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4권
광박엄정불퇴전륜경 제4권
지엄 한역
김두재 번역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세간이 틀림없이 의혹이 생겨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래 등정각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견고한 믿음과 법으로부터 벽지불법(辟支佛法)에 이르기까지를 설하셨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만약 중생들이 과거 부처님 시대에 수많은 선행(善行)을 지었으면 여래의 비밀스런 말씀을 알아 의혹을 내지 않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여래의 비밀스런 말씀이 허깨비와 같고 더울 때의 아지랑이와 같으며, 꿈속에서 본 것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메아리와 같음을 알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만약 이와 같이 비밀스런 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의혹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아난아, 보살마하살은 여래 등정각의 비밀스런 말씀에 대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아느니라. 만약 부지런히 정진(精進)을 행하여도 정진을 얻지 못하고, 지혜를 부지런히 닦아도 지혜를 얻지 못하는 이는 의혹조차도 내지 못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세상을 인도하시는 여러 부처님의
미묘하고 비밀스런 말 알기 어려워라.
큰 장엄 일으키니
보살의 말씀과 다름이 없네.
게으르고 지혜 없는 이
비밀스런 말 이해하지 못하나니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야 함은
비밀스런 말 이해하기 위함이라네.
허깨비와 아지랑이와 꿈속에서 본 일과 같고
번개 같으며 메아리와 같은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법
언설로 나타내 보이네.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미묘하고 비밀한 말씀 안다네.
능히 이와 같은 지혜로써
깨끗하고 미묘하여 비밀스런 지혜 비추네.
마땅히 이와 같이 알면
보리(菩提)를 널리 설할 수 있네.
마땅히 이와 같이 알지만
언설(言說)도 없기 때문에 공하다네.
공(空)하되 공을 알지 못하고
공하되 공을 분별하지 못하나니
일체의 분별 끊어 버리고
이와 같은 공함을 나타내 보이네.
허공은 돌아갈 곳 없고
또한 취하거나 버릴 것도 없네.
취하거나 버릴 게 없으니
이런 까닭에 법의 공함을 아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이와 같이 유위법(有爲法)은 모두 꿈과 같음을 알아서 방일(放逸)하지 않는 이는 의혹을 내지 않느니라.”
이 법을 말할 때에 5억의 비구가 견고한 믿음의 생각을 내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의복을 고쳐 입고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일심으로 합장한 채 모두가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물러 게송을 설하였다.
오늘 모니존(牟尼尊)께서
저희들의 의심을 없애 주시고
미묘하고 비밀스런 말씀 알게 하시어
믿음으로 보리를 구하게 하셨습니다.
또 다른 5억의 비구가 견고한 법의 생각을 내어 여러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지금 보리의 비춤에 힘입어
저희들은 의심이 사라지고
미묘하고 비밀스런 이치 깨달아
견고한 법으로 보리를 구합니다.
또 다른 10억의 비구가 8인(人:忍耐)의 생각을 내어 여러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우선 8지(地:忍)의 마음 가져서
오늘 모든 것 다 제거해 버리고
미묘하고 비밀스런 뜻 깨닫고는
8인으로 보리를 구합니다.
또 11억의 비구가 수다원(須陀洹)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지금 부처님 법 가운데에서
모든 의심의 그물 끊었습니다.
부처님의 미묘하고 비밀스런 말씀 깨닫고
수다원을 선설(宣說)하옵나이다.
또 다른 2만 5천의 비구가 사다함(斯陀含)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저희들은 본래부터 매우 집착했었는데
마음속으로 사다함을 즐거워하여
이제 모든 집착 여의었으므로
적멸(寂滅)하여 희론(戱論)이 없어졌나이다.
또 다른 5백억 비구들이 아나함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지금 세존의 구원에 힘입어서
모든 희론 멀리 여의었으며
보리의 광명으로 비춤을 얻고
모든 과업의 생각 영원히 뽑아 버렸습니다.
또 다른 3만 5척억의 4선(禪)을 증득한 비구가 아라한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저희들 이미 번뇌 여의고
다름이 없는 법을 통달하여
모든 승(乘)의 평등함을 알았고
모두가 환법(幻法)임을 알았습니다.
또 다른 2만의 비구가 성문(聲聞)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속박 여읜 모니존(牟尼尊)께서
저희들의 부질없는 말 그치게 하고
성문의 이치 비밀하게 말씀하시어
저희들 이제 모두 통달하였나이다.
