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설광명동자인연경(佛說光明童子因緣經) 2권
불설광명동자인연경 제2권
시호 한역
권영대 번역
그때 왕사성에 두 동자가 있었는데 하나는 바라문족이요, 하나는 찰제리족이었는데, 찰제리 동자의 이름은 수명(壽命)이었다.
이 두 동자는 왕사성에서 나와 길 왼편에서 함께 소꿉장난을 하였다. 수명 동자는 오래전에 바른 믿음을 내었고, 바라문 동자는 바른 믿음을 갖추지 않았는데 그는 수명 동자에게 말했다.
“내가 들으니 전에 세존께서 ‘선현 장자의 아내가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난 뒤에는 가족이 번성하고 가장 길하고 상서로워 인간 중에서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을 것이며, 나중에 가서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며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증득하리라’고 하셨다는데, 그 선현의 아내는 벌써 죽었으니 아들도 반드시 죽었을 것이며 장자의 친척 권속들이 시타림으로 옮겼음을 나는 안다. 어찌 세존의 말씀이 거짓이 아니겠는가?”
그때에 수명 동자는 곧 바라문 동자를 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해ㆍ달과 별들을 땅에 떨어뜨리고
산과 돌은 땅에서 허공으로 날리며
깊은 바다는 말릴 수 있지만
부처님 말씀 결정코 허망함 없네.
이때에 바라문 동자는 이 게송을 듣고 수명 동자에게 말했다.
“네가 믿지 않는다면 나와 같이 시타림에 가서 그 일을 잘 살펴보자.”
이때 세존께서는 왕사성으로부터 차츰 가시는 중이었는데, 이 두 동자는 여전히 길 왼편에서 함께 소꿉놀이를 하였었다. 이때 수명 동자는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에워싸여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숙세의 선근이 있었기 때문에 곧 게송을 말했다.
희유하다, 크신 모니(牟尼)
모든 동요와 어지러운 모양 여의시고
사람과 하늘의 큰 무리들
차례로 에워쌌도다.
사자후의 음성으로
외도들의 의론 능히 깨시고
온갖 의심 그물 잘 끊었으니
가장 위이시라 뵙기 어렵네.
부처님 시타림에 가시는
늠름한 모습 볼품 있어라.
쌓인 눈 바람에 날려
서늘함 허공에 두루한 듯.
석가모니 세존께서
나투실 광명과 변화
찰나 동안 본 이는
응(應)함 따라 이익 얻누나.
그때에 마가다(摩伽陀)의 왕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불세존께서 앞서 말씀하시기를 “선현 장자의 아내가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난 뒤에는 가족이 번성하고 가장 길하고 상서로우며 인간 중에 나타나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으며, 맨 나중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고 모든 번뇌를 끊으며 아라한을 증득하리라”고 하셨는데, 그의 아내는 이미 죽어서 장자의 친척ㆍ권속들이 시타림으로 보냈으며 지금 불세존께서 에워싼 대중들을 데리고 시타림으로 가신다는 것을 듣고서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우리의 불세존께서 만약 뜻과 이로움이 없다면 시타림에 가시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선현의 아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거나 세존께서 거기에 가시어 모든 이로운 일을 베푸시지 않겠는가? 내가 가서 이것을 보아야겠다.’
이때 빈바사라왕은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늙은 대신ㆍ왕비ㆍ관속들에게 둘러싸여 나왔다.
왕이 성을 나올 때에 그들 두 동자는 아직도 길 왼편에서 함께 소꿉놀이를 하였는데, 수명 동자는 빈바사라왕을 멀리서 보고 곧 앞에 나아가 게송을 말했다.
가장 훌륭하여라. 마가다왕이시여,
신하들에게 에워싸여 성문을 나오며
깨끗한 믿음 내어 결정하시니
일체의 사람들 다 기뻐하네.
이때에 부처님과 일체의 인간ㆍ하늘 대중과 빈바사라왕 내지 수명 동자 등은 모두 시타림에 이르렀다.
