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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158 불교 마등가경(摩登伽經) 상권

by Kay/케이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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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마등가경(摩登伽經) 상권

 

 

마등가경(摩登伽經) 상권


축율염(竺律炎)ㆍ지겸(支謙) 공역
김철수 번역


1. 도성녀품(度性女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시면서 많은 비구들에 의해 둘러싸인 채 법을 설하셨다.
이른 아침에 존자 아난(阿難)은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니고 성안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구역을 다 돈 다음, 그는 기원림(祇洹林)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그 돌아오는 길옆에 큰 연못이 하나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그 위에 모여 놀고 있었다. 연못가에 전타라종(栴陁羅種)1)의 한 여인이 있었는데, 항아리를 가지고 와서 물을 기르려고 하였다. 장로 아난이 그곳으로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여인이여, 저는 지금 갈증이 심하여 물을 꼭 마시고 싶습니다. 적은 물이라도 주시면 진정 고맙겠습니다.”
이때 그 여인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제가 물을 아끼는 바가 아니오라 다만 제가 전타라종의 여인인 까닭에 만약 물을 바친다면 도리에 맞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여인이여, 사문으로 불리는 이들은 마음이 평등하여 귀하거나 천한 사람들에 대해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단지 베풂을 받고자 하오니, 오래 머물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곧 깨끗한 물을 아난에게 건네주었다. 아난은 물을 다 마신 다음, 다시 그가 머무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가 가버린 후, 이 여인은 아난의 용모와 음성ㆍ언어ㆍ몸가짐 등에 반하여서 욕망이 맹렬히 일어나 깊이 애착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내가 앞서 간 비구를 남편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나의 어머니는 주술(呪術)에 능하시니, 혹시 그 사람을 다시 오게 하여 내 남편이 되게 하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머니에게 가서 이 일을 낱낱이 말씀드려야겠다.’
곧 이 여인은 물동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아난 비구는 부처님의 제자인데, 제가 아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을 남편으로 삼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능력이라면 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니, 부디 저를 불쌍히 여겨 제 소원을 꼭 이루어 주십시오.”
그 어머니가 딸에게 말했다.
“두 종류의 사람은 비록 주술을 시행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 두 종류란 어떤 사람인가 하면, 첫째는 욕심을 끊은 사람이고, 둘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밖의 사람들은 내가 마음대로 다스리고 조종할 수 있다. 사문 구담(瞿曇)께서는 위덕(威德)이 고원(高遠)하셔서 바사닉(波斯匿)왕께서도 지극하게 믿고 공경하시고 있다. 만약 내가 아난을 데려 오려는 것이 탄로나 아시게 된다면, 전타라 무리는 모두 죽음을 당할 것이다. 또한 구담께서는 이미 번뇌가 다하셨고, 그 권속들은 모두 욕심과 번뇌를 여의었다. 내가 일찍이 듣기로는 생사의 흐름을 끊은 이들을 공경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찌 그 분들에게 도리어 악업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
딸은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며 말했다.
“만약 어머니께서 아난 비구를 오시게 하지 않는다면, 저는 반드시 목숨을 버리겠습니다. 만약 구담께서 저의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는다면, 그런 경우에도 또한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그 분을 얻는 것뿐입니다.”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참담한 심경으로 몹시 근심스러워 딸에게 말했다.
“목숨을 버리지는 마라. 내 반드시 아난을 이곳으로 오도록 하겠다.”
이윽고 그 딸의 어머니는 자신의 집안에서 소똥을 땅바닥에 칠하고 하얗게 마른 띠풀을 깐 다음, 마당 한 가운데 크고 맹렬한 불을 놓았다. 어머니는 108개의 오묘한 알가화(遏迦花)를 가지고 주문을 외우면서 한 바퀴 돌 때마다 곧 한 줄기씩 불 속에 던졌다. 그녀의 그 주문은 다음과 같다.

아마리 비마리 구구미 삼마녜 이나바다사 빈다미차야 뎨보바리사디 비뎨
阿磨利 毘磨利 鳩鳩弥 三磨祢 移那婆頭賜 頻頭弥車養 提菩跋利沙提 毘地
유다뎨아사디 비삼마야 마라사 삼마디 바다이사2)
踰多提揭闍提 毘三磨耶 磨羅闍 三磨提 跋陁夷闍

“천상이든 악마든 건달바(乾達婆)든 화신(火神)이든 지신(地神)이든 저의 이 주문을 들으시고, 또한 제 제사를 받으시어, 급히 아난으로 하여금 이곳에 꼭 이르도록 해주십시오.”
이 말을 마치자, 존자 아난은 마음이 미혹되어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걸어서 전타라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때 딸의 어머니는 멀리 아난이 차분하게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의 딸에게 말했다.
“아난 비구가 이미 이 근처에 이르렀으니, 너는 지금 자리를 깔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려 아주 깨끗하게 단장하도록 해라.”
딸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집 안을 장식하였으니, 보석이 달린 좌석을 설치하고 깨끗하게 물을 뿌려 청소한 다음, 온갖 이름난 꽃을 뿌렸다.
이때 아난이 그 집에 도착했다. 그는 슬피 오열하고 목메어 흐느끼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어찌 이리도 가호를 받지 못해 이런 고난을 만나게 되었을까. 대자대비한 세존께서는 어찌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위호(威護)하는 마음을 내어 괴로움을 받지 않도록 하시지 않을까.”
그때 여래께서는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아난이 그 여인에 의해 미혹되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그를 옹호하기 위하여 주(呪)를 송하셨다.

싣뎨뎨 아주뎨 아니뎨3)
悉挮帝 阿朱帝 阿尼帝

세존께서는 이 주를 송하신 다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 주(呪)로 두려움에 떠는 모든 중생들을 편안케 하고, 또한 온갖 고뇌에 쌓인 이들에게 이로움과 편안함을 주고자 한다. 만약 중생들 가운데 귀의처가 없는 이가 있다면 내가 진실한 귀의처가 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읊으셨다.

계(戒)의 연못은 청량하고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어
중생의 뜨거운 번뇌를 씻어 식혀 주나니
만약 지혜 있는 이가 이 연못에 들면
무명의 어둠과 장애가 영원히 멸해 없어지리라.

때문에 3세(世)의 모든 현성(賢聖)들이
모두 다 머리에 떠받들어 함께 찬탄하나니
만약 내가 진실로 이 연못의 물에 목욕한다면
나의 시자(侍者)로 하여금 신속히 되돌아오게 하리라.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위신력과 선근력(善根力)으로 전타라주(栴陁羅呪)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곧 그 집을 나와 다시 기원림으로 돌아왔다. 그 여인은 아난이 돌아간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 비구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그녀에게 말했다.
“이는 필시 사문 구담께서 위신력으로 그를 살펴 보호하셨기 때문에 내 주문이 끊어져 파괴된 것일 게다.”
딸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사문 구담의 신덕력(神德力)은 어머니의 능력보다 훌륭합니까?”
어머니가 딸에게 말했다.
“사문 구담의 위덕은 깊고도 넓어 나의 능력은 비교도 할 수 없다. 가령 일체 세간의 중생들이 소유한 온갖 주술도, 그 분이 생각을 내시면 모두 다 단멸되어 영원히 조금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 분이 하시는 바는 어느 누구도 막거나 방해할 수 없으니, 이러한 인연이 있기 때문에 그 분의 힘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 머리 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구절의 주(呪)가 있으니, 그 힘은 매우 뛰어나 일체 중생을 옹호할 수 있고 삿된 도를 멸할 수 있으며, 온갖 재액과 환난을 없앨 수 있다. 그대는 지금 이것을 받아 지녀 읽고 송하여서 자신의 이로움을 위해 사용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도 안락케 하라.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자신의 이로움과 편안함을 도모하고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싶다면, 모두 여섯 구절의 신묘한 주문을 받아 지니도록 하라.
아난아, 이 신주는 과거 여섯 분의 부처님들께서도 모두 베풀어 설하신 것이다. 지금의 나 석가모니삼먁삼불타(釋迦牟尼三藐三佛陁)도 역시 이 주를 송하며, 대범천왕(大梵天王)과 석제환인(釋提桓因) 및 사천왕(四天王) 등도 모두 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아 지녀 읽고 송한다. 그러므로 그대도 이제 응당 닦아 익히고 찬탄하고 공양하여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곧 주를 송하여 말씀하셨다.

