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 10권
별역잡아함경 제10권
역자 미상
19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다.
당시 독자(犢子) 범지(梵志)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여래를 위문한 후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의심이 약간 있어서 묻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아시는 것이 많사오니, 원컨대 듣고 살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의심이 있다면 그대가 묻고 싶은 대로 물어라.”
독자가 물었다.
“몸과 나는 하나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일에 대해서는 나는 대답하지 않노라.”
그가 또 물었다.
“몸과 나가 다른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일도 나는 대답하지 않노라.”
독자가 다시 말하였다.
“지금 제가 ‘나와 몸은 하나입니까?’라고 물었으나 당신은 대답하지 않으셨고, ‘몸과 나가 다른 것입니까?’라고 물었으나 당신은 역시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런 일도 오히려 대답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능히 여러 제자들에게 여기에서 죽은 후 저기에서 태어난다고 수기하십니까?
하늘과 인간 속에서 당신이 그들에게 ‘여기에서 죽은 후 저기에 태어난다.’고 수기하셨다면, 어찌 몸은 여기에 머물면서 나만이 저 다섯 갈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몸과 나는 다른 것이 됩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취함[取]이 있으면 그에게 ‘태어남을 받는다.’고 수기하고, 만약 취함이 없으면 ‘태어남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노라.
또 독자여! 비유컨대 저 불[火]이 취함이 있으면 타고, 취함이 없으면 타지 않는 것과 같다.”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저는 취함이 없이 타는 불을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떤 불이 취하지 않는데도 타는 것을 보았는가?”
독자가 또 말하였다.
“비유컨대 큰 불이 매우 치성한 것을 볼 때 맹렬한 바람이 불꽃을 없애면
불을 여의고서 타는 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불꽃을 끊는 것도 취함이 있는 것이다.”
독자가 말하였다.
“불을 여의고서 타는 것을 보았는데, 무엇을 취한다고 여기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불꽃을 끊으면 바람으로 인하여 타게 되나니, 바람의 잡음 때문에 불꽃이 잠시 멈추게 되고, 바람의 힘 때문에 불꽃을 끊는 걸 볼 수 있노라.”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불은 그럴지 몰라도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몸이 여기에서 죽으면 의식은 저기에서 태어나니, 그 중간에 무엇이 그 취함이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를 당하면 애욕으로 취함을 삼나니, 애욕과 취함의 인연으로 중생이 태어남을 받게 된다.
일체 세간이 모두 취함을 좋아하나니, 일체가 다 취함을 애착하기 때문에 일체가 다 취함이 원인이 된 것이다.
중생들은 취함을 보면 기뻐하나니, 일체 중생이 모두 그 취함에 들어간다. 여래ㆍ아라한은 취함이 없기 때문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성취했노라.”
독자가 말하였다.
“저는 지금 큰 볼일이 있어서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알아서 하라.”
독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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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존자 대목련(大目連)의 처소에 왔었는데, 그곳에 와서는 존자에게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이때 독자 범지는 대목련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사문이나 바라문이 부처님께 와서 ‘여기에서 죽은 후 저기에 태어납니까? 나아가 태어남도 아닙니까, 태어남 아님도 아닙니까?’라고 질문하면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그 밖의 사문이나 바라문은 어떤 사람이 와서 물으면 뜻에 따라 말해 주는데 말입니다.
내가 예전에 사문 구담에게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납니까?’라고 물었는데도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시고, 또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습니까? 여기에서 죽으면 또한 저기에서 태어납니까?
또한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습니까?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며,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닙니까?’라고 물었는데도 모두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뜻을 그 밖의 다른 사문과 바라문은 모두 대답해 주는데, 사문 구담께서는 무슨 일로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그 밖의 사문과 바라문들은 색(色)이 원인[因]으로부터 생긴 것을 알지 못하고, 색의 소멸도 알지 못하고, 색의 의미도 알지 못하고, 색의 허물도 알지 못하고, 색의 벗어남도 알지 못하나니, 이런 뜻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색에 집착하며, 내가 저 색을 내었다고 하거나 내가 저것을 내지 않았다고 하면서 색에 집착하며, 내가 저것을 내었다고 하거나 저것을 내지 않았다고 하면서 색에 집착하며, 내가 저것을 낸 것도 아니고 저것을 내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하니,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래께서는 색이 원인으로부터 생기고 색이 원인으로부터 없어짐을 실답게 아시고, 색의 의미를 아시고, 색의 허물을 아시고, 색의 벗어남을 아십니다.
