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승장엄보왕경(佛說大乘莊嚴寶王經) 2권
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2권
서천 천식재 한역
김영덕 번역
이에 시기불(式棄佛) 이후에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미사부(尾舎浮)1)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ㆍ세존이니라. 제개장이여, 내가 그때에 인욕선인(忍辱仙人)이 되어 깊은 산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곳은 모래 자갈 땅이고 산이 높이 솟아 아무도 올 수 없었으니, 그 속에서 오랫동안 살았느니라. 이때에 내가 그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공덕을 들었느니라. 이 관자재보살이 금지(金地)에 들어가서 몸을 나타내어서 저 복면(覆面)유정을 위하여 묘법을 연설하고 팔성도를 보이어서 모두 열반의 경지를 얻게 하였느니라. 이 금지를 나와서는 다시 은지(銀地)로 들어가니 이 곳의 유정은 모두 네발을 가지고 그 안에 살고 있었느니라.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저 유정을 구제하고자 그를 위하여 설법하였느니라.
‘너희들은 이와 같은 정법을 자세하게 듣고 마땅히 발심하여 자세히 생각하라. 내가 이제 너희들에게 열반의 자량을 보이겠노라.’
그러자 모든 유정들이 관자재보살 앞에 서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눈 없는 유정을 구하시어 열어 밝히셔서 그 길을 보게 하시고, 의지할 데 없는 외로운 자에게는 그를 위하여 부모가 되어서 의지케 하시고, 어두운 길에서는 횃불을 밝히셔서 해탈의 바른 길을 열어 보이시고, 유정이 만일 보살의 이름을 생각하면 곧 안락을 얻게 해주십시오. 우리들은 항상 이와 같은 고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때 이들 모든 유정에게 『대승장엄보왕경』을 듣게 하자 이 경을 듣고 나서 모두 안락함을 얻었으며 불퇴지를 얻었다.
이 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이 가운데서 나와서 다시 철지(鉄地)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대력 아수라왕이 있었는데, 보살이 이곳으로 올 때 부처님과 같은 몸을 나타내었으므로 대력 아수라왕이 멀리서부터 와서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맞이하였다. 아수라왕궁 안에는 무수한 권속이 있었는데 그 중에 대부분은 곱사등이와 난장이었다. 이와 같은 권속들이 모두 와서 친히 뵙고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에 예배하고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저는 금생에 과보를 얻어
원하는 바가 모두 원만하여졌습니다.
마음에 바라는 것은
곧 제가 바로 보는 것입니다.
보살을 친근하고 나니 그와 모든 권속이 다 안락함을 얻었다. 이에 보좌(寶座)를 관자재보살에게 바치고 공경히 합장하며 말하였다.
‘저희 권속들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삿된 음행을 즐기고 항상 성내는 마음을 품으며, 살생하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이러한 죄업을 지었으니 저의 마음이 우울하고 슬프며, 늙고 죽어 윤회하는 것이 두렵고, 여러 가지 고통을 받으나 머무를 곳도 없으며 의지할 곳도 없습니다. 불쌍히 여기시어 구제하시고 제도하여 속박을 푸는 길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야, 여래ㆍ응ㆍ정등각은 항상 걸식을 행하시니, 만일 능히 음식을 베풀어서 얻는 복덕은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오직 나만이 아수라굴에서 능히 다 설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열두 갠지스강 모래의 수효와 같은 여래ㆍ응ㆍ정등각이 모두 한 곳에 있다 하여도 역시 이와 같은 복덕의 수량을 다 설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가는 티끌은 내가 능히 이와 같은 수량을 헤아릴 수 있으나, 선남자야, 여래께 음식을 베풀어서 얻는 복덕은 내가 수량을 다 설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또 만약 큰 바다는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 수효를 헤아릴 수 있으나, 선남자야, 여래께 음식을 베풀어서 얻은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설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또한 만약 사대주에 있는 모든 남자와 여인과 동자와 동녀가 모두 다 밭에 씨앗을 심어서 사대주에 가득하게 하되, 다른 것은 심지 않고 오직 겨자만을 심어서, 용이 계절에 맞추어 비를 내려 겨자가 익는데 한 세계[洲]) 안에 터를 만들어 열매를 따다가 옮겨서 모두 큰 더미를 이룬다면, 선남자야,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하나하나 낱알의 수효를 다 헤아릴 수 있으나, 선남자야, 부처님에게 음식을 베풀어서 얻는 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설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또한 만일 묘고산왕(妙高山王)2)의 물에 잠긴 것이 팔만 사천 유선나(踰繕那)요, 물 위에 나온 것도 팔만 사천 유선나인데, 선남자야, 이와 같은 묘고산[山王]을 종이로 만들어 쌓고, 큰 바다물을 [묘고산] 가운데 가득 채워서 모두 다 먹물로 만들며, 사대주에 있는 모든 남자와 여자와 동자와 동녀로 하여금 모두 다 글을 쓰게 하되, 묘고산의 양만큼 쌓아 놓은 종이에 모두 글씨를 써서 남는 것이 없게 하여도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하나 글자의 수효를 헤아릴 수 있으나, 선남자야, 부처님에게 음식을 베풀어서 얻는 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이 모든 글을 쓴 사람이 모두 십지의 보살의 지위를 얻는다면 이와 같은 보살이 가진 모든 복덕은 여래께 한 끼의 음식을 베푼 복덕과 그 양이 다를 바가 없느니라. 선남자야, 또한 갠지스 강의 모래의 수만큼 많은 큰바다 안에 있는 모래의 수효는 내가 능히 그의 하나하나 모래의 수효를 헤아릴 수 있으나, 선남자야, 부처님에게 음식을 베풀어서 얻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능히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때에 대력아수라왕이 이러한 사실을 듣고, 슬피 울어 눈물이 얼굴에 가득히 흘러내리면서 마음이 괴롭고 목이 메어 탄식하면서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말하였다.