그때에 세존께서 곧 입속에서 깨끗한 광명을 놓아 널리 모인 무리들을 비추셨다.
이때에 점치고 관상 보았던 외도 니건타(尼乾陀) 등도 모임 속에 있다가 불세존께서 광명을 놓는 것을 보고 곧 생각하였다.
‘이제 이 사문 구담이 대중 속에서 광명의 상을 나투니 선현의 아들이 죽지 아니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장자에게 말했다.
“장자여, 사문 구담이 광명을 나투는 것을 보니 아마도 당신의 아들이 살아있고 죽지 않은 것이 확실하오.”
선현 장자는 아뢰었다.
“나의 스승 거룩한 이여, 일이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외도는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의 아들이 만약 살아있다면 우리의 법에 들어와서 널리 학문을 닦도록 해야 하오.”
그때 장자는 그의 아내를 태우려고 먼저 섶과 쓰던 물건들 쌓아놓고 시체를 가운데 놓고는 불을 질러 태웠다. 불꽃이 일어나자 곧 배꼽부터 점차 터졌는데 그 가운데서 연꽃이 나왔으며, 그 꽃 속에 한 동자가 단정히 앉아 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빛깔과 몸매가 유달랐다.
이때 회중에서 한량없는 무리들이 다 이 모양을 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찬탄했으며, 모든 바른 신자들은 부처님께서 전에 말씀한 것을 기억하니 진실로 허망함이 없었다.
이때에 저 외도 니건타들은 이 일을 보고 마음에 고뇌가 생겨 움추려서[斂然] 서 있었다.
그때에 세존께서 곧 선현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여, 당신은
이제 이 동자를 거두어 잘 길러라.”
이때에 니건타 외도는 살짝 장자의 얼굴을 보고 말하였다.
“장자여, 시체 태우는 불 속에서 갑자기 동자가 나왔으니 모든 일에 다 상서롭지 못하오. 당신은 지금 안고 가서 길러서는 안 되오.”
이때에 선현 장자는 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수명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동자를 안고 가서 보호하여 잘 길러야 한다.”
이때에 수명 동자는 먼저 깊이 생각하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집엔 들일 데가 없으니 이 아이를 얻은들 저에게 마땅하지가 못합니다.”
이때에 선현의 아내는 이미 다 탔는데 부처님의 광명과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불은 저절로 꺼지고 찰나 사이에 하늘이 가는 눈을 내리어 저절로 서늘해졌다. 남은 숯을 치우고 타던 곳을 깨끗이 하니, 이때에 불 속에서 동자가 나와서 편안하게 섰다.
이때에 세존께서 수명 동자 등에게 널리 말씀하셨다.
“너희 바른 믿음을 가진 이는 외도의 삿되고 거짓되고 어지러운 것을 믿지 말고 마땅히 바른 생각에 머물러야 되느니라.”
수명 동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왕족에 태어났으며 또한 왕족으로 늙을 것입니다. 저의 몸은 청정하기가 마치 우두전단향과 다름이 없습니다. 저는 실로 외도의 삿되고 거짓된 일을 알지 못합니다.”
이때에 세존께서 다시 저 선현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동자는 당신의 아들이오. 당신이 안고 가서 잘 길러야 하오.”
그러나 선현 장자는 삿된 소견이 견고하였으므로 바른 도를 행하지 아니하였다. 그때에 또 가만히 외도 니건타를 보자 그 외도가 말하였다.
“선현 장자여, 당신은 잘 생각해야 하오. 이제 이 동자는 불속의 찌꺼기니 매우 상서롭지 못하오. 불이 태우지 못했으며 모양은 비록 좋지만
당신이 만약 데리고 갔다가는 결정코 당신네 가족을 파괴할 것이오. 또한 목숨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손해와 번뇌만 늘릴 것이며 모든 일이 화합을 얻지 못할 터이니 깊이 생각하여 후회 없도록 하시오.”
장자는 외도의 말을 듣고는 역시 받지 않았다.
