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15권
별역잡아함경 제15권
역자 미상
29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어떤 천자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인다라(因陀羅)였다. 그는 평상시보다 광명을 갑절이나 더 내면서 그날 밤 부처님 처소에 와서는 빛나는 몸의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어 아주 환하게 하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것이 수명을 알지 못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수명을 깨닫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수명을 탐내서 집착하는 것이며
수명에 애착해서 얽매이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색(色)은 수명을 알지 못하고
행(行)도 수명을 깨닫지 못하며
자기 몸의 수명을 탐내고 집착하면
수명을 애착해서 얽매이게 되네.
그러자 인다라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색 그것은 수명이 아니온데
어떻게 의식과 함께 하면서
몸의 무더기를 이루게 되었습니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의식이 가라라(歌羅羅)에 의지했나니
가라라가 가장 최초라네.
가라라에서 태가 생기며
태에서 살덩이가 생기네.
살덩이에서 굳고 질김이 생기고
굳고 질김에서 5포(胞)가 생기며
5포에서 터럭과 손톱이 생기고
이로부터 다섯 감관이 생기네.
그 남녀의 모양이 각기 다르나
변천하여 잠시도 머무르지 않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어찌 수명이 있다고 하겠는가?
인다라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29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석가(釋迦)라는 이름을 가진 천자가 있었는데, 그는 평상시보다 광명을 갑절이나 더 내면서 그날 밤 부처님 처소에 왔다. 그 몸의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찬란하게 비추어서 아주 환하게 하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결박을 끊어 버리고
온갖 일을 놓아 버려야 하니
만약 남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착한 사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하리.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야차(夜叉)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온갖 종류의 괴로움에 시달리면
슬기로운 이는 의당 불쌍히 여겨서
법을 말하고 가르쳐서 인도해야 하네.
그러한 이들을 방치하고서
괴로운 길에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니
아라한은 자비와 지혜를 품고서
그를 구제하여 허물이 없게 하네.
석가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최승장자(最勝長者)라는 천자가 찬란한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늘 배우면서 좋은 게송 말하며
사문을 친근하고 공경하면서
항상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면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됩니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늘 배우고 좋은 게송 말하며
사문을 친근하고 공경하면서
항상 고요한 곳을 좋아한다면
마음과 뜻이 고요하고 안정된다네.
최승장자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시비(尸毘)라는 천자가 평상시와 다른 거룩한 광명과 빛나는 얼굴빛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어서 아주 환하게 하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땅히 누구와 함께 머무르며
마땅히 누구와 함께 화합하고
누구에게 바른 법을 배워야만
수승함을 얻어서 허물이 없겠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마땅히 성현과 함께 머무르며
마땅히 어진 이와 화합하고
어진 이에게 바른 법을 물으면
수승함을 얻어서 허물이 없으리라.
천자 시비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월자재(月自在)라는 천자가 있었는데, 그는 거룩한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선정을 닦아서 극진한 곳에 이르며
풀을 먹는 닭과 사슴의 계율로
향락의 포기를 성취하면
4선정을 얻게 됩니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비록 그 선정을 닦아도
오히려 생사의 그물에 있지만
바른 생각을 능히 갖춘 이는
혼자 있으면서 마음이 담박하니
생사를 멀리 여읜 것이
따오기가 그물을 벗어나는 것과 같네.
월자재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비뉴(毘紐)라는 천자가 거룩한 광명을 찬란하게 비추어서 아주 환하게 하고는 기수숲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을 친근하는 이는
기쁨을 얻지 않는 자 없나니
일체의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법과 가르침을 즐기도록 하며
또 닦고 배우는 이로 하여금
방일하지 않도록 하옵소서.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이 법이야말로 훌륭한 가르침과 교훈이니
때를 알아서 방일하지 아니하고
악마에 대해 자재롭게 되면
악마가 그 틈을 노리지 못하리.
비뉴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반사라(般闍羅)라는 천자가 있었는데, 그 광명이 찬란해서 아주 환하였으며 위의(威儀)도 점잖았다. 그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에 있으면 온갖 업무에 얽매이나
집을 떠나면 매우 자유롭습니다.
모니(牟尼)께서는 오로지 정진함으로써
선정으로부터 깨닫게 되셨나니
확연히 크게 깨달으시고서
큰 지혜를 개발하여 드러내셨습니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비록 온갖 업무에 처해 있더라도
또한 법을 얻을 수 있나니
생각하는 힘을 능히 갖춘 이는
전일한 선정을 얻거니와
오직 지혜가 밝은 사람만이
열반을 증득해서 도달하네.
반사라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수시마(須尸摩)라는 천자가 권속
5백 사람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진실한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사리불 비구는 계율을 지니고, 들은 것이 많고,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조용한 곳을 좋아하여 부지런히 선정을 닦으며, 위대한 염력(念力)이 있고, 지혜와 빠른 지혜와 날카로운 지혜를 성취하였으며, 벗어나는 요긴한 법을 잘 알고, 해탈하는 법을 깊이 이해하고, 진실한 지혜를 만족했다’고 말해야 한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성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만약 진실한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사리불 비구는 계율을 지니고 들은 것이 많아서 가장 제일이며 나아가 진실한 지혜를 성취했다’고 말해야 합니다.”
여러 천자들은, 여래께서 아난과 함께 사리불을 칭찬하시는 말씀을 듣자, 천인의 용모는 더욱더 단정 엄숙하며, 그 몸의 광채는 평상시보다 갑절이나 더 밝아서 항상 기수숲을 두루 찬란하게 비추어서 크게 환하게 하였다.
그때 수시마 천자는 얼굴의 거룩한 광명이 더욱 치성하여 부처님께 합장하고서 게송을 말하였다.
사리불은 학식이 많으므로
모두들 큰 지혜라고 칭찬하며
계율을 지니고 훌륭히 조복하였기에
세존께서도 그를 칭찬하십니다.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사리불은 학식이 많으므로
모두들 큰 지혜라고 칭찬하며
계율을 지니고 잘 조복하였기에
세존도 그를 칭찬하나니
그는 생멸 없는 열반 얻었으며
악마를 부수고 최후의 몸에 머무네.
수시마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적마(赤馬)라는 천자가 평상시보다 광명을 갑절이나 더 내면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곳에 처해야 능히 태어나거나 늙거나 죽지도 않으며, 사라지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으며, 중생이 다한 곳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와 같은 변제(邊際)를 알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적마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태어나거나 늙거나 죽지도 않으며, 이미 사라지지도 않고 또한 출생하지도 않음은, 어떤 자도 그 변제에 이를 수 없으며, 또한 능히 거기에 도달하여 그의 한계를 다할 수 없느니라.”
적마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은 매우 훌륭하고 드문 일이니, 나고 늙고 죽지 않음 등은 그 변제를 능히 얻을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제가 과거에 일찍이 적마라는 이름을 가진 신선이었는데, 애욕의 결박을 끊고 세상의 5신통을 얻어서 그 신력의 빠름이 해와 달보다 뛰어나고 발을 들어 한 번 뛰면 큰 바다를 건널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신력의 빠르기가 이와 같으니, 마땅히 중생계의 끝까지 다 다닐 수 있겠지?’
