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인왕반야바라밀경(佛說仁王般若波羅蜜經) 하권
불설인왕반야바라밀경 하권
요진 구마라집 한역
5. 호국품(護國品)
그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지금 국토를 바르게 보호하는 법용(法用)을 설하리니, 그대들은 반야바라밀을 받아 가짐이 마땅하리라. 마땅히 국토가 어지러워지고 파괴되고 겁탈되고 불태워지며 도적이 와서 나라를 파괴하려 할 때 백의 불상과 백의 보살상과 백의 나한상을 모시고 백의 비구 대중과 4부 대중[四衆]과 일곱 대중[七衆]1)과 함께 백 명의 법사에게 반야바라밀을 강설하여 주기를 청하여 들으며, 백 사자후(師子吼)의 높은 자리 앞에서 백 개의 등(燈)을 켜고, 백 가지를 섞은 향[百和香]을 태우고, 백 가지 색의 꽃을 가지고 3보에 공양하고, 세 가지 옷[三衣]과 집물(什物)2)을 법사에게 공양하고, 소반(小飯)ㆍ중반(中飯)3)도 또한 때에 맞출 것이다.
대왕이여, 하루 두 번 이 경을 강독하라. 그대의 국토 가운데에 백 부(部)4)의 귀신이 있고, 이 하나하나의 부(部)에 다시 백 부가 있어서 즐겁게 이 경을 들으면 이 모든 귀신은 너의 국토를 보호하리라.대왕이여, 국토가 어지러울 때 먼저 귀신이 어지럽고, 귀신이 어지러운 까닭에 만민이 어지러우니, 적이 와서 나라를 겁탈하고 백성(百姓)이 죽고 상하며, 임금과 신하ㆍ태자ㆍ왕자ㆍ백관이 같이 시비(是非)를 낳으며, 천지가 괴이하여 28수(宿)의 궤도와 해와 달이 때를 잃고 법을 잃으며 적이 많이 일어나느니라.대왕이여, 만약 불의 난(難)ㆍ물의 난ㆍ바람의 난과 일체 모든 난에 또한 마땅히 이 경을 강독할 것이니, 법용(法用)은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대왕이여, 다만 나라를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또한 복도 지킬 수 있나니, 부귀와 벼슬과 7보가 뜻과 같이 되기를 구하거나 아들딸을 원하거나 지혜로운 이름이 널리 들리기를 원하거나 육욕천[六天]의 과보와 사람 가운데 9품(品)5)과(果)의 낙(樂)을 구하려면 또한 이 경을 강론하도록 하라. 법용은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대왕이여, 다만 복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또한 온갖 어려움도 보호하나니, 혹은 질병이나 고난, 큰 칼 쓰고 쇠고랑 차고 그 몸이 묶이거나 네 가지 중죄를 짓거나 5역죄[五逆]6)의 인(因)을 짓거나 8난(難)7)의 죄를 짓고 6도(道)의 일을 행하거나 일체의 한량없는 고난에도 또한 이 경을 강론하도록 하라. 법용은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대왕이여, 옛날에 한 임금이 있었는데 이름이 석제환인(釋提桓因)이었다. 정생왕(頂生王)이 하늘에 올라와서 그 나라를 멸하고자 하였다. 이때 제석천왕(帝釋天王)이 곧 7불(佛)의 법용과 같이 하여 백고좌(百高座)를 베풀고 백 법사를 청하여 반야바라밀을 강론하니, 정생왕이 곧 물러갔다. 『멸죄경(滅罪經)』 중에 설해져 있느니라.대왕이여, 옛날 천라국(天羅國) 왕에게 이름이 반족(班足)이라는 한 태자가 있어서 왕위에 오르고자 하였다. 태자가 외도 나타(羅陀)라고 하는 스승이 왕의 머리 천 개를 취하여 가신(家神)에게 제사지내면 저절로 왕위에 오른다고 하는 가르침을 받아 이미 999왕을 잡았으나 한 왕이 부족하였다. 곧 북쪽으로 만 리(里)를 가서 곧 이름이 보명왕(普明王)이라는 한 왕을 만났다. 그 보명왕이 반족에게 말하기를, ‘원컨대 들어주시옵소서. 하루만 사문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3보에 예를 드리고자 하옵니다’라고 하니, 반족이 하루를 허락했다. 이때 보명왕은 곧 과거 7불의 법에 의하여 백 법사를 청하여 백고좌를 베풀어 하루 두 번 반야바라밀 8천억 게송을 강설했는데, 마침내 그 제일 법사가 보명왕을 위하여 게송을 설하였다.
겁(劫)의 불8) 태워 끝나면
하늘과 땅 확 트이고
수미산의 큰 바다도
모두 다 재가 되리.
하늘ㆍ용 복이 다하여
그 가운데에서 죽고
2의(儀)9)도 오히려 사라지는데
나라인들 어찌 항상하리오.
생ㆍ노ㆍ병ㆍ사
돌고 돌아 끝없고
실제[事]와 이상 어긋나서
근심 걱정의 해를 입도다.
욕심 깊어 재앙 무겁고
부스럼과 혹 밖에서 생기지 않네.
삼계는 다 고통이니
나라인들 어디에 맡기겠는가.
있는 것의 근본은 자성이 없고
인연으로 모든 것 이루어졌느니,
성하면 반드시 쇠해지고
진실은 반드시 허무한 것이로다.
중생의 삶
환(幻)과 같은 것
소리와 메아리 모두 공하니,
국토 또한 그와 같도다.
