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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5888 불설해룡왕경(佛說海龍王經) 3권

by Kay/케이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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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해룡왕경(佛說海龍王經) 3

 


불설해룡왕경 제3권


서진 월지국 축법호 한역
김달진 번역


10. 청불품(請佛品)

그때 해룡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ㆍ용ㆍ귀신과 한량없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편안함을 이루게 하시려 큰 바다에 이르셨으니, 저의 궁중에 오셔서 변변치 못한 음식이나마 공양하기를 원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큰 바다 속에 있는 용ㆍ귀신ㆍ향음신(香音神) 및 나머지 무수한 중생들 무리가 여래를 뵙고는 모두 덕의 근본을 심으며, 함께 법회에 참여하여 법음(法音)을 듣고 바닥없는 생사의 근원을 끊어 없애며, 저희들도 용궁(龍宮)에서 아울러 그 은혜를 입어 천상이나 인간에 인연하여 해탈을 얻으려 하오니, 여래께서는 부처님의 크신 도를 널리 나타내시어 저희들 몸으로 하여금 도법품(道品法)을 가까이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용왕을 가엾이 여기시어 묵묵히 그 청을 들어주셨고, 한량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쳐 모두 널리 뭇 덕의 근본을 심었다.
그때에 해룡왕은 부처님께서 그 청원을 들어 주심을 보고 기뻐 뛰면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는 그 권속들과 함께 홀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시 큰 바다로 돌아와 용궁의 백성들을 모아 놓고 일렀다.
“내가 내일 부처님께서 궁에 오시도록 청했더니,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허락하셨다. 너희들은 마음을 같이하여 마땅히 함께 공양해야 하리라.”
해룡왕은 또한 연거무선신(燕居無善神)과 광혹박포(誑惑縛捕)와 이구금(離垢錦) 등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마땅히 여래께서 강림하시어 이 바다에 오시는 것을 알고 있는가? 마땅히 몸소 힘을 다하여 모든 권속을 거느리고 와서 나의 궁중에 모여 세존께 공양을 드려야 한다.”
또한 용왕들에게 분부하였다.
“주도왕(主度王)ㆍ탄무량왕(嘆無量王)
ㆍ이구왕(離垢王)ㆍ염광왕(焰光王)ㆍ희락왕(戱樂王)ㆍ청정왕(淸淨王)ㆍ묘요의왕(妙曜意王)ㆍ현제란왕(現濟難王)과 나머지 백천의 용왕 무리들은 모두 와서 나의 궁중에 모여 여래를 받들어 뵈어야 한다.”
또한 용왕자 위수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공경히 나의 명령을 무분(無焚)용왕에게 전하여 나의 궁중으로 와서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에게 공양하고 즉시 가르침을 받으라고 하라.”
또한 용왕자 강위(强威)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안명산(安明山) 꼭대기를 찾아가 환희(歡喜)용왕과 가환희(迦歡喜)용왕 및 제석천을 청하여, 그들 모두에게 큰 바다 속 나의 궁중에 모여 여래를 공양하게 하라.”
이에 강위가 곧바로 전교(傳敎)를 받아 그대로 전하였다.
그때에 해룡왕은 큰 궁전을 신통으로 지어서 보랏빛 유리와 자마(紫磨)빛 황금으로 울긋불긋 장식하였으며, 당번(幢幡)을 세우고 금으로 교로장(交露帳)을 만들었으며, 보배 구슬 영락과 칠보로 난간을 매우 광대하게 만들었으며, 여러 종류의 향을 피우고 여러 빛깔의 꽃을 뿌리니 마치 흩날리는 눈송이와 같았으며, 대전(大殿) 위에 사자좌를 신통으로 세우니 높이가 480리(里)였는데 모두 뭇 보배들을 합쳐서 만들었으며, 무수한 백천 가지 하늘 비단을 펼쳐 천개(天蓋)를 만들었으며, 모든 보살과 비구들이 앉을 사자좌도 각각 엄정하고 화려하였고 계위(階位)를 달리 하였으며, 갖가지 맛을 겸한 찬구(饌具)와 몇 가지 담박한 음식을 마련하였다.
이때 해룡왕은 다음날 아침에 예를 갖추어 권속들과 함께 안명산(安明山) 열두 번째 구덩이[坎]에 머물며 멀리서 세존을 게송으로 청하였다.

굉장히 뛰어난 지혜 한량없어
모든 법에 자재함을 얻으시고
밝은 지혜로 여러 사업 이루어
허공처럼 성스러움에 한계가 없으시며

때[垢]를 여의신 안목 청정하여
세간에서 최상이시니
때는 지금 이미 되었습니다.
가엾이 여기시어 굽어 살피소서.

청정한 음성 범천과 같고

유연(柔軟)한 음성 온화하고 인자하시며
울려 퍼짐은 난조(鸞鳥)의 소리 같아
중생 위에 감로(甘露)를 나타내시며

갖가지 티끌과 어둠을 없애시어
중생에게 으뜸가는 의왕(醫王)이 되셨고
사람 가운데 보배이시니, 바라건대 오소서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음은 조복되어 부드럽고 고요하며
뜻은 유연하고 항상 온화하시어
스스로 중생들을 제도하시니
바라건대 모든 인민(人民) 구제하소서.

뭇 중생들을 열어 교화하시되
멀리 사해까지 뛰어넘어
안락한 저 언덕으로 건너게 하시니
바라건대 지금 바로 강림하소서.

인(仁)에 맞추어 보시를 좋아하고
도를 배워 계율이 청정하며
인욕의 힘 더할 나위 없으시고
위대한 정진 이미 얻었으며

번뇌를 끊어 해탈문에 드시고
지혜는 넓고 한량없으며
가르침은 환한 달과 같으시니
거룩한 이여, 때가 이미 되었나이다.

지혜로써 향할 길 분별하여
삿된 길 영원히 끊으셨고
7각의(覺意)와 5근력(根力)으로
네 가지 진리를 화현(化現)하시며

평등한 4의지(意止)와
4신족으로 뜻을 안정하여
모두 널리 통달하시니
지금 바로 굽어 살피소서.

32가지 거룩한 상호와
영묘(英妙)한 온갖 공덕으로
덕의(德義) 있는 이를 위하여
위대한 복전(福田) 나타내 보이시며

중우(衆祐)라 높여 칭하니
봄[春] 기운 새싹을 자라게 하듯이
원컨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시어 굽어 살피소서.

뜻은 수미산과 같고
마음은 평등하여 대지(大地)와 같으며
애착과 성냄을 끊으시고
말씀하신 바가 허공과 같으며

사람 가운데 높으시어 스스로 낮추지 않으시되
일찍이 잘난 체 하지 않으시고
공(空) 해탈에 드셨으니
지금이 바로 굽어 살피실 때입니다.

모든 이치를 알아 분별하시고
수순인(隨順忍)을 환히 깨달으시며
경범을 끝까지 통달하시어
심행(心行)이 언제나 이와 같으시며

사람의 본래 성품 드러내시어
모든 지혜의 뜻 관찰 하시니
가장 훌륭하신 이의 발에 머리 조아립니다.
때가 되었으니 굽어 살피소서.

