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5권
불본행집경 제25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0.정진고행품 ②
그때 정반대왕은 한창 무르녹은 봄철이 이르자 유희하며 구경하였다. 모든 동산 숲에 가지와 잎이 새로 돋고 온갖 풀은 많은 꽃이 피어 청정하게 장엄되어 동산에 가득 찼다. 거위ㆍ기러기ㆍ오리ㆍ따오기와 원앙새가 모든 못에 가득 찼으며 나무 위에는 다시 앵무조와 구욕새와 구시라와 공작이며 가릉빈가ㆍ명명새들이 저희들끼리 놀며 미묘한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때 정반왕은 이런 소리들을 듣고 길이 탄식하여 눈물을 닦으며 말하였다.
“아아, 슬프다. 내 아들 실달태자가 문득 나를 버린 지 어언 6년이 지났구나. 이미 그는 출가하여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아아, 내가 지금 홀로 이렇게 산들 무엇하겠는가. 실달태자를 보지 못하니, 여기서 모든 채녀들이 에워싸 밤낮으로 여러 음성을 짓고 공후와 비파와 거문고와 북과 부는 악기로 온갖 음악을 지어서, 내가 지금 가장 좋고 묘한 5욕락을 받는다 한들 무엇하겠는가. 내 아들은 어인 일로 혼자 사람들도 없는 저 산숲과 광야에서 갖가지 들짐승들에게 둘러싸이고 호랑이와 사자와 흰 코끼리 등 일체 짐승에 둘러싸여 사는가. 또 모든 짐승들은 각각 발톱과 어금니로 서로 잔악하게 해치고 물어뜯어 먹는데 너는 거기 있으니 누가 알겠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감감하여 소식조차 없구나.”
정반왕의 마음은 이러한 기억과 근심 걱정으로 고민하느라 즐겁지 않았다.그때 보살은 우루빈라 촌락에서 고행을 행하매 몸이 수척하고 피곤하여 기동을 하고자 해도 힘에 겨워 몸을 이기지 못하여 서면 곧 땅에 쓰러졌다.
이때 그곳 지거천(地居天)들은 이것을 보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보살이 장차 신명(身命)을 마치려 하는구나.”
마음속으로 근심 걱정을 하며 서로 전해 일렀다.
“실달태자는 이제 홀연히 목숨을 마치는구나.”
그때 모든 지거천 무리 가운데 한 천자가 급히 정반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대왕의 아들 실달태자께서 4천하와 7보를 버리고 출가 입산하여 고행을 하더니, 이제 이미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 하늘 가운데 다른 한 지거천은 빨리 왕의 처소에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왕자 실달은 아직은 목숨을 마치지 않고 있으나 남은 목숨은 7일에 지나지 못할 것입니다.”정반대왕은 그 천자들의 이런 말을 듣고 태자를 생각하는 까닭에 근심걱정으로 고민이 마음을 핍박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아아 슬프도다. 내 아들아, 어찌 홀로 빈 숲에서 죽는가. 사람의 몸을 받았으나 5욕락을 누리지 못하고 또 위없는 법의 맛을 증득하지 못하고서…….”
이렇게 말하자 몸과 마음이 혼미하여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
이때 정반왕의 모든 석가종족들은 이 소리를 듣고 다 정반왕궁에 모여 왕의 마음을 위안하며 이런 말을 하였다.
“대왕이시여, 이렇게 고민하지 마소서. 또 대왕께서는 지금 몸이 매우 수척하시니 이 일로 목숨을 마치도록 하지 마소서.”
정반왕은 말하였다.
“지금 이 가비라성 안에 나의 친족과 권속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가?”그들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금 석가족의 총수는 모두 9만 9천이옵니다.”
왕은 또 이렇게 말했다.
“그대 권속들은 내 목숨을 보전케 하려거든 빨리 내 실달태자가 있는 곳을 찾아내라.”
이때 모든 석가종들은 함께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대왕이여, 이 대지(大地)와 모든 삼림이나 철위산이나 큰 바다와 수미산을 한 손으로 들어 다른 곳에 던질 수는 있을 지는 모르오나, 실달태자는 번뇌가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만약 일체 천상이나 인간들이 다 모이더라도 그를 집에 돌아오게 할 수 없는 줄 아뢰나이다.”
그때 석가족 국사(國師)의 아들 우타이가 정반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소신이 이제 실달태자가 출가한 곳에 가서 그의 마음을 달래 환궁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그 국사의 아들에게 대답했다.
