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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926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5권

by Kay/케이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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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5

 

 

광박엄정불퇴전륜경 제5권


지엄 한역
김두재 번역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드믄 일입니다. 그런데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이 경전 설하는 것을 들으면 시련이 닥치게 하지는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듣지 못하기 때문에 시련이 닥치게는 못하리라. 왜냐하면 문수사리 법왕자가 신통력으로 은폐하여 그들로 하여금 듣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시련이 닥치지 않느니라.”
그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도로 신통력을 거두니 악마(惡魔) 파순이 꿈속에서 새롭게 기이한 물러남이 없는 법륜[不退轉法輪]을 들었고, 또한 석가모니부처님의 이름을 칭송하는 소리를 듣고서 문득 깜짝 놀라 근심과 걱정과 두려움으로 엉켜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다. 그리고는 곧바로 침상에서 일어나 스스로 땅에 몸을 던지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전에 항복했던 자들도 이제는 나에게 항복하지 않겠구나. 또 이전에 빼앗은 영토들도 이제는 나의 소유가 아니로구나.”
그리고는 근심되고 걱정이 되며 괴롭고 번뇌가 되어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근심ㆍ걱정하고 고통스럽고 괴로워하여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에 몸의 모습이 늙고 수척하여 마치 백 살쯤 된 노인과 같았다.
그때 악마 파순이 네 종류의 군대와 삼천대천세계에 퍼져 있는 마왕의 하늘들을 거느리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오니, 마치 보살들이 부처님 도량에 가득 앉았을 때처럼 마왕의 엄숙한 군대의 무리가 부처님 처소에 모여든 것도 그와 다름이 없었다.
그때 악마 파순의 몸 형상은 늙고 수척하여 백 살쯤 되는 늙은이처럼 머리는 숙여지고 허리는 굽어 행보가 매우 느리고 발걸음이 무거우며 숨은 헐떡이고 기운이 없어 온몸을 벌벌 떨면서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오고 있었는데, 마침 마왕 파순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올 때에 거느리고 왔던 권속들과 네 종류 군대들이 불퇴전법륜(不退轉法輪)을 설하는 소리를 허공에서 듣게 되었고,
또한 석가모니부처님의 이름을 듣게 되었는데, 저 네 종류의 군대와 그 권속들은 저절로 걸음이 멈춰진 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을 내게 되었다.
‘우리들은 다시는 파순을 따르지 않아야겠다.’
그러자 파순은 단신인 채 파리하고 늙은 모습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한 사람도 저에게 남아 부축해 주는 이도 없었습니다. 이전에 항복했던 자들도 이제는 나에게 항복하지 않고, 이전에 빼앗았던 영토들도 이제는 저의 소유가 아닙니다.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들을 다 불쌍히 여기시는데 지금 저도 또한 대중들 속에 있는 한 중생이거늘 어찌 불쌍히 여기지 않습니까?……(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지금 저에게는 한 사람도 머물러 물 한 모금 주는 이도 없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중생계(衆生界)는 많고도 많아 무진(無盡)한 법이 있느니라.
파순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가령 날마다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그 부처님 한 분 한 분께서 매일같이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여 반열반(般涅槃)에 들게 한다 하더라도 중생계는 오히려 다하지 못할 것이니라.”
그러자 마왕 파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중생계가 비록 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저는 단신인 데다 더구나 파리하고 늙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길을 나서 걸을 때면 엎어질 듯하며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게다가 아무도 저를 부축해 주는 이도 없으니, 부디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제 마음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해 주시어 저로 하여금 기쁜 마음으로 하루 속히 되돌아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우선 너는 마음을 편히 가지고 가거라. 만약 중생으로서 이 법을 믿지 않거나 알지 못하거나 법(중생법)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러한 중생들은 다 너의 권속일 테니, 이들이 네 권속이 된다면 너는 자재(自在)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그 모든 권속이 다시 너를 부축해 줄 것이니라.”
그러자 파순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 뛰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내 이제 마땅히 중생들을 위하여 갖가지 어려움에 처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 법을 믿지 않게 하고 알지 못하게 하여 의혹을 일으키도록 할 것이다. 의혹이 생겨나면 틀림없이 나의 권속이 되어 나는 자재로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파순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다시 한 번
저를 위로하고 편안하게 하시어 저로 하여금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단 부처님께서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만약 어떤 중생이 내 이름을 들은 이가 있으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리라’라고 하셨으니, 지금부터는 이런 말씀이라면 절대로 다시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만약 어떤 중생이라도 이 말씀을 듣고 나면 부지런히 정진해서 불보리를 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편안한 마음으로 가거라. 내 마땅히 모든 중생들로서……(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보리(菩提)에 머무르지 않게 할 것이요, 또는 중생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며, 중생으로서 색음(色陰)을 여의지 않게 하고, 수음(受陰)ㆍ상음(想陰)ㆍ행음(行陰)ㆍ식음(識陰)을 여의지 않게 할 것이니, 파순아, 마음 편히 가거라.
내 항상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몸에 집착하는 마음을 여의는 자, 계취(戒取)와 견취(見取)를 여의는 자, 얻을 것이 있다는 생각을 여의는 자, 예순두 가지 삿된 견해를 여의는 자,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생각을 여의는 자, 살생(殺生)을 여의는 자, 도둑질[不與取]과 사음(邪婬)을 여의는 자, 거짓말ㆍ기어[綺語]ㆍ악한 말ㆍ이간질하는 말을 여의는 자, 탐욕ㆍ성냄ㆍ삿된 소견을 여의는 자가 없게 할 터이니, 파순아, 안심하고 편한 마음으로 돌아가거라.
나도 중생들을 가르쳐서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를 행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요, 또한 중생들을 가르쳐서 네 가지 섭법[四攝法]1)을 행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중생이라는 생각을 여의게 하거나, 아끼고 집착하는 생각을 여의거나, 부모라는 생각을 여의거나, 형제ㆍ자매ㆍ남녀의 생각을 여의거나, 낮과 밤이라는 생각을 여의거나, 보름ㆍ한 달ㆍ1년이라는 생각을 여의거나,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라는 생각을 여의거나, 보리라는 생각, 역(力)ㆍ무외(無畏)라는 생각, 근(根)ㆍ역(力)ㆍ각도(覺道)라는 생각, 부처ㆍ법ㆍ승가라는 생각, 보리를 장애한다는 생각, 일체의 종지(種智)라는 생각 등을 여의지 않게 할 터이니, 파순아, 너는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거라. 나는 마땅히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법에 대하여 멀리 여읠 생각이 없게 하리라.”
그러자 파순이 기뻐 뛰면서 근심과
걱정의 화살을 뽑아 버리고 그곳에서 물러나 본래의 형태를 회복하여 여러 하늘 꽃을 부처님 위에 흩뿌리고는 부처님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난 뒤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오늘 양족존(兩足尊)께서
이 미묘한 법 설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선 두 말씀 없으니시
지금 저는 크게 기뻐합니다.