야다다 안다리 반다리 기유리 타미 아시뎨 사라결리비반다마 뎨대라비사
耶頭多 安茶利 槃茶利 抧由利 他弥 曷賜帝 薩羅結利毘槃頭摩 帝大羅毘沙
지리 미리 바니린타 야타삼바도 라보라바디 가담바라야4)
脂利 弥利 婆膩鄰陁 耶陁三跋兜 羅布羅波底 迦談必羅耶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여섯 구의 신주를 받아 지닌다면, 사형을 집행당할 처지에 놓여도 이 신주의 힘 때문에 가벼이 채찍이나 매를 맞고 사면되어 풀려날 것이다. 만약 채찍이나 매를 맞는 상황을 당하더라도, 이 신주의 인연 때문에 꾸지람을 받고 벌을 면할 것이다. 만약 꾸지람을 받을 처지에 놓인다면, 이 신주의 위덕력 때문에 영원히 꾸지람에 의해 훼손되지 않고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
아난이여, 나는 일찍이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천마(天魔)든 범왕이든, 인간이든 인간이 아닌 것이든, 이 신주를 받아 지닌 이가 괴로움을 당하는 것을 본적이 없느니라. 그러나 오직 정업(定業)5)은 제외되나니, 이는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그때 전타라녀(栴陁羅女)는 날이 새자, 목욕을 하고 새로이 깨끗한 옷을 입고, 머리엔 꽃 장식을 얹고 향을 발라 단정하게 꾸미고, 금과 은으로 된 반지를 끼고 영락(瓔珞)을 달고는, 느린 걸음으로 편안하게 사위국으로 향하였다. 성문에 도착한 다음, 그곳에 머무르며 아난을 기다렸다. 아난은 이른 아침에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여인은 그가 오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 속 깊이 기쁜 마음을 내어 그를 뒤따라가며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가다 서다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면서 끝까지 그를 뒤따라 다녔다.
존자 아난은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아주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걱정과 참담함으로 마음이 편친 못한 채, 다시 성 밖을 나와 기원림에 이르렀다. 그는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린 다음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전타라 여인이 지극히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녀는 가다 서다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면서 저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저를 옹호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내 반드시 그대로 하여금 이 어려움을 면하도록 해주리라.”
그런 다음 세존께서는 그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아난을 남편으로 삼고 싶은가?”
여인이 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진실로 성스러운 분인 당신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한 여인의 결혼 법도로는 반드시 부모에게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데 그대는 지금 그 사실을 부모님께 여쭈었는가?”
여인이 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부모님께서 제 말씀을 들어주셨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그대의 부모가 이미 듣고 허락하셨다면, 이곳으로 오게 하여 몸소 넘겨주게 하도록 하라.”
여인은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다음 물러나 부모님 계신 곳으로 향하였다. 그녀는 부모님께 공경의 예를 마친 다음 물러나 한쪽에 머물러 부모님께 아뢰었다.
“제가 아난을 남편으로 삼고 싶사오니, 부디 저를 가엾이 여기시고 저와 함께 가시어 친히 저를 넘겨주십시오.”
이에 그녀의 부모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갔다. 그들은 머리 숙여 부처님의 발아래 예를 올리고 한쪽에 자리하였다.
여인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의 양친이 이곳에 왔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그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은 진실로 딸을 아난에게 주겠는가?”
그들이 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성스러우신 말씀 그대로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지금 집으로 되돌아가도 좋으니라.”
말씀에 따라 그녀의 부모는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그대가 아난 비구를 남편으로 삼고 싶다면, 출가하여 그 의용(儀容)과 격식을 배워야만 한다.”
그녀가 답하였다.
“그러하겠나이다. 존귀하신 분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받들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그러자 그녀는 곧 사문이 되었으니,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의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는 곧 법을 설하시어 이로움과 기쁨에 관한 내용을 가르쳐 보이셨다. 이른바 보시에 관한 말씀[施論]과 계에 관한 말씀[戒論]과 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관한 말씀[生天論]을 설하셔서, 욕망은 깨끗하지 못하니 벗어나는 것이 제일 훌륭하다고 가르치셨다.
또한 탐욕을 부리는 사람은 갖가지 괴로움이 쌓여 법미(法味)가 아주 적게 되고 과실과 병통은 아주 많아지니, 비유하자면 나방이 어리석기 때문에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에 몸을 던져 스스로를 태우는 것과 같다는 말씀과 범부도 전도(顚倒)되어 허망하게 물들어 갈애에 의해 핍박되면 마치 불꽃을 쫓는 나방과 같다는 말씀과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라면 물든 갈애의 마음을 버리고 그것을 멀리하여 잠시라도 애착하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비구니는 이런 말씀을 듣고서, 마음 깊이 즐거워하며 생각이 바뀌어 조복되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 비구니의 마음이 유연해져 온갖 번뇌의 장애를 떠났다는 것을 아시고, 4진제법(眞諦法)을 널리 설하셨다. 이른바 이것은 고(苦)이고, 이것은 고를 익히는 것[苦習]이며, 이것은 고가 사라지는 것[苦滅]이고, 이것은 고가 사라지는 경지에 이르는 방법[苦滅道]이라고 설하셨다. 그러자 비구니는 환하게 생각이 풀리어 4성제를 이해했으니, 마치 희고 깨끗한 백색 천에 염색물이 잘 드는 것과 같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아라한도를 얻어 다시는 물러나거나 옮기지 않았으며,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곧 머리 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린 다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전에는 어리석어 탐욕의 술에 취해 현성(賢聖)을 심란하게 하는 착하지 않은 업을 지었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였느니라. 그대가 지금 알아야만 할 것은 불세존을 만나기란 지극히 어렵고,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기도 어려우며, 생사로부터 해탈하여 아라한을 얻기도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일을 그대가 이미 이루었으니, 이는 불법 가운데에서 진실한 과(果)를 얻은 것이다. 이른바 생사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이 건립되었으며, 해야 할 일을 다 처리하여, 다시는 후유(後有)6)를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지금 부지런히 정진하여 게으름을 피우지 않도록 하라.”