이때 세존은 멀리서 용왕이 ‘때가 되었다’고 아뢰는 말을 들으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옷을 걸치고 발우를 가지고 큰 바다에 가서, 중생을 열어 교화하며 용궁에 나아가 공양할지어다.”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에 세존은 모든 보살들과 비구의 무리들과 함께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허공으로 솟아올라 몸에서 큰 광명을 놓으시니, 천화(天花)가 비처럼 내리고 백천 가지 기악(伎樂)이 서로 조화롭게 울렸다.
바닷가에 모여 흔락원(欣樂園)에 이르시니, 거기에는 의요(意樂)라고 하는 사이화(思夷華)가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거기에 머무르셨다.
해룡왕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공경을 다하여 마치고 나서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용왕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이 보배 계단을 바닷가로부터 바다 밑에 이르기까지 신통으로 만들어서 부처님과 비구들과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이것으로 말미암아 바다 속으로 내려와 나의 궁중에 이르게 하기를 마치 옛날에 세존께서 보배 계단을 도리천으로부터 염부리(閻浮利)에 이르기까지 신통으로 만드신 것처럼 하고 싶다’고 하였다. 마침 이렇게 생각하고서 곧바로 바닷가로부터 삼보(三寶) 계단을 금ㆍ은과 유리로 신통으로 만들어 아래로 그 궁중에까지 이르게 하니 매우 미묘하고 아름다웠다.
이에 세존께서 위신력으로 조화를 부리시어 큰 바다 물이 다시는 보이지 않게 하시되 바다에 사는 무리들로 하여금 근심하지 않게 하시며, 부처님 몸에서 광명을 놓아 큰 바다를 비추고 널리 삼천대천세계에까지 이르게 하시니, 그 바다에 사는 무리들은 몸에 이 광명을 입어 모두 서로 자비롭고 불쌍히 여기는 인자한 마음을 품고 서로 침해하지 않아서, 서로 마치 아비와 어미, 형과 아우, 자식처럼 다르지 않게 보았다.
이때에 욕계천(欲界天) 사람들과 색계천(色界天) 사람들이 세존을 모시고 도(道)로 교화하심을 들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용왕의 장엄한 궁전을 구경하려고 하였다.
그때에 부처님은 모든 보살들과 큰 성문과 모든 천ㆍ용ㆍ귀신ㆍ향음신ㆍ무선신ㆍ봉황신ㆍ산신ㆍ염유신과 제석ㆍ범천ㆍ사천왕과 더불어 흔락원의 사이화(思夷華)나무가 있는 곳으로부터 용궁에 가려고 하셨다.
부처님은 보계에 올라 가운데 보계를 밟으셨고, 보살들은 오른쪽 보계에 있었으며, 큰 성문들은 왼쪽 보계에 있었다.
그때에 60억 제석천이 앞에서 인도하고, 60억 범천들은 모두 허공에서 각기 보배 일산을 잡았으며, 60억 하늘들은 모두 부처님 뒤에서 하늘 꽃을 뿌렸고, 60억 모든 욕계천 사람들은 온갖 기악을 연주하여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며, 60억 마군들은 모두 부처님 앞에서 향수를 땅에 뿌렸고, 60억 용후(龍后)는 허공에서 각기 몸을 반쯤 드러내고 손에 구슬과 영락을 가지고서 부처님 위에 흩어 뿌렸으며, 60억 산신들은 모두 기악을 연주하면서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하였고, 60억 향음신은 손으로
화개(華蓋)를 잡아 부처님을 받들었으며, 60억 무선신은 각기 많은 백천 가지의 옷을 가지고 부처님 위를 덮었고, 무분용왕은 억백천의 권속들과 더불어 허공에서 모두 화향(華香)과 잡향(雜香)과 도향(擣香)을 뿌리고 여러 음악을 연주하여 장엄하였으며, 모든 용과 하늘들은 꽃으로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이와 같이 비슷한 종류의 6만과 용왕은 모두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세존을 뵙고 싶어서 해룡왕에게 권하였다.
안락(安樂)세계 무량수(無量壽)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관세음과 대세지 대사(大士)3)라고 불렀는데, 무앙수(無央數)억(億)의 모든 보살들과 함께 불세존을 위하여 장엄을 나타내 보여서 모든 가진 것을 공양하되, 앞에 놓인 장엄한 공구(供具)를 모두 가리어 나타나지 않게 해서 능히 아는 이가 없도록 하였다.
염기(焰氣)세계 난체(難逮)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법영(法英)과 법수(法首) 대사라고 불렀으며, 묘락(妙樂)세계 무노(無怒)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향수(香首)와 중향수(衆香首) 대사라고 불렀으며, 조명(照明)세계 월변(月辯)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사자(師子)와 사자음(師子音) 대사라고 불렀으며, 불현(不眴)세계 선목(善目)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도어제법(導御濟法)과 자재(自在) 대사라고 불렀으며, 광요(光耀)세계 보세(普世)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보장(寶場)과 보염(寶焰) 대사라고 불렀으며,
낙어(樂御)세계 보수(寶首)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혜보(慧步)와 혜견(慧見) 대사라고 불렀으며, 광찰(光察)세계 보관(普觀)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우왕(雨王)과 법왕(法王) 대사라고 불렀으며, 애견(愛見)세계 존자재왕(尊自在王)여래 불국토의 보살은 퇴마(退魔)와 후마왕(后魔王) 대사라고 불렀으니, 이는 중요한 이들만 간추려 말한 것이다. 이와 같이 시방에서 각각 무앙수 억의 모든 보살들이 모두 와서 즐거움을 권하였고, 바다 속 용왕은 여래를 뵙고 공양하여 받들어 섬기고자 하였다.
이에 세존께서는 크신 도력(道力)으로 모든 부처님을 감동시켰고, 위덕으로 비추어 보신 바 부처님의 넓으신 위의로써 교화함에 희론(戱論)이 없이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며, 광대한 광명을 놓아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꿰뚫어 비추시며, 부처님의 크신 음성 큰 사자후로 교법을 강설하여 백천의 모든 하늘을 교화하시니 모두 음악을 연주하며 하늘 꽃을 비처럼 내렸다.
모든 나쁜 갈래[惡趣]를 끊고 일체의 편안함을 베풀어 주시며, ‘훌륭한 자비를 세워 중생을 기쁘게 함[立於大哀歡悅群萌]’이라는 삼매가 있었는데, 부처님의 삼매를 바로 받아서 지은 바 장엄의 광명이 큰 바다를 장식하니 불가사의 하였다.
부처님께서 보계를 따라 용궁에 강림하시니 저절로 음악이 널리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까지 들렸으며, 부처님의 위신과 여래의 감화(感化)로 모두 능인(能仁)여래를 뵈려고 큰 바다로 내려왔다.
그때 백천억의 옥녀(玉女)와 마군의 처(妻)들과 무선신ㆍ봉황신ㆍ산신ㆍ염유신 등 여러 신의 부녀(婦女)들이 모두 기악을 연주하며 부처님을 맞이하고, 온갖 곡조를 맞추어서 부처님의 덕을 노래하였다.

보시도 최고인데 계율도 청정하시고
인욕의 힘과 자비하신 마음 높으시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모든 이치 다루시고
선정에 들어 해탈을 즐거워하시며

마음도 청정하고 지혜도 빛나
존엄한 위신력 떨치시며
현재에 해탈법 보이시어
과거와 미래의 번뇌를 제거하시며

감로(甘露)로써 편안함을 주시고

도(道)로써 조어하여 뭇 번뇌 끊으시어
다함없는 공덕은 허공과 같으니
부처님[慧海], 바라건대 바다에 강림하소서.

구족한 이치를 설명하시고
모든 바라밀을 찬탄하시며
눈으로 관찰함이 환하고 깨끗하시니
일체 사람 가운데 가장 높으시며

깊은 이치의 법구(法句)를 찬탄하시고
중생을 가엾이 여겨 광명이 짝할 이 없으며
사(祠)와 똑같이 널리 펼치시어
모든 이도(異道)를 항복하시며

법으로 베푸시되 아낌이 없고
경을 강설하여 욕심의 티끌 깨끗하게 하시며
지혜의 광명 찬탄하시고
도재(道財)를 널리 연설하시며

진리를 보아 받아들이지 않음이 없고
바르게 관찰하여 집착을 끊으시며
움직이지 않음이 산과 같으니
도사(導師)께 머리 조아리길 원합니다.

