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설나마가경(佛說羅摩伽經) 중권
불설라마가경 중권
성견 한역
송성수 번역
그때 동방에 무이행(無異行)이라는 한 보살이 있었다. 보배 꽃으로 발을 받치고 허공을 걸어서 사바세계(娑婆世界)의 금강륜산(金剛輪山)으로 나왔는데, 발로 산을 밟을 적에 사바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보배들로 변하여 장엄하였으며, 온몸의 털구멍에서 광명을 널리 놓았으므로 해와 달과 별이며, 범왕ㆍ제석ㆍ사천왕과 온갖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한 따위의 화주(火珠)의 광명과 마니주(摩尼珠)의 광명들은 그에 압도되어서 마치 먹을 풀어놓은 것 같았다.또 이 광명은 지옥ㆍ아귀ㆍ축생과 염라왕(閻羅王)의 처소와 어두운 곳을 널리 비추었으므로 고통이 소멸하고 번뇌와 병고와 두려움이 끊어 없어져서 모두가 안온함을 얻었으며, 널리 보배 비가 내려서 부처님 세계에 가득 찼고 온갖 공양거리가 비로 내렸으므로 이러한 갖가지 공양 거리로 여래께 공양하였으며, 모든 중생들이 보아야 할 몸에 따라 그들을 위하여 나타내 보이면서 6취(趣)에 두루 한 뒤에는 금강륜산에 이르러 관세음보살의 처소에 닿았다.그때 관세음보살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야, 그대는 이 자리에 있는 무이행보살을 보았는가?”
대답하였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이미 보았습니다.”그러자 관세음보살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 하고 물으라.”그러자 선재동자는 관세음보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공경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자세히 살피되 만족해함이 없이 성인의 가르침을 바르게 생각하며, 지혜 바다에 깊이 들고는 물러나 하직하고 무이행에게로 가서 머리 조아려 공경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일곱 바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대답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이미 널리 나타내며 속히 행하는 법문[普現速行法門]을 성취하였느니라.”선재동자가 말하였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어떤 부처님에게서 이런 법문을 얻으셨고, 떠나오신 세계는 여기서 얼마나 떨어졌으며, 떠나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이까?”대답하였다.
“선남자야, 그곳은 알기 어려우니라. 온갖 하늘ㆍ사람ㆍ아수라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들로서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오직 부지런히 불퇴전(不退轉)의 행을 닦으면서 선지식을 가까이하고 부처님의 보호를 받는 이라야 비로소 알 수 있을 뿐이니라.
만일 전생에 지은 선근의 힘과 청정하고 곧은 마음을 갖추었거나 보살의 근성을 갖추어 지혜의 눈이 열린 이가 아니면 많이 듣고 많이 안다 하여도 오히려 들을 수조차 없고 현성의 지혜에 깊이 들어설 수도 없거늘 하물며 보살의 행처(行處)를 믿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선재동자가 말하였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원컨대 저를 위하여 그 국토에 계신 여래의 명호를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부처님의 위신력과 선지식의 힘을 받들어 5근(根)의 힘을 믿고 신통의 힘을 성취하여 믿고 알고 싶습니다.”그러자 무이행보살이 선재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온 세계는 이름이 묘수법장(妙首法藏)이요, 부처님의 명호는 보현수(普賢首)니라. 저 부처님의 처소에서 널리 나타내며 속히 행하는 법문을 얻었고, 거기서 떠난 지는 이미 말로는 설명할 수도 없는 부처님 세계의 작은 티끌과 같은 겁이 지났느니라.
한 생각 동안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작은 티끌 수만큼의 걸음을 걸었고, 그 낱낱의 걸음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작은 티끌 수와 같은 세계를 지나왔는데, 지나온 모든 나라마다 부처님께서 계셨으므로 온갖 보살의 그지없는 공양 거리로 모든 부처님의 마누마몸[摩㝹摩身]에 공양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집착이 없고 청정한 법성(法性)의 생신(生身)과 사실대로의 모양으로 인가하는[如實相印] 삼매 법문을 얻었기 때문이니라.이 공덕으로 여래의 집착 없는 법신(法身)에 공양할 수 있었고, 모든 보살의 보기 드문 일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모든 중생의 전생의 선근에 따라 그들을 위하여 색신(色身)을 나타내면서 설법하고 큰 광명을 놓아 널리 시방을 비추어 중생의 마음을 알맞게 그 구하는 바에 따라 뜻대로 모두 얻고 법장(法藏)을 성취하며, 미묘한 음성을 내어 바른 법을 연설하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며 미묘한 법신으로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하나니, 시방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보살의 널리 나타나며 속히 행하는 법문만을 알 뿐이다. 저 모든 큰 보살이 널리 시방에서 이르지 않는 데가 없고, 경계가 한량없어서 파괴할 수 있는 이가 없으며, 청정한 법신이 법계에 충만하고 모든 중생의 길을 분별하여 분명히 알며, 온갖 세계에 가득하게 모든 법을 수순하면서 평등하게 3세를 관찰하고 평등한 법을 연설하면서 세간을 수순하며 부처님 도에 집착하지도 않고 널리 집착도 없고 걸림도 없는 데 이르면서 모든 법의 실상(實相)과 본 성품이 공하고 고요함[空寂]을 잘 연설하는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능히 알 수 있으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선남자야,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바라파제(婆羅波提)라고 하는 성이 있는데 거기에 대천(大川)이라는 한 하늘이 있나니, 그대는 그에게 나아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그러자 선재동자는 무이행보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자세히 살피고는 하직하고 남쪽으로 향하여 갔다.그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비라마가(毘羅摩伽)의 장애 없는 행을 바른 생각으로 사유하면서 무이행보살이 지혜의 경계로 내는 광명 지혜와 신통의 색신 경계와 온갖 공덕으로 장엄한 경계만을 오로지 구하며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견고하게 하면서 기뻐하며,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지니고 행하는 법문[持行法門]을 내어 신통에 유희하고 결정된 지혜[決定智]를 얻으며, 깊은 마음으로 즐거워하고 온몸으로 기뻐하며, 모든 삼매지(三昧地)와 다라니지(陁羅尼地)와 대원지(大願地)와 변재지(辯才地)와 모든 힘을 갖춘 지[具諸力地]의 모든 공덕을 갖추고서 점차로 나아가 그 성문에 이르러서 ‘대천께서 지금 어디에 계신가?’ 하고 물었다.그러자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지금 성안의 중각당(重閣堂) 위에 계시며, 미묘하고 청정한 색신(色身)을 성취하셨는데, 대중에게 에워싸여 변화로 설법을 나타내고 계십니다.”그때 선재동자는 대천에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말하였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이때 대천은 곧 네 팔을 펴서 4해(海)의 물을 움켜쥐고 네 손바닥에 다 안전하게 놓고 흐르지 않게 하고서 스스로 선재동자를 위하여 얼굴을 씻고 입을 양치질하고는 금으로 된 연꽃을 따서 선재에게 뿌리면서 말하였다.
“희유하도다, 선남자야. 심히 기이하고 심히 훌륭하도다. 먼 데서 이렇게 와서 선지식을 구하는구나.