식(識)과 신(神)은 형상 없고
거짓의 네 마리 뱀[蛇:四大] 타고
무명(無明)의 보배 코끼리
쾌락의 수레[樂車]로 삼네.
형상에는 항상 한 주인 없고
정신[神]에도 항상 한 집 없네.
형상과 정신도 오히려 여의는데
어찌 나라가 있으리오.
법사가 이 게송을 설하고 나니, 이때 보명왕의 권속이 법안(法眼)이 공함을 얻었고, 왕은 스스로 허공등정(虛空等定)을 증득하고 법을 듣고 깨달아서 도로 천라국(天羅國) 반족왕 처소의 대중 가운데로 와서 곧 999왕에게 말하였다.
‘명이 다할 때가 되었다. 모두 다 과거 7불의 『인왕문반야바라밀경(仁王問般若波羅蜜經)』 중의 게송을 외웁시다.’
이때 반족왕이 모든 왕에게 물었다.
‘모두 어떤 법을 외웁니까?’
이때 보명왕이 곧 위의 게송을 가지고 왕에게 대답하니, 왕이 이 법을 듣고 공삼매(空三昧)를 얻었고, 999왕도 또한 법을 듣고 나서 모두 3공문정(空門定)을 증득하였다.
이때 반족왕은 한없이 기뻐하면서 모든 왕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외도의 삿된 스승 때문에 잘못되었소. 그대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대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각각 법사를 청하여 반야바라밀의 이름 있는 구절의 뜻[名味句]을 강설하십시오.’
이때 반족왕은 나라를 동생에게 맡기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으니, 『십왕경(十王經)』 가운데서 설한 것과 같다. 또 5천의 국왕이 항상 이 경을 강설하여 현세에 과보가 생겼다.대왕이여, 열여섯의 큰 나라 왕이 나라를 지키는 법을 닦는 법은 마땅히 이와 같으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받들어 가질 것이며, 천상의 사람이나 6도의 중생이나 다 마땅히 7불의 명미구(名味句)를 받아 가질 것이요, 미래세에 한량없는 작은 나라 왕도 국토를 지키고자 하면 또한 다시 그렇게 할 것이니, 마땅히 법사를 청하여 반야바라밀을 설할 것이니라.”그때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반야바라밀을 설하실 때 대중 가운데 5백억의 사람이 초지(初地)에 들어갔고, 또 6욕의 모든 하늘의 천자(天子) 80만 명이 성공지(性空地:十解)를 얻었고, 또 열여덟 범천왕이 무생인(無生忍)과 무생법락인(無生法樂忍)10)을 얻었으며, 또 먼저 보살을 배운 이가 있어 1지(地)ㆍ2지ㆍ3지 내지 10지를 증득한 자도 있었고, 또 8부 아수륜왕(阿須輪王)이 있어서 10삼매문(三昧門:十一切)을 얻었으며, 세 가지 삼매문을 얻었고, 귀신의 몸이 바뀌어 천상의 정수(正受)를 얻었으며, 이 모임에 있는 이가 다 자성신(自性信)11) 내지 무량공신(無量空信)12)을 얻었다.
“내가 지금 간략히 하늘 등의 공덕을 설하였으나 다할 수 없느니라.”
6. 산화품(散華品)
그때 열여섯 큰 나라 왕이 10만억 게송의 반야바라밀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며 곧 백만억 꽃송이를 흩었는데, 허공 중에서 변하여 한 자리가 만들어지니, 시방(十方)의 모든 부처님께서 같이 이 자리에 앉아 반야바라밀을 설하셨고, 한량없는 대중이 같이 한 자리에 앉았으며, 금라화(金羅華)를 가지고 석가모니불의 위에 흩으니, 만 개의 수레바퀴와 같은 꽃이 이루어져서 대중의 위를 덮었다.
또 8만 4천 반야바라밀 꽃을 허공 중에 흩으니, 변하여 흰 구름의 대[白雲臺]가 이루어졌고, 그 대(臺) 가운데 광명왕불(光明王佛)께서 한량없는 대중들과 함께 반야바라밀을 설하셨고, 대(臺) 가운데의 대중들은 뇌후화(雷吼華)를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과 모든 대중들에게 흩었다.
또 묘각화(妙覺華)를 허공 중에 흩으니, 변하여 금강성(金剛城)이 만들어졌고, 성 가운데는 사자후왕(師子吼王) 부처님께서 시방(十方) 부처님과 큰 보살과 같이 제일의제(第一義諦)를 논하였다.
이때 성안의 보살이 광명화(光明華)를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 위에 흩으니, 하나의 꽃대[華臺]가 이루어졌고, 대 안의 시방 부처님과 모든 하늘이 하늘 꽃을 석가모니부처님 위에 흩으니 허공 중에서 붉은 구름 일산[紫雲蓋]이 이루어져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덮었고, 일산 속의 하늘 사람이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꽃을 흩으니 구름같이 내렸다.
