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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28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4권

by Kay/케이 202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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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4

 

불본행집경 제24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9.권수세리품 ③
그때 보살은 또 왕에게 일렀다.
“왕은 앞서 말하기를 ‘당신 비구여, 몸이 부드러우니 난야나 고요한 숲 풀 자리 위에 누워 자거나 앉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는데 대왕이여, 나는 궁중에 있을 때 갖가지 미묘한 모든 보배들로 침상을 만들어 기대 앉던 것도 이미 싫다고 버리고 출가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대왕은 꼭 아셔야 합니다. 이 몸은 위태롭고 파괴되고 무상하여 견고한 형체가 아니라 부서지고 흩어지는 법이니 곳을 따라 버리고 가는 것이 진흙덩이와 하나도 다를 것 없습니다. 또 대왕이여,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미 내 버린 시체를 도로 주우려 하겠습니까? 다시 주우려 해도 그럴 수 없습니다.또 대왕이여, 먼저 말했듯이 만약 나를 어여삐 여긴다면 따라 기뻐하고 내가 걸식하여 사는 것을 싫어하지 말아야 하는데, 일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를 사랑하거든 이런 마음을 내지 마소서. 무슨 까닭인가? 나는 이제 생로병사의 괴롭고 근심스런 바다를 지나 계속 가서 도(道)에 들어가고자 이 비구의 모양을 했기 때문입니다. 적멸 안락한 곳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좋은 복색과 형상을 헐어야 했으며 또 미래세에 모든 허물과 근심을 제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만약 현세에서 저 5욕의 공덕 과보를 받아 사랑에 깊이 집착한 이가 있다면 그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야 하며, 만약 어떤 사람이 현세에서 적정 안락한 마음을 얻지 못하면 미래생에 결정코 모든 괴로움을 받으리니, 그들 중생을 마음에 불쌍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또 대왕이여, 내 이제 번뇌의 괴로움이 두려워 애욕을 버리고 출가하여 적정한 열반의 참됨을 구하고자 하니 가령 나에게 제석천궁을 얻도록 한다 하더라도 마음이 즐겁지 않겠거든 하물며 추하고 번거로운 인간의 과보이겠습니까?”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나는 번뇌의 화살에 맞아
적멸의 고약을 바르고자 하노라.
가령 제석천궁을 얻는다 하더라도
탐할 뜻이 없는데 하물며 왕위겠는가.
보살은 또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이 먼저 ‘천하 사람들은 세간에서 일체 세 가지 이익을 취한다’ 고 했으나, 내 생각에 이것은 참된 이익을 주는 말이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재물은 구해서 많이 얻는다 하더라도 마침내 다함이 있으며 탐욕은 구할수록 욕심이 더해 싫증날 때가 없기 때문입니다. 법을 구한다면 진실로 이익이 됩니다. 이익에 깊고 옅음이 있으나 반드시 구할 것이며, 구하면 다섯 가지 공능(功能)이 있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생로병사의 근심이 없으면
그는 진실로 대장부로다.
재물과 애욕은 모두 세상 정이니
나는 둘을 버리고 오직 법만 취하네.
보살은 또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이 먼저 ‘다만 백성을 다스리고 왕위를 취하며 ……(중략)…… 늙기 전에 어서 5욕의 법을 받으라’ 하나 이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만약 소년시절이 항상 머문다면, 일체 중생에게는 늙는 일이 없고 어디든 죽음의 귀신에게 시시각각으로 끌려가지 않겠지만, 모든 중생의 수명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지혜로운 사람이 적정 해탈의 법을 구하고자 하면 세간의 왕위와 5욕락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년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누구라도 다만 빨리 할 일을 찾아 미리 성취해야 합니다. 해탈을 구하든지 선정(禪定)을 구하든지 지체하지 말고 빨리 해야 될 것입니다.또 대왕이여, 왕이 먼저 ‘꼭 가법(家法)에 따라서 제사 지내고 또 보시를 행하여 마음대로 미래 세간의 과보를 구하라고 했으나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지금 이런 낙을 취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괴로움이 지극히 핍박하는 까닭에 낙을 구하여 얻는다면 이것은 참된 낙이 아닙니다. 범부가 후세의 보를 구하여 모든 하늘과 화신(火神)에게 제사하려면 반드시 다른 중생의 목숨을 살해하니 이것은 이치가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자비를 행하는 사람은 남의 몸이나 목숨을 결코 해치지 않는 법입니다. 가령 모든 하늘과 화신(火神)에 제사하려고 중생을 살해하여 정해진 상락(常樂)의 과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목숨을 죽여 제사해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얻어지는 과보는 견고한 것이 아니어서 모두 무상하고 파괴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대왕이여, 해탈법을 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이익이 없나니, 행함이 없거나 지계(持戒)가 없거나 선정이 없더라도 오히려 남의 목숨을 다쳐 미래의 이익 과보를 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세간에 사는 범부가 살생을 해서 가령 안락한 과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불선이 됩니다. 왜냐 하면 자비가 없기 때문이니 하물며 미래에 착한 보를 바란다는 것은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가령 사람이 세간에 살면서
딴 목숨을 죽여 낙을 얻는다 하여도
지혜로운 이는 이것을 착함이 아니라 하리.