선남자야, 모든 보살의 행은 듣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려우며 심히 깊고 미묘하여 불가사의하며 용맹스럽게 정진하여도 형용이 미묘하여 인간 세상 속에 핀 분다리(分陁利:白蓮花)이니라. 중생들이 귀의할 곳이요 온갖 것을 보호하는 이며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거두어 주면서 버리지 않으며 온갖 중생을 안온하게 하고 온갖 시방세계의 바다를 널리 비추며, 바른 도[正道]를 나타내고 어리석음을 멀리 여의며, 큰 길잡이가 되어 바른 법을 수호하고 지니며, 중생을 돕고 이끌어서 우환이 없이 안온하게 저 언덕[彼岸]에 이르게 하여 반드시 일체지(一切智)의 성(城)에 당도하게 하므로 심히 희유한 것이니라.보살은 세 가지의 업[三業]으로 구족하게 성취하여 청정하기 어려운 데서 능히 청정하게 하여 영원히 뭇 악[衆惡]을 여의고, 중생들에게는 언제나 온화한 말[愛語]로 그 알맞은 데에 따라 모두 그의 앞에 나타내면서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오직 보살의 구름 그물의 광명 법문[雲網光明法門]만을 성취하였느니라.”선재동자가 말하였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이 구름 그물의 광명 법문은 그 경계가 어떠하나이까?”그러자 대천은 선재 앞에 마치 산왕(山王)과 같이 하늘 금 무더기[天金聚]를 쌓아 놓았으니, 백은(白銀) 무더기ㆍ유리 무더기ㆍ파리 무더기ㆍ차거 무더기ㆍ마노 무더기ㆍ쌓인 야광 무더기ㆍ수정 무더기ㆍ금정(金精) 무더기ㆍ중생을 인도하는 마니(摩尼) 무더기ㆍ감색 머리칼의 마니 무더기ㆍ주라(周羅) 마니 무더기ㆍ수광(水光) 마니 무더기ㆍ매괴(玫瑰) 무더기ㆍ붉은 매괴 무더기ㆍ일정주(日精珠) 무더기ㆍ미라가보(彌羅佉寶) 무더기ㆍ여러 빛깔의 보배[雜色寶] 무더기ㆍ비부라보(毘富羅寶) 무더기ㆍ적진주로 된 나망[赤眞珠羅網] 무더기ㆍ전단마니[栴檀摩尼] 무더기와 뼈마디와 온갖 몸을 장엄하는 모든 영락 무더기도 마치 수미산같이 쌓아 놓았다.
온갖 꽃과 온갖 향ㆍ바르는 향[塗香]ㆍ가루 향[末香]ㆍ화만(花鬘)ㆍ하늘 옷[天衣]ㆍ보배 일산ㆍ당기ㆍ번기ㆍ악기ㆍ평상과 장막 등의 모든 공양 거리와 5욕(欲) 경계의 이와 같은 보배들도 마치 수미산같이 쌓아 놓았다.또 아승기 백천만억의 모든 동녀(童女)들을 나타내고는 선재에게 하였다.
“선남자야, 그대는 이 온갖 보배들을 가져다가 여래께 공양하고 모두에게 베풀어서 중생들을 거두어 주고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단(檀)바라밀을 닦고 단바라밀을 배우게 해야 하리니, 온갖 것을 버리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며, 이 버리는 마음을 모두에게 가르쳐 주어 널리 수행하게 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리게 할지니라.선남자야, 나는 이 물건으로 그대가 보시를 하도록 가르치나니, 온갖 중생에게 가르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이 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탐냄이 없는 선근으로 몸과 마음을 훈습하고 닦게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과 보살의 행을 널리 닦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선근을 내고 선근을 길러 구족하게 하고, 온갖 선근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느니라.또 선남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5욕을 탐낸다면 그를 위해서는 부정(不淨)한 경계를 나타내 보이고, 국토를 탐낸다면 그를 위해서는 덧없음을 설명해 주며, 성을 내면서 두렵게 하고 교만하고 방일하고 다투고 원한을 맺는 것이 마치 나찰귀(羅刹鬼)와 같고, 산목숨을 법도 없이 죽이고 피를 마시고 살코기를 먹는 등 이와 같은 갖가지 중생을 위해서는 시현(示現)하고 가르쳐서 저 중생이 대자비(大慈悲)를 닦아 모두가 성냄이나 방일 등을 영원히 여의게끔 하며, 만일 게으르다면 그를 위하여 물ㆍ불ㆍ도적ㆍ나쁜 왕ㆍ원수 등의 재난을 나타내고 덧없음으로 교화하여 모든 선근을 일으키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은 갖가지 나쁜 종류의 중생에게는 방편의 지혜로 모든 악과 온갖 장애와 지혜의 원수를 소멸하여 없애고 모든 바라밀을 성취하게 하느니라.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보살의 구름 그물의 광명 법문[雲網光明法門]만을 알 뿐이다. 저 모든 큰 보살이 번뇌를 없애는 것이 마치 도리천왕(忉利天王)이 아수라의 재난을 없애듯 하고, 모든 보살이 마치 물로 중생의 활활 타는 번뇌의 불을 끄듯 하며, 모든 보살이 마치 불로 중생들의 번뇌 더미[積薪]를 태우듯 하고, 모든 보살이 마치 바람으로 중생의 탐애와 모든 집착을 불어 흩어지게 하고, 온갖 염애(染愛)와 어리석은 마음을 파괴하여 없애듯 하며, 모든 보살이 마치 금강으로 온갖 그와 나[彼我]의 유애(有愛)를 꺾어 없애듯 하는 등 모든 큰 보살들의 이와 같은 모든 큰 공덕을 성취하는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능히 알 수 있으며, 그 보살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선남자야, 이 염부제의 남쪽 지방에 가면 마가다(摩伽陁)라고 하는 나라가 있는데, 적멸한 도량의 보리수 아래에 안주(安住)라는 신(神)이 있나니, 그대는 그에게로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그러자 선재동자는 그 대천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그제야 하직하고 마가다국 적멸 도량의 안주라는 신에게로 나아갔다.그때 십천(十千)이나 되는 지신(地神)들이 저마다 말하였다.
“이 동자는 모든 중생을 구호하러 왔으며, 그가 바로 여래장(如來藏)이어서 중생들의 무명(無明)의 껍데기를 깨뜨리겠구나. 이 사람은 언제나 훌륭한 법왕(法王)의 집에 태어나서 때[垢]를 여의고 장애가 없으며, 한량없는 하늘 비단의 보배 관[寶冠]을 머리에 쓰고, 큰 지혜의 보배 광[藏]을 갖고 있으면서 외도ㆍ이학(異學)ㆍ여러 논의사(論議師)를 모두 꺾어 조복하며 법륜왕의 법으로 중생을 교화할 것이다.”그때 안주지천(安住地天)의 1만의 신(神)들은 대지를 진동시키고 향기로운 물을 비로 내렸으며, 향기로운 바람[香風]으로 땅을 쓸고 나서 그 1만의 지천(地天)들은 이구동성으로 미묘한 음성을 내어 심천대천세계를 가득히 채웠고,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널리 비추었으며, 다시 여러 가지 보배로 궁전을 장엄하였고, 온갖 꽃나무는 활짝 피어 곱고 무성하여 가지를 아래로 드리웠기에 온갖 과일나무는 모두 열매가 열려서 역시 모두 아래로 드리워졌으며, 온갖 향기로운 물은 샘물의 근원지와 하천과 깊고 얕은 못을 돌아 흐르고 다시 넘쳐흐르면서 갖가지의 즐거움과 음성을 연출하였다.모든 하늘의 뭇 보배로 누각을 장엄하였고, 기린ㆍ사자ㆍ향 코끼리ㆍ흰 사슴ㆍ봉황새ㆍ공작새 등의 기이한 종류의 날짐승ㆍ길짐승은 저마다 권속과 함께 공양 거리를 가지고 모두 다 기뻐하면서 청아한 음성을 내었으며, 한량없는 보배 광이 저절로 솟아 나왔고, 사방에서는 바람이 일어나 마치 금륜(金輪)과 같이 되어 여러 가지의 꽃에 불어서 도량 바닥에 뿌렸으며,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따위가 숲 사이에 가득 차 있었다.그때 안주 지신(地神)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잘 왔구나, 선남자야. 그대 스스로 옛날 이곳에서 심었던 선근과 복의 과보를 보고 싶은가?”
이때 선재동자는 안주천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수없이 돌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말하였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보고 싶습니다.”그때 안주 지신이 곧 발가락으로 대지를 누르자 한량없는 아승기 나유타의 마니보배 광[摩尼寶藏]이 열리고 나타났으며, 여러 가지 길상한 병[吉祥甁]이 저절로 솟아 나왔다.
