. 촉루수지품(囑累受持品)

이에 세존께서 모든 보살[大士]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正士]들이여, 그대들은 마땅히 여래가 말한 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지녀, 영원히 보존할 지니라. 누가 능히 맡아 이와 같은 경을 받아 지니고 외워 강의할 수 있는가?”
바로 그때 2만의 보살들과 1만의 천자들이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서서 똑같은 소리로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마땅히 이와 같은 경을 받아 원근(遠近)에 널리 유포시키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그대들은 법을 어떻게 다루어서 여래의 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지니겠는가?”
저 이름이 혜영당(慧英憧)인 보살이 있었는데, 앞으로 나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가만히 모든 법을 살펴보건대, 도무지 잡을 바가 없으니, 어찌 비슷하게나마
부처님의 도를 지닐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족성자(族姓子)여, 그렇다면 응당 부처님의 도를 지녀야 하느니라.”
등견(等見)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도를 살펴보건대 5역(逆)2)과 평등하니, 어찌 비슷하게나마 부처님의 도를 지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그러므로 그대는 응당 여래불(如來佛)의 훌륭한 도를 지녀야 하느니라.”
무견(無見)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범부법(凡夫法)도 보지 못하였고 또한 유학법(有學法)과 무학법(無學法)도 보지 못하였으며, 연각법과 보살법도 보지 못하였고, 또한 불법도 보지 못하였으니, 어찌 여래의 법을 지닐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이렇게 적정하기 때문에 응당 여래불의 훌륭한 도를 지녀야 하느니라.”
제법무소원(諸法無所願)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체의 모든 법이 마땅히 지닐 만한 것인지 도무지 알지 못하겠으니, 어찌 능히 여래의 법을 지닐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이렇게 적정하기 때문에 응당 여래불의 훌륭한 도를 지녀야 하느니라.”
불현(不眴)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스스로 행하지도 않고 또한 마음을 내지도 않고 또한 뜻을 일으키지도 않았으니, 제가 어찌 여래의 법을 지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하셨다.
“족성자여, 이렇게 적정하기 때문에 응당 여래불의 훌륭한 도를 지녀야 하느니라.”
무애(無礙)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법과 법 아닌 것을 말하지 않고 법의 소리도 연설하지 않고 모든 법의 모양도 끊었으니, 이와 같이 행하는 이도 일체의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寂然)할 것이니라.”
무재(無在)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법의 응하고 응하지 않음도 받아 듣지 않았으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허공장(虛空藏)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이 평등함을 관하여서 저 법이 지닐 바가 있음을 보지 못하였으니, 일체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도금강작(度金剛作)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법계를 헐지 않고 중생계와 법계에 들어가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도부동적(度不動跡)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법에 움직이고 구르는 바 없으며, 법과 법 아닌 것에 의지하지도 않으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조마(嘲魔)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계(魔界)와 불계(佛界)에 이르면 불계와 마계에서 모두 제법(諸法)의 경계에 들어가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무착(無着)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법에 대해 도무지 얻은 바가 없으나 일체의 털구멍에서 모두 법의 소리가 나오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보적(普寂)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마군을 보호하지 않고 보살도를 행하였으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해의(海意)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해인(海印)삼매로써 일체 법에 평등하고 일체 해탈의 맛[味]을 수행하여 자연스러움을 알았으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자연스러울 것이니라.”
수심(須深) 천자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생멸하는 것에 생멸하지 않고 모든 음입(陰入)에 마음과 뜻과 의식이 없으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무구광(無垢光) 천자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법을 보되 번뇌가 없고 뭇 더러움이 없어서 모든 느낌[受]을 해탈하였으니, 바른 법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도인(度人) 천자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중생을 제도하되 중생들의 부류를 따지지 않아 제도할 바 없음을 제도하며,
이미 제도한 것은 두루 함을 나타내어 여기에도 저기에도 머물지 않으니,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현왕(賢王) 천자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체 중생에도 평등하고 모든 법에도 평등하며, 모든 국토에도 평등하고 모든 불도(佛道)에도 평등하니,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자재(自在) 천자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법에 자재함을 얻어 널리 모든 법에 대해 일으키지도 멸하지도 않으니,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선념(善念) 천자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법을 생각하지도 않고 또한 얻은 바도 없으며, 또한 생각도 있지 않으니,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자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연화(蓮華) 천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체 법이 모두 부처님 법임을 알아서 정각을 이루지 않고도 깨닫지 않은 바가 없으니,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녀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마유상(麻油上) 천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자도 아니고 또한 남자도 아니며, 부처님의 법상(法相)과 남녀의 법상도 또한 똑같아서, 이 모든 법상이 곧 법도 아니고 또한 무법(無法)도 아니며, 둘도 없고 하나도 없으며 또한 이를 바도 없으니,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녀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보녀(寶女)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도를 보지 못하고 보살의 행을 보았으므로 일체를 위하여 지덕(志德)의 갑옷을 입히되 처음과 끝을 관찰하지 않았으니,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녀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라.”
무구광(無垢光) 천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체의 법에 대해 법의 상(想)을 일으키지 않고 일체의 사람에 대해서도 사람의 상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사람의 법과 부처님의 법을 생각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의 법을 보고 일체의 법에 들어가되
처음과 끝을 살피지 않았으니, 제가 부처님의 바른 법을 받아 지니겠습니까?”
대답하셨다.
“족성녀여, 그렇다면 응당 적연할 것이니, 이와 같이 수행을 건립한다면 부처님의 법을 받아 지닐 것이니라.”