“착하다 우타이여, 그대는 태자에게 가서 혹시 태자가 너의 말을 듣거든 그와 함께 빨리 돌아 오라. 만약에 태자가 오려 하지 않을 때는 너는 영영 내 얼굴을 보지 말라. 무슨 까닭이냐, 네가 이런 말을 해서 내 마음을 풀었으나 만약 아들이 오지 않고 내가 너의 얼굴을 보게 되면, 기대했던 터라 내 걱정과 근심이 갑절이나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때 국사의 아들 우타이는 수레를 꾸며 가비라성을 나와 바로 그 우루빈라 촌락 니련하 가로 갔다.
그곳에 이르자 우타이는 멀리서 교진여 등 다섯 명이 거기 있는 것을 보았다. 보고 나서 곧 교진여에게 물었다.
“인자 교진여여, 실달태자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교진여는 대답했다.
“실달다 태자님께서는 지금 저 숲에 들어가 고행을 닦고 계시나이다.”
우타이는 거듭 물었다.
“그리고 친히 모시고 있는 이의 이름은 누구라 하나이까?”
교진여는 대답했다.
“그대 우타이여,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이름은 아사유시(阿奢踰時)수나라 말로는 조마(調馬)입니다.”우타이는 곧 아사유시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아사유시여, 그대는 태자께 나아가 내 말대로 전하소서. 부왕의 사신이 여기 와서 뵈옵고자 하노라고.”
그때 아사유시는 우타이에게 대답했다.
“나는 참으로 감히 태자께 이런 말을 전할 수 없나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태자께서는 이미 6년을 고행하셨는데, 출가하고서부터 한 번도 얼굴을 출생지인 가비라성으로 향해 앉으신 일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생(生)의 걱정을 싫어하시기 때문입니다. 우타이 당신이 직접 숲에 들어가 태자를 뵙고 부왕이 시킨 말을 하소서.”우타이가 스스로 숲에 들어가 본즉, 보살은 땅 위에 누워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거룩한 빛이 없이 흙빛과 같으며 몸이 야위어 살이 없고 오직 뼈와 껍질이 몸을 싸고 있을 뿐인데, 눈은 움푹 파여 우물 속의 별과 같고, 온몸이 굽고 꺾여 마디마디가 어그러진 채였다. 우타이는 보살의 이런 몸의 형상을 보고 두 손을 들어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아 슬프다. 우리 석가족의 아드님이여, 오늘 문득 이러한 액난에 이르셨구나. 본시 그렇게 단정하고 어여쁘며 그렇게 묘했던 빛이 이제 이런 몸이 되어 흙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시 해탈의 안락을 얻지 못하고 한갓 이런 묘한 몸만 해치셨습니다.”그때 보살은 우타이가 부르짖는 말을 듣고 물었다.
“네가 누구기에 속마음으로 이렇게 근심 걱정하며 오뇌하고 불에 타는 것처럼 울며 말하는가?”
우타이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태자님의 본국 국사의 아들 우타이가 곧 이 몸이올시다. 태자의 부왕이신 정반대왕께서 저를 시켜, 여기 와 태자님을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보살은 대답했다.
“너 우타이여, 내게는 지금 이런 번뇌의 사신은 필요가 없고 오직 열반의 사신을 얻고자 한다. 부왕의 이 생사 사신은 원하지 않노라.”우타이는 거듭 아뢰었다.
“대성태자시여, 당신께서는 지금 어떤 서원을 그렇게 견고하게 세우셨나이까.”
보살은 우타이에게 대답하였다.
“오직 원하건대 내 몸이 이 땅에서 깨지고 부서져 마치 오마(烏麻)처럼 흰 가루나 미세한 티끌같이 되더라도, 스스로 이익되고 남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면 끝내 그 정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내 지금 몸과 마음의 서원은 이러 하노라.”
우타이는 또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소신은 태자의 부왕 앞에서 이런 맹세를 받았습니다. 저더러 반드시 태자와 함께 성에 들어오라고. 오늘 태자께서 만약 이런 은중한 서원으로 진실로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얻지 못하면 목숨을 마치겠다 하시더라도, 제가 어찌 감히 태자님을 놓아두고 본래 맹세를 어기고 무슨 면목으로 헛되이 가비라성에 들어가겠습니까?”보살은 다시 우타이에게 일렀다.
