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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27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3권

by Kay/케이 202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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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3

 

불본행집경 제23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9.권수세리품 ②
그때 보살은 이 밤을 지내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옷을 바로 입고 반다산에서부터 조용히 걸어 밥을 빌기 위해 왕사성에 이르렀다. 모든 음(陰)이 괴롭고 공하고 무상함을 관하여 남음이 없는 큰 열반[無餘涅槃]을 구하고자 하여, 한길 앞의 땅만 보고 모든 근(根)을 조복하고 염착한 것을 다 끊어 더럽히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밥을 빌고자 하나 발우가 없으니 만약 밥을 얻으면 어디다 받을 것인가?’
그때 보살은 전후 좌우를 둘러보았으나 그릇을 구할 수 없었는데, 문득 한 곳에 큰 연못을 보고 나서 그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께 비노니 이 못 가운데 연잎을 하나 줄 수 없는가?”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못에 들어가 연잎을 따서 보살에게 바쳤다.
보살은 그 연잎을 받아 가지고 성을 향해 밥을 빌러갔다.
그때 왕사성 안팎 인민들은 이 보살을 관찰했다. 이렇게 자세히 살펴 보살의 위신이 드높은 것을 보고 각각 크게 희유하다는 마음이 나서 자기들끼리 일러 말했다.
“이 분은 세 눈을 가진 대자재천인데 여기 오신 것입니다.”
그 가운데 혹 멀리 가던 사람들은 일을 하려고 다른 곳으로 가다가 보살을 보고는 보살에게 되돌아오며, 혹 어떤 이는 일을 하던 중에 보살의 형용을 보고 그것을 버리고 보살께로 오며, 혹 어떤 이는 앉았다가 보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보살께로 빨리 달려오며, 어떤 사람은 합장하고 공경하여 일심으로 보살에게 향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머리로 보살께 예배도 하고, 어떤 이는 미묘한 소리로 보살을 찬탄하며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그때 보살을 본 왕사성의 인민들은 누구나 매우 기뻐했고, 사랑하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을 냈다.
그 왕사성에 혹 말많은 사람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이나 말을 잘 하던 사람들도 보살 앞에서는 아무 말없이 섰거나 보살을 따라갔다. 또 왕사성 둘레 사방에서 다른 일들을 하던 남녀노소들도 모두 일을 팽개치고 와서 보고는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보살만을 쳐다보았다. 보살의 팔 다리와 얼굴이며 눈썹과 눈과 어깨 목이며 손발이며 걸음걸이 등 그 하나 하나를 보고는 각각 다 사랑스럽고 좋아서 그 밖의 여러 가지 모습은 볼 수도 없었다.그때 보살은 한창 나이로서 매우 어여쁘고 단정하며 꽃빛을 즐길 때 였으나 궁을 버리고 출가했다. 미간의 백호상은 완전히 오른쪽으로 돌았으며, 눈썹이 가늘고 길게 올라갔으며 눈이 크고 길고 넓었다. 위덕이 꽉차서 빛이 드높고 당당하여 원근을 두루 비추며 손발의 그물 무늬가 스무 손가락에 다 있었다. 일체의 하늘과 인간을 잘 교화하여 보살의 위신은 세간에 비길 데가 없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이 길을 가면
모든 사람이 그를 본다.
몸에서 한 부분만 빛을 보아도
곧 애착의 마음을 내네.
두 눈썹 초승달 같이 가늘고
두 눈은 우왕(牛王)같이 검푸른데
몸에선 항상 큰 광명을 놓으며
모든 손 발가락에 그물 무늬가 있네.
보는 이들 미묘한 빛에 취해
모든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뒤를 따르네.
이 유난히 고운 상(相)의 장엄을 보며
누구라도 다 크게 기쁜 마음을 내네.
그때 왕사성의 성지기 신장들이 보살의 이러한 위의를 보고는 놀랍고 두려워 불안에 떨며 말하였다.