그때 마왕 파순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난 후 기뻐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점점 부처님에게서 멀어져 갔다. 본래 살던 천궁(天宮)으로 돌아가서는 다 함께 화합하여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받아 가며 스스로 즐기고 다시는 어려운 일에 머물게 할 마음을 내지 않았다.
세존께서 이 항복견마법(降伏遣魔法)2)을 설하실 때에 대지(大地)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니,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대지가 진동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항복견마법을 설할 때에 6만 4천 보살이 모든 법 가운데 생멸이 없는 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해서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에 있는 대중들 가운데 이 법에 대하여 의혹을 품는 이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임 가운데 있는 10억 중생들은 모두 의혹이 생겨 마음이 혼미해지고 번민하면서 이와 같은 말을 하리라. ‘이 말은 무슨 말일까? 아마 우리가 잘못 들은 것이나 아닐까?’ 이런 일로 인하여 때와 방향을 알지 못하고, 또한 스스로 어느 곳에서 왔는지, 어느 곳으로 가려고 하는지를 알지 못하여 의혹을 내기 때문에 각기 서로 보지도 못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디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자비한 마음으로 이 중생들을 위하여 빨리 밝게 비춰 주셔서 이 대중들로 하여금 의혹을 품어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도록 해 주시옵소서. 무슨 인연으로 악마 파순에게 말씀하시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가거라. 나는 중생들로 하여금 보리에 머물지 않게 할 것이요……(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파순아,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거라. 나는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법에 대하여 멀리 여의겠다는 생각을 내지 않게 할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까?
부디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이 중생들을 위하여 밝게 비춰 주셔서 미래의 중생들로 하여금 밝게 비춤을 체득하고 이 법을 받아 지녀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부디 분별하여 설해 주시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셨다.

보리는 머무는 모습 없고
또한 능히 머무는 이도 없네.
이런 까닭에 중생들에게
머무름 없는 보리를 설했네.

보리와 중생은
둘도 아니요 다르지도 않네.
이런 까닭에 중생들에게
머무름 없는 보리법 설했네.

또한 중생이란 없는 것이니
능히 중생계를 여의고
생겨나는 것도 없으니
필경엔 얻을 것도 없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중생계
그 성품 본래 공하니
가령 일체지(一切智)3)라 하더라도
그 생각 여읨을 보지 못하네.

내가 말한 여러 가지 음(陰)과
중생들은 여읠 수 없는 것이니
이 몸과 중생은
다른 것이 아니어서 항상 적멸(寂滅)하다네.

이미 음이 곧 공(空)한 줄 알면
굳이 그 성품 여읠 게 없으니
그 본체는 곧 하나라서
집착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다고 설하네.

이미 모든 음(陰) 알고 나면
집착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느니
나도 없고 자성(自性)도 없으니
필경에 의지할 대상 없네.

모든 음 허공 같아
음을 행함도 또한 그러하네.
행할 바 없음을 행하는 까닭에
음(陰)은 허공 같다고 설하네.

허공계(虛空界) 설함도 마찬가지
생겨나지도 않고 생기게 하는 것도 없네.
음의 성품도 이와 같아서
능히 여의는 이도 없다네.

신견(身見) 자성(自性)의 모습
법이라 집착할 것 없으니
집착할 만한 것 아닌 까닭에
나는 여읠 것도 없다고 말했네.