또 다른 5천의 비구가 벽지불(辟支佛)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지금 저희들 앞에 나타나 보인 것은
벽지불이 행한 것이옵니다.
부처님의 미묘하고 비밀스런 이치 깨달았으니
생각하기 어려운 벽지불이옵니다.
또 다른 1만의 비구니가 수다원과(須陀洹果)의 생각과 사다함과(斯陀含果)의 생각ㆍ아나함과(阿那含果)의 생각ㆍ아라한과(阿羅漢果)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이제 평등법(平等法) 알아
여자의 신분(身分) 끊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달라지지 않는 말씀을 하셨으니
틀림없이 인중존(人中尊:佛)을 이룰 것이옵니다.
또 다른 8만 8천의 우바새(優婆塞)가 수다원과의 생각ㆍ사다함과의 생각ㆍ아나함과의 생각을 내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게송을 듣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게송을 설하였다.
저희들 마음에 때[垢:煩惱] 없어서
깨끗하기가 마치 비유리(毘琉璃) 같나니
부처님 법 닦기 위한 까닭에
오늘날 출가한 것이옵니다.
그때 허공에서 60억 나유타 여러 하늘들이 하늘의 만다라꽃[曼陀羅華]을 부처님 위에 흩뿌리고 나서 우뚝 선 채 게송을 설하였다.
본래부터 모든 승(乘)의 생각 있었고
또한 모든 과(果)의 생각 있었는데
오늘 모두 제거해 버렸으니
다음 세상엔 틀림없이 보리를 이룰 것이옵니다.
그때 백천 아라한과 사리불(舍利弗)ㆍ대목건련(大目揵連)ㆍ수보리(須菩提)ㆍ아니로두(阿尼盧頭:阿那律)ㆍ이바다(離婆多)ㆍ겁빈나(劫賓那) 등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고쳐 입고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
땅에 꿇고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다 함께 화합하여 부처님 앞에 머무른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오늘 마음속에 소원하던 것을 원만히 갖추어 능히 마군을 항복받고 여러 원적(怨敵)을 꺾었으며, 다섯 가지 무간업(無間業:五逆)을 원만히 갖추어 성취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다섯 가지 탐욕의 공덕을 원만히 갖추어 성취하였으며, 저희들은 오늘 삿된 견해만 원만히 갖추고 바른 견해를 영원히 여의었으며, 저희들은 오늘 수없는 백천 중생들의 목숨을 끊었으며, 저희들은 오늘 이미 보리를 체득하여 즉시 오늘로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얻어 반열반(般涅槃)에 들게 되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잠자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자 그 모임 가운데 백천 중생들이 모두 의혹을 일으켰다.
‘우리들은 지금 깜깜한 가운데 있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모든 아라한들은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걸까? 아라한도 저렇거늘 더구나 범부이겠는가?’
이런 의혹이 생겼으므로 여기에서부터 저곳에 이르지 못하고 저기에서부터 이곳에 이르지 못하였으며, 앉아 있던 이는 일어날 수 없었고 서 있는 이는 앉을 수가 없었다.
그때 존자 아난은 이 백천 대중들이 마음속에 의혹이 일어났음을 알고, 또한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문수사리 법왕자에게 물었다.
“지금 저 대중들과 백천 중생들이 모든 대덕(大德) 비구들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서 모두 의혹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존께서는 묵묵히 아무 말씀이 없으셨으니, 바라건대 문수사리시여, 그 인연을 말하여 주십시오. 이 모든 대덕 비구들은 무슨 인연으로 이와 같이 비밀스런 말을 하였습니까?”
그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아난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이것은 곧 물러남이 없는 보살지[不退轉菩薩地]의 일이라서 오직 물러남이 없는 보살만이 비로소 이 모든 대덕 비구들의 비밀스런 말을 알아서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이 모든 대덕 비구들은 다 물러남이 없는
보살들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 모든 대덕 비구들은 다 그러한 보살로서 이미 보리에서 물러남이 없는 경지를 증득하였습니다.”
아난이 문수사리에게 간청하며 말하였다.