2. 명왕연품(明往緣品)

그때 성안에 있던 많은 바라문과 장자와 거사들이 부처님께서 전타라종의 여인을 인도하여 출가시켜 도를 수행하게 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들 혐오하는 마음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이렇게 하열하고 천박한 종성이 어떻게 사부대중들과 함께 범행을 닦을 수 있으며, 어떻게 부귀한 집안에 들어가 공양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이와 같이 점점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이 일을 논의하게 되자, 마침내 이 소문은 바사닉왕에게도 들렸다.
바사닉왕은 이 소식을 듣고 크게 경악하여 즉각 수레를 준비하게 하였다. 권속들에 의해 둘러싸인 채 앞뒤에서 호위를 받으며 기원림으로 찾아갔다. 수레에서 내려 일산[蓋]을 물리친 다음, 왕은 천천히 걸어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자리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의심을 풀어주시기 위하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본성(本性) 비구니의 지난 과거세의 인연에 관해 듣고 싶지 않은가?”
비구들이 답하였다.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지금 잘 들으라. 그대들을 위해 말해 주겠다. 비구들이여, 지난 과거 아승기겁 이전에 항하 강변에는 아디목다(阿提目多)라는 동산이 있었는데,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으며 연못의 물은 풍족하였다. 그 동산에는 제승가(帝勝伽)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전타라마등가(旃陁羅摩登伽) 종성으로서 백천만 전타라 대중과 함께 그 동산에 머물고 있었다.
비구들이여, 저 제승가는 큰 지혜를 갖추었고 재주가 뛰어났으며 용맹하였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숙명에 관해 알았고, 세상의 일에 대해 통달하지 않은 바가 없었다. 내가 그의 다섯 가지 공덕을 간략히 말하면, 첫째는 네 가지 베다[圍陁] 경전을 두루 공부하여 그 비밀스런 요체에 대해 깨달아 이해하지 못한 바가 없었고, 둘째는 시(詩)ㆍ서(書)ㆍ문(文)ㆍ송(頌)의 자구(字句)와 장단(長短)을 잘 이해하였으며, 셋째는 온갖 논서와 경전ㆍ역사ㆍ법도ㆍ풍류ㆍ형이상학에 관해 잘 알았고, 넷째는 세속의 제사와 주술ㆍ의약에 관해 잘 알았으며, 다섯째는 대장부상(大丈夫相)을 잘 분별하였으니, 이와 같은 지혜는 다함이 없었다.
그 왕에게는 사자이(師子耳)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용모가 단정하고 계행이 청결하였으며, 그 마음은 부드럽고 인자하고 화순(和順)하였다. 또한 갖가지 덕을 갖추어 그를 바라보는 사람은 마음에 환희심을 내었다. 마등가왕은 그 자식을 폭넓게 가르쳤으니, 경서나 주술에 관해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그에게 모두 가르쳤다. 따라서 사자이는 지견(知見)이 심원(深遠)하기가 그의 아버지와 거의 같아서 차이가 없었다.
제승가왕은 밤에 누워 있는 동안 홀연히 이런 생각을 내었다.
‘내 아들은 모습이 아주 뛰어나고 갖가지 덕을 갖추어 사람들이 존경하고 있다. 나이가 점차 들어 장성하였으니, 아내를 구해 결혼시켜야겠다. 그 배필로는 단정하고 어진 이를 선택해야 하고, 재주와 덕이 뛰어나 나의 아들과 같은 부류인 그런 사람을 구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일 것이다.’
그 당시에 연화실(蓮花實)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종족이 고귀하고 훌륭하였으며, 부모는 진실되고 바른 사람들이었으니, 7대[世]의 조상들 모두가 청정하여 다른 종족과 섞이지 않았었다. 네 가지 베다에 통달하고 재주와 기예가 보통 사람보다 매우 뛰어났다.
그 무렵 대여(大與)라는 국왕이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 위신력이 자재(自在)하였다. 그는 한 마을을 연화실에게 봉토(封土)로 주고 그로 하여금 통치하게 하였는데, 그 땅은 기름지고 넉넉하여 백성들이 풍요로웠다. 그 연화실에게는 본성(本性)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덕행과 모습이 뛰어나 마치 사자이(師子耳)와 같았다. 제승가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연화실의 딸이 가장 뛰어나니, 내 아들을 위해 그녀를 맞아 들여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아침이 밝자, 네 필의 백마가 끄는 보석으로 장식된 수레에 올라 전타라 대중들에 의해 앞뒤로 둘러싸인 채 북쪽을 항해 집을 나서 그 나라로 향하였다.
그때 연화실이 머무르고 있던 곳에서 남쪽으로 열락(悅樂)이라는 정원[園苑]이 있었는데, 그곳은 꽃과 과일이 무성하게 자라고 수목이 울창하였으며, 샘물이 흐르는 연못은 깨끗한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많은 종류의 온갖 새들은 그 위에서 노닐며 구성진 음성으로 서로 화답하였으니, 듣는 이들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그 정원은 매우 넓어 아주 좋아할 만했으니, 마치 천상에 있는 난타(難陁)7)의 정원과 같았다.
마등가왕은 그 정원으로 가서 연화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바라문도 역시 아침 일찍 네 필의 백마가 이끄는 수레를 타고 500명의 바라문들에 의해 둘러싸인 채 정원에 이르러 풍경을 바라보며 즐겼다. 그 바라문은 도중에 제자들에게 기예 등의 일을 가르쳐 주고 송하고 익히게 하면서 정원을 향해 나아갔었다. 제승가왕은 연화실이 평화롭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그 위덕의 훌륭함에 환희심이 생겨 게송으로써 찬탄하였다.

태양이 처음 솟아오르면
그 광명이 밝게 비추듯
대사(大士)의 위덕도
이와 같습니다.

설산(雪山)의 약이
온갖 약 가운데 효험이 뛰어나듯이
인자(仁者)의 고원(高遠)함은
비할 데가 없습니다.

위덕력의 심묘함은
지극히 엄정(嚴淨)하게 드러나니
마치 가을 달이
뭇 별들 가운데 으뜸인 것과 같습니다.

마치 범천왕(梵天王)처럼
그 지혜가 너무도 뛰어나니
진실로 모든 천신들이
당신을 우러러볼 것입니다.