자성 없음을 의심하지만
필경엔 얻을 수 없나니
얻을 수 없음을 의심하는 까닭에
중생들은 여읠 수 없다네.

모든 중생들은
선택계(選擇戒)4)를 지니지 못하니
견취(見取)5)의 모든 중생들
또한 얻을 수 없네.

얻을 법 있다고 헤아리면
중생은 얻을 수 없나니
얻을 법 있다는 데 무심(無心)하면
자성(自性)을 여읠 필요도 없네.

말할 바 모든 소견들
예순두 가지 있으나
이와 같은 것들의 모든 소견
모두가 물속의 그림자 같네.

이미 이 모든 견해 깨닫고 나면

모두가 물속의 그림자 같나니
나도 없고 존재하는 실체도 없어
자성을 얻을 수 없다네.

과거니 미래니 하는 생각과
현재라는 생각들
이런 생각 존재하는 실체 없어서
마치 물속의 그림자 같네.

이런 생각엔 나라는 것 없으니
중생이란 얻을 수 없는 것이요
중생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니
그런 까닭에 여읠 것도 없다네.

모든 중생을 살해하게 되면
반드시 험난하고 나쁜 곳에 나아가리니
열반 가운데 머물려거든
동요함이 없어야 하리라.

중생을 만약 얻으려거든
움직이는 상(相)을 여의어야 하지만
중생은 실상이 없는 것이니
그런 까닭에 여읠 것도 없다고 말하네.

보리(普提)란 줄 것도 없고
일찍이 주는 이도 없으니
비록 부지런히 방편을 낸다 해도
동요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네.

중생에게 보시 행하지 않거든
법시(法施) 행함이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가르치네.
비록 부지런히 방편(方便)을 낸다 하더라도
동요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네.

중생은 얻을 게 없건만
음욕(婬欲)에 의지하고 기대고
음욕 속에도 삿됨 없건만
그르고 삿된 것과 합하여 하네.

거짓말 하는 모든 중생들
인연 있으면 마땅히 교화하지만
비록 부지런히 방편을 낸다 해도
동요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네.

이간질하는 말과 악한 말과
때 아닌 쓸데없는 말
이와 같은 말들은
메아리 같아 사람들을 홀리네.

이 법은 머무르는 처소 없으니
물들거나 집착할 것도 없네.
이 모든 소리 메아리 같아
그 이치 깨달으면 의지할 것도 없네.

본래부터 있어 온 무명(無明)
깊이 생각해 보면 나에 집착하기 때문이네.
내가 진실한 것[無我]임을 깨달으면
동요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네.

또한 진에(瞋恚)를 깨닫고 보면
필경엔 아무 모습 없으니
보리에 모습 없는 까닭에
동요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네.

만약 능히 삿된 견해 깨달아 알면
이것을 바른 견해라 이름하나니
소견법[見法]을 초월하면
동요할 것도 없고 여읠 것도 없네.

모든 중생들에게
여색(女色)으로 보시하라 가르치지 말라.
성현께서 금지하고 억제한 것이니
이 보시엔 허물과 근심만 따르네.

삿된 견해로 지키는 계율
성인의 도에선 모두 버렸으니
지혜 있는 사람은
이것으로 성인의 법 구하라고 가르치지 않네.

외도(外道)들이 칭찬하는 바
갖가지 모든 인욕(忍辱)의 모습[相]
이런 인욕은 바른 도도 아니요
중생들을 열반에 이르게도 못하네.

외도들이 칭찬하는 바
5열(熱)의 정진법(精進法)6)

보리에 이를 수 없나니
지혜 있는 이는 이를 여의네.

외도는 모든 선정(禪定)에선
온갖 생각 다 행하라 하지만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는 바 아니니
그런 까닭에 다른 이에게 가르치지 않네.

세속의 지혜[世俗慧]7)로써
모든 중생을 가르치지 말라.
이 지혜로는
부사의한 부처님 지혜 얻을 수 없다네.

청정한 중생은
두려움 없는 자신감 성취하나니
나는 이런 중생들에게
4섭법(攝法)을 행하지 말라 설했네.

부처님을 매우 공경하고 염(念)하는 이에게는
이런 집착 여의라 가르치지 않나니
부처님에겐 물든 지혜[染智] 없으며
또한 모든 장애도 없어서이네.

부처님을 매우 공경하고 염하는 이는
이런 집착 여의라 가르치지 않나니
탐욕 여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법이거늘
어떻게 여읠 수 있으리.

중생이란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보리의 마음 내나니
보리엔 집착할 것도 없거늘
어떻게 여읠 수 있으리.

부모니 형제니 하는 생각과
자매니 남녀니 하는 생각들
이런 생각은 모두 허깨비와 같은데
어떻게 여읠 수 있으리.

일체처(一切處)에서 생기는 생각
법(法)도 없고 존재하는 실체도 없나니
법도 없고 존재하는 실체도 없거늘
어떻게 여읠 수 있으리.

낮이라는 생각과 밤이라는 생각
반달이니 한 달이니 하는 생각들
이런 생각엔 진실 없어서
더울 때의 아지랑이와 같네.

보시라는 생각과 계율이라는 생각과
인욕이니 정진이니 하는 생각들
이런 생각은 진실한 생각 아니니
어떻게 그 생각 여읠 수 있으리.