“부디 모든 대덕 비구들의 미묘하고 비밀스런 말의 뜻을 설명해 주십시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무명(無明)은 나고 죽음을 있게 하나니, 그런 까닭에 무명을 어머니라 부르고, 무명을 끊는 까닭에 어머니를 해친다고 이름합니다. 바른 사유[正恩惟]가 아닌 것과 기쁨ㆍ애착을 아버지라고 이름하는데, 그것을 영원히 끊었으므로 아버지를 해친다고 말한 것입니다.
모든 법은 무너지는 것이 아닌데 방편으로 많고 많은 생각을 무너뜨리고, 또한 모든 행업을 무너뜨리나니 이것을 승가를 파괴한다고 이름하며, 마땅히 범부법(凡夫法)을 무너뜨리면 아라한(阿羅漢)이라 합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방편으로 아라한[羅漢]의 생각을 사라지게 하므로 아라한을 죽였다고 말하며,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방편으로 여래의 생각을 사라지게 하므로 이것을 부처님의 몸에 피가 나게 했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등의 생각을 이미 끊었고 이미 해쳤으므로 필경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아난이여, 이러한 일 때문에 모든 대덕 비구들이 ‘저희들은 오늘 다섯 가지 무간업(無間業:五逆)을 원만히 갖추어 성취하였습니다’라고 이와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법은 모이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으며, 덜하지도 않고 가득 채워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무간업을 만족하게 성취했다고 이름한 것입니다.
아난이여, 저들이 ‘저희들은 오늘 다섯 가지 탐욕의 공덕을 원만히 갖추어 성취하였습니다’라고 말한 뜻은 알아야만 합니다.
저 모든 비구들은 이 다섯 가지 탐욕에 대하여 그것은 꿈 같고 환상(幻像) 같으며, 더울 때의 아지랑이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음을 또렷이 알고 있습니다.
저들은 이 지혜를 만족하게 성취하였고, 다섯 가지 탐욕은 늘어나는 것도 없고 줄어드는 것도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법은 필경에 존재하는 실체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니, 아무것도 존재하는 것이 없는 까닭에 저런 법에 대하여 여실하게 알아서 이와 같은 법인[忍:無生法忍]을 증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탐욕의 공덕을 원만하게 갖추어 성취했다’고 말하였습니다.
아난이여,
저들이 ‘저희들은 오늘 삿된 견해만 만족하게 성취하였고 바른 견해는 멀리 여의었다’고 말을 한 이와 같은 뜻을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저 모든 비구들은 모든 법이 삿됨을 알고 모든 법의 삿됨을 보았으므로 아난이여, 삿된 이름만 있을 뿐 모든 법은 다 허망한 것이니, 이 허망한 법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며, 또한 머무르는 방향도 없고 소속된 곳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성(自性)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이 법은 다 평등한 것이다, 평등하기 때문에 바른 견해로 평등하다는 이치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들은 이와 같이 평등한 생각을 이미 영원히 여의었으니, 왜냐하면 만약 평등한 생각이 있으면 평등하지 못한 생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 모든 비구들은 평등한 생각과 평등하지 못한 생각이 없으니, 왜냐하면 여러 부처님의 법은 모든 생각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부처님의 법에서 생겨남이 없다는 이치를 통달하고 나서 생겨남이 없는 법인도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아난이여, 저 모든 대덕 비구들이 ‘저희들은 오늘 삿된 견해는 원만히 갖추어 성취하였고, 바른 견해는 멀리 여의었습니다’라는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
아난이여, 또 저들이 ‘저희들은 오늘 수없이 많은 백천 중생들의 목숨을 끊었습니다’라고 말을 한 이와 같은 이치를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아난이여, 저 모든 비구들은 지금 이 모임에 모인 백천 중생들과 여러 하늘,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유위법(有爲法)은 모두 다 허깨비와 같고 그림자 같으며 메아리 같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이런 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중생이라는 생각을 여의었고 오래 산다는 생각을 여의었으며, 일체의 법이라는 생각까지도 여의었으니, 일체 법은 심을 것이 못 된다고 알아서 방편으로 보리의 선근만을 심을 뿐입니다.