그때에 세존께서 곧 빈바사라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이 이 동자를 데리고 가서 왕궁에서 기르시오.”
그때에 빈바사라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즉시 몸을 일으켜 몸을 굽히고 팔을 펴서 그 동자를 취하여 두루 둘러보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 데리고 왕궁으로 돌아가겠으나 이 동자를 무엇이라 부르리까? 불세존께서는 잘 지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지금 이 동자는 불속에서 얻었으니 이름을 화광명(火光明)이라고 부르시오.”
그때에 세존께서 이 동자를 빈바사라왕에게 주시고, 곧 빈바사라왕과 모든 회중의 몸이나 성품이나 마음에 즐기고자 하는 것들을 잘 관찰해 아시고 거기에 맞추어서 널리 법을 설하셨다.
이 여러 회중들은 법을 듣고는 그 가운데 여러 백 사람들이 가장 위이고 청정한 바른 믿음을 일으켜서 수다원과를 증득한 이도 있었고 사다함과를 증득한 이도 있었고 아나함과를 증득한 이도 있었고 아라한과를 증득한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따뜻한 위[煖位]의 선근을 내고 어떤 이는 맨 윗자리의 위[頂位]를 증득하였으며, 어떤 이는 참음 자리[忍位]의 선근을 내었고 어떤 이는 성문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어떤 이는 연각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어떤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어떤 이는 배운 글귀[學句]에서
섭수하는 마음[攝受心]을 내었다.
이와 같은 회중들은 부처님의 공덕과 바른 법과 온갖 화합된 일들로써 그들의 마땅함에 따라 다들 이익을 얻었다.
그때 빈바사라왕은 곧 그 모임을 떠나 그 동자를 데리고 왕궁으로 돌아왔다.
이때 대왕은 여덟 궁빈을 불러서 여덟 어머니로 삼았으니, 둘은 기르는 어머니로 삼아 은혜롭게 기르게 하며, 둘은 젖어머니로서 젖을 먹이게 하며, 둘은 깨끗하게 하는 어머니[淨母]로서 씻고 빨도록 하며, 둘은 놀이 어머니[戱母]로서 동무가 되어 소꿉놀이를 하게 하였다. 이와 같이 왕은 여덟 어머니를 명하여 젖먹이에서부터 성장할 때까지 젖 먹이기도 하고 밥 먹이기도 하며 그밖에 필요한 것은 밤낮으로 어루만지어 은혜롭게 길러서 소홀함이 없도록 하였다.
뒤에 차츰 자람에 마치 맑은 못에 솟은 한 송이 연꽃 같아서 사랑하고 아끼기가 그와 같았다.
광명 동자에게는 한 분의 외삼촌이 있었다. 그는 오래전에 재물을 갖고 바깥에 나가서 장사를 하였는데, 해가 점점 바뀌어도 다시 돌아올 겨를이 없었다. 어느 때 바깥에서 듣기를, 누이동생이 아이를 배었는데 부처님이 기별하시기를 ‘꼭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낳은 뒤엔 가족이 번성하고 가장 상서로워 인간에서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을 것이며, 맨 나중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고 모든 번뇌를 끊어 아라한을 증득하리라’고 하였다는 말을 듣고 외삼촌은 서둘러서 장사한 돈을 거둬가지고 짐을 꾸려 멀리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누이동생이 벌써 죽었으므로 슬피 울다가 생각하였다.
‘전에 밖에서 듣기로는 부처님께서 나의 누이동생에게 기별을 주어 말씀하시기를 꼭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나중엔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증득한다고 하시더니, 이제 누이동생이 이미 죽었으니 부처님께서 헛되이 말씀하셨구나. 어찌 불세존께서도 함부로 말씀하시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이웃집에 가서 그 내력을 물어 말했다.