“그대 우타이여, 내 이제 이 고행하는 곳에서 진실로 자리(自利)를 얻지 못하고 중도에서 목숨을 마치거든, 그대 우타이는 내 시체를 가지고 본래 나오던 문으로 메고 가비라성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그대는 또 나를 위하여 일체 가비라성 안팎의 인민들에게 이렇게 말하라. ‘이는 그 정진하던 사람으로 두말 하지 않는 이요, 서원을 세워 마음을 바로 하고 뜻을 바로 하던 해골의 몸이다.’
그대 우타이여, 다시 또 나를 위하여 나의 부왕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여라.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자께서는 처음부터 부지런히 정진을 한 까닭에 이제 목숨을 마친 것이지 게으른 탓이 아닙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지금 목숨을 마쳤으며 이는 거짓말이 아니옵니다’
그대 우타이여, 이제 그건 그렇고 나는 홀로 이 숲에서 밤에 이런 꿈을 꾸었노라. 한량없는 천자들이 나에게 와서 내 발에 정례하고 말하기를 ‘실달태자여, 당신은 이제 기뻐하소서. 지금부터 7일 안에 당신은 반드시 가장 큰 이익을 성취할 것입니다’라고 했느니라. 그대 우타이여, 내가 얻은 이 꿈은 마침내 헛되지 않으리라. 그대 우타이여,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나는 그대와 벗할 수 없노라.”우타이는 보살의 이런 맹세를 듣고 그에게 더 이상 바랄 마음이 없어, 곧 그가 앉은 숲에서 홀로 나와 가비라성으로 돌아갔다.
정반왕을 뵈옵고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자 실달다께서는 편안히 용맹정진하면서 죽지 않고 살아 계십니다.”
정반왕은 말했다.
“지금 우리 태자가 편안하고 죽지 않았다면 내 다시 무슨 근심이 있으랴.”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기뻐하였다.그때 욕계(欲界)의 마왕(魔王) 파순은 보살을 요란케 하고자 6년 고행하는 동안 항상 보살의 좌우에 가까이 붙어 다니며 가는 터럭만한 허물이라도 틈을 엿보아 찾아내려 하였으나 그러지 못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아란야 처소는 정미롭고 좋아라.
나무와 숲은 매우 볼 만하도다.
우루빈라 촌락의 동쪽 땅이요,
니련선하 언덕 곁에 있도다.
그곳을 가려서 땅을 얻고서
서원도 굳건히 가부좌를 맺었네.
크게 정진하려는 용맹한 마음을 내어
내 이제 꼭 해탈을 얻겠다 하였네.
마왕 파순이 거기에 와서
거짓 아름다운 말로 아뢰었네.
부디 당신의 수명을 길게 누리소서
수명이 길어야 법을 행할 수 있으리다.
수명이 길어야 자리(自利)를 얻고
자리를 얻은 뒤에야 후회도 없네.
당신은 지금 몸이 매우 수척해
목숨이 다할 날이 오래지 않으리.
진실로 당신은 이제 죽을 것이 천 분(千分)인데
복덕을 닦으면 살 희망이 1분(分)은 있으리.
다만 보시를 많이 하고 하늘을 받들고
모든 불귀신에게 제사 드리라.
그러면 혹 큰 공덕을 얻으리니
선정을 닦아 무엇에 쓰려는가?
뛰어난 출가도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워
자기 마음을 조복하기도 쉽지 않다네.
마왕은 이렇듯 보살을 향하여
갖가지 말로 부추겼지만
보살은 그때 미묘한 말과 음성으로
공교하고 은밀하게 그에게 답했네.
파순아, 착하지 않다. 너는 방일하여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세간에 다니는구나.
너에게서는 이 복덕의 마음을
티끌만치도 찾아 볼 수 없구나.
복덕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나는 죽음의 고통을 생과 같이 보아
참으로 한 생각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노라.
만약 모든 중생이 다 멸해 없어져도
내 마음은 잠시도 돌리지 않는다.
이제 욕해(欲海)에 큰 다리를 놓으려
용맹히 정근해 범행을 닦는다.
그러므로 천하에 풍재(風災)가 일면
모든 물줄기가 마르는데
하물며 몸 안에 있는 진액과 피와
그 즙[汁]이 어찌 마르지 아니하랴.
기름과 뇌수와 윤택이 먼저 마르고
그런 뒤에 가죽과 살이 따라 마르며
살이 꺼지고 껍질만 남아 기력이 적어야
마음과 뜻이 적정을 얻으리.