모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모든 비구들로부터 이 비밀스런 말을 듣고 또한 중생이라는 생각을 여의었으며, 오래 산다는 생각을 여의었고 중생이라는 생각까지도 여의었으므로 자주자주 죽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중생이라는 생각ㆍ오래 산다는 생각ㆍ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착하면 자주자주 죽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이와 같은 법을 멀리 여의었기 때문에 필경에는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아난이여, 저 모든 비구들이 ‘저희들은 오늘 많은 백천 중생들의 목숨을 끊었습니다’라고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아난이여, 저들이 ‘저희들은 오늘 이미 보리를 체득하여 무여열반에 이르러 반열반(般涅槃)에 들었다’고 말을 한 이와 같은 이유를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아난이여, 저 모든 비구들은 여기 모인 대중 백천만억 나유타 여러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오늘 번뇌를 여의게 하고 보리를 체득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대중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내어 오늘 금강구법(金剛句法) 설함을 듣고 모두 다 생멸(生滅)이 없는 법을 증득하여 보리를 득견(得見)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로 인하여 저들이 ‘저희들은 오늘 보리를 체득하였으며, 저희들은 오늘 무여열반에 이르러 반열반에 들어갔습니다’라는 그런 말을 하였으니, 저들은 번뇌를 끊지 못하고 부처님 법을 닦지도 못하였다가 비로소 남은 번뇌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난이여, 저 모든 비구들이 ‘저희들은 오늘 이미 보리를 체득하여 무여열반에 이르러 반열반에 들었습니다’라는 이와 같은 말을 하였던 것입니다.
오늘이라고 말한 것은 아난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하나니, 곧 이 날을 기해 태어나지 않게 되었고, 또한 태어나는 것도 없게 되었으므로 오늘이라고 이름하였습니다.[천축(天竺)의 정음(正音)에는 불생(不生)과 금일(今日)의 음이 같다.]
이런 까닭에 아난이여, 보살승(菩薩乘)을 구하는 선남자와 선여인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사람은 마땅히 모든 법을 점점 덜어 없애고, 법은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체 법에서 보리의 마음을 내면 이것을 일체 법에 대하여 보리의 생각마저도 벗어났다고 말하며, 일체 법에서 무여열반에 들어
반열반을 이루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여, 보살승을 구하는 족성자(族姓子)는 마땅히 해[日]에 대한 생각에 깊이 집착하지 않으며, 마땅히 해를 보고 낮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아난이여, 어리석고 소심한 사람들이 해를 보고 낮이라는 생각을 내니, 지혜롭지 못한 까닭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이 낮이라 하는 것이 곧 진실하고 곧 견고한 것이며, 항상 머무르는 것이라면 마땅히 쌓여서 덩어리가 있어야 할 것이요, 과거라고 할 수 없어야 하며, 오직 낮만 있고 마땅히 밤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난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낮과 밤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곧 범인(凡人)이요 소인(小人)이니, 이런 까닭에 아난이여, 보살승을 구하는 족성자는 심오한 마음이 없는 자라서 선지식(善知識)의 보호를 받아 마땅히 낮과 밤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각 여의기를 구하는 것이 곧 보리도(菩提道)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이 뜻을 거듭 펴고자 게송을 설하였다.
무명(無明)을 어미라 이름함은
나고 죽음을 내기 때문인데
이미 그 근본 뽑아 버렸으니
그런 까닭에 어미를 해쳤다 하네.
부정하게 관찰하고 사유하는 것과
기쁨과 애착을 아버지라 이름하나니
저 모든 것 여실(如實)히 알면
필경에 존재함이 없으리라.
모든 것 존재함이 없음을 알아
그 근본 해하였고
존재하는 실체 없음을 인연하지 않나니
그런 까닭에 아버지를 해쳤다 하네.
이른바 나한법(羅漢法)과
범부법(凡夫法)을
그는 이미 지혜로써 무너뜨렸으니
이것을 해쳤다고 이름한다네.
많고 많은 모습 있으나
이미 그 성품과 모습을 깨달았네.
모든 법은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괴상(壞相)을 승상(僧相)이라 이름한다네.
본래부터 분별한 것은
여래의 모든 법상(法想)이라네.
그는 이미 끊어 멀리 여의었기에
그것이 나고 죽지 않음을 깨달았네.
이런 생각 차례로 일어나지만
생각하고 헤아려 공(空)한 줄 알면
이른바 평등하다는 말과 같아
그는 이미 증명해 알 수 있으리라.
이른바 욕락(欲樂)의 공덕에는
그 이름 다섯 가지 있으니
이 모든 생각 멀리 여의면
생각이란 모두 환상과 같음을 알게 되리라.