마치 천계의 제석천왕(帝釋天王)처럼
모든 이들이 공경하니
그 빼어난 단엄(端嚴)함은
말로 다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의 공덕을
단지 간략히 찬탄했을 뿐
만약 자세히 말한다면
그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 게송을 읊은 다음, 제승가왕은 일어나 받들어 맞이하고 다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서 자리하였다.
연화실이 말했다.
‘그대 전타라와 같이 지극히 비천한 이들이 무엇 하러 이곳에 왔는가?’
제승가왕이 대답하였다.
‘어진이시여, 세상에는 닦아야 할 네 가지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 그 네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잘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음이요, 둘째는 자신의 이로움과 안락함을 도모하는 일이며, 셋째는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함이고, 넷째는 혼인하는 일에 힘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온 것입니다. 저에게는 사자이(師子耳)라는 아들이 있는데, 용모가 준수하고 지혜가 매우 뛰어납니다. 이제 신부감을 구해 결혼시키려 하고 있는데, 어진 이의 따님이 현명하고 훌륭하여 지극히 맘에 들어 혼인을 시켰으면 하오니, 마음을 내시어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연화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화가 잔뜩 치밀고 분한 마음이 일어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지고 몸은 휘청거렸다. 그리고 나서 말하였다.
‘마등가종은 사람들이 천대하고 꺼리고 미워하기를 마치 독(毒)이나 불[火]처럼 여기오. 지금 나의 신분은 바라문의 종성(種姓)으로서, 권세가 뛰어나고 존귀하여 어느 종(種)도 넘어서지 못하오. 또한 베다에 통달하여 지혜가 비할 데가 없는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와서 이렇게 나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것이오. 공중에 뜬 달과 반딧불의 빛은 눈이 있는 이라면 그 밝기가 다르다는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전타라종은 바라문과 비교할 때 그 존귀함과 비천함의 차이가 그와 마찬가지오. 지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귀하고 천한 것을 분간하지 못하고, 넘보지 못할 것을 넘보려고 하고 있오. 당신은 전타라종이고 당연히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어찌 굳이 청정하고 훌륭한 사람을 더럽히려는 것이오? 바라문인 경우라도 계행을 갖추지 못하고 베다라는 심묘한 경전에 통달하지 못하면, 다른 바라문들이 그와 더불어 교유하지도 않소. 하물며 당신같이 천한 사람이 그런 마음을 내다니, 썩 물러가시오. 다른 사람들이 이런 괴상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여기 더 이상 머무르지 마시오.’
제승가는 이런 말을 듣고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진이시여, 금이나 옥과 같은 보배는 특별한 것이고, 나무와 흙은 평범하여 보잘것없는 것이어서 귀하고 천함이 다르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압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바라문들과 전타라가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네 바라문이 허공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듯이 전타라종도 땅으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라문이 어머니의 태로부터 나왔듯이 전타라종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바라문만이 본래 훌륭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바라문이 죽어도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며, 전타라가 죽어도 또한 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약 귀하고 천함이 있어 서로 다르다면 어찌 생사에는 차이가 없습니까?
당신은 당연히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전타라는 악한 일을 하고 흉폭하고 잔인하며, 중생들을 속이고 자비한 마음이 없으니, 이런 연유로 비천하다고 한다.≻
제가 이제 당신네 바라문의 온갖 악업과 허망한 행위들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쟁송(諍訟)을 일으켜 어질고 착한 이들을 괴롭혀 심난하게 하며,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지으니 별점을 치고 달을 관찰하여서 군대를 동원하도록 하여 중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이를 간추려 말하자면 온갖 악한 일은 모두 바라문이 행하는 것입니다.
당신네 바라문은 그 성품이 맛있는 것을 즐겨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양에게 주문을 송하여 주고 그것을 죽이면 양은 반드시 천상에서 태어날 것이다.≻
만약 그것에게 주문을 송하여 주어 천상에 태어나게 할 수 있다면, 당신들은 지금 왜 스스로에게 주문을 송하고 자신의 몸을 바쳐 제사 지냄으로써 천상에 태어나는 일을 구하지 않습니까? 또한 왜 부모나 가깝게 지내는 사람, 아내나 권속에게 주문을 송하여 주고 그들을 다 도살하여 그들로 하여금 천상에 태어나도록 하지 않는 것입니까? 자신의 몸은 없애지 않고 단지 양을 죽이는 것은 모두 바라문들이 고기를 먹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거짓으로 그렇게 말하여 속이는 이들을 존귀하고 훌륭하다고 말한다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바라문의 법에는 네 가지의 죄를 범하면, 극악하다고 하여 바라문답지 못하다고 하는데,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바라문들을 죽이는 것이고, 둘째는 스승의 아내를 간음하는 것이며, 셋째는 금을 훔치는 것이고, 넷째는 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오직 이 네 가지 악에 대해서만 죄라고 하고, 그 밖의 다른 것을 살해하면 과보가 없다고 합니다. 당신네 법 가운데 살인죄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인해 성립되는 것일 텐데, 만약 다른 종성의 사람을 죽여도 또한 생명을 끊는 것인데, 왜 그런 사람을 죽이면 유독 죄가 없다고 합니까? 나아가 술을 마시는 것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은 당신네들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제멋대로 망상을 지어낸 것이니, 이를 권위 있고 존귀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바라문은 앞의 네 가지 죄를 짓고도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면 다시 그 죄과를 소멸할 수 있다 하여 손으로 침상의 다리를 잡고 서있거나 다 떨어져 헤진 옷을 입고 사람의 해골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등 이와 같이 참회하면서 12년을 채우면 계가 다시 갖추어져 바라문의 자격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어리석음으로 잘못된 견해를 따르면서 교만한 마음을 내 스스로 존귀하고 권위가 있다고 말하니, 이를 미루어보면 종성은 모두가 다 평등하므로 어진 이의 여식과 저의 아들을 만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화실은 이 말을 듣고서 분노가 더욱 치밀어 제승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생각 없이 망령되게 이런 말을 하지 마시오. 그대는 한 종족의 왕이므로 세 가지 법을 알아야만 하나니, 첫째는 국토에 관한 법이고, 둘째는 귀하고 천함에 관한 법이며, 셋째는 공물이나 세금에 관한 법이오.
세상에는 네 가지 종성이 있는데, 모두 브라만[梵]으로부터 생기는 것이오. 바라문은 브라만의 입으로부터 생기고, 찰리(刹利)는 어깨로부터 생기며, 비사(毘舍)는 배꼽으로부터 생기고, 수다(首陁)는 발로부터 생기니, 이러한 뜻이 있기 때문에 바라문은 가장 존귀하여 네 가지 종성의 아내를 얻을 수 있고, 찰리는 세 가지 종성의 아내를 얻을 수 있으며, 비사는 두 가지 종성의 아내를 얻을 수 있고, 수다는 한 가지 종성의 아내를 얻을 수 있소. 이와 같이 종성을 분별하면 각기 다른데 당신과 같이 비천한 이는 이 네 가지 종성에도 들지 못하는 주제에 모든 종성에 차이가 없다고 말하다니, 이는 성스러운 가르침을 위반하여 나를 어지럽히려 한 것이 확실하오. 어서 빨리 돌아가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제승가가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세간의 네 가지 종성이 모두 브라만으로부터 생겨났다고 말씀하시면서 바라문만이 브라만의 입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므로 가장 존귀하여 이를 넘어설 자가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왜 바라문들에게도 손이나 발 등의 지절(支節)이 존재하고, 또한 네 가지 위의(威儀)와 음성과 언어가 있는 것입니까? 이러한 근거 때문에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가령 서로 다르다면 응당 분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연꽃에는 여러 가지 다른 종류가 존재하니, 즉 수륙생화(水陸生花)ㆍ우발라화(優鉢羅花)ㆍ첨복향화(瞻蔔香花)ㆍ목다가화(目多伽花)ㆍ소만나화(蘇蔓那花)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꽃들은 그 색이 차이가 나고 향기 또한 다르지만, 당신이 말씀하신 네 가지 종성은 서로 차이가 없으니, 당신의 견해는 모두 다 망상으로 인한 분별일 뿐입니다. 비유하면 어린아이들이 길에서 흙모래를 모아 쌓은 다음 성(城)이나 집이라고 여기거나, 혹은 이것은 금이라거나 이것은 은이라거나 우유죽이라거나, 쌀이라거나 보리라고 하여도 이것들은 흙모래일 뿐이니, 어린아이들이 이름을 붙인다고 하여서 그것들이 보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여서 어리석고 가려진 마음으로 자신을 높이는 생각을 내지만, 존귀하거나 하천함이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나뉘게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바라문이 브라만의 입으로부터 생겨났다면 응당 중생들에게 자비롭고 인자해야 할 터인데, 어찌하여 주문을 송한 다음 죽이고 분노를 내는 것입니까. 만약 네 가지 종성이 모두 브라만으로부터 생긴 것이라면 서로가 형제인데, 어찌하여 함께 혼인을 도모하는 일이 예를 흐리고 도리에 어긋난 금수나 다름이 없다고 말씀하십니까. 일체의 중생은 선악의 업을 따라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니, 단정하거나 추하거나, 빈천하거나 부귀하거나, 장수하거나 요절하거나. 어리석거나 지혜롭거나 이와 같은 모든 일들은 업을 따라 존재합니다. 만약 범천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라면 모두가 동등해야 할 터인데, 무슨 인연 때문에 이와 같은 차이가 있겠습니까?
또한 당신네 법 가운데 자재천(自在天)은 세계를 창조하되, 머리는 하늘이 되고, 발은 땅을 이루고, 눈은 해와 달이 되고, 배는 허공이 되고, 몸의 털은 초목이 되고, 흘리는 눈물은 강이 되고, 온갖 뼈는 산이 되고, 대소변은 모여 바다를 이룬다고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다 당신네 바라문들이 망령되게 만들어낸 말입니다. 무릇 세계는 중생의 업에 의해 성립되는 것인데, 어찌 범천이 이러한 일을 하겠습니까. 당신들이 어리석고 편협한 마음으로 멋대로 망상을 내어 스스로 존귀하고 훌륭하다 말하는 것이니, 사람들이 이를 믿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또한 바라문만이 임종한 이후에 천상에 태어날 수 있고, 그 나머지 종성은 천상에 태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바라문이 훌륭하다고 말하지만, 당신네 경에서는 선업을 닦아 행하면 모두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만약 선업을 닦아 천상에 태어날 수 있어서 일체 모든 중생들이 선업을 행한다면, 누구나 다 천상세계에 태어날 수 있을 텐데, 어찌하여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은 비천하다 하십니까.
대바라문이시여,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네 명의 자식을 낳아 기르며 각기 이름 붙이기를 첫째는 안락(安樂)이라 하고, 둘째는 장수(長壽)라 하고, 셋째는 무우(無憂)라 하고, 넷째는 환희(歡喜)라 한다 합시다. 이들이 비록 한 아비로부터 생겨나 모두 다 똑같은 성(姓)을 지녔으나, 네 명의 이름은 차이가 있어 다르듯이, 세간의 네 가지 종성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동일한 업보와 번뇌의 성품을 지녔지만 네 가지 명칭으로 나누어 바라문ㆍ찰리ㆍ비사ㆍ수다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명칭은 비록 똑같지 않지만 몸에는 본래 귀하고 천함이 없습니다.
바라문들은 베다경전을 학습하고 공경ㆍ존중하는 것을 자랑하며 교만한 마음을 내고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정해진 성품이라 여기지만, 저는 지금 이 베다경전들에 진실한 뜻이 없다면 쉽게 흩어져 멀어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이 범천(梵天)이었습니다. 그는 선도(禪道)를 닦아 익혀 커다란 지견(知見)이 있어서 하나의 베다를 지어 널리 유포하여 교화했습니다. 그 후에 백정(白淨)이라는 선인(仙人)이 세상에 출현하여 네 가지 베다를 지었으니, 첫째는 찬송(讚誦)이고, 둘째는 제사(祭祀)이며, 셋째는 가영(歌詠)이고, 넷째는 양재(禳災)입니다. 다음에는 다시 불사(弗沙)라는 바라문이 있었으니, 그 제자 대중들이 스물다섯 명이었으며 한 가지 베다에 대해 그것을 구체적으로 분별하여 다시 스물다섯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다시 앵무(鸚鵡)라는 바라문이 있었으니, 한 가지 베다를 열여덟 부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다음으로는 다시 선도(善道)라는 바라문이 있었으니, 그 제자 대중들이 스물한 명이어서 베다를 변화시켜 스물한 부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다음으로는 다시 구구(鳩求)라는 바라문이 있었으니, 한 가지 베다를 두 부분으로 변화시켰고, 두 부분이 변하여 네 부분이 되고, 네 부분이 변하여 여덟 부분이 되고, 여덟 부분이 변하여 열 부분이 되고, 이와 같이 계속적으로 변하여 무릇 1,216종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은 베다경전은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바라문이시여, 이 베다경전들이 분산되면 바라문의 성품도 그에 따라 무너져 흩어지는 것이니, 그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만약 지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바라문들이 베다를 바탕으로 삼기 때문에 그 성품이 결정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무너져 흩어지는 것을 따른다면 당신은 어떻게 바라문의 성품은 진실하여 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그러므로 당신이 우리만이 존귀하고 다른 종성의 사람들은 비천하다고 말씀하신 것은 옳지 못합니다. 또한 바라문은 스스로 지혜가 있어 주술을 잘 행한다고 떠벌리며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고 자신들이 존귀하다는 생각을 내지만, 지금 당신들이 잘 알다시피 다른 종성의 사람들도 배워 익히면 통달할 수 있는 것이니, 일체가 다 존귀하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무슨 연유로 오직 바라문만을 지칭하는 것입니까.
과거에 바사타(婆私吒)라는 선인이 있었는데, 그 아내는 전타라녀(旃陁羅女)였습니다. 두 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장남은 순(純)이라 이름하였고, 둘째는 음(飮)이라 이름하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선도(仙道)를 얻었고, 5신통을 갖추었으며, 베다경전을 변화시켜 택도법(宅圖法)을 지었습니다. 당신은 이 두 성인을 선인이 아니라고 비방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당신은 앞서 전타라종은 비천하고 하열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그 자식들에 대해서는 선인이라 하는 것입니까.
옛날에 고기를 잡는 어부가 고기 한 마리를 잡아 배를 갈라보니, 한 여인이 들어 있었는데, 그 여인의 몸 색은 온통 흑색이었습니다. 그녀는 파라세(波羅勢) 선인과 함께 살면서 제바연(提婆延)이라는 아들을 낳아 길렀습니다. 그 아들은 다섯 가지 신통력이 자재하고 위덕을 갖추었으니, 이와 같은 사실을 헤아려본다면 어찌 선인이 아니었다 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 아주 오래고 먼 옛날 비마(毘摩)라는 찰리종(刹利種)이 있었는데, 그도 또한 선도를 얻어 신통력이 뛰어나고 지혜가 심원(深遠)했으며, 언변이 훌륭하여 많은 바라문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사람이라면 어찌 하천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미진(微塵)이라는 찰리종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바라문 첨바지니(讇婆持尼)로부터 나마(拏摩)라는 아들을 낳아 길렀습니다. 그 아들은 커다란 위신력을 갖추었고 모든 경론을 통달했습니다. 아주 무더운 여름에 어머니와 함께 유행(遊行)하고 있었는데, 태양빛이 치성하여 대지가 달아올라 그의 어머니는 제대로 발을 앞으로 옮겨놓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나마가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제 어깨에 올라타시고 가시지요.≻
그때 어머니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땅바닥의 열기 때문에 거의 발에 화상이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그러자 나마가 서원하여 말했습니다.
≺내가 진실로 인화(仁和)하고 효성과 공경이 지극하다면, 이 태양으로 하여금 저절로 숨도록 해주십시오.≻
이 말을 마치자마자 태양은 곧 사라졌습니다. 어머니가 후에 꽃을 땄는데 꽃들이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태양이 숨도록 했기 때문에 꽃들이 활짝 피지 않은 것이니라.≻
아들은 다시 서원하여 말했습니다.
≺제가 만약 어질고 효성스럽다면 태양이 다시 나올 것입니다.≻
이 말을 마치자마자 태양은 곧 밝게 드러났습니다.
이와 같은 선인들은 바라문이 아니어도 신통력의 변화가 한량없었는데, 어찌 하열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인연으로 미루어볼 때 모든 종성은 평등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여식을 제 자식의 아내로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니, 마치 재물이나 화폐 및 보배는 서로 달라도 마음대로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3. 시진실품(示眞實品)