‘제가 옛적에 보시를 행하였으나 보시하는 마음이 더럽고 어두워 법에 맞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러한 보시로 인하여 제가 지금 여러 권속과 함께 도리어 결박을 받아 악도의 세계에 있으면서 이 업보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무슨 염치로 작은 분량의 음식을 가지고 부처님에게 받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변화하여 감로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옛적부터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외도 바라문법을 익히고 행하였나이다. 언젠가 한사람이 있어 몸의 형상이 앉은뱅이로 누추하였는데,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필요한 것을 구걸하였나이다. 저는 당당하게 여러 가지 보관, 금과 은 귀걸이ㆍ좋고 묘한 옷ㆍ보배의 장엄구ㆍ알가기(閼伽器) 등을 갖추고 있었고, 다시 백천의 코끼리와 말과 보배의 수레가 있어, 진주와 영락, 보배의 그물로 장엄하고, 많은 묘한 끈을 드리워 이를 장식하였으며, 여러 가지의 보배 일산과 보배의 그물과 무늬 있는 비단을 그 위에 펼치고, 여러 가지 보배의 방울을 매달았으니, 그 울려나는 소리가 쟁쟁하게 하였습니다. 다시 또 일천의 누런 소가 있어 털빛이 곱고 백은으로 굽을 장식하게 하고 황금으로 뿔을 장식하였으며, 또한 진주와 모든 보배로써 치장을 하였습니다. 또 일천 명의 동녀가 있어 형체가 곱고 좋으며 용모가 단엄하여 마치 천녀의 형상과 같으며 머리에 천관을 쓰게 하고, 금보배의 귀걸이와 여러 가지의 묘한 옷과 여러 가지를 사이마다 섞은 보배의 띠ㆍ반지ㆍ보배의 팔찌ㆍ영락ㆍ영롱하고 미묘한 꽃다발 등 이와 같은 여러 가지로 그 몸을 장엄하게 꾸몄습니다. 다시 또 무수한 백천의 여러 보배로 된 좌석이 있었으며, 또한 금ㆍ은과 갖가지 보배를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쌓아 놓았으며, 또한 백천만마리의 소떼와 소치는 목자를 무수히 두었으며, 또한 천상의 맛처럼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이 무수히 많았고, 또 무수한 보령(寶鈴)과 무수한 금ㆍ은으로 만든 사자좌와 무수한 금으로 된 손잡이가 달린 묘한 불자(払子)와 무수한 칠보로 장엄한 일산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를 갖추어서 크게 보시를 하였을 때, 백천의 작은 왕들이 모두 와서 모였고, 백천의 바라문도 또한 모두 와서 모였으며, 무수한 백천만의 찰제리(刹帝利)들도 또한 와서 모임에 참가하였습니다. 이때에 제가 이것을 보고 마음에 괴이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때에 오직 나만이 가장 존귀하니 큰 힘을 갖추어 대지를 통솔하리라.’
그리하여 저는 바라문의 법을 의지하여 오로지 숙세의 악업이 되는 것을 참회하고자, 찰제리들과 모든 처자 권속을 죽이고, 그들의 심장과 간을 도려내여 천신에 제사하여 그 죄가 없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천만의 찰제리와 소왕들을 칼과 족쇄를 채워 동굴 속에 감금하였으며, 무수 백천의 변경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다 이 굴속에 감금하여 두고, 쇠말뚝을 그 위에 박아 쇠사슬로 모든 찰제리의 손과 발을 결박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굴에 문을 만들어 세웠는데 상목(常木)으로 첫째 중문(重門)을 만들었고, 구니라목(倶儞囉木)으로 둘째 중문을 만들었으며, 다시 쇠를 사용하여 셋째 중문을 만들었고, 또한 숙동(熟銅)으로 넷째 중문을 만들었으며, 또한 생동(生銅)으로 다섯째 중문을 만들었고, 또한 백은으로 여섯째 중문을 만들었으며, 황금으로 일곱째 중문을 만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곱 겹의 중문 위에 각각 오백 개의 빗장을 하여 견고하게 하였고, 또한 하나하나의 문위에 각각 산 하나씩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하루는 나라연천이 홀연히 몸을 변화하여 파리가 되어 와서 살펴보고, 또 하루는 곧 벌의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하루는 돼지의 몸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하루는 비인(非人)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날마다 몸의 모습을 변화시켜가며 자세히 엿보려 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이것은 바라문의 법을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연천이 이 법을 행하는 것을 보고, 동굴로 와서 파괴하려고 하여 문위에 있는 일곱 개의 산을 제거하여 하나하나 다른 곳에 던져버리고, 큰 소리로 감금되어 있는 사람들을 부르면서 말하였습니다.