여래께서는 실답게 아시기 때문에 색이 저것을 냈다고 할 때도 마음에 집착하지 않고, 나아가 색은 생김도 아니고 생김 아님도 아니라는 것을 아셔서 집착을 두지 않으시니,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뜻은 너무나 깊어서 한량이 없고, 끝이 없어서 헤아려 알 수도 없으며, 방소도 있지 않아서 가고 옴도 없으며, 적멸하여 모습이 없습니다.”
독자 범지는 존자 대목련이 말하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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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어떤 질문이 있으면, 모두 적절하게 순응하면서 대답합니까? 즉,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하며, 나는 저기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다’라고 합니까?”
독자가 다시 말하였다.
“구담께서는 이런 질문에 대하여
무슨 까닭으로 적절하게 순응하여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색(色)이 원인으로부터 생긴 것을 알지 못하며, 색의 소멸도 알지 못하며, 색의 허물도 알지 못하며, 색의 의미도 알지 못하며, 색의 벗어남도 알지 못하나니, 색이 원인으로부터 생긴 것을 잘 알지 못하고, 나아가 색의 벗어남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에 대하여 내가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하며, 저기에 태어나지도 않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라고 하면서 모두 다 집착을 내니,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니라.”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그렇지 않아서 색의 원인을 알며, 색의 소멸을 알며, 색의 의미를 알며, 색의 허물을 알며, 색의 벗어남을 실답게 안다. 여래는 색의 원인과 색의 소멸과 색의 허물과 색의 의미와 색의 벗어남을 실답게 아나니, 색을 실답게 알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난다고 함과 나아가 태어남도 아니고 태어남 아님도 아니라는 것에 대하여 모두 집착하지 않으니,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니라.”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이 뜻은 매우 깊고 광대하고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헤아릴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 다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문에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서 물음에 따라 억지로 대답하지만, 만약 여래에게 ‘나의 색이 그것을 내었습니까, 그것을 내지 않았습니까? 또한 그것을 내기도 하고 내지 않기도 했습니까? 그것을 낸 것도 아니고, 내지 않은 것도 아닙니까?’라고 물으면, 이는 올바른 이치[義理]가 없는 것이므로 나는 대답하지 않으며, ‘내가 저것을 냈다는 것과 나아가 낸 것도 아니고 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는 것에 대하여 모두 대답하지 않노라.”
독자가 말하였다.
“보기 드문 일입니다, 구담이시여! 당신과 제자는 뜻[義]과 뜻, 구절과 구절의 의미까지 모두 똑같아서 차별이 없습니다.”
독자가 또 말하였다.
“제가 다른 때에 사문 목건련의 처소에 가서
이 구절과 의미로써 저 목건련에게 물었는데, 구담이시여! 그 역시 이 뜻과 구절의 의미로써 저에게 대답함으로써 지금 구담께서 분명히 말씀하신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이 때문에 저는 지금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교법이야말로 일찍이 없었던 것이며, 또한 일찍이 말씀하시지 않으셨던 것이니, 뜻과 이치가 서로 따르면서 이 질문에 잘 대답하신 것입니다.”
독자 범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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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존자 승제가전연(僧提迦旃延)이 나제성(那提城)의 군식가(群寔迦)가 사는 곳에 있었다.
당시 독자(犢子) 범지(梵志)가 볼일이 있어서 그 성에 왔다가 그곳에 이르렀는데, 볼일을 다 마치고는 저 존자 승제가전연의 처소에 가서 문안하기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서 존자에게 아뢰었다.
“나는 의문이 있어서 묻고 싶으니, 만약 한가하시다면 너그럽게 저의 질문을 듣고서 해결해 주십시오.”
존자가 그에게 말하였다.
“독자여! 나는 그대의 질문을 들어 주겠으니 그리 아시오.”
독자가 여쭈었다.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누가 와서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납니까,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습니까? 나아가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닙니까?’라고 물으면 그들은 모두 다 잘 대답해 주는데, 어찌하여 사문 구담께서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납니까? 나아가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닙니까?’라는 물음에 대해서 대답하시지 않으십니까?”
존자가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가 아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시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因)이든, 연(緣)이든, 행(行)이든, 근본이든, 지어감에 따라 생긴 것이든, 색(色)이든, 무색(無色)이든, 상념이 있든, 상념이 없든, 그리고 이 인(因)으로 말미암든, 이 연(緣)으로 말미암든, 이 지어감으로 말미암든, 이 근본으로 말미암든, 이 지어감에 따라 생긴 것으로 말미암든 남김 없이 적멸해서 상념이 없음도 다한 자리입니다.