그래서 저는 중생계의 끝까지를 오로지 알아보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마음과 뜻이 몹시 바빠서 손을 씻거나 음식 먹는 시간과 대소변을 볼 때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한가할 여가도 없이 백 년을 보냈지만 끝내 중생계의 끝을 알아보지 못하고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여래께서 잘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사오며, 또 나지도 늙지도 죽지도 않고 나오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그곳에 가서 그 변제를 알아보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여깁니다.”
부처님께서 적마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나거나 늙거나 죽지 않으며, 나오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중생계의 끝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중생계의 끝이 곧 열반이니, 만약 괴로움의 제(際)를 다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그 변제를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그러한 신력이 있더라도
중생계의 끝까지 다 다니는 일은
끝내 얻을 수 없으리라.
만약 변제를 얻지 못한다면
어떻게 괴로움의 제(際)를 다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 모니(牟尼)는
세상을 잘 안다고들 말하네.
오직 수승한 지혜 있는 자만이
능이 변제를 밝게 요달해서
범행을 이미 이룩하고
올바른 지혜로 중생의 변제를 알아서
변제의 저 언덕에 도달하네.
적마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본래 외도 6사(師)의 무리였던 여섯 명의 천자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난승(難勝)이요, 둘째의 이름은 자재(自在)요, 셋째의 이름은 현현(顯現)이요, 넷째의 이름은 결승(決勝)이요, 다섯째의 이름은 시기(時起)요, 여섯째의 이름은 경롱(輕弄)이었다.
이 여섯 명의 천자는 모두 그날 밤 부처님 처소에 와서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이 천자들은 광명이 평상시보다 배나 수승하여 기수숲을 두루 비추어서 아주 환하게 하였다.
그때 난승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를 헐뜯고 비방하는 짓을
4시(時)에 스스로 금하고 억제하니
그 머무름을 보고 들었더니
이 사람만이 모든 악을 여의었네.
자재 천자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행은 비난받을 만한 것이니
자기 몸을 단속하고 껴잡아야 하리.
악담함과 성냄과 다툼을 끊으면
괴롭고 즐거움이 세존과 같으리.
그 법주(法主)의 처소에 대해서는
온갖 악을 짓지 말아야 하리.
현현 천자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베고 끊고 상해하거나
불에 제사하고 태우는 짓이
모두 선악의 과보가 없다고
가섭이 말한 바이네.
결승 천자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는
항상 이러한 말을 하였으니
오랫동안 고행을 닦으면서
거짓말을 끊어 없애면
아라한을 여의고 머지 않아서
세존의 수(數)에 떨어진다고 하였네.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지금부터 그대들에 대하여
단독이든 많은 대중이든 간에
나는 모두 더럽게 보아서
죽은 시체와 똑같이 여기겠네.
어찌 저 야간(野干)을 가지고
저 사자왕과 같다고 여기는가.
너의 어른인 발가숭이 무리는
아주 악하고 거짓말을 잘하나니
그와 같은 외도(外道)들은
아라한과는 거리가 아주 머네.
그때 어떤 천자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러한 고행을 하는 이는
깊이 비난받을 만하니
비록 조용한 곳에 있으나
한갓 괴로운 짓만 하고 있습니다.
원하옵노니 그들을 옹호하시고
그들을 가르치고 인도하셔서
반드시 형상 세계[色有]에 나아가
범천의 기쁨을 얻도록 하옵소서.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온 세계의 형상 있는 것과
이곳과 그리고 딴 곳과
아울러 허공 속에 있으면서
큰 광명이 있다 하여도
그와 같은 온갖 것들은
모두 악마의 그물에 든 것이니
비유컨대 물고기를 잡는 이가
그물에다 많은 물고기를 넣는 것과 같네.
또 어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재[有]와 애욕의 허물을 말하며
그리고 온갖 어리석음과 헛된 악을
모두 다 끊어서 제거함으로써
애욕의 결박 끊는 것을 칭찬하면
마땅히 그이를 향하여 예배하고
공양을 올리며 칭찬해야 하나니
그와 같이 해야 되는 까닭은
그이가 바로 세존이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재와 성냄의 허물을 말하며
그리고 온갖 어리석음과 헛된 악을
모두 다 끊어서 제거함으로써
성냄의 결박 끊는 것을 칭찬하면
마땅히 그이를 향하여 예배하고
공양을 올리며 칭찬해야 하나니
그와 같이 해야 되는 까닭은
그이가 바로 세존이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재와 어리석음의 허물을 말하며
그리고 어리석음과 헛된 악을
모두 다 끊어서 제거함으로써
어리석음 끊는 것을 칭찬해야 하리.
그때 어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재와 교만함의 허물을 말하며
그리고 교만함과 헛된 악을
모두 다 끊어서 제거함으로써
교만 끊는 것을 칭찬해야 하리.
그때 어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재와 모든 소견의 허물을 말하며
그리고 모든 소견과 헛된 악을
모두 다 끊어서 제거함으로써
모든 소견 끊는 것을 칭찬해야 하리.
그때 어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재와 애착의 허물을 말하며
그리고 모든 애착과 헛된 악을
모두 다 끊어서 제거함으로써
애착 끊는 것을 칭찬해야 하리.
또 어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사성의 모든 산 중에는
비부라산(毘富羅山)이 최상이며
온 대지의 모든 산 중에는
설산(雪山)이 가장 최상입니다.
사방의 온 세계와
위아래와 네 간방의
온갖 천상과 인간 중에서는
여래가 가장 높으십니다.
여러 천자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제각기 게송으로 말하고는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인다라가 수명을 물음
온갖 결박을 끊는다는 것
설선칭(說善稱) 장자
시비가 함께 머무름을 물음
빠른 지혜와 변제의 물음
바후자(婆睺諮)가 크게 기뻐함
큰 기쁨인 비뉴의 물음
반사라건지(般闍羅健持)
수시마가 제일을 물은 것과
외도가 여러 소견으로 물음이네.
30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마가(摩佉)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그 광명이 치성하여 아주 환하였다. 그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있으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엇을 없애야 편히 잠자며
무엇을 없애야 근심 걱정 않으며
어떠한 한 법을 없애야만
성인에게 칭찬을 받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성냄을 없애면 편히 잠잘 수 있고
성냄을 없애면 근심 없게 되니
성냄의 그 독한 뿌리는
거짓 친한 척하면서 사람을 해치나니
그 하나의 법만 없애면
성현들이 칭찬하는 바이네.
마거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0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미가(彌佉)라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그 거룩한 광명이 찬란하여 아주 환하였다. 그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것이 이 세상에서
밝게 비춤을 발해서 나타내며
그리고 어떤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첫째 가는 밝은 비춤입니까?
그와 같이 매우 깊은 뜻을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해 말씀하소서.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일체의 세간 중에는
세 가지 밝은 비춤이 있나니
무엇이 세 가지 밝은 비춤인가?
이른바 해와 달과 불이라네.
이것들은 능히 밤과 낮으로
곳곳마다 밝게 비추지마는
그러나 천상과 인간에서는
오직 부처님만이 더없는 밝음이라네.