이때 모든 나라 왕이 꽃을 흩어 공양하고 나서 과거 부처님과 현재 부처님과 미래부처님께서 항상 반야바라밀을 설하시기를 서원하였고, 일체 받아가지는 자인 비구ㆍ비구니ㆍ청신남[信男]ㆍ청신녀[信女] 들은 구하는 바가 뜻과 같이 항상 반야바라밀 행하기를 서원하였다.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다, 이와 같다. 왕이 설함과 같이 반야바라밀을 마땅히 설하고 받아 지닐 것이니라. 이는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요 모든 보살의 어머니요 신통이 생기는 곳이니라.”이때 부처님께서 왕을 위하여 다섯 가지 불가사의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시니, 한 꽃에 한량없는 꽃이 들어가고 한량없는 꽃에 한 꽃이 들어가며, 한 부처님 국토가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가 한 부처님 국토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가 한 개의 털구멍의 국토에 들어가고, 한 개의 털구멍의 국토가 한량없는 털구멍의 국토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수미산과 한량없는 큰 바다가 겨자씨 가운데 들어가고, 한 부처님의 몸이 한량없는 중생의 몸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중생의 몸이 한 부처님 몸에 들어가며, 6도(道)의 몸에 들어가며, 지ㆍ수ㆍ화ㆍ풍의 몸에 들어가니, 부처님의 몸은 불가사의하고, 중생의 몸도 불가사의하며, 세계도 불가사의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신족통[神足]을 나타내실 때 시방의 모든 하늘 사람이 불화삼매(佛華三昧)를 얻고었, 10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이 현재의 몸으로 성불하였고, 3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8부(王)의 왕이 보살도를 이루었으며, 10천(千)의 여인이 현재의 몸으로 신통삼매를 얻었느니라.선남자여, 이 반야바라밀은 3세에 이익이 있나니, 과거에도 이미 설하였고, 현재 지금도 설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마땅히 설하리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여 설한 것과 같이 수행할 것이니라.”
7. 수지품(受持品)
그때 월광보살이 마음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석가모니부처님을 뵈면 한량없는 신통력을 나타내시고, 또 천 개의 꽃 대(臺) 위의 보만불(寶滿佛)을 뵈면 이 일체 부처님의 화신(化身)의 주인[主]이로다.”
그리고 다시 천 개의 꽃잎 세계 위에 부처님께서 계시고, 그 가운데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반야바라밀을 설하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반야바라밀은 말로 다할 수 없고 알 수도 없으며 식(識)으로 알 수도 없는데, 어떻게 모든 선남자가 이 경 가운데서 명료하게 깨달아 알아서 법답게 일체 중생을 위하여 공법의 도[空法道]13)를 엽니까?”대성자께서 말씀하셨다.
“13관문(觀門)14)을 수행하는 선남자가 있으면 대법왕이 될 것이니, 습인(習忍)에서 금강정(金剛頂)에 이르기까지 다 법사에 의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너희들 대중은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과 같이 공양하고 마땅히 백만억의 하늘 꽃과 하늘 향을 가지고 받들 것이니라.선남자야, 그 법사란 이 습종성(習種性) 보살이니, 만약 재가(在家)의 우바새ㆍ우바이 혹은 출가한 비구ㆍ비구니가 10선(善)을 수행하여 스스로 자기 몸의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ㆍ공(空)ㆍ식(識)의 부분 부분이 부정함을 관하고 다시 14근(根)을 관할 것이니, 이른바 5정(情)ㆍ5수(受)ㆍ남ㆍ여ㆍ뜻[意]ㆍ생명[命] 등은 한량없는 죄가 있는 까닭에 곧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여 항상 삼계 일체는 생각 생각이 다 부정하다고 닦아야 한다. 그래서 부정인(不淨忍)15)의 관문(觀門)을 얻어 불가(佛家)에 머물러 있으면서 6화경(和敬)16)을 닦나니, 이른바 3업(業)과 동계(同戒)와 동견(同見)ㆍ동학(同學)으로 8만 4천 바라밀도를 행하느니라.선남자여, 습인(習忍) 이전에 10선을 행하는 보살은 물러갈 때도 있고 나아갈 때도 있나니, 비유하면 가벼운 털이 바람 따라 동서로 날아다니듯이 모든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 비록 10천 겁(劫)으로 10정도(正道:十善)를 행하여 3보리심을 발하면 이에 마땅히 습인위(習忍位)에 들어가고, 또한 항상 3복인법(伏忍法)을 배우나 명자(名字)를 붙일 수 없으니, 이는 결정된 사람이 아니니라. 이 결정된 사람이라면 생공(生空)17)의 자리에 들어가나니, 성인의 성품인 까닭이며, 반드시 오역죄[五逆]ㆍ여섯 가지 중죄[六重]18)ㆍ스물여덟 가지 가벼운 죄[二十八輕]19)를 일으키지 않느니라.
불법의 경서(經書)에 반역죄를 짓거나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이런 이치는 없나니, 능히 1아승기겁으로 복도(伏道)의 인행(忍行)을 닦아야 비로소 승가타(僧伽陀:習種性)의 위치에 들어가느니라.또 성종성(性種性)은 열 가지 혜[十慧]를 관(觀)하여 열 가지 전도된 것[十顚倒]20)을 멸하고 나와 남, 지견(知見)은 모두 다 거짓이요 다만 이름만 있고 다만 받아들임[受]만 있고 다만 법만 있을 뿐 얻지는 못하며, 정한 모양[定相]이 없고 나와 남의 모양[自他相]도 없는 까닭에 공관(空觀)을 닦아 보호하고 또한 관(觀)하고 또한 백만 바라밀을 관(觀)하여 생각 생각마다 마음에서 버리지 아니하고, 2아승기겁으로 10정도법(正道法:十善)을 행하면 바라타위(波羅陀位)에 머무르느니라.또 도종성(道種性)은 견인(堅忍:十廻向) 가운데 머물러 일체법이 생김도 없고 머묾도 없고 멸함도 없음을 관(觀)하는 것이니, 이른바 5수(受)ㆍ삼계(三界)ㆍ2제(諦)는 나와 남의 모양이 없으며, 진실과 같은 성품[如實性]을 얻을 수 없는 까닭에 항상 제일의제(第一義諦)에 들어가서 마음과 마음이 적멸하다. 그러나 삼계에 태어나나니, 무슨 까닭인가? 업습(業習)의 과보가 아직 허물어져 없어지지 아니한 까닭으로 도(道)에 순종하여 태어나며 다시 3아승기겁에 8만억 바라밀을 닦아 마땅히 평등한 성인의 경지를 얻기에 아비발치(阿毘跋致)21)의 정위(正位)에 머무르느니라.또 선각(善覺)의 마하살(摩訶薩)은 평등인(平等忍)에 머물러 4섭법[四攝]을 수행하여 생각 생각을 버리지 아니하고 마음이 모양 없는 버림[無相捨]에 들어가서 삼계(三界)의 탐번뇌(貪煩惱)를 멸한다. 제일의제(第一義諦)는 둘이 아니요, 법성은 무위(無爲)이나 이치를 인연하여 일체의 모양을 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를 인연하여 멸하니, 모양이 없어 무위가 되느니라. 초인(初忍)에 머물 때 미래에 한량없는 생사가 지혜를 반연하지 아니하고 멸하는 까닭에 지혜를 인연하지 아니하고 멸한다고 하며, 모양도 없고 모양 없는 것도 없는 까닭에 무량의 방편이 다 앞에 나타나느니라.