선정이라는 생각과 지혜라는 생각과
보리심(普提心)이라는 생각
역(力)ㆍ무외(無畏)ㆍ모든 근(根)이라는
이런 생각들은 모두가 헛되고 거짓된 것이라네.

모든 각(覺)과 도(道)라는 생각과
부처라는 생각과 법(法)이라는 생각들은
모두가 무지(無知)로부터 일어나나니
어떻게 이 생각 여읠 수 있으리.

승가라고 분별하는 모든 생각들
이런 생각 숱하게 많지만
분별심에서 생겨나는 것이기에
나는 여읠 수 없다고 설하네.

보리(菩提)라는 생각과
일체지(一切智)라는 생각에도 집착 말아야 하나니
이런 생각은 모든 부처님과
부사의한 보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네.

그런 까닭에 나는
파순처럼 지혜 없는 사람에게 말하였네.
이러한 모든 생각 여의지 못하면
보리를 구하는 일과는 멀어진다고.

모든 법과 보리는
모두가 여여(如如)하다는 것 알아야 하지만
여의지 않는 이치 선설하여
마왕의 근심ㆍ걱정 없애 주었네.

세존께서 결정(決定)을 내려 이 항복견마법(降伏遣魔法)을 설하실 때에 그 모임 가운데 있던
10억 중생들이 망설임의 화살을 뽑아 버려 다시는 의혹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크게 비추는 광명을 체득하였으며, 모든 법에서 생멸(生滅)이 없는 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그 모임에 있던 10억 중생이 모두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부사의한 부처님의 도(道)
우리들 이제 깨달아 증명하였네.
세상을 인도하시는 스승님이신 부처님께서
우리들의 의심을 끊어 주셨네.

크게 비추는 광명 얻음으로써
부처님 법에 편히 머물고
시방이 밝고 맑은 까닭에
1억 부처님을 뵈올 수 있네.

갖가지 법 보여 주셔서
색(色) 등은 생겨나지 않는 것임을 깨달았나니
세간을 구원하시는 스승 만났기에
이처럼 청정한 지혜 얻을 수 있었네.

또한 1억이나 되는
여러 부처님의 엄숙하고 청정한 국토를 보니
가장 으뜸이신 세상을 인도하시는 스승께서
그 가운데 모두 머물고 계셨네.

그때 10억 중생들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난 뒤 입고 있던 훌륭하고 미묘한 옷을 벗어 공양(供養)하는 법대로 하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받들어 이런 말을 하였다.
“바라옵건대 이 법을 모든 중생들에게 유포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누구나 다 들을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중생이 이 항복견마법(降伏遣魔法)을 듣고 믿어 이해하고 의혹을 내지 않는다면, 이러한 선남자나 선여인은 얼마만한 복을 얻을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항복견마법을 들어 한 번 귓가를 스쳐가기만 하더라도 믿어 이해하고 의혹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 공덕은 매우 많아서 한량없을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얻은 복을 방편상 비유하여 알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아침에 백천 부처님을 공양하고, 한낮에 다시 백천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며, 늦은 저녁에 또 백천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되 존중하고 찬탄하며, 가장 뛰어나고 미묘한 방사(房舍)를 보시하는 등 갖가지 필요한 모든 물건을 다 충족시켜 주기를 백천 겁을
해 왔다면, 이 선남자나 선여인이 얻은 공덕은 많겠느냐, 적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정말로 매우 많아서 한량이 없을 것이며, 비유로써도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항복견마법을 들어 한 번 귓가를 스쳐갔을 때라도 믿어 이해하고 의혹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 복은 저것보다 더 많을 것이니라.”
그때 허공에는 선남자가 셋이 있었는데 보살승(菩薩乘)을 구하기 위해 저절로 나타나 점점 다가왔다.
그들은 각각 천 송이의 커다란 연꽃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꽃의 높이와 너비가 수미산을 능가했고, 백천만억의 잎에서는 백천억 광명이 뿜어져 나왔다.
그때 존자 아난과 그 모임에 모였던 여러 대중들이 모두 보살승을 구하는 선남자 셋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는 보기 드문 일이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선남자는 어느 곳에서 왔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불국토를 지나가면 거기에 한 세계가 있는데, 그 이름은 화고수미산(花高須彌山)이니라. 이 선남자는 그 세계에서 이 법과 위의 인연들에 대한 것을 들었기 때문에 여기에 왔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세계의 부처님 명호는 무엇입니까?”
“그 세계의 부처님 명호는 화고수미산왕(花高須彌山王)여래ㆍ등정각이신데 지금 현재에도 설법하고 계시느니라.”
그때 보살승을 구하는 선남자 셋이 석가모니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와 얼굴을 부처님 발에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오른쪽 무릎을 꿇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가지고 있던 꽃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이 법에 대하여 이해하며 의혹을 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이 법에서
의혹 없는 것이 마치 여래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때 첫 번째 보살승을 구하는 선남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말하기를, ‘내가 곧 여래(如來)이다’라고 하더라도 이 말은 곧 바른 말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법에 대하여 의혹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 두 번째 보살승을 구하는 선남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말하기를, ‘내가 곧 세존(世尊)이다’라고 하더라도 이 말은 곧 바른 말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법에 대하여 의혹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 번째 보살승을 구하는 선남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말하기를, ‘내가 곧 부처[佛]이다’라고 하더라도 이 말은 곧 바른 말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법에 대하여 의혹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모임에 있던 백천 중생들은 모두 마음이 동요되어 본래 앉아 있는 자리를 불안하게 여기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간에 두 부처님께서 나란히 출현하실 리가 없는데 무엇 때문에 지금 이 선남자가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이리저리 몰려 수군대다가 다시 아무런 말 없이 잠자코 있으면서 ‘세존께서 이 자리에 계시니 마땅히 스스로 이 모든 보살들이 이와 같이 말한 뜻을 해설해 주실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여러 보살의 명호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큰 사자후(師子吼)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첫 번째 보살은 이름이 낙구여래음성(樂求如來音聲)이요, 두 번째 보살의 이름은 낙구세존음성(樂求世尊音聲)이며, 세 번째 보살의 이름은 낙구불음성(樂求佛音聲)이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저 보살마하살들이 이와 같은 말을 하였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 가운데 있는 백천 중생들이 마음이 다 동요되어 ‘세간에 두 부처님께서 나란히 출현하실 리가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저들이 이런 말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직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그 이치를 펴 연설하시어 이 대중들로 하여금 동요 없이 선근(善根)을 심어 더욱 유익하고 밝고 맑게 하여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목욕하고 엄숙하게 치장하여 머리와 손톱과 피부색이 청결한 데다 다시 붉은 전단향 물로 목욕을 한다면 피부 색깔은 앞에서보다 배나 더 청결하고 밝을 것입니다.
그러니 세존이시여, 이 모든 중생들도 이와 다름이 없어서 만약 이 말의 뜻을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이미 심었던 선근이 더더욱 자라 밝고 청결하기가 앞에서보다 배나 더할 것이옵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셨다.

