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구현녀경(佛說無垢賢女經)
불설무구현녀경(佛說無垢賢女經)
서진(西晉) 월지(月氏) 축법호(竺法護)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羅閱祇)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여러 보살들과 큰 제자들과 남녀 학인들과 함께 계셨는데, 여러 하늘과 인민들과 아수륜(阿須倫:아수라)과 귀신과 용 등 한량없는 수가 함께 모였을 때, 경을 설하셨다.
그때 모임에는 수단(須檀)이라는 장자 범지(梵志)가 있었으며, 비루연(捭樓延)이란 부인도 975억 부인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법을 들었는데, 이때에 비루연은 아기를 배고 있었다. 이 여자아기는 어머니의 태(胎) 속에서 형체를 다 갖추고 있었으며, 또한 태 속에서 손을 맞잡고 경을 들었다.
현자(賢者) 아나율(阿那律)은 스스로의 공덕으로 얻은, 뚫어 보는 힘으로 이 여자가 태중에서 손을 맞잡고 경을 듣고 있음을 보고 곧 생각하였다.
‘모인 이들의 보는 눈 가운데, 형상 없는 것을 찾아 살피기에는 아직 나만한 이가 없구나.’
그리고는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겨 얼굴빛이 유쾌하고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것을 보았기에 마음이 그렇게도 즐거우냐?”
아나율은 대답하였다.
“저는 뚫어 보는 눈으로서 태중에 있는 여자가 손을 맞잡고 경을 듣고 있는 것을 보았으므로 기뻐서 혼자 즐거워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비유하건대 햇빛이나 달빛을 뭇 별에 견주면 같겠느냐? 너는 성문(聲聞) 중에서 보는 데 제일이어서 너에게 따를 이가 없지만, 여래가 보는 것은 시방세계이다.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과 땅속의 벌레들이 모두 새끼를 배었는데, 새끼는 태중에서 또한 한결같이 경을 듣고 있구나.”
이때 아나율과 모인 이들이 모두 의심을 가졌다. 부처님께서는 광명을 놓아 한없이 비추시니 팔방과 상하에 걸림이 없었으며, 한량없는 세계의 사람과 물건들이 마치 거울을 비치듯 안팎이 서로 보였다.
아나율 등이 허공을 우러러보니 나는 새의 무리는 날개를 멈춘 채 배회하면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고, 태중에 알은 나오지도 깨지도 않은 채 새의 태중에서 또한 깃과 날개를 펴고 경을 듣고 있었으며, 다리를 구부려 달리는 짐승을 보니 네 발 무리들은 풀 뜯기를 멈추고 물마시기를 중지한 채 얌전히 서서 경을 듣고 있었고, 태중의 새끼는 또한 태중에서 두 다리를 굽힌 채 한 마음으로 경을 듣고 있었으며, 벌레나 뱀이나 지렁이 등 땅에 사는 무리들은 몸을 고요하게 하여 흔들리지 않은 채 깨끗한 마음으로 경을 듣고 있었고, 그 가운데 아직 나오지 않은 새끼는 또한 태중에서 머리를 들고 몸을 서린 채 한 마음으로 경을 듣고 있었다.
그때 아나율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고서 여덟 가지 소리로서 태중의 여자와 새의 알과 벌레와 짐승들의 태중의 새끼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손을 맞잡고 날개를 펴고 다리를 굽히고 몸을 서리고 하여 한 마음으로 경을 듣느냐?”
그때 여자 등 모든 태중에 있는 이들이 아나율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온갖 살아있는 무리들이 5처(處)에 미혹되어 바른 길을 알지 못하기에 경을 들었습니다.”
“모두가 많이 음탕하고 성내고 어리석고 나고 죽음이 끊어지지 않으므로 법을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하지 않으므로 법을 들었습니다.”
이때 아나율은 말하는 것을 듣고 길게 꿇어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의 공덕과 위신(威神)의 밝으심이 이와 같은 줄을 깊이 알았습니다.