미거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담마시(曇摩尸)라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그 거룩한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고는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지금 당신은
3유(有)의 애욕의 결박을 끊고
온갖 존재를 구하길 원하지 않으니
마침내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바라문은 짓는 바가 없으니
생각으로 짓는 일도 이미 끝내고
물을 건널 때 바닥까지 밟음으로써
저 언덕에 도달하였네.
만약 그 밑바닥까지 밟지 못하면
저 언덕에 이를 수가 없나니
손과 발을 반드시 운동하여야만
이것을 이름하여 짓는 바가 있다고 말하나니
이것으로 비유를 삼음으로써
짓는 바가 없는 뜻을 밝히네.
담마시여! 그대는 알아야 하나니
온갖 번뇌를 이미 없애고
최후의 몸에 머물렀으며
온갖 존재와 애욕의 허물들을
모두 다 끊어 없애서
생사의 바다를 건넜다는 것을.
담마시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다라건타(多羅健陀)라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그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찬란하게 비추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몇 가지 법을 끊어 없애며
몇 가지 법을 놓아 버리고
몇 가지 법을 더욱 닦습니까?
비구로서 몇 가지 법을 성취하고
몇 가지 법을 닦고 제거하여야
거센 물을 건너게 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5욕(欲)의 수음(受陰)을 제거하고
5개(蓋)를 끊어 버리며
5근(根)을 더욱 닦고
5분(分)의 몸을 성취하면
그와 같은 비구야말로
생사의 바다를 건너리.
다라건타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가묵(迦黙)이라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그 광명으로 기수숲을 찬란하게 두루 비추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어렵다고 말하며,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답하셨다.
배우는 자는 어려운 일을 하니
계율과 선정을 갖추어서
온갖 반연의 일을 여의게 되어
편안하고 고요하며 즐거워하네.
그러자 가묵 천자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성인의 가르침처럼 침묵하고 고요한 것이 참 어렵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가묵이여! 그대가 지금
얻기 어려운 것을 얻고자 하면
밤낮으로 선정과 뜻을 닦아야만
반드시 편안하고 고요하리라.
가묵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음과 뜻은 안정되기가 어렵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요란한 마음과 정해진 감관의
머물기 어려움을 선정으로 껴잡아서
죽음의 그물을 찢어 버리면
성인의 지혜를 능히 얻으리라.
가묵이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깊고 험해서 길이 막히고 어려운 데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성인이 아니면 반드시 험한 데에 떨어져서
넘어지고 자빠져서 통과하지 못하지만
성현들은 그 험한 길을 밟으면서도
그 속을 무사히 벗어 나오네.
가묵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가묵(迦黙)이라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그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찬란하게 비추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탐욕과 그리고 성냄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았으며
즐김과 즐김 아닌 공포는
그 무엇으로 된 것입니까?
그리고 어린아이가 어미 젖을 잡는
그 의식과 감각은 어디에서 생깁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애욕에서 나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마치 니구타(尼拘陀) 나무가
뿌리와 수염이 흙에서 생겼다가
나중에 땅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네.
그리하여 각각 다른 곳에서
애착으로 욕심을 낳는 것이
마치 마루다(摩樓多)가
숲과 나무를 감고 덮는 것과 같네.
만약 그 근본을 알았으면
야차여! 마땅히 버리고 여의어서
생사의 바다를 능히 건너고
건너고 나서는 다시 몸을 받지 않아야 하리.
가묵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전단(旃檀)이라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그 빛나는 얼굴의 치성한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고는 한쪽에 물러나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지금 구담에게 묻습니다.
여러 가지 크고 날카로운 지혜로
온갖 장애와 가림을 제거하시고
지견(知見)이 모두 분명하십니다.
어느 곳에 그치면서 머무르고
어떠한 교법을 익혀야만
후생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착한 과보를 얻게 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입과 뜻의 악을 제거하고
몸으로도 그른 짓 하지 않으며
만약 집에 있게 되더라도
보시하기를 흐르는 물처럼 하며
믿는 마음으로 자주 계를 받고
생각을 거두어서 재물을 나누어 주면
하늘은 반드시 그곳에 있으리.
이상의 일들을 배우고 익히어
부지런한 마음으로 행할 수 있다면
후세에 대한 두려움이 전연 없으리라.
전단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전단(旃檀)이라는 천자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얼굴의 치성한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고는 한쪽에 물러나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거센 물을 건너서
밤낮으로 항상 정진하겠습니까?
이와 같은 거센 물 속에는
파도가 매우 세차고 급해서
불들어 잡을 데도 없고
또한 발을 붙일 땅도 없습니다.
누가 그 깊은 흐름에 있으면서도
떠내려가거나 빠지지 않겠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온갖 계율을 완전히 갖추고
선정과 지혜가 마음에 차 있고
내면의 마음과 생각을 잘 닦으면
그는 건너기 어려운 것을 건너리라.
애욕에 대한 상념을 제거하고
존재와 번뇌의 흐름을 건너서
기뻐하고 애착하는 존재 없애면
깊은 데에 있으면서도 빠지지 않으리.
전단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가섭(迦葉)이라는 천자가 평상시보다 그 몸의 광명을 갑절이나 더 내면서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그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여! 저는 지금 비구의 수승한 이익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라.”
가섭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는 능히 염(念)을 갖추어서
온갖 존재와 애욕이 구하는 것을
마음이 잘 해탈하게 되어서
때[垢]가 없는 곳을 얻습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때가 있음과
그리고 때가 없음을 잘 알고
일체의 존재를 여의어서
또한 쌓아 두는 것이 없나니
이것을 비구가 된 이로서
수승한 이익과 공덕이 있다고 합니다.
가섭 천자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1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가섭이라는 천자가 평상시보다 광명을 갑절이나 더 내면서 그날 밤 부처님 처소에 와서 몸의 광명으로 기수숲을 두루 비추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 대덕(大德)이시여! 저는 지금 다시 비구가 얻은 공덕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그대의 뜻대로 말하라.”
가섭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구는 능히 염(念)을 갖추어서
마음이 잘 해탈하게 되어
열반 얻기를 바라고 있으므로
세간을 이미 잘 압니다.
존재와 존재 아닌 것도 이해하고
모든 법이 공함을 깊이 아나니
이야말로 비구 된 이로서
존재를 여의고 열반을 얻은 것이라 합니다.
가섭 천자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마가가 없애는 것 물음과
미가가 밝게 비춤을 물음과
담마시가 해야 할 일 말함과
다라건타가 끊을 것 물음과
극난(極難)과 복장(伏藏)과
가묵이 두 가지 의심을 해결함과
진실한 지혜와 흐름을 건너는 것과
전단이 말한 바가 있으며
때[垢]가 없음과 존재와 존재 아님을
가섭이 두 번 말한 것이 있네.
[이 장(章) 다음의 인다라 야차는 앞의 인다라 천자가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번거롭게 중복되기에 빼서 싣지 않는다. 다음 장(章)의 석가 야차도 앞의 석가 천자와 다르지 않기에 역시 빼서 싣지 않는다.]
31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에서 유행하시다가 저 굴묵(崛黙) 야차(夜叉)의 궁(宮)으로 가려고 하셨다.
그러자 굴묵 야차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여래와 비구 스님들께서는 오늘 밤 저의 집에서 주무십시오.”
세존께서는 잠자코 이를 허락하셨다.