다 함께 일심으로 들어라.
내가 설하는 저 선남자의 말뜻
어째서 여래라 이름하고
세존이다 부처다라고 했는가?

과거의 여여(如如)함 알고
또한 미래의 여여함 알며
일체 법도 여여함을 알기에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비유하면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부사의한 보시 행한 것처럼
나 또한 이런 보시 행하나니
이런 까닭에 이런 말 했네.

비유하면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의하거나 기댈 것 없는 도(道) 구한 것처럼
나 또한 이와 같이 구하나니
이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머무르지 않는 모든 법에서
적정(寂靜)한 보리 구하지만
그러나 보리에 집착하지 않나니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과거의 모든 보살들이
부지런히 인욕(忍辱) 행한 것처럼
나 또한 이 인욕 행하여
인피안(忍彼岸:忍辱波羅蜜)에 이르리라.

내가 과거에 정진 행하여
부지런히 보리 구한 것처럼
저 또한 부지런히 정진하므로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그는 이미 모든 법이
평등한 모습임을 통달하여
마음에 생각 일으키지 않나니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모든 법 집착 말아야 하나니
그 성품 항상 평등하다네.
이렇게 평등함 깨달으면
차별심 일으키지 않네.

이미 이 여여(如如)하고
평등한 선정 통달하였네.
이 선정 통달하였기에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이른바 모든 법은
각각 스스로 성품과 모습이 있으니
이미 이 성품과 모습 깨달으면
필경엔 항상 적연(寂然)한 것이네.

모습 깨달으면 혜(慧)라 이름하고
헛됨을 알면 지(智)라고 이름하나니
만약 능히 중생 알면
혜피안(慧彼岸:智慧波羅蜜)이라 이름한다네.


과거에 지혜 있는 이
지혜의 피안(彼岸)에 이른 것처럼
또한 이 지혜에 집착 않아야
피안의 적연한 경지에 이르게 되리.

저들도 이 지혜 얻어
피안에 이르렀지만
이 지혜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보리의 여여함에 집착치 말라.
그 성품과 모습 헤아리기 어렵나니
일체 법에 집착 않으면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이미 능히 집착 없음을 체득하면
여여(如如)하여 여래에도 집착하지 않으리라.
모든 법에 집착 않음은
무착도(無著道:阿羅漢道)를 통달했기 때문이네.

과거에 세간을 인도하던 스승
능히 바른 도 깨달아 알고 나니
이 도의 진실한 모습
일찍이 처음과 끝이 없네.

그도 이와 같이
가장 뛰어난 무상도(無上道) 닦으니
이 도엔 시종(始終)도 없고
그 성품 공하여 존재하는 실체 없네.

도에 처음과 끝없음을 깨달으면
모든 법 다 평등한 줄 알리니
마찬가지로 여여하여 평등한 줄 알게 되면
그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도의 여여함과 보리의 여여함과
머무름 없는 여여함에 대해
여여하여 허공 같음을 알면
이런 까닭에 여래라 이름한다네.

내가 설한 모든 법
여여하여 항상 평등하니
만약 이러한 여여함 깨달으면
마땅히 보리를 구하리라.

아난아, 이런 일로써
그들이 이와 같은 말 했고
설법대로 능히 수행하였으니
그도 또한 이와 같이 수행한다.