하물며 내세에 하늘과 인간에 나기를 구하랴.
이때 마가다국 빈두사라왕(頻頭娑羅王)은 보살에게 이런 말을 듣고 나서 희유하고 특별하다는 마음으로 보살 앞에서 자비심을 내서 이렇게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어려운 고행(苦行)을 하신 덕이 커서 세간에서 모든 욕락을 버리셨습니다. 어지신 비구여, 어디서 문득 오셨으며 어느 나라에서 나시고 종성(種姓)은 무엇이며 부모님은 어디 계시며 자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말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었다.그때 보살은 마음을 바로 하여 바로 보고 온화한 말로 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여기서 북쪽인 설산(雪山) 밑에 큰 나라가 있는데 석가종이라 합니다. 거기에 가비라바소도(迦毘羅婆蘇都)수나라 말로 황두거처(黃頭居處)라 하는 성이 하나 있는데 성에 정반이라는 석가족 왕이 계십니다. 이분이 내 아버지요, 나는 그의 아들이고 어머니는 마야(磨耶)수나라 말로 환(幻)요 내 이름은 실달(悉達)수나라 말로 성리(成利)이라 합니다.”빈두사라왕은 이 말을 듣자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다가 얼마 지나서 얼굴에 눈물을 닦고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비구여, 이미 이런 큰 종성의 집에서 태어났는데 어찌 이 숲에 홀로 지내십니까? 무섭고 사나운 짐승들이 있어서 이 숲은 좋지 않은데, 벗도 없이 홀로 즐기면서 어찌 편안히 앉고 일어나고 하시겠습니까?”보살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지금 모든 악한 새 짐승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나니, 설사 온다 하더라도 내 터럭하나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오직 생로병사에 쫓기는 것이 두려워서 여기 왔으므로 놀랍고 두려운 모든 악한 짐승들이 사는 숲 속에서 혼자 벗도 없이 스스로 즐깁니다.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늙음이 가장 두렵습니다. 왜냐 하면 늙음이 핍박해 올 때는 젊음의 건장함을 빼앗고 몸의 형상을 꺾어 허리와 등이 굽어 잘 걷지도 못하고 마치 마른 나무와 같은데 누가 즐겨 기쁘게 보겠습니까? 이것이 가장 두렵습니다.또 대왕이여, 병이 온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보통 건강할 때에는 몰랐다가 하루아침에 몹시 아프면 완연히 신음하게 됩니다. 꽃빛이 매우 곱다가 문득 초췌하게 시들듯 번뇌라는 원수가 매서운 독이 되어 눕고 앉음이 편치 않으니 이 때가 되면 누가 자기를 대신해 주겠습니까. 자리에 누운 채 행동이 마음을 따르지 못하니 이런 이유로 병이 가장 두렵습니다.또 대왕이여, 죽음이 가장 두렵습니다. 왜냐 하면 죽음이 오는 날에는 나의 수명을 감하여 문득 걷어가기 때문입니다. 4천하를 거느리고 금바퀴로 항복받고 7보가 앞에 인도하며 날카로운 칼과 굳센 군사를 부릴 힘이 있더라도 죽음을 막고 제지하거나 싸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은 가장 사람을 두렵게 합니다.”빈두사라왕은 거듭 보살에게 물었다.
“대성 태자여, 당신은 지금 무엇을 구하려 하시나이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마가다대왕이여, 내가 지금 구하는 것은 오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입니다. 이것을 얻고 나서 최상의 법바퀴를 굴리고자 이것을 구합니다.”빈두사라왕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대성 태자여, 내가 보기에 당신은 용맹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정근하여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결정코 최상의 법바퀴를 굴리실 것입니다. 어지십니다. 태자여, 내 이제 당신을 보았습니다. 어지신 태자여, 나는 태자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어지신 태자여, 당신은 잘 출가하셨습니다. 당신은 석가족입니다. 나는 오늘부터 항상 섬겨 받들겠나이다. 대성 태자여, 내 이제 청하나니 항상 매일 나의 궁에 오셔서 자주 나를 보소서. 당신에게 필요한 네 가지를 모자라지 않게 공양하겠나이다.”
빈두사라왕이 이런 말을 하자 보살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오래지 않아 여기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자 합니다.”빈두사라왕은 이 말을 듣고서 합장하고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당신 마음에 구하는 대로 모든 마군의 장애가 없이 얻고자 하는 대로 빨리 성취하기를 원하나이다. 석가족이시여, 원하옵건대 당신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때 나는 당신 곁에서 공경 공양하겠으며 당신의 몸을 보고는 당신의 법다운 성문(聲聞)제자가 되겠나이다.”