“이 분은 어느 곳의 대신(大神)이신데 우리들이 거처하는 이곳에 오고자 하는가?”그때 보살은 한량없는 사람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앞뒤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조용히 걸어 점점 왕사성으로 나아가 걸식을 하려고 했다. 구부리고 펴고 가고 서는 거동이 조용하여 발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되,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정면을 보고 걸어갔다. 모든 근을 조복하여 팔과 팔꿈치가 가지런하고 옷매무새도 정숙한데 연잎 그릇을 받들어 들었으나 그 잎도 시들지 않았다. 적정한 한 마음을 사람들이 보고 기뻐하였다.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게 사마타를 얻어서 부드럽고 조화되어 길들여진 코끼리 같고, 탁함과 더러움이 없어 마치 청정한 못과 같고, 몸에서 한 길 정도로 상광(常光)이 빛나 사라수에 많은 꽃이 핀 것 같고, 금상(金像)이 땅에서 솟아난 듯하여 모든 상호의 장엄이 구족히 원만하며 밤 허공을 뭇별이 둘러싸듯 보살의 해와 달이 세간을 비추었다.그때 왕사성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 크게 기쁘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보살이 거리를 가는 것을 보았다. 성 안의 상점들이며 무역하는 사람들도 모두 스스로 멈추고 팔고 사는 것이 없었으며, 술집에서 취하여 마음이 어지러운 이도 다 깨어나서 다시 술을 마시지 않으며, 각기 연회의 소리를 버리고 분주히 보살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좌우로 따라가면서 보거나 앞에서 돌아보거나 혹은 뒤에서 보살을 따라갔다. 왕사성의 한량없는 모든 부녀들은 문 옆에 기대거나 혹은 창가에 서거나 다락이나 집 위에서 전에 하던 일을 하지 않거나 아예 팽개치고 멀리서 보살을 바라보며 집집마다 문에 나와 각각 크게 기뻐하면서 서로에게 말했다.
“지금 이 분은 누구시며 어디서 왔는가? 이 분은 어떤 종족이며 이름은 무엇인가? 이렇게 단정하고 어여쁜 행동을 우리들은 본 적이 없다. 사문인가, 아니면 바라문인가? 상호가 이렇듯 생김이 보통이 아니구나.”
이렇게 찬탄하는 소리가 성 안팎에 두루 찼다.이때 마가다국 왕사성의 주인은 성이 시니(施尼), 이름은 빈두사라였다. 그가 아직 왕이 되지 않았을 때 일찍이 다섯 가지 원력을 발했으니, 첫째 그의 나이 젊어서 일찍 왕위를 얻기가 원이요, 둘째는 왕위를 얻고 난 뒤에 그의 나라 안에 불ㆍ세존이 천하에 출현하기가 원이요, 셋째는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 그가 직접 섬겨 받들고 공양하기가 원이요, 넷째는 섬겨 받든 뒤에는 오직 그를 위해 법을 설해주기가 원이요, 다섯째는 부처님이 그를 위해 법을 설할 때, 법을 듣고서 비방하거나 헐뜯지 않으며 법을 증득하고서 따라 받들어 행하기가 원이었다.그때 빈두사라왕은 높은 다락 위에서 모든 대신들에게 에워싸여 앉아 있다가 멀리서 보살이 모든 대중들에게 앞뒤로 인도되어 조용히 왕사성에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빈두사라왕은 보살을 보자 큰 의심이 생겨 곧 다락에서 내려와서 궁문 밖에 나와 보살의 몸을 보니 위의와 거동이 단정하고 비길 데 없으며……(중략)……마치 밤하늘의 뭇별과 같아, 보는 이가 모두 좋아했다. 마니보배가 안팎으로 빛나서 겉과 속이 환히 보이듯, 보살의 몸도 그러하여 위덕이 매우 성하고 빛나고 드높았다. 빈두사라왕은 보살의 이러한 상호를 보고 나서 모든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아직 사람에게서는 이런 형상을 보지 못했노라. 몸빛과 면목이며 이마가 넓고 반듯하고 깨끗하고 분명하며 훤히 빛나 물 속에 있어도 물 묻지 않는 연꽃 같구나. 그 몸의 위덕을 보니 털이 다 오른편으로 돌았고 눈썹 사이의 털 모양은 유리 같이 깨끗하고 흰구슬 같고 거품 우유빛 같으며 맑은 빛은 보름달같이 구족하다. 그 두 발이 땅을 밟으면 천복의 무늬가 나타나고, 발자국을 어긋나게 옮기지 않으며,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않고 벌벌 떨지 않으며 지혜롭고 안정되어 마치 수미산과 같은데, 어디서 갑자기 여기 이르렀는가? 그대들 신하들은 자세히 관찰하라. 이 분은 어느 종성이며 누구의 아들인가. 어느 나라에 났고 이름이 무엇이기에 단정하고 어여쁘며 여기에서 유행(遊行)하는가?”그때 모든 대신들은 각각 말했다.
“이는 천왕이십니다.”
“아니 제석천왕이올시다.”
“이는 용왕이로소이다.”
“비마질다아수라왕이로소이다.”
“이는 바리아수라왕이올시다.”
“비사문호세천왕이올시다.”
“이는 일천자(日天子)이십니다.”
“이는 월천자(月天子)이십니다.”
“대자재천왕이올시다.”