이 모든 비구들
욕탐에 대해 늘거나 줄지 않는다고
세상을 인도하는 스승 앞에서
이와 같이 말하였네.
탐욕의 성품은 모두 공(空)한 것
마치 꿈속에서 본 것과 같아
필경에 생겨나는 것 없으니
이런 지혜로 만족함을 얻었네.
삿된 지혜로 법을 깨달으면
거짓되어 견고하지 못하네.
삿된 이름은 허망한 것이니
이런 지혜로 만족 이뤘네.
유위법(有爲法)은 허망한 것이라
멀고 가까움이 없나니
멀고 가까움 없음을 알지 못하면
다섯 손가락으로 허공을 더듬는 것과 같네.
저들이 말하는 바른 견해는
모든 것이 평등한 것임을 보네.
모든 법이 평등한 것처럼
지견(知見)의 평등도 또한 그러하네.
범부와 소인 분별 많아서
중생이란 생각 때문에 죽게 되나니
만약 중생이란 것에 집착 않으면
죽음의 생각도 없게 되리라.
인연 있는 모든 중생들
수명이라는 생각[壽想] 버리게 하리라.
수명이라는 집착이 허물이고 걱정거린 줄 알아
이와 같은 생각을 제거해야 하네.
중생이라는 생각과
수명이라고 집착하는 생각 멀리 여의라고
그들이 이와 같이 말하였으므로
숱한 중생들의 목숨 해쳤다 하네.
이미 죽음이란 생각 멀리 여의면
분별 없는 법 통달하리니
무너지지 않는 보리 깨달았으면
늘어나지도 않고 과보(果報) 또한 없다네.
나고 죽음 쌓이지 않는 것
청정한 법 깨달아 알면
일체 법에 다툼이 없고
태어남 없이 언제나 적멸(寂滅)하리라.
마땅히 낮이라 분별하지 않고
또한 밤이란 분별도 없나니
오고 가지 아니하는 법
보리에서 구해야 하네.
범부와 소인은 항상 분별하면서
해가 뜨면 낮이라 하니
보리를 구하고자 한다면
이런 분별 일으키지 말아야 하네.
저들은 이렇게 비밀스런 말로
이와 같은 법을 선설(宣說) 하였나니
이 법을 알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말할 수 있었네.
문수사리 법왕자가 이 게송을 설하여 마치자, 그때 그 모임에 있던 백천 중생들은 이미 의심의 화살을 뽑아 버렸고, 다시는 의혹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모든 법 가운데에서 생멸 없는 법인[無生法忍]을 얻고서는 각각 자신의 몸에 입고 있던 윗옷을 벗어 문수사리 법왕자를 받들어 모시며 모두들 이런 말을 하였다.
“바라옵건대 저희들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서 이 묘한 법을 설하여 중생들을 깨우치되 지금의 문수사리 법왕자가 중생들을 깨우치는 것처럼 하게 해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문수사리가 중생들의 의혹을 없애 주고 부처님 법을 비추어 밝혔구나. 그 법은 정말로 이와 같으니라.”
그러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여기 모인 백천 중생들에게 있던 의심의 화살을 세존께서 뽑아 끊어주신 것이 아니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여기 모인 백천 중생들은 모두 문수사리가 교화하여 보리를 성취하였으며, 저 설법을 듣고 모두 신심을 내었고 또한 깨닫게 되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모든 중생들도 모두 보리(菩提)에서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이 모든 중생들은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문수사리 선지식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니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비구들은 견고한 믿음의 생각을 내었고 견고한 법의 생각을 내었으며, 8인(人:忍)의 생각을 내었고 수다원(須陀洹)의 생각을 내었으며, 사다함(斯陀含)의 생각을 내었고 아나함(阿那含)의 생각을 내었으며, 아라한(阿羅漢)의 생각을 내었고 성문(聲聞)의 생각을 내었으며, 벽지불(辟支佛)의 생각을 내었기에 모두들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부분은 믿기 어려우니라. 소소한 법만을 즐거워하는 자들이 나태(懶怠)하고 게을러서 부지런히 정진하지 않고 음식이나 탐내고 집착하며, 욕염(欲染)에 대해 탐내고 집착하여 탐욕과 더러운 법을 친근히 하고 즐겨 행하며, 무익(無益)한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을 어지럽히고 생각을 잃어 위의(威儀)를 갖추지 못하고 마음이 조급하고 동요하며, 모든 감관을 거두어들이지 못하여 경솔하게 날뛰고 어리석고 사나우며 말이 많나니, 이와 같은 중생들은 이 법을 믿기 어려우니라.