모든 하늘과 금시조(金翅鳥)며
아수라와 긴나라며
가루라(迦路娜)와 구반다(鳩槃茶)도
발아래 머리 조아리길 원합니다.

거룩하신 서른두 가지의 상호
비할 데 없이 뛰어나고 보기도 좋으며
보드라운 몸은 자금(紫金)색과 같고
손톱과 발은 반반하시며

미묘한 음성 난조[鸞]와 같아
그 소리 범천을 뛰어넘으며
큰 음성은 삼천세계도 초월하니
부처님[柔軟音]께 머리 조아립니다.

모든 감관 조복하고 마음이 고요하여
마치 달과 번개의 광명 같으시고
진실한 말씀 언제나 평등하시니
부처님[樂法]께 머리 조아리길 원합니다.

늙고 병드는 괴로움 이미 건너시고
일체를 구원하여 해탈케 하시며
뭇 마군을 이겨 항복시키시고
생겨나는 고뇌 모두 끊으시며

집착함이 없어 번뇌를 떨어버리고
모든 하늘의 공경을 받으시며
세존 되어 널리 중생을 구호(救護)하시고
도사(導師) 되어 중생을 열어 교화하시네.

11. 십덕육도품(十德六度品)

이에 옥녀(玉女)와 모든 용후(龍后)들과 무선신ㆍ봉황신ㆍ산신ㆍ염유신의 후(后)들이 함께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일체 똑같이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고, 몸의 영락을 벗어 부처님 위에 흩뿌렸다.
부처님은 대중들과 함께 큰 바다로 내려오셔서 그 바다 성에 이르시어 해룡왕의 장엄한 큰 궁전으로 나아가 사자좌에 앉으셨으며, 이에 모든 보살과 비구들도 각각 차례대로 그 자리에 앉았다.
이때 해룡왕은 중궁(中宮)과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을 알현하고 앉아, 손수
담박한 음식과 무앙수의 맛을 담아서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씻는 물[澡水]4)을 돌린 다음 부처님 앞에 앉아 경(經)을 들으니, 모든 천룡신ㆍ향음신ㆍ무선신ㆍ봉황신ㆍ산신ㆍ염유신과 제석ㆍ범천ㆍ사천왕 및 시방으로부터 와서 모인 보살들도 모두 부처님 앞에 앉아 설법을 들으려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대중들이 좌정(坐定)하였음을 보시고, 몸에서 광명을 놓으시니, 광명의 이름은 선도탈법유화(善度脫法柔和)였다. 큰 바다에 사는 상ㆍ중ㆍ하품(品)의 모든 무리들을 다 비추었으니, 널리 부처님을 뵈옵고 기뻐 뛰면서 즐겨 법문 듣기를 원하였고, 각기 공경하여 멀리서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렸다.
이때 세존께서 해룡왕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 의지하는 이는 온갖 인연을 지어 마음과 행이 같지 않고 죄와 복이 각기 다르니, 그런 까닭에 태어나는 곳도 다르니라.
용왕이여, 또한 대중들과 바다의 온갖 종류들이 그 모양이 같지 않음을 보라. 이 각각의 모든 모양은 죄다 마음으로 그린[畵] 것이다. 또 마음은 빛이 없어 볼 수 없으며, 일체의 모든 법도 허망하여 이와 같으니, 혹 모양이 일어날지라도 도무지 주재(主宰)함이 없어 그 짓는 바를 따라 각각 스스로 받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화사(畵師)가 본래 모양을 만듦이 없는 것처럼,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이루 다 의론할 수 없으니, 자연히 허깨비 모양처럼 모두 마음으로 지은 것이니라. 지혜가 밝은 이는 모든 법이 모양을 일으킴을 관찰하여 곧 모든 선덕(善德)을 받들어 행하며, 혹은 모양이 모든 법과 5음(陰)ㆍ6입(入)을 일으킴을 이해하여 마땅히 기쁘고 즐거워서 상호의 단정함을 얻느니라.
용왕이여, 또 여래의 몸을 관찰하건대 백천의 복덕으로 합하여 이루어져 대중들보다 뛰어나서 널리 거룩함을 나타내니 그 백천의 복덕으로 말미암아 자재함을 얻으며, 범천과 제석으로 하여금 덮어 가리어져 나타나지 않으시니 여래의 몸을 보려고 해도 눈으로 감히 그 위광을 감당하여 볼 수도 없느니라. 모든 대사(大士)들을 관찰하건대 그 색신과
상호가 장엄하고 구족함도 모두 선덕(善德)으로써 그 몸을 이룬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엄정(嚴淨)함도 모두 복덕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이요, 모든 제석ㆍ범천과 천ㆍ용ㆍ귀신ㆍ향음신ㆍ무선신ㆍ봉황신ㆍ산신ㆍ염유신들이 소유한 장엄도 모두 복덕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며, 지금 이 큰 바다에 온갖 종류의 좋고 나쁘고 크고 작고 넓고 좁고 예쁘고 추하고 강하고 약하고 가늘고 미미한 몸들도 모두 마음으로부터 자기가 얻은 것이요, 온갖 모양들도 다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바의 업으로 된 것이니라. 그러므로 용왕이여, 자신의 행을 호지(護持)하여 죄와 복을 구제할 것이니, 마땅히 이런 배움[學]을 지어야 하느니라.
그대들은 자신의 행을 호지하여 죄와 복을 구제하고 모든 선(善)을 받들어 행하여서 부처님 도를 이룰 것이며, 삿된 소견을 버리어 유상(有常)과 무상의 소견에 머물지 않고, 마땅히 중우(衆祐)에게 공양하기를 구하여 이미 공양의 복덕을 심었던 그 공양으로 인하여 모든 하늘과 인간의 공경하는 바가 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한 가지 법이 있어 일체의 나쁜 갈래와 모든 어려움을 다 끊느니라. 무엇이 한 가지인가? 오로지 미묘한 법을 관찰하는 것이니라.
무엇을 바른 진리라 하는가? 법락(法樂)에 들어가 착한 법을 많이 관찰하고 모든 악과 뭇 삿된 생각을 듣지 않아서, 이미 악한 법을 끊고 모든 선(善)을 행한다면 태어나는 곳마다 불보살 및 현성들과 함께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착한 법인가? 이미 덕의 근본을 세워 하늘과 사람이 편안해서 성문과 연각의 근본을 구하지 않으니, 도의 근본을 세운 이는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느니라.
무엇을 일러 덕의 근본을 세운다고 하는가? 10선(善)을 행하는 것이니, 무엇이 10선인가 하면, 몸으로는 살생(殺生)ㆍ투도(偸盜)ㆍ사음(邪婬)을 하지 않고, 입으로는 망언(妄言)ㆍ양설(兩舌)ㆍ악구(惡口)ㆍ기어(綺語)를 하지 않으며, 뜻으로는 탐(貪)ㆍ진(瞋)ㆍ치(癡)를 하지 않음이 바로 덕의 근본을 세운다고 하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생하지 않으면 10선의 적정(寂淨)한 법을 얻느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항상 일체의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베풀어 주고, 항상 자비를 즐겨하여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을 끊으며, 나는 곳마다 항상 질병이 없고 항상 장수(長壽)의 공덕을 심으며, 비인(非人)들에게 호위를 받아 누워도 편안하고 깨어도 즐거워 일찍이 나쁜 꿈을 꾼 적이 없고, 원망을 품지 않고 나쁜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목숨을 마친 뒤에 편안한 곳에 태어나느니라.
사람이 살생하지 않으면 이 적정한 법을 얻으며, 살생하지 않음으로서 착한 공덕을 세워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길 원하고, 부처를 이룰 때에는 수명(壽命)의 자재함을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훔치지[盜竊] 않으면 다섯 가지 믿을 만한 법을 얻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큰 부(富)를 얻어 고을ㆍ관청ㆍ물ㆍ불ㆍ도적ㆍ원수ㆍ나쁜 자식[惡子]에게 빼앗김을 당함이 있지 않으며, 대중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며, 가는 곳마다 고요하고, 이르는 곳마다 어려움이 없으며, 근심과 두려움이 영원히 제거되느니라. 훔치지 않았던 복덕으로 뜻을 지혜로 보시하는 데 두어 모든 덕의 근본을 심으며, 뜻으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원하여 여래의 무견혜(無見慧)에 의지하여 최정각을 이루고 신통을 세울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사음(邪婬)을 범하지 않으면 네 가지 밝은 지혜와 찬탄 받을 만한 공덕을 얻느니라. 무엇이 네 가지인가? 모든 감관을 거두어 보호하고, 모든 놀림[調戱]을 여의며, 일체 세간을 모두 칭찬하고, 이미 사음을 여의어 감히 그 처자[妻室]를 가볍게 보지 않음이니, 이 덕의 근본으로써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원하여 대인상(大人相)과 마음장(馬陰藏)을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함부로 말[妄語]하지 않으면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여덟 가지 법으로 찬탄하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얼굴이 청정해지며, 말하는 가운데 일체의 세간 사람들에게 신임을 받으며, 스스로 그 증과(證果)를 이루어 하늘과 인간들에게 공경을 받고, 마음이 진실하여 삿된 생각이 없으며, 뜻[心意]이 청정하여 아첨함이 없고, 기뻐할 것이 많아 근심하거나 싫증냄이 없으며, 능히 계율을 받아들여 거친 말이 있지 않고, 하늘과 인간에 태어나 홀로 신임을 받아 의심하는 이가 없음이니,
이 진실한 말과 착한 덕의 근본으로써 위없이 바르고 착한 도를 원하고 이것을 행함으로 인하여 항상 진실함을 얻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두 말[兩舌]하지 않으면 다섯 가지의 떨어져 여의지 않음을 얻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몸이 따로 떨어져 흩어짐이 없으며, 권속이 흩어지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으며, 믿음이 무너짐이 없어 인연[緣]의 과보를 입으며, 다른 이가 법을 파괴함이 없어서 수행을 중요하게 여기며, 친구와 화합함에 속임이 없으니, 이 덕의 근본으로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구하여 여래의 권속이 되어 어지럽지 않게 되며, 일체의 마군과 원수들도 끝내 여래의 권속을 파괴할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나쁜 말[惡口]을 하지 않으면 여덟 가지 청정한 말의 과보를 얻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하늘에 태어나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말하는 바가 진리와 같고, 말하는 바가 유연(柔軟)하며, 말하는 바가 행동과 같고, 말하는 바가 화평하며, 말하는 바를 능히 받아들여지고, 말하는 바가 빛나며, 말하는 바가 여러 사람이 받들어 좋아하지 않음이 없고, 말하는 바가 대중에게 비방을 받지 않음이니, 이 덕의 근본으로 인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어 바라고, 범천을 뛰어넘는 여래의 음성을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꾸미는 말[綺語]을 하지 않으면 세 가지 바른 행을 얻느니라.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항상 중생의 등불이 되어 모두 똑같이 공경하고 사랑하며, 언제나 마음이 한결같고 진실하여 허튼소리를 하지 않고, 하늘이나 인간에서 항상 크게 존중함을 얻어 무시당하지 않음이니, 이 덕의 근본으로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고 원해서 부처님께 수기(受記)를 받아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름이 없음을 얻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질투(嫉妬)하지 않으면 다섯 가지 위신(威神)을 얻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몸과 입과 뜻이 밝아 모든 근(根)을 구족하며, 큰 부자가 되어 마음껏 모든 억울함을 항복시키고, 진귀한 음식과 훌륭한 맛으로 생활하는 업을 즐기며, 복덕(福德)이 높고 높아 모든 나라의 왕들에게