“이는 대범천왕이십니다.”또 점치고 상을 보는 바라문은 말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저희들의 논전(論典)에 의하건대 이 사람은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이제 이 대사(大士)의 몸은 그 모든 상호가 원만하기 때문입니다.”그때 모든 신하 무리 중에 따로 한 신하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진실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면, 여기서 멀지 않은 10유순 안팎 바로 북쪽 설산 밑에 석가씨라 하는 종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석가씨의 나라를 가비라성이라 부릅니다. 그 나라에 정반왕이란 석가족 왕이 있어 아들을 낳았으니 이름을 실달다라 하고 석가족에서 났으므로 성은 구담이라 하옵니다. 그 태자가 처음 나던 날 부왕은 상을 잘 보는 바라문들을 모아 점을 치게 하였더니 그들은 점치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제 이 태자는 두 가지 상이 구족하였으니 만약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의 왕이 되고 대지를 수호하며 ……(중략) …… 법답게 세간을 다스릴 것이요, 만약 왕위를 버리면 반드시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루어 이름이 시방에 두루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틀림없이 그 사람이 그 태자일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사람은 현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몸은 황금색인데 가사를 입고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유행하다가 여기 이른 것이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그 나라의 상사들은 이렇게 말했네.
왕위에 오르지 않으면 꼭 성불하리라고.
이는 결정코 그 석가족의 왕자가
출가 고행하며 보리를 구함이외다.
대신이 이 말을 하고 나자 빈두사라왕은 속마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일찍이 서원을 내었더니 그렇다면 내 원이 성취된 것이로다.’
그리고 왕은 두 대신에게 명하였다.
“경들이 안다면 속히 저곳에 가서 그 출가인이 어느 방위에 머물며 어느 곳에 있는지 보고 나서 나에게 알리도록 하라. 그런 뒤에 내가 직접 거기 가서 뵈옵고 공양하고 듣지 못한 것을 물으리라.”그 두 신하는 왕의 칙명을 받들어 보살이 가는 곳을 따르며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그때 보살은 왕사성에서 걸식하며 그 대중들이 곳곳마다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속마음으로 이와 같은 방편을 생각했다.
‘이 모든 대중들은 귀의할 데도 없고 구호해줄 이도 없으며 항상 생로병사에 얽혀 있으면서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는구나. 또한 구경(究竟)의 길을 알지 못하고 인도하는 스승이 없어 우매하고 어두워 번뇌에 빠져있다. 어리석고 지혜가 없이 나날이 감손되고 모든 음(陰)에 물들어 괴롭고 공하고 무상함을 싫어해서 버릴 줄 모르는구나.’이렇게 생각하고 자비심을 내어 두 배로 용맹 정진하여 자기 마음을 조복하면서 이런 생각을 내었다.
‘내 이제 일체 세간의 귀의처가 되고, 고뇌의 세간을 구호할 것이며 세간을 위해 생로병사가 다한 자리를 설교하리라.’그때 보살은 눈을 들어 오직 앞으로 한 쟁기 쯤 간격을 두고 말없이 자세히 보며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위의를 갖추어 왕사성을 차례로 두루 걸식하여 이미 밥을 얻고 왕사성에서 조용히 나와 점점 반다파산에 이르렀다. 그 산기슭에 샘못이 하나 있었다. 그 물가에 앉자 생각을 바로하고 맛없거나 맛있거나 얻어온 대로 법답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옷을 걷고 손과 발을 씻은 다음 반다파 산꼭대기에 올라 산 남쪽을 바라보았다. 나무숲에서 예쁜 가지가 울창하게 드리워 모든 새 짐승들이 깃들고 뛰고 노닐며 꽃과 과일이 피고 샘이 흐르는 곳을 찾아 좋은 나무 사이를 가려서 풀자리를 깔고 동쪽을 향해 단정히 가부좌를 맺고 엄연히 앉았다. 마치 사자가 굴 안에 들어가듯 두려워도 않고 놀라지도 않았다. 가사를 입은 채 그 빛이 번쩍이며 드높고 당당하여 막 떠오르는 해처럼 환히 빛났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그 산에 울창한 숲이 많은데
새나 짐승도 서로 즐겨 낙을 받네.
몸에 가사 입은 사람 중의 달님[人月]
환한 빛이 해가 처음 솟는 듯하네.