‘무승천자(無勝天子)들이여! 너희들이 몸으로 큰 고뇌를 받고 있구나, 너희들의 목숨이 살아 있는가, 아니면 이미 죽었는가?’
모든 천인들이 그 부르는 소리를 듣고 소리에 따라 응답하였습니다.
‘우리들의 목숨은 아직 붙어 있습니다. 나라연천존이시여, 큰 힘으로 정진하시어 우리들을 고난으로부터 구제하소서.’
그러자 그 천이 문득 동굴의 일곱겹 문을 파괴하였습니다. 그 때 굴속에 있던 여러 작은 왕들이 묶인 고난에서 벗어나 나라연천을 보고 이때에 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 대력 아수라왕이 이미 죽었는가? 아니면 이제 죽을 때가 되었는가?’
찰제리 등도 또한 이와 같이 말하였습니다.
‘우리들도 차라리 저와 더불어 싸워서 서로 죽이고 죽는 자리를 마련할지언정, 이렇게 감금되어 묶인 채로 우리를 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찰제리법에 의해서 저와 더불어 싸워 서로 죽일 것이니, 비록 그 땅에서 죽을지라도 천계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 여러 소왕들이 각각 자기들이 있는 곳에서 수레를 타고 말에 안장을 얹어 무기를 들고 크게 싸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나라연천이 아주 작은 난장이 바라문의 몸으로 변신하여, 사슴 가죽 옷을 입고 고삐를 만들었으며 손에는 세 갈래로 된 주장자를 들고 좌구를 몸에 지니고 와서 우리들의 문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에 문지기가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문안에 들어오면 안 된다. 너 앉은뱅이는 사람들 가운데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자 바라문이 말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노라.’
문지기가 바라문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너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바라문이 말하였습니다.
‘나는 월지국(月氏国)3)의 왕이 계시는 곳의 대선인의 처소에서 왔노라.’
이때에 문지기가 대력아수라왕의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습니다.
‘지금 난장이 몸을 한 어떤 바라문이 여기에 왔습니다.’
그러자 대력아수라왕이 말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이 필요하여 왔는가?’
그러자 문지기가 말하였습니다.
‘저는 그가 왜 왔는지 모릅니다.’
대력아수라왕이 말하였습니다.
‘너는 가서 저 바라문을 불러오라.’
그러자 문지기가 명령을 받들어 드디어 바라문을 불러와 그 안에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대력아수라왕이 그를 보고서 보좌를 주어 앉게 하였습니다.
대력아수라왕이 스승으로 섬기고 받드는 금성(金惺)이 이미 그 속에 있으면서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바라문은 악인이라 이곳에 와서 반드시 너의 스승을 해칠 것입니다.’
‘지금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저는 지금 이 변하여 나타난 몸을 압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압니다. 이 사람은 나라연천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바라문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혜시(恵施)를 행하여 배반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장애가 생겨 나를 파괴하려는가?’
이 대력아수라왕이 ‘내가 말솜씨가 있으니 마땅히 이 바라문에게 물어야겠다’고 하며 말하기를,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온 것은 무슨 뜻이오?’라고 하였습니다.
바라문이 말하였습니다.
‘저는 왕에게 두 발짝의 땅을 빌리러 왔습니다.’
그러자 이 아수라가 바라문에게 말하였습니다.
‘경이 원하는 땅이 두 발짝이라고 하니, 내가 마땅히 경에게 세 발짝의 땅을 주겠소.’
그리고는 먼저 금으로 된 물병으로 정수를 주면서, ‘원하는 땅을 줄 테니 경은 마땅히 받으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난장이 바라문의 몸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금성이 아수라왕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이제 악업의 과보를 받을 것입니다’라고 하였고, 이때 나라연천이 홀연히 양 어깨 위에 해와 달을 지고, 손에는 날카로운 칼과 윤과 방망이와 활과 화살 같은 무기를 들고 몸을 나타내었습니다.