공경하고 호위함을 받고, 마치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미묘한 보배로 덮고 가려주니, 전생에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았던 공덕으로 인하여 이 덕의 근본을 심으며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고 원하여 등정각이 되어 삼계에서 받드는 대상이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성내지 않으면 여덟 가지 마음이 기쁜 법을 얻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즐거움의 진리[樂諦]를 침해함이 없어 성냄을 끊어버리며, 진실한 마음을 좋아하여 다투는 마음을 좋아하지 않고, 솔직하고 정직함을 좋아하여 편안하고 화락(和樂)하며, 현성(賢聖)과 똑같이 항상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품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구족하여 사람을 편안하고 기쁘게 해주며, 단정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이 공경하고, 범천에 태어나서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마음이 방편으로써 불쌍히 여기고 화락하기 때문이니,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며, 이 여덟 가지 덕의 근본으로 인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고 원하여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되어 보아도 싫증냄이 없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삿된 견해가 없으면 열 가지 법의 덕을 얻느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뜻과 성품(性品)이 진실하여 착한 벗을 얻으며, 선악의 과보를 믿어 자기 목숨이 없어질지라도 남을 해치지 않고, 불도(佛道)를 마음에 새겨 행하여서 마음에 다른 생각이 없으며, 천신(天神)을 섬기지 않아서 뜻이 질박하고, 신주(神呪)의 술(術)에 아첨함을 버리며, 모든 하늘 사람들과 벗이 되고, 지옥ㆍ아귀ㆍ축생과는 짝하지 않으며, 중생과는 특별히 달라서 공덕이 높고 높으며, 거룩한 도로 최고를 삼아 삿된 소견을 여의고 몸을 탐함을 여의며 나쁜 소견을 여의어서 도무지 걸림이 없으며, 성인과 더불어 평등하여 잠깐 사이에 하늘에나 인간에 태어나니, 이것이 바로 열 가지 덕의 법이며, 이미 삿된 소견을 여의고 근본을 얻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고 원하여서 모든 불법을 가까이하여 재빨리 신통을 얻고 여래를 이룰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살생을 여의고 보시를 행하면 항상 큰 부(富)와 긴 수명[壽]을 얻어 다함이 없으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일체의 외도와 원적(怨賊)들이 능히 당할 자가 없을 것이니라.
이미 투도(偸盜)를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재보가 풍부하되 다른 사람이 감히 빼앗아 가지 못하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능히 방해하거나 막을 수가 없어 일체 공덕의 법을 합하여 모을 것이니라.
사음(邪婬)을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다음에 항상 크게 부유하고 아내도 게으른 모습이 없으며, 인간 세상에 있어도 감히 범하는 자가 없고, 그 권속들도 나쁜 빛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망어(妄語)를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항상 크게 부유하여 비방을 당하지 않으며, 아래 낮은 사람들에게 모두 옹호(擁護)를 받으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말과 행동이 서로 맞고 원하는 바가 견고할 것이니라.
양설(兩舌)을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항상 크게 부유하여 권속이 이별하지 않으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보살들 일체 권속의 질박하고 정직하며 평등한 성품을 얻을 것이니라.
이미 악구(惡口)를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항상 크게 부유하여 말한 바를 남들이 받아들이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대중들 모임에 들어가 기뻐하고 좋아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라.
기어(綺語)를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항상 크게 부유하여 말한 바를 곧바로 행하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일체의 의심을 끊을 것이니라.
질투(嫉妬)를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항상 크게 부유하고 좋은 의식과 침구가 구족하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자기가 기뻐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어 주어 훌륭한 호존(豪尊)이 될 것이니라.
성내는 마음을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항상 크게 부유하여 위의가 단정하며, 말하는 바를 사람들이 애착하여 좋아하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침해하려는 마음이 없어 모든 근(根)을 구족할 것이니라.
삿된 소견을 여의고 보시를 행한다면 항상 크게 부유하여 바른 소견에 서며, 족성(族性)에 태어나 불세존을 만나며, 보살도를 행한다면 모든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 항상
법을 들어 보살의 마음을 일으키느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일러 열 가지 선(善)한 보시라고 하니, 장엄하고 확대하여 마침내 그대가 이 열 가지 선을 행한다면, 계율로써 장엄하여 스스로의 원을 구족하고 모든 불법을 얻으며, 욕됨을 견딤으로써 장엄하여 모든 상호를 구족하고 부처님의 음성을 이루며, 정진으로 장엄하여 마군과 원수를 항복하고 부처님의 도와 법으로 해탈하는 바가 있으며, 선정으로 장엄하여 마음과 뜻이 향하는 바가 청정하며, 지혜로 장엄하여 모든 굽은 소견을 없애리라.
자(慈)를 행하는 장엄으로 중생을 어여삐 여겨 침해하지 않으며, 비(悲)를 행하는 장엄으로 백성[黎庶]들을 버리지 않으며, 희(喜)를 행하는 장엄으로 게으르거나 싫증내는 마음이 없으며, 사(捨)를 행하는 장엄으로 집착하는 바가 없어 모든 의심을 끊으며, 4은(恩)을 행하는 장엄으로 중생들을 교화(敎化)하리라.
4의지(意止)를 행하는 장엄으로 몸의 모든 느낌[痛痒]을 멈추고 심법[心法]을 구족하며, 4의단(意斷)을 행하는 장엄으로 모든 악법을 끊고 착한 덕을 구족하며, 신족(神足)의 장엄으로 몸이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5근(根)의 장엄으로 그 수행을 견고히 하여 최상의 정진으로 방일(放逸)함이 없어 마음을 닦아 모든 번뇌를 없애며, 5력(力)의 장엄으로 솔직하고 곧은 마음을 가져 원수들을 조복하고 교화하리라.
각의(覺意)의 장엄으로 모든 법이 본래 말미암은 바와 같이 환히 깨달으며, 8정도(正道)의 장엄으로 바른 지혜를 간직하며, 적정의 장엄으로 일체의 모든 티끌과 때[垢]를 없애버리며, 바르게 관(觀)하는 장엄으로 모든 법을 근본으로부터 자세히 살펴 모두 무(無)임을 관찰하며, 훌륭한 방편의 장엄으로 유수법(有數法)과 무수법(無數法),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에 편안함을 구족하리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요컨대 열 가지 선을 행한 덕은 10력(力)과 4무외(無畏)를 구족하여 모든 불법을 이루리니, 그것을 구족하여서 이 열 가지 선의 덕을 널리 장엄하고 항상 정진하느니라. 비유컨대 나라와 성과 고을과 마을이며 온갖 곡식과
약초(藥草)와 수목(樹木)과 꽃나무와 과일나무를 심어 가꾸고 베어 거둬드림도 모두 대지(大地)를 인하여 성립되듯이, 열 가지 선의 덕은 하늘과 인간이 모두 이에 의지하며, 유학(有學)과 불학(不學) 증과(證果)를 얻은 이와 연각도와 보살도에 머무른 이와 모든 불도(佛道)의 법을 수행하는 이도 모두 이것을 말미암느니라.”
이에 해룡왕이 세존에게 아뢰었다.
“무엇을 일러 법문에 든 보살이 행할 바라고 하며, 법문에 들어간 이가 숙세(宿世)의 쌓인 죄를 제거하고, 이미 쌓인 죄를 제거하였다면 초월함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한 가지 법이 있어 모든 쌓인 죄를 제거하니, 무엇이 한 가지인가? 옹호(擁護)함을 세워서 말한 바를 버리지 않고 허물을 뉘우쳐 죄를 스스로 인정하느니라.
다시 두 가지 법이 있어 모든 쌓인 죄를 제거하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항상 깨끗한 법을 관찰하며, 현재(現在)를 짓지 않음이니라.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어 모든 쌓인 죄를 제거하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인연의 지혜를 깨달으며, 기뻐하는 마음을 구족하고, 본래 청정한 법에 의지하여 본래 무(無)임을 분명하게 아는 것이니라.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 모든 쌓인 죄를 제거하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공(空)을 환히 깨우치며, 무상(無想)에 머물지 않으며, 무원(無願)에 나아가며, 지혜로 짓는 바가 없음이니라.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어 모든 쌓인 죄를 제거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나도 없고, 남도 없고,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고, 식(識)도 없음이니라.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어 모든 쌓인 죄를 제거하니,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기뻐하여 독실하게 믿으며, 여우 같은 의심이 없으며, 나아가고 멈춤을 왕복하며, 진리를 관찰하며, 하는 일이 진실하며, 바른 믿음을 잃지 않음이니, 이 여섯 가지 법으로 모든 쌓인 죄를 제거하느니라.”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일러 보살이 초월함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열 가지 일[事]이 있어 초월함에 이르니, 무엇이 열 가지인가?
항상 기뻐함을 생각하며, 마음과 성품이 청정하고, 훌륭한 권도로 방편을 쓰며, 굳건하게 정진하고,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며, 끝없는 자비를 행하고, 덕을 닦기를 싫증냄이 없으며, 널리 듣기를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받들어 방일함이 없으며, 도량(道場)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하며, 도의
마음을 버리지 않음이니라.
이것이 바로 열 가지 일이니, 보살이 행하는 바가 초원함에 이를 수 있느니라.”