이에 제석천(帝釋天)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에 없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여인들이 말한 변재는 이루 사의할 수 없으며, 방편으로 갖가지 소리와 문자를 분별하여 법계에 강설하되 모든 법을 어지럽히지 않고 모든 법에 평등하여, 도를 강설함에 차별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구익(枸翼)이여!
이 모든 여인들은 한량없어 이루 다 사의할 수 없는 법을 분별하고,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여 섬겼으므로 법인(法忍)을 얻었느니라.
또한 구익이여, 이 경전은 불기인지무소어(不起忍持無所御)라 이름할 것이니, 마땅히 모인 대중들을 위하여 자세히 그 이치를 강설할 것이요, 여래께서 멸도한 뒤에 이 법을 받은 이가 법의 성(城)을 보호하여 지킨다면 곧 불세존을 공양하는 것이 될 것이니라.”
제석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미 이 경본(經本)을 받들어 지녀 부처님께서 건립하신 바를 널리 미래의 모든 대사들을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되, 끝내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으니, 왜 그런가 하면, 여래께서 저를 보호하여 법인(法忍)을 주셨으며, 이 경전을 건립하시어 여러 마군을 항복하고 이것을 수행하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이여, 신주(神呪)가 있는데, 이름은 차제방애(遮諸妨礙)이니, 자세히 들으라. 지금 그대를 위해 신주의 요긴함을 말하여, 일체의 마군과 여러 외도 및 모든 관속들로 하여금 저절로 항복하게 하며, 여래의 법광명으로 영원히 남아있도록 하겠노라.”
때에 세존께서 신주를 말씀하셨다.
“무외이외(無畏離畏)ㆍ정제공구(淨諸恐懼)ㆍ시무외(施無畏)ㆍ도어멸도무소란(度於滅度無所亂)ㆍ정소란(淨所亂)ㆍ무소쟁(無所諍)ㆍ불투송(不鬪訟)
ㆍ무회진(無懷瞋)ㆍ무이몰(無以歿)ㆍ정위신(淨威神)ㆍ위신적(威神跡)ㆍ대위신적멸(大威神寂滅)ㆍ취자심(趣慈心)ㆍ제어하(除於瑕)ㆍ시현체(示現諦)ㆍ무차적(無蹉踖)ㆍ기동의(其同義)ㆍ길상의(吉祥義)ㆍ감로구(甘露句)ㆍ견어요(見於要)ㆍ이도어(以導御)ㆍ무소회(無所懷)ㆍ행차제(行次第)ㆍ무소진(無所盡)ㆍ선결광조구(鮮潔光照句)ㆍ등순어등심(等順於等心)ㆍ지무상(至無上)ㆍ불소건립계청정(佛所建立戒淸淨)ㆍ무소범(無所犯)ㆍ무소부(無所負)ㆍ제마장(制魔場)ㆍ항외경(降外徑)ㆍ광요법명(光耀法明)ㆍ섭이법시(攝以法施)ㆍ개법장(開法藏)이니라.
지금 이 신주는 과거와 미래와 현세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서 법을 옹호함으로써 장구(章句)를 따르니, 이 장구로써 일체의 모든 마군과 번뇌를 모두 거둬 항복하느니라.”
이때 보수천(普首天)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마땅히 이 경전의 요긴함을 받아 정진하고 외워 널리 펼 것이니, 왜 그런가 하면, 여래의 법을 되풀이 하여 법률을 증장하고 청정한 경전을 펴며, 저의 수행을 되풀이하여 여래께서 깨우쳐주신 법안(法眼)을 옹호하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때에 이름이 덕초(德超)인 천자가 있었는데,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이 여래의 법을 받아 지닌다면 그 복이 어떠하겠습니까?”
이에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이 국토에서도
부처님의 눈은 시방을 보시나니
그득한 보배를 가져
바로 보시를 행한다면
그 사람이 얻는 복
누구보다 뛰어나며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世吼]께서
말씀하신 경법을 받아
모든 비유품과
일체의 찬탄법 결집하여
끝내 능히 다함없다면
바른 법과 덕 총지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실 때, 76나술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고, 6만의 보살들은 생사 없는 법인[不起法忍]을 얻었으며,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큰 광명이 널리 세간을 비추었으며, 하늘 꽃이 비처럼 내렸고, 백천 가지 음악은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는데, 모든 음악 속에서 이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룩하신 여래께서 이 경을 건립하시어, 여러 마군을 항복시키고 모든 외도를 교화하시며, 이 경을 도장[印] 찍듯이 찍으시어 그대로 따라 잊지 않도록 하시었다.’
그때 해룡왕은 많은 구슬 영락을 비처럼 뿌려 이 경을 공양하여 삼천대천세계를 빙 둘렀다.
부처님께서 현자(賢者) 아난에게 이르셨다.
“이 경전을 촉루(囑累)3)하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널리 유포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설명할지어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러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미 이 경을 받았으니,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하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은 해룡왕문총지품(海龍王問摠持品)이라 이름할 것이오, 또한 집제법보정법문품(集諸法寶淨法問品)이라 이름할 것이니, 마땅히 잘 받들어 지닐지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해룡왕과 용왕의 아들들과 모든 천인들과 시방으로부터 모두 와서 모였던 보살들과 모든 큰 성문들과 제석ㆍ범천ㆍ사천왕과 현자인 아난과 일체의 마군과 모든 천ㆍ용ㆍ귀신ㆍ향음신ㆍ무선신ㆍ봉황신ㆍ산신ㆍ염유신 및 세간의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이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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