그때 보살은 그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이제 여기서 배우리라. 더 이상 사람도 없고 부가라(富伽羅)도 없고 중생도 없고 수자(壽者)도 없고 명자(命者)도 없고 선도(禪兜)도 없고 마누사(摩㝹闍)도 없고 마나바도 없고 양육할 이도 없다. 이 5음은 다 공하여 목숨도 없고 앎[識]도 없어 일체 법이 오직 거짓 이름뿐이니 중생이라 이름할 뿐이다.’그때 빈두사라왕의 두 사신은 항상 떨어지지 않고 보살을 뒤쫓아 다녔다. 한 신하는 보살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앞에 앉았고 한 신하는 속히 마가다국 빈두사라왕에게 가서 길게 무릎을 꿇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그 출가인은 왕사성에서 걸식하여 먹고 나서 반다파 산에 이르러 몸을 단정히 하고 남쪽을 향해 앉았으니 대왕께서는 지금 그를 보고자 하거든 속히 행차하시옵소서.”빈두사라왕은 그 사신의 말을 듣고 나서 좋은 수레를 꾸며서 그 위에 앉아 엄하게 차리고 반다파산으로 갔다.
그때 빈두사라왕이 그 산에 이르러 보살을 멀리서 바라보니 어여쁘고 단정하여 마음에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웠다. 마치 밤하늘의 뭇 별과 같고 어두운 산 머리에 큰 불무더기와 같고 큰 구름 속에서 번갯불이 나온 것같이, 마가다왕이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보살을 보는 것도 그러하였다. 보고 나서는 크게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온몸에 털이 곤두설 정도로 기뻐하며 수레에서 내려 보살 곁에 이르러 보살에게 아뢰었다.
“병이 없으시고 괴로움 없으시고 4대가 편안하시옵니까?”
게송이 있었다.
왕은 보살이 제석천왕같이
몸에 빛이 남을 보고 기뻐서 문안드리네.
4대가 화평하여 병 없으신가,
괴로움 없으시고 몸에 근심 없으신가고.
그때 보살은 미묘한 입에서 부드러운 소리로, 범천왕의 소리 같은 말솜씨로, 구절구절 물듦 없고 집착 없이, 마가다왕 빈두사라를 위로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잘 다스리는 대왕이여, 크게 길하고 크게 상서로우신가. 어디 멀리서 왔는지, 잠깐 앉아 쉬소서. 무엇을 구하고자 여기 나왔는가?”빈두사라왕은 보살의 이런 말을 듣고 보살 앞에 나아가 돌 위에 편안히 앉았다. 그리고 왕은 보살의 뜻을 헤아리고자 보살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는 지금 피로하다 사양하지 마시고, 내 마음속의 의심을 묻고자 하오니 부디 나를 위해 결단하여 주소서.”
“당신은 어떤 분이시오. 하늘입니까, 용입니까, 범천왕입니까, 제석천왕입니까, 사람입니까, 귀신입니까?”그때 보살은 교만과 탐욕과 성냄 없이 일체 번뇌의 가시를 끊고 아첨과 왜곡 없이 빈두사라왕에게 일렀다.
“대왕은 아소서. 나는 하늘이나 용이나 범천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대왕이여, 나는 적정을 구하기 위해 출가하였소.”
빈두사라왕은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비구여, 내 이제 당신을 보니 매우 기쁩니다. 그러므로 내 이제 당신에게 묻고자 하나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한 마디 여쭙고자 하오니 부디 들어주소서. 무엇이냐 하면, 당신은 지금 한창 젊은 나이로 단정하기 비길 데 없고 신체가 미묘하여 환락하고 즐기기 좋은 때 입니다.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런 뜻을 내어 사문의 행을 하며, 왕실을 떠나 빈 산에 홀로 앉았습니까. 또 당신의 몸의 이런 상호에는 붉은 전단향을 바르는 것이 합당하고 가사를 입을 것이 아니며 당신의 두 손은 세간을 다스리고 가르칠 것이며, 백 가지 맛이 앞에 가득 있어 언제든 마시고 먹을 것인데 어찌 그릇을 들고 남에게 밥을 빌겠습니까?”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당신은, 몸엔 붉은 전단가루를 바를 것이요
이런 떨어진 가사를 입을 것이 아니오이다.
손으로는 바로 세간을 다스릴 분이
어찌 남에게 밥을 빌어 살고자 하나이까.
빈두사라왕은 이 말을 마치고서 또 보살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 이제 만약 아버지를 사랑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였다면 나는 이제 당신에게 내 나라에서 5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겠으며 당신 마음대로 재물과 채녀들을 주리다. 만약 나를 돕는다면 나는 당신에게 나라의 절반을 나누어 다스리게 하겠으니 내 경계에 있으면서 나의 왕위를 받으소서. 나는 당신을 섬기고 받들어 모자람이 없게 하리다. 무엇 때문인가 하면, 당신 사문의 몸은 부드러워 한적하고 텅빈 난야(蘭若)에 살 수 없습니다. 만약 땅바닥에 풀 자리 깔고 앉아 있으면 당신의 몸이 축나서 병이 될까 두렵습니다. 조금만 지내다가 당신의 아버지가 늙고 쇠하거든 돌아가 본국의 왕위를 받으소서. 그러므로 당신이 지금 나를 사랑하고 나를 어여삐 여기거든 나의 왕위를 받아 우리 나라에 머무소서. 당신은 큰 종성이라서 우리 나라 땅이 좁고 더럽고 잡되다고 싫어하시면 나와 모든 신하들은 다시 따로 당신을 위하여 다른 나라를 개척하여 넓히고 당신과 함께 다스리겠나이다. 또 나는 당신 같은 귀족을 얻어 함께 인연을 맺고 친한 권속이 되기가 소원이옵니다. 부디 내가 하는 말을 참말이 아니라고 의심치 마소서.”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당신이 큰 종성이라 하여
내 나라가 좁다고 머물기 싫다면
나는 모든 신하와 백관과 함께
다른 나라를 합병하여 넓히리다.