일체의 정진을 더욱 기르는 사람이라야
오직 삼매의 문에 들어 가나니
내 이제 이것을 행하고자 할 때는
그 뛰어난 깨달음의 곳을 가고자 하나니.
그러므로 이 신명을 아끼지 않노니
너는 나의 청정한 마음을 알라.
내 마음에 이제 이런 지극한 정성 있어
지혜로 장엄해 매우 견고하노라.
세간의 어떤 사람도
나의 이 정진을 끊지 못하리라.
내 차라리 죽음으로 목숨을 빼앗길지라도
오래 집에 머물며 살 필요가 없노라.
장부는 차라리 싸워 죽을지언정
마침내 남에게 항복하고 살아 남지 않으리.
명장은 이미 남을 항복 받으리니
또 다시 무엇을 두려워하랴.
힘센 이만이 모든 원적을 깨뜨리나니
내 오래잖아 너를 항복 받으리.
너희 군사 중 제일은 탐욕이요
기뻐하지 않음이 두 번째 이름이라.
셋째는 주리고 목마르고 춥고 더움이요
애착은 넷째 군사이며
다섯째는 졸음과 잠자는 것이요
여섯째는 놀라고 두려워함이라.
의혹이 일곱째 군사요
진에와 분노는 여덟째 군사
이익을 다투고 명예를 시샘함은 아홉째요
어리석고 무지함은 열째 군사일세.
스스로 자랑해 높은 척 함이 열한째 군사요
항상 남을 허는 것이 열두째다.
파순아, 너희들 권속이 그러하거니
군마가 모두 다 어두운 데로 다닌다.
이 악행에 떨어지는 이는
저 사문과 바라문들이다.
너희 군사는 항상 세간에 다니면서
일체의 하늘과 인간을 미혹한다.
내 이제 너희 군마를 보고
묘한 지혜의 엄한 군사로
남김 없이 모두 다 항복받아
너희 많은 군사떼를 쳐부수리라.
마치 물이 날기와를 망가뜨리듯이
너희 군사를 녹여 흩어버리리.
내 마음 바른 생각 산같이 편안하고
지혜 방편이 다 성취되어
방일한 마음 없이 행하고 행하거니
너 어찌 나에게서 흠을 찾아 낼 수 있으랴.’
이때 보살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어떤 사문과 바라문이 과거세에 자리(自利)를 구한 까닭에 큰 괴로움을 받아 마음이 기쁘지 않으며 혹은 몸과 마음이 모두 기쁘지 않았다. 그 모든 사문과 바라문이 받은 것은 괴로움에 지나지 않았으니, 내 이제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까닭에 몸과 뜻과 마음이 기쁘지 않은 괴로움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세에 모든 사문과 바라문이 자리를 위한 까닭에 몸과 마음에 일체 괴로움을 받을 때에도 이에 지나지 않으니, 내 이제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까닭에 몸과 마음에 괴로움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직 상인(上人)의 법을 증득하지 못하고 지견(知見)을 얻지 못하고 증익(增益)을 증득하지 못하고서 다시 무슨 도(道)로 보리를 취할 것인가?’
보살은 다시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생각하건대 지난날 부왕의 궁내에 있으며 밭가는 것을 보았을 때, 한 서늘한 염부수 그늘을 만나면서 그 그늘 밑에 앉아 모든 욕으로 물든 마음을 버리고 일체 착하지 않은 법을 싫어하고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켜 적정을 즐겨 큰 기쁨을 내고 초선(初禪)을 증득하였었다. 나는 이제 다시 그 선정을 생각하리라. 이 길이 바로 보리로 향하는 길이로다.’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고서 법답게 바로 관하여 일심으로 그 적정에 들었으며 이 길을 통해 보리에 이르기를 바랐다.
곧 게송을 읊었다.
이 법은 이미 욕을 여읨도 아니요
바로 보리에 나아감도 아니며
또 해탈의 뛰어난 원인도 아니라,
다만 몸과 마음의 괴로운 근본이로다.
만약 내 지금 닦아 배우려 하면
옛날 밭갈이를 볼 때와 같이
염부수 그늘에 앉아
물듦을 여의고 4선정을 증득하리라.
그때 보살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 즐거움이란 오직 모든 욕과 착하지 않은 법을 멀리 여의는 것인데 나는 이제까지 어찌 그 낙(樂)을 알지 못했는가. 나는 이제 그 낙을 증득하기 때문에 일체의 지견(知見)을 성취하리로다.’