이처럼 인연도 있지 않고,
지어감도 없고, 상념도 없고, 다해서 소멸한 법도 없다면 여래께서 어찌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하고, 나아가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독자가 말하였다.
“가전연이시여! 그러한 인(因), 그러한 연(緣), 그러한 지어감[行], 그러한 근본, 그러한 지어감에 따라 생김, 그리고 색(色)이니, 무색이니, 상념이니, 상념 없음이니 하는 법들이 남김 없이 사라지고, 사라졌다는 상념도 없다면, 이 모든 법은 인연이 없는 것이니, 여래께서 어찌 그것을 말씀하시겠습니까?”
독자는 가전연의 말을 듣고 나서 마음에 기쁨을 품고 존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부처님 제자가 되신 지 얼마나 됩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가 된 지 이제 3년이 지났습니다.”
독자가 말하였다.
“가전연이시여! 당신은 큰 이익을 얻으셨습니다. 능히 대중 속에서 몸과 입과 지혜와 변재가 그와 같으시니, 짧은 시간에그러한 일을 갖출 수 있었으니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독자가 또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볼일이 있어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알아서 하시오.”
독자 범지는 존자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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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라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을 마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의문이 약간 있어서 지금 여쭙고 싶은데, 만약 한가하시다면 너그럽게 해설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대로 묻으라.”
독자가 말하였다.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은 누가 와서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납니까? 나아가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닙니까?’라고 물으면 모두 잘 대답해 주는데, 어찌하여 구담께서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납니까? 나아가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닙니까?’라고 물으면 올바른 이치가 없다고 하면서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묻겠으니 아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因)이든, 연(緣)이든, 행(行)이든, 근본(根本)이든, 행에 따라 생긴 것이든, 색(色)이든, 무색(無色)이든, 상(想)이 있든, 상이 없든[無想], 그리고 이 인(因)으로 말미암든, 이 연(緣)으로 말미암든, 이 행(行)으로 말미암든, 이 근본으로 말미암든, 이 행에 따라 생긴 것으로 말미암든 남김없이 적멸해서 상이 없는 다한 자리[無想盡處]이다. 이처럼 인연도 있지 않고 행도 없고, 상도 없고, 다해서 소멸하는 법도 없다면, 내가 이 인연 따위도 없고 다해서 소멸하는 그 법에서 어찌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말하며, 나아가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겠는가?”
독자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한 인(因), 그러한 연(緣), 그러한 행(行), 그러한 근본, 그러한 지어감에 따라 생김, 그리고 색(色)이니, 무색(無色)이니, 상(想)이니, 상 없음[無想]이니 하는 법들이 남김 없이 사라지고, 상 없음도 다한 자리라면, 이 모든 법은 인연이 없는 것이니, 제가 어찌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독자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마음에 기뻐하면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희유하나이다, 구담이시여. 당신과 제자가 말한 뜻과 구절의 의미는 똑같아서 차별이 없습니다.”
독자가 또 말하였다.
“제가 예전에 볼일이 좀 있어서 일찍이 저 나제성 군식가가 머물던 곳에 가서 사문 승제가전연에게 그와 같은 일을 물었는데, 그도 이러한 뜻으로 저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즉, 뜻과 구절의 의미와 그 문자까지도 지금 말씀하신 바와 조금도 다름이 없고 전혀 착오가 없었으니, 이 때문에 제가 지금 드물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러한 교법은 옛적에도 없었고 일찍이 말씀하신 적도 없으니, 뜻과 이치가 서로 따르면서 이 물음에 잘 대답하신 것입니다.”
독자 범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19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영축산(靈鷲山)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일체 중생이 나가 있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아니하셨다.
그가 또 여쭈었다.
“나가 없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역시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독자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가 언제나 사문 구담에게 이런 뜻을 묻기만 하면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시는구나.’
그때 아난이 여래를 모시고 곁에서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독자의 말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독자가 묻는 것에 대하여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만약 대답하지 않으시면 독자는 분명히 ‘내가 여래에게 물었지만 전혀 대답을 않는다.’고 하면서 삿된 소견만 더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옛적에 그가 ‘일체 모든 법에 나가 있는 것 같다’고 물었는데, 내가 저 독자의 물음에 대해서 예전에도 어찌 ‘일체 경에서 나가 없음을 말했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나가 없기 때문에 그의 물음에 대답해 주면 곧 도리를 어기는 것이니, 그 이유는 일체 모든 법은 모두 나가 없기 때문이니, 어찌 나를 가지고 그에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렇게 하면, 장차 그의 예전부터 어리석고 미혹된 것을 더욱 늘려 줄 뿐이다.