12. 연거아수륜수결품(燕居阿修倫受決品)

이에 연거무선신(燕居無善神)이 세존께 아뢰었다.
“무엇을 일러 보살이 모든 덕 위에 뛰어나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무선신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이 있어 모든 덕 위에 뛰어나니,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보살은 이에 높고 잘난 체 함을 여의고 일체의 사람들을 위하여 아래로 굽혀 겸손하고 공경하며, 배우기를 공손히 하여 말과 행동이 서로 맞고 높은 이에게 겸손하며, 일체의 덕행에 모든 법을 근본으로 삼으며, 수행이 굳건하여 모든 선덕(善德)을 뛰어넘고, 미묘함을 즐거워하며, 갖가지로 보시하여 차라리 내 몸과 목숨을 잃을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구하지 않으며, 위험과 두려움을 본다면 무외(無畏)를 베풀어 주며, 귀의(歸依)하는 이를 버리지 않으며, 일체 복혜(福慧)의 업을 구하되 만족하게 여기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 법이니라.”
무선신이 또 부처님께 물었다.
“보살은 몇 가지 법행(法行)이 있어 몸이 장대하고 얼굴이 원만하며, 권속이 번성하고 뜻이 넓어 끝이 없음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무선신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 일이 있어 몸이 장대함을 얻으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남이 지은 탐욕과 질투를 말하지 않으며, 근(根)의 모양을 구족하신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며, 분열된 이를 화합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게 하며, 중생을 향하여 침해하는 행동거지가 없음이니, 이 네 가지로 몸이 장대함을 얻느니라.
보살은 다시 네 가지 일이 있어 얼굴이 원만함을 얻으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많은 영락을 보시하며, 일체의 사랑하는 바를 보시하되 아까워하지 않으며, 항상 자비로운 눈으로 여래를 관찰하며, 사람을 보되 단정하여 질투를 내지 않음이니, 이 네 가지 일로 얼굴이 원만함을 얻느니라.
보살은 다시 네 가지 일이 있어 권속이
번성함을 얻으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간질하는 말[兩舌]을 여의어서 일찍이 남의 권속을 파괴하지 않았으며, 다른 이의 친구들을 보고 그 기쁨을 대신하며, 도의 마음을 버리지 않으며, 다른 이를 아울러 교화하여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함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니라.
보살은 네 가지 일이 있어 뜻이 넓고 끝이 없으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그 마음이 청정하여 아첨함이 없고, 두터운 애욕(愛欲)을 제거하며, 중간에 있어서 싫증내거나 피곤함이 없으며, 미묘한데 뜻을 두어 긴요한 법에 깊이 들어가 일체 모든 법의 처음과 끝이 모두 공함을 깨달으니, 이 네 가지로 보살은 뜻이 넓고 끝이 없느니라.”
이에 연거무선신은 3만 2천의 권속들과 더불어 각기 여러 가지 8천 종류의 하늘 꽃으로 세존 위에 흩뿌리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저 시방에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잠깐 한때라도
세존께 공양할 것이니

만약 시방 사람들이
일체의 공양 공덕을 짓는다면
백천 겁 동안
평등한 마음 구족하리라.