보살은 다시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견의 낙을 성취하려면 마땅히 즐거움을 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위고 기력이 없으니, 어찌 몸이 수척해 힘이 없이 그 낙을 얻으랴. 나는 이제 몸의 힘을 차리기 위해 삶은 콩이나 보리떡이나 보리 가루 같은 거친 음식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기름이나 소(酥)를 이 몸에 바른 뒤에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해야겠다.’그때 보살은 시자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제바여, 나는 이제부터 다시는 전과 같은 음식으로 목숨을 이을 수 없노라. 나는 이 음식보다 나은 것을 구하여 먹고자 하노라. 보리 가루나 보리떡이나 삶은 콩을 먹으며 혹은 우유나 기름을 몸에 바르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자 하나니 그대는 나를 위해 이런 것을 주선할 수 있는가?”
그때 제바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저는 지금 이러한 여러 가지가 없습니다. 또 저는 집이 가난하여 이런 물건들을 감당할 형편이 못 될 뿐더러, 저는 당신에게 공양하고자 해도 갑자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서원을 세우시면 제가 당신을 위하여 방편으로 구해 보겠습니다.”
보살은 물었다.
“그대는 지금 나에게 어떤 맹세를 하라 하는가?”
제바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만약 당신께서 고행을 다하고 마음의 소원이 원만히 이루어지면 그때 법을 나누어주소서. 또 저의 집에 이르러 저의 음식을 받으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대의 소원대로 하리라.”그때 제바바라문은 보살의 이런 인가를 듣고서 곧 보살에게 하직하고 갔다.
그는 사나야나바라문 집에 가서 그 바라문에게 말했다.
“당신께서는 법다운 행을 좋아하십니까? 지금 이 촌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사문이 큰 고행을 하고 있는데. 그는 먹지 않은 지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밥ㆍ보리 가루ㆍ떡ㆍ우유ㆍ기름ㆍ꿀ㆍ삶은 콩 등을 먹고자 하며, 몸에 기름을 바르고 아울러 목욕을 하고자 하오니 당신께서 그에게 이것을 주선해 주소서.”그때 군장(軍將) 사나야나바라문의 집에는 두 딸이 있었는데 첫째는 난타(難陀)수나라 말로는 희(喜)라 하고 둘째는 바라(婆羅)수나라 말로는 역(力)라 했다. 그 두 여자는 매우 단정하고 어여쁘기 비길 데 없어 이 세간에는 짝이 적었다.
그들 두 여자는 전에 들은 말이 있었다.
여기서 북쪽으로 설산(雪山) 밑에 가비라바소도라는 석가족 성읍이 하나 있었다. 그 성 안에 정반이라는 석가족 왕이 있는데 그 왕의 첫째 부인은 마야라 하였다. 그 부인이 태자를 하나 낳았는데 매우 단정하고 훌륭하며 특별하고 용모가 비상하였다. 몸은 황금색이며 정수리는 일산같이 둥글고 코가 앵무 같고 팔이 길어 무릎을 지나며 모든 신체가 바르고 모든 근이 충만하여 마치 금상(金象)과 같았다. 32가지 대인상(大人相)이 구족하여 그 몸을 장엄하고 두루 80종호가 원만하며 그 태자가 태어나자 상사(相師)바라문들이 점을 치고 수기해 말하였다.
‘이 태자는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리고 큰 지주(地主)가 될 것이며 이때 7보가 구족하여 바른 법으로 세간을 다스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면 반드시 다타아가도 아라가 삼먁삼불타를 이루어 이름이 멀리 퍼지리라’
그 두 여자는 이런 말을 듣고서 아버지께 이렇게 아뢴 적이 있었다.
“지금 들은 바 이렇게 석가족의 아들이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다 하오니 그 태자는 우리 남편이 됨 직하나이다.”그때 군장 사나야나는 제바바라문에게서 보살의 이 소식을 전해 듣고서 두 딸에게 말하였다.