실상(實相)의 방편이란 제일의제에 잠기지도 아니하고 벗어나지도 아니하며 옮기지도 아니하고 뒤집히지도 않으니, 방편을 두루 배우는 것은 증득함도 아니요 증득하지 아니함도 아니다. 그러나 일체를 배우느니라.
방편에 회향한다는 것은 과(果)에 머물지 아니하고 과에 머물지 아니함도 아니다. 그러나 살바야를 향하느니라. 마(魔)의 자재 방편이라는 것은 도가 아니면서 불도를 행하여 4마(魔)22)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요, 1승(乘)23) 방편이란 둘이 아닌 모습에서 중생의 일체행을 통달하는 것이다. 변화 방편이란 원력으로 자재로이 모든 청정한 부처님 국토에 태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이것은 처음 깨달은 지혜[初覺智]로서 있다 없다는 모습에 대해 둘이 아니며, 이것은 진실한 지혜로써 공용(功用)을 비추려 증득하지도 아니하고 잠기지도 아니하고 벗어나지도 아니하고 전도되지도 아니하니, 이것이 방편관(方便觀)이니라. 비유하면 물과 파도는 한 가지가 아니요 다르지도 않으며, 나아가 일체행의 바라밀ㆍ선정(禪定)ㆍ다라니(陀羅尼)에 이르기까지도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기 때문이며, 하나하나 4아승기겁의 행으로써 행하는 까닭에 이 공덕장문(功德藏門)에 들어가서 삼계의 업습(業習)이 생길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옛것이 다하고 새로운 것을 짓지 아니하며, 원력의 까닭으로 변화하여 일체 정토에 태어나서 항상 버리는 관[捨觀]을 닦아 구마라가위(鳩摩羅伽位)24)에 올라 사대보장(四大寶藏:四攝法)을 가지고 항상 사람들에게 주느니라.또 덕혜(德慧:離丘地) 보살은 4무량심(無量心)으로 3유(有)의 성냄 등의 번뇌를 멸하고 중인(中忍) 가운데 머물러서 일체 공덕을 행하는 까닭에 5아승기겁에 대자관(大慈觀)을 행하여 마음과 마음이 항상 현재 앞에서 무상사타바라(無相闍陀波羅:無畏地)에 들어가 일체 중생을 교화하느니라.또 명혜(明慧:發光地) 도인은 항상 무상인(無相忍) 가운데서 3명관(明觀)25)을 행하여 3세(世)의 법은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머무를 곳도 없음을 알고, 마음과 마음이 적멸하여 삼계의 어리석음의 번뇌를 다하여 3명(明)의 일체 공덕관을 얻는 까닭에 항상 6아승기겁에 한량없는 명(明)바라밀을 모아 가라타위(伽羅陀位)26)에 들어가서 상이 없는 행[無相行]으로 일체법을 받아 가지느니라.또 이염성각달(爾焰聖覺達:焰慧地) 보살은 순법인(順法忍)27)을 수행하여 5견(見)28)의 흐름을 거슬러 무량공덕을 모아 수다원위(須陀洹位)에 머물러 항상 천안(天眼)ㆍ천이(天耳)ㆍ숙명(宿明)ㆍ타심(他心)ㆍ신족[身通]을 통달하여 생각 생각이 삼계의 일체 견(見)을 멸하고, 또한 7아승기겁에 5신통을 행하여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바라밀에 항상 마음을 여의지 아니하느니라.또 승달(勝達:難勝地) 보살은 순도인(順道忍)29)에서 4무외(無畏)로써 나유타(那由他) 제(諦)와 내도론(內道論)30)ㆍ외도론(外道論)31)ㆍ약방(藥方:의학의 방문)ㆍ공교(工巧)ㆍ주술(呪術)을 관하는 까닭에 나는 곧 일체지인(一切智人)이다. 삼계의 의심 등의 번뇌를 멸한 까닭에 아상(我相)이 이미 다하고, 지지(地地)마다 벗어나는 것이 있음을 아는 까닭에 출도(出道)라고 이름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있는 까닭에 장도(障道)라고 하느니라. 삼계의 의혹을 거슬러 무량공덕을 닦고 익히는 까닭에 곧 사다함위(斯陀含位)에 들어가고, 다시 행을 모아서 8아승기겁 중에 모든 다라니문을 행하는 까닭에 항상 무외관(無畏觀)을 행하여 마음에서 버리지 않느니라.또 상현진실(常現眞實:現前地) 보살은 순인(順忍) 가운데 머물러서 중도관(中道觀)을 지어서 삼계의 모인 인[集因]과 모인 업[集業]의 일체 번뇌를 다하는 까닭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같은 모양[一相]과 모양이 없음[無相]을 관하여 둘이 아니기 때문에 아나함위(阿那含位)를 증득하고, 다시 9아승기겁을 지어서 중도(中道)를 밝게 비추어 모은 까닭에 낙력(樂力)으로 일체 부처님 국토에 태어나느니라.또 현달(玄達) 보살은 10아승기겁 중에 무생인(無生忍)과 법락인(法樂忍)을 닦는 것을 박인(縛忍)이라 하며, 일체도에 순응하여 태어나고 일심인(一心忍) 가운데 삼계의 습인(習因)과 업과(業果)를 멸하고 후신(後身) 가운데 머물러 한량없는 공덕을 다 성취하고 무생지(無生智)32)와 진지(盡智)를 다하고 오분법신(五分法身)을 다 만족하며 제10지(地) 아라한(阿羅漢)ㆍ범천(梵天)의 지위에 머물러서 항상 3공문관(空門觀)을 행하여 백천만 삼매를 구족하고 법장(法藏)을 널리 펴느니라.