“선남자야, 그대가 옛날 보시한 과보로 이런 보배 광에 이른 것이니, 그대 뜻대로 마음껏 가져다 보시하라. 선남자야, 나는 이미 보살의 무너뜨릴 수 없는 지혜 광[不可壞智慧藏] 법문을 성취하였느니라.나는 옛날 연등불(燃燈佛)에게서 큰 선근을 얻어서 언제나 이 땅에 머물러 있었고, 차례로 모든 보살들을 보호하여 지혜의 경계에 깊이 들어서 그 근원이 다할 수 있게 하였으며, 큰 서원이 원만하게 이루어져서 보살의 행을 청정하게 하고 온갖 삼매가 출생하여 온갖 신통을 닦아 모든 보살의 크고 방정하고 넓은[大方廣] 공덕의 힘을 두루 갖추고 모든 보살의 큰 위덕의 힘을 완전히 갖추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성취하여 그 마음이 견고하면서 파괴할 수 없고 광명의 그물을 놓아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놀며 모든 여래의 수기(受記) 법륜과 온갖 여래께서 굴리신 법륜과 온갖 수다라의 구름[修多羅雲]에 대해 듣고 큰 법의 광명으로 중생을 널리 교화하며, 모든 부처님의 자재한 위신력을 받아 지니어 모든 부처님의 큰 법 광명의 힘을 수호하면서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하였나니, 나는 오직 이 보살의 무너뜨릴 수 없는 지혜의 법문만을 알 뿐이니라.선남자야,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의 겁(劫)을 지나 광명정(光明淨)이라는 겁이 있는데, 그 세계의 이름은 월당(月幢)이고, 여래는 선안(善安)이라 불렸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광명정겁의 선안부처님 처소에서 사유하여 이 법문을 얻었고, 닦아 익히고 기르면서 이 법문을 청정하게 하였으며, 더욱 높고 넓은 곳으로 나아가 법문을 널리 폈고, 그러한 가운데 언제나 부처님을 뵈었으며, 광명정겁으로부터 현겁(賢劫)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 말로는 설명할 수도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겁을 지나면서 나는 그 겁 안에 계셨던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하여 부처님들께 구족하게 공양하였고, 도량(道場)의 보리수 아래 나아가서 모든 꾸미개를 볼 수 있었으며, 그 낱낱의 부처님 처소에서 듣고 닦아 익히어 이 법문을 얻었나니,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을 닦아 익혔고, 이러한 선근과 법을 들은 인연으로 무너뜨릴 수 없는 광의 지혜 법문을 얻었느니라.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보살의 무너뜨릴 수 없는 광의 지혜 법문[不可壞藏智慧法門]만을 알 뿐이다. 저 모든 큰 보살이 온갖 부처님 처소에서 친근하고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의 설법을 전부 듣고 받아 지니며, 부처님의 음성에 따라 다른 이를 위하여 연설하고 찰나마다 상속하면서 부처님 마음에 들게 되고 부처님의 비밀에 머무르며 청정한 법신을 얻고 보살의 무명 껍데기에서 벗어나며, 모든 부처님의 영장(影藏)을 내어 구절의 뜻[句義]을 잘 연설하고 기억하여 지니면서 잊지 않으며, 모든 색식(色身)을 널리 나타내고 몸에 대하여 두 모양[二相]이 아닌 모든 보살의 행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능히 알 수 있으며 말할 수 있겠는가?선남자야, 이 염부제에 무뇌(無惱)라고 하는 나라에 승인(勝忍)이라는 성이 있다. 그 성 가운데에 바사바타(婆娑婆陁)라는 야천(夜天)이 있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나아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그러자 선재동자는 안주신의 발에 머리 조아려 공경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르면서 사모하고 하직하고는 점차로 야천에게로 나아갔다.그때 선재동자는 바른 생각으로 그 지천(地天)의 가르침인, 보살의 무너뜨릴 수 없는 지혜 법문을 사유하여 보살의 삼매를 닦아 뜻에 따라 분명하게 나아가 들었으며, 보살의 율의(律儀)와 법식(法式)을 관찰하여 그 마음은 모든 보살이 자재하게 유희하는 신통을 분명히 알았고 온갖 청정한 법성(法性)을 관찰하였으며, 보살의 심히 깊은 지혜의 마지막 경계에 깊이 들었고 보살의 지혜 법문에 깊이 들었으며, 보살이 관찰하는 무너짐이 없는 지혜 바다 법문을 수순하고 보살의 지극히 깊고 끝이 없으며 청정한 파괴되지 않는 법문[不壞法門]을 관찰하였으며, 보살의 법 구름과 법 바다로 가려 주는 법문[廕覆法門]을 관찰하면서 점차로 나아가 그 큰 성[大城]에 이르러 수없이 돌고 동쪽 문으로 들어가 중간 성[中城]에 머물렀다.그 때는 해가 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재는 큰 스승[大師]을 사모하기를 마치 목마를 때 물을 마시고 싶어하듯 온갖 보살의 가르침을 수순하면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큰 스승 바사바타 야천을 뵙고 싶어하였으며, 선지식에 대하여 여래ㆍ응공ㆍ정변지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넓은 눈[普眼]의 경계로 시방의 온갖 색신과 지혜의 힘을 나타내어 모든 것에 두루 이르고 선지식 뵙기를 좋아하면서 청정한 경계에 머물렀으며, 모든 선지식의 인자한 마음 경계의 묘한 광 법문[妙藏法門]을 널리 보았고, 온갖 법의 바른 지혜의 눈을 얻어서 시방의 삼매 지혜 바다와 넓은 눈의 경계를 관찰하였으며, 나지도 않고 들지도 않는[不出不入] 진여의 성품[如性]과 동일한 온갖 광명의 법계와 지혜 바다와 큰 지혜의 눈으로 깊고 넓고 그지없음을 관찰하였다.그 야천(野天)이 그 성 위의 허공 가운데에 머무르며 보배 누각의 향연화장(香蓮花藏)의 장엄한 세계의 보배 연꽃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몸은 순금빛이요, 정수리의 살상투 무늬는 아름다운 금정빛[金精色]이며, 눈썹은 검푸르면서 분제(分齊)가 분명하고, 모양[色相]은 단정하고 엄숙하여 자못 미묘하기 첫째갔으며, 뭇 보배로 몸을 장엄하였으므로 희유하기 비할 데 없었다. 보는 이마다 기뻐하고 아무리 보아도 싫증남이 없었으며, 몸에 입은 붉은 옷은 뭇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고, 정수리 위의 상투 머리칼은 마치 범왕의 것 같았다.그 때에 야천은 곧 선재동자를 위하여 여계범왕정법신인다라니(䗍髻梵王頂法身印陁羅尼)를 말하였으니, 그 주문은 이러하다.
륵담바라바사나다라니닐차범마사타진나사리라마구타다라니닐차작가라
勒躭婆羅婆娑那陁羅尼眤遮梵摩闍咤震那舍利囉摩鳩吒陁羅尼眤遮斫迦羅
다라니치사바하야사바하
陁羅尼哆莎 呵虵莎 呵
“선남자야, 만일 어떤 이가 이 다라니를 얻으면 그 몸에 있는 모든 털구멍에서 온갖 해ㆍ달ㆍ5성(聖)ㆍ28수(宿)를 널리 나타내고, 또 온갖 별의 빛나는 광명도 나타내며, 이 광명으로 한량없는 세계의 온갖 중생을 널리 비추고, 찰나 동안에 중생들이 3악도(惡道)에 있으면서 8난(難)의 고통을 받는 것을 능히 볼 수 있으며, 한 털 구멍에서 교화할 중생을 모조리 다 보되, 혹은 중생으로서 하늘에 가서 나기를 좋아하는 이를 보기도 하고, 혹은 성문승 얻기를 좋아하는 이가 있기도 하며, 혹은 연각승 얻기를 좋아하는 이가 있기도 하며, 혹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기 좋아하는 이가 있기도 하나니, 하나의 털구멍으로 모두 다 나타내느니라.혹은 어떤 이는 갖가지의 방편과 형색의 위의와 음성의 설법과 모든 언어를 보기 좋아하는 이가 있기도 하나니, 역시 한 생각 동안에 모두 다 보며, 이와 같이 미묘한 법음(法音)이 맑고 깨끗하여 듣기 좋아하는 바에 따라 수없는 겁을 지나도록 역시 털구멍에서 모든 보살의 온갖 행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보고 들으며, 혹은 보살이 용맹 정진하면서 모든 삼매를 닦는 것과 신통력의 문과 보살의 자재한 신력의 경계와 보살이 머무는 바와 보살의 광명과 보살이 신통으로 분발하여 기세가 대단한 법문[神通奮迅法門]도 보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갖가지로 교화할 중생에 따라 털구멍에서 모두 다 보고 들을 수 있나니, 이 모든 것은 보살의 본행(本行)으로 얻은 것이니라.”그때 선재동자는 이것을 보고 듣고 한 뒤에 마음에 크게 기뻐하면서 그 야천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수없이 돌고는 공경하고 합장하고 한쪽에 서서 말하였다.