또 아난이여! 만약 나가 있다고 말하면, 즉시 상견(常見)에 떨어지고, 만약 나가 없다고 말하면 즉시 단견(斷見)에 떨어진다. 여래의 설법은 두 쪽에 치우치는 것을 여의고서 중도에 합하는 것이다. 즉, 이 모든 법은 무너지기 때문에 항상함이 아니요, 지속되기 때문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니, 항상함도 아니고 끊어짐도 아닌 것이다.
원인[因]이 있고 이 원인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기게 된다. 만약 원인이 생기지 않으면 저것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명(無明)으로 인하여 곧 행(行)이 있고, 행으로 인하여 식(識)이 있고, 식으로 인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으로 인하여 육입(六入)이 있고,
육입으로 인하여 촉(觸)이 있고, 촉으로 인하여 수(受)가 있고, 수로 인하여 애(愛)가 있고, 애로 인하여 취(取)가 있고, 취로 인하여 유(有)가 있고, 유로 인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으로 인하여 늙고 죽음[老死]과 근심과 슬픔과 온갖 괴로움 등 온갖 고통의 쌓임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果)의 소멸도 있는 것이니, 무명이 소멸하면 행도 소멸하고, 행이 소멸하면 식이 소멸하고, 식이 소멸하면 명색이 소멸하고, 명색이 소멸하면 육입이 소멸하고, 육입이 소멸하면 촉이 소멸하고, 촉이 소멸하면 수가 소멸하고, 수가 소멸하면 애가 소멸하고, 애가 소멸하면 취가 소멸하고, 취가 소멸하면 유가 소멸하고, 유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어 죽음과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 등 온갖 고통의 쌓임이 소멸하며, 이 소멸마저 다하면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소멸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19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자못 ‘세계는 항상함이니, 오직 나만이 알고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는 견해를 짓고 이론을 세우십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러한 소견을 세우지 않고, ‘오직 나만이 알고 그 밖의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독자가 또 여쭈었다.
“당신께서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면, 온 세계는 모두 무상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또한 ‘세계는 무상하니, 오직 나만이 알고 그 밖의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독자가 또 여쭈었다.
“당신께서는 또 ‘세계는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한데, 오직 나만이 알 수 있고 그 밖의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또한 ‘온 세계는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無常)하기도 한데, 오직 나만이 혼자 알고 그 밖의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독자가 또 여쭈었다.
“당신께서는 또 ‘온 세계는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며, 항상함 아님도 아니고 무상함 아님도 아니니, 오직 나만이 알 수 있고 그 밖의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또한 ‘온 세계는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며, 항상함 아님도 아니고 무상함 아님도 아니니, 오직 나만이 알 수 있고 그 밖의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독자가 또 여쭈었다.
“세계는 끝이 있으며, 세계는 끝이 없으며, 또한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며, 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끝이 없는 것도 아니며, 끝이 있지 않음도 아니고 끝이 없지 않음도 아니며, 몸이 곧 목숨이고 목숨이 곧 몸이며, 몸이 목숨과 다르고 목숨이 몸과 다르며, 중생의 신아(神我)가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있다고 하며, 없다고 하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하며,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며, 있는 것 아님도 아니고 없는 것 아님도 아니다’라고 구담 당신께서는 지금 그러한 말씀을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계가 끝이 있고, 끝이 없으며, 나아가 있음 아님도 아니고 없음 아님도 아니다’라는 소견을 짓지 않고 이론도 세우지 않는다.”
독자가 다시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지금 이러한 법에서 무슨 허물을 보았기에 하나의 소견도 취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또한 ‘세계가 항상하니, 오직 이 일만이 진실하고 그 밖의 것은 모두 어리석고 어둔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한 소견은 얽매이고 막혔으며, 그러한 소견이 행해지고 관찰되는 곳은 그러한 소견의 티끌로 더럽혀져서 깨끗하지 못하고, 소견의 얽매임이 괴로움과 함께 하면서 능히 해치기도 하고, 능히 근심과 괴로움과 함께 하여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과 뜨거움을 받게 함으로써 온갖 근심과 걱정을 내게 한다. 만약 소견의 얽매임과 상응하면 곧 어리석은 이며, 또한 배움이 없다고 말하며, 또한 범부라고 말할 것이니, 능히 생사(生死)의 소용돌이를 더욱 키울 뿐이다.”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이 항상하다고 하며, 무상하다고 하며, 또한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고 하며,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라고 하며, 그리고 세계는 끝이 있다고 하며, 끝이 없다고 하며, 또한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고 하며, 끝이 있음도 아니고 끝이 없음도 아니라고 하며, 중생의 신아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서도 있다고 하며, 없다고 하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하며, 있음도 아니고 없음도 아니라 하며, 있음 아님도 아니고 없음 아님도 아니라고 하는데, 누구라도 그러한 소견으로 생각하면 어리석은 이라고 말할 것이며, 또한 배운 것도 없다고 말하며, 또한 범부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생사의 번뇌와 더러운 때만 더욱 키워서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과 뜨거움을 받게 하며, 온갖 근심 걱정을 내게 하고 안락이 없게 하니, 이 때문에 나는 그런 소견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독자가 또 여쭈었다.