“내가 바깥에 나가 장사하고 돌아왔는데, 먼저 듣기를 나의 누이동생이 아이를 배었는데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기별해 말씀하시기를 ‘꼭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낳은 뒤에는 가족이 번성하고 가장 상서로우며 인간 중에 나타나서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다가 맨 나중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고 모든 번뇌를 끊어서 아라한을 증득하리라’ 하셨다기에 나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돌아왔더니, 집에 와서 보니 누이동생은 이미 죽었으니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어찌 허망하지 않겠는가.”
이때에 이웃 사람들은 곧 그를 위해 게송을 말하였다.
별과 달은 땅에 있을 수 있고
산과 돌은 공중에 날 수 있으며
큰 바다는 마르게 할 수 있지만
부처님 말씀 진실하여 허망함 없네.
이때에 그 이웃사람들은 게송을 말하고 나서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은 실로 허망함이 없습니다. 당신의 누이동생이 죽었지만 거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선현 장자가 외도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죽이는 업을 지었습니다. 살생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당신의 누이동생이 죽었습니다. 광명 동자는 큰 위력을 가져서 불이 태우지 못하는 연꽃 속에서 나와서 지금 빈바사라왕 궁중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때 이웃 사람들은 지난 일을 자세히 그 외삼촌에게 말하였다.
이때 그 외삼촌은 이 말을 듣고 곧 집에 돌아와서 선현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자의 행위는 이치와 법에 맞지 않는다. 무슨 일로 나의 누이동생을 죽게 하였는가. 하지만 나는 잘 안다. 나의 누이동생이 임신하였는데 당신이 묘책을 내서 온전히 출산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곧 당신이 삿된 소견으로 외도를 믿고 받아들여서 살생할 인연을 내었던 까닭으로 나의 누이동생을 죽였다.
광명 동자는 큰 위력이 있어서 불이 태우지 못하였으며 연꽃 속에서 나와 지금
왕궁에 있으니, 이것은 실로 이치가 아니다. 당신은 빨리 왕궁으로 가서 오늘 중으로 동자를 데리고 돌아와야만 된다. 만약 그리하지 않는다면 나는 기어코 당신과 화합하지 않을 것이다.
곧 나는 흰 횟가루[白灰]를 갖다가 골목과 길과 네거리와 곳곳마다 땅에 뿌려서 널리 땅을 하얗게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서 나는 또 외치기를 ‘선현 장자는 여인을 살해하였다. 나의 누이동생은 전에 이사람 때문에 죽었다. 광명 동자는 지금 왕궁에 있다. 지금 왕도 또한 의리에 안 맞는 것을 저질렀다’고 하여 가는 곳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으니 당신이 알아서 하여 뒤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라.”
그때에 선현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걱정이 되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처남 말대로 사실이 아닐까.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나는 반드시 부끄럽게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곧 왕궁으로 향하였으며 궁에 이르러서는 공손히 꿇어서 절하고 있었던 일을 다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아직 가볍고 미미하오나 왕께서는 가장 높으십니다. 동자를 주시지 않다가 왕께 해로울까 두려우니 왕께서는 지금 그 동자를 주소서.”
왕은 말하였다.
“장자여, 나는 본래 이 동자를 가질 마음이 없었는데, 불세존께서 나에게 맡기셨다. 만약 부처님의 명이 아니었다면 내가 왜 데려왔겠느냐? 네가 만약 이 동자를 데려가려거든 지금 곧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께 이 뜻을 자세히 아뢰어라.”
이때 선현 장자는 곧 왕궁을 나와서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친속이 바깥으로부터 와서 그가 저에게 광명 동자는 지금 왕궁에 있으니 서둘러서 데리고 오도록 해야 되며, 만약 그리하지 않는다면 그는 나와 화합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사방 네거리의 가운데서 외치기를
‘신현이 여인을 살해하였다. 나의 누이동생은 전에 이 사람 때문에 죽었다. 광명 동자가 지금 왕궁에 있는 것은 왕 또한 의리가 아니다’라고 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때문에 왕궁에 가서 동자를 데려 오려고 하였더니 왕의 말이 전에 부처님께서 기르도록 했으므로 저를 이곳에 오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으로 하여금 저에게 동자를 돌려주도록 해주십시오.”