굴묵 야차는 부처님과 그 대중들을 모시기 위하여 즉시 5백 궁전을 화현시켜 만들고, 평상과 자리와 침구를 모두 준비하였다. 또 5백 화로를 화현시켜 만들면서도 그 속에는 불만 치열하고 연기는 전연 없게 하였다. 그리고는 부처님을 청하여 최상의 방에 모시고 5백 비구들에게도 차례로 방을 드렸다.
그때 여래께서 그 방에 들어가 앉으시니, 굴묵 야차는 한쪽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른 억념(憶念)을 얻으면 즐거우며
억념이 올발라도 또한 즐겁네.
뜻과 염(念)을 항상 잊지 않고
바른 생각으로 편히 잡니다.
바른 생각으로 거룩한 즐거움을 얻고
해치거나 곤장으로 때리지 않으며
온갖 중생들에 대하여
이기지도 않고 지지도 않습니다.
널리 그들에게 자비와 연민을 일으켜서
온갖 원망과 미워함을 떠나니
이것이 바로 큰 즐거움이라서
이보다 더한 것이 있지 않습니다.
굴묵 야차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돌아갔다.
3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백산(白山)에 계셨는데, 당시 존자 상호(象護)가 부처님 시자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세존께서 밤에 거닐고 계실 때 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리면서 번갯불이 번쩍이자, 그때 제석천(帝釋天)은 유리로 된 보배 집을 화현시켜서 부처님을 덮어 드렸다.
이 일을 마치고 나서 그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는데, 여래께서는 아직도 거닐기를 그만두지 않으셨다.
당시 그 나라의 풍속에는 어린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박구라(薄俱羅) 귀신이 나온다고 하면서 두렵게 하는 일이 있었으며, 또 부처님의 떳떳한 법에서는 스승이 방 안에 들지 않으면 제자가 스승보다 먼저 방에 들어가 잠자는 일이 없었다.
그때 상호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밤이 이미 오래 되었는데도
세존께서 주무시지 않으시니, 나는 마땅히 박구라 귀신이 되어 두렵게 함으로써 주무시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부처님께서 거닐고 계시는 길 머리에서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 사문이여! 박구라 귀신이 옵니다.”
부처님께서 상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매우 어리석구나. 박구라 귀신으로 나를 두렵게 하려고 하는가? 여래는 놀람과 두려움과 털이 곤두서는 온갖 두려움을 끊은 지 이미 오래라는 걸 너는 어찌 모르느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이 일을 보고 들은 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법에 또한 이와 같은 출가인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여! 구담의 종성(種姓)은 아주 너그럽고 넓어서 용납하는 바가 많나니, 이와 같은 사람도 멀지 않아 반드시 청정한 법을 얻게 된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자기의 법에서
바라문 법을 갖추어 행하여서
저 언덕에 도달하는 이는
온갖 존재의 번뇌를 없애리라.
만약 자기의 법에서
바라문 법을 갖추어 행하여서
저 언덕에 도달하는 이는
모든 느낌이 사라짐을 관찰하리라.
만약 자기의 법에서
바라문 법을 갖추어 행하여서
저 언덕에 도달하는 이는
인연이 모두 사라짐을 관찰하리라.
만약 자기의 법에서
바라문 법을 갖추어 행하여서
저 언덕에 능히 도달하는 이는
번뇌가 적멸함을 관찰하리라.
만약 자기의 법에서
바라문 법을 갖추어 행하여서
저 언덕에 도달하는 이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관찰하리라.
만약 자기의 법에서
바라문 법을 갖추어 행하여서
저 언덕에 도달하는 이는
비사사(毘舍闍)와 박구라의
저 언덕을 능히 벗어나리라.
제석천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320
그때 존자 아나율(阿那律)이 부처님을 따라 유행하다가 저 마갈제국의
귀자모(鬼子母) 집에 이르렀다.
아나율은 밤중에 일찍 일어나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서 법 구절의 게송과 바라연(波羅延) 대덕(大德)의 게송을 외우며, 또다시 큰 소리로 그 뜻과 수다라(修多羅) 등을 외우고 익혔는데, 그때 귀자모가 사랑하던 작은 아들 빈가라(賓伽羅)가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다.
귀자모가 그 아들을 위로하고 무마하면서 말하였다.
“도인께서 경을 외우시니, 너는 울지 말라.”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빈가라 너는 울음소리 그치고
도인께서 외우시는 법구(法句)의 게송을 들어라.
그 게송을 들으면 파계함을 없애고
청정함을 얻어서 계율을 잘 지키리라.
빈가라 너는 울음소리 그치고
도인께서 외우시는 법구의 게송을 들어라.
그 게송을 들으면 살생하지 않게 되리라.
빈가라 너는 울음소리 그치고
도인께서 외우시는 법구의 게송을 들어라.
그 게송을 들으면 진실한 말을 얻게 되리라.
빈가라 너는 울음소리 그치고
도인께서 외우시는 법구의 게송을 들어라.
그 게송을 들으면 귀신으로 태어나지 않으리니
그러므로 너는 반드시 울음소리를 그쳐라.
3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의 부나바수(富那婆修) 야차(夜叉) 어머니의 집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그날 밤 그 집에서 주무시는데, 야차의 아들 바수(婆修)와 딸 우달라(優怛羅)가 밤에 울었다.
그 어머니는 아들과 딸을 위로하고 무마하면서 울지 않도록 하려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나바수(富那婆修)와
그리고 우달라야,
너희들은 지금 반드시
울음소리를 그쳐야 한다.
부처님, 세상의 영웅께서
법의 요체 말씀하시는 것을
나로 하여금 듣게 하거라.
아버지도 어머니도
괴로움을 해탈시킬 수 없고
오직 세존께서만이
교묘하게 법을 말씀하셔서
능히 듣는 이로 하여금
온갖 고통을 영원히 떠나게 하시네.
온갖 중생들이
애욕의 흐름을 따라서
생사의 바다에 빠졌기에
나는 법문을 듣고서
그 애욕의 흐름을 끊으려고 하노라.
너 부나바수와
그리고 우달라야,
그러므로 너희들은
침묵해야 하느니라.
그러자 부나바수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지금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서
다시는 소리를 내지 않겠습니다.
여동생인 우달라도
이제 역시 침묵합니다.
부디 저 사문께서 말씀하시는
미묘한 법문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마갈제국에서
사람 중의 최상이시니
널리 모든 중생 위해서
괴로움 끊는 법을 연설하십니다.
고통이 고통을 낸다고 말씀하시고
고통 벗어나는 도를 말씀하시며
성현의 여덟 가지 도를 말씀하셔서
안온하게 열반으로 나아가게 하시니
사문께서 말씀하시는 법의 요체를
잘 들어야 훌륭한 것입니다.
어머니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너는 바로 알아보는 자로구나.
말한 것이 나의 마음에 맞아서
저 세상의 인도하시는 스승을
너는 잘 칭찬하였도다.
너희들이 침묵을 했기 때문에
내가 네 가지 진리 보게 되었고
우달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네 가지 진리 보게 되리라.
32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에서 유행하시다가 마니행(摩尼行) 야차의 집에 이르셨는데, 마니행 야차는 모든 야차들과 함께 자기 집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모여 있었다.