“너희 자매들은 마음에 원하는 것이 성취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너희들은 지금 빨리 저 가장 큰 사문이 고행하는 곳에 가라. 그리고 너희들은 거기 가서 그 사문에게 음식을 보시하여 존중히 공양하기를 청하고 ,기름과 우유를 받들어 몸에 바르고 난 뒤에 따로 따뜻한 물로 목욕해 드려라. 그러면 이런 인연으로 뒤에 응당 너희들 마음의 소원을 성취하게 되리라.”그때 군장의 두 딸은 아버지의 이런 명령을 듣고서, 집에 항상 있는 음식과 기름ㆍ우유를 가지고 보살이 고행하는 곳에 이르러 보살의 발에 정례하고 가지고 간 음식을 보살에게 받들어 올리며 이런 말을 했다.“크게 어지신 존자여, 원하옵건대 제가 바치는 이 음식을 받으시옵소서.”
그때 보살은 그 두 여자에게서 밥을 받아 마음대로 들고 우유와 기름을 몸에 바른 뒤에 따뜻한 물로 목욕하였다. 보살이 그 기름과 우유를 몸에 바르고 문지르자 각각 털구멍을 따라 모두 몸 안에 들어갔다. 마치 흙무더기나 성근 모래에 우유와 기름을 뿌리면 다 스며들고 나타나지 않듯, 이렇게 보살의 몸에 바른 우유와 기름은 모두 다 들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살은 이래도 아직 본 형상을 회복하지 못하였다.그때 보살은 밥을 먹고 나서 두 딸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대 자매들은 이 공덕에 의해 무슨 원을 구하고자 하는가?”
그때 두 여자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크게 착한 존자여, 저희들은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 석가족이 태자를 한 분 낳았는데 어여쁘고 단정하여 세상에 짝이 없다고. 우리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삼기를 원하나이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대 자매들아, 내가 바로 그 석가족의 태자이니라. 나는 지금부터 5욕락을 받지 않으며 미래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 위 없는 법바퀴를 굴리기 원하노라.”그때 자매 두 사람은 이 말을 듣고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어지신 이여, 이 일이 정말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실 것입니다. 성취하신 후에 저희 집에 오셔서 저희들을 보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존자의 성문 제자가 되겠나이다.”보살은 다시 그 여자들에게 대답했다.
“그렇구나. 너희들 자매 두 사람의 소원대로 되리라.”
이 날 이후로 그 두 여자는 날마다 음식을 보살에게 보내드리며 또 우유와 기름도 가져왔다. 먼저 보살의 몸에 바른 뒤에 따로 따뜻한 물을 가지고 보살의 몸을 씻어서 점점 보살의 본래 장엄한 모습이 나타나도록 하였다.그때 보살은 두 여자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대 자매들은 지금부터 다른 생각을 내지 말고 몸을 쉬는 법으로서 나에게 음식을 보내기만 하라. 무엇 때문인가. 나는 이제부터 여인의 육체와 서로 부딪치는 일이라고는 있을 수 없다. 내 뜻이 즐겁지 않고 내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이때 양치는 아이가 하나가, 고행 때문에 보살의 몸이 매우 야윈 것을 보았다. 양치는 아이는 보살이 이렇게 부지런히 애써 정진하는 것을 보고 보살에게 크게 기쁨을 내어 꿇어앉아 아뢰었다.
“대성 존자여, 제가 이제 마음으로 존자님을 섬기고 공양 존중하고자 하오니 존자께서는 받으시겠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만약 때를 알거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그렇게 하여 일찍 주선하라.”
그때 그 양치는 아이는 보살을 위하여 양젖을 몸에 바르고 문지르고, 보살에게 바쳐 자시게 했으며 또 보살을 위해 니구다나무 큰 가지를 꺾어서 땅 위에 꽂아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그때 그 꺾여진 니구다 가지는 보살의 위신력으로 곧 땅에서 살아났고 다시 가지와 줄기며 잎과 꽃과 열매들이 나서 모두 구족했다. 그때 사람들은 그 나무를 ‘양치는 아이가 심은 니구다 나무’라고 불렀다.보살이 거친 음식을 먹을 때 보살을 따르던 다섯 선인(仙人)들은 서로 말하였다.
“실달태자는 이미 선정(禪定)을 잃고 본성(本性)으로 돌아갔으니 하물며 계를 잃지 않았겠는가. 그는 이제 게으른 사람이 되었고 적정을 얻지 못하며 마음에 혼란을 내는구나.”
그들은 이렇게 헤아리고서 보살에게 싫은 마음과 비방하는 마음을 내어 보살을 버리고 떠나 다른 데로 가서 점점 파라나국에 이르러 녹야원에 들어가 선정을 닦았다.