그때 제승가왕이 연화실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잘 들으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삿된 견해를 끊고 진실한 길을 열어 보리도(菩提道)를 깨끗이 하여서 인간이나 천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네 법 가운데는 다섯 가지 제사법이 있는데, 이러한 제사가 열반의 바탕이며 천상에 태어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그 다섯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사람을 죽여 그 기름을 취하여 제수로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말을 도살하여 그 기름으로 제사지내는 것이며, 셋째는 굉장하게 큰 규모의 제사[廣大祭]를 지내는 것이고, 넷째는 널리 소문이 나는 제사[普聞祭]를 지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하고 싶은 대로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이는 모두 다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하여 헛된 수고일 뿐만 아니라, 영원히 여러 가지 악취(惡趣)에 들어가게 합니다.
여덟 가지 선법(善法)이 있으니, 이는 진실로 이익이 있으며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수 있고 온갖 좋은 과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 여덟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올바른 믿음이고, 둘째는 계행(戒行)을 닦는 것이며, 셋째는 널리 보시를 행함이고, 넷째는 지혜를 좋아함이며, 다섯째는 범행(梵行)을 닦는 이를 공경하고 그와 함께 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많이 들어 학식이 쌓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몸과 입과 생각으로 짓는 업을 잘 지켜 보호하는 것이고, 여덟째는 여러 선지식들을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여덟 가지 일은 청정한 법이니,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닦아 익혀야 합니다. 앞의 일곱 가지는 모두 다 선지식의 처소로부터 그것들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저와 더불어 혼인을 맺고 저와 가까이 하시어 이렇게 오묘한 법을 닦아 배워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마시어 이러한 훌륭한 이로움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제가 다시 당신께 말씀드리지만 모든 종성이 발생하게 된 본말과 차제가 이와 같습니다. 당신이 이를 들으셨다면 응당 자신을 높이는 마음을 없애야 합니다.
겁(劫)이 처음 이루어질 때 모든 중생의 종류는 다 날아다닐 수 있었으며, 광명이 뛰어났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며, 몸을 단정하게 장엄할 수 있었으니, 모든 것이 자연히 존재하여 일부러 짓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 후에 복이 다하여 온갖 것들이 소멸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때부터 중생들은 작물을 심어 기르고, 영역을 나누어 나와 남이라는 생각을 냈으며, 전답과 가축이 많다는 것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고 스스로 권세가 있고 부유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까닭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찰리종이라 이름하였습니다.
또한 어떤 중생들은 집에 기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산림 속으로 들어가 선법(禪法)을 닦아 배우며, 떨어지고 헤진 옷을 입고 음식을 빌어 명을 이어가며, 몸을 청결히 하고 받들어 제사를 지냈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두가 그런 사람들을 바라문종이라고 했습니다. 밭을 갈아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수렵이나 어로를 행하는 이들을 비사종이라 이름했으며, 재물을 훔치거나 판매하면서 자애로운 마음이 없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수다라종(首陁羅種)이라 이름했습니다. 그 당시에 어떤 사람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수레가 고장 나면 그것을 수리하였으니 그들을 마등가(摩登伽)라 이름했으며, 오직 농사만 짓는 이들을 농사꾼[田夫]라 하고, 시장을 돌아다니는 이들을 장사꾼이라 하니, 이와 같이 분별해 보면 백천 가지에 이르나 그 많은 갈래는 진실로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임시로 이름을 세워 여러 종성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구별하려 한 것일 뿐입니다.
바라문의 경우에도 다시 나누어 구별될 수 있으니, 이른바 구담(瞿曇)ㆍ독자(牘子)ㆍ교차(憍蹉)ㆍ교시가(憍尸迦)ㆍ바사타(婆私吒)ㆍ가섭(迦葉)ㆍ만다비(蔓茶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성(姓)은 다시 각기 나뉘어져 모두 다 열 가지씩을 출현시켰습니다. 여덟 번째는 연(煙)이라 하는데, 이외에 다시 다른 성(姓)이 없었습니다. 당신네 바라문이 비록 한 가지 모습이라 하여도 나누어 구별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겁초(劫初)의 중생들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근본적으로는 서로 다르지 않았으나, 나누어 구별함에 따라 많은 종성이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잘 관찰하셔야만 합니다. 왜냐 하면 법의 이로움이 있기 때문이고, 허망한 것을 끊고 진실을 찾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오니 귀댁의 여식을 제 아들의 아내가 되도록 허락하시어 바라는 바가 반드시 원만하게 이루어져 신속히 혼인이 성사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4. 중상문품(衆相問品)