어떤 여인이 좋은 향과 꽃, 그리고 좋은 술을 가지고 이 야차의 집에 왔는데, 그때 세존께서는 그 집에 앉아 계시면서 모든 감관이 고요해지고 안정되셨다.
그 여인은 여래께서 그 집에 앉아 계시면서 안색이 기쁘고 뜻이 맑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어서 최상으로 조복된 마음을 지닌 것이 마치 금으로 된 누각과 같으신 것을 보고는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마니행 야차를 보게 되었구나.’
그 여인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은 실로 공양받을 만하니
나의 소원을 들어 주셔서
당신도 어질고 착함을 얻으소서.
이 마갈제국 사람들이
모두 당신에게 소원을 비나니
당신은 항상 그 마음에 맞게
능히 복과 경사를 주옵소서.
당신은 지금 나의 소원대로
나로 하여금 현세의 즐거움을 얻게 하고
내생에는 천상에 나게 하소서.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너는 삼가하면서 방일하지 않아야 하고
아울러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말지니
항상 믿음과 게율을 좋아하여
네가 스스로 교화해서 제도하거라.
마니의 행을 구해 본들
그가 장차 무엇을 하겠는가.
네가 스스로 닦아서
하늘에 날 인연을 짓는 것만 못하다.
그 여인은 게송을 듣고 나서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이는 마니 야차가 아니라 바로 사문 구담이로구나.’
그리고는 즉시 향과 꽃과 술병을 한쪽에 놓아 두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면서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현세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후생에는 하늘에 태어나게 됩니까?
그리고 어떤 일로 나아가야
능히 쾌락을 누릴 수 있습니까?
나는 지금 구담에게 묻노니
어떠한 업과 행을 하여야
현세에는 안락을 누리오며
죽으면 하늘에 나게 됩니까?
보시하여 모든 감관 조복하면
능히 쾌락이 생기게 되나니
바른 소견으로 어진 이와 함께 하고
사문들을 친근해야 하느니라.
바른 생활로 스스로 살아가는 이가
어찌 저 33천(天) 중에
태어날 필요가 있겠는가.
거기는 곧 고통의 그물이니라.
너는 그 애욕을 없애고
지극한 마음으로 내 말을 들어라.
나는 지금 너를 위하여
티와 때가 없는 법을 말하리니
그대 야차의 모든 무리들은
감로(甘露)의 법을 잘 들을지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그에게 설법하여 보여 주시며, 가르쳐 주시며, 이롭게 하시며, 기쁘게 하시며, 모든 부처님들의 법처럼 보시를 설하고, 계율을 논하고, 하늘에 태어남을 논하고, “애욕은 깨끗함이 아니니
세간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여인의 마음과 뜻이 조복되고 순응하는 것을 아시고는 그녀에게 네 가지 진리인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를 말씀하시니, 그 법문을 들은 여인은 믿고 이해하는 것이 마치 순결한 모직물[氎]이 염색을 잘 받는 것과 같아서 그 자리에서 네 가지 거룩하신 진리를 터득하고 법을 알고 법을 증득하고 법의 밑바닥까지 사무쳐서 의심의 그물을 끊고 의심의 저 언덕을 건넘으로써 남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즉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고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삼보에 귀의하여 죽이지 않는 법을 성취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여인은 법문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32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을 유행하시다가 전모(箭毛) 야차의 집에 이르러 그날 밤 거기서 쉬며 주무셨다.
전모 야차는 여러 야차들과 함께 다른 곳에 모여 있느라고 집에 있지 않았다.
당시 전모 야차의 벗인 구(灸) 야차가 있었는데, 이 야차가 부처님께서 전모의 집에 계신 것을 보고는 전모 야차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큰 이익을 얻었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지금 그대의 집에서 주무시고 계시네.”
전모 야차가 말했다.
“그분이 어찌하여 나의 집에서 주무시고 계실까?”
구 야차가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그분은 비록 사람 종류이나 실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네.”
전모가 또 말하였다.
“내가 지금 집에 돌아가서 그분이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전모 야차는 모임을 파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 몸으로 부처님 몸에 부딪치려고 하였으나, 부처님의 몸은 더욱 멀어졌다.
그가 즉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문이시여! 지금 놀라며 두려워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나, 너의 부딪침이 몹시 고약하기 때문이니라.”
전모가 또 말하였다.
“사문이시여! 내가 지금 질문을 하겠습니다. 당신이 만약 풀어내면 그 훌륭함이 한량없겠지만 만약 나에게 답변하지 못하면
마땅히 당신의 심장을 깨뜨려 뜨거운 피가 얼굴에서 나오도록 하겠으며, 또는 당신의 어깨를 뽑아서 바기강[婆耆河] 언덕에 던져 버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간의 천인과 악마와 범천과 사문과 바라문 누구라도 나의 마음과 뜻으로 하여금 뒤바뀌게 하거나, 나의 심장을 깨뜨려서 뜨거운 피가 얼굴에서 나오게 하거나, 능히 나의 어깨를 뽑아서 저 바기강 언덕에 던지는 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노라.”
그러자 전모는 곧 게송을 말하였다.
탐욕과 그리고 성냄은
무엇을 근본으로 삼으며
즐거움과 즐겁지 않음과
두려워서 털이 곤두서는
그것이 바로 무엇입니까?
저 뜻[意]으로 지각하는 것은
어느 곳에 머무르며
어리고 작은 아이들은
어찌하여 나면서 바로
어머니 젖을 잡을 줄 압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애욕이 나로부터 생긴 것이
마치 니구타 나무와 같고
애욕이 집착을 따르는 것은
또한 마루다(摩樓多)가
니구타 나무를 감는 것과 같네.
야차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만약 그 근본을 알게 되면
반드시 버리고 여읠 수 있으리.
그 근본을 아는 이는
생사의 바다를 건널 수 있으며
존재의 거센 흐름을 건너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으리라.
전모 야차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면서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곧 삼귀의를 받았다.
32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우바이에게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그는 여덟 가지 계율을 받아 지녔으나 계율에 대하여 결함이 있었고 계율을 범하였기 때문에 귀신이 붙어서 미쳐 버렸다.
그러자 우바이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14일과 15일과
또는 매달 8일과
여래의 신족월(神足月)에
청정하게 여덟 계율 지니며
잘 수행해서 범하지 아니하면
귀신도 어지럽히지 못한다고
나는 아라한의 처소에서
그러한 사실을 들었다네.
어떤 야차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14일과 15일과
또는 매달 8일과
신족월과 재일(齋日)에
계율을 지녀서 범하지 않고
여덟 가지 재계를 갖추어 지니면
귀신이 그를 어지럽히지 못한다고
그대가 아라한의 처소에서
들었던 것이 모두 진실이니
나는 지금 반드시 놓아 주겠네.
그리고 야차는 이러한 말을 하였네.
계율을 범하면 귀신이 어지럽히고
만약 훼손하거나 범함이 있으면
현재의 귀신이 괴롭히며
장래에는 나쁜 과보 얻으리.
계율 지님은 칼을 쥔 것과 같아서
급하거나 늦추면 모두 상해를 받지만
슬기로운 이가 보리를 가지고
중도를 얻으면 상해가 없네.