마가다왕은 거듭 보살에게 아뢰었다.
“나는 당신에게 애경하는 마음과 존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밥을 빌어 살지만 다만 힘써 넓은 마음을 내서 법을 받고 재물을 받고 5욕락을 받으소서.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세 가지를 받으면 궁중에서 모든 채녀들을 보며 즐기고 낙을 받을 것이요, 또한 사람들에게 현세의 보를 얻게 하고 미래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세 가지 법을 받지 않고 한 가지만 버리더라도 그 사람은 현세나 혹 미래에도 마침내 구족한 과보를 얻을 수 없으며, 가령 그것을 받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결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마음을 크게 넓힌다면 이 세 가지 낙을 전부 받아야 할 것이요, 세 가지 낙을 받으므로 젊었을 때 단정한 과보로 법도 받고 재물도 받고 모든 5욕을 받습니다. 세간의 장부로서 욕락을 받을 때 아들을 낳아 왕위를 계승시키면 이것이 큰 재물이니 이런 까닭에 당신은 헛되이 지내지 마소서.또 당신은 이와 같은 팔과 어깨로 활을 당길 수 있는데, 이렇게 한 세상을 허비하지 마소서.또 지난 옛날 정생왕은 용맹하고 건장하여 4천하와 도리천궁의 왕노릇을 하였으니 당신도 이 일을 감당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내 이제 일체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까닭에 이렇게 권청하나이다. 나는 나의 왕위를 위해 당신에게 권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이제 당신의 단정한 몸을 보니 슬픈 눈물이 흘러 감정을 참을 수 없고 갑절이나 희유하다는 마음이 납니다. 그러므로 이렇듯 간절히 청하나이다. 당신은 지금 한창 나이라 아직 세상의 욕락을 행하다가, 늙고 쇠한 뒤에 법을 행할 만한 때 집을 버리고 출가하소서.또 당신의 선조들도 본래 자기 종성 안에서 국법에 따라 늙어서야 나라 다스리던 왕의 일을 태자에게 부촉하든지 혹은 대신에게 맡기고 바야흐로 왕위를 버리고 출가 입산하였습니다.또 어진 이여, 지난 옛날 모든 선인들도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젊어서는 먼저 5욕사를 행하고 중년에는 재물을 구하여 스스로 생활하다가 노쇠한 때가 되어서야 버리고 법을 닦고 배워야 하니 이렇게 해야 일체를 세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젊어서 모든 욕을 행하지 않고 재물을 구하지 않으면 몸에게 원수가 되고 도적이 됩니다. 모든 근이 허물어지고 나면 섭수하기가 어렵습니다.또 어진 이여, 가령 젊어서는 법을 구하고자 하여도 모든 근이 5욕에 끌려갈 뿐입니다. 늙어야 마음 속으로 생각하여 모든 일을 끊고 모든 근을 수습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적정을 얻으려 할 것입니다.또 어진 이여, 세간의 소년들은 한창 방일할 때라 먼 도리를 보지 못하고 허물이 많다가 중년이 되어서야 혈기가 점점 약해지고 방일할 때가 지납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빈 들판을 지나가서 멈추고 ‘내가 이미 이곳을 지났구나’하고 탄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까닭에 당신은 지금 젊어 한창 방탕할 때이니 아직은 마음대로 얼마든지 욕락을 누리기 바랍니다.또 어진 이여, 젊어서는 모든 근을 돌리기 어렵습니다. 당신이 법다운 일을 행하고자 하여 법을 좋아하고 즐기고자 한다면 당신의 가문의 법도에 따라 모든 하늘에 제사하소서. 제사를 통해서도 천상에 날 수 있으며 집안에 있더라도 자기 몸을 장엄하여 금은 모든 보배로 두 팔을 장식하면 온갖 보배가 빛을 놓아 마치 밝은 등불과 같을 것입니다.또 어진 이여, 지난날 모든 왕들은 머리에 보배관을 쓰고 몸을 장엄하여 항상 집안에 있으면서 모든 하늘에 제사하고 법행을 하여 무차회를 베풀고 혹은 입산하여 대선의 행[大仙行]을 하며 해탈을 구하였나이다. 당신도 이제 그들을 본받아 때에 맞게 행하소서.”