곧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나 빈두사라왕은 합장하고 찬탄하오니
부디 태자는 빨리 도를 이루소서.
만약 성취하거든 지금 말을 기억하시고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연민을 내려주소서.
보살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왕에게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여, 왕의 말과 같이 서원하는 대로 피차 함께 잘 되어지이다.”
빈두사라왕은 합장하고 일심으로 정례하며 보살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태자여, 지금 나의 참회를 받으소서. 내 무지함으로 대성(大聖)을 어지럽혔습니다. 태자께서는 욕(欲)을 버렸으므로 부정(不淨)하다 하시었으나 내 마음은 욕에 물들었으므로 깨끗하다 하였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저의 이 죄를 없애 주소서.”그때 보살은 기꺼이 미소하고 빈두사라왕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여, 정말 그렇습니다. 내 왕의 청정한 참회를 받겠습니다. 왕이여, 안락하여 병 없고 번뇌 없으소서. 몸과 마음을 삼가 방일하지 말며 항상 선법을 행하고 법답지 않은 것을 버리소서. 이렇게 하면 왕은 편안함을 얻고 길함과 이익을 많이 받을 것입니다.”
그때 보살은 빈두사라왕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법의 뜻을 말해주어 그를 기쁘게 하였다. 가르침을 청한 데 대하여 법을 펼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점차 다른 곳으로 갔다.그때 빈두사라왕은 보살의 두 발에 정례하고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그곳에 서서 보살쪽을 바라보다가 조금 뒤에 그곳에서 궁으로 돌아왔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빈두사라왕의 말을 인가하되
내 성도한 뒤 왕을 제도하리라 하였네.
대성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산을 떠나 어느덧 본국으로 돌아가더라.
29.정진고행품(精進苦行品) ①
그때 보살은 반다파산(般茶婆山) 숲에서 나와 조용히 걸어 가야성으로 향하였다. 그곳에 이르러 가야시리사(伽耶尸梨沙)수나라 말로는 상두(象頭)산에 올라가 몸과 마음을 수습하고 모든 악을 멸해 없애려 했다. 그 산에 올라가 평평한 곳을 가려 한 나무 아래 풀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때 보살은 마음속으로 세 가지 비유를 생각했으니 이것은 세간에서 드문 일이며, 오직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며 증득해 아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이 셋인가?
‘첫째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은 비록 몸으로 욕락을 행하지 않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 가운데서 일체의 마음과 뜻에, 욕에서 나오는 사랑[欲愛]과 욕에서 나오는 번뇌[欲惱]와 욕에서 나오는 열망[欲熱]과 욕에서 나오는 집착[欲著]이 다 멸하지 못하고 아직 정정(正定)을 얻지 못해 아상(我相)을 남겨둔 채 스스로 한 몸을 건지려 한다. 그러나 그들 사문과 바라문들은 항상 고뇌를 받으며, 기쁘거나 즐겁지 않고 바른 지견을 가질 수도 없다. 또 가장 어진 법을 얻지 못하며 두려움이 없는 곳을 증득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비록 아상이 없고 홀로 몸을 건지려 하지 않아도, 고뇌를 받지 않고 비록 뜻을 받지 않아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아도, 오히려 법을 증득하는 것과 두려움 없는 곳은 알고 보지 못한다.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젖은 나무와 젖은 똥을 물 위에 놓고 그 가운데서 나무를 비벼서 불을 내려 할 때, 어떤 사람이 저쪽 언덕에서 그에게 불을 빌리러 온다면 젖은 나무와 젖은 똥으로 물 위에서 힘을 들여 나무를 비빈다고 그 사람에게 불을 피워 줄 수 있겠는가, 만약 피워줄 수 있다고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불이 원래 나지 않는데 그 사람이 어디서 얻겠는가. 이렇듯이 사문과 바라문도 비록 욕락을 행하지 않더라도……(중략)……법을 증득하는 것은 알고 보지 못하리라.’
이것이 첫째 비유로서 세상에서 이제껏 없었던 일이며 듣지도 못한 것이다.그때 보살은 다시 두 번째로 생각했다.