“천신(天神)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면서 선지식으로 인하여 모든 부처님을 뵙게 되었고, 법의 공덕을 들었나이다. 천신이시여, 원컨대 이제 저를 위하여 모든 보살이 행할 바의 살바야의 도[薩婆若道]를 열어 보이고 나타내 주소서. 만일 어떤 보살이라도 이 도를 향하면 보살의 10지(地)와 10력(力)을 얻을 것이옵니다.”그때 야천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야, 그대는 선지식을 능히 공경하여 그 가르침을 따랐나니, 만일 어떤 보살이라도 선지식을 공경하여 그의 가르침을 따르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선남자야, 나는 오직 보살이 광명으로 모든 법을 널리 비추어 중생의 어리석음을 무너뜨려 흩어지게 하고 악마를 깨뜨리는 법문만을 성취했을 뿐이니라.선남자야, 나는 사견(邪見)을 지닌 나쁜 중생 가운데서는 크게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지 않은 업[不善業]으로 중생을 거스르는 가운데서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며, 선(善)을 닦는 중생에게는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선악이 같은 중생에게는 둘이 없는 마음[無二心]을 일으키며, 더러움에 물든 중생에게는 청정한 마음을 일으키고, 사견으로 나[我]라는 생각에 집착하는 중생에게는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며, 하천(下賤)하고 청정하지 못한 중생에게는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욕락(欲樂)에 집착한 중생에게는 청정한 마음을 내며, 생사의 바퀴를 돌기 좋아하는 중생에게는 잘 수순하면서 생사의 바퀴에서 벗어남을 일으키고, 성문이나 연각을 좋아하는 중생에게는 일체지(一切智)의 보리도(菩提道)의 마음을 일으켜서 안주하느니라.선남자야, 나는 언제나 이와 같이 사유하면서 온갖 중생을 교화하므로 보살의 광명으로 널리 비추어 중생의 어리석음을 무너뜨려 흩어지게 하고 악마를 깨뜨리는 법문을 성취하였느니라.
밤이 깊고 인적이 드물어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릴 때나 온갖 귀신들이 이리저리 쏘다닐 때나 도적이 돌아다닐 때나 비구가 위의를 잃었을 때나 연기ㆍ구름ㆍ티끌ㆍ안개에 가려서 해와 달이 제 빛을 나타내지 못할 때에는 내가 그곳에서 밝은 눈이 되어 주고 인도하여 지나가게 하느니라.만일 어떤 중생이 성읍ㆍ영문ㆍ촌락이나 산ㆍ바위ㆍ들판이나 8방(方)의 큰 바다 가운데나 온갖 물과 육지, 우거진 숲이나 험한 길에서 길을 잃어 두려울 때나 천둥ㆍ번개나 벼락 치는 재난이 있을 때나 어리석은 사람이 사나운 짐승에 의해 재난을 당하거나, 광야에서 도적에게 당하거나 국토에 흉년이 들고 질병이 유행하는 재난이 있거나, 전쟁으로 파괴당하는 재난이 있을 때에는 이 다라니의 힘으로 그런 두려움을 소멸시키느니라.만일 어떤 중생이 바다의 재난을 만나 흑풍(黑風)이 몰아치고 큰 파도가 일어 소용돌이칠 때나, 장사꾼이 길을 잃어 육지를 보지 못하게 되는 이러한 갖가지의 물이나 육지에서 재난을 당하면 나는 그곳에서 귀의할 데가 되어 주고, 혹은 섬[洲渚]이 되어 주며, 혹은 배의 형상이 되어서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여 주고, 혹은 살박(薩薄)이 되기도 하며, 혹은 교인(鮫人)이 되기도 하고, 혹은 큰 코끼리의 형상이나 큰 말의 형상이 되기도 하며, 혹은 작은 코끼리의 형상이나 자라ㆍ악어의 형상이나 아수라의 형상이나 해신(海神)ㆍ용왕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큰 개나 모기ㆍ등에의 형상이 되는 등 이러한 갖가지의 형상을 나타내어 귀착할 방편이 되어 주어서 온갖 고난을 제도하고 벗어나게 하며, 모든 중생들이 5음(陰)의 고통을 여의고 해탈의 도를 얻기를 서원하느니라.모든 인간들이 캄캄한 밤에 기왓조각ㆍ조약돌ㆍ가시나무ㆍ언덕이나 독사ㆍ사자ㆍ범ㆍ이리ㆍ살모사 등의 온갖 독해(毒害)나 추위ㆍ더위ㆍ바람 등에 의해 재난을 당했을 적에 나는 해ㆍ달의 형상이나 밝은 별의 형상이나 유성(流星)의 형상ㆍ혜성(彗星)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천둥ㆍ번개ㆍ벼락 치는 소리를 내기도 하며, 혹은 보배 광명의 형상을 짓기도 하고, 혹은 형혹(熒惑)ㆍ태백(太白)의 서로 다른 재난ㆍ변괴가 이는 별의 형상을 짓기도 하며, 혹은 모든 하늘의 궁전이 되기도 하고, 혹은 천왕(天王)의 형상이 되기도 하며, 혹은 모든 하늘ㆍ용ㆍ신ㆍ8부(部)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전륜왕의 형상이나 모든 작은 왕[小王]의 형상이나 갖가지 사람의 형상이 되기도 하며, 혹은 보살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여래의 형상이 되기도 하여 다라니의 힘과 갖가지 방편의 힘으로 중생을 보호하여 주며, 모든 중생들이 언제나 안온하게 되기를 서원하면서 대비(大悲)로 보호하여 부처님께서 머무르는 곳에 머물게 하느니라.혹은 산의 바위나 석굴(石窟)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산골 물ㆍ샘ㆍ못ㆍ숲ㆍ나무ㆍ약초ㆍ꽃ㆍ과일나무의 형상이 되기도 하며, 혹은 온갖 달고 맛있고 향기로운 음식이 되기도 하고, 혹은 얼음ㆍ눈이 되기도 하며, 혹은 그림자ㆍ메아리ㆍ서늘한 그늘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평지ㆍ도로ㆍ거리가 되기도 하며, 혹은 가릉빈가ㆍ공작왕 등의 여러 가지 새들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약나무 왕이 광명을 놓은 형상이 되기도 하며, 혹은 산신(山神)ㆍ지신(地神)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횃불이나 번갯불의 형상이 되기도 한다.만일 어떤 중생이 산의 험한 데나 평평한 진펄의, 모든 두려운 곳에 있게 되면 다라니의 힘으로 구호하여 주나니, 나는 이와 같은 갖가지의 방편으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근심과 고통을 면하고 생사의 바다를 여읠 수 있게 하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아만의 산[我慢山]을 넘게 하소서’ 하고 생각하느니라.또 서원하기를, ‘중생이 생사의 흐름을 초월하고 지혜의 횃불이 활활 타며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고 5음(陰)의 마을을 태우며 생사의 진펄에서 건너가게 하소서’라고 하느니라.선남자야, 나는 생사의 험난과 어리석은 중생에 대하여 다라니의 힘으로 나고 죽는 그물의 두려움과 속박과 욕설과 저주와 이간질과 나쁜 말과 비방과 허구의 사실로 남을 헐뜯는 따위를 결단하나니, 나는 그때 가릉빈가(迦陵頻伽)의 미묘한 소리를 지어 다라니를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즐겁게 하고, 근심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며, 또 젖먹이나 어린아이나 장년이나 늙은이나 귀머거리ㆍ소경ㆍ벙어리ㆍ곱사등이ㆍ절름발이에게 옴ㆍ종기며, 나아가 사백네 가지의 병[四百四病]이 있을 때는 다라니의 힘으로 대의왕(大醫王)이 되어 병든 사람 앞에 나타나서 그들을 위하여 갖가지 병을 치료하는 법을 말해 주어 저마다 낫게 하느니라.선남자야, 나는 다시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으로서 5욕의 가시나무 숲을 즐겨 집착하는 이거나 사견과 뒤바뀜을 즐겨 집착하여 말하는 이거나 국토를 즐겨 집착하여 교만을 내는 이거나 간에 이와 같은 갖가지의 애착과 고난이 그의 몸을 핍박하는데도 깨닫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이를 보면, 그런 중생이 있는 데에서 무슨 일을 기억하거나 어떤 일을 생각하거나 간에 다라니의 힘으로 곧 그들을 위하여 몸을 나타내어 바른 길을 지시하고 인도하여 안락을 얻게 하리라’고 하나니, 나의 은혜와 힘을 입는 이는 여러 가지 고난을 여의면서 안온한 곳을 얻느니라.나는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다시 서원을 세우되,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3도(塗)를 멀리 여의고 온갖 괴로움에서 영원히 해탈을 얻으며, 오로지 지혜를 구하면서 보리의 도에 향하며 여러 가지 근심이 없으면서 언제나 안온함을 얻고 5음 속박을 여의게 하며, 만일 어떤 변방의 작은 국토에서 국왕이나 왕자나 선남자ㆍ선여인이 국토에서 다투는 일을 근심하거나 생업(生業)ㆍ농사일ㆍ집안일을 조심하거나, 명칭ㆍ영화스런 지위ㆍ자재한 일을 근심할 적에 이와 같은 갖가지의 위험ㆍ재액ㆍ두려움과 어려운 일을 근심한다면 나는 그곳에서 다라니와 방편의 힘으로 그들로 하여금 서로 화합하게 하리니, 모두가 안온함을 얻게 하여지이다’라고 하느니라.다시 서원을 세우되,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5음(陰)ㆍ12입(入)ㆍ18계(界) 등의 모든 집착이 제거되고 생사의 강물을 건너 저 언덕[彼岸]에 편안히 머무르게 하리이다’라고 하느니라.