마가다 왕은 이와 같이 갖가지 비유를 들어 언어의 방편으로 보살에게 권청하였다.그때 보살은 왕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고 괴이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마치 산왕(山王)이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적연히 편안하게 머물듯, 모든 근을 지키고 거두어 다른 뜻을 내지 않고 3업을 청정이 하면서 왕에게 응수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가다 왕은 보살에게 간청했네
마치 벗들끼리 서로를 이익케 하면서 가르치듯이.
보살은 3업이 청정하여서
연꽃에 물이 묻지 않듯이 그에게 답하네.
“마가다 대왕이여, 하는 말이 착하지 않아 마치 무지한 사람의 말과 같고 천하에 왕노릇하는 자의 법담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왕이 만약 나에게 진정한 마음이 있다면 이 말은 참으로 깊은 이익을 주는 말이 아니요, 나를 불쌍히 여기는 말도 아니며 나에게 매우 손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세상 악인에게 자비로운 마음이 없는 것이 마치 부귀하면서도 비겁하고 약한 사람과 같습니다. 만약 세간에 이익을 주고자 한다면 옛부터 그래왔듯이 서로 가르쳐 보여주어야 하니 이런 이를 벗이라 하며 길러주는 것[增長凡人]이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액난에 이르는 것을 보고서 버리고 떠나지 않아 3업을 같이하면 이런 이를 지식(知識)이라 이름하니 내 뜻도 그렇습니다. 부귀할 때는 누군들 벗과 지식이 되지 못하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재물을 얻었을 때 법에 따라 처분하고 산실되지 않게 하면 이것을 선지식이라 할 것입니다. 이 사람은 뒷날에 재보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가르쳐 줄 때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가 혹은 지난 업[先業] 때문에 스스로 재물을 잃더라도 후회를 내지 않습니다. 왕이 만약 나를 위해 지식이 되려 하고 마음으로 나를 애경한다면 이 일을 나타내 보이소서 내 왕을 찬탄하게 될는지, 아니면 왕을 찬탄하지 않을는지.”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또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내 이제 도를 구하려 함은 다만 생로병사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뜻으로 해탈을 구하고자 하니, 그러므로 이 형상을 받았습니다. 친족과 권속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공경스러워 버리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면서 오뇌하고 혹은 나를 위해 목숨도 버립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등지고 여기 왔으니 세간 5욕의 일에 탐하고 물들면 착하지 못한 데 인연이 됩니다.또 대왕이여, 내 이제 참으로 저 독사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하늘의 벼락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진 불길이 큰바람과 만나 들숲을 태우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나, 다만 5욕의 경계에 시달리는 것이 두렵습니다. 무엇 때문이냐 하면,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모든 욕이란 항상함이 없으며 마치 강도와 같아서 모든 공덕을 강탈하여 공허하게 만들고 진실이 없게 합니다. 마치 꼭두각시가 이 세간에 나타나는 것같이, 진짜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속는 것인데 세상 사람은 알지 못하고 억지로 마음에 집착하니 하물며 바로 그 5욕을 행하는 사람이겠습니까?”그때 보살은 게송을 읊었다.

5욕은 무상하여 공덕을 해치며
6진(塵)의 허깨비는 중생에게 손해를 끼치네.
세간의 과보는 본래 사람을 속이는 것
지혜로운 이라면 뉘라서 잠깐인들 머물랴.
어리석은 이는 천상도 마음에 차지 않거든
하물며 인간이 마음에 맞으랴.
욕의 더러움이 물들여 알아차리지 못해
사나운 불길이 마른 풀 태우듯 하네.
지난날 거룩한 정생왕은
사방을 항복 받고 금바퀴를 날리고
다시 제석천왕의 반자리를 차지하고도
문득 탐심을 내자 다시 떨어졌다네.
가령 이 대지 전부의 왕노릇을 해도
마음에 다시 타방을 점령하고자 하네.
세상 사람은 욕심에 만족할 줄 몰라서
큰 바다가 모든 물을 받는 것과 같네.