그때에 세존께서 이 일을 아시고 선현 장자를 관찰하시니 만약 그가 동자를 얻지 못한다면 고뇌가 핍박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틀림없이 피를 토하고 목숨을 마치게 되었다. 부처님은 크게 자비하시어서 구원해 주시려고 곧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빈바사라왕의 궁전에 가서 내 말대로 말하여라.
‘부처님께서 대왕께 병이 없으신지 문안하더이다. 오늘 한 가지 일이 있으니 부처님의 말씀대로 허락하소서. 선현 장자가 와서 광명 동자를 요구하니, 왕께서는 속히 주셔야 되겠습니다. 선현 장자가 만약 그 동자를 갖지 못한다면 고뇌가 마음을 핍박하여 틀림없이 피를 토하고 죽을 것입니다. 왕께서 이 일을 다 아셔서 부처님 말씀대로 하소서.’ ”
이때에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고 곧 빈바사라왕의 궁전으로 향하였는데 도착하여 왕을 뵙고는 부처님 말씀대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대왕께 병은 없으신지 문안하였습니다. 오늘 한 일이 있으니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주소서. 선현 장자가 와서 광명 동자를 요구하옵니다. 만약 선현이 그의 동자를 얻지 못한다면 고뇌가 마음을 핍박하여 틀림없이 피를 토하고 죽을 것입니다. 대왕은 이 일을 다 아셔서 속히 주셔야 되겠습니다.”
그때에 빈바사라왕은 부처님의 명을 받고 이렇게 말하였다.
“대덕 존자시여, 부처님 처소에 돌아가셔서 저의 말씀을 전하시기를, ‘빈바사라왕은
세존의 발밑에 절하고 공경히 세존께 문안드리며 부처님께서 명하신 대로 나는 이미 받아들였다’라고 하십시오.”
이때에 존자 아난은 왕궁을 나와서 부처님 처소에 돌아와서 왕의 말대로 자세히 불세존께 아뢰었다.
그때에 빈바사라왕은 명을 내려 선현 장자를 불러와서 말하였다.
“선현아, 지금 그 동자는 오랫동안 궁중에서 돌보고 기르기를 여덟 어머니가 살피고 시중하여 젖 주기를 때맞추었으며, 내 마음에 사랑스럽기 친자식보다 더하였다. 이제 비록 부처님의 명령으로 너에게 돌려주지만 너는 마땅히 나의 뜻을 본받아 날마다 세 번씩 네가 직접 데리고 오라. 내가 보고 싶어서다.”
선현 장자는 공순히 왕의 명을 받들고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왕의 명을 받았거늘 감히 따르지 않겠습니까? 날마다 세 번씩 데리 고 왕께 오겠습니다.”
이때에 빈바사라왕은 갖은 보배와 묘한 장식품으로 큰 코끼리를 꾸미고 광명 동자를 그 보배로 장식한 코끼리 위에 앉도록 하고 따로 신하에게 명하여 장자의 집까지 함께 가도록 하였다.
그 뒤에 장자는 날마다 세 번씩 왕궁에 보내어 왕이 몸소 보았는데, 광명 동자의 모든 행동이 다 이치와 법에 맞았다.
뒤에 그의 아버지 선현이 죽자, 광명 동자가 호주가 되었고 가업을 잇고 나서 바뀌어 다시 정진하여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비구를 믿었으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비구들에게 귀의하였다.
그의 아버지 선현 장자는 이곳에서 전에 살생의 업을 지었었는데, 광명 장자는 이제 그의 아버지를 위해서 복된 일을 닦았으니, 곧 집에 항상 갖추고 준비하며 네 가지 공양거리를 풍족히 하여 사방의 비구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으며, 나아가 장래에 세존의 바른 법장을 결집할 상수(上首)ㆍ기년(耆年)들과 모든 성문(聲聞)들께도
필요한 것을 항상 공급하여 공양하였다.