그때 연화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기쁜 마음이 생겨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어 제승가에게 말했다.
‘어진 이께서 설하신 진실한 진리[誠諦]는 정말 훌륭합니다. 당신께서는 일찍이 어떤 지혜와 언변을 닦으셨기에 이와 같을 수 있으십니까? 어떤 행을 닦아 익히고 어떤 공덕을 지으셨는지 저를 위하여 자세하게 분별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승가가 말했다.
‘제가 과거의 일을 생각해 보면 저는 일찍이 범왕(梵王)이기도 했고 제석(帝釋)이기도 했으며, 또한 정개선인(淨蓋仙人)이기도 했고 바라문이 되어 하나의 베다를 네 부분으로 변화시키기도 했으며, 백천 겁 동안 전륜성왕이 되기도 하는 등 이와 같이 태어난 곳에서 존귀하고 부귀하였으며, 그런 곳에 있을 때 자비와 선정과 지혜를 닦아 널리 중생을 교화하고 불사(佛事)를 지었습니다.’
연화실이 말했다.
‘어진 이께서는 바비다라신주(婆毘多羅神呪)를 읽어보셨습니까?’
‘일찍이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잘 들으십시오. 제가 이 주(呪)의 본말(本末)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아주 오래고 먼 아승기겁 전에 저는 바수(婆藪)라는 선인(仙人)이었는데, 5신통을 갖추어 자재하고 막힘이 없었으며 선정(禪定)을 잘 닦아 지혜가 뛰어났었습니다. 그때 덕차(德叉)라는 용왕이 있었는데, 그 용왕에게는 황두(黃頭)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용모가 뛰어나고 자태가 아름다웠으며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보고 애착심을 일으켰습니다. 이런 마음을 냈기 때문에 곧 신통력과 선정법(禪定法)을 잃고 깊이 스스로 자책하여 이 주(呪)를 말하였습니다. 이 주는 무릇 3장(章) 21구절로 되어 있습니다. 다시 3장이 있는데 오직 8구만이 존재합니다. 당신은 지금 잘 들으십시오. 제가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다디타 옴 부바소바 다사바투바리 여피구디바 시디마디유나 바라디나8)
旦提他 菴 浮婆蘇婆 旦娑婆鬪婆利 茹被瞿提婆 斯提麽提由那 婆羅提那

이를 바라문의 주(呪)라 합니다.