아난아, 증상만(增上慢)을 탐내고 집착하여 몸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몸과 목숨만을 탐내고 집착하여 한가한 곳은 멀리하고 많이 들었던 법을 버리며, 계율을 파괴하고 교만하며, 법을 헐어 무너뜨리고 법을 도둑질하며, 법을 존중하지 않고 바른 법을 무너뜨려 없어지게 하며, 법재(法財)가 빈약하고
그른 법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바른 법을 비방하고 그릇된 법을 즐겨 행하며, 은혜를 알아서 은혜에 보답할 줄 모르고, 불(佛)ㆍ법(法)ㆍ승(僧)을 공경하지 않는 이들이 있으니, 아난아, 이와 같은 중생들은 이 법을 믿기가 어려우니라.
인색한 마음으로 나쁜 계율에만 굳게 집착하고 성내는 마음만 있으며, 부처님의 법을 알지 못하여 사악한 지혜만을 성취하고 올바른 지혜는 빈약하며, 악한 친구만 보호하고 착한 친구는 멀리하며,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보호하지 않고 모든 다라니경왕(陀羅尼經王)도 보호하지 않으며, 얻을 수 있다는 견해만 일으키고 이양(利養)만을 깊고 중하게 여겨 의발(衣鉢)만을 탐하고 집착하며, 의발이나 물질에 매우 중한 마음을 가지고 화상(和上)이나 아사리(阿闍梨)를 존중하지 않으며,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방편(方便)을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는 이가 있으니, 아난아, 이와 같은 중생들은 이 법을 믿기가 어려울 것이니라.
살생(殺生)ㆍ도둑질[偸盜]ㆍ사음(邪婬)ㆍ거짓말[妄語]ㆍ이간질[兩舌]ㆍ악한 말[惡口]ㆍ때에 맞지 않는 말[非時語]을 지껄이며, 탐냄ㆍ성냄ㆍ삿된 견해를 일으키고 삿된 견해를 친근히 하며, 삿된 방편법만을 수행하고 널리 펴며,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고 뉘우침도 없으며, 붕당이나 만들어 서로 사귀고 나다니며, 도반 없이 혼자 다니면서 사문(沙門)의 법을 여의며, 사문의 법이 아닌 것만을 행하며, 공(空)ㆍ무상(無相)ㆍ무작(無作:無願)의 해탈법은 믿지 않고, 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 모든 법은 행하지 않으며, 모든 법은 다 파괴되는 모습이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있으니,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라. 이와 같은 중생들은 이 법을 믿기 어려울 것이니라.”
세존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고 난 뒤에 곧 아무 말씀 없이 잠자코 계셨다.
그러자 아난이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 문수사리 법왕자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아무 말씀이 없으십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미래의 악한 세상 중생들이 이와 같이 악하고 착하지 못한 법을 성취하고 이렇게 심오한 법은 믿고 이해할 수 없을 터이니, 이런 일 때문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시는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내세(來世)의 중생들은 이와 같은 법을 믿는 이가 적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내세의 중생들은 이런 법을 믿는 사람이
매우 적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중생들이 진귀한 보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많고 아는 이는 매우 적은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지혜의 힘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난이여, 중생들은 다 그러합니다. 이 법 설함을 들어도 믿고 이해하는 이가 적습니다. 설령 이와 같은 법을 믿고 이해하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국토(國土)나 성곽이나 마을의 인민(人民)들에게 공경을 받지 못하며, 국토의 인민들이 모두 그를 가볍고 천하게 여겨서 멀리 떠나고 맙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과거 세상에 지은 법이 머물기 어려운 인연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아난이 문수사리에게 청하여 말하였다.
“오직 바라옵건대, 이렇게 믿고 아는 이가 적은 저 중생들을 위하여 이 뜻을 설하여 주십시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이 일만은 부처님께 여쭈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 틀림없이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자 아난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때 세존께서 사방을 두루 돌아보시고 곧 혀를 내어 삼천대천세계를 뒤덮으니, 그 혀에서 다시 광명이 뿜어 나와 시방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두루 비추었는데 온갖 곳에 비추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자 4부 대중들이 부처님의 신력(神力) 때문에 모두 시방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여러 부처님 세계를 보니,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모두 이런 법을 설하고 계셨는데 모두 그 법을 들어 알 수 있었다.