또 서원하기를, ‘중생들이 부처님의 일체종지(一切種智)의 경계에 머물러서 소견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안락한 온갖 부처님의 행이 생하여지이다’라고 하느니라.만일 어떤 중생이 마을의 일에 집착하고 무명(無明)에 얽매이며 62견(見)의 갖가지 소견과 집착으로 모든 고뇌를 받아 심히 불쌍하게 되면, 나는 다라니의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싫증내어 여의게 하고 법으로 거두어 주리라.다시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위없는 바른 법의 도의 자리[道地]에 편히 머무르게 하리라’고 하며, 다시 생각하기를, ‘원컨대 모든 중생들이 모두 다 6입(入)의 빈 무더기[空聚]를 멀리 여의고 생사의 마지막 경계를 뛰어넘어 살바야(薩婆若) 성(城)의 적멸하고 즐거운 곳에 편안히 머물러지이다’라고 하느니라.또 선남자야, 마치 방향을 잘못 아는 사람이 동쪽을 서쪽으로 여기고 서쪽을 동쪽으로 여기며, 남쪽을 북쪽으로 여기고 북쪽을 남쪽으로 여기며, 네 간방과 위와 아래도 역시 그와 같이 여기는 것처럼, 온갖 세간에서 법에 미혹된 사람이 바른 도를 알지 못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선남자야, 세간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나니, 첫째는 미치광이요, 둘째는 어리석은 이며, 셋째는 풍병(風病)이 든 이니라. 마치 이 세 종류의 사람이 독해(毒害)의 발작을 일으킬 때는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동쪽을 베려고 하면 반대로 서쪽이 베어지고 서쪽을 베려고 하면 반대로 동쪽이 베어지며, 남쪽을 베려고 하면 반대로 북쪽이 베어지고 북쪽을 베려고 하면 반대로 남쪽이 베어지며,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는 것처럼, 법을 비방하는 사람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이는 마음이 뒤바뀐 까닭에 바른 법 가운데서 삿된 생각[相]을 내고, 삿된 법 가운데서 바른 법이라는 생각을 내며, 항상 있는 법[常法] 가운데서 무상하다는 생각을 내고, 무상한 법 가운데서 항상 있다는 생각을 내며, 즐거운 법 가운데서 괴롭다는 생각을 내고, 괴로운 법 가운데서 즐겁다는 생각을 내며, 청정하지 않은 것[不淨] 가운데서 청정하다는 생각을 내고, 나 없는[無我] 법 가운데서 멋대로 나라는 생각[我想]을 내며, 편평한 땅 가운데서 험난하다는 생각을 내고, 험난한 것 가운데서 편평한 땅이라는 생각을 내며, 풍년 들어 즐거운 세상에서 흉년 들고 배고프다는 생각을 내고, 배고프고 흉년 든 세상에서 풍년 들고 즐겁다는 생각을 내며, 백성이 왕성하고 많이 있는 세상에서 텅 비어 없다는 생각을 내고, 텅 비어 없는 세상에서 왕성하고 많이 있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니라.이와 같이 어리석은 이는 길을 잃은 중생이요 미혹된 중생이며 정신을 잃어버린 중생이므로 나는 갖가지의 방편과 다라니의 힘으로 큰 광명을 놓아 어둡고 캄캄한 데서 길로 나오려 하는 이에게는 문을 열어 주고, 어리석은 이에게는 큰 광명을 놓아 지혜의 눈을 뜨게 하며, 길을 잃은 중생에게는 바른 길을 열어 보여 그들을 인도하느니라.만일 어떤 중생이 물을 건너고자 하면 다리ㆍ배ㆍ나루나 건너는 섬을 만들어서 저 언덕에 이르게 하며, 방향과 지역을 모르면 즐거운 국토를 보이면서 언덕이나 구렁을 평지로 변화시켜 부드러운 풀이 나 있게 하며, 혹은 또 도시와 시골이며 모든 묘한 물질[色]을 나타내기도 하여 중생에게 베풀어 주어 쾌락을 얻게 하느니라.
또 강물ㆍ하천ㆍ흐르는 샘물ㆍ동산의 숲ㆍ목욕하는 못이나 사람들이 흥성하여 많고 안온하며 풍요하고 즐거운 것 등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서로 인자한 마음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마치 부자와 형제자매와 같이 여기게 하느니라.다시 이런 원을 세우되, ‘저는 이제 모든 중생에게 온갖 안락한 지혜의 광명을 베풀어서 그 중생들로 하여금 영원히 어둠을 여의게 하고 다시는 어리석음과 애욕으로 온밤 내내 미혹되어 혼미한 무명에 가려짐이 없게 하겠사오며, 눈이 없는 중생에게는 지혜의 눈을 얻게 하여 두루 밝고 청정하게 하리이다’라고 하느니라.만일 어떤 중생이 아상(我相)ㆍ인상(人相)ㆍ중생상(衆生相)에 집착하면 아상ㆍ인상ㆍ중생상 등의 생각을 여의게 하고, 만일 어떤 중생이 무상한데 항상하다[常]고 생각하거나, 나가 없는데 나[我]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괴로운데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청정하지 않은데[不淨] 청정하다고 생각하거나, 음(陰)이 아닌데 음이라고 생각하거나, 목숨[命]이 아닌데 목숨이라고 생각하거나, 중음(中陰)이 아닌데 중음이라고 생각하거나, 음(陰)ㆍ계(界)ㆍ입(入)이 아닌데 음ㆍ계ㆍ입이라는 생각을 짓거나, 초목이어서 수명(壽命)이 아닌데 수명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중생이어서 초목이 아닌데 초목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인과(因果)가 아닌데 인과라는 생각을 하거나, 선행의 도[善行道]가 아닌데 선행의 도라는 생각을 하거나, 생명을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서 언제나 즐거우리라는 생각[常樂想]을 하거나, 10악(惡)의 사견(邪見) 등에 이르기까지 ‘중생들이 이런 모든 생각을 여의게 하여지이다’라고 널리 서원하느니라.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으며, 보답하는 것도 없고 은혜로운 양육[恩養]을 알지도 못하며, 바른 도[正道]를 멀리 여의고 착하지 않은 업[不善業]을 행하며, 열여섯 가지의 모든 나쁜 율의[十六諸惡律儀]를 두루 갖추고, 바른 도를 비방하며 바른 이론을 헐어 무너뜨리고, 삿된 소견에 깊이 집착하며, 불ㆍ법ㆍ승을 헐뜯고 바른 법륜을 끊으며, 보살 대중을 무너뜨리고 대승에 대해 나쁜 일을 더욱 많이 하며, 보살을 살해하고 보살승(菩薩僧)을 찬탄하지 않는 등의, 이와 같은 모든 착하지 않은 업의 여러 가지 중생들이 뭇 고통에 몸을 핍박받고 마음에 근심 걱정을 품으며 근본되는 지혜의 마음을 잃고 법의 이익을 알지 못하며 미치거나 미혹되고 어리석어서 바른 길을 알지 못하고 한량없는 겁 동안 언제나 비방을 받으면서 삿된 소견에 미혹되어 모든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와 같이 법이 아니고 율(律)이 아닌 이에게는 자비심을 깊이 내면서 그들로 하여금 비호[護]를 얻게 하느니라.”그때 야천(夜天) 바사바타는 곧 미쳐 날뛰며 법을 비방하는 중생을 위하여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지은 죄의 업장을 청정하게 조복하여 없애는 다라니를 설하였나니, 그 주문은 이러하다.