옴사티라 다바수부타 가하남바나마시다 간비라 다다라 비리다 바염디바
菴闍致囉 多波藪浮埵 伽呵男婆那摩失多 幹毘羅 旦多羅 毘利多 婆豔提婆
바 시리 시티함 사사남우바남 바라타시마9)
婆 失利 尸絺緘 薩闍男憂波男 婆羅陁斯磨

이를 찰리의 신주(神呪)라 합니다.

옴 짇따라마혜뎨 비샤근야 아타바근야 아타다 바라비나10)
菴 質多羅摩醯帝 毘舍斤若 阿他娑斤若 遏陁多 婆羅毘那

이를 비사의 신주라 합니다.

옴 아다바 바라다바 시비타탐바리사샤담 바셰 타담 옴라11)
菴 阿多波 婆羅多波 示毘陁貪婆利沙賖耽 波貰 陁貪 菴羅

이를 수다의 신주라 합니다.

12)


형체가 있으면 반드시 욕구하는 바가 있게 되고
욕구하는 바가 있으면 반드시 괴로움[苦]이 있도다.
만약 이 욕구를 떠나면
반드시 범천(梵天)의 세계에 태어나리라.

이를 대범천왕 바비라(婆毘羅)의 신주라고 합니다.’
연화실이 물었다.
‘당신의 성은 무엇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삼무(三無)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어진 이께서는 본래 어느 곳으로부터 출현하셨습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본래 물로부터 생겨났습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저의 스승은 가람연(迦藍延)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의 종족 가운데 누가 용맹합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우리 종족 가운데는 무릇 세 명의 사람이 있으니, 그들이 가장 용맹합니다. 한 사람은 독(獨)이라 하고, 두 번째 사람은 누(屢)라 하며, 세 번째 사람은 바라타자(婆羅陁闍)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들이 공동으로 받드는 스승은 어느 분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찬영(讚詠)입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찬영은 몇 가지로 변하였습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여섯 가지로 변했습니다.’
연화실이 다시 물었다.
‘당신 어머니의 성(姓)은 무엇입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저의 어머니 성은 바라설(婆羅設)입니다. 이와 같이 어진이시여, 저의 덕행은 그 사정이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서 일체 중생의 귀하고 천함은 일정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아무리 종성이 존귀하다 하더라도 악한 짓을 하면 하천한 사람이라 할 것이고, 종성이 비천한 사람일지라도 선한 일을 행하면 존귀하고 훌륭한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존귀하다고 칭하는 사람은 선업(善業)을 닦음으로 말미암은 것이지, 종성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이러한 사실을 아셨다면 응당 교만함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5. 설성도품(說星圖品)