법을 지니지 않은 사문은
나중에 지옥의 고통을 받나니
마치 저 칼을 잘못 잡는 이가
반드시 그 손을 다치는 것과 같지만
칼을 잘 잡는 이는 다치질 않네.
사문의 법을 잘 수호하면
나중에는 반드시 열반 얻는다 하고서
야차는 그 아들을 잡았다가
다시 도로 놓아 주었네.
그러자 저 우바이는
곧 그 아들에게 말하되
너는 지금 야차가 말한 대로
나의 말을 잘 들으라고 했네.
온갖 게으른 짓을 하거나
범행이 청정하지 못해서
삿된 생활을 하고 아첨하면
그는 큰 과보 이루지 못하니
비유컨대 칼을 잘못 쓰면
반드시 자기 손을 해치는 것과 같네.
사문의 법을 잘 지니면
나중에 반드시 열반에 가까우리니
마치 칼을 잘 잡는 이가
스스로 손을 해치지 않는 것과 같네.
우바이가 아들을 위하여 갖가지로 이 법을 말해 주자, 그 아들은 즉시 싫어하는 생각을 냈으며, 생각을 내고서는 즉시 출가를 원하여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복을 입었다. 그러나 나이가 젊어서 출가한 탓에 출가법을 깊이 좋아하지 못했으며, 좋아하지 못했기 때문에 곧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바이는 아들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는 손을 들며 크게 탄식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이 벌써 불타게 되서
연기와 불꽃이 치열하므로
온갖 물건을 잘 끄집어냈거늘
어찌하여 다시 또 와서
불 속에 뛰어들려고 하느냐?
집이 벌써 불타게 되어서
연기와 불꽃이 치성하거늘
어찌하여 또다시 와서
불에 타는 해를 입으려 하느냐?
아들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 세상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슬프게 울부짖으며
현재에 만약 보이지 않으면
또한 다시 흐느끼며 울거늘
어머니께서는 지금 무슨 이유로
저 아귀와 같이 울부짖습니까?
어머니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네가 지난날 애욕을 버리고
출가해서 사문이 되었거늘
너는 지금 집에 돌아오려고 하니
악마에게 속박 당했는지 두렵구나.
나는 지금 그 일 때문에
너에 대하여 우는 것이다.
그리고 우바이는
그와 같은 갖가지 말로
그 아들을 꾸짖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러자 그 아들은 곧 아련야로 가서 부지런히 도를 닦기를 밤낮으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하였다.
32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에 유행하시다가 저 광야(曠野) 야차가 살고 있는 집에 이르셔서 그날 밤 거기서 주무셨다.
당시 그 야차는 여러 야차들과 다른 곳에서 모이느라고 자기 집에 있지 않았는데, 여구(驢駒)라는 야차가 여래께서 저 광야의 집에서 주무시는 것을 보고는 저 광야 귀신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당신의 집에서 주무십니다.”
광야가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어찌하여 나의 집에서 주무십니까?”
여구 야차가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그분은 비록 사람의 종류이나 실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십니다.”
광야가 다시 말하였다.
“그분이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고 당신은 참으로 알았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광야는 모임을 파하고 자기 집에 돌아와서
부처님을 보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나가시오, 사문.”
여래께서는 그 야차가 살던 곳이기 때문에 그 말대로 나오셨다.
그는 다시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 도로 들어오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아만(我慢)을 끊으셨으므로 다시 그 말에 따라 들어가셨다.
그가 두번, 세번이나 부처님께 나가라 들어오라고 말했으나, 부처님께서는 모두 그의 말대로 따르셨다.
그는 네 번째에도 “사문은 나가시오”라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미 세 번이나 들어오라고 청하였으니, 나는 이제 그대의 말대로 나가지 않겠소.”
광야가 곧 말하였다.
“내가 질문하겠습니다. 당신이 만일 풀어내면 당신에게 앉으라고 허락하겠지만 만일 나에게 답변하지 못하면 마땅히 당신의 마음과 뜻으로 하여금 착란하게 하고, 또 당신의 심장을 깨뜨려서 뜨거운 피가 얼굴로부터 나오도록 하겠으며, 당신의 어깨를 뽑아서 바기강 언덕에 던지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의 천인과 악마와 범천과 사문과 바라문 누구라도 능히 나를 그대의 말처럼 하는 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대가 묻고 싶다면 그대의 물음을 따르겠노라.”
그러자 광야 귀신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재물 중에서
무엇이 가장 수승하며
어떤 착한 행을 닦아야만
즐거운 과보를 얻게 됩니까?
온갖 아름다운 맛 중에서는
무엇이 가장 수승하며
온갖 수명 중에서는
어떤 수명이 가장 수승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모든 사람의 재물 중에서
믿음의 재물이 제일 수승하며
법을 수행하는 사람이
능히 쾌락을 얻을 것이며
진실한 말이 가장 아름다운 맛이요
지혜의 수명이 가장 수승하네.
광야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누가 거센 흐름을 건너며
누가 큰 바다를 건넙니까?
누가 능히 고통을 버리며
누가 청정함을 얻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믿음이 거센 흐름을 건너며
방일 않음이 바다를 건너네.
정진하면 고통을 여읠 수 있고
지혜가 능히 청정하게 하네.
광야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하면 능히 믿음을 얻으며
어찌하면 능히 재물을 얻으며
어떻게 하면 명칭을 얻으며
어찌하면 착한 벗을 얻습니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아라한은 믿음을 얻고
법을 행해서 열반을 얻으며
해야 할 일을 순응하여 행하고
부지런한 정진으로 재물을 잘 모으며
진실한 말로 명성이 멀리까지 들리고
널리 보시하여 친한 벗을 얻나니
그대는 사문과 바라문에게
가서 자세히 청하여 물어 보거라.
어디에서 진실한 말을 얻고
나를 여의고 어떤 법이 있는가를.
96가지 외도에게
그대는 관찰하면서 잘 물어 보거라.
어느 법이 해치지 않는 것이어서
능히 조복하고 순응할 수 있는지를.
광야 귀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 저 사문과 바라문에게
다시 물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크게 정진하시는 이께서 보여 주시고
잘 분별해서 법을 말씀하십니다.
내가 지금 당신의 은혜를 생각하니
당신께서 나에게 보여 주셨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위없는 큰 상주(商主)를
지금 볼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나는 오늘부터는
성읍과 그리고 마을의
어느 곳에 있던지 간에
항상 부처님께 귀의하오리니
바른 법을 보여 주시옵소서.
광야 야차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삼보에 귀의했으며, 또 계율까지 받아서 부처님 제자가 되었다.
32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셨다.
당시 왕의 동산 정사(精舍)에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비리(毘梨)[비리(毘梨)는 진(晋)나라 말로는 웅(雄)이다.]였다.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구밀두성(俱密頭星) 모임을 베풀어서 이레 동안을 모여서 즐기는데, 그 비구니를 맞아서 초청하는 이가 없었다.
그때 어떤 야차가
저 비리 비구니에게 믿음과 공경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그 나라 사람들이 아무도 초청하는 이가 없는 걸 알고는 마을 거리에서 이러한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사성의 모든 사람은
일체가 다 취해서 잠자고 있지마는
오로지 비리 비구니만은
고요히 훌륭한 선정에 들었나니
그 수행은 참으로 영웅스러운 것으로서
영웅의 법을 성취하였네.