이때 이 대력아수라왕이 문득 보고 나서 두려워 벌벌 떨며 그 몸이 넘어지고 자빠져 갈피를 잡지 못하고 땅에 넘어졌다가 한참 후에 일어나서 말하였다.
‘지금 어찌해야 좋을까, 내가 차라리 저 독약을 먹고 죽을까?’
이때 나라연천이 걸음걸이로 그 땅을 재는데 단지 두 걸음뿐으로 다시 남는 것이 없어, ‘세 발자국에 못 미치니 먼저 허락한 것과 어긋나니 내가 지금 어찌해야 할까?’라고 하였다.
나라연천이 말하였다.
‘왕은 이제 마땅히 나의 가르침을 따르라.’
그러자 대력아수라왕이 말하였다.
‘제가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나라연이 말하였다.
‘네가 정말 그렇게 하겠느냐?’
대력아수라왕이 말하였다.
‘제가 정말 이와 같이 하겠습니다.’
이 말이 진실이어서 마음에 후회와 원망이 없었고, 이때 제가 바라문의 가르침에 의거해서 작법했던 곳을 모두 부수고, 모든 금과 은과 진기한 보물로 장엄한 동녀와 의복과 보배방울과 일산과 묘한 불자(払子)와 사자보좌와 보배로 장엄한 누런 소와 그리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한 기구들은, 이때 모든 소왕들이 모두 다 그것을 받고, 곧 이 대력아수라왕이 작법한 땅에서 나갔습니다.’
대력아수라왕이 관자재보살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몸과 마음을 생각하니, 예전에 바라문법에 의해서 광대한 보시의 모임을 베풀었으나, 베푼 마음이 더럽고 때 묻어 깨끗하지 못했으므로, 제가 지금 모든 권속들과 함께 이 철굴에 묶여 감금되어 있으면서 커다란 고통을 받습니다. 관자재시여, 제가 지금 귀의하오니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의 이와 같은 고난에서 구제하여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는 찬탄하여 읊었다.
대비연화수(大悲蓮華手)이시며
대연화왕(大蓮華王)이신 대길상(大吉祥)4)께 귀명하나이다.
갖가지로 장엄하신 신묘한 색신이여,
머리에 쓰신 천관, 뭇 보배로 꾸미시고
일체지(一切智)이신 미타(弥陀)를 머리 위에 이어
유정을 구제하시니 그 수가 한량없네.
병들고 고통 받는 이 구하시어 안락하게 하시고자
보살께서 몸을 나투시어 의왕(医王)이 되시네.
태양보다 밝은 대지(大地)의 눈이 되어
최상의 청정하고 미묘하신 눈으로
유정을 비추어 해탈하게 하시며
해탈하게 하고 나서 묘하게 상응하시네.
마치 여의마니보와 같아서
능히 진실하고 묘한 법장 옹호하시며
언제나 육바라밀 말씀하시고
이 법을 찬탄하여 큰 지혜 갖추셨네.
내 이제 경전하고 간절히 지성으로 귀의하여
대비하신 관자재를 찬탄하리라.
유정이 보살의 명호를 억념하면
고통 여의고 해탈하여 안온함을 얻으리.
악업을 지은 까닭에 흑승지옥과
대아비지옥에 떨어진 무리와
모든 아귀의 고통 받는 세계에 있는 자들도
명호를 부르면 모두 두려움에서 벗어나리.
이와 같이 악도의 모든 유정이
모두 다 고통 떠나 안락을 얻네.
사람들이 언제나 대사의 명호 염하면
장차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되어
무량수여래를 친견하옵고
묘한 법 들어 무생(無生)5)을 증득하리.
이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기별(記別)을 주었다.
‘너는 장차 부처가 되리니, 이름은 길상(吉祥)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ㆍ세존이며, 너는 그때에 육자대명의 총지문(総持門)을 증득하고, 지금 이 모든 아수라왕들을 네가 장차 모두 다 구제하리니, 이와 같은 부처님 나라의 모든 유정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이때 대력아수라왕이 이렇게 수기하시는 것을 듣고, 곧 값이 백천금이나 되는 진주 영락과 갖가지 기묘한 보배로 장엄한 백천만 수의 천관과 귀걸이를 가지고 받들어 올리며 받아주시기를 원했다.
이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법을 설하려 하니, 자세히 들어라. 너는 마땅히 생각하기를, 사람이란 무상(無常)하고 허깨비 같은 것이어서 목숨을 오래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라. 너희들이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복덕을 갖추기를 탐하여 애착하는 것이니, 마음으로 항상 노비와 백성과 그리고 창고의 곡식과 많은 보물을 애착하고 마음으로 항상 부모와 처자와 모든 권속을 애착한다.
