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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160 불교 마명보살전(馬鳴菩薩傳)

by Kay/케이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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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마명보살전(馬鳴菩薩傳)

 

마명보살전(馬鳴菩薩傳)


(後秦) 삼장(三藏)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최철환 번역


대사(大師)는 이름이 마명보살이고, 장로(長老) 협(脇)의 제자이다.
언제인가 장로 협이 부처님 법을 걱정하며 삼매에 들어가 누가 출가해서 도(道)의 교화를 널리 선양하고 중생들을 깨닫게 할 임무를 감당할 것인지 살펴보았다.
그러자 세상의 지혜를 갖추고 총명하고 말 잘하는 중천축(中天竺)의 한 출가 외도(外道)가 논의(論議)에 매우 달통하여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와 논의할 수 있는 비구라면 누구든 건추(楗椎)를 쳐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연히 건추만 울리면서 사람들에게 공양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장로 협이 북천축(北天竺)을 떠나 중천국[中國]에 가려고 했다. 석가(釋迦)라 불리는 성(城)에서 길을 가다가 사미(沙彌)들을 여럿 만났는데, 모두 그를 희롱하였다.
“대덕 장로여, 나에게 부라제(富羅提)를 주시오.”
그러고 나서 곧바로 가지고 갔고, 조롱을 하는 자도 가끔 있었는데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한 것이다. 장로 협은 얼굴에 별다른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흔들림 없이 언짢아하지 않았다. 사미들 가운데 학문이 넓은 자는 그가 원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나,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은 그를 의심하면서 시험 삼아 묻기도 하고 그가 하는 바를 관찰하였다. 그는 묻는 대로 모두 대답하면서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는데, 뜻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고 가깝고 세밀한 데에 두지 않았다.
그때 여러 사미들이 장로의 덕량(德量)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다는 것을 알고는 한층 더 공경하면서 다 함께 모시고 전송하였다.
이때 장로 협은 신통력으로 허공을 타고 중천축에 갔는데 어느 절에 머물면서 비구들에게 물었다.
“어찌 법에 따라 건추를 치지 않는가?”
비구들이 말하였다.
“장로 마하라(摩揀羅) 때문에 치지 않습니다.”
그가 물었다.
“무슨 까닭인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논의를 잘하는 어느 출가 외도가 큰 소리로 ‘나라 안의 모든 석자(釋子) 사문 무리들아, 만일 나와 논의할 수 없다면 누구든 공연히 건추를 쳐서 사람들한테 공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는데, 이 말 때문에 치지 않습니다.”
장로 협이 말하였다.
“일단 건추를 울리기만 하여라. 설사 그가 오더라도 내 스스로 그를 상대할 것이다.”
나이 많은 비구들은 그의 말을 매우 기이하게 여기면서도, 변론할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함께 모여 의논하였다.
“우선 건추를 울리고 외도가 오게 되면 장로가 하는 대로 두고 보도록 하자.”
건추를 울리자 외도가 바로 물었다.
“오늘은 무엇 때문에 이 나무를 치는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북방에서 온 어떤 장로 사문이 건추를 친 것이지 우리들이 친 것이 아니다.”
외도가 말하였다.
“그를 오라고 하라.”
바로 나가자마자 서로 보게 됐는데 외도가 물었다.
“논의하고자 하는가?”
장로가 대답하였다.
“그렇다.”
외도가 즉시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이 장로 비구도 형색이 이미 그렇구먼.”
또 말하였다.
“장로도 보통사람보다 특출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나와 논의하려 하는가?”
그러고는 서로 약속하였다.
“이레 후에 국왕과 대신ㆍ외도와 모든 대법사들을 모아 놓고 여기에서 논의하자.”
엿새째 밤이 되자 장로 협은 삼매에 들어 외도와 응대하는 것을 관(觀)하였다. 이레째 아침이 되자 대중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장로 협이 먼저 와서 높은 좌석에 바로 올랐는데 온화한 얼굴빛이 평상시보다 배나 더하였다. 외도가 뒤에 와서 앞을 보고 마주 앉았다. 사문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용모에는 화평하고 기쁜 기운이 번지고 지의(志意)는 편안하고 태연했으며, 또 온 몸에는 다시 논상(論相)을 갖추었으므로 문득 생각하였다.
‘참으로 성스러운 비구로구나. 뜻은 편안하면서도 온화하고 논상마저 갖추었으니 오늘은 훌륭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그러고는 바로 함께 약속하고 지게 되면 어떤 벌을 주기로 하였다.
외도가 말하였다.
“지게 되면 혀를 끊어 버려야 한다.”
장로 협이 말하였다.
“그러면 안 된다. 제자가 되는 것만으로 충분히 약속을 지킨 것으로 하자.”