고행하는 다섯 선인들은
보살이 거친 음식 먹는 것을 보고
선정의 행이 없고 방일하여
5대(大)의 몸만 기른다고 말하네.
30.향보리수품(向菩提樹品) ①
그때 보살은 거친 음식을 구해서 다만 몸에 조금 기력을 얻으려 하였을 뿐이었다. 그럴 무렵에 그 선생(善生)이란 촌 장자의 딸은 처음 보살을 보고 나서 그 날부터 보살을 위하여 보시를 하고자, 익은 음식과 그릇을 마련하여 보시하였다. 혹은 해가 돋기 전에 사문이나 바라문이 걸식하러 오는 것을 보면 비는 대로 익은 음식과 그릇을 다 보시하고 마음으로 이런 원을 내었다.
“이 음식을 보시하는 공덕이 저 석가족 태자께 돌려 베풀어져 고행이 빨리 성취되어 모든 신통을 속히 얻고 묘한 보리과를 속히 성취하여 그 고행의 소원대로 다 구족히 이루어지기를 원하나이다.”
이렇게 음식과 그릇을 보시하면서 6년이 지났다.그때 보살은 6년이 차고 2월 16일에 이르러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이런 음식을 먹고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다시 누구에게서 맛있고 좋은 음식을 구할 것인가? 누가 나에게 그 맛있는 음식을 먹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할 것인가?’
보살이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할 때 한 천자가 보살의 이런 생각을 알고 급히 선생 촌주의 두 딸에게 가서 말했다.
“그대들 선생의 딸이여, 그대들은 때를 알거든 보살께서 지금 가장 좋은 음식을 구하고자 하며 보살께서는 지금 최상의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 그대들은 지금 그를 위해서 그 16분 묘하고 좋은 우유죽을 준비하라.”이때 선생 촌주의 두 딸은 그 천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온몸 가득 기쁨에 차서 뛰며 어쩔 줄을 몰랐다. 급히 천여 마리의 암소를 모아 젖을 짜서 5백 마리 암소에게 먹이고, 다른날 이 5백 마리 소젖을 짜서 또 250마리 암소에게 먹이고, 뒷날 250마리 암소 젖을 짜 가지고 도로 125마리 암소에게 먹이고, 다음날 이 125마리 암소 젖을 짜 가지고 60마리 소에게 먹이고, 다음날 또 60마리 암소 젖을 짜 가지고 30마리 소에게 먹이고, 다음날 이 15마리의 소젖을 짜서 한몫 깨끗하고 좋은 찹살을 넣어 보살을 위하여 우유죽을 끓였다.
그 딸들이 우유죽을 끓일 때 갖가지 모양이 나타났으니, 꽃이 가득한 병의 모양이 나고 혹은 공덕 하수(河水)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만자(卍字)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공덕 천복의 바퀴상이 나타나고 혹은 큰 소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코끼리왕ㆍ용왕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물고기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대장부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제석천왕의 형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 범천왕의 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혹은 도로 우유죽이 나타나서 끓어올라 위로 반다라수까지 이르렀다 잠깐 사이에 내려오며 혹은 우유죽이 위로 1다라수 길이로 솟았다가 도로 내려오며 혹은 키 큰 사람 하나 높이로 솟은 형상을 나타냈다가 도로 그 그릇에 들어가되 한 방울도 그릇에서 떠나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았다.
우유죽을 끓일 때, 따로 바다[海]산수를 잘 아는 점치는 상사(相師)가 그곳에 이르러 그 우유죽에서 이렇게 가지가지 상모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점을 쳐보고서 이런 말을 했다.
“희유하고 희유하도다. 누가 이 우유죽을 먹을지, 그 사람이 먹고 나서 오래지 않아 감로(甘露)의 묘약을 증득하리라.”보살은 2월 23일 이른 아침에 가사를 갖추어 입고 우루빈라 촌락으로 나가 걸식하면서 점점 난제가 촌에 이르러 그 촌주 바라문의 대문 밖에 묵묵히 서서 밥을 빌고자 했다.