이 비구니를 말할 것 같으면
모든 감관을 잘 닦고 수련하여서
온갖 번뇌를 영원히 여의고
적멸하여 열반에 도달하였네.
그와 같은 덕이 높은 이에게
부지런히 공양을 올려야 하거늘
그대들은 지금 어찌하여
아무도 초청하는 이가 없는가?
성 안에 있던 여러 우바새들이 이 게송을 듣고는 각기 의복과 온갖 음식을 가지고 와서 그 비구니에게 보시하였다.
야차는 여러 사람들이 제각기 공양 올리는 것을 보고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리 비구니께서는
온갖 결박을 끊어 버렸는지라
지혜 있는 우바새들이
그에게 음식을 보시할 수 있었으니
그에게 음식을 보시했기 때문에
큰 복이 더욱더 자라나리라.
비리 비구니께서는
온갖 번뇌를 끊어 버렸는지라
지혜 있는 우바새들이
비리에게 옷을 능히 보시했으니
그에게 옷을 보시했기 때문에
큰 복이 더욱더 자라나리라.
32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왕의 동산에 있는 정사에 비구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백정(白淨)이었다.
당시 그 나라 사람들 모두가 구밀두성(俱蜜頭星) 모임을 베풀어서 이레 동안을 모여서 즐기는데, 그 비구니를 초청하는 이가 없었다.
그때 어떤 야차가 백정 비구니에게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나라 사람들이 아무도 그 비구니를 초청하는 이가 없는 걸 알고는 마을 거리에서 이러한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사성의 사람들은
일체가 다 취하여 잠만 잘 뿐
모든 감관을 잘 수련한
비구니를 초청하지 않는구료.
백정은 순수하고 깨끗한 법이니
비구니는 선정을 훌륭히 닦아서
온갖 번뇌를 영원히 여의고
적멸하여 열반에 도달하였네.
이와 같이 덕이 높은 이에게
부지런히 공양을 올려야 하거늘
그대들은 지금 어찌하여
아무도 초청하는 이가 없는가.
그 성 안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게송을 듣고는 제각기 의복과 음식을 가지고 그 비구니에게 보시하였다.
그 야차는 의복과 음식 보시하는 것을 보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백정 비구니는
애욕의 결박 끊었는지라
지혜 있는 우바새는
그에게 음식을 보시할 수 있었으니
그에게 음식을 보시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라.
백정 비구니는
인색함과 탐냄을 끊었는지라
지혜 있는 우바새는
그에게 의복을 보시할 수 있었으니
그에게 의복을 보시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라.
32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두 야차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름이 칠악(七岳)이었고, 또 하나는 이름이 설산(雪山)이었다. 이 두 야차가 서로 친한 벗이 되어서 “만약 그대의 집에서 미묘한 보배가 나오면 마땅히 나에게 말해 주어야 하고, 만약 나의 집에서 미묘한 보배가 나오면 마땅히 그대에게 말해 주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때 설산 야차의 집에 천 개의 잎을 가진 연꽃이 있었는데 크기는 수레 바퀴만 하고 줄기는 검붉은 유리로, 수술은 금강으로 되어 있었다. 설산 야차는 그러한 사실을 보고 나서 곧 심부름꾼을 보내어 저 칠악에게 말하였다.
“나의 집에 이상한 물건이 있으니, 그대는 와서 보시오.”
칠악 야차는 그 말을 듣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여래 세존께서 멀지 않은 곳에 가까이 계시니, 설산 야차로 하여금 가 보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그가 반드시 〈나는 마땅히 거기에 가서 보배 꽃을 보리라〉라고 말하도록 해야겠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나서 즉시 다시 심부름꾼을 보내어 말하였다.
“나의 여기에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 계셔서 모습을 보이시니, 그대의 집에
비록 그와 같은 보배 꽃이 있은들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설산 야차는 심부름꾼에게 그러한 말을 듣고는 시종인 5백 야차와 함께 칠악 야차가 사는 집으로 가서 칠악 야차를 향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보름날 밤의 달이
둥글고 극히 밝고 청정하기에
말씀을 듣자마자 무리를 데리고
지금 이곳에 왔습니다.
그대는 누구를 친근하고 있으며
누가 그대의 아라한입니까?
칠악 야차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래는 세상의 존귀한 이로서
왕사성에서 최상이신데
그이는 네 가지 진리의 법으로
일체의 고통을 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고통은 원인으로부터 생기고
고통을 능히 낳는 것을 쌓임이라 하는데
성현의 여덟 가지 바른 도로써
열반에 나아간다고 말씀하십니다.
그이가 우리의 아라한이시니
그대도 그이를 친근해야 합니다.
설산 야차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널리 중생들에 대하여
인자하고 평등한 마음을 지녔다면
애착하고 애착하지 않는 감각에 대해서도
자재함을 얻으신 분이십니까?
칠악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마음과 뜻을 부드럽게 조복하셨으며
온갖 법을 깨달아 알아서
세상의 큰 길잡이가 되셨고
애착하고 애착하지 않는 감각에 대해서도
마음이 자재함을 얻으셨습니다.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진실한 말을 할 수 있다면
끝내 허망한 말을 하지 않으리.
중생들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셔서
죽이는 짓을 끊어 버리며
방일함을 멀리 여의어서
선정에서 헛되지 않으리라.
칠악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끝내 허망한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죽이거나 해치는 짓을 멀리 여의시며
항상 온갖 방일함을 버리셨으니
부처님께서는 선정 아닐 때가 없으십니다.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애욕에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에 온갖 산란함이 없으리니
그이는 법 눈[法眼]이 있습니까?
어리석음을 다 없앴습니까?
온갖 번뇌를 능히 버리고
해탈을 얻으셨습니까?
칠악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애욕의 진흙을 벗어나셨고
마음은 깨끗하여 산란함 없으시며
법의 눈이 너무나 맑고 투철하시고
어리석음을 다 없애셨으며
온갖 번뇌를 영원히 여의어서
해탈을 얻으셨습니다.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누가 이별하는 괴로움 없고
누가 꾸미는 말을 하지 않고
누가 물건을 보고도 탐내지 않고
누가 상념과 소견을 내지 않습니까?
칠악 야차가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는 사랑과 이별의 고통을 끊으셨고
옳지 못한 말을 한 적이 없으시며
탐욕에 대한 마음을 버리시고
삿된 소견과 상념이 영원히 없으십니다.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밝음을 자못 갖추셨고
계행이 또한 청정하십니까?
온갖 번뇌를 능히 다하시고
후생 몸을 받지 않으십니까?
칠악 야차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혜와 행을 모두 구족하셨고
계행을 지님도 아주 청정하시며
온갖 번뇌를 영원히 끊으셔서
영영 후생의 몸을 받지 않으십니다.
설산 야차는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선 세 가지 업에서
온갖 착한 행을 갖추셨습니까?
그래서 그대도 따르고 행하면서
그 진실한 법을 칭찬한 것입니까?
칠악 야차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래께선 몸과 입과 뜻으로
온갖 착한 행을 구족하셨으며
밝게 통달함을 충분히 구비하셨나니
나는 그 진실한 법을 칭찬합니다.