만약 이러한 행을 수행하면
능히 이와 같은 말 하리니
이 불퇴전법(不退轉法) 깨달아 안다면
두려움 없는 보살이라네.

아난아, 마땅히 알아라.
두려움 없는 모든 보살이
능히 이런 말 할 수 있기에
스스로 여래라 말한 것이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어떤 법을 얻었기에 세존이라고 이름하였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문득 게송을 설하셨다.

다 함께 일심으로 들어라.
백천억 겁 동안을
이와 같은 보리 구하였으니
한량없고 생각하기 어렵네.

모든 중생 위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보리 구하고
일찍이 두려움 없었기에
그런 까닭에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나고 죽음에 두려움 없어
정히 나고 죽음 가운데 머물고
모든 중생 제도하여 교화하기에
그런 까닭에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 때문에 나고 죽음에 머물렀는가?
무엇 때문에 중생을 제도하고

무엇 때문에 세존이라 이름하는가?

나고 죽음에 법이 있어서
깨뜨려 무너뜨릴 수 없고
견고한 것도 아니요 파괴되는 것도 아니니
이런 법으로 중생을 제도하였네.

이것을 이름하여 두려움 없다 하고
이것을 이름하여 생사에 머문다 하며
이것을 이름하여 중생을 제도한다 하고
이것을 이름하여 세존이라 하네.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음을 알면
두렵고 허약한 마음 없기에
모든 법의 모습 선설(宣設)하여
두렵고 무서움 없게 하였네.

이미 모든 두려움과 무서움 끊고
갖가지 난처(難處) 멀리 여의어
어려운 곳 두려워하지 않기에
어려운 곳에서 중생을 제도한다네.

여러 억 중생 제도하여
생사의 험난한 곳에서 벗어나게 했으니
생사에도
중생을 제도했다는 것에도 집착하지 않네.

모든 중생들을
적정(寂靜)한 열반의 언덕에 안치했으나
중생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으니
이것을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항상 모든 중생들 위해
모든 법 허공 같다 설하고
일찍이 두렵거나 무서운 마음 내지 않기에
이것을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법의 성품은 차별이 없어
갖가지 이름으로 설하고
평등하기 보리와 같건만
보리도 얻을 수 없다네.

모든 중생 가르치고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보리에 향하게 하네.
비록 이와 같은 법 가르치지만
일찍이 설한 것조차 없네.

말로는 할 수 없는 법 설하여
수많은 중생 제도하며
두려움도 없고 집착도 없으므로
그런 까닭에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일체의 생각 멀리 여의면
보리의 모습 닦을 수 있으나
이미 모든 생각 초월하였기에
이것을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이미 모든 생각 멸해 버리면
번뇌 또한 남지 않으리니
이런 까닭에 칭송을 얻어
그 이름 세존이라 한다네.

지혜로써 모든 법 관찰하여
모든 법 평등한 줄 알고
언제나 적은 법 구하지 않기에
그런 까닭에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또한 명예를 구하지도 않으며
항상 모든 중생 위하여
명예 여의는 법 설하네.

보리엔 명예 없으니
그도 또한 이렇게 구하네.
만약 명예를 소중히 여기면
이는 곧 보리를 멀리한다 말하리라.

이 명성 메아리 같건만
분별하기 때문에 그 종류 많게 되어
모든 분별 마구 일어나
나에게 이와 같은 이름 붙였네.

모든 음성에 집착하지 않고
또한 이름을 의지하지 않으면
희론(戱論) 없는 보리 되나니
이것을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이와 같은 모든 법 알기에
이름을 세존이라 하지만
보살도 역시 얻을 수 없으니
그런 까닭에 세존이라 이름한다네.

이와 같은 모든 법 깨달아
집착하는 바 없이
이와 같은 보리 구하면
해탈하여 번뇌[有漏] 없으리라.

아난아, 이런 일들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인연으로써
보살마하살은
스스로 세존이라 말하였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써 어떤 법 얻었기에 부처라 이름하셨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설하셨다.

모든 법 깨달아 알면
이 법엔 존재하는 실체가 없나니
이미 존재함이 없는 법 알았기에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모든 번뇌 깨달아 알아
자재(自在)로움 얻지 못하게 하고
지혜로써 번뇌 여의었기에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이 몸 공(空)한 줄 알면
이 몸은 소속된 곳이 없으며
이 몸 견고하지 못하기에
견고함을 얻을 수 없네.

어리석은 이 견고하지 못한 몸을 가지고
견고하다는 생각 낸다는 것을
저들이 여실하게 깨달았기에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무명(無明)과 무지(無智)를 깨달으면
자성(自性)도 본래 없는 것
이미 밝은 지혜 얻었기에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과거부터 지녔던 생각
깨닫고 나면 그 생각 사라지리라.
생각은 모습 없다고 깨달았기에
다시는 이 모습 따르지 않네.

미래의 모든 생각을 닦고
현재의 생각도 그렇게 닦아
모든 생각 이미 닦으면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색음[色]의 전 경계 깨달아 알면
일찍이 생겨남도 없으리니
범인과 소인이 비록 분별심 일으킨다 해도
그들로 하여금 색신(色身)을 받지 않게 하리라.