자심(慈心)으로 딱하고 불쌍히 여기시니
그 복행(福行)에 미칠 수 없으며
적정하면서도 끝까지 응하시나니
공양한들 어찌 보답할 수 있으리.

그러므로 모든 시방에서도
공양하여 받들어 섬기옵고
비할 데 없는 마음 일으켜
바른 진리 따라 머무르며

나(연거무선신)도 이에 자유로이
뜻을 세워 아첨함이 없어서
이미 본래 무(無)임을 환히 깨달아
스스로 부처님 도에 이르렀네.

부처님[人尊]께서 불쌍히 여기시되
삼계에 아첨함이 없으시고
10력(十力)으로 나를 증명하시어
내 심성(心性)의 행함을 모두 아시며

유연(柔軟)하되 겁약(怯弱)함이 없으시어
모든 두려움을 여의고
보시로 조어하고 금해서
지계와 인욕을 수승하게 하며

선정에 정진하여
마땅히 지혜에 머무르고
자비한 마음을 따라
항상 지성스런 행을 받드네.

나만 위하지 않는 자비로서
수기를 받지 않으려 하였으나
부처님은 바로 나에게
특별한 수기를 주시니

나는 전혀 의심을 내지 않으니
이루지 못함은 자기로 말미암은 것이라
구경(究竟)을 분명히 알고자 하여

청정한 도에 뜻을 두네.

부처님께서 마침 웃으시기에
월영(月英)이 바로 묻기를,
‘지금 무슨 이유로 웃으셨는지
거룩한 이여 풀어 말씀해주소서’

교화하여 제도하실 때 말씀하시되
‘월영이여 자세히 들으라.
내가 나타내 보인 것은
큰 광명을 떨쳐 내보이는 것이니

때에 연거무선신이 널리
높고 큰 도에 뜻을 두어 원하여
3만 2천의 사람들과
따르던 모든 권속들이

백천 겁 중에
항상 보살도를 행하여
일체의 뜻을 똑같이 하면
거룩한 불도를 얻을 것이요

모든 부처님 공양하기를
항하의 모래알과 같이 하고
사람들을 교화함도
수가 그보다 넘을 것이며

그 겁의 이름을 환희(歡喜)라 하고
또한 정부정(淨復淨)이라 하여
적멸을 얻고 번뇌를 여의어서
환히 깨달아 근심 없음에 이를 것이니

이 연거무선신은
마땅히 법왕이 되어
뛰어난 정진의 힘으로
제당번(帝幢幡)이라 이름할 것이며

그 세계를 이름하여
흔락인장엄(欣樂仁莊嚴)이라 할 것이니
의식(衣食)이 풍족하여 지천으로 널려서
마치 도솔천과 같으며

그 부처님[十力]의 수명은
70억만 살이나 될 것이요
비구와 비구니도
또한 60나술(那術)이 될 것이며

모든 보살들도
8백 나술이나 있는데
굳건한 총지에 머물러
들은 것을 죄다 분명히 알 것이며

그 환희겁을
또한 정부정(淨復淨)이라 이름하여
모두 이와 같이 견주어
마땅히 거룩한 불도(佛道)를 이루리라.

백천의 사람들을 교화하여
모두 불도에 머물게 해서
이 공덕이 수승한 보살의 도심(道心)을
자세히 관찰하리.’

연거무선신은
부처님의 수기(授記)를 듣고
4천만 대중들과
함께 보살심을 일으키니,

삼천 세계가 진동하고
때맞춰 하늘 꽃이 비처럼 내리네.
거룩하다, 총지의 공덕이여!
마음과 뜻으로 지닐 바 일세.

13. 무분용왕수결품(無焚龍王授決品)

이에 무분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머무는 바도 없고 또한 사람도 없으니, 어찌 수기를 받는 이가 있으며, 누가 마땅히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이르러 최정각이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머무는 바도 없고 또한 사람도 없느니라. 일체의 모든 법이 또한 이와 같은데, 범부와 어리석은 사람들은 뒤바뀜에 떨어져 ‘나’다 ‘남’이다 ‘사람이 있다’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일으키므로, 보살이 큰 자비를 일으켜 뒤바뀜을 제거하고 ‘나’와 ‘남’을 떠나 대덕(大德)의 갑옷을 입게 하니, 이는 보살이 모든 법에 ‘나’와 ‘남’이 없음을 환히 깨달아 ‘나’와 ‘남’과 ‘수명(壽命)’을 억측하는 이들을 열어 교화하는 것이니라.
아까 그대가 ‘누가 수기를 받느냐’고 했는데, 그대들 모두 ‘남’도 공하고 ‘나’도 없음을 안다면 곧 수기를 받을 것이요, 일체의 법에 평등하여 모든 법이 적정(寂淨)함을 관(觀)한다면 곧 수기를 받을 것이요, 모든 불국토에 평등하여 취하는 바가 없고 마음이 청정하여 때[垢]가 없다면 곧 수기를 받을 것이요, 지혜로 모든 부처님을 관찰하고 모든 불도(佛道)에 평등하여 법계(法界)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곧 수기를 받을 것이요, 모든 마군들에 대해 일체의 마군과 평등하고 번뇌 속에서 번뇌가 없어 마음의 근본을 알고 나면 곧 수기를 받을 것이요,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응함도 없고 응하지 않음도 없으며 기억도 없고 기억하지 않음도 없으며 받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다면, 곧 수기를 받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마음과 뜻과 의식에 머무는 바가 없다면, 곧 수기를 받을 것이니라. 모든 법은 이와 같아서 모든 법의 근본 진리를 인연함이 없으니, 모든 법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음을 환히 깨닫는다면 곧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지만, 구경(究竟)에는 근본을 구하여 수기를 받음과 불도를 이룸이 없지만 만약 수기한다면 수기를 받을 것을 것이니라.
왜 그런가 하면, 모든 법은 모양도 없고 처음과 끝도 다 끊어져 모두 주재(主宰)함이 없으므로 일체의 모든 법이 인연을 따라 구르기 때문이니라.
모든 법은 허공과 같으니 좇아서 태어나는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좇아서 태어나는 모양이 없으니 이르는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좇아서 오는 바가 없으니 근본을 따져보면 공(空)하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이르는 바가 없으니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머무는 바가 없으니 장소[處]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모든 법은 다 공하니 몸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집착이 없으니 의지함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의지하는 바가 없으니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움직일 수 없으니 장소가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다 어리석으니 자연스럽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자연스러우니 언교(言敎)가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언교가 없으니 색상(色相)이 없기 때문이니라. 모든 법은 색상이 없으니 기억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기억이 없으니 인연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인연이 없으니 지어감[行]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지어감이 없으니 적연(寂然)하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적연하니 느낌(受)과 쌓임(陰)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느낌과 쌓임이 없으니 본래 청정하고 텅 비었기 때문이니라. 모든 법은 모양을 벗어났으니 둘[二]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둘이 없으니 본래 하나이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본래 하나이니 갖가지로 많음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평등하여 차이나 특별함이 없으니 평등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의 평등함을 알고도 수기를 받지 못한다면 평등한 깨달음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또한 이 여래께서 견고하게 끝없는 자비를 일으킴과 모든 보살들이 권유하여 즐겁게 하는 힘을 보면 모든 법을 이와 같이 무앙수(無央數)로 사람들을 위하여 풀어 설하느니라.
헤아릴 수 있는 모든 수(數)를 합하여 법을 관함에 사람과 법을 벗어나지 못하면 또한 사람이 법과 같음을 헤아릴 수 없고, 사람이 또한 진리 그대로이며 도(道)가 또한 진리 그대로이며 부처도 또한 진리 그대로이며 수기도 또한 진리 그대로이며 모든 법도 또한 진리 그대로임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본래 없음[無]을 깨달았다고 말하니 본래 없음에 머물기 때문이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본래 없으며 본래 형상이 없으며[無像] 본래 무너짐이 없다[無壞]고 말하며, 본래 없음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여래(如來)라고 말하느니라.
여래이기 때문에 본래 없음에 평등하게 머물고, 모든 법도 이와 같이 평등하여 본래 머무름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여래께서 평등하게 머무는 자리[地]이니라.
그 어떤 보살이 이 말씀을 듣고서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도 않으며 걱정하지도 않고 어려워하지도 않는다면, 이 여래께서 평등하게 머무는 자리를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해설해주리라.”
부처님께서 이를 말씀하실
때, 삼천의 보살들은 모두 법인(法忍)을 얻었고, 아뇩달(阿耨達)용왕은 기뻐 뛰었으며, 값이 이 세상과 맞먹는 흰 영락(瓔珞)으로 부처님 위를 덮었다.