‘어떤 사문과 바라문들은 비록 몸을 삼가고 절제하여 욕락을 행하지 않으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 가운데서 뜻[意]에, 탐냄[貪]ㆍ열망[熱]ㆍ번뇌[惱]ㆍ집착[著]을 다 멸하지 못하고, 정정(正定)을 얻지 못하고, 아직 아상(我相)이 남은 채 스스로 한 몸을 건지려 한다. 그러나 이들은 고뇌를 받을 뿐이며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고 가장 어진 법과 두려움이 없는 곳을 증득해 알지 못한다. 또 그들에게 비록 아상이 없고 홀로 몸을 건지려 하지 않고 고뇌를 받지 않고 마음과 뜻을 받지 않아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아도, 가장 어진 법과 두려움이 없는 곳은 증득해 알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젖은 나무를 땅 위에 놓고 비벼서 불을 내려 하는데, 또 어떤 사람이 불을 빌리러 온다면 젖은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려하나 그에게 불을 줄 수 있겠는가? 만약 피워줄 수 있다고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이 사문과 바라문들은 비록 욕락을 행하지 않더라도……(중략)……법을 증득하는 것은 알고 보지 못하리라.’
이것이 두 번째 비유로서 세상에서 이제껏 듣지 못했던 것이다.그때 보살은 다시 세 번째 생각을 하였다.
‘어떤 사문과 바라문은 몸을 삼가하고 절제해 욕락을 행하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가운데서 뜻[意]에, 사랑[愛]ㆍ번뇌[惱]ㆍ열망[熱]ㆍ집착[著]을 멸진하고 정정을 얻는다. 이들 사문과 바라문들은 자기와 남을 동시에 이롭게 하여 마음이 기쁘고 즐거우며, 지견이 생겨 가장 어진 법을 얻고 두려움 없음을 증득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마른 나무와 마른 똥을 가져다 땅 위에 놓고 비벼서 불을 내려 하고 또 어떤 사람이 저쪽 언덕에서 불을 빌리러 온다면 힘을 조금만 들여도 불을 피워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다. 이렇듯이 만약 사문과 바라문이 욕락을 떠나 행한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가운데서 뜻에, 사랑ㆍ번뇌ㆍ열망이 모두 멸하고 가장 어진 법을 얻고 두려움 없는 곳을 증득하리라.’
이것이 보살의 세 번째 비유로서 스스로 생각해낸 것이며 다 세간에서 이제껏 듣고 보지 못한 것이었다.그때 보살은 가야시리사산에서 내려와 마가다 부락 안으로 와서 차례로 가며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기 어떤 공덕을 행할 것이 있으며 어떤 비법(非法)을 제거하고 끊어야 할 것이 있는가. 나는 이제 최상이며 적정이며 가장 묘한 말을 구하고자 하노라.”
이렇게 앞으로 가다가 가야의 남쪽 우루빈라라는 마을에 왔는데 그곳에 이르자 이미 밥 때가 되었다.
보살은 가사를 입고 그 마을로 들어가 질그릇 만드는 집에 가서 질그릇을 얻어 들고 그 마을을 지나면서 차례로 걸식하여 한 촌주(村主) 장자(長者)의 집에 이르렀다.
그 장자의 이름은 난제가(難提迦)수나라 말로는 자희(自喜)였다. 그 집에 이르러 한쪽에 묵묵히 서 있었다. 그 난제가에게 수자다(須闍多)수나라 말로는 선생(善生)라는 어여쁜 딸이 있었는데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어 모든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즐겨 보았다. 그 선생녀는 멀리서 보살이 손에 질그릇을 들고 말 없이 서서 걸식하려는 것을 바라보았다. 선생녀가 보고 있자 그 두 유방에서 저절로 젖이 솟았다. 그때 선생녀는 보살에게 물었다.
“가장 훌륭하고 어진 이여, 당신은 누구의 아들이며 어떤 종성이며 이름은 무엇이며 부모님은 어디 있으며 이제 무엇을 구하나이까? 당신에게 어떤 신통과 기적이 있기에 지금 제가 한 번 보자 두 유방에서 저절로 젖이 흐릅니까?”그때 보살은 대답하였다.
“착한 누이여, 내 이름은 실달입니다. 이 이름은 내 부모가 지었으며 나는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며 얻고 나서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고자 하노라.”
선생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보살의 손에서 질그릇을 받아 들고 자기 집에 들어가서 향기롭고 아름답고 맛좋은 음식을 가득 담았는데 가지가지 떡과 과일이며 국이 질그릇에 넘쳤다. 무릎을 꿇고 보살에게 받들어 올리며 이런 말을 하였다.
“가장 훌륭하고 어진 이여, 내 항상 당신에게 공양하여 의복ㆍ음식ㆍ와구ㆍ탕약의 네 가지 필요한 것을 다 충족케 하리다. 어진 이여, 부디 자비로 받아주소서. 내 당신의 부모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보고 또 당신의 용맹정진과 지극한 뜻과 전념하는 마음을 보니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며 결정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실 것이 진실로 의심되지 않사옵니다. 당신께서 보리를 성취하실 때에는 마땅히 저의 집에 오셔서 저의 공양을 받으시고 저를 건져 성문(聲聞)제자가 되게 하여 주소서.”
그때 보살은 대답하였다.
“착하신 누이여, 원하는 대로 되어지리다.”