뎨 삼 바라 포타나야 삼마말기타파야 오비마례
羝音都奚反釤音踈監反跋囉音盧可反浦陀那夜音余架反三摩末祗他波耶音余加反毘摩隷
슈단나비마라수단니시 슈단니이사바하마하슈단나마뎨이사바하
輪檀奈毘摩羅輸檀禰翅音尸鼓反輸檀尼移莎 呵摩訶輸檀那摩羝移莎 訶
“만일 어떤 중생이 바른 법을 비방하고 보살승(菩薩僧)을 헐뜯으며 화합승(和合僧)을 파괴하고 대승의 거룩한 지혜의 가르침을 끊으며 보살의 행을 수행하는 이를 미워하고 시샘하면서 보답이 없으면 이와 같은 사람은 장부와 남자 몸을 갖춘 이라 할 수 없으며, 부모에게 불효하고 부모를 상해하거나 거역하며 선지식이 계신 곳에서 다투거나 속이며 8인(人)과 아라한을 살해하는 어질지도 않고 의롭지도 않은 이며, 부처님의 재물과 탑의 재물과 법의 재물과 초제승의 재물[招提僧物]과 현전승의 재물[現前僧物]을 도둑질하고, 4중금(重金)과 13승잔(僧殘)과 10불선도(不善道)와 5무간죄(無間罪)를 범하면 악도(惡道)를 향하여 빠르고도 곧바르게 나아가는 이요, 무명에 가려져서 고통의 바다[苦海]에 빠져 있는 이니, 나는 큰 지혜 광명의 원력(願力)으로 무명과 무간중죄(無間重罪)와 어둡고 막히고 어리석어서 미혹된 것을 제거하고 그로 하여금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서 곧 대승으로써 스스로 장엄하여 보현행(普賢行)을 갖추게 하며, 그들을 위하여 여래ㆍ법왕의 경계와 여래의 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18불공법(不共法)과 신통 등의 일을 설명하여 온갖 큰 지혜의 지위[智慧地]를 성취하게 하나니, 나는 이제 여래의 10력과 4무소외와 다라니의 힘을 나타내 보이어 모든 부처님의 바른 도에 편안히 머무르며, 이 다라니의 힘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동일한 법신(法身)이 되게 하느니라.또한 선남자야, 나는 이제 온밤 내내 병고(病苦)로 괴로워하는 중생과 병이 많아 바짝 마르거나 질병으로 늙어서 쓸모없어지거나 간탐으로 빈궁한 이거나 위험과 액난으로 고생하거나 나라가 망하고 집안이 파괴되어 이리저리 다니면서 국토를 잃은 이거나 가난하고 외로이 흩어진 이거나 고단하면서 세력을 잃은 이거나 간에 구호해 줄 이가 없는 이는 모두가 전생에 자비가 없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나쁜 업을 지은 과보이어서 다른 이에게 매달리거나 8고(苦)의 번뇌[衰惱]를 의복으로 삼는 것이니, 이러한 귀의할 데 없는 이에게는 크게 가엾이 여김[大悲]의 방편으로 그를 구호하게 되며, 모든 빈궁으로 고생하는 이에게는 다라니의 힘으로 그의 창고가 저절로 가득 차게 하느니라.
만일 어떤 간탐을 부린 이가 죽기에 이르도록 버리지 않고 재물 지키는 귀신[守財鬼]이 되면, 이와 같은 갖가지 탐착하는 이를 위하여 모든 방편으로 교화하고 인도하며, 그런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다시 서원하기를, ‘저는 그런 중생들을 위하여 크게 구호하는 자가 되어 법의 약[法藥]으로 베풀어 주며, 이 약을 먹은 이는 모든 번뇌의 병을 소멸시키고, 나고 늙고 죽는 여덟 가지 괴로움[八苦]에 대한 두려움을 여의며, 무명(無明)으로부터 늙어 죽는[老死] 열두 가지 바퀴 굴림[輪轉]의 온갖 괴로움을 영원히 여의게 하며, 나쁜 벗을 여의고 착한 벗을 가까이하며, 넓고 뛰어난 법으로 모두를 거두어 주어 세 가지 청정한 업[淸淨業]을 얻어 편안히 머무르게 하고, 여래의 참되고 묘한 법신(法身)을 공경하고 믿으며,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영원히 여의고 마침내는 청정한 법계에 언제나 머무를 수 있게 하여지이다’라고 하느니라.또 선남자야, 나는 사견(邪見)을 지닌 모든 중생들과 그의 권속이 짓는 나쁜 율의[惡律儀]를 보거나 중생들로서 바른 도를 멀리 여의고 삿된 길에 나아가며 모든 뒤바뀐 소견과 허망한 미혹에 집착하고 몸과 입과 뜻의 업으로 그 행이 착하지 못하며 갖가지로 방일하고 삿된 법에 의지하며 바른 깨달음이 아닌데 바른 깨달음이란 생각을 내고 바른 깨달음인데 바른 깨달음이 아니라는 생각을 내는 이를 보거나, 나쁜 벗을 가까이하여 괴로운 법을 받아 행하면서 못에 몸을 던지거나 불로 나아가거나 스스로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언제나 한쪽 다리만으로 발돋움하고 서 있거나 다섯 가지 뜨거운 열[熱]로 몸을 지지거나 재와 흙을 더럽게 바르거나 가시나무 위에 누워 있거나 스스로 굶어서 죽거나 한겨울에 못 안에 잠겨 있거나 얼음 아래에 엎드려 있거나, 닭ㆍ개ㆍ소ㆍ사슴 등의 계(戒)를 받아 지니거나 하면서 이와 같은 갖가지 사견의 고행(苦行)으로 해탈을 구하려는 이를 보면 나는 갖가지 방편으로 그 사견을 제거하여 바른 견해[正見] 가운데에 편히 머무를 수 있게 하고, 모든 사람이나 하늘들로 하여금 가장 으뜸가는 즐거움을 얻게 하느니라.또 이런 서운을 세우나니, ‘원컨대 모든 중생들이 세간을 벗어나고 삿된 소견에 집착하지 않으며,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편안히 머물러 불퇴전(不退轉)을 얻고 일체지(一切智)를 성취하며, 마지막에는 보현보살의 큰 서원[大願]의 행을 만족케 하고, 일체지를 향하여 보살의 모든 지위[諸地]를 여의지 않으며, 온갖 중생의 괴로운 성품[苦性]을 품지 않으면서 해탈을 얻게 하소서’라고 하느니라.”그때 야천 바사바타는 보살의 광명으로 모든 법을 널리 비추어 중생의 어리석음을 파괴하여 흩어지게 하는 법문을 거듭 펴고자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자세히 살피고는 곧 선재동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이룬 미묘한 법은
때[時]와 모든 문(門)과 자리[地]를 알며
어리석음과 어둠을 비추고 없애면서
온갖 법을 널리 관찰하느니라.