광명 장자는 왕사성에서 이와 같은 온갖 복된 일을 닦았으니, 모두가 그의 아버지를 위하여 이익케 함이었다.
그때에 한 상인[商客]가 있었는데 이는 전에 선현 장자와 함께 장사하였던 옛 친구로서 오랫동안 바깥[外方]에서 장사하였고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본래 선현은 선한 업을 짓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는데 이제 들으니 선현이 이미 죽고 광명이란 아들이 이어서 호주가 되었는데 그 광명 장자는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으며 비구를 믿어서 삼보에 귀의하여 이치에 맞게 행한다고 하였다.
그때에 그 상인은 이 일을 듣고서 선현을 불쌍히 여기고 광명 장자를 축하하려고 가장 좋은 우두전단향 나무로 큰 발우를 만들고 온갖 보배를 가득 담아 멀리 외국에서 사람을 시켜 가지고 와서 광명 장자에게 줌으로써 믿음의 징표[信記]로 삼았으며 심부름 가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전하게 하였다.
“오랫동안 기억하여 잊지 맙시다.”
이때 광명 장자는 곧 주문 글귀로써 가호하였는데, 주문은 다음과 같았다.
계나즐혜타야바 새다야바 갈- 가다계나바 흘-혜리먀
計那喞呬吒夜嚩一句室吒夜嚩二羯哩迦吒計那嚩三仡哩係▼(忄*(日/工))咩四
이 주문을 마치고 다시 말했다.
“이러한 보배 발우는 사문이건 바라문이건 큰 위력과 모든 신통을 가진 이라면 이 발우를 받아 응하는 대로 즐거움을 얻으리라.”
이와 같이 빌고 난 뒤에 발우를 갖고 왕사성을 나와 먼저 길 왼편에 큰 기둥 하나를 세우고는 채색하여 장식하고 다시 위에 방울을 달았으며, 그 밑에 발우를 두어 길이 표기(標記)로 삼았다.
이때 여러 외도들은 그들의 법대로 밝은 아침에 강에 가서 목욕하였는데, 지나오는 길에 이 보배 발우를 보고
곧 광명 장자에게 물었다.
“장자여, 당신이 이 발우를 두었으니 어디에 쓸 것입니까?”
광명 장자는 본래의 까닭을 갖추어 여러 외도에게 대답하니 외도들은 말하였다.
“청정한 사문인 석씨 제자라야 이 발우를 감당해 받지 다른 이는 힘써서 받을 이가 없다.”
외도들은 말하고 각기 흩어졌다.
뒤에 연세가 많고 덕이 높은 여러 비구들이 왕사성에 들어가 발우 들고 걸식하였는데, 역시 길 왼쪽에서 이 발우를 발견하고 곧 광명 장자에게 물었다.
“당신이 이 발우를 두었으니 어디에 쓸 것입니까?”
광명 장자는 본래의 인연으로써 앞에서처럼 대답하였다.
여러 비구들은 말하였다.
“장자여, 지금 이 발우는 우리 따위가 받을 것이 아니라 가져다가 부처님께 바쳐야 곧 선한 이익을 증장시키고 모든 죄와 때를 없앱니다.”
모든 비구들은 이렇게 말하고 갈 길로 가버렸다.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921 불설광명동자인연경(佛說光明童子因緣經) 4권 (5) | 2024.10.07 |
---|---|
[적어보자] #4920 불설광명동자인연경(佛說光明童子因緣經) 3권 (4) | 2024.10.06 |
[적어보자] #4918 불설광명동자인연경(佛說光明童子因緣經) 1권 (2) | 2024.10.06 |
[적어보자] #4917 불설관정칠만이천신왕호비구주경(佛說灌頂七萬二千神王護比丘呪經) 12권 (4) | 2024.10.06 |
[적어보자] #4916 불설관정칠만이천신왕호비구주경(佛說灌頂七萬二千神王護比丘呪經) 11권 (2) | 2024.10.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