비록 이와 같은 것들을 항상 애착하나, 마치 꿈에서 본 것들과 같아 목숨이 끊어질 때에 서로를 구제하여 죽지 않게 해 줄 수는 없다. 이 남섬부주에는 이렇게 뒤집어져서 죽은 후에 대내하(大奈河)6)에 고름과 피가 가득 차 흐르는 것을 보고, 또 큰 나무들이 맹렬한 불길에 타는 것을 보나니, 이러한 일을 보고나서 그제서야 놀라고 두려워한다.
이때 염마옥졸이 밧줄로 묶어 급하게 끌고 달리는데, 날카로운 칼날이 수없이 박힌 큰 길을 밟게 되니, 발을 들고 내릴 때마다 베어지고 잘라지고 상처 나고 끊어져 무수한 까마귀와 독수리와 구라라조(矩囉囉鳥)7)와 미친 개 같은 것들이 게걸스럽게 그것을 먹는다. 대지옥에서 그러한 극심한 고통을 받나니, 밟고 온 날카로운 칼날이 수없이 박힌 큰 길 가운데는 또한 커다란 풀가시가 있어, 길이가 십육 지(指)인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오백의 풀가시가 다리 가운데로 찌르고 들어가니, 슬피 목 놓아 울면서 말하기를, ‘우리 유정이 모두 애착하여 죄업을 지은 까닭에 지금 큰 고통을 받는구나. 우리가 지금 어찌하면 좋을까’라고 한다. 이때 염마옥졸이 말하였다.
‘너희는 예전부터 사문들에게 음식을 보시한 적도 없고, 또 법의 건치(犍稚)를 치는 소리도 듣지 못하였으며, 탑과 불상을 돈 적도 없다.’
그러자 모든 죄인이 염마옥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죄가 장애가 되어,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믿고 공경해야 하는 줄을 알지 못하고 항상 멀리하였습니다.’
옥졸이 다시 말하였다.
‘너희가 스스로 온갖 악업을 지어 지금 괴로운 과보를 받는 것이다.’
이후 옥졸이 모든 죄인을 데리고 염마왕이 있는 곳에 가서 면전에 서 있자, 염마왕이 말하기를, ‘너는 업보를 받을 곳으로 데려가라’고 한다. 이때 염마옥졸이 죄인을 흑승대지옥으로 끌고 가서, 이 모든 죄인을 하나하나 지옥 속으로 던져넣는다. 던져 넣는 것이 끝나면 죄인 모두에게 각기 백 개의 창이, 그 몸을 한꺼번에 찌르지만 모두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다음에 이백 개의 큰 창이 몸을 모두 한꺼번에 찔러도 역시 살아나며, 그 뒤에 삼백 개의 큰 창으로 일시에 그 몸을 찔러도 역시 죽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나고 또 살아나면 이때에 그를 다시 커다란 불구덩이로 던져 넣지만, 역시 목숨이 죽지 않는다. 이때에 뜨거운 쇠구슬을 입 속에 넣고 그것을 삼키게 하니, 입술과 이와 잇몸과 목구멍이 모두 타서 문드러져 허물어지고, 심장과 배가 달구어 익혀지다가 끓어오라 온 몸이 타서 허물어진다.’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이렇게 고통을 받을 때 어느 누구 한 사람도 구해 줄 사람이 없으니, 너는 마땅히 알라.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설하였으니, 너희는 마땅히 스스로 복을 지어라.’
그리고는 다시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기수림원(祇樹林園)에 가려고 한다. 오늘 그곳에는 대중이 모여 있다.’
이때 관자재보살이 무수한 여러 색의 광명을 놓으니, 이른바 청색광명ㆍ황색광명ㆍ홍색광명ㆍ백색광명ㆍ파지가색광명ㆍ금색광명 등으로서, 이와 같은 광명이 미사부(尾舎浮)여래 앞으로 뻗어 나아갔다.
이때 천ㆍ용ㆍ야차ㆍ나찰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모였고, 또 무수한 보살마하살도 다 모여 있었다. 이 대중들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은 허공장(虚空蔵)8)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며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공경히 합장하여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광명은 어디에서부터 왔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지금 이 광명은 바로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의 궁전에서 광명을 놓았는데, 그 광명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이제 어떤 방편으로 저 관자재보살을 뵐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보살도 역시 이곳으로 올 것이다.’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궁을 나왔을 때에 기타림원에는 홀연히 천묘화수(天妙華樹)와 천겁파수(天劫波樹)가 생겨났으니, 무수한 모든 천계의 선명하고 묘한 갖가지 색으로 꾸몄고, 위에는 백 가지 진주 영락을 매달았으며, 또 교시가의 옷과 그 밖의 온갖 의복을 걸쳐놓았고 나무의 몸통과 가지의 색은 진분홍빛이었으며, 잎은 금과 은으로 되어 있었다. 또 수없이 많은 미묘한 향나무와 빼어난 꽃나무와 무수한 보배 연못이 있어, 백천만의 온갖 색깔의 기묘한 꽃들이 그 가운데 가득하였다.