나의 법문은 고요하여
오래도록 인자한 마음[慈心] 닦아 얻었으며
한량없고 수없는 겁 동안에
대비(大悲)로 중생을 보호하였느니라.
대비의 바다를 성취하여
3세의 부처님께서 나오셔서
온갖 괴로움을 없애 주셨나니
선재여, 속히 구경(究竟)에 이르라.
불자(佛子)는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세간의 악(惡)을 영원히 여의고
삼계의 괴로움을 뛰어넘어야
모든 성현의 즐거움을 받느니라.
유위(有爲)의 악과
성문(聲聞)의 지혜와 해탈을 멀리하며
모든 부처님의 지혜를 만족할지니
불자여, 의당 구경에 이르러야 하느니라.
나는 두루 청정한 눈으로
시방의 세계를 널리 보나니
저 세계 가운데에는
모든 부처님께서 도량(道場)에 앉아 계시느니라.
상호(相好)와 장엄하신 몸을
한량없는 대중이 에워싸고 있으며
큰 광명의 바다를 놓아
모든 중생 널리 교화하시느니라.
모든 중생들을 보게 되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면서
6취(趣) 안을 빙빙 돌아 흐르며
모든 고의 독[苦毒]을 받느니라.
나는 청정한 귀의 바다로
시방의 음성을 널리 듣나니
온갖 언어의 바다를
모두 다 능히 받아 지니느니라.
나는 청정한 코의 감관으로
법 바다 가운데에 막힘이 없으며
모든 법의 문에 능히 들어가나니
선재여, 의당 구경에 이르러야 하느니라.
나는 대인의 몸매[大人相]를 이루고
청정하고 넓고 긴 혀[廣長舌]로
알맞은 바에 따라 법을 연설하나니
불자여, 의당 구경에 이르러야 하느니라.
청정하고 미묘한 법신(法身)은
3세에 여여(如如)하고 평등하나니
그 교화해야 할 바에 따라
모두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느니라.
나의 마음은 집착하는 바가 없고
맑고 깨끗하기 마치 허공과 같으며
널리 부처님의 경계를 포섭하나니
그러면서 또한 두 모양[相]이 없느니라.
한량없는 세계와
중생의 모든 마음 바다 모두 다 알며
모든 근성의 뜻[根意] 분별하면서
허망한 법을 멀리 여의느니라.
나는 신통의 힘으로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놀면서
온갖 대중을 널리 보호하고
모든 중생을 조복하였느니라.
지혜가 청정하기 마치 허공과 같아
견줄 데 없고 다함없는 광[無盡藏]이며
온갖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모든 중생 이롭게 하였느니라.
광대하고 청정한 지혜로
모든 법의 바다를 분명히 알며
어리석음과 미혹을 제거하여 없애나니
불자여, 의당 구경에 이르러야 하느니라.
나는 부처님의 법의 바다에 들어가
3세의 법을 통달하였으며
온갖 지혜를 환히 아나니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는 이 없느니라.
낱낱의 작은 티끌 가운데서
부처님의 세계 바다 모조리 보며
혹은 3세의 부처님도 보나니
진실한 지혜의 힘 때문이니라.
노사나부처님[盧舍那佛]을 뵈옵건대
도량에서 정각(正覺)을 이루시어
시방의 작은 티끌 수 같은 세계에서
바른 법륜 굴리시느니라.
그때 선재동자가 천신(天神)에게 말하였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신 지 얼마나 되었사오며, 이 법문을 얻은 지는 얼마나 되셨기에 이토록 중생을 이롭게 하나이까?”대답하였다.
“불자여, 지나간 세상의 오랜 옛적에 수미산의 작은 티끌 수같이 많은 겁을 지나 다시 이 수보다 더한, 한량없고 그지없는 겁을 지나서 거기에 세계가 있었나니, 이름은 칠보공덕집(七寶功德集)이었고, 겁의 이름은 광명적정(光明寂靜)이었으며, 나라의 이름은 보월광명(寶月光明)이었고, 성의 이름은 연화광처(蓮花光處)였는데, 염부주 안에서의 이 겁 동안에는 5백억의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느니라.그때 그 성안에 전륜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선법도(善法度)였느니라. 성왕의 법[聖王法]과 바른 법으로 세간을 다스렸고, 7보가 저절로 이르렀으며, 사방 천하의 왕으로 있었고, 수명은 1겁이었으며, 위력이 자유자재하여 군사와 무기로 다스리지 않아도 저절로 태평하였느니라.그 왕이 소중히 여기는 첫 번째 부인은 이름이 일월의(日月意)였으며, 그 왕의 부인이 기악(伎樂)으로 스스로 즐기다가 한밤중이 되어 깊이 잠이 들었는데, 꿈에 이 성안에 최정각적정광명(最正覺寂靜光明)이라는 한 야천(夜天)이 앞으로 오더니 합장하고 서서, ‘안타깝습니다, 선여인이여. 당신은 알고 계십니까? 지금 연화광의 큰 성 동쪽에 적정광미묘덕(寂靜光微妙德)이라는 숲이 있는데, 이 숲 안에 일체불자재광(一切佛自在光)이라는 보리수가 있고, 부처님 세존께서 계신데, 명호는 일체법뢰음왕(一切法雷音王)이십니다. 이 나무 아래 앉아 등정각(登正覺)을 이루셨고, 10호(號)가 완전히 갖추어지셨으며, 큰 광명을 놓으셨나니, 그 이름이 마니왕보조일체(摩尼王普照一切)이십니다. 저 뇌음왕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여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루신 지 벌써 7일이나 지났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그 야천이 칭찬하고 찬탄하였으며, 한량없는 공덕과 자재한 신통을 드러내어 그 부인으로 하여금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내게 하고, 보현보살의 온갖 서원과 행[願行]을 찬탄하게 하였느니라.왕의 부인은 곧 꿈속에서 그 부처님을 공경하여 예배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면서 부처님을 공양하였느니라.
그러자 세존께서는 금빛 광명을 놓아 부인의 마음에 비추셨고 궁중에 비추어 모두가 금빛같이 되었느니라.그때 부인이 곧 잠에서 깨어나자 그 부처님께서는 성문과 보살과 온갖 대중들을 거느리고 부인 앞에 나타나셨으므로 부인은 부처님과 대중에게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면서 곧 서원을 세우되, ‘원컨대 이 공덕으로 장차 오는 세상에서 하늘과 사람 가운데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게 되어지이다’라고 하였느니라.선남자야, 그대는 이제 알아야 하느니라. 그때 왕의 부인인 일월의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나는 부처님에게서 처음 도의 마음을 일으켜 공덕을 장엄하고 큰 선근을 심었으므로 수미산의 작은 티끌 수같이 많은 겁을 지나도록 지옥ㆍ축생과 염라왕의 처소나 하천한 집에는 떨어지지 않았고, 모든 근성을 두루 갖추어 뭇 고통을 제거하였으며, 언제나 인간과 천상 안에서 가장 뛰어난 과보를 얻었고, 항상 착한 벗을 만나 여의지 않고 가까이하였으며, 언제나 모든 부처님ㆍ보살의 집안에 태어났고, 5탁의 겁[濁劫]에는 태어나지 않았느니라.선남자야, 나는 좋은 이익을 얻어 그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을 깊이 심었고, 선근을 자라게 하였으며, 80억이나 되는 수미산의 작은 티끌 수같이 많은 겁 동안 언제나 쾌락을 받았으나 아직 보리의 선근을 만족하지 못하였고, 또한 아직 삼매와 신통을 얻지 못하였느니라. 80억이나 되는 수미산의 작은 티끌 수같이 많은 겁을 지나고 다시 1만 겁을 지나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청정무우(淸淨無憂)라 하였고, 세계의 이름은 청정위덕승(淸淨威德勝)이라 하였으며, 그 세계 동안에는 5백억의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여 등정각을 이루셨고, 10호(號)를 구족하셨으며, 그 부처님 국토는 혹은 청정하기도 하고 혹은 더럽기도 하였는데, 나는 그 때에 차례로 그 부처님들을 공양하였느니라.그 부처님 세계에 하나의 사천하(四天下)가 있었고, 이름은 의구당(離垢幢)이라 하였으며, 성의 이름은 장엄(莊嚴)이라 하였는데, 나는 그 때에 명승(明勝) 장자의 딸이었으며, 이름은 승혜광(勝慧光)이라 하였으며, 단정하고 자못 아름다웠으며, 그 세계 가운데서 최초의 부처님을 만났으니, 그 명호는 수미산선적당(須彌山善寂幢)이셨느니라.그때 정각월(淨覺月)이라는 한 하늘[天]이 있었으니, 본래의 원력 때문에 그 성안에 태어났으며, 또 청정안(淸淨眼)이라는 야천(夜天)이 있었는데, 내가 잠을 자는 동안에 왕궁으로 들어와 곧 나에게로 와서 미묘한 몸을 나타내고는 여래를 찬탄하면서 나에게 마음을 내도록 권하며 부처님 처소로 가게 하고는 말하기를, ‘수미산선적당부처님께서 처음 정각을 이루시고 큰 광명을 놓으신 지 벌써 7일이 지났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야천이 나를 인도하였으므로 나는 놀라 깨어나서 큰 광명이 궁실(宮室)에 두루 차 있는 것을 보았으며, 부모님도 놀라 깨어나서 곧 나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이 무슨 광명이기에 금빛이 번쩍거리면서 우리 방을 밝게 비추느냐?’나는 그때 곧 부모에게 아뢰었느니라.