그때 그 촌주의 딸은 문 밖에서 보살이 말없이 밥을 구하는 것을 보고 금발우[金鉢]에 꿀을 탄 우유죽을 가득 담아 가지고 손수 받들어 보살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부디 이 발우에 담긴, 꿀을 탄 저의 우유죽을 받으소서.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소서.”그때 보살은 그 우유죽이 꿀로 맛을 낸 것인 줄을 알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좋은 봉창(封瘡)의 약을 얻었도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정진의 행을 굳세게 하여 감로의 정법을 증득해야겠다. 또 나는 오래도록 이 법의 몸과 이 법의 행을 잃었도다. 오늘 길을 내기 위하여 나는 이제 이 서원의 상을 내고 이 뜻을 냈다. 나는 오늘 꿀을 탄 공덕의 우유죽을 때에 맞추어 받았다. 덩어리로 된 단식(摶食)의 음식을 법에 따라 먹고서 나는 꼭 죽음의 귀계(鬼界)를 건너 죽음 귀신의 군사 무리를 항복 받아 저 언덕에 건너가리라.’보살은 이렇게 생각하고서 그 우유죽을 받고 선생 촌주 딸에게 물었다.
“어진 누이여, 내가 이 우유죽을 먹고 난 뒤에 이 발우를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가?”
그 선생 촌주 딸은 말했다.
“당신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보살은 말했다.
“나는 이런 그릇이 쓸데가 없노라.”
선생의 딸은 말했다.
“당신 마음대로 생각해 쓰소서. 또 저는 이제껏 다른 이에게 음식을 보시할 적에 항상 그릇도 갖추어 보시했나이다.”그때 보살은 그 음식을 받고 우루빈라 마을에서 생각을 바로 하고 나와 조용히 걸어 점점 니련하 가에 이르렀다. 강가에 이르자 얻은 음식을 가지고 한 쪽 깨끗한 곳에 놓고서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여 몸의 열기(熱氣)를 덜었다. 보살이 몸을 씻을 때 허공의 모든 하늘들은 하늘의 갖가지 미묘한 가루향을 빗물에 섞어서 갖가지로 물 위에 비처럼 내렸다. 그때 그 니련하에는 여러 가지 가루향과 온갖 꽃이 물 위에 가득 섞여 흘렀다.보살은 그 물에 목욕을 하고 나서 가사를 물에 빨아 말려 입고 그 물을 건너려 하였으나, 물결이 급하고 빠른 데다 몸이 쇠약하여 건너갈 수 없었다. 게다가 6년이나 정근하고 고행하였으므로 몸의 힘이 약하여 강을 건널 수 없었다.이때 그 강에 알수나(頞誰那)수나라 말로는 금자(今者)라는 큰 나무가 있었는데 가구파(柯俱婆)수나라 말로는 소봉(小峯)라는 나무신이 그 나무를 의지해 머물렀다.
그 수신(樹神)이 모든 영락으로 장엄한 팔로 보살을 인도하자 보살은 그 수신의 손을 잡고 물을 건넜다.
보살이 목욕한 강의 향수(香水)를 모든 하늘들은 각각 나누어 가지고 자기 궁전으로 돌아가서, 공덕의 길상수(吉祥水)였기 때문에 궁전에 뿌렸다.이때 니련하의 주인인 니련다야(尼連茶耶)수나라 말로는 불료(不寮)라는 용녀(龍女)가 땅 속에서 솟아나 손에 장엄한 하늘의 묘한 전제(筌提)를 들어 보살에게 드렸다. 보살은 그것을 받아 그 위에 앉아 촌주의 딸이 바친 우유죽을 들고 마음껏 배부르게 다 먹었다.
보살은 그 우유죽을 다 먹고 과거세에 보시한 복업의 힘으로 몸의 모습이 옛과 같이 회복되어 단정하고 훌륭하며 원만하고 구족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이때 보살이 우유죽을 자시고 나서 금 발우를 물에 던지자 바다 용왕은 크게 희유하다는 마음과 특별하다는 마음을 내었다. 보살이 다시 세상에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에, 금 그릇을 가지고 공양하고자 자기 궁중으로 향하려 했다.
이때 제석천왕이 자기 몸을 금시조로 변화시키고 금강(金剛) 부리를 지어 용왕에게서 금 발우를 빼앗아 가지고 도리천궁 33천에 이르러 항상 스스로 공양하였으며, 지금도 그곳 33천에는 명절을 세워 ‘보살의 금 발우를 공양하는 날’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때 보살은 우유죽을 자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걸어 보리수 쪽으로 가자, 그 용녀는 전제(筌提)를 도로 걷어 가지고 자기 궁으로 들어가 공양했다.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법답게 우유죽을 자셨으니
이는 선생녀(善生女)가 바친 것이었네.
먹고 나서 기뻐 보리수로 향하니
결정코 보리를 증득하려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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