그리고는 밥을 받아 가지고 곧 떠나갔다.그때 보살은 선생녀에게 밥을 빌어 가지고 고요한 곳에 이르러 법답게 먹었다. 다 먹고 경행(經行)하여 차츰 한 곳에 이르니 땅이 반듯하고 깨끗한 것이 볼 만하며 마음으로 즐겨 보고자 했다. 나무숲이 울창하고 가지와 줄기가 번성하며 꽃과 과일이 풍족하고 도랑에 물이 청정하게 흐르며 향기롭고 아름다운 물과 못과 샘과 늪이 서로 비치고 얽혀 모든 것이 넉넉해서 모자람이 없었다. 그 모든 물들은 얕지도 않고 깊지도 않아 맑고 깨끗하며 건너기도 쉽고 긷기도 쉬우며 그 속에는 여러 독벌레가 없으며 둘레에는 묘하고 좋은 새 짐승들이 구족하였다. 마을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떨어져서 걸식하고 왕래하는 데 피곤하지 않았으며 그 사이 길과 토지도 평탄하여 높지도 낮지도 않으며 가기도 건너기도 쉬웠다.
어떤 사람이 위없는 가장 훌륭한 이익을 구한다면 얻기 쉽고 이루기 쉬우며 속히 되고 속히 증득할 만했다. 게다가 모기와 등에 모든 벌레와 빈대도 없고 또 낮에는 왕래하는 사람들의 요란함이 없고 밤에는 소리가 끊어져 안정하고 한가로우며 차고 더움이 조화되고 비바람이 순조로워 도를 닦고 선(禪)에 들어 마음을 닦기에 알맞았다. 또 지난날 가야(伽耶)수나라 말로는 상(象)라는 왕선(王仙)이 살았으니 여기가 바로 그 왕선의 옛 거처였다.그때 보살은 이 땅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곳 지세는 상쾌하고 좋으며 반듯하고 평평하며 잠깐 보아도 사람들이 즐겁고……(중략)……도를 닦고 선정에 들기 알맞구나. 만약 어떤 장부가 위없는 가장 훌륭한 이익을 구하거나 모든 악을 끊고자 한다면 이곳이 충분히 머물 만한 곳이다. 내 이제 모든 악을 꺾고 모든 선근(善根)을 닦고자 하니 마땅히 이곳에 머물러 앉아 보리를 구하면 반드시 성취하리라.’보살은 이렇게 생각하고 곧 풀 자리를 이곳에 깔고 앉아 선을 닦아 익히고자 하였다. 이미 좌정하고 나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모든 중생에게 해탈을 구하게 하는 이는 모두 온갖 고행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어떤 중생들은 두 손으로 매달리는데, 세간의 모든 일, 즉 함이 있는 법을 버리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고행하는 사람은 걸식 할 때 항아리 속에 음식을 받지 않으며, 어떤 이는 작은 발우 속 음식도 취하지 않으며 혹 어떤 이는 두 양(羊) 사이에서 음식을 취하지 않으며, 혹 어떤 이는 사람의 더러운 대소변 사이에서 음식을 취하지 않으며, 혹 어떤 이는 지팡이 짚은 사람에게서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칼을 잡은 사람에게서 음식을 받아먹지 않는다.
이렇게 방아[碓] 사이나 또 부인네의 부정(不淨)이 올 때를 알고 그에게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임신한 부인네를 보고는 그에게서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사람의 집에 부정한 업이 있는 줄 알고는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술이 취해 있는 사람에게 음식을 받지 않는다. 혹은 두 사람이 밥먹고 있을 때 그에게서 음식을 받지 않으며, 음식을 받을 때 개가 앞에 오면 또한 음식을 받지 않으며, 음식을 받을 때 그 위에 모기나 등에가 와서 부정하고 더러우면 음식을 받지 않는다. 혹은 어떤 사람이 ‘여기오라, 너에게 음식을 주겠다.’고 외치면 받지 않으며 어떤 사람이 ‘네 거기 섰거라, 음식을 주겠다.’고 소리치면 받지 않으며, 혹은 ‘내가 밥을 만들어 너에게 베풀 터이니 기다려서 받으라’고 소리치면 받지 않으며, 어떤 사람이 일부러 음식을 만들면 또한 받지 않는다.혹 어떤 사람은 하늘에 제사하고 남은 음식은 받지 않으며 음식 안에 사탕이나 꿀[石蜜]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기름 등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음식 안에 우유나 낙(酪)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음식 안에 생선이나 잡육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혹은 음식 안에 흥거(興渠)가 있거나 냄새가 나거나 훈제한 것이거나 신맛이 나는 것 등이 들었으면 받지 않는다.