이렇게 출현하였을 때에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관자재보살이 어찌하여 아직 오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궁에서 나와 한 곳이 있으니 이름이 흑암(黒暗)으로서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선남자야, 저 흑암은 해와 달의 광명이 비추지 않는 곳에 있으므로 수원(随願)이라고 하는 여의보가 항상 빛을 내어서 그곳을 비추고 있다. 그 가운데 살고 있는 무수한 백천만 야차가 관자재보살이 그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음에 환희하여 기뻐 뛰면서 달려 나와, 관자재보살을 맞이하고 머리를 땅에 대어 발에 예배하며 안부를 물어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지금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오랫동안 이 흑암의 땅에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모든 유정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왔노라.’
그리하여 야차와 나찰이 천상의 금보배로 만든 사자좌에 앉기를 청하니, 보살이 야차와 나찰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너희는 마땅히 자세히 들어라. 대승경전이 있으니, 이름이 장엄보왕(荘厳寶王)이다. 만약 그 경전 가운데 하나의 사구게(四句偈)라도 듣고 능히 수지하여 독송하고, 그 뜻을 해설하여 마음으로 항상 사유하면, 그로써 얻는 복덕이 한량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능히 모든 티끌의 수량을 셀 수 있지만, 만약 이 『대승장엄보왕경』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라도 수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로써 얻는 복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한 나는 능히 큰 바다의 물방울 수를 낱낱이 셀 수 있으나, 만약 이 경 중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라도 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로써 얻는 복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설령 열두 갠지스강의 모래 수만큼의 여래ㆍ응ㆍ정등각이 열두 겁 동안 모두 한 곳에 계실 때, 항상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 그리고 그 밖의 생활용품을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하게 한다 할지라도, 역시 이와 같은 복덕의 수량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오직 나만 흑암처에 있으면서 다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니라. 선남자야, 또 만약 사대주의 사람들이 각각 자기가 사는 집으로 정사를 만들어 세우고, 그 가운데 천상의 금보배로써 천 개의 탑을 만들어, 하룻동안 모든 탑에 온갖 공양을 올린다 하여도, 그로써 얻는 복덕이 경 가운데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를 수지하여 얻는 복덕만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예컨대 다섯 개의 큰 강이 큰 바다에 들어갈 때, 이와 같이 널리 퍼지는 것이 끝이 없듯이,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대승경전의 사구게를 수지한다면, 얻는 복덕이 널리 퍼지는 것도 역시 다함이 없느니라.’
이때 야차와 나찰이 관자재보살에게 말하였다.
‘만약 어떤 유정이 능히 이 대승경전을 베껴 쓴다면, 그로써 얻는 복덕의 수량은 얼마나 됩니까?’
‘선남자야, 얻는 복덕은 끝이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이 경을 베껴 쓰면 팔만 사천 법장을 베껴 쓰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이 사람은 전륜성왕이 되어 사대주를 통솔하고 위덕이 자재하며 모습이 단엄하고 천 명의 아들들이 둘러싸며, 모든 적들이 스스로 신하가 되어 섬긴다. 만약 어떤 사람이 항상 오직 이 경의 명호만을 염하면, 이 사람은 속히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늙음과 죽음과 근심과 슬픔의 고뇌를 멀리 여의며, 이 사람은 후에 태어나는 곳에서 능히 숙명(宿命)을 기억하고, 그 몸에서는 항상 우두전단(牛頭栴檀)9)의 향기가 나고, 입에서는 항상 청련화 향기가 나며, 몸 모양이 원만하며 큰 세력을 갖춘다.’
이 법을 말할 때에 모든 야차와 나찰이 예류과(預流果)를 얻었는데, 그 중에 혹은 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이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오직 바라오니 보살께서는 우선 이곳에 계시고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제가 지금 이 흑암의 땅에서, 천상의 금보배로 탑을 만들고 또 금보배로 경행처를 만들겠습니다.’
그러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말하였다.
‘나는 무수히 많은 유정을 구제하여 모두 보리도를 얻도록 하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자 모든 야차와 나찰이 각각 머리를 숙여 손으로 뺨을 괴로,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지금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 이곳을 버리고 가시면, 후에 누가 능히 우리에게 미묘한 법을 연설해 주시겠습니까?’
마침내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떠나니 모든 야차와 나찰이 모두 다 따라 모시고 배웅하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온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사는 곳으로 돌아가거라.’
모든 야차오아 나찰이 머리를 땅에 대고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불꽃처럼 허공으로 올라가 천궁으로 갔다. 그리고는 천상에 도착하여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었는데, 천상의 대중 가운데 이름이 묘엄이(妙厳耳)라는 한 천자가 있었으니, 항상 빈궁하여 이러한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았다. 관자재보살은 바라문의 몸으로 그 천자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내가 병들고 굶주리고 또 목이 말라 괴롭습니다.’
이때 그 천자가 눈물을 흘리며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빈궁하여 드릴만한 물건이 없습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니, 제발 조금이라도 음식을 나누어 주십시오.’