그때 연화실이 제승가에게 물었다.
‘어진 이께서는 점성(占星)에 관한 일을 아십니까?’
제승가가 답했다.
‘대바라문이시여, 이러한 은밀한 요체[祕要]도 제가 통달했는데, 하물며 그런 소소한 일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당신은 잘 들으십시오. 제가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별들이 비록 많지만 대강 간추려 보면 스물여덟 개의 별자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묘(昴)라는 별자리이고, 두 번째는 필(畢)이라는 별자리이며, 세 번째는 자(觜)라는 별자리이고, 네 번째는 삼(參)이라는 별자리이며, 다섯 번째는 정(井)이라는 별자리이고, 여섯 번째는 귀(鬼)라는 별자리이며, 일곱 번째는 유(柳)라는 별자리이고, 여덟 번째는 성(星)이라는 별자리이며, 아홉 번째는 장(張)이라는 별자리이고, 열 번째는 익(翼)이라는 별자리이며, 열한 번째는 진(軫)이라는 별자리이고, 열두 번째는 각(角)이라는 별자리이며, 열세 번째는 항(亢)이라는 별자리이고, 열네 번째는 저(氐)라는 별자리이며, 열다섯 번째는 방(房)이라는 별자리이고, 열여섯 번째는 심(心)이라는 별자리이며, 열일곱 번째는 미(尾)라는 별자리이고, 열여덟 번째는 기(箕)라는 별자리이며, 열아홉 번째는 두(斗)라는 별자리이고, 스무 번째는 우(牛)라는 별자리이며, 스물한 번째는 여(女)라는 별자리이고, 스물두 번째는 허(虛)라는 별자리이며, 스물세 번째는 위(危)라는 별자리이고, 스물네 번째는 실(室)이라는 별자리이며, 스물다섯 번째는 벽(壁)이라는 별자리이고, 스물여섯 번째는 규(奎)라는 별자리이며, 스물일곱 번째는 누(婁)라는 별자리이고, 스물여덟 번째는 위(胃)라는 별자리이니, 이상이 스물여덟 별자리입니다.’
연화실이 말했다.
‘이들 각 별자리는 몇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모양은 어떠합니까? 또한 몇 시간 동안 달과 함께 하며, 그것에 제사지내기 위해 무엇을 사용해야 합니까? 그리고 어떤 신이 그것을 주관하며, 그 성(姓)은 무엇입니까? 어진 이시여, 거듭 분별하여 주십시오.’
제승가가 답했다.
‘듣고 싶으시다면 잘 들으십시오.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묘(昴)라는 별자리는 여섯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형태는 흩어진 꽃과 같으며, 하루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제사의 음식으로는 우유죽[酪]을 사용하고, 화신(火神)이 그 별자리를 주관하며, 성(姓)은 비사연(毘舍延)입니다.
필(畢)이라는 별자리는 다섯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양은 날아가는 기러기와 같으며, 하루 반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고라니 고기로 제사를 지내고, 범왕에 속해 있으며, 그 성은 바라바(婆羅婆)입니다.
자(觜)라는 별자리는 세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모양이 사슴의 머리 같으며, 하루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과일로 제사를 지내고, 월신(月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녹(鹿)씨 입니다.
삼(參)이라는 별자리는 하나의 별로 되어 있으며, 하루 낮 동안 달을 따라갑니다. 우유로 만든 연유로 제사지내고, 일신(日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안(安)씨입니다.
정(井)이라는 별자리는 두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은 사람이 걷는 모습과 같으며, 하루 동안 달과 함께 합니다. 제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꿀을 사용하고, 세성(歲星)에 속해 있으며, 그 성도 역시 안(安)씨입니다.
귀(鬼)라는 별자리는 세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태가 화병(畵甁)과 같으며, 하루 동안 달과 함께 유행(遊行)합니다. 제사는 복숭아꽃으로 지내고, 세성(歲星)에 속해 있으며, 성은 오파야(烏波若)입니다.
유(柳)라는 별자리는 하나의 별로 되어 있으며, 반나절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하며 서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제사 음식으로는 젖[乳]을 사용하고, 용신(龍神)에 속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성은 용(龍)씨입니다.
이상의 일곱 별자리는 동쪽 방향에 있습니다.
성(星)이란 별자리는 다섯 개의 별은 드러나 있고 두 개의 별은 숨겨져 있으며, 그 모습은 강이 굽은 것과 같고, 하루 동안 달을 따라갑니다. 참깨[胡麻]로 그것에 제사지내고, 귀신(鬼神)에 속해 있으며, 성을 빈가라(賓伽羅)입니다.
장(張)이라는 별자리는 두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이것도 또한 사람이 걷는 모습과 같은 형태이며, 하루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과일을 사용해 제사 지내고, 그 성은 선(善)씨이며, 선신(善神)에 속합니다.
익(翼)이라는 별자리는 두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태가 사람이 걷는 모습과 같으며, 하루 반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상어를 사용하여 제사 지내고, 바가신(婆伽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교시가(憍尸迦)입니다.
진(軫)이라는 별자리는 다섯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형태가 사람의 손과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피[稗]로 제사 지내고, 성은 사마연(奢摩延)이며, 저타신(咀吒神)에 속합니다.
각(角)이라는 별자리는 하나의 별로 되어 있으며, 하루 동안 달을 따라갑니다. 꽃으로 제사 지내고, 저타신에 속해 있으며, 성은 질다연(質多延)입니다.
항(亢)이라는 별자리는 하나의 별로 되어 있고, 우유로 만든 연유와 보리싸라기로 그것에 제사 지내며, 하루 동안 달을 따라갑니다. 저타신(咀吒神)에 속하며, 성은 적(赤)씨입니다.
저(氐)라는 별자리는 en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양은 양의 뿔 같으며, 하루 반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꽃으로 제사 지내고, 화신(火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상차연(桑遮延)입니다.
이상의 일곱 별자리는 남쪽 방향에 있습니다.
방(房)이라는 별자리는 네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습이 구슬을 꿴 것과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합니다. 술과 고기로 제사 지내고, 친신(親神)과 관련되어 있으며, 성은 아람바(阿藍婆)입니다.
심(心)이라는 별자리는 세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이 새와 같으며, 하루 낮 동안 달을 따라갑니다. 멥쌀로 그것에 제사 지내고, 천지신(天地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가전연(迦旃延)입니다.
미(尾)라는 별자리는 일곱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습이 전갈과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합니다. 과일로 그것에 제사 지내고, 사타신(沙陁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가전연(迦旃延)입니다.
기(箕)라는 별자리는 네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모습은 소가 걷는 것과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합니다. 니구타과(尼俱陁果)로 제사를 지내고, 수신(水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가전연입니다.
두(斗)라는 별자리는 네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습은 코끼리가 걷는 것과 같으며, 하루 반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복숭아꽃으로 그것에 제사 지내고, 흉악신(凶惡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가라연(伽羅延)입니다.
우(牛)라는 별자리는 세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이 소머리와 같으며, 두 시간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반드시 제사를 지낼 필요는 없다. 범천(梵天)에 속해 있으며, 성은 범(梵)씨입니다.
여(女)라는 별자리는 세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습이 귀리[穬麥]와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새의 고기를 제사 지내고, 비뉴신(毘紐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가전연입니다.
이상의 일곱 별자리는 서쪽 방향에 있습니다.
허(虛)라는 별자리는 네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이 날아가는 새와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콩과 기장으로 제사 지내고, 바수신(婆藪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교진여(憍陳如)입니다.
위(危)라는 별자리는 하나의 별로 되어 있고, 하루 낮 동안 달을 따라갑니다. 멥쌀로 제사 지내고, 수신(水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단다연(單茶延)입니다.
실(室)이라는 별자리는 두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이 사람이 걷는 모습과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피와 고기로 제사 지내고, 부단나신(富單那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자계나(闍罽那)입니다.
벽(壁)이라는 별자리는 두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이 사람이 걷는 모습과 같으며,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달을 따라가며 운행합니다. 고기로 제사 지내고, 선신(善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타자연(陁闍延)입니다.
규(奎)라는 별자리는 하나의 큰 별이 있고 그 밖의 작은 별들이 날개 형상과 같으며, 그 형상은 반규(半珪)와 같고,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연유와 밥으로 제사 지내고, 부사신(富沙神)에 속해 있으며, 성은 팔주(八姝)씨입니다.
누(婁)라는 별자리는 두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은 말의 머리와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젖과 기장으로 제사지냅니다.
위(胃)라는 별자리는 세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습이 솥발[鼎足]과 같으며,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합니다. 참깨로 제사 지내고, 염신(閻神)에 속해 있으며, 그 성은 발가(拔伽)입니다.
이상의 일곱 별자리는 북쪽 방향에 있습니다.
대바라문이시여, 제가 이미 스물여덟 별자리에 관해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들 별자리들 가운데 오른쪽에 있는 여섯 별자리는 이틀과 하루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하나니, 이른바 필(畢)ㆍ정(井)ㆍ저(氐)ㆍ익(翼)ㆍ두(斗)ㆍ벽(壁) 등의 별자리입니다. 또한 다섯 별자리는 단지 하루 낮 동안만 달과 함께 하나니, 삼(參)ㆍ유(柳)ㆍ기(箕)ㆍ심(心)ㆍ위(危) 등의 별자리입니다. 오직 우(牛)라는 별자리만이 반나절 동안 달을 따라갑니다. 이 밖의 나머지 별자리들은 모두 다 하루 낮과 밤 동안 달과 함께 운행합니다.
동방의 일곱 별자리는 처음 묘(昴)라는 별자리로부터 시작되고, 남방의 일곱 별자리는 처음 성(星)이라는 별자리로부터 시작되며, 서방의 일곱 별자리는 처음 방(房)이라는 별자리로부터 시작되고, 북방의 일곱 별자리는 처음 허(虛)라는 별자리로부터 시작됩니다. 또한 이 별자리 가운데 일곱 별자리가 가장 뛰어나니 방(張)ㆍ실(室)ㆍ저(氐)ㆍ기(箕)ㆍ방(房)ㆍ정(井) 및 항(亢) 등의 별자리이고, 세 개의 별자리는 흉악하나니 삼(參)ㆍ유(柳)ㆍ위(胃) 등의 별자리이며, 네 개의 별자리는 온화하고 선량하나니 익(翼)ㆍ두(斗)ㆍ벽(壁)ㆍ필(畢) 등의 별자리이고, 다섯 개의 별자리는 유약하나니 여(女)와 허(虛)ㆍ위(危)ㆍ심(心)ㆍ미(尾) 등의 별자리이며, 다섯 개의 별자리는 항상 안정적이니 자(觜)ㆍ각(角)ㆍ성(星)ㆍ유(柳)ㆍ우(牛) 등이고, 네 개의 별자리는 신속하나니 묘(昴)ㆍ자(觜)ㆍ누(婁)ㆍ귀(鬼) 등의 별자리입니다. 이들 모든 별자리들은 모두 달과 함께 운행하는데 이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달의 앞에서 운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달의 뒤에서 운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달과 함께 운행하는 것입니다.
지금 다시 당신을 위하여 7요(曜)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해[日]ㆍ달[月]ㆍ화성[熒惑]ㆍ목성[歲星]ㆍ토성[鎭星]ㆍ금성[太白]ㆍ수성[辰星] 등이니 이상의 일곱 가지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나후성[羅睺]와 계도성[彗星]을 합하면 모두 아홉 가지가 됩니다.
이와 같은 이름들을 점성에 관한 것이니 당신은 응당 진실로 깊이 관찰하셔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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