이 법을 듣고 난 뒤에 다 함께 화합(和合)하여 세존께 요청하였다.
“오직 바라옵건대 여래께서 이 법을 선설해 주셔서 그 법이 단절(斷絶)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지금 시방의 모든 세계에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끝없으며 한량없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도 이 법을 선설하셨는데 저희들이 모두 들었습니다. 그때 설법하신 법은 늘거나 줄지도 않았사온데 지금 세존께서 설하시는 법도 똑같아서 다름이 없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혀를 다시 거두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일찍이 진실하지 못한 말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넓고 큰 혀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느냐, 보지 못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곧
세존께서 성실하게 계(戒)ㆍ정(定)ㆍ인욕(忍辱) 등을 설해 주셨기 때문이며,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요익케 하시며,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를 행하여 일체지의 과업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으므로 이러한 혀의 모습을 얻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부디 바라옵건대 이렇게 믿음이 적은 중생들과 족성(族姓) 남녀를 위하여 이 뜻을 펴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일로 인하여 믿지 않는 모든 이들이 이 법을 알고 증명하여 신심을 얻을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모임에 모인 4부 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ㆍ사람 아닌 것 등이 이 법을 들으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요, 점차로 수행하여 마침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뒤 이곳에 나와 이 법을 선설하거니와 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어서 내가 오늘 설법하는 것처럼 조금도 차이가 없을 것이니라.”
그때 4부 대중들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ㆍ사람 아닌 것 등이 모두 크게 기뻐서 한량없이 뛰었다. 그 중에 더러는 옷을 벗어 부처님 위에 휘날리기도 하였고, 어떤 이는 꽃을, 어떤 이는 여러 가지 꽃다발을 부처님 위에 뿌리기도 하였는데, 그 꽃다발은, 이른바 수만나만(須曼那鬘)ㆍ금만(金鬘)ㆍ은만(銀鬘)ㆍ비유리만(毘琉璃鬘)ㆍ파리만(頗梨鬘)ㆍ차거만(車𤦲鬘)ㆍ마노만(馬瑙鬘)ㆍ상뇌만(象瑙鬘)ㆍ일광보만(日光寶鬘)ㆍ잡칠보만(雜七寶鬘)이었으니, 이와 같은 꽃다발을 부처님의 머리 위에 흩뿌렸다.
여러 하늘들은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ㆍ파류사꽃[波流沙華]ㆍ마하파류사꽃ㆍ만수사꽃[曼殊沙華]ㆍ마하만수사꽃ㆍ가가륵기꽃[迦迦勒羇華]ㆍ
마하가가륵기꽃ㆍ노차마니꽃[盧遮摩禰華]ㆍ마하노차마니꽃ㆍ수사마니꽃[輸娑摩禰華]ㆍ마하수사마니꽃 등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꽃들을 부처님 위에 뿌렸다. 또 다른 하늘은 우발라꽃[優鉢羅華]ㆍ파두마꽃[波頭摩華]ㆍ구물두꽃[拘物頭華]ㆍ분다리꽃[分陀利華]을 부처님 위에 흩뿌리니, 허공에서 하늘의 음악이 연주되었으며, 갖가지 노래로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였다.
여러 용왕(龍王)들은 모두 진주(眞珠)를 내려 부처님 위에 뿌렸으며, 모든 여인들은 몸에 장식했던 오묘하고 좋은 영락을 떼어 부처님 위에 뿌렸으며,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부처님께 바치고는 곧 의복을 고쳐 입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 머문 채 다 함께 화합하여 이런 말을 하였다.