저는 차라리 몸이 지옥에 빠져 온갖 괴로움을 여러 겁 동안 수없이 받을지언정 아라한은 취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태중에서 아직 몸을 나투지 않은 자도 오히려 큰 뜻을 내어 일체를 구원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저는 이제 몸을 갖고도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상(想)과 식(識)의 묶인 바가 되었으니, 비유컨대 죽은 이가 산 사람에게 아무 이익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여자가 오른쪽 옆구리에서 나오니, 3천 국토는 크게 진동하였고, 수없는 하늘들은 허공에 머물면서 하늘 꽃을 뿌리고 음악을 울렸다. 저절로 핀 천 잎의 연꽃이 있었으니, 크기는 수레만 하고 줄기는 유리(琉璃)와 같았는데, 여자가 그 위에 앉아 있었다.
그때 모든 하늘과 사람과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과 벌레와 뱀과 지렁이 등 모든 새끼 밴 것들은 또한 모두 출생하여 마치 임금이 행차할 때 크고 작은 많은 관리들이 모두 따르는 것과 같았다.
이때 제석천왕은 곧 하늘 옷을 가지고 내려와서 여자에게 주면서 “벗은 모양이 좋지 않으니 이 옷을 입으시오” 하였으며, 도리천의 천자와 여러 왕녀들도 모두 옷을 가지고 여러 중생들에게 주었다.
이때 여자는 대답하였다.
“벗지 않고 열반하려는 이가 있습니까? 우리들이 따르지 않는 것은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라한을 배우고 나는 보살을 바라니 당신은 나의 무리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같지 않습니다.”
제석천왕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여자가 벗은 것이 미워서 옷을 줄 뿐이오.”
여자는 다시 말하였다.
“대승법(大乘法)에서는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저절로 옷이 올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것은 여자의 몸을 장식할 수 없다. 보살심(菩薩心)을 내어 스스로 상호(相好)를 이루어 나툼이 무한하여야 보살의 몸을 장식할 수 있다.”
이때 사리불은 그 여자가 그렇게 변하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여기고 앞에 나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여자는 어느 나라로부터 이 세간에 왔으며, 누가 곧 옷을 보내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 여자는 동남방 패루연법습(捭樓延法習)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에서 왔으며, 나라 이름은 염부단국(閻浮檀國)이니, 여기서 10만 불국토나 떨어져 있다. 그녀는 자기 나라에서 부처님을 뵙고자 왔으며, 옷이 곧 본국에서 저절로 올 것이다.”
그러자 옷이 저절로 공중에서 내려오면서 온화한 소리를 내었으며, 또한 공중에서 여자에게 말하는 소리가 났다.
“이 옷을 입으면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을 것이며, 또한 너의 나라에서도 모두 다섯 가지 신통력을 얻을 것이다.”
여자는 옷을 입고 곧 꽃 위에서 내려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발을 한 번 들자 천지가 곧 여섯 번 진동하였다. 모든 어머니들은 모두 무상평등도의(無上平等度意)를 내었고, 새들과 벌레들과 짐승들은 모두가 몸을 바꾸어 곧 사람의 몸으로 변하였으며, 몸에는 구슬로 꾸며진 하늘 옷이 입혀졌다.
여자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고 ‘나무삼야삼불(南無三耶三佛)’을 세 번 부른 뒤, 길게 꿇어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모여온 모든 이를 위하여 경을 자세히 설하셔서 원하는 것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뜻에 따라 곧 경을 설하여 주셨다. 이때 여자와 975억의 어머니들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자 뛸 듯이 기뻐하며, 다시는 몸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부처님 앞에 곧게 서서 남자로 변화하였으며, 제각기 영락(瓔珞)과 구슬보배를 벗어서 부처님 위에 펴서 놓았다.
그러자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 흩어진 것들은 저절로 변해서 구슬이 되었다. 교로(交露) 장막 안에는 7보로 된 사자좌(師子座)가 있었는데, 그 위에 부처님께서 앉아 계셔서 손을 들고 찬미하심에 때맞추어 모두 아유월치(阿惟越致:불퇴위)를 얻었으며, 새와 짐승과 벌레와 뱀들이 변해서 된 사람들도 역시 몸의 구슬과 영락과 보배장식을 벗어서 부처님께 놓았다.
장막 안의 앉은 부처님께서는 그 흩어진 것을 모아서 보배 장막을 이루게 하시되 앞에서와 똑같았으며, 이것이 보시가 되어서 모두 7주(住)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자였던 보살인 무구현녀(無垢賢女)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태중에서 중생을 위하여 앞서서 이끌었고, 여래(如來)ㆍ등정각(等正覺)도 5도(道)에서 일체 중생을 위하여 앞서서 이끌었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모인 무리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며 절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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