“당신께서 그런 소견을 분별하지 않으신다면,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것은 어떤 소견입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ㆍ세존께서는 영원히 온갖 소견을 모두 다 없애 버려서 도무지 어떤 소견도 없다. 비록 보는 바가 있어도 마음에 취하거나 집착하는 것이 없으니, 이른바 괴로움의 진리를 보며, 괴로움이 쌓인 진리를 보며, 괴로움이 사라지는 진리를 보며, 괴로움이 사라지는 도에 이르는 진리를 보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명료히 알고 나서 온갖 법은 모두 탐애와 번뇌의 결박이라고 보는 것이니, 그것은 바로 나와 내 것이라는 것이며, 소견으로 취하거나 집착함이라고 말하며, 또한 교만이라 말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법은 걱정거리이다.
그러므로 모두 마땅히 끊어 없애야 하며, 이미 끊어 없애면 열반의 적멸함과 청정함을 얻으니, 이렇게 올바로 해탈하면 비구들이 다시 몸을 3유(有)에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자는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떠한 인연을 보았기에 무생(無生)의 자리를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다시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의 뜻대로 대답하라.
가령 어떤 사람이 그대의 눈 앞에서 큰 불덩이를 태운다면 그대는 이 불이 타는 것을 알겠는가, 모르겠는가? 그 불덩이가 그대의 앞에서 꺼진다면 그대는 불이 꺼지는 것을 알겠는가?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그대에게 ‘이 불이 꺼졌는데 동쪽으로 갔습니까,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나아가 아래쪽 등의 여러 곳 중에서 어느 곳으로 갔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저에게 묻는다면 마땅히 진실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즉, ‘만약 풀과 나무와 마소의 똥이 있으면 이 불은 섶과 서로 어울리면서 문득 타고 꺼지지 않을 것이요, 만약 풀과 나무와 소똥이 모두 없어지면 이 불은 곧 꺼지는데 어느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만약 색(色)을 여래라고 말하거나 수ㆍ상ㆍ행ㆍ식을 여래라고 말한다면 옳지 않다. 왜냐 하면, 여래는 이미 그와 같은 색을 끊었기 때문이며, 수ㆍ상ㆍ행ㆍ식도 마찬가지로 모두 이미 끊었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다라(多羅) 나무를 끊으면 다시 나지 않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다섯 쌓임을 끊고 나면 다시는 태어남을 받지 않고 적멸해서 상념이 없나니, 이것이 바로 무생법(無生法)이다.”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제가 지금에 비유를 말하겠으니 부디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뜻대로 말하라.”
독자가 곧 말하였다.
“비유컨대 성읍(城邑)이나 마을에서 멀지 않은 평탄하고 넓은 곳에 사라숲[娑羅林]이 있는데, 이 사라숲은 벌써 백천 년 동안 가지와 잎이 모두 떨어졌고 오직 알맹이만 있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 구담께서도 지금 그와 같으셔서 온갖 번뇌의 결박을 이미 끊으셨고, 네 가지 뒤바뀌고 삿된 미혹도 모두 소멸해 버려서 오직 견고한 참법신[眞法身]만 있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지금 볼일 때문에 곧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알아서 하라.”
독자 범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갔다.
19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물었다.