‘제가 꿈속에서 한 야천(夜天)을 만났는데, 여래의 뛰어나고 묘한 공덕을 찬탄하면서 부처님 세존이 계시니, 명호는 수미산선적당이시며, 세간에 출현하신 지 벌써 7일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원컨대 모든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서 공양하고 공경하며 부처님의 설법을 듣게 하여 주십시오.’부모님은 기뻐하면서 곧 허락하였느니라. 이때 야천이 앞에서 인도하였으므로 나와 부모와 친속들은 다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의 색신(色身)의 미묘한 광명을 보고는 곧 보살의 청정한 3세의 넓은 지혜의 광명 삼매[三世普智慧光明三昧]를 얻었느니라.
이 삼매를 얻은 뒤에는 과거의 수미산의 작은 티끌 수같이 많은 겁 동안 뵈었던 모든 부처님과 말씀하신 경법을 기억하여 받아 지니면서 곧 광명이 모든 법을 널리 비추어 중생의 어리석음을 무너뜨려 흩어지게 하고 악마를 항복받는 법문을 얻었으며, 이 법문을 얻은 뒤에는 다시 과거 10세계의 작은 티끌 수 겁의 세계 동안의 일을 기억하였느니라.또 저 모든 중생과 그의 업보와 곱고 추한 것과 모든 근성의 영리하고 무딘 것과 성품의 욕망이 동일하지 않은 것과 언어와 음성과 오랫동안 착한 업을 닦으면서 선지식을 가까이했던 것 등을 보고 그 알맞은 바에 따라 색신(色身)을 나타내 보이고 그를 위하여 이익되는 일을 지었으며, 이와 같은 일을 보기를 마치 지금 현재와 같이 하였나니, 나는 이 삼매의 힘으로 찰나마다 법문을 더욱 자라게 하여 마음과 마음이 서로 이어지면서 능히 한 몸으로 시방의 작은 티끌과 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 차게 하고, 저 온갖 세계의 작은 티끌과 같이 많은 바다에 가득 차게 하였느니라.또 저 온갖 세계의 작은 티끌 수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보다 더 지나가서 이와 같은 세계 가운데서 모든 부처님을 모두 뵈옵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모두 다 기억하여 받아 지니고 분별하며 그 부처님의 본래 청정한 서원의 바다를 환히 알게 되었느니라.
또 모든 부처님께서 세우신 청정한 서원과 장엄한 부처님의 국토를 아나니, 나는 지금도 역시 온갖 세계 바다의 중생을 장엄하여 청정하게 하고 청정한 국토[淨土]를 얻게 하는 것이 마치 지금 현전에서와 같이 하며, 그 중생이 보아야 할 몸에 따라 곧 그들을 위하여 나타내 보이고 그 마음을 조복하여 교화하고 제도하였느니라.
나는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찰나마다 상속하면서 자라게 하고 더욱 더 나아가 이 법문을 닦나니, 이와 같은 법문은 구경이요, 광대하기가 마치 법계와 같이 평등하니라.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보살의 광명이 모든 법을 널리 비추어 중생의 어리석음을 무너뜨려 흩어지게 하고 악마를 파괴하는 법문만을 알 뿐이니, 저 모든 큰 보살이 한량없고 그지없는 보현보살이 행하는 서원의 바다[願海]를 다 마치고 온갖 법계의 바다에 깊이 들어가며 모든 보살의 지혜 당기삼매[智慧幢三昧]를 건립하고, 신통과 큰 서원에 유희하면서 원만하게 이루며, 모든 부처님 여래의 큰 공덕의 바다를 수호하고 받아 지니면서 찰나 동안에 온갖 중생을 장엄하고 교화하여 지혜의 성품 바다를 성취하고 만족하게 하며, 무명과 미혹과 뒤바뀜을 제거하여 청정한 지혜를 널리 베푸는 것이, 마치 가을 달[秋月]과 같이 하고, 삼계를 두루 비추면서 여러 가지 모양[相]에 집착하지 않으며, 뜨거운 번뇌를 녹여 없애고 3세를 나타내 보이며, 자재한 신통으로 중생을 실어다가 바른 길을 열어 보이고, 3세의 원만하고 청정한 온갖 음성을 내어 시방의 모든 법계에 가득 차게 하며, 처음 발심해서부터 10지(地)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 한량없는 공덕과 불가사의한 모든 신통의 힘과 지혜의 광명을 모두 다 두루 갖추는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능히 알 수 있으며, 그 보살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선남자야, 이 염부제의 마가제국(摩伽提國)에 미묘공덕이구광명(微妙功德離垢光明)이라 하는 한 야천(夜天)이 있는데, 그 분은 바로 나의 큰 스승이시며 먼저 나에게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익되게 하고 기쁘게 해 주었느니라. 그대는 거기에 나아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그러자 선재동자는 곧 바사바타를 찬탄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높고 청정한 몸을 뵈었는데
상호(相好)로 스스로 장엄하였으며
세간을 뛰어넘어 벗어나신 것이
마치 수미산(須彌山)과 같나이다.
법신(法身)은 잔잔하고 깨끗하여
3세에 모두 다 평등하며
모든 중생을 널리 거두어 주시나니
이 사람이야말로 집착이 없나이다.
청정한 광명을 널리 펴고 열어서
온갖 갈래[趣]에 두루 비추시며
하나의 털구멍 가운데서
모든 별[星宿]을 모두 보시나이다.
마음은 청정하여 의지함이 없어
마치 해가 공중에 있는 것과 같으며
법왕(法王)의 법을 섭취하여
깊은 지혜로 밝고 청정하시나이다.
그 낱낱의 털구멍에서
시방의 세계를 두루 비추시며
온갖 부처님의 처소에서
법 구름의 비를 널리 퍼뜨리나이다.
온갖 털구멍 가운데서
변화한 몸을 나타내 보이시고
시방세계에 가득히 차면서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나이다.
처음 보살도를 닦을 때의
그 청정한 업은 불가사의하며
낱낱 털구멍 가운데서
시방세계를 나타내었나이다.
알고 보고 듣고 한 이어서
공덕의 이익을 모조리 얻었으며
오로지 보리의 도(道)를 구한지라
반드시 성불(成佛)함에 의심 없나이다.
불가사의 등의 겁 동안에
언제나 선지식을 구하였고
차라리 3악도에 떨어질지언정
보리 마음 버리지 않았나이다.
백천의 작은 티끌 수 겁 동안
온갖 덕을 찬탄한다 하여도
여러 겁[衆劫]은 오히려 다할 수 있거니와
그 공덕은 끝이 없을 따름이옵니다.
그때 선재동자는 그 야천(夜天)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자세히 살펴보며 마음에 만족함이 없이 하직하고 남쪽으로 마가다국을 향하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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