그때 천자가 아래 위로 쳐다보고, 궁에 들어가 가진 것을 찾아보자 갑자기 여러 큰 보배 그릇이 보였고, 또 기이한 보배가 그 속에 가득 차 있었으며, 가득한 보배 그릇 가운데는 매우 맛있는 음식이 담겨 있고, 또 몸을 장식하는 가장 기묘한 옷들이 궁중에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이때 천자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이 문 밖에 있는 바라문은 필시 불가사의한 사람으로서 나에게 이런 비상한 복을 얻게 하였다’고 하고, 곧 그 대바라문을 궁중으로 들어오도록 천하여 천상의 묘한 보배와 천상의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받들어 공양하게 하였다. 이 공양을 받고 나서 축원하여 말하였다.
‘안락하게 장수하십시오.’
천자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현자여, 어느 곳에서 오셔서 이곳에 도착하였습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기타수림의 큰 정사(精舎)에서 왔습니다.’
천자가 물었다.
‘그 땅은 어떻습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저 기타림정사 안의 땅은 청정하여 천마니보로 장엄한 겁수가 출현하고, 또 온갖 마음을 즐겁게 하는 마니보가 나타나며, 또 온갖 보배 연못이 나타나고, 또 계를 잘 지키는 덕과 위엄이 있으며 큰 지혜를 갖춘 무수한 대중이 그 가운데 출현합니다. 그 곳에 미사부(尾舎浮)여래라고 하는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 성천(聖天)이 계시는 곳의 땅에는 이와 같은 변화가 출현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천자가 말하였다.
‘현자께서는 어떤 대바라문이십니까? 진실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천(天)이십니까, 사람이십니까? 현자시여, 지금 어찌하여 이러한 상서가 나타납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천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나는 곧 보살이니, 모든 유정을 구제하여 모두 대보리도를 보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천자가 이를 듣고 나서 곧 천상의 묘한 보관과 장엄한 귀걸이를 가지고 받들어 공양을 올리며 게송을 읊었다.
제가 공덕지(功徳地)를 만나
모든 죄의 때를 멀리 여의었으니
이같이 이제 승전(勝田)10)에 종자 심으면
현전에 과보를 얻으리라.
천자가 이 게송을 읊을 때, 바라문이 변화로 나타나서 구제하는 일을 마치고, 천궁을 나와 곧 사자국(師子国)11) 안으로 갔다. 그 곳에 도착하여 모든 나찰녀 앞에 마주보고 서니, 몸의 용모가 단엄하고 뛰어난 모습이 매우 기이하였으므로 모든 나찰녀가 이 모습을 보고 욕심이 일어나 가슴에 흠모하였다.
이에 발을 옮겨 가까이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나의 남편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나는 동녀라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 나의 남편이 되어 주십시오. 이제 이곳에 왔으니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주인 없는 사람에게 능히 주인이 되어 주는 것 같고, 또 어두운 방에 밝은 횃불을 밝혀주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음식과 의복과 곳간이 풍성하며, 마음에 드는 과수원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연못이 있습니다.’
나찰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마땅히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나찰녀가 말하였다.
‘네, 듣고자 합니다. 가르침이 어떠합니까?’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팔정도를 말하고, 또 사성제법을 말하겠다.’
나찰녀들이 이 법을 듣고 각각 과증(課証)을 얻었으니, 예류과(預流果)를 얻은 이도 있고, 일래과를 얻은 이도 있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고통이 없고, 악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생명을 죽이려는 마음이 없어지고, 그 마음이 법을 좋아하며, 계에 머물기를 좋아하여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는 지금부터 살생하지 않으리니, 남섬부주의 계를 받드는 사람이 청정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것과 같이, 저도 지금부터 생명 살리는 것 역시 그리하겠습니다.’
이에 나찰녀가 악업을 짓지 않고 배운 바를 수지하였다.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다시 사자국을 나와 바라나12)대성(波羅奈大城)의 더럽고 추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백천만 종류의 벌레가 의지하여 살고 있었다. 관자재보살이 그 유정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마침내 벌의 모습을 나타내어 가서, 소리를 내어 말하기를 ‘나모몯다야(曩謨没駄野, namo buddhaya)’라고 하니, 모든 벌레의 부류가 들은 대로 모두 칭념하여, 역시 이와 같이 하였으므로, 이 힘 때문에 그 부류의 유정들이 집착한 신견(身見)이 비록 산봉우리 같았으나, 모든 수혹(随惑)13)을 금강지저(金剛智杵)로 깨뜨리고, 곧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모두 보살이 되었으니, 다 같이 묘향구(妙香口)라고 이름하였다.