“구담이시여! 가령 어리석은 이는 ‘세상은 항상하니, 오직 이 일만이 진실하고 그 밖의 것은 진실하지 않다’고 하며, 나아가 나는 저기에 태어나지 않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다’라는 소견을 짓고 이론을 세웁니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색(色)을 알지 못하는 자는 이러한 소견을 일으키며 이러한 말을 한다. 즉, ‘세상의 색은 모두 다 항상하다’고 하면서 스스로 그 소견을 고집하여 진실로 여기고 있으며, 그 밖의 것은 허망하다고 하고, 항상하다고 하고, 무상하다고 하고,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고 하며, 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함 아님도 아니라고 하며, 세상은 끝이 있다고 하고, 끝이 없다고 하고, 끝이 있음도 아니고 끝이 없음도 아니라고 하며, 끝이 있음 아님도 아니고 끝이 없음 아님도 아니라고 하며, 몸이 하나이고 정신[神]이 하나라고 하며, 몸이 다르며 정신이 다르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난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서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며, 나는 여기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지도 않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라고 하니,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니라.”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가령 지혜가 있는 사람은 그러한 소견을 취하지 않고 그러한 이론을 취하지 않으며, 또한 다시 그런 소견을 일으키지 않고 그런 말을 하지 않나니, 요컨대 ‘세계는 항상하니 이 소견만이 옳고 그 밖의 소견은 그르다’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색을 잘 알아서 그 성품과 모양[性相]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소견을 일으키지 않고, 이러한 이론을 짓지 않는다. 즉, ‘세계는 항상하다거나, 무상하다거나,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거나, 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함 아님도 아니라고 하는 소견이 그것이다.
또 세계는 끝이 있다고 하며, 끝이 없다고 하며,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고 하며, 끝이 있음도 아니고 끝이 없음도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몸은 하나이고 목숨도 하나라고 하며, 몸이 다르고 목숨도 다르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며,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한다고 하며, 저기에 태어나지도 않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또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만약 그 성품[性]과 모습[相]을 분명히 알아서 이해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소견을 일으키지 않고 이러한 이론을 짓지 않는다. 즉, ‘식(識)은 항상하니, 이렇게 보는 것이 옳고 달리 보는 것은 그르다’라고 하는 것이며, 의식은 무상하다고 하며,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고 하며, 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함 아님도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또 식은 끝이 있다고 하며, 끝이 없다고 하며,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고 하며, 끝이 있음도 아니고 끝이 없음도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몸이 하나이고 목숨이 하나라고 하며, 몸이 다르고 목숨이 다르다고 하며, 나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난다고 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알지 못하는 이도 아는 이처럼 말하며, 보는 이와 보지 못하는 이도 아는 이처럼 말하며, 이해한 이와 이해 못한 이도 역시 그런 식으로 말하며, 통한 이와 통하지 못한 이도 그런 식으로 말하며, 모습이 있음과 모습이 없음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며, 그 뜻이 깊고 얕은 것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며, 잠을 깸과 잠을 깨지 못함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말한다.”
독자 범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19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당시 독자 범지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게 약간의 의문이 있는데, 만약 들어 주신다면 질문드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으며, 두 번째와 세 번째에도 역시 그와 같이 물었으나 부처님께서는 역시 대답하지 않으셨다.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저는 오랫동안 당신과 친밀하였기에 제가 좀 여쭙는 것이니, 부디 저에게 대답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독자 범지는 오랫동안 성품이 질박하고 정직해서 아첨과 거짓이 없으며, 묻는 것마다 모두 알기 위한 것이지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니, 나는 마땅히 그가 아비담(阿毘曇)이나 비니(毘尼)에 대해 묻는 것을 들어 주어야겠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고 싶은,
의심나는 것을 망설이지 말고 묻으라.”
독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온 세간에는 착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있느니라.”
그는 또 여쭈었다.
“그렇다면 착한 것도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있느니라.”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부디 저를 위하여 착한 법과 착하지 못한 법을 말씀하셔서 저로 하여금 이해하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여러 가지로 착한 법과 착하지 못한 법을 말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대를 위하여 대략 그 요점만을 말하겠다.”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애욕은 착하지 못한 것이요, 애욕을 떠나는 것은 착한 법이다. 성냄과 어리석음은 착하지 못한 것이라 칭하지만,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나는 것은 착한 법이라 칭하며, 살해하는 것은 착하지 못한 것이요, 살해하는 짓을 떠나는 것은 착한 법이며, 도둑질함과 삿된 음욕과 거짓말함과 악담함과 이간함과 탐냄과 성냄과 삿된 소견은 착하지 못한 것이라 말하고, 그와 같은 것들을 떠남과 바른 소견은 착한 법이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세 가지의 착하지 못한 것과 세 가지의 착한 것, 열 가지 착하지 못한 것과 열 가지의 착한 것을 말했노라.”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나의 제자가 이 세 가지의 착한 것과 착하지 못한 것, 그리고 열 가지 착한 것과 착하지 못한 것을 이해해서 실답게 알 수 있다면 문득 애욕이 다하게 될 것이며, 성냄과 어리석음도 영원히 없어지고 탐욕과 온갖 악도 남김 없이 없어질 것이다.