또 등각(等覺)33) 보살이란 무생인 가운데 머물러서 마음과 마음이 적멸함을 관하여 상 없는 상[無相相]34)ㆍ몸 없는 몸[無身身]35)ㆍ앎이 없는 앎[無知知]36)으로 마음을 써서 온갖 방편의 방편[群方之方]37)을 타고[乘] 담박(憺怕)하게 머묾이 없는 머묾[無住之住]38)에 머물러서 유(有)에 있되, 항상 공을 닦고 공에 처하여 항상 만 가지로 교화하여 한꺼번에 일체법을 비추는 까닭에 시처비시처(是處非是處) 내지 일체지의 10력관(力觀)을 안다. 그러므로 마하라가(摩訶羅伽:大臣)의 위치에 올라 모든 국토의 중생을 교화하며 천(千) 아승기겁에 10력법(力法)을 행하며, 마음과 마음이 상응하여 항상 견불삼매(見佛三昧)에 들어가느니라.또 혜광(慧光)의 신변(神變)이란 최상[上上]의 무생인에 머물러서 마음과 마음의 모양[心心相]을 멸하고, 법안(法眼)은 일체법을 보고, 청정한 삼안(三眼)은 색(色)과 공(空)을 보며, 큰 원력으로 항상 모든 정토에 태어나며, 1만 아승기겁에 한량없는 불광(佛光)삼매를 모아서 능히 백만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나타내어 바가범(婆伽梵)의 위치에 머물며, 또한 항상 불화(佛華)삼매39)에 들어가느니라.또 관불(觀佛) 보살은 적멸인(寂滅忍)에 머물며, 처음 발심하면서부터 지금 백만 아승기겁을 지나 백만 아승기겁의 공덕을 닦아 일체법을 해탈하는 지위에 올라 금강대(金剛臺)에 머무느니라.선남자여, 습인(習忍)에서 정삼매(頂三昧)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체 번뇌를 조복한다고 이름하여 무상신(無相信)으로 일체 번뇌를 멸하고 해탈지(解脫智)가 생겨서 제일의제를 비추어도 견(見)이라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견(見)이란 곧 살바야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예로부터 항상 오직 부처님만이 보고 깨닫는다고 설하여 정삼매(頂三昧) 이하 습인(習忍)에 이르기까지는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며, 바로 오직 부처님만이 단번에 아시기에 신(信)이라고 이름하지 않는다. 점점 조복한다는 것은 지혜는 일어나고 멸한다 할지라도 능히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으므로 이 마음이 만약 멸하면 곧 쌓인 것도 멸하지 아니함이 없느니라.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고 이진금강삼매(理盡金剛三昧)에 들어가서 진제(眞際)와 같고 법성과 같으나 아직 무등등(無等等)과 같지 못하니, 비유하면 어떤 이가 크고 높은 대에 올라 아래로 일체를 보매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과 같이 이진삼매에 머무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 항상 일체행을 닦아 공덕장(功德藏)이 가득 차면 바가도(婆伽度)40)의 위치에 들어가며, 또한 다시 항상 불혜(佛慧)삼매에 머무른다.선남자여, 이와 같이 모든 보살은 다 능히 시방의 모든 여래의 국토 가운데 중생을 교화하여 바로 정의(正義)를 설하며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실상을 통달하여 알면 내가 금일과 같이 다름이 없느니라.”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후 법이 멸하려 할 때 이 반야바라밀을 받아 가지고 크게 불사를 일으키라. 일체 국토를 편안하게 하고 만백성을 쾌락하게 하는 것은 다 이 반야바라밀 때문이니, 이런 까닭에 모든 국왕에게 부촉하고, 비구ㆍ비구니ㆍ청신남ㆍ청신녀에게는 부촉하지 아니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왕의 힘이 없는 까닭에 부촉하지 아니하나니, 너희들은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그 뜻과 이치를 알아야 함이 마땅하리라.대왕이여, 내가 지금 교화하는 것은 백억 수미산과 백억의 해와 달이니, 하나하나의 수미산에 4천하가 있고, 그 남쪽 염부제(閻浮提)에 열여섯의 큰 나라가 있고, 5백의 중간 나라가 있고, 10천(千)의 작은 나라가 있느니라. 그 국토 안에 7재난(災難)이 있어 일체 국왕이 이 재난 때문에 반야바라밀을 강독(講讀)하니, 7난이 곧 없어지고 7복(福)이 곧 생겨서 만백성이 안락하여 제왕이 기뻐하였느니라.무엇을 난(難)이라 하는가?