“모든 부처님 여래의 말씀은 두 가지 법이 없으시오. 지혜는 걸림이 없으시며, 저희들을 수기(授記)하시며 미래 세상에는 틀림없이 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아난아. 이 모든 여인들은 틀림없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리라.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어리석음ㆍ탐냄ㆍ성냄과 여러 가지 교만ㆍ번뇌[塵垢]ㆍ흑암(黑闇)ㆍ모든 더러움과 집착을 영원히 끊게 해 주셨으며, 번뇌를 태워 영원히 남음이 없게 하셨으며, 정진을 성취하고 모든 힘을 성취하게 하시며, 위엄한 덕이 존엄(尊嚴)하고 신통력[神足]이 자재하며, 광명이 밝게 비추어 권속들이 존귀한 위세(威勢)를 성취하며, 읍(邑)1) 안에 살고 있는 족성처(族姓處)에서 모두 다 좋은 상호를 원만하게 갖추고 광명(光明)을 갖추며 안온(安穩)한 곳에 이르게 되리니, 마치 제석과 같고 범천과 같으며, 욕계 중에 가장 존귀한 이와 같아서 위의(威儀)를 구족하고 계행(戒行)을 구족하며 관찰력을 구족하게 되리라. 또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
사람ㆍ사람 아닌 것 등이 모두 함께 존중하며 공경하고 찬탄하여 세간법에 물들지 않고 모든 유위법(有爲法)을 영원히 버렸으며, 모든 부처님의 법을 성취하여 해탈할 것이요 견문(見聞)도 헛되지 않으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여러 부처님 세존의 이름을 듣는 것이 헛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알지 못하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정말로 알지 못하옵니다. 부디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무슨 까닭에 여래의 이름을 듣는 것이 헛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일심으로 잘 들어라. 내가 이제 해설해 주겠노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석가모니부처님의 이름을 이미 들었거나 지금 듣거나 앞으로 들을 이 모든 중생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보리는 허망함이 없기 때문이며, 또한 탐욕도 없고 성냄도 없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더구나 오늘 내 앞에서 한 송이 꽃이나마 내 머리에 뿌린 사람이겠느냐? 만약 어떤 중생이 내가 니원(泥洹:涅槃)한 뒤에 형상(形像)이나 사리(舍利)에 꽃 한 송이라도 가져다가 공양하는 이가 있으면, 이런 중생은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어떤 축생(畜生)이 석가모니부처님의 이름을 들었다면 그들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축생이 석가모니부처님의 이름을 들었다면 이 모든 중생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인연이 되는 종자를 심은 것이 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불 여래의 이름을 들으면 그 들은 것이 틀림없이 헛되지 않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불 여래의 말씀은 두 가지가 아니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마치 니구타(尼拘陀)나무의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백 명의 사람에서 나아가 5백 명의 사람을 덮어 주는 그늘이 되어 준다고 하자. 그러면 아난아, 네 생각엔 어떠하냐? 그 나무의 씨앗은 본래 컸겠느냐, 작았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씨앗은 매우 작았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니구타나무 씨앗은 비록 작았을지라도, 흙ㆍ물ㆍ불ㆍ바람ㆍ허공의 갖가지 인연을 얻었기 때문에 점점 자라 저렇게 크고 넓어졌느니라.
아난아, 이와 같이 저 모든 중생들도 보리의 종자를 심어 점점 키워 나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해 부패하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머무름이 없는 일체 법의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부패되거나 무너지지 않으니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본원력(本願力)이라 하셨는데, 그렇다면 모든 부처님의 법은 당연히 그런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나의 본원(本願)이니, 만약 내 이름을 들은 이가 있다면 틀림없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요, 이 모든 불법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법은 평등하기 때문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든 부처님의 법이 평등하다면 무슨 인연으로 서원(誓願)을 세우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불세존께서 법을 선설하실 때에 그 모임에 있던 여러 보살마하살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곧바로 서원을 세워 ‘저희들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 부처가 되어 설법하거나 견문(見聞)이 되어 헛되지 않음도 이와 같아지게 하소서’라고 서원했기 때문이리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훌륭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보기 드문 법을 성취하고 또한 이 법으로써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정말 그러하니라. 네가 말한 것과 같아서 나는 모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기 위한 까닭에 여러
불국토를 두루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되 몸과 목숨까지도 애석하게 여기지 않았고, 모든 물질을 버리되 조금도 아낌이 없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여 얻기 어려운 것을 쌓았으며, 의지함이 없는 보리의 도를 닦아서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고 중생들을 거두어들였느니라.”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927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6권 (2) | 2024.10.08 |
---|---|
[적어보자] #4926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5권 (1) | 2024.10.08 |
[적어보자] #4924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3권 (6) | 2024.10.07 |
[적어보자] #4923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2권 (1) | 2024.10.07 |
[적어보자] #4922 불설광박엄정불퇴전륜경(佛說廣博嚴淨不退轉輪經) 1권 (4) | 2024.10.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