혹은 또 한 집에서만 음식을 받아 한 입에 그치며 혹은 두 집에서 받아 두 입에 그치며 혹은 일곱 집에서 음식을 받아 일곱 입에 그친다. 혹은 하루에 한 때만 먹고 혹은 하루 두 때를 먹으며 혹은 하루 반만에 먹으며 혹은 사흘에 한 번 먹으며 혹은 하루 조금만 먹으며 혹 이틀에 조금 먹으며 내지 7일에 조금 먹는다. 혹은 나물만 먹거나 돌피만 먹으며 혹은 나무의 부드러운 가지 줄기를 먹으며 혹은 우유만 먹으며 혹은 또 가니가라 나무 가지만 먹는다. 혹은 때로 순전히 양의 똥만 먹으며 혹은 또 때로 순전히 소똥만 먹으며 혹은 들깻묵을 먹으며 혹은 과일을 먹으며 혹은 모든 풀뿌리를 먹으며 혹은 연 뿌리를 먹으며 혹은 갖가지 풀의 부드러운 줄기를 먹는다.혹은 물만 마시고 살며 혹 어떤 이는 얼마간 얻는 대로 먹고살며 혹은 들짐승이 풀 먹는 것을 배워서 산다.
어떤 때는 땅에 우뚝하게 서서 머무르며 혹은 한곳에 앉아 옮기지 않으며 혹은 사지를 땅에 짚고 입으로 음식을 받는다. 혹은 순전한 풀옷을 입는다.혹은 무덤 사이에 버린 옷을 입으며 혹은 갖가지 풀옷을 입으며 혹은 교사야 옷을 입으며 혹은 흰 복숭아나무 껍질로 옷을 만들며 혹은 용수[龍鬚]로 옷을 만들며 혹은 여러 가지 축생의 껍질로 옷을 만들며 혹은 또 낡은 축생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며 혹은 털로 옷을 만들며 혹은 찢어진 여러 축생의 가죽으로 조각을 이어 옷을 지으며 혹은 걸레로 옷을 지으며 혹은 벌거숭이로 지낸다.혹은 가시 위에 누우며 혹은 판자 위에 누우며 혹은 또 마니(摩尼) 위에 누우며 혹은 서까래 위에 누우며 혹은 무덤 사이에 누우며 혹은 개미집에서 마치 뱀이 살 듯하며 혹은 한길에 누우며 혹은 또 물을 섬기고 혹은 또 불을 섬기며 혹은 해를 따라 움직인다. 혹은 두 팔을 들고 섰으며 혹은 쭈그리고 앉으며 혹은 모래와 흙과 먼지를 몸에 끼얹고 섰으며 혹은 머리를 빗거나 얼굴을 씻지 않고 소라상투 같이 구불구불하게 하였으며 혹은 머리털을 잡아 빼거나 수염을 잡아 뺀다.혹은 또 샘ㆍ못ㆍ우물ㆍ내ㆍ시내들의 모든 신(神)과 땅 신ㆍ나무 신ㆍ숲의 신ㆍ산신ㆍ석신(石神)ㆍ야차ㆍ나찰ㆍ라후(羅睺)수나라 말로는 어언(語言) 아수라왕ㆍ파리(婆梨)수나라 말로는 구(鉤) 아수라왕ㆍ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수나라 말로는 묘기(妙機), 담파리(睒婆梨) 등의 아수라왕을 섬기며, 혹은 세성(歲星)을 섬기며, 혹은 의약왕(醫藥王) 선인들을 섬기며, 혹은 비사문천왕을 섬기며, 혹은 동자의 하늘을 섬기며, 혹은 자재천왕을 섬기며, 혹은 해를 섬기며, 혹은 달을 섬기며, 혹은 또 나라연천을 섬기며, 혹은 제석천을 섬기며, 혹은 범천을 섬기며, 혹은 호세(護世) 4천왕을 섬기는 이가 있다.
이와 같이 각각 섬겨 그들을 매우 기쁘게 하고 나서, 빌고 구하여 원하는 대로 이루고는 각각 해탈을 구한다.’
보살은 이미 그들이 이렇게 삿되게 해탈을 구하는 것을 보고 발심하여 가히 두렵고 매우 괴로운 행을 하고자 하였다.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이미 니련하(尼連河)에 이르러
청정한 마음으로 언덕 가에 앉았네.
모든 도를 구하는 이 참되지 않기에
큰 고행으로 그들을 교화하려 하시나.
그때 보살이 이렇게 관찰하고 전일하게 바르게 생각하고 앉은 뒤, 입을 다물고 이를 서로 맞대고 혀로 입천장을 받치고 한생각으로 마음을 섭수하였다. 이렇게 생각을 모아 몸과 뜻을 조복하며 이와 혀와 턱으로 마음을 수습하고 생각을 모아 수행할 때, 겨드랑이 밑에 땀이 흘렀다. 보살은 이미 땀이 이렇게 흐르는 것을 보고 거듭 용맹정진을 하여 마음에 집착이 없고 착란하지도 않고 적정한 마음에 머물러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와 같이 최상으로 몸과 뜻과 입을 괴롭혀 모두 움직이지 않았으며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었구나.’그때 보살은 입으로 쉬는 숨과 코의 기운을 다 제거하였다. 입과 코를 닫아버리자 곧 두 귓구멍에서 큰 바람소리가 나왔다. 그 바람소리와 기운은 마치 소(酥)를 독 안에 넣고 휘저어 낙(酪)을 만들 때 큰소리를 내듯 하였다.