이렇게 그 유정들을 구제하고 나서 바라나대성을 나와 마가다국(摩伽陀国)14)으로 갔다. 그 나라에는 이십 년째 큰 가뭄이 들어 많은 사람들과 모든 유정이 굶주림의 고통으로 핍박받아 서로 몸의 살을 씹어 먹었다. 관자재보살이 마음속으로 ‘어떤 방편으로써 이 유정들을 구할까’라고 생각하고, 온갖 것들을 내려주었다. 먼저 비를 내려 적셔서 메마른 것을 소생시키고, 그런 뒤에 또 각각 가장 뛰어난 맛의 음식이 가득 담긴 갖가지의 그릇을 내려주니, 사람들이 모두 이 음식을 배불리 먹었고, 또한 양식이 될 수 있는 조와 콩 등을 내려주어,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뜻대로 다 충족시켰다.
마가다국의 모든 백성들은 놀랍기도 하고, 일찍이 없던 일을 괴이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대중이 한 곳에 모였는데, 그들이 다 모이고 나서 각기 말하였다.
‘어찌하여 천의 위력이 이와 같이 대단할 수 있을까?’
그 군중 속에 몸은 곱추에 지팡이를 짚은 나이 먹은 노인이 있었는데, 이 노인은 수명이 무수 백천 년이었으니,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천의 위력이 아니다. 지금 나타난 것은 바로 관자재보살의 위덕과 신력이 변화하여 나타난 것이다.’
여러 사람이 물었다.
‘관자재보살이 어떻게 이러한 상서로움을 출현하실 수 있습니까?’
노인이 곧 성스러운 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신력을 말하였다.
‘눈멀어 어두운 이를 위하여는 밝은 등불이 되어 주시고, 햇볕이 뜨거운 곳에서는 그늘이 되어 주시며, 목마른 이를 위해서는 강으로 나타나시고, 두려운 곳에서는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시고, 병으로 고통 받는 이에게는 의약이 되어 주시고, 고통 받는 유정을 위해서는 부모가 되어 주시며, 아비지옥 속에 있는 유정에게는 열반의 도를 보게 하시니, 능히 세간의 모든 유정이 이러한 공덕과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신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관자재보살의 이름을 염하면, 이 사람은 장차 모든 윤회의 고통을 멀리 여의게 될 것이다.’
여러 사람이 듣고 나서 모두 ‘휼륭하십니다’라고 찬탄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관자재보살의 형상 앞에 사방의 만다라를 건립하고 항상 향과 꽃으로 관자재보살에게 공양 올리면, 이 사람은 장차 전륜성왕이 되어 칠보를 구족할 것이니, 이른바 금륜보(金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여보(女寶)ㆍ주장보(主蔵寶)ㆍ주병보(主兵寶)를 얻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능히 한 송이 꽃이라도 관자재보살에게 공양올리면, 이 사람은 몸에서 묘한 향기가 나게 되고, 태어나는 곳마다 몸의 모습이 원만할 것이다.’
이렇게 노인이 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신력을 말하고 나자, 이때 모든 사람이 각각 처소로 돌아가고 노인도 이미 설법을 마치고서 돌아갔다.
이때 관자재보살은 허공으로 올라가 ‘내가 오랫동안 미사부여래를 뵙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이제 기타수림 정사에 가서 세존을 뵈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관자재보살이 곧 정사에 도착하여 보니, 무수한 백천만의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ㆍ비인과 또 무수한 백천만의 보살이 다 모여 있었다.
이때 허공장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곳에 오는 이는 어떤 보살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가 관자재보살마하살이다.’
그러자 허공장보살이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관자재보살이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나 왼쪽에 앉으니, 세존께서 위로하여 말씀하셨다.
‘너는 피곤하지 않느냐? 선남자야, 네가 다른 곳에서 교화한 일은 어떤 것이냐?’
그러자 관자재보살이 곧 전에 교화한 일을 말씀드렸다.
‘제가 이미 이와 같고 이와 같이 유정들을 구제하였습니다.’
이때 허공장보살이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일찍이 없었던 일을 괴이하게 여기며, ‘지금 내가 이 관자재를 보니, 보살로서 능히 이와 같은 국토의 유정을 구제하여 여래를 뵙게 함으로써 유정들에게 보살이 되어주는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이때 허공장보살이 관자재보살의 앞으로 가서 보살에게 안부를 물었다.
‘이와 같이 교화하여 구제하여도 피로하지는 않으십니까?’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피로함이 없습니다.’
안부 묻기를 끝내고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이때에 세존께서 선남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지금 너희를 위하여 육바라밀다법을 말하겠노라. 선남자야, 만약 보살이 되면 먼저 보시바라밀다를 수행한 뒤에, 이와 같은 지계ㆍ인욕ㆍ정진ㆍ정려ㆍ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여라. 이와 같이 하면 원만구족함을 얻으리라.’
이 법을 말씀하시고 나서 잠자코 머물러 계시니, 이때 모인 대중들이 각각 물러가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고, 보살들도 역시 물러가 본래의 불국토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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