능히 탐욕과 어리석음을 없애기 때문에 모든 애욕의 번뇌가 몽땅 다하며, 그 번뇌가 다하기 때문에 샘이 없게[無漏] 되어서 마음이 해탈을 얻고 지혜가 해탈을 얻으며, 견법(見法) 속에서 자신이 이해하고 증지(證知)하여 법을 얻으니, 스스로 태어남이 다하고 범행이 수립되고 할 일을 이미 끝내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음을 안다.”
독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느 하나의 비구로서 부처님의 교법에서 샘이 없음[無漏]을 성취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도 얻으며 견법 속에서 자신이 이해하고 증지하여 법을 얻으니, 스스로 태어남이 다하고 범행이 수립되고 할 일을 이미 끝내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법을 얻은 이는
하나와 둘, 그리고 셋, 넷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르는 많은 비구며, 그들은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도 얻어서 현재의 법에서 자신이 증득하였노라.”
독자가 또 여쭈었다.
“부처님의 교법에서 어느 하나의 비구니로서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도 얻은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교법에서 비구니들로서 이 법을 얻은 이가 하나와 둘,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느니라.”
독자가 또 여쭈었다.
“저 비구와 비구니를 제외하고 어느 하나의 우바새로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법 중에서 모든 우바새로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들은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을 성취하여 욕계에 돌아오지 않노라.”
독자가 또 여쭈었다.
“비구ㆍ비구니로서 범행을 닦는 이와 우바새를 제외하고 어느 하나의 우바이(優婆夷)로서 의혹과 후회를 없애고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법 중에서 이 법을 얻은 이가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들은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을 성취하여 욕계에 돌아오지 않노라.”
독자 범지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로서 범행을 닦는 이를 제외하고 이 불법 중에서 혼자 집에 머물면서 5욕락을 누리는 우바새로서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불법 속에서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러한 사람들은 남녀의 무리들과 함께 가까이하고 거주하면서 향과 꽃과 영락과 좋은 비단옷을 몸에 걸치고, 좋은 전단향과 온갖 미묘한 향을 그 몸에 바르며, 금과 은과 갖가지 보물을 사용하고 지니며,
노비와 동복(僮僕)의 수효도 무척 많나니, 이러한 시끄럽고 복잡한 속에 있으면서 도 능히 3결(結)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성취하여 결정코 삼보리(三菩提)에 이르러서 온갖 괴로움의 경계가 다한다. 아주 둔한 근기는 운(運)에 맡겨 일곱 번을 태어나는데, 세 가지 나쁜 갈래에는 태어나지 않고 인간과 천상에 유전하면서 자연히 온갖 고통의 변제(邊際)를 다하게 된다.”
독자가 또 여쭈었다.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로서 범행을 닦는 이를 제외하고, 또 애욕 속에 있는 우바새로서 수다원을 성취한 이를 제외하고, 부처님의 교법에서 우바이가 된 여인으로서 애욕 속에 있으면서도 의혹을 벗어나 저 언덕에 도달한 이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법에 있는 모든 우바이로서 애욕 속에 있으면서도 의혹을 벗어난 이가 하나와 둘과 셋이 아니라 5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효가 무척 많나니, 그 모든 우바이는 비록 집에 있으나 우바새처럼 3결(結)을 끊고 수다원을 성취하였노라.”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보리로서 이미 바른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그러나 범행을 닦는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새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이 등의 사람들이라도 도의 행(行)을 갖추지 못하면 곧 지엽적이 되어서 원만하지 못합니다.”
독자가 또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지금 이미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셔서 과위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비구ㆍ비구니와 범행을 닦는 우바새ㆍ우바이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새와 애욕에 처해 있는 우바이도 모두 과위를 증득하게 되면 부처님 교법에서 구족한 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독자는 또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제가 지금 즐겁게 비유를 말하겠으니, 부디 저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뜻대로 말하라.”
“비유컨대 하늘에서 큰비를 내리면 내리는 대로 물이 흘러서 큰 바다에 들어가듯이, 당신의 교법도 마찬가지라서 남녀 노소와 아주 늙은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법의 비를 맞아서 오래 지나면 다 열반에 나아가게 됩니다. 거룩하십니다, 구담이시여. 거룩합니다, 미묘한 법이여. 거룩합니다, 부처님 교법(敎法)에 능히 들어가는 이들이여.”
독자가 또 말하였다.