이와 같이 보살이 입과 코를 닫아 기운을 내지 않고 두 귓구멍에서 바람 기운과 소리를 내는 것이 그러하였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물듦이 없고 게으름을 버렸으며……이렇게 최상의 고행을 하고 최승의 난행(難行)을 한다.’
그리고 거듭 생각하였다.
‘나는 다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리라.’그때 보살은 이미 몸과 입과 뜻을 적정하게 한 뒤 다시 입과 코와 귀로 숨쉼도 그쳐 일체가 다 막혔다. 이미 입과 코와 귀가 다 적정하자 속바람이 매우 웅장하고 커서 나오지 못하는 까닭에 기운이 정수리로 치솟았다. 마치 건장하고 가장 힘센 사람이, 잘 드는 도끼를 쥐고 저의 머리통을 치듯, 보살도 입과 코와 귀의 기운을 막고 내지 않아 속바람이 장한 까닭에 뇌(腦)를 치는 소리가 그러하였다.
보살은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물듦이 없고 게으름을 버렸으며……이렇게 최상의 고행을 하고 최승의 고행을 하는구나.’
그것을 생각하고서 다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었다.그때 보살은 입과 코와 정수리의 숨쉼이 모두 다 멈추었고……막고 정지시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까닭에 속바람이 강성하여 두 늑골 사이에서 회전하며 고동쳤다. 마치 소를 잘 잡는 백정들이 날카로운 장검을 쥐거나 날카로운 칼을 들고 소 배를 째고 늑골을 째듯이, 보살도……속바람이 강성한 까닭에 늑골 사이에 회전하고 째는 소리가 이러했다.
다시 정진하는 마음으로 최승의 고행을 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다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었다.’그때 보살은 입과 코와 귀의 기운을 막아서 속바람이 강한 까닭에 몸이 뜨겁고 번뇌로웠다. 마치 가장 큰 두 장사가 하나의 악한 사람을 잡아 한 팔씩 잡고 큰 불무더기 위에 던져 그슬리고 태우듯, 보살도 속 기운이 나오지 못하는 까닭에 몸이 열뇌(熱惱)를 받음이 그러했다. 이것을 생각하고……다시 정진하는 마음을 발하여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이미 게으름을 버렸고 바른 생각을 얻어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일체가 적정하여 몸과 입과 뜻이 동시에 정수(正受)를 얻었으니 이렇게 가장 뛰어난 최상의 고행을 하였다.이때 상계의 모든 하늘 사람들이 내려와 보살의 이런 고행을 보고 자기들끼리 말했다.
“이제 이 실달태자는 이미 목숨을 마쳤구나.”
그 무리들 가운데 다시 천자들이 서로 말하였다.
“이 실달태자는 아직은 목숨이 다하지 않고 이제 비로소 다하려 한다.”
또 다른 천자들은 말했다.
“이 실달다 태자는 지금도 죽지 않으며 뒤에도 죽지 않는다. 왜냐 하면 이 태자는 아라한이기 때문이다. 아라한에게는 으레 이런 행이 있는 것이니 괴이할 것이 없다.”보살은 그 적정처[蘭若]에서 마음을 쓰고 고행을 할 때 가장 큰 고행을 성취하였다.
이때 보살이 앉아 있는 사면 둘레의 모든 이웃 마을 사람들이 다 와서 보살이 이렇게 고행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이 사문은 이미 큰 고행을 하는구나.”
이런 까닭에 대사문(大沙門)이란 이름을 지었다. 대사문이란 이름은 그들의 부름에서 생겼고 이런 뜻으로 이 명칭이 있게 되었다.그때 보살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세간의 어떤 사문과 바라문은 음식을 제한해서 행을 세우고 각각 청정함을 지켰다. 그들은 오직 보리만 먹거나 익은 보리만 먹으며, 혹은 보리 가루만 먹으며 혹은 보리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목숨을 이었다. 또 어떤 이는 오마(烏麻)만 먹거나……순 콩밥만 먹으며, 혹은 콩국을 먹으며 혹은 콩 가루를 먹으며 혹은 콩으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목숨을 이었다. 혹 어떤 사문과 바라문은 모든 음식을 끊고 청정한 행을 세웠으니 나도 이제 일체 음식을 끊고 고행을 하리라.’