14. 여보금수결품(女寶錦授決品)

그때 해룡왕에게는 보금이구금(寶錦離垢錦)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단정하고 얼굴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만룡(萬龍) 부인과 함께 각자 오른손으로 구슬 영락을 잡고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우러르되 눈 한번 깜짝이지 않았으며,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서 서 있었다.
그때에 보금녀와 만룡 부인이 구슬 영락을 세존께 받들어 올리고, 똑같은 소리로 찬탄하였다.
“오늘 저희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다운 도의 뜻을 일으켰으니, 저희들도 오는 세상에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되어 마땅히 경법(經法)을 해설하고 스님들을 보호하기를 지금의 여래와 같이 하게 하소서.”
그때에 현자 대가섭이 그녀와 모든 부인들에게 일렀다.
“위없는 정각은 얻기가 매우 어려우며, 여자의 몸으로는 불도를 이룰 수 없을 것이오.”
보금녀가 대가섭에게 말하였다.
“마음과 뜻이 본래 청정하여 보살도를 행하는 이는 성불하기 어렵지 않으니, 저 도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성불하기는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며, 때맞춰 능히 모든 신통한 지혜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곧 일체의 불법을 거두어 지닐 것입니다.”
그녀가 가섭에게 말하였다.
“또 말하기를 ‘여자의 몸으로는 불도를 이룰 수 없다’고 하였지만, 남자의 몸으로도 또한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그 도의 마음에는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으니, 이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눈에서 따져보면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으며, 귀와 코와 입과 몸과 마음도 또한 그러하여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오직 어진이라야 눈이 공(空)하기 때문이니, 공의 측면에서 따져보면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으며, 귀와 코와 입과
몸과 마음도 모두 공합니다.
이와 같이 허공(虛空)과 적정(寂靜)은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으니, 만일 능히 눈의 근본을 분명하게 알아 분별한다면 곧 도(道)라고 이름할 것이요, 귀와 코와 입과 몸과 마음도 또한 그러하므로, 도에서 따진다면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섭이시여, 또 모든 법이 다 자연히 있으며, 도 또한 자연이며, 나 또한 자연입니다.”
가섭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가 바로 도(道)인가?”
그녀가 대답하였다.
“기년(耆年) 존자이시여, 그럼 제가 도가 아니란 말입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나는 불도(佛道)가 아니고 성문일 뿐이오.”
그녀가 또 물었다.
“누가 존자를 열어 교화하였습니까?”
대답하였다.
“여래이십니다.”
그녀가 말했다.
“가령 여래께서 정각을 이루지 못하셨다면, 어찌 능히 존자를 교화하셨겠습니까?”
대답하였다.
“못하셨을 것이오.”
“그러므로 존자는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분께서는 이미 도로써 도를 깨닫지 않은 것이 없으십니다.”
가섭이 그녀에게 물었다.
“역(逆)도 도가 되는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역이 곧 도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본래 청정함을 분별하여 도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다면 곧 역해(逆解)가 없기 때문입니다. 본래 청정함을 거스른 것을 곧 도라 이르며, 공(空)은 본래 모든 역(逆)을 분별함이 없으므로 곧 도라고 하니, 만약 모든 법에 합함이 있고 흩어짐이 있다면 곧 도가 아니요, 일체법에 평등하여 진리를 따라 응하여야 이에 도가 될 뿐입니다.”
가섭이 그녀에게 물었다.
“누가 이와 같은 변재상(辯才相)을 주었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존자 가섭이시여, 저에게 변재를 주었더라도 만일 존자께서 저에게 묻지 않으셨다면, 어찌 이렇듯 변재를 발휘했겠습니까?
가섭이시여, 비유컨대 부르는 이가 없다면 메아리가 울릴 까닭이 없듯이, 만일 보살의 뜻을 묻는 이가 없다면, 변재를 발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가섭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몇 분의 부처님을 공양하였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존자께서 끊으신 번뇌의 숫자와 같습니다.”
가섭이 그녀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번뇌를 끊지 않았소.”
그녀가 또 물었다.
“존자이시여, 그러면
지금도 번뇌가 있습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나는 번뇌도 없고 또한 끊지도 않았소.”
그녀가 또 물었다.
“모든 번뇌를 어디에 두었습니까?”
대답하였다.
“일으키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또한 둘 바도 없으니, 아는 바가 이와 같아서 본래 없는 것과 같소이다.”
또 물었다.
“본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알 수 없소이다.”
그녀가 물었다.
“존자의 말씀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 지혜의 진리와 도의 진리는 아는 바가 뚜렷하므로 아무리 무지한 자라도 본래 없음[無]을 알 수 있으니, 그러므로 지혜와 범부가 평등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또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가 변론한 바는 일체의 말을 끊습니까?”
대답하였다.
“저는 끊음도 없고 또한 말함도 없으니, 왜 그런가 하면, 법계는 끊을 것이 없으며 일체의 말하는 바가 모두 법계에 응하기 때문입니다.”
가섭이 또 물었다.
“그대는 나를 범부와 평등하다고 여겨 법에 의심이 있지 않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만일 존자께서 범부와 각기 다른 혜법(慧法)을 세운다면 저도 마땅히 의심이 있겠으나, 저는 존자께서 범부와 다름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의심이 없으니, 모든 법이 다 평등하여 여러 가지가 없으므로 이것을 평등하다고 이르며, 또한 허공과 같으므로 이것을 평등하다 이르는 것입니다.”
또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범부가 현성(賢聖)과 평등하다고 봅니까?”
대답하였다.
“저는 범부도 아니며 또한 현성도 아니니, 왜 그런가 하면, 만약 저의 몸이 범부와 평등하다면 보살행을 못할 것이요, 설사 현성과 평등하다 해도 곧 불법을 끊기 때문입니다.”
또 그녀에게 물었다.
“만약 그대가 범부와도 평등하지 않고, 또한 현성과도 평등하지 않다면, 부처님과 평등하다는 것입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의 몸은 본래 부처님의 법과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녀에게 물었다.
“만약 그대가 부처님의 법과 평등하다면, 부처님의 법을 얻었다는 것입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기년 장노이시여, 참으로 부처님의 법에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인연이 있다고 믿습니까? 방향이 있습니까? 청ㆍ황ㆍ적ㆍ
백ㆍ흑의 색상이 있습니까?”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법은 모양이 없습니다.”
이에 그녀가 응대하였다.
“가령 모든 불법(佛法)이 모양이 없다면, 어찌하여 나로부터 구하라고 합니까?”
가섭이 그녀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법은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마땅히 62견(見) 가운데서 구합니다.”
또 물었다.
“62견은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마땅히 여래의 해탈 가운데서 구해야 합니다.”
또 물었다.
“여래의 해탈은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마땅히 5역(逆) 가운데서 구합니다.”
또 물었다.
“5역은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마땅히 도지견(度智見)에서 구해야 합니다.”
또 물었다.
“이 말은 무슨 말입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속박도 없고 벗어남도 없으며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으니 이것이 본래 청정한 것이며, 이것이 바로 모든 법의 깊은 교법이니 여러 말할 것이 아닙니다.”
또 그녀에게 물었다.
“이 말은 여래의 말씀과 어긋나지 않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이는 진리의 말이므로 여래의 가르침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래의 도는 얻을 바도 없고 또한 지닐 수도 없으며, 또한 말씀도 없으므로 일체의 말한 바가 모두 음성(音聲)뿐이며, 도의 근본을 환히 깨우친다면 또한 음성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어진 이라야 도가 고요하여 자취 없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것을 ‘자취’라 이름하니, 이는 바로 자애(自愛)의 자취입니다.”
가섭이 또 물었다.
“만약 도가 자취가 없다면, 이와 같이 상(相)을 비교하여 어떻게 최정각을 이룹니까?”
대답하였다.
“몸을 따르지도 않고 또한 뜻을 따르지도 않아서 최정각을 얻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몸과 마음이 자연스러워야 이에 도를 이룰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연이란 것은 도무지 깨닫는 바가 없으므로 저는 이것을 도라고 하니, 도로 최정각을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가섭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가 만약 이것을 도라고 한다면, 어찌 법륜(法輪)을 굴리지 않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저는 법륜을 굴릴 뿐입니다.”
가섭이 물었다.
“어떤 종류의 법의 바퀴를 굴렸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움직임이 없는
바퀴니 일체의 모든 기대어 머무는 바를 멀리 여의기 때문이요, 법의 바퀴니 모든 법계에 머물기 때문이요, 본래 무(無)인 바퀴니 본래 무(無)임을 따르기 때문이요, 끊어짐이 없는 바퀴니 본래 청정함에 머물기 때문이요, 집착함이 없는 바퀴니 일체의 모든 법을 환히 깨달아서 집착이 없기 때문이요, 둘이 없는[無二] 바퀴니 일체법에 평등하기 때문이요, 여러 가지가 없는[無若干] 바퀴니 참아 한결같은 행(行)을 하기 때문입니다. 말이 없는[無言法] 바퀴니 모든 음성을 조화를 부려 만들되 모두 생각하는 바가 없어서 한결같은 맛[味]에 들어가기 때문이요, 청정한 바퀴니 일체 번뇌가 없기 때문이요, 모든 조복되지 못함을 끊는[斷不調] 바퀴니 유상(有常)과 무상(無常)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요, 어지러움 없는[無亂] 바퀴니 과보의 응함을 잘 관찰하기 때문이요, 진실한 바퀴니 일어남도 없는 멸함도 없기 때문이요, 텅 비어 없는[空無] 바퀴니 모양[相]도 없고 바람[願]도 없기 때문입니다.
가섭이시여, 굴림이 이미 이와 같은데 다시 무엇을 굴리겠습니까?”
대(大)가섭이 말하였다.
“그대와 같은 변재라면 오래지 않아 마땅히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와 최정각을 이룰 것입니다.”
그녀가 대답하였다.
“만약 가섭께서 최정각을 이루신다면, 그때 저도 또한 마땅히 최정각을 이룰 것입니다.”
가섭이 대답하였다.
“나는 끝내 최정각을 이루지 못할 것이요.”
그녀가 대답하였다.
“이와 같이 법신(法身)을 아는 이는 도(道)가 머무를 바도 없고 얻을 수도 없는 데 머물러 최정각을 이루는 것입니다.”
용녀가 이를 말할 때 5백의 보살들이 법인(法忍)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이 법을 통쾌하게 잘 말하였도다.”
그때 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천ㆍ용ㆍ귀신ㆍ무선신ㆍ향음신이 각기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보금용녀는 어느 때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와 최정각을 이룰 것인가’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천ㆍ용ㆍ귀신ㆍ향음신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금용녀는 3백의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지낸 뒤에 마땅히 부처가 되니, 이름을
보세(普世)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 하며, 세계는 광명(光明)이라 하고, 겁은 청정(淸淨)이라 할 것이니, 그 광명세계는 여래의 광명이 항상 크게 밝으며, 보살은 92억이나 되고, 부처님의 수명은 10소겁(小劫)이 될 것이니라.”
이에 만룡 부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세여래께서 부처님이 되실 때, 저희들도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곧바로 그 국토에 태어날 것이라고 수기하셨다.