외도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외도가 또 물었다.
“누가 먼저 말해야 되는가?”
장로 협이 말하였다.
“내가 나이도 많고 일부러 먼 곳에서 왔으며, 또 이 자리에 먼저 앉았으므로 내가 먼저 말하는 것이 순리이다.”
외도가 말하였다.
“그래도 된다. 그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도록 하라. 내가 논파하겠다.”
그러자 장로 협이 바로 말하였다.
“천하를 태평하게 했으므로 대왕은 오래 살며 국토는 풍요롭고도 즐거우며 재환이라고는 없다.”
외도는 말할 바를 알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대답이 없으면 바로 지게 되어 있는 것이 논법(論法)이었으므로, 그는 엎드려 제자가 되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사미가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외도는 어느 한 곳에 홀로 앉아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재주도 밝고 식견이 원대하고 명성을 천하에 떨쳤건만 어찌 한마디에 굴복당해 다른 사람의 제자가 되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즐겁지가 않았다.
스승은 그 마음을 알아채고는 즉시 방에 들어오라고 명하고, 신족통(神足通)으로 온갖 변화를 드러냈는데, 스승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마음으로 기꺼이 복종하며 생각하였다.
‘내가 제자가 되는 것이 진실로 마땅하구나.’
스승이 말하였다.
“네 재주와 명석함은 그저 소홀히 취급할 것이 아니니 아직 완성되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얻은 법인 오근(五根)ㆍ오력(五力)과 칠각지(七覺支)ㆍ팔정도(八正道)를 배워서 변재(辯才)에 깊이 통달하고 의취(義趣)를 밝게 살핀다면, 천하에 상대할 이가 없을 것이다.”
스승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제자는 중천축에 머물면서 많은 경전에 널리 통하고 안팎을 밝게 통달하여 재주와 변재가 세상을 뒤덮으니, 사부대중이 공경하여 감복했으며 천축의 국왕은 매우 진중하게 그를 대우하였다.
그 후 북천축 소월지국(小月氏國) 왕이 중천축을 정벌하려고 한 철이 지나도록 나라를 에워싸고 지키고 있었는데, 중천축 왕이 편지를 보내 물었다.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 상당한 만큼 줄 텐데, 어찌 백성들을 괴롭히며 오래도록 이곳에 머무는가?”
소월지국 왕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굴복할 뜻이 있다면 3억 금(金)을 보내라. 그러면 용서할 것이다.”
중천국 왕이 말하였다.
“이 나라를 통틀어 1억 금도 없는데 어떻게 3억 금을 얻을 수 있겠는가?”
소월지국 왕이 대답하였다.
“네 나라 안에 큰 보배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부처님 발우(鉢盂)이고 또 하나는 변재 비구이다. 이들을 나에게 준다면 2억 금(金)과 갈음하겠다.”
중천축 왕이 말하였다.
“이 두 가지 보배는 내가 매우 중히 여기는 것이므로 버릴 수 없다.”
이때 비구는 왕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무릇 중생으로서 교화를 받는 것은 천하에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도는 깊고 넓으며 함께 구하고자 하는 데 뜻이 있습니다. 대인의 덕 또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으뜸으로 삼지만, 세상을 교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왕은 한 나라를 교화할 뿐입니다. 지금 부처님의 도를 크게 선양하신다면 스스로 사해(四海)의 법왕(法王)이 되실 것입니다.
비구는 사람들을 제도하는 데 차별을 용납하지 않나니, 공덕은 마음에 있고 이치는 멀고 가까움이 없습니다. 마땅히 원대하여야 하거늘, 어찌 꼭 눈앞에 있어야만 합니까?”
왕은 평소 종지(宗旨)를 중히 여기고 그의 말을 공경하며 들었으므로 그를 즉시 월지왕에게 보냈다.
본국에 돌아오자마자 모든 신하가 의논하였다.
“왕께서 부처님 발우를 받드는 것은 참으로 마땅한 일이지만, 무릇 저 비구는 천하에서 모두 1억 금의 값을 쳐 주는데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왕은 비구가 고명하여 훌륭히 통달하고, 이익 되게 인도함이 넓고 깊으며, 변재로 법을 설하여 사람이 아닌 것까지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모든 미혹된 무리들을 깨닫게 하고자 일곱 필의 말을 굶긴 채 엿새째 되는 날 아침에 내외의 사문들과 이학(異學)들을 모두 모이게 하여 비구에게 설법을 청했는데 이를 듣고 깨닫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왕은 이 말들을 모여 있는 대중 앞에 매어 놓고 풀을 주었는데, 말들이 눈물을 흘리며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법을 들었다.
이때 천하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말들이 그의 소리를 이해했다 하여 마침내 마명보살이라고 불렀다.
그는 북천축에서 부처님 법을 널리 선양하고 중생들을 이익 되게 이끌고 방편을 잘 사용해 사람들이 공덕을 이루게 하였으므로 온 무리가 정중히 공경하며 다시 모두 공덕일(孔德日)이라 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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