해와 달이 법도를 잃으니, 이것은 시절[節]의 반역이라 혹은 붉은 해가 뜨고 혹은 검은 해가 뜨며, 둘ㆍ셋ㆍ넷ㆍ다섯 개의 해가 뜨고, 혹은 일식(日蝕)으로 빛이 없어지며, 혹은 해 무리[日輪]가 한 겹, 두 겹ㆍ세 겹ㆍ네 겹ㆍ다섯 겹으로 나타나는 변괴의 때를 당하면 이 경을 읽고 설할 것이니, 이것이 첫 번째의 난(難)이니라.
28수(宿)가 궤도를 잃나니, 금성(金星)ㆍ혜성(彗星)ㆍ윤성(輪星)ㆍ귀성(鬼星)ㆍ화성(火星)ㆍ수성(水星)ㆍ풍성(風星)ㆍ도성(刀星)ㆍ남두(南斗)ㆍ북두(北斗)ㆍ오진(五鎭)의 큰 별과 일체 나라의 주성(主星)ㆍ삼공성(三公星)ㆍ백관성(百官星) 등이다. 이와 같은 모든 별이 각각 변하여 나타나면 또 이 경을 읽고 설할 것이니, 이것이 두 번째의 난이다.
큰 불이 나라를 태우고 만백성을 다 태우며, 혹은 귀신의 불[鬼火]ㆍ용의 불[龍火]ㆍ하늘의 불[天火]ㆍ산신의 불[山神火]ㆍ사람의 불[人火]ㆍ나무의 불[樹木火]ㆍ도적의 불[賊火] 등 이와 같은 변괴에도 또한 이 경을 읽고 설할 것이니, 이것이 세 번째의 난이다.
큰물에 백성이 빠져 떠내려가면 이것은 시절의 반역이요, 겨울 비ㆍ여름 눈과 겨울의 우레와 번개ㆍ안개ㆍ벼락, 유월에 얼고, 서리와 우박이 내리고, 적수(赤水)ㆍ흑수(黑水)ㆍ청수(靑水)가 내리고, 흙산[土山]ㆍ돌산[石山]이 내리고, 모래자갈이 내리고 강물이 역류하며 산이 뜨고 돌이 흘러내려가는 이와 같은 변괴 시에도 또한 이 경을 읽고 설할 것이니, 이것이 네 번째의 난이다.
큰 바람이 불어 만백성을 죽이고, 국토의 산과 물, 나무가 일시에 죽어 없어지며, 때 아닌 큰 바람ㆍ검은 바람ㆍ붉은 바람ㆍ푸른 바람ㆍ하늘 바람ㆍ땅의 바람ㆍ불의 바람 등 이와 같은 변괴 시에도 또한 이 경을 읽을 것이니, 이것이 다섯 번째의 난이다.
하늘ㆍ땅ㆍ국토가 지극히 이글거리는 불로 온갖 풀을 다 태우고, 극심한 가뭄으로 오곡이 익지 못하고, 토지가 타는 것 같고 만백성이 다 없어지면, 이와 같은 변괴 시에 또한 이 경을 읽을 것이니, 이것이 여섯 번째의 난이다.
사방에 적이 와서 나라에 침입하여 안과 밖의 적이 일어나니, 불의 도적ㆍ물의 도적ㆍ바람의 도적ㆍ귀신의 도적으로 백성이 황란(荒亂)하고 도병겁(刀兵劫)41)이 일어나면, 이와 같은 변괴 시에도 또한 이 경을 읽을 것이니, 이것이 일곱 번째의 난이다.대왕이여, 이 반야바라밀은 이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일체 중생의 마음과 식(識)의 신본(神本)이며, 일체 국왕의 부모이니, 또한 신부(神符)라 이름하고, 또한 귀신을 물리치는 구슬[僻鬼珠]라 이름하며, 또한 여의주라 이름하며, 또한 나라를 보호하는 구슬[護國珠]라 이름하며, 또한 천지의 거울[天地鏡]이라 이름하며, 또한 용보신왕(龍寶神王)이라 이름하느니라.”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아홉 색깔의 번기[幡]를 길이가 아홉 길[丈]이 되게 하고, 아홉 색깔의 꽃의 높이가 두 길, 천 개의 가지에 매단 등의 높이가 다섯 길이 되게 하되, 아홉 가지 옥으로 만든 상자와 아홉 가지 옥으로 만든 건(巾)을 만들 것이며, 또한 7보의 책상을 만들어서 경(經)을 그 위에 두라.
만약 왕이 행차할 때 항상 넉넉히 1백 보 앞에 있으면 이 경이 항상 천 개의 광명을 놓아 천 리(里) 안에는 7난이 일어나지 아니하고 죄가 생기지 아니하리라.