15. 천제석품(天帝釋品)

이에 제석천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도리천은 항상 무선신(無善神)을 두렵고 어렵게 여기고 있습니다. 도리천과 무선신이 함께 싸울 때, 그 싸움을 계속하여 원한을 품었으며 각각 성냄의 독[瞋毒]을 지녔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모든 무선신들이 이곳으로 와서 모여 모든 도솔천과 서로 화해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연거무선신과 광사초도이구금(誑詐超度離垢錦)무선신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여, 그 인자(仁慈)한 마음은 모든 부처님께서 찬탄하는 바이니, 사람이 능히 그 마음을 행한다면 현세와 다음 세상에서 이익과 이치를 구족할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그 목숨이 매우 짧아서 마땅히 다음 세상으로 나아감에 쌓았던 것도 여의어 국토와 호귀(豪貴)가 모두 덧없는 데로 돌아갈 것이니라. 그대들의 몸도 이 환란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마땅히 다음 세상을 생각하여 화목하고 마음을 합하여 성냄을 품지 말고, 죄와 복의 인연이 되는 대상을 받들어 보호할지어다.”
이에 세존께서 그들을 위해 간곡하고 자비로운 말을 설하시어 무선신과 도리천으로 하여금 서로 화해하게 하시니, 그들은 각기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마땅히 지금부터 벗이 되어 평등한 행을 따라, 각각 자비롭고 아끼는 마음을 품어 성내는 뜻을 두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그대들이여, 이것이 곧 여래께 으뜸가는 공양이니, 자심(慈心)을 행하였기 때문이니라.”
이 말씀을 하실 때 ‘복을 짓고 함께
화목하여 서로 다투지 말라’는 가르침에는 이른바 자심(慈心)삼매에 여래를 존경하는 네 가지 일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계율을 어기지 않으며, 몸과 입과 뜻이 자비로우며, 삼보를 끊지 않고 불도에 뜻을 두며, 들은 바의 법대로 다른 사람을 위하여 강설함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이며, 이것이 바로 여래를 존경하여 공양하는 것이다.
이에 모임 가운데 2만 삼천의 하늘과 무선신들이 이 말씀을 듣고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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