“제가 지금 여쭙겠습니다. 가령 출가해서 범행을 닦는 사람은 얼마 만에 부처를 이룰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외도의 이학(異學)들이 불법 속에서 출가를 구하면, 먼저 그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넉 달을 지낸 후 대중 스님들 속에서 마음과 뜻이 조복되고 부드러워진 후에야 계(戒)를 받게 되지만, 반드시 다 그러한 것은 아니니, 그 사람의 마음을 따라서 정하게 된다.”
독자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만약 출가를 허락하셔서 계를 받게 된다면, 설령 4년이라도 저는 하겠사온데 하물며 넉 달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까 그대에게 두 종류의 사람을 말했는데, 누구에게나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말하였다.
“구담께서는 아까 정말로 그러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지금 저 독자에게 머리를 깎아 주고 계를 주어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자 곧 그의 머리를 깎아 주고 계까지 주었다.
비구법대로 존자 독자는 도를 부지런히 닦아서 반 달 안에 배움의 지위[學地]를 갖추고서 법을 알고 법에 도달하고, 법을 보고 법을 깨달았으며, 이미 배움의 과위[學果]를 얻고서는 알고 이해하며 법을 증득하였다.
존자 독자는 ‘나는 지금 부처님 처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즉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배움의 지위를 모두 증득하여 알았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거듭 저를 위해 말씀하셔서 저로 하여금 법을 듣고 마음을 해탈케 하소서.”
부처님께서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만약 마음의 해탈을 빨리 구하고 싶다면, 마땅히 두 법을 닦아야 하고 마땅히 두 법을 배워야 하고 마땅히 두 법을 넓혀야 하나니, 두 법은 이른바 지혜와 선정을 말한다.
만약 그와 같이 닦고 익히고 넓힐 수 있다면, 이야말로 갖가지 경계를 알며 온갖 경계를 통달하며 무수한 경계[界]를 아는 것이라고 칭한다.”
부처님께서 또 독자에게 말씀하셨다.
“비구가 만일 애욕과 악과 착하지 못한 것을 여의어서 지각[覺]과 살핌[觀]으로 초선(初禪)에 들어가고 싶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마땅히 두 법을 닦아야 하나니, 바로 선정과 지혜이다. 나아가 4선(禪)과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와 공처(空處)와 식처(識處)와 불용처(不用處)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독자여!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을 얻고 싶다면 모두 다 그와 같은 두 법을 배워야 하고, 신족통을 배우려 하거나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배우려 하거나 전생 일을 알려 하거나 하늘 눈과 하늘 귀를 얻으려 하거나 번뇌가 다한 지혜를 얻으려고 할 때도 마땅히 두 법을 닦아야 한다. 그리고 두 법을 더 넓히면 갖가지 경계를 알며 온갖 경계를 통달하며 무수한 경계를 안다.”
존자 독자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 갔다.
대자비의 여래께서 갖가지 인연으로 가르치고 지도하시니, 독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조용한 곳에서 혼자 앉아 부지런히 닦고 마음이 방일하지 않으면서 항상 선정에 있었다. 족성자(族姓子)로서 수염과 머리털을 깎은 것은 바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기 위한 것이니, 이 때문에 현재의 법에서 자신(自身)이 증득하게 되고 나의 태어남이 이미 없어지고 범행이 수립되고 할 일을 마쳐서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 처소에 오고 있었는데, 존자 독자가 비구들을 보고 물었다.
“여러분께서는 어디에 가려고 합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부처님 처소에 가서 친견하고 공양을 올리려 합니다.”
독자 비구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들께서 지금 부처님 처소에 가면 저의 말로 세존께 ‘기거가 편하시며 병이나 괴로움은 적습니까?’라고 문안을 드려 주시고, 또 저를 위하여 ‘독자 비구는
이미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 법을 위해 공양하면서 부처님의 행하신 바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여쭈어 주십시오.”
그러자 비구들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독자 비구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세존께 ‘기거가 편하시며 병이나 괴로움은 적습니까?’라고 문안을 드려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독자 비구는 또 ‘저를 위하여 부처님께 〈저는 이미 수행으로 부처님말씀을 따르고 있으며, 세존께서 행하신 바를 제가 이미 갖추어 얻었습니다〉라고 여쭈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보다 먼저 천자가 나의 처소에 와서 ‘독자 비구는 이미 아라한을 성취했다’고 말하였다.
내가 가장 먼저 알고 있었고 천자가 그 뒤에 전달했는데, 그대들은 지금 천인보다 더 뒤에 말하는구나.”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저 독자가 이미 아라한을 성취했다고 수기하셨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신명(身命)과 목련
보기 드문 일과 가전연
전에 없었던 것과 나 있음
여러 가지 소견과 어리석음
독자가 출가한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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