만약 왕이 머무를 때에는 7보의 장막을 만들어 그 가운데 7보의 높은 자리 위에 경을 놓고 나날이 공양하며, 꽃을 흩고 향을 태우며 부모같이 섬기고, 제석(帝釋)같이 받들 것이다.대왕이여, 내가 지금 5안(眼)으로 밝게 3세(世)를 보니, 일체 국왕은 다 과거에 5백 부처님을 모심으로 말미암아 제왕(帝王)의 주인이 되었나니, 이런 까닭에 일체 성인 나한은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나 큰 이익을 지으리라. 만약 왕이 복이 다할 때 일체 성인이 다 버리고 가리라. 만약 일체 성인이 떠날 때는 7난이 반드시 일어나리라.대왕이여, 만약 미래세에 모든 국왕이 있어서 3보(寶)를 보호하여 지키는 자가 있다면 내가 다섯의 대력(大力) 보살을 시켜서 그 나라를 보호하리니, 첫째는 금강후(金剛吼)보살로서 손에 천 개의 보상륜(寶相輪)을 가지고 그 나라에 가서 보호할 것이요, 둘째는 용왕후(龍王吼)보살로서 손에 금강등(金剛燈)을 가지고 그 나라에 가서 보호할 것이요, 셋째는 무외십구후(無畏十九吼)보살로서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며, 넷째는 뇌전후(雷電吼)보살로서 손에 천보라망(千寶羅網)을 가지고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며, 다섯째는 무량력후(無量力吼)보살로서 손에 오천검륜(五千劍輪)을 가지고 그 나라에 가서 보호하리라.
5대사(大士)42)는 5천 대신(大神)의 왕으로서 그대 나라에서 큰 이익을 지으리니, 마땅히 형상을 세워서 공양할지어다.대왕이여, 내가 지금 3보를 그대들 일체 모든 왕들에게 부촉하노니, 교살라국(憍薩羅國)ㆍ사위국(舍衛國)ㆍ마갈제국(摩竭提國)ㆍ바라내국(波羅㮏國)ㆍ가이라위국(迦夷羅衛國)ㆍ구시나국(鳩尸那國)ㆍ구섬미국(鳩睒彌國)ㆍ구류국(鳩留國)ㆍ계빈국(罽賓國)ㆍ미제국(彌提國)ㆍ가라건국(伽羅乾國)ㆍ건타위국(乾陁衛國)ㆍ사타국(沙陁國)ㆍ승가타국(僧伽陁國)ㆍ건나굴사국(健挐掘闍國)ㆍ바제국(波提國) 등 이와 같은 모든 국왕들이 다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받아 가질 것이니라.”이때 모든 대중들과 아수륜(阿須輪) 왕이 부처님께서 미래세 일곱 가지 두려움을 설하심을 듣고 몸의 털이 곤두서서 소리쳐 크게 부르짖으며 말하였다.
“그 나라에 태어나지 않기를 원하옵니다.”
그때 열여섯의 큰 나라 왕이 곧 나라 일을 아우에게 맡기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 4대(大) 4색(色)의 빼어난 모양[勝出相],43) 4대 4색의 불용식공입행상(不用識空入行相)44)ㆍ30인(忍)ㆍ초지상(初地相)ㆍ제일의제(第一義諦)ㆍ구지상(九地相)을 관하였느니라.
이런 까닭에 대왕은 범부의 몸을 버리고 6주신(住身)에 들어가고, 7보신(報身)을 버리고 8법신(法身)에 들어가서 일체의 행반야바라밀을 증득하였으며, 열여덟 범천과 아수륜 왕은 3승(乘)의 관(觀)을 얻어 무생의 경계[無生境]45)와 같았으며, 다시 공화(空華)ㆍ법성화(法性華)ㆍ성인화(聖人華)ㆍ순화(順華)ㆍ무생화(無生華)ㆍ법락화(法樂華)ㆍ금강화(金剛華)ㆍ연관중도화(緣觀中道華)ㆍ삼십칠품화(三十七品華)의 꽃을 공양하여 부처님 위와 9백억 대보살 대중에게 흩으니, 그 나머지 일체 대중은 도적의 과[道迹果]46)를 깨달았고, 심공화(心空華)ㆍ심수화(心樹華)ㆍ육바라밀화ㆍ묘각화(妙覺華)를 부처님과 일체 대중에게 흩으니, 10천(千) 보살은 오는 세상 중생을 생각하여 곧 묘각삼매(妙覺三昧:理盡三昧)ㆍ원명(圓明)삼매ㆍ금강(金剛)삼매ㆍ세제(世諦)삼매ㆍ진제(眞諦)삼매ㆍ제일의제(第一義諦)삼매를 증득하였으며, 삼제(三諦)삼매는 이 일체 삼매의 왕(王)삼매가 되었다.
또한 무량삼매를 얻었으니, 7재(財)삼매47)ㆍ25유(有)삼매48)ㆍ일체행(一切行)삼매다. 다시 10억 보살이 금강정(金剛頂)49)에 올라 현생의 몸으로 정각을 이루었다.