설산 야차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니(牟尼), 하늘과 인간의 영웅께선
장딴지가 사슴과 같으시고
음식을 적게 드시고 맛에 집착 않으시며
신성하게 숲에 계시면서 선정을 닦으시니
우리들은 모두 함께 가서
구담 어른께 예경합시다.
그리고 칠악 야차는 설산 야차와 함께 1천 명의 야차를 데리고 함께 부처님 처소에 와서 자기 의복을 정돈한 뒤 합장하고 공경히 예배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가바(婆伽婆), 세상의 영웅이신
부처님 양족존(兩足尊)께서는
모든 천자가 알지 못한 것을
안목을 갖추셔서 모두 밝게 요달하십니다.
설산 야차와 칠악 야차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한쪽에 앉아 있다가 설산 야차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물었다.
무엇이 고통을 벗어나는 요체이며
무엇이 고통을 버려서 여의는 것인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말씀하소서.
고통은 어느 곳에서 다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5욕(欲)과 제6 의식이니
여기에서 애욕을 떠나면
온갖 고통을 해탈하리니
이것이 고통을 벗어나는 요체이네.
그와 같이 고통을 해탈하면
즉시 고통의 처소를 소멸하니
그대가 지금 나에게 묻기에
그대를 위해 이렇게 말하네.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무엇이 연못의 흐름이 소용돌이 치는 것이며
어떤 곳에 편안히 서지 못합니까?
괴로움과 즐거움은 어느 곳에서
남김 없이 없어지게 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눈ㆍ귀ㆍ코ㆍ혀와 몸이며
의식이 여섯째가 되는데,
이곳이 연못의 흐름이 소용돌이 치는 곳이며
여기는 편안히 설 곳이 아니네.
이름과 물질을 일으켜 굴리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멸진(滅盡)을 얻으리라.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어찌하여 세상이 생겼으며
어떻게 화합되고 모였습니까?
몇 가지가 세상의 느낌이 되오며
몇 가지 일이 고통을 구합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세상은 여섯으로부터 생겼고
여섯으로 인해 화합하고 모였으며
여섯에서 느낌이 생기게 되고
여섯의 일로 항상 고통을 구하네.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떻게 착한 법을 닦으면서
밤낮으로 게으르지 아니하며
어떻게 거센 흐름을 건너고
편안히 발을 부칠 곳도 없으며
또한 반연할 수도 없는
깊은 데에서도 빠지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온갖 계율을 범하지 않고
지혜와 선정을 갖추며
온갖 허물되는 것을 사유하고
염력(念力)을 구족하면
건너기 어려운 곳을 능히 건널 수 있네.
애욕과 화합을 멀리 여의고
온갖 존재의 번뇌를 놓아 버려서
존재에 대해 기뻐함을 다 없애면
이런 사람이야말로 이름하여
깊은 데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하리.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누가 거센 흐름을 건넜으며
누가 능히 큰 바다를 넘었으며
누가 능히 고통을 버렸고
어떻게 하면 청정함을 얻습니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믿음이 거센 흐름을 건너며
방일하지 않음이 바다를 넘으며
정진으로 능히 고통을 버리고
지혜가 능히 청정하게 만드네.
그대는 여러 사문들과
여러 바라문들에게 가서
누가 법을 아는 자이며
누가 실답게 버린다고 말할 수 있는지
각각 따로따로 물어볼 수 있지만
나 말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설산 야차가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나는 지금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의심의 그물을 모두 제거하였으니
어찌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따로따로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세상의 영웅께서 잘 보여 주시고
실답게 분별하여 말씀해 주셨으며
칠악의 은혜도 깊고 무거워서
능히 저로 하여금
위없는 대도사(大導師)를 보게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도달하는
성읍과 그리고 마을 등
곳곳마다 어느 곳에서라도
여래 삼불타(三佛陀)와
법 중에서도 정법(正法)에
밤낮으로 항상 귀의하겠습니다.
1천 명의 야차들이
마음마다 환희를 품고서
모두 합장한 채 부처님을 향하여
모두 제자가 되기를 원하고
부처님 세존께 귀의하였네.
32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존자 사리불과 대목련은 영축산(靈鷲山)에 있었는데, 사리불은 새로 머리를 깎고 이른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서 옷으로 머리를 덮고 있었다.
그때 두 명의 야차(夜叉)가 있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위해(爲害)요, 둘째의 이름은 부해(復害)였다.
부해가 사리불을 보고 위해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주먹으로 저 머리 깎은 사문을 때려서 위해를 가하겠다.”
위해가 대답하였다.
“이 비구야말로 큰 신통과 덕이 있으니, 너는 그런 짓을 함으로써 오랫동안 괴로움을 받지 말라.”
이렇게 두세 번이나 말렸지만 부해는 주먹으로 사리불을 치려고 하였다. 부해가 말리고 타이르는 말을 듣지 않자 위해는 자기 몸으로 안아서 붙잡았다.
그러나 부해는 악한 마음이 더욱 치성해서 비록 위해가 타이르는 말을 하고, 나아가 자기를 안아서 붙잡았지만 그를 따르지 않고 주먹으로 사리불의 머리를 쳤다.
치고 난 후에 부해 야차는 위해에게 말하였다.
“지금 비구를 때렸더니 문득 나를 불태우고 지지고 있다. 너는 지금 마땅히 나를 구원해 주어야 한다.”
이 말을 할 때 땅이 저절로 갈라지면서 현재의 몸이 그대로 무간지옥에 빠져 들어갔다.
그때 존자 대목련은
사리불이 앉아 있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어느 나무 밑에 앉아 있다가 사리불을 구타하는 소리를 듣고는 존자 사리불의 처소에 와서 말하였다.
“그와 같은 고통은 능히 견디거나 참을 수 없는 것인데, 혹시 놀라고 두렵거나 몸이 절단나지 않았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 몸은 참고 견디는 데 전연 고통이 없었으며, 또한 몸이 절단나지도 않았습니다.”
대목련이 곧 칭찬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신성한 덕이 있습니다. 가령 부해가 손으로 저 기사굴산을 쳐서 부수고 무너뜨릴지라도 사리불은 도무지 다른 모습이 없습니다.”
이 두 존자가 그러한 말을 할 때, 세존께서는 낮에 방에 앉아 계시다가 청정한 하늘 귀로 멀리서 그 말을 들으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바른 마음은 큰 산과 같으니
편히 머물러 동요함이 없고
물들고 집착할 수 있는 온갖 것과
물들거나 물들지 않는 법과
애착과 즐김을 멀리 여의었네.
이른바 애착과 즐김이란
바로 티끌과 애욕의 법이니
만약 와서 괴롭힘을 가하더라도
그 괴롬힘에 대해 갚지 않으면
이것을 이름하여 괴롭히지 못하는 것이라 하니
만약 이와 같이 마음 닦으면
마침내 괴로움을 받지 않으리라.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인다라(因陀羅)와 석가(釋迦)
굴마와 백산과 빈가라
부나바수와 마니행
전모와 재계 받음과 광야 야차와 비리
백정과 칠악과 설산
부해와 위해
이것이 열넷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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