그때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다시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난 옛날 나후사(那睺沙)왕이라는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그는 4천하와 도리천을 통솔하여 천상과 인간을 모두 교화하고도 족한 줄 몰라 다시 세간에 떨어졌습니다.또 이라라는 전륜성왕도 역시 4천하와 도리천에 왕노릇을 하였으나 족한 줄 몰랐기 때문에 목숨을 마쳤습니다.또 바리아수라왕은 이미 왕위를 얻었으나 제석천왕과 싸워 못 이겨서 왕위를 빼앗겼고, 제석천왕은 얻은 뒤에 다시 나후사전륜성왕에게 빼앗겼으며, 나후사왕은 얻은 뒤에 도로 제석천왕에게 빼앗겼습니다. 이렇게 하늘과 인간의 경계는 무상하게 번복되니 누구의 공덕이 훌륭하여 저들 곁에 가겠습니까?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상한 경계는 잠깐사이에 변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고 관찰합니다. 산 숲에 사는 모든 선인들만이 약초의 뿌리와 과일과 꽃과 잎을 먹고 몸에 나무 껍질이나 죽은 짐승의 털과 가죽을 입으며 몸이 야위어 오직 피골만 남았으나, 세간의 일체 괴로움을 도탈하고자, 함이 없는 열반의 해탈을 희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5욕이 핍박하는 대로 놔두면 타락해서 인간세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이것에 탐착하겠습니까?
만약 5욕에 탐착하면 스스로 원수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그때 보살은 다시 게송을 읊었다.
산골에 사는 선인들은
과일 먹고 물 마시고 나무 껍질을 입으며
비록 소라상투에 몸은 야위었어도
해탈을 구하고 5욕을 떠나려 하네.
그들은 스스로를 조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5욕에 끌려 다니니
이렇게 무상한 모든 욕심의 원수를
지혜 있는 사람은 집착하지 않느니라.
그때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거듭 말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시라. 욕계 안에서 맛을 취하려 하기 때문에 화합을 지으나 그것을 얻은 뒤에는 족한 줄을 모릅니다. 지혜 없는 사람은 현재 모든 욕락을 누리면서도 족한 줄 모르기 때문에 큰 고뇌를 받고 다시 내생에 그 재앙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욕락의 생각을 취하지 않으며, 받는 사람들은 흑업(黑業)의 법을 행하여 큰 괴로움을 받음을 보면 스스로 편안하고자 하여 짓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고 모든 욕락을 버릴 것이며,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음도 압니다. 정욕을 마음대로 하면 마음이 방일하고, 방일함이 더하면 불선업을 짓고 불선업이 차면 곧 지옥에 떨어집니다. 과거세에 큰 고행을 지어서 현재 모든 욕락을 얻으며, 모든 욕락을 얻은 뒤에는 애써 지키려 해도 지키지 못하고 모두 잃게 됩니다.또 대왕이여, 만약 지혜 있는 이라면 모든 욕을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세간의 하늘과 인간도 잠시 빌린 것 같아서 이미 항상한 물건이 아니니 어찌 마음으로 이 하늘과 사람의 일체 과보를 탐내랴. 풀 위의 이슬과 같고 독사의 머리와 같고 저 빈 숲의 시체나 해골 같으며 부녀가 처음 임신한 때의 고기덩이 같고 꿈과 같고 허깨비 같고 불무더기와도 같다. 이렇게 갖가지 재앙이 많아 항상 일체 고뇌에 시달리게 되니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에 애착하지 않을 것이다.’또 대왕이여, 모든 논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매제라성(寐梯羅城)이 있고 그 성 안에 눈먼 왕이 하나 있었으니 그 왕의 이름은 제두뢰타왕(提頭賴吒王)이었습니다. 비록 눈이 없으나 여러 아들을 길러 백 사람이 찼는데 재주와 지혜를 겸비했으며 왕의 동생도 따로 아들 다섯을 두었습니다. 그 사촌 형제가 백다섯이 되었는데 그들의 아버지가 각각 죽어버리자 서로 국왕이 되려고 싸우다가 탐욕을 부린 과보의 인연 때문에 서로 다 살해하였습니다.또 대왕이여, 텅 빈 단도가(檀荼迦)의 넓은 들판이 불에 탈 때 알수나(頞誰那)는 각종 짐승들을 살해했습니다.또 저 수미산 아래 아수라 형제가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탐심 때문에 한 옥녀(玉女)를 둘이 사랑하여 다투다가 다쳐서 함께 죽었습니다.또 저 세간의 도살장에서 모든 나무를 세우고 여러 가지 축생들의 몸을 달아 놓고 살육을 행하듯이, 모든 욕이란 이와 같거늘 지혜로운 이라면 어떻게 탐하고 즐기는 마음을 내겠습니까?”
문득 게송을 읊었다.
지난 옛날 아수라의 두 형제가
한 옥녀 때문에 서로 살해하였네.
골육의 사랑도 탐욕으로 미워지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알아보고 탐욕하지 않느니라.