보살이 이렇게 속마음으로 생각하였다.그때 그곳에 문득 모든 하늘이 몸을 숨겨 나타내지 않고 보살의 처소에 이르러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인자여, 바라옵건대 음식을 모두 끊으신다는 그런 생각을 버리옵소서. 무슨 까닭인가 하면, 당신이 이제 일체 음식을 끊고 고행하시려 한다면 우리들 모든 하늘은 각각 일체 하늘의 맛있는 음식을 다 가지고 내려와 당신의 털구멍 속으로 넣어서 당신의 목숨을 살리겠사옵니다. 그리고 당신은 몸을 해롭히지 마소서.”보살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이미 모든 사람에게, 나는 전혀 음식을 먹지 않겠다 하였더니 이제 모든 하늘들이 스스로 몸을 숨기고 하늘 음식을 가지고 내려와 내 털구멍에 넣어 내 목숨을 살린다고 한다. 이것은 나의 가장 큰 망언이며 모든 이를 속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 하늘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어도 이 일은 그렇지 않노라.”그때 보살은 그 모든 하늘의 이런 뜻을 거절하고서 하루 한 알의 오마(烏麻)를 먹었고, 혹은 쌀 하나 팥ㆍ콩ㆍ녹두ㆍ보리ㆍ밀 등 이렇게 매일 각각 따로 한 알씩 먹었다.
이때 보살은 다시 생각하였다.
‘내 이제 손바닥에 즙을 조금 담아 마시고 목숨을 이으리라. 혹 팥국이나 붉은 팥ㆍ완두콩ㆍ녹두 국 등을 마시리라.’그때 그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장 큰 종성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이 사나야나(斯那耶那)수나라 말로는 장병장(將兵將)였다. 그 바라문은 마가다국 빈두사라왕에게서 한 마을을 얻어 봉읍(封邑)을 삼았으니 그 봉읍이 우루빈라 마을과 가까웠다. 그 바라문은 봉읍을 얻고 나서 다시 이름을 사나야나라 지었다. 제바[天]라는 또 다른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 바라문의 출생지는 가비라성이었다. 어떤 일을 경영하느라 점점 다가와 사나야나읍에 이르러, 얼마 동안 손님이 되었다. 이때 제바 바라문은 다른 일을 경영하고자 가다가 점차 보살이 머무는 숲에 이르렀는데 보살이 숲에서 큰 고행을 하는 것을 보고는 곧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분은 우리 나라 실달태자시다. 이제 이렇게 큰 고행을 하시는구나.”
그는 보살이 이렇게 고행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기뻤다.그때 보살은 그 제바바라문의 마음이 보살에게 향함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일렀다.
“대 바라문이여, 그대는 나를 위해 얼마의 음식을 마련하여 내 목숨을 살릴 수 있는가? 소두(小豆)국이나 콩ㆍ녹두ㆍ팥 국을 내가 먹게 하여 목숨을 이어가도록 하겠는가?”
그 바라문은 마음이 좁고 용렬해서 보는 것도 적고 아는 것도 적으며 넓고 큰 뜻이 없었으나 보시를 행하고자 이 말을 승낙하여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대성 태자여, 이런 음식을 제가 주선하겠습니다.”
그 바라문은 6년 동안을 날마다 이런 필요한 음식을 보살에게 공양하였고, 보살은 날마다 이 음식을 받아 법답게 먹고 목숨을 이었다. 그때 보살은 다만 손바닥으로 날마다 이것을 받아 조금으로 목숨을 이었으니, 혹 팥국이나 붉은 팥 등이었다. 받아먹는 것이 적으니, 손바닥의 받는 분량에 따라 위에 말한 것과 같은 모든 콩즙을 먹었다.
보살은 이렇게 그 음식을 먹고 나서 몸이 수척하고 숨길이 약해져서 팔구십된 늙은이처럼 전혀 기력이 없고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보살의 골절과 뼈도 그러했다. 보살은 이렇게 적게 먹고 정근 고행하므로 신체와 피부가 모두 주름살뿐이었다. 마치 익지도 않은 박을 꼭지를 끊어 햇빛에 두면 볕에 쪼여 누렇게 시들어, 살이 마르고 껍질이 쭈그러지며 조각조각이 따로 떨어져 마른 두골과 같듯, 보살의 촉루(髑髏)도 이와 다름이 없었다. 보살은 적게 먹었기 때문에 그 두 눈동자가 깊이 쑥 들어갔다. 마치 우물 밑의 물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보살의 두 눈도 보려고 해야 겨우 나타났다. 또 보살이 적게 먹었기 때문에 양옆의 늑골이 서로 멀리 떨어져 오직 껍질이 싸고 있을 뿐 마치 마구간이나 양의 움막 위에 서까래가 붙어 있듯 했다.
그때 그 마을의 모든 양몰이꾼, 소몰이꾼, 말몰이꾼들이 그 숲에 가서 보살이 이렇게 고행하는 것을 보고, 각각 크게 기뻐하며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항상 보살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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