수음[受]이 근본 없음을 깨달으면
그 근본에 집착하지 않으리니
모든 법 가운데에는
느낌이 전혀 없다네.

상음[想]이 허깨비 같음을 알면
그 성품도 존재함이 없을 것이고
모든 법 가운데에도
생각이 쌓인 바 없네.

행음[行]에 작용 없음을 깨달으면
갖가지 모든 몸의 모습
몸도 공(空)하고 행(行)도 공하니
그런 까닭에 작용하는 바 없네.

행상(行相)과 이 몸이
마치 파초(芭蕉)와 같음을
여실히 깨달아 알기에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식음[識]의 진실한 성품 관찰해 보면
몸 안에 있는 것도 아니요
몸 밖에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인식이 있다 하리.

모든 법에서도
식(識)의 성품 얻을 수 없고
이 몸뚱이 가운데엔
형체도 없고 머무는 곳도 없다네.

이와 같이 식의 모습을 알면
식의 성품 또한 존재하지 않네.
생각 없음이 허깨비 같아
일찍이 식 일어남을 보지 못했네.

모든 법 가운데
식(識)을 보지 못하였고
모든 중생의 성품도
일찍이 작용 없었네.

중생은 작용 없는 것
모든 법도 필경엔 그러하며
법과 중생들 또한
오고 가는 모습 없다네.

갖가지 모든 법 깨닫고 보면
필경엔 아무 모습도 없으며
분별도 없고 희론(戱論)도 없으니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모든 부처님의 머무르지 않음 같고
부처님의 바른 법과 대승(大乘) 같아서
모든 법에 머무르지 않나니
그런 까닭에 부처라 이름한다네.

여여하기가 모든 법의 여여[如]함과
모든 부처님의 머무름 없는 여여함과 같고
부처님의 여여함과 보리의 여여함 같아
필경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네.

보리를 구하기 위해
이와 같은 마음 내었고
능히 이런 마음의 모습 깨달아
작은 법에 집착하지 않는다네.

보리를 구하기 위해
이와 같은 마음 내었고
이 마음 보리와 같아서
모두가 허깨비 같음을 깨달았네.

아난아, 이런 일로 인하여
저들은 이와 같은 말 하였네.
스스로 내가 곧 부처요
세상을 인도하는 스승이신 부처와 같다고.

부처님의 명성(名聲)으로써
이와 같은 법 설하였으니
만일 이 법에 머무르면
틀림없이 모두 보리를 구하리라.

만약 이런 법 깨달아 알면
이는 곧 보리와 가까워져
모든 법 가운데에서
갖가지 의혹 내지 않으리라.

모든 법에 의혹 없으면
틀림없이 세간에 으뜸 되나니
이미 이런 법 깨달았기에
비밀한 말뜻 알 수 있다네.

그때에 세존께서 여래ㆍ세존ㆍ부처의 명호에 대한 설법을 끝내자, 때마침 그 모임에 있던 백천 중생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의심의 그물이 없어지고 크게 비추는 광명을 얻어 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여래ㆍ세존ㆍ불이라고 하게 된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온갖 법은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법에서 법인(法忍)을 체득(逮得)하였습니다.
이제 여래께서는
부모와 같이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맞아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시고, 또한 흔들리지 않는 법이 마치 허공과 같아 흔들 수 없다는 이치까지 깨달아 알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지금 모든 법은 허공과 같아서 흔들어 움직이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모임 가운데 있던 백천 중생들이 머리와 얼굴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 계신 곳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가 잠자코 앉아 있었다.
그때 이 모임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상소제근청정(常笑諸根淸淨)이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갖가지 꽃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나서 게송을 설하였다.

중생들 과보에 대한 생각 많기에
그 과보의 생각 알게 하여
과보의 생각 여의고 원만히 성취하게 하시니
그러므로 세간지(世間智:佛)께 예배합니다.

중생들은 과보를 탐하고 집착하여
갖가지 과보의 이름 행하나
오직 부처님께서 제거해 주셨기에
그러므로 세간지께 예배합니다.

과보란 평등한 것이라고 설명하시어
다른 이들을 깨닫게 하고
과보란 거짓 이름일 뿐이라고 설하시기에
그러므로 세간지께 예배합니다.

평등법(平等法) 선설(宣說)하시어
평등법 가운데 머물게 하시고
일체 법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기에
그러므로 세간지께 예배합니다.

중생들은 과보의 생각에 집착하기에
이렇게 집착하는 마음 없애 주셨네.
오직 부처님만이 제거해 끊어 주시므로
그런 까닭에 세간지께 예배합니다.

과보란 적멸한 것이라고 알아
갖가지 과보에 머물지 않음은
모든 부처님의 비밀스런 말씀이니
그러므로 세간지께 예배합니다.

그때 상소제근청정 보살마하살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세존을 찬탄하면서 머리와 얼굴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서는 부처님에게서 멀지 않은 곳으로 가 일심으로 부처님을 바라보되, 눈을 잠시도 깜박이지 않고 기뻐하며 머물렀다.
그때 그 모임 가운데 또 다른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연화덕장(蓮華德藏)이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꽃을 부처님께 뿌리고 이러한 게송을 설하였다.