보살은 또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어떤 사람은 5욕을 받기 위해 천상이나 인간에 나려 하며, 나고 나서는 5욕을 탐해서 몸을 물에 던지기도 하고 불에 뛰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상하고 속이는 경계를 5욕 때문에 스스로 원수를 구하니 무슨 생각으로 사랑하고 즐기겠습니까?”
또 게송을 읊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애욕 때문에 빈궁하고
얽어매고 살상하여 모든 괴로움 받나니
이 욕심 이루기 바래 모든 일을 만들어 내니
힘 다한 후세에 재앙이 되는 줄 모르네.
보살은 또 말했다.
“마가다 왕이여, 나는 5욕의 이러한 갖가지 허물과 근심을 아나니 왕은 이제 이 5욕을 나에게 권하지 마소서. 나는 지금 두려움 없는 길을 가고자 하니, 왕이 나의 진짜 좋은 벗이라면 이렇게 자주 나에게 권하고 충고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세운 큰 맹세와 큰 원을 속히 성취하고 빨리 번뇌를 떠나소서.’
왜냐하면 내 이미 타인에게 쫓겨 산 숲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원적에게 쫓겨서도 아니며, 남에게 왕위를 빼앗겨 도망해 온 것도 아니며 또한 지난 옛날의 옛 선인을 구하다가 도로 물러나려 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제 왕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성난 독사의 머리를 잡았다가 놓아 버리고 나서 다시 잡으려 하겠습니까? 사납게 타는 불에 손을 데인다고 놓았다가 다시 잡으려는 것과 같이,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내 이미 그 5욕을 버리고 출가했는데 이제 다시 취한다는 것도 그런 격입니다.또 대왕이여, 눈 밝은 사람이 어찌 눈먼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해탈하여 일 없는 사람이 어찌 감옥에 얽매여 고역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재물이 넉넉한 큰 부자가 어찌 빈궁하고 주리고 비럭질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밝게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어찌 미친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그들이 설사 부러워하는 수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이미 이러한 5욕을 떠났으니 하나도 탐낼 것이 없습니다.또 대왕이여, 왕이 먼저 ‘내 경계에 머물러 나의 5욕을 받고 마음대로 즐기라. 내가 많은 재물과 채녀를 준다’고 하였으나,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위에서 다 말했듯이 나는 이제 세간의 5욕을 취하지 않으렵니다.또 대왕이여, 내 본궁에 있을 때 5욕이 넉넉했으나 이미 6만의 채녀들도 버리고 출가 입산하였습니다. 대왕이여, 모든 욕락에는 이렇게 한량없는 걱정과 해로움이 있어서 사람을 큰 지옥으로 이끌며 나머지 과보로 다시 축생 아귀에 와서 몸을 나타내게 합니다. 또 일체 선근(善根)을 떠났으므로 성인이 찬미하지 않으십니다.또 대왕이여, 세간의 모든 욕락이란 뜬구름같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맹풍이 일어난 것같이 잠깐도 머물지 않고 계곡을 흐르는 물살이 급히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5욕에 물들어 본고장[本際]을 모른 채 생사에 빠지고 번뇌에 얽매어 벗어날 수 없다면, 멀리 가는 사람이 피로가 극심해 짠물을 마시고 목마름이 더하는 격입니다. 5욕을 받는 사람이 그 환란을 모르는 것도 그렇습니다.또 대왕이여, 내 이제 요약해 말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천상의 5욕락과 인간의 가장 묘한 5욕을 얻어 구족히 얻었는데, 혼자서 이런 모든 욕락을 얻고 나서도 만족을 모르고 ,더 불리느라고 여러 곳에서 찾고 구합니다.또 대왕이여, 왕께서는 앞에서 ‘나와 같이 마가다국을 다스리면 나는 천하를 반으로 나누어 다스리게 하겠다’, ‘나에게 욍위를 받으라. 나는 다 버리고 줄 것이며, 나는 또한 섬기고 받들며 혹은 군사를 일으켜 국토를 개척하고 청정하고 넓게 장엄하겠다’고 말했습니다.그러나 대왕이여, 나는 이미 모든 것이 풍족하여 모자람이 없는 4천하도 버렸고, 전에 가졌던 7보도 버리고 출가했으니 내가 이제 어찌 다시 이 작은 나라의 작은 왕위를 탐내고 부러워하겠습니까?또 대왕이여, 마치 큰 바다 사가용왕의 과보와 같이 이미 큰 바다 물을 얻어 궁전을 삼아 드넓고 풍족하며 7보로 장엄되었는데, 어찌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을 탐내겠습니까?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렇고 이렇습니다. 나는 이미 용맹한 마음을 내어 4천하와 7보 궁전을 버리고 물든 옷을 입고 머리를 깎고 출가 입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도로 세간의 왕위를 탐낸다면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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