8. 촉루품(囑累品)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에게 경계하여 타이르노니, 내가 멸도한 후에 80년, 8백 년, 8천 년 중에 부처님도 없고 법도 없고 승려도 없고 믿는 남자[信男]도 없고 믿는 여자[信女]도 없을 때가 있으리라. 이 경과 3보(寶)를 모든 국왕과 4부(部) 제자에게 부촉하노니,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뜻을 해설하여 삼계의 중생을 위하여 공혜의 도[空慧道]50)를 열어 7현행(賢行)ㆍ10선행(善行)을 닦고 일체 중생을 교화하라. 뒤의 오탁악세[五濁世]에 비구ㆍ비구니ㆍ4부 제자와 천룡팔부(天龍八部)와 일체 신왕(神王)ㆍ국왕(國王)ㆍ대신(大臣)ㆍ태자(太子)ㆍ왕자(王子)는 스스로 고귀함을 믿고 나의 법을 깨뜨려 멸하고 밝게 금하는 법을 만들어 나의 제자 비구와 비구니를 제지하며 출가의 도를 행함을 듣지 아니하고, 또한 다시 부처님의 형상과 부처님 탑의 형상을 만드는 것을 들어주지 아니하고, 통제하는 관리를 세워 대중을 제지하고 명부를 두어[安籍] 승려를 기록하며, 비구는 땅에 서 있게 하고, 속인은 높은 자리에 세우며, 비구를 병사와 노예로 만들고, 악한 비구는 별청의 법[別請法]51)을 받으며, 아는 비구는 함께 한마음이 되어서 친한 비구끼리 재회(齋會)52)를 열어 복을 구함이 외도의 법과 같으면 모두 나의 법이 아니니, 마땅히 알라. 그 때에 정법(正法)이 장차 멸함이 오래지 않느니라.대왕이여, 나의 도를 괴란(壞亂)함을 그대들이 할 것이니라. 스스로 위신의 힘을 믿고 나의 4부 제자를 제지하면 백성들이 병이 들며 고난이 없지 아니할 것이니, 이것은 나라를 파멸하는 인연이라, 오탁죄를 설하는 것은 겁이 다하여도 끝낼 수 없느니라.대왕이여, 법이 말세가 될 때는 모든 비구나 4부 제자에게 국왕과 대신이 잘못된 법을 많이 만들어 행하고, 마음대로 불법과 중승(衆僧)에게 아주 그릇된 법을 만들어 모든 죄를 만들고, 잘못된 법과 잘못된 율(律)로 비구를 얽어매어 죄수의 법과 같이 하면 그것은 법이 멸할 때가 오래지 않은 것이니라.대왕이여, 내가 멸도한 후에 미래 세상에 4부 제자와 모든 작은 나라 국왕과 태자와 왕자가 이에 머물러[住持] 있으면서 3보를 보호하는 자가 점점 다시 3보를 파멸할 것이니, 마치 사자의 몸속의 벌레가 스스로 사자를 잡아먹는 것과 같으리라. 외도가 파멸하는 것이 아니니라. 나의 불법(佛法)을 많이 허물면 큰 죄를 얻으리라. 바른 가르침이 쇠약하여 백성이 바른 행이 없고 점점 악해지며 그 수명이 날로 감소하여 백 세가 되면 사람이 불교를 허물며, 효자가 없고 육친이 불화하며, 천신(天神)이 돕지 아니하며 질병과 악귀가 나날이 침해하고, 괴이한 재앙이 꼬리를 물고 재앙이 여기저기서 이어지느니라. 죽어서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들어가며, 만약 어쩌다 사람이 되더라도 병사와 노예[兵奴]가 되리니, 과보가 소리를 따르는 메아리 같으며, 사람이 밤에 글을 쓰는데 불이 꺼져도 글자는 남아 있는 것과 같으니라. 삼계의 과보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대왕이여, 미래세에는 일체 국왕과 태자와 왕자와 4부 제자가 마음대로 부처님 제자에게 제지하는 계[制戒]를 문서로 만들어서[書記] 속인의 법과 같이 하며 병사와 노예의 법과 같이 하리니, 만약 나의 제자와 비구ㆍ비구니를 호적을 만들어서 관리가 부리게 하면 모두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이 병노법(兵奴法)으로 통제하는 관리를 세워서 승려의 법을 통섭[攝]하고, 승적(僧籍)을 주장하며, 크고 작은 승통(僧統)을 같이 서로 끼고 얽어매어 옥의 죄수의 법과 병로(病老)의 법과 같이할 것이니, 이 때를 당하면 불법이 오래지 않으리라.대왕이여, 미래세에 모든 작은 나라 왕과 4부 제자가 스스로 이 죄를 지으면 나라를 파멸하는 인연이라 몸이 스스로 그것을 받을 것이니, 불ㆍ법ㆍ승이 아니니라.
대왕이여, 미래세 중에 이 경을 유통하고 7불의 법 그릇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도를 행하실 것이나, 모든 악한 비구가 명리(名利)를 많이 구하여 국왕ㆍ태자ㆍ왕자 앞에서 스스로 불법을 깨뜨릴 인연과 나라를 깨뜨릴 인연을 말하면 그 왕은 구별하지 아니하고 이 말을 듣고 믿어서 마음대로 제지하는 법을 만든다. 부처님의 계(戒)에 의지하지 아니하면 이것이 부처님을 파괴하고 나라를 파멸하는 인연이 되니, 마땅히 그 때가 되면 정법이 오래지 아니하리라.”그때 열여섯의 큰 나라 왕이 부처님의 일곱 가지 경계로써 미래의 세상 일을 말씀하심을 듣고 눈물 흘리며 슬피 우니 소리가 삼천세계를 진동하였고, 해와 달, 5성(星)53)과 28수(宿)가 빛을 잃고 나타나지 못하였다.
그때 모든 왕 등은 각각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말씀을 받아 가지고 4부 제자가 출가하여 도를 행함을 제지하지 않고, 마치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하였다.그때 대중 가운데의 열여덟 범천왕과 6욕의 모든 천자(天子)들이 탄식하여 말하였다.
“그 때를 당하면 세간은 공허하니, 이는 부처님이 없는 세상이리라.”
그때 한량없는 대중 가운데 백억 보살과 미륵(彌勒)ㆍ사자월(師子月) 등과 백억 사리불(舍利弗)ㆍ수보리(須菩提) 등과 5백억의 열여덟 범왕(梵王)과 6욕의 모든 하늘과 삼계 6도(道)와 아수륜(阿須輪) 왕 등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불과(佛果)를 보호하는 인연과 국토를 보호하는 인연을 듣고 한없이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반야바라밀을 받아 지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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