중생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많으므로
이 존재한다는 마음 깨닫게 하고
두려움 여의어 집착 없게 하시니
그런 까닭에 모니존(牟尼尊)께 예배합니다.

모든 존재는 적정(寂靜)한 것이라고
존재함이 없는 법 설하시어
모든 존재 멀리 여의게 하셨기에
그러므로 모니존께 예배합니다.

모든 존재는 공(空)하여 아무것도 없는 것임을 알면
그 성품엔 나라는 존재 없다 하여
두려움 멀리 여의게 하셨기에
그러므로 모니존께 예배합니다.

모든 근심 걱정 멀리 여의게 하고
근심 걱정 뽑아 주셔서
모든 속박 영원히 끊어 주셨기에
그러므로 모니존께 예배합니다.

그때 연화덕장 보살마하살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세존을 찬탄하면서 다시 게송을 설하였다.

미래의 악한 세상에
만약 이 경전 듣게 하시고
두렵고 무서운 마음 내지 않게 하시기에
모두가 합장하고 예배합니다.

그때 무구의(無垢意) 보살마하살이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설하였다.

어떤 이라도 이 경전 들으면
의혹을 내지 않고
어느 때라도
마땅히 갖가지 꽃 뿌리리라.

그때 광사유(廣思惟)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이 경전에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법 자세히 설하셨으나
중생들 이 법문 듣고
의혹을 낸 사람 적지 않았네.

자신의 몸을 탐하고 집착하여
갖가지 몸이라는 생각 내었고
이 경전 듣고 나서도
뒤바뀐 학설이라 말들 하였네.

마땅히 알라. 마왕에 소속되면
마왕에게 억압 당하리니,
지혜 없는 이는 이 경전 듣고
도리어 의혹을 품는다네.

그때 청련화목(靑蓮華目)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만약 이 경전 듣고
의혹을 내지 않는 이는
마치 세간안(世間眼:佛菩薩)과 같고

또한 시안(施眼)이라 이름하네.

그때 낙공양탑(樂供養塔)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만약 어떤 이로서 이 경 듣고서
깊은 믿음 내고 즐거워하는 이는
이 인간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마치 가장 높은 탑과 같다네.

그때 갈앙의(渴仰意)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비록 생사(生死) 가운데 있을지라도
마땅히 자주 목말라 우러르는 마음 내어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 경전을 의심하지 않네.

그때 낙이의시(樂以衣施)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섬세하고 부드럽고 올바르게
수많은 억 개의 옷 만들어
공양하여 그 몸 덮어 주고
이 법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리.

그때 낙이식시(樂以食施)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이른바 모든 효선(餚饍)이
맛 중에서 최상이라 하니
마땅히 그 사람을 공양함으로써
이 법을 의심하지 않네.

그때 비념낙견중생(悲念樂見衆生)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모든 중생 슬피 여기고 염려하여
자주자주 눈물 흘리니
이 경전 가운데에서
믿고 즐거워하는 생각 없기 때문이네.

만약 어떤 사람 잠시라도
이 경전에 대해 의혹하면
마땅히 알아라.
지옥에서 왔다가 도로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악지식(惡知識)을 친근히 하고
이 깊은 법 이해 못하면
무명의 그물에 덮인 바 되어
이 묘한 세계로 향할 수 없네.


계율 깨뜨려 제 몸 얽어매고
악한 마음으로 단점 구하기 좋아하며
이양(利養)이나 탐하고 애착하면서
이 경전 비방만 하네.

부지런히 보리 구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고 정진하지 않으며
악한 지혜로 작은 법 즐거워하고
이 경전 믿고 이해하지 않네.

이양을 탐하는 중생
나라는 데 집착하고 애욕 따르며
3세에 깊이 애착하여
이 경전 믿으려 하지 않네.

어리석고 사나운 데다 심성(心性)마저 악하고
애욕에 물들고 무지몽매하여
이야기나 많이 하는 것 좋아하면서
이 경전을 믿으려 하지 않네.

의복이나 선택하기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이나 탐하면서
백법(白法:善法)은 적게 행하고
이 경전 비방이나 일삼네.

과보에 집착하는 모든 중생들
과법(果法)에 집착하는 이야기만 좋아하네.
부처님의 미묘하고 비밀스런 말씀 깨달은
이와 같은 사람 매우 드무네.

과거 세상 부처님이시며
가장 높은 세간을 인도하시는 스승을
잘 받들어 공양한 이라야만
이 경전 믿고 이해할 수 있네.

그때 원리악법(遠離惡法)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을 설하였다.

어리석은 마음에 과보나 탐하고 집착하여
이 경전을 비방하는 사람
이런 사람 멀리 여의기를
마치 똥이나 더러운 냄새 맡듯 하라.

마치 문드러진 시체와 같아
길 가는 이 멀리 피하네.
이 경전 비방하는 중생
모두 마땅히 언제나 멀리 여의어라.

마을을 겁탈한 도적이
크고 넓은 들에 머물면
소문 듣고서 모두 달아나면서
행여나 내가 어려움에 처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함과 같네.

마땅히 이와 같이 달아나는 것은
이 악한 도적 멀리 피하기 위함이니
진에(瞋恚)와 악한 마음 품은 